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멕시코에 자동차 강판 전문 공장 설립… 인도, 중국은 현재 공사 中
⊙ 14개국에 48개 콜센터 만들어 현지에서 고객에게 원스톱 서비스
⊙ 14개국에 48개 콜센터 만들어 현지에서 고객에게 원스톱 서비스
- 지난 2009년 8월, 포스코 멕시코 공장 준공식 모습.
“일반 철강재와 자동차 강판의 차이점이 뭐냐고요? 일반 철강재는 사이즈, 무게 등 스펙(사양)이 3~10개 정도입니다. 한 번에 500t씩 주문이 들어오기도 하죠. 자동차 강판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복잡합니다. 크라이슬러 멕시코 공장에서 한 달 동안 스펙 200~300개인 강판을 주문한 적이 있습니다. 고작 20t, 50t을요. 하지만 철강회사에서 자동차 강판 사업을 포기할 수 없습니다. 자동차 강판이야말로 그 회사의 철강 기술을 가늠하는 척도이고, 철강 제품의 꽃이니까요.”
포스코 자동차강판수출그룹 송용삼 팀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그의 말 속에 자동차 강판 제품이 가진 의미와 가치가 담겨 있었다.
대다수 완성차 업계가 포스코 강판 사용
포스코의 자동차 강판이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이 사업에 주력하겠다고 선언한 지 불과 5년 만이다.
지난 9월에는 세계 최초로 ‘트윕(twip)강’이라는 신소재를 양산(量産)하는 데 성공했다. ‘트윕강’은 제품을 연구·개발하고, 시험 생산하는 데만 무려 10년 이상이 걸린 제품이다. 유럽의 메이저 철강사인 ‘아르셀로미탈’과 독일의 ‘티센크루프’는 이 같은 소재를 아직 개발 중인데, 우리는 벌써 양산에 성공했다. 앞서 포스코는 지난 2009년에 기존의 자동차 강판에 비해 강하고 가벼운 ‘합금화 용융 아연도금강판’이라는 것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개발했다.
요즘 대다수의 완성차 회사는 포스코 강판을 사용하고 있다. 프랑스의 ‘르노’, 일본의 ‘도요타’ ‘닛산’ ‘혼다’는 물론, 중국 ‘상하이기차집단’, 미국 ‘GM’ ‘포드’ ‘크라이슬러’가 포스코산(産) 강판을 쓴다.
정준양(鄭俊陽) 포스코 회장은 지난 5월 “불황에서 생존하기 위해서 ‘월드베스트(world best)’와 ‘월드퍼스트(world first)’ 제품과 함께 ‘월드모스트(world most)’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중심에 서 있는 것이 바로 자동차 강판이다.
포스코 관계자로부터 이 제품의 중요성에 대해 부연 설명을 들었다.
“철강 회사에서 고도의 기술력이 있어야만 생산할 수 있습니다. 자동차 차체(車體)의 소재인 만큼 가벼워야 하고, 부식·침식에 잘 견뎌야 합니다. 외부의 충격에 견딜 수 있게 튼튼하면서도 연비를 줄일 수 있도록 가벼워야 하죠. 완성차 업계에서 원하는 사양이 수백 가지입니다. 전세계에 300개가 넘는 철강 회사 중에서 자동차 강판을 생산할 수 있는 곳은 10여 군데뿐입니다.”
―꼭 해야 하는 이유는요.
“기술력의 시험대이고 고(高)부가가치 상품입니다. 자동차의 차종에는 동일한 품질의 철강 소재를 사용합니다. 우리가 한 회사와 계약을 맺으면 그 회사의 차량이 단종(斷種)되기 전까지 꾸준히 제품을 판매할 수 있습니다. 이달에 만드는 자동차에는 포스코 제품, 다음 달에는 신일본제철 제품을 탑재할 수 없잖습니까. 한 번 인연을 맺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거기다 t당 가격이 일반재보다 20~30% 비싼 편이어서 회사의 수익 창출에 기여하는 제품입니다.”
포스코가 자동차 강판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2006년 7월이었다. 당시 철강 산업은 성숙기에 진입하면서 내수 시장 증가율이 둔화하기 시작했다. 포스코는 ‘톱3’의 철강회사가 되기 위해서 자동차 강판 등 제품의 고급화를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국내의 양대 제철소 중 광양제철소를 ‘세계 최고(最高)의 자동차 강판 전문 제철소’로 결정했다.
