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都農상생’의 모델, 농협목우촌 외식가맹사업 탐방기 : 월간조선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의 역사는 대략 30여 년. 1979년 선진화된 기업형 시스템을 기반으로 개점한 롯데리아가 우리나라 프랜차이즈의 효시(嚆矢)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한국 프랜차이즈 산업은 2008년 77조원, 2009년 84조원, 2010년 97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2010년 국내총생산을 기준으로 8.3%에 달하는 액수다. 한국프랜차이즈협회에 따르면 현재 등록된 가맹사업본부만 2684개, 종사자는 1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프랜차이즈란 가맹본부가 상표사용허가권, 원재료와 운영 노하우(knowhow)를 제공하고, 점주(店主)에게서 가맹비와 물품비를 수취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사업이다. 이 방식은 창업 희망자의 입장에서는 고객에게 이미지가 형성된 제품과 서비스를 검증된 방법으로 판매하므로 사업을 시작하는 데 따른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프랜차이즈가 성장한 때는 1998년 외환위기 직후다. 대부분 명예퇴직한 가장과 부인의 노동력을 투입한 가족형 창업이었다. 평생직장인 줄로만 알았던 곳에서 쫓겨난 이들이 마지막에 기댈 곳은 소자본 창업이 가능하면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프랜차이즈였다. 지금도 불경기 때마다 퇴직자들이 사회로 쏟아지고 가맹점 간판이 늘어나는 현상이 반복된다. ‘창업 열풍’은 점점 먹고살기 어려워지는 우리 사회의 씁쓸한 이면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창업자 중 50대 이상이 약 30%. 2010년은 베이비붐(1955~63년) 세대의 퇴직이 본격화된 시기이다. 2010년 기준 713만명, 취업자는 549만명이다. 향후 8년 동안 연평균 61만명의 베이비붐 세대가 ‘생업’을 잃게 되므로 ‘창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목우촌은 수직계열화를 통해 농장에서 식탁까지 품질관리가 가능한 ‘원웨이 프로세스’를 구축했다. 사진은 직영공장인 김제돈육가공장(左)과 음성계육가공장(右).

雜肉에서 100% 국내산 돈육으로

육우는 거세된 국내산 수컷 젖소다. 사육기간은 20개월 내외로 한우에 비해 짧고, 가격도 30~40% 저렴하다.

하지만 창업 희망자가 ‘장밋빛 미래’를 꿈꾸기에는 업계 현실이 밝지 않다. 유명 브랜드조차 같은 상권에 자사 계열 브랜드 4~5개를 개설해 점주들 간 경쟁을 방관한다. 가맹점이 늘수록 본부 수익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가맹비만 챙겨서 부도를 내버리는 소위 ‘먹튀’ 영업도 일상 다반사인 가운데, ‘상생(相生)’을 강조하는 곳이 있다. 농협 목우촌(이하 목우촌)은 생산자-가맹점-소비자가 함께 만족하는 외식사업 모델을 보급하려 힘쓰고 있다.

목우촌의 외식 브랜드는 안전한 먹을거리를 추구하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 100% 국내산 축산물만을 고집한다. 또 농가와 도시 소자본 창업자를 직거래로 연결해 유통비용을 최소화하고 적정이윤의 배분이 가능하도록 하기 때문에 창업 희망자와 소비자들로부터 높은 신뢰를 얻고 있다.

목우촌은 1995년 국내 축산업과 양축(養畜) 농가의 동반성장 및 질적 향상을 목적으로 한 농협중앙회의 경제부서로 출발했다. ‘깨끗하고 신선한 자연의 선물’이라는 슬로건으로 1995년 전북 김제의 돈육가공공장에서 햄과 목우촌의 돈육 대표 브랜드인 ‘프로포크’를 생산했다. 1999년에는 충북 음성에 최첨단 계육가공공장을 설치해 닭고기, 냉동식품 등을 공급했다.

