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변호사의 특강에서 영어골든벨 퀴즈를 푸는 중학생들.
지난 8월 10일 오후 2시, 서울 음대의 강의실에 삼성그룹 소속 해외변호사 21명이 속속 모였다. 이들은 변호사라는 신분 대신에 ‘일일 강사’ 자격으로 이곳을 찾았다. 강의를 듣는 학생은 다름 아닌 전라남도에서 올라온 중학교 1, 2학년생들. 몸값 비싼 삼성 변호사들은 기꺼이 이날 오후를 자원봉사 시간으로 할애했다. 사전준비도 많이 한 듯했다.
김종연 삼성SDI 수석변호사는 “변호사 2~3명이 한 조를 이뤄 중학생들이 알아야 할 일상 영어에 대해 토론하고 중학교 영어교사의 자문까지 받았다”며 “동료들과 2시간 전에 만나 오늘 수업 내용을 시뮬레이션하고 학생들에게 알찬 시간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고 했다.
이날 삼성의 변호사들은 90~120분 동안 학생들을 상대로 영어 발음교정, 영어 노래, 영어골든벨 퀴즈, 영어의 중요성 등에 대한 놀이 겸 강의를 했다. 영어골든벨 퀴즈 시간에는 문제를 출제한 변호사들과 이에 답하는 중학생들의 웃음소리가 강의실을 가득 메웠다. 삼성그룹이 사회 공헌 사업의 하나로 진행하고 있는 ‘드림클래스’ 여름캠프의 모습은 이랬다.
형편 어려운 중학생에 영어·수학 교육
삼성의 ‘희망의 교육, 사다리 드림클래스’가 최근 재계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삼성그룹은 지난 3월부터 대학생 강사를 활용해 가정 형편이 어려운 7500여 명의 중학생을 대상으로 방과후 학습으로 영어, 수학을 가르치고 있다. 삼성 측은 “학생들에게는 배움의 기회가 늘고, 대학생들에게는 등록금을 마련할 계기와 재능을 기부할 기회를 동시에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고 했다.
방과후 학습이 지리적으로 힘든 전라남도 도서 지역의 학생들 중 일부가 지난 7월 29일부터 3주간 진행되는 ‘제1회 드림클래스 여름캠프’에 참여했다.
전라남도 교육청에서 섬에 사는 중학생 31명을 비롯해, 고흥군 25명, 완도군 20명, 해남군 16명 등 총 20개 지역의 160개 학교에서 300명을 선발했다. 이들에게 과외 수업을 해줄 서울대생 강사 60명은 삼성 측에서 선발했다. 대학생들에게는 3주 수업의 대가로 250만원이 지급된다.
삼성 사회봉사단 관계자는 “서울대 재학생 300명 이상이 강사로 지원했다”며 “학업성적, 지원동기 등을 고려해 60명을 추렸다”고 밝혔다.
이들 중학생 300명과 서울대생 60명은 서울대 기숙사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다. 보통 학생 여섯 명에 기숙사 한 방이 배정된다.
이 캠프에 참가한 강예슬(전남 완도 넙도중학교 1학년) 양은 만족감을 보였다. 강예슬 양이 재학 중인 학교는 전교생이 고작 6명뿐이다. 강 양의 말이다.
“제가 자란 곳이 외딴 섬이라 학교에 학생이 없어요. 선생님도 하고 싶고, 패션디자이너, 아나운서도 하고 싶고 꿈이 많아요. 뭔가 연구하고 만드는 일을 하고 싶어요. 서울에 놀러 몇 번 왔지만 이렇게 오래 지낸 적은 없어요. 여기 선생님들이 학교 선생님보다 재밌어서 좋아요.”
순천승평중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이경민 군은 50분에 한 대씩 버스가 오는 전남 순천시 해룡면에 산다. 지리적인 문제로 인해 초등학교 5학년 때는 한 달 동안 학교를 빠진 적이 있을 정도다. 이경민 군은 “초등학교 때 공부에 흥미를 잃었는데 이번을 공부를 새로 시작하는 계기로 만들고 싶어 지원했다”고 했다.
구례여자중학교 1학년에 다니는 곽예림 양은 “처음에는 엄마 보고 싶고 그랬는데 친구들이 많으니까 만날 즐겁다”며 “수업 듣고 게임하고 얘기를 하면서 나중에 어떻게 살고 싶다는 계획도 세운다”고 말했다.
서울대생 60명이 3주간 155시간 집중 수업
이들이 받는 교육은 구체적이다.