당시 상황을 광양제철소 품질기술부 냉연품질관리팀 오지은 팀장에게 들었다.
“포항제철소는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하에 열연강판과 냉연강판 이외에 후판, 선재, 스테인리스, 전기강판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고 있었습니다. 광양은 소품종 대량생산 체제하에 열연강판과 냉연강판을 주로 만들었습니다. 일본은 제조기술이 앞섰고 중국은 저가(低價)로 치고 들어오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때 자동차 강판에 눈을 돌렸고, 전 세계 단위 제철소 중에서 최고 품질로 제일 많은 양을 생산하자고 선언했습니다.”
―지난 5년간의 성과는 어떤가요.
“처음에는 생산량으로나 품질로나 유럽의 ‘아르셀로미탈’, 일본의 ‘신일본제철’, ‘JFE’에 못미쳤습니다. 현재는 연간 생산량이 650만t으로 아르셀로미탈에 이어 두 번째이고, 질적으로 최고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품질 요구 수준이 까다로운 일본 자동차 회사들에 차외판용 도금강판을 공급하고 있으니까요.”
―‘현대제철’이 자동차 전문 제철소가 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포스코로서는 국내 최대의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로 납품하는 물량이 줄어드는 셈인데 부담스럽지 않습니까.
“‘현대제철’을 설립할 때부터 현대기아차에 강판을 공급하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에 당연한 수순이라고 생각합니다. 광양에서 생산하는 제품의 60%는 해외 수출 분입니다.”
―경쟁상대는 누구이며, 앞으로 어떻게 육성할 계획입니까.
“양적으로는 ‘아르셀로미탈’, 기술적으로는 ‘신일본제철’, 원가 경쟁력 측면에서는 중국 ‘밀’이 경쟁상대입니다. 현재 해외에 일관(一貫)제철소를 만들고 있고, 멕시코·중국 공장에 증설할 계획이어서 양적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입니다. 기술 측면에서는 포스코 고유의 특허 제품을 계속 개발할 계획입니다.”
포스코의 자랑 ‘트윕강’
자동차 강판 부문에서 포스코의 자랑거리가 있다. 앞서 잠시 언급한 ‘트윕강’이라는 제품이다. 포스코는 이 제품이 오는 2015년부터 주력 자동차 강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의 설명이다.
“일반적으로 철강제품은 강도가 높으면 가공성이 떨어집니다. 쉽게 말해 두꺼운 제품을 구부렸다 폈다 마음대로 조형하기가 쉽지 않은 원리지요. 하지만 ‘트윕강’은 초강도 수준이면서 가공성이 뛰어난 것이 핵심입니다. 자동차의 복잡한 형상을 쉽게 가공할 수 있고, 부품 두께가 얇아서 차량을 가볍게 하는 핵심소재입니다. ‘트윕강’의 강도는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자동차 외판재보다 3배 이상 강합니다.”
―개발과정에 어려움이 컸겠군요.
“10여 년 전에 개발했지만 시험 생산하는 과정에서 양산이 쉽지 않았습니다. 대량 공급을 할 수 없으면 제 아무리 좋은 신소재라 해도 사용할 수가 없습니다. 10여 년을 제품 개발하고, 실패하고, 또다시 테스트하는 데 쏟아부었습니다. 막상 성공은 했는데, 정작 자동차 회사에서 이 강판을 쓸 준비가 돼 있지 않아 한동안 애를 먹었습니다. 완성차 업체에서 얼마 전부터 큰 관심을 보입니다. 이탈리아의 ‘피아트’는 지난해부터 이 강판을 이용해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고, 대다수의 선진 자동차회사에서 테스트 중에 있습니다. 자동차를 가볍게 하고, 부품제조 비용을 동시에 절감할 수 있기 때문에 친환경 자동차가 본격화되는 오는 2015년에는 주력 제품이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포스코는 원스톱 서비스, 일본은 생산·판매 투톱 구조
포스코는 질적(質的)으로 빠른 시간 안에 먼저 진입한 업체들을 따라잡았고, 규모 면에서도 세계 톱을 꿈꾸고 있다. 지난 2009년에는 멕시코에 40만t 규모의 자동차 강판 공장을 준공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멕시코 공장은 세계 최대 시장인 북미(北美)지역과 성장성이 높은 브라질에서 가깝다. 자동차 외판용으로 사용하는 고급 철강재를 멕시코, 미주에 판매해 포스코의 자동차 강판 메이커로의 위상을 확고히 할 것”이라고 했다.