2006년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해 자회사로 독립, 올해 창립 5년을 맞았다. 업계에서는 “목우촌이 축산제품의 고급화와 브랜드화 등에서 질적 변화를 선도(先導)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례로 ‘목우촌 햄’은 생산 기획단계에서부터 철저하게 품질 위주의 제품 개발에 주력, 신규 수요창출에 성공한 상품이다. 황의민 마케팅부장의 말이다.

“제가 어렸을 때는 햄 같은 건 구경도 못 했습니다. 우리나라가 여유로워지면서 1980년대부터 애들이 도시락에 햄을 싸서 다녔는데, 1990년대 중반까지 우리나라 햄은 엄밀히 말하면 ‘잡육ㆍ전분’ 덩어리였습니다. 토끼와 칠면조 고기에, 전분을 쏟고, 방부제와 색소까지 들어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목우촌이 100% 국내산 돈육, 무전분, 무방부제를 원칙으로 제품을 출시하는 모험을 한 겁니다. 타제품과 비교하면 유통기한은 절반밖에 안 돼 유통업자들이 반품하고, 가격도 10% 정도 비싸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았습니다. 민간기업이라면 이때 벌써 방향을 선회했겠지만, 우리는 밀고 나갔습니다.”

차츰 시간이 지나면서 목우촌 햄에 대해 ‘외국 햄 맛’ ‘제값을 한다’는 품평이 나오기 시작했다. 우직하게 원칙을 지키자 시장이 따랐다. 지금은 대부분의 경쟁사에서도 이 원칙을 지키고 있다. 황 부장은 “현재 목우촌 브랜드 인지도는 ‘소비자를 내 가족처럼 생각하며, 안전하고 위생적인 먹을거리만을 공급한다’는 원칙에서 비롯했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올해처럼 돼지 값이 오른다면 다른 기업은 수입산을 쓸 수 있지만, 우리는 농협이기 때문에 100% 국내산만 이용해야 합니다.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혹은 손해가 생기더라도 원칙을 지켜야 합니다. 생산자 보호와 소비자 안전을 위해서죠. 여기에는 예외가 없습니다. 수익 좀 더 내려고 전분이나 방부제를 섞었다가는 자기 목이 날아가는데 누가 하겠습니까. 한결같은 모습에 목우촌은 충성고객이 많이 생겨 축산브랜드 중 충성도 1위가 됐습니다. 이런 신뢰도가 기반이 돼 프랜차이즈 시장 진출에도 큰 도움이 됐습니다.”

2015년 매출 1조원 달성의 동력, 외식 프랜차이즈

목우촌은 단일 축산 식품기업으로는 국내 최초로 “2015년 매출 1조 클럽 진입”을 노리고 있다. 목표 달성 전략의 한 축이 ‘외식 사업’이다. 현재 목우촌은 ▲치킨 프랜차이즈 ‘또래오래’(약 1000개) ▲삼겹살ㆍ꽃등심 전문점 ‘웰빙마을’(116개) ▲참숯 바비큐 전문점 ‘바베큐마을’(47개) ▲육우전문점 ‘미(味)소와돈’(3) ▲한식덮밥전문점 ‘파머스밥’(1개ㆍ시험운영) ▲독일식 레스토랑 ‘호펜그릴’(1개ㆍ시험운영)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 중 가장 먼저 시작한 사업이 ‘또래오래’다.

‘또래오래’는 충북 음성계육가공공장의 1등급 닭고기만으로 가공된 ‘목우촌 닭’을 재료로 쓴다. ‘목우촌 닭’은 농장에서부터 가공까지 꾸준한 품질관리를 통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위생과 품질을 인정받았다. 미군의 축산물 위생검사 115가지 기준을 통과해 주한미군 납품 자격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닭고기의 가격 등락폭이 큰 것이 고민이었다. ‘목우촌 닭’을 이용한 신규사업아이템 발굴이 필요했다. 원형재 외식사업본부장은 “농가에서 가장 많이 키우는 닭이 10호짜리다. 농가의 수익을 보장하기 위해 가장 비중이 큰 10호로 사업을 하려고 ‘또래오래’를 출시했다”고 말했다. 10호는 생체중 1.4~1.5kg, 도계 중량 1kg으로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크기다. 이보다 작은 7~8호는 삼계탕이나 ‘두 마리 치킨’용으로 쓰이고, 13호는 조각 닭으로 판매된다.

