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기업 부실을 국민 세금으로 메우는 구조
⊙ 산은·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의 총부채, 2019년 전년보다 5% 이상 늘어
⊙ 문재인 정부는 ‘재정만능주의’와 ‘규제만능주의’
趙慶燁
1963년생. 텍사스주립대학(오스틴) 경제학 박사 /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조정실장, 국회예산정책처 세입세제분석팀장 역임. 現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 산은·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의 총부채, 2019년 전년보다 5% 이상 늘어
⊙ 문재인 정부는 ‘재정만능주의’와 ‘규제만능주의’
趙慶燁
1963년생. 텍사스주립대학(오스틴) 경제학 박사 /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조정실장, 국회예산정책처 세입세제분석팀장 역임. 現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한국전력의 적자 폭이 커지고 있다. 2019년 5월 20일, ‘한전 소액주주 행동’ 소속 회원들이 서울 서초구 한전 강남지사 앞에서 김종갑 한전 사장 사퇴와 탈원전 정책 폐기를 촉구하는 집회를 하는 모습.
그동안 암묵적으로 지켜왔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 40%가 현(現) 정부 3년 만에 초과해 문재인(文在寅)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오는 2022년에는 GDP 대비 55%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부 정책을 대신하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공기업 부채는 GDP 대비 21%로, 공기업 부채를 보고하는 OECD 7개국 중에 가장 높다. 매년 국민 세금으로 적자를 보전(補塡)해줘야 하는 군인・공무원 연금의 충당부채는 49.6%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필자는 1989~2018년 OECD 국가들의 자료를 바탕으로 개방경제, 비(非)기축통화국, 기축통화국, 소득 수준이 높은 선진국을 분류해 적정 국가채무 비율을 추정했다. 분석에 따르면 경제성장과 국가채무는 ‘역U자형 관계’에 있다. 소국개방경제의 적정 국가채무 비율은 41.5~45%로 추정되고, 비기축 통화국의 적정 비율은 37.9~38.7%로 추정된다. 우리나라는 기축통화국이 아니면서 대외 의존도가 높은 나라에 속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암묵적으로 지켜왔던 40%가 적정 국가채무 비율로 추정된다.
미국, 일본, 영국 등 기축통화국은 아무리 빚이 많아도 발권력을 동원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반면 비기축통화국인 우리나라가 기축통화국 수준으로 국가채무 비율을 유지할 경우 외화유출, 초인플레이션 등의 부작용으로 국가채무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유럽연합은 유로화가 국제통화로 인정을 받고 있고, 일본은 미국과 무제한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고 있어서 이런 특권을 미국과 공유하고 있다. 우리는 이런 특권이 없기 때문에 국가채무 비율을 기축통화국과 직접 비교하고 재정 지출을 확대할 여유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매우 심각한 정책적 오류다. 한국과 같이 비기축통화국이 발권력을 동원해 국채를 발행할 경우 초인플레이션과 외화유출이라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국채발행 자체가 불가능 시점으로 몰리게 된다. 국가 신용도가 떨어지고 환율이 불안해지면서 자국 화폐와 국채는 외국 투자자로부터 기피 대상이 되기 십상이다. 이는 그리스 사태에서 엿볼 수 있다.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그리스의 공통점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그리스 등 국가부도 위기에 직면한 국가들은 몇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경제의 기초체력과 세입(稅入) 기반은 약한데 재정은 방만하게 운용되고, 만성적인 경상수지 적자로 인해 높은 민간부채에 직면한다는 사실이다.
국가의 세입은 약한데, 인기 영합적인 복지 지출과 국책 사업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 재정 적자는 일상화돼 있다.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채를 발행하지만 부채에 시달리는 가계와 기업은 국채를 사줄 여유가 없어서 외채에 의존한 국가채무가 급속히 늘었다. 외채 비중이 높아지면 작은 충격에도 자금이 회수되는 일이 잦아지고, 결국에는 높은 이자율에도 불구하고 위험성 높은 국채를 사주는 곳이 없다. 국내는 물론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재원 조달이 막히면 화폐 발행으로 위기를 모면하려 하게 된다. 하지만 실물경제의 뒷받침이 없는 화폐 발행의 결과는 하이퍼인플레이션과 환율 급등을 불러온다. 결국 국가부도에 직면하게 된다. 이것이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가 겪은 일이다.
또 우리나라의 경제는 대외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국가채무 비율을 낮게 유지해야 한다. 세입 기반이 탄탄하고, 국민 저축률이 높고,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는 나라는 해외 자본에 대한 의존도가 낮다. 따라서 국가채무 비율이 높아도 국가채무 위기가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대외 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국내외 환경변화에 따라 수출입 변동성과 경상수지 적자의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이런 불확실성에 대비해 대외 의존도가 낮은 나라보다 국가채무 비율을 낮게 유지하는 경향을 보인다. 수출입 비중이 GDP 규모의 거의 4배에 가까운 룩셈부르크의 국가채무 비율은 29%에 불과하고, 에스토니아는 12.7%로 국가채무 비율을 아주 낮게 유지하고 있다. 체코,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스위스, 아이슬란드 등은 모두 40% 내외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에 따라 40% 미만을 유지해왔다.
