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영업자 살리자!”며 박원순이 내놨던 ‘서울페이’에서 비롯된 ‘제로페이’
⊙ 박원순, “제로페이 성패에 서울시 명예 달려… 하늘·땅·지하, 모든 곳에서 홍보하라!”
⊙ “제로페이 되는 집에서 돈 써달라”던 박원순… 카드 45회 쓰면서 ‘제로페이 비즈’는 ‘1회’ 이용(5월 업무추진비)
⊙ 같은 업소에서 행정1·2부시장은 ‘제로페이’로 결제… 박원순은 ‘카드’로
⊙ 박원순, 6월 업무추진비 중 제로페이 결제금은 410만원(14건)… 카드는 975만원(23건)
⊙ ‘박원순 최측근’ 정무부시장은 5월에 ‘0건’… 제로페이 사용 안 한 서울시 간부들도 수두룩
⊙ 서울시, “5월은 사용자 한정된 시범사업 기간, 6월엔 대폭 증가했다”… ‘박원순의 실적 저조’ 원인은 설명 안 해
⊙ 박원순, “제로페이 성패에 서울시 명예 달려… 하늘·땅·지하, 모든 곳에서 홍보하라!”
⊙ “제로페이 되는 집에서 돈 써달라”던 박원순… 카드 45회 쓰면서 ‘제로페이 비즈’는 ‘1회’ 이용(5월 업무추진비)
⊙ 같은 업소에서 행정1·2부시장은 ‘제로페이’로 결제… 박원순은 ‘카드’로
⊙ 박원순, 6월 업무추진비 중 제로페이 결제금은 410만원(14건)… 카드는 975만원(23건)
⊙ ‘박원순 최측근’ 정무부시장은 5월에 ‘0건’… 제로페이 사용 안 한 서울시 간부들도 수두룩
⊙ 서울시, “5월은 사용자 한정된 시범사업 기간, 6월엔 대폭 증가했다”… ‘박원순의 실적 저조’ 원인은 설명 안 해
- 사진=뉴시스
박원순(朴元淳) 서울시장의 ‘공약’이었던 ‘서울페이’에서 비롯된 ‘제로페이’에 대한 시장(市場)의 무관심이 여전하지만, ‘문재인 정부’와 ‘박원순 서울시’는 ‘세금’을 투입해 제로페이를 확산하려고 한다. 제로페이는 소비자가 스마트폰 앱으로 QR코드(바코드와 유사한 정보 저장 코드)를 인식하면, 연동 계좌에서 판매자 계좌로 금액이 이체되는 결제 방식이다. 문재인 정부와 박원순 서울시는 신용카드 결제 과정처럼 카드사나 결제대행사를 거치는 게 아니므로, 기존에 판매자가 부담해야 했던 결제수수료가 없어지거나 대폭 줄게 된다고 주장하지만, 지난해 12월 시범사업 실시 이후 지금까지 제로페이에 대한 판매자나 소비자의 관심은 많지 않다. “사용자 제로, 관심 제로, 효율 제로”란 비아냥을 들을 정도로 실적이 저조하다. 신용카드나 체크카드와는 비교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다. 이와 관련 7월 10일, 박맹우 자유한국당 의원은 “제로페이 사용률은 신용카드 대비 0.000012%, 체크카드 대비 0.00002%로 수십억원 예산을 투입한 것과 비교해 너무나 미비한 실적”이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제로페이 확산’을 위해 아직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그것도 여러 조건에 들어맞아야 가능한 ‘소득공제율 40%’를 내세웠다. 서울시는 자영업자 또는 소상공인과는 무관한 ‘공공시설 이용료 할인’도 선전했지만, 유인 효과는 크지 않았다. 이는 제로페이 출시 전에 이미 예견됐던 상황이다.
현재 신용카드 사용액의 공제율은 30%인 체크카드의 2분의 1에 불과한 15%인데도, 결제 건수와 사용액 면에서 신용카드가 압도적 우세를 점하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세법 개정이 이뤄져 ‘공제율 40%’가 실현된다고 해도 신용·체크카드 사용자를 제로페이로 유인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카드사가 카드 사용의 대가로 제공하는 다양한 혜택을 소비자가 “자영업자를 돕자”는 정부나 서울시의 선전에 의해 포기할 리도 없다. 시장에서 소비자를 움직이는 건 ‘선의(善意)’가 아니라 ‘효용’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는 제로페이를 시장에 안착시키려고 관련 예산 60억원을 편성했다. 박원순 서울시는 지난해에 32억6000만원을 쓴 데 이어 올해 또한 38억원을 배정했다. ‘민생용’이라는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에도 제로페이 기반 구축과 홍보 관련 예산이 76억원 포함돼 있다. 추가경정예산안이 그대로 통과된다면, 올해에만 제로페이에 세금 166억원이 들어가는 셈이다.
본지 질의 후 朴의 제로페이 실적 ‘0건→1건’으로 수정한 서울시
이런 상황에서 박원순 서울시는 제로페이 확산을 위해 ‘법인용 제로페이’인 이른바 ‘제로페이 Biz’를 내놨다. 4월 28일, 서울시는 “업추비 등 공금도 ‘제로페이’… 서울시, ‘제로페이 Biz’ 개발 완료”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이에 따르면 박원순 시장은 “4월 30일부터 서울시, 시 보조금을 받는 민간법인·사업체 등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제로페이 Biz’ 서비스를 시작한다”며 “서울 경제의 허리인 자영업자도 돕고 공공기관 할인, 높은 소득공제 혜택까지 받을 수 있는 제로페이 사용에 많은 법인과 민간 사업체의 참여를 당부한다”고 밝혔다.
《월간조선》은 ‘서울시장 박원순’과 서울시 각 부서의 ‘제로페이 Biz(이하 제로페이 비즈)’ 사용 실태를 확인하기 위해 서울시에 ‘부서별 업무추진비 지출 현황’을 요청했다. 서울시 재무과 관계자는 이미 공개된 내용이므로 서울시 홈페이지에서 검색하라고 안내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 홈페이지 조직도에 있는 본청 부서들의 업무추진비 지출 내역을 일일이 검색해 얻은 업무추진비 내역 200여 건을 통해 제로페이 비즈 사용 실태를 분석했다. 단, 검색 결과 수차례 “없다”는 문구가 나온 부서가 있어 서울시 전체의 실제 제로페이 비즈 사용 실태를 파악하는 데는 ‘외부인’으로서 한계가 있었다.
《월간조선》의 분석 결과, 그간 ‘제로페이 전도사’를 자처해왔던 박 시장은 5월 당시 업무추진비로 1456만원을 쓰면서도 제로페이 비즈를 단 1회도 사용하지 않았다는 ‘내용’을 발견했다. 서울시는 7월 10일 《월간조선》의 관련 질의서를 받은 이후 서울시장 박원순의 ‘5월 업무추진비 지출 내역’을 수정해 게시했다. 바뀐 지출 내역에 따르면 박 시장의 ‘5월 업무추진비 지출 건’ 46건 중 제로페이 비즈로 결제된 경우는 1건에 불과하다.
박원순, ‘자영업자 살리기 전도사’ 자처하며 “제로페이 성공한다!”
박원순 시장은 ‘제로페이 전도사’를 자처한다. 서울시는 제로페이 홍보 영상에서 박 시장을 ‘제로페이 대표 홍보대사’로 칭하기도 했다. 박 시장은 5월 22일, 한 지상파 라디오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제로페이 전도사란 별명이 마음에 드느냐’는 질문에 “뭐, 그 말은 결국 ‘자영업자 살리기 전도사’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고요, 이게 얼마나 즐겁고 보람 있는 일인데 마다할 이유가 없고요”라고 답하기도 했다.
‘자영업자 살리기 전도사’ 박 시장은 제로페이 시범사업 실시 전인 작년 11월 22일, 제로페이 가맹점 유치를 위해 어깨띠를 두른 채 을지로 지하상가를 돌며 상인들을 독려했다. 같은 해 12월 20일, 박 시장은 제로페이 시범사업을 하면서 “제로페이는 자영업자들이 수십만, 수백만원까지 지불해야 했던 경제적 부담을 실질적으로 덜어주는 동시에 착한 소비로 건강한 소비문화를 만들어가는 사회적 기능까지 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소비자가 편리한 결제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안정적으로 정착시켜나가겠다”고 말했다.