하지만 치킨전문점은 현재 포화상태이다. 어느 골목을 가더라도 치킨집 1~2곳이 자리 잡고 있다. 치열한 생존경쟁의 틈바구니 속을 비집고 들어간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치킨은 연령과 성별에 관계없이 인기가 있어 시장 수요가 안정적이다. 둘째, 닭고기는 저지방ㆍ저열량ㆍ고단백 식품으로 소득 수준이 향상될수록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이에 따른 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이었다.

우리나라에서 하루에 소비되는 닭고기는 120만 마리, 연간 시장규모는 5조원이다. 국내 브랜드 치킨 시장 규모는 약 2조원으로, 소비량 증가 여부와 상관없이 공략할 유사시장이 있어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크다는 판단이었다.

7년 만에 또래오래 1000호점 돌파

2010년 또래오래의 시장점유율은 4.8%이며, 가맹점 총매출은 964억원으로 ‘브랜드 치킨’업계 4위다.

2003년 5월 ‘또래오래’ 1호점이 문을 열었다. 7개월 만에 100호점, 그로부터 2년이 채 안 돼 500호점, 지난해 12월 1000호점을 돌파해, 업계 4위로 올라섰다. 유명 연예인이 출연하는 화려한 광고나, 요란한 판촉활동 없이 이런 성과를 낸 데는 목우촌 닭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가 주효했다.

2010년 또래오래 시장점유율은 4.8%. 가맹점 총매출은 추정치 964억원이다. 통상적으로 가맹본부 매출액(438억원)의 2.2배를 가맹점 총매출로 잡기 때문이다. 산술적으로 또래오래 가맹점당 연매출 규모는 9640만원이지만, 지역별 편차도 있고 휴업 중인 곳도 있어 정확한 수치는 아니다.

정진영 또래오래사업단장은 “프랜차이즈 중에서 가장 돈이 적게 드는 것이 치킨이라서 사정이 여의치 않은 사람들이 많이 선택한다”며 “우리는 이 같은 사정을 잘 알기 때문에 최소 수수료에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래오래 송파ㆍ신천점을 운영하는 이군식(45)씨는 2008년까지 미국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다 서브 프라임 사태를 맞았다. 전 세계에 불어닥친 경제위기에 이씨도 예외는 아니었다. 2009년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귀국한 그는 재기(再起)를 위해 사업 구상을 하기 시작했다. 업종을 ‘치킨전문점’으로 마음먹었을 때, 가족은 ‘또래오래’를 추천했다. 이씨는 “농협 목우촌이라는 브랜드에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두려운 마음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관련지식이 전무했던 이씨는 목우촌 음성공장에서 조리법 등을 교육받고서 2010년 8월 개업했다.

이씨의 매장은 ‘카페형’으로 약 10여 개의 테이블을 갖추고 있지만, 또래오래는 본래 배달 위주의 영업을 하기 때문에 대부분 소규모 점포다. 이면(裏面)도로를 낀 B급 입지에 주로 위치해 점포임차료가 싸고, 창업비용도 33㎡(10평)당 2500만원이면 충분하다. 송파·신천점의 경우 배달과 매장 판매의 비율이 7:3이다. 이씨는 “주부들의 선호도가 높다”며 이렇게 말했다.

“아이들 입에 들어가는 음식이기 때문에 엄마들이 품질과 위생을 꼼꼼히 따지거든요. ‘또래오래가 목우촌에서 나온 거라 믿을 수 있다’면서 주문하시더라고요. 그만큼 믿음을 주는 거겠죠. 덕분에 지금은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에서도 단체주문이 많이 들어옵니다. 1년밖에 안 됐지만, 매출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또래오래 출시 4~5년이 지나자 프라이드치킨으로 대표되던 시장이 오븐치킨으로 유행이 옮아갔다. 현재 전체 시장에서 오븐치킨은 점유율 20% 이상으로 성장했다. 목우촌은 변화하는 소비자의 요구와 가맹점의 매출 증대 방안 요구에 따라 2009년 9월 ‘9292치킨’을 만들었다.

