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년 23% 성장하는 홍삼시장에 후발주자로 뛰어들어
⊙ 홍삼의 효능 극대화하려 전통적 발효 방식 선택
⊙ 2014년 전국 600개 매장, 매출 1000억원 목표
⊙ 홍삼의 효능 극대화하려 전통적 발효 방식 선택
⊙ 2014년 전국 600개 매장, 매출 1000억원 목표
- 동원F&B 천안공장의 일건조장. 100% 태양광으로 홍삼을 건조시킨다.
“바다에선 참치, 육지에선 홍삼.”충남 천안시 신당동에 위치한 동원F&B 공장 입구에 들어서자 플래카드가 나부꼈다. 홍삼(紅蔘) 사업에 대한 동원그룹의 의지가 느껴졌다.
국내의 대표 참치가공유통회사인 동원그룹이 홍삼시장에 진출한 지 3년 만에 홍삼전문공장을 준공하고 공격 경영을 선언했다. 지난 2007년 ‘동원 천지인’이라는 브랜드로 홍삼을 판매해 온 동원F&B는 지난해 12월에 이곳에 홍삼전문공장을 세웠다. 수삼(水蔘) 처리능력이 500톤 규모인 공장이다. 동원은 오는 2014년까지 국내에 600개 매장을 갖추고, 이 사업에서만 100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국내 홍삼시장은 지난 5년 동안 연평균 23.7%의 성장률을 기록할 정도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정관장’을 앞세운 한국인삼공사가 전체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고, ‘한삼인’(농협중앙회)과 군소업체가 시장을 나눈 모습이다. 여기에 식품재벌인 동원그룹이 정식으로 도전장을 내면서 향후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홍삼은 인삼 중에서 수삼(땅에서 캐내 말리지 않은 삼)을 쪄서 말린 붉은 인삼이다. 간혹 홍삼이 인삼과 다른 종자가 아니냐고 착각하는 이가 있지만, 홍삼은 정확하게는 ‘가공된 인삼’이라고 보면 된다. 수삼을 세척하고 찐 다음 말리면 홍삼이 된다. 이 제조과정을 거치면 비타민 B군과 항산화물질, 아미노산 등의 성분이 생겨 고혈압, 동맥경화를 예방하고, 방사선에 대한 방어효과, 노화방지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삼에서 붉은 홍삼으로 바뀐 제품은 농축액, 추출액, 홍삼절편 등으로 만들어져 소비자들의 건강 보조제로 사용된다. 홍삼의 제조과정은 말로만 들어서는 간단하지만, 이용기 공장장은 이에 대해 고개를 저었다.
이 공장장은 “홍삼의 제조 공정마다 엄청난 기술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며 “어떤 정성을 쏟느냐에 따라 같은 인삼에서 천차만별의 홍삼이 나온다”고 했다. 그와 함께 동원의 홍삼공장을 둘러봤다.
인삼을 3~4시간 찌는 것이 첫 작업
통상 매년 9월 말~11월 중순에 인삼이 홍삼공장으로 들어온다. 공장에서는 이를 세척한 후에 인삼의 크기에 따라 대(100g 이상), 중(50~100g), 소(50g 미만)로 나눠 500kg짜리 증삼기(蒸蔘機)에 넣고 찐다. 이 작업을 하는 데 3~4시간 정도가 걸린다. 이용기 공장장은 “증삼과정은 홍삼을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얘기다.
“삼에 갑자기 열을 가하면 외부와의 온도차이 때문에 터져버립니다. 70℃ 이하에서 천천히 찌기 시작해서 온도와 시간을 적절하게 조절해야 합니다. 저희는 삼을 찌는 데 최적화된 온도와 시간을 계산해서 프로그램에 입력했습니다. 자동화가 이뤄져 온도 편차가 0.3℃ 이하입니다. 수삼 자체의 문제에 의해 터지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증삼 과정에서 오는 피해는 최소화했습니다.”
이 증삼기는 예열 3단계, 증삼 3단계, 뜸 2단계 등 총 8단계의 전통적인 방식을 매뉴얼화하고 있다.
