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李健熙, 동계올림픽 유치 책임 막중
⊙ 노조와 경영권 승계로 늘 머리 아픈 鄭夢九 회장
⊙ 崔泰源 회장, 그룹 주력사업과 정부 물가정책 背馳돼 고민…
⊙ 노조와 경영권 승계로 늘 머리 아픈 鄭夢九 회장
⊙ 崔泰源 회장, 그룹 주력사업과 정부 물가정책 背馳돼 고민…
재벌 3세인 K대표이사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다. 그와 친분이 두터운 선배에 따르면, K대표는 매주 일요일은 물론, 수요일 저녁 예배에도 빠지지 않고 참석한단다. 하루는 이 선배가 K대표에게 ‘무척 바쁜 와중에도 예배를 빼먹지 않는 이유가 뭐냐’고 물었단다.
K씨의 답은 이랬다.
“사업을 오랫동안 하다 보니 일이 잘되고 안되고는 내 손을 떠났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내(社內)에 똑똑한 직원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들이 검토하고, 또 내가 검토해서 성공 확률이 90% 이상인 사업이 실패하고, 속는 셈 치고 투자하는 사업은 대박이 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언제부터인가 ‘그냥 위에 계신 분께 맡길 테니 제발 좀 살려달라’는 심정으로 종교에 의지를 한다. 남들은 재벌 3세 사장이니까 막연하게 만날 행복한 줄 안다. 실제로는 고민이 더 큰 경우가 많다. 그룹 2세들 모임에 나가 봐도 그렇다.”
K씨를 오랫동안 지켜봤던 선배는 “그냥 하는 말 같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아무리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사람일지라도 ‘고민’은 있기 마련이다. 물론 연일 치솟는 물가와 유가(油價) 소식에 마음 졸이며 살아가는 서민들의 고민과는 다름이 분명하다. 요즘 대기업 회장들은 어떤 고민을 안고 살까.
2년 전 정부와 한 약속 지켜야 할 李健熙 회장
이건희(李健熙) 삼성전자 회장은 올해 초, 삼성전자에서만 510억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이 회장은 지난 3월 31일 기준으로 총 9조891억원의 주식을 보유해 명실공히 대한민국 ‘주식 최고 부자’다. 그가 가진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물산 지분의 시가총액만 이 정도이니, 개인 현금 자산과 비(非)현금 자산을 합하면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일 것이다.
하지만 이 회장의 요즘 심경이 썩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우선 그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라는 숙제를 해치워야 한다.
재계 관계자의 얘기다.
“이건희 회장이 지금처럼 활동할 수 있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2009년에, 그것도 연말인 12월 30일에 혼자서 특별사면을 받았습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인 이 회장이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힘을 써야 한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각계의 반발을 무릅쓰고 국가적 차원이라면서, 판결문에 잉크도 마르지 않은 시점에서 이 회장만을 단독 특별사면했습니다. 앞으로 80여 일 후면 동계올림픽 개최지가 결정납니다. 2년 전에 정부의 혜택을 받은 이 회장이 과제를 제출해야 하는 날이 가까워 오고 있다는 얘깁니다. 그나마 올림픽을 유치한다면 다행이지만,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삼성 회장도 국제사회에서는 어쩔 수 없구나’ ‘열심히 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얘기를 듣게 될 겁니다. 물론 삼성이 결과에 상관없이 앞으로 이 회장의 열의를 열심히 홍보하겠지만, 이 회장의 입장에서는 이런 얘기들이 듣기 좋은 얘기가 아님은 분명합니다.”
올 초부터 연일 구설 휘말려
그간의 행적으로 보면, 실제로 지난 1년반 동안 이 회장은 ‘삼성 회장’보다 ‘IOC 위원’으로 참석한 행사가 많은 것처럼 보인다. 특사를 받은 지 한 달 뒤에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캐나다 밴쿠버로 출국해 IOC총회에 참석했다. 이후 유럽과 동남아, 호주 등을 방문해 평창의 ‘3수 도전’을 지원했다.
