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탐방] 일본 관광객이 찾는 ‘한국 명품’은 : 월간조선

한때 한국은 ‘짝퉁(假品·브랜드 제품을 흉내 내 만든 가짜 제품)’ 쇼핑의 천국으로 불렸다. 이태원에 가면 진짜와 똑같은 제품을 진짜의 1/10 가격에 구입할 수 있으며, 이런 특A급(이른바 SA급, 커스텀급) 제품은 브랜드 매장에 가져가 애프터서비스를 부탁해도 직원들이 진짜와 구분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다는 소문이 허다했다.

하지만 한국은 ‘짝퉁의 천국’이라는 타이틀을 중국에 내준 지 오래다. 인건비가 크게 오른 데다 단속이 심해지면서 가품 시장이 급격히 위축된 것. 또 국내 물가상승과 환율 변동으로 유럽 명품 브랜드 제품 가격도 일본이나 홍콩과 다를 바가 없어지면서 한국의 쇼핑관광은 침체되는 듯 보였다.

최근 일본인들이 많이 모여드는 명동과 강남 일대에서는 가격대비 품질과 디자인이 뛰어난 ‘수제 브랜드’, ‘장인 브랜드’ 등으로 불리는 한국 제품들이 쇼핑관광을 주도하고 있다. 한국인들에게는 오히려 잘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들로, 일본 쇼핑 관광객들이 한국에서 새로운 쇼핑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세계에서 유명 명품 브랜드를 가장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진 일본인들, 한국에서 어떤 브랜드를 찾는 것일까.

《한국에서 아름다움을 가꾸다》란 가이드북이 원조

일본에 한국 쇼핑 붐을 일으킨 방송인 잇코. 한국여행가이드북을 출간하기도 했다.

한국을 찾는 관광객 국적 1위는 단연 일본이다. 연간 일본인 방문자가 300만명을 넘는다. 한국관광공사 측은 “지난해 3월 대지진 이후 일본 내 해외여행 자숙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6~7월에는 전년대비 방한객 수가 더 늘어나는 등 일본인의 한국 관광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매년 실시하는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1년 일본인 관광객의 한국 방문 이유 중 1위는 쇼핑(31.7%)으로 가까운 거리(18.8%), 음식 및 미식탐방(14.1%), 드라마 촬영지ㆍ팬미팅 등 한류 관련(6.6%), 역사ㆍ문화유적 탐방(6.3%) 등 다른 이유보다 훨씬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특히 복수응답의 경우 쇼핑을 목적으로 왔다는 응답은 66.7%에 달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채지영 연구원은 “관광객 국적을 중심으로 쇼핑 장소와 품목을 분석한 결과 일본 관광객은 미주ㆍ유럽 관광객이나 중국ㆍ동남아 관광객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그의 얘기다.

“‘쇼핑 장소에 대한 분석’ 결과 미국이나 영국ㆍ캐나다 등 미주ㆍ유럽 관광객이 인사동과 이태원을 선호하고, 중국과 동남아 관광객들이 동대문시장을 선호하는 데 비해 일본 관광객들은 명동과 시내 방문이 상대적으로 많습니다. 또 쇼핑 품목도 다른 지역 관광객들이 전자제품, 의류, 신발 등을 주로 구입하는 데 비해 일본 관광객은 식료품과 스타 관련 상품, 피혁제품 구입이 상대적으로 많습니다. 이 부분을 공략하면 일본 관광객을 더 많이 끌어들일 수 있다고 봐요.”

이런 상황에서 일본의 유명 연예인과 패션잡지 등 트렌드세터들이 미디어를 통해 ‘한국산 명품 브랜드’를 속속 소개하면서 일본인들의 한국 명품 사랑이 불붙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일본인들에게 선호도가 가장 높은 국내 호텔인 롯데호텔의 홍보팀 박민혁 대리는 “일본 젊은 세대들은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잡지와 인터넷, 연예인의 패션 등을 통해 많은 쇼핑ㆍ패션 정보를 얻는데, 최근 몇 년간 《CREA》(문예춘추사에서 발행하는 일본 잡지로 일본 패션지 중 발행부수 1위) 등 유명 일본 잡지를 중심으로 한류와 한국 쇼핑 소개가 늘면서 일본 젊은 여성들이 명동뿐만 아니라 삼청동과 가로수길, 청담동 등 새로운 쇼핑 명소를 찾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일본의 유명 메이크업아티스트로 패션리더이며 트렌드세터인 방송인 잇코(IKKO)가 잡지와 방송 등에서 한국 쇼핑에 대한 소개를 여러 번 하면서 일본 젊은이들이 한국 쇼핑을 새로운 트렌드로 삼게 됐다”고 말했다.

