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우연으로 인해 ‘민간 이전이 어렵다’는 지적 나오는 이유
⊙ 우주산업이 官 주도 탈피하려면 ‘우주전문기업 지정제’ 도입 필요
⊙ NASA, 우주왕복선 운용 소프트웨어 민간에 무료 기술 이전
⊙ 우주산업 선진국 美·日·佛의 민간 이전 사례들
⊙ 우주산업이 官 주도 탈피하려면 ‘우주전문기업 지정제’ 도입 필요
⊙ NASA, 우주왕복선 운용 소프트웨어 민간에 무료 기술 이전
⊙ 우주산업 선진국 美·日·佛의 민간 이전 사례들
- 한국형 우주발사체 나로호 상상도.
우주산업 육성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임에도, 국내 우주산업은 발전이 더디고 뒤처져 있다.
2018년 기준으로 국내 우주산업에 참여한 ▲연구기관의 예산액 ▲기업체의 매출액 ▲대학의 연구비를 모두 합산한 우주산업 분야 총 규모는 약 3조9000억원이다. 2014년 2조8000억원에 비해 연평균 약 6.6%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위성 서비스 분야가 성장의 대부분(전체 규모의 약 75%)을 점유하는 구조이다. 위성 제조와 발사 제조 비중은 각각 9.7%, 7.8% 수준에 그치고 있다(2018년 기준).
세계 우주시장 규모로 따져보면, 그 비중은 더욱 작다. 2018년 기준 세계 우주시장 규모는 약 3599억 달러에 달한다. 여기서 국내 우주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0.8% 수준에 불과하다(연구기관 예산, 대학 연구비 등 약 6000억원 제외). 국내 총생산액 대비로 따지면 우주 기업체 비중은 0.1%대에 머무르고 있다.
“우주 개발 정책 최대 수요자인 산업체 의견 고려 안 해”
이렇게 우주산업이 걸음마 단계에 머무는 가장 큰 이유는 정책 수립의 한계 때문이다. 우주산업 업계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주도의 연구개발·기술획득 정책 수립으로 우주기술 수요부처·산업체의 다양한 의견이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2016년 10월12일자 《서울경제신문》은 “국내 우주개발 예산(기기 제작 분야 중심) 총액 1조4650억원 중 과기부에 9894억원이 배정되었으며, 이 중 상당 부분인 9121억원이 항우연에 집중되어 기업들에 배정된 금액은 단 158억원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정부는 2013년 우주기술 산업화 전략을 수립해 산업체 육성을 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하지만 우주개발 예산이 과기부·항우연 중심으로 짜여 민간 산업체에는 일부 예산만 배정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정부의 우주기술 산업화 전략이 ‘공공 목적의 사업기회 제공’에만 국한되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주산업 활성화를 위한 구체적 시행계획과 제도 개선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주개발정책 수립은 각 부처(部處) 의견을 취합해 과기부·항우연 주도로 수립된 뒤, 국가우주위원회(우주위) 심의·의결을 거쳐 확정되는 구조다. 과기부와 항우연이 ‘우주개발계획’을 작성하면 우주위가 이를 심의·의결하고, 뒤이어 우주개발 중장기 계획이 수립된다. 이를 바탕으로 실제 사업이 계획・추진된다.
우주위는 과기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비(非)상설 조직으로, 비정기적으로 상정되는 안건을 단순 검토·의결해오고 있다. 이를 근거로 업계 관계자들은 “과기부 주도의 정책으로 우주기술 수요부처의 의견이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있다”고 하소연한다. “우주개발정책의 최대 수요자인 산업체의 의견 및 국내 기술 수준을 고려하지 않은, 중앙 집중적 의사 결정에 따라 정책 수립이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불필요한 예산 낭비 역시 초래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우주산업을 항우연이 주도해 발생한 부작용들
우주산업 개발이 과기부와 항우연 주도로 이뤄짐에 따라 그간 심심찮게 부작용이 발생해왔다. 《조선일보》(2012년 9월19일자)는 다목적 실용위성 아리랑 3A호에 대해 보도하며 이렇게 전했다.
〈(아리랑 3A호 위성엔) 850만 달러(95억원)짜리 독일제 적외선 센서가 들어갔다. 밤에도 지상 관찰이 가능한 장치다. 이 기술은 국내에도 있었다. 방위산업체인 아이쓰리시스템이 2010년 열(熱) 감지 적외선 센서 양산에 들어갔던 것. 메모리 스틱만 한 이 센서는 국산 K1 전차의 지휘관용 조준경에 들어갔다. 교육과학기술부는 회사가 개발을 끝낸 2009년부터 30억원을 지원해 최근에야 이 센서를 위성용으로 업그레이드했다. 교과부와 국방부 간 장벽 때문에 군(軍)이 이미 개발한 좋은 기술을 제때 활용하지 못한 것이다.〉
아리랑 3A호는 핵실험 등 북한의 군사적 움직임을 열로 감지할 수 있다. 다목적 실용위성이라지만 지상감시 기능이 강하다. 개발비도 방위사업청이 가장 많이 지불하고 있으며, 위성영상도 정보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배포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아리랑 3A호는 사실상 국방부 위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와 산하 항우연이 개발을 맡는 바람에 국방부 의견이 거의 반영되지 못했다는 취지로 신문은 전했다.
