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자산 4억원 미만 ; 부동산 구조조정 기회 노려야, 공격적 투자는 금물
⊙ 총자산 4억~10억 ; 여윳돈 생길 때마다 개인연금 등 月지급식 안전 상품에 장기투자
⊙ 老後의 가장 큰 敵은 건강과 자식
崔聖煥
⊙ 55세. 고려대 경제학과 졸업, 美 펜실베이니아대 경제학 석·박사.
⊙ 한국은행 조사부·워싱턴사무소 과장, 《조선일보》 경제전문기자 역임.
現 고려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
⊙ 저서: 《최성환의 지청구 경제학》 《얼굴 없는 대통령》 《직장인을 위한 생존경제학》등.
⊙ 총자산 4억~10억 ; 여윳돈 생길 때마다 개인연금 등 月지급식 안전 상품에 장기투자
⊙ 老後의 가장 큰 敵은 건강과 자식
崔聖煥
⊙ 55세. 고려대 경제학과 졸업, 美 펜실베이니아대 경제학 석·박사.
⊙ 한국은행 조사부·워싱턴사무소 과장, 《조선일보》 경제전문기자 역임.
現 고려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
⊙ 저서: 《최성환의 지청구 경제학》 《얼굴 없는 대통령》 《직장인을 위한 생존경제학》등.
- 취업박람회에 참가한 구직자들이 채용공고 게시판을 응시하고 있다. 저성장 시대를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은퇴연령을 최대한 늦추고, 맞벌이에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
“위기는 작년에 왔던 각설이!” 왜냐고? 죽지도 않고 또 오니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주요국들의 정책공조로 끝나는가 했더니 2011년부터 유럽 재정위기가 시작됐다. 최근에는 위기가 그리스를 넘어 스페인과 이탈리아로까지 확산되면서 유럽은 물론 글로벌 경제도 침체로 빠져들고 있다. 각국 정부가 자신의 돈줄을 잘 관리하지 못하면서 발생한 재정위기는 1~2년 안에 해결될 것 같지도 않다. 그렇다면 올해와 내년에는 재정위기발(發) 글로벌 실물위기, 즉 글로벌 경제의 성장률이 다시 곤두박질치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지 않을까?
사실 지금까지 겪은 위기들은 단기적인 충격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실제로 오일쇼크나 외환위기를 겪었을 때 우리나라 성장률은 일시적으로 한 해 정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하지만 그 다음 해에는 바로 큰 폭의 플러스로 올라서는 게 통상적인 수순이었다. 예를 들어 초유의 사태였던 외환(外換)위기의 경우 1996년만 해도 8.9%로 높았던 성장률이 1997년 5.7%로 낮아진 데 이어 1998년에는 -5.7%를 기록했다. 그러나 1999~2000년에는 각각 10.7%, 8.8%의 고(高)성장으로 반등(反騰)하면서 일거에 위기를 벗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지금 위기는 원인불명인 것이 문제
반면 최근 들어서는 이전과 상당히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오일쇼크와 외환위기가 급성이면서 완치 가능한 병이었다면 최근 겪고 있는 유럽발 재정위기는 만성고질병이라고 할 수 있다. 마치 요즘 유행하는 현대 성인병(成人病)의 3가지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성인병은 원인을 잘 모르고 그래서 치료가 잘 안될 뿐 아니라 그렇다고 잘 죽지도 않는다고 한다. 정부의 적자(赤字)재정과 그로 인한 과도한 정부채무가 유럽 재정위기의 원인이라고는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들여다보면 원인이 불명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 선진국 정부들이 엄청난 규모의 재정을 퍼부었는데도 불구하고 왜 경제가 살아나지 않았을까? 물론 초기 단계에서는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이면서 성장률이 올라갔지만 곧 바로 다시 꺾이는 일종의 ‘더블딥(double-dip)’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결론은 글로벌 경제는 물론 우리 경제의 미래가 결코 순탄치 않을 뿐 아니라 저(低)성장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해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는 유럽발 실물경제 위축이라는 쓰나미를 피해 갈 수가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작년 3.6%, 올해 3% 안팎에 이어 내년에도 3%대를 넘어서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경우 우리 경제는 1953년 한국은행이 성장률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성장률이 내리 3년 연속 3% 또는 그 밑을 맴돌게 된다. 말 그대로 ‘저성장’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성장률이 예전만 못하게 낮아지면 고용과 소득에 주름이 올 수밖에 없다. 성장률이 떨어지면 웬만한 산업이나 업종, 회사에서는 몸집을 늘리기보다는 줄이기 십상이고 그렇게 되면 설비투자와 고용은 줄어들기 마련이다. 고용이 줄어드는 것에 더해 임금상승률도 낮아지면서 가계소득은 고용과 임금 양쪽에서 쪼들리게 될 것이다. 이때 가장 먼저 충격파를 느끼는 계층은 중산층 이하의 서민들일 것이다. 1997년 말의 외환위기와 2002~2003년의 카드사태로 인한 신용위기 당시를 되돌아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갈 것이다.
작은 것부터 줄여 나가야
만약 앞으로 외환위기 또는 신용위기에 버금가거나 그 이상의 위기가 온다면 중산층 이하 서민들은 생존전략을 어떻게 세우고 대비해 나가야 할 것인가?