기존 점포들의 영업권을 보호하기 위해 점주들에게 브랜드 사용 우선권을 줬다. 오븐설치(구매비용 1100만원)를 통한 Two-in-Shop(한 점포에 두 가지 브랜드가 있는 것)을 원하는 점포에 한해 오븐치킨을 판매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반면 점주가 브랜드 사용을 원치 않을 경우, 해당 가맹점이 있는 지역에는 ‘9292치킨’을 개설하지 않고, 또래오래가 없는 영업권에 독립매장을 만든다는 방침을 세웠다.

한편 목우촌은 또래오래가 안정화 궤도에 오르자 2007년 5월 ‘웰빙마을’ 사업을 시작했다. 김용안 웰빙마을사업단장은 “시장 상황도 있지만, 기존 가맹점주들이 영원한 목우촌 가족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새로운 사업을 개발했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4~5년 정도 시간이 지나자 또래오래 점주 중 업종 전환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가맹본부나 브랜드, 영업성과에 대한 만족도는 높은데 ‘기름’ 냄새에 질린 겁니다. 실제 그만둔 사람도 꽤 있었고요. 우리 목우촌의 고객이고, 큰 자산이라는 생각이 들어 보내기가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시작하게 된 것이 기존의 정육 매장 브랜드인 웰빙마을에 식당을 혼합한 웰빙마을 B형이었습니다.”

‘웰빙마을’은 농협이 한우와 국내산 돼지고기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만든 프랜차이즈 브랜드로 축산물 전문판매장인 A형, 판매장과 식당이 함께 있는 B형으로 나뉜다. A형은 33㎡ 기준으로 3850만원, B형은 165㎡(50평)일 때 1억500만원이 든다. 현재 전국적으로 116개 점포가 개설된 상태이다.

축산 일 16년 베테랑의 창업 아이템은?

김영국씨는 개업 15개월 만에 투자비용을 회수했다. 그는 “품질관리와 신뢰도가 확실한 목우촌을 선택한 것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구운동에서 ‘웰빙마을’을 운영하는 김영국(43)씨의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창업’을 결심했을 때의 불안함은 사라진 지 오래다. 김씨는 한화유통 축산 부문에서 11년 동안 일하고, 농협중앙회에서도 5년 동안 같은 업무를 했다. 그가 퇴직하고서 창업아이템으로 ‘고깃집’을 생각한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지만, 혼자서 첫발을 내딛기는 막막했다. 장시간 궁리 끝에 찾아간 곳은 목우촌 외식사업본부 웰빙마을사업단이었다.

김씨는 “직장생활만 한 사람이 무슨 장사를 알았겠느냐”면서 “최대한 위험을 피하기 위해 프랜차이즈 참여를 떠올렸다”고 말했다. 그는 “16년 동안 축산 부문에 종사했기 때문에 나름 전문가 소리를 들었다”면서 “고기 품질과 브랜드 신뢰도 등 여러 조건을 고려했을 때 목우촌만큼 끌리는 곳은 없었다”고 했다.

그는 1년 동안 목우촌 측과 협의하면서 점포 입지를 정했다. 이후 일주일간 운영 교육 및 실습 등을 받고서 2010년 3월 ‘웰빙마을 서수원점’을 개업했다. 창업비용은 총 4억원으로, 이 중 2억6000만원이 실내장식과 설비 구매에 들어갔다. 김씨는 목우촌 외식사업본부가 준비단계부터 같이 하면서 가맹본부 특유의 횡포를 부리지 않는 것에 흡족해했다.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업계에는 원재료와 부자재 공급 등의 수입원 외에도 ‘부수입원’이 존재한다. 본부가 ‘갑’이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가맹점을 상대로 정기적으로 실내장식 교체를 강요하는 것이다.

