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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르포

KT&G의 몽골시장 개척기

몽골 성인 흡연자 4명 중 1명이 한국 담배 선택

글 :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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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KT&G의 몽골 수출량은 2016년 대비 17.3% 증가(8억8000만 개비)
⊙ 超슬림 없던 몽골 시장에 ‘에쎄 블루’ 출시하며 인기몰이
⊙ ‘에쎄’ 제품群은 超슬림 카테고리에서 판매량 1위
⊙ 현지 맞춤형 제품 출시… 신규 진열장 설치 등 고급 이미지 강화
울란바토르 ‘하르허링 시장’의 담배상 어투거 씨. KT&G가 설치한 담배 진열대와 매대가 인상적이다.
  몽골은 북서쪽의 알타이 산맥에서 북동쪽의 광활한 초원까지 러시아와 맞닿은 북쪽 국경 지대는 3543km이다. 또한 서쪽, 남쪽, 동쪽으로 중국과 4677km의 국경을 접하고 있다.
 
  남한 면적 15배, 한반도의 7배가 넘는 넓은 나라지만 인구는 320만명 정도다. 그린란드를 제외하고 가장 인구 밀도가 낮아 세계적으로 ‘텅 빈 나라’로 꼽힌다.
 
  지난 6월 18일 밤 10시쯤 칭기즈칸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초가을 날씨처럼 제법 쌀쌀한 느낌이 들었다. 동행한 KT&G 해외마케팅실 김나미 과장은 “연중 6~8월이 가장 좋다. 낮 기온이 30도 가까이 오른다. 그러나 9월 중순쯤 첫눈이 온다. 겨울엔 무지막지하게 춥다”고 했다. 김 과장은 최근 들어 거의 매달 몽골 출장을 온다. 몽골이 KT&G 해외시장 개척의 거점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공항을 빠져나온 차가 수도 울란바토르의 한 호텔로 향하는데 차가 막혔다. 밤 11시가 가까운데 도심 정체라니 ‘텅 빈 나라’가 맞긴 한 건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인상적인 것은 이마트, 탐앤탐스, 연아 레스토랑 같은 한국 브랜드 간판이 눈에 띄어 놀라웠다.
 
  이튿날 오전 KT&G의 담배를 몽골 전역에 유통시키는 회사인 ‘알탄가다스’를 찾아갔다. 알탄가다스는 몽골어로 북극성(北極星)이란 뜻이다. 알탄가다스로 향하는 길 역시 차들이 즐비했다. 그러고 보니 길은 좁고 차들은 많았으며 운전이 거칠었다. 기마 민족의 후예라서 그럴까. 대개가 일본 차량이었으나 현대, 기아차도 눈에 띄었다. 대형버스는 모두 현대, 대우 버스였다.
 
  도시 외곽에는 녹색의 들판이 펼쳐져 있었다. 들판인지 산인지 분간이 어려웠으나 김나미 과장이 단호하게 “울란바토르는 분지(盆地)”라고 했다. 분지라면 이 도시의 외곽을 점령한 ‘초록’은 ‘산’이라고 해야겠다. 나무가 없는 산. 산 중턱엔 ‘게르(Ger)’라고 불리는 몽골식 가옥이 눈에 들어왔다.
 
  알탄가다스 사옥에 도착했을 때는 오전 10시가 훨씬 지난 때였다. 한국의 여름 날씨마냥 뜨거웠다. 울란바토르의 바얀주르흐(Byanzurhk District)에 위치한 이 회사는 몽골 전체 회사 가운데 세금을 13번째로 많이 내고 있다고 한다. KT&G 담배가 그만큼 잘 팔린다는 얘기다.
 