복잡한 문제를 나름 단순화하기 위해 단기 전략과 중장기 전략으로 나누어 생각해 보자. 여기서 단기 전략은 빠르면 수개월, 늦어도 1년 안팎의 기간 내에 구조조정이 가능한 부분에 손을 대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구조조정이 가능한 부분은 소득이나 지출과 같은 ‘플로(flow)’와 자산과 부채(負債)와 같은 ‘스톡(stock)’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플로는 앞으로 들어올 수입(소득)과 나갈 지출처럼 일정기간 중 들고나는 현금의 흐름을 의미한다. 반면 스톡은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부동산과 예금이나 주식, 연금과 같은 금융자산, 갚아야 할 부채 또는 돌려받을 임대보증금 등처럼 일정시점에서 채권채무 관계를 보여주는 자산 또는 부채를 말한다. 댐으로 치면 시간당 방류량(放流量)은 플로, 현재 모여 있는 물의 양을 의미하는 저수량(貯水量)은 스톡이다.
먼저 플로 측면에서 단기적으로 소득을 늘리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우선적으로는 지출을 줄여 나가는 수밖에 없다. 먹는 것을 줄일 수는 없으므로 주류(酒類)와 담배와 같은 기호식품, 전기와 수도요금, 교통 및 통신비, 외식비 등에 줄일 부분은 없는지 꼼꼼하게 들여다봐야 할 것이다. 에어컨과 자가용 사용을 줄이고 외식만 덜해도 지출의 상당부분이 줄어들 것이다. 휴대폰 등에 들어가는 통신비 또한 최소한의 사용을 전제로 하는 구조조정을 해야 할 것이다.
통계청 홈페이지(kostat.go.kr)에서 분기별 가계(家計)동향을 찾아보면 소비지출 12대 비목별 지출동향이 나와 있다. 본인의 지출과 비교해 보면 어떤 부분에서 지출이 과도한지, 또 줄여서 쓰고 있는지를 잘 파악해 볼 수 있다.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부분은 가재도구와 차량의 구조조정이다. 가족 수와 주택의 크기에 비해 많은 가재도구, 특히 대형 냉장고와 김치냉장고, 대형 에어컨과 차량 등은 덩치를 줄이거나 아예 없애버리는 것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사소한 것 같지만 지출을 늘리는 큰 부분들이기 때문이다.
애들은 어머니가 가르쳐라
다른 한편으로는 단기적으로 소득을 늘리는 노력도 게을리 말아야 한다. 본인이 투 잡(two job)을 뛰거나 전업주부 역할을 하던 배우자가 아르바이트 또는 임시직을 얻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선뜻 나서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부지런히 찾아보면 곳곳에 할 일이 널려 있다. 하지만 이런 일도 선점(先占)을 해야지 너도나도 다 하겠다고 나서면 점점 더 일거리를 찾기가 어려워질 것이다. 특히 아이들을 웬만큼 키워놓은 전업주부들의 경우 하루 종일이 아니더라도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시도해야 할 것이다.
또 하나는 교육비의 구조조정이다. 작년 한 해 우리나라 가구의 소비지출 총액은 239만3000원. 이 중 교육비는 29만5000원으로 12.3%를 차지했는데 교육비를 다시 정규교육비와 학원 및 보습교육비로 나눠 보면 10만2000원과 17만8000원으로 나뉘고 있다.
여기서 정규교육비는 정부가 손을 쓰지 않는 한 줄어들거나 줄일 여지가 없는 반면 교육비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학원 및 보습교육비, 즉 사교육비는 얼마든지 줄여 나갈 수 있다. 무조건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남들이 한다고 중구난방으로 보내는 학원을 구조조정하는 동시에 부부 중 어느 한쪽이 아이들 학교 교육을 맡아서 집에서 가르치는 것이다. 대학진학률이 80%가 넘는 요즘 적어도 초등학생까지는 대다수 부모가 조금만 노력하면 얼마든지 가르칠 수 있다.
특히 전업주부라면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함께 공부도 하고 책도 읽는 습관을 길러야 할 것이다. 아울러 아이들이 공부하는 시간에 같이 직업전선에 뛰어들 준비를 한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일 것이다. 아이들 학원조차 안 보낼 필요까지 있을까 하는 목소리도 들리지만 소나기가 올 때는 일단 피하고 보는 것이 상책이다.
단기적 구조조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항목이 부채와 자산의 구조조정이다. 금리가 높은 대출을 가급적 빨리 갚아 나가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자산 중에서 현금화할 수 있으면서 금리(金利)가 낮은 자산을 처분해서 고금리 대출을 갚아 나가야 한다. 요즘 같은 때 남의 돈을 빌려서 집을 사는 사람은 없겠지만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은 종종 만날 수 있다. 불황기에 선제적인 투자가 필요하겠지만 내 돈으로 투자하는 것은 모르지만 남의 돈으로 투자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자식교육에 무조건 투자는 지양해야
이제 중장기적인 전략으로 넘어가 보자. 여기서 중장기의 의미는 적어도 구조조정에 1년 이상이 소요되는 방안을 의미한다. 중장기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를 들라면 단연 주택과 교육의 구조조정이다.