코로나19 이전부터 내리막을 걷던 한국 경제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이런 징후가 우리나라에서도 포착되고 있었다. 반(反)기업, 친(親)노조 정책, 갈라파고스적인 높은 규제, 마차가 말을 끈다는 소득주도 정책 등으로 기업들은 매출 하락, 수출 부진, 자금난에 직면했다. 고용 감소와 소득 감소로 인해 빚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가계가 늘면서 국가부채는 위기 단계로 치닫고 있었다. 경제의 기초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박근혜 정부의 증세(增稅) 정책으로 4년간 이어져온 세수 호황도 끝나고 대규모의 세수 결손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가고 있었다.
여기에 코로나19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세 차례에 걸쳐 역대 최대 규모의 추경을 편성하면서 국가채무는 841조2000억원으로 1년 만에 111조원이 늘 전망이다. 가계부채는 1827조원, 비(非)금융 기업부채는 1954조원을 기록해 총 국가부채는 4539조원으로 GDP 대비 237.2%를 기록했다. BIS(국제결제은행)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가부채는 주요 43개국 중 네 번째로 빠르게 증가해 신용갭이 7%까지 벌어져 국가 신용이 ‘주의’ 단계로 떨어졌다.
정책 실패를 재정으로 메우려는 재정만능주의가 지속되면서 재정건전성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지만 이를 견제할 국회의 기능은 마비되고, 오히려 정부는 더 많은 재정 지출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스 연평균 국가채무 증가율보다 높아

우리나라의 국가채무(D2)는 OECD 34개국 중 30위로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인 것으로 평가되지만 증가속도는 라트비아, 슬로베니아, 영국에 이에 네번째로 빨라 국가채무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림1〉에서 보듯이 우리나라 국가채무 비율은 OECD 34개국 중 30위를 기록해 다른 선진국에 비해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그림2〉에서 보듯이 2000년부터 2018년까지 우리나라의 국가채무 비율은 연평균 4.4%씩 증가해 라트비아 6.3%, 슬로베니아 5.0%, 영국 4.9%에 이어 4위다. 이는 재정 위기 국가로 꼽히는 그리스의 연평균 증가율 3.1%, 이탈리아 1.2%, 포르투갈 4.0%, 일본 2.9%보다 훨씬 빠르다. 국가채무 관리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소리다.
대부분의 나라는 경제 위기 때 국가채무가 급증한 후에 재정건전성을 회복하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국가채무가 늘어난다. 이는 곧 국가의 재정 위기와 장기 저성장으로 나타난다. 대표적인 나라가 그리스, 이탈리아, 포르투갈이다. 이런 나라는 위기 후에도 국가채무가 지속적으로 늘었다.
공공부채 부문 포함해서 다른 국가와 비교해야
우리나라 부채 통계는 포괄 범위에 따라 국가채무(D1), 일반정부채무(D2), 공공부문부채(D3)로 분류・관리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가부채(2018년 기준)는 현금주의로 산출되는 국가채무 680조5000억원(GDP 대비 35.9%) 외에 비영리 공공기관 부채를 포함한 일반정부채무(D2) 759조7000억원(40.1%), 비금융 공기업 부채를 추가로 포함한 공공부문부채(D3)가 1078조원에 달하고 여기에 연금충당부채 939조9000억원을 포함하면 2017조9000억원으로 GDP 대비 106.5%에 달한다.
OECD와 유럽연합 회원국들은 모두 IMF에서 2014년에 개정한 정부재정통계(GFS) 기준을 적용해 공기업 적자나 공적연금 충당금 등도 국가부채에 포함해 관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IMF가 1986년에 제정한 협의의 국가채무 개념을 따르고 있는데, IMF의 2014년 기준에 따라서 21개 공공기관 관리기금과 공무원연금 등 연금충당부채까지 포함하는 재무제표상의 부채를 가지고 비교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재무제표상의 부채에는 21개 공공기관 관리기금의 차입금과 공채발행액과 공무원·군인의 연금충당부채, 공무원 퇴직충당부채, 주택도시기금 청약저축 등 발생주의 회계로 작성되는 비확정 부채가 포함된다.
우리나라의 공기업 부채는 정부의 국책사업을 대신하다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공기업의 부실이 현실화되면 일반 국민의 세금 투입이 불가피하다. 또 군인연금과 공무원연금은 특수직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덜 내고 더 받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매년 적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소리다. 또 이 적자는 매년 국민 세금으로 보전해왔다. 공무원과 군인 연금의 당기 적자는 3조8000억원(2016년)에서 매년 증가해 2030년에는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GDP 대비 비금융 공기업 부채 비중은 주요국에 비해 현저히 높은 수준이다. 또 최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탈원전 등 공기업을 통해 정부 정책을 실현하면서 공기업 부채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탈원전으로 한전 순손실 2조3000억원(2019년)
공공기관의 부채 총액은 525조1000억원(2019년)인데, 이는 전년보다 무려 21조4000억원(4.2%)이 늘어난 수치다. 탈원전 정책으로 한국전력공사의 2019년 당기순손실은 2조3000억원,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순손실은 3조9000억원에 달한다. 한국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중소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의 2019년 총부채는 608조2000억원으로 전년보다 37조2000억원이나 늘었다. 비금융 공기업 부채는 20.5%(2018년 기준)로 OECD 국가 중에 가장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비금융성 공기업의 부채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일본이 16.4%(2018년 기준), 캐나다가 8.8%이며 호주는 8.3%에 불과하다. 7개국의 평균이 9.7%인데, 우리나라만 홀로 20.5%인 것이다.