또 포스코는 2010년과 2011년에 인도와 중국 광둥성에 각각 45만t 규모의 자동차강판 전문 공장을 착공했고, 현재 공사를 하고 있다. 이곳에서 향후 포스코의 자동차용 강판들이 속속 나올 예정이다. 게다가 전 세계의 14개국에 이들 강판 공장을 사실상 지원하는 센터들이 있다. 철강가공센터다.
포스코는 현재 14개국에 48개의 철강가공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 센터는 코일 형태의 철강제품을 고객의 요구에 맞게 길이나 폭, 방향으로 절단하고, 1차 가공해 고객에게 납품하며, 운송하는 물류 센터를 겸한 곳이다. 일부 가전 생산업체들이 활용하는 ‘현지 생산, 현지 판매’에서 착안했다.
포스코 식(式)으로 표현하자면 ‘쇳물을 만드는 제강은 원료가 있는 광산 근처에서, 제품 생산은 시장 근처에서’다.
김철민 법인장은 포스코의 터키 가공센터(POSCO-TNPC)를 책임지고 있다. 그는 터키의 중요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터키는 자국(自國) 자동차 회사가 없지만, 전 세계 15개 자동차 회사 중 6개 회사가 진출해 있습니다. EU 가입국은 아니지만 유럽과 관세동맹이 체결돼 있지요. 서유럽에 공장을 설립하면 비용이 많이 들지만, 터키에 생산하면 우회적으로 유럽을 공략할 수 있어 ‘포드’ ‘르노’ ‘피아트’ ‘현대차’ ‘도요타’ ‘혼다’ 등이 진출해 있습니다. 터키의 인구는 8000만명으로, 자동차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는 인구 수입니다. 포스코가 이곳에 진출함으로써 자동차용 강판 공급과 함께 고객 편의를 적기에 제공할 수 있습니다. 세계 곳곳에 콜센터를 두고 있는 곳은 포스코뿐입니다.”
―왜 포스코뿐입니까.
“일본의 철강회사들은 종합상사를 통해서 제품을 수출합니다. 종합상사가 철강회사의 콜센터 역할을 하는 거죠. 하지만 포스코는 우리가 생산에서 판매, 물류에 이르기까지 모든 상사 업무를 관할합니다. 미국과 유럽은 사례가 없습니다.”
―이 같은 시스템의 장점은 뭡니까.
“고객들에게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또 현지 시장에 대한 정보 취합이 쉽습니다. 일본은 오랫동안 철강사와 상사의 영역을 나눈 방식을 고수했는데, 우리보다는 효율이 떨어진다고 봅니다. 종합상사에서 철강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갖추기 어렵기 때문이죠.”
―해외 완성차 업체들이 평가하는 포스코의 품질은 어떤가요.
“자동차 강판 표면, 형상 품질에서 단연 세계 최고라고 자부합니다. 가공성 부문에서도 동등한 수준입니다. 우리는 ‘최고의 품질’을 고객사에 공급하기보다 ‘최적의 품질을 공급한다’고 합니다. 고객사가 요구하는 정확한 특징에 맞춰서 납품합니다. 50여 개의 가공센터가 해외진출의 성공적 사례라고 생각할 수 있을 만큼 양호한 실적을 내고 있습니다.”
일본 완성차 업체에서 문전박대당한 적 수두룩
불과 5년 만에 포스코는 세계 최고의 자동차 강판 생산업체라는 ‘신일본제철’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 됐다. 하지만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었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완성도 높은 제품은 제대로 된 주인을 만나야 빛을 발하는 법이다.
포스코 내에는 완성차 업체에 제대로 된 강판을 납품하기 위해서 ‘EVI(Early Vendor Involvement)’라는 팀이 있다. 이름도 낯설기만 한 이 부서의 활동을 김근환 EVI팀장으로부터 들어 봤다.
