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61년 일본서 웅담성분 들여와 첫 발매, 1980년 독자 개발에 성공
⊙ 강력한 남성 이미지에서 젊은층으로 고객 넓히며, 50년 장수
⊙ 강력한 남성 이미지에서 젊은층으로 고객 넓히며, 50년 장수
-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우루사 ‘간 때문이야’ 광고. CM송과 춤, 차두리의 캐릭터가 어우러져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간 때문이야, 간 때문이야. 피곤은 간 때문이야.”
국가대표 축구선수 차두리의 어색한 율동이 화면을 한가득 채운다. 그가 광고에서 보여주는 유쾌한 웃음과 중독성 있는 ‘CM송’에 젊은이들이 매료됐다. 요즘 20대(代) 사이에서는 모든 질문에 ‘간 때문이야’라고 답하는 장난이 유행이다. 어젯밤 귀가가 늦어진 이유가 ‘간 때문’이고, 여자친구와 다툰 이유도 ‘간 때문’이란다. 인터넷 음원차트에서 1위에 올랐다고 하니, 그 인기가 짐작된다.
주인공은 대웅제약이 판매하는 간(肝) 관리제 ‘우루사’다.
우루사가 올해 50살이 됐다. 1961년에 세상에 첫선을 보인 우루사는 ‘간’과 ‘피로회복’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앞세워 꾸준히 판매량을 늘려 왔다. 대웅제약의 지난 2010년 매출은 6700억원 선이고, 우루사 매출은 520억원을 기록했다.
현재 이 회사는 ‘복합우루사’, ‘우루사 50mg’, ‘우루사정(100mg/200mg)’, ‘알파우루사’ 등 네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복합우루사’는 기본 성분 이외에 타우린 등이 추가된 제품이고, ‘알파우루사’는 여성들을 위해 출시된 제품으로 휴대가 간편한 콤팩트한 패키지로 만들었다. ‘우루사정’은 병원처방약에 주로 사용되는 제품으로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만 복용할 수 있다. ‘우루사정’을 제외한 제품은 약국에서 구입이 가능하다. 사실 회사의 전체 매출에서 우루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10%가 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우루사는 명실공히 대웅제약을 대표하는 브랜드이고, 회사의 상징이다. 회사의 로고에 ‘곰’이 떡하니 버티고 있을 정도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매출 비중은 미미하지만, ‘대웅제약=우루사’, ‘우루사=간장약’이라는 공식이 성립할 정도로 큰 의미를 지닌 제품이다”고 설명했다.
곰이 소변을 보지 않고 겨울잠을 자는 데서 착안
오늘날 이 제품이 탄생하게 된 배경은 뜬금없는 의문 하나에서였다. ‘겨울잠을 자는 곰이 소변을 보지 않고 어떻게 몸 안에 쌓이는 독을 처리할까’가 바로 그것이다.
업계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사람이 소변을 5일 동안 보지 않으면 몸 안에 독소가 쌓이고 바로 사망에 이른다고 한다. 하지만 겨울잠을 자는 곰은 소변을 보지 않고도 몇 달을 버틸 수 있다.
이 ‘비밀’은 1902년, 스웨덴의 한 과학자에 의해서 밝혀졌다. 곰의 간에서 ‘우루소데옥시콜산(UDCA)’이라는 성분을 발견해 낸 것이다. 이 성분은 곰의 방광에 모인 소변을 재흡수해서 간에서 완전 해독시킨 뒤 다시 단백질로 만들어 낸다. 결국 ‘UDCA’라는 것이 몸 속에 쌓인 노폐물을 정화하고, 배출한다는 것이 밝혀진 셈이다. 더구나 이 성분이 사람의 간 기능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밝혀졌다. 일본은 1953년에 ‘UDCA’를 약품으로 개발하는 데 성공해 제품을 출시하고 있었다.
