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노동계 핫이슈 사내하도급, 해법은 있나 : 월간조선

사내(社內)하도급 문제로 노(勞)·사(使)·정(政)이 시끌시끌하다. 간단히 말하자면 대기업 업장에서 정규직 직원과 함께 근무하는 사내하도급업체 직원이 일정기간 근무하면 원청업체(대기업)의 직원으로 봐야 하느냐의 문제다.

노동계의 주장은 “원청업체 직원과 같은 공간에서 같은 업무를 하는 하도급업체 직원은 사실상 원청업체 직원이며, 비정규직 노동자가 2년 근무하면 정규직이 되듯 하도급업체 근무자도 2년이 지나면 원청업체 정규직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것이고, 경영자 측은 “하도급업체 직원은 해당 업체의 정규직이며 원청업체와는 계약관계가 없는 인력”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노사정위원회는 지난 5월 말 노사 간 협상을 위한 ‘사내하도급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지만 노사 모두에게서 거센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노사정위원회 앞에서는 연일 근로자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으며 기업인들은 “시장경제를 훼손하는 조처”라고 비난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실시된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및 타임오프제에 대한 노사 간 협상도 채 끝나지 않았고 올 7월부터 복수노조 허용 등 현안이 산적한 노동계에서 사내하도급이 뜨거운 이슈로 떠오른 계기는 뭘까. 6년 전 현대자동차 협력업체(사내하도급업체)의 직원이 낸 소송에서 최근 법원이 기존 판결을 뒤집는 ‘묘한’ 판결을 잇달아 내놓았기 때문이다.

발단은 2005년 하도급업체에서 해고된 직원들

2005년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협력업체(사내하도급) 직원으로 근무하다 불법파업과 무단결근 등의 이유로 해고된 최모씨 등 89명이 원래 소속인 협력업체가 아니라 현대차를 상대로 부당해고 구제 관련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1심과 2심에서는 “최씨 등은 현대차의 직원이 아니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그런데 이에 승복하지 않은 최씨 등 2명이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7월 “최씨 등은 원청업체의 정규직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이 결국 노사를 소용돌이로 몰아넣은 것이다. 올 2월 고법 파기 환송심은 대법원의 결정을 그대로 따르는 판결을 했다. 이에 노동계의 환호는 더욱 거세졌다.

법원의 판결은 비정규직이 2년을 근무했을 때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현재의 비정규직법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또 현재 자동차 등 제조업에서는 근로자 파견이 금지돼 있는데, 이 사건에서 사내하도급을 파견의 불법적인 형태(불법파견)로 간주한다는 내용도 판결문에 포함돼 있다.

▣ 사내(社內)하도급이란

사내하도급이란 원사업자(원청업체)와 하도급업자(하청업체) 간 부품조달이라는 사외(社外)도급관계와 달리 원사업자의 사업장 내에서 생산활동 혹은 서비스가 이뤄질 때 붙이는 용어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이후 제조업체들의 적자폭이 커지고 고용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사내하도급 제도가 도입되기 시작했으며, 대부분의 업체가 노사 합의하에 제도를 도입했다. 현대차의 경우 1998년 고용조정 경험 후 노사 간 사내하도급 필요성에 공감했고, 2000년 완전고용합의서를 통해 사내하도급에 대한 노사합의가 이뤄졌다. 현재 조선과 자동차 등 제조업의 경우 법적으로 파견이 금지돼 있어 이를 위반하지 않으면서 고용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라 볼 수 있다.

문제는 같은 업장 및 같은 라인에서 원청업체 근로자와 하청업체 근로자가 혼재(混在)해 작업이 이뤄지는 경우다. 일반적으로 ‘도급’의 경우 관리감독과 지시가 협력업체에서 이뤄져야 하고 ‘파견’의 경우 원청업체에서 관리감독을 하게 되는데, 혼재작업의 경우 원청업체 관리감독자에 의한 업무지시가 불가피한 경우가 많다. 노조 측에서 사내하도급을 ‘위장도급’이나 ‘불법파견’이라고 주장하는 근거가 되는 것이다.

2000년 이후 사내하도급과 관련한 분쟁이 적지 않게 일어나면서 노동부는 정기적인 사내하도급 실태조사를 시작했지만 지난해 말 조사에서 일부 생산 현장이 이를 거부하는 등 정확한 통계는 집계되지 않았다. 현재 국내 사내하도급 근로자 수는 30만명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동계, “왜 같은 일 하고 원청업체 정규직과 차별받아야 하는가”

노동계는 법원 판결을 근거로 “사내하도급업체 직원이 2년 근무하면 정규직”임을 주장하며 “원청업체는 이들을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정식 한국노총 사무처장 겸 정책본부장의 설명이다.

