⊙ 한강 변 아파트 35층 제한 폐지 및 용적률 상향은 서울시 권한, 법 안 바꿔도 가능
⊙ 압구정동, 잠실 등 50층 재건축 가능할 듯… 대치 은마, 여의도 시범아파트도 재건축 시동
⊙ 규제 풀리면 상계동, 목동, 성수동도 호재
⊙ 재산세·분양가상한제 등 법적인 문제는 국민의힘과 적극 협력할 계획
⊙ 취임 3일 만에 내놓은 ‘공시가격 재조사 및 조정 방침’은 벌써 정부 반발 직면, 다른 대책도 쉽지 않을 가능성
⊙ 선거 후 집값 ‘들썩’, 전문가들 “정책 변화는 미지수지만 당분간 재건축 기대감으로 집값 오를 것”
⊙ 압구정동, 잠실 등 50층 재건축 가능할 듯… 대치 은마, 여의도 시범아파트도 재건축 시동
⊙ 규제 풀리면 상계동, 목동, 성수동도 호재
⊙ 재산세·분양가상한제 등 법적인 문제는 국민의힘과 적극 협력할 계획
⊙ 취임 3일 만에 내놓은 ‘공시가격 재조사 및 조정 방침’은 벌써 정부 반발 직면, 다른 대책도 쉽지 않을 가능성
⊙ 선거 후 집값 ‘들썩’, 전문가들 “정책 변화는 미지수지만 당분간 재건축 기대감으로 집값 오를 것”
- 서울의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1년새 20% 가까이 올랐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보이는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4월 8일 임기를 시작한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시민들이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강남 때려잡기’에 집중하던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문재인 정권의 결합이 이뤄진 지난 4년간 서울시민의 삶은 피폐해졌다. 서울의 집값은 천정부지로 올랐고 부동산 관련 세금도 몇 배로 뛰었다. 집이 있는 사람은 감당하기 힘든 ‘징벌적 세금’에 시달리고, 집이 없는 사람은 내 집 마련의 꿈이 사라진 상태다.
오 시장이 서울 25개 자치구 전체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를 꺾고 승리, 완승을 거둔 요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 같은 ‘부동산 지옥’ 현상이 표심을 좌우했다는 분석이 대세다.
오 시장과 박 후보 모두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와 주택 공급 확대를 강조했지만 서울시민은 야당의 손을 들어줬다. 여당 소속이었던 박원순 전 시장이 10년간 서울을 발전시키지 않고 ‘묶어둔’ 점과 이로 인한 공급 부족으로 서울 집값이 크게 오른 점에 대해 투표로 심판을 내린 것이다. 《월간조선》은 10년 만에 수장이 바뀐 ‘오세훈의 서울시’가 늪에 빠진 부동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나갈지 그 계획과 부동산 시장 전망을 짚어봤다.
吳 첫 부동산 관련 발언
“공시가격 재조사”
오 시장은 1년 3개월이라는 짧은 임기 동안 어떤 대책을 내놓을까. 서울시장 선거기간 오 시장이 내놓은 부동산 관련 공약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재건축 규제 완화와 공급 확대, 둘째는 당과 공조해 부동산 세금 관련법 개정, 셋째는 강남북 균형발전이다.
오 시장은 취임한 지 사흘 만에 첫 부동산 관련 입장을 내놓았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1년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재조사하겠다고 4월 10일 밝힌 것이다. 공시가격 재조사 및 조정 방침은 부동산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오 시장은 “공시가격을 시장이 조정할 수는 없지만 중앙정부와 적극적으로 협의해 지나치게 오르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주말인 이날 이런 발언을 내놓은 것은 그만큼 공시가격 재산정이 시급한 과제라는 의미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지난 3월 ‘2021년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발표했는데, 전년 대비 19.08%(서울은 19.91%)나 올라 상승 폭이 14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이전 기록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의 22.7%다. 공시가격이 오르면 아파트 보유자의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부담이 크게 늘어나고, 주택 공시가격은 건강보험과 연금 산정 등의 기준이 되는 만큼 갑자기 오르면 실거주 1주택자도 곤란한 상황에 빠지게 된다.(박스1 기사 참조)
공시가격 재조사 및 현실화에는 야당 소속 지자체장들이 동참한다. 원희룡 제주지사와 조은희 서초구청장이 원군(援軍)이다. 원 지사는 오 시장이 방침을 밝힌 다음 날인 4월 11일 페이스북에서 “오세훈 시장과 통화해 공시가격 검증과 부동산 정책 바로잡기에 함께 나서기로 했다”며 “여야 없이 모든 단체장에게 함께할 것을 호소하며 공시가격의 문제점을 낱낱이 밝힐 것”이라고 했다. 조 구청장도 “무원칙한 엉터리 공시가격으로 세금폭탄을 맞으라고 강요하는 것은 세금이 아닌 벌금”이라며 “서울시 차원의 공시가격 재조사에 힘입어 전국적인 재조사도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원 지사와 조 구청장은 지난 4월 5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공시가 산정은 탁상행정”이라며 전국 재조사를 주장한 바 있다. 다만 공시가격에 오류가 있다는 원 지사와 조 구청장의 입장에 국토교통부가 “공시가격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이미 밝힌 바 있어 전면 재산정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오 시장의 1호 과제는 ‘재건축 활성화’
오 시장은 선거기간 “일주일 안에 재건축 규제를 풀겠다”고 말한 바 있다. 오 시장의 1호 과제가 재건축 활성화를 통한 주택 공급이라는 점은 명백해 보인다. 서울시민이 그에게 가장 기대하는 점도 동일하다.