대웅제약의 전신(前身)인 대한비타민은 일본 다나베사(社)와의 기술협력을 통해 이 기술을 들여왔다. 전쟁의 폐허에서 막 벗어난 우리나라는 경제재건이라는 강력한 시대적 사명에 매진하던 때였다. 일본과 협업(協業)에 나섰지만, 이 성분을 알약으로 만들어 내기란 쉽지 않았다. 대한비타민사는 무려 8년이 넘는 기간 동안 개발에 박차를 가해, 1961년 ‘우루사’를 선보였다.
어렵사리 제품을 시장에 내놓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우루사’는 맛이 아주 고약했다.
김진영 대웅제약 PM부장의 애기다.
“처음 개발될 때 우루사는 정제형이었습니다. 가루를 뭉친 형태의 알약이죠. 이 약은 혀끝에 살짝 닿기만 해도 쓴맛이 너무 심했습니다. 그 때문에 약을 삼킬 때 목넘김이 좋지 않아 소비자에게 호응을 받지 못했습니다.”
곰의 쓸개 성분이 들어 있으니 쓴맛은 당연한 것일 수 있다. ‘와신상담(臥薪嘗膽)’이라는 말이 괜히 나왔겠는가.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소비자에게 외면받는 제품은 성공작(作)이라 보기 어렵다.
약국을 운영하다가 대한비타민을 인수(1966년)한 윤영환(尹泳煥)씨는 ‘우루사’의 쓴맛을 해결하는 연구를 지시했다. 연구진은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정제의 껍데기에 백당(白糖)의 층을 입힌 ‘당의정’을 고안해 냈다. 하지만 이 방법은 공정이 복잡하고 생산효율이 떨어졌다. 결국 당시 선진국에서 연구하고 있던 ‘연질캡슐’이라는 것에 관심을 돌렸다. ‘UDCA’와 비타민 B1, B2를 콩기름에 녹여 젤 상태로 만든 다음에 젤라틴 막으로 위아래를 밀봉하는 방식이었다. 이 방식을 사용하면 약을 먹을 때 목넘김이 좋고, 쓴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대웅제약은 1974년, 독자적으로 개발한 ‘연질캡슐’ 형태의 우루사를 내놨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500만원에 불과했던 연 매출액이 1974년 1억원, 1978년 22억원을 넘어섰다. 드링크류를 제외하고는, 단일 의약품 판매량 1위였다. 회사는 일일이 손으로 찍어 만들던 ‘우루사’의 공정을 자동화했다. 조금씩 차이가 있던 함유량이 일정해졌다. 우루사의 대표 색깔인 연두색과 암녹색의 조화가 이때부터 시작됐다.
‘우루사 한 박스는 곰 한 마리’ 광고로 대박 대열에
‘우루사’의 인기와 함께 1970년대 후반 들어 본격적인 마케팅이 시작됐다. 그 전까지 우루사는 ‘UDCA 성분의 간장약’이라는 광고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UDCA’라는 생소한 광고로는 소비자들에게 쉽사리 다가가지 못한 것이 현실이었다.
김진영 대웅제약 부장의 얘기다.
“곰의 이미지를 적극 활용키로 했습니다. 1978년에 사명(社名)을 곰을 상징하는 ‘대웅제약’으로 바꿨고, 로고에 한자를 응용한 곰 그림을 넣었습니다. 또 ‘곰 이야기’를 하면서 웅담이 좋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환기시켰죠. ‘웅담 성분의 간장약, 우루사’라는 광고 카피를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피곤한 도시에 커다란 곰이 나타나서 울부짖는 TV광고가 큰 성과를 거두면서, 우루사의 브랜드가 일약 스타덤에 올랐습니다.”
곰을 이미지로 활용한 것이 예상치 못한 효과를 불러왔다. 1981년 5월 경기도 광주에 반달곰이 나타나 소동을 피우다 사살되는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으로 ‘곰’ 자체가 세인의 관심사가 됐고, 곰의 쓸개가 1600만원이라는 고가(高價)에 매매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웅담’에 당시 사람들의 눈과 귀가 쏠리던 때였다.
대웅제약은 이 흐름을 타고, ‘우루사 한 박스는 곰 한 마리와 같다’는 광고를 내보냈다. 웅담 1개에 들어 있는 ‘UDCA’ 성분이 우루사 한 박스(120캡슐)에 들어 있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사람들이 우루사를 먹으면서 마치 웅담을 먹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며 “덕분에 큰 성공을 거뒀다”고 했다.