통신해양 기상위성인 ‘천리안’의 경우, 기상청·국토부·방통위가 핵심 수요처임에도 항우연이 개발을 전담했다고 한다. 보도에 따르면, 항우연은 기술력이 부족하여 당시 유럽 EADS(지금의 에어버스)에 전체 개발비의 절반을 주고 설계부터 조립까지 사실상 제작의 전 과정을 용역·발주했다. 신문은 “항우연은 그저 다른 부처의 위성 구매를 대행한 셈”이라며 “2018년 계획된 천리안 2호 개발도 같은 과정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또 “정부가 발주하는 위성, 로켓 등 우주기기 제작의 85%는 항우연 등 연구소가 맡고 있다. 반면 기업들은 항우연에 부품을 납품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어, 민간 주도의 위성산업이 나올 수 없는 구조”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달 탐사 사업과 관련해서도 항우연이 언급됐다. 《한겨레》(2019년 11월18일자)는 “사업 본격화 뒤 4년째 아직 기본 설계조차 마무리되지 않은 달 궤도선 사업이 이번엔 핵심 사업 파트너인 미국 항공우주국(나사)의 반대에 부닥쳐 표류하게 된 데는 사업 추진 과정에서 보인 정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일방적 태도가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어 “국내 기술 수준에 대한 객관적 평가나 연구 현장의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주요 목표를 설정하고, 문제가 불거지면 계획 전반을 재검토하는 대신 땜질식 처방으로만 대응하는 바람에 상황을 더욱 꼬이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달 궤도선 사업에 참여했던 이의 말이다.
“(달 궤도선) 사업 일정이 상당 부분 항우연 사유로 지연됐어요. 그런데 산업체가 개발해 제작하는 구성품이 개발의 특성상 지연이 발생한 것에 대해 손해배상 성격의 지체상금(遲滯償金)을 부과하더라고요.”
항우연이 원천기술 소유
우주산업 추진에 있어 항우연이 자꾸 거론되는 이유는 뭘까. 우선 항우연이 기술이전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항우연이 핵심 기술 국산화와 미래 우주기술 연구뿐 아니라, 사업관리, 체계종합, 핵심 부품개발 등 사업 전체를 담당하는 구조다. 최초 개발단계에서 확보된 해외기술 및 원천기술을 항우연이 축적하고 소유하다 보니 민간 사업화에 있어 항우연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2013년 정부가 발표한 ‘우주기술 산업화 전략’에 따르면 “산업체는 출연연(항우연) 용역업체 수준의 역할” “기술력이 민간업체보다 출연연에 축적”이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발주 위성·로켓 등 우주기기 제작의 약 85%는 항우연이 주관하고 있다. 산업체는 항우연에 부품을 납품하고 항우연에 인력파견을 하는 수준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민간은 사실상 항우연이 발주한 위성체의 구성품만 납품하는 구조인 셈이다.
항우연은 해외기술 지원을 비롯해 개발 프로세스에 참여하면서 확보한 핵심기술을 독점적으로 소유하고 있다. 이렇게 확보한 기술은 후속 위성에 반드시 사용될 수밖에 없다. 산업체는 독자적으로 후속위성을 주관해 개발할 수 없어 사실상 항우연에 기술종속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예를 들어 산업체가 하드웨어를 제작하고 핵심 운영 소프트웨어를 항우연이 직접 개발한다고 해보자. 산업체가 후속위성을 주관할 경우, 일부 변경사항이 생겨도 항우연에 소프트웨어 수정을 의뢰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상당한 기술지원 비용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체가 주도적으로 위성 수출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고객이 요구하는 기간에 납품이 가능해야 한다. 하지만 항우연이 공급해야 하는 구성품이나 기술지원이 제때에 제공된다는 보장이 없어 업계에서는 이에 대해 하소연하는 실정이다.