문재인 정부는 강남 지역에 재건축 대상이 몰려 있는 만큼 재건축을 풀어주면 집값이 크게 뛸 것으로 보고 재건축을 규제해왔다. 그러나 대다수의 부동산 전문가들과 학자들은 정부가 “어느 나라나, 어느 도시나 사람들이 선호하는 지역은 계속 집값이 오른다”는 진실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금의 집값 상승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지역’의 공급 부족으로 인한 쏠림현상 때문이며, 강남 지역에 공급을 늘려야 서울 전체의 집값이 안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강남을(乙) 지역구 국회의원(16대)을 지낸 오세훈 시장은 이런 점을 잘 알고 있다. 오 시장은 4월 11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가진 ‘국민의힘-서울시 부동산정책협의회’와 4월 12일에는 서울시 실·국·본부별 업무보고 등 과정에서 재건축과 공급 확대를 강조했다.
4월 12일 서울시 주택건축본부 업무보고에서 오 시장은 ▲서울시 주거지역 용적률 30~100%포인트 상향 ▲제2종 일반주거지역 7층 이하 규제 폐지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완화 방안 ▲상생주택(장기전세주택) 7만 호 공급 ▲모아주택(500~3000㎡ 소형 재건축 사업) ▲공시가격 재조사 ▲재산세 완화 방안 ▲청년 월세지원 확대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오 시장이 특히 강조한 것은 ‘스피드 주택 공급’이다. 오 시장은 “스피드 주택 공급을 위해 자체적으로도 재건축 규제 완화 등 빠르게 추진 가능한 것을 분류해 좀 더 세밀한 실행계획을 정례적으로 보고해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지가 한정된 서울 지역에 공급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은 재건축 활성화뿐이라는 점이 명백하지만 그동안 강한 규제에 묶여 있었던 만큼 이를 완화할 계획을 마련하라는 의미다.
조합원의 동의로 결정되는 재건축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규제 완화가 아닌, 조합원들이 찬성할 만한 재건축 조건이 나와야 한다. 방법은 두 가지다. 첫째는 용적률과 층수 제한을 완화해 재건축 후 소유주들에게 수익이 나도록 하는 것이고, 둘째는 재초환(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과 기부채납 등 조합원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다. 오 시장은 첫 번째 방법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은 서울시장 선거 공약에서 재건축 규제 완화 방법으로 주거지역 용적률 상향,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완화, 한강 변 35층 층수 규제 폐지 등을 들었다.
용적률과 층수 제한 어디까지 풀릴까
오 시장은 “용적률을 30~100%포인트 올리고 한강 변 35층 규제를 풀겠다”고 했다. 용적률과 층수 제한만 풀어도 재건축에 속도가 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용적률은 용도지역별로 적용되며, 법적 최대한도 안에서 지자체장 조례로 결정할 수 있다. 서울시가 도시계획조례 55조에서 규정하는 주거지역의 용적률은 아래 〈표〉와 같다. 도시지역은 주거지역・상업지역・공업지역・녹지지역으로 구분되며, 주거지역은 전용주거지역・일반주거지역・준주거지역으로 구분된다. 전용주거지역은 1종(단독주택 중심)과 2종(공동주택중심)으로, 일반주거지역은 1종(저층주택 중심), 2종(7층 또는 12층 이하의 중층주택 중심), 3종(층수에 제한이 없는 중층, 고층주택 중심)으로 분류된다. 준주거지역은 상업적 기능이 강한 주거지역이다. 서울시가 정한 용적률은 법적 최고치에 30~50%포인트 미달한다. 30~50%포인트는 올릴 수 있다는 의미다.
현재 서울의 재건축 대상인 대단지 아파트 대부분은 제3종 일반주거지역이다. 현재 강남구 은마아파트 등의 용적률은 최대 250%로 묶여 있는데, 이를 서울시 조례 개정으로 300%까지 올릴 수 있다. 다른 전용 및 일반주거지역도 최대 50% 올릴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다. 주택 위주의 일반주거지역을 상업시설이 들어오는 조건으로 준주거지역으로 용도변경을 해주면 용적률 500%까지도 가능하다. 다만 조례를 개정하려면 서울시의회에서 통과돼야 하는 만큼 더불어민주당이 장악한 서울시의회의 반대 여부가 관건이다.
용적률과 함께 대표적 재건축 규제로 불리는 ‘한강 변 최대 35층 제한’은 박원순 전 시장이 일방적으로 만든 제도다. 2014년 박 전 시장은 ‘2030서울플랜’으로 불리는 서울도시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서울시 스카이라인 관리원칙과 한강 변 관리기본계획 등을 통해 한강 변에 위치한 주거용 건축물 층수를 35층으로 제한했다. 한강 변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계속 높아지고 가격이 오르면서 집값 상승을 막겠다며 내놓은 장치다. 용적률을 높여도 35층이라는 제한에 걸리게 되면 재건축을 해도 신규분양할 수 있는 물량에 한계가 있고, 재건축 수익에 한계가 생길 수밖에 없는 만큼 박 시장의 35층 규제 발표 후 한강 변 아파트들은 재건축을 미뤄왔다.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와 송파구 잠실5단지, 서초구 잠원동 한신2차 등이 이에 해당한다.
