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양 부회장·강성우 감사, “금감원이 부실저축은행 인수 압박”
⊙ 곳곳에 ‘금융계의 神’ 금융감독원의 흔적들
⊙ 부산저축銀은 노무현 정부의 정치자금 금고였다?
⊙ 금감원, “대전저축 인수 강요한 적 없다”
⊙ 곳곳에 ‘금융계의 神’ 금융감독원의 흔적들
⊙ 부산저축銀은 노무현 정부의 정치자금 금고였다?
⊙ 금감원, “대전저축 인수 강요한 적 없다”
- 2011년 5월 부산 동구 부산저축은행 본점을 점거하고 피해 보상을 요구하고 있는 저축은행 소액 피해자들.
“금융감독원에 속아서 대전저축은행을 인수(引受)했습니다.”
가슴에 수형번호 서울4318이 붙은 수의(囚衣)를 입은 부산저축은행 김양(60) 부회장과 수형번호 서울4067 강성우(60) 감사는 3월 초순 수차례 기자와 간접 접촉했다. 저축은행 비리 혐의로 옥살이를 하고 있는 김 부회장과 강 감사는 “금감원의 강요로 어쩔 수 없이 대전저축은행을 인수했다”고 주장했다.
2008년 말 부산저축은행이 대전저축은행을 인수했을 당시 금융계에서는 “부실에 부실을 더했다”며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당시 거래는 시장경제 논리에 의해서가 아니라 금융당국의 강요에 따라 체결된 것으로 본다”며 “만일 부산저축은행이 대전저축은행을 인수하지 않았으면 영업정지로 시장에서 사라지지는 않았을 것이다”고 말했다. 실제 김 부회장과 강 감사는 “대전저축은행 경영정상화를 위해 3000억원을 투입했다”며 “대전저축은행을 인수해서 (부산저축은행이) 망했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재판장 염기창)는 2월 21일 총 9조원대 금융비리를 저지른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 부회장에게 징역 14년을 선고하고, 강 감사에게 징역 6년을 선고하는 등 이 사건으로 기소된 은행 경영진 6명에게 징역 4년에서 징역 14년까지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부회장이 실질적으로 회사를 이끌었다며 기소된 경영진 가운데 가장 무거운 14년 형을 선고(宣告)했다. 부산저축은행은 김 부회장이 경영을 책임지고, 강 감사는 실무를 담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죄인(罪人)이다. 이미 분식회계, 불법대출, 횡령 등 저축은행 경영진의 기소내용은 대부분 사실로 밝혀졌다. 하지만 김 부회장과 강 감사는 아직까지 억울하다고 말한다. 주장의 핵심은 “대전저축은행을 금감원의 압력에 의해 인수했고 그 때문에 회사가 망했다”는 것이다. 기자는 입수한 부산저축은행 관련 문건을 바탕으로 이들의 주장을 검증했다.
금감원, 超法的 특혜 ‘口頭’ 약속?
부산저축은행 경영진은 영업정지를 당한 직후인 2011년 3월 7일 대통령에게 ‘부산저축은행 경영 정상화 관련 탄원서(歎願書)’를 보냈다. 이들은 “대통령님과 청와대의 노고(勞苦)와 은덕(恩德)에 힘입어 저희 국민이 일상과 생업에 전념할 수 있음을 한시도 잊지 않고 있다”며 “부산지역의 경제사정과 서민 금융에서 차지하는 영향을 고려하시어 부산저축은행과 부산2저축은행을 살려주시길 간곡히 청한다”고 부탁했다.
탄원서 내용의 핵심은 ‘부산저축은행이 흔들린 것은 대전저축은행을 인수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2008년 대전저축은행 인수 당시 금융감독원에서 제시한 자료에 의하면 대전저축은행 순자산 부족액은 827억원이고, 1000억원만 증자하면 정상화된다고 했습니다. 저희는 보수적으로 보아 순자산 부족액을 1150억원으로 보았으나, 인수 후 전(前) 사주에 의한 부실 규모는 4000억~5000억원 수준이었습니다. 부실 규모가 금융감독원이 추정한 것보다 5배 이상이었습니다. 당시 3년의 정상화 기간 안에 대전저축은행의 부실을 메우기 위해 현재까지 2450억원을 증자하고 2010년도에 500억원에 달하는 금융자문수수료와 이자 수입으로 3000억원을 대전저축은행에 투입하여 현재 절반의 정상화가 된 상태입니다. 인수 당시 대전저축은행의 PF대출(부동산 기획대출·Project Financing) 비율이 60% 수준이었으며, 부산저축은행은 46% 수준으로 PF대출 30%룰(총 여신 중 PF대출 비중을 30% 이내로 맞추도록 한 것)을 준수할 수 없었고, 인수 당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양해(諒解)’된 상태였습니다.”
탄원서의 핵심은 마지막 “금융감독원이 양해했다”는 부분이다. ‘양해’라는 단어는 상당히 애매한 표현이다. 김 부회장과 강 감사는 완곡하게 표현해서 ‘양해’지 사실은 ‘구두 약속’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감원이 ‘대전저축은행 3년 검사 유예’ 공문 보내
당시 상황에 대해 수감 중인 부산저축은행 경영진은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대전저축은행을 인수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대전만 인수하지 않았어도 이렇게 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대전을 인수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그러나 금감원은 ‘부산저축은행이 아니면 대안(代案)이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강성우 감사)
“금감원에서 ‘(대전저축은행을) 안 사면 상당히 곤란하다’고 강요(强要)해서 인센티브를 받는 조건으로 인수했습니다.”(김양 부회장)
―어떤 조건이었습니까?
“PF대출 30%룰 적용을 완화하고, 3년간 검사를 받지 않도록 해달라는 조건이었습니다.”(김 부회장)
“대전이 망한 이유는 소비자금융대출을 하다가 수익이 나지 않아 PF에 뛰어들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대전은 PF대출 비중이 60%였습니다. 우리는 40% 초반이었습니다. 금감원에 가서 설명했습니다. PF대출 이외의 수익모델이 없으니, PF대출 아니면 대전을 정상화시킬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때문에 PF대출 30%룰을 지킬 수 없다고 금감원 김원 저축은행서비스 국장에게 설명했습니다. 그러자 김원 국장은 ‘지금 PF대출 30%룰을 따질 때가 아니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김 국장의 이야기는 당연히 금감원의 입장으로 이와 관련해 승인(承認)을 받은 것입니다.”(강 감사)
―증거가 있습니까?