카이스트 박철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2012년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항우연은 정부의 위성 개발 스케줄을 수행하는 행정가 집단에 가까워 독창적인 연구를 제대로 못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업계에서도 “항우연에 가로막혀 우주산업의 민간화가 어렵다”며 “항우연에 집중된 기술과 노하우를 기업으로 확산하기 위해서는 항우연이 가진 기술 역량을 민간과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주사업 제도 낙후
제도의 낙후도 우주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 중 하나다. 우주사업은 정부가 공공 목적을 위해 수행하는 사업이다. 그럼에도 제한적 수요와 적자가 누적되는 낙후된 구조로 인해 민간 참여가 시작부터 곤란에 처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체적으로 우주사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아 민간의 적자 부담이 가중되어 산업체의 참여가 저조한 실정이다. R&D 과제는 산업체의 실(實)원가가 보전되지 않는 정산구조이며, 심지어 산업체 매출로 집계되지도 않는다. 국가에서 추진하는 모든 위성사업은 정부의 공공 목적 수행을 위한 구매 사업임에도 민간의 기술 개발과 상품화 지원을 위한 R&D 제도를 적용, 결과적으로 민간의 적자가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주사업과 국방사업을 비교했을 때에도 우주사업의 낙후성은 더욱 두드러진다. 국방사업은 실(實)발생 비용을 보장해주는 데 반해 우주사업은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다. 불특정 위험 비용도 국방사업은 보상이 되지만, 우주사업에는 해당사항이 없다. 지체상금 역시 우주사업은 평균 30%인 데 반해 국방사업은 5%에 불과하다.
선진국은 어떨까?
이에 반해 선진국은 우주산업에 있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선진국은 산업화 정책 등을 통해 민간 기업이 안정적으로 우주사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해오고 있다. 미국은 정부 발주 사업에 대해 설비 및 인력 운영비를 별도 지원하며, 개발 단계에서 비용이 추가 발생하면 계획보다 2배까지 사업비를 증액하는 혜택을 주고 있다. 독일은 부가세 등을 면제해주고, 일본은 매년 20% 이상 우주산업 예산을 늘리면서 해당 분야 기업의 존속을 위해 정부가 일정 물량을 보장해주고 있다.
2019년 5월 15일 제1회 ‘서경 우주포럼’에서 국내 우주 분야의 전문가들은 “우주산업을 뒷받침하기 위한 범(汎)부처 컨트롤타워 구축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우주산업이 국가 차원의 중장기 사업인 만큼 안정적 추진을 위해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여 모든 부처를 아우를 수 있는 상위 기구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우주 전담 상설 조직은 수요부처에서 제기된 공공 수요와 정책 추진사항을 기반으로, 우주개발계획 수립은 물론 사업예산 확보·배분·조정까지 담당해야 한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하고 있다. 일본은 범부처 차원에서 우주개발전략본부를 설치해 총리가 우주개발의 수장 역할을 맡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우주개발 사업이 정부 출연(出捐) 연구원인 항우연이 아닌 산업체 주도로 이뤄져야 함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높다. 설계 등 사업 초기 단계부터 산업체 참여 폭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우주전문기업 육성을 위해 위성·발사체 제작, 위성영상 활용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이 가능한 기술력 있는 대형 체계종합업체를 집중·육성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우주전문기업 지정제 도입이 필요합니다.”
우주전문기업 지정제는 우주제품 생산 등이 주력 사업인 기업을 지원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 제도는 R&D 자금 지원, 금융 혜택, 우주개발사업 참여 우대 등이 골자였다. 하지만 시행도 못 한 채 2017년 초 중단되고 말았다. 지정제가 무역 활동에 있어 장애물이나 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 관계자는 “수포로 돌아간 우주전문기업 지정제를 도입해 우주전문기업을 중심으로 신속한 산업화 및 협력업체 동반성장을 달성하고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용평가 하한선 상향해야
우주사업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의 하나로 기술료 부담 완화도 거론된다. 그러기 위해선 종전의 ‘협약 방식’에서 ‘조달 방식’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주사업을 지금처럼 항우연을 거치지 않고, ‘정부-조달청-사업체’로 단순화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해야 사업 추진의 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고, 사업체 역시 우주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수익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른 입찰 평가 방식도 개선돼야 한다고 업계는 강조한다. 우주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가격에서 기술과 성능 중심의 경쟁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기 위해선 비용평가 하한선을 추정가격의 60%에서 추정가격의 95% 정도로 상향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기술료 부과 방식 역시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수출이나 민간 시장 판매 시는 물론이고, 위성·발사체의 최종 사용자가 우리 정부나 지자체일 경우에도 항우연에 기술료를 납부한다. 산업체는 국가 조달 성격의 사업을 수행하면서도 이윤 범위를 넘어선 기술료를 항우연에 납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소한 위성·발사체의 최종 사용자가 한국 정부나 지자체일 경우에는 기술료를 면제하고, 수출이나 민간 시장 판매 시에는 산업체의 이윤 범위 내에서 기술료를 책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지금까지 국내 우주산업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짚어봤다. 그렇다면 선진국들의 우주산업 현황에 대해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우리가 갖고 있는 문제점을 수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주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꾀하는 선진국의 例
세계적인 투자은행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가 올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세계 우주산업은 향후 20년간 연평균 3.1% 성장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 결과 2040년에는 5137조 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위성 제조(연 3.6%)와 위성 서비스(연 4.0%)를 중심으로 성장이 예상된다고 모건스탠리는 밝혔다.