과거 공기업의 비중이 높았던 영국은 대처 총리의 민영화 정책으로 공기업 수가 대폭 줄어들면서 공기업 부채 비중이 GDP 대비 1.3%(2018년 기준)에 그치고 있다. 우리나라의 확정부채는 GDP 대비 49.6%에 달해 확정부채를 보고하는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는 공공부채의 ‘D1’과 충당부채를 합친 ‘D4’와의 차이가 70.6%에 달해 주요 선진국에 비해 30%포인트 이상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OECD 자료에 따르면 확정부채 비율(D4・D3)이 가장 높은 나라는 미국으로 31.2%다. 우리나라의 확정부채는 49.6%에 달해 미국보다 18.4%나 높다. 이는 연금충당 부채와 같이 정부가 보증하는 국가채무가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의미다.⊙
인터뷰 |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재정준칙을 법으로 정해야 한다”
정혜연 기자
― 국가부채를 얘기할 때 국가채무 외에 공공부문 부채(공기업 등)까지 포함시켜야 하는 이유가 뭡니까.
“공기업의 부채는 방만한 경영도 원인 중의 하나지만 무엇보다 국책사업을 대신하다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탈원전 정책과 신(新)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으로 한국전력과 발전 자회사의 부채가 지난 한 해 동안 14조6000억원 늘었습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의 경우는 현(現) 정부의 주거복지 정책으로 인해 3조원이나 늘어났습니다. 한국석유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 등 현재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는 공기업들도 정부 정책이 원인이었습니다.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이라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상환하기 어려운 공기업들이 사채를 발행하고 있는 이유는 국가가 보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공공기관 운용에 관한 법률을 보면 정부가 손실을 보전하는 것으로 명시돼 있습니다. 결국 공기업에 부실이 발생하면 정부 지원이 불가피하고 결국 국민 세금이 투입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공기업 부채도 국가채무에 포함하여 관리해야 하는 것입니다.”
―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서 유독 공기업(공공기관)이 많다고 합니다. 왜 그렇습니까.
“사회간접자본(SOC)은 국가 성장의 중요한 생산요소이면서 국민의 후생을 증대시킬 수 있는 중요한 공공서비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세계 각국은 SOC 확충을 위해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했습니다. 우리나라도 1960~70년대 도로, 철도, 에너지 인프라 등에 막대한 재정을 투입했고, 관련 공기업들도 생겨났습니다. 공기업은 개발시대에 ‘규모의 경제’(생산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생산비용이 낮아지는 효과)가 작동하면서 국가 발전에 크게 기여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갈수록 규모의 경제는 사라지고 비효율성이 누적되면서 공기업의 민영화 요구가 일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영국,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은 1980년대에 과감하게 공기업의 민영화를 추진하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민간 기업이었으면 벌써 퇴출될 기업들이 생존하고 있고, 갈수록 덩치가 커지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정치권-정부-공기업-노조-국민’ 5대 담합 때문입니다. 정치권은 임기 중 정책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공기업의 기능을 확대하고자 합니다. 주무부처는 공기업 기능을 통해 부처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퇴임 후 자리를 확보하고자 합니다. 공기업 역시 사업 확대에 따라 예산과 조직을 늘리면 승진이 빨라질 거라 믿고 있습니다. 국민과 기업도 사업 확대에 따라 하청 및 고용의 기회가 증가하는 사업수혜자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담합구조로 인해 공기업은 점점 커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미래 세대로 돌아갈 것입니다.”
― 한국전력 등 공기업이 부실해질 경우에 그 회사의 경영진이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닙니까. 왜 일반 국민의 세금이 공기업 손실을 메우는 데 사용되어야 합니까.
“공기업의 책임소재를 가리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국책사업을 대신하거나, 정부의 규제로 공공요금을 원가보다 낮게 유지하면서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낮은 요금으로 수혜를 받다 보니 대다수 국민이 공기업의 민영화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또 정치권, 주무부처, 공기업, 국민 모두가 잘못된 사업 결정이나 방만한 경영으로 손실이 발생해도 관대한 것 같습니다.”
― 공기업을 일반 사기업처럼 효율적으로 운영하면 안 됩니까. 적어도 손실은 보지 않을 정도로 운영하면 세금을 투입하지 않아도 되지 않습니까.
“공기업 특성상 스스로 경쟁을 도입해 원가를 절감할 유인은 없고, 오히려 조직과 예산을 확대할 유인이 많습니다. 특히 경영진과 노조 사이의 담합에 의해 방만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적자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성과급을 지급하거나 채용비리, 입찰비리 등 공기업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입니다. 여기에 정부의 간섭과 규제가 겹치면서 현재 공기업 부채가 500조원을 넘는 결과를 가져온 것입니다.”
군인, 공무원에게 줘야 하는 연금부채는 심각한 수준
― 군인연금, 공무원연금이 국가부채에 포함돼야 하는 것이 선뜻 이해되지 않습니다. 왜 광의의 국가부채에 포함이 됩니까.
