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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포커스

원高·엔低와 한국 경제 대처법

토빈稅 도입 검토해야 할 때

글 : 최성환  한화생명 은퇴연구소장·고려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  sungchoi@korealif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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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엔 환율, 100엔당 최저 1050원까지 떨어질 수도
⊙ 수출기업 손익분기점(BEP) 환율은 100엔당 1316원, 중소기업은 1343원이 손익분기점
⊙ 韓日 주요 50대 수출 품목 중 중복 품목 비중 52%, 수출에 赤신호

崔聖煥
⊙ 57세. 고려대 경제학과 졸업, 美 펜실베이니아대 경제학 석·박사.
⊙ 한국은행 조사부·워싱턴사무소 과장, 《조선일보》 경제전문기자, 대한생명 경제연구원 상무 역임.
    現 고려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
⊙ 저서: 《최성환의 지청구 경제학》 《얼굴 없는 대통령》 《직장인을 위한 생존경제학》 등.
엔저 현상에 따라 한국을 찾는 일본 관광객이 크게 줄었다. 사진은 일본 관광객이 한창 몰리던 2009년 명동 거리의 모습.
  작년 10월 중순 딸을 일본의 대학으로 유학 보낸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원·엔 환율이 100엔당 1400원대에서 1300원대로 떨어지고 있는 때였다. 질문의 요지는 “원·엔 환율이 더 떨어지겠느냐, 아니면 다시 1400원대로 올라가겠느냐?”는 것이었다. 적잖은 돈을 보내야 하는 부모의 입장에서는 한 푼이라도 아끼고 싶은 마음으로 물어 온 것이었다. “가능한 한 천천히 돈을 보내라”는 게 필자의 대답이었다.
 
  새해 들어 연초 효과에 힘입어 2040선을 넘어섰던 코스피지수가 1월 하순 들어서는 장중 한때 1940이 무너지는 등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원화 강세와 일본 엔화 약세가 동시에 진행되는 이중고(二重苦)가 우리 기업들의 수출에 직격탄을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050원대, 원·엔 환율은 100엔당 1170원대까지 급락하기도 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원·달러 환율은 100원 가까이 떨어졌고, 원·엔 환율은 300원 이상 떨어진 것이었다.
 
 
  환율이 경제생활에 미치는 영향
 
  수출이나 수입에 종사하는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수출 또는 수입하는 상품의 매출과 가격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환율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수출 기업의 경우 환율이 떨어지게 되면 말 그대로 이중고를 겪게 된다. 하나는 가만히 앉아서 원화로 환산한 매출액이 감소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글로벌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면서 매출량까지 줄어드는 것이다.
 
  환율이 급격하게 떨어질 경우 이익이 크게 줄어들거나 심지어 손실을 보게 되는 기업도 발생하게 될 것이다. 반대로 수입이 많은 기업이라면 환율 하락으로 득을 보게 될 것이다. 수입가격이 싸지는 데다 원화표시 수입액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만약 환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게 된다면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거나 급기야 감소하게 되는 반면 수입은 늘어나면서 기업은 물론 한 나라 경제의 지형을 크게 바꿔 놓을 것이다.
 
  일반국민들도 알게 모르게 환율의 영향을 직간접으로 받으며 살고 있다. 예를 들어 환율이 올라가면 국제 원유(原油) 가격에 변화가 없어도 국내 휘발유 가격이 비싸지게 되는 등 수입 원자재 및 소비재의 가격이 올라가면서 수입 물가발 국내 물가상승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 반대로 환율이 내려가게 되면 국내 휘발유 가격이 내려가는 등 국내 물가상승 압력이 줄어들거나 오히려 물가하락 압력을 받게 되면서 물가안정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또한 개인의 입장에서도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자녀를 해외에 유학을 보내놓았거나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경우 환율이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미국에 유학을 보낸 경우 연간 학비만 5만~6만 달러(유명 사립대학 기준)에 달한다. 환율 1원에 따라 5만~6만원의 차이가 나니까 환율이 100원 떨어지면 무려 500만~600만원이나 적게 들어간다. 웬만한 직장인의 한 달 월급 이상을 절약할 수 있는 것이다.
 