먼저 교육은 앞에서도 언급했는데 왜 다시 나오느냐고 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 구조조정도 필요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자식들의 학원을 선별적으로 보내는 것은 기본이고 해외유학 또는 국내외 대학원 진학이 과연 피할 수 없는 것인가 하는 부분을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
해외유학이나 대학원 진학을 통해 차별화가 가능할 것인가? 그 같은 차별화가 과연 사회 진출에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가? 최근 수년간 해외 유명대학에 진학했던 학생들이 그 나라에서도 우리나라에서도 자리를 잡지 못해 떠돌고 있는 경우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 모두 10% 안팎의 실업률로 자국민의 고용도 못하고 있는 가운데 유학생 출신을 고용할 인센티브는 갈수록 없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실업률이 3%대, 청년실업률이 7~8%대로 낮다지만 집집마다 청년백수가 수두룩하다. 무작정 해외로 나가고 대학원에 진학한다고 해서 취직되는 게 아니라면 대학에 입학할 때부터 취직을 염두에 둔 학과와 전공을 선택하는 것은 물론 대학을 다니면서도 차별화를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부모가 깊숙이 개입하면서 자식교육이라면 얼마든지 돈을 투자할 수 있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같이 고민하면서 길을 잡아 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해외에 나가지 않아야 한다거나 대학원에 진학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형편이 어려우면 어렵다는 것을 자식들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또한 영어권 일변도의 해외유학을 지양하고 유럽과 아프리카, 이슬람권, 브릭스(BRICs: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앞으로 글로벌 경제의 성장동력이 될 지역을 선택하고 집중해야 할 것이다.
교육에서 또 하나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은 예체능계로 가는 경우이다. 아이의 재능이 출중한 데다 시간적 금전적 지원이 가능한 경우라면 얼마든지 장려할 일이다. 하지만 이 두 가지, 즉 재능(才能)과 재원(財源) 중 어느 한 가지가 부족하다면 재고해야 할 일이다. 특히 예체능계의 경우 대학교육을 끝낸 후에도 추가적인 공부가 필요한 경우가 많을 뿐 아니라 직장을 구하기가 쉽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사는 인생이 얼마나 될 것인가? 부모로 봐서나 자식으로 봐서나 미리미리 앞을 내다보고 살아야 하는 이유다.
내 老後는 내가 책임진다
두 번째는 주택이다. 말할 필요도 없이 가족 수와 소득수준에 과분한 주택은 줄여 나가는 것이 급선무다. 지역 또한 잘 고려해야 할 것이다. 아이들의 교육 때문에 집값이 비싼 곳에 살고 있다면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를 잘 살펴봐야 할 것이다.
물론 요즘처럼 부동산 거래가 없는 상황에서 집을 줄이거나 옮겨 타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너무 서둘러서는 해답이 나오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손해가 커질 수도 있다. 따라서 다른 부문의 구조조정을 부지런히 하면서 주택 구조조정의 기회를 노려야 할 것이다. 정 안되면 현재 사는 집을 전세나 월세로 주고 보다 싼 지역에 전세나 월세로 가는 방안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소나기가 올 것이 확실하다면 피할 방안을 미리 준비한 사람이 훨씬 더 유리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세 번째는 자녀의 교육과 결혼에 대한 시각이다. 사실 대학 등록금과 용돈까지 부모가 다 부담하려는 나라는 우리나라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을 것이다. 요즘 우리나라도 조금씩 바뀌고 있지만 이웃나라 일본만 해도 자식들 스스로 대학 등록금과 용돈의 절반 정도를 대출이나 아르바이트를 통해 충당하고 있다. 여기다 결혼할 때 집을 사 주거나 전세를 얻어 주는 것을 넘어 과도한 혼수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자식들 교육과 결혼으로 거덜이 나면서 노후(老後) 준비가 안된 부모를 과연 그 자식들이 부양을 할 것인가?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자녀가 부모를 부양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는 비율이 1998년 89.9%에서 2010년에는 36%로 급속하게 낮아지고 있다. 자식에게 대한 상속이나 증여보다는 내 노후는 내가 준비하고 내가 책임지는 사회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네 번째는 소득원을 늘리는 전략이다. 만약 현재 홑벌이라면 맞벌이 전략으로 나가야 한다. 당장에는 적당한 자리를 구하기가 어렵겠지만 몇 년의 계획을 세워 관련 공부와 자격증을 취득하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우선 시간제 아르바이트 등을 하면서 정보를 얻는 노력도 직장을 구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맞벌이를 주장하는 이유는 저금리 고령화 시대에 홑벌이로는 은퇴설계를 위한 계산 자체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다섯 번째는 은퇴시기를 늦추는 전략이다. 우리나라의 평균 은퇴연령은 53~54세로 주요국 중에서 가장 빠르다. 그중 빠른 일본이 60세이고 미국과 유럽 주요국은 61~64세로 우리나라보다 7~10년이나 더 일을 하고 은퇴를 한다.
50대 초·중반이면 직장에서 가장 높은 직급일 뿐 아니라 임금수준도 가장 높을 때이다. 그런데 퇴직(은퇴)을 하게 되면 갑자기 모든 게 중단되면서 월급 제로시대가 시작되는 것이다. 최근 들어 그나마 일부 제조업 직종에서 정년(停年) 연장 움직임이 있고 정년 연장이 실제로 회사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은행과 보험 등 금융업 등 대다수 서비스업종 및 제조업에서도 관리직의 경우 정년을 연장한다고 하더라도 마땅히 할 일이 없다. 자리만 차지하고 있을 뿐 회사에 도움이 안되는 것이다. 따라서 퇴직당할 때까지 기다릴 것이 아니라 혈기왕성한 30~40대에 틈틈이 공부와 자격증 취득 등으로 제2의 직장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열심히 일하면 회사가 끝까지 나를 밥 먹여 줄 것 같지만 은퇴를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우리 자식들에게만 스펙을 키우라고 할 것이 아니라 우리들 스스로도 스펙을 키워 제2의 인생을 준비해야 노후가 편안해지는 것이다.
아울러 내가 키운 스펙을 알아주고 나를 다시 채용해 줄 정보를 꾸준히 주고받을 수 있는 네트워크 또한 중요한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네트워크 형성은 어느 날 갑자기 가능한 것이 아니므로 이 또한 평소에 부지런히 노력해야 할 부분이다.
