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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대한민국이 나아갈 길-‘제2의 삼성전자’를 찾아라!

삼성전자와 같은 ‘고래’를 몇 마리 더 키워 바다로 내보내자!

글 : 정혜연  월간조선 기자

글 : 신승민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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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약 시장 규모는 반도체와 자동차 합한 수치… 삼성바이오로직스 유망
⊙ 석유화학 산업의 잠재력 충분… SK이노베이션은 미래 에너지 준비하는 복합기업
⊙ LG전자 데이터송수신 장치 세계 1위, 중장기적으로 큰 도약 예상
⊙ 전 세계 시가총액 1~10위 중 70%가 플랫폼 기업… 네이버·카카오 성장성 충분
⊙ 한류는 서비스지만 화장품·게임·의류와 연결할 수 있는 ‘융·복합 산업’

[편집자 주]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3%에서 2.9%로 낮췄다. 내년 성장률은 이보다 낮은 2.8%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7월 11일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취업자 숫자는 월 10만4000명(2월)을 기록한 뒤 3개월 연속 10만명대를 기록하다가 5월에 7만2000명으로 집계됐다. 미국의 실업률은 18년 만에 최저치를 찍고 있고, 독일의 5월 실업률도 통일 이후 최저점인 5.2%라고 한다. 국내 수출도 편중 현상이 날로 심해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지난 6월 발표에 따르면, 전체 수출 중 반도체 비중이 지난해 17.1%에서 20.3%로 치솟았다. 우리 경제가 삼성전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셈이다. 하지만 지난 8월 공정거래법 개정에 따르면, 대기업의 규제 대상은 종전의 203개에서 441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맥킨지코리아의 ‘스타트업 코리아’ 보고서에 의하면, 전 세계 상위 100개 스타트업(벤처기업) 중 70%가 넘는 사업 모델이 우리나라 법으로는 규제 대상에 속한다고 한다. 세계기업가정신 발전기구(GEDI)가 발표한 ‘2017 글로벌 기업가정신 지수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기업가 정신은 세계 137개국 중 27위에 랭크돼 있다. 기업가에 대한 사회의 호감도를 뜻하는 ‘문화적 요인’은 지수가 산출된 2012년 이후에 계속 나빠지고 있다. 반기업 정서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 대학생 졸업자의 창업 비율은 0.8%로, 이웃 나라인 중국(8%)의 10분의 1 수준이다.
많은 자유시장주의 학자들은 우리 경제가 살아나기 위해서 기업에 대한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기업의 이윤 창출을 긍정적 시각에서 바라보고, 젊은이들에게 이를 고취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또 기업들에 대한 규제를 과감하게 풀고, 기업인이 존경받는 사회를 꾸려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 경제에 절대적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삼성전자와 같은 회사가 5군데 더 생길 수 있다면, 우리 경제의 미래는 보다 풍요로워질 수 있다고 믿는다. ‘제2의 삼성전자’가 될 수 있는 기업들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고 이들에 대해 지원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동안 각종 강의와 기고문을 통해 자유시장주의의 당위성을 알려왔던 학자들과 이 부분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해 보기로 했다. 지난 7월 20일, 《월간조선》 대회의실에서는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김진국 배재대 기업컨설팅학과 교수, 이웅희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 최성진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와의 토론의 장이 열렸다.
  사회: 국내 경제 상황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얘기들이 많습니다. 기업의 성장 없이 일자리 창출이 요원한 것도 사실입니다. 우리 경제가 지속 성장을 하기 위해서 삼성전자와 같은 기업이 4~5개 더 생겨야 한다는 점에 대해 공감하십니까.
 
  조동근: 충분히 공감합니다. 경제를 바로 보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시장에 대해 제대로 이해를 해야 합니다. 시장에 대한 오해를 없애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시장’에 대한 얘기를 하면 좌클릭 된 사람들은 무조건 ‘또 시장 만능주의냐?’며 왜곡합니다. 시장을 약육강식의 정글로 등치(等値)시킵니다. 시장에서 서로 경쟁하는 것은 나쁘게 왜곡합니다. 하지만 정확한 의미의 ‘경쟁’이란 누구를 짓누르는 것이 아니라 서로 탐색하고 비켜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상생이 가능하도록 하는 겁니다. 김연아 선수와 장미란 선수가 서로 공존할 수 있는 것이 시장에서의 경쟁에 대한 정확한 정의입니다.
 
  김진국: 한 나라의 경쟁력은 국방력과 외교력, 대통령의 힘이나 국회의사당의 힘에 바탕을 두는 것이 아닙니다. 시장 내에서 기업 간 경쟁 없이 기업의 경쟁력이 얻어질 수 없고, 기업의 경쟁력 없이 부강한 국가란 존재할 수 없습니다. 국가의 경쟁력은 기업 경쟁력에 기초하기 때문입니다. 노키아의 흥망에 따라 핀란드의 경쟁력이 좌우되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죠. 1960년대와 2018년을 비교해 보십시오. 우리가 외국에 나가서 어깨를 당당히 펼 수 있는 원천은 바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우리 기업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2001년에 베를린으로 출장을 갔을 때 비행기 옆 좌석에 앉은 프랑스인이 “일본 사람이냐?”고 묻기에 “한국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그 사람 첫마디가 ‘오~ 애니콜!’이었습니다. 그들에게 한국이라는 나라의 상징이 ‘애니콜’이었던 것입니다. 박지성 선수가 맨유에 있을 때 유니폼에 파란 삼성 로고가 박혀 있으면 자랑스러워하던 것, 바로 그것입니다. 기업이 바로 대한민국의 상징이라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과거 일부에서 사용했던 ‘재벌 공화국’이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규모나 경쟁력 면에서 삼성전자와 같은 기업이 5개, 10개 생겨나서 후세들의 먹거리를 남겨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동근: 조심할 것은 성공모델은 정형화될 수 없다는 거예요. 삼성전자의 성공이 또 다른 삼성전자가 나타나는 모범 답안이 될 수 없다는 거지요. 예전에 IMF외환위기 시절 은행 지점장이 은퇴하고 나서 분식집을 차렸는데, 성공했다는 기사가 났어요. 따라하면 성공하나요? 천만의 말씀이지요. 성공을 가져다주는 조건은 두 번 다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따라서 남이 성공한 길을 쫓아가는 것은, 실패를 자초하는 것입니다. 시장은 기회를 포착하는 곳이지요. 시장은 비정(非情)하지만 성공의 플랫폼(platform)입니다. 시장은 비인격적이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공정한 것이지요. 반(反)시장 그리고 반(反)기업 정서를 없애야 해요. 저는 국가의 경쟁력은 경제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미(美) 《포천(Fortune)》지에서 발표하는 ‘매출 기준 500대 기업에 자국 기업이 몇 개나 들어가느냐’가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고래를 몇 마리 키워서 바다에 내보내는 것이냐가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2018년 현재 미국은 126개, 중국 111개, 일본 53개, 한국 16개입니다. 우리나라는 고래를 연못에 가두는 나라입니다. 재벌이 되는 순간 ‘거미줄 규제’가 쳐지는 것이 현실입니다.
 
