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新성장동력 육성, 저출산·고령화대책 시급
⊙ 2013년 성장률 전망, 2.5(노무라)~3.6%(IMF)
⊙ ‘BBQ(Big, Bold and Quick)’ 정책 필요
崔聖煥
⊙ 55세. 고려대 경제학과 졸업, 美 펜실베이니아대 경제학 석·박사.
⊙ 한국은행 조사부·워싱턴사무소 과장, 《조선일보》 경제전문기자 역임.
現 고려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
⊙ 저서: 《최성환의 지청구 경제학》 《얼굴 없는 대통령》 《직장인을 위한 생존경제학》 등.
⊙ 2013년 성장률 전망, 2.5(노무라)~3.6%(IMF)
⊙ ‘BBQ(Big, Bold and Quick)’ 정책 필요
崔聖煥
⊙ 55세. 고려대 경제학과 졸업, 美 펜실베이니아대 경제학 석·박사.
⊙ 한국은행 조사부·워싱턴사무소 과장, 《조선일보》 경제전문기자 역임.
現 고려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
⊙ 저서: 《최성환의 지청구 경제학》 《얼굴 없는 대통령》 《직장인을 위한 생존경제학》 등.
- 2012년 11월 16일 경제민주화 관련 기자회견을 하는 박근혜 당선자. 경제민주화 공약에도 불구하고 박 당선자는 대기업정책에서 무리를 두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10.0% → 8.7% → 7.4% → 5.0% → 4.3% → 2.9%.”
1980년 이후 역대 대통령의 재임기간 중 연(年)평균 성장률을 보여주는 수치이다. 전두환(全斗煥) 대통령 시절이 10.0%로 가장 높았고 노태우(盧泰愚) 대통령과 김영삼(金泳三) 대통령 시절도 각각 8.7%, 7.4%로 선방(善防)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의 여파로 마이너스 성장(1998년 5.7%)으로 임기를 시작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때는 5.0%까지 떨어졌다.
이때까지만 해도 위기 탓이라면서 단기적 현상일 것으로 봤지만 이후 최근까지 우리나라 성장률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시절에는 4.3%로 떨어진 데 이어 현 이명박(李明博) 대통령은 임기 중 연평균 성장률이 3%에도 못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12년 성장률이 2.3%는 돼야 반올림으로 연평균 성장률이 3.0%에 턱걸이하게 된다. 그러나 현재 대다수 예측기관들이 예상하는 2.2%가 되면 임기 중 연평균 성장률이 2.9%라는 계산이 나오게 된다.
이명박 대통령은 선거공약으로 ‘747(연 7% 성장으로 4만 달러 시대와 7대 강국으로 진입)’을 내걸면서 당선됐지만 실제 성장률은 절반에도 못 미치게 된 셈이다. 물론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어 2010년에는 유럽 재정위기가 발생하는 등 두 번에 걸친 초대형 글로벌 위기 때문으로 돌릴 수도 있다. 하지만 어찌 되었든 결과적으로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낮은 임기 중 연평균 성장률을 기록했다는 오명(汚名)을 피해 갈 수 없게 되었다.
그럼 오는 2월부터 임기를 시작하는 박근혜(朴槿惠) 당선자는 과연 어떤 경제정책으로 추락하는 한국 경제를 끌어올릴 것인가? 한번 굴러 떨어지기 시작한 눈덩이나 바윗덩어리를 멈추게 하기는 매우 어렵다. 처음에는 서서히 떨어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가속도가 붙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대다수 연구기관들이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현재의 3% 중·후반대에서 조만간 1~2%대로 더 떨어질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는 와중이다.
가계부채·부동산 문제 인식
먼저 박근혜 당선자의 경제부문 공약을 살펴보기로 하자. 공약집과 TV토론 등에서 밝힌 것처럼 크게 경기침체 해소, 일자리 창출과 고용안정, 복지, 경제민주화의 4가지 분야로 나눠 볼 수 있다.