잇코는 잡지와 방송을 통해 삼청동과 가로수길 등 서울의 쇼핑 명소뿐만 아니라 미용실ㆍ피부관리실ㆍ찜질방 등을 다양하게 소개해 왔고, 2008년 《한국에서 아름다움을 가꾸다》라는 한국여행 가이드북을 출간해 한국 붐을 일으켜 2009년 한국관광공사에서 한국관광 명예홍보대사로 위촉하기도 했다. 잇코의 가이드북에는 기존 가이드북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삼청동ㆍ가로수길의 디자이너숍이 다수 수록돼 있다. 현재 일본에서 인기 있는 한국 쇼핑 여행 가이드북은 대부분 잇코의 책에 근간을 두고 있다고 한다.

일본 관광객 사이의 한국 명품 열풍을 실감하기 위해 최근 일본인들에게 ‘트렌디한 관광지’로 떠오르고 있는 삼청동, 신사동 가로수길, 명동과 소공동 등에 밀집해 있는 일본인이 선호하는 매장들을 찾아봤다.

아기자기한 ‘삼청동 구두거리’ 일본여성 북적여

일본인들에게 유명한 한국 구두 브랜드 ‘바바라’ 명동 매장.

평일 오후 경복궁에서 삼청동으로 올라가는 삼청동길의 구두 매장 밀집지역, 이른바 ‘삼청동 구두거리’에서는 일본인 여성 관광객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삼청동의 구두 가게들은 브랜드 제품이 아닌, 젊은 디자이너들이 만든 수제구두를 판매하는 곳들이다. 백화점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독특한 디자인 제품이 많은데다 가격도 10만원 전후로 백화점의 절반 수준이어서 예쁘고 특이한 것을 좋아하는 일본인들이 많이 찾고 있다고 한다.

삼청동 구두거리에는 ‘바바라’, ‘라스트애비뉴’, ‘라플로채니’, ‘지니킴’, ‘슈랑’, ‘마리엔솔’, ‘슈콤마보니’ 등 수제화 매장이 줄지어 있고 매장마다 둘셋씩 짝지어 다니는 일본인 여성 관광객들이 들어차 있었다.

특히 삼청동 골목 한옥집 안에 위치한 ‘라스트애비뉴’는 이미 일본인 관광객 사이에서는 유명한 곳이었다. 기와를 얹은 한옥집으로 들어서 마당을 지나 안채로 들어가야 진열된 구두를 구경할 수 있었다. 관광객 유리에(27) 씨는 “관광안내책에서 한옥집 구두 가게 사진을 보고 왔다”며 “플랫슈즈로 유명한 바바라와 매장이 특이한 라스트애비뉴는 한국 쇼핑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은 구두가격이 워낙 비싼데다 디자인이 독특하면서 품질이 좋은 구두는 아주 비싼 명품을 제외하면 별로 없다”며 “삼청동과 가로수길에 예쁜 구두를 파는 곳이 많다고 해서 두 곳을 꼼꼼히 돌아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산 수제 플랫슈즈 브랜드 ‘바바라’ 삼청점 이서우 점장의 얘기다. “최근 몇 년간 삼청동 디자이너숍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이 늘고 있는 추세인데, 바바라가 일본 잡지에 실리면서 잡지 보고 찾아왔다는 관광객들이 많더라고요. 《CREA》에도 실린 걸로 알고 있고요. 일본 여성들이 아기자기하고 앙증맞은 걸 좋아하기 때문에 삼청동 쇼핑골목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사이즈가 없다고 하면 일본으로 택배를 부탁할 정도로 열성적이에요. 1년에 다섯 번씩 오는 일본 단골 손님도 있고요.”