증삼기에서 찐 인삼은 수분이 80% 이상이다. 인삼 안의 수분이 50~60%가 될 때까지 건조기에서 하루 동안 말리는 과정이 이어진다. 이후 인삼은 잔뿌리를 털어내는 ‘치미기’라는 기계로 이동한다. 인삼의 동체에 비해 잔뿌리가 먼저 마르기 때문에 미리 털지 않으면 다음 과정에서 부서지기 때문이다. 이용기 공장장은 “사포닌은 동체보다 잔뿌리에 더 많이 함유돼 있다. 털어낸 잔뿌리는 농축액이나 분말을 만드는 원료로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온열기 대신 100% 태양광으로 홍삼 건조시켜
이용기 공장장과 함께 공장의 맨 꼭대기층으로 이동했다. 문을 열자 초여름 정도의 후끈한 열기가 몸을 감쌌다. 잔뿌리를 털어낸 인삼들을 말리는 일건장(日乾場)이다. 인삼을 제대로 찌는 것이 좋은 홍삼이 되는 첫 번째 관문이었다면, 인삼을 어떻게 말리느냐는 홍삼의 품질을 결정하는 또 다른 관문이다. 너무 빨리 말리면 홍삼의 겉이 먼저 굳어버린 다음에 안쪽이 마르면서 표피가 분리되어 바람이 들어가거나, 곰팡이가 생긴다.
이용기 공장장은 “기계로 급하게 건조시키는 것보다 자연광으로 반그늘에서 장시간 말리는 것이 최적의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일건장의 모습은 간단했다. 머리 위가 반투명 유리천장으로 만들어져서 햇빛이 직접 내리쬐지 않았고, 내부 온도가 후끈하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이 공간의 온도를 조절하는 별다른 기계 장치가 눈에 띄지 않았다. 이런 ‘단출함’이 동원의 자랑거리다. 이용기 공장장의 얘기다.
“간단해 보이지만 이곳은 태양광 건조장입니다. 100% 자연채광으로 홍삼을 건조할 수 있도록 반투명 유리를 설치하고 바람길이 잘 통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햇볕과 바람, 그늘에 번갈아가며 노출시켰기 때문에 양질(良質)의 홍삼이 탄생합니다. 대량 생산하는 홍삼은 온열기나 전깃불로 인공 건조를 시키지만, 동원에서 생산되는 모든 홍삼은 자연 그대로의 방식으로 건조됩니다. 홍삼 자체의 효능을 살리려면 전통적인 발효 방식을 따르는 것이 가장 좋기 때문입니다.”
이곳에서는 한 번에 50톤의 물량을 자연광으로 건조시킬 수 있다고 한다. 50~60%의 수분을 함유하고 있던 홍삼은 이곳에서 일주일~열흘을 말리고 나면 수분이 14% 이하로 떨어진다. 백색이었던 인삼이 차츰 갈색으로 변하는 것도 이곳에서 이루어진다.
공장의 곳곳에는 지름이 30cm는 넘어 보이는 통나무들이 눈에 띄었다. 시베리아 연해주의 해발고도 1000m 이상에서 120년 이상 자란 잣나무 ‘홍송(紅松·Red Pine)’이었다. 가까이 다가가니 은은한 향기가 풍겼다.
동행한 동원F&B 관계자는 “한층 향상된 품질을 내기 위해 들여온 나무들이다”며 “홍송의 향이 홍삼 고유의 향을 더욱 깊게 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공장에서는 홍삼 농축액 제조 과정이 한창이었다. 홍삼과 함께 8~10배의 물을 넣고 80~85℃ 사이에서 24시간 끓이기를 세 번 반복한 추출액을 농축하면 65% 농축액이 나온다.
‘약이 찬’ 6년근 삼이 홍삼의 재료
또 다른 인기제품인 ‘홍삼절편’은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 홍삼을 선인장 추출물과 함께 3일간 저온찜질 한 뒤 3개월간 별도의 숙성기간을 거쳐 탄생된다.
흔히 끓는 물에 타서 마시는 4년산, 6년산 같은 뿌리삼을 만드는 과정은 손이 많이 간다. 공장 한편에서는 직원들이 빠른 손놀림으로 홍삼을 매만지고 있었다. 홍삼의 머리에 달린 불필요한 부분을 자르고, 다리와 몸통을 균형 있게 잘라주는 과정이다. 홍삼의 크기와 모양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100% 수작업을 통해 이뤄진다.