  알탄가다스의 유일한 한국인인 윤준 이사는 “몽골에서 소득·세금·직원 수·이익·자본 등을 모두 고려할 때 49번째 큰 기업으로 랭크될 정도다. 모두 KT&G 덕분”이라고 했다. 그는 《조선일보》 서울 독산지국장을 하다 15년 전 몽골에 정착했다. 아내가 몽골인이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9층 이상 건물도, 거리엔 차들도 없었다”고 말했는데 그가 몽골에 온 이후 상전벽해가 이뤄진 것이다. 윤 이사는 “몽골의 힘은 지하자원이다. 석탄, 석유, 우라늄 등 매장량이 엄청나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지하자원을 채굴하던 외국 업체가 거의 철수한 상태다. 그래서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도시는 성장했지만 주머니 경제는 더 나빠졌다는 얘기였다.
 
  그는 또 “지하자원을 활용해 경제를 끌어가는 정치 리더가 필요하다. 여기 분들 중에 박정희 대통령을 존경하는 이가 많다”고 덧붙였다.
 
 
  ‘에쎄’가 가져온 몽골 매직
 
   그런데 경제난 속에서도 KT&G의 담배 판매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2010년 몽골로 2억4000만 개비를 수출했지만 작년 8억8000만 개비를 넘었다. 올해 목표는 10억 개비다. 윤 이사의 말이다.
 
  “연중 6~8월 사이 담배 소비량이 가장 많아요. 아무래도 글로벌 담배제조사들과 영업조직 싸움을 해야 하는데 (영업사원들이) 2인1조가 돼 차량 13대를 가동, 매일 울란바토르 시내를 돌고 있어요.
 
  ‘에쎄(Esse) 담배’가 KT&G 판매량을 견인하고 있어요. 관리직과 화이트칼라층들이 ‘에쎄’를 피우면서 저변이 넓어졌다고 할까요? 2002년 ‘에쎄 블루’를 팔 때만 해도 몽골시장에 ‘초(超)슬림’이라는 카테고리는 없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초슬림’ 제품은 길이가 100mm인 가는 담배다. ‘에쎄’가 바로 KT&G의 대표상품. ‘레귤러’ 제품은 84mm의 굵은 담배로 ‘레종’ ‘더원’ ‘보헴’ 등이 잘나가는 주력 상품이다.
 
  윤 이사는 “1999년 처음 ‘에쎄’ 50박스를 파는 데 6개월이 걸렸다”고 했다. 몽골인들이 KT&G라는 회사를 몰랐으니 당연했다. 초반에는 KT&G라는 회사와 브랜드를 알리는 데 주력했고, 이후 맛과 품질이 좋다는 입소문이 나며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한다.
 
  2002년 초슬림 담배인 ‘에쎄 블루’를 출시하면서 저변이 갑자기 넓어지기 시작했다. 몽골은 고(高)타르 위주의 담배가 주로 팔렸는데 ‘에쎄’라는 저(低)타르의 깔끔한 맛이 등장, 소비자 반응이 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몽골 내 판매되는 제품 중 ‘에쎄’ 제품군(群)은 초슬림 카테고리 중에서 판매량 1위다. 몽골 성인 흡연자 4명 중 1명은 KT&G 제품을 피운다. 윤 이사는 “몽골에 부는 한류바람과 함께 현지 소비자들의 기호와 문화적 특성을 고려한 다양한 맞춤형 제품으로 시장 안착을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몽골인들은 아무래도 강한 맛의 고타르 담배를 선호한다. KT&G는 현지 실정에 맞게 저타르인 국내산을 고타르로 바꿔 출시했다. 동행한 KT&G 관계자의 말이다.
 
  “예를 들어 국내용 ‘에쎄 체인지’는 1mg의 저타르 담배인데 현재 몽골에서 판매되는 ‘에쎄 체인지’는 3mg입니다. 현지화 전략에 따라 고타르 담배로 만든 것이죠.
 
  또 선호도가 높은 저가·레귤러 담배의 판매량 확대를 위해, 국내에선 가늘고 긴 100mm 슬림 사이즈를 굵고 짧은 레귤러 사이즈 담배로 바꾼 ‘센스(Sense)’도 출시했어요. 또한 한국 문화에 대한 몽골인의 관심을 반영해 한글 이름으로 된 ‘한라산’도 판매하고 있어요. 뜻밖에도 ‘센스’ ‘한라산’ 모두 반응이 좋았어요.”
 