50대 평균 총자산은 4억원
마지막으로, 연령 50대의 자산 및 부채 동향을 살펴본 다음 자산규모별로 재테크 전략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를 짚어 보기로 하자.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가구당 평균 총자산은 3억원으로 이 중 부채 5000만원을 제하고 나면 순자산은 2억5000만원 정도로 집계되고 있다. 가구주(家口主) 연령대로 보면 50대의 자산이 가장 많아서 4억원에 달하고 있다. 여기서 부채 7000만원을 빼고 나면 순자산규모는 3억3000만원이다. 총자산을 부동산과 금융자산으로 나눠 보면 부동산이 76%, 금융자산이 21%, 기타실물자산(자동차, 귀금속 등)이 3%를 차지하고 있다.
50대의 대부분은 베이비붐세대(1955~1963년생)로 나이가 많기도 하지만 경제발전 및 그 과정에서 부동산 가격 상승의 혜택을 크게 입은 세대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1990년대 말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상당수 중산층이 어려움을 겪은 데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시장의 침체와 가계부채의 증가로 또 다시 이중고(二重苦)를 겪고 있는 대표적인 세대이다. 여기다 은퇴를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보면 이미 은퇴한 세대인 60대 이상 연령층과 함께 대한민국에서 가장 미래와 노후가 불안한 세대라고도 할 수 있다.
먼저 총자산이 4억원에 채 못 미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전체 평균이 4억원이므로 총자산 4억원에 못 미치는 가구는 전체 가구 중 적어도 60~7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자산규모 수십억 원, 수백억 원에 달하는 가구들이 포함되면서 평균을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평균인 4억원을 기준으로 재무상태를 살펴보면 위에서 언급한 대로 부동산으로 3억원(76%), 금융자산으로 8200만원(20%)을 가지고 있는 반면, 부채 7000만원을 가지고 있다. 금액으로 보면 저축액(6800만원)과 전월세보증금(1400만원)을 더한 금융자산이 8200만원이고, 금융부채(4800만원)와 임대보증금(2100만원)을 더한 부채가 6900만원이다. 결국 금융자산에서 부채를 빼고 나면 순금융자산은 1300만원에 불과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미래와 노후가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서두르면 안 된다. 가지고 있는 부동산을 구조조정할 기회를 노리는 동시에 소득증대 및 지출축소를 통해 저축을 늘려 가야 한다. 물론 일정부분(저축액의 40~50%)은 고수익을 노리는 투자형 상품으로 가져가야 하지만 나이가 나이인 만큼 공격적인 투자는 금물이다. 투자형 상품의 경우에도 가급적 원금보장형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만약 투자에 실패할 경우 만회할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국민연금과 개인연금에 가입한 경우라면 지나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 만약 직장을 계속 다녔거나 다니고 있다면 국민연금을 시작(1988년)부터 든 세대이므로 연령대별로 수급시기가 다르기는 해도 60~63세부터 국민연금을 60만~80만원은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퇴직금은 대부분 정산을 한 세대이므로 앞으로 받을 게 거의 없다. 소득공제를 위해 개인연금에 매년 일정액(400만원 이하)을 불입한 경우라면 받을 수 있는 연금이 20만~30만원 정도 되므로 국민연금과 합치면 매월 연금이 100만원 안팎이 되면서 노후생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안정적 현금흐름 만들어야
총자산이 4억~10억원에 해당하는 경우라면 상대적으로 여유있게 위기와 노후를 준비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총자산이 7억~8억원 정도이고 부동산 비중을 75%로 잡으면 금융자산이 1억7000만~2억원 정도 된다. 이 중 전월세보증금을 제외한 저축액은 1억5000만원 안팎이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총자산 4억원 이하인 경우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격적으로 투자할 수도 있지만 여전히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한 가지 해결해야 할 문제는 금융자산이 많은 만큼 부채규모도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부채규모는 1억2000만원 정도로 이 중 임대보증금 5000만원 정도를 뺄 경우 금융부채가 7000만원에 달하므로 대출금리가 높은 부분부터 상환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여윳돈이 생길 때마다 개인연금 등 월(月)지급식 안전상품에 장기투자함으로써 은퇴 후의 ‘안정적인 현금흐름(cash flow smoothing)’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특히 앞서 언급한 연금 100만원(국민연금 + 개인연금)이 없는 경우라면 보다 적극적으로 연금 조성에 나서야 할 것이다. 연금은 마치 월급처럼 매월 내 통장으로 들어오는 돈으로 가장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총자산이 10억원을 넘는 경우라면 위기와 노후준비에 큰 문제가 없는 경우이다. 총자산 7억~8억원의 경우와 비슷한 전략으로 나가면서 안정적인 현금흐름 확보에 보다 주력함으로써 보다 편안한 노후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퇴직금이나 적금 탄 돈과 같은 목돈이 자녀들의 사업자금이나 생계비로 넘어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것이다.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고는 하지만 뭉텅이 돈이 나가고 돌아오지 않게 되면 갑자기 노후가 피곤해지기 때문이다. 노후의 가장 큰 적은 ‘자식과 건강’이라는 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상속·증여 문제 해결해야
특히 총자산이 10억원을 넘어 15억~20억원 이상이라면 이 글을 읽는 시간에 돈을 어떻게 쓸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훨씬 생산적일 것이다. 다만 한 가지 증여 또는 상속을 통한 ‘자산이전(transfer of assets)’을 위한 고민은 해야 할 것이다. 넘겨줄 자산이 늘어나는 데 비해 세금은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5억원(과세표준 기준)을 상속할 경우 산출세액이 9000만원인 반면 10억원(과세표준 기준)이 될 경우 산출세액이 2억4000만원으로, 상속금액이 2배 늘어나는 데 비해 산출세액은 2.7배나 늘어난다. 따라서 증여와 상속은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미리미리 정해진 법의 테두리 안에서 절세(節稅)를 해 나가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다. 더 나이 들기 전에 증여와 상속 문제를 마무리짓는 것은 자녀들 사이에서 혹시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의 소지를 크게 줄일 수 있는 이점도 있다. 어떤 경우에도 내 노후는 내가 책임질 수 있도록 단단히 설계를 해 놓아야 할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주요국들의 정책공조로 끝나는가 했더니 2011년부터 유럽 재정위기가 시작됐다. 최근에는 위기가 그리스를 넘어 스페인과 이탈리아로까지 확산되면서 유럽은 물론 글로벌 경제도 침체로 빠져들고 있다. 각국 정부가 자신의 돈줄을 잘 관리하지 못하면서 발생한 재정위기는 1~2년 안에 해결될 것 같지도 않다. 그렇다면 올해와 내년에는 재정위기발(發) 글로벌 실물위기, 즉 글로벌 경제의 성장률이 다시 곤두박질치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지 않을까?