점주는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본부가 지정한 업체를 통해 표준안대로 꾸며야 한다. 거부 의사를 밝히면 돌아오는 것은 ‘계약 파기’이기 때문이다. 본부 입장에서는 일부 가맹점과 계약을 파기해도 신규모집을 통해 대체할 수 있으므로 배짱을 부릴 수 있다.

목우촌에는 이러한 불공정거래가 없다. 김씨는 스스로 정한 인테리어 업자를 통해 평소 그리던 대로 자신의 가게를 꾸몄다. 내부는 ‘깔끔함’을 기본으로 단장했으며, 야외에는 테라스를 만들어 노천카페 분위기를 연출했다.

개업 당시 김씨는 월매출 8000만원을 예상했다. 학교, 기업 등이 없는 평범한 주거지역에 자리한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지난 15개월 동안의 성과는 김씨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다. 손님들은 고기를 먹고 난 후 “맛있다”며 따로 사가기도 하고, 이들이 재방문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됐다. 목우촌은 A1 등급 암퇘지와 1+ 등급 이상의 한우에 가공비만 얹어서 가맹점에 공급한다. 안정적인 공급망을 통해 품질 및 가격경쟁력이 확보된 원재료를 갖춘 것이 매출 신장의 견인차였다. 김씨의 말이다.

“A급 입지도 아니고, 브랜드 이미지와 상권이 어울리지 않아 큰 기대는 안 했습니다. ‘목우촌’이 저렴한 가격에 푸짐하게 먹고 가는 곳은 아니잖아요. 개업 당시 주변 식당은 삼겹살 1인분을 9000원에 팔아서 주변 사람들은 같은 가격 혹은 더 낮은 가격으로 하라고 권했습니다. 개업 전날까지 고민했지만, 목우촌의 품질을 믿고 1만2000원으로 판매가를 책정했습니다. 대신 ‘웰빙마을’ 이미지에 맞게 쌈채소도 푸짐하게 올리고, 좋은 고기를 제공하면 손님들이 적절한 가격으로 생각할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그도 영업을 하다 보니 처음 정한 방침이 그대로 지켜지지만은 않았다.

개업 1년 남짓에 창업비용 회수한 ‘웰빙마을 西수원점’

‘웰빙마을 서수원점’은 점주 김영국씨가 구상했던 실내장식으로 꾸며졌다. 웰빙마을도 ‘인테리어 표준안’이 있지만, 의무사항이 아니며 공사업체 지정도 없다.

웰빙마을에서 판매하는 ‘으뜸 프로포크’는 국내산 암퇘지 고기로 목우촌에서 취급하는 돈육 중 최상품이다.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는데다 구제역 파동을 겪으면서 단가가 무섭게 올랐다. 마진율이 줄어들자 김씨는 목우촌에 ‘으뜸’보다 한 단계 낮은 프로포크도 주문했다. 낮은 원가로 구매해 같은 가격에 팔면 기존 이윤을 보전(補塡)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지만, 품질 차이는 확연했다. 고객 반응도 차가웠다.

“한동안 시범판매를 했습니다. 프로포크는 거세돈이어서 그런지 잡냄새가 났습니다. 지방 분포도 큰 차이를 보였고요. 이곳은 주거지역이라서 손님 중에 주부들도 많은데, 여자는 냄새에 민감하거든요. 단기간 이익을 보기 위해 ‘고품질’ 이미지를 깎아내리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이후로는 다시 ‘으뜸’만 받고 있습니다.”

점심과 저녁때 잠깐 붐비는 것이 식당 영업의 일반적인 형태지만, 김씨의 식당은 달랐다. 저녁시간에는 항상 만석이고, 낮에도 정육점을 이용하려는 고객들의 방문이 이어진다. 고기 장사는 매출의 30%를 순이익으로 잡는다. 현재 웰빙마을 서수원점의 월평균 매출은 1억원. 이미 벌어들인 돈이 4억5000만원으로 불과 1년3개월 만에 투자비용을 회수했다. 김씨의 얼굴에 웃음꽃이 핀 이유다.