  일반적으로 몽골에서는 한국인을 ‘솔롱고스 헐(Солонгос хэл)’이라 부른다. ‘무지개가 뜨는 나라’ 혹은 ‘무지개가 뜨는 곳에서 온 사람들’이란 의미다. 그만큼 한국인을 반갑게 대한다. KT&G 담배가 몽골시장에 빠르게 안착한 것도 한류 분위기가 한몫하지 않았을까.(표)
 
 
  투쉬그 마켓과 서울마트에서 본 KT&G 담배
 
알탄가다스 인근의 ‘투쉬그 마켓’ 주인인 토올(사진 위) 씨와 ‘서울마트’ 주인인 온드라흐 씨. 담배 진열장을 KT&G가 설치했다.
  몽골 담배시장을 보기 위해 슈퍼마켓을 찾아갔다. 알탄가다스 인근의 ‘투쉬그 마켓’은 크기가 50평은 됨직한 제법 큰 슈퍼였다. 얼핏 둘러보니 한글로 적힌 신라면, 삼양라면, 김치찌개라면 등이 눈에 띄었다. KT&G에서 제공한 파란색의 담배 진열장이 한눈에 들어왔다. 깨물면 멘톨이나 과일향이 터지는 캡슐담배를 연상시키는 시원한 그림이 보였다.
 
  슈퍼 주인인 토올(27) 씨는 “한국산은 담배 특유의 냄새가 안 난다”고 했다.
 
  “남편이 ‘에쎄 체인지’를 피우는데 남편 친구는 ‘팔리아멘트(Parliament)’를 피워요. 그런데 팔리아멘트는 냄새가 많이 나요. 그런 면에서 한국산이 좋아요. 요즘에는 ‘레종(Raison)’ 시리즈도 많이 나가요.”
 
  담배 진열장에 적힌 판매가격을 보니 KT&G 담배는 현지 몽골 담배나 외산(外産) 담배와 비교해 결코 싸지 않았다.
 
  ‘에쎄 체인지’와 ‘레종 프랜치 블랙’은 3500투그릭(몽골 화폐 단위, Tugrik), ‘에쎄 순’ ‘에쎄 블루’ 3200투그릭, ‘레종 블루’ 3200투그릭이었다. 특히 고급 담배인 ‘보헴 시가 마스터’는 6000투그릭에 판매되고 있었다.
 
  몽골 돈으로 3500투그릭은 한화로 1575원 정도다.
 
  반면 영국 담배제조사인 ITG가 만든 ‘웨스트(WEST)’ 시리즈가 보였는데 ‘웨스트 화이트’는 2800투그릭, ‘웨스트 레드’ 역시 2800투그릭에 팔리고 있었다.
 
  “가격을 낮추면 KT&G 인기가 더 올라갈까” 하는 질문을 던지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토올 씨의 말이다.
 
  “소비자들이 도매점에서는 보루, 소매점에서는 갑으로 사요. 담배 세금이 최근 많이 올라갔지만 가격요인이 소비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진 않습니다.”
 
  KT&G 담배가 비싸도 경쟁력이 있다는 얘기로 들렸다.
 
  김나미 과장은 이런 설명을 덧붙였다. “작년엔 담배에 붙은 관세가 5%에서 30%로 올랐고, 올해는 특소세가 10% 인상됐다”는 것이다. 그 결과, 2016년 ‘에쎄 블루’ 기준 소비자 가격이 한 갑에 3000투그릭이었으나 올해엔 3200~3500투그릭으로 뛰었다.
 
  인근의 ‘서울마트’를 찾았다. 1000만명이 사는 한국의 수도 이름을 가게 이름으로 쓰고 있으나 가게는 좀 전에 본 투쉬그 마켓보다 작았다. 여기서도 한국 상품이 있어 반가웠다. 발효 흑마늘, 개성 군만두, 고려 홍삼 대추액, 석류 미인, 레츠비, 이온음료 2%가 보였다. 그리고 KT&G의 담배 진열장에 한국 담배가 가득했다.
 