대웅제약은 1980년, 그 전까지 수입에 의존하던 UDCA의 자체 합성기술을 개발하면서 1983년 연매출 120억원을 달성했다. 제약업계의 ‘블록버스터’ 기준인 100억원을 마침내 돌파한 것이다. 일본의 제품에서 착안한 지 30년, 또 제품을 내놓은 지 22년 만의 지루한 시간이 끝내 이뤄낸 쾌거였다.
광고에 곰을 쓸 수 없게 돼 곰 같은 이미지의 탤런트 백일섭씨를 모델로
당시로서는 대웅제약이, 엄밀히 말하면 우루사가 승승장구의 길을 걸을 것으로 예견됐었다. 하지만 쾌거를 이뤄낸 다음해인 1984년, 우루사는 일대의 위기를 맞게 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곰과 연계한 우루사의 광고를 허위·과장광고로 판정한 것이다. 대웅제약은 ‘곰’, ‘웅담’이라는 직접적인 표현을 광고에 사용할 수 없게 됐다. 20년 이상을 꾸준히 지켜 왔던 ‘곰’ 이미지는 한순간에 사라졌다.
이때 대웅제약은 ‘곰’ 대신 탤런트 백일섭씨를 전면에 내세웠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백일섭씨의 곰과 같은 강인한 남성 이미지가 소비자에게 어필되면서 우루사의 인기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우루사는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 때의 공식 간장약으로 지정됐다.
위기는 끝이 아니었다.
1995년 약물 오·남용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TV·라디오 광고에 ‘간장약’이라는 표현 자체를 사용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우루사가 엄연한 간장약이지만 ‘간장약을 간장약이라고 부르지 못하는’ 신세가 됐다.
대웅제약의 최창섭 주임은 “의약품의 경우 광고가 절대적으로 중요한데 이런 제약이 있어 타격이 컸다”고 말했다. 동석(同席)한 김진영 부장도 고개를 끄덕였다. 김 부장의 얘기다.
“곰에 이어 간마저 빼앗겨서 궁여지책으로 간장약에서 ‘피로회복제’로 바꿨습니다. 피로회복제는 전자파 광고가 가능했거든요. 이때 ‘복합우루사’를 만들었고 광고에도 간 대신 ‘피로’를 집중적으로 공략했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기억하는 광고 중에 백일섭씨가 어깨 위에 매달린 피로를 메치면서 ‘피로야 가라!’고 외치는 광고나, ‘임꺽정’ 정흥채씨의 ‘피로야 까불지 마라!’ 광고도 이때 나온 겁니다.”
―광고가 히트해서 매출도 올라갔겠군요.
“광고는 히트했지만 매출은 오히려 곤두박질쳤습니다. ‘술 먹은 다음날 한 두 알 까서 먹는 피로회복제’란 인식이 매출에 독(毒)이 됐습니다. 소비자들이 술 마신 다음날이 아니면 굳이 찾질 않는 거예요.”
1990년대 중반 300억원대였던 매출은 2002년 120억원까지 떨어졌다. 피로회복제 분야에서 업계 3위로 전락할 위기에 몰렸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대웅제약은 2002년 ‘우루사 브랜드 태스크포스팀’을 가동했다. 15개월에 걸친 장기 컨설팅이 시작됐다. 여러 얘기들이 나왔다. ‘간장약으로 회귀해야 한다’는 것, ‘낱알을 구입하는 요즘의 패턴에서 장기 복용제로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말들이 오갔다.
대웅제약 TF팀은 ‘장기복용’으로 소비자들을 유도하기 위해 ‘간 관리’ 캠페인을 벌였다. 간이 안 좋은 사람이 먹던 치료제의 개념에서 ‘예방’으로 고개를 돌렸다. 대웅제약은 ‘평소에 간을 관리하자’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2000년대 초반부터 불어닥친 ‘웰빙바람’은 이 같은 전략에 호재로 작용했다. 대웅제약은 기존의 10캡슐, 60캡슐 제품에서 100캡슐짜리 제품을 출시하며 인기 몰이에 나섰다. 전자파 광고에서는 젊고 건강한 이미지의 탤런트 손지창씨와 오연수씨 부부를 모델로 내세워 기존의 고루한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했다.