“3년 검사 유예 관련해서는 대전저축은행으로 공문이 왔습니다. 또 조건을 담은 문서를 금감원에 보냈는데, 내부 결재까지 마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것은 VIP(청와대)까지 보고됐다고 들었습니다. 대전 인수 후에 지점에 금감원 검사가 나온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금감원에 가서 ‘안 오기로 했는데 왜 왔느냐’고 하니까 ‘어 이상하네, 잘못됐네’라며 검사를 취소한 사례까지 있습니다.”(강 감사)
―김원 국장(당시 예금보험공사 이사)에게 해결해 달라고 하지는 않았습니까?
“(예보로 간 이후) 그 사람은 아웃(배제)이었습니다.”(김 부회장)
부산저축은행 경영진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금감원은 직권남용(職權濫用), 강요 등의 법적책임이 불가피하다. 특히 ‘구두(口頭)’로 검사·감독 기관을 관리·통제한 것이 사실이라면 아직도 정부에 구(舊)시대적 관치금융의 관행이 남아 있다는 증거가 된다. 사실 PF대출 30%룰 적용 완화, 3년 검사유예는 초법적 특혜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구두 약속은 이후 지켜지지 않았다. 부산저축은행 경영진은 “이 약속만 지켜졌어도 망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감원 구두 약속의 흔적들
2010년 초반 부산저축은행에 대한 감사원의 검사·감독이 강화됐다. 부산저축은행 경영진은 감사원에 대전저축은행 인수과정에서 금감원과 이뤄진 약속 사항을 설명하기 위해 자료를 만들었다. 강 감사는 “감사원에 대전저축은행 인수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문서로 만들어서 은진수 감사원 감사위원에게 보냈다”고 말했다. 기자는 해당 문건을 입수했다. 해당 자료는 대전저축은행 인수 배경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2008년 9월 리먼브라더스 사태의 미국발 금융위기로 국내 금융시장이 영향을 받지 않을까 심각한 염려가 되었다. 당시 당국에서는 저축은행이 하나라도 문제가 되면 저축은행뿐만 아니라 전 금융권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보고 조기수습에 부심하였다.
이때에 대전저축은행의 정리문제가 제기되자 당국에서는 일반제조기업사, 국민은행으로 하여금 인수토록 검토를 요청했다. 두 곳에서는 인수를 포기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당국은 부산저축은행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하며 인수를 요청했다. 당시 부산저축은행은 충분히 사태의 심각성에 동의하고 대전 문제 해결이 전체 저축은행으로 확산될 수 있는 금융위기 상황을 차단할 수 있다고 보고 인수에 동의했다.
당국은 조기정상화를 위해 다음과 같은 조치를 취했다. 우선 규정 제정이 있었다. 내용은 ▲부실저축은행 인수 시 지역에 지점 신설할 수 있도록 규정 개정 ▲부실저축은행 인수 시 인수자 자격조건 특례인정 ▲BIS연결비율 산정 시 모기업에 대해서는 계열사 연결 3년간 적용 완화 ▲인정자기자본 적용(경영정상화를 위해 최대주주가 변경된 저축은행은 인정자기자본 적용대상 포함) 등이다. 이를 위해 상호저축은행법 시행령이 개정되었다.(2008년 8월 21일 입법예고, 9월 18일 차관회의 통과, 9월 23일 국무회의, 10월 대통령 재가)
구두 약속 사항도 있었다. 내용은 ▲조기정상화를 위해 3년간 PF대출비율 30%룰 적용완화 ▲조기정상화를 위해 3년간 검사 배제 한시적 허용이다. 상기 조치 내용에 대해서는 당시 저축은행서비스 국장이었고, 현재 예금보험공사 이사인 김원씨가 확인하여 준다.
대전저축은행의 조기정상화를 위해 1000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예상됐으나 현재까지 1400억원이 투입됐다. 고려(현 전주)저축은행은 현재 300억원 투입했다. 향후 대전저축은행 경영정상화를 위해 400억~500억 정도 더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타 저축은행 등의 PF대출은 주로 브리지 성격의 대출(임시방편 자금대출)이지만, 당사의 PF대출은 턴키베이스(일괄시공업자가 건설공사에 대한 재원조달, 토지구매, 설계와 시공, 운전 등의 모든 서비스를 발주자를 위하여 제공하는 방식)로서 사업이 종료되기 전까지 지속적으로 자금을 지원해야 하는 구조이다. 당사의 PF대출비율은 타사에 비해 높을 수밖에 없으며, 사업에 대한 리스크가 적다.”
해당 자료에는 금감원이 구두로 3년간 PF대출비율 30%룰 적용을 완화하고 검사 배제를 한시적으로 허용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되어 있다.
금감원, “부산저축은행 자체 메모에 불과” 부인
금감원의 약속과 관련한 문건은 또 있다. 법무법인 김앤장이 2010년 9월 작성한 ‘대전저축은행 경영정상화계획 관련 설명자료’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2008년 5월경 대전저축은행 검사 결과 적기시정조치(Prompt Corrective Action, 부실 금융기관을 조기에 경영정상화시키거나 재무구조가 극도로 악화된 경우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제도)에 해당됐다. 2008년 7월경 국민은행 실사 결과 부실금액 과다를 이유로 인수를 포기했다. 2008년 9월경 부산저축은행에 대전저축은행의 인수를 요청했다. 정부는 부실저축은행을 조기정상화하기 위해 시행령, 감독규정을 개정했다. 금융당국은 3년간 PF대출비율 30%룰 적용완화 및 3년간 검사 배제를 구두로 확약했다.”
김양 부회장은 김앤장의 업무내용에 대해 “PF를 규제하는 것은 정책의 일관성에서 어긋나는 것으로 김앤장을 통해 정책제안서를 만들었다. 김앤장 고문들이 뛰어다녔는데 증자 관련된 부분은 금감원이 이해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한 금감원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해명했다.
“해당 문건은 부산저축은행 자체 메모에 불과합니다. 금감원은 부산저축은행에 대전저축은행을 인수하라고 강요한 사실이 없습니다. 김앤장 설명자료 역시 부산저축은행의 주장에 불과합니다. 김원 전 국장이 구두로 약속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닙니다. 김 전 국장은 이미 국정감사에서 그런 구두 약속을 하지 않았다고 증언했습니다. 만일 김 전 국장이 거짓을 말했다면 법적 처벌을 받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약자인 지방의 저축은행이 어떻게 금감원에 하지도 않은 약속을 하지 않았느냐며 지속적으로 우길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이에 대해 강 감사는 “대전저축은행에 있는 공문을 확인하고, 김원 전 국장과 대질심문(對質審問)시켜 달라”며 “검찰이 관련 자료를 갖고 있는 것을 직접 확인했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 역시 “멱살이라도 잡고 금감원에 구두 약속을 증명하는 서명을 받았어야 했는데 후회된다”고 말했다.