  사회: 재벌 공화국, 반(反)시장, 반기업 정서가 계속되면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요.
 
  이웅희: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겁니다. 중·고교 사회교과서에는 기업에 대한 긍정적인 이야기가 거의 없습니다. 교과서 여러 종을 읽은 제 느낌을 말씀드리면, 제가 하루빨리 환경운동가가 돼야 할 거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사회교과서의 실천 과제가 어떤 것이냐 하면, ‘사회 이슈를 하나 정해서 관련된 시민단체를 만들어보자’ ‘노동조합을 만들어보자’ 등이었습니다. 제가 대학교 1학년생들을 대상으로 경영학원론을 가르치지만 이에 앞서서 가르치는 것이 ‘기업이 돈 벌어도 괜찮은 거다’고 알려주는 겁니다. 이거를 설득하는 게 한 학기가 걸립니다.
 
  최성진: 최근 학생들이 창업에 관심을 가지고 도전하는 것은 상당히 긍정적이라고 봅니다. 아쉬운 것은 학생들 상당수가 외부 보조에 의존하는 사회적 기업을 선호하면서 전통적인 사업 모델을 경시하거나 나쁘게 본다는 것입니다. 시장에서 경쟁하고 위험을 감수하며 고용과 세금 납부로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버팀목이라는 사실을 학생들이 보다 명확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중국에서는 TV드라마에서 젊은 사업가들이 자주 주인공으로 나오게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청소년들의 장래 희망이 기업인이 되는 것이죠.
 
  김진국: 기업이 더 나은 가치의 제품을 좀 더 싸게 생산할 때, 기업은 이윤을 얻을 수 있고, 그러한 제품을 만드는 것 자체가 얼마나 사회에 대한 큰 기여인지를 잘 모르고 있습니다. 그 자체로 기업의 행위가 정당하다는 것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매우 약합니다. 제 생각으로는 경제학자, 경영학자 교수들 중에서도 기업의 이윤 추구의 정당성에 대해 확신을 갖고 얘기하는 분들이 적지 않나 싶을 정도입니다. 제 표현으로는 ‘확신범이 적다’고도 합니다.
 
  조동근: 사회적 기업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메인일 수는 없다는 겁니다. 기업은 생태계입니다. 따라서 사회적 기업도 필요하지요. 하지만 사회적 기업이 주종을 이룬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기업이 착한 존재입니까. 이것이 오해입니다. 기업은 기업다워야 합니다. 경쟁력을 갖고 부가가치를 생산할 수 있어야 제대로 된 기업이 되는 것입니다.
 
  김진국: 기업이 어떻게 이윤을 남기는지 알아보면 바로 그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기업에서 대충 상품을 만들어서 비싸게 팔 때 결코 이윤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습니다. 더 나은 제품을 더 싸게 시장에 공급할 때 기업이 이윤을 얻게 되어, 이윤은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한 것에 대한 포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더 나은 가치의 상품을 더 싸게 공급하는 것은 기업이 기본적으로 행해야 할 경제적 책임입니다. 이를 통해 소비자의 삶의 질이 향상되고 나아가 서민도 가성비 높은 제품을 소비할 수 있어 경제적 불평등도 해소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시장 내에서 기업 간 가격 인하 경쟁 및 제품 차별화 경쟁을 통하여 가능합니다. 또한 기업의 고용을 통해 개인이 소득을 얻고 이 소득으로 개인의 소비가 이루어지며 기업의 세금 납부를 통해 정부의 활동을 돕고 경제를 움직이는 기초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행해지고 있는 이윤 추구를 하는 기업의 역할에 대해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업이 성공하려면 문명사적 흐름 읽고, ‘변화의 물결’에 올라타야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사회: 여기에 계신 분들은 ‘기업의 경쟁력이 국력’ ‘기업의 이윤 추구는 정당하며 당연하다’는 것에 대해 동의하십니다. 국력을 키우기 위해 삼성전자와 같은 ‘고래’를 몇 마리든 더 키워서 바다로 내보내야 한다고 말씀하고 계십니다. 차세대 삼성전자와 같은 회사를 만들기 위한 선제 조건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조동근: ‘씨앗을 뿌리는 사회’ 비유를 들고 싶습니다.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선 2018년의 삼성전자와 막 창업한 1960년대 후반의 삼성전자를 비교해 보세요. 그 자체가 기적이지요. 세상은 거저 이뤄지지 않습니다. 이병철 선대회장이 삼성전자(당시 삼성반도체통신) 반도체 라인을 깔 때, 영업 손실이 엄청났습니다. 당시 삼성그룹 전체의 이익을 다 퍼부어도 삼성반도체 손실을 메꾸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지금 잣대로 보면, 이병철 회장은 ‘배임죄’로 고소되었을 것입니다. 주주 구성이 다른데 한 회사의 이익을 특정 회사의 손실 보전을 위해 옮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같은 행위를 주주가 용인했습니다. 전사적(全社的) 지원을 넘어 그룹 전체 그리고 국민적 응원이 오늘날 삼성전자를 있게 한 것입니다. 이병철 선대회장과 이건희 회장의 ‘기업가 정신’을 높이 평가해야 합니다. 이병철 선대회장은 반도체를 ‘쌀’에 비유했습니다. 논에서 익어가는 쌀이 아닌 공장에서 찍어내는 ‘산업의 쌀’ 말입니다. 한국 경제의 보릿고개를 극복하게 한 산업의 쌀 반도체이지요. 이병철 선대회장은 국제 정세를 읽는 눈을 가졌습니다. 삼성전자는 ‘제3라인’을 1988년 10월에 완공했고, 창사 이래 최대의 호황을 맞습니다. 1987년 2달러에 미치지 못했던 256K D램 가격이 4달러를 넘어섰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압력으로 일본 반도체 기업들이 메모리 반도체 생산량을 25% 감축한 것이 결정적 요인이 된 것입니다. 그는 미·일 간 통상마찰을 미리 읽었습니다. 그리고 이에 대비해 반도체 라인을 증설한 것이지요. 하지만 이병철 선대회장은 반도체 호황을 보지 못하고 1987년 12월에 별세했어요. 1993년 이건희 회장의 ‘마누라와 자식 빼고 모두 바꾸라’고 한 프랑크푸르트 ‘신(新)경영선언’도 삼성전자의 틀을 바꿨습니다. 기업으로서 크게 성공(big shot)하려면 문명사적 흐름을 읽고 ‘변화의 물결’에 올라타야 합니다. 아시아 변방국가에서 반도체를 생산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모험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정보혁명’의 물결에 올라탔기 때문에 오늘의 삼성전자가 있는 것입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대로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고 씨 뿌리는 사회’가 돼야 합니다.
 