 
  “환율은 하느님만 아신다”
 

  또한 최근 들어 우리나라로 여행 오는 일본인 관광객이 급감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일본 여행이 늘어나는 것도 원·엔 환율 급락이 가져온 세태이다. 100엔을 바꾸면 1500원을 받다가 지금은 1200원도 못 받으니까 일본인들이 발걸음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있는 것이다. 반대로 원·엔 환율이 100엔당 700원대까지 떨어졌을 때인 2007년에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도쿄와 오사카 등으로 대거 쇼핑 여행을 간 기억이 날 것이다.
 
  이처럼 환율은 우리 경제의 엔진 역할을 하고 있는 수출과 수입은 물론 일반국민들의 생활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따라 환율이 안정적으로 움직일 때는 있는 둥 없는 둥 신경을 거의 안 쓰고 살다가도 환율이 급등락하면 갑자기 온 나라가 들썩이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가장 큰 문제는 과연 원화 강세와 엔화 약세가 어디까지 갈 것인가일 것이다. 또한 부수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원화 강세와 엔화 약세로 우리 수출과 수입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원화 강세와 엔화 약세가 이어진다면 우리 정부와 한국은행이 외환(外換)시장 개입에 나설 것인가? 만약 나선다면 어느 정도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가?
 
  먼저 원화 환율과 엔화 환율을 예측해 보자. 사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곧잘 “환율은 하느님만 아신다”라는 말을 한다. 그만큼 경제지표 예측 중에서도 환율 예측이 가장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상품이나 금융자산의 가격이 한쪽으로 급격하게 쏠리는 현상을 뜻하는 ‘오버슈팅(over-shooting)’이라는 용어도 환율의 움직임에서 나온 것이다.
 
  이번처럼 일본 엔화의 무기한 방출과 같은 어떤 충격 요인이 발생했을 때 충격의 크기에 비해 환율이 훨씬 더 크게 반응한다. 미래 환율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가 엔화 약세를 초기 단계에서 과도하게 이끌어 가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과도하다는 인식이 들기 시작하면 거꾸로 반응하기 시작하는데 이때도 어떤 균형수준의 환율보다는 과도하게 강세로 가고 이런 식의 오르내림을 거쳐서야 균형수준의 환율로 안착하게 된다는 것이다.
 
  작년 중반만 해도 달러당 1150원을 넘었던 원·달러 환율이 올 들어 1월 중순에는 1050원대까지 하락했다. 불과 6개월밖에 안 되는 짧은 기간 환율이 거의 10% 가까이 급락한 것이다. 이후 정부의 구두(口頭) 개입 등으로 안정되기 시작하면서 달러당 1080~1090원대를 회복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1100원대로 올라설 수는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원·달러 환율이 하락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양적(量的)완화가 지속되고 유럽의 재정위기 우려 역시 계속 줄어들고 있다. 또한 국내적으로는 서울 외환시장에 유입되는 달러의 대표적인 공급원인 경상(經常)수지 흑자(黑字)와 외국인 투자자금이 올해도 계속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경상수지는 작년에 432억 달러의 사상(史上) 최대규모 흑자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300억 달러 안팎의 흑자를 이어갈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물론 환율이 계속 떨어지면서 흑자규모가 상당폭 줄어들 수도 있지만 200억 달러 이상을 유지하면서 외환시장에 달러 공급원 역할을 할 것이다.
 