투기자본감시센터의 이대순 변호사는 “금감원이 자율시장에 개입했다면 강요, 직무유기, 직권남용 등의 법적 책임을 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 “이상하기는 했다”
이와 관련해 2010년 4월 금감원의 부산저축은행 검사·감독에 대한 감사를 실시한 당시 유희상 감사원 금융기금감사국 제1과장(현 공보관)은 부산저축은행의 대전저축은행 인수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대전저축은행 인수과정에서 금감원이 압력을 행사한 정황이 있었나요?
“저희는 압력 행사보다는 피인수 은행의 부실 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않고 인수 승인을 했기 때문에 동반으로 부실해졌다고 봤습니다. 인수과정에서 금융당국(금감원)·피인수은행(대전저축은행)·인수자(부산저축은행) 3자의 이해관계가 맞았습니다.
금융당국은 다른 저축은행으로의 불안 확산을 조기에 진정시키기 위해 M&A로 해결하는 정책을 취했습니다. 피인수자 입장에서는 부실 자체가 자신들 책임 범위에 들어가기 때문에 부실 규모를 가급적 줄여 잡으려 했습니다. 인수은행 입장에서는 피인수은행의 부실 규모가 크면 쏟아 부어야 할 여력이 소진되기(너무 많이 쏟아 부어야 하기) 때문에 적정한 비용을 지불하고 매입을 해야 합니다. 이렇듯 3자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서 인수하게 됐습니다.”
―금감원의 ‘PF대출비율 30%룰 적용완화’ 구두 약속에 대해 알고 있나요?
“이상하기는 했어요. 부산저축은행이 금감원에 제출한 서류만 보아도 40%가 넘는데 왜 30%룰을 어긴 것을 허용(묵인)하고 있었는지 이상했습니다. 금감원의 감독 부실, 유착 가능성에 대해서도 생각해 봤습니다. 당시 금감원이 허용해 주기로 했다는 뜬소문은 있었습니다. 그러나 증거는 없었습니다.”
김양 부회장과 강성우 감사는 구두 약속에 대해 다양한 방식으로 감사원에 설명했다고 하고 있으나, 감사원은 소문 정도로 알고 있었고 당시 부산저축은행이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했으면 대질심문 등으로 사실관계를 파악할 수 있었는데 아쉽다는 입장이다.
“호남 출신으로 정치적 오해받았다”
《월간조선》은 이미 당시 감사 내용과 관련한 감사원 내부문건을 입수해 보도(2012년 3월호)했다. 부산저축은행이 무리하게 PF대출을 확대한 사실은 감사원 문건을 통해 충분히 입증됐다. 그럼에도 저축은행 경영진은 억울하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이들은 금감원, 감사원 등의 집중적인 검사, 감독에 다른 배경(背景)이 있다고 주장한다. 김양 부회장은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공교롭게도 상호저축은행업에 종사하는 호남 출신이 많아요. 정치적으로 생각하면 오해를 하실 수도 있어요. 수사가 시작되자 부산저축은행 돈이 대북(對北)송금에 이용됐다는 의혹이 불거졌어요. 노무현 전 대통령 비자금과 관련됐다는 의혹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확인 결과 범죄혐의는 없었습니다.”
부산저축은행은 광주일고 동문들이 주축이 되어 운영됐다. 김양 부회장과 강성우 감사는 “죽이려고 하지 않았으면 그러지 못했다”며 “호남 출신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논란의 중심에는 박형선씨가 등장한다. 박씨는 광주일고를 졸업한 뒤 전남대를 다니던 1974년 ‘민청학련’ 사건으로 체포됐다. 1심에서 징역 12년, 2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으나 10개월여 만에 출소했다. 박씨는 함께 징역형에 처했던 이해찬 전(前) 국무총리뿐 아니라 유인태·이강철·정찬용·정동영씨 등 노무현 정권 핵심 인사들과 막역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호남의 마당발’로 통했던 박씨가 운영하던 해동건설은 노무현 정부 기간에 사세가 크게 커졌다. 이런 배경에서 박씨가 노무현 정부 정치자금과 깊이 관련됐다는 의혹이 있었다. 공교롭게도 박씨는 부산저축은행의 2대주주였다.
현재 박씨는 경기도 시흥시 영각사 납골당 사업권을 인수한 뒤 부산저축은행에 영향력을 행사해 1280억원을 불법대출받고 대전 관저지구 아파트 건설 사업과 관련해 지인 명의로 매입한 사업부지를 부산저축은행 특수목적법인(SPC)에 되팔아 9억4000만원을 챙긴 혐의로 구속기소되어 작년 말 징역 6년과 추징금 1억5000만원을 선고받았다. 김양 부회장과 강성우 감사는 이와 관련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건가요?
“정부의 타깃(표적)이 된 것은 맞습니다. 박형선 관련 의혹이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봅니다.”(강 감사)
“감사원에서 오자마자 박형선, 영각사 등을 집중 조사했어요.”(김 부회장)
―박씨가 노무현 정부 정치자금과 관련됐다는 의혹에 대해 알고 있나요?
“그런 것은 없었고, 박씨는 평소 ‘정치에 질려서 장사한다’는 말을 많이 했어요. 외형(外形)이 천억도 되지 않는 사건 때문에 오해를 받았다고 생각합니다.”(김 부회장)
김 부회장은 박씨 관련 부분을 이야기할 때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허탈감, 좌절 등이 복합적으로 깔려 있는 표정이었다고 한다.
‘호남인맥 대부’ 박형선은 끝까지 보호
호남 표적 감사 의혹과 관련해 2010년 4월 영각사 PF대출 의혹을 조사한 감사원 관계자는 “부산저축은행 감사를 시작할 당시 광주일고 출신이 경영을 맡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고, 영각사와 박형선씨 관련 의혹은 (표적 감사가 아니라) 감사과정에서 밝혀진 것이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2010년 상반기 부산저축은행 경영진이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부산저축은행은 당시 ‘박형선 주주의 당사 주식 취득 내역’이라는 제목의 해명자료를 만들어 관계기관에 제출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박형선 주주가 참여정부 실세와 가까운 인사(민청학련 관련자)이고 당사가 참여정부 시절 급격히 성장하자 당사의 성장이 박형선 주주가 참여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한 결과라는 일부의 오해가 있다.
하지만 박형선 주주는 단순 투자 목적으로 주식을 취득했을 뿐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았고 당사가 대전저축은행과 전주저축은행을 인수하여 업계 1위로 올라선 것은 현 정부(MB정부) 출범 후인 2008년 말이었다. 한편 참여정부 시절은 부동산 경기 활황으로 인한 PF대출 수익 증가로 저축은행업계 전체가 급격하게 성장하던 시절이었다.