박 당선자는 TV토론에서 경기침체 해소방안으로 “돈이 돌도록 가계부채 해결과 부동산 거래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는 박 당선자가 가계부채와 부동산 거래 실종이 단기적으로 우리 경제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점을 잘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문제는 과연 어떻게 가계부채 부담을 줄여 가는 동시에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할 것인가 하는 미시적(微視的) 정책 부분인데 취임 이후 가장 역점을 둬야 할 과제이다. 또한 18조원 규모의 신용불량자 해소 기금을 조성하겠다고 하는데 이는 2가지 우려에 대한 해소가 전제되어야 한다. 하나는 재원 조달을 어떻게 할 것인가이고, 다른 하나는 ‘배 째라’고 나올 일부 신용불량자들의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를 어떻게 방지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일자리 창출과 고용안정 방안으로는 벤처 및 청년 창업, 임금피크제와 연동한 정년 60세 연장,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일자리 나눔형 근로시간 단축 프로그램 등을 제시했다. 다 맞는 말이고 계획대로 제대로 실행만 된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을 것이다.
이 경우에도 창업 지원자금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 전(全) 산업에 걸친 광범위한 정년 연장이 과연 청년 취업에 장애가 되는 것은 아닌지, 정규직의 양보 없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가능한 것인지, 근로시간 단축으로 늘어날 직원들에 대한 회사 부담을 어떤 식으로 완화시켜 나갈 것인지 등에 대한 보다 전 방위적 접근과 분석이 필요하다. 또한 기업이 원하는 맞춤형 인재 공급을 위한 고등학교 및 대학 교육의 혁신과 민관(民官) 합동의 재(再)취업 교육 시스템 구축 등도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일 것이다.
朴 당선자 정책, 글로벌 흐름에 부합
복지 분야에서 박 당선자는 연령대와 소득계층에 따라 선별적으로 복지혜택을 부여하는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를 키워드로 내세웠다. 그러면서도 재정건전성을 뛰어넘는 복지 포퓰리즘은 후세대에 짐이 될 것이라면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 유권자들의 공감대를 불러일으켰다. 재원 조달에서도 일방적 증세보다는 중복사업 개선, 비과세 감면제도 정비와 세출 절감 등으로 상대적으로 합리적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새 정부는 퍼주기식 복지에 대해서는 일단 제동을 걸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으로, 경제민주화에서도 박 당선자는 출자총액 제한 부활 반대 등 비교적 합리적인 선을 제시하고 있다. 신규 순환출자 금지,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소유한도 축소, 대기업 경영진의 횡령 등 경제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 등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경제민주화가 일방적으로 대기업을 죄악시하고 벌을 주려는 정책으로 비치는 것에 대해서는 강한 거부감을 표시했다.
이상에서 본 것처럼 박 당선자의 경제분야 공약은 우리 경제를 넘어 글로벌 흐름에도 맞는 합리적인 부분이 많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공약은 공약일 뿐 앞으로의 실행 여부는 재원조달 가능성과 시기에 더해 국내외 경제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고 또 달라져야 할 것이다.
다만 선거 과정에서 크게 부각되지 않은 두 가지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신(新)성장동력의 육성과 저(低)출산·고령화 대책이다. 둘 다 우리 경제의 장기적 성장잠재력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주제들이다.
박 당선자는 ‘준비된 대통령’임을 강조하면서 단기적인 경기부양책에 집착하지 않고 장기적 안목에서 정보기술(IT)과 소프트웨어 육성 등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공정경쟁 환경 조성해야
하지만 장기적 성장동력으로서 신성장동력 육성을 위한 구체적인 안(案)은 내놓지 않았다. 신성장동력은 저출산·고령화와 함께 향후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요인이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에 존재하는 모든 생산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면서도 물가상승(또는 경기과열) 없이 달성 가능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의미한다. 따라서 한 나라 경제의 기초체력인 잠재성장률이 하락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그 나라의 성장잠재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므로 향후 우리 경제의 성장세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과제이다. 앞으로 이와 관련해 보다 심도 있으면서도 실행력 있는 방안이 나오길 기대한다.
