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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진단

문재인 정부의 ‘좋은 채무’ 주장에 전문가 5인이 답했다

“착한 부채? 빚은 그냥 나쁜 것이다”

글 : 정혜연  월간조선 기자  hych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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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약으로 잠깐 체력 상승한 사람에게 ‘건강해졌다’며 계속 마약 먹으라는 것
⊙ ‘정부가 돈 풀면 GDP 오른다’는 듣도 보도 못한 이론(경제학자들)
⊙ ‘코로나19 때문에 경제 힘들다’는 거짓, 코로나19 이전부터 최악이었다
⊙ 공기업·국책은행 부채까지 합치면 국가 빚 사상초유
  문재인 정부가 ‘좋은 채무’라는 황당한 말을 만들어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25일 재정전략회의에서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가) 오히려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 비율의 악화를 막는 길”이라고 했다. 정부가 돈을 풀면 국가채무비율이 낮아진다는 소리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빚을 내서 부채비율을 줄이자”고 말했다. 언뜻 봐서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이해조차 하기 어렵다. ‘빚’ 자체가 ‘부채’인데, 어떻게 ‘빚’을 늘려서 ‘부채비율’을 줄인다는 말인가. 나중에 설명하겠지만 이 허황한 주장은 정부가 빚을 내서 시장에 돈을 풀면 돈이 돌고 돌아서 경기가 좋아지고 국내총생산이 늘어나니까, 비율상으로 ‘부채비율이 낮아진다’는 소리다.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은 “국채를 발행해서라도 경제 성장률을 지키는 것이 재정 건전성을 지키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복잡하게 설명하고 있지만 한마디로 하면 이거다.
 
  ‘나랏빚을 더 내자.’
 
  정부는 이를 주장하면서 ‘착한 빚’이라는 정치적 프레임을 씌웠다. 이들의 논리는 이렇다.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 경기 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그러니 국가가 빚을 내서라도 경기를 살려야 한다. 일부에서 국가의 빚이 늘어난다고 우려하지만 이번은 상황이 여느 때와 다르다. 국가가 좋은 의도로 빚을 내는 만큼, 이것은 ‘착한 빚’ ‘좋은 채무’다.〉
 
  이것이 오늘날 정치권에서 이슈가 되는 ‘착한 채무’다. 과연 맞는 얘기일까.
 
 
  “좋은 부채는 국민을 호도하는 것”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국가부채는 사회적 마약’이라고 규정했다.
 
  “국가의 부채, 즉 빚은 나쁜 겁니다. 개인과 기업도 빚을 내는데 왜 국가의 빚만 나쁜 것이냐고 물을 수 있습니다. 기업이 빚내지 않고 자기 자본만 갖고 장사를 하면 평생 구멍가게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기업의 부채는 더 큰 매출을 창출하는 ‘지렛대’로 인식하는 것이 맞습니다. 경제학에서 민간은 ‘자본조달 비용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다면 부채를 내라’고 가르칩니다. 어디서 돈을 빌려왔다 치더라도 그 돈을 잘 굴려서 수익을 내면 되는 겁니다.”
 
  ― 정부의 빚은 다릅니까.
 
  “정부는 기업과 달리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조직이 아닙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국가는 ‘최대의 고용주’가 될 수 없습니다. 그것이 가능하게 하려면 정부가 제공하는 공공서비스를 민간에 판매해야 합니다. 정부는 그럴 수 없죠. 고로 정부는 소비 조직입니다. 기업과 같은 ‘예상 수익률’이 존재하지 않아요. 국가의 빚은 증세(增稅)를 통해 충당하지 못하면 고스란히 후손이 갚아야 한다는 소립니다.”
 
  ― 정부에서 “우리는 좋은 의도로 빚을 내려고 하니 ‘착한 빚’이다”라고 주장하는 것을 어떻게 보십니까.
 
  “마약을 먹어서 일시적으로 신체 기능이 상승했다고 칩시다. 그 사람이 정말 건강해진 것입니까? 문재인 정부는 마치 마약 먹은 사람에게 ‘정말 건강해졌다. 체력을 증진시킨 마약을 앞으로 계속 먹자’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국가의 부채는 ‘사회적 마약’입니다.”
 
  김성현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의 얘기다.
 
  “일반적으로 ‘착한 부채’는 없습니다. 소득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듯이 정부의 빚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부는 경제 주체이기 때문에 수입과 지출이 있습니다. 정부 지출을 늘리려면 수입도 늘어나야 하는데, 현재 정부의 수입은 줄고 있습니다. 수입이 없는 상황에서 정부 지출을 늘리기 위해 결국 정부는 빚을 늘려야 합니다. 지금 정부에서 빚을 늘리면 경제성장이 될 것이라고 하는 것은 ‘지출주도성장’, 즉 ‘부채주도성장’이라고 봅니다. ‘소득주도성장’이 ‘부채주도성장’으로 바뀐 것입니다.”
 