사실 지금까지 겪은 위기들은 단기적인 충격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실제로 오일쇼크나 외환위기를 겪었을 때 우리나라 성장률은 일시적으로 한 해 정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하지만 그 다음 해에는 바로 큰 폭의 플러스로 올라서는 게 통상적인 수순이었다. 예를 들어 초유의 사태였던 외환(外換)위기의 경우 1996년만 해도 8.9%로 높았던 성장률이 1997년 5.7%로 낮아진 데 이어 1998년에는 -5.7%를 기록했다. 그러나 1999~2000년에는 각각 10.7%, 8.8%의 고(高)성장으로 반등(反騰)하면서 일거에 위기를 벗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지금 위기는 원인불명인 것이 문제
반면 최근 들어서는 이전과 상당히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오일쇼크와 외환위기가 급성이면서 완치 가능한 병이었다면 최근 겪고 있는 유럽발 재정위기는 만성고질병이라고 할 수 있다. 마치 요즘 유행하는 현대 성인병(成人病)의 3가지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성인병은 원인을 잘 모르고 그래서 치료가 잘 안될 뿐 아니라 그렇다고 잘 죽지도 않는다고 한다. 정부의 적자(赤字)재정과 그로 인한 과도한 정부채무가 유럽 재정위기의 원인이라고는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들여다보면 원인이 불명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 선진국 정부들이 엄청난 규모의 재정을 퍼부었는데도 불구하고 왜 경제가 살아나지 않았을까? 물론 초기 단계에서는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이면서 성장률이 올라갔지만 곧 바로 다시 꺾이는 일종의 ‘더블딥(double-dip)’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결론은 글로벌 경제는 물론 우리 경제의 미래가 결코 순탄치 않을 뿐 아니라 저(低)성장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해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는 유럽발 실물경제 위축이라는 쓰나미를 피해 갈 수가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작년 3.6%, 올해 3% 안팎에 이어 내년에도 3%대를 넘어서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경우 우리 경제는 1953년 한국은행이 성장률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성장률이 내리 3년 연속 3% 또는 그 밑을 맴돌게 된다. 말 그대로 ‘저성장’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성장률이 예전만 못하게 낮아지면 고용과 소득에 주름이 올 수밖에 없다. 성장률이 떨어지면 웬만한 산업이나 업종, 회사에서는 몸집을 늘리기보다는 줄이기 십상이고 그렇게 되면 설비투자와 고용은 줄어들기 마련이다. 고용이 줄어드는 것에 더해 임금상승률도 낮아지면서 가계소득은 고용과 임금 양쪽에서 쪼들리게 될 것이다. 이때 가장 먼저 충격파를 느끼는 계층은 중산층 이하의 서민들일 것이다. 1997년 말의 외환위기와 2002~2003년의 카드사태로 인한 신용위기 당시를 되돌아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갈 것이다.
작은 것부터 줄여 나가야
만약 앞으로 외환위기 또는 신용위기에 버금가거나 그 이상의 위기가 온다면 중산층 이하 서민들은 생존전략을 어떻게 세우고 대비해 나가야 할 것인가?
복잡한 문제를 나름 단순화하기 위해 단기 전략과 중장기 전략으로 나누어 생각해 보자. 여기서 단기 전략은 빠르면 수개월, 늦어도 1년 안팎의 기간 내에 구조조정이 가능한 부분에 손을 대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구조조정이 가능한 부분은 소득이나 지출과 같은 ‘플로(flow)’와 자산과 부채(負債)와 같은 ‘스톡(stock)’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플로는 앞으로 들어올 수입(소득)과 나갈 지출처럼 일정기간 중 들고나는 현금의 흐름을 의미한다. 반면 스톡은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부동산과 예금이나 주식, 연금과 같은 금융자산, 갚아야 할 부채 또는 돌려받을 임대보증금 등처럼 일정시점에서 채권채무 관계를 보여주는 자산 또는 부채를 말한다. 댐으로 치면 시간당 방류량(放流量)은 플로, 현재 모여 있는 물의 양을 의미하는 저수량(貯水量)은 스톡이다.