같은 날, 박 시장은 또 이른바 ‘제로페이 이용 확산 결의대회’에 참석해 “서울에만 100만명, 전국 500만명의 자영업자가 너무나 힘든 영업환경에 놓여 있다. 카드결제 수수료가 많게는 영업이익의 50%를 차지한다”면서 “이런 수수료를 제로화할 수 있다면 엄청난 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월 8일엔 잡지 거리 판매에 나섰다가 제로페이로 결제한 시민에게 “세상에 이런 분도 계시네”라며 “대단한 시민이시다”라고 치켜세우고 악수를 청하기도 했다. 같은 달 16일, 박 시장은 “(제로페이가) 지금은 약간 불편하고 인센티브가 부족하지만, 앞으로는 가장 간편한 결제 방식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면서 “제로페이는 잘될 것이다. 내기를 해도 좋다”고 장담했다.
박원순, “이렇게 편한데 왜 안 쓰지?… 제로페이는 ‘착한 결제’”
박원순 시장은 또 2월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로페이가 대세다!”라면서 ‘제로페이 홍보 영상’을 올렸다. 해당 영상에서 ‘제로페이 대표 홍보대사’인 박 시장은 서울시청 인근 상점을 찾아 직접 제로페이 결제 과정을 시연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편한데 왜 사람들이 안 쓰지?”라며 의아해했다. 점주가 “사용자가 늘고 있다”고 답하자, 박 시장은 “몇 달만 지나면 대세가 되겠다”면서 “제로페이 파이팅!”이라고 외쳤다. 같은 달 24일에는 소위 ‘제로페이 가맹점주 홍보단 발대식’에 참석해 “세상의 옳은 것, 바른 것, 정의로운 것은 되기 마련”이라며 “전 이미 (제로페이가) 대세가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박 시장은 서울시 관내를 돌며 제로페이 홍보를 하는 데 열을 올리기도 했다. 3월 5일에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홍종학 당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함께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 소재 신원시장을 찾아 상인들을 상대로 제로페이 가맹점 가입을 독려했다. 3월 15일엔 한 조찬 포럼에 나가 “자영업자가 벼랑 끝에 몰려 있다” “이웃을 돕는 일을 관(官)이 해야지 누가 하겠느냐”면서 “기를 쓰고 관제페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동네에서 일부러라도 제로페이 되느냐고 하루에 두세 곳에 물어보고, 제로페이 되는 집에서는 (돈을) 써달라”고 참석자들에게 ‘당부’했다.
박 시장의 ‘제로페이 홍보’는 이후에도 계속됐다. 박 시장은 4월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로페이 가맹점이 10만 호점을 돌파했다”며 “이 정도면 이미 대세 아닌가요?”라고 적었다. 같은 날 이뤄진 《문화일보》와의 인터뷰(4월 12일 보도)에서는 “제로페이는 소비자와 판매자, 공공 모두에게 득이 되는 ‘착한 결제’”라고 주장했다.
박원순, “제로페이를 최우선 현안으로 여기고 총력 다하는 결의 다져야”
박원순 시장은 제로페이 가맹 실적을 올리려고 공무원을 동원하고, ‘특별조정교부금 차등 지급’을 앞세워 자치구에 실적을 강요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박 시장의 이 같은 제로페이 확산 방안은 시범사업 실시 전부터 수립돼 있었다. ‘법인용 제로페이’인 제로페이 비즈도 이때 예정돼 있었다.
해당 내용은 《월간조선》 2월호 “[단독입수] 서울시 내부 문건으로 본 박원순의 ‘제로페이 실적 올리기 총력전’”이란 기사로 이미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월간조선》이 입수한 서울시 내부 문건 ‘제로페이 도입 관련 부문별 추진 현황 시장 보고 결과’에 따르면 박 시장을 비롯한 서울시 간부, 서울시 출자·출연기관의 대표들은 ‘제로페이 실적 올리기 총력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문건에 따르면 제로페이 시범사업을 이틀 앞둔 2018년 12월 18일, 박 시장은 서울시와 산하기관 인사들을 총동원해 제로페이 대책을 보고받았다. 당시 회의에는 윤준병 당시 서울시 행정1부시장과 진희선 행정2부시장을 비롯한 서울시 인사 35명, 서울시 산하 공기업과 출자·출연기관 대표 14명이 참석했다. 배석자는 서울시 조직담당관, 법무담당관, 재정관리담당관, 공기업담당관, 자치행정과장, 재무과장, 시민소통담당관, 인력개발과장 등 8명이다.
이 자리에서 박 시장은 “제로페이의 성패에 서울시의 명예가 달렸다”며 “최우선 현안으로 생각하고 모두 총력을 다한다는 결의를 다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제로페이에 참여한 민간업자 스스로 이용자 모집에 총력을 다하고, 프랜차이즈 가맹점주가 제로페이의 장점을 먼저 설명할 수 있도록 하는 훈련도 필요하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박원순, “질식 위기에 처한 자영업자를 위해 ‘관제페이’라도 해야”
이날, 박원순 시장은 “코레일 열차 내 홍보를 추진하고, 전국 시·도 기획관리실장을 대상으로 서울시 경험을 패키지로 전달하는 등 전국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 “모든 기관 청사, 신한은행·우리은행 지점 건물에 제로페이 대형 걸개가 걸리도록 하고, 보이는 모든 곳(하늘, 땅, 지하)에 제로페이가 홍보되도록 하라”면서 “〈KBS 아침마당〉 등 주부 대상 프로그램에 출연해 설명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박 시장은 또 “제로페이가 관제페이라는 것은 손해 보는 쪽에서 공격하는 논리다. 질식 위기에 처한 자영업자를 위해 관제페이라도 해야 하는 것에 대해 당당한 책임감과 사명의식을 갖고 항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장기적으로 신용 기능 부가, 시민카드 확대, 마일리지 연결 등 기능 향상을 통해 제로페이 이용이 확산되도록 하고, 중앙정부와 협력해 공공시설 할인 등 혜택을 부여하는 한편 젊은 세대가 좋아하는 ‘센스 있는 마케팅’을 준비하라”고 주문했다.
박 시장은 “자치구 실적이 매우 저조하다”며 “매일, 매주 단위로 순위 매겨서 하위 10개 구는 향후 6개월간 특별교부금을 동결하는 것을 정식 선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제로페이 가맹 유치 실적을 기준으로 자치구에 가는 ‘특별조정교부금’을 차등 지급하겠다는 발상이었다. ‘특별조정교부금’은 법령이 정한 ‘재정 수요’가 발생했을 때 지자체에 ‘더 주는 돈’이다.
실적 압박했다가 공무원노조 반발 자초한 박원순
만일 박원순 시장의 구상대로 서울시가 ‘제로페이 실적’이 낮은 자치구에 대해 특별조정교부금을 동결했다면, 해당 자치구는 ‘돈 가뭄’에 허덕일 수밖에 없다. 박원순 서울시의 ‘제로페이 확산 실적’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구정(區政) 운영에 지장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로 인한 피해는 해당 자치구에 사는 서울시민에게 돌아간다. 특별조정교부금 동결 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위해 각 구청 직원들이 ‘제로페이 실적 쌓기’에 매진한다면, 행정 공백이 생긴다. 이 같은 무형의 비용 역시 사실상 서울시민이 부담해야 한다.
서울시는 이후 부구청장 회의에서 박 시장의 ‘교부금 차등 지급’ 방침을 각 자치구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관내 자치구들은 제로페이 가맹률 제고를 위해 통반장을 동원하고, 가맹점 유치 1건당 수당으로 1만5000원을 내거는 등의 방법을 쓰면서 ‘실적 올리기’에 주력했다.
서울시의 ‘제로페이 실적 올리기 압박’은 일선 공무원들의 반발을 샀다. 그에 따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서울본부도 박 시장과 서울시를 비판하고 나섰다. 이들은 1월 21일, “공무원을 강제 동원하고 경쟁을 강요하는 서울시 제로페이 사업 반대한다!”는 제하의 성명을 내놨다.