중학생 10명당 서울대생 2명이 한 반이 돼 매일 영어와 수학을 3시간씩 공부한다. 캠프가 끝날 무렵이면 영어 66시간, 수학 63시간, 자율학습 26시간 등 총 155시간의 집중 수업이 이뤄진다.
삼성그룹은 캠프 참가 전에 이미 테스트를 했고, 캠프가 끝나는 날 전남교육청이 제공한 시험을 치러 학생들의 향상을 직접 볼 계획이다. 대학생 강사들은 학습지도 일지를 학생별로 기록하고, 주말에는 게임, 시청각 자료 등을 통해 학생들을 다독거리고 있다.
강사로 나선 서울대 사회과학대 1학년 김현지씨의 얘기다.
“대학생으로 맞는 첫 번째 방학 때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과외나 아르바이트보다 타인에게 도움되는 일을 찾고 있었고, 중학생이 자신의 꿈에 대해 가장 많이 고민하는 시기여서 망설임 없이 강사로 지원했어요. 서울 중학생들보다 선행 학습 실력은 다소 뒤처지지만 배우는 능력은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처음에는 제가 도와준다는 생각으로 캠프에 참여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다는 생각이 들어서 뿌듯합니다.”
서울대 경영학과 1학년 장지원씨는 자신이 어려웠던 시절을 생각하면서 강사로 나섰다. 그는 부친이 고등학교 1학년 때 뇌졸중으로 돌아가시는 바람에 경제적으로 넉넉지 못한 학창 시절을 보냈다.
장씨는 “제주도에서 고등학교까지 생활했는데 경제적, 문화적, 교육적 여건이 모두 열악했다”며 “하지만 고등학교 3학년 때 삼성꿈장학금을 받았고, 대학에서도 장학금을 받으면서 내가 받은 도움을 다른 이들과 나누고 싶어서 지원했다”고 했다.
이들의 앞에 무작정 빡빡한 수업 일정만 있는 것은 아니다. 캠프에 참가한 중학생들은 매일 저녁 시간에 서울대 언니, 오빠들과 함께 ‘멘토와의 대화’ 시간을 갖는다. 또 중학생들이 스스로 꾸리는 재능발표회, ‘향수’를 부른 테너 박인수(朴忍洙) 교수의 콘서트 등 문화생활도 준비돼 있다.
삼성사회봉사단 장인성 상무는 “삼성 드림클래스 여름캠프는 앞으로 방학 때마다 실시할 예정”이라며 “상대적으로 교육 기회가 적은 도서벽지 중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실현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종연 삼성SDI 수석변호사는 “변호사 2~3명이 한 조를 이뤄 중학생들이 알아야 할 일상 영어에 대해 토론하고 중학교 영어교사의 자문까지 받았다”며 “동료들과 2시간 전에 만나 오늘 수업 내용을 시뮬레이션하고 학생들에게 알찬 시간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고 했다.
이날 삼성의 변호사들은 90~120분 동안 학생들을 상대로 영어 발음교정, 영어 노래, 영어골든벨 퀴즈, 영어의 중요성 등에 대한 놀이 겸 강의를 했다. 영어골든벨 퀴즈 시간에는 문제를 출제한 변호사들과 이에 답하는 중학생들의 웃음소리가 강의실을 가득 메웠다. 삼성그룹이 사회 공헌 사업의 하나로 진행하고 있는 ‘드림클래스’ 여름캠프의 모습은 이랬다.
형편 어려운 중학생에 영어·수학 교육
삼성의 ‘희망의 교육, 사다리 드림클래스’가 최근 재계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삼성그룹은 지난 3월부터 대학생 강사를 활용해 가정 형편이 어려운 7500여 명의 중학생을 대상으로 방과후 학습으로 영어, 수학을 가르치고 있다. 삼성 측은 “학생들에게는 배움의 기회가 늘고, 대학생들에게는 등록금을 마련할 계기와 재능을 기부할 기회를 동시에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고 했다.
방과후 학습이 지리적으로 힘든 전라남도 도서 지역의 학생들 중 일부가 지난 7월 29일부터 3주간 진행되는 ‘제1회 드림클래스 여름캠프’에 참여했다.
전라남도 교육청에서 섬에 사는 중학생 31명을 비롯해, 고흥군 25명, 완도군 20명, 해남군 16명 등 총 20개 지역의 160개 학교에서 300명을 선발했다. 이들에게 과외 수업을 해줄 서울대생 강사 60명은 삼성 측에서 선발했다. 대학생들에게는 3주 수업의 대가로 250만원이 지급된다.