먼저 플로 측면에서 단기적으로 소득을 늘리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우선적으로는 지출을 줄여 나가는 수밖에 없다. 먹는 것을 줄일 수는 없으므로 주류(酒類)와 담배와 같은 기호식품, 전기와 수도요금, 교통 및 통신비, 외식비 등에 줄일 부분은 없는지 꼼꼼하게 들여다봐야 할 것이다. 에어컨과 자가용 사용을 줄이고 외식만 덜해도 지출의 상당부분이 줄어들 것이다. 휴대폰 등에 들어가는 통신비 또한 최소한의 사용을 전제로 하는 구조조정을 해야 할 것이다.
통계청 홈페이지(kostat.go.kr)에서 분기별 가계(家計)동향을 찾아보면 소비지출 12대 비목별 지출동향이 나와 있다. 본인의 지출과 비교해 보면 어떤 부분에서 지출이 과도한지, 또 줄여서 쓰고 있는지를 잘 파악해 볼 수 있다.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부분은 가재도구와 차량의 구조조정이다. 가족 수와 주택의 크기에 비해 많은 가재도구, 특히 대형 냉장고와 김치냉장고, 대형 에어컨과 차량 등은 덩치를 줄이거나 아예 없애버리는 것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사소한 것 같지만 지출을 늘리는 큰 부분들이기 때문이다.
애들은 어머니가 가르쳐라
다른 한편으로는 단기적으로 소득을 늘리는 노력도 게을리 말아야 한다. 본인이 투 잡(two job)을 뛰거나 전업주부 역할을 하던 배우자가 아르바이트 또는 임시직을 얻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선뜻 나서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부지런히 찾아보면 곳곳에 할 일이 널려 있다. 하지만 이런 일도 선점(先占)을 해야지 너도나도 다 하겠다고 나서면 점점 더 일거리를 찾기가 어려워질 것이다. 특히 아이들을 웬만큼 키워놓은 전업주부들의 경우 하루 종일이 아니더라도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시도해야 할 것이다.
또 하나는 교육비의 구조조정이다. 작년 한 해 우리나라 가구의 소비지출 총액은 239만3000원. 이 중 교육비는 29만5000원으로 12.3%를 차지했는데 교육비를 다시 정규교육비와 학원 및 보습교육비로 나눠 보면 10만2000원과 17만8000원으로 나뉘고 있다.
여기서 정규교육비는 정부가 손을 쓰지 않는 한 줄어들거나 줄일 여지가 없는 반면 교육비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학원 및 보습교육비, 즉 사교육비는 얼마든지 줄여 나갈 수 있다. 무조건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남들이 한다고 중구난방으로 보내는 학원을 구조조정하는 동시에 부부 중 어느 한쪽이 아이들 학교 교육을 맡아서 집에서 가르치는 것이다. 대학진학률이 80%가 넘는 요즘 적어도 초등학생까지는 대다수 부모가 조금만 노력하면 얼마든지 가르칠 수 있다.
특히 전업주부라면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함께 공부도 하고 책도 읽는 습관을 길러야 할 것이다. 아울러 아이들이 공부하는 시간에 같이 직업전선에 뛰어들 준비를 한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일 것이다. 아이들 학원조차 안 보낼 필요까지 있을까 하는 목소리도 들리지만 소나기가 올 때는 일단 피하고 보는 것이 상책이다.
단기적 구조조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항목이 부채와 자산의 구조조정이다. 금리가 높은 대출을 가급적 빨리 갚아 나가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자산 중에서 현금화할 수 있으면서 금리(金利)가 낮은 자산을 처분해서 고금리 대출을 갚아 나가야 한다. 요즘 같은 때 남의 돈을 빌려서 집을 사는 사람은 없겠지만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은 종종 만날 수 있다. 불황기에 선제적인 투자가 필요하겠지만 내 돈으로 투자하는 것은 모르지만 남의 돈으로 투자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자식교육에 무조건 투자는 지양해야
이제 중장기적인 전략으로 넘어가 보자. 여기서 중장기의 의미는 적어도 구조조정에 1년 이상이 소요되는 방안을 의미한다. 중장기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를 들라면 단연 주택과 교육의 구조조정이다.
먼저 교육은 앞에서도 언급했는데 왜 다시 나오느냐고 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 구조조정도 필요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자식들의 학원을 선별적으로 보내는 것은 기본이고 해외유학 또는 국내외 대학원 진학이 과연 피할 수 없는 것인가 하는 부분을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
해외유학이나 대학원 진학을 통해 차별화가 가능할 것인가? 그 같은 차별화가 과연 사회 진출에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가? 최근 수년간 해외 유명대학에 진학했던 학생들이 그 나라에서도 우리나라에서도 자리를 잡지 못해 떠돌고 있는 경우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 모두 10% 안팎의 실업률로 자국민의 고용도 못하고 있는 가운데 유학생 출신을 고용할 인센티브는 갈수록 없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실업률이 3%대, 청년실업률이 7~8%대로 낮다지만 집집마다 청년백수가 수두룩하다. 무작정 해외로 나가고 대학원에 진학한다고 해서 취직되는 게 아니라면 대학에 입학할 때부터 취직을 염두에 둔 학과와 전공을 선택하는 것은 물론 대학을 다니면서도 차별화를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부모가 깊숙이 개입하면서 자식교육이라면 얼마든지 돈을 투자할 수 있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같이 고민하면서 길을 잡아 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해외에 나가지 않아야 한다거나 대학원에 진학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형편이 어려우면 어렵다는 것을 자식들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또한 영어권 일변도의 해외유학을 지양하고 유럽과 아프리카, 이슬람권, 브릭스(BRICs: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앞으로 글로벌 경제의 성장동력이 될 지역을 선택하고 집중해야 할 것이다.