“새로운 자동차를 개발하는 초기인 디자인 단계부터 철강사가 함께 참여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완성차의 새로운 모델에 가장 적합한 맞춤형 자동차 강판을 개발해 공급하는 것이 임무입니다. 자동차는 차종별로 요구하는 강판이 다릅니다. 자동차 회사가 초기 단계에 신모델에 가장 잘 맞는 철강재를 공급받으면 품질을 높이고, 쓸데없는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철강 회사는 시장 트렌드를 정확히 파악하고, 새로운 자동차 강판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결국 완성차와 차체의 원료를 납품하는 철강사는 보완적 관계이기 때문에 EVI 활동이 꼭 필요합니다.”
―포스코가 후발주자여서 완성차 업체에서 선뜻 문을 열어 주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처음에 일본 완성차 업체에 갔을 때 수없이 문전박대를 당했습니다. 일본에 이미 그들에게 납품을 할 만한 철강 회사들이 많고 협업 중이니, 포스코가 끼어들 여지가 없다는 식이었죠. 우리의 제품을 보여주고 설득했습니다. 몇 년 전에 테스트를 하고, 품질인증을 한 뒤에야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신차 개발 초기부터 함께했죠.”
자동차강판수출그룹 마케팅부서의 송용삼 팀장도 비슷한 경험이 많다. 송 팀장의 얘기다.
“후발주자여서 어려움이 컸지만 차근차근 밟아 나갔습니다. 일본 자동차 업계에 진출할 때는 외판이 아니라 내판용 부품부터 납품했습니다. 내판은 외판용 부품보다는 가공성이 떨어져서 요구하는 품질 수준이 조금 낮거든요. 무리하지 않고 차분히 시작했습니다. 현장에서는 지속적으로 품질을 강화하고 불량률을 떨어뜨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요. 요즘 일본의 메이커들은 포스코 제품이 일본 제품과 견줘 품질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먼저 말합니다.”
―다른 지역보다 유럽 지역, 특히 벤츠나 BMW에 납품을 하지 않는 이유가 있습니까.
“사실 ‘BMW’와 ‘벤츠’의 본거지인 독일 공장은 ‘아르셀로미탈’이나 독일 ‘티센크루프’의 텃밭입니다. 우리 제품의 품질이 떨어진다기보다, 그들의 입장에서 굳이 자국산이 아닌 포스코 제품을 쓸 필요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 독일까지 납품하는 물류비 등이 큽니다. 하지만 ‘BMW’의 멕시코 공장에는 우리 제품을 납품하고 있습니다. 기술적 문제 때문에 납품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품질은 물론,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는 것이 오늘날 완성차들의 포스코 제품에 대한 평가입니다.”⊙
포스코 자동차강판수출그룹 송용삼 팀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그의 말 속에 자동차 강판 제품이 가진 의미와 가치가 담겨 있었다.
대다수 완성차 업계가 포스코 강판 사용
포스코의 자동차 강판이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이 사업에 주력하겠다고 선언한 지 불과 5년 만이다.
지난 9월에는 세계 최초로 ‘트윕(twip)강’이라는 신소재를 양산(量産)하는 데 성공했다. ‘트윕강’은 제품을 연구·개발하고, 시험 생산하는 데만 무려 10년 이상이 걸린 제품이다. 유럽의 메이저 철강사인 ‘아르셀로미탈’과 독일의 ‘티센크루프’는 이 같은 소재를 아직 개발 중인데, 우리는 벌써 양산에 성공했다. 앞서 포스코는 지난 2009년에 기존의 자동차 강판에 비해 강하고 가벼운 ‘합금화 용융 아연도금강판’이라는 것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개발했다.
요즘 대다수의 완성차 회사는 포스코 강판을 사용하고 있다. 프랑스의 ‘르노’, 일본의 ‘도요타’ ‘닛산’ ‘혼다’는 물론, 중국 ‘상하이기차집단’, 미국 ‘GM’ ‘포드’ ‘크라이슬러’가 포스코산(産) 강판을 쓴다.
정준양(鄭俊陽) 포스코 회장은 지난 5월 “불황에서 생존하기 위해서 ‘월드베스트(world best)’와 ‘월드퍼스트(world first)’ 제품과 함께 ‘월드모스트(world most)’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중심에 서 있는 것이 바로 자동차 강판이다.