“군인연금과 공무원연금은 특수직에 대한 보상 차원으로 ‘덜 내고 더 주는 구조’로 설계돼 있어 매년 적자 폭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의 지급보증을 법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의 지원 규모도 매년 늘어나고 있습니다. 정부 지원이 결국 국민 세금으로부터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국가채무에 포함해서 관리해야 하는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연금도 정부가 지급을 보증하겠다고 하고 있으니 이렇게 되면 연금충당부채는 앞으로 심각한 문제로 대두될 것입니다.”
― 지금과 같이 공무원을 매년 증원할 경우에 군인연금, 공무원연금과 같은 공적 연금 적자가 계속 늘어나는 것입니까.
“공무원 1만7400명을 채용하겠다는 것이 현 정부의 대선 공약입니다. 공무원을 추가 채용하는 경우, 향후 퇴직 시까지 추가되는 인건비 및 연금기여금(10%)과 퇴직 후 공무원연금을 부담하게 되어 미래 재정건전성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신규 채용 공무원이 정년까지 모두 근무한다고 가정하면 소요재원이 25조~28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 산은,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의 부채도 국가부채로 잡아야 하는 이유는 뭡니까.
“금융 기업은 예금 등이 부채로 인식되는데 이 부채를 활용해 대출, 투자 등 금융활동을 수행하기 때문에 비금융 기업의 부채와는 성격이 다른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산업은행 등 금융공기업이 유동성 위기에 빠진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회사채를 사들이거나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의 대출에 대한 보증을 해주었습니다. 결국 매우 위험성이 높은 곳에 투자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산업은행 등 금융 공기업이 이런 위험투자를 할 수 있는 것은 손실이 발생하면 정부가 지급을 보증하겠다는 것이 법으로 규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금융 공기업이 부실화되면 정부가 의무적으로 지원해야 하고, 결국 국민 세금으로 충당해야 한다면 당연히 국가채무로 잡고 관리해야 하는 것입니다.”
― 우리나라 비금융 공기업 부채가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것으로 추정되는 이유가 뭡니까.
“영국, 미국 등 대부분의 선진국은 공기업 민영화로 공기업이 거의 없는 상태입니다. 공기업이 상대적으로 많은 캐나다, 일본, 호주 등도 민영화에 동참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더욱이 공기업을 통해 국책사업을 벌이거나 공공요금을 규제하는 등의 정부의 간섭이 상대적으로 우리가 많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 유공, 담배인삼공사, 한국이동통신 등에서 봤듯이 공기업의 민영화는 1970년대 이후에 세계적인 흐름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에 따르자면, 현재의 많은 공기업이 민영화 절차를 밟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 과거 공기업 비중이 높았던 영국이 대처 총리의 민영화 정책으로 공기업 수가 줄고, 따라서 부채도 줄었다고 합니다.
“과거처럼 SOC가 부족한 상황도 아니고 규모의 경제도 이제 작동하지 않는 상황입니다. 공기업의 사업과 기능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 공공부문의 역할을 전반적으로 축소하는 개혁이 단행돼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기업이 독점하고 있는 시장에 경쟁을 도입하거나 민영화를 통해서 민간으로 기능을 완전히 이전해야 합니다.
그러나 앞서 말씀드렸듯이 우리나라는 정치권-정부-공기업-노조-국민의 담합으로 공기업의 민영화가 매우 힘든 상황입니다. 공기업이 민영화되면 공공요금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거라고 잘못 믿는 국민이 많은 것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현 정부처럼 민간보다는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는 정부에서 민영화는 더욱 어려운 상황입니다.
영국과 미국에서 민영화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대처 총리와 레이건 대통령처럼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국민들을 설득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진 지도자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불행히도 우리는 아직 그런 지도자를 갖지 못한 것 같습니다.”
― 국가채무 비율이 46%를 넘어선 상황에서 재정 건전성 회복을 위해서 급히 해야 할 일은 무엇입니까.
“현 정부엔 ‘절제의 유전자’는 없는 듯합니다. 정책 부작용을 재정으로 메우거나 규제로 해결하려는 ‘재정만능주의’와 ‘규제만능주의’로 국가채무는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시장은 꼬일 대로 꼬여가고 있습니다. 정부 스스로 줄이지 못한다면 법으로 이를 막아야 합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나라가 재정준칙을 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재정준칙을 보면 임기 내에 마음껏 쓰고 다음 정부부터 재정 건전화를 위해 노력하라는 것 아닙니까. 내로남불도 이런 내로남불이 없습니다. 법적 구속력이 있는 재정준칙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국가채무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나라보다 우리나라가 낮다든지, 아직 국가채무를 늘릴 여유가 있다는 식의 막연한 낙관론에 빠져 우리 경제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국가채무가 늘어날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통계를 투명하고 정확하게 작성해야 하며, 통계를 편의적으로 해석하는 일이 없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잘못된 정책을 전면 수정하고 규제개혁・노동개혁을 통해 국내 투자환경을 개선하고, 경제의 기초체력을 튼튼히 해서 재정이 투입될 여지를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 국가의 부채가 늘어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국채 발행이 글로벌 신용도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까.