신발 브랜드 바바라는 일본여성들에게 인기

바바라는 일본인들 사이에 ‘수제 명품’으로 유명한 한국 브랜드 중 대표적인 브랜드다. 평일 오후 명동 중앙로에 위치한 ‘바바라 명동 1호점’은 일본인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매장을 찾은 고객의 대부분은 20~30대 일본인 여성들. 이곳에서 만난 관광객 유키(30) 씨는 “편하면서 예쁜 신발을 좋아해서 바바라를 좋아하는데, 일본에도 매장이 있지만 한국에서 사면 20% 이상 저렴하다고 해서 다섯 켤레 정도 사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바바라는 플랫슈즈(굽이 없는 납작한 여성용 구두) 전문 브랜드다. 19년 동안 수제 발레슈즈 등 신발을 제작해 왔던 이재정 바바라앤코 대표가 2003년 ‘바바라’라는 브랜드를 시장에 선보였다. 초기 온라인쇼핑몰에서 판매하던 바바라는 점차 백화점으로 영역을 넓히기 시작했고, 2008년부터는 서울 주요 백화점에 입점하는 것은 물론 중국ㆍ일본 백화점에서도 판매하게 됐다.

이재정 대표의 얘기다. “해외출장 중 발레리나의 토슈즈의 아름다움에 반해 플랫슈즈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플랫슈즈는 프랑스 브랜드인 ‘프렌치솔&런던솔’과 ‘레페토’가 고가의 명품 플랫슈즈 브랜드로 인정받고 있더라고요. 우리도 그런 브랜드를 만들어보자고 생각했죠.”

바바라는 입소문을 타고 ‘질 좋고 예쁜 플랫슈즈’로 인정받기 시작했고, 명동에 3개의 매장(명동 1호점, 중앙로점, 유네스코점)을 내면서 일본 관광객에게는 ‘필수 코스’로 소문나게 됐다. 또 가격이 10만~15만원으로 보통 20만원 이상인 해외 플랫슈즈 브랜드나 백화점 구두 브랜드들에 비해 낮은 편이어서 한 번에 몇 켤레씩 구입하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일본 최대 포털인 야후재팬에서 ‘바바라 플랫’을 검색하면 10만 건 이상의 검색결과가 나타난다. 바바라 이재정 대표는 “해외명품 브랜드의 플랫슈즈는 디자인이 다양하지 않고, 저렴한 플랫슈즈는 품질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플랫슈즈는 굽이 없어 발바닥이 땅에 닿는 충격을 바로 흡수하기 때문에 소재와 재봉상태가 완벽하지 않으면 오래 신을 수 없어요. 바바라는 디자인과 품질 두 가지 모두를 만족시키면서 가격도 합리적이어서 인기를 얻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국내에서는 이미 플랫=바바라라는 인식이 널리 퍼졌고, 일본인들에게도 인정받기 시작해 명동 매장의 매출 절반 이상은 일본인들로부터 발생하고 있어요. 해외에서 인정받는 세계적인 브랜드가 되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한국제) 화장품 사러 한국 온다”

명동의 화장품골목에는 한국인보다 일본인이 더 많을 정도로 일본 관광객들에게 한국화장품은 인기가 높다.

바바라 매장뿐만 아니라 평일 낮의 명동 일대는 일본인들의 천국 같았다. 롯데백화점 건너편 길에 위치한 화장품 브랜드 ‘미샤’ 매장은 삼삼오오 모여든 일본 여성들이 점령하다시피 하고 있었다. 매장 안에는 일본어와 중국어가 가능한 직원이 여러 명 상주하고 있었다.

일본 여성들이 주로 찾는 제품은 BB크림(얼굴색을 밝게 해주는 기초화장품)과 에센스(농축화장수). 계산대 앞에서는 바구니 가득 화장품을 담은 여성들이 줄을 서서 계산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 관광객은 “에센스와 수분크림, 아이크림을 각 3병씩 사고 BB크림과 립스틱 등 다른 것도 많이 샀는데 3만 엔(42만원)이 채 안 된다. 일본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가격이어서 화장품 사러 서울 온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며 “미샤와 더페이스샵은 일본에서 브랜드 이미지도 좋아 선물용으로도 사 간다”고 말했다.