이런 노력 탓인지, 우루사의 매출은 2003년 300억원대로 회복했다. 자체 조사 결과, 장기 복용자 비율이 9%에서 27%로 껑충 뛰어올랐다.
차두리 모델로 기용한 뒤 월매출 18억에서 30억으로
우루사의 매출은 2000년대 후반 들어 다시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던 와중에 ‘간장약’ 광고 제한이 풀린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대웅제약은 다시금 ‘간’을 앞세워 광고를 하기로 결심했다.
김진영 부장의 얘기다.
“오랜 시간에 걸쳐 검증이 된 만큼 제품의 품질에는 자신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광고의 전략에 따라 제품의 매출이 등락을 거듭할 수밖에 없는 상태에서, 규제가 풀린다고 해서 관심이 컸습니다. 우루사의 기본인 ‘간’을 다시 한 번 승부수로 띄우기로 했습니다.”
대웅제약 마케팅팀은 모델 물색에 나섰다. 가수 겸 탤런트인 이승기씨, 영화배우 원빈씨와 차승원씨 등이 거론됐다. 이들 중 유력 모델이었던 A씨는 ‘광고의 콘셉트’로 잡혀 있는 ‘수퍼맨 의상’을 입을 수 없다는 이유로 모델을 거절했다. 그러던 와중에 축구선수 차두리씨가 거론됐다. 차씨의 다이내믹하고 성실한 이미지가 우루사에 딱 들어맞았다. 마침 차씨가 강한 체력으로 경기장를 누비는 것에 착안해 ‘차미네이터’라는 별명이 한창일 때였다.
대웅제약은 모델이 결정되자마자 일사천리로 광고를 제작했다. ‘간 건강 관리’와 ‘피로회복’의 이미지를 연결시키기 위해, 제약 광고에서 거의 쓰지 않던 CM송을 과감하게 도입했다. ‘간 때문이야, 간 때문이야’가 바로 이 CM송이다. 광고가 나가고 난 뒤, 월평균 18억원 정도이던 우루사의 매출은 지난 1월 30억원을 넘어섰다.
젊은층과 여성층이 추후 타깃
우루사의 다음 목표는 젊은이와 여성이다.
김진영 부장은 “우루사는 중년 남성뿐 아니라 20~30대 소비자에게 좀 더 어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50~60대 이상은 사실 스스로 관리를 잘하지만 20~30대는 그러지 못하기 때문에 느끼는 피로감이 의외로 심하다”고 했다.
대웅제약은 향후 주 고객층을 여성으로 잡았다. 여성의 간이 남성의 간보다 더 작고 예민하다는 것에 착안해서다.
김 부장은 ‘우루사 전도사’ 역할을 자처한다. 그에게 ‘비타민과 우루사 중 하나를 복용한다면, 무엇을 하겠느냐’고 물었다. 답은 역시 ‘우루사’였다.
그의 말이다.
“비타민은 음식 등 다른 루트를 통해 섭취할 수 있지만, 우루사는 다릅니다. 주성분인 ‘UDCA’는 이담제입니다. 담즙이 쉽게 나올 수 있도록 돕는 성분이죠. 우리 몸의 모든 피로 물질은 간에 집중돼 있습니다. 피로물질들을 간이 해독해 주지 못하면, 세포나 몸 전체에 쌓이고 피로가 생깁니다. 근본적인 피로 해결책은 간에 쌓인 물질을 깨끗하게 빼내는 것입니다.”
―부작용이나 내성은 없습니까.