“국가 신용도는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서 결정되지만, 국가채무가 급증하고 경제 기반이 약화되면 국가 신용도는 급격히 하락할 수 있습니다. ‘영끌 투자’(영혼까지 끌어 모아서 투자)와 ‘빚투’(빚으로 투자)가 유행하면서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있고, 3년 연속 돈을 벌어 이자도 못 갚는 한계기업이 늘어나면서 기업부채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정부・가계・기업의 부채를 합치면 5000조원이 넘습니다.
국제결제은행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가부채가 주요 43개국 중 네 번째로 빠르게 증가하면서 ‘신용주의’ 단계로 떨어졌습니다. 최근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가 우리나라 신용등급을 유지하면서도 부채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고 있습니다. 민간의 부채 부실이 국가채무 급증으로 이어지고 국가부도로 치닫는 사례가 너무 많았기 때문에 정부부채는 물론 민간의 부채 관리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입니다. 어디서 시한폭탄이 터질지 모를 정도로 정부, 가계, 기업 할 것 없이 부채의 취약성이 한계점에 달하고 있습니다.”⊙
필자는 1989~2018년 OECD 국가들의 자료를 바탕으로 개방경제, 비(非)기축통화국, 기축통화국, 소득 수준이 높은 선진국을 분류해 적정 국가채무 비율을 추정했다. 분석에 따르면 경제성장과 국가채무는 ‘역U자형 관계’에 있다. 소국개방경제의 적정 국가채무 비율은 41.5~45%로 추정되고, 비기축 통화국의 적정 비율은 37.9~38.7%로 추정된다. 우리나라는 기축통화국이 아니면서 대외 의존도가 높은 나라에 속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암묵적으로 지켜왔던 40%가 적정 국가채무 비율로 추정된다.
미국, 일본, 영국 등 기축통화국은 아무리 빚이 많아도 발권력을 동원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반면 비기축통화국인 우리나라가 기축통화국 수준으로 국가채무 비율을 유지할 경우 외화유출, 초인플레이션 등의 부작용으로 국가채무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유럽연합은 유로화가 국제통화로 인정을 받고 있고, 일본은 미국과 무제한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고 있어서 이런 특권을 미국과 공유하고 있다. 우리는 이런 특권이 없기 때문에 국가채무 비율을 기축통화국과 직접 비교하고 재정 지출을 확대할 여유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매우 심각한 정책적 오류다. 한국과 같이 비기축통화국이 발권력을 동원해 국채를 발행할 경우 초인플레이션과 외화유출이라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국채발행 자체가 불가능 시점으로 몰리게 된다. 국가 신용도가 떨어지고 환율이 불안해지면서 자국 화폐와 국채는 외국 투자자로부터 기피 대상이 되기 십상이다. 이는 그리스 사태에서 엿볼 수 있다.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그리스의 공통점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그리스 등 국가부도 위기에 직면한 국가들은 몇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경제의 기초체력과 세입(稅入) 기반은 약한데 재정은 방만하게 운용되고, 만성적인 경상수지 적자로 인해 높은 민간부채에 직면한다는 사실이다.
국가의 세입은 약한데, 인기 영합적인 복지 지출과 국책 사업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 재정 적자는 일상화돼 있다.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채를 발행하지만 부채에 시달리는 가계와 기업은 국채를 사줄 여유가 없어서 외채에 의존한 국가채무가 급속히 늘었다. 외채 비중이 높아지면 작은 충격에도 자금이 회수되는 일이 잦아지고, 결국에는 높은 이자율에도 불구하고 위험성 높은 국채를 사주는 곳이 없다. 국내는 물론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재원 조달이 막히면 화폐 발행으로 위기를 모면하려 하게 된다. 하지만 실물경제의 뒷받침이 없는 화폐 발행의 결과는 하이퍼인플레이션과 환율 급등을 불러온다. 결국 국가부도에 직면하게 된다. 이것이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가 겪은 일이다.
또 우리나라의 경제는 대외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국가채무 비율을 낮게 유지해야 한다. 세입 기반이 탄탄하고, 국민 저축률이 높고,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는 나라는 해외 자본에 대한 의존도가 낮다. 따라서 국가채무 비율이 높아도 국가채무 위기가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대외 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국내외 환경변화에 따라 수출입 변동성과 경상수지 적자의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이런 불확실성에 대비해 대외 의존도가 낮은 나라보다 국가채무 비율을 낮게 유지하는 경향을 보인다. 수출입 비중이 GDP 규모의 거의 4배에 가까운 룩셈부르크의 국가채무 비율은 29%에 불과하고, 에스토니아는 12.7%로 국가채무 비율을 아주 낮게 유지하고 있다. 체코,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스위스, 아이슬란드 등은 모두 40% 내외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에 따라 40% 미만을 유지해왔다.
코로나19 이전부터 내리막을 걷던 한국 경제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이런 징후가 우리나라에서도 포착되고 있었다. 반(反)기업, 친(親)노조 정책, 갈라파고스적인 높은 규제, 마차가 말을 끈다는 소득주도 정책 등으로 기업들은 매출 하락, 수출 부진, 자금난에 직면했다. 고용 감소와 소득 감소로 인해 빚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가계가 늘면서 국가부채는 위기 단계로 치닫고 있었다. 경제의 기초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박근혜 정부의 증세(增稅) 정책으로 4년간 이어져온 세수 호황도 끝나고 대규모의 세수 결손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가고 있었다.