이곳에서는 홍삼의 모양과 품질에 따라 등급을 나눈다. 홍삼의 동체와 다리 부분이 얼마나 균형 있게 자랐는지를 살피고, 암실에서 홍삼에 빛을 투과시켜 조직의 치밀도를 살핀다. 무게가 무겁고, 조직이 치밀한 것이 좋은 홍삼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홍삼은 천삼, 지삼, 양삼, 절삼으로 등급이 매겨진다. 1등품인 ‘천삼’은 전체 수매량 중 0.5% 정도뿐이다. 12년근 천삼 10지(14뿌리, 600g)는 400만원 이상으로 거래된다. 홍삼 한 뿌리에 30만원 꼴이지만, 없어서 못 팔 정도라고 한다.
어찌되었거나 좋은 홍삼을 만드는 첫 번째 과정은 좋은 수삼을 사오는 것부터 시작된다. 그런데 인삼은 생육(生育) 조건이 매우 까다롭다.
인삼은 토양, 온도, 일조량이 골고루 갖춰진 곳에서 자란다. 반(半) 음지 식물이기 때문에 햇볕을 직접 받지 않는 북서쪽으로 기울어진 밭에서 자라야 하고, 연중 기온이 27℃ 이상 지속되면 자랄 수 없다.
특이한 점은 인삼이 자라면서 땅속의 미량 성분을 전부 빨아먹기 때문에, 한 번 삼을 심었던 땅에는 더 이상 삼을 심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한 번 수확하고 나면 적어도 15년 정도의 휴지기가 필요하다.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인삼은 중부 이북에서만 재배가 가능했다. 이후 1980년대 중반에 증평에서 처음으로 6년근 인삼을 재배해 수확했는데, 요즘은 용인, 이천 등지에서도 생산을 하고 있다. 인삼 산지가 점점 남쪽으로 내려가고, 요즘은 김제, 해남에서도 재배를 하고 있다. 과거에 삼을 심었던 산지의 지력(地力)이 회복되면 다시 재배를 할 수 있다. 우리 국토를 대상으로 인삼의 재배지가 돌고 도는 셈이다.
이용기 공장장의 설명이다.
“인삼은 4월에 묘삼을 하고, 1년이 지나면 옮겨 심습니다. 우리 인삼의 특징인 사람 인(人)자의 뿌리는 고려인삼만의 특징입니다. 화기삼(花旗蔘)이나 죽절삼(竹節蔘) 같은 외국 종자에서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중국 인삼에서 사람 인자 모양의 뿌리가 나오지만 몸통이 길고 다리가 짧아 우리 것에 미치지 못합니다. ‘6년근 삼’은 사람으로 따지면 청소년기의 인삼입니다. 그 이상 넘어가면 노쇠기라 겉은 목질화되고 안에는 바람이 들어갑니다. 완전한 성장이 끝나는 6년근 삼을 두고 ‘약이 찼다’는 표현을 쓰는데, 이 때문에 6년산이 홍삼의 재료로 많이 사용됩니다.”
인삼은 잎이 떨어지고 다음 해를 위한 꽃이 피기 전인 9월에서 11월 사이에 수확한다. 그래야만 양분이 완전히 뿌리로 내려가기 때문이다. 수매 전문가에 의해 미리 계약을 맺은 인삼농가로부터 인삼을 받아온다. 밭에서 캐낸 인삼이 홍삼으로 탄생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최소 석 달이다. 인삼 재배 6년, 제품으로 탄생하는 석 달, 인삼이 뿌리내렸던 땅이 회복되는 15년. 인삼은 긴 기다림을 요구하는 약물이다.⊙
[인터뷰] 이용기 공장장
“김재철 회장의 홍삼 집념 대단”
동원F&B의 홍삼공장은 이용기 공장장이 책임을 지고 있다. 한국인삼공사 생산관리본부장(상무)을 지낸 그는 홍삼 개발·생산 등 제조와 관련된 분야에서 30년 동안 근무했다. 그는 인터뷰 자리에 앉자마자 본인이 홍삼의 효능을 체험했다며 말을 시작했다.