이에 발맞춰 세계 우주산업의 패러다임도 전환기를 맞고 있다. 우주산업의 환경변화라는 큰 틀에서 ▲정치적 측면 ▲경제적 측면 ▲사회적 측면 ▲기술적 측면이 획기적인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정치적 측면을 살펴보면, 주요 우주 선진국들은 우주개발 패러다임을 연구개발 중심에서 우주 활용으로 전환하는 등 우주개발의 산업화를 강화하는 추세다. 미국은 나사(NASA) 주도의 유인 달 탐사 프로그램인 ‘별자리(constellation) 프로젝트’를 취소하고, 국제 우주정거장으로의 우주인 및 물자 수송용 로켓 개발을 민간 위탁하고 있다.
경제적 측면으로는 우주여행, 우주산업 수송 등 새로운 형태의 우주산업 분야가 창출되고 있으며, 민간 부문 우주 투자 역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미국 스페이스엑스(SpaceX)사(社)는 획기적으로 절감된 비용(기존 발사비용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발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향후 발사 비용을 100분의 1 수준까지 절감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사회적 측면으로는 다양한 GPS 활용 위치 기반 서비스와 IT 결합 서비스(구글 어스) 등 위성 활용 서비스가 일반화하고 있다. 한국도 나로호 발사 성공 및 차세대 중형 위성 개발 등 국내 우주개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높아진 상황이지만, 아직은 일회성에 그치고 있다.
기술적 측면을 보면, 각국의 항공우주 연구기관은 개발된 연구성과의 산업체 이전과 산업화를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성능 중심’에서 ‘경제성 확보’와 ‘친환경 중심’으로 기술 개발 목표가 변화하고 있다. 미국 ‘나사’는 우주왕복선과 화성 탐사로봇 운용 소프트웨어 등을 민간에 무료로 기술을 이전하고 있다. ‘나사’는 이런 방식으로 민간업체와 상생(相生)하고 있다.
뉴스페이스
국가별로 봐도 이러한 패러다임의 전환은 눈에 띈다. 미국은 2015년 11월 ‘상업 우주발사 경쟁력법(NASA Transition Authorization Act of 2017)’이라는 법안을 제정했다. 정부·민간의 협력 강화와 우주 산업화를 촉진하겠다는 취지에서 제정한 것이다.
나사는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란 제도를 통해 우주개발에 필요한 기술을 민간에서 공모하고 있다. 국제우주정거장 관련 사업을 ‘나사 중심’에서 ‘민간기업 중심’으로 진행하겠다는 방안도 수립해놓았다.
일본도 안보적 측면과 산업적 측면을 동시에 강조하고 있다. ‘우주활동법’ ‘원격탐사법’ 제정 등을 통해 민간의 우주개발 참여를 촉진하고 있다.
프랑스는 우주개발 초기엔 정부 주도로 추진했었다. 상업성이 있을 경우에만 정부 투자 기업을 설립해 추진했다. 현재 시장이 안정·성숙화되면서 정부 출연 기업의 지분을 산업체로 이전한 상태다. 즉 제조와 서비스를 산업체에서 수행하는 구조로 바뀐 것이다.
이러한 민간 주도의 우주산업을 ‘뉴스페이스(New Space)’라고 일컫기도 한다. 국가 주도의 우주개발 인프라를 활용해 민간·시장 주도의 우주산업 상업화 시대가 바로 ‘뉴스페이스 시대’인 것이다.
위성의 활용은 ‘국방용’에만 그치지 않아
국방용에만 국한돼왔던 위성 데이터는 금융, 건설, 농업, 수산, 임업(林業), 국방,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 등 광범위한 산업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중국의 ‘스페이스노(SpaceKnow)’가 대표적인 예다. 중국은 스페이스노 위성을 통해 약 6000개 산업시설 변화를 모니터링하여 ‘중국 위성 제조업 지수(China Satellite Manufacturing Index)’를 만들었다. 위성으로 얻은 원격 감지 이미지를 활용한 경제지표를 개발해 금융기관, 투자사, 개인 투자가들에게 판매하는 것이다.