여기에 코로나19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세 차례에 걸쳐 역대 최대 규모의 추경을 편성하면서 국가채무는 841조2000억원으로 1년 만에 111조원이 늘 전망이다. 가계부채는 1827조원, 비(非)금융 기업부채는 1954조원을 기록해 총 국가부채는 4539조원으로 GDP 대비 237.2%를 기록했다. BIS(국제결제은행)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가부채는 주요 43개국 중 네 번째로 빠르게 증가해 신용갭이 7%까지 벌어져 국가 신용이 ‘주의’ 단계로 떨어졌다.
정책 실패를 재정으로 메우려는 재정만능주의가 지속되면서 재정건전성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지만 이를 견제할 국회의 기능은 마비되고, 오히려 정부는 더 많은 재정 지출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스 연평균 국가채무 증가율보다 높아

우리나라의 국가채무(D2)는 OECD 34개국 중 30위로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인 것으로 평가되지만 증가속도는 라트비아, 슬로베니아, 영국에 이에 네번째로 빨라 국가채무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림1〉에서 보듯이 우리나라 국가채무 비율은 OECD 34개국 중 30위를 기록해 다른 선진국에 비해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그림2〉에서 보듯이 2000년부터 2018년까지 우리나라의 국가채무 비율은 연평균 4.4%씩 증가해 라트비아 6.3%, 슬로베니아 5.0%, 영국 4.9%에 이어 4위다. 이는 재정 위기 국가로 꼽히는 그리스의 연평균 증가율 3.1%, 이탈리아 1.2%, 포르투갈 4.0%, 일본 2.9%보다 훨씬 빠르다. 국가채무 관리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소리다.
대부분의 나라는 경제 위기 때 국가채무가 급증한 후에 재정건전성을 회복하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국가채무가 늘어난다. 이는 곧 국가의 재정 위기와 장기 저성장으로 나타난다. 대표적인 나라가 그리스, 이탈리아, 포르투갈이다. 이런 나라는 위기 후에도 국가채무가 지속적으로 늘었다.
우리나라 부채 통계는 포괄 범위에 따라 국가채무(D1), 일반정부채무(D2), 공공부문부채(D3)로 분류・관리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가부채(2018년 기준)는 현금주의로 산출되는 국가채무 680조5000억원(GDP 대비 35.9%) 외에 비영리 공공기관 부채를 포함한 일반정부채무(D2) 759조7000억원(40.1%), 비금융 공기업 부채를 추가로 포함한 공공부문부채(D3)가 1078조원에 달하고 여기에 연금충당부채 939조9000억원을 포함하면 2017조9000억원으로 GDP 대비 106.5%에 달한다.
OECD와 유럽연합 회원국들은 모두 IMF에서 2014년에 개정한 정부재정통계(GFS) 기준을 적용해 공기업 적자나 공적연금 충당금 등도 국가부채에 포함해 관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IMF가 1986년에 제정한 협의의 국가채무 개념을 따르고 있는데, IMF의 2014년 기준에 따라서 21개 공공기관 관리기금과 공무원연금 등 연금충당부채까지 포함하는 재무제표상의 부채를 가지고 비교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재무제표상의 부채에는 21개 공공기관 관리기금의 차입금과 공채발행액과 공무원·군인의 연금충당부채, 공무원 퇴직충당부채, 주택도시기금 청약저축 등 발생주의 회계로 작성되는 비확정 부채가 포함된다.
우리나라의 공기업 부채는 정부의 국책사업을 대신하다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공기업의 부실이 현실화되면 일반 국민의 세금 투입이 불가피하다. 또 군인연금과 공무원연금은 특수직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덜 내고 더 받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매년 적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소리다. 또 이 적자는 매년 국민 세금으로 보전해왔다. 공무원과 군인 연금의 당기 적자는 3조8000억원(2016년)에서 매년 증가해 2030년에는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GDP 대비 비금융 공기업 부채 비중은 주요국에 비해 현저히 높은 수준이다. 또 최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탈원전 등 공기업을 통해 정부 정책을 실현하면서 공기업 부채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탈원전으로 한전 순손실 2조3000억원(2019년)
공공기관의 부채 총액은 525조1000억원(2019년)인데, 이는 전년보다 무려 21조4000억원(4.2%)이 늘어난 수치다. 탈원전 정책으로 한국전력공사의 2019년 당기순손실은 2조3000억원,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순손실은 3조9000억원에 달한다. 한국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중소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의 2019년 총부채는 608조2000억원으로 전년보다 37조2000억원이나 늘었다. 비금융 공기업 부채는 20.5%(2018년 기준)로 OECD 국가 중에 가장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비금융성 공기업의 부채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일본이 16.4%(2018년 기준), 캐나다가 8.8%이며 호주는 8.3%에 불과하다. 7개국의 평균이 9.7%인데, 우리나라만 홀로 20.5%인 것이다.