이처럼 단순 투자자일 뿐인 박형선 주주와 당사가 아무런 사업적 관련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주주의 개인 이력 때문에 세간에 오해가 발생한 것이다.”
검찰은 박씨와 노무현 정부 인사들과의 연결 관계를 조사했으나 구체적인 로비 내용은 밝혀내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박씨의 수사와 재판을 처음부터 지켜본 저축은행 피해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재판과정에서 피의자들은 형을 덜 받기 위해 책임을 서로 떠넘겼지만, 유독 박형선씨만은 보호해 주려 했어요. 내년에 정권이 바뀌면 2심 재판에서 참여정부 인사들의 입김이 작용할 것이고 그러면 형을 감면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았어요.”
유력정치인 L씨 개입 의혹
김양 부회장과 강성우 감사는 “억울하다”며 “자신들의 로비는 은진수 전 감사관 등 현재까지 밝혀진 것이 전부”라고 했다. 그러나 세간에는 이들이 유력 여권 정치인 L씨에게 접촉했다는 소문이 있다. 이에 대해 김 부회장과 강 감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현 정부 정치인들과 접촉하지는 않았습니까?
“(로비에) 실패했으니 여기서 살고 있지요.”(김 부회장)
“촌놈들이라 아는 사람이 없었습니다.”(강 감사)
―L 의원을 통해 로비했다는 의혹이 있습니다.
“(괴로운 듯 창백한 표정으로 얼굴을 감싸며) 살려주세요. 14년을 살아야 하는 데 미치겠습니다.”(김 부회장)
로비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그만큼 형은 늘어난다. 이와 관련해 김 부회장은 측근에게 “아직은 때가 아니다. 지금은 (총선 등으로) 민감한 시기이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비 의혹과 관련해 기자는 ‘부산저축은행 참여사업장 사업성 종합검토서’를 입수했다. 부산저축은행이 투자한 전국 부동산들의 가치를 평가한 문서였다. 부산저축은행은 강원도 평창, 전남 신안군 등 개발 예정 부지의 정확한 길목에 부동산에 투자하고 있었다. 해당 문건은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 족보’라고 평가할 수 있었다.
부동산 투자 신화는 로비의 힘?
부산저축은행은 “전문적인 인적구성 및 풍부한 경험으로 부동산을 구입했다”고 주장하지만, 확인 결과 정부·지방자치단체 등 개발주체로부터 정보를 얻지 못하면 구입할 수 없는 부동산이었다. 해당 부동산 투자에 대해 김양 부회장은 “국제적 부동산 개발회사와의 네트워크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고위험 고수익)을 ‘로 리스크 하이 리턴’(저위험 고수익)으로 바꾼 경영 기법을 이용한 투자”라고 주장한다. 김 부회장은 미국의 투자은행(IB, Investment Bank)을 모델로 공격적으로 부동산에 투자했다.
부산저축은행의 수익모델을 추측할 수 있는 문건으로 법무법인 한결의 ‘용인 ○○2지구 금융자문약정에 관한 검토’ 의견서가 있다. 해당 의견서는 2010년 6월 부산저축은행이 법무법인 한결에 (주)○○이 추진하고 있던 용인시 수지구 ○○동 일원의 PF대출 법률자문 요청에 대한 답변이다.
해당 PF대출 금융자문약정서 초안의 내용은 “부산저축은행이 500억원을 ○○투자증권이 ○○○억원을 사업자가 200억원을 각각 자신의 책임하에 조달하고, 부산저축은행과 ○○투자증권은 위의 자금 조달 용역을 제공하고, 또한 이와 관련해 금융자문, 기타 부수적 자문을 제공한다. 부산저축은행과 ○○투자증권은 본건 사업자로부터 별도의 합의에 따라 자금 조달을 수행한 용역에 대한 수수료를 받는다”는 내용이었다.
해당 계약에서 부산저축은행은 법무법인 한결에 “조달한 700억원 중에서 200억원을 금융자문수수료로 지급받을 수 있는지”를 문의했다. 법무법인 한결은 “이와 같은 수수료를 지급받게 되면 귀사가 대부업법상의 이자율 제한을 위반할 여지가 있으므로 유의하기를 바란다”며 별지(別紙)에 ‘대부업법상의 제한 이자율 관련 별도 검토’를 첨부했다. ‘하이 리턴(고수익)’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추측할 수 있는 문건이었다.
만일 성공했으면 김 부회장은 한국 금융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개척자로 평가받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영어(囹圄)의 몸이 된 지금 그의 투자방식은 “정부·지방자치단체와의 유착으로 개발정보를 획득한 투기”로 평가받는다.
“청와대에서 (증자) 칭찬받았다”
부산저축은행은 2011년 2월 영업정지를 피하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했다. 그 예로 부산저축은행은 2010년 6월 말에 1500억원을 증자했다. “증자는 KTB자산운영사의 펀드 1000억원과 임원·주주 210억원, 직원 및 직원가족 34억원, 기타 고객과 우호법인 256억원 등 500억원으로 구성됐다”고 부산저축은행은 주장한다.
증자는 2010년 상반기 예금보험공사와 금융감독원 검사가 끝난 이후에 진행됐다. 금감원은 당시 “자본금을 늘리지 않으면 부산저축은행의 BIS(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 비율이 5% 이하로 떨어져 경영개선조치가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강 감사는 “임원과 주주들이 전 재산을 투입했고, 살고 있던 아파트를 담보로 융자받아 투입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강 감사는 당시 상황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전했다.
“당국의 요구로 우리 돈 500억원을 박았습니다(증자했습니다). 단 20일 만에 해야 했습니다. 담당자였던 배○○ 과장이 ‘참 고생하셨습니다. 20일 사이에 어떻게 하실 수 있었습니까. 청와대에 보고하니 수고했다고 칭찬받았습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또 (금감원) 검사가 나왔습니다. 죽이려 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못 합니다.”
김 부회장은 “저축은행 가운데 1500억원을 증자한 사례는 없다”며 “정부는 부산저축은행이 증자를 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부산저축은행 경영진은 자신들의 재산을 쏟아 붓는 등 노력했지만 결과적으로 재산만 날렸다는 피해의식이 있다. 부산저축은행 경영진과 주주들은 이를 근거로 억울하다고 주장한다.