위성이나 로켓 등 ‘하드웨어’ 영역에서는 소형화·저가화 추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발사체 개발비용 저감(低減)을 위해 모듈화된 엔진을 활용하는 방안이 각광받고 있다. 발사비용 저감은 미국을 비롯한 우주산업 선진국의 핵심 과제다. 그 일환으로 발사체 재(再)사용 기술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소형화·저비용과 함께 ‘초대형화’라는 정반대의 흐름도 생겨나고 있다. 예컨대 통신위성의 대용량·고속화를 뒷받침하기 위해 초대형 발사체를 개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목적에 맞는 기술 혁신이 전개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도 우주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선 세계적 추세에 발맞춰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정부나 출연 기관 중심이 아닌, 민간 주도로 우주산업 전반을 재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민간 차원의 목소리가 아닌 시대적 조류(潮流)이기도 하다. 우리는 ‘한국형 뉴스페이스 시대’의 문을 활짝 열 수 있을까?⊙
2018년 기준으로 국내 우주산업에 참여한 ▲연구기관의 예산액 ▲기업체의 매출액 ▲대학의 연구비를 모두 합산한 우주산업 분야 총 규모는 약 3조9000억원이다. 2014년 2조8000억원에 비해 연평균 약 6.6%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위성 서비스 분야가 성장의 대부분(전체 규모의 약 75%)을 점유하는 구조이다. 위성 제조와 발사 제조 비중은 각각 9.7%, 7.8% 수준에 그치고 있다(2018년 기준).
세계 우주시장 규모로 따져보면, 그 비중은 더욱 작다. 2018년 기준 세계 우주시장 규모는 약 3599억 달러에 달한다. 여기서 국내 우주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0.8% 수준에 불과하다(연구기관 예산, 대학 연구비 등 약 6000억원 제외). 국내 총생산액 대비로 따지면 우주 기업체 비중은 0.1%대에 머무르고 있다.
“우주 개발 정책 최대 수요자인 산업체 의견 고려 안 해”
이렇게 우주산업이 걸음마 단계에 머무는 가장 큰 이유는 정책 수립의 한계 때문이다. 우주산업 업계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주도의 연구개발·기술획득 정책 수립으로 우주기술 수요부처·산업체의 다양한 의견이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2016년 10월12일자 《서울경제신문》은 “국내 우주개발 예산(기기 제작 분야 중심) 총액 1조4650억원 중 과기부에 9894억원이 배정되었으며, 이 중 상당 부분인 9121억원이 항우연에 집중되어 기업들에 배정된 금액은 단 158억원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정부는 2013년 우주기술 산업화 전략을 수립해 산업체 육성을 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하지만 우주개발 예산이 과기부·항우연 중심으로 짜여 민간 산업체에는 일부 예산만 배정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정부의 우주기술 산업화 전략이 ‘공공 목적의 사업기회 제공’에만 국한되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주산업 활성화를 위한 구체적 시행계획과 제도 개선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주개발정책 수립은 각 부처(部處) 의견을 취합해 과기부·항우연 주도로 수립된 뒤, 국가우주위원회(우주위) 심의·의결을 거쳐 확정되는 구조다. 과기부와 항우연이 ‘우주개발계획’을 작성하면 우주위가 이를 심의·의결하고, 뒤이어 우주개발 중장기 계획이 수립된다. 이를 바탕으로 실제 사업이 계획・추진된다.
우주위는 과기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비(非)상설 조직으로, 비정기적으로 상정되는 안건을 단순 검토·의결해오고 있다. 이를 근거로 업계 관계자들은 “과기부 주도의 정책으로 우주기술 수요부처의 의견이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있다”고 하소연한다. “우주개발정책의 최대 수요자인 산업체의 의견 및 국내 기술 수준을 고려하지 않은, 중앙 집중적 의사 결정에 따라 정책 수립이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불필요한 예산 낭비 역시 초래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우주산업을 항우연이 주도해 발생한 부작용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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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3월 26일 러시아 야스니에서 발사된 다목적 실용위성 아리랑 3A호의 상상도. 이날 성공적으로 발사된 아리랑 3A호는 지상과 첫 교신에서 태양전지판 전개가 확인되는 등 정상 궤도 진입에 성공했다. 사진=뉴시스 |
〈(아리랑 3A호 위성엔) 850만 달러(95억원)짜리 독일제 적외선 센서가 들어갔다. 밤에도 지상 관찰이 가능한 장치다. 이 기술은 국내에도 있었다. 방위산업체인 아이쓰리시스템이 2010년 열(熱) 감지 적외선 센서 양산에 들어갔던 것. 메모리 스틱만 한 이 센서는 국산 K1 전차의 지휘관용 조준경에 들어갔다. 교육과학기술부는 회사가 개발을 끝낸 2009년부터 30억원을 지원해 최근에야 이 센서를 위성용으로 업그레이드했다. 교과부와 국방부 간 장벽 때문에 군(軍)이 이미 개발한 좋은 기술을 제때 활용하지 못한 것이다.〉
아리랑 3A호는 핵실험 등 북한의 군사적 움직임을 열로 감지할 수 있다. 다목적 실용위성이라지만 지상감시 기능이 강하다. 개발비도 방위사업청이 가장 많이 지불하고 있으며, 위성영상도 정보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배포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아리랑 3A호는 사실상 국방부 위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와 산하 항우연이 개발을 맡는 바람에 국방부 의견이 거의 반영되지 못했다는 취지로 신문은 전했다.