그동안 부동산 시장에서는 서울의 스카이라인이 세계 대도시에 비해 볼품없다며 “한강 변에 고층 아파트를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오 시장은 선거기간 35층 제한을 50층까지 완화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층수 규제는 조례가 아닌 서울시 도시기본계획에 명시된 것이어서 시의회의 의결 없이 시장 의지대로 반영할 수 있다. 따라서 오 시장은 용적률보다 35층 제한을 먼저 손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압구정동 현대와 잠실5단지의 재건축 진행이 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재건축 걸림돌, 재초환과 기부채납은
한편 정부가 규제와 분양가상한제를 풀어도 그 결과에 조합원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재건축은 불가능하다. 재건축 여부를 놓고 어느 정도 합의에 다다른 조합원들에게 재건축을 망설이게 하는 가장 큰 경제적·심리적 압박은 재초환과 기부채납이다. 상당수의 재건축 과정이 이 단계에서 막혀 있다. 재초환 제도는 노무현 정부에서 생겼지만 한동안 시행되지 않았다가 2018년 1월 1일 자로 부활하면서 수많은 재건축 아파트의 발목을 잡고 있다.
심지어 정부는 작년 8·4 부동산 대책을 통해 “공공 주도라는 조건하에 50층 재건축을 허용하겠다”고 생색을 냈는데, 이 경우 재건축초과이익을 최대 90% 환수하겠다고 했다. 당연히 재건축 아파트 조합들은 “고려할 가치도 없다”며 공공 주도 재건축을 완전히 외면했다.
‘50층 공공재건축’의 경악할 만한 점은 초과이익환수뿐만이 아니었다. 입주 시 임대주택을 50% 포함시키겠다는 것이었다. 재건축 조합원들의 대부분이 거부감을 갖는 것이 기부채납이다. 기부채납은 재건축 등을 할 때 조합이 부지의 일정 부분을 공공시설물 형태로 조성하거나 임대주택을 일정 부분 짓거나 그에 해당하는 수준의 현금을 내도록 한 제도다. 이 제도에 따라 재건축 아파트들은 소유한 땅의 일부를 도로, 공원 등으로 내놓아야 한다. 재초환과 함께 사유재산 침해라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는 정책이다. 재건축 대상 아파트들이 즐비한 서울 서초을이 지역구인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은 기부채납이 점점 더 정부와 지자체의 ‘갑질’로 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의 얘기다.
“조합이 재건축 계획을 서울시에 갖고 가면 공무원들이 단지 내에서 제일 좋은 자리에 시민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공원이나 시설을 만들라고 해요. 예를 들면 한강이 딱 보이거나 한강 나가기 좋은 자리, 지하철 가까운 자리 이런 데 말이죠. 임대주택도 좋은 자리에 넣으라고 합니다. 그런 자리의 집을 비싸게 분양해야 수익성이 있고 조합원들이 부담을 더는 건데 그걸 차단하는 겁니다. 모든 제도와 규제가 딱 재건축하기 싫게 만들어놨어요. 조합원들이 제일 싫어하는 게 재초환과 기부채납입니다. 분담금 더 내고 몇 년 고생해서 새집 살아보자고 재건축하는 건데 진행하다 보면 국가에 다 뺏긴다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다만 재초환과 기부채납은 법으로 규정된 것이어서 시장의 권한은 아닌 만큼 오 시장은 부동산 문제와 관련, 국민의힘과 적극 협력할 방침이다.
오 시장은 지난 4월 11일 국민의힘과 함께 가진 부동산 회의에서 각종 규제와 세금 등에 대해 당과 공조하자고 제안했다. 오 시장은 “서울시 혼자만의 힘으로 해결하기 힘든 게 많다”고 협조를 요청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은 “오 시장과 함께 부동산 정책 바로잡기에 협력하겠다”며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설득에 나설 뜻을 밝혔다. 당은 이날 국회 국토위와 당 부동산시장정상화특위 등을 통해 부동산 입법을 위해 노력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미 용적률 상향, 분양가상한제 폐지, 공시가격 제도 개선, 종합부동산세법 개정, 양도소득세 중과제도 폐지 등에 대해서는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의 법안 발의가 있었다”며 “정부와 서울시의회의 전향적 협조를 촉구한다”고 했다.
그 밖의 부동산 관련 계획
오 시장은 재건축 규제 완화와 더불어 민간 재개발 및 재건축 토지거래허가제를 검토 중이다. 선거 전후로 압구정동, 현대아파트가 63억원과 80억원에 거래되는 등 은마, 잠실5단지, 여의도 시범 등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서울 주요 지역의 집값이 뛸 조짐이 보이고 있어 이를 제어할 장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토지거래허가제는 정부 협조 없이 서울시 자체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만큼 신속히 진행될 전망이다. 오 시장 입장에서는 재건축과 재개발이 활성화되면 당분간 집값이 크게 오를 것으로 보이지만 토지거래허가제를 이용해 집값을 잡을 수 있어 이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또 주택 18만5000호 공급을 공약했던 오 시장은 재건축 외의 주택 공급 방안으로 상생주택과 모아주택을 검토하고 있다. 상생주택은 민간 소유 토지를 임차해 서울시가 장기전세주택 7만 호를 짓는다는 구상이다. 민간에 최소 20년 토지 임차료를 지급하고 재산세 감면 등 세제 혜택을 주며, 용도지역 변경 및 용적률 상향 같은 인센티브를 제공해 민간 토지 소유자들의 협조를 이끌어내겠다는 것이다. 모아주택은 500~3000㎡ 소형 재건축 사업으로 규제를 한시 완화해 재건축을 신속하게 하도록 하는 것이다.
