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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조선 CEO TIME - 경제 HOT LINE

2018년 금융권의 최대 이슈 ‘근로자 이사제’

근로자 이사제는 약인가 독인가

글 : 정혜연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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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적 기능 있는 민간 부문 금융회사가 첫 타깃
⊙ KB금융 노조, 추천인사가 사외이사 선임 부결되자 두 달 만에 재시도
⊙ 본고장 유럽에서는 이미 실패한 제도
지난해 11월 연임에 성공한 윤종규 회장.
이날 주총의 안건은 노조 추천 사외이사의 선임 여부였다.
  지난해 11월 20일 KB국민은행 본점. 임시 주주총회 몇 시간 전부터 긴장감이 역력했다. 이날의 안건은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연임과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의 사외이사 선임 두 가지였다. 첫 번째야 늘 있는 일이라 치고, 두 번째 안건이 문제였다. 하 대표는 KB국민은행 노조가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였다. 하 대표가 사외이사로 선임된다는 것은 이사회 멤버로 들어간다는 뜻이고, 그 얘기는 노조가 회사 경영에 관여한다는 걸 의미한다. 사외이사 안건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의결권 있는 주식 수의 25%가 주총에 참석하고 이들 중 절반 이상이 안건에 찬성해야 한다.
 
  결과는 노조의 참패로 끝났다. 하 대표는 주총의 문턱을 넘지 못해 사외이사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이날의 주총은 의미심장한 결과를 하나 낳았다. KB 금융지주의 대주주로서 9.68%의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이 하 대표의 사외이사에 찬성 뜻을 밝힌 것이다. 국민연금은 우리나라 최대의 기관투자가이자 정권의 부침에 즉각 반응을 하는 곳이다. 국민연금이 KB금융 노조가 추천한 사람을 찬성했다는 것은 현 정부가 친(親)노조 성향임을 만천하에 알린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가 노동자 대표가 기업 경영에 참여하는 ‘노동이사제’였다는 것에 비춰 보면 놀랄 일도 아니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친노조 성향을 등에 업은 금융권 노조의 이사회 진입이 이제 시작”이라고들 했다.
 
  이들의 예측은 새해 벽두부터 현실이 됐다. 첫해에 대입 시험에서 고배를 마신 KB금융지주는 두 달 만에 ‘재수’를 선언했다. KB금융 노조는 지난 1월 22일 “임기 만료로 공석이 되는 사외이사 3명 중 1명을 노조에서 추천키로 했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를 사외이사로 추천한다”고 밝혔다. 경제사회발전 노사정위원회 공식 위원으로 활동했던 권 교수는 권영길 전(前) 민주노동당 대표의 사위이기도 하다.
 
  이는 비단 KB국민만의 문제는 아니다. 신한·NH농협·KEB하나 등 4개 금융지주회사 사외이사의 대다수가 오는 3월로 임기가 끝난다. 이 자리에 적어도 한 사람씩은 근로자가 추천한 사외이사가 포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렇게 되자 민간 회사 이사회에 근로자 측이 추천한 사외이사가 들어가는 것이 가능한지, 이들이 순기능을 할 것인지, 또 현실적인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2018년 금융권의 최대 이슈는 ‘근로자 이사제’다.
 
 
  사외이사가 유명무실한 대기업 vs. 사외이사 입김이 너무 센 금융회사
 
KB금융지주의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노조 추천 인사의 사외이사 선임을 찬성했다.
  민간 부문에서 금융권이 이 일에 첫타로 휘말린 이유는 업(業)의 특성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은행은 민간 부문이지만 공적 기능을 갖고 있습니다. 정부가 금융업에 대한 허가권을 갖고 있다 보니 공공기관으로 봐도 무방하다는 것이 정부의 시각입니다. 은행 태동 단계부터 관치 논란에 늘 휘말렸죠. 은행장은 사실상 청와대의 재가가 있어야 가능한 자리이고 인사 시기마다 ‘청와대의 내정설’이 나도는 이유입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일은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인식이 강한 민간 부문입니다. 더구나 고질적인 은행권의 비리 문제가 겹치면서 이번에는 노조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보입니다.”
 
  — 공공적 성격을 가진 민간 부문이라는 것이 문제의 시발점이군요.
 
  “네, 게다가 금융 당국 수장들의 제왕적 리더십에 대한 말들이 많았습니다. 때마침 부정 채용, 금융 기관장들의 이른바 ‘셀프연임’이 불거진 데다 친노조 성향의 정부가 출범하면서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가 팽배합니다.”
 
  — 유독 사외이사 자리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요.
 