과거 공기업의 비중이 높았던 영국은 대처 총리의 민영화 정책으로 공기업 수가 대폭 줄어들면서 공기업 부채 비중이 GDP 대비 1.3%(2018년 기준)에 그치고 있다. 우리나라의 확정부채는 GDP 대비 49.6%에 달해 확정부채를 보고하는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는 공공부채의 ‘D1’과 충당부채를 합친 ‘D4’와의 차이가 70.6%에 달해 주요 선진국에 비해 30%포인트 이상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OECD 자료에 따르면 확정부채 비율(D4・D3)이 가장 높은 나라는 미국으로 31.2%다. 우리나라의 확정부채는 49.6%에 달해 미국보다 18.4%나 높다. 이는 연금충당 부채와 같이 정부가 보증하는 국가채무가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의미다.⊙
인터뷰 |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재정준칙을 법으로 정해야 한다”
정혜연 기자

“공기업의 부채는 방만한 경영도 원인 중의 하나지만 무엇보다 국책사업을 대신하다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탈원전 정책과 신(新)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으로 한국전력과 발전 자회사의 부채가 지난 한 해 동안 14조6000억원 늘었습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의 경우는 현(現) 정부의 주거복지 정책으로 인해 3조원이나 늘어났습니다. 한국석유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 등 현재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는 공기업들도 정부 정책이 원인이었습니다.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이라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상환하기 어려운 공기업들이 사채를 발행하고 있는 이유는 국가가 보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공공기관 운용에 관한 법률을 보면 정부가 손실을 보전하는 것으로 명시돼 있습니다. 결국 공기업에 부실이 발생하면 정부 지원이 불가피하고 결국 국민 세금이 투입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공기업 부채도 국가채무에 포함하여 관리해야 하는 것입니다.”
―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서 유독 공기업(공공기관)이 많다고 합니다. 왜 그렇습니까.
“사회간접자본(SOC)은 국가 성장의 중요한 생산요소이면서 국민의 후생을 증대시킬 수 있는 중요한 공공서비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세계 각국은 SOC 확충을 위해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했습니다. 우리나라도 1960~70년대 도로, 철도, 에너지 인프라 등에 막대한 재정을 투입했고, 관련 공기업들도 생겨났습니다. 공기업은 개발시대에 ‘규모의 경제’(생산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생산비용이 낮아지는 효과)가 작동하면서 국가 발전에 크게 기여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갈수록 규모의 경제는 사라지고 비효율성이 누적되면서 공기업의 민영화 요구가 일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영국,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은 1980년대에 과감하게 공기업의 민영화를 추진하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민간 기업이었으면 벌써 퇴출될 기업들이 생존하고 있고, 갈수록 덩치가 커지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정치권-정부-공기업-노조-국민’ 5대 담합 때문입니다. 정치권은 임기 중 정책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공기업의 기능을 확대하고자 합니다. 주무부처는 공기업 기능을 통해 부처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퇴임 후 자리를 확보하고자 합니다. 공기업 역시 사업 확대에 따라 예산과 조직을 늘리면 승진이 빨라질 거라 믿고 있습니다. 국민과 기업도 사업 확대에 따라 하청 및 고용의 기회가 증가하는 사업수혜자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담합구조로 인해 공기업은 점점 커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미래 세대로 돌아갈 것입니다.”
― 한국전력 등 공기업이 부실해질 경우에 그 회사의 경영진이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닙니까. 왜 일반 국민의 세금이 공기업 손실을 메우는 데 사용되어야 합니까.
“공기업의 책임소재를 가리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국책사업을 대신하거나, 정부의 규제로 공공요금을 원가보다 낮게 유지하면서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낮은 요금으로 수혜를 받다 보니 대다수 국민이 공기업의 민영화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또 정치권, 주무부처, 공기업, 국민 모두가 잘못된 사업 결정이나 방만한 경영으로 손실이 발생해도 관대한 것 같습니다.”
― 공기업을 일반 사기업처럼 효율적으로 운영하면 안 됩니까. 적어도 손실은 보지 않을 정도로 운영하면 세금을 투입하지 않아도 되지 않습니까.
“공기업 특성상 스스로 경쟁을 도입해 원가를 절감할 유인은 없고, 오히려 조직과 예산을 확대할 유인이 많습니다. 특히 경영진과 노조 사이의 담합에 의해 방만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적자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성과급을 지급하거나 채용비리, 입찰비리 등 공기업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입니다. 여기에 정부의 간섭과 규제가 겹치면서 현재 공기업 부채가 500조원을 넘는 결과를 가져온 것입니다.”
― 군인연금, 공무원연금이 국가부채에 포함돼야 하는 것이 선뜻 이해되지 않습니다. 왜 광의의 국가부채에 포함이 됩니까.
“군인연금과 공무원연금은 특수직에 대한 보상 차원으로 ‘덜 내고 더 주는 구조’로 설계돼 있어 매년 적자 폭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의 지급보증을 법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의 지원 규모도 매년 늘어나고 있습니다. 정부 지원이 결국 국민 세금으로부터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국가채무에 포함해서 관리해야 하는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연금도 정부가 지급을 보증하겠다고 하고 있으니 이렇게 되면 연금충당부채는 앞으로 심각한 문제로 대두될 것입니다.”
― 지금과 같이 공무원을 매년 증원할 경우에 군인연금, 공무원연금과 같은 공적 연금 적자가 계속 늘어나는 것입니까.
