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쏘나타는 ‘난초’, 그랜저는 ‘활공하는 새’, 자연의 곡선에서 모티브
⊙ 직선의 단순화를 내건 기아차… ‘쏘울’ 세계 3대 디자인상 받아
⊙ 직선의 단순화를 내건 기아차… ‘쏘울’ 세계 3대 디자인상 받아
- 위) ‘2011 레드닷 디자인상’을 받은 ‘K5’.
아래) ‘난초’에서 모티브를 얻어 디자인한 ‘쏘나타’.
“ ‘메이드인(made in)’의 시대는 가고, ‘디자인바이(design by)’의 시대가 왔다.”
김보영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는 최근에 디자인 관련 보고서를 내놓으며 이런 말을 했다. 소비자들이 과거에 제품을 구매할 때 성능을 유심히 살폈다면, 요즘은 성능은 물론이고 품격 있는 외관 디자인에까지 관심을 쏟는다는 얘기다.
디자인의 중요성은 자동차 업계에 고스란히 적용된다. 전통적인 명품 자동차 회사인 BMW, 벤츠, 아우디 등은 제품 경쟁력을 넘어서 고유한 디자인을 갖고 있다. 우수한 디자인은 곧 브랜드 파워로 연결된다.
최근 들어서 현대·기아차의 디자인이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디자인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해외에 디자인센터를 세운 지 근 6년 만이다.
실제로 현대차 안팎에서는 올 상반기에 전년 동기보다 높은 차량 판매율을 기록한 것을 ‘디자인’ 덕분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고유가(高油價), 유럽발(發) 재정위기 속에서 올해 상반기에 전년 동기보다 11% 증가한 판매율을 기록했다. 미국 시장점유율은 5%를 넘겼다. 디자인의 변화가 이런 쾌거를 이루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했다”고 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는 지난 6월에 자동차 특집 기사를 내보내면서 “현대차의 시장점유율이 올라가고 있는 것은 유일한 환율조건이나 운 때문이 아니다. 차체 디자인이 향상된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영국 왕립예술학교의 데일 헤로 교수는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현대차가 유럽 시장에서 선전(善戰)하는 것은 인상적이다. 디자인 측면에서 유럽 최고 수준의 차들과 동등한 수준에 올랐다”고 추켜세웠다.
자동차가 쇳덩어리로 만들어진 굴러가는 기계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자동차 디자인의 심오한 세계로 한번 들어가 보자.
기계에 조각가들의 마음을 입히다
혹시 현대차의 대표 차종인 중형차 ‘쏘나타’를 보면서 떠오르는 것이 있는가. 만약 ‘난초’를 떠올렸다면 타고난 감각의 소유자가 분명하다. 현대차가 ‘쏘나타’를 디자인하면서 영감(靈感)을 얻은 것이 매란국죽(梅蘭菊竹)의 바로 그 ‘난’이기 때문이다.
현대차 디자인2팀 주병철 팀장의 얘기다.
“인간이 거부감 없이 가장 안락하고 편안하게 느끼는 대상이 자연 아닙니까. 현대차의 차에는 물, 공기, 바람 등 자연의 모습을 담고자 노력했습니다. 자연을 조형적으로 보면 직선이 아니라 곡선입니다. 유연한 곡선을 활용해서 물흐르는 듯한 느낌의 차를 만들도록 노력했습니다.”
―각 차종별로 추구하는 모습이 있다면요.
“‘쏘나타’는 강인함을 내재한 유연함을 상징하는 ‘난’에서 모티브를 얻었습니다. 자동차를 디자인할 때 날렵하면서도 긴장감이 느껴지는 역동적인 세련미를 추구했죠. 준중형차 신형 ‘아반떼’는 공기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나타내는 바람의 움직임을 통해 형성된 자연의 모습을 자동차로 구현하고자 노력했습니다. 대형차 신형 ‘그랜저’는 활공(滑空)을 뜻하는 ‘그랜드글라이드(grand glide)’를 콘셉트로 합니다. 새가 날개를 움직이지 않고 우아하게 날아가는 활공의 모습을 자동차에 접목시켰죠. 흔히 자동차를 쇠로 만들어진 기계로만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대차는 자연을 모티브로 해서, 조각가들이 예술작품을 만들어 가듯이 디자인을 생각했습니다. 이런 설명을 듣고 자동차를 살펴보면, 그냥 기계로 쾅쾅 찍어 내지 않았다는 것이 느껴지지 않을까요?”
현대차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처음부터 이런 파격적인 시도에 환호했던 것은 아닌 듯싶다.
한 관계자의 얘기다.