김양 부회장, 강성우 감사는 설명 도중 종종 울분을 토하며 ‘호남소외론’을 제기했다. 또 한(恨)이 서린 표정으로 현 정부를 원망하는 발언을 말을 많이 했다. 취재 과정에서 접촉한 금융 관리, 감독 관계자 역시 기자가 의혹을 제기하지 않았음에도 “나는 충청도이고 실무자는 광주 출신이었다”며 “호남을 표적으로 한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시중에는 이와 관련한 수많은 루머가 있다. 대부분 감독기관, 정부 당국자 등의 출신지역과 연관된 음모론이다.
죄가 있으면 죄에 대한 대가를 받아야 한다. 거기에 대한 반성과 제도 개선(改善)도 따라야 한다. 그러나 지역으로 분열된 지금의 대한민국에서는 그런 반성은 없다. 다만 ‘타깃이 되어서 당했다’는 울분과 ‘다음 정부에서 타깃이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만이 있을 뿐이다. 대한민국의 슬픈 자화상(自畵像)이다.⊙
가슴에 수형번호 서울4318이 붙은 수의(囚衣)를 입은 부산저축은행 김양(60) 부회장과 수형번호 서울4067 강성우(60) 감사는 3월 초순 수차례 기자와 간접 접촉했다. 저축은행 비리 혐의로 옥살이를 하고 있는 김 부회장과 강 감사는 “금감원의 강요로 어쩔 수 없이 대전저축은행을 인수했다”고 주장했다.
2008년 말 부산저축은행이 대전저축은행을 인수했을 당시 금융계에서는 “부실에 부실을 더했다”며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당시 거래는 시장경제 논리에 의해서가 아니라 금융당국의 강요에 따라 체결된 것으로 본다”며 “만일 부산저축은행이 대전저축은행을 인수하지 않았으면 영업정지로 시장에서 사라지지는 않았을 것이다”고 말했다. 실제 김 부회장과 강 감사는 “대전저축은행 경영정상화를 위해 3000억원을 투입했다”며 “대전저축은행을 인수해서 (부산저축은행이) 망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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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양 부산저축은행 부회장. |
이들은 죄인(罪人)이다. 이미 분식회계, 불법대출, 횡령 등 저축은행 경영진의 기소내용은 대부분 사실로 밝혀졌다. 하지만 김 부회장과 강 감사는 아직까지 억울하다고 말한다. 주장의 핵심은 “대전저축은행을 금감원의 압력에 의해 인수했고 그 때문에 회사가 망했다”는 것이다. 기자는 입수한 부산저축은행 관련 문건을 바탕으로 이들의 주장을 검증했다.
금감원, 超法的 특혜 ‘口頭’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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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저축은행 경영진이 2011년 3월 대통령에게 보낸 탄원서. |
탄원서 내용의 핵심은 ‘부산저축은행이 흔들린 것은 대전저축은행을 인수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2008년 대전저축은행 인수 당시 금융감독원에서 제시한 자료에 의하면 대전저축은행 순자산 부족액은 827억원이고, 1000억원만 증자하면 정상화된다고 했습니다. 저희는 보수적으로 보아 순자산 부족액을 1150억원으로 보았으나, 인수 후 전(前) 사주에 의한 부실 규모는 4000억~5000억원 수준이었습니다. 부실 규모가 금융감독원이 추정한 것보다 5배 이상이었습니다. 당시 3년의 정상화 기간 안에 대전저축은행의 부실을 메우기 위해 현재까지 2450억원을 증자하고 2010년도에 500억원에 달하는 금융자문수수료와 이자 수입으로 3000억원을 대전저축은행에 투입하여 현재 절반의 정상화가 된 상태입니다. 인수 당시 대전저축은행의 PF대출(부동산 기획대출·Project Financing) 비율이 60% 수준이었으며, 부산저축은행은 46% 수준으로 PF대출 30%룰(총 여신 중 PF대출 비중을 30% 이내로 맞추도록 한 것)을 준수할 수 없었고, 인수 당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양해(諒解)’된 상태였습니다.”
탄원서의 핵심은 마지막 “금융감독원이 양해했다”는 부분이다. ‘양해’라는 단어는 상당히 애매한 표현이다. 김 부회장과 강 감사는 완곡하게 표현해서 ‘양해’지 사실은 ‘구두 약속’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감원이 ‘대전저축은행 3년 검사 유예’ 공문 보내
당시 상황에 대해 수감 중인 부산저축은행 경영진은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대전저축은행을 인수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대전만 인수하지 않았어도 이렇게 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대전을 인수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그러나 금감원은 ‘부산저축은행이 아니면 대안(代案)이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강성우 감사)
“금감원에서 ‘(대전저축은행을) 안 사면 상당히 곤란하다’고 강요(强要)해서 인센티브를 받는 조건으로 인수했습니다.”(김양 부회장)
―어떤 조건이었습니까?
“PF대출 30%룰 적용을 완화하고, 3년간 검사를 받지 않도록 해달라는 조건이었습니다.”(김 부회장)
“대전이 망한 이유는 소비자금융대출을 하다가 수익이 나지 않아 PF에 뛰어들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대전은 PF대출 비중이 60%였습니다. 우리는 40% 초반이었습니다. 금감원에 가서 설명했습니다. PF대출 이외의 수익모델이 없으니, PF대출 아니면 대전을 정상화시킬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때문에 PF대출 30%룰을 지킬 수 없다고 금감원 김원 저축은행서비스 국장에게 설명했습니다. 그러자 김원 국장은 ‘지금 PF대출 30%룰을 따질 때가 아니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김 국장의 이야기는 당연히 금감원의 입장으로 이와 관련해 승인(承認)을 받은 것입니다.”(강 감사)
―증거가 있습니까?
“3년 검사 유예 관련해서는 대전저축은행으로 공문이 왔습니다. 또 조건을 담은 문서를 금감원에 보냈는데, 내부 결재까지 마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것은 VIP(청와대)까지 보고됐다고 들었습니다. 대전 인수 후에 지점에 금감원 검사가 나온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금감원에 가서 ‘안 오기로 했는데 왜 왔느냐’고 하니까 ‘어 이상하네, 잘못됐네’라며 검사를 취소한 사례까지 있습니다.”(강 감사)
―김원 국장(당시 예금보험공사 이사)에게 해결해 달라고 하지는 않았습니까?