이 회장은 지난 3월 31일에 부인 홍라희(洪羅喜)씨와 함께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스포츠 박람회 ‘스포트어코드’에 참석하기 위해 영국으로 떠났다. 그가 ‘7월까지 뛰겠다’고 한 대목을 보면, 특별사면에 대한 부채를 무겁게 여기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하지만 동계올림픽과는 별도로 이 회장의 마음이 편할 리가 없다.
이건희 회장은 올 초부터 문제 발언의 ‘단골손님’이 됐다.
얼마 전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서는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과거 10년에 비해 상당히 성장을 해 왔으니 낙제점을 주면 안 되겠죠”라며 운을 뗀 뒤, “흡족하기보다는 낙제는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이어서 정운찬(鄭雲燦) 동반성장위원장의 ‘이익공유제’에 대해 “경제학 공부를 했지만, 그런 말은 들어 보지도 못했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자본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아니면 공산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도대체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1995년에 중국 베이징을 방문할 때 ‘정치는 4류’라던 ‘북경(北京)발언’에 가까운 직설(直說)이었다.
이 회장의 발언에 대해 청와대와 정부·여당은 끓어올랐다.
윤증현(尹增鉉) 기획재정부 장관은 “참으로 당혹스럽고 실망스럽다. 정부 정책의 지원을 받은 대기업 총수가 낙제점수 운운하는 것이 서글프다”고 했다.
이 회장이 뒤늦은 시점에서야 발언을 돌이키기 위해 애를 썼지만 역부족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의 말이다.
“본인 스스로 나서서 ‘그런 뜻이 아니다’고 해명했지만 권부(權府)가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듯 보입니다. 이 회장의 발언이 있은 후 한 달이 되지 않아 국세청이 호텔신라, 삼성중공업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습니다. 국세청은 매출 5000억원 이상인 기업은 4~5년마다 정기 조사를 한다고 말했고, 이 회장 역시 비슷하게 말했지만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습니다. 재계에서는 일종의 ‘손봐주기’라고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이 회장의 머리를 복합하게 하는 일은 여러 가지다. 삼성 계열사 안팎에서 계속 사고가 터진다. 삼성전자의 고위 관계자가 공개 석상에서 LG디스플레이 직원을 향해 욕설을 했고, LG는 반격에 나서 소송으로까지 치달을 뻔했다.
鄭夢九, 건설 인수해 적통은 찾았지만…
정몽구(鄭夢九) 현대자동차 회장의 심정도 편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정 회장의 머리를 계속 짓누르는 고민은 노조다. 현대차 노조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강성노조 중 하나다. 현대차 노사는 올해 4월부터 시행하는 근로시간면제제도(타임오프)에 대해 세 차례에 걸쳐 협상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노조는 지난 4월 6일부터 출근투쟁(조합원을 대상으로 플래카드나 유인물을 나눠 주는 등의 홍보전)에 돌입하면서 총력 투쟁을 선언했다.
현대차 관계자의 말이다.
“현대차 사내의 하청 비정규직이 파업을 했을 때 손실이 9일 동안 900억원이 넘었습니다. 매년 노조와 부딪쳐야 하는 상황을 견디기 어렵습니다. 사내에서는 어떤 성향의 노조가 들어서느냐가 회사의 경영전략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鄭義宣 체제는 늘 골머리
이른바 ‘정의선(鄭義宣) 체제’가 불안하다는 점도 정 회장의 고민거리다.
현대차그룹의 현대자동차 등 7개 상장 계열사 중 5개사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올 초에는 현대건설을 인수해 ‘현대가의 적통’을 찾았다.
하지만 후계자인 정의선 부회장의 그룹 내 지분구조는 안정적이지 못하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갖추고 있다. 여기서 정 부회장은 ‘현대모비스’와 ‘현대자동차’의 지분이 없다. 그래서 정몽구 회장은 정 부회장의 그룹 내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고, 이에 따라 글로비스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정 부회장은 글로비스 지분율이 31.88%로 최대주주다. 글로비스를 통해 현대모비스의 주식을 매입해 그룹 지배권을 확보하면 ‘정의선 체제’는 안정권에 접어들 수 있다.