교육에서 또 하나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은 예체능계로 가는 경우이다. 아이의 재능이 출중한 데다 시간적 금전적 지원이 가능한 경우라면 얼마든지 장려할 일이다. 하지만 이 두 가지, 즉 재능(才能)과 재원(財源) 중 어느 한 가지가 부족하다면 재고해야 할 일이다. 특히 예체능계의 경우 대학교육을 끝낸 후에도 추가적인 공부가 필요한 경우가 많을 뿐 아니라 직장을 구하기가 쉽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사는 인생이 얼마나 될 것인가? 부모로 봐서나 자식으로 봐서나 미리미리 앞을 내다보고 살아야 하는 이유다.
내 老後는 내가 책임진다
두 번째는 주택이다. 말할 필요도 없이 가족 수와 소득수준에 과분한 주택은 줄여 나가는 것이 급선무다. 지역 또한 잘 고려해야 할 것이다. 아이들의 교육 때문에 집값이 비싼 곳에 살고 있다면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를 잘 살펴봐야 할 것이다.
물론 요즘처럼 부동산 거래가 없는 상황에서 집을 줄이거나 옮겨 타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너무 서둘러서는 해답이 나오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손해가 커질 수도 있다. 따라서 다른 부문의 구조조정을 부지런히 하면서 주택 구조조정의 기회를 노려야 할 것이다. 정 안되면 현재 사는 집을 전세나 월세로 주고 보다 싼 지역에 전세나 월세로 가는 방안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소나기가 올 것이 확실하다면 피할 방안을 미리 준비한 사람이 훨씬 더 유리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세 번째는 자녀의 교육과 결혼에 대한 시각이다. 사실 대학 등록금과 용돈까지 부모가 다 부담하려는 나라는 우리나라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을 것이다. 요즘 우리나라도 조금씩 바뀌고 있지만 이웃나라 일본만 해도 자식들 스스로 대학 등록금과 용돈의 절반 정도를 대출이나 아르바이트를 통해 충당하고 있다. 여기다 결혼할 때 집을 사 주거나 전세를 얻어 주는 것을 넘어 과도한 혼수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자식들 교육과 결혼으로 거덜이 나면서 노후(老後) 준비가 안된 부모를 과연 그 자식들이 부양을 할 것인가?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자녀가 부모를 부양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는 비율이 1998년 89.9%에서 2010년에는 36%로 급속하게 낮아지고 있다. 자식에게 대한 상속이나 증여보다는 내 노후는 내가 준비하고 내가 책임지는 사회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네 번째는 소득원을 늘리는 전략이다. 만약 현재 홑벌이라면 맞벌이 전략으로 나가야 한다. 당장에는 적당한 자리를 구하기가 어렵겠지만 몇 년의 계획을 세워 관련 공부와 자격증을 취득하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우선 시간제 아르바이트 등을 하면서 정보를 얻는 노력도 직장을 구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맞벌이를 주장하는 이유는 저금리 고령화 시대에 홑벌이로는 은퇴설계를 위한 계산 자체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다섯 번째는 은퇴시기를 늦추는 전략이다. 우리나라의 평균 은퇴연령은 53~54세로 주요국 중에서 가장 빠르다. 그중 빠른 일본이 60세이고 미국과 유럽 주요국은 61~64세로 우리나라보다 7~10년이나 더 일을 하고 은퇴를 한다.
50대 초·중반이면 직장에서 가장 높은 직급일 뿐 아니라 임금수준도 가장 높을 때이다. 그런데 퇴직(은퇴)을 하게 되면 갑자기 모든 게 중단되면서 월급 제로시대가 시작되는 것이다. 최근 들어 그나마 일부 제조업 직종에서 정년(停年) 연장 움직임이 있고 정년 연장이 실제로 회사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은행과 보험 등 금융업 등 대다수 서비스업종 및 제조업에서도 관리직의 경우 정년을 연장한다고 하더라도 마땅히 할 일이 없다. 자리만 차지하고 있을 뿐 회사에 도움이 안되는 것이다. 따라서 퇴직당할 때까지 기다릴 것이 아니라 혈기왕성한 30~40대에 틈틈이 공부와 자격증 취득 등으로 제2의 직장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열심히 일하면 회사가 끝까지 나를 밥 먹여 줄 것 같지만 은퇴를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우리 자식들에게만 스펙을 키우라고 할 것이 아니라 우리들 스스로도 스펙을 키워 제2의 인생을 준비해야 노후가 편안해지는 것이다.
아울러 내가 키운 스펙을 알아주고 나를 다시 채용해 줄 정보를 꾸준히 주고받을 수 있는 네트워크 또한 중요한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네트워크 형성은 어느 날 갑자기 가능한 것이 아니므로 이 또한 평소에 부지런히 노력해야 할 부분이다.
50대 평균 총자산은 4억원
마지막으로, 연령 50대의 자산 및 부채 동향을 살펴본 다음 자산규모별로 재테크 전략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를 짚어 보기로 하자.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가구당 평균 총자산은 3억원으로 이 중 부채 5000만원을 제하고 나면 순자산은 2억5000만원 정도로 집계되고 있다. 가구주(家口主) 연령대로 보면 50대의 자산이 가장 많아서 4억원에 달하고 있다. 여기서 부채 7000만원을 빼고 나면 순자산규모는 3억3000만원이다. 총자산을 부동산과 금융자산으로 나눠 보면 부동산이 76%, 금융자산이 21%, 기타실물자산(자동차, 귀금속 등)이 3%를 차지하고 있다.