통신해양 기상위성인 ‘천리안’의 경우, 기상청·국토부·방통위가 핵심 수요처임에도 항우연이 개발을 전담했다고 한다. 보도에 따르면, 항우연은 기술력이 부족하여 당시 유럽 EADS(지금의 에어버스)에 전체 개발비의 절반을 주고 설계부터 조립까지 사실상 제작의 전 과정을 용역·발주했다. 신문은 “항우연은 그저 다른 부처의 위성 구매를 대행한 셈”이라며 “2018년 계획된 천리안 2호 개발도 같은 과정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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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기상청은 남아메리카 프랑스령 기아나에서 천리안위성 2A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됐다고 밝혔다. 사진은 천리안 2A호를 실은 발사체 아리안-5ECA가 발사되는 모습. 사진=뉴시스 |
달 탐사 사업과 관련해서도 항우연이 언급됐다. 《한겨레》(2019년 11월18일자)는 “사업 본격화 뒤 4년째 아직 기본 설계조차 마무리되지 않은 달 궤도선 사업이 이번엔 핵심 사업 파트너인 미국 항공우주국(나사)의 반대에 부닥쳐 표류하게 된 데는 사업 추진 과정에서 보인 정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일방적 태도가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어 “국내 기술 수준에 대한 객관적 평가나 연구 현장의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주요 목표를 설정하고, 문제가 불거지면 계획 전반을 재검토하는 대신 땜질식 처방으로만 대응하는 바람에 상황을 더욱 꼬이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달 궤도선 사업에 참여했던 이의 말이다.
“(달 궤도선) 사업 일정이 상당 부분 항우연 사유로 지연됐어요. 그런데 산업체가 개발해 제작하는 구성품이 개발의 특성상 지연이 발생한 것에 대해 손해배상 성격의 지체상금(遲滯償金)을 부과하더라고요.”
항우연이 원천기술 소유
우주산업 추진에 있어 항우연이 자꾸 거론되는 이유는 뭘까. 우선 항우연이 기술이전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항우연이 핵심 기술 국산화와 미래 우주기술 연구뿐 아니라, 사업관리, 체계종합, 핵심 부품개발 등 사업 전체를 담당하는 구조다. 최초 개발단계에서 확보된 해외기술 및 원천기술을 항우연이 축적하고 소유하다 보니 민간 사업화에 있어 항우연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2013년 정부가 발표한 ‘우주기술 산업화 전략’에 따르면 “산업체는 출연연(항우연) 용역업체 수준의 역할” “기술력이 민간업체보다 출연연에 축적”이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발주 위성·로켓 등 우주기기 제작의 약 85%는 항우연이 주관하고 있다. 산업체는 항우연에 부품을 납품하고 항우연에 인력파견을 하는 수준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민간은 사실상 항우연이 발주한 위성체의 구성품만 납품하는 구조인 셈이다.
항우연은 해외기술 지원을 비롯해 개발 프로세스에 참여하면서 확보한 핵심기술을 독점적으로 소유하고 있다. 이렇게 확보한 기술은 후속 위성에 반드시 사용될 수밖에 없다. 산업체는 독자적으로 후속위성을 주관해 개발할 수 없어 사실상 항우연에 기술종속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예를 들어 산업체가 하드웨어를 제작하고 핵심 운영 소프트웨어를 항우연이 직접 개발한다고 해보자. 산업체가 후속위성을 주관할 경우, 일부 변경사항이 생겨도 항우연에 소프트웨어 수정을 의뢰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상당한 기술지원 비용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체가 주도적으로 위성 수출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고객이 요구하는 기간에 납품이 가능해야 한다. 하지만 항우연이 공급해야 하는 구성품이나 기술지원이 제때에 제공된다는 보장이 없어 업계에서는 이에 대해 하소연하는 실정이다.