저출산·고령화 대책은 신성장동력에 못지않게 중요한 과제이다. 무엇보다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을 넘어 30년으로 진입하고 있는 상황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어떻게 출산을 장려할 것인가, 고령화시대에 맞는 산업을 어떻게 찾아내고 지원할 것인가, 노동력 부족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 이주노동자 등 이민 정책의 방향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 등에 대한 해법 제시와 그에 따른 즉각적인 시행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일본의 고령화를 우리나라가 15~20년 차이로 뒤쫓고 있다고 보면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한 가지만 덧붙인다면 기업들의 기를 살리는 동시에 공정한 경쟁 환경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기업들의 투자 및 연구개발(R&D)은 소비와 함께 경제의 가장 큰 엔진이다. 이들이 부지런히 엔진을 돌리는 동시에 새로운 엔진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규제를 과감하게 완화하거나 폐지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불공정거래 방지와 대기업·중소기업의 상생, 소비자권익 보호 등과 같은 공정거래 및 공정경쟁 환경의 조성은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런 가운데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다. 가장 먼저 새 정부에 바라는 것은 중장기적(中長期的) 안목으로 필요한 정책은 그것대로 방안을 짜고 시행하는 동시에 단기적 대책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일단 멈추고 있는 엔진을 살려 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는 박 당선자가 공약한 대로 가계부채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부동산시장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대책 등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필요하다면 일단의 충격요법도 불사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찔끔찔끔 대책을 내놓으면서 원하는 방향으로 시장을 끌고 가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예를 들어 부동산 시장을 보면 수도권 주택시장을 살리겠다면서 계속해서 뭔가 내놓았다. 하지만 시장은 거의 꿈쩍도 하지 않으면서 거래가 실종된 가운데 가격하락이 계속되고 있다.
2% 안팎의 저성장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민들은 새 정부가 무언가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를 원할 것이다. 기왕이면 ‘BBQ(Big, Bold and Quick)’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크고 과감하면서도 신속한 정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예산을 앞당겨 지출하는 것은 물론 경기부양 재정을 따로 편성하는 것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도 대승적(大乘的)으로 경제 살리는 일에 동참해야 한다.
중앙은행인 한국은행 또한 기준금리 인하는 물론 시중에 돈을 푸는 동시에 풀린 돈이 돌 수 있도록 교과서에 없는 조치라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우리보다 더 어렵다고는 하지만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유로존의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의 일본은행 등 주요 선진국의 중앙은행들은 이미 국채매입 프로그램과 모기지채권 매입 등 교과서에도 없는 조치들을 많이 내놓지 않았는가?
경제전망 어두워
마지막으로, 우리 경제의 2013년 전망을 어떻게 볼 것인가? 무엇보다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가 커질 것인 만큼 새 정부가 경제정책 방향을 어떻게 잡고 그에 따라 어떤 경기부양정책을 내놓을 것인가에 따라 어느 정도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단기적 부양정책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상당기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면 2013년 경제의 모습을 대강은 그려 볼 수 있다.
우선 대다수 국내외 예측기관들은 시간이 갈수록 우울한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도 있지만 그보다는 유럽 재정위기와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 등 대외적 불확실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먼저 성장률을 보면 2012년 성장률은 2.2~2.3%로 좁혀지고 있는 반면 2013년 성장률 전망은 2.5(노무라)~3.6%(IMF)로 스펙트럼이 넓게 퍼져 있다. 외국계 기관들과 특히 최근에 내놓은 전망일수록 2013년 전망치를 낮춰 잡고 있다. 2012년 12월 초에 내놓은 노무라증권의 경제 전망은 2013년도에도 수출부진이 이어지면서 성장률이 2012년 2.3%에 이어 2013년도 엇비슷한 2.5% 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다. 글로벌투자은행들 중에서는 모건스탠리(3.7%)처럼 2013년 성장률이 3%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 곳도 있지만 평균적으로 3.0% 안팎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2013년도에 3% 안팎의 성장에 그친다면 우리 경제는 1953년 한국은행이 성장률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3년 연속 2~3%대의 저성장 시대에 진입하게 된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 때부터 시작된 우리나라 성장률이 전 세계 성장률을 밑도는 상황이 내년까지 내리 3년 이어지게 된다.
불황형 黑字 계속될 것
이처럼 성장세가 부진해지면서 물가는 2%대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12년 2.2%로 예상되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013년도 2.5% 안팎에서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는 것이다. 경상수지는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수입까지 부진해지는 불황형 흑자(黑字)가 2013년도에도 이어질 것이다. 2013년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2012년(300억~350억 달러)보다는 축소된 250억 달러 안팎이 될 것이라는 게 주요기관들의 예측이다.