전공노 서울본부는 또 “서울시에서는 300억원의 포상금을 걸고 자치구의 경쟁을 불러일으키고 실적에 차등 지급할 것을 계획한다고 하지만, 이러한 것은 실질적으로 자영업자들에게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라면서 박원순 서울시에 대한 투쟁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성명 끝에 “서울시는 제로페이 가맹과 홍보에 쓸 재원을 시민들의 실질적인 삶의 개선을 위해 사용하길 바란다”며 “이를 위해 공무원노조 서울본부는 서울시의 부당한 제로페이 실적 강요에 굴복하지 않고 전 조합원과 함께 투쟁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박원순의 ‘제로페이 비즈’ 사용 실태는?
한편, 12월 18일 ‘제로페이 도입 관련 부문별 추진 현황 시장 보고’ 자리에서 윤준병 당시 서울시 행정1부시장은 “재무국은 업무추진비, 보조금 지급 등 준비 중인 사항은 시 금고인 신한은행과 함께 프로그램 개발을 맡고, 업무추진비도 업무택시 방식을 활용해서 제로페이를 이용하도록 하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진희선 행정2부시장도 “서울시, 투자 출연기관 예산까지 보면 우리 스스로 막강한 소비자이다. 공공부문에서 제로페이가 가동될 수 있도록 재무국 중심으로 노력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서울시가 집행할 수 있는 예산을 활용해 제로페이를 띄울 수 있는 방법들을 실무부서에 지시했다는 얘기다. 이 같은 논의 과정을 거쳐 제로페이 비즈가 나왔다. “제로페이 성패에 서울시의 명예가 달렸다!” “자영업자를 위해 관제페이라도 해야 한다!”고 외쳤던 서울시장 박원순은 제로페이 비즈를 얼마나 썼을까
앞서 밝힌 것처럼 박 시장은 ‘5월 업무추진비’로 1456만원(이하 1000원 단위 반올림 적용)을 썼다. 이 중 카드 결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박 시장은 5월 1일부터 8일까지 6회에 걸쳐 279만원을 해외 출장 기간에 ‘직원 격려’ ‘기자 간담회’ ‘출장 결과 보고 공유 간담회’ 명목으로 지출했다. 5월 9일에는 ‘결혼축하품 구입비 지급’을 구실로 30만원을 썼다.
13일엔 ‘시책사업 관련 법률 및 소송지원 간담회’를 한다면서 오전 8시43분에 24만원을 썼다. 이날 오후엔 유엔식량농업기구 한국협력연락사무소 개소식 관계자 회의를 했다면서 8만원, ‘태양광 랜드마크 사업 추진 직원 격려’를 이유로 26만원을 썼다. 또 ‘비서실 민원 응대 직원 격려 간담회’를 했다면서 6만원, ‘외국인 투자 자문회의 관련 업무협의 간담회’ 명목으로 19만원을 지출했다. 다음 날엔 신라호텔에서 ‘시정 관련 종교계 의견 수렴’을 이유로 35만원을 썼다.
같은 식당인데 박원순은 ‘카드’… 부시장은 ‘제로페이’?
5월 16일, 박원순 시장은 서울식물원 개원을 추진한 직원들과 버스노조 파업에 대응한 직원들을 격려한다면서 ‘도미노피자’에서 107만원을 썼다. 이날 오후엔 서울시청 구내식당에서 ‘민생 정책 활성화를 위한 복지·경제 전문가 간담회’를 한다며 68만원을 지출했다.
17일 점심때는 ‘언론 관계자 간담회’를 명목으로 한정식 전문점 ‘한미리(서울시 중구 소재)’에서 18만원을 카드로 결제했다. 뒤에 밝히겠지만, 강태웅 서울시 행정1부시장이 5월 8일, 같은 지번·동일 상호를 가진 식당에서 제로페이로 23만원을 결제한 걸 고려하면, 해당 업소는 박 시장이 방문했던 5월 17일 당시 이미 ‘제로페이 가맹업소’였다고 추정할 수 있지만, 박 시장은 카드로 계산했다.
박 시장은 또 이날 오후 10시경, ‘청년 지원 및 자영업 활성화 정책 추진 관계자 간담회’를 한다면서 자신이 거주하는 ‘보증금 28억원’짜리 서울시장 관사 인근의 치킨집에서 35만원을 썼다.
18일에는 ‘광주 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 사전 조찬 간담회’를 이유로 ‘박 시장 외 1명’이 1만원을 지출했다. 이날 점심때는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 지원 등 관계자 간담회(시장 외 25명)’를 한다면서 전남 담양군 고서면의 유명 한정식집 ‘전통식당’에서 44만원을 썼다.
21일에는 ‘서울시 경제정책 추진 직원 격려’ ‘서울로 사업 추진 민관협력 검토 관계자 간담회’를 이유로 각각 77만원, 24만원을 썼다. 22일에는 전국체전을 추진한 직원을 격려한다면서 ‘도미노피자’에서 16만원, 23일에는 ‘시의회 협력 조찬 간담회’와 ‘근조 화환 설치비’ 명목으로 각각 90만원, 40만원을 지출했다.
“제로페이 되는 곳에서 돈 쓰라”던 박원순
5월 24일, 박원순 시장은 서울시청 구내식당에서 ‘문화정책 추진 관계자 간담회’에 38만원, ‘해외 순방 일정 기획 및 언론협력 추진 직원 격려’에 113만원을 썼다.
26일에는 주말에 근무하는 비서실 직원을 격려한다며 김밥집에서 1만원을 냈다. 이날 오후 8시20분쯤에는 ‘제로페이 활성화를 위한 현장 방문 기획 관계자 회의’를 한다면서 자신의 거처로부터 도보로 3분 거리에 있는 설렁탕집 ‘만수옥’에서 카드로 8만원을 지출했다.
자영업자들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걱정하면서 “제로페이가 되는 곳에서 돈을 써달라”고 부탁했던 박 시장이 ‘제로페이 활성화 방안’ 논의차 공금을 쓰면서도 정작 결제는 제로페이가 아닌 카드로 했다는 얘기다. 물론, 해당 업소가 제로페이를 받지 않아 박 시장이 불가피하게 ‘카드’로 결제했을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박 시장은 5월 28일, ‘시책추진 대외협력 정부관계자 등 간담회’를 이유로 마포구 연남동 소재 생선구이 백반집에서 14만원, ‘시정 주요현안 검토 관계자 회의’를 한다며 ‘본도시락 서울시청점’에서 5만원을 썼다.
29일 오전 7시10분경엔 ‘본죽&비빔밥 시청점’에서 17만원, 오후 12시30분쯤엔 ‘본도시락 서울시청점’에서 9만원, 오후 8시25분엔 서울시청 구내식당에서 100만원, ‘한미리’에서 20만원을 지출했다. 앞서 밝혔듯 ‘한미리’는 5월 8일, 강태웅 행정1부시장이 이미 제로페이로 결제했던 업소다.
5월 30일, 박 시장은 총 7회에 걸쳐 업무추진비를 썼다. 오전 8시40분엔 한정식집 ‘달개비’에서 12만원, 오후 1시30분쯤에는 시청 인근 서울파이낸스센터와 ‘도미노 피자’에서 각각 16만원, 104만원을 업무추진비로 썼다.
31일 오후 12시40분쯤엔 서울시청 인근 ‘동해일식’에서 51만원을 지출했다. 이 역시 후술하겠지만, 진희선 서울시 행정2부시장이 5월 27일 12시47분경 같은 식당에서 ‘시설계획과 현안 추진 직원 격려’ 명목으로 업무추진비 35만원을 제로페이로 결제한 사실을 감안했을 때 해당 업소 역시 이미 ‘제로페이 가맹업소’였다고 유추할 수 있다. 그럼에도 박 시장은 제로페이가 아닌 카드로 식대를 계산했다. 이날, 박 시장은 일식집에서 업무추진비를 쓰고 나서 30분 뒤에 근처 커피점에서 또 6만원을 지출했다.