“신형 ‘쏘나타’를 내놨을 때 비판이 있었습니다. ‘생소하다’, ‘너무 실험적이다’라는 평들이 많았습니다. 좋아하는 사람은 열광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냉정하게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에서의 인기는 폭발적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난’을 형상화한 ‘쏘나타’의 모습이 소비자들의 눈에 익숙해지기 시작하면서 판매로 이어졌습니다. 이제는 다수의 소비자들이 디자인의 변화를 지지한다고 판단합니다.”
지난 3월에 출시한 준중형차 ‘벨로스터’에는 현대차의 새로운 슬로건이 걸려 있다.
‘새로운 생각, 새로운 가능성(new thinking, new possibilities)’이다. 이 자동차는 빛의 흐름으로 조각된 강렬한 조형을 의미하는 ‘카빙레이(carving ray)’를 콘셉트로 했다. 미래지향적인 스타일이 특징이다.
현대차가 자연의 곡선에서 영감을 얻었다면, 기아자동차는 ‘직선의 단순화’를 디자인 철학으로 내걸었다. 심플하면서 아름다운 라인을 만들어 내겠다는 것이 기아차의 명제(命題)다.
곧 발산할 것 같은 응축된 에너지를 디자인 콘셉트로
기아차 디자인기획지원팀 양태유 팀장의 얘기다.
“기아차 조형의 중심은 직선입니다. 간결하고 정제된 선(線)을 통해 소비자들의 감성을 이끌어 낸다는 전략이죠. 직선이 추구하는 감성은 정중동(靜中動)입니다. 조용한 가운데 곧 발산할 것 같은 힘이 느껴지는 기운입니다. 시간이 멈춘 것 같은 두근거림, 응축된 에너지를 자동차에 고스란히 담고자 했습니다. 기아차는 디자인 구상 단계에서부터 개발의 전(全)단계에 걸쳐 일관성 있는 방향으로 글로벌 디자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기업문화에도 디자인경영을 불어넣었습니다.”
―어떤 방식으로요.
“내부 프로세스나 직원들의 사고방식 등 기업문화를 창의적으로 바꾸고, 제대로 된 디자인을 창출토록 했죠. 디자인 자체를 주제로 정한 슬로건을 내걸었습니다.”
기아차의 이런 ‘디자인 경영’ 덕분에 내수시장에서 많은 소비자가 기아차를 찾았다.
지난 2007년에 22.3%였던 시장점유율은 2008년 27.4%로 뛰어올랐고, 지난해 30%를 넘겼다.
상복(賞福)도 줄을 이었다.
준중형차 ‘쏘울’은 한국 자동차 중 최초로 세계 3대 디자인상 중 하나인 ‘2009 레드닷 디자인상’을 받았다. 유럽 전략모델인 ‘벤가’는 ‘레드닷 디자인상’과 ‘IF 디자인상’을 수상했다. 기아차 성공의 견인차 역할을 한 중형차 ‘K5’는 ‘2011 레드닷 디자인상’을 받았다.
미국·유럽에 디자인센터 세우고 협업
현대·기아차의 이 같은 시도는 5~6년 전부터 시작됐다.
현대차 관계자에 따르면, 정몽구(鄭夢九) 회장이 취임 초기 품질경영을 강조할 때부터 이미 디자인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고 한다. 품질경영에 못지않게 차별화한 마케팅이 중요하고, 또 마케팅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좋은 디자인이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기아차는 지난 2006년부터 글로벌 디자인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글로벌 디자이너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지난 2006년에는 아우디, 폭스바겐 등에서 근무하며 자동차 3대 디자이너로 꼽히는 피터 슈라이더를 기아차 디자인총괄 담당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또 한국의 남양디자인센터에 이어 독일 프랑크푸르트와 미국 캘리포니아 어바인에 세워진 디자인센터와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현대차 역시 마찬가지다.
현대차 관계자는 “기존의 개발 프로세스로는 혁신적인 ‘쏘나타’의 디자인을 살릴 수 없다고 판단해 디자인 부문과 설계 부문이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사전점검 회의를 만들었다”며 “미국과 남양의 디자인센터에서 각각 디자인 모델을 제안해 자체 경쟁을 거친 후, 두 센터의 결과물을 합쳐서 최종 모델을 탄생시켰다”고 설명했다.
현대차의 남양디자인센터는 앞으로 컨트롤 타워 역할을 도맡을 예정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국내 최초의 독자 디자인 개발뿐 아니라 현대·기아차 양사의 제품 디자인을 차별화함으로써 글로벌 트렌드를 선도할 임무를 떠안게 됐다”며 “미국, 유럽, 일본을 잇는 글로벌 디자인 컨트롤 타워를 담당하며 세계 디자인 트렌드를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빠른 속도로 디자인 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현대차와 기아차는 ‘패밀리룩’이라는 기본 콘셉트를 앞으로 지속하기로 결정했다. ‘패밀리룩’은 차종을 업그레이드시킬 때마다 기존의 차량과 다른 듯 비슷한 이미지를 심어 주는 형태를 말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은 취향과 트렌드가 다르기 때문에 6대 권역으로 나눠 지역별 특화된 디자인을 적용하고 있지만, 어딘지 비슷한 친척을 보는 듯한 현대만의 고유성은 지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영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는 최근에 디자인 관련 보고서를 내놓으며 이런 말을 했다. 소비자들이 과거에 제품을 구매할 때 성능을 유심히 살폈다면, 요즘은 성능은 물론이고 품격 있는 외관 디자인에까지 관심을 쏟는다는 얘기다.