한편 오 시장이 강남북 균형발전을 내세운 만큼 강남의 재건축과 더불어 강북의 재개발 및 재건축에도 기대감이 실리고 있다. 오 시장이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어느 정도 완화하겠다고 밝히면서 안전진단 단계인 강북의 재건축 단지들도 속도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오 시장은 선거기간 노원구 상계동을 지목해 “안전진단을 지연시켜 재건축이 늦어진 대표적인 곳”이라며 “안전진단 기준을 완화해 빠른 시일 내에 안전진단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한 바 있다. 안전진단 평가의 승인권자가 사실상 지자체인 만큼 서울시가 안전진단을 좀 더 빠르게 승인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다. 양천구 목동아파트 일부 단지도 안전진단 단계여서 오 시장 취임 후 재건축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한강 변 35층 층수 규제가 풀리면 대규모 개발을 계획하고 있는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개발도 속도를 낼 수 있다.
재산세 감면 추진
한편 오 시장은 무주택자를 위한 공격적인 주택 공급 정책과 더불어 유(有)주택자를 위해서는 세금 감면 정책을 추진한다. 최근 몇 년간 집값이 크게 오르고 공시가격 비율이 오르면서 재산세와 종부세 등이 몇 배씩 올라 고통받는 시민들을 위해서다.
특히 1주택 은퇴자들의 고통이 심한데, 오 시장은 선거기간 무소득 1주택자의 재산세를 감면한다는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재산세는 최초 징수액의 50%는 서울시, 50%는 각 구에서 징수하는 만큼 시와 구가 이를 조정할 수 있다. 실제로 서초구는 지난해에 관내 9억원 이하 주택 보유자의 재산세를 50% 감면, 환급하기로 한 바 있다. 당시 서울시가 소송을 제기하면서 중단된 상태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서울시와 서초구 등이 선제적으로 재산세 감면을 추진하면 민심과 여론의 추이에 따라 재산세 감면이 서울 전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부동산세 관련법 개정도 추진한다. 오 시장은 국민의힘과 협의 과정에서 종합부동산세 및 재산세 완화 관련 법안을 ‘국민의힘 서울시 지원 1호 법안’으로 정했다. 1호 법안은 종합부동산 세법을 개정해 과세 기준을 현행 9억원에서 상향 조정하고, 재산세는 9억원 이하 1주택을 보유한 가구에 감면 혜택을 준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 후 관련 법안 통과를 위해 여당과 논의할 계획이다.
“시장 혼자서는…” 우려도
1년 3개월 임기의 야당 소속 시장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강 변 35층 층수 제한 완화와 토지거래허가제 등은 시장 의지대로 추진할 수 있지만 재산세 감면과 용적률 완화는 시 조례 개정을 위해 서울시의회의 의결이 필요하고, 분양가상한제와 재초환 등은 법률, 즉 국회의 소관이다. 서울시의회와 국회는 더불어민주당이 절대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
또 재건축 사업 제안과 인허가 등 행정 절차는 대부분 구청에서 이뤄지는데, 서울 25개 구 중 24개 구의 구청장이 민주당 소속이라 실무선에서 재건축 진행이 지지부진해질 수 있다. 서울시 측은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것은 정부와 같은 목표인 만큼 계속 정부와 여당을 설득해나가야 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대체로 “현실적으로 볼 때 서울의 부동산 정책이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 같다”면서 “하지만 당분간 재건축 기대감으로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용적률 상향과 규제 완화가 실제로 시행되든 안 되든 시장에는 기대감이 반영된다는 것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민간 재건축이 좀 더 활기를 띠게 될 전망이지만, 그 기대감으로 시장이 단기적으로 과열될 가능성이 있어 그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오 시장이 지지자들의 바람대로 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집값을 안정시킬지, 반대편의 비판처럼 “서울을 공사판으로 만들고 강남 집값만 더 올리게” 만들지 아직 판단하기는 이르다.⊙
오 시장이 서울 25개 자치구 전체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를 꺾고 승리, 완승을 거둔 요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 같은 ‘부동산 지옥’ 현상이 표심을 좌우했다는 분석이 대세다.
오 시장과 박 후보 모두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와 주택 공급 확대를 강조했지만 서울시민은 야당의 손을 들어줬다. 여당 소속이었던 박원순 전 시장이 10년간 서울을 발전시키지 않고 ‘묶어둔’ 점과 이로 인한 공급 부족으로 서울 집값이 크게 오른 점에 대해 투표로 심판을 내린 것이다. 《월간조선》은 10년 만에 수장이 바뀐 ‘오세훈의 서울시’가 늪에 빠진 부동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나갈지 그 계획과 부동산 시장 전망을 짚어봤다.