지금까지 살핀 박원순 시장의 ‘5월 업무추진비 지출 내역’은 그가 카드로 결제한 내용만 추린 것이다. 5월 당시 박 시장은 46회에 걸쳐 1456만원을 업무추진비로 썼는데, 이 중 전체 금액의 98.4%에 해당하는 1433만원이 카드로 결제됐다. 바꿔 말하면, 그렇게도 “자영업자를 살리자”면서 제로페이를 부르짖었던 박 시장은 5월 당시 업무추진비로 1456만원을 쓰면서, 판매자가 수수료를 부담해야 하는 카드를 애용했다는 얘기가 된다. ‘제로페이 전도사’ 박 시장이 이 기간, 제로페이 비즈로 업무추진비를 쓴 경우는 5월 10일 오전 11시12분경, 서울시청 인근 치킨집에서 ‘제로페이 비즈 사업 추진 직원 격려’ 명목으로 결제한 23만원이 유일하다.
그러면서 박 시장은 6월 4일, 서울시청에서 가진 한국경영혁신중소기업협회와 이른바 ‘제로페이 비즈 활성화를 위한 업무 협약식’ 당시 “이제 제로페이는 날개를 달아서 날아가게 생겼다” “이제 법인용 제로페이 앱이 개발돼 사용되게 됐다” “그간 제로페이가 많이 발전했지만 또 한 단계 언덕을 넘게 됐다”고 주장했다.
박원순뿐 아니라 서울시 주요 간부들도 ‘제로페이’ 사용 저조
5월 당시엔 박원순 시장뿐 아니라 박원순 서울시의 주요 인사들도 제로페이 비즈에 대한 관심이 컸다고 얘기하긴 어렵다. 업무추진비 지출 내역에 따르면 그렇다.
3월에 임명된 김원이 서울시 정무부시장(차관급)은 ‘박원순의 최측근’이다. 김 부시장은 2011년 ‘박원순 캠프’로 합류했다. 당시 서울시장 보궐선거 결과는 ‘박원순 당선’이었다. 이후 김 내정자는 이른바 박원순 시정 1기(2011~2014) 정무보좌관, 박원순 시정 2기 정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다.
김 부시장은 2015년 당시 ‘5급 별정직’인 소위 ‘서울시 정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하면서 ‘1급 대우’를 받았다. 감사원의 조사 결과에 다르면 박원순 서울시는 ‘5급 김원이’에게 연간 업무추진비로 3000만원과 함께 사무실을 제공했다. 이는 ‘1급 고위 공무원’에 해당하는 혜택이다.
김 부시장은 ‘1급 대우’를 받는 한편 ‘5급 이하’만 받는 초과근무수당을 5개월 동안 400여만원을 수령했다. 각기 다른 기준으로 1급과 5급 이하가 받는 혜택을 누린 셈이다. 이 문제로 잠시 박원순 서울시를 떠났던 김 부시장은 지난 3월 복귀했다.
‘박원순의 최측근’ 김원이 정무부시장은 5월 당시 업무추진비를 1806만원이나 썼지만 제로페이는 단 1회도 이용하지 않았다. 김 부시장은 5월, 114회에 걸쳐 1806만원을 업무추진비로 썼다. 이 중 1801만원은 카드로 결제했다. 5만원은 경조사비 명목으로 현금을 썼다.
지난 5월, 강태웅 서울시 행정1부시장은 업무추진비 명목으로 총 1102만원을 썼다. 강 부시장의 업무추진비 지출 내역에 따르면 카드 결제 건수와 그 금액은 27건, 637만원이다. 제로페이의 경우엔 15건, 420만원이다. 지출 총액 대비 제로페이 결제금액 비중이 38%에 불과한 셈이다.
같은 기간, 진희선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34회에 걸쳐 업무추진비로 총 1258만원을 썼다. 이 중 카드와 현금, 제로페이의 결제 건수와 금액은 각각 ▲23건·771만원 ▲40건·225만원 ▲8건·262만원이다. 진 부시장의 ‘5월 업무추진비’ 지출액 중 제로페이 결제 금액 비중은 21%다.
서울시 실·국·본부로 내려가면 5월 업무추진비 집행 시 제로페이 사용 비중이 더 떨어진다. ‘제로페이추진반’이 속한 경제정책실이 쓴 업무추진비 1793만원 중 제로페이로 결제된 금액은 12%에 해당하는 216만원이다. 핵심 부서인 기획조정실은 4212만원을 쓰면서 11.5%인 486만원을 제로페이로 계산했다. 대변인실은 1107만원 중 247만원(22.3%), 물순환안전국은 539만원 중 103만원(19.2%), 재무국은 1806만원 중 158만원(15%), 안전총괄실은 1327만원 중 207만원(15%), 푸른도시국은 1132만원 중 147만원(13%)을 제로페이를 이용해 결제했다.
이 밖에 5월 업무추진비 지출 내역에서 ‘제로페이 결제 건’이 확인되지 않는 곳은 ▲감사위원회 ▲공공개발기획단 ▲기후환경본부 ▲노동민생정책관 ▲비상기획관 ▲스마트도시정책관 ▲시민감사옴부즈만위원회 ▲시민건강국 등이다. 남북협력추진단(1건·12만원), 도시계획국(1건·15만원), 도시교통실(2건·18만원), 도시재생실(1건·13만원), 민생사법경찰단(2건·11만원), 시민소통기획관(1건·6만원)은 제로페이 결제 건이 1~2회에 그친다. 이들의 전체 업무추진비 규모와 비교하면 제로페이 결제 금액 비중 역시 초라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5월은 564건·6909만원… 전 부서 확대 시행된 6월엔 2559건·3억6968만원”
이와 관련해서, 《월간조선》은 박원순서울시장을 수신자로 한 질의서를 서울시에 보냈다. 그 질문과 서울시 재무과의 반론을 문답으로 구성하면 다음과 같다.
― ‘제로페이 운영’ 이후 ‘제로페이 전도사’ 또는 ‘자영업자 살리기 전도사’를 자처해온 박 시장은 왜 지난 5월, 업무추진비를 쓰면서도 자신의 선거공약인 ‘서울페이’에서 비롯된 제로페이를 이용하지 않았습니까? 같은 기간, 서울시 행정1·2부시장과 정무부시장, 각 실·국·본부의 업무추진비 지출 내역에 따르면 이들의 전체 업무추진비 지출 건 중 제로페이로 결제된 경우는 일부에 불과합니다. 아예 제로페이 결제 사실이 없는 부서도 부지기수입니다. 제로페이 사업을 주도하는 서울시의 구성원들은 왜 말로는 제로페이의 장점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본인들은 사비가 아닌 공금조차도 제로페이로 결제하지 않았습니까? 이에 대해 박원순 시장은 서울시 직원들에게 어떤 지시나 주문을 내렸습니까? 서울시 직원조차 쓰지 않는 결제 수단을 일반 소비자들이 무슨 이유로 써야 합니까?
“제로페이 비즈의 본격적인 시행에 앞서 시스템의 안정적인 운영 검증단계로 5월 한 달 기간 동안에 서울시 실·본부·국장 등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을 추진하였으며, 5월 28일 이후 본격적으로 전 부서에서 사용을 시작하였는데 이에 따라 시범 운영기간과 본격 사용기간별로 사용실적에 차이가 있습니다. 시장단(박원순, 강태웅, 진희선, 김원이-기자 註)의 경우, 5월 제로페이 비즈 사용실적은 총 31건, 사용금액은 660만9000원이었으나 본격적인 시행 이후인 6월 한 달간의 사용실적은 총 145건, 3153만3000원으로서 건수와 금액이 크게 증가하였습니다.
또한 서울시 실·본부·국장 대상으로 제로페이 비즈 시범운영을 시행했던 5월 본청의 사용실적은 총 564건·6909만3000원이었으나, 전 부서로 확대시행하였던 6월에는 2559건·3억6968만1000원으로 급격히 늘어났습니다.”