디자인의 중요성은 자동차 업계에 고스란히 적용된다. 전통적인 명품 자동차 회사인 BMW, 벤츠, 아우디 등은 제품 경쟁력을 넘어서 고유한 디자인을 갖고 있다. 우수한 디자인은 곧 브랜드 파워로 연결된다.
최근 들어서 현대·기아차의 디자인이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디자인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해외에 디자인센터를 세운 지 근 6년 만이다.
실제로 현대차 안팎에서는 올 상반기에 전년 동기보다 높은 차량 판매율을 기록한 것을 ‘디자인’ 덕분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고유가(高油價), 유럽발(發) 재정위기 속에서 올해 상반기에 전년 동기보다 11% 증가한 판매율을 기록했다. 미국 시장점유율은 5%를 넘겼다. 디자인의 변화가 이런 쾌거를 이루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했다”고 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는 지난 6월에 자동차 특집 기사를 내보내면서 “현대차의 시장점유율이 올라가고 있는 것은 유일한 환율조건이나 운 때문이 아니다. 차체 디자인이 향상된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영국 왕립예술학교의 데일 헤로 교수는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현대차가 유럽 시장에서 선전(善戰)하는 것은 인상적이다. 디자인 측면에서 유럽 최고 수준의 차들과 동등한 수준에 올랐다”고 추켜세웠다.
자동차가 쇳덩어리로 만들어진 굴러가는 기계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자동차 디자인의 심오한 세계로 한번 들어가 보자.
기계에 조각가들의 마음을 입히다
혹시 현대차의 대표 차종인 중형차 ‘쏘나타’를 보면서 떠오르는 것이 있는가. 만약 ‘난초’를 떠올렸다면 타고난 감각의 소유자가 분명하다. 현대차가 ‘쏘나타’를 디자인하면서 영감(靈感)을 얻은 것이 매란국죽(梅蘭菊竹)의 바로 그 ‘난’이기 때문이다.
현대차 디자인2팀 주병철 팀장의 얘기다.
“인간이 거부감 없이 가장 안락하고 편안하게 느끼는 대상이 자연 아닙니까. 현대차의 차에는 물, 공기, 바람 등 자연의 모습을 담고자 노력했습니다. 자연을 조형적으로 보면 직선이 아니라 곡선입니다. 유연한 곡선을 활용해서 물흐르는 듯한 느낌의 차를 만들도록 노력했습니다.”
―각 차종별로 추구하는 모습이 있다면요.
“‘쏘나타’는 강인함을 내재한 유연함을 상징하는 ‘난’에서 모티브를 얻었습니다. 자동차를 디자인할 때 날렵하면서도 긴장감이 느껴지는 역동적인 세련미를 추구했죠. 준중형차 신형 ‘아반떼’는 공기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나타내는 바람의 움직임을 통해 형성된 자연의 모습을 자동차로 구현하고자 노력했습니다. 대형차 신형 ‘그랜저’는 활공(滑空)을 뜻하는 ‘그랜드글라이드(grand glide)’를 콘셉트로 합니다. 새가 날개를 움직이지 않고 우아하게 날아가는 활공의 모습을 자동차에 접목시켰죠. 흔히 자동차를 쇠로 만들어진 기계로만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대차는 자연을 모티브로 해서, 조각가들이 예술작품을 만들어 가듯이 디자인을 생각했습니다. 이런 설명을 듣고 자동차를 살펴보면, 그냥 기계로 쾅쾅 찍어 내지 않았다는 것이 느껴지지 않을까요?”
현대차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처음부터 이런 파격적인 시도에 환호했던 것은 아닌 듯싶다.
한 관계자의 얘기다.
“신형 ‘쏘나타’를 내놨을 때 비판이 있었습니다. ‘생소하다’, ‘너무 실험적이다’라는 평들이 많았습니다. 좋아하는 사람은 열광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냉정하게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에서의 인기는 폭발적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난’을 형상화한 ‘쏘나타’의 모습이 소비자들의 눈에 익숙해지기 시작하면서 판매로 이어졌습니다. 이제는 다수의 소비자들이 디자인의 변화를 지지한다고 판단합니다.”