2012년 12월 초 달러당 1080원이 깨진 환율은 당분간 하락흐름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경제가 안 좋다고는 하지만 미국과 유럽, 일본 등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양호한 데다 이들 선진국에서 계속 돈을 푸는 양적(量的) 완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기다 앞서 언급한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지는 가운데 선진국에서 풀린 돈들이 주식과 채권시장으로 밀려들 가능성도 높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이 같은 원화 강세(환율 하락)를 막기 위해 외환시장 개입을 시도하겠지만 큰 흐름을 바꿔 놓지는 못할 것이다. 이에 따라 2012년 평균으로 달러당 1130원으로 추정되는 환율이 2013년엔 1060원까지 더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2013년 말에는 환율이 달러당 1030~1040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올 한 해는 성장률이 3년 연속 2~3%대의 저성장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물가는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상수지는 불황형이라도 흑자를 이어 가겠지만 지속적인 환율 하락으로 수출기업들의 어려움은 2013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새 정부와 한국은행이 보다 적극적으로 경기부양에 나설 경우 이 같은 상황이 어느 정도 호전될 수도 있을 것이다.⊙
1980년 이후 역대 대통령의 재임기간 중 연(年)평균 성장률을 보여주는 수치이다. 전두환(全斗煥) 대통령 시절이 10.0%로 가장 높았고 노태우(盧泰愚) 대통령과 김영삼(金泳三) 대통령 시절도 각각 8.7%, 7.4%로 선방(善防)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의 여파로 마이너스 성장(1998년 5.7%)으로 임기를 시작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때는 5.0%까지 떨어졌다.
이때까지만 해도 위기 탓이라면서 단기적 현상일 것으로 봤지만 이후 최근까지 우리나라 성장률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시절에는 4.3%로 떨어진 데 이어 현 이명박(李明博) 대통령은 임기 중 연평균 성장률이 3%에도 못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12년 성장률이 2.3%는 돼야 반올림으로 연평균 성장률이 3.0%에 턱걸이하게 된다. 그러나 현재 대다수 예측기관들이 예상하는 2.2%가 되면 임기 중 연평균 성장률이 2.9%라는 계산이 나오게 된다.
이명박 대통령은 선거공약으로 ‘747(연 7% 성장으로 4만 달러 시대와 7대 강국으로 진입)’을 내걸면서 당선됐지만 실제 성장률은 절반에도 못 미치게 된 셈이다. 물론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어 2010년에는 유럽 재정위기가 발생하는 등 두 번에 걸친 초대형 글로벌 위기 때문으로 돌릴 수도 있다. 하지만 어찌 되었든 결과적으로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낮은 임기 중 연평균 성장률을 기록했다는 오명(汚名)을 피해 갈 수 없게 되었다.
그럼 오는 2월부터 임기를 시작하는 박근혜(朴槿惠) 당선자는 과연 어떤 경제정책으로 추락하는 한국 경제를 끌어올릴 것인가? 한번 굴러 떨어지기 시작한 눈덩이나 바윗덩어리를 멈추게 하기는 매우 어렵다. 처음에는 서서히 떨어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가속도가 붙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대다수 연구기관들이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현재의 3% 중·후반대에서 조만간 1~2%대로 더 떨어질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는 와중이다.
가계부채·부동산 문제 인식
먼저 박근혜 당선자의 경제부문 공약을 살펴보기로 하자. 공약집과 TV토론 등에서 밝힌 것처럼 크게 경기침체 해소, 일자리 창출과 고용안정, 복지, 경제민주화의 4가지 분야로 나눠 볼 수 있다.
박 당선자는 TV토론에서 경기침체 해소방안으로 “돈이 돌도록 가계부채 해결과 부동산 거래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는 박 당선자가 가계부채와 부동산 거래 실종이 단기적으로 우리 경제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점을 잘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문제는 과연 어떻게 가계부채 부담을 줄여 가는 동시에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할 것인가 하는 미시적(微視的) 정책 부분인데 취임 이후 가장 역점을 둬야 할 과제이다. 또한 18조원 규모의 신용불량자 해소 기금을 조성하겠다고 하는데 이는 2가지 우려에 대한 해소가 전제되어야 한다. 하나는 재원 조달을 어떻게 할 것인가이고, 다른 하나는 ‘배 째라’고 나올 일부 신용불량자들의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를 어떻게 방지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일자리 창출과 고용안정 방안으로는 벤처 및 청년 창업, 임금피크제와 연동한 정년 60세 연장,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일자리 나눔형 근로시간 단축 프로그램 등을 제시했다. 다 맞는 말이고 계획대로 제대로 실행만 된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을 것이다.