“(예보로 간 이후) 그 사람은 아웃(배제)이었습니다.”(김 부회장)
부산저축은행 경영진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금감원은 직권남용(職權濫用), 강요 등의 법적책임이 불가피하다. 특히 ‘구두(口頭)’로 검사·감독 기관을 관리·통제한 것이 사실이라면 아직도 정부에 구(舊)시대적 관치금융의 관행이 남아 있다는 증거가 된다. 사실 PF대출 30%룰 적용 완화, 3년 검사유예는 초법적 특혜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구두 약속은 이후 지켜지지 않았다. 부산저축은행 경영진은 “이 약속만 지켜졌어도 망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감원 구두 약속의 흔적들
2010년 초반 부산저축은행에 대한 감사원의 검사·감독이 강화됐다. 부산저축은행 경영진은 감사원에 대전저축은행 인수과정에서 금감원과 이뤄진 약속 사항을 설명하기 위해 자료를 만들었다. 강 감사는 “감사원에 대전저축은행 인수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문서로 만들어서 은진수 감사원 감사위원에게 보냈다”고 말했다. 기자는 해당 문건을 입수했다. 해당 자료는 대전저축은행 인수 배경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2008년 9월 리먼브라더스 사태의 미국발 금융위기로 국내 금융시장이 영향을 받지 않을까 심각한 염려가 되었다. 당시 당국에서는 저축은행이 하나라도 문제가 되면 저축은행뿐만 아니라 전 금융권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보고 조기수습에 부심하였다.
이때에 대전저축은행의 정리문제가 제기되자 당국에서는 일반제조기업사, 국민은행으로 하여금 인수토록 검토를 요청했다. 두 곳에서는 인수를 포기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당국은 부산저축은행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하며 인수를 요청했다. 당시 부산저축은행은 충분히 사태의 심각성에 동의하고 대전 문제 해결이 전체 저축은행으로 확산될 수 있는 금융위기 상황을 차단할 수 있다고 보고 인수에 동의했다.
당국은 조기정상화를 위해 다음과 같은 조치를 취했다. 우선 규정 제정이 있었다. 내용은 ▲부실저축은행 인수 시 지역에 지점 신설할 수 있도록 규정 개정 ▲부실저축은행 인수 시 인수자 자격조건 특례인정 ▲BIS연결비율 산정 시 모기업에 대해서는 계열사 연결 3년간 적용 완화 ▲인정자기자본 적용(경영정상화를 위해 최대주주가 변경된 저축은행은 인정자기자본 적용대상 포함) 등이다. 이를 위해 상호저축은행법 시행령이 개정되었다.(2008년 8월 21일 입법예고, 9월 18일 차관회의 통과, 9월 23일 국무회의, 10월 대통령 재가)
구두 약속 사항도 있었다. 내용은 ▲조기정상화를 위해 3년간 PF대출비율 30%룰 적용완화 ▲조기정상화를 위해 3년간 검사 배제 한시적 허용이다. 상기 조치 내용에 대해서는 당시 저축은행서비스 국장이었고, 현재 예금보험공사 이사인 김원씨가 확인하여 준다.
대전저축은행의 조기정상화를 위해 1000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예상됐으나 현재까지 1400억원이 투입됐다. 고려(현 전주)저축은행은 현재 300억원 투입했다. 향후 대전저축은행 경영정상화를 위해 400억~500억 정도 더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타 저축은행 등의 PF대출은 주로 브리지 성격의 대출(임시방편 자금대출)이지만, 당사의 PF대출은 턴키베이스(일괄시공업자가 건설공사에 대한 재원조달, 토지구매, 설계와 시공, 운전 등의 모든 서비스를 발주자를 위하여 제공하는 방식)로서 사업이 종료되기 전까지 지속적으로 자금을 지원해야 하는 구조이다. 당사의 PF대출비율은 타사에 비해 높을 수밖에 없으며, 사업에 대한 리스크가 적다.”
해당 자료에는 금감원이 구두로 3년간 PF대출비율 30%룰 적용을 완화하고 검사 배제를 한시적으로 허용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되어 있다.
금감원, “부산저축은행 자체 메모에 불과”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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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5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부산저축은행 재판을 방청한 피해자들이 법원 안에서 눈물을 흘리며 ‘내 돈 돌려내라’고 소리치고 있다. |
“2008년 5월경 대전저축은행 검사 결과 적기시정조치(Prompt Corrective Action, 부실 금융기관을 조기에 경영정상화시키거나 재무구조가 극도로 악화된 경우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제도)에 해당됐다. 2008년 7월경 국민은행 실사 결과 부실금액 과다를 이유로 인수를 포기했다. 2008년 9월경 부산저축은행에 대전저축은행의 인수를 요청했다. 정부는 부실저축은행을 조기정상화하기 위해 시행령, 감독규정을 개정했다. 금융당국은 3년간 PF대출비율 30%룰 적용완화 및 3년간 검사 배제를 구두로 확약했다.”
김양 부회장은 김앤장의 업무내용에 대해 “PF를 규제하는 것은 정책의 일관성에서 어긋나는 것으로 김앤장을 통해 정책제안서를 만들었다. 김앤장 고문들이 뛰어다녔는데 증자 관련된 부분은 금감원이 이해를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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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무법인 김앤장이 작성한 정책제안서. |
“해당 문건은 부산저축은행 자체 메모에 불과합니다. 금감원은 부산저축은행에 대전저축은행을 인수하라고 강요한 사실이 없습니다. 김앤장 설명자료 역시 부산저축은행의 주장에 불과합니다. 김원 전 국장이 구두로 약속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닙니다. 김 전 국장은 이미 국정감사에서 그런 구두 약속을 하지 않았다고 증언했습니다. 만일 김 전 국장이 거짓을 말했다면 법적 처벌을 받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약자인 지방의 저축은행이 어떻게 금감원에 하지도 않은 약속을 하지 않았느냐며 지속적으로 우길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이에 대해 강 감사는 “대전저축은행에 있는 공문을 확인하고, 김원 전 국장과 대질심문(對質審問)시켜 달라”며 “검찰이 관련 자료를 갖고 있는 것을 직접 확인했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 역시 “멱살이라도 잡고 금감원에 구두 약속을 증명하는 서명을 받았어야 했는데 후회된다”고 말했다.
투기자본감시센터의 이대순 변호사는 “금감원이 자율시장에 개입했다면 강요, 직무유기, 직권남용 등의 법적 책임을 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 “이상하기는 했다”
이와 관련해 2010년 4월 금감원의 부산저축은행 검사·감독에 대한 감사를 실시한 당시 유희상 감사원 금융기금감사국 제1과장(현 공보관)은 부산저축은행의 대전저축은행 인수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대전저축은행 인수과정에서 금감원이 압력을 행사한 정황이 있었나요?
“저희는 압력 행사보다는 피인수 은행의 부실 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않고 인수 승인을 했기 때문에 동반으로 부실해졌다고 봤습니다. 인수과정에서 금융당국(금감원)·피인수은행(대전저축은행)·인수자(부산저축은행) 3자의 이해관계가 맞았습니다.