“인삼공사에 입사하기 전에는 결근을 하고 의무실 신세를 많이 질 정도로 건강상태가 좋지 못했습니다. 홍삼을 장기간 복용하고 난 다음에는 그런 일이 없습니다. 식약청에서 말하는 면역력 강화, 기억력 개선, 피로회복, 자양강장 등 홍삼의 효과를 제가 몸소 체험했습니다.”
―인삼을 홍삼으로 만들면 어떤 점이 좋습니까.
“인삼은 효소가 살아 있는 상태입니다. 자체 분해되기 때문에 냉장고 안에서도 금방 상합니다. 홍삼은 인삼을 찌고 말리는 과정에서 자체 분해효소를 죽여 호화(糊化)시킵니다. 그만큼 흡수가 빠르고, 인삼에 비해 체질적 거부감이 거의 없습니다. 유효기간이 10년 가까이 되고, 보관과 운송이 용이합니다. 또 사포닌의 종류가 증삼과 건조 과정에서 기존의 25종에서 36종으로 늘어납니다.”
―홍삼시장이 앞으로 얼마나 커질 것으로 예상합니까.
“1987년까지 인삼의 생산이 500톤 규모였는데 지금은 2만 톤 가까이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홍삼은 2000년 이후 급성장했습니다. 홈쇼핑을 통해 홍삼 인지도가 올라갔고, 웰빙 바람을 타고 매출이 늘었습니다. 장복(長服)하는 고객들이 늘고 있고, 수출 상품으로 각광받고 있어 시장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동원F&B는 3년 이내에 300억원어치를 해외로 수출할 계획입니다.”
―후발주자로서의 어려움이 만만치 않을 텐데요.
“동원의 ‘천지인 홍삼’은 소수 정예로 탄생한 고품질의 제품입니다. 공사에서 7000톤 가까이 되는 물량을 다뤘지만 우리는 고작 300톤 정도를 제품화했습니다. 적은 양인 만큼 충분하게 관리하고, 제품 하나하나에 정성을 다하고 있습니다.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타사처럼 온열기를 이용해 건조시키면 이틀이면 끝납니다. 저희는 생산량을 적게 하더라도 전통적인 장인의 방식을 따릅니다. 천천히 찌고, 햇볕을 쏘여 천천히 건조시킵니다. 인삼 수매와 관리를 저희가 직접 하는 것도 우리만의 강점입니다.”
―동원그룹이 생산하는 제품이 워낙 많기 때문에 사내에서도 경쟁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회사의 홍삼 사업에 대한 의지가 큽니다. 공장을 준공한 지 넉 달이 채 되지 않았지만, 김재철(金在哲) 회장이 네 번을 다녀가셨습니다. 공장의 맨 앞에 ‘바다에선 참치, 육지에선 홍삼’이라는 플래카드를 건 것을 보십시오. 참치시장에서 동원이 1등인 것처럼 언젠가는 홍삼시장에서 1등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겁니다.”
국내의 대표 참치가공유통회사인 동원그룹이 홍삼시장에 진출한 지 3년 만에 홍삼전문공장을 준공하고 공격 경영을 선언했다. 지난 2007년 ‘동원 천지인’이라는 브랜드로 홍삼을 판매해 온 동원F&B는 지난해 12월에 이곳에 홍삼전문공장을 세웠다. 수삼(水蔘) 처리능력이 500톤 규모인 공장이다. 동원은 오는 2014년까지 국내에 600개 매장을 갖추고, 이 사업에서만 100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국내 홍삼시장은 지난 5년 동안 연평균 23.7%의 성장률을 기록할 정도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정관장’을 앞세운 한국인삼공사가 전체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고, ‘한삼인’(농협중앙회)과 군소업체가 시장을 나눈 모습이다. 여기에 식품재벌인 동원그룹이 정식으로 도전장을 내면서 향후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홍삼은 인삼 중에서 수삼(땅에서 캐내 말리지 않은 삼)을 쪄서 말린 붉은 인삼이다. 간혹 홍삼이 인삼과 다른 종자가 아니냐고 착각하는 이가 있지만, 홍삼은 정확하게는 ‘가공된 인삼’이라고 보면 된다. 수삼을 세척하고 찐 다음 말리면 홍삼이 된다. 이 제조과정을 거치면 비타민 B군과 항산화물질, 아미노산 등의 성분이 생겨 고혈압, 동맥경화를 예방하고, 방사선에 대한 방어효과, 노화방지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삼에서 붉은 홍삼으로 바뀐 제품은 농축액, 추출액, 홍삼절편 등으로 만들어져 소비자들의 건강 보조제로 사용된다. 홍삼의 제조과정은 말로만 들어서는 간단하지만, 이용기 공장장은 이에 대해 고개를 저었다.