“공무원 1만7400명을 채용하겠다는 것이 현 정부의 대선 공약입니다. 공무원을 추가 채용하는 경우, 향후 퇴직 시까지 추가되는 인건비 및 연금기여금(10%)과 퇴직 후 공무원연금을 부담하게 되어 미래 재정건전성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신규 채용 공무원이 정년까지 모두 근무한다고 가정하면 소요재원이 25조~28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 산은,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의 부채도 국가부채로 잡아야 하는 이유는 뭡니까.
“금융 기업은 예금 등이 부채로 인식되는데 이 부채를 활용해 대출, 투자 등 금융활동을 수행하기 때문에 비금융 기업의 부채와는 성격이 다른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산업은행 등 금융공기업이 유동성 위기에 빠진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회사채를 사들이거나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의 대출에 대한 보증을 해주었습니다. 결국 매우 위험성이 높은 곳에 투자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산업은행 등 금융 공기업이 이런 위험투자를 할 수 있는 것은 손실이 발생하면 정부가 지급을 보증하겠다는 것이 법으로 규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금융 공기업이 부실화되면 정부가 의무적으로 지원해야 하고, 결국 국민 세금으로 충당해야 한다면 당연히 국가채무로 잡고 관리해야 하는 것입니다.”
― 우리나라 비금융 공기업 부채가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것으로 추정되는 이유가 뭡니까.
“영국, 미국 등 대부분의 선진국은 공기업 민영화로 공기업이 거의 없는 상태입니다. 공기업이 상대적으로 많은 캐나다, 일본, 호주 등도 민영화에 동참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더욱이 공기업을 통해 국책사업을 벌이거나 공공요금을 규제하는 등의 정부의 간섭이 상대적으로 우리가 많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 유공, 담배인삼공사, 한국이동통신 등에서 봤듯이 공기업의 민영화는 1970년대 이후에 세계적인 흐름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에 따르자면, 현재의 많은 공기업이 민영화 절차를 밟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 과거 공기업 비중이 높았던 영국이 대처 총리의 민영화 정책으로 공기업 수가 줄고, 따라서 부채도 줄었다고 합니다.
“과거처럼 SOC가 부족한 상황도 아니고 규모의 경제도 이제 작동하지 않는 상황입니다. 공기업의 사업과 기능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 공공부문의 역할을 전반적으로 축소하는 개혁이 단행돼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기업이 독점하고 있는 시장에 경쟁을 도입하거나 민영화를 통해서 민간으로 기능을 완전히 이전해야 합니다.
그러나 앞서 말씀드렸듯이 우리나라는 정치권-정부-공기업-노조-국민의 담합으로 공기업의 민영화가 매우 힘든 상황입니다. 공기업이 민영화되면 공공요금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거라고 잘못 믿는 국민이 많은 것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현 정부처럼 민간보다는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는 정부에서 민영화는 더욱 어려운 상황입니다.
영국과 미국에서 민영화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대처 총리와 레이건 대통령처럼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국민들을 설득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진 지도자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불행히도 우리는 아직 그런 지도자를 갖지 못한 것 같습니다.”
― 국가채무 비율이 46%를 넘어선 상황에서 재정 건전성 회복을 위해서 급히 해야 할 일은 무엇입니까.
“현 정부엔 ‘절제의 유전자’는 없는 듯합니다. 정책 부작용을 재정으로 메우거나 규제로 해결하려는 ‘재정만능주의’와 ‘규제만능주의’로 국가채무는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시장은 꼬일 대로 꼬여가고 있습니다. 정부 스스로 줄이지 못한다면 법으로 이를 막아야 합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나라가 재정준칙을 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재정준칙을 보면 임기 내에 마음껏 쓰고 다음 정부부터 재정 건전화를 위해 노력하라는 것 아닙니까. 내로남불도 이런 내로남불이 없습니다. 법적 구속력이 있는 재정준칙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국가채무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나라보다 우리나라가 낮다든지, 아직 국가채무를 늘릴 여유가 있다는 식의 막연한 낙관론에 빠져 우리 경제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국가채무가 늘어날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통계를 투명하고 정확하게 작성해야 하며, 통계를 편의적으로 해석하는 일이 없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잘못된 정책을 전면 수정하고 규제개혁・노동개혁을 통해 국내 투자환경을 개선하고, 경제의 기초체력을 튼튼히 해서 재정이 투입될 여지를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 국가의 부채가 늘어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국채 발행이 글로벌 신용도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까.
“국가 신용도는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서 결정되지만, 국가채무가 급증하고 경제 기반이 약화되면 국가 신용도는 급격히 하락할 수 있습니다. ‘영끌 투자’(영혼까지 끌어 모아서 투자)와 ‘빚투’(빚으로 투자)가 유행하면서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있고, 3년 연속 돈을 벌어 이자도 못 갚는 한계기업이 늘어나면서 기업부채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정부・가계・기업의 부채를 합치면 5000조원이 넘습니다.
국제결제은행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가부채가 주요 43개국 중 네 번째로 빠르게 증가하면서 ‘신용주의’ 단계로 떨어졌습니다. 최근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가 우리나라 신용등급을 유지하면서도 부채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고 있습니다. 민간의 부채 부실이 국가채무 급증으로 이어지고 국가부도로 치닫는 사례가 너무 많았기 때문에 정부부채는 물론 민간의 부채 관리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입니다. 어디서 시한폭탄이 터질지 모를 정도로 정부, 가계, 기업 할 것 없이 부채의 취약성이 한계점에 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