  김진국: 글로벌 시장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 확보가 가장 중요합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의 빠른 진행으로 인해 기술 패러다임의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는 선도적 기술에 바탕을 둔 제품 경쟁력 확보를 위해 기업은 위험을 감수하고 도전하고 혁신하는 데 주저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다시 말해 시장에 존재하지 않는 가치 창출을 위해 전사적 노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것은 기업의 규모가 크든 작든 관계없이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경쟁해야 할 것입니다. 5000만 내수시장을 대상으로 할 것이 아니라 70억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할 때, 규모가 작은 기업이건 큰 기업이건 기술력을 바탕으로 비로소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가능하다고 봅니다. 기업이 이렇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노력을 해도 정부가 여러 이유로 이를 저해하는 규제를 지속적으로 시행할 때 기업은 경영하기 매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을 정부는 꼭 알아야 할 것입니다.
 
  최성진: 저는 조금 다른 시각에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미 충분히 성장한 대기업들이 삼성과 같은 초일류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시나리오도 필요하겠지만 중소, 중견 기업들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사회적, 제도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노력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삼성도 창업 당시에는 정미소에서 시작한 벤처기업 아니었습니까? 그러기 위해서는 자유로운 경쟁의 장을 과감하게 열어주는 한편 지배구조 개혁과 내부거래 제한과 같은 공정한 경쟁의 룰을 갖추는 노력도 경주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기업 통계를 보면 ‘333 개미지옥’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소기업이 약 300만개나 되지만 중견기업은 약 3000개, 그리고 전 세계 시장 점유율이 3위 안에 드는 히든챔피언 기업은 약 30여 개밖에 안 됩니다. 즉 소수의 대기업이 대한민국 경제를 견인하고 있는 반면 중소 제조기업의 구조는 매우 취약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흔히 ‘9988’(중소기업 숫자가 전체의 99%, 중소기업 고용이 전체의 88%)이라고 하는데 중소기업 부문에서 지속적인 혁신이 창출되지 않으면, 삼성과 같은 대기업 위주의 성장은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습니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M&A 활성화, 가업 승계 지원, 공동 R&D 촉진과 같은 정책적인 대응이 필요합니다. 또 시장에 대한 이해 증진과 기업가 정신에 대한 교육을 확대하여 청년들이 기회형 창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즉 시장과 경쟁을 기본으로 하되 경제적인 약자도 언젠가는 경쟁력을 가진 강자가 될 수 있도록 역동성을 높여야만 제2의 삼성이 한 개가 아니라 여러 개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전자와 業의 특성이 비슷
 
김진국 배재대 기업컨설팅학과 교수.
  사회: 삼성전자와 같이 국내는 물론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설 수 있는 기업들에 대해 생각해 보셨습니까.
 
  이웅희: 주관을 좀 배제하기 위해서 일단 순위부터 봤는데요. 2018년 2월 12일 기준으로 글로벌 시가총액 순위를 따져보면 삼성전자가 전 세계에서 18위입니다. 그리고 국내 2위인 SK하이닉스가 세계 289위, 국내 3위 셀트리온이 세계 442위, 국내 4위 현대차가 세계 472위입니다. 또 삼성전자는 매출 순위로 기업 랭킹을 매기는 〈포천 파이브 헌드레드(Fortune Five hundred)〉의 리스트에서 2017년 기준으로 15위입니다. 즉 시가총액이나 매출 순위나 글로벌 20위 안에 드는 게 삼성전자라는 거죠. 우리가 삼성전자 같은 회사를 또 만든다고 했을 때는 글로벌 20위 안에 드는 회사를 만들어야 된다는 얘기입니다. 따라서 국내 최상위 기업이라 하더라도 제2의 삼성전자가 되기 위해서는 그 갈 길이 아직 너무 먼 것이 현실입니다. 물론 시가총액, 매출과 같이 계량적인 측면 말고, 정성적 측면으로 기업을 평가한 리스트도 있습니다. 기업의 혁신성을 보는 〈포브스의 100대 혁신기업〉 랭킹이 있어요. 올해 리스트에 한국 기업이 4개 들어 있는데 네이버가 9위에 랭크돼 있습니다. 네이버는 2014년에 53위였다가 그다음에 21위, 13위, 9위, 올해 다시 9위에 랭크됐습니다. 그 뒤로 셀트리온(14위), 아모레퍼시픽(18위), LG생활건강(27위)순입니다.
 
  비슷한 평가로서 《패스트 매거진》에서 매년 선정하는 〈월드이노베이션컴패니 50〉 리스트가 있는데, 한국 기업으로 유일하게 카카오가 26위로 들어가 있습니다. 이 평가는 향후 기업의 잠재적 성장 가능성을 평가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위 리스트에 거론된 회사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가졌다고 외국에서 평가한 우리 기업들입니다. 추가적으로 제 생각에 국내 산업 중 나중에 유망하다고 생각되는 분야가 바이오 산업이라고 생각됩니다. 제약 쪽이 반도체를 대체할 정도로 규모가 점점 커질 수 있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이 유망하다고 보는데 업계에서도 비슷한 의견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조동근: 저도 놀랐는데, 글로벌 제약 시장 규모가 2016년 기준으로, 1조1000억 달러예요. 같은 해 반도체의 글로벌 거래액은 3400억 달러에 지나지 않고요. 자동차하고 반도체 더한 것 그 이상입니다. 우리 국내 의약품 시장 규모는 2016년 현재 21조원으로, 점유율 개념은 아니지만 국내 시장 규모는 글로벌 시장의 1.7%에 불과해요. 우리 경제의 잠재력(potential)을 감안하면 제약 산업은 그만큼 성장 여력이 크다고 볼 수 있어요. 하지만 현재 우리 제약 산업은 카피약이나 만드는 정도에 머물고 있어요. 2015년 현재 세계 상위 20개 제약 기업을 보면 미국 기업이 8개이며 미국의 전(全) 세계 제약 시장 비중은 32%예요. 제약 산업을 매개로 한 양국의 민간 협력 강화는 한국의 제약 산업을 키우고 반도체와 자동차 수출이 빚은 미국과의 통상마찰을 줄일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어요. 두 나라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어요. 다만 제약 산업 협력이 고용을 당장 획기적으로 증가시킬 수는 없어요.
 