이 공장장은 “홍삼의 제조 공정마다 엄청난 기술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며 “어떤 정성을 쏟느냐에 따라 같은 인삼에서 천차만별의 홍삼이 나온다”고 했다. 그와 함께 동원의 홍삼공장을 둘러봤다.
인삼을 3~4시간 찌는 것이 첫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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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삼의 정형과 선별은 100%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
그의 얘기다.
“삼에 갑자기 열을 가하면 외부와의 온도차이 때문에 터져버립니다. 70℃ 이하에서 천천히 찌기 시작해서 온도와 시간을 적절하게 조절해야 합니다. 저희는 삼을 찌는 데 최적화된 온도와 시간을 계산해서 프로그램에 입력했습니다. 자동화가 이뤄져 온도 편차가 0.3℃ 이하입니다. 수삼 자체의 문제에 의해 터지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증삼 과정에서 오는 피해는 최소화했습니다.”
이 증삼기는 예열 3단계, 증삼 3단계, 뜸 2단계 등 총 8단계의 전통적인 방식을 매뉴얼화하고 있다.
증삼기에서 찐 인삼은 수분이 80% 이상이다. 인삼 안의 수분이 50~60%가 될 때까지 건조기에서 하루 동안 말리는 과정이 이어진다. 이후 인삼은 잔뿌리를 털어내는 ‘치미기’라는 기계로 이동한다. 인삼의 동체에 비해 잔뿌리가 먼저 마르기 때문에 미리 털지 않으면 다음 과정에서 부서지기 때문이다. 이용기 공장장은 “사포닌은 동체보다 잔뿌리에 더 많이 함유돼 있다. 털어낸 잔뿌리는 농축액이나 분말을 만드는 원료로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온열기 대신 100% 태양광으로 홍삼 건조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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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원F&B 천지인 홍삼 제품. |
이용기 공장장은 “기계로 급하게 건조시키는 것보다 자연광으로 반그늘에서 장시간 말리는 것이 최적의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일건장의 모습은 간단했다. 머리 위가 반투명 유리천장으로 만들어져서 햇빛이 직접 내리쬐지 않았고, 내부 온도가 후끈하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이 공간의 온도를 조절하는 별다른 기계 장치가 눈에 띄지 않았다. 이런 ‘단출함’이 동원의 자랑거리다. 이용기 공장장의 얘기다.
“간단해 보이지만 이곳은 태양광 건조장입니다. 100% 자연채광으로 홍삼을 건조할 수 있도록 반투명 유리를 설치하고 바람길이 잘 통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햇볕과 바람, 그늘에 번갈아가며 노출시켰기 때문에 양질(良質)의 홍삼이 탄생합니다. 대량 생산하는 홍삼은 온열기나 전깃불로 인공 건조를 시키지만, 동원에서 생산되는 모든 홍삼은 자연 그대로의 방식으로 건조됩니다. 홍삼 자체의 효능을 살리려면 전통적인 발효 방식을 따르는 것이 가장 좋기 때문입니다.”
이곳에서는 한 번에 50톤의 물량을 자연광으로 건조시킬 수 있다고 한다. 50~60%의 수분을 함유하고 있던 홍삼은 이곳에서 일주일~열흘을 말리고 나면 수분이 14% 이하로 떨어진다. 백색이었던 인삼이 차츰 갈색으로 변하는 것도 이곳에서 이루어진다.
공장의 곳곳에는 지름이 30cm는 넘어 보이는 통나무들이 눈에 띄었다. 시베리아 연해주의 해발고도 1000m 이상에서 120년 이상 자란 잣나무 ‘홍송(紅松·Red Pine)’이었다. 가까이 다가가니 은은한 향기가 풍겼다.