  서울마트의 주인인 온드라흐(39) 씨는 “하루 담배 50갑 정도를 파는데 그중에서 20갑이 KT&G의 ‘에쎄 체인지’”라고 했다. 아예 몽골 담배는 이곳에서 볼 수 없었다. “외산 담배 중에 팔리아멘트·캐스터(Caster)·뫼비우스, KT&G 담배 중에는 레종 프랜치 블랙·센스·한라산의 판매도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또 “몽골 담배보다 외산 담배가 많이 나가는데 그 이유는 외산이 독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어쨌거나 몽골도 저타르·슬림 담배의 유행에 빠져들고 있었다.
 
  차를 타고 시내 성긴하이르항 구(區)의 ‘하르허링 시장’엘 갔다. 담배를 도매로 파는 시장을 둘러보기 위해서다. ‘하르허링’은 몽골의 옛 수도 이름. 평일인데도 사람들이 많았고 그 사람 수만큼이나 차량도 많았다.
 
  트럭이 주차된 곳으로 가니 가죽을 벗겨낸 양들이 판매되고 있었다. 몽골에서 양고기는 주식과 마찬가지다. 한국의 개고기와 크기 면에서 비슷하게 보였지만 몽골인들은 개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한다.
 
 
  하르허링 시장에서는 점당 하루 100보루 이상 판매
 
울란바토르 성긴하이르항 구(區)의 ‘하르허링 시장’ 모습. 가죽을 벗겨낸 양들이 판매되고 있었다. 평일인데도 시장엔 사람과 차량이 많았다.
  하르허링 시장에는 담배 도매점이 10곳이다. 그중 ‘10번 점포’ 주인인 어투거(49) 씨는 이미 여러 차례 한국을 찾아 신탄진, 영주 등의 KT&G 담배제조 시설을 견학했다. 한국 담배가 몽골에 상륙하던 1999년부터 판매했다고 한다.
 
  “하루에 몇 갑을 파느냐”고 물으니 “100보루 정도 나간다”고 했다. 1보루에 10갑이니 1000갑을 판다는 얘기다. 외산 담배 중에서는 팔리아멘트와 일본 담배제조사인 JTI(Japan Tobacco International)에서 만든 ‘LD’가 잘 팔린다고 했다.
 
  담배시장의 전통적인 강자인 ‘말보로’나 ‘던 힐’ 같은 외산 담배는 이상하게도 몽골에선 안 팔린다. 어투거 씨의 말이다.
 
  “우리 가게를 찾는 소매상과 일반 소비자 비율은 반반쯤 됩니다. 외산 담배 중에선 KT&G 담배의 인기가 높고 몽골 담배 중에선 ‘울란쇼부’ 초슬림이 많이 나갑니다.”
 
  ― 소비자들이 KT&G 담배 맛이 공통적으로 어떻다고 말하던가요.
 
  “부드럽다는 인식을 갖고 있어요. 상대적으로 몽골 담배는 독하다고 할까요.”
 
  ‘에쎄’ 시리즈가 지닌 부드러운 맛이 독하고 강한 맛의 담배를 꺾었다는 얘기다.
 
  ― KT&G에 바라는 점이 있나요.
 
  “새로운 제품이 출시되면 소비자가 빨리 알 수 있게 정보가 많았으면 좋겠어요.”
 
  곁에 있던 김 과장은 “한국처럼 몽골 역시 2013년부터 담배 광고가 완전 금지돼 우리 제품을 알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판매점 내 담배 진열장을 활용하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하르허링 시장’의 ‘13호점’의 주인인 벌레르 에르댄 씨. 하루 300보루 담배를 파는데 그중 KT&G의 ‘에쎄 블루’와 ‘에쎄 체인지’가 150보루 정도라고 했다.
  이 가게의 맞은편 담배점포인 ‘13호점’의 점주인 벌레르 에르댄(25) 씨는 10호점 주인의 아들이다. 그는 담배상을 한 지 6년 정도 됐다고 했다. 10대 때부터 팔았다는 얘기다. 하루 300보루 정도를 판매하는데 그중 KT&G의 ‘에쎄 블루’와 ‘에쎄 체인지’가 150보루 정도 팔리고 있었다. 이 정도는 대단한 수치다. 판매되는 담배 두 갑 중 한 갑이 한국산이라는 얘기다.
 