보통 백화점에 입점한 화장품 브랜드의 경우 스킨이 2만~4만원, 에센스와 아이크림이 10만원을 넘어가는 것이 보통이지만 미샤나 더페이스샵은 가격이 그 절반에 못 미친다. 유명 수입브랜드에 비하면 1/3~1/4 수준이다. 특히 미샤가 올 초 내놓은 4만2000원짜리 에센스, 이른바 ‘보라색병’(정식 명칭은 ‘타임 레볼루션 리페어’)은 출시 두 달 만에 20만 병이 판매됐는데 절반 이상이 일본인 관광객이 구매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내 저가화장품의 양대산맥인 미샤와 더페이스샵은 화장품 개당 1만원 이하의 저가정책으로 시작해 로드숍(길거리 단일매장)과 대형할인점을 중심으로 급성장했으며, 배용준, 권상우, 김현중, 소녀시대 등 한류스타를 잇달아 광고모델로 기용하면서 일본과 동남아 지역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더페이스샵의 이경화 해외사업부문 상무는 “과거에도 국산 화장품 브랜드들이 일본과 동남아로 진출했었지만 더페이스샵처럼 폭발적인 신장세를 기록한 경우는 없었다”며 “한류 열풍과 합리적인 가격 정책, 명품 브랜드에 뒤지지 않는 품질 등으로 국산 화장품이 수출 및 관광수익에 효자상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화장품과 함께 일본인들의 시선을 모으는 한국 제품은 가죽 가방과 지갑 등 수제 액세서리다. 한국인보다 오히려 일본인 관광객에게 입소문이 더 나 있다는 가죽제품 전문점 ‘채드킨’은 명동에서도 쉽게 찾기 어려운 위치(옛 중국대사관 앞)에 작게 자리 잡고 있었지만 주문전화와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

이곳은 이탈리아의 초고가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Hermes)에서 주로 사용하는 이중바느질법(새들스티치)을 이용해 소가죽ㆍ양가죽은 물론 타조나 악어 등 특수가죽 가방을 주문제작하고 있다. 고급 가죽을 일일이 손으로 재단해 손바느질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소가죽 가방은 50만원 선, 타조가죽 가방은 100만~200만원 선이다. 가방 외에도 지갑과 명함집, 휴대폰케이스, 필통 등 가죽제품을 다양하게 판매한다.

채드킨 김채두 대표는 “손으로 꿰매 만든 가죽제품은 미싱을 사용한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튼튼하고 변함이 없다”며 “수제품인 만큼 디자인과 색깔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낀 고객들이 주로 찾는다”고 했다. 그의 설명이다. “국내 최초의 가죽공방으로 작게 시작했는데 일본 관광객이 많은 명동에 자리 잡고 있다 보니 일본인들이 종종 찾더라고요. 그러다 입소문이 나서 최근 일본인 고객이 많아졌습니다. 일본인들은 ‘장인이 손으로 만든 것’, ‘전통 있는 것’에 대한 존경심이 대단해요. 우리 작품을 높이 평가하더라고요.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명품’을 찾는 고객들이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브랜드 없어도 수제가 좋아”

브랜드 없이 일본인들에게 유명해진 곳도 있다. 소공동 지하상가의 매장들이그곳이다. 시청역에서 한국은행 앞까지 이어지는 지하상가는 롯데호텔ㆍ롯데백화점, 명동 입구, 신세계백화점, 코리아나호텔 등 일본인 관광객 집결지를 관통한다. 저렴한 가격대가 특징인 여느 지하상가와 달리 소공동 지하상가는 고가의 패션매장과 구두매장, 주얼리숍, 가죽제품 전문점, 모피ㆍ가죽 전문점 등이 들어차 있다.

이 중 하루에 수백 명의 일본 관광객이 몰리는 곳이 롯데백화점과 연결된 입구 인근의 특수피혁 전문매장 ‘엑스포’다. 화려한 의류와 가방들이 진열돼 있는 다른 매장과 달리 이곳 매장 앞에는 박스만 쌓여 있어 아는 사람이 아니면 찾기도 쉽지 않았다. 그러나 매장 안에는 악어ㆍ타조ㆍ뱀피 등 특수가죽으로 만든 가방, 지갑, 구두 등이 다양한 색깔로 쌓여 있었다. 특수피혁을 빨강, 노랑, 파랑 등 화려한 원색으로 염색했으면서도 특수피혁 특유의 고급스러움을 잃지 않도록 만들어낸 제품들은 여성들을 쉽게 유혹할 만했다.