 
  승전국임에도 빚 때문에 강대국 위치 뺏긴 영국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의 얘기다.
 
  “부채는 거의 악(惡)입니다. 빚은 기본적으로 악성이어서, 건전한 경제학을 배운 사람은 굉장히 조심히 다뤄야 합니다. 아름답게 미화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발상입니다. 선한 부채는 없습니다. 국가가 빚을 내서 성공한 예도 굉장히 드뭅니다.”
 
  ― 그런 예가 거의 없군요.
 
  “정부가 빚내서 경제성장을 이끌 수 있다면 모든 나라가 하지 않겠습니까? 제2차 세계대전이 정확한 예입니다. 영국은 ‘전시(戰時)니까 우선 이기고 봐야 한다’며 전쟁을 치르기 위해 빚을 엄청나게 끌어다 썼고, 미국이 물자를 대줬습니다. 영국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승전국이 됐지만, 빚에 종속되면서 경기 침체에 시달립니다. 빚 때문에 강대국이라는 지위를 뺏겼고, 미국은 강대국으로 올라설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도 빚을 무분별하게 늘린 것이 곪아 터져 발생한 위기였습니다. 그런데 ‘빚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좋게 쓰이면 착하다’고 하는 것은 위험하기 짝이 없고, 선동적인 말입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의 말이다.
 
  “정부가 ‘착한 부채’ ‘좋은 돈 풀기’라는 감성적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시장경제의 선순환에 오히려 장애를 가져옵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대표적인 선진국을 살펴봐도 국가부채를 늘려서 GDP 경제성장률이 상승한다는 근거는 없습니다. 일시적으로 재난 극복을 위해서 재정을 확대할 수는 있지만, 경기 상승을 위한 재정 활용은 제한해야 합니다.”
 
  전문가들이 말한 바로는 정부가 아무리 그럴싸하게 포장하더라도 ‘국가의 빚’은 나쁜 것이 틀림없다. 물론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빚을 내야 하는 시점이 분명히 있지만, 이때조차 ‘필요악(必要惡)’이라는 것이다.
 
 
  나라 살림은 적자, 국가가 갚아야 할 채무는 사상 최대
 

  나라 살림은 적자고, 국가가 갚아야 할 채무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우선 용어를 정확하게 따지고 넘어가자. ‘국가채무’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갚아야 하는 부채를 말한다. ‘국가부채’는 국가채무에다 공기업 부채, 4대 연금 부족분 등이 포함된다. 고로, 국가부채가 포괄적인 개념이다.
 
  우선 국가채무는 계속 늘고 있다. 나랏빚은 680조5000억원(2018년), 731조5000억원(2019년)에 이어 올해 840조2000억원으로 늘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반 년 만에 100조원이 늘었다. 국내총생산에서 국가채무가 차지하는 비중도 35.9%(2018년), 37.1%(2019년)에서 2020년 43.5%로 껑충 뛰어올랐다.
 
  특히 올해 나랏빚이 늘어난 것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서라는 이유를 들어 정부가 35조원의 3차 추가경정예산(이하 추경)을 편성했기 때문이다. 세 번이나 추경을 편성한 것은 1969년 이후 처음이다.
 
  나랏빚이 늘어날 뿐 아니라, 나라 살림살이도 구멍이 났다. 각종 지표는 국가 재정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경고한다. 국가의 총 수입에서 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2020년 76조4000억원 적자다. 박근혜 정부 때 통합재정수지는 8조5000억원 흑자(2014년), 2000억원 적자(2015년), 16조9000억원 흑자(2016년)였다.
 
  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성 기금을 뺀 것이 ‘관리재정수지’다. 흔히 정부의 재정 상황을 가장 잘 반영하는 것을 ‘관리재정수지’라고 한다. 올해 관리재정수지는 112조2000억원 적자다. 2001년 통계를 작성한 이래 최대 적자다. 이를 가계에 대입해보면 ‘월급보다 훨씬 많은 돈을 매달 쓰고 있고, 마이너스 통장은 한도를 꽉 채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국가의 재정 건전성에 대해 우려하지만, 정작 정부와 여당은 ‘괜찮다’는 입장이다. 이들이 괜찮다며 내미는 근거는 ‘OECD 국가의 평균 국가채무율이 100%’라는 것이다. 우리는 고작 40%를 넘었는데 아직 나랏빚을 더 내도 끄떡없다는 논리다.
 
 
 
OECD 국가의 국가채무율은 줄고 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
  김성현 성균관대 교수의 얘기다.
 