이 경우에도 창업 지원자금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 전(全) 산업에 걸친 광범위한 정년 연장이 과연 청년 취업에 장애가 되는 것은 아닌지, 정규직의 양보 없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가능한 것인지, 근로시간 단축으로 늘어날 직원들에 대한 회사 부담을 어떤 식으로 완화시켜 나갈 것인지 등에 대한 보다 전 방위적 접근과 분석이 필요하다. 또한 기업이 원하는 맞춤형 인재 공급을 위한 고등학교 및 대학 교육의 혁신과 민관(民官) 합동의 재(再)취업 교육 시스템 구축 등도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일 것이다.
朴 당선자 정책, 글로벌 흐름에 부합
복지 분야에서 박 당선자는 연령대와 소득계층에 따라 선별적으로 복지혜택을 부여하는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를 키워드로 내세웠다. 그러면서도 재정건전성을 뛰어넘는 복지 포퓰리즘은 후세대에 짐이 될 것이라면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 유권자들의 공감대를 불러일으켰다. 재원 조달에서도 일방적 증세보다는 중복사업 개선, 비과세 감면제도 정비와 세출 절감 등으로 상대적으로 합리적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새 정부는 퍼주기식 복지에 대해서는 일단 제동을 걸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으로, 경제민주화에서도 박 당선자는 출자총액 제한 부활 반대 등 비교적 합리적인 선을 제시하고 있다. 신규 순환출자 금지,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소유한도 축소, 대기업 경영진의 횡령 등 경제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 등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경제민주화가 일방적으로 대기업을 죄악시하고 벌을 주려는 정책으로 비치는 것에 대해서는 강한 거부감을 표시했다.
이상에서 본 것처럼 박 당선자의 경제분야 공약은 우리 경제를 넘어 글로벌 흐름에도 맞는 합리적인 부분이 많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공약은 공약일 뿐 앞으로의 실행 여부는 재원조달 가능성과 시기에 더해 국내외 경제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고 또 달라져야 할 것이다.
다만 선거 과정에서 크게 부각되지 않은 두 가지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신(新)성장동력의 육성과 저(低)출산·고령화 대책이다. 둘 다 우리 경제의 장기적 성장잠재력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주제들이다.
박 당선자는 ‘준비된 대통령’임을 강조하면서 단기적인 경기부양책에 집착하지 않고 장기적 안목에서 정보기술(IT)과 소프트웨어 육성 등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공정경쟁 환경 조성해야
하지만 장기적 성장동력으로서 신성장동력 육성을 위한 구체적인 안(案)은 내놓지 않았다. 신성장동력은 저출산·고령화와 함께 향후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요인이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에 존재하는 모든 생산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면서도 물가상승(또는 경기과열) 없이 달성 가능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의미한다. 따라서 한 나라 경제의 기초체력인 잠재성장률이 하락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그 나라의 성장잠재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므로 향후 우리 경제의 성장세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과제이다. 앞으로 이와 관련해 보다 심도 있으면서도 실행력 있는 방안이 나오길 기대한다.
저출산·고령화 대책은 신성장동력에 못지않게 중요한 과제이다. 무엇보다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을 넘어 30년으로 진입하고 있는 상황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어떻게 출산을 장려할 것인가, 고령화시대에 맞는 산업을 어떻게 찾아내고 지원할 것인가, 노동력 부족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 이주노동자 등 이민 정책의 방향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 등에 대한 해법 제시와 그에 따른 즉각적인 시행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일본의 고령화를 우리나라가 15~20년 차이로 뒤쫓고 있다고 보면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한 가지만 덧붙인다면 기업들의 기를 살리는 동시에 공정한 경쟁 환경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기업들의 투자 및 연구개발(R&D)은 소비와 함께 경제의 가장 큰 엔진이다. 이들이 부지런히 엔진을 돌리는 동시에 새로운 엔진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규제를 과감하게 완화하거나 폐지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불공정거래 방지와 대기업·중소기업의 상생, 소비자권익 보호 등과 같은 공정거래 및 공정경쟁 환경의 조성은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런 가운데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다. 가장 먼저 새 정부에 바라는 것은 중장기적(中長期的) 안목으로 필요한 정책은 그것대로 방안을 짜고 시행하는 동시에 단기적 대책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일단 멈추고 있는 엔진을 살려 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는 박 당선자가 공약한 대로 가계부채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부동산시장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대책 등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필요하다면 일단의 충격요법도 불사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찔끔찔끔 대책을 내놓으면서 원하는 방향으로 시장을 끌고 가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예를 들어 부동산 시장을 보면 수도권 주택시장을 살리겠다면서 계속해서 뭔가 내놓았다. 하지만 시장은 거의 꿈쩍도 하지 않으면서 거래가 실종된 가운데 가격하락이 계속되고 있다.