吳 첫 부동산 관련 발언
“공시가격 재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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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공동주택 공시가격 재조사를 지시한 가운데 원희룡 제주지사(오른쪽)와 조은희 서초구청장이 이를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
오 시장은 취임한 지 사흘 만에 첫 부동산 관련 입장을 내놓았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1년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재조사하겠다고 4월 10일 밝힌 것이다. 공시가격 재조사 및 조정 방침은 부동산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오 시장은 “공시가격을 시장이 조정할 수는 없지만 중앙정부와 적극적으로 협의해 지나치게 오르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주말인 이날 이런 발언을 내놓은 것은 그만큼 공시가격 재산정이 시급한 과제라는 의미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지난 3월 ‘2021년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발표했는데, 전년 대비 19.08%(서울은 19.91%)나 올라 상승 폭이 14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이전 기록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의 22.7%다. 공시가격이 오르면 아파트 보유자의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부담이 크게 늘어나고, 주택 공시가격은 건강보험과 연금 산정 등의 기준이 되는 만큼 갑자기 오르면 실거주 1주택자도 곤란한 상황에 빠지게 된다.(박스1 기사 참조)
공시가격 재조사 및 현실화에는 야당 소속 지자체장들이 동참한다. 원희룡 제주지사와 조은희 서초구청장이 원군(援軍)이다. 원 지사는 오 시장이 방침을 밝힌 다음 날인 4월 11일 페이스북에서 “오세훈 시장과 통화해 공시가격 검증과 부동산 정책 바로잡기에 함께 나서기로 했다”며 “여야 없이 모든 단체장에게 함께할 것을 호소하며 공시가격의 문제점을 낱낱이 밝힐 것”이라고 했다. 조 구청장도 “무원칙한 엉터리 공시가격으로 세금폭탄을 맞으라고 강요하는 것은 세금이 아닌 벌금”이라며 “서울시 차원의 공시가격 재조사에 힘입어 전국적인 재조사도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원 지사와 조 구청장은 지난 4월 5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공시가 산정은 탁상행정”이라며 전국 재조사를 주장한 바 있다. 다만 공시가격에 오류가 있다는 원 지사와 조 구청장의 입장에 국토교통부가 “공시가격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이미 밝힌 바 있어 전면 재산정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박스 1] 부동산 공시가격이 생활에 미치는 영향 2021년 공동주택(아파트와 빌라 등) 공시가격이 전년에 비해 크게 오른 것은 집값 상승에 정부의 ‘공시가 현실화’ 정책이 겹치면서다. 현 정부는 지난해 11월 공시가격 현실화 대책을 내놓고 실거래가 대비 공시가격의 비율을 현재 실거래가의 평균 60% 이하에서 단계적으로 90%까지 올리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에 따라 2021년 공시가격은 실거래가의 약 70%에 달한다. 집값이 1년간 오르지 않은 곳도 공시가격은 작년에 비해 올랐다. 정부가 부동산 공시가격 올리기에 나선 것은 공시가격이 오르면 국가가 걷을 수 있는 세금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반면 국민의 생활은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부동산 공시가격이 직접 영향을 미치는 제도는 조세·복지·행정·부담금·부동산평가 등 60여 개에 이른다. 조세 분야는 재산세와 종부세, 상속세, 증여세, 취득세, 양도세 등이 공시가격에 따라 산정된다. 집값이 전혀 오르지 않았어도 공시가격이 오르면 세금은 올라간다. 거래나 상속, 증여 등을 하지 않더라도 보유세(재산세·종부세) 부담은 늘어나는 만큼 실거주 1주택자의 경우 아무 실익 없이 매년 내야 할 세금만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또 공시가격이 20% 가까이 오르면서 새롭게 종부세(1주택자 9억원 이상, 다주택자 합계 6억원 이상) 부과 대상이 된 경우도 서울에서만 13만 가구 이상 늘었다. 이번 공시가격 산출로 서울 전체 아파트 중 16%가 종부세 부과 대상이 됐다. 복지 분야에서는 기초연금 및 장애인연금, 기초생활보장 등 복지정책 수혜대상 선정 및 액수 산출에 주택 공시가격이 영향을 미친다. 보유한 부동산의 공시가격이 일정금액 이상이면 기초연금과 장애인연금을 받을 수 없다. 근로장려금과 생계유지곤란 병역감면 혜택도 부동산 공시가격이 기준으로 작용하며, 학자금장기상환대상자 선정과 공공주택 입주자격 등도 보유한 부동산 공시가격이 기준이 된다. 또 재개발 및 재건축을 할 때 소유주가 내야 할 부담금도 공시가격에 영향을 받는다. 건강보험 자격기준도 마찬가지다. 보유한 부동산 공시가격이 일정금액 이상이면 피부양자 자격이 박탈된다. 이처럼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한 해 사이 19%나 오르면서 수많은 사람이 각종 복지혜택을 뺏기게 될 전망이다. |
오 시장의 1호 과제는 ‘재건축 활성화’
오 시장은 선거기간 “일주일 안에 재건축 규제를 풀겠다”고 말한 바 있다. 오 시장의 1호 과제가 재건축 활성화를 통한 주택 공급이라는 점은 명백해 보인다. 서울시민이 그에게 가장 기대하는 점도 동일하다.
문재인 정부는 강남 지역에 재건축 대상이 몰려 있는 만큼 재건축을 풀어주면 집값이 크게 뛸 것으로 보고 재건축을 규제해왔다. 그러나 대다수의 부동산 전문가들과 학자들은 정부가 “어느 나라나, 어느 도시나 사람들이 선호하는 지역은 계속 집값이 오른다”는 진실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금의 집값 상승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지역’의 공급 부족으로 인한 쏠림현상 때문이며, 강남 지역에 공급을 늘려야 서울 전체의 집값이 안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강남을(乙) 지역구 국회의원(16대)을 지낸 오세훈 시장은 이런 점을 잘 알고 있다. 오 시장은 4월 11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가진 ‘국민의힘-서울시 부동산정책협의회’와 4월 12일에는 서울시 실·국·본부별 업무보고 등 과정에서 재건축과 공급 확대를 강조했다.