  김진국: 삼성바이오로직스, 이른바 삼바가 유망해 보입니다. 몇 년 전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지금 말씀하신 대로 기업이 투자하고, 해당 부문 박사 및 전문 인력들이 바이오시밀러를 만드는 과정이 굉장히 어려운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냥 복제약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비록 특허가 해제되었다고 하더라도 바이오시밀러는 원조기업이 해당 약품을 만들었던 과정과 똑같이 해야 생산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여기에 대량 투자를 하고, 빠른 추격을 하면 삼성전자와 같은 업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주지하고 있는 바와 같이 삼성그룹은 반도체 이후 바이오를 신사업 동력으로 삼고 있는데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미국의 바이오젠이 바이오의약품 연구개발, 상용화를 위해 설립한 합작법인인 삼성바이오에피스와 CMO(contract manufacturing organization) 사업을 하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두 회사가 삼성그룹의 바이오 사업을 이끌고 있습니다. 이들 두 기업을 통해 기술확보로 추격하고 글로벌 시장점유율 증대 등을 추구하고 있는 업(業)의 특성은 반도체 사업과 비슷한 측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특성은 이미 삼성전자가 특히 반도체를 통해서 실행해 본 경험이 있어서 이러한 경험을 바이오시밀러 생산에 적용할 때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충분히 글로벌 선두기업으로 성장 가능합니다.
 
  조동근: 신약개발은 조(兆) 단위의 막대한 자본과 10년 이상의 긴 개발과정을 요해요. 시장을 통해 프로젝트가 조직돼야 하기 때문에 ‘위험분산’은 필수적이고요.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이 요구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결국 국내외 제약기업 간의 협력이 관건이고요, ‘국내 제약 산업 보호’라는 프레임으로는 성공할 수 없어요. 국가 간 협력은 상대방의 존재를 전제로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국적 제약사와 국내 제약사 간 제도적 형평성 논란을 불식시켜야 해요. 최근 세계 최대 의약품 수탁 생산업체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국내 중소기업들과 손잡고 바이오의약품 원부자재 국산화에 나서겠다고 합니다. 국내 기업들이 세계 바이오시밀러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원부자재는 거의 전량 수입에 의존합니다. 뛰어난 의약품 제조기술을 갖고 있지만 외국 설비를 사용하지 않으면 공장을 돌릴 수 없는 처지인 거죠. 이런 상황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원부자재 국산화 프로젝트’는 바이오 산업의 자생력과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제약 산업에 눈을 돌려야 하는 본연의 이유는 ‘생명 연장과 삶의 질’ 향상이에요. 2012년 국내의 한 연구에 따르면 사망률 1% 하락에 따른 국가의 경제적 가치 창출은 최대 126조원으로 추정되고 있어요. 2007년 미국경제조사국(NBER)의 연구에 따르면, 혁신 신약에 1달러 투자하면 비효과적인 약제 사용 및 질환 관리에 들어가는 7달러 이상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합니다. 노령화와 생산가능 인구감소 압박을 동시에 받고 있는 우리로선 의료비 절감과 인구관리 차원에서 제약 산업에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돼요. 끝으로 스위스는 조그만 나라지만, 일인당 소득이 8만 달러가 넘잖아요. 8만 달러 소득에는 글로벌 제약기업 로슈와 노바티스가 기여하는 바가 매우 커요. 이들 기업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어요.
 
  최성진: 동의합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처음에는 단순한 위탁 생산에서부터 시작하여 바이오시밀러, 그리고 오리지날 제품 생산에까지 지속적으로 학습하고 동시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성장 경로는 반도체 분야의 추격과 흡사합니다. 삼성이 가장 잘하는 캐치업(catch-up) 전략입니다. 삼성이 가지고 있는 효율적인 설비 구축 역량, 정밀 분야를 다룰 수 있는 조직 역량, 중장기적인 치킨게임을 할 수 있는 전략적인 선택, 마지막으로 이런 빠른 투자를 할 수 있는 리더십, 이런 모든 것이 모두 반도체 분야와 유사합니다.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을 반도체에서 바이오 쪽으로 적극적으로 전환한다면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LG와 마찬가지로 이재용 회장의 경영 스타일이 스마트하고 과감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 관건일 수 있을 겁니다.
 
 
  석유화학은 일상생활 구석구석과 연결돼 있어
 
  조동근: 석유화학제품 분야도 유의해서 봐야겠습니다. 베네수엘라는 석유자원 부국입니다. ‘부존자원의 역설’이란 말 들어보셨지요. 베네수엘라는 원유를 싸게 팔고 휘발유를 비싸게 사오는 나라예요. 그리스는 스스로를 청정국가로 선언하고 굴뚝을 모조리 없앴어요. 올리브를 날로 팔고 가공된 올리브를 비싼 값에 수입하는 가장 미련한 나라가 되고 말았어요. 산유국이 아니라고요? 그러면 수입하면 돼요. 원유를 싸게 수입해서 정제해 비싸게 팔면 되는 거죠. ‘기업가 정신’ 별거 아니에요. 원자재를 싸게 구매해 부가가치를 높여 생산원가 이상으로 판매해 그 차이를 이익으로 취하는 거지요. 따라서 기업가정신은 ‘어떻게 저렴하게 생산을 조직할 것인가’와 ‘높은 가격에 사고자 하는 잠재적 수요자를 어디에서 발견할 것인가’로 좁혀집니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라고 한탄할 필요가 없어요. 장기적으로 원유를 안정적으로 수입할 수 있는 길을 트면, 그게 ‘산유국이 되는 길’입니다. 따라서 국제정치적으로 국력을 신장해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SK가 이 분야의 가장 유력업체이지요. 그동안 석유화학 산업은 주력 산업에서 빠져 있었지요. ‘반도체, 자동차, 철강, 선박, 디스플레이’를 5대 주력 산업으로 간주하지 않았습니까. 석유화학 산업의 잠재력을 봐야 합니다. 실제 석유화학 산업은 일상생활 구석구석에 연결이 안 된 데가 없어요. 전략적으로 석유화학 산업에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SK이노베이션을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석유화학 산업의 밸류 체인(value chain)을 완결시키고 미래 에너지를 준비하는 복합기업입니다. SK이노베이션은 에너지 기업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생활에 다양하게 적용되는 기초화학 제품과 화학 용제를 생산하고 있어요. 그리고 생명과학 분야로 진출해 글로벌 제약사로도 발돋움을 꾀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digital convergence’ 흐름을 선도했기 때문에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SK이노베이션도 ‘에너지, 기초화학, 생명과학’ 간의 밸류 체인을 연결하는 복합기업으로 경쟁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됩니다.
 