이 밖에 서울시는 “현재 업무추진비에 한정된 제로페이 사용예산과목을 물품구매비 등 사무관리비 분야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도록 관련 규정(지방자치단체 세출 예산집행 기준 〈행정안전부 예규〉) 개정을 건의할 계획이며, 규정 개정 및 가맹점 확대 등을 통해 공공부문 제로페이 사용을 확산시켜 자영업자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건강한 소비 문화 정착에 앞장설 계획”이라고 향후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상기 문답에서 서울시는 5월은 ‘시범사업 기간’이었고, 시범사업 대상자가 국장급(3급) 이상으로 한정됐던 탓에 제로페이 결제 빈도와 금액이 많지 않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하지만 위에서 본 것처럼 5월에 제로페이로 업무추진비를 결제할 수 있었던 국장급 간부 상당수가 아예 제로페이를 이용하지 않거나 월 1~2회 쓰는 데 그쳤으므로, 서울시의 해명이 설득력 있다고 보기는 쉽지 않다.
한편, 서울시의 주장처럼 서울시 각 실·국·본부는 6월 들어 업무추진비를 쓰면서 제로페이를 전월보다 많이 사용했다. 박원순 시장도 마찬가지다. 5월엔 업무추진비 1456만원 중 제로페이 결제 금액은 23만원(1건)이었던 것과 달리 6월엔 1586만원 중 410만원으로 증가했다. 결제 건수도 14건으로 늘었다. 그럼에도 같은 달 박 시장의 업무추진비 지출 내역을 보면 카드 결제 건수와 금액은 23회, 975만원으로 이는 각각 제로페이의 2.4배와 1.6배에 해당한다. 전체 금액 대비 제로페이 결제금액은 26%에 지나지 않는다. 박 시장은 왜 ‘제로페이’보다 카드를 더 많이 이용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 서울시는 답변하지 않았다.
두 차례 택시 앱 실패한 서울시… 제로페이는?
최근 서울시는 택시 승차 거부를 근절하겠다며 내놓은 택시 앱 ‘S 택시’ 운영을 중단했다. 서울시는 2017년 내놨던 택시 앱 ‘지브로’도 사업 1년 만에 접었다. 시장 특성, 경쟁자 강·약점, 소비자 니즈 등에 대한 분석 능력과 사업 추진력, 성공 의지가 해당 사업에 ‘사활’이 걸린 민간보다 부족할 수밖에 없는 관(官)이 시장에 개입한 까닭에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시장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제품은 도태돼야 한다. 그게 시장의 원리다. 제로페이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와 박원순 서울시는 세금을 들여 제로페이를 끌고 가려고 한다. 이와 함께 문재인 정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정부부처 경비를 결제할 때 제로페이를 이용할 수 있도록 ‘국고관리법 시행규칙’을 개정했다. 박원순 서울시는 제로페이로 결제할 경우 서울시 공공시설 이용료를 할인해주는 유인 전략을 추진한다. 이에 따른 추정 손실액은 연간 88억원이다. 이처럼 할인된 금액은 결국 서울시 세입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서울시민이 부담해야 한다. 한마디로 현재 제로페이는 ‘세금’이라는 ‘호흡기’를 달고 연명하는 셈이다.⊙
정부는 ‘제로페이 확산’을 위해 아직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그것도 여러 조건에 들어맞아야 가능한 ‘소득공제율 40%’를 내세웠다. 서울시는 자영업자 또는 소상공인과는 무관한 ‘공공시설 이용료 할인’도 선전했지만, 유인 효과는 크지 않았다. 이는 제로페이 출시 전에 이미 예견됐던 상황이다.
현재 신용카드 사용액의 공제율은 30%인 체크카드의 2분의 1에 불과한 15%인데도, 결제 건수와 사용액 면에서 신용카드가 압도적 우세를 점하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세법 개정이 이뤄져 ‘공제율 40%’가 실현된다고 해도 신용·체크카드 사용자를 제로페이로 유인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카드사가 카드 사용의 대가로 제공하는 다양한 혜택을 소비자가 “자영업자를 돕자”는 정부나 서울시의 선전에 의해 포기할 리도 없다. 시장에서 소비자를 움직이는 건 ‘선의(善意)’가 아니라 ‘효용’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는 제로페이를 시장에 안착시키려고 관련 예산 60억원을 편성했다. 박원순 서울시는 지난해에 32억6000만원을 쓴 데 이어 올해 또한 38억원을 배정했다. ‘민생용’이라는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에도 제로페이 기반 구축과 홍보 관련 예산이 76억원 포함돼 있다. 추가경정예산안이 그대로 통과된다면, 올해에만 제로페이에 세금 166억원이 들어가는 셈이다.
본지 질의 후 朴의 제로페이 실적 ‘0건→1건’으로 수정한 서울시
![]() |
2018년 6월 서울시장 선거에서 3선에 성공한 박원순 시장과 그의 부인 강난희씨다. 박 시장은 선거 당시 ‘서울페이’를 공약했고, ‘3기 시정’ 들어 문재인 정부와 함께 ‘제로페이’를 만들었다. 사진=뉴시스 |
《월간조선》은 ‘서울시장 박원순’과 서울시 각 부서의 ‘제로페이 Biz(이하 제로페이 비즈)’ 사용 실태를 확인하기 위해 서울시에 ‘부서별 업무추진비 지출 현황’을 요청했다. 서울시 재무과 관계자는 이미 공개된 내용이므로 서울시 홈페이지에서 검색하라고 안내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 홈페이지 조직도에 있는 본청 부서들의 업무추진비 지출 내역을 일일이 검색해 얻은 업무추진비 내역 200여 건을 통해 제로페이 비즈 사용 실태를 분석했다. 단, 검색 결과 수차례 “없다”는 문구가 나온 부서가 있어 서울시 전체의 실제 제로페이 비즈 사용 실태를 파악하는 데는 ‘외부인’으로서 한계가 있었다.
《월간조선》의 분석 결과, 그간 ‘제로페이 전도사’를 자처해왔던 박 시장은 5월 당시 업무추진비로 1456만원을 쓰면서도 제로페이 비즈를 단 1회도 사용하지 않았다는 ‘내용’을 발견했다. 서울시는 7월 10일 《월간조선》의 관련 질의서를 받은 이후 서울시장 박원순의 ‘5월 업무추진비 지출 내역’을 수정해 게시했다. 바뀐 지출 내역에 따르면 박 시장의 ‘5월 업무추진비 지출 건’ 46건 중 제로페이 비즈로 결제된 경우는 1건에 불과하다.
박원순, ‘자영업자 살리기 전도사’ 자처하며 “제로페이 성공한다!”
![]() |
2018년 12월 20일, ‘박원순 서울시’는 제로페이 시범사업을 시행했다. 이후 제로페이의 처참한 성적에 박 시장은 “첫술에 배부를 수 있느냐?” “내가 해서 안 된 일이 뭐가 있느냐?” “제로페이는 성공한다. 내기하자!”는 식으로 제로페이의 성공을 장담해왔다. 사진=뉴시스 |
‘자영업자 살리기 전도사’ 박 시장은 제로페이 시범사업 실시 전인 작년 11월 22일, 제로페이 가맹점 유치를 위해 어깨띠를 두른 채 을지로 지하상가를 돌며 상인들을 독려했다. 같은 해 12월 20일, 박 시장은 제로페이 시범사업을 하면서 “제로페이는 자영업자들이 수십만, 수백만원까지 지불해야 했던 경제적 부담을 실질적으로 덜어주는 동시에 착한 소비로 건강한 소비문화를 만들어가는 사회적 기능까지 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소비자가 편리한 결제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안정적으로 정착시켜나가겠다”고 말했다.
같은 날, 박 시장은 또 이른바 ‘제로페이 이용 확산 결의대회’에 참석해 “서울에만 100만명, 전국 500만명의 자영업자가 너무나 힘든 영업환경에 놓여 있다. 카드결제 수수료가 많게는 영업이익의 50%를 차지한다”면서 “이런 수수료를 제로화할 수 있다면 엄청난 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월 8일엔 잡지 거리 판매에 나섰다가 제로페이로 결제한 시민에게 “세상에 이런 분도 계시네”라며 “대단한 시민이시다”라고 치켜세우고 악수를 청하기도 했다. 같은 달 16일, 박 시장은 “(제로페이가) 지금은 약간 불편하고 인센티브가 부족하지만, 앞으로는 가장 간편한 결제 방식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면서 “제로페이는 잘될 것이다. 내기를 해도 좋다”고 장담했다.