이를 위해 ‘실탄’이 필요하다. 글로비스의 주가상승을 통해 정 부회장에게 시세차익을 많이 만들어 줘야 한다. 현재 글로비스는 2년 전보다 매출은 93% 증가한 5조8000억원, 당기순이익은 126% 증가해 2655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글로비스의 주가는 상승 분위기를 타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건설공사를 주업으로 하는 현대엠코는 지난 3월, 최대 주주인 정 부회장(지분율 25.06%)에게 125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지난해 매출 1조2000억원을 기록한 현대엠코는 당기순이익의 74%에 달하는 500억원의 배당금을 결의했는데, 동종업계의 평균보다 과도하다는 지적이 많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후계체제를 위한 실탄확보 작업에서 과도한 배당을 했다는 지적이 많다”고 꼬집었다.
SK, “통신비 내려야 하나”
‘고민’에서는 최태원(崔泰源) SK그룹 회장이 단연 최고일 것 같다.
최 회장은 주식으로만 1조9833억원(2010년 말 기준)에 달하는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 올해 배당금으로 156억원을 받았다.
언뜻 고민스러운 일이 없을 것 같지만 최 회장의 표정이 밝지는 않을 것 같다.
재계에서는 “현 정부가 가장 괘씸하게 생각하는 곳이 SK그룹이다. 향후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
정보 업무를 15년 이상 해 온 H그룹 관계자의 말이다.
“이명박 정부의 물가정책의 핵심은 유가와 통신비 인하입니다. 이 대통령이 나서서 ‘휘발유 값이 묘하다’는 발언을 했습니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정유사에 대한 현장조사에 나섰죠.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최중경(崔重卿) 지식경제부 장관이 여기에 동조했죠. 통신비는 어떻습니까. 최시중(崔時仲) 방송통신위원장이 통신비 절감 대책에 나서야 한다고 했습니다. 김황식(金滉植) 국무총리도 이동통신 요금의 인하 유도 발언을 했습니다. MB 정부의 실세가 번갈아 가면서 SK그룹을 압박했습니다. 하지만 딱히 SK그룹이 정권에 호의적이지 않았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이 관계자는 “정권의 최고위층에서 SK그룹에 대해 한화그룹의 전례를 빗대며 우회적으로 경고를 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최근 국세청 조사4국이 SK와 L그룹 계열사에 대해 특별조사를 벌였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돈 걱정 없는 재벌가 오너로서도 마음이 편할 리는 없다.⊙
K씨의 답은 이랬다.
“사업을 오랫동안 하다 보니 일이 잘되고 안되고는 내 손을 떠났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내(社內)에 똑똑한 직원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들이 검토하고, 또 내가 검토해서 성공 확률이 90% 이상인 사업이 실패하고, 속는 셈 치고 투자하는 사업은 대박이 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언제부터인가 ‘그냥 위에 계신 분께 맡길 테니 제발 좀 살려달라’는 심정으로 종교에 의지를 한다. 남들은 재벌 3세 사장이니까 막연하게 만날 행복한 줄 안다. 실제로는 고민이 더 큰 경우가 많다. 그룹 2세들 모임에 나가 봐도 그렇다.”
K씨를 오랫동안 지켜봤던 선배는 “그냥 하는 말 같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아무리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사람일지라도 ‘고민’은 있기 마련이다. 물론 연일 치솟는 물가와 유가(油價) 소식에 마음 졸이며 살아가는 서민들의 고민과는 다름이 분명하다. 요즘 대기업 회장들은 어떤 고민을 안고 살까.
2년 전 정부와 한 약속 지켜야 할 李健熙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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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부인 홍라희 여사와 함께 지난 3월 31일 오전 영국 런던서 열린 스포트어코드 행사 참석차 김포공항 출국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
하지만 이 회장의 요즘 심경이 썩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우선 그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라는 숙제를 해치워야 한다.
재계 관계자의 얘기다.