  문득 담배상은 무슨 담배를 피우는지 궁금했다. 애르댄 씨는 솔직하게 “팔리아멘트를 피운다”고 고백했다. “KT&G 담배 중에선 무엇을 좋아하느냐”고 한 번 더 물었더니 ‘에쎄 블루’ ‘에쎄 체인지’를 꼽았다. 덧붙여 “‘에쎄 블루’가 이 가게에서 가장 잘나가는 담배”라고 했다.
 
  “20~30대 몽골 젊은 사람이 ‘에쎄 블루’ ‘에쎄 체인지’ ‘팔리아멘트’ ‘뫼비우스’(JTI)를 많이 피우고 40대 이후는 몽골 담배인 ‘울란쇼부’와 영국 제조사인 ITG에서 만든 ‘웨스트 레드’ ‘LD(JTI)’ 담배를 많이 피웁니다.
 
  담배 광고를 할 수 없으니 새로 출시된 담배가 무엇인지 소비자들이 관심 있게 봐요.”
 
  담배에 있어선 몽골인들이 무척 개방적이란 얘기였다.
 
  ― 나름 영업 비밀이 있나요.
 
  “소비자들과 관계를 잘 유지하고 친절하게 대하려 해요. 여러 담배에 대한 설명도 잘 해주고 가격도 깎아주죠. 부가세도 여기서 해주죠.”
 
  통역을 돕던 서열러(28) 씨가 “부가세를 해준다”는 말을 이렇게 풀이해 줬다. 흔히 재래시장에서 물건을 사면 부가세 영수증 발행이 안 된다. 그러나 영수증만 있으면 연말에 부가세 2%를 되돌려받을 수 있다. 애르댄 씨는 양심껏 상인들이 마다하는 영수증을 발행해 주고 있다는 얘기였다.
 
 
  더욱 치열해진 몽골 담배시장… 누가 살아남을 것인가
 
울란바토르의 최대 재래시장인 ‘나란툴 시장’의 담배상 주인인 무흐체첵(사진 왼쪽) 씨와 너러버 씨.
  몽골의 담배 소비가 늘고 있는 데 반해 정부는 2013년부터 강력한 금연 정책을 쓰고 있다. 학교 반경 500m 이내 흡연과 담배 판매를 불허시켰다. 한국이 50m 이내 규제라는 점을 감안하면 강력한 조치다. 담배 광고도 길거리 흡연도 상상하기 어렵다. 한국처럼 흡연율을 억제하려 담뱃갑 경고 그림 부착도 의무화시켰다.
 
  수입담배 제조사끼리의 경쟁도 해를 거듭할수록 치열하다. KT&G가 수도 울란바토르를 중심으로 진열장, 매대를 설치해 판매량을 늘리자, 일본 JTI 등은 지방을 공략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한국이 초슬림 담배를 출시하면 다른 수입사도 같은 담배로 승부를 건다.
 
  그럼에도 담배 소비가 늘자 몽골 정부는 담배에 붙은 세금을 대폭 인상할 계획이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1월 1일 담뱃세가 대폭 인상돼 갑당 2500원에서 4500원으로 80%나 올랐었다. 몽골 정부도 박근혜식(式)의 인상안을 관철시킬지 모른다.
 
  이튿날인 6월 20일 울란바토르에서 가장 큰 재래시장인 ‘나란툴 시장’을 찾았다. 한국으로 치면 동대문, 남대문과 같은 전통시장이다. 일주일 중에 화요일만 쉰다. 날씨는 뜨거웠고 시장을 오가는 차량은 어찌나 많은지….
 