  “금융노조가 현실적으로 회사 경영에 관여할 수 있는 방법이 이뿐입니다. 은행은 주인이 없으니까 사외이사를 통해서 최종 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에 진입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오너가 있는 대기업은 사외이사가 유명무실에서 거수기 역할에 그치는 것이 문제고, 반대로 금융권은 사외이사의 힘이 너무 셉니다. 현 경영진도 자기 입맛에 맞는 사외이사를 구성해 이사회를 통제하는 구조이다 보니 금융노조 역시 이 사외이사 자리를 장악해 회사 경영에 적극 입장을 표명하겠다는 겁니다.”
 
 
  은행 근로자가 주주라면, 은행에 돈 맡긴 예금자는 주주인가 아닌가?
 
첫 번째 추천 인사가 사외이사가 되지 못하자, 올 3월 주총에서 두 번째 사외이사를 추천한 KB금융노조(사진은 기사와 관련없음).
  금융노조가 사외이사 추천권을 가질 것이냐 말 것이냐부터 이견이 잇따른다.
 
  이지수 법과경영문제 연구소장은 “금융노조가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한다. 이 소장의 얘기다.
 
  “노동이사제가 아니라 근로자 추천이사제라는 표현이 정확합니다. 근로자는 우리사주조합을 가진 은행의 주주입니다. 주주의 자격으로 주주권을 행사하기 위해 자신들이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것이 법적으로 전혀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이들이 이사로 선임된 이후에는 이사들에게 부여된 권한에 따라 회사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의사결정을 하게 되는 겁니다. 물론 주주총회에서 노조가 추천한 인사가 사외이사로 선임되지 못할 수도 있고요. 엄연히 회사의 주주인 우리사주조합의 노조가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과대 명예교수는 “우리사주조합을 가진 노조가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최 교수의 얘기다.
 
  “우리은행의 자산 260조 중에서 자기자본은 20조원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240조원은 부채입니다. 그 부채는 은행에 예금하고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려쓰는 일반 고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노조가 우리사주 주식을 가졌다는 이유로 사외이사 추천권을 갖고 있다면, 일반 예금자들도 은행 채권자 자격으로 세력을 갖춰서 그들이 내세운 사외이사를 추천해야 한다고 봅니다. 금융회사의 근로자가 승진을 통해 이사가 되고, 경영자 위치에 올라 이사회의 멤버로서 경영에 참여하는 것은 적극적으로 찬성합니다. 하지만 근로자가 노조를 통해, 또 노조는 우리사주조합을 가졌다고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것은 명분이 떨어진다고 봅니다.”
 
  모 대학 경영학과에 재직 중인 A 교수도 어느 정도 이에 동의를 한다. A 교수의 얘기다.
 
  “은행권의 부채가 2000%에 달합니다. 예금자의 비중이 크니까, 이해관계를 따지자면 은행 근로자보다 예금자에게 권리를 더 줘야 한다는 것이 말이 됩니다. 특히 우리사주를 가진 조합을 순수한 주주로만 봐야 할 것이냐도 문제입니다.”
 
  — 무슨 소리입니까.
 
  “우리사주는 애초에 근로자들에게 주식을 싸게 주기 위해 마련된 제도입니다. 가령 시중에서 10원인 주식을 8원에 주는 것인데, 그러면 나머지 2원은 비용으로 계상해야 한다는 얘기가 2000년대 중반에 있었습니다. 증자를 할 때 직원들에게 보상적 차원에서 주식을 우선 배정하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 주주 권리는 일정 부분 양도하는 것이 됩니다. 그렇게 출발한 우리사주를 온전히 주주로 봐야 하는가에 대해 논란이 있을 수 있습니다. 주주권과 근로자권이 묘하게 믹스(mix)된 것이 우리사주의 실체입니다.”
 
 
  “노조 추천 사외이사도 회사 이익 극대화에 힘쓴다” vs. “노조로부터 독립적으로 행동할 수 없다”
 
  여러 얘기가 엇갈리는 이유는 쉽게 말해 노조 추천으로 사외이사가 된 사람들이 과연 회사의 경영에만 신경을 쓸 것이냐, 아니면 노조의 이익을 대변할 것이냐 하는 점 때문이다. 이지수 연구소장은 “설령 노조 추천을 통해 사외이사가 되더라도 노조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사람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 소장의 얘기는 이렇다.
 
  “근로자 이사제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얘기는 노조의 추천을 받아 사외이사가 된 사람들이 나중에 노조 입장만을 대변하지 않겠느냐는 우려 때문입니다. 이는 전혀 메커니즘을 모르는 사람들의 얘기입니다. 아무리 노조 추천을 통해서 이사가 된다고 해도, 이사가 되고 이사회 멤버로서의 역할을 하게 됩니다. 회사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것이 법적으로 이들에게 부여된 임무입니다.”
 