“전혀 없습니다. UDCA는 독성을 유발하지 않고, 남은 것들을 모두 몸 밖으로 배출합니다. 장기복용에 따른 내성도 없어요. 미국 FDA에서도 안전한 것으로 승인받아 전 세계 50개국에서 처방되고 있습니다. 피곤에 지친 분들, 삶을 활력적으로 바꾸고 싶은 분들은 우루사를 눈여겨봐 주십시오. 지난 50년간 국민들의 건강을 책임졌던 우루사가 또 다른 50년을 기약하고 있습니다.”⊙
국가대표 축구선수 차두리의 어색한 율동이 화면을 한가득 채운다. 그가 광고에서 보여주는 유쾌한 웃음과 중독성 있는 ‘CM송’에 젊은이들이 매료됐다. 요즘 20대(代) 사이에서는 모든 질문에 ‘간 때문이야’라고 답하는 장난이 유행이다. 어젯밤 귀가가 늦어진 이유가 ‘간 때문’이고, 여자친구와 다툰 이유도 ‘간 때문’이란다. 인터넷 음원차트에서 1위에 올랐다고 하니, 그 인기가 짐작된다.
주인공은 대웅제약이 판매하는 간(肝) 관리제 ‘우루사’다.
우루사가 올해 50살이 됐다. 1961년에 세상에 첫선을 보인 우루사는 ‘간’과 ‘피로회복’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앞세워 꾸준히 판매량을 늘려 왔다. 대웅제약의 지난 2010년 매출은 6700억원 선이고, 우루사 매출은 520억원을 기록했다.
현재 이 회사는 ‘복합우루사’, ‘우루사 50mg’, ‘우루사정(100mg/200mg)’, ‘알파우루사’ 등 네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복합우루사’는 기본 성분 이외에 타우린 등이 추가된 제품이고, ‘알파우루사’는 여성들을 위해 출시된 제품으로 휴대가 간편한 콤팩트한 패키지로 만들었다. ‘우루사정’은 병원처방약에 주로 사용되는 제품으로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만 복용할 수 있다. ‘우루사정’을 제외한 제품은 약국에서 구입이 가능하다. 사실 회사의 전체 매출에서 우루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10%가 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우루사는 명실공히 대웅제약을 대표하는 브랜드이고, 회사의 상징이다. 회사의 로고에 ‘곰’이 떡하니 버티고 있을 정도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매출 비중은 미미하지만, ‘대웅제약=우루사’, ‘우루사=간장약’이라는 공식이 성립할 정도로 큰 의미를 지닌 제품이다”고 설명했다.
곰이 소변을 보지 않고 겨울잠을 자는 데서 착안
오늘날 이 제품이 탄생하게 된 배경은 뜬금없는 의문 하나에서였다. ‘겨울잠을 자는 곰이 소변을 보지 않고 어떻게 몸 안에 쌓이는 독을 처리할까’가 바로 그것이다.
업계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사람이 소변을 5일 동안 보지 않으면 몸 안에 독소가 쌓이고 바로 사망에 이른다고 한다. 하지만 겨울잠을 자는 곰은 소변을 보지 않고도 몇 달을 버틸 수 있다.
이 ‘비밀’은 1902년, 스웨덴의 한 과학자에 의해서 밝혀졌다. 곰의 간에서 ‘우루소데옥시콜산(UDCA)’이라는 성분을 발견해 낸 것이다. 이 성분은 곰의 방광에 모인 소변을 재흡수해서 간에서 완전 해독시킨 뒤 다시 단백질로 만들어 낸다. 결국 ‘UDCA’라는 것이 몸 속에 쌓인 노폐물을 정화하고, 배출한다는 것이 밝혀진 셈이다. 더구나 이 성분이 사람의 간 기능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밝혀졌다. 일본은 1953년에 ‘UDCA’를 약품으로 개발하는 데 성공해 제품을 출시하고 있었다.
대웅제약의 전신(前身)인 대한비타민은 일본 다나베사(社)와의 기술협력을 통해 이 기술을 들여왔다. 전쟁의 폐허에서 막 벗어난 우리나라는 경제재건이라는 강력한 시대적 사명에 매진하던 때였다. 일본과 협업(協業)에 나섰지만, 이 성분을 알약으로 만들어 내기란 쉽지 않았다. 대한비타민사는 무려 8년이 넘는 기간 동안 개발에 박차를 가해, 1961년 ‘우루사’를 선보였다.