  컨테이너 박스처럼 생긴 점포가 1000여 개 되는데 그중 담배점포가 30곳에 이른다. 점포 미관이 말쑥해 보이지는 않았다. 담배점포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음료수와 과자, 커피도 팔았다. 한국의 맥심 커피가 당당히 인기품목 안에 포함돼 있었다.
 
  시장 내 ‘362호점’ 주인인 무흐체첵(47) 씨는 “오전 9시 반부터 저녁 7시까지 영업을 하는데 오전 10시부터 낮 1시까지 손님이 제일 많다”고 했다. 소매점 주인과 지방의 담배 도매상이 주 고객이라는 점도 덧붙였다. 그의 고객들은 한번에 담배를 몇 상자씩 산다. 보통 1상자에 담배 50보루(500갑)가 들어 있다.
 
  무흐체첵 씨가 담배를 팔기 시작한 것은 겨우 1년 남짓 됐다. 15년간 식료품을 주로 팔았다고 했다.
 
  “담배사업은 식품업보다 이익이 많이 남아요. 사람들이 과자, 사탕은 덜 먹게 되지만 담배 피우는 이는 계속 늘고 있어요. 몽골 담배 중에선 ‘울란쇼부’, 수입담배 중에선 ‘에쎄’ ‘팔리아멘트’가 많이 나갑니다. KT&G에서 매대와 진열장을 설치해 줘 판매량이 더 늘어난 것 같아요.”
 
  곁에 있던 KT&G 김 과장에게 “진열장이나 매대 설치 기준이 뭐냐”고 물으니 “판매량을 비롯해 소비자 접근성, 점주 협조도 등을 감안해 설치한다”고 했다. 아무 가게나 담배 진열장을 주진 않는다는 얘기였다.
 
  맞은편 점포인 ‘353호점’ 주인 너러버(42) 씨는 20년 경력의 베테랑 담배상이다. “한 달에 몇 갑을 파느냐”고 물었더니 “40억~50억 투그릭어치를 판다”고 했다.
 
  깜짝 놀랄 정도였다. KT&G 김 과장은 “그 정도의 판매량은 미국 달러로 167만~208만 달러 수준(환율 1USD=약 2,400MNT)이다. 현지 담배 1갑 평균인 3000투그릭을 기준으로 할 때, 한 달 판매량은 2500~3300상자 수준”이라고 했다.
 
  너러버 씨의 계속된 말이다.
 
  “최근 3년 동안 담배 수익이 오르고 있어요. 왜 늘어나는지를 생각하면 예전에는 남자만 피웠는데 지금은 여자도 많이 피웁니다. 여성 흡연자 나이는 20~40대로 수입이 있는 직장 여성들이죠.”
 
  ― 수입 담배업체들이 자기들도 담배 진열장을 설치하겠다고 하지 않던가요.
 
  “맞아요. 자기네도 진열장을 설치하겠다고, (KT&G보다) 더 좋은 진열장을 만들어주겠다고 하더군요.”
 
  ― 더 좋은 조건에 진열장을 설치해 주겠다면 바꿀 의향이 있나요.
 
  “(웃으며) 진열장이나 매대가 고장이 나면 모를까 이대로 유지할 생각입니다.”
 
  너러버 씨는 남편과 함께 한국엘 7번이나 갔다 왔다. 담배 판매왕으로 KT&G 초청을 받은 것이다. 한국을 배신하지는 않겠다는 의미로 들렸다.
 
 
  한·몽골의 미래, KT&G의 담배
 
알탄가다스의 헹메데흐 바르촐롬 사장(사진 위)과 직원들 모습이다. 아래 사진 오른쪽에서 세 번째가 한국인 윤준 이사.
  몽골에서 KT&G 담배를 유통하는 유일한 업체인 알탄가다스의 헹메데흐 바르촐롬(Khenmedekh Batchuluun·53) 사장은 “KT&G가 우수한 담배제조사라는 것은 익히 알았지만 몇 년 전만 해도 연간 5만 상자 판매도 어렵다고 했다. 그런데 올해 목표가 10만 상자”라며 놀라워했다.
 