  김진국: 조 교수님 말씀에 많은 부분 동의합니다. 그런데 석유화학 산업의 경우 한 가지 우려되는 점이 있습니다. 지금 현재로는 이 부문 수출액이 우리나라 총수출액의 2위에 오를 만큼 큰 역할을 하고 있지만 중동 산유국들이 지속적으로 생산 규모를 늘려가고 있고, 중국도 자국의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생산 규모를 늘려가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에 현재의 조선업이 겪고 있는 문제를 석유화학 산업에서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대규모 장치 산업이고 설비자본이 매우 많이 소요되는 산업인 반면 고용창출 효과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아 이 산업을 낙관적으로 바라보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을 융합할 경우 경쟁력 충분
 
이웅희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
  최성진: 제조업뿐 아니라 서비스업까지 포함하면 중국이랑 경쟁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는데요. 그런 면에서 저는 앞으로 유망한 사업을 말하기에 앞서서 가장 취약한 부분을 먼저 지적하고 싶습니다. 바로 네이버와 다음 카카오와 같은 ICT 서비스 업체입니다. 이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세 요소는 첫째가 자유로운 결제 시스템이며, 두 번째는 빅데이터에 기반한 인공지능이고, 마지막이 오프라인 결합 역량인데 우리는 이 세 가지가 다 잘 되고 있지 않습니다. 중국과 같은 경우 개인정보에 대한 보호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부작용이 있지만 긍정적으로 말하자면 엄청나게 많은 개인 수준의 자료들이 기업에 공개되고 또 데이터로써 학습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위챗 및 알리페이 등 결제 플랫폼이 자유롭게 열려 있다 보니 많은 비즈니스 기회가 창출되며 상거래의 효율이 극대화되고 있습니다. 또 ICT 업체들이 오프라인에 적극적으로 진출해서 상당한 소비자 경험을 축적하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는 여러 규제 때문에 이러한 기회들이 원천 봉쇄되어 있습니다. 앞으로 ICT 시장은 글로벌 승자가 모든 걸 가져가는 그런 시장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현재 국내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가지고 있는 기업도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및 중국 업체에 의해 모두 소멸될 수 있다고 봅니다.
 
  이웅희: 저는 네이버와 카카오, SK텔레콤이 더 큰 플랫폼 사업자로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 세계 시가총액 상위 1~10위 중 플랫폼 기업이 70%입니다. 우리가 삼성전자에 버금가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플랫폼 기업이 있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플랫폼 기업의 성장이 다른 기업보다 빠르기 때문입니다. 구글, 페이스북 등이 대표적 플랫폼 사업자 아닙니까. 기존의 기업들도 플랫폼으로 변신하는 전략이 요즘 화두입니다. 플랫폼 기업들은 구글, 페이스북 등과 같이 소위 ‘양면시장’을 끼고 있는 인터넷 기업들입니다. 한 시장이 아닌 두 시장에서의 네트워크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플랫폼 기업들은 거대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의 견해입니다. 우리가 삼성전자에 버금가는 회사를 가지고 싶다면, 플랫폼 기업들을 중시해야 할 것입니다. 우버 같은 플랫폼 회사가 나오기에는 우리나라는 규제 때문에 힘들고요. 지금 있는 네이버, 카카오, SK텔레콤 등이 플랫폼 사업에서 더 커져야 합니다.
 
  최 교수님이 어마어마한 인구를 가진 중국에 개인정보에 대한 규제가 없기 때문에 데이터 축적의 이점이 있다고 하신 점에 대해서 동의를 합니다. 4차 산업혁명에선 기존 네트워크 효과와는 또 다른, 소위 ‘데이터 기반 네트워크 효과(Data-based Network Effect)’가 중요해지는데 여기서는 많은 사용자로부터 양질의 데이터를 얻는 기업들이 유리해지고, 그들이 대기업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플랫폼 기업도 마찬가지고, AI와 같은 경우도 사용자가 늘어나고 그들로부터 얻는 데이터가 많아질수록 AI의 성능도 더욱 향상될 것이고 그에 따라 더 많은 사용자가 모여들고, 이런 선순환 과정을 통해 거대 기업이 탄생할 수 있게 됩니다. 머릿수로만 가는 게 아니라 머릿수 플러스 데이터가 엮여서 같이 선순환으로 가는 구조인데, 중국이 그게 되는 겁니다. 따라서 우리 플랫폼 기업들이 더 글로벌하게 성장하려면 이런 중국의 ‘인(人)의 장벽’을 뛰어넘을 뭔가 다른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중국도 약점이 있습니다.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이 정부의 규제를 받고 있다는 점이죠. 우리 IT 플랫폼 기업들이 플랫폼에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을 융합해 영역을 확대할 경우 중국을 넘을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이런 구상을 하고 있는 곳이 카카오, 네이버, SK텔레콤 등입니다. 플랫폼 기업이 가상화폐와 블록체인과 연동될 경우 그 성장이 얼마나 될지 기대가 됩니다. 예를 들어 플랫폼 사업자인 페이스북의 이용자가 전 세계에 20억입니다. 중국 인구 14억보다 많습니다. 만약 페이스북이 자신들만의 가상화폐(코인)를 발행한다면? 중국 위안화보다 더 많이 유통되는 화폐가 탄생하는 겁니다. 이런 잠재력이 있습니다. 2017년 말부터 카카오는 세계 최대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소 중 하나인 ‘업비트’를 운영해 왔고, ‘카카오 페이’도 운영하면서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네이버도 올해 7월 일본 자회사 ‘라인’이 싱가포르 소재 글로벌 가상통화거래사이트 ‘비트박스’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제조업·서비스업 발전이 고용 측면에서 중요
 
  사회: IT기업의 미래 성장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조금 다르신 것 같습니다. 또 이외에 어떤 회사가 차세대 우리 경제를 책임질 곳으로 보십니까.
 