  “적정 채무 비율은 없습니다. 나라별로 사정이 다르다는 겁니다. 유럽은 60%, 우리나라는 40%를 건전한 채무율로 여겨왔습니다. 정부에서 단순 비율로 들어 ‘우리의 재정이 건전하다’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국가채무율 증가 속도가 너무 빠릅니다. 국가의 부채는 공짜가 아닙니다. 한 번 빚을 내면 그에 대한 이자를 내야 하고, 다시 원금에 이자가 더해지는 속성이 있습니다. 갑자기 엄청난 세수(稅收)가 걷히거나, 정부 지출을 확 줄이기 전에는 부채가 줄어들기 어렵습니다. 결국 빚은 계속 빚으로 남을 것이고, 빚내는 속도가 빨라지면 대외 신용도에 문제가 생깁니다. 또 우리나라의 인구 구조가 고령화 사회로 접어듦에 따라 1인당 국가 빚 부담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국가채무는 한없이 늘어날 수 없고, 결국 국가부채는 누군가 갚아야 합니다. 우리 세대에서 세금을 올리든지, 아니면 자식 세대에 세금을 올리든지 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는 계속 늘고 있는데, OECD 국가의 국가채무는 계속 줄고 있다.
 
  박형수 전(前)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은 “우리나라의 채무는 계속 늘고 있는데 OECD 국가들의 국가채무비율은 하락하고 있다. OECD 국가의 평균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53.7%에서 2014년 말에 86.7%로 급격히 상승했지만, 이후에 하락세로 반전해 2021년 말에는 79.3%로 낮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정부가 빚을 늘리고 있지만 향후 정부가 거둬들일 세금은 턱없이 적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박 전 원장은 “정부가 발표한 ‘2019~ 2023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향후 5년간 총 수입은 165조7000억원 늘지만 총 지출은 이보다 2배 넘는 338조원을 넘을 예정이다. 따라서 재정지출 증가 속도 제어와 더불어 획기적인 세입확충 방안이 조속히 마련되지 않는 한 향후 급격하고 지속적인 국가채무 증가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발생 이전부터 국내 경제는 최악이었다
 
박형수 前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
  전문가들이 ‘코로나 추경’을 우려하는 것은 우리 경제가 버틸 힘이 얼마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코로나19 발생 이전부터 우리 경제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다는 지적이다. 각종 지표가 이를 뒷받침한다.
 
  조동근 명지대 명예교수는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로 위기를 맞았다고 하지만 견강부회(牽强附會)다. 코로나19 발생 이전부터 우리 경제는 정책 실패로 위기 국면에 들어섰다. 이번 바이러스는 엎친 데 덮친 격일 뿐이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성장은 둔화하고, 분배는 악화하고, 비정규직 비율은 늘었고, 재정 건전성은 훼손됐습니다. 구체적으로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3%였던 경제성장률은 2019년 2%로 주저앉았고, 박근혜 정부 때 4.6배였던 소득 격차는 5.3배(2019년)로 늘어났습니다. 비정규직 비율은 이명박 때 32.5%, 박근혜 때 32.9%였는데 문재인 정부 들어 36.4%를 기록했습니다. 국가채무는 2019년에 이미 37.1%를 찍었고, 올해는 추경예산안으로 인해 46%까지 치솟을 상황입니다.”
 
  ― 어느 정부나 핑계를 대겠지만, 문재인 정부는 미중(美中) 무역갈등 때문이었다고 합니다만.
 
  “2019년의 경기 부진은 미중 갈등이라고 칩시다. 그렇다면 우리의 경제성장률이 문재인 정부 집권 이후 3년 내내 세계성장률 평균(3%)을 밑돌았고, 미중 갈등이 없었던 2018년에조차 우리나라 경제성장률(2.66%)이 미국(2.89%)보다 나쁜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입니까. IMF·메르스 사태 등 외부 요인이 없는 상황에서 우리 성장률이 미국보다 낮은 것은 처음 있는 일입니다. 한미(韓美) 간 성장률 역전은 충격적입니다. 우리 경제는 2019년 1분기에 -0.4%를 기록해 역성장했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최악의 마이너스 성장이었습니다.”
 
  ― 외부 요인이 없는 상황에서 이런 성적표를 받은 원인은 뭘까요.
 