“이건희 회장이 지금처럼 활동할 수 있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2009년에, 그것도 연말인 12월 30일에 혼자서 특별사면을 받았습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인 이 회장이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힘을 써야 한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각계의 반발을 무릅쓰고 국가적 차원이라면서, 판결문에 잉크도 마르지 않은 시점에서 이 회장만을 단독 특별사면했습니다. 앞으로 80여 일 후면 동계올림픽 개최지가 결정납니다. 2년 전에 정부의 혜택을 받은 이 회장이 과제를 제출해야 하는 날이 가까워 오고 있다는 얘깁니다. 그나마 올림픽을 유치한다면 다행이지만,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삼성 회장도 국제사회에서는 어쩔 수 없구나’ ‘열심히 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얘기를 듣게 될 겁니다. 물론 삼성이 결과에 상관없이 앞으로 이 회장의 열의를 열심히 홍보하겠지만, 이 회장의 입장에서는 이런 얘기들이 듣기 좋은 얘기가 아님은 분명합니다.”
올 초부터 연일 구설 휘말려
그간의 행적으로 보면, 실제로 지난 1년반 동안 이 회장은 ‘삼성 회장’보다 ‘IOC 위원’으로 참석한 행사가 많은 것처럼 보인다. 특사를 받은 지 한 달 뒤에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캐나다 밴쿠버로 출국해 IOC총회에 참석했다. 이후 유럽과 동남아, 호주 등을 방문해 평창의 ‘3수 도전’을 지원했다.
이 회장은 지난 3월 31일에 부인 홍라희(洪羅喜)씨와 함께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스포츠 박람회 ‘스포트어코드’에 참석하기 위해 영국으로 떠났다. 그가 ‘7월까지 뛰겠다’고 한 대목을 보면, 특별사면에 대한 부채를 무겁게 여기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하지만 동계올림픽과는 별도로 이 회장의 마음이 편할 리가 없다.
이건희 회장은 올 초부터 문제 발언의 ‘단골손님’이 됐다.
얼마 전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서는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과거 10년에 비해 상당히 성장을 해 왔으니 낙제점을 주면 안 되겠죠”라며 운을 뗀 뒤, “흡족하기보다는 낙제는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이어서 정운찬(鄭雲燦) 동반성장위원장의 ‘이익공유제’에 대해 “경제학 공부를 했지만, 그런 말은 들어 보지도 못했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자본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아니면 공산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도대체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1995년에 중국 베이징을 방문할 때 ‘정치는 4류’라던 ‘북경(北京)발언’에 가까운 직설(直說)이었다.
이 회장의 발언에 대해 청와대와 정부·여당은 끓어올랐다.
윤증현(尹增鉉) 기획재정부 장관은 “참으로 당혹스럽고 실망스럽다. 정부 정책의 지원을 받은 대기업 총수가 낙제점수 운운하는 것이 서글프다”고 했다.
이 회장이 뒤늦은 시점에서야 발언을 돌이키기 위해 애를 썼지만 역부족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의 말이다.
“본인 스스로 나서서 ‘그런 뜻이 아니다’고 해명했지만 권부(權府)가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듯 보입니다. 이 회장의 발언이 있은 후 한 달이 되지 않아 국세청이 호텔신라, 삼성중공업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습니다. 국세청은 매출 5000억원 이상인 기업은 4~5년마다 정기 조사를 한다고 말했고, 이 회장 역시 비슷하게 말했지만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습니다. 재계에서는 일종의 ‘손봐주기’라고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이 회장의 머리를 복합하게 하는 일은 여러 가지다. 삼성 계열사 안팎에서 계속 사고가 터진다. 삼성전자의 고위 관계자가 공개 석상에서 LG디스플레이 직원을 향해 욕설을 했고, LG는 반격에 나서 소송으로까지 치달을 뻔했다.