카이스트 박철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2012년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항우연은 정부의 위성 개발 스케줄을 수행하는 행정가 집단에 가까워 독창적인 연구를 제대로 못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업계에서도 “항우연에 가로막혀 우주산업의 민간화가 어렵다”며 “항우연에 집중된 기술과 노하우를 기업으로 확산하기 위해서는 항우연이 가진 기술 역량을 민간과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도의 낙후도 우주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 중 하나다. 우주사업은 정부가 공공 목적을 위해 수행하는 사업이다. 그럼에도 제한적 수요와 적자가 누적되는 낙후된 구조로 인해 민간 참여가 시작부터 곤란에 처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체적으로 우주사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아 민간의 적자 부담이 가중되어 산업체의 참여가 저조한 실정이다. R&D 과제는 산업체의 실(實)원가가 보전되지 않는 정산구조이며, 심지어 산업체 매출로 집계되지도 않는다. 국가에서 추진하는 모든 위성사업은 정부의 공공 목적 수행을 위한 구매 사업임에도 민간의 기술 개발과 상품화 지원을 위한 R&D 제도를 적용, 결과적으로 민간의 적자가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주사업과 국방사업을 비교했을 때에도 우주사업의 낙후성은 더욱 두드러진다. 국방사업은 실(實)발생 비용을 보장해주는 데 반해 우주사업은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다. 불특정 위험 비용도 국방사업은 보상이 되지만, 우주사업에는 해당사항이 없다. 지체상금 역시 우주사업은 평균 30%인 데 반해 국방사업은 5%에 불과하다.
선진국은 어떨까?
이에 반해 선진국은 우주산업에 있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선진국은 산업화 정책 등을 통해 민간 기업이 안정적으로 우주사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해오고 있다. 미국은 정부 발주 사업에 대해 설비 및 인력 운영비를 별도 지원하며, 개발 단계에서 비용이 추가 발생하면 계획보다 2배까지 사업비를 증액하는 혜택을 주고 있다. 독일은 부가세 등을 면제해주고, 일본은 매년 20% 이상 우주산업 예산을 늘리면서 해당 분야 기업의 존속을 위해 정부가 일정 물량을 보장해주고 있다.
2019년 5월 15일 제1회 ‘서경 우주포럼’에서 국내 우주 분야의 전문가들은 “우주산업을 뒷받침하기 위한 범(汎)부처 컨트롤타워 구축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우주산업이 국가 차원의 중장기 사업인 만큼 안정적 추진을 위해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여 모든 부처를 아우를 수 있는 상위 기구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우주 전담 상설 조직은 수요부처에서 제기된 공공 수요와 정책 추진사항을 기반으로, 우주개발계획 수립은 물론 사업예산 확보·배분·조정까지 담당해야 한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하고 있다. 일본은 범부처 차원에서 우주개발전략본부를 설치해 총리가 우주개발의 수장 역할을 맡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우주개발 사업이 정부 출연(出捐) 연구원인 항우연이 아닌 산업체 주도로 이뤄져야 함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높다. 설계 등 사업 초기 단계부터 산업체 참여 폭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우주전문기업 육성을 위해 위성·발사체 제작, 위성영상 활용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이 가능한 기술력 있는 대형 체계종합업체를 집중·육성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우주전문기업 지정제 도입이 필요합니다.”
우주전문기업 지정제는 우주제품 생산 등이 주력 사업인 기업을 지원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 제도는 R&D 자금 지원, 금융 혜택, 우주개발사업 참여 우대 등이 골자였다. 하지만 시행도 못 한 채 2017년 초 중단되고 말았다. 지정제가 무역 활동에 있어 장애물이나 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 관계자는 “수포로 돌아간 우주전문기업 지정제를 도입해 우주전문기업을 중심으로 신속한 산업화 및 협력업체 동반성장을 달성하고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주사업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의 하나로 기술료 부담 완화도 거론된다. 그러기 위해선 종전의 ‘협약 방식’에서 ‘조달 방식’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주사업을 지금처럼 항우연을 거치지 않고, ‘정부-조달청-사업체’로 단순화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해야 사업 추진의 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고, 사업체 역시 우주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수익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른 입찰 평가 방식도 개선돼야 한다고 업계는 강조한다. 우주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가격에서 기술과 성능 중심의 경쟁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기 위해선 비용평가 하한선을 추정가격의 60%에서 추정가격의 95% 정도로 상향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기술료 부과 방식 역시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수출이나 민간 시장 판매 시는 물론이고, 위성·발사체의 최종 사용자가 우리 정부나 지자체일 경우에도 항우연에 기술료를 납부한다. 산업체는 국가 조달 성격의 사업을 수행하면서도 이윤 범위를 넘어선 기술료를 항우연에 납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소한 위성·발사체의 최종 사용자가 한국 정부나 지자체일 경우에는 기술료를 면제하고, 수출이나 민간 시장 판매 시에는 산업체의 이윤 범위 내에서 기술료를 책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지금까지 국내 우주산업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짚어봤다. 그렇다면 선진국들의 우주산업 현황에 대해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우리가 갖고 있는 문제점을 수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주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꾀하는 선진국의 例
세계적인 투자은행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가 올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세계 우주산업은 향후 20년간 연평균 3.1% 성장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 결과 2040년에는 5137조 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위성 제조(연 3.6%)와 위성 서비스(연 4.0%)를 중심으로 성장이 예상된다고 모건스탠리는 밝혔다.