박원순, “이렇게 편한데 왜 안 쓰지?… 제로페이는 ‘착한 결제’”
![]() |
박원순 시장은 지난 2월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로페이가 대세다!”라면서 ‘제로페이 홍보 영상’을 올렸다. 해당 영상에서 ‘제로페이 대표 홍보대사’인 박 시장은 서울시청 인근 상점을 찾아 직접 제로페이 결제 과정을 시연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편한데 왜 사람들이 안 쓰지?”라며 의아해했다. 출처=박원순 페이스북 |
박 시장은 서울시 관내를 돌며 제로페이 홍보를 하는 데 열을 올리기도 했다. 3월 5일에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홍종학 당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함께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 소재 신원시장을 찾아 상인들을 상대로 제로페이 가맹점 가입을 독려했다. 3월 15일엔 한 조찬 포럼에 나가 “자영업자가 벼랑 끝에 몰려 있다” “이웃을 돕는 일을 관(官)이 해야지 누가 하겠느냐”면서 “기를 쓰고 관제페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동네에서 일부러라도 제로페이 되느냐고 하루에 두세 곳에 물어보고, 제로페이 되는 집에서는 (돈을) 써달라”고 참석자들에게 ‘당부’했다.
박 시장의 ‘제로페이 홍보’는 이후에도 계속됐다. 박 시장은 4월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로페이 가맹점이 10만 호점을 돌파했다”며 “이 정도면 이미 대세 아닌가요?”라고 적었다. 같은 날 이뤄진 《문화일보》와의 인터뷰(4월 12일 보도)에서는 “제로페이는 소비자와 판매자, 공공 모두에게 득이 되는 ‘착한 결제’”라고 주장했다.
![]() |
2018년 12월 18일, ‘제로페이 시범사업’을 이틀 앞두고 ‘박원순 서울시’는 ‘제로페이 총력전’을 결의했다. 이 자리에서 박 시장은 “제로페이 성패에 서울시의 명예가 달렸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제로페이’를 가리켜 ‘박원순의 대권페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사진=월간조선 |
해당 내용은 《월간조선》 2월호 “[단독입수] 서울시 내부 문건으로 본 박원순의 ‘제로페이 실적 올리기 총력전’”이란 기사로 이미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월간조선》이 입수한 서울시 내부 문건 ‘제로페이 도입 관련 부문별 추진 현황 시장 보고 결과’에 따르면 박 시장을 비롯한 서울시 간부, 서울시 출자·출연기관의 대표들은 ‘제로페이 실적 올리기 총력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문건에 따르면 제로페이 시범사업을 이틀 앞둔 2018년 12월 18일, 박 시장은 서울시와 산하기관 인사들을 총동원해 제로페이 대책을 보고받았다. 당시 회의에는 윤준병 당시 서울시 행정1부시장과 진희선 행정2부시장을 비롯한 서울시 인사 35명, 서울시 산하 공기업과 출자·출연기관 대표 14명이 참석했다. 배석자는 서울시 조직담당관, 법무담당관, 재정관리담당관, 공기업담당관, 자치행정과장, 재무과장, 시민소통담당관, 인력개발과장 등 8명이다.
이 자리에서 박 시장은 “제로페이의 성패에 서울시의 명예가 달렸다”며 “최우선 현안으로 생각하고 모두 총력을 다한다는 결의를 다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제로페이에 참여한 민간업자 스스로 이용자 모집에 총력을 다하고, 프랜차이즈 가맹점주가 제로페이의 장점을 먼저 설명할 수 있도록 하는 훈련도 필요하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박원순, “질식 위기에 처한 자영업자를 위해 ‘관제페이’라도 해야”
이날, 박원순 시장은 “코레일 열차 내 홍보를 추진하고, 전국 시·도 기획관리실장을 대상으로 서울시 경험을 패키지로 전달하는 등 전국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 “모든 기관 청사, 신한은행·우리은행 지점 건물에 제로페이 대형 걸개가 걸리도록 하고, 보이는 모든 곳(하늘, 땅, 지하)에 제로페이가 홍보되도록 하라”면서 “〈KBS 아침마당〉 등 주부 대상 프로그램에 출연해 설명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박 시장은 또 “제로페이가 관제페이라는 것은 손해 보는 쪽에서 공격하는 논리다. 질식 위기에 처한 자영업자를 위해 관제페이라도 해야 하는 것에 대해 당당한 책임감과 사명의식을 갖고 항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장기적으로 신용 기능 부가, 시민카드 확대, 마일리지 연결 등 기능 향상을 통해 제로페이 이용이 확산되도록 하고, 중앙정부와 협력해 공공시설 할인 등 혜택을 부여하는 한편 젊은 세대가 좋아하는 ‘센스 있는 마케팅’을 준비하라”고 주문했다.
박 시장은 “자치구 실적이 매우 저조하다”며 “매일, 매주 단위로 순위 매겨서 하위 10개 구는 향후 6개월간 특별교부금을 동결하는 것을 정식 선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제로페이 가맹 유치 실적을 기준으로 자치구에 가는 ‘특별조정교부금’을 차등 지급하겠다는 발상이었다. ‘특별조정교부금’은 법령이 정한 ‘재정 수요’가 발생했을 때 지자체에 ‘더 주는 돈’이다.
만일 박원순 시장의 구상대로 서울시가 ‘제로페이 실적’이 낮은 자치구에 대해 특별조정교부금을 동결했다면, 해당 자치구는 ‘돈 가뭄’에 허덕일 수밖에 없다. 박원순 서울시의 ‘제로페이 확산 실적’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구정(區政) 운영에 지장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로 인한 피해는 해당 자치구에 사는 서울시민에게 돌아간다. 특별조정교부금 동결 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위해 각 구청 직원들이 ‘제로페이 실적 쌓기’에 매진한다면, 행정 공백이 생긴다. 이 같은 무형의 비용 역시 사실상 서울시민이 부담해야 한다.
서울시는 이후 부구청장 회의에서 박 시장의 ‘교부금 차등 지급’ 방침을 각 자치구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관내 자치구들은 제로페이 가맹률 제고를 위해 통반장을 동원하고, 가맹점 유치 1건당 수당으로 1만5000원을 내거는 등의 방법을 쓰면서 ‘실적 올리기’에 주력했다.
서울시의 ‘제로페이 실적 올리기 압박’은 일선 공무원들의 반발을 샀다. 그에 따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서울본부도 박 시장과 서울시를 비판하고 나섰다. 이들은 1월 21일, “공무원을 강제 동원하고 경쟁을 강요하는 서울시 제로페이 사업 반대한다!”는 제하의 성명을 내놨다.
전공노 서울본부는 또 “서울시에서는 300억원의 포상금을 걸고 자치구의 경쟁을 불러일으키고 실적에 차등 지급할 것을 계획한다고 하지만, 이러한 것은 실질적으로 자영업자들에게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라면서 박원순 서울시에 대한 투쟁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성명 끝에 “서울시는 제로페이 가맹과 홍보에 쓸 재원을 시민들의 실질적인 삶의 개선을 위해 사용하길 바란다”며 “이를 위해 공무원노조 서울본부는 서울시의 부당한 제로페이 실적 강요에 굴복하지 않고 전 조합원과 함께 투쟁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박원순의 ‘제로페이 비즈’ 사용 실태는?
![]() |
박원순(왼쪽)의 서울시와 박영선(오른쪽)의 중소벤처기업부가 ‘제로페이’의 ‘쌍두마차’라고 할 수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추가경정예산안에 제로페이 기반 확산과 홍보 명목으로 76억원을 편성했다. 사진=뉴시스 |
앞서 밝힌 것처럼 박 시장은 ‘5월 업무추진비’로 1456만원(이하 1000원 단위 반올림 적용)을 썼다. 이 중 카드 결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박 시장은 5월 1일부터 8일까지 6회에 걸쳐 279만원을 해외 출장 기간에 ‘직원 격려’ ‘기자 간담회’ ‘출장 결과 보고 공유 간담회’ 명목으로 지출했다. 5월 9일에는 ‘결혼축하품 구입비 지급’을 구실로 30만원을 썼다.