  “문재인 정부의 증세와 최저임금 인상 때문이라고 봅니다. 문 정부는 2017년 12월 법인세를 22%에서 25%로 올렸습니다. OECD 평균 법인세(21.5%)보다 훨씬 높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기업들이 제대로 이윤을 내지 못해서 법인세는 덜 걷혔습니다. 2018년에 최저임금은 7530원으로 전년보다 16.4% 올렸습니다. 문재인 정부로서는 숙원사업처럼 법인세를 높이고 노동자들을 위한 최저임금을 인상했는데, 그럼에도 경제가 도약하기는커녕 오히려 침체한 겁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예산이 줄줄이 샜다
 
2020년 5월 14일 오후 CGV가 코로나19 관련 정부 재난지원금으로 영화 관람을 할 수 있다고 밝힌 가운데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 안내문이 설치되어 있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 들어 돈은 엉뚱한 곳에 쓰인 것으로 드러났다. 필요한 곳에 쓰는 것이 아니라, 엄한 곳에 써온 것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의 얘기다.
 
  “문재인 정부 집권 초기 3년 동안 전체 가구(2인 이상)의 총소득은 42만3000원 증가했습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도 이 정도 늘었습니다. 그런데 가구 소득이 늘어난 것과 물가 변동이 반영된 ‘명목GDP성장률’은 차이가 있습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가구소득증가율은 명목GDP증가율의 58% 수준인데, 문재인 정부는 가구소득증가율과 명목GDP증가율이 똑같습니다.”
 
  ― 쉽게 설명해주시죠. 무슨 의미입니까.
 
  “민간의 소득 증대는 별로 없는데 정부 주도의 소득은 늘었다. 즉 정부 주도로 소득이 늘었다는 겁니다.”
 
  ― 누가 주도했든 소득이 늘어나면 좋은 것 아닌가요.
 
  “정부의 예산지출 증가율 통계를 보겠습니다. 제 연구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때 정부 예산 1조원을 늘리면 한 가구당 7482원 소득이 늘었습니다. 박근혜 정부 때는 1조원을 늘리면 가구당 8176원이 늘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똑같이 정부가 예산 1조원을 투입하면, 가구당 겨우 3784원밖에 늘지 않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돈을 써도 이것이 실제 가계로 흘러들어가지 않는다는 소리입니다.”
 
  ―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겁니까.
 
  “문재인 정부가 돈을 엉뚱한 곳에 쓴 거죠. 예를 들어 환경개선 명목으로 예산을 잡았으면 환경개선하는 데 써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환경개선을 위한 회의하고, 회식하고, 환경개선 플래카드 만들고, 이렇게 돈이 줄줄이 새어나간 겁니다. 돈이 필요한 사람, 필요한 곳으로 가지 않고 엉뚱한 곳으로 흘러들어간 겁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1조원을 책상에 두고 ‘필요한 사람 가져가세요’ 했다고 치죠. 문재인 정부는 이 1조원을 펀드매니저, 사회단체가 배분하게끔 중간에 무언가를 둔 겁니다. 그러다 보니 이들이 분배 대행 명목으로 돈을 가져가고, 그 돈이 또 쓸데없이 쓰이면서 줄줄이 샌 거죠.”
 
  김성현 성균관대 교수는 “정부 지출이 지난 2년 동안 쓸데없이 늘어나 있었기 때문에 코로나19 같은 사태에서 쓸 여력이 없다. 재난지원금도 마찬가지다. 직격탄을 맞은 사회계층, 산업을 구제하는 데 썼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동근 명지대 명예교수는 “재난지원금을 왜 울릉도 주민에게도 줘야 하느냐. 코로나19의 피해와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에게 지급하는 것을 보면 이 정부가 얼마나 돈을 허투루 쓰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더구나 국내 기업들의 해외 이전 러시는 문재인 정부 들어 심해지고 있다.
 
  김성현 성균관대 교수는 “2017년 이후 기업들의 국내 탈출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 단순히 한 업종뿐만 아니라 제조업, 운수, 건설, 금융, 리테일, 테크 등 다양한 업종이 우리나라를 떠나고 있다”며 “정부가 35조원의 추경안을 편성하면서 해외로 빠져나간 기업들이 리턴할 경우 지원하겠다며 고작 220억원을 편성한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국가개입주의가 위험한 이유

 
  국가가 세수를 확보하는 방법은 근로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간접세, 준조세 등을 걷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부터 ‘소득주도성장’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고, 살림살이가 팍팍해진 개인에게 코로나19까지 겹친 상황에서 직접 세금을 부과하기는 어렵다. 법인세율을 더 높이는 것도 비현실적이다. 법인세를 더 늘릴 수 없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이미 우리의 법인세가 세계 최고 수준이고, 두 번째는 법인세율을 더 높인다고 해서 세금이 더 걷힐 것이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재정학에서 얘기하는 ‘래퍼커브(Laffer Curve)’ 때문이다.
 
  김성현 성균관대 교수의 설명이다.
 