  — 노조 편에만 서지는 않는다는 얘기군요.
 
  “그들의 얘기를 귀담아들을 수는 있지만 그들의 이익만을 대변할 수는 없습니다. 회사 전체의 이익에 반하는 의사결정을 하면 상법상 문제가 되고 배임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아무리 노조의 추천으로 이사가 됐다고 하더라도 법이 규정한 자신들의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지난 1월 31일에 열린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지배구조 개선’ 정책 심포지엄에 참석했던 한 금융계 인사는 중립적이다. 그는 “노조 측의 추천을 받은 사람이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을 것이란 보장이 없다. 드러내 놓고 노조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을지 모르겠으나 암묵적으로라도 지지한다면 문제는 다르다. 자신을 추천한 노조로부터 완벽히 독립적으로 행동할 수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교수는 “노조가 이사회에 진출하는 것을 순수하게 볼 수 없다. 노조 추천을 받은 사외이사가 자신을 추천해 준 근로자의 이익을 대표하지 않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근로자 이사제를 통해 금융회사를 투명하게 경영”(찬성론자)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2017년 12월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민간 금융회사의 근로자 추천 이사제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근로자가 사외이사를 선임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느냐 없느냐는 차치하고라도 이들이 회사 경영의 순기능을 담당할 것이냐에 대해서도 시각이 다르다. 근로자 이사제를 찬성하는 쪽은 이들이 내부 견제를 통해 금융회사를 투 명하게 경영하고, 노사간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을 한다. 이미 유럽 19개국에서 활발하게 시행하는 제도라는 점도 들고 있다. 한 관계자의 말이다.
 
  “근로자 이사제는 순기능이 훨씬 많습니다. 금융기관장들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사외이사를 선임해 이사회를 점령하고, 그간 이너 서클(inner circle) 속에서 숱한 부작용이 있었습니다. 금융기관장의 힘이 비대해졌고 그 결과 경영을 투명하게 하지 못했습니다. 부정 채용이 비일비재했던 것이 일례죠. 근로자가 이사회의 멤버로 참여할 경우에 이 같은 일을 원천 봉쇄하기는 어렵지만, 이사회에서 반대 의사를 표명해서 투명한 금융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 금융권에 비리가 없었다면 얘기는 달라지는 겁니까.
 
  “유럽은 이미 근로자 이사회를 활발히 도입했습니다. 근로자도 회사 경영에 참여하는 주체입니다. 투명성 차원에서 기업 경영에 득이 된다는 겁니다. 더구나 근로자들이 회사 경영에 참여하게 되면 앞으로 책임도 함께 지기 때문에 합리적 의사소통이 가능해집니다.”
 
  — 어떻게 말입니까.
 
  “어떤 의사결정이 이뤄졌는데 거기에 찬성한 사람이 노조 추천 인사라고 칩시다. 노조도 동의했다는 것이고, 같은 책임선상에 있는 겁니다. 회사 경영을 경영진과 노조가 함께 결정했다는 차원에서 나중에 노조도 할 말이 없을 것 아닙니까. 근로자 이사제에 반대할 이유가 없습니다. ‘노조=경영간섭’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무작정 반대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노조의 경영 참여는 세계적 추세입니다.”
 
 
  “회사가 긴박한 순간에 의사결정 늦어진다”(반대론자)
 
  근로자 이사제에 반대하는 입장은 정반대다. 이들은 노조로 인해 이사회의 의사결정이 늦어지고, 노조 중심의 의사결정이 이뤄지며 외국인이 투자하는 데 부담이 된다고 주장한다. B 교수의 얘기다.
 
  “회사 경영 상황이 좋을 때야 문제가 없겠죠. 노사 화합 차원에서 함께 경영을 한다고 하면 좋은 얘기 아닙니까. 하지만 회사 사정이 나빠졌을 때 이사회에서 한가하게 논의만 할 수 없을 수가 있습니다.”
 
  — 가령 어떤 경우인가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해외로 이전을 해야 한다고 칩시다. 경영진은 회사 이익을 위해서 빨리 이전을 해야 한다고 하고, 근로자는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버틴다고 칩시다. 경영진은 하루라도 빨리 결정을 해야 하는데, 근로자가 선임한 이사가 대다수의 근로자 부담을 위시해 자신들의 안위를 먼저 챙기는 사고를 한다고 보면 결국 시기를 놓치는 겁니다. 경기가 나쁘고 국가가 침체 일로의 길을 걸을 때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사회의 의사결정이라는 것이 평소의 상황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매우 급할 때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 노조의 역할을 부정적으로만 보는 것은 아닌지요.
 