동행한 동원F&B 관계자는 “한층 향상된 품질을 내기 위해 들여온 나무들이다”며 “홍송의 향이 홍삼 고유의 향을 더욱 깊게 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공장에서는 홍삼 농축액 제조 과정이 한창이었다. 홍삼과 함께 8~10배의 물을 넣고 80~85℃ 사이에서 24시간 끓이기를 세 번 반복한 추출액을 농축하면 65% 농축액이 나온다.
‘약이 찬’ 6년근 삼이 홍삼의 재료
또 다른 인기제품인 ‘홍삼절편’은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 홍삼을 선인장 추출물과 함께 3일간 저온찜질 한 뒤 3개월간 별도의 숙성기간을 거쳐 탄생된다.
흔히 끓는 물에 타서 마시는 4년산, 6년산 같은 뿌리삼을 만드는 과정은 손이 많이 간다. 공장 한편에서는 직원들이 빠른 손놀림으로 홍삼을 매만지고 있었다. 홍삼의 머리에 달린 불필요한 부분을 자르고, 다리와 몸통을 균형 있게 잘라주는 과정이다. 홍삼의 크기와 모양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100% 수작업을 통해 이뤄진다.
이곳에서는 홍삼의 모양과 품질에 따라 등급을 나눈다. 홍삼의 동체와 다리 부분이 얼마나 균형 있게 자랐는지를 살피고, 암실에서 홍삼에 빛을 투과시켜 조직의 치밀도를 살핀다. 무게가 무겁고, 조직이 치밀한 것이 좋은 홍삼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홍삼은 천삼, 지삼, 양삼, 절삼으로 등급이 매겨진다. 1등품인 ‘천삼’은 전체 수매량 중 0.5% 정도뿐이다. 12년근 천삼 10지(14뿌리, 600g)는 400만원 이상으로 거래된다. 홍삼 한 뿌리에 30만원 꼴이지만, 없어서 못 팔 정도라고 한다.
어찌되었거나 좋은 홍삼을 만드는 첫 번째 과정은 좋은 수삼을 사오는 것부터 시작된다. 그런데 인삼은 생육(生育) 조건이 매우 까다롭다.
인삼은 토양, 온도, 일조량이 골고루 갖춰진 곳에서 자란다. 반(半) 음지 식물이기 때문에 햇볕을 직접 받지 않는 북서쪽으로 기울어진 밭에서 자라야 하고, 연중 기온이 27℃ 이상 지속되면 자랄 수 없다.
특이한 점은 인삼이 자라면서 땅속의 미량 성분을 전부 빨아먹기 때문에, 한 번 삼을 심었던 땅에는 더 이상 삼을 심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한 번 수확하고 나면 적어도 15년 정도의 휴지기가 필요하다.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인삼은 중부 이북에서만 재배가 가능했다. 이후 1980년대 중반에 증평에서 처음으로 6년근 인삼을 재배해 수확했는데, 요즘은 용인, 이천 등지에서도 생산을 하고 있다. 인삼 산지가 점점 남쪽으로 내려가고, 요즘은 김제, 해남에서도 재배를 하고 있다. 과거에 삼을 심었던 산지의 지력(地力)이 회복되면 다시 재배를 할 수 있다. 우리 국토를 대상으로 인삼의 재배지가 돌고 도는 셈이다.
이용기 공장장의 설명이다.
“인삼은 4월에 묘삼을 하고, 1년이 지나면 옮겨 심습니다. 우리 인삼의 특징인 사람 인(人)자의 뿌리는 고려인삼만의 특징입니다. 화기삼(花旗蔘)이나 죽절삼(竹節蔘) 같은 외국 종자에서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중국 인삼에서 사람 인자 모양의 뿌리가 나오지만 몸통이 길고 다리가 짧아 우리 것에 미치지 못합니다. ‘6년근 삼’은 사람으로 따지면 청소년기의 인삼입니다. 그 이상 넘어가면 노쇠기라 겉은 목질화되고 안에는 바람이 들어갑니다. 완전한 성장이 끝나는 6년근 삼을 두고 ‘약이 찼다’는 표현을 쓰는데, 이 때문에 6년산이 홍삼의 재료로 많이 사용됩니다.”