포스코 관계자로부터 이 제품의 중요성에 대해 부연 설명을 들었다.
“철강 회사에서 고도의 기술력이 있어야만 생산할 수 있습니다. 자동차 차체(車體)의 소재인 만큼 가벼워야 하고, 부식·침식에 잘 견뎌야 합니다. 외부의 충격에 견딜 수 있게 튼튼하면서도 연비를 줄일 수 있도록 가벼워야 하죠. 완성차 업계에서 원하는 사양이 수백 가지입니다. 전세계에 300개가 넘는 철강 회사 중에서 자동차 강판을 생산할 수 있는 곳은 10여 군데뿐입니다.”
―꼭 해야 하는 이유는요.
“기술력의 시험대이고 고(高)부가가치 상품입니다. 자동차의 차종에는 동일한 품질의 철강 소재를 사용합니다. 우리가 한 회사와 계약을 맺으면 그 회사의 차량이 단종(斷種)되기 전까지 꾸준히 제품을 판매할 수 있습니다. 이달에 만드는 자동차에는 포스코 제품, 다음 달에는 신일본제철 제품을 탑재할 수 없잖습니까. 한 번 인연을 맺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거기다 t당 가격이 일반재보다 20~30% 비싼 편이어서 회사의 수익 창출에 기여하는 제품입니다.”
포스코가 자동차 강판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2006년 7월이었다. 당시 철강 산업은 성숙기에 진입하면서 내수 시장 증가율이 둔화하기 시작했다. 포스코는 ‘톱3’의 철강회사가 되기 위해서 자동차 강판 등 제품의 고급화를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국내의 양대 제철소 중 광양제철소를 ‘세계 최고(最高)의 자동차 강판 전문 제철소’로 결정했다.
당시 상황을 광양제철소 품질기술부 냉연품질관리팀 오지은 팀장에게 들었다.
“포항제철소는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하에 열연강판과 냉연강판 이외에 후판, 선재, 스테인리스, 전기강판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고 있었습니다. 광양은 소품종 대량생산 체제하에 열연강판과 냉연강판을 주로 만들었습니다. 일본은 제조기술이 앞섰고 중국은 저가(低價)로 치고 들어오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때 자동차 강판에 눈을 돌렸고, 전 세계 단위 제철소 중에서 최고 품질로 제일 많은 양을 생산하자고 선언했습니다.”
―지난 5년간의 성과는 어떤가요.
“처음에는 생산량으로나 품질로나 유럽의 ‘아르셀로미탈’, 일본의 ‘신일본제철’, ‘JFE’에 못미쳤습니다. 현재는 연간 생산량이 650만t으로 아르셀로미탈에 이어 두 번째이고, 질적으로 최고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품질 요구 수준이 까다로운 일본 자동차 회사들에 차외판용 도금강판을 공급하고 있으니까요.”
―‘현대제철’이 자동차 전문 제철소가 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포스코로서는 국내 최대의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로 납품하는 물량이 줄어드는 셈인데 부담스럽지 않습니까.
“‘현대제철’을 설립할 때부터 현대기아차에 강판을 공급하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에 당연한 수순이라고 생각합니다. 광양에서 생산하는 제품의 60%는 해외 수출 분입니다.”
―경쟁상대는 누구이며, 앞으로 어떻게 육성할 계획입니까.
“양적으로는 ‘아르셀로미탈’, 기술적으로는 ‘신일본제철’, 원가 경쟁력 측면에서는 중국 ‘밀’이 경쟁상대입니다. 현재 해외에 일관(一貫)제철소를 만들고 있고, 멕시코·중국 공장에 증설할 계획이어서 양적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입니다. 기술 측면에서는 포스코 고유의 특허 제품을 계속 개발할 계획입니다.”
포스코의 자랑 ‘트윕강’
자동차 강판 부문에서 포스코의 자랑거리가 있다. 앞서 잠시 언급한 ‘트윕강’이라는 제품이다. 포스코는 이 제품이 오는 2015년부터 주력 자동차 강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의 설명이다.