  “1999년 KT&G 담배를 처음 가져왔을 때 50상자를 파는 데 1년이 걸렸지만, 그 후 1년 만에 50상자가 팔리던 것이 한 달에 500상자를 팔았어요. 소비자들이 KT&G 맛에 반한 것이죠.
 
  한편으론 한국에서 근로자로 일하거나 유학을 다녀온 몽골인이 늘어나면서 한국인과 한국 상품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것도 원인이죠. 또 피워 보니 맛도 좋았기에 중국, 러시아 담배보다 한국 담배를 선호하게 됐어요.”
 
  바르촐롬 사장은 “최근 언론에선 담뱃세를 30~50% 올려야 한다는 보도를 내보낸다”며 “경제가 어려워 정부가 담뱃세로 재정을 확충하려는 계획”이라고 했다.
 
  “홍콩, 한국, 일본의 담배 가격대가 어떻다는 얘기가 언론을 통해 자꾸 나옵니다. 몽골 담뱃값이 저렴하다는 것을 환기시키려는 의도로 보여요. 국내외 담배 회사 간의 경쟁이 심화되고 향후 세금도 올라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세금이 올라가면, 수입상 중에 몽골을 떠나는 경우가 생겨날 테고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겁니다.
 
  지금 상황은 몽골의 ‘작은’ 담배시장에 비해 ‘너무 많은’ 나라의 담배가 판매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세계적인 담배 브랜드는 오히려 경쟁력이 없어요.”
 
  ― 사장님도 담배를 피우시나요.
 
  “가끔…. 많이는 안 피웁니다.”
 
  ― 몽골 담배와 KT&G 담배 맛의 차이가 확연한가요.
 
  “자주 피우지는 않지만 담배 맛은 알고 있어요. KT&G 담배는 냄새가 없고 부드러운 맛이 납니다. 타르, 니코틴 숫자와 상관없이 맛이 있어요. 몽골 담배는 중국에서 연초를 들여와 중국 담배와 맛이 다르지 않습니다.
 
  냉정하게 말해 국산(몽골)이라도 맛이나 디자인, 공장라인을 새롭게 하지 않으면 수입산 담배의 소비를 막기 어렵다고 봅니다.”
 
  ― 올해 10억 본 판매가 목표라는데 가능한가요.
 
  “장담하기는 쉽지 않지만,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한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예상해요.”
 
  ― 영업사원에게 특별히 강조하는 점은.
 
  “도소매상에 제품 설명을 잘하라고 특별히 당부하죠. 또 점주와의 약속을 지키도록 강조합니다. 배달 약속을 어기면 점주들은 다른 제품으로 미련 없이 바꿉니다. 그러니 신용을 지키려 노력하죠.”
 
  바르촐롬 사장은 사업 전망 외에도 “몽골의 대기가 몇 년 사이 나빠지고 있다. KT&G 판매로 이룬 수익을 대기오염을 해소하고 관련 질병을 치료하는 데 쓰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사실 몽골의 울란바토르는 대기오염이 세계 최악의 국가로 꼽힌다. 긴 겨울에 현대식 가옥이 아닌 게르와 같은 천막집에서 석탄과 같은 땔감에 의존하니 대기가 나빠질 수밖에 없다. 비공식 자료지만 인구 150만명인 울란바토르 인구 중에서 20만 가구가 석탄 연료를 쓰고 있다. 또 이 도시의 차량 대수만 27만 대에 이르며, 비포장 길이 많아 흙먼지가 심하다.
 
  “대기가 나빠 폐 관련 질환자가 몽골에 많아요. 그중에는 담배 피우는 분도 있을 겁니다. 그런 분들을 돕고 싶어요. 또 몽골에 일본인 학교나 미국인 학교는 많지만 한국인을 위한 국제학교는 없어요. 한국인을 위한 유치원이나 학교를 설립하고 싶습니다.”
 
  알탄가다스가 성장하면 KT&G에도 좋은 일이다. 그러나 기업의 성장과 함께 사회적 책임도 함께 커지는 법이다. 어쩌면 한·몽골의 미래는 KT&G 담배와 알탄가다스에 달려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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