 
  아베의 계산
 
   최근 들어 엔화가 약세로 급하게 돌아서면서 일본의 닛케이지수가 30% 급등하는 가운데 외국인들이 투자자금을 서울 주식시장에서 도쿄 주식시장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한다. 원화 강세와 엔화 약세가 이어진다면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원화 강세와 엔화 약세가 안정세를 찾아가면 도쿄 주식시장으로 빠져나갔던 외국인 투자자금이 다시 돌아올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한편으로 유럽 재정위기가 재발하거나 북한의 도발과 같은 사태가 발생한다면 원·달러 환율이 단기적으로 급등할 수도 있지만 이 같은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원·달러 환율은 당분간 달러당 1050~1100원대에서 움직이다가 하반기에 가면 1050원 쪽으로 서서히 수준을 낮춰 갈 것이다. 그러다가 달러당 1050원이 깨지면 정부와 한국은행이 구두개입을 넘어 보다 강경한 외환시장 안정대책을 내놓을 것이다. 2011년 7월에도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050원까지 떨어지자 정부가 강력하게 개입한 적이 있다. 서로 밀고 당기는 가운데 연말에 가면 달러당 1020~1030원 또는 그 아래에서 안정을 찾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엔·달러 환율의 예측은 더 어렵다. 아베 총리가 워낙 막무가내인 데다 일본은행까지 덩달아 춤을 추고 있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2006년 9월부터 2007년 9월까지 1년 남짓 총리를 역임한 아베 총리는 당시의 환율, 즉 달러당 120엔 안팎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총리로 취임하려고 보니까 환율이 달러당 80엔에서 왔다갔다하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일본 경제가 디플레이션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면서 ‘잃어버린 30년’을 맞게 될 것이라는 비관적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환율을 달러당 100엔, 110엔까지 올려서 일본의 내로라하는 글로벌 수출기업을 살리고 그를 통해 일본 경제도 한번 일으켜 세우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힘과 체력에 부치는 과도한 의욕은 부작용만 초래하는 것이 아닐까?
 
 
 
엔低, 예상 밖으로 빠르게 진행

 
  작년 12월 아베 총리가 취임할 때만 해도 엔화가 약세로 갈 것으로 내다보고 이미 환율이 조금씩 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정도로 빠르게 달러당 90엔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 전문가는 거의 없었을 것이다. 더욱이 두 달 사이에 환율이 달러당 80엔에서 90엔을 넘어섰으니까 10% 이상 급등한 것이다.
 
  덕분에 주가(株價)는 급등세를 보이고 있지만 과연 소비와 투자, 수출과 같은 실물경제가 살아나면서 물가가 오르고 성장률도 높아질까?
 
  지난 2월호에서도 언급했지만 일본의 지난 20년 동안(1992~2011년) 연평균 실질성장률은 0.8%, 연평균 소비자물가상승률은 0.1%에 불과했다. 최근 10년(2002~2011년)으로 계산해 보면 실질성장률은 0.7%, 소비자물가상승률은 0.2%로 더 악화되고 있다. 최근 10년 동안 연평균 0.2%였던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목표를 1%에서 2%로 올렸다고 해서 달성 가능할까?
 
  최악의 시나리오를 한번 생각해 보자. 풀린 돈(엔)이 소비와 투자로 가지 않고 보다 높은 수익을 찾아 해외로 나가는 이른바 엔 캐리 트레이드(Yen carry trade)만 부추길 수도 있다.
 
  이 경우 재정적자만 더 늘어나면서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240%인 정부부채비율이 수직 상승하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당하면 국채(國債)금리가 급등하게 되면서 더 이상 국채 발행이 어려워지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올해 실질성장률은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예상하고 있는 1% 초반대도 어려울 것이다.
 
 
  엔低, 아베에게 부메랑 될 수도
 
  다른 한편으로 환율이 달러당 95엔, 100엔을 넘어선다면 기업들과 국민들의 아우성이 빗발칠 것이다. 2011년 대지진으로 인한 원전(原電)사고 이후 원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수입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환율 상승은 기업들에는 비용 상승, 가계(家計)에는 전기와 휘발유 가격 등 물가고를 겪게 할 것이다. 한마디로 성장은 지지부진한 가운데 물가만 오르면서 아베 총리가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코너에 몰릴 수도 있는 것이다. 이 경우 아베 총리 내각이 조기에 물러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결론은 아베 총리가 디플레이션 극복을 위해 재정과 일본은행의 발권력을 최대한 동원하는 소위 아베노믹스가 현재와 같은 속도와 강도로 계속 가기는 어려우리라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일본 국내적 반대와 갈등의 목소리도 있지만 글로벌하게 보면 미국과 독일, 영국, 러시아 등 주요국들이 일본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2월 중순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에서도 일본발 환율 전쟁이 주요 의제로 올랐다. 아베 총리가 그 전에 적절한 속도 조절이나 조치를 내놓지 않는다면 지난 1월 중순 스위스에서 개최된 다보스포럼에서처럼 일본은 ‘공공(公共)의 적(敵)’이 될 것이다.
 