어렵사리 제품을 시장에 내놓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우루사’는 맛이 아주 고약했다.
김진영 대웅제약 PM부장의 애기다.
“처음 개발될 때 우루사는 정제형이었습니다. 가루를 뭉친 형태의 알약이죠. 이 약은 혀끝에 살짝 닿기만 해도 쓴맛이 너무 심했습니다. 그 때문에 약을 삼킬 때 목넘김이 좋지 않아 소비자에게 호응을 받지 못했습니다.”
곰의 쓸개 성분이 들어 있으니 쓴맛은 당연한 것일 수 있다. ‘와신상담(臥薪嘗膽)’이라는 말이 괜히 나왔겠는가.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소비자에게 외면받는 제품은 성공작(作)이라 보기 어렵다.
약국을 운영하다가 대한비타민을 인수(1966년)한 윤영환(尹泳煥)씨는 ‘우루사’의 쓴맛을 해결하는 연구를 지시했다. 연구진은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정제의 껍데기에 백당(白糖)의 층을 입힌 ‘당의정’을 고안해 냈다. 하지만 이 방법은 공정이 복잡하고 생산효율이 떨어졌다. 결국 당시 선진국에서 연구하고 있던 ‘연질캡슐’이라는 것에 관심을 돌렸다. ‘UDCA’와 비타민 B1, B2를 콩기름에 녹여 젤 상태로 만든 다음에 젤라틴 막으로 위아래를 밀봉하는 방식이었다. 이 방식을 사용하면 약을 먹을 때 목넘김이 좋고, 쓴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대웅제약은 1974년, 독자적으로 개발한 ‘연질캡슐’ 형태의 우루사를 내놨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500만원에 불과했던 연 매출액이 1974년 1억원, 1978년 22억원을 넘어섰다. 드링크류를 제외하고는, 단일 의약품 판매량 1위였다. 회사는 일일이 손으로 찍어 만들던 ‘우루사’의 공정을 자동화했다. 조금씩 차이가 있던 함유량이 일정해졌다. 우루사의 대표 색깔인 연두색과 암녹색의 조화가 이때부터 시작됐다.
‘우루사 한 박스는 곰 한 마리’ 광고로 대박 대열에
‘우루사’의 인기와 함께 1970년대 후반 들어 본격적인 마케팅이 시작됐다. 그 전까지 우루사는 ‘UDCA 성분의 간장약’이라는 광고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UDCA’라는 생소한 광고로는 소비자들에게 쉽사리 다가가지 못한 것이 현실이었다.
김진영 대웅제약 부장의 얘기다.
“곰의 이미지를 적극 활용키로 했습니다. 1978년에 사명(社名)을 곰을 상징하는 ‘대웅제약’으로 바꿨고, 로고에 한자를 응용한 곰 그림을 넣었습니다. 또 ‘곰 이야기’를 하면서 웅담이 좋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환기시켰죠. ‘웅담 성분의 간장약, 우루사’라는 광고 카피를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피곤한 도시에 커다란 곰이 나타나서 울부짖는 TV광고가 큰 성과를 거두면서, 우루사의 브랜드가 일약 스타덤에 올랐습니다.”
곰을 이미지로 활용한 것이 예상치 못한 효과를 불러왔다. 1981년 5월 경기도 광주에 반달곰이 나타나 소동을 피우다 사살되는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으로 ‘곰’ 자체가 세인의 관심사가 됐고, 곰의 쓸개가 1600만원이라는 고가(高價)에 매매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웅담’에 당시 사람들의 눈과 귀가 쏠리던 때였다.
대웅제약은 이 흐름을 타고, ‘우루사 한 박스는 곰 한 마리와 같다’는 광고를 내보냈다. 웅담 1개에 들어 있는 ‘UDCA’ 성분이 우루사 한 박스(120캡슐)에 들어 있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사람들이 우루사를 먹으면서 마치 웅담을 먹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며 “덕분에 큰 성공을 거뒀다”고 했다.