“일반적으로 철강제품은 강도가 높으면 가공성이 떨어집니다. 쉽게 말해 두꺼운 제품을 구부렸다 폈다 마음대로 조형하기가 쉽지 않은 원리지요. 하지만 ‘트윕강’은 초강도 수준이면서 가공성이 뛰어난 것이 핵심입니다. 자동차의 복잡한 형상을 쉽게 가공할 수 있고, 부품 두께가 얇아서 차량을 가볍게 하는 핵심소재입니다. ‘트윕강’의 강도는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자동차 외판재보다 3배 이상 강합니다.”
―개발과정에 어려움이 컸겠군요.
“10여 년 전에 개발했지만 시험 생산하는 과정에서 양산이 쉽지 않았습니다. 대량 공급을 할 수 없으면 제 아무리 좋은 신소재라 해도 사용할 수가 없습니다. 10여 년을 제품 개발하고, 실패하고, 또다시 테스트하는 데 쏟아부었습니다. 막상 성공은 했는데, 정작 자동차 회사에서 이 강판을 쓸 준비가 돼 있지 않아 한동안 애를 먹었습니다. 완성차 업체에서 얼마 전부터 큰 관심을 보입니다. 이탈리아의 ‘피아트’는 지난해부터 이 강판을 이용해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고, 대다수의 선진 자동차회사에서 테스트 중에 있습니다. 자동차를 가볍게 하고, 부품제조 비용을 동시에 절감할 수 있기 때문에 친환경 자동차가 본격화되는 오는 2015년에는 주력 제품이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포스코는 원스톱 서비스, 일본은 생산·판매 투톱 구조
포스코는 질적(質的)으로 빠른 시간 안에 먼저 진입한 업체들을 따라잡았고, 규모 면에서도 세계 톱을 꿈꾸고 있다. 지난 2009년에는 멕시코에 40만t 규모의 자동차 강판 공장을 준공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멕시코 공장은 세계 최대 시장인 북미(北美)지역과 성장성이 높은 브라질에서 가깝다. 자동차 외판용으로 사용하는 고급 철강재를 멕시코, 미주에 판매해 포스코의 자동차 강판 메이커로의 위상을 확고히 할 것”이라고 했다.
또 포스코는 2010년과 2011년에 인도와 중국 광둥성에 각각 45만t 규모의 자동차강판 전문 공장을 착공했고, 현재 공사를 하고 있다. 이곳에서 향후 포스코의 자동차용 강판들이 속속 나올 예정이다. 게다가 전 세계의 14개국에 이들 강판 공장을 사실상 지원하는 센터들이 있다. 철강가공센터다.
포스코는 현재 14개국에 48개의 철강가공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 센터는 코일 형태의 철강제품을 고객의 요구에 맞게 길이나 폭, 방향으로 절단하고, 1차 가공해 고객에게 납품하며, 운송하는 물류 센터를 겸한 곳이다. 일부 가전 생산업체들이 활용하는 ‘현지 생산, 현지 판매’에서 착안했다.
포스코 식(式)으로 표현하자면 ‘쇳물을 만드는 제강은 원료가 있는 광산 근처에서, 제품 생산은 시장 근처에서’다.
김철민 법인장은 포스코의 터키 가공센터(POSCO-TNPC)를 책임지고 있다. 그는 터키의 중요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터키는 자국(自國) 자동차 회사가 없지만, 전 세계 15개 자동차 회사 중 6개 회사가 진출해 있습니다. EU 가입국은 아니지만 유럽과 관세동맹이 체결돼 있지요. 서유럽에 공장을 설립하면 비용이 많이 들지만, 터키에 생산하면 우회적으로 유럽을 공략할 수 있어 ‘포드’ ‘르노’ ‘피아트’ ‘현대차’ ‘도요타’ ‘혼다’ 등이 진출해 있습니다. 터키의 인구는 8000만명으로, 자동차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는 인구 수입니다. 포스코가 이곳에 진출함으로써 자동차용 강판 공급과 함께 고객 편의를 적기에 제공할 수 있습니다. 세계 곳곳에 콜센터를 두고 있는 곳은 포스코뿐입니다.”
―왜 포스코뿐입니까.