  “노조가 회사의 주인 자격으로 이사회에 참여하고 과연 글로벌 마인드를 가진 경영진이 될 것이냐, 자기 안위가 우선인 근로자의 입장이 될 것이냐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독일에서 실패한 제도”
 
  사전상 용어로 ‘근로자 이사제’는 노동조합이 이사를 선임해 이사회에 파견하는 제도다. 근로자 이사는 법률과 정관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사업계획, 예산, 정관개정, 재산처분 등 주요 사항에 대해 발언권과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유럽에서는 19개국에서 노동이사제를 시행 중이다. 가장 활발한 곳은 독일이다. 독일은 500명 이상 근로자가 근무하는 사업장이면 공공과 민간을 불문하고 모두 근로자 이사를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물론 실질적 집행기구인 ‘경영이사회’와 견제 위주의 ‘감독이사회’로 나뉘어 있다는 점이 한국과 큰 차이가 있다. 요즘 불거진 근로자 이사제를 두고 “한국과 유럽은 차이가 있다”고 말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그런데 독일에서 이마저도 실패한 케이스로 분류되는 것이 현실이다.
 
  최준선 성균관대 교수는 “노동이사제는 본고장인 유럽에서조차 폐기 수순을 밟는 중”이라고 꼬집었다.
 
  “노동이사제는 사회주의 국가가 대다수인 유럽에서 널리 인정되는 제도입니다. 당연히 유럽 학자들이 노동이사제가 과연 기업의 성과에 얼마나 이바지했는지에 대해 실증적인 연구를 했습니다. 근로자의 이사회 참여가 재앙을 불러왔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하지만 공장의 해외이전, 대규모의 구조조정 등과 같은 장기적인 회사 경영과 관련해 과연 공동 결정이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결국 유럽에서 근로자 이사제에 대해 분석을 해 보니까 성과가 있었느냐에 대해 ‘의미없다’는 것이 대세입니다. 오히려 경제 상황이 어려운 유럽 국가들은 노동이사제를 과감하게 폐지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독일의 유명 기업인 알리안츠, BASF, DVD방크 등은 오히려 지배구조가 자유로운 유럽회사(SE)로 전환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 무슨 얘기입니까.
 
  “근로자 이사제의 원조는 독일입니다. 독일은 2중 이사회를 도입하고 있죠. ‘경영이사회’와 견제 기구인 ‘감독이사회’입니다. 하지만 유럽연합(EU)은 유럽 회사법에 따라 2중이 아닌 하나의 이사회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2원적 이사회를 해도 되고, 일원적 이사회를 해도 된다는 것이 EU의 입장인데, 독일 기업들이 자국을 떠나 EU 기반의 회사로 돌아서고 있는 겁니다.”
 
  — 노동이사제가 부담스러워서 독일 기업을 버리고, EU 기업으로 가고 있다는 뜻입니까.
 
  “많은 독일 기업들이 EU 회사로 전환하는 추세입니다. 근로자 이사제의 단점이 부각되는 상황에서 그 시스템을 고집하고 있는 독일을 떠나고 있다는 소립니다. 독일식(式)에 따르면 근로자가 2000명인 회사는 근로자 이사 20명을 선임해야 합니다. 삼성전자는 직원이 30만명이지만, 이사 9명으로 잘 운영이 되고 있습니다. 이사회의 구성원이 5~9명이 맞다는 것이 대세입니다.”
 
  — 그럼 왜 독일은 변경하지 않는 겁니까.
 
  “독일은 오랫동안 이 제도를 고수하다 보니 변경이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여기에 저촉이 되는 기업들이 스스로 살길을 찾고 있습니다. 기업의 이사회라는 것이 단순히 이익을 대변하는 사람들이 꿰차고 앉는 자리가 아닙니다. 군대로 치면 장성들이 최고위 작전회의를 하는 곳입니다. 여기에 사병 대표라는 사람이 한 명 들어와서 자기의 생각을 피력하는 곳은 아니라고 봅니다. 원조 국가에서조차 물러서는 제도를 세계적 추세라면서 우리가 따르는 것은 맞지 않다고 봅니다.”
 
  세계적인 추세에 거스른다는 제도를 우리는 정부 차원에서 나서서 독려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자문기구인 금융행정혁신위원회는 민간 금융 회사들에 이미 “근로자 추천 이사제 도입을 검토하라”고 권고했다. 서울시 산하 기관은 70% 이상의 이사회에 근로자 이사가 들어가 활동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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