鄭夢九, 건설 인수해 적통은 찾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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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외아들 정의선 부회장의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에 대해 고민한다. |
정 회장의 머리를 계속 짓누르는 고민은 노조다. 현대차 노조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강성노조 중 하나다. 현대차 노사는 올해 4월부터 시행하는 근로시간면제제도(타임오프)에 대해 세 차례에 걸쳐 협상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노조는 지난 4월 6일부터 출근투쟁(조합원을 대상으로 플래카드나 유인물을 나눠 주는 등의 홍보전)에 돌입하면서 총력 투쟁을 선언했다.
현대차 관계자의 말이다.
“현대차 사내의 하청 비정규직이 파업을 했을 때 손실이 9일 동안 900억원이 넘었습니다. 매년 노조와 부딪쳐야 하는 상황을 견디기 어렵습니다. 사내에서는 어떤 성향의 노조가 들어서느냐가 회사의 경영전략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鄭義宣 체제는 늘 골머리
이른바 ‘정의선(鄭義宣) 체제’가 불안하다는 점도 정 회장의 고민거리다.
현대차그룹의 현대자동차 등 7개 상장 계열사 중 5개사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올 초에는 현대건설을 인수해 ‘현대가의 적통’을 찾았다.
하지만 후계자인 정의선 부회장의 그룹 내 지분구조는 안정적이지 못하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갖추고 있다. 여기서 정 부회장은 ‘현대모비스’와 ‘현대자동차’의 지분이 없다. 그래서 정몽구 회장은 정 부회장의 그룹 내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고, 이에 따라 글로비스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정 부회장은 글로비스 지분율이 31.88%로 최대주주다. 글로비스를 통해 현대모비스의 주식을 매입해 그룹 지배권을 확보하면 ‘정의선 체제’는 안정권에 접어들 수 있다.
이를 위해 ‘실탄’이 필요하다. 글로비스의 주가상승을 통해 정 부회장에게 시세차익을 많이 만들어 줘야 한다. 현재 글로비스는 2년 전보다 매출은 93% 증가한 5조8000억원, 당기순이익은 126% 증가해 2655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글로비스의 주가는 상승 분위기를 타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건설공사를 주업으로 하는 현대엠코는 지난 3월, 최대 주주인 정 부회장(지분율 25.06%)에게 125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지난해 매출 1조2000억원을 기록한 현대엠코는 당기순이익의 74%에 달하는 500억원의 배당금을 결의했는데, 동종업계의 평균보다 과도하다는 지적이 많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후계체제를 위한 실탄확보 작업에서 과도한 배당을 했다는 지적이 많다”고 꼬집었다.
SK, “통신비 내려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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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9월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기업 총수 조찬간담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SK 최태원 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
최 회장은 주식으로만 1조9833억원(2010년 말 기준)에 달하는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 올해 배당금으로 156억원을 받았다.
언뜻 고민스러운 일이 없을 것 같지만 최 회장의 표정이 밝지는 않을 것 같다.
재계에서는 “현 정부가 가장 괘씸하게 생각하는 곳이 SK그룹이다. 향후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
정보 업무를 15년 이상 해 온 H그룹 관계자의 말이다.
“이명박 정부의 물가정책의 핵심은 유가와 통신비 인하입니다. 이 대통령이 나서서 ‘휘발유 값이 묘하다’는 발언을 했습니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정유사에 대한 현장조사에 나섰죠.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최중경(崔重卿) 지식경제부 장관이 여기에 동조했죠. 통신비는 어떻습니까. 최시중(崔時仲) 방송통신위원장이 통신비 절감 대책에 나서야 한다고 했습니다. 김황식(金滉植) 국무총리도 이동통신 요금의 인하 유도 발언을 했습니다. MB 정부의 실세가 번갈아 가면서 SK그룹을 압박했습니다. 하지만 딱히 SK그룹이 정권에 호의적이지 않았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이 관계자는 “정권의 최고위층에서 SK그룹에 대해 한화그룹의 전례를 빗대며 우회적으로 경고를 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최근 국세청 조사4국이 SK와 L그룹 계열사에 대해 특별조사를 벌였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돈 걱정 없는 재벌가 오너로서도 마음이 편할 리는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