4월 12일 서울시 주택건축본부 업무보고에서 오 시장은 ▲서울시 주거지역 용적률 30~100%포인트 상향 ▲제2종 일반주거지역 7층 이하 규제 폐지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완화 방안 ▲상생주택(장기전세주택) 7만 호 공급 ▲모아주택(500~3000㎡ 소형 재건축 사업) ▲공시가격 재조사 ▲재산세 완화 방안 ▲청년 월세지원 확대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오 시장이 특히 강조한 것은 ‘스피드 주택 공급’이다. 오 시장은 “스피드 주택 공급을 위해 자체적으로도 재건축 규제 완화 등 빠르게 추진 가능한 것을 분류해 좀 더 세밀한 실행계획을 정례적으로 보고해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지가 한정된 서울 지역에 공급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은 재건축 활성화뿐이라는 점이 명백하지만 그동안 강한 규제에 묶여 있었던 만큼 이를 완화할 계획을 마련하라는 의미다.
조합원의 동의로 결정되는 재건축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규제 완화가 아닌, 조합원들이 찬성할 만한 재건축 조건이 나와야 한다. 방법은 두 가지다. 첫째는 용적률과 층수 제한을 완화해 재건축 후 소유주들에게 수익이 나도록 하는 것이고, 둘째는 재초환(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과 기부채납 등 조합원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다. 오 시장은 첫 번째 방법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은 서울시장 선거 공약에서 재건축 규제 완화 방법으로 주거지역 용적률 상향,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완화, 한강 변 35층 층수 규제 폐지 등을 들었다.
용적률과 층수 제한 어디까지 풀릴까
오 시장은 “용적률을 30~100%포인트 올리고 한강 변 35층 규제를 풀겠다”고 했다. 용적률과 층수 제한만 풀어도 재건축에 속도가 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용적률은 용도지역별로 적용되며, 법적 최대한도 안에서 지자체장 조례로 결정할 수 있다. 서울시가 도시계획조례 55조에서 규정하는 주거지역의 용적률은 아래 〈표〉와 같다. 도시지역은 주거지역・상업지역・공업지역・녹지지역으로 구분되며, 주거지역은 전용주거지역・일반주거지역・준주거지역으로 구분된다. 전용주거지역은 1종(단독주택 중심)과 2종(공동주택중심)으로, 일반주거지역은 1종(저층주택 중심), 2종(7층 또는 12층 이하의 중층주택 중심), 3종(층수에 제한이 없는 중층, 고층주택 중심)으로 분류된다. 준주거지역은 상업적 기능이 강한 주거지역이다. 서울시가 정한 용적률은 법적 최고치에 30~50%포인트 미달한다. 30~50%포인트는 올릴 수 있다는 의미다.
현재 서울의 재건축 대상인 대단지 아파트 대부분은 제3종 일반주거지역이다. 현재 강남구 은마아파트 등의 용적률은 최대 250%로 묶여 있는데, 이를 서울시 조례 개정으로 300%까지 올릴 수 있다. 다른 전용 및 일반주거지역도 최대 50% 올릴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다. 주택 위주의 일반주거지역을 상업시설이 들어오는 조건으로 준주거지역으로 용도변경을 해주면 용적률 500%까지도 가능하다. 다만 조례를 개정하려면 서울시의회에서 통과돼야 하는 만큼 더불어민주당이 장악한 서울시의회의 반대 여부가 관건이다.
용적률과 함께 대표적 재건축 규제로 불리는 ‘한강 변 최대 35층 제한’은 박원순 전 시장이 일방적으로 만든 제도다. 2014년 박 전 시장은 ‘2030서울플랜’으로 불리는 서울도시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서울시 스카이라인 관리원칙과 한강 변 관리기본계획 등을 통해 한강 변에 위치한 주거용 건축물 층수를 35층으로 제한했다. 한강 변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계속 높아지고 가격이 오르면서 집값 상승을 막겠다며 내놓은 장치다. 용적률을 높여도 35층이라는 제한에 걸리게 되면 재건축을 해도 신규분양할 수 있는 물량에 한계가 있고, 재건축 수익에 한계가 생길 수밖에 없는 만큼 박 시장의 35층 규제 발표 후 한강 변 아파트들은 재건축을 미뤄왔다.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와 송파구 잠실5단지, 서초구 잠원동 한신2차 등이 이에 해당한다.
그동안 부동산 시장에서는 서울의 스카이라인이 세계 대도시에 비해 볼품없다며 “한강 변에 고층 아파트를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오 시장은 선거기간 35층 제한을 50층까지 완화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층수 규제는 조례가 아닌 서울시 도시기본계획에 명시된 것이어서 시의회의 의결 없이 시장 의지대로 반영할 수 있다. 따라서 오 시장은 용적률보다 35층 제한을 먼저 손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압구정동 현대와 잠실5단지의 재건축 진행이 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부가 규제와 분양가상한제를 풀어도 그 결과에 조합원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재건축은 불가능하다. 재건축 여부를 놓고 어느 정도 합의에 다다른 조합원들에게 재건축을 망설이게 하는 가장 큰 경제적·심리적 압박은 재초환과 기부채납이다. 상당수의 재건축 과정이 이 단계에서 막혀 있다. 재초환 제도는 노무현 정부에서 생겼지만 한동안 시행되지 않았다가 2018년 1월 1일 자로 부활하면서 수많은 재건축 아파트의 발목을 잡고 있다.
심지어 정부는 작년 8·4 부동산 대책을 통해 “공공 주도라는 조건하에 50층 재건축을 허용하겠다”고 생색을 냈는데, 이 경우 재건축초과이익을 최대 90% 환수하겠다고 했다. 당연히 재건축 아파트 조합들은 “고려할 가치도 없다”며 공공 주도 재건축을 완전히 외면했다.