50대의 대부분은 베이비붐세대(1955~1963년생)로 나이가 많기도 하지만 경제발전 및 그 과정에서 부동산 가격 상승의 혜택을 크게 입은 세대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1990년대 말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상당수 중산층이 어려움을 겪은 데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시장의 침체와 가계부채의 증가로 또 다시 이중고(二重苦)를 겪고 있는 대표적인 세대이다. 여기다 은퇴를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보면 이미 은퇴한 세대인 60대 이상 연령층과 함께 대한민국에서 가장 미래와 노후가 불안한 세대라고도 할 수 있다.
먼저 총자산이 4억원에 채 못 미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전체 평균이 4억원이므로 총자산 4억원에 못 미치는 가구는 전체 가구 중 적어도 60~7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자산규모 수십억 원, 수백억 원에 달하는 가구들이 포함되면서 평균을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평균인 4억원을 기준으로 재무상태를 살펴보면 위에서 언급한 대로 부동산으로 3억원(76%), 금융자산으로 8200만원(20%)을 가지고 있는 반면, 부채 7000만원을 가지고 있다. 금액으로 보면 저축액(6800만원)과 전월세보증금(1400만원)을 더한 금융자산이 8200만원이고, 금융부채(4800만원)와 임대보증금(2100만원)을 더한 부채가 6900만원이다. 결국 금융자산에서 부채를 빼고 나면 순금융자산은 1300만원에 불과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미래와 노후가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서두르면 안 된다. 가지고 있는 부동산을 구조조정할 기회를 노리는 동시에 소득증대 및 지출축소를 통해 저축을 늘려 가야 한다. 물론 일정부분(저축액의 40~50%)은 고수익을 노리는 투자형 상품으로 가져가야 하지만 나이가 나이인 만큼 공격적인 투자는 금물이다. 투자형 상품의 경우에도 가급적 원금보장형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만약 투자에 실패할 경우 만회할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국민연금과 개인연금에 가입한 경우라면 지나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 만약 직장을 계속 다녔거나 다니고 있다면 국민연금을 시작(1988년)부터 든 세대이므로 연령대별로 수급시기가 다르기는 해도 60~63세부터 국민연금을 60만~80만원은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퇴직금은 대부분 정산을 한 세대이므로 앞으로 받을 게 거의 없다. 소득공제를 위해 개인연금에 매년 일정액(400만원 이하)을 불입한 경우라면 받을 수 있는 연금이 20만~30만원 정도 되므로 국민연금과 합치면 매월 연금이 100만원 안팎이 되면서 노후생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안정적 현금흐름 만들어야
총자산이 4억~10억원에 해당하는 경우라면 상대적으로 여유있게 위기와 노후를 준비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총자산이 7억~8억원 정도이고 부동산 비중을 75%로 잡으면 금융자산이 1억7000만~2억원 정도 된다. 이 중 전월세보증금을 제외한 저축액은 1억5000만원 안팎이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총자산 4억원 이하인 경우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격적으로 투자할 수도 있지만 여전히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한 가지 해결해야 할 문제는 금융자산이 많은 만큼 부채규모도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부채규모는 1억2000만원 정도로 이 중 임대보증금 5000만원 정도를 뺄 경우 금융부채가 7000만원에 달하므로 대출금리가 높은 부분부터 상환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여윳돈이 생길 때마다 개인연금 등 월(月)지급식 안전상품에 장기투자함으로써 은퇴 후의 ‘안정적인 현금흐름(cash flow smoothing)’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특히 앞서 언급한 연금 100만원(국민연금 + 개인연금)이 없는 경우라면 보다 적극적으로 연금 조성에 나서야 할 것이다. 연금은 마치 월급처럼 매월 내 통장으로 들어오는 돈으로 가장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총자산이 10억원을 넘는 경우라면 위기와 노후준비에 큰 문제가 없는 경우이다. 총자산 7억~8억원의 경우와 비슷한 전략으로 나가면서 안정적인 현금흐름 확보에 보다 주력함으로써 보다 편안한 노후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퇴직금이나 적금 탄 돈과 같은 목돈이 자녀들의 사업자금이나 생계비로 넘어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것이다.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고는 하지만 뭉텅이 돈이 나가고 돌아오지 않게 되면 갑자기 노후가 피곤해지기 때문이다. 노후의 가장 큰 적은 ‘자식과 건강’이라는 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상속·증여 문제 해결해야
특히 총자산이 10억원을 넘어 15억~20억원 이상이라면 이 글을 읽는 시간에 돈을 어떻게 쓸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훨씬 생산적일 것이다. 다만 한 가지 증여 또는 상속을 통한 ‘자산이전(transfer of assets)’을 위한 고민은 해야 할 것이다. 넘겨줄 자산이 늘어나는 데 비해 세금은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5억원(과세표준 기준)을 상속할 경우 산출세액이 9000만원인 반면 10억원(과세표준 기준)이 될 경우 산출세액이 2억4000만원으로, 상속금액이 2배 늘어나는 데 비해 산출세액은 2.7배나 늘어난다. 따라서 증여와 상속은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미리미리 정해진 법의 테두리 안에서 절세(節稅)를 해 나가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다. 더 나이 들기 전에 증여와 상속 문제를 마무리짓는 것은 자녀들 사이에서 혹시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의 소지를 크게 줄일 수 있는 이점도 있다. 어떤 경우에도 내 노후는 내가 책임질 수 있도록 단단히 설계를 해 놓아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