  “재정학에서 얘기하는 래퍼커브는 법인세율을 높이더라도 그만큼 세금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주는 예입니다. 세율이 0%일 때에는 경제주체들이 활발하게 활동하지만, 정부가 거둬들이는 세금은 제로(0)입니다. 반대로 세율이 100%가 되면 경제주체들이 일을 해봤자 전부 세금으로 나가기 때문에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 역시 조세 수입이 없습니다. 결국 세율이 어느 수준일 때 가장 조세 수입이 많을지를 나타내는 이론인데, 곡선이 상승하다가 어느 순간 하락합니다. 그 얘기는 법인세를 더 걷겠다고 세율을 높이면 오히려 법인세가 덜 걷힌다는 뜻입니다. 적정 세율을 매겨야 가장 세수 확보가 잘 된다는 뜻입니다. 저는 우리나라의 경우 지금은 법인세를 올리는 것이 아니라 법인세율을 낮춰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조동근 명지대 명예교수의 얘기다.
 
  “세계 각국이 세율 인하 경쟁을 벌이는 이유는 세수 결손 이상의 긍정적 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입니다. 법인세율이 낮아지면 근로자의 급여를 올려줄 수 있고, 주주(株主) 배당 여력도 커집니다. 협력업체에 납품 단가를 넉넉하게 쳐준다면 협력업체 직원의 급여도 오를 수 있습니다. 감세(減稅)는 생산된 국민소득 중 ‘정부의 몫’을 줄이는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 민간 부문으로 소득이 들어갑니다. 가계 주머니가 두둑해지는 것입니다.”
 
  ― 이상적인 내용이네요.
 
  “이게 현실입니다. 사회주의에는 없고 자본주의에는 있는 것이 뭔지 아십니까? 구세군이에요. 흔히 자본주의는 피도 눈물도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희한하게 연말이 되면 구세군 냄비에 돈이 모입니다. 개인과 기업이 지갑을 엽니다. 경제학은 기본적으로 ‘소비자는 현명하다’는 것을 전제합니다.”
 
  ― 개인, 기업을 믿어야 한다는 말이죠.
 
  “문재인 정권은 ‘평등’ ‘공정’ ‘정의’를 내세웠습니다. 경제적 기회가 사전적으로 평등하게 주어지고 과정이 공정하다면 결과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어야 합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가 말하는 정의는 ‘결과적 평등’입니다. 소득순환 과정에서 평등, 공정, 정의는 공존할 수 없습니다. ‘결과적 평등’을 정의로 인식하게 되면 국가가 개입하는 것이 당연선(當然善)이 됩니다. ‘국민의 삶을 책임진다’ ‘국가가 최고의 고용주다’라는 국가개입주의로 귀결되는 겁니다. 그런 선상에서 경제 문제를 풀다 보니 엉망이 된 겁니다.”
 
  김성현 성균관대 교수는 “소득주도성장이나 이번 부채주도성장이나 기업에 대한 얘기가 빠져 있다. 경제성장은 기업이 이끄는 것이지 정부가 이끄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말도 안 되는 이론을 당당하게 말한 여당 대표, 이해찬
 
2020년 6월 9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국대의원대회 준비위원회 제1차 회의에서 이해찬 대표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해찬 대표가 말한 ‘빚내서 부채비율 줄이자’는 가능한 얘기인가. 설명하자면 이 대표의 논리는 이렇다.
 
  〈국가채무비율은 국가채무(분자) 총액을 GDP(분모)로 나눈 값이다. 코로나로 수출이 안 되면 GDP가 감소하고, 분모가 작아지다 보니 국가채무비율, 즉 퍼센티지(%)가 높아진다. 따라서 빚(분자)을 늘려서 내수를 진작시키면 돈이 돌고 돌아서 결국 GDP가 늘어난다. 분자가 늘어난 것보다 분모가 훨씬 크게 늘면, 국가채무비율이 낮아진다.〉
 
  말은 복잡하지만, 분자/분모 공식으로 치면 간단하다.
 
  김성현 성균관대 교수의 설명이다.
 
  “저 주장은 정부 지출을 10만큼 늘리면 국내총생산(GDP)이 10보다 늘어서, 부채비율이 낮아진다는 주장입니다. 정부 지출을 10만큼 늘리면 GDP가 10 이상이 늘어난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정부 지출이 경제성장을 얼마나 견인하는지 알려주는 지표를 ‘재정승수(fiscal multiplier·정부 지출이 1 늘었을 때 국민소득이 얼마나 늘었는지 보여주는 지표)’라고 합니다. 그런데 정부가 지출을 늘릴 때에는 부대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에 정부가 10만큼 지출해도, 실제로 사람(혹은 기업)에게 돌아가는 것은 훨씬 적습니다. 통상 재정승수가 0.4~0.6%라고 합니다. 정부가 지출을 아무리 늘려봐야 GDP가 그만큼 늘어날 수가 없습니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의 설명이다.
 