  이에 따라 대다수 전문가들은 엔·달러 환율이 단기적으로 달러당 93~95달러까지 급등할 수는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90엔 안팎에서 움직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무엇보다 90엔 이상으로의 급등은 일본 국내적으로 보나 주요국의 입장으로 보나 바람직하지 않다는 여론이 비등해지면서 아베 총리도 못 이기는 척 손을 놓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올해 원·엔 환율 전망

 

  그렇다면 원·엔 환율은 어떻게 움직이게 될까? 원·엔 환율은 서울 외환시장에서 결정되는 원·달러 환율과 도쿄 외환시장에서 결정되는 엔·달러 환율에 의해 자동적으로 계산되는 방식으로 산출되고 있다. 이는 곧 원·엔 환율이 원·달러 환율과 엔·달러 환율로부터 동시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최근처럼 원·달러 환율이 내려가는 가운데 엔·달러 환율이 급등하게 되면 원·엔 환율은 가속도가 붙은 것처럼 급락하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100원,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90엔이라면 원·엔 환율은 100엔당 1222.2원(=1100×100/90)이 된다. 그러나 만약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050원으로 하락하고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95엔으로 올라간다면 원·엔 환율은 100엔당 1105.3원(=1050×100/95)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따라서 만약 올해 원·달러 환율이 1000~1100원 사이에서 움직이고 엔·달러 환율이 85~95엔 사이에서 움직인다고 보면 원·엔 환율은 100엔당 1050~1300원대 사이에서 움직이게 될 것이다. 원·엔 환율이 100엔당 최고 1300원대에서 최저 1050원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렇게 원·달러 환율과 원·엔 환율이 떨어지는 가운데 엔·달러 환율이 올라가게 되면 우리 수출과 수입은 어떤 영향을 받을 것인가? 당연히 수출은 줄어들고 수입은 늘어나면서 무역수지, 나아가서는 경상수지 흑자폭도 줄어들게 될 것이다.
 
 
  환율전쟁의 최전방
 
  특히 최근 들어 전자제품, 자동차, 조선, 철강 등 주요 수출상품 및 시장에서 일본과의 경합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보면 그 정도는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과 《블룸버그》통신 등이 한국과 일본이 환율전쟁의 최전방이라고 보도하고 있는 것도 양국의 경쟁관계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의 주요 50대 수출 품목 중 서로 중복되는 품목의 비중이 2000년 20%에서 작년에는 52%까지 급등했다. 또한 산업연구원(KIET)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 전체 산업의 수출 경합도(競合度) 지수는 2000년 0.221에서 2010년 0.394로 크게 늘어나고 있다. 갈수록 원·엔 환율이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최근과 같은 원고·엔저 상황이 상당 기간 진행된다면 올해 우리 수출에 큰 차질을 빚으면서 3% 안팎으로 예상되는 올해 성장률 달성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참고로 지난 1월 22일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자료(최근 환율하락에 따른 산업계 영향 및 대응방안)를 보면 이미 상당수 중소기업들이 수출을 하면 할수록 손해를 보는 환율대로 진입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수출기업의 손익분기점(BEP) 환율이 원·달러는 달러당 1080원, 원·엔은 100엔당 1316원이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원·달러 환율은 1102원, 원·엔 환율은 1343원이어서 중소기업들의 피해는 이미 시작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조사대상 수출 중소기업 300개 중 92.7%가 환율 하락으로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작년 11월 조사 때의 53.1%에 비해 두어 달 사이에 40%포인트나 늘어난 것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원화 강세와 엔화 약세를 막기 위해 우리 정부와 한국은행이 외환시장 개입에 나설 것인가? 만약 나선다면 어느 정도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가?
 