“일본의 철강회사들은 종합상사를 통해서 제품을 수출합니다. 종합상사가 철강회사의 콜센터 역할을 하는 거죠. 하지만 포스코는 우리가 생산에서 판매, 물류에 이르기까지 모든 상사 업무를 관할합니다. 미국과 유럽은 사례가 없습니다.”
―이 같은 시스템의 장점은 뭡니까.
“고객들에게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또 현지 시장에 대한 정보 취합이 쉽습니다. 일본은 오랫동안 철강사와 상사의 영역을 나눈 방식을 고수했는데, 우리보다는 효율이 떨어진다고 봅니다. 종합상사에서 철강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갖추기 어렵기 때문이죠.”
―해외 완성차 업체들이 평가하는 포스코의 품질은 어떤가요.
“자동차 강판 표면, 형상 품질에서 단연 세계 최고라고 자부합니다. 가공성 부문에서도 동등한 수준입니다. 우리는 ‘최고의 품질’을 고객사에 공급하기보다 ‘최적의 품질을 공급한다’고 합니다. 고객사가 요구하는 정확한 특징에 맞춰서 납품합니다. 50여 개의 가공센터가 해외진출의 성공적 사례라고 생각할 수 있을 만큼 양호한 실적을 내고 있습니다.”
일본 완성차 업체에서 문전박대당한 적 수두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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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자동차강판 품질검사를 하고 있다. |
포스코 내에는 완성차 업체에 제대로 된 강판을 납품하기 위해서 ‘EVI(Early Vendor Involvement)’라는 팀이 있다. 이름도 낯설기만 한 이 부서의 활동을 김근환 EVI팀장으로부터 들어 봤다.
“새로운 자동차를 개발하는 초기인 디자인 단계부터 철강사가 함께 참여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완성차의 새로운 모델에 가장 적합한 맞춤형 자동차 강판을 개발해 공급하는 것이 임무입니다. 자동차는 차종별로 요구하는 강판이 다릅니다. 자동차 회사가 초기 단계에 신모델에 가장 잘 맞는 철강재를 공급받으면 품질을 높이고, 쓸데없는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철강 회사는 시장 트렌드를 정확히 파악하고, 새로운 자동차 강판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결국 완성차와 차체의 원료를 납품하는 철강사는 보완적 관계이기 때문에 EVI 활동이 꼭 필요합니다.”
―포스코가 후발주자여서 완성차 업체에서 선뜻 문을 열어 주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처음에 일본 완성차 업체에 갔을 때 수없이 문전박대를 당했습니다. 일본에 이미 그들에게 납품을 할 만한 철강 회사들이 많고 협업 중이니, 포스코가 끼어들 여지가 없다는 식이었죠. 우리의 제품을 보여주고 설득했습니다. 몇 년 전에 테스트를 하고, 품질인증을 한 뒤에야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신차 개발 초기부터 함께했죠.”
자동차강판수출그룹 마케팅부서의 송용삼 팀장도 비슷한 경험이 많다. 송 팀장의 얘기다.
“후발주자여서 어려움이 컸지만 차근차근 밟아 나갔습니다. 일본 자동차 업계에 진출할 때는 외판이 아니라 내판용 부품부터 납품했습니다. 내판은 외판용 부품보다는 가공성이 떨어져서 요구하는 품질 수준이 조금 낮거든요. 무리하지 않고 차분히 시작했습니다. 현장에서는 지속적으로 품질을 강화하고 불량률을 떨어뜨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요. 요즘 일본의 메이커들은 포스코 제품이 일본 제품과 견줘 품질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먼저 말합니다.”
―다른 지역보다 유럽 지역, 특히 벤츠나 BMW에 납품을 하지 않는 이유가 있습니까.
“사실 ‘BMW’와 ‘벤츠’의 본거지인 독일 공장은 ‘아르셀로미탈’이나 독일 ‘티센크루프’의 텃밭입니다. 우리 제품의 품질이 떨어진다기보다, 그들의 입장에서 굳이 자국산이 아닌 포스코 제품을 쓸 필요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 독일까지 납품하는 물류비 등이 큽니다. 하지만 ‘BMW’의 멕시코 공장에는 우리 제품을 납품하고 있습니다. 기술적 문제 때문에 납품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품질은 물론,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는 것이 오늘날 완성차들의 포스코 제품에 대한 평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