  최성진: 저는 여전히 IT기업보다는 국내 제조업에서 미래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LG그룹의 양대 축의 하나인 전자 분야가 전통의 경쟁사인 삼성과 비교하여 고전을 해왔다고 평가받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더 큰 도약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먼저 LG전자의 전장 사업 본부는 지속적인 투자의 결과 올해 흑자 전환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최근 굵직한 인수합병과 그룹의 역량 집중을 통해 전기차와 자율주행 시장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었습니다. 예를 들어 데이터 송수신 장치(TCU) 부문은 이미 세계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TV나 프리미엄 가전에서도 혁신을 거듭하고 있는데 모바일 부문에서의 정체를 충분히 메꿀 만한 성과를 보일 것으로 예상합니다. 펩시콜라로 유명한 펩시코는 주력 경쟁 분야인 콜라 시장에서 코카콜라에 이은 만년 2위였습니다. 경영진은 대신 차와 같은 비(非)탄산음료와 스낵, 과자,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활발한 다각화와 혁신을 모색하였습니다. 그 결과 아직도 매출의 70% 정도를 탄산음료에 의존하는 코카콜라에 비해 더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갖추었다고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LG전자가 모바일, 반도체 사업 부문에 집중된 삼성전자와 경쟁하기 위해서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여 신사업 분야에서의 혁신과 다각화에 성공한다면 오히려 삼성전자를 뛰어넘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겁니다. 최근 프리미엄 빌트인 가전 분야에서의 LG전자의 성과가 바로 그러한 도전입니다. 다만 LG그룹의 약점이라고 할 수 있는 느슨한 조직문화를 구광모 신임 회장의 취임과 함께 대대적으로 개혁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 LG전자의 미래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금은 매우 어렵다고 하지만 현대자동차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강성 노조 때문에 현대차는 2000년 이후 해외 생산 비중을 크게 늘려왔습니다. 2016년을 기점으로 해서 해외 생산 비중이 국내보다 높아졌으며 그 결과 원가 관리 측면에서 현대차만큼의 가성비를 가질 수 있는 업체를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중국 시장 공략 문제와 SUV 라인업 보강 등의 노력이 현대차 도약의 관건입니다. 이 밖에 정유·화학 등 기존의 제품 포트폴리오와 함께 배터리 사업 등 신수종(新樹種) 분야에서도 세계적인 규모를 키워온 SK이노베이션, LG화학도 상당히 유망하다고 여겨집니다.
 
  김진국: 인구가 많고 인구밀도가 매우 높은 우리로서는 제조업 및 서비스 산업의 발전이 고용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포트폴리오 측면에서 LG전자가 안정적인 면을 가지고 있다는 최 교수님의 말씀에 동의합니다. 다만 스마트폰 및 모바일 부문에 기반을 둔 플랫폼화에 약점을 가지고 있어 비록 전장 사업 부문에서 경쟁력을 일정 부분 갖춘 점은 인정되지만 잠재력을 충분히 갖추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생각됩니다. 현대차는 20만 대도 생산하지 못하던 생산능력을 35년 만에 800만 대 이상 생산 기능을 갖춘 기업으로 키웠고, 그만한 역량을 쌓아왔습니다. 해외 진출도 괄목할 만하게 이루어왔습니다. 한 가지 우려되는 부분은 수소차 부문에서는 선두주자의 면모를 갖추고 있지만 자율주행 및 전기차 부문에서 경쟁력 확보가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 있고 해외 업체와의 협력 등이 최근에 와서야 이루어지고 있어 이 부분에서 글로벌 경쟁력의 확보가 지속적으로 가능할 것인가에 대해 의문점이 있습니다. 경쟁력 차원에서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을 뽑아보면 ICT 부문에서 네이버가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그래도 플랫폼 기업으로 향후 성장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전 세계적으로 반구글 정서가 확산, 강화되고 있고 네이버 스스로 유럽에서도 연구인력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어 적어도 한국, 일본, 동남아시아 등에서는 일정 부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봅니다. 특히 일본 노인들이 네이버의 ‘라인’에 적응해 가고 있어 네이버로서는 매우 단단한 수요 기반이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또한 포스코는 북한과의 경제협력이 가속화될수록 수혜가 예상되어 향후 충분한 시장 확보와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한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다면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가능하다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LG화학은 비록 중국 정부의 장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2차전지에서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앞으로 전개될 자동차 산업에서의 전기차 대세를 예상할 때 충분히 괄목할 만한 성장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의 사업포트폴리오 안정적으로 바꿔야… 파운드리 시장에 주목
 
  사회: 또 다른 의견을 갖고 계신 분 있으십니까.
 
  조동근: 저는 삼성전자에 대해서도 얘기를 하고 싶습니다. 현재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잘하고 있지만, 보다 긴 호흡에서 사업포트폴리오를 안정적으로 가져갈 필요가 있어요. 주지하다시피 반도체 시장은 시스템 반도체와 메모리 반도체로 나뉩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에서는 세계 최강이지만, 약 400조원에 이르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메모리 반도체 비중은 30% 정도예요. 나머지는 시스템 반도체인데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아직 큰 힘을 쓰지 못해요. 그리고 메모리 반도체는 부침이 심해 언제든지 시장이 축소될 가능성이 있어요.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에서 안정적인 매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시스템 반도체 생산 확대가 필수적인데 시간이 필요해요. 최근 삼성전자가 ‘반도체 파운드리’로 눈을 돌린 것은 적절하다고 봐요. 파운드리는 퀄컴이나 애플 등 자체 공장이 없는 반도체 설계기업(팹리스)으로부터 위탁받아 반도체를 생산하는 사업을 말합니다. 수탁 생산의 일종으로 일반 제조업의 OEM과 비슷한 개념으로 생각하면 무리가 없어요. 파운드리 전망이 밝은 것은, 최근 자체적으로 반도체를 설계하려는 기업이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애플, 퀄컴은 물론, 구글, 테슬라, 아마존, 페이스북 같은 기업도 별도의 ‘반도체설계사업부’를 조직해 반도체 설계에 나서고 있어요. 이들 기업들은 처음부터 반도체를 설계만 하고 제조는 위탁할 생각이지요. 반도체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1년까지 5년 동안 세계 파운드리 시장은 연평균 7.7%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2017년 현재 파운드리 시장은 대만의 TSMC라는 전문 파운드리 기업이 시장 점유율 50%를 가져가고 있어요. 삼성전자는 후발주자로 시장 점유율이 6.7%로, 세계 4위에 지나지 않습니다. 2017년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규모는 약 605억 달러로, 원화로 약 65조원입니다. 결코 작은 시장 규모가 아니지요. 마진도 높아요. 대만 TSMC의 2017년 순이익률은 35%예요. 삼성전자가 놓칠 수 없는 틈새 그 이상의 시장이죠. 파운드리에서 삼성전자는 약점이 있어요. 가공 및 제조기술은 물론 최고입니다. 약점은 ‘삼성전자가 설계와 제조를 동시에 수행하는 기업’이라는 사실입니다. 원청에서 맡긴 반도체 설계를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으로 불법으로 넘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생길 만합니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기우를 불식시켜 줘야 해요. 구체적으로 삼성전자와 무관한 ‘별도의 독립된 파운드리 전문 법인’을 신설하는 것이죠. 당연히 주주 구성은 달라야 하고요.
 
 
  문화 산업의 잠재력은 꾸준히 지켜봐야
 
  사회: 좀 다른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흔히들 수출상품을 떠올릴 때 물건이 아니라 한류 등 소프트웨어 부문도 꼽고 있습니다. 한류가 차세대 산업에서 중요 부분을 차지할 수 있겠습니까.
 