  “부채가 레버리지 효과(부채에 근거한 투자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투자 효율이 높아야 합니다. 즉 정부가 빚을 내고, 이것이 투자 또는 소비로 이어져서 돌고 돌아 경제성장으로 연결돼야 합니다. 국가와 민간 영역과 상생해야 하는 구조여야 합니다. 그러나 국가 주도의 경우에는 투자 및 소비에 집중할 수 없고, 정권 차원에서 임기 내에 성과를 내야 한다는 특성으로 인해 기대한 것만큼 효율적으로 운영되지 않습니다. 통상 중시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재정을 매우 비효율적으로 운영하게 됩니다. 재정승수를 기획재정부는 0.3~0.4%,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0.5%로 추정합니다. 정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정부가 빚을 늘리고 돈을 풀어도, 이것이 긍정적 경제 효과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소리입니다.”
 
  ― 해외에서도 사례를 찾기 어려운가요.
 
  “제가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OECD 주요 국가들이 2010년 이후에 국가부채비율을 올렸지만, GDP성장률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경제 논리 아닌 정치적 놀음”
 
지난 2020년 4월 13일, 4월 들어 10일까지 수출금액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18.6% 줄어든 가운데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에 수출입 컨테이너들이 쌓여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상관없음.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여태까지의 통계는 분자를 늘려봐야 분모가 늘지 않는다고 했다. 효과가 없다는 소리”라며 “정부의 말처럼 ‘착한 채무’가 아니라 오히려 ‘악성 채무’로 되돌아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 교수의 얘기다.
 
  “경제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다분히 정치 놀음 얘기입니다. 정부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경기를 살린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어려운 문제인데 문재인 정부는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경제가 호락호락할 것으로 생각하고 주머니에서 쥐락펴락하고 있습니다. 경제학에서 정부가 재정 투입을 할 경우에는 그 돈을 가장 좋은 방법으로 쓴다는 것을 전제합니다. 재난지원금처럼 찔끔찔끔 쓰라는 소리가 아닙니다.”
 
  ― 이해찬 대표의 말을 보면 ‘앞으로 수출이 좋지 않을 것이니까, 내수를 늘려서 재정 건전성을 지키자. 내수를 활성화하려면 돈을 풀어야 한다’고 들리는데요.
 
  “한국 경제가 수출 없이 살 수 있습니까. 더구나 내수는 두 가지로 나뉩니다. ‘투자적 내수’가 있고, ‘소비적 내수’가 있는데 정부에서 말하는 것은 소비적 내수를 말하고 있습니다. 무턱대고 정부가 돈을 풀어서 개인에게 돈을 주면 내수가 살아납니까?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1.3%였는데 민간 부문은 -2.3%였습니다. 민간 부문에서는 역성장을 하는데 정부가 돈으로 막아서 억지로 성장률을 높이고 있다는 거죠. 한계가 있고, 오래가지 못합니다.”
 
  ― 결국 정부가 돈을 풀어서 경제 활성화하는 것도 말이 안 되고, 정부의 돈 푸는 방법마저 틀렸다는 거죠.
 
  “당연하죠. 정부가 내수를 살리기 위해 투자적 내수를 한다면 말이 됩니다. 발전소를 짓고, 공장의 낙후된 설비를 교체하고 그렇게 하는 것은 어느 정도 말이 됩니다. 케인스가 말한 것도 대공황 때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서 고속도로, 병원 등 소셜 인프라를 확충해 이를 통해 생산을 도모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스를 反面敎師로 삼아야
 
  국가를 기업이라고 쳐보자. 회사 실적이 곤두박질을 치고 있었는데 갑자기 외부에서 펑 하고 일이 터져버렸다. 일단 급한 불이라도 끄고 보자는 심정으로 회사채를 발행해서 돈을 끌어다 쓰기로 했다. 하지만 회사빚을 어떻게 갚아야 할지 아득하다. 시장에 팔아야 할 주력상품도 없고, 시장 상황도 좋지 않은데 회사빚은 계속 쌓여만 간다. 이런 상황에 놓인 회사의 CEO라면 밤잠이 오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정부는 당당하다.
 
  조동근 명지대 명예교수의 얘기다.
 
  “민간 기업은 부채를 갚지 못하면 시장에서 퇴출됩니다. 하지만 정부는 어떤 경우에도 퇴출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국가부채를 늘리는 데 영향력을 행사한 정치인은 그 결과에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 무서운 말입니다.
 