“저 혼자 시작했다면 이 정도 성과를 올릴 수 없었을 겁니다. 개인 점포는 주인이 하나에서 열까지 챙겨야 하니까 버겁습니다. 믿을 만한 공급업체를 찾기도 쉽지 않은 일이고요. 저는 품질관리와 신뢰도가 확실한 목우촌 ‘웰빙마을’을 선택한 것에 만족합니다.”

그러나 웰빙마을은 확장에 한계가 있다. 김용안 웰빙마을사업단장은 “웰빙마을의 고객층은 도시의 중산층으로 설정했기 때문에 그보다 소득수준이 낮은 계층이나 지방에서는 인기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한우등심 1인분(160g)에 3만2000원, 으뜸프로포크 1인분(180g)에 1만2000원이기 때문에 4인 가족 기준으로 ‘고기맛’을 보려면 각각 최소 12만8000원, 4만8000원을 지불해야 한다. 주머니 사정이 팍팍한 서민들에게는 다소 부담스런 금액이다.

이에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미국산이나 호주산 쇠고기를 찾는 일이 많아졌다. 지난 7월 농협경제연구소와 한국육류유통수출입협회 등에 따르면 현재 쇠고기 수입 규모는 2005년 14만2591t에서 2010년 24만5086t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는 소비자 잉여가 증가한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국내 축산업에는 ‘위협’이다.

肉牛 소비시장 확대 목적으로 지난해 ‘미(味)소와돈’ 개설

‘미소와돈’은 목우촌 한육우사업단을 통해 검증받은 육우만을 취급한다. 가격이 ‘웰빙마을’에 비해 30% 가량 저렴해 큰 부담없이 ‘소’를 먹을 수 있다.

이에 목우촌은 국내산 육우(肉牛)의 소비시장 확대를 위해 2009년 12월 ‘목우촌 육우’를 출시했다. 고품질 국내산 쇠고기를 저렴한 가격에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양축농가엔 안정적 소득기반을 마련해 주기 위함이었다. ‘목우촌 육우’ 연 생산량은 9600두로 약 4000톤이다.

‘육우’란 고기 생산만을 목적으로 사육한 국내산 수컷 젖소를 가리킨다. 2010년 6월 기준 전체 육우 사육두수는 약 16만 두(頭)로 한우 사육두수(300만 두)의 1/20이다. 육우는 우리나라에서 태어나 한우와 똑같은 사육환경에서 자랐다. 동일한 품질관리와 등급판정 시스템을 거치므로 등급이 같다면 한우와 육우의 맛을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 사육기간이 20개월 내외로 한우에 비해 짧고, 가격도 30~40% 저렴하다. 대부분의 수입육이 냉동 유통되는 것과 달리 육우는 도축 즉시 냉장 유통하기 때문에 새로운 소비시장 개척에 적합한 품목이다.

목우촌은 판로(販路) 확보를 목적으로 2010년 7월 고양시 일산에 육우전문점 ‘미(味)소와돈’ 1호점을 개설했다. ‘미소와돈’은 목우촌 한육우사업단을 통해 검증받은 육우만을 취급한다. 주메뉴인 육우와 오겹살 1인분의 소비자가는 각각 2만원, 9000원으로 ‘웰빙마을’에 비해 약 30% 가량 싸다. 현재 부천 원미구 심곡동에 2호점, 시흥 정왕동에 3호점을 개설해 총 3개 점포가 운영 중이다.

권혜숙씨 매장의 월평균 매출은 2000만원. 그는 목우촌 브랜드 이미지와 품질을 판매 증대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았다.

1호점을 운영하는 권혜숙(52)씨는 4년 동안 음식점을 운영한 경험이 있다. 그가 처음 창업을 생각했을 때 돼지부속(附屬) 붐이 일었다. 한 프랜차이즈 업체와 계약을 하고 장사를 시작했지만, 기대했던 만큼 수익은 나오지 않았다. 당시 월평균 매출은 1000만원. 재료비와 인건비, 132㎡(40평) 규모의 점포임차료를 주고 나면 권씨의 손에 남는 건 몇 푼 되지 않았다.