‘50층 공공재건축’의 경악할 만한 점은 초과이익환수뿐만이 아니었다. 입주 시 임대주택을 50% 포함시키겠다는 것이었다. 재건축 조합원들의 대부분이 거부감을 갖는 것이 기부채납이다. 기부채납은 재건축 등을 할 때 조합이 부지의 일정 부분을 공공시설물 형태로 조성하거나 임대주택을 일정 부분 짓거나 그에 해당하는 수준의 현금을 내도록 한 제도다. 이 제도에 따라 재건축 아파트들은 소유한 땅의 일부를 도로, 공원 등으로 내놓아야 한다. 재초환과 함께 사유재산 침해라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는 정책이다. 재건축 대상 아파트들이 즐비한 서울 서초을이 지역구인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은 기부채납이 점점 더 정부와 지자체의 ‘갑질’로 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의 얘기다.
“조합이 재건축 계획을 서울시에 갖고 가면 공무원들이 단지 내에서 제일 좋은 자리에 시민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공원이나 시설을 만들라고 해요. 예를 들면 한강이 딱 보이거나 한강 나가기 좋은 자리, 지하철 가까운 자리 이런 데 말이죠. 임대주택도 좋은 자리에 넣으라고 합니다. 그런 자리의 집을 비싸게 분양해야 수익성이 있고 조합원들이 부담을 더는 건데 그걸 차단하는 겁니다. 모든 제도와 규제가 딱 재건축하기 싫게 만들어놨어요. 조합원들이 제일 싫어하는 게 재초환과 기부채납입니다. 분담금 더 내고 몇 년 고생해서 새집 살아보자고 재건축하는 건데 진행하다 보면 국가에 다 뺏긴다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다만 재초환과 기부채납은 법으로 규정된 것이어서 시장의 권한은 아닌 만큼 오 시장은 부동산 문제와 관련, 국민의힘과 적극 협력할 방침이다.
오 시장은 지난 4월 11일 국민의힘과 함께 가진 부동산 회의에서 각종 규제와 세금 등에 대해 당과 공조하자고 제안했다. 오 시장은 “서울시 혼자만의 힘으로 해결하기 힘든 게 많다”고 협조를 요청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은 “오 시장과 함께 부동산 정책 바로잡기에 협력하겠다”며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설득에 나설 뜻을 밝혔다. 당은 이날 국회 국토위와 당 부동산시장정상화특위 등을 통해 부동산 입법을 위해 노력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미 용적률 상향, 분양가상한제 폐지, 공시가격 제도 개선, 종합부동산세법 개정, 양도소득세 중과제도 폐지 등에 대해서는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의 법안 발의가 있었다”며 “정부와 서울시의회의 전향적 협조를 촉구한다”고 했다.
[박스 2] 40년 넘은 아파트가 재건축이 되지 않는 이유 지어진 지 40년이 넘는 강남 일부 지역의 대단지 아파트들은 녹물 등 노후한 시설과 주차공간 부족 등으로 생활 편의성이 크게 떨어진다. 재건축은 재개발과 달리 일정 요건을 갖춘 후 소유주(조합원)들의 합의만 있으면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아파트가 재건축을 하지 못하는 것은 안전요건이나 규제 등을 통과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정부의 과도한 이익환수 및 규제 때문에 재건축에 동의하지 않는 주민들이 많기 때문이다. 공동주택 등 건물을 허물고 다시 짓는 재건축은 정비기반시설이 열악한 낙후지역을 밀고 새로운 주거환경을 만드는 재개발과 달리 소유주들의 의견과 합의가 가장 중요하다.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재개발은 정부의 토지매입과 보상 등이 연결되기 때문에 상당 부분 공공 주도로 하게 되지만, 재건축은 소유주와 건설사까지 모두 민간 주도로 하는 게 일반적이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재건축을 강하게 규제하고 있다. 대표적인 제도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와 분양가상한제다. 노무현 정부에서 만들어진 재초환 제도와 분양가상한제는 한동안 보수정권에서 시행되지 않다가 문재인 정부 들어 강화됐다. 문재인 정부는 이에 덧붙여 재건축 조합원이라도 2년간 실거주를 하지 않으면 입주권을 받을 수 없도록 ‘실거주 2년 의무’ 법령도 신설했다. 사실상 ‘재건축으로 강남에 수십억원대 아파트가 새로 생기는 꼴을 두고 볼 수 없다’는 뜻으로 읽힌다. 재초환은 개발이익의 50%를 정부가 개발부담금으로 환수하는 제도다. 사유재산을 침해한다는 위헌 논란이 있었지만 2006년 통과된 후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재건축 사업이 거의 없었고, 사실상 시행이 되지 못하면서 큰 논란이 되지 못했다. 보수정권 시절인 2012년부터 2017년까지는 관련법 개정으로 재초환이 한시적으로 중단됐고 그 시기에 많은 재건축이 이뤄졌다. 이를 문재인 정부에서 다시 시행, 강화한 것이다. 재건축 아파트 소유주 입장에서는 현재 용적률로 재건축을 진행하고 재초환과 분양가상한제를 모두 적용받으면, 내 집에 내 돈(분담금)을 들여 재건축을 해도 이익을 거의 얻을 수 없는 형편이다. 또 재건축 조건에 일부 땅을 지자체에 기부하게 하는 기부채납과 단지 내 임대주택 의무건설 등 사유재산을 침해하는 조건이 계속 추가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재건축 기간 거주할 집을 구하는 부담 등을 생각하면 소유주는 섣불리 재건축에 동의할 수 없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부는 재건축과 재개발을 활성화해 주택을 공급하겠다면서도 ‘공공 주도’라는 전제조건을 붙이고 있다. LH나 SH가 건설하게 하고 임대주택 비율을 늘리는 식이다. 공공재건축의 경우 초과이익의 무려 90%를 환수한다. 이런 재건축 조건에 조합원들이 찬성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애초 조합원이 주도하는 재건축에 ‘공공’이라는 단어를 전제로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초구 한 재건축 아파트의 조합원은 “솔직히 다들 정권 바뀌기만 기다리는 것 아니냐”며 “박근혜 정부 시절처럼 한시적으로 재초환을 풀어주거나 용적률을 높여 조합원의 수익을 올려주는 쪽으로 정책이 바뀌면 조합원들의 재건축 의지가 높아질 것이고 속도는 훨씬 빨라질 것”이라고 했다. 용적률을 높이겠다는 오 시장에 기대를 걸고 있는 재건축 관계자들이 많은 이유다. |