  이웅희: 한류는 계속 성장되어야 합니다. 한류 산업 자체도 물론 중요하지만, 다른 산업하고 연결해서 상승작용을 크게 일으킬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 휴대폰이 많이 팔린 데도 한류의 역할이 컸다고 생각해요. 말씀하신 대로 한류의 영향력은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한류 산업이라고 하면 사실 정의와 그 범위가 좀 불분명하지만, 일단 문화 콘텐츠 쪽만 보면 방송, 음악, 영화, 애니메이션·캐릭터, 게임, 그리고 출판으로 구분을 합니다. 이 중 게임의 수출이 가장 큽니다. 게임은 2017년 기준 39.7억 달러 수출을 해서 한류 문화 콘텐츠 전체 수출액 중 64%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흔히들 K-Pop이나 K-Drama가 한류를 이끈다고 생각하지만 수출로만 보면 이들은 각각 게임 수출의 14~15%에 해당하는 정도입니다. 현재 국내의 넥슨과 넷마블 등의 게임사들이 중국 기업들과 치열하게 경쟁하며 게임 한류를 리드하고 있습니다. 이 두 회사의 매출이 모두 각각 2조원을 이미 넘어섰는데 아쉽게도 이는 현재 삼성전자 매출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한편 현재 전 세계 게임 1위 기업은 중국의 텐센트인데, 텐센트의 작년 매출은 39조원으로 삼성전자 매출의 16% 수준입니다. 결국 국내 게임기업이 삼성전자 추월을 당장의 목표로 하는 것보다는 일단 세계 게임업계 1위를 향해 나아가면서 한류를 전파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한류 문화 콘텐츠 이외에도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K-Beauty의 성장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작년 화장품의 수출은 50.2억 달러로 게임 산업보다도 더 수출액이 많습니다. 이 중 LG생활건강은 국내 매출 96위, 아모레퍼시픽은 국내 매출 순위로 116위입니다. 앞으로 더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LG생활건강의 경우 적극적인 사업다각화와 M&A 전략으로 사드보복 같은 악재에도 불구, 2005년 이후 13년째 성장세를 달리고 있습니다. 반면 화장품 제품 개발에 주로 집중한 아모레는 사드보복 후 다소 주춤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향후 한류 기업들의 성장에 대해 조언을 한다면, 어느 정도 성장을 한 후에는 ‘한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외국 기업들처럼 글로벌을 지향하면서 적극적인 사업다각화와 M&A로 초대형 기업으로 과감하게 도약할 필요가 있습니다. 세계를 선도하고 있는 디즈니와 같은 문화 콘텐츠 기업들, 로레알과 같은 화장품 회사들과 LVMH 같은 럭셔리 회사들은 최근 수많은 M&A를 통해 서로 몸집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이런 점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습니다.
 
  조동근: 문화 산업의 잠재력을 다시 봐야 합니다. 문화 산업에는 원가 개념이 없어요. ‘싸이(Psy)’가 원가 들여 뭐 했나요. 그래서 문화 산업은 그 자체가 부가가치입니다. 문화 마케팅이 한류 확산을 가져오고, 한류가 물건을 파는 지렛대가 되기 때문에 한류 확산이 수출 증대로 이어지는 거지요. 그래서 전략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최근 한류가 식어가고 있다는 우울한 소식이 들립니다. 또 다른 싸이가 불현듯이 나와서 도와줄 것 같지도 않고요. 그럼 무엇을 해야 하나요. 앞으론 스타 1인에 의존하지 말고 체계적으로 한류를 조성하고 확산하는 데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할 것 같습니다. ‘친한(親韓)적인 그리고 지한(知韓)적인 나라들을 중심으로’ 한류를 좁혀야 합니다. 예컨대 중동 사람들이 우리 문화를 이해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동양 문화권으로 좀 더 선택과 집중을 해야 될 거 같고요. 한편, 한류 확산에는 현지 동호회 활동이 중요하다고 봐요. 일종의 팬클럽인데, 보다 긴 안목에서 이들 팬클럽을 간접 지원할 필요가 있어요. SM엔터테인먼트 같은 회사가 많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우리나라도 작곡가협회, 가수협회 등이 있지만, 그냥 국내용이지요. 가수협회장 김흥국씨에게 글로벌 시각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고 봐요. 그러니까 SM식의 작은 기획사를 많이 만들어야 해요. 연예계 시장은 전형적인 생태계 시장입니다. 작은 기획사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산업화되고 나중에 글로벌화되면 연예 산업으로 자리를 굳히는 것입니다. 요즘 새로 나온 노래를 보면, 부분부분 영어 가사가 나오더라고요. 어색한 것 같지만, 우리 눈으로만 봐서는 안 돼요. 길을 열어줘야 해요. 한류는 서비스지만, 화장품, 의상과 연결 지으면 한류는 ‘융·복합 산업’입니다. 여자들의 경우 화장품을 이것저것 쓰지 않고 자기 피부에 맞는 화장품을 쓰잖아요. 그리고 한번 바르면 평생 고객이 되잖아요. 화장품도 진출하고자 하는 나라의 여성들을 대상으로 맞춤형으로 개발할 필요가 있습니다.
 
 
  LG생활건강·아모레퍼시픽·CJ그룹 유망
 
최성진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
  사회: 단순히 드라마나 영화, OST를 수출하는 것이 아니라, 한류 자체가 가진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는 얘기로 들립니다. 한류가 여러 업종과 융합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까요.
 
  최성진: 저도 제조와 한류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를 눈여겨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와 아모레퍼시픽의 성공에는 제조 역량과 함께 한국이라는 브랜드가 합쳐져서 다른 나라 기업들이 흉내 낼 수 없는 제품을 만들어냈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CJ제일제당, LG생활건강의 성장 잠재력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병원과 같은 의료 분야도 영리 산업으로 간주하여 규제 장벽을 낮추어 준다면 엄청난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는 캐시카우(cash cow)로 키울 수 있습니다. 특히 중국이나 동남아에서 한국 의료 품질에 대한 신뢰도가 굉장히 높습니다. 이미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처방약 택배 발송이나 온라인 판매를 허가하면서 엄청난 비즈니스가 창출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조동근: 한류는 ‘의료서비스’로도 연결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의료진의 수준은 매우 높기 때문에 의료관광도 좋은 산업이 될 수 있어요. 중국에 돈 많은 사람 얼마나 많습니까. 만약 이를 활용하지 못한다면 답답한 노릇이지요. ‘헬스케어를 넘어 헬스디자인 그리고 뷰티디자인’으로 넘어가야 해요. 한류를 매개로 한 서비스 프로모션, 그 길이 중후장대 이후의 한국을 먹여 살릴 ‘다양한 먹거리’를 찾는 첫 단추가 될 것입니다. ‘의료’와 ‘영리’가 결합되면 사람들은 이성을 잃어요. “생명보다 돈이 앞설 수 없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영리를 죄악시해서는 안 돼요. 이윤이 남았다는 것은 ‘소비자들이 평가한 가치가 그래서 지갑에서 꺼낸 돈이 그 서비스를 생산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보다 크다’는 것을 의미하지요. 소비자가 평가한 가치가 낮으면 자연히 지갑을 닫을 것이고, 그러면 생산자는 손해를 볼 겁니다. 따라서 이익을 냈다는 것은, 소비자를 만족시켰다는 거예요. 이윤은 혁신의 다른 이름이지요. 무상의료가 답이라고요? 의사를 공무원으로 만들겠다고요? 그럼 누가 의사가 되려 하나요. 그리고 무상이라면 너도나도 치료받겠다 할 것이고, 그러면 환자 대기열은 무한대로 길어질 것입니다. 기다리다 죽어 나가지요. 돈이나 권력으로 기다리는 순서를 바꾸려면, 그게 부정부패지요. 중요한 것은 ‘치료율’이에요. 귀한 생명을 구해 생업 현장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중요하지요. 북한을 보세요. 자체 의료진이 취약하다 보니, 외국인 의사가 진료를 하잖아요. 앞으로 일자리가 어디에서 만들어진다고 생각하세요. 의료 분야입니다. 미국의 경우 1인당 의료비 지출이 엄청나거든요. 우리도 그쪽으로 갈 거예요. 의료 관련해 일자리를 만들려면 규제 완화가 필요해요. 제약 산업과 의료서비스 산업 간에 융복합적 시너지가 발휘되면,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되기에 충분하다고 봅니다.
 