이에 발맞춰 세계 우주산업의 패러다임도 전환기를 맞고 있다. 우주산업의 환경변화라는 큰 틀에서 ▲정치적 측면 ▲경제적 측면 ▲사회적 측면 ▲기술적 측면이 획기적인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정치적 측면을 살펴보면, 주요 우주 선진국들은 우주개발 패러다임을 연구개발 중심에서 우주 활용으로 전환하는 등 우주개발의 산업화를 강화하는 추세다. 미국은 나사(NASA) 주도의 유인 달 탐사 프로그램인 ‘별자리(constellation) 프로젝트’를 취소하고, 국제 우주정거장으로의 우주인 및 물자 수송용 로켓 개발을 민간 위탁하고 있다.
경제적 측면으로는 우주여행, 우주산업 수송 등 새로운 형태의 우주산업 분야가 창출되고 있으며, 민간 부문 우주 투자 역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미국 스페이스엑스(SpaceX)사(社)는 획기적으로 절감된 비용(기존 발사비용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발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향후 발사 비용을 100분의 1 수준까지 절감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사회적 측면으로는 다양한 GPS 활용 위치 기반 서비스와 IT 결합 서비스(구글 어스) 등 위성 활용 서비스가 일반화하고 있다. 한국도 나로호 발사 성공 및 차세대 중형 위성 개발 등 국내 우주개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높아진 상황이지만, 아직은 일회성에 그치고 있다.
기술적 측면을 보면, 각국의 항공우주 연구기관은 개발된 연구성과의 산업체 이전과 산업화를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성능 중심’에서 ‘경제성 확보’와 ‘친환경 중심’으로 기술 개발 목표가 변화하고 있다. 미국 ‘나사’는 우주왕복선과 화성 탐사로봇 운용 소프트웨어 등을 민간에 무료로 기술을 이전하고 있다. ‘나사’는 이런 방식으로 민간업체와 상생(相生)하고 있다.
뉴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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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스(New Space)와 연계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출처=New business models at the interface of the space industry&digital economy(2016, SpaceTec Partners) |
나사는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란 제도를 통해 우주개발에 필요한 기술을 민간에서 공모하고 있다. 국제우주정거장 관련 사업을 ‘나사 중심’에서 ‘민간기업 중심’으로 진행하겠다는 방안도 수립해놓았다.
일본도 안보적 측면과 산업적 측면을 동시에 강조하고 있다. ‘우주활동법’ ‘원격탐사법’ 제정 등을 통해 민간의 우주개발 참여를 촉진하고 있다.
프랑스는 우주개발 초기엔 정부 주도로 추진했었다. 상업성이 있을 경우에만 정부 투자 기업을 설립해 추진했다. 현재 시장이 안정·성숙화되면서 정부 출연 기업의 지분을 산업체로 이전한 상태다. 즉 제조와 서비스를 산업체에서 수행하는 구조로 바뀐 것이다.
이러한 민간 주도의 우주산업을 ‘뉴스페이스(New Space)’라고 일컫기도 한다. 국가 주도의 우주개발 인프라를 활용해 민간·시장 주도의 우주산업 상업화 시대가 바로 ‘뉴스페이스 시대’인 것이다.
위성의 활용은 ‘국방용’에만 그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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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스페이스노(SpaceKnow) 위성(사진)을 통해 약 6000개 산업시설 변화를 모니터링해 ‘중국 위성 제조업 지수(China Satellite Manufacturing Index)’를 만들었다. |
위성이나 로켓 등 ‘하드웨어’ 영역에서는 소형화·저가화 추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발사체 개발비용 저감(低減)을 위해 모듈화된 엔진을 활용하는 방안이 각광받고 있다. 발사비용 저감은 미국을 비롯한 우주산업 선진국의 핵심 과제다. 그 일환으로 발사체 재(再)사용 기술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소형화·저비용과 함께 ‘초대형화’라는 정반대의 흐름도 생겨나고 있다. 예컨대 통신위성의 대용량·고속화를 뒷받침하기 위해 초대형 발사체를 개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목적에 맞는 기술 혁신이 전개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도 우주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선 세계적 추세에 발맞춰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정부나 출연 기관 중심이 아닌, 민간 주도로 우주산업 전반을 재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민간 차원의 목소리가 아닌 시대적 조류(潮流)이기도 하다. 우리는 ‘한국형 뉴스페이스 시대’의 문을 활짝 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