지난 3월에 출시한 준중형차 ‘벨로스터’에는 현대차의 새로운 슬로건이 걸려 있다.
‘새로운 생각, 새로운 가능성(new thinking, new possibilities)’이다. 이 자동차는 빛의 흐름으로 조각된 강렬한 조형을 의미하는 ‘카빙레이(carving ray)’를 콘셉트로 했다. 미래지향적인 스타일이 특징이다.
현대차가 자연의 곡선에서 영감을 얻었다면, 기아자동차는 ‘직선의 단순화’를 디자인 철학으로 내걸었다. 심플하면서 아름다운 라인을 만들어 내겠다는 것이 기아차의 명제(命題)다.
곧 발산할 것 같은 응축된 에너지를 디자인 콘셉트로
기아차 디자인기획지원팀 양태유 팀장의 얘기다.
“기아차 조형의 중심은 직선입니다. 간결하고 정제된 선(線)을 통해 소비자들의 감성을 이끌어 낸다는 전략이죠. 직선이 추구하는 감성은 정중동(靜中動)입니다. 조용한 가운데 곧 발산할 것 같은 힘이 느껴지는 기운입니다. 시간이 멈춘 것 같은 두근거림, 응축된 에너지를 자동차에 고스란히 담고자 했습니다. 기아차는 디자인 구상 단계에서부터 개발의 전(全)단계에 걸쳐 일관성 있는 방향으로 글로벌 디자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기업문화에도 디자인경영을 불어넣었습니다.”
―어떤 방식으로요.
“내부 프로세스나 직원들의 사고방식 등 기업문화를 창의적으로 바꾸고, 제대로 된 디자인을 창출토록 했죠. 디자인 자체를 주제로 정한 슬로건을 내걸었습니다.”
기아차의 이런 ‘디자인 경영’ 덕분에 내수시장에서 많은 소비자가 기아차를 찾았다.
지난 2007년에 22.3%였던 시장점유율은 2008년 27.4%로 뛰어올랐고, 지난해 30%를 넘겼다.
상복(賞福)도 줄을 이었다.
준중형차 ‘쏘울’은 한국 자동차 중 최초로 세계 3대 디자인상 중 하나인 ‘2009 레드닷 디자인상’을 받았다. 유럽 전략모델인 ‘벤가’는 ‘레드닷 디자인상’과 ‘IF 디자인상’을 수상했다. 기아차 성공의 견인차 역할을 한 중형차 ‘K5’는 ‘2011 레드닷 디자인상’을 받았다.
미국·유럽에 디자인센터 세우고 협업
현대·기아차의 이 같은 시도는 5~6년 전부터 시작됐다.
현대차 관계자에 따르면, 정몽구(鄭夢九) 회장이 취임 초기 품질경영을 강조할 때부터 이미 디자인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고 한다. 품질경영에 못지않게 차별화한 마케팅이 중요하고, 또 마케팅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좋은 디자인이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기아차는 지난 2006년부터 글로벌 디자인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글로벌 디자이너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지난 2006년에는 아우디, 폭스바겐 등에서 근무하며 자동차 3대 디자이너로 꼽히는 피터 슈라이더를 기아차 디자인총괄 담당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또 한국의 남양디자인센터에 이어 독일 프랑크푸르트와 미국 캘리포니아 어바인에 세워진 디자인센터와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현대차 역시 마찬가지다.
현대차 관계자는 “기존의 개발 프로세스로는 혁신적인 ‘쏘나타’의 디자인을 살릴 수 없다고 판단해 디자인 부문과 설계 부문이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사전점검 회의를 만들었다”며 “미국과 남양의 디자인센터에서 각각 디자인 모델을 제안해 자체 경쟁을 거친 후, 두 센터의 결과물을 합쳐서 최종 모델을 탄생시켰다”고 설명했다.
현대차의 남양디자인센터는 앞으로 컨트롤 타워 역할을 도맡을 예정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국내 최초의 독자 디자인 개발뿐 아니라 현대·기아차 양사의 제품 디자인을 차별화함으로써 글로벌 트렌드를 선도할 임무를 떠안게 됐다”며 “미국, 유럽, 일본을 잇는 글로벌 디자인 컨트롤 타워를 담당하며 세계 디자인 트렌드를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빠른 속도로 디자인 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현대차와 기아차는 ‘패밀리룩’이라는 기본 콘셉트를 앞으로 지속하기로 결정했다. ‘패밀리룩’은 차종을 업그레이드시킬 때마다 기존의 차량과 다른 듯 비슷한 이미지를 심어 주는 형태를 말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은 취향과 트렌드가 다르기 때문에 6대 권역으로 나눠 지역별 특화된 디자인을 적용하고 있지만, 어딘지 비슷한 친척을 보는 듯한 현대만의 고유성은 지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