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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조선 CEO TIME

사재 털면서 아꼈던 현대상선으로부터 고소당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2014년도에 맺은 불공정 계약에 대해 책임져라”

글 : 정혜연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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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숙부, 시동생, 친구에 이어 애지중지했던 자회사로부터 고발당한 비운의 여인
⊙ “현대상선에 해를 입혔다”(현대상선) vs. “현대상선 살리려고 최선을 다했다”(현대그룹)
현대그룹을 이끌고 있는 현정은 회장. 남편 고 정몽헌 회장의 뒤를 이어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지난 2003년 작고한 남편 고(故)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의 뒤를 이어 회사 경영에 뛰어들었다. 현대가(家) 며느리이자 평범한 가정주부로 살던 이의 파격적인 변신이었다. 바깥세상은 녹록지 않았다. 그가 회장 자리에 앉자마자 시숙부인 정상영 KCC 명예회장이 현대그룹을 인수하겠다며 시장에서 주식을 사기 시작했다. 정 명예회장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막냇동생이다. 정씨가 아닌 현씨의 손에 ‘현대’자가 붙은 회사를 넘겨줄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현 회장이 표 대결에서 이겨 회사를 지켰지만 얼마 뒤에는 시동생의 공격이 이어졌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은 지난 2006년 4월 우호지분 등을 앞세우며 현대그룹의 경영권을 위협했다. 현 회장은 가까스로 회사 경영권을 지켜냈는데 그의 시련은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현 회장과 정상영 KCC 명예회장이 경영권 싸움을 벌일 때 현대엘리베이터의 2대 주주로서 현 회장의 편에 섰던 곳이 있다. 스위스 승강기 업체인 쉰들러라는 곳인데 사실 이 회사의 속내는 현대그룹의 현대엘리베이터를 통째로 먹기 위해서가 아니었나 싶다. 쉰들러는 KCC가 보유하고 있던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사들이면서 회사 경영권을 호시탐탐 엿봤고, 이것이 뜻대로 이뤄지지 않자 현정은 회장과 현대엘리베이터를 상대로 7000억원대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2014년에 시작된 소송은 2년이 넘도록 이어졌고 현 회장의 승리로 끝났다. ‘사방팔방이 적’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상황이었다. 그러는 동안 회사의 자산 규모는 12조원에서 1조9000억원대로 주저앉았다. 현대그룹의 핵심 계열사였던 현대상선과 현대증권, 현대택배(現 롯데글로벌로지스)가 남의 손에 넘어갔고, 현재 그룹은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유앤아이, 현대아산 정도뿐이다.
 
 
  주인이 현대그룹에서 산업은행으로 바뀌자 옛 오너를 고발한 현대상선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있던 현대택배 물류센터. 현대택배를 매각하는 과정이 이번에 문제가 됐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자식처럼 여겼던 회사로부터 검찰 고발을 당했다. 현대그룹의 계열사였다가 지난 2016년에 산업은행으로 넘어간 현대상선이 현정은 회장을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것이다.
 
  현대상선은 지난 1월 15일 현정은 회장 등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대한 법률위반으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소했다. 장진석 현대상선 준법경영실장은 “현대상선은 2014년도에 회사에 손실을 끼칠 수 있는 계약을 맺었다. 이 과정에서 현 회장이 개인적인 이득도 취했다”고 주장했다. 현 회장 등 전임 경영진이 현대상선이 보유한 현대택배(이하 현대로지스틱스)의 지분을 매각하면서 자기 돈은 챙겼지만, 현대상선에는 손실을 끼쳤다는 것이다.
 
  현대상선은 현 회장이 가장 아꼈던 계열사다. 그룹의 경영난으로 인해 현대상선을 계열 분리하면서, 전(全) 임직원에게 삼계탕을 보내고, “연말 연초에 인사발령이나 주재원 부임 때 다 같이 인사 다니던 직원들 모습이 눈에 선해 현대상선 임직원 여러분과 이별한다는 것이 아직도 와 닿지 않는다”고 편지를 썼을 정도다. 하지만 현대상선은 주인이 현대그룹에서 산업은행으로 바뀐 지 1년이 지나고, 전(前) 주인을 검찰에 고소했다. 그룹 관계자들은 “현 회장이 여러 일을 겪었지만 이번 일은 특히 가슴 아플 것”이라고 말한다.
 
  모든 일의 발단은 2010년 들어 세계의 해운 산업 경기가 급격히 악화하면서 생겼다. 해운업계 관계자의 얘기다.
 