  “그리스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합니다. 그리스는 1980년대 초까지 국가채무비율이 20%에 지나지 않는 재정 건전국이었습니다. 그런데 1981년 사회당의 안드레아스 파판드레우 정권이 들어서면서 상황은 급전직하했습니다. 그는 ‘국민이 원하는 것은 들어줘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곳간을 풀었죠. 채무비율은 3년 만에 40.1%까지 올랐고, 9년 뒤인 1993년 100%를 넘었습니다. 남유럽 재정위기를 피해가지 못하고, 결국 그리스는 IMF와 유럽연합(EU)에 구제금융을 신청하는 처지가 됐습니다. 그런데 파판드레우에게 무엇을 책임지게 할 것입니까?”
 
  ― 오늘날의 잘못된 결정이 향후에 피눈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기업이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을 때 계획서를 냅니다. 이자는 매달 어떻게 갚고, 총 채무는 언제 어떻게 상환할 것이다…. 정부의 상환계획서에는 목표 성장률이 명시돼 있어야 하는데 원칙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그저 지금 세금을 더 거둘 수 없으니, 일단 국채를 찍고 보자는 심산입니다.”
 
 
  대한민국 국채를 가진 외국 투자자가 국채를 팔 경우 ‘달러 유출’
 
  정부의 3차 추경의 재원 조달 방안은 ‘지출 구조조정 10조1000억원, 기금 재원 활용 1조4000억원, 국채 발행 23조8000억원’ 등 총 35조원이다. 정부가 풀겠다는 돈의 대부분을 국가 채권을 찍어서, 즉 빚내서 마련하겠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국채 발행과 관련해 두 가지를 우려한다. 우선 대한민국이 망하지 않는 한, 국가의 채권은 가장 안전자산이기에 현재 우리의 금융시장에서 국채를 소진하지 못할 걱정은 없다. 문제는 국가채무비율이 오르는 과정에서 발행하는 국채가 과연 저평가되지 않을지, 국채를 외국인이 나중에 한꺼번에 매도할 가능성은 없는지다.
 
  김성현 성균관대 교수의 얘기다.
 
  “우리나라는 국채시장이 발달돼 있습니다. 통상 발행시장과 유통시장으로 분류하는데 우리나라는 1997년 금융위기 이후에 완전 개방을 했죠. 하지만 국가채무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국채를 계속 발행할 경우에 국가 신용도가 낮아질 수 있습니다. 해외 투자자가 국채를 많이 보유할 경우에는 주의해야 합니다.”
 
  ― 외국인이 국채를 많이 갖는 것이 나쁜 것인가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외국인이 대한민국 국채를 팔면 달러로 갖고 나갑니다. 현재는 외환 보유고가 튼튼하니까, 또 외국인이 국채를 투매해서 당장 팔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있습니다. 멋 훗날의 얘기 같지만 그렇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기축통화국은 외국인이 국채를 팔고 나가면 돈을 찍어서 갚으면 되지만, 외국에서 휴지조각이나 다름없는 우리나라에서 외국인이 나가는 것은 고스란히 달러 유출과 같습니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국가채무가 급격히 늘어나는 것은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이 다른 OECD 국가에 비해서 악화된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것과 같다. 이에 따라 국제신용평가기관은 우리나라의 국가 신용도를 낮게 평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실제로 피치(Fitch)는 우리나라의 재정 건전성에 대해 우려를 표시한 바 있다”고 말했다.
 
 
  “국채 발행은 신중히 생각해야”
 
  정부가 국채를 발행하는 것을 지나치게 쉽게 생각한다는 의견도 있다. 조동근 명지대 명예교수의 얘기다.
 
  “국채 발행을 선호하는 이유는 부담 주체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큰손’이 국채를 사들이면 그 국채는 자산이 됩니다. 또 국채에 투자함으로써 이자도 받습니다. 고로 투자자는 자신이 ‘국가의 빚을 소화해줬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합니다. 또 국채는 기관투자자, 해외투자자, 큰손들의 투자처이기 때문에 일반 국민 입장에서는 정부가 국채를 얼마를 발행하든 나와 상관없다고 여깁니다. 증세와 달리 저항이 없는 겁니다.”
 
  ― 하지만 결국은 나랏빚이니까 내가 갚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
 
  “당연합니다. 짧게는 향후 몇 년 이내에, 길게는 다음 세대가 갚아야 하는 겁니다. 당장 갚지 않는다고 해서 체감하지 못하는데, 국채 발행은 굉장히 신중하게 해야 합니다. 경제학에는 ‘리카디안 대등이론’이 있습니다. 소비자는 합리적인 주체이기 때문에 정부 지출이 결국 세금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란 사실을 알아서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려 세금 인상을 대비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빚을 내 정부 지출을 증가시키더라도 소비나 국민소득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겁니다. 국채 발행을 통한 지출 증가가 경기를 부양시키지 않는다는 겁니다. 하지만 국채 발행으로 국가 신용도는 떨어질 수 있죠.”
 