인삼은 잎이 떨어지고 다음 해를 위한 꽃이 피기 전인 9월에서 11월 사이에 수확한다. 그래야만 양분이 완전히 뿌리로 내려가기 때문이다. 수매 전문가에 의해 미리 계약을 맺은 인삼농가로부터 인삼을 받아온다. 밭에서 캐낸 인삼이 홍삼으로 탄생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최소 석 달이다. 인삼 재배 6년, 제품으로 탄생하는 석 달, 인삼이 뿌리내렸던 땅이 회복되는 15년. 인삼은 긴 기다림을 요구하는 약물이다.⊙
[인터뷰] 이용기 공장장
“김재철 회장의 홍삼 집념 대단”
동원F&B의 홍삼공장은 이용기 공장장이 책임을 지고 있다. 한국인삼공사 생산관리본부장(상무)을 지낸 그는 홍삼 개발·생산 등 제조와 관련된 분야에서 30년 동안 근무했다. 그는 인터뷰 자리에 앉자마자 본인이 홍삼의 효능을 체험했다며 말을 시작했다. “인삼공사에 입사하기 전에는 결근을 하고 의무실 신세를 많이 질 정도로 건강상태가 좋지 못했습니다. 홍삼을 장기간 복용하고 난 다음에는 그런 일이 없습니다. 식약청에서 말하는 면역력 강화, 기억력 개선, 피로회복, 자양강장 등 홍삼의 효과를 제가 몸소 체험했습니다.”
―인삼을 홍삼으로 만들면 어떤 점이 좋습니까.
“인삼은 효소가 살아 있는 상태입니다. 자체 분해되기 때문에 냉장고 안에서도 금방 상합니다. 홍삼은 인삼을 찌고 말리는 과정에서 자체 분해효소를 죽여 호화(糊化)시킵니다. 그만큼 흡수가 빠르고, 인삼에 비해 체질적 거부감이 거의 없습니다. 유효기간이 10년 가까이 되고, 보관과 운송이 용이합니다. 또 사포닌의 종류가 증삼과 건조 과정에서 기존의 25종에서 36종으로 늘어납니다.”
―홍삼시장이 앞으로 얼마나 커질 것으로 예상합니까.
“1987년까지 인삼의 생산이 500톤 규모였는데 지금은 2만 톤 가까이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홍삼은 2000년 이후 급성장했습니다. 홈쇼핑을 통해 홍삼 인지도가 올라갔고, 웰빙 바람을 타고 매출이 늘었습니다. 장복(長服)하는 고객들이 늘고 있고, 수출 상품으로 각광받고 있어 시장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동원F&B는 3년 이내에 300억원어치를 해외로 수출할 계획입니다.”
―후발주자로서의 어려움이 만만치 않을 텐데요.
“동원의 ‘천지인 홍삼’은 소수 정예로 탄생한 고품질의 제품입니다. 공사에서 7000톤 가까이 되는 물량을 다뤘지만 우리는 고작 300톤 정도를 제품화했습니다. 적은 양인 만큼 충분하게 관리하고, 제품 하나하나에 정성을 다하고 있습니다.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타사처럼 온열기를 이용해 건조시키면 이틀이면 끝납니다. 저희는 생산량을 적게 하더라도 전통적인 장인의 방식을 따릅니다. 천천히 찌고, 햇볕을 쏘여 천천히 건조시킵니다. 인삼 수매와 관리를 저희가 직접 하는 것도 우리만의 강점입니다.”
―동원그룹이 생산하는 제품이 워낙 많기 때문에 사내에서도 경쟁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회사의 홍삼 사업에 대한 의지가 큽니다. 공장을 준공한 지 넉 달이 채 되지 않았지만, 김재철(金在哲) 회장이 네 번을 다녀가셨습니다. 공장의 맨 앞에 ‘바다에선 참치, 육지에선 홍삼’이라는 플래카드를 건 것을 보십시오. 참치시장에서 동원이 1등인 것처럼 언젠가는 홍삼시장에서 1등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