금융당국은 다른 저축은행으로의 불안 확산을 조기에 진정시키기 위해 M&A로 해결하는 정책을 취했습니다. 피인수자 입장에서는 부실 자체가 자신들 책임 범위에 들어가기 때문에 부실 규모를 가급적 줄여 잡으려 했습니다. 인수은행 입장에서는 피인수은행의 부실 규모가 크면 쏟아 부어야 할 여력이 소진되기(너무 많이 쏟아 부어야 하기) 때문에 적정한 비용을 지불하고 매입을 해야 합니다. 이렇듯 3자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서 인수하게 됐습니다.”
―금감원의 ‘PF대출비율 30%룰 적용완화’ 구두 약속에 대해 알고 있나요?
“이상하기는 했어요. 부산저축은행이 금감원에 제출한 서류만 보아도 40%가 넘는데 왜 30%룰을 어긴 것을 허용(묵인)하고 있었는지 이상했습니다. 금감원의 감독 부실, 유착 가능성에 대해서도 생각해 봤습니다. 당시 금감원이 허용해 주기로 했다는 뜬소문은 있었습니다. 그러나 증거는 없었습니다.”
김양 부회장과 강성우 감사는 구두 약속에 대해 다양한 방식으로 감사원에 설명했다고 하고 있으나, 감사원은 소문 정도로 알고 있었고 당시 부산저축은행이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했으면 대질심문 등으로 사실관계를 파악할 수 있었는데 아쉽다는 입장이다.
“호남 출신으로 정치적 오해받았다”
《월간조선》은 이미 당시 감사 내용과 관련한 감사원 내부문건을 입수해 보도(2012년 3월호)했다. 부산저축은행이 무리하게 PF대출을 확대한 사실은 감사원 문건을 통해 충분히 입증됐다. 그럼에도 저축은행 경영진은 억울하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이들은 금감원, 감사원 등의 집중적인 검사, 감독에 다른 배경(背景)이 있다고 주장한다. 김양 부회장은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공교롭게도 상호저축은행업에 종사하는 호남 출신이 많아요. 정치적으로 생각하면 오해를 하실 수도 있어요. 수사가 시작되자 부산저축은행 돈이 대북(對北)송금에 이용됐다는 의혹이 불거졌어요. 노무현 전 대통령 비자금과 관련됐다는 의혹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확인 결과 범죄혐의는 없었습니다.”
부산저축은행은 광주일고 동문들이 주축이 되어 운영됐다. 김양 부회장과 강성우 감사는 “죽이려고 하지 않았으면 그러지 못했다”며 “호남 출신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논란의 중심에는 박형선씨가 등장한다. 박씨는 광주일고를 졸업한 뒤 전남대를 다니던 1974년 ‘민청학련’ 사건으로 체포됐다. 1심에서 징역 12년, 2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으나 10개월여 만에 출소했다. 박씨는 함께 징역형에 처했던 이해찬 전(前) 국무총리뿐 아니라 유인태·이강철·정찬용·정동영씨 등 노무현 정권 핵심 인사들과 막역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호남의 마당발’로 통했던 박씨가 운영하던 해동건설은 노무현 정부 기간에 사세가 크게 커졌다. 이런 배경에서 박씨가 노무현 정부 정치자금과 깊이 관련됐다는 의혹이 있었다. 공교롭게도 박씨는 부산저축은행의 2대주주였다.
현재 박씨는 경기도 시흥시 영각사 납골당 사업권을 인수한 뒤 부산저축은행에 영향력을 행사해 1280억원을 불법대출받고 대전 관저지구 아파트 건설 사업과 관련해 지인 명의로 매입한 사업부지를 부산저축은행 특수목적법인(SPC)에 되팔아 9억4000만원을 챙긴 혐의로 구속기소되어 작년 말 징역 6년과 추징금 1억5000만원을 선고받았다. 김양 부회장과 강성우 감사는 이와 관련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건가요?
“정부의 타깃(표적)이 된 것은 맞습니다. 박형선 관련 의혹이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봅니다.”(강 감사)
“감사원에서 오자마자 박형선, 영각사 등을 집중 조사했어요.”(김 부회장)
―박씨가 노무현 정부 정치자금과 관련됐다는 의혹에 대해 알고 있나요?
“그런 것은 없었고, 박씨는 평소 ‘정치에 질려서 장사한다’는 말을 많이 했어요. 외형(外形)이 천억도 되지 않는 사건 때문에 오해를 받았다고 생각합니다.”(김 부회장)
김 부회장은 박씨 관련 부분을 이야기할 때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허탈감, 좌절 등이 복합적으로 깔려 있는 표정이었다고 한다.
‘호남인맥 대부’ 박형선은 끝까지 보호
호남 표적 감사 의혹과 관련해 2010년 4월 영각사 PF대출 의혹을 조사한 감사원 관계자는 “부산저축은행 감사를 시작할 당시 광주일고 출신이 경영을 맡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고, 영각사와 박형선씨 관련 의혹은 (표적 감사가 아니라) 감사과정에서 밝혀진 것이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2010년 상반기 부산저축은행 경영진이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부산저축은행은 당시 ‘박형선 주주의 당사 주식 취득 내역’이라는 제목의 해명자료를 만들어 관계기관에 제출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박형선 주주가 참여정부 실세와 가까운 인사(민청학련 관련자)이고 당사가 참여정부 시절 급격히 성장하자 당사의 성장이 박형선 주주가 참여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한 결과라는 일부의 오해가 있다.
하지만 박형선 주주는 단순 투자 목적으로 주식을 취득했을 뿐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았고 당사가 대전저축은행과 전주저축은행을 인수하여 업계 1위로 올라선 것은 현 정부(MB정부) 출범 후인 2008년 말이었다. 한편 참여정부 시절은 부동산 경기 활황으로 인한 PF대출 수익 증가로 저축은행업계 전체가 급격하게 성장하던 시절이었다.
이처럼 단순 투자자일 뿐인 박형선 주주와 당사가 아무런 사업적 관련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주주의 개인 이력 때문에 세간에 오해가 발생한 것이다.”
검찰은 박씨와 노무현 정부 인사들과의 연결 관계를 조사했으나 구체적인 로비 내용은 밝혀내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박씨의 수사와 재판을 처음부터 지켜본 저축은행 피해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재판과정에서 피의자들은 형을 덜 받기 위해 책임을 서로 떠넘겼지만, 유독 박형선씨만은 보호해 주려 했어요. 내년에 정권이 바뀌면 2심 재판에서 참여정부 인사들의 입김이 작용할 것이고 그러면 형을 감면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았어요.”