권씨는 현상유지라도 할 수 있어 그런대로 만족했지만, 나날이 질이 떨어지는 고기에는 불만이 쌓였다. 본점에 찾아가 ‘제대로 된 고기를 달라’고 항의도 해봤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얼마 후 본점이 망해 ‘저질’ 고기마저 공급받지 못하게 됐다. 점주 몇 명과 함께 다른 공급업체를 찾아봤지만, 불안정한 납품에 치를 떨어야 했다.

이때 지인을 통해 ‘미소와돈’을 알게 되었다. 권씨는 즉시 가맹점 신청을 하고, 7일 동안 고기 손질법과 손님 응대, 소스 제조 등을 배웠다.

“장사하면서 예전 같은 스트레스 없다”

바베큐마을.

그사이 식당은 180도로 달라졌다. 칙칙하던 내부 장식은 밝게 바뀌었고, 설비도 변경해 숯불 대신 원적외선 전기로스터가 자리를 대신했다. 과거 숯을 이용할 때는 불판을 자주 갈아줘야 했다. 이 때문에 규모에 맞지 않게 여러 사람을 부리게 됐고, 인건비가 과도하게 나갔다. 전기로스터로의 변화는 비용을 대폭 줄이는 역할을 했다. 또 시야를 가로막던 배기시설이 사라져 실내 환경 또한 쾌적해졌다.

변화는 이뿐만이 아니다. 자리도 같고 사람도 바뀌지 않았지만, 매출은 증가했다. 월평균 매출 2000만원으로 돼지 부속을 팔 때의 2배다. 각종 비용도 줄었으니 권씨의 주머니는 더욱 두둑해질 수밖에 없다. 그는 목우촌 브랜드 이미지와 품질을 판매 증대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았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메뉴판을 주면 가격을 보고 당황해 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한우가 이렇게 쌀 수 있나?’라는 거였죠. 매번 한우와 육우의 차이에 대한 설명이 필요했습니다. 고기 장사하던 저도 ‘국내산 쇠고기’에 대한 개념이 없었으니까 대다수가 잘 모르죠.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주문한 사람들은 식사를 마친 후 ‘맛있게 먹었다’며 흐뭇해했습니다. 목우촌이니까 100% 국내산인 것은 확실하고 맛도 있잖아요. 가격까지 저렴하니까 소문 듣고 외지에서 찾는 사람들도 꽤 돼요. 예전에는 장사하면서 스트레스만 받았는데, 지금은 뿌듯합니다.”

이 외에도 ‘바베큐마을’과 ‘파머스밥’ 등이 있는데, ‘바베큐마을’은 2008년 출시 이후 47개 가맹점이 영업하고 있으며, 올해 100호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파머스밥’은 한우, 돼지고기, 닭고기 등을 주재료로 하는 덮밥 전문점이다. 싱글족이 증가하는 가운데 갈수록 줄어드는 쌀 소비량 제고를 위해 설립했다. 2010년 12월부터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1호점(116㎡ㆍ50석)을 시험운영하고 있으며, 일평균 매출은 150만원이다. 목우촌은 일단 합격점을 줄 만한 수준이라고 자체 평가를 하고 포장판매 위주의 ‘파머스밥’ 소형점과 함께 사업확장을 추진 중이다.⊙

[인터뷰] 양두진 농협목우촌 사장

“소와 돼지에 우리의 魂을 불어 넣었다”

양두진 목우촌 대표이사.

양두진(梁斗鎭ㆍ58) 사장은 1978년 축협중앙회(현 농협중앙회)에 입사한 이후 30여 년 동안 농협 축산연구소장, 축산유통사업단장, 한우낙농사업단장, 성남 중앙로지점 지점장 등 유통과 금융 부문을 두루 거쳤다. 2009년 양 사장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던 목우촌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투입됐다. 취임 첫해 목우촌 경영수지는 110억원 개선돼 30억원의 흑자를 달성했다. 지난해 흑자규모는 52억원이다. 매출도 2009년 4300억원, 2010년 5100억원을 기록해 취임 전보다 45% 성장세를 보였다.