  먼저 엔·달러 환율은 우리나라로서는 외생변수(外生變數)로 봐야 한다. 우리나라가 어찌해 볼 도리가 없다는 말이다. 엔화 약세를 성토하는 다른 나라의 편을 들 수는 있겠지만 남의 나라, 즉 미국과 일본의 외환시장에 개입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원·달러 환율이 결정되는 우리나라의 서울 외환시장에는 개입할 수 있는가? 개입할 수는 있지만 환율 조작국이라는 오명(汚名)을 피하기 위해서는 기술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아울러 단기적으로는 환율의 급변동을 억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장기적으로는 달러의 급격한 유출·입을 억제하는 동시에 달러가 해외로도 나갈 통로를 만들어 줘야 할 것이다.
 
  실제로 어느 나라나 환율이 급변동할 때는 ‘환율 안정(exchange rate smoothing)’이라는 명목하에 외환시장에 개입하고 있다. 외환시장 개입을 통해 환율이 오버슈팅하면서 과도하게 급변동하는 것을 막아 주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환율을 올리라는 것이 아니라 급락하는 환율의 하락 속도를 조절해 줌으로써 우리 경제와 기업에 적응해 나갈 여력을 키워야 한다는 점이다.
 
 
  토빈稅 도입 검토해야
 
  지난 1월 중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도 외환시장, 즉 환율 안정을 위해 모든 대비책을 준비하고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시장에서는 달러의 급격한 유입을 막기 위한 규제 조치로 선물환(先物換) 포지션 규제, 외국인 채권 투자 과세, 외환건전성 부담금 부과 등을 예상하고 있다. 선물환 포지션 규제는 은행이 수출업체로부터 달러 선물환을 매입할 수 있는 한도를 줄이는 것이고, 외국인 채권 투자 과세는 2011년 1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외국인 채권 투자에서 발생한 이자소득에 대해 부과하는 14%의 세금을 올리는 것이다. 또한 은행의 외화차입금에 대해 부과하고 있는 외환건전성 부담금을 보험·증권·카드 등 제2금융권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이에 더해 토빈세(稅)를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도 정부와 학계로부터 나오고 있다. 그간에는 브라질만 토빈세를 부과해 왔지만 지난 1월 22일 독일과 프랑스 등 유로존 11개국이 토빈세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토빈세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의 제임스 토빈(Tobin)이 1972년에 내놓은 개념이다. 환율 안정을 위해 국경을 넘는 자본 이동에 대해 모든 국가가 과세하자는 주장으로 세금을 매겨 외환 거래의 비용을 높이면 자본의 자유로운 유출·입을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독일과 프랑스 등이 토빈세를 도입하기로 한 이번 기회에 우리나라도 적극적으로 도입을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에 대해 일부 기업과 금융계에서는 토빈세 부과가 단기적으로 효과가 있기는 하겠지만 자금 유출·입에 걸림돌이 될 경우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고립될 수도 있다면서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특히 기업 입장에서는 거래위축에다 자금조달비용 상승 등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종의 수문(水門) 장치로서 토빈세를 한 번 도입해 놓으면 과세율을 올리고 내리면서 환율 안정을 꾀할 수 있을 것이다.
 
 
  韓銀 기준금리 인하 검토 필요
 
  마지막 하나로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金利) 인하를 생각할 수 있다. 금리 인하가 과연 환율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인가에는 연구 결과와 시각에 따라 다르기는 하다. 하지만 환율 안정에 더해 경기부양을 위해서라도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하해야 할 것이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이 1%대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작년 하반기에 이어 올해 상반기까지 성장률이 1%대로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런데도 한국은행은 작년 7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내린 다음 현재까지 움직이지 않고 있다. 금리는 만지작거리라고 있는 게 아니라 올리고 내리라고 있는 게 아닐까? 게다가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내린 금리가 환율 안정에도 일정 부분 기여한다면 그야말로 일석이조(一石二鳥)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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