13일엔 ‘시책사업 관련 법률 및 소송지원 간담회’를 한다면서 오전 8시43분에 24만원을 썼다. 이날 오후엔 유엔식량농업기구 한국협력연락사무소 개소식 관계자 회의를 했다면서 8만원, ‘태양광 랜드마크 사업 추진 직원 격려’를 이유로 26만원을 썼다. 또 ‘비서실 민원 응대 직원 격려 간담회’를 했다면서 6만원, ‘외국인 투자 자문회의 관련 업무협의 간담회’ 명목으로 19만원을 지출했다. 다음 날엔 신라호텔에서 ‘시정 관련 종교계 의견 수렴’을 이유로 35만원을 썼다.
같은 식당인데 박원순은 ‘카드’… 부시장은 ‘제로페이’?
![]() |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5월 당시 박원순 시장은 강태웅 행정1부시장과 진희선 행정2부시장이 이미 제로페이로 결제한 업소에서조차, 업무추진비를 쓰면서 ‘카드’로 결제했다. 출처=서울시 |
17일 점심때는 ‘언론 관계자 간담회’를 명목으로 한정식 전문점 ‘한미리(서울시 중구 소재)’에서 18만원을 카드로 결제했다. 뒤에 밝히겠지만, 강태웅 서울시 행정1부시장이 5월 8일, 같은 지번·동일 상호를 가진 식당에서 제로페이로 23만원을 결제한 걸 고려하면, 해당 업소는 박 시장이 방문했던 5월 17일 당시 이미 ‘제로페이 가맹업소’였다고 추정할 수 있지만, 박 시장은 카드로 계산했다.
박 시장은 또 이날 오후 10시경, ‘청년 지원 및 자영업 활성화 정책 추진 관계자 간담회’를 한다면서 자신이 거주하는 ‘보증금 28억원’짜리 서울시장 관사 인근의 치킨집에서 35만원을 썼다.
18일에는 ‘광주 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 사전 조찬 간담회’를 이유로 ‘박 시장 외 1명’이 1만원을 지출했다. 이날 점심때는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 지원 등 관계자 간담회(시장 외 25명)’를 한다면서 전남 담양군 고서면의 유명 한정식집 ‘전통식당’에서 44만원을 썼다.
21일에는 ‘서울시 경제정책 추진 직원 격려’ ‘서울로 사업 추진 민관협력 검토 관계자 간담회’를 이유로 각각 77만원, 24만원을 썼다. 22일에는 전국체전을 추진한 직원을 격려한다면서 ‘도미노피자’에서 16만원, 23일에는 ‘시의회 협력 조찬 간담회’와 ‘근조 화환 설치비’ 명목으로 각각 90만원, 40만원을 지출했다.
“제로페이 되는 곳에서 돈 쓰라”던 박원순
![]() |
‘박원순 서울시’는 2018년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제로페이(또는 서울페이) 홍보 등에 약 38억원을 썼다. 출처=서울시 |
26일에는 주말에 근무하는 비서실 직원을 격려한다며 김밥집에서 1만원을 냈다. 이날 오후 8시20분쯤에는 ‘제로페이 활성화를 위한 현장 방문 기획 관계자 회의’를 한다면서 자신의 거처로부터 도보로 3분 거리에 있는 설렁탕집 ‘만수옥’에서 카드로 8만원을 지출했다.
자영업자들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걱정하면서 “제로페이가 되는 곳에서 돈을 써달라”고 부탁했던 박 시장이 ‘제로페이 활성화 방안’ 논의차 공금을 쓰면서도 정작 결제는 제로페이가 아닌 카드로 했다는 얘기다. 물론, 해당 업소가 제로페이를 받지 않아 박 시장이 불가피하게 ‘카드’로 결제했을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박 시장은 5월 28일, ‘시책추진 대외협력 정부관계자 등 간담회’를 이유로 마포구 연남동 소재 생선구이 백반집에서 14만원, ‘시정 주요현안 검토 관계자 회의’를 한다며 ‘본도시락 서울시청점’에서 5만원을 썼다.
29일 오전 7시10분경엔 ‘본죽&비빔밥 시청점’에서 17만원, 오후 12시30분쯤엔 ‘본도시락 서울시청점’에서 9만원, 오후 8시25분엔 서울시청 구내식당에서 100만원, ‘한미리’에서 20만원을 지출했다. 앞서 밝혔듯 ‘한미리’는 5월 8일, 강태웅 행정1부시장이 이미 제로페이로 결제했던 업소다.
5월 30일, 박 시장은 총 7회에 걸쳐 업무추진비를 썼다. 오전 8시40분엔 한정식집 ‘달개비’에서 12만원, 오후 1시30분쯤에는 시청 인근 서울파이낸스센터와 ‘도미노 피자’에서 각각 16만원, 104만원을 업무추진비로 썼다.
31일 오후 12시40분쯤엔 서울시청 인근 ‘동해일식’에서 51만원을 지출했다. 이 역시 후술하겠지만, 진희선 서울시 행정2부시장이 5월 27일 12시47분경 같은 식당에서 ‘시설계획과 현안 추진 직원 격려’ 명목으로 업무추진비 35만원을 제로페이로 결제한 사실을 감안했을 때 해당 업소 역시 이미 ‘제로페이 가맹업소’였다고 유추할 수 있다. 그럼에도 박 시장은 제로페이가 아닌 카드로 식대를 계산했다. 이날, 박 시장은 일식집에서 업무추진비를 쓰고 나서 30분 뒤에 근처 커피점에서 또 6만원을 지출했다.
![]() |
‘제로페이 전도사’ 박원순 시장은 5월 업무추진비 1456만원을 쓰면서 자신이 그렇게 강조해온 ‘제로페이’로는 단 1회, 23만4000원만 결제했다. 출처=서울시 |
그러면서 박 시장은 6월 4일, 서울시청에서 가진 한국경영혁신중소기업협회와 이른바 ‘제로페이 비즈 활성화를 위한 업무 협약식’ 당시 “이제 제로페이는 날개를 달아서 날아가게 생겼다” “이제 법인용 제로페이 앱이 개발돼 사용되게 됐다” “그간 제로페이가 많이 발전했지만 또 한 단계 언덕을 넘게 됐다”고 주장했다.
박원순뿐 아니라 서울시 주요 간부들도 ‘제로페이’ 사용 저조
5월 당시엔 박원순 시장뿐 아니라 박원순 서울시의 주요 인사들도 제로페이 비즈에 대한 관심이 컸다고 얘기하긴 어렵다. 업무추진비 지출 내역에 따르면 그렇다.
3월에 임명된 김원이 서울시 정무부시장(차관급)은 ‘박원순의 최측근’이다. 김 부시장은 2011년 ‘박원순 캠프’로 합류했다. 당시 서울시장 보궐선거 결과는 ‘박원순 당선’이었다. 이후 김 내정자는 이른바 박원순 시정 1기(2011~2014) 정무보좌관, 박원순 시정 2기 정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다.
김 부시장은 2015년 당시 ‘5급 별정직’인 소위 ‘서울시 정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하면서 ‘1급 대우’를 받았다. 감사원의 조사 결과에 다르면 박원순 서울시는 ‘5급 김원이’에게 연간 업무추진비로 3000만원과 함께 사무실을 제공했다. 이는 ‘1급 고위 공무원’에 해당하는 혜택이다.
김 부시장은 ‘1급 대우’를 받는 한편 ‘5급 이하’만 받는 초과근무수당을 5개월 동안 400여만원을 수령했다. 각기 다른 기준으로 1급과 5급 이하가 받는 혜택을 누린 셈이다. 이 문제로 잠시 박원순 서울시를 떠났던 김 부시장은 지난 3월 복귀했다.