―대표로 취임했을 때 각오는 어땠나.

“CEO의 제1 덕목은 먼저 행동하는 것이다. 경영자는 방향 제시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 조직을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자기희생’이 필요하다. 위에 앉아 지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 목표 달성을 위해 솔선수범해야 한다. 이는 기업가치 증대의 원천이 된다.”

―취임 후 중점을 둔 분야는 무엇인가.

“당연한 얘기지만 현장 상황 파악이 가장 급했다. 사장 취임 직후 직원들과 6개월 동안 주말을 반납하면서 전국 매장을 순회했다. 동시에 본사 관리직 직원 중 50％를 영업조직으로 보직전환하고, 성과주의 임금체계를 도입해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여기에 ‘시스템 경영’을 정착시켜 업무의 생산성과 효율성 향상에 매진했다.”

―매출증가와 흑자전환의 주역은.

“사기업은 단가가 오르면 수입산으로 대체할 수 있지만 우리는 구조적으로 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되는 곳이다. 시스템 경영과 위기관리 시스템 정착으로 가격경쟁 구조와 원가압박을 극복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목우촌만의 ‘우직한 고집’에 무한한 신뢰와 사랑을 보낸 고객들이 당연히 매출증가와 재무건전성 확보의 주역이다. 저평가된 가격을 현실화했음에도 수요가 증가했다. 우리는 이를 엄격한 품질관리를 통해 최고의 제품을 생산·공급한다는 것을 소비자들이 인정한 것으로 평가한다. 여기에 목우촌 임직원 모두가 자긍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일하고 있다.”

―목우촌 외식 가맹사업 현황에 대한 평가는.

“현재 목우촌의 외식 브랜드는 100% 국내산 축산물만 고집해 ‘신선하고 안전한 외식문화’를 선도하고, 농협의 브랜드 파워가 접목돼 소비자들로부터 확고한 신뢰를 받고 있다. 농가와 도시 소자본 창업자를 직거래로 연결해 유통비용을 최소화하고, 적정한 이윤 배분이 가능하도록 사업을 운영하고 있어 ‘서민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2015년 1조 클럽 달성’을 비전으로 선포했는데, 내수 위주의 식품회사가 5년 만에 2배로 성장하는 것은 어려운 일 아닌가.

“5000억원 매출 규모를 가진 회사가 꿈꾸기에는 버거운 목표란 생각이 있을 수 있지만, ‘정신일도하사불성(精神一到何事不成)’이다. 매사에 혼을 불어 넣는 자세로 임하면 못 이룰 것이 없다. 목우촌은 2010년을 1조원 매출 달성을 위한 원년으로 정하고, 내수 확대와 수출증대를 위한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다. 목표 달성을 위한 밑그림대로만 진행된다면 조만간 힘차게 도약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2015년 1조 클럽 달성’ 추진 과정에서 ‘가맹 사업’은 어느 정도 비중을 갖는가.

“매출 1조원 달성은 우리가 글로벌 축산 식품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발판이다. 이를 위해 기존 사업의 내실화를 통한 수익창출 확대와 함께 목우촌의 신성장동력인 외식 가맹사업을 지속 발굴할 예정이다. 2015년까지 매년 1~2개 이상의 신사업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운영 중인 1000여 개의 외식 가맹점 숫자도 2015년까지 약 3000여 개로 확대시켜 매출 목표액 2000억원을 달성할 계획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미래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위기를 생각한다. 위기는 바로 위기의식의 부재, 고정관념과 타성, 신뢰의 상실에 있다. 그래서 자신을 가다듬는 ‘지속적 혁신’이 필요하다. 이런 신념과 함께 신토불이와 도농상생의 기업이념을 철저히 고수하면서 목우촌을 최고의 종합식품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