대웅제약은 1980년, 그 전까지 수입에 의존하던 UDCA의 자체 합성기술을 개발하면서 1983년 연매출 120억원을 달성했다. 제약업계의 ‘블록버스터’ 기준인 100억원을 마침내 돌파한 것이다. 일본의 제품에서 착안한 지 30년, 또 제품을 내놓은 지 22년 만의 지루한 시간이 끝내 이뤄낸 쾌거였다.
광고에 곰을 쓸 수 없게 돼 곰 같은 이미지의 탤런트 백일섭씨를 모델로
당시로서는 대웅제약이, 엄밀히 말하면 우루사가 승승장구의 길을 걸을 것으로 예견됐었다. 하지만 쾌거를 이뤄낸 다음해인 1984년, 우루사는 일대의 위기를 맞게 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곰과 연계한 우루사의 광고를 허위·과장광고로 판정한 것이다. 대웅제약은 ‘곰’, ‘웅담’이라는 직접적인 표현을 광고에 사용할 수 없게 됐다. 20년 이상을 꾸준히 지켜 왔던 ‘곰’ 이미지는 한순간에 사라졌다.
이때 대웅제약은 ‘곰’ 대신 탤런트 백일섭씨를 전면에 내세웠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백일섭씨의 곰과 같은 강인한 남성 이미지가 소비자에게 어필되면서 우루사의 인기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우루사는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 때의 공식 간장약으로 지정됐다.
위기는 끝이 아니었다.
1995년 약물 오·남용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TV·라디오 광고에 ‘간장약’이라는 표현 자체를 사용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우루사가 엄연한 간장약이지만 ‘간장약을 간장약이라고 부르지 못하는’ 신세가 됐다.
대웅제약의 최창섭 주임은 “의약품의 경우 광고가 절대적으로 중요한데 이런 제약이 있어 타격이 컸다”고 말했다. 동석(同席)한 김진영 부장도 고개를 끄덕였다. 김 부장의 얘기다.
“곰에 이어 간마저 빼앗겨서 궁여지책으로 간장약에서 ‘피로회복제’로 바꿨습니다. 피로회복제는 전자파 광고가 가능했거든요. 이때 ‘복합우루사’를 만들었고 광고에도 간 대신 ‘피로’를 집중적으로 공략했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기억하는 광고 중에 백일섭씨가 어깨 위에 매달린 피로를 메치면서 ‘피로야 가라!’고 외치는 광고나, ‘임꺽정’ 정흥채씨의 ‘피로야 까불지 마라!’ 광고도 이때 나온 겁니다.”
―광고가 히트해서 매출도 올라갔겠군요.
“광고는 히트했지만 매출은 오히려 곤두박질쳤습니다. ‘술 먹은 다음날 한 두 알 까서 먹는 피로회복제’란 인식이 매출에 독(毒)이 됐습니다. 소비자들이 술 마신 다음날이 아니면 굳이 찾질 않는 거예요.”
1990년대 중반 300억원대였던 매출은 2002년 120억원까지 떨어졌다. 피로회복제 분야에서 업계 3위로 전락할 위기에 몰렸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대웅제약은 2002년 ‘우루사 브랜드 태스크포스팀’을 가동했다. 15개월에 걸친 장기 컨설팅이 시작됐다. 여러 얘기들이 나왔다. ‘간장약으로 회귀해야 한다’는 것, ‘낱알을 구입하는 요즘의 패턴에서 장기 복용제로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말들이 오갔다.
대웅제약 TF팀은 ‘장기복용’으로 소비자들을 유도하기 위해 ‘간 관리’ 캠페인을 벌였다. 간이 안 좋은 사람이 먹던 치료제의 개념에서 ‘예방’으로 고개를 돌렸다. 대웅제약은 ‘평소에 간을 관리하자’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2000년대 초반부터 불어닥친 ‘웰빙바람’은 이 같은 전략에 호재로 작용했다. 대웅제약은 기존의 10캡슐, 60캡슐 제품에서 100캡슐짜리 제품을 출시하며 인기 몰이에 나섰다. 전자파 광고에서는 젊고 건강한 이미지의 탤런트 손지창씨와 오연수씨 부부를 모델로 내세워 기존의 고루한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했다.