 
  공기업·국책은행·국민연금 우발 채무까지 포함하면 기하급수로 느는 국가부채
 

  여기가 끝이 아니다. 우리나라에는 다른 국가와 달리 ‘숨겨진 빚’이 있다. OECD 국가와 비교하는 ‘GDP 대비 국가채무’에 언급조차 되지 않은 것, 바로 공기업의 부채다. 박형수 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의 얘기다.
 
  “국가채무 통계는 국가채무(D1), 일반정부 부채(D2), 공공부문 부채(D3) 등 세 가지 기준으로 작성됩니다. ‘D1’은 우리 정부가 만든 기준으로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차입금, 국채 및 지방채 등을 말합니다. ‘D2’ 부채는 IMF, OECD 등의 국제 지침에 따라 비교하는 것으로 국제 비교를 위한 기준입니다. 중앙정부, 지자체 외에 비영리 공공기관까지 포함시키고, 국채 및 지방채 외에 연금 충당 부채도 들어갑니다.”
 
  ― 자세히 설명해주십시오.
 
  “현금으로 보이는 채무뿐 아니라 미래에 주겠다고 약속한 돈, 즉 앞으로 발생할 빚에 대해 미리 쌓아둔 충당 부채까지 포괄합니다. 현재 국가채무가 GDP 대비 43%가 넘었다는 것은 ‘D2’로 계산한 겁니다.”
 
  ― 그럼 공공부문의 부채, 즉 ‘D3’까지 포함을 시키면 국가부채가 훨씬 늘어난다는 소리 아닙니까.
 
  “공기업의 적자가 심화되고 있다는 차원에서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외국에서 ‘D3’ 부분을 국가채무로 잡지 않는 이유는 외국에 공기업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공기업의 비중이 높고, 부채가 많기 때문에 이를 감안해야 합니다. 국가채무 증가의 재역습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정부는 재정 건전성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을 해야 합니다.”
 
  조동근 명지대 명예교수의 얘기다.
 
  “국가의 부채를 ‘D2’가 아닌 ‘D3’로 잡을 경우, GDP 대비 국가채무는 60%(2018년)를 넘어섭니다. 그런데 이 ‘D3’에조차 비(非)금융 공기업의 부채만 포함됩니다. KDB산업은행 등 국책은행, 신용보증기금, 한국주택금융공사 등 국가가 지급을 보증하는 금융 공기업 부채는 빠진다는 소리입니다. 이것까지 포함될 경우 국가부채비율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단순히 ‘D1’ 채무만을 통계로 잡아 국가채무비율이 낮다고 주장하는 것은 견강부회가 아닐 수 없습니다. OECD 국가 중에서 우리나라처럼 거대 공기업, 국가가 채무를 보증하는 금융 공기업은 없으니까요. 게다가 국민연금 고갈에 따른 우발 채무까지 포함하면 국가부채비율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99%가 받아간 재난지원금
 
  국가의 과도한 빚에 대한 지적이 있자, 미래통합당은 ‘국가채무비율 한도’를 설정하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냈다. 법안은 ‘국가채무비율을 GDP 대비 45% 이하로,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3% 이하로 유지하는 재정준칙을 마련하고, 국가채무비율이 45%를 초과할 경우 초과 세수와 지출불용액을 국가채무 상환에 우선 지출하자’는 내용이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재정운영준칙을 제정해 강제화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우리나라는 기업 중심의 대외경제 의존도가 높다는 면에서 국가가 경제성장을 이끌기 위해 국가부채를 통해 경제를 살리는 것은 한계가 있다. 또 임기 제한이 있는 정권 특성상 국가채무를 스스로 줄이는 노력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형수 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은 “국가채무 증가의 재역습이 진행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정부는 재정 건전성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고 무너진 재정규율을 다시 세워야 한다. 특히 3년 전 중단된 ‘재정건전화특별법’ 제정을 다시 추진해 재정 적자와 국가채무에 대한 한도를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는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급하며 ‘암묵적인 기부’를 종용했다. 관제 기부 논란까지 일었지만, 결과적으로 99%의 가정에서 재난지원금을 받아 갔다. 어차피 정부가 나중에 세금으로 거둬갈 것이라는 ‘현명한 소비자’의 원칙이 통한 것이고, 국민(혹은 기업)은 정부가 어떤 방향으로 주도하더라도 자신의 최대 이익을 위한 의사 결정을 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빚 예찬론’, 즉 ‘착한 부채’에 대해 국민의 몇 %가 동의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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