  김진국: 정부 표현을 빌리자면 규제혁신이 일어날 수 있는 최전선 중의 하나는 제 생각엔 의료영리법인의 허용입니다. 조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앞으로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질 수 있는 곳은 우리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고 있는 의료 분야입니다. 의료 민영화를 시키면 민영화된 의료법인 간 경쟁으로 더욱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또한 삼성전자에 비하면 규모는 아직 많이 미치지 못하지만,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CJ엔터테인먼트가 유망하다고 볼 수 있으며, 특히 식품 부문에서 CJ제일제당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CJ 그룹이 바이오 방면으로 투자하고 있어 기술 경쟁력 확보가 예상되고, 엔터테인먼트 사업 부문이 식품 수요를 창출해 갈 수 있으며, CJ 푸드빌 등 외식사업, CGV 영화관 사업 등이 어우러져 시너지를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봅니다. 현재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으로 시장을 확대 성장해 나가고 있고 CJ그룹 전체적으로 포트폴리오가 시너지가 매우 높은 구조를 갖고 있어 한류를 바탕으로 중국 및 동남아 시장 그 너머에서도 성장 가능하다고 봅니다. 특히 중국 및 동남아시아 소비자들은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식품, 화장품 및 각종 건강생활 제품들이 매우 안전하고 가성비가 높다고 보고 있어 현재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이들 시장을 넘어선 시장 확대가 충분히 가능한 분야라 생각됩니다. 이러한 점에서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 및 동아시아 시장을 넘어 세계 시장으로의 확대 가능성도 예상할 수 있습니다. 조금 다른 얘기를 하자면 ICT베이스 AI, 자율주행 이런 부문에서 사실상 중국에 비해 뒤져 있는 것이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고민이 됩니다. 간단한 예를 들자면 공유경제의 대표적 사례인 에어비앤비나 우버 등의 서비스는 기존의 사업자들(숙박업계 및 택시업계) 때문에 시행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사업자들의 고충은 이해 가지만 일정 부분 지원은 하되 경쟁을 시켜 더 나은 서비스가 시장에서 공급되도록 해야 하는데 우리는 그러한 서비스 자체가 발을 붙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를 허용하자고 하면 그러한 주장을 하는 사람을 ‘시장만능주의자’라고 매도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모든 일을 여러 이해관계로 인해 막아버리면 우리의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새로운 먹거리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자동차가 등장했을 때 마차를 운행하던 많은 마부의 기득권을 지켜주기 위해 ‘붉은 깃발법’을 도입했던 영국이 결국 자동차 산업 경쟁에서 뒤처지게 되었던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기술의 변화에 따른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우리는 글로벌 시장에서 낙오자가 될 수밖에 없음을 깊이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사회적 기업, 공유경제에 대한 개념 정확히 해야
 
  사회: 우리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 규제 혁신이 필수적이라는 말씀이 있었습니다. 또 이외에 우리가 지향해야 하거나, 또는 지양해야 할 점이 있을까요.
 
  이웅희: 지금 한국 사람들은 사회적 기업과 공유경제에 대해 굉장한 개념 혼돈을 겪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이 두 개념을 사회주의식으로 해석하면 큰 오해입니다. 사회적 기업은 사회주의적 기업이 아닙니다. 오히려 두 개념 모두 극도의 시장논리가 있어야 성공하는 개념입니다. 가난한 계층을 상대로 돈을 버는 사회적 기업을 생각해 보십시오. 마른 수건을 쥐어짜듯 극도의 사업논리(시장논리)로 접근해야 간신히 수익을 올릴 수 있습니다. 또한 사회적 기업은 과거 정부가 하던 취약계층 지원의 기능을 사기업이 ‘대체’하는 것입니다. 즉 공적 영역이 줄어들고 사적 영역이 늘어나는 것입니다. 소위 시장(기업)이 정부를 대체하는 것이므로 어떻게 보면 시장만능주의(이제 시장이 정부가 하던 일 모두를 대체할 수 있다)라고도 볼 수 있는 것이 사회적 기업입니다.
 
  조동근: 이웅희 교수께서 아주 중요한 문제를 제기하셨습니다. 만약 ‘사회적 기업이 없었다면’ 정부가 예산을 바탕으로 공기업 또는 공조직 형태로 서비스를 생산해야 합니다. 따라서 사회적 기업은 공조직을 ‘반관반민(半官半民)’ 형태로 가져가는 것이기 때문에 시장이 정부를 대체한다는 지적이 맞습니다. 사회적 기업에도 시장의 논리가 적용돼야 합니다. 그리고 공유경제는 정말 번역이 잘못된 것 같습니다. 공유경제라고 하니까 ‘사적 소유를 부정하고 공동 소유하자는 것으로’ 잘못 오해되고 있습니다. 공유경제의 원래의 의미는 자원배분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것입니다. 예컨대 자동차를 ‘소유가 아닌 사용’으로 패러다임을 바꾸면 자동차가 필요 이상 생산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우버 택시의 기본 아이디어는 주차장에서 낮잠 자는 차를 이용해 돈을 벌라는 것입니다. ‘내구재의 이용효율을 극대화하자’는 것을 공유로 잘못 해석한 것이지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사회주의에 이상하게 열광합니다.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사회: 시간 내주신 네 분의 교수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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