  “2000년대 중반 들어 해운회사들이 컨테이너선 등을 무리하게 발주했습니다. 종전보다 사이즈가 큰 컨테이너선이 무더기로 생겼고, 여기에 적재할 물동량은 그대로인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결국 해운회사들이 가격 덤핑을 통해 서로 수주전을 벌였고, 그 결과 모든 해운회사의 수익이 악화했습니다. 2010년 들어 현대상선의 영업적자가 연간 3000억~4000억원에 육박했습니다.”
 
  세계적으로 도산하는 해운회사가 생겼고, 해운회사 간에 인수·합병이 이어졌다. 현대상선은 2013년 부채 비율이 1400%까지 올라갔다.
 
 
  불합리한 조건까지 수용하며 롯데에 회사 넘긴 현대상선
 
현대그룹의 주력 계열사였던 현대상선에서 화물을 선적하는 모습.
  현대상선을 계열사로 둔 현대그룹으로서는 특단의 조치를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현대그룹이 현대상선에서 손을 떼고 사업을 포기했다면 오늘날의 문제는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현정은 회장과 당시 경영진은 어떻게든 포기하지 않고 대신에 돈이 될 만한 회사를 팔아서 현대상선을 살리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현 회장은 현대상선이 가진 현대로지스틱스, 현대증권 등 돈 되는 자산을 모두 팔면 3조3000억원 정도의 현금 자산이 생긴다고 계산해 그룹 차원에서 자구안을 발표했다.
 
  그룹 관계자의 얘기다.
 
  “우선 현대로지스틱스를 팔아서 현금을 확보하려고 했습니다. 현대로지스틱스는 과거에 국내외 몇몇 회사가 눈독을 들여왔었는데 막상 매각 절차를 밟으려 하자 사겠다고 나서는 곳이 없었습니다. 현대상선의 적자는 하루가 다르게 쌓여가고, 채권단인 산업은행은 문제를 빨리 매듭지으라며 종용했습니다. 그룹으로서는 한시라도 급히 현대로지스틱스를 팔아야 했는데 일본계 금융회사인 오릭스가 회사를 사겠다며 나섰습니다.”
 
  통상 이런 거래는 회사를 팔겠다는 현대그룹과 회사를 사려는 일본 오릭스가 적정가격에 주식을 매도·매수하면 끝나는 일이다. 그런데 일은 복잡하게 꼬여버렸다. 오릭스는 투자금 6500억원을 모아서 현대로지스틱스를 사는 특수목적 펀드인 사모투자펀드 ‘오릭스 PE’를 만들고, 이 펀드를 통해 현대로지스틱스 지분을 인수하겠다고 했다. 오릭스투자펀드에는 오릭스와 롯데의 투자금이 섞여 있었다. 이후에 롯데그룹이 다시 ‘오릭스 PE’의 지분을 인수하는 방법으로 회사를 인수하겠다고 나섰다. 쉽게 말해 오릭스→오릭스 PE 설립→현대로지스틱스 지분 인수 후 롯데그룹→오릭스 PE 지분 인수의 그림이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두 가지 희한한 조건이 붙었다.
 
  하나는 롯데그룹이 오릭스 PE 지분을 6500억원 이하로 매입하게 되면 펀드 투자자들이 손해를 보기 때문에, 현대상선이 1064억원을 펀드에 후순위로 투자해 다른 투자자들이 입을 손실을 부담한다는 것이다. 팔리는 회사가 사려는 회사가 앞으로 입을지도 모르는 손실을 보전해 주기로 한 것이다. 두 번째는 현대상선이 앞으로도 이미 팔아치운 현대로지스틱스만을 이용하고, 또 만일 현대로지스틱스(현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영업이익이 연간 162억원이 되지 않으면 그 금액을 5년 동안 현대로지스틱스에 지급한다는 것이었다. 이미 끝난 일이 되었지만, 현대로지스틱스를 인수한 롯데그룹은 회사를 살 때에도 손해를 볼지 모르는 부분에 대해 손실 보전에 대해 확답을 받고, 또 앞으로 5년 동안 영업이익 최소 162억원을 보장받은 것이다. 실제로 롯데그룹은 지난해 12월 “영업이익이 최소 162억원이 되어야 하는데, 올해 140억원 정도만 났으니 현대상선이 나머지 20억원을 채워넣어라”며 소송을 건 상황이다.
 
 
  현대그룹과 현대상선의 팽팽한 줄다리기
 
현대그룹의 연지동 신사옥. 현대그룹과 현대상선이 10미터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다.
  이 일을 주도한 현대그룹 측의 입장은 이렇다.
 