삼성 사회봉사단 관계자는 “서울대 재학생 300명 이상이 강사로 지원했다”며 “학업성적, 지원동기 등을 고려해 60명을 추렸다”고 밝혔다.
이들 중학생 300명과 서울대생 60명은 서울대 기숙사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다. 보통 학생 여섯 명에 기숙사 한 방이 배정된다.
이 캠프에 참가한 강예슬(전남 완도 넙도중학교 1학년) 양은 만족감을 보였다. 강예슬 양이 재학 중인 학교는 전교생이 고작 6명뿐이다. 강 양의 말이다.
“제가 자란 곳이 외딴 섬이라 학교에 학생이 없어요. 선생님도 하고 싶고, 패션디자이너, 아나운서도 하고 싶고 꿈이 많아요. 뭔가 연구하고 만드는 일을 하고 싶어요. 서울에 놀러 몇 번 왔지만 이렇게 오래 지낸 적은 없어요. 여기 선생님들이 학교 선생님보다 재밌어서 좋아요.”
순천승평중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이경민 군은 50분에 한 대씩 버스가 오는 전남 순천시 해룡면에 산다. 지리적인 문제로 인해 초등학교 5학년 때는 한 달 동안 학교를 빠진 적이 있을 정도다. 이경민 군은 “초등학교 때 공부에 흥미를 잃었는데 이번을 공부를 새로 시작하는 계기로 만들고 싶어 지원했다”고 했다.
구례여자중학교 1학년에 다니는 곽예림 양은 “처음에는 엄마 보고 싶고 그랬는데 친구들이 많으니까 만날 즐겁다”며 “수업 듣고 게임하고 얘기를 하면서 나중에 어떻게 살고 싶다는 계획도 세운다”고 말했다.
서울대생 60명이 3주간 155시간 집중 수업
이들이 받는 교육은 구체적이다.
중학생 10명당 서울대생 2명이 한 반이 돼 매일 영어와 수학을 3시간씩 공부한다. 캠프가 끝날 무렵이면 영어 66시간, 수학 63시간, 자율학습 26시간 등 총 155시간의 집중 수업이 이뤄진다.
삼성그룹은 캠프 참가 전에 이미 테스트를 했고, 캠프가 끝나는 날 전남교육청이 제공한 시험을 치러 학생들의 향상을 직접 볼 계획이다. 대학생 강사들은 학습지도 일지를 학생별로 기록하고, 주말에는 게임, 시청각 자료 등을 통해 학생들을 다독거리고 있다.
강사로 나선 서울대 사회과학대 1학년 김현지씨의 얘기다.
“대학생으로 맞는 첫 번째 방학 때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과외나 아르바이트보다 타인에게 도움되는 일을 찾고 있었고, 중학생이 자신의 꿈에 대해 가장 많이 고민하는 시기여서 망설임 없이 강사로 지원했어요. 서울 중학생들보다 선행 학습 실력은 다소 뒤처지지만 배우는 능력은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처음에는 제가 도와준다는 생각으로 캠프에 참여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다는 생각이 들어서 뿌듯합니다.”
서울대 경영학과 1학년 장지원씨는 자신이 어려웠던 시절을 생각하면서 강사로 나섰다. 그는 부친이 고등학교 1학년 때 뇌졸중으로 돌아가시는 바람에 경제적으로 넉넉지 못한 학창 시절을 보냈다.
장씨는 “제주도에서 고등학교까지 생활했는데 경제적, 문화적, 교육적 여건이 모두 열악했다”며 “하지만 고등학교 3학년 때 삼성꿈장학금을 받았고, 대학에서도 장학금을 받으면서 내가 받은 도움을 다른 이들과 나누고 싶어서 지원했다”고 했다.
이들의 앞에 무작정 빡빡한 수업 일정만 있는 것은 아니다. 캠프에 참가한 중학생들은 매일 저녁 시간에 서울대 언니, 오빠들과 함께 ‘멘토와의 대화’ 시간을 갖는다. 또 중학생들이 스스로 꾸리는 재능발표회, ‘향수’를 부른 테너 박인수(朴忍洙) 교수의 콘서트 등 문화생활도 준비돼 있다.
삼성사회봉사단 장인성 상무는 “삼성 드림클래스 여름캠프는 앞으로 방학 때마다 실시할 예정”이라며 “상대적으로 교육 기회가 적은 도서벽지 중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실현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