특수피혁 중 저렴한 편인 타조가죽 소재 장지갑은 8만~15만원, 핸드백은 95만~105만원 선이다. 악어가죽의 경우 가방 가격이 300만원을 훌쩍 넘어간다. 명품에 비하면 저렴한 가격이지만 브랜드 없는 제품으로는 꽤 비싼 가격이다. 그러나 기자가 매장에 잠시 머무르는 동안에도 일본인 중년여성 두 명이 들어와 8만원짜리 타조가죽 지갑을 색깔별로 10개 사 가는 등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라는 소문을 실감할 수 있었다. 관광객에게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지인이 한국여행 갔다오면서 사 온 것을 보고 가격과 품질이 맘에 쏙 들어서 연락처를 물어 찾아온 것”이라고만 했다.

원래 이곳은 소개받아 아는 사람들만 찾는 ‘맞춤제작’ 전문점이라고 한다. 명품 스타일의 가방을 손바느질로 직접 제작해 주는 곳으로 유명했던 것. 유명브랜드 제품이라면 2000만원에 달하는 타조백을 200만~300만원에 원하는 디자인과 색깔로 주문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엑스포 김기연 사장은 “손님들이 대부분 소개로 찾아오는 분들이라 단골 위주로 장사를 했는데, 요즘 입소문을 타고 일본 관광객들이 몰려와 수십 개씩 사 가곤 해서 물량 맞추기가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한 땀 한 땀 손으로 만드는 맞춤제작이라 가방은 만드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관광객들에게는 잘 권하지 않는데, 제작 후 일본으로 부쳐달라는 경우도 많아요. 3만원짜리 카드지갑은 한번에 10개 이상씩 선물용으로 사 가는 게 보통이고요. 소문 듣고 처음 온 관광객들은 가죽 질과 바느질을 꼼꼼히 살펴보죠. 브랜드 없는 제품에 100만원 이상 지출하긴 쉽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유심히 살펴보고 품질이 좋으니까 여러 개씩 사 가요.”

디자이너숍 많은 가로수길 일본인 관광객이 점령

신세대들의 쇼핑 명소였던 신사동 가로수길은 일본인 관광객의 인기장소로 부상했다. 가로수길의 한 패션매장.

한편 신세대 쇼핑거리로 삼청동과 쌍벽을 이루는 가로수길은 일본인 관광객이 점령하다시피 했다. 몇 년 전만 해도 한적한 정취가 있었던 신사동 가로수길은 현재 일본인 관광객이 넘쳐난다. 가로수길은 원래 인테리어 관련 매장과 소규모 디자이너숍, 레스토랑이 주류를 이루는 거리였지만 최근에는 대형 패션ㆍ액세서리 매장도 속속 들어서고 있다.

국내에서 일본어로 《더단골》이라는 월간 가로수길 가이드북을 발행하고 있는 ‘더단골닷컴’ 이기호씨는 “현재 가로수길을 찾는 고객의 절반 정도는 일본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최근 쇼핑을 위해 한국을 찾는 일본인들은 대부분 가로수길에 대한 정보를 얻고 싶어해 가로수길 전문 가이드북을 발행하게 됐다”고 했다.

그의 설명이다. “우리나라를 찾는 일본 관광객은 대부분 명동과 동대문, 압구정 등 한정된 지역만 방문하는 줄 알았는데 요즘 몇 년간은 가로수길과 삼청동이 대세더라고요. 명품 브랜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이렇게 좁은 길을 찾아와요. 백화점이나 대형쇼핑거리에선 찾을 수 없는 아기자기함과 작고 예쁜 물건들이 가득한 매장을 좋아하는 일본인들에게 가로수길은 최대의 관광자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곳에서 일본인들에게 인정받은 디자이너라면 세계적으로도 성공할 잠재력이 있는 거라고 봐요.”

한국관광공사 일본팀 이병찬 팀장은 “최근 일본인들의 한국 관광은 쇼핑과 미식, 미용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중국인들이 국내에서 명품 쇼핑을 선호하는 데 비해 일본 관광객들은 한국에서만 구할 수 있는 특별한 의류나 액세서리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아 ‘한국산 명품’을 새로운 관광 아이템으로 개발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인들에게 한국은 더 이상 ‘싸구려 쇼핑’의 장소가 아니었다. 세계적으로 손재주 좋기로 소문난 한국인 장인이 ‘한 땀 한 땀 뜬’ 한국 명품이 세계적으로 주목받을 날이 곧 오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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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관광객이 찾는 ‘한국 명품’은

바바라 등 한국인에겐 알려져 있지 않은 제품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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