  “현대그룹으로서는 어떻게든 하루빨리 현대로지스틱스를 처분해야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유일한 협상 대상자였던 오릭스의 조건을 수용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시에는 현대상선이 오늘날처럼 산업은행으로 넘어갈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현대상선을 살리기 위한 최선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현대그룹을 더는 주인으로 섬기지 않는 현대상선 측의 입장은 정반대이다. 현대상선 관계자의 얘기다.
 
  “현대그룹이 현대상선이 보유한 현대로지스틱스를 오릭스 PE에 비싸게 팔기 위해 이런 불공정 계약까지 한 것으로 보입니다. 현대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겪는 과정에서 비싸게 회사를 팔아 보유 현금을 늘리기 위해 오릭스 측의 무리한 요구를 받아들인 겁니다.”
 
  ― 당시 현대그룹의 상황이 다급했다고 하는데, 그룹이 회사를 비싸게 팔았다면 오히려 잘한 것 아닙니까.
 
  “아닙니다. 현대상선만 현대로지스틱스 주식을 가졌던 것이 아닙니다. 현정은 회장이 현대로지스틱스 지분 13.4%를 가졌고,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글로벌이 24.4%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저희가 접수한 고소장으로는 현정은 회장이 현대로지스틱스를 오릭스 PE에 팔면서 1000억원대의 금액을 손에 쥔 것으로 파악됩니다.”
 
  ― 현 회장이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 현대상선에 고의로 손해를 입혔다는 겁니까.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됐습니다. 현 회장은 매각 대금 중 일부를 챙겼지만, 현대상선은 불공정 거래를 통해서 오히려 그 돈을 고스란히 토해냈습니다. 또 이미 팔아치운 회사(현재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일정 수준의 영업이익을 내지 못하면 현대상선이 그 돈을 메워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 모든 것은 현대상선이 가진 현대로지스틱스의 지분을 파는 과정에서 발생한 현정은 회장 등 실패한 전임 경영진의 잘못이라고 판단됩니다. 더구나 현대상선은 현대로지스틱스를 팔면서 이사회 결의도 거치지 않고 터무니없는 불공정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현대그룹의 반론은 만만치 않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매각 과정에서 체결한 조항이 수십 가지가 넘는다. 그중 일부는 대표이사의 권한으로 한다고 명시했다. 일일이 이사회의 결의를 거칠 수 없는 상황이었고, 법적 검토를 모두 마친 상황이다”라고 반박했다.
 
 
  배임죄 적용될까?
 
  참 묘한 상황이다.
 
  현대그룹은 현재 서울시 종로구 연지동에 터를 잡고 있다. 한때 계열사였던 현대상선도 같은 곳에 둥지를 틀었다. 두 회사는 동관과 서관에 자리 잡고 있는데, 둘 사이의 거리는 불과 10m다. 현대그룹과 현대상선은 오랫동안 한솥밥을 먹던 사이인지라 둘 사이의 교분은 두텁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한때 같은 회사였던 한쪽이 이젠 산업은행의 소속이라는 차이점뿐이다. 현대상선은 지난 2014년에 맺었던 거래에 대해 이제야 문제로 삼는 것에 대해 “참았다”고 말한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주인이 된 산업은행이 예전 상황을 꼼꼼히 되짚었다. 과거 경영진의 잘못으로 인해 오늘날까지 현대상선이 돈을 토해내야 하는 상황을 이제라도 바로잡고자 한다”고 말했다. 현대그룹은 억울해한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이미 남남이 됐지만 한때 계열사였던 현대상선에 최선의 결과를 내려고 했다. 현정은 회장은 사재 300억원을 출연하면서 현대상선을 살리려 했을 정도로 애착이 컸다. 주인이 바뀌었다고 해서 예전 주인을 고소하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현대상선이 과거 오너였던 현정은 회장을 고소한 이유는 배임이다. 배임죄는 현재 법률상 네 군데에서 근거가 나타나 있다. 형법 제355조(형법상 횡령·배임), 형법 제35조(업무상의 횡령·배임), 상법 제622조(발기인, 이사 기타 임원 등의 특별 배임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특별법)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등이다. 배임과 횡령의 처벌 근거는 같은데 그 경계선이 애매모호하다.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재물’을 횡령하는 경우이고,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재산상의 이득’을 취한 경우다. 현대그룹과 현대상선 모두 이번 사건에 대해 껄끄러워한다. 이를 지켜보는 업계의 시선도 씁쓸하기만 하다. 현재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형사 7부로 배정된 상태다. 법의 판단은 과연 어떠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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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나가는이    (2018-02-22)     수정   삭제 찬성 : 10   반대 : 6
같은 현상을 이렇게 해석해서 쓸 수도 있군요... 그렇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습니다. 이번 정권... 기대해 봅니다.

20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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