“애초부터 사내하도급 제도의 문제는 불거질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사내하도급업체의 직원은 원청업체의 직원과 같은 업장에서 같은 일을 하고 있는데 급여나 처우가 크게 다르다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동일 노동, 동일 임금’ 원칙에 따르자면 말도 안 되는 일이지요. 같은 곳에서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같은 대우를 해줬다면 이런 사태가 일어났겠습니까? 사내하도급은 도급의 외양을 취하지만 사실상 원청업체 근로자의 근로계약 관계이기 때문에 순수도급과의 차별성을 고려해 제도적ㆍ정책적으로 보호해야 합니다. 합리적 이유 없는 원청노동자와 하청노동자의 차별 및 하청계약의 일방적 해지를 금지하고, 하청업체 교체 시 고용승계를 보장하는 등 사내하청 노동자를 보호하는 규정이 필요합니다.”

그는 또 “도급과 파견을 엄격하게 구분하는 기준을 마련해 도급의 형태를 취하면서 인사노무관리는 원청업체에서 하는 위장도급과 무허가파견 등을 모두 불법파견으로 간주하고, 불법파견 시 즉각 고용의무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현재 사내하도급 실태를 조사하고 불법파견에 해당된다면 하청업체 직원 모두가 원청업체 정규직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현행 사내하도급을 아예 불법파견으로 간주하는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민노총은 성명서를 통해 “현행 사내하도급 제도 전반이 불법파견이라는 혐의가 있는데도 정부는 ‘도급’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면죄부를 주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내하청이라는 간접고용 자체가 근로자를 착취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노사정위원회는 최근 사내하도급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지만, 노사 모두 이에 반발하고 있다. 올 초 노사정위원회 신년회에서 노사정 관계자들이 자리를 함께하고 있다.

경영자 측, “경영위기 당시 노사 합의하에 채택한 것이 사내하도급”

노동계의 주장에 업계는 “노사 합의하에 도입한 사내하도급을 이제 와서 악(惡)인 것처럼 몰아붙이는 노동계의 태도는 용납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이형준 노동정책본부장은 “사내하도급은 시장수요의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고용의 탄력성을 확보하는 등 경영상 필요와 이해에 따라 채택한 하나의 방식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조선과 자동차산업 등 복잡하고 다양한 공정을 가진 제조업은 그 특성에 맞게 공정마다 인력수급을 조절할 필요가 크고, 이 때문에 분업을 통한 생산이 보다 효율적입니다. 또 경영위기 시 정규직 고용안정을 위해서도 완충제도가 필요합니다. 이래서 사내협력업체가 생겨난 것이고요. 그런데 노동계는 직접고용만 선(善)이고 사내하도급은 악이라는 이분법적 선동을 하고 있습니다. 정규직의 과도한 기득권 보호욕심 때문에 사내하도급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지고 있어요. 사내하도급을 규제하게 되면 기업의 경쟁력은 약해지고 투자위축을 초래하게 될 겁니다. 그 결과 생산시설의 해외이전이 늘어날 것이고 일자리는 감소하게 되죠. 이렇게 성장동력이 약화되면 실업 및 사회양극화라는 사회갈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한 대기업 관계자의 이야기다. “고용에 유연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자본주의의 기본 논리입니다. 노동계는 사내하도급이 마치 불법적인 것처럼 매도하고 있지만 사실 노동법이 정규직을 과보호하다 보니 근로조건의 인플레 현상을 가져왔고, 궁여지책(窮餘之策)으로 나온 것이 사내하도급이란 제도입니다. 어쨌든 이 제도는 노사가 합의해 도입한 것 아닙니까.”

그는 대기업과 중소기업(하청기업)의 처우 차이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같은 라인에서 근무한다고 같은 지식과 경력과 숙련도를 가졌다고 볼 순 없는 겁니다. 사무직의 경우에도 같은 연차에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 간 연봉이 천차만별이지 않습니까. 대기업 수준의 보수와 처우를 받으려면 처음부터 대기업에 입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정규직은 어려운 채용과정을 거쳐 들어온 사람들입니다. 지금 같은 취업대란 시대에 중소기업(하도급업체) 2년 근무경력만으로 대기업 정규직을 내놓으라는 것은 누가 봐도 무리한 요구입니다.”

조선과 자동차 등 제조업은 우리 경제를 이끌고 있는 원동력으로, 이들 기업의 세계경쟁력을 위해 고용유연성이 필요하다고 학자들은 주장한다.