이런 노력 탓인지, 우루사의 매출은 2003년 300억원대로 회복했다. 자체 조사 결과, 장기 복용자 비율이 9%에서 27%로 껑충 뛰어올랐다.
차두리 모델로 기용한 뒤 월매출 18억에서 30억으로
우루사의 매출은 2000년대 후반 들어 다시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던 와중에 ‘간장약’ 광고 제한이 풀린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대웅제약은 다시금 ‘간’을 앞세워 광고를 하기로 결심했다.
김진영 부장의 얘기다.
“오랜 시간에 걸쳐 검증이 된 만큼 제품의 품질에는 자신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광고의 전략에 따라 제품의 매출이 등락을 거듭할 수밖에 없는 상태에서, 규제가 풀린다고 해서 관심이 컸습니다. 우루사의 기본인 ‘간’을 다시 한 번 승부수로 띄우기로 했습니다.”
대웅제약 마케팅팀은 모델 물색에 나섰다. 가수 겸 탤런트인 이승기씨, 영화배우 원빈씨와 차승원씨 등이 거론됐다. 이들 중 유력 모델이었던 A씨는 ‘광고의 콘셉트’로 잡혀 있는 ‘수퍼맨 의상’을 입을 수 없다는 이유로 모델을 거절했다. 그러던 와중에 축구선수 차두리씨가 거론됐다. 차씨의 다이내믹하고 성실한 이미지가 우루사에 딱 들어맞았다. 마침 차씨가 강한 체력으로 경기장를 누비는 것에 착안해 ‘차미네이터’라는 별명이 한창일 때였다.
대웅제약은 모델이 결정되자마자 일사천리로 광고를 제작했다. ‘간 건강 관리’와 ‘피로회복’의 이미지를 연결시키기 위해, 제약 광고에서 거의 쓰지 않던 CM송을 과감하게 도입했다. ‘간 때문이야, 간 때문이야’가 바로 이 CM송이다. 광고가 나가고 난 뒤, 월평균 18억원 정도이던 우루사의 매출은 지난 1월 30억원을 넘어섰다.
젊은층과 여성층이 추후 타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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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용으로 출시된 ‘알파우루사’. |
김진영 부장은 “우루사는 중년 남성뿐 아니라 20~30대 소비자에게 좀 더 어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50~60대 이상은 사실 스스로 관리를 잘하지만 20~30대는 그러지 못하기 때문에 느끼는 피로감이 의외로 심하다”고 했다.
대웅제약은 향후 주 고객층을 여성으로 잡았다. 여성의 간이 남성의 간보다 더 작고 예민하다는 것에 착안해서다.
김 부장은 ‘우루사 전도사’ 역할을 자처한다. 그에게 ‘비타민과 우루사 중 하나를 복용한다면, 무엇을 하겠느냐’고 물었다. 답은 역시 ‘우루사’였다.
그의 말이다.
“비타민은 음식 등 다른 루트를 통해 섭취할 수 있지만, 우루사는 다릅니다. 주성분인 ‘UDCA’는 이담제입니다. 담즙이 쉽게 나올 수 있도록 돕는 성분이죠. 우리 몸의 모든 피로 물질은 간에 집중돼 있습니다. 피로물질들을 간이 해독해 주지 못하면, 세포나 몸 전체에 쌓이고 피로가 생깁니다. 근본적인 피로 해결책은 간에 쌓인 물질을 깨끗하게 빼내는 것입니다.”
―부작용이나 내성은 없습니까.
“전혀 없습니다. UDCA는 독성을 유발하지 않고, 남은 것들을 모두 몸 밖으로 배출합니다. 장기복용에 따른 내성도 없어요. 미국 FDA에서도 안전한 것으로 승인받아 전 세계 50개국에서 처방되고 있습니다. 피곤에 지친 분들, 삶을 활력적으로 바꾸고 싶은 분들은 우루사를 눈여겨봐 주십시오. 지난 50년간 국민들의 건강을 책임졌던 우루사가 또 다른 50년을 기약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