‘박원순의 최측근’ 김원이 정무부시장은 5월 당시 업무추진비를 1806만원이나 썼지만 제로페이는 단 1회도 이용하지 않았다. 김 부시장은 5월, 114회에 걸쳐 1806만원을 업무추진비로 썼다. 이 중 1801만원은 카드로 결제했다. 5만원은 경조사비 명목으로 현금을 썼다.
지난 5월, 강태웅 서울시 행정1부시장은 업무추진비 명목으로 총 1102만원을 썼다. 강 부시장의 업무추진비 지출 내역에 따르면 카드 결제 건수와 그 금액은 27건, 637만원이다. 제로페이의 경우엔 15건, 420만원이다. 지출 총액 대비 제로페이 결제금액 비중이 38%에 불과한 셈이다.
같은 기간, 진희선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34회에 걸쳐 업무추진비로 총 1258만원을 썼다. 이 중 카드와 현금, 제로페이의 결제 건수와 금액은 각각 ▲23건·771만원 ▲40건·225만원 ▲8건·262만원이다. 진 부시장의 ‘5월 업무추진비’ 지출액 중 제로페이 결제 금액 비중은 21%다.
서울시 실·국·본부로 내려가면 5월 업무추진비 집행 시 제로페이 사용 비중이 더 떨어진다. ‘제로페이추진반’이 속한 경제정책실이 쓴 업무추진비 1793만원 중 제로페이로 결제된 금액은 12%에 해당하는 216만원이다. 핵심 부서인 기획조정실은 4212만원을 쓰면서 11.5%인 486만원을 제로페이로 계산했다. 대변인실은 1107만원 중 247만원(22.3%), 물순환안전국은 539만원 중 103만원(19.2%), 재무국은 1806만원 중 158만원(15%), 안전총괄실은 1327만원 중 207만원(15%), 푸른도시국은 1132만원 중 147만원(13%)을 제로페이를 이용해 결제했다.
이 밖에 5월 업무추진비 지출 내역에서 ‘제로페이 결제 건’이 확인되지 않는 곳은 ▲감사위원회 ▲공공개발기획단 ▲기후환경본부 ▲노동민생정책관 ▲비상기획관 ▲스마트도시정책관 ▲시민감사옴부즈만위원회 ▲시민건강국 등이다. 남북협력추진단(1건·12만원), 도시계획국(1건·15만원), 도시교통실(2건·18만원), 도시재생실(1건·13만원), 민생사법경찰단(2건·11만원), 시민소통기획관(1건·6만원)은 제로페이 결제 건이 1~2회에 그친다. 이들의 전체 업무추진비 규모와 비교하면 제로페이 결제 금액 비중 역시 초라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5월은 564건·6909만원… 전 부서 확대 시행된 6월엔 2559건·3억6968만원”
이와 관련해서, 《월간조선》은 박원순서울시장을 수신자로 한 질의서를 서울시에 보냈다. 그 질문과 서울시 재무과의 반론을 문답으로 구성하면 다음과 같다.
― ‘제로페이 운영’ 이후 ‘제로페이 전도사’ 또는 ‘자영업자 살리기 전도사’를 자처해온 박 시장은 왜 지난 5월, 업무추진비를 쓰면서도 자신의 선거공약인 ‘서울페이’에서 비롯된 제로페이를 이용하지 않았습니까? 같은 기간, 서울시 행정1·2부시장과 정무부시장, 각 실·국·본부의 업무추진비 지출 내역에 따르면 이들의 전체 업무추진비 지출 건 중 제로페이로 결제된 경우는 일부에 불과합니다. 아예 제로페이 결제 사실이 없는 부서도 부지기수입니다. 제로페이 사업을 주도하는 서울시의 구성원들은 왜 말로는 제로페이의 장점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본인들은 사비가 아닌 공금조차도 제로페이로 결제하지 않았습니까? 이에 대해 박원순 시장은 서울시 직원들에게 어떤 지시나 주문을 내렸습니까? 서울시 직원조차 쓰지 않는 결제 수단을 일반 소비자들이 무슨 이유로 써야 합니까?
“제로페이 비즈의 본격적인 시행에 앞서 시스템의 안정적인 운영 검증단계로 5월 한 달 기간 동안에 서울시 실·본부·국장 등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을 추진하였으며, 5월 28일 이후 본격적으로 전 부서에서 사용을 시작하였는데 이에 따라 시범 운영기간과 본격 사용기간별로 사용실적에 차이가 있습니다. 시장단(박원순, 강태웅, 진희선, 김원이-기자 註)의 경우, 5월 제로페이 비즈 사용실적은 총 31건, 사용금액은 660만9000원이었으나 본격적인 시행 이후인 6월 한 달간의 사용실적은 총 145건, 3153만3000원으로서 건수와 금액이 크게 증가하였습니다.
또한 서울시 실·본부·국장 대상으로 제로페이 비즈 시범운영을 시행했던 5월 본청의 사용실적은 총 564건·6909만3000원이었으나, 전 부서로 확대시행하였던 6월에는 2559건·3억6968만1000원으로 급격히 늘어났습니다.”
이 밖에 서울시는 “현재 업무추진비에 한정된 제로페이 사용예산과목을 물품구매비 등 사무관리비 분야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도록 관련 규정(지방자치단체 세출 예산집행 기준 〈행정안전부 예규〉) 개정을 건의할 계획이며, 규정 개정 및 가맹점 확대 등을 통해 공공부문 제로페이 사용을 확산시켜 자영업자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건강한 소비 문화 정착에 앞장설 계획”이라고 향후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상기 문답에서 서울시는 5월은 ‘시범사업 기간’이었고, 시범사업 대상자가 국장급(3급) 이상으로 한정됐던 탓에 제로페이 결제 빈도와 금액이 많지 않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하지만 위에서 본 것처럼 5월에 제로페이로 업무추진비를 결제할 수 있었던 국장급 간부 상당수가 아예 제로페이를 이용하지 않거나 월 1~2회 쓰는 데 그쳤으므로, 서울시의 해명이 설득력 있다고 보기는 쉽지 않다.
한편, 서울시의 주장처럼 서울시 각 실·국·본부는 6월 들어 업무추진비를 쓰면서 제로페이를 전월보다 많이 사용했다. 박원순 시장도 마찬가지다. 5월엔 업무추진비 1456만원 중 제로페이 결제 금액은 23만원(1건)이었던 것과 달리 6월엔 1586만원 중 410만원으로 증가했다. 결제 건수도 14건으로 늘었다. 그럼에도 같은 달 박 시장의 업무추진비 지출 내역을 보면 카드 결제 건수와 금액은 23회, 975만원으로 이는 각각 제로페이의 2.4배와 1.6배에 해당한다. 전체 금액 대비 제로페이 결제금액은 26%에 지나지 않는다. 박 시장은 왜 ‘제로페이’보다 카드를 더 많이 이용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 서울시는 답변하지 않았다.
두 차례 택시 앱 실패한 서울시… 제로페이는?
최근 서울시는 택시 승차 거부를 근절하겠다며 내놓은 택시 앱 ‘S 택시’ 운영을 중단했다. 서울시는 2017년 내놨던 택시 앱 ‘지브로’도 사업 1년 만에 접었다. 시장 특성, 경쟁자 강·약점, 소비자 니즈 등에 대한 분석 능력과 사업 추진력, 성공 의지가 해당 사업에 ‘사활’이 걸린 민간보다 부족할 수밖에 없는 관(官)이 시장에 개입한 까닭에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시장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제품은 도태돼야 한다. 그게 시장의 원리다. 제로페이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와 박원순 서울시는 세금을 들여 제로페이를 끌고 가려고 한다. 이와 함께 문재인 정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정부부처 경비를 결제할 때 제로페이를 이용할 수 있도록 ‘국고관리법 시행규칙’을 개정했다. 박원순 서울시는 제로페이로 결제할 경우 서울시 공공시설 이용료를 할인해주는 유인 전략을 추진한다. 이에 따른 추정 손실액은 연간 88억원이다. 이처럼 할인된 금액은 결국 서울시 세입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서울시민이 부담해야 한다. 한마디로 현재 제로페이는 ‘세금’이라는 ‘호흡기’를 달고 연명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