그 밖의 부동산 관련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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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4일 오세훈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재건축 대상인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아파트를 방문해 관계자들과 노후된 시설을 살펴보고 있다. |
토지거래허가제는 정부 협조 없이 서울시 자체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만큼 신속히 진행될 전망이다. 오 시장 입장에서는 재건축과 재개발이 활성화되면 당분간 집값이 크게 오를 것으로 보이지만 토지거래허가제를 이용해 집값을 잡을 수 있어 이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또 주택 18만5000호 공급을 공약했던 오 시장은 재건축 외의 주택 공급 방안으로 상생주택과 모아주택을 검토하고 있다. 상생주택은 민간 소유 토지를 임차해 서울시가 장기전세주택 7만 호를 짓는다는 구상이다. 민간에 최소 20년 토지 임차료를 지급하고 재산세 감면 등 세제 혜택을 주며, 용도지역 변경 및 용적률 상향 같은 인센티브를 제공해 민간 토지 소유자들의 협조를 이끌어내겠다는 것이다. 모아주택은 500~3000㎡ 소형 재건축 사업으로 규제를 한시 완화해 재건축을 신속하게 하도록 하는 것이다.
한편 오 시장이 강남북 균형발전을 내세운 만큼 강남의 재건축과 더불어 강북의 재개발 및 재건축에도 기대감이 실리고 있다. 오 시장이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어느 정도 완화하겠다고 밝히면서 안전진단 단계인 강북의 재건축 단지들도 속도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오 시장은 선거기간 노원구 상계동을 지목해 “안전진단을 지연시켜 재건축이 늦어진 대표적인 곳”이라며 “안전진단 기준을 완화해 빠른 시일 내에 안전진단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한 바 있다. 안전진단 평가의 승인권자가 사실상 지자체인 만큼 서울시가 안전진단을 좀 더 빠르게 승인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다. 양천구 목동아파트 일부 단지도 안전진단 단계여서 오 시장 취임 후 재건축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한강 변 35층 층수 규제가 풀리면 대규모 개발을 계획하고 있는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개발도 속도를 낼 수 있다.
한편 오 시장은 무주택자를 위한 공격적인 주택 공급 정책과 더불어 유(有)주택자를 위해서는 세금 감면 정책을 추진한다. 최근 몇 년간 집값이 크게 오르고 공시가격 비율이 오르면서 재산세와 종부세 등이 몇 배씩 올라 고통받는 시민들을 위해서다.
특히 1주택 은퇴자들의 고통이 심한데, 오 시장은 선거기간 무소득 1주택자의 재산세를 감면한다는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재산세는 최초 징수액의 50%는 서울시, 50%는 각 구에서 징수하는 만큼 시와 구가 이를 조정할 수 있다. 실제로 서초구는 지난해에 관내 9억원 이하 주택 보유자의 재산세를 50% 감면, 환급하기로 한 바 있다. 당시 서울시가 소송을 제기하면서 중단된 상태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서울시와 서초구 등이 선제적으로 재산세 감면을 추진하면 민심과 여론의 추이에 따라 재산세 감면이 서울 전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부동산세 관련법 개정도 추진한다. 오 시장은 국민의힘과 협의 과정에서 종합부동산세 및 재산세 완화 관련 법안을 ‘국민의힘 서울시 지원 1호 법안’으로 정했다. 1호 법안은 종합부동산 세법을 개정해 과세 기준을 현행 9억원에서 상향 조정하고, 재산세는 9억원 이하 1주택을 보유한 가구에 감면 혜택을 준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 후 관련 법안 통과를 위해 여당과 논의할 계획이다.
“시장 혼자서는…”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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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4월 8일 서울시의회를 방문해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오른쪽)을 만나고 있다. 용적률 상향 등 서울시 조례 개정은 시의회의 의결이 필요하다. |
또 재건축 사업 제안과 인허가 등 행정 절차는 대부분 구청에서 이뤄지는데, 서울 25개 구 중 24개 구의 구청장이 민주당 소속이라 실무선에서 재건축 진행이 지지부진해질 수 있다. 서울시 측은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것은 정부와 같은 목표인 만큼 계속 정부와 여당을 설득해나가야 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대체로 “현실적으로 볼 때 서울의 부동산 정책이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 같다”면서 “하지만 당분간 재건축 기대감으로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용적률 상향과 규제 완화가 실제로 시행되든 안 되든 시장에는 기대감이 반영된다는 것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민간 재건축이 좀 더 활기를 띠게 될 전망이지만, 그 기대감으로 시장이 단기적으로 과열될 가능성이 있어 그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오 시장이 지지자들의 바람대로 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집값을 안정시킬지, 반대편의 비판처럼 “서울을 공사판으로 만들고 강남 집값만 더 올리게” 만들지 아직 판단하기는 이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