유력정치인 L씨 개입 의혹
김양 부회장과 강성우 감사는 “억울하다”며 “자신들의 로비는 은진수 전 감사관 등 현재까지 밝혀진 것이 전부”라고 했다. 그러나 세간에는 이들이 유력 여권 정치인 L씨에게 접촉했다는 소문이 있다. 이에 대해 김 부회장과 강 감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현 정부 정치인들과 접촉하지는 않았습니까?
“(로비에) 실패했으니 여기서 살고 있지요.”(김 부회장)
“촌놈들이라 아는 사람이 없었습니다.”(강 감사)
―L 의원을 통해 로비했다는 의혹이 있습니다.
“(괴로운 듯 창백한 표정으로 얼굴을 감싸며) 살려주세요. 14년을 살아야 하는 데 미치겠습니다.”(김 부회장)
로비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그만큼 형은 늘어난다. 이와 관련해 김 부회장은 측근에게 “아직은 때가 아니다. 지금은 (총선 등으로) 민감한 시기이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비 의혹과 관련해 기자는 ‘부산저축은행 참여사업장 사업성 종합검토서’를 입수했다. 부산저축은행이 투자한 전국 부동산들의 가치를 평가한 문서였다. 부산저축은행은 강원도 평창, 전남 신안군 등 개발 예정 부지의 정확한 길목에 부동산에 투자하고 있었다. 해당 문건은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 족보’라고 평가할 수 있었다.
부동산 투자 신화는 로비의 힘?
부산저축은행은 “전문적인 인적구성 및 풍부한 경험으로 부동산을 구입했다”고 주장하지만, 확인 결과 정부·지방자치단체 등 개발주체로부터 정보를 얻지 못하면 구입할 수 없는 부동산이었다. 해당 부동산 투자에 대해 김양 부회장은 “국제적 부동산 개발회사와의 네트워크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고위험 고수익)을 ‘로 리스크 하이 리턴’(저위험 고수익)으로 바꾼 경영 기법을 이용한 투자”라고 주장한다. 김 부회장은 미국의 투자은행(IB, Investment Bank)을 모델로 공격적으로 부동산에 투자했다.
부산저축은행의 수익모델을 추측할 수 있는 문건으로 법무법인 한결의 ‘용인 ○○2지구 금융자문약정에 관한 검토’ 의견서가 있다. 해당 의견서는 2010년 6월 부산저축은행이 법무법인 한결에 (주)○○이 추진하고 있던 용인시 수지구 ○○동 일원의 PF대출 법률자문 요청에 대한 답변이다.
해당 PF대출 금융자문약정서 초안의 내용은 “부산저축은행이 500억원을 ○○투자증권이 ○○○억원을 사업자가 200억원을 각각 자신의 책임하에 조달하고, 부산저축은행과 ○○투자증권은 위의 자금 조달 용역을 제공하고, 또한 이와 관련해 금융자문, 기타 부수적 자문을 제공한다. 부산저축은행과 ○○투자증권은 본건 사업자로부터 별도의 합의에 따라 자금 조달을 수행한 용역에 대한 수수료를 받는다”는 내용이었다.
해당 계약에서 부산저축은행은 법무법인 한결에 “조달한 700억원 중에서 200억원을 금융자문수수료로 지급받을 수 있는지”를 문의했다. 법무법인 한결은 “이와 같은 수수료를 지급받게 되면 귀사가 대부업법상의 이자율 제한을 위반할 여지가 있으므로 유의하기를 바란다”며 별지(別紙)에 ‘대부업법상의 제한 이자율 관련 별도 검토’를 첨부했다. ‘하이 리턴(고수익)’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추측할 수 있는 문건이었다.
만일 성공했으면 김 부회장은 한국 금융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개척자로 평가받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영어(囹圄)의 몸이 된 지금 그의 투자방식은 “정부·지방자치단체와의 유착으로 개발정보를 획득한 투기”로 평가받는다.
“청와대에서 (증자) 칭찬받았다”
부산저축은행은 2011년 2월 영업정지를 피하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했다. 그 예로 부산저축은행은 2010년 6월 말에 1500억원을 증자했다. “증자는 KTB자산운영사의 펀드 1000억원과 임원·주주 210억원, 직원 및 직원가족 34억원, 기타 고객과 우호법인 256억원 등 500억원으로 구성됐다”고 부산저축은행은 주장한다.
증자는 2010년 상반기 예금보험공사와 금융감독원 검사가 끝난 이후에 진행됐다. 금감원은 당시 “자본금을 늘리지 않으면 부산저축은행의 BIS(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 비율이 5% 이하로 떨어져 경영개선조치가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강 감사는 “임원과 주주들이 전 재산을 투입했고, 살고 있던 아파트를 담보로 융자받아 투입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강 감사는 당시 상황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전했다.
“당국의 요구로 우리 돈 500억원을 박았습니다(증자했습니다). 단 20일 만에 해야 했습니다. 담당자였던 배○○ 과장이 ‘참 고생하셨습니다. 20일 사이에 어떻게 하실 수 있었습니까. 청와대에 보고하니 수고했다고 칭찬받았습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또 (금감원) 검사가 나왔습니다. 죽이려 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못 합니다.”
김 부회장은 “저축은행 가운데 1500억원을 증자한 사례는 없다”며 “정부는 부산저축은행이 증자를 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부산저축은행 경영진은 자신들의 재산을 쏟아 붓는 등 노력했지만 결과적으로 재산만 날렸다는 피해의식이 있다. 부산저축은행 경영진과 주주들은 이를 근거로 억울하다고 주장한다.
김양 부회장, 강성우 감사는 설명 도중 종종 울분을 토하며 ‘호남소외론’을 제기했다. 또 한(恨)이 서린 표정으로 현 정부를 원망하는 발언을 말을 많이 했다. 취재 과정에서 접촉한 금융 관리, 감독 관계자 역시 기자가 의혹을 제기하지 않았음에도 “나는 충청도이고 실무자는 광주 출신이었다”며 “호남을 표적으로 한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시중에는 이와 관련한 수많은 루머가 있다. 대부분 감독기관, 정부 당국자 등의 출신지역과 연관된 음모론이다.
죄가 있으면 죄에 대한 대가를 받아야 한다. 거기에 대한 반성과 제도 개선(改善)도 따라야 한다. 그러나 지역으로 분열된 지금의 대한민국에서는 그런 반성은 없다. 다만 ‘타깃이 되어서 당했다’는 울분과 ‘다음 정부에서 타깃이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만이 있을 뿐이다. 대한민국의 슬픈 자화상(自畵像)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