노사정 가이드라인에 노사 모두 반발

사내하도급 문제가 이슈로 떠오르자 노사정위원회 내 노동시장선진화위원회는 지난 5월 27일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근로조건 보호 가이드라인’에 대한 공익위원안을 제시했다. 이 가이드라인에서는 사내하도급의 원사업주와 수급사업주 간 근로조건 개선, 고충처리 등에 대한 안을 제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최저임금 보장 ▲해고 시 사유와 시기 서면 통지 ▲안전 및 보건상 조치 ▲근로자 고충의 신속한 처리 ▲직업능력개발 ▲노동법령 준수 ▲장기간 계약 보장 권고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 존중 등의 조항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이 ‘가이드라인’을 놓고 노동계와 경영자 측 모두가 “원칙을 무시한 것으로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강력 비난하고 나섰다.

경총 이동응 전무는 “도급계약의 본질이 무시된 채 원청기업에 사내협력업체 근로관계에 개입도록 권고한 것”이라며 “시장경제 체제하의 계약질서를 훼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이드라인 마련이 오히려 혼란을 초래하고 불법파견 논란을 부추겨 차라리 마련하지 않은 것보다 못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노동계도 반발하기는 마찬가지다. 민노총은 “이번 가이드라인은 사내하도급이라는 불법파견 행태에 면죄부를 줘 투쟁을 막으려는 것”이라며 “노골적으로 정규직 일자리를 도급화ㆍ하청화하는 것을 장려하려는 의도조차 엿보인다”고 했다. 한노총도 비슷한 입장이다. 이정식 한국노총 사무처장은 “가이드라인은 사내하도급 근로자 보호대책이 되지 못하고, 사업주들의 위장도급 및 불법파견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노사 간 이견은 좁혀지지 않고 있으며 해결될 기미도 보이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사내하도급 문제는 어차피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가이드라인에 양쪽 다 불만인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털어놓았다.

경제ㆍ경영학자들, “고용유연성과 경쟁력 우선 고려해야”

경제학ㆍ경영학 전문가들은 기업경쟁력 차원을 고려한다면, 현행법 체계하에서 고용유연성을 보장하기 위한 현재와 같은 사내하도급 활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즉 노동계의 요구를 수용하려면 천문학적 비용이 소요돼 결국 기업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중장기적으로는 공장 해외이전, 대량 해고 등의 더 큰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대 경영학부 유지수 교수는 “한국인들의 온정주의가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을 망치고 있다”고 전제했다. 유 교수는 “전 세계 어떤 소비자도 한국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임금과 처우를 배려하면서 더 비싸진 한국 제품을 사지는 않을 것”이라며 “손과 발이 묶인 우리 기업이 피도 눈물도 없는 전 세계적 경쟁의 파고를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지 현재로선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이번 법원 판결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미국 500대 기업의 평균수명이 15년에 불과합니다. 1950년대에는 평균 60년이었고요. 급변하는 국제 환경에서 발 빠르게 대응 못 하는 기업은 사멸할 수밖에 없어 기업의 위기대응력과 유연성이 경쟁력을 갖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합니다. 또 고용창출의 주체는 기업이고, 기업의 경쟁력이 유지돼야 고용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지금 같은 법과 판례는 기업인을 바보 취급하는 일입니다. 이런 법제하에서 고용창출할 기업인이 어디 있겠습니까. 솔직히 법원 판결을 접했을 때 법조인들의 현장 지식이 떨어지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더군요.”

한국경제연구원 변양규 거시경제연구실장은 “현재 2년 이상 근무한 사내하도급업체 직원을 원청업체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면 5조4000억원의 추가비용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변 실장의 설명이다.

“노동계의 요구를 받아들인다면 추가적으로 많은 노동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먼저 법원 판결로 인해 2년 이상 근무한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직접고용이 강제된다면 정규직 수준으로 임금을 올려줘야 하니 즉각 노동비용이 급증하게 됩니다. 또 이를 피하려 근로자 근무기간을 2년 이하로 줄이기 위해 하도급 계약을 2년마다 새로 하게 된다면 모집비와 훈련비 등 노동비용이 늘어납니다. 이렇게 사내하도급 노동비용이 상승하면 사내하도급 수요가 감소합니다. 결국 고용을 위축시켜 일부 사내하도급 근로자나 취업대기자의 고용기회마저 빼앗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겁니다.”

그는 경기에 민감한 조선과 자동차 등 제조업의 경우 노동의 유연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내구재는 비내구재에 비해 경기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특히 고가인 승용차 판매는 일반적인 경기변동보다 변동폭이 큽니다. 따라서 항상 경기변동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합니다. 독일과 미국 빅3(포드, GM, 크라이슬러) 업체들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법학자들, “사내하도급 근로자 보호하면 신규 취업 기회 줄어”

제조업 업장에서는 사내하도급 활용 및 혼재근무가 일반화돼 있다.

법학자들은 현행 노동법이 경영자 측에 다소 부담을 주고 있는 만큼 좀 더 유연하게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이정 교수는 “경직된 현행 노동법제의 틀을 깨뜨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의 설명이다.