2% 안팎의 저성장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민들은 새 정부가 무언가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를 원할 것이다. 기왕이면 ‘BBQ(Big, Bold and Quick)’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크고 과감하면서도 신속한 정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예산을 앞당겨 지출하는 것은 물론 경기부양 재정을 따로 편성하는 것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도 대승적(大乘的)으로 경제 살리는 일에 동참해야 한다.
중앙은행인 한국은행 또한 기준금리 인하는 물론 시중에 돈을 푸는 동시에 풀린 돈이 돌 수 있도록 교과서에 없는 조치라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우리보다 더 어렵다고는 하지만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유로존의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의 일본은행 등 주요 선진국의 중앙은행들은 이미 국채매입 프로그램과 모기지채권 매입 등 교과서에도 없는 조치들을 많이 내놓지 않았는가?
경제전망 어두워
마지막으로, 우리 경제의 2013년 전망을 어떻게 볼 것인가? 무엇보다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가 커질 것인 만큼 새 정부가 경제정책 방향을 어떻게 잡고 그에 따라 어떤 경기부양정책을 내놓을 것인가에 따라 어느 정도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단기적 부양정책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상당기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면 2013년 경제의 모습을 대강은 그려 볼 수 있다.
우선 대다수 국내외 예측기관들은 시간이 갈수록 우울한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도 있지만 그보다는 유럽 재정위기와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 등 대외적 불확실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먼저 성장률을 보면 2012년 성장률은 2.2~2.3%로 좁혀지고 있는 반면 2013년 성장률 전망은 2.5(노무라)~3.6%(IMF)로 스펙트럼이 넓게 퍼져 있다. 외국계 기관들과 특히 최근에 내놓은 전망일수록 2013년 전망치를 낮춰 잡고 있다. 2012년 12월 초에 내놓은 노무라증권의 경제 전망은 2013년도에도 수출부진이 이어지면서 성장률이 2012년 2.3%에 이어 2013년도 엇비슷한 2.5% 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다. 글로벌투자은행들 중에서는 모건스탠리(3.7%)처럼 2013년 성장률이 3%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 곳도 있지만 평균적으로 3.0% 안팎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2013년도에 3% 안팎의 성장에 그친다면 우리 경제는 1953년 한국은행이 성장률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3년 연속 2~3%대의 저성장 시대에 진입하게 된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 때부터 시작된 우리나라 성장률이 전 세계 성장률을 밑도는 상황이 내년까지 내리 3년 이어지게 된다.
불황형 黑字 계속될 것
이처럼 성장세가 부진해지면서 물가는 2%대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12년 2.2%로 예상되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013년도 2.5% 안팎에서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는 것이다. 경상수지는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수입까지 부진해지는 불황형 흑자(黑字)가 2013년도에도 이어질 것이다. 2013년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2012년(300억~350억 달러)보다는 축소된 250억 달러 안팎이 될 것이라는 게 주요기관들의 예측이다.
2012년 12월 초 달러당 1080원이 깨진 환율은 당분간 하락흐름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경제가 안 좋다고는 하지만 미국과 유럽, 일본 등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양호한 데다 이들 선진국에서 계속 돈을 푸는 양적(量的) 완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기다 앞서 언급한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지는 가운데 선진국에서 풀린 돈들이 주식과 채권시장으로 밀려들 가능성도 높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이 같은 원화 강세(환율 하락)를 막기 위해 외환시장 개입을 시도하겠지만 큰 흐름을 바꿔 놓지는 못할 것이다. 이에 따라 2012년 평균으로 달러당 1130원으로 추정되는 환율이 2013년엔 1060원까지 더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2013년 말에는 환율이 달러당 1030~1040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올 한 해는 성장률이 3년 연속 2~3%대의 저성장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물가는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상수지는 불황형이라도 흑자를 이어 가겠지만 지속적인 환율 하락으로 수출기업들의 어려움은 2013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새 정부와 한국은행이 보다 적극적으로 경기부양에 나설 경우 이 같은 상황이 어느 정도 호전될 수도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