“파견금지조항을 완화하고 도급과 파견 구별기준을 명확히 해 단속을 강화하는 방법을 제시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보다 앞서 유사한 경험을 한 독일이나 일본의 경우를 보더라도 이런 대증요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요. 외환위기 이후 우리 노동시장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양극화돼 있습니다. 이런 이중구조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해고법제를 포함해 경직된 노동법제의 틀을 깨야 합니다.”

이 교수는 사내하도급 문제는 근로자 스스로가 해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사내하청 근로자 역시 노동3권과 사회보험, 정규직 처우 등 노동법 내에서 보호받고 있는 계층입니다. 단지 원청업체 정규직 노동조합 가입은 제한돼 있지요. 정규직 노동조합이 이 점에 양보와 타협점을 찾고, 하청업체 근로자들의 의견이 원청기업의 노사협의회 등을 통해 반영될 수 있도록 채널을 다양화하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권혁 교수는 “어차피 사내하도급은 근로자와 사용자 모두 100% 만족할 수는 없는 제도”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사내하도급은 경직된 국내 노동법하에 불가피하게 도입된 제도입니다. 흑백논리로 설명되지 않아요. 노사 합의하에 도입돼 지금까지 해왔던 사내하도급을 이제 와서 불법으로 규정하고 소급하자는 노동계의 주장은 무리가 있습니다. 또 사내하도급 근로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그들을 정규직으로 고용하면 새로운 고용은 어떻게 창출합니까. 근로자를 보호하자는 노동법이 잠재적 근로자의 진입장벽이 돼서는 안 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사가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한국형 사내하도급 모델을 만드는 방법도 있겠지요. 하도급 근로자의 경우 저임금도 문제지만 고용불안이 더 큰 불안요소일 테니 이를 해결해 주고, 그들의 전문성을 원조하는 규정을 만드는 식입니다.”

조영길 I&S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제조업 생산공정에 파견을 일절 금지하는 법제는 한국이 유일하며, 우리나라의 기업들은 세계에서 외부인력 활용의 자유를 가장 과도하게 제한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견을 자유롭게 허용하는 미국과 영국에서는 파견과 도급을 구별해도 실익이 없으며, 관련 문제가 발생조차 하지 않습니다. 국내에서 법을 만들고 집행하는 과정에서 선진국의 법과 판례가 충분히 연구됐는지 의심스럽습니다. 사내하도급 및 파견과 관련해 국내법은 원칙과 보편타당성이 없기 때문에 노사 모두 불만과 고통을 가질 수밖에 없어요. 특히 이번(현대차) 사건에서 법원 판결대로 하자면 그 근거를 모두 피하면서 도급계약을 유지할 수 있는 형태는 사실상 없습니다. 그러나 선진국 기업들은 자유롭게 파견과 도급을 이용하며 경쟁력을 갖고 있고요. 그러니 이번 판결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죠.”

고용노동부, “법원 판결 확대해석은 무리”

대법원은 2005년 현대자동차 사내하도급업체 최모씨 사건에 대해 불법파견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림으로써 노사관계가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정부 측은 사내하도급 제도의 지속적인 개선은 필요하지만 이번 법원 판결에 큰 의미가 없으며 제도 및 법에 대한 전면적인 재해석 논의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고용노동부 박종길 근로개선정책관은 “법원 판결은 2005년 당시 일어난 해당 사건에만 해당되며, 이를 현 시점에 맞춰 확대해석하면 곤란하다”며 “다만 사내하도급 관련 쟁의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실태조사가 철저하게 이뤄져야 하고, 현재 실태조사를 거부하고 있는 일부 강성 노조도 조사에 협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같은 업장에서도 업무와 전문성, 경력 차이는 분명히 나고, 노동이란 능력에 따른 부의 분배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고용노동부 고용차별개선과 양성필 과장도 제도개선에는 소극적인 반응을 보였다. “사내하도급 근로자에 대한 상대적 차별과 고용불안 해소 등에 대한 근본적 처방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이를 제도개선으로 풀 것인지 기업의 인적자원관리 차원에서 해결할 것인지는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합니다.”

정부 측이 이 같은 반응을 보이고 있는 이상 이 문제를 둘러싼 논란은 앞으로도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과연 사내하도급 문제가 지금까지 도입·운영돼 온 과정을 깊이 있게 검토한 후 이런 판결을 내렸을까. 법원은 또 과거의 판결과는 다른 이번 판결의 취지를 앞으로도 계속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2005년 해당 사건의 경우에만 적용하려는 것인가. 모든 것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소용돌이만 거세질 것이 뻔하다.

기업도 살리고, 근로자도 함께 살 수 있는 양측의 양보와 절충, 정부의 중재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