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건축심의 통과한 제2롯데월드 - 올해 안에 착공, 30년 전 꿈꾼 ‘童話’가 현실로 : 월간조선

서울 잠실에 지을 초고층 제2롯데월드의 사업계획안이 지난 6월 22일 서울시 건축심의를 통과했다. 이로써 롯데는 앞으로 관할 구청인 송파구의 인허가만 받으면 본격적인 시공에 돌입할 수 있게 됐다. 사업 주체인 롯데물산 측은 “빠른 시일 내 착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2롯데월드 건설은 고도제한 논란으로 장장 15년이나 지연된 롯데그룹의 숙원 사업. 현 롯데월드 건너편 8만7000여㎡(2만6500여 평) 부지에 123층(높이 555m) 빌딩과 7개의 저층동이 건설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연면적 78만2000여㎡(23만6000여 평)에 이르는 단지는 6성급 호텔과 프리미엄 오피스, 대규모 쇼핑몰과 엔터테인먼트, 문화 공간이 들어서는 복합단지로 조성되며, 2015년 전후 오픈할 계획이다.

송파구청은 이미 여러 차례 언론을 통해 제2롯데월드의 건축 허가를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내줄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박춘희(朴椿姬) 송파구청장은 “제2롯데월드는 2만3000명의 고용 효과와 약 2억 달러 이상의 외국인 관광수익을 낼 수 있는 초대형 프로젝트로 송파구 최대 역점 사업이기도 하다. 적극 지원해 송파구가 재도약하는 계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 복합단지가 완성되면 한국은 세계에서 3번째로 높은 초고층 빌딩과 세계에서 6번째로 규모(영업면적 기준)가 큰 쇼핑몰을 갖게 된다. 현재 세계 최고층 빌딩과 세계 최대 쇼핑몰은 모두 UAE에 있다. 세계 최고층 빌딩은 지난 1월 개장한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828mㆍ舊 버즈 두바이)이고, 최대 쇼핑몰은 두바이의 몰 오브 아라비아(28만1000평 규모)이다.

辛格浩 회장의 꿈

1995년부터 제2롯데월드 건설에 참여해 온 김명수 롯데물산(주) 전무이사.

지난 7월 초, 서울 송파구 신천동 29번지 제2롯데월드 건설 현장을 찾았다. 초기 공사가 진행된 1998년 이후 펜스에 가려진 부지는 사진으로 봤을 때보다 훨씬 넓어 보였다. 맞은편 석촌호수(동쪽)와 비슷한 면적이라고 한다. 도심 한복판에 이토록 넓은 땅이 유휴지로 존재해 왔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롯데물산 관계자에 따르면 이 부지는 1987년 서울시가 88서울올림픽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매각한 것이라고 한다. 현재 토지 지분은 롯데물산이 75%, 롯데쇼핑이 15%, 롯데호텔이 10%를 갖고 있다.

당시만 해도 불모지나 다름없던 이 땅에 도심형 종합 쇼핑레저타운을 세우겠다고 선언한 이는 신격호(辛格浩) 롯데그룹 회장. 관광보국(觀光報國)의 신념으로 호텔을 건설하고 실내 테마파크를 조성한 신 회장은 틈만 나면 임원들에게 “우리나라는 관광 인프라가 없다. 자연 자원이나 문화ㆍ역사 유적만으로는 경쟁국인 중국이나 일본을 이길 수 없기 때문에 인공의 관광 인프라가 필요하다. 외국 관광객들에게 언제까지 남대문이나 고궁(古宮)만 보여줄 수는 없다. 세계 최고의 그 무엇이 있어야 외국 사람들이 즐기러 온다”는 말을 강조했다고 한다.

현장에서 만난 김명수(金明洙) 롯데물산 전무는 “제2롯데월드 역시 신 회장의 구상”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회장님은 오래전부터 초고층 빌딩을 중심으로 한 복합단지를 조성해 한국의 랜드마크로 만들고 싶다고 하셨어요. 한국은 부존자원이 없으니 굴뚝 없는 외화 획득 사업인 관광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었죠. 한국적인 문화가 깃든 제2롯데월드를 건설해 후손 10만명이 100년 이상 먹고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회장님의 생각이었습니다.”

1980년대 신 회장이 펼쳐보인 이런 계획은 일반 사람들에게 동화(童話) 같은 이야기로 비쳤다. 1982년 제2롯데월드 사업을 추진하고 운영할 롯데물산을 설립하는 등 이 계획이 구체화되자 꿈이 아닌 현실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서울 송파구 신천동 29번지 제2롯데월드 건설 현장.

고도제한 논란으로 겪은 우여곡절

롯데는 1994년 현재의 위치에 112층(555m) 규모의 초고층 빌딩과 쇼핑몰이 어우러진 복합건물을 짓기로 결정, 건축 허가 준비 작업에 돌입했다. 법적으로 걸림돌이 될 만한 문제는 없었다. 부지에서 6km 거리에 서울공항(경기도 성남)이 있어서 공군 측에 비행 안전 여부를 문의한 결과 법적으로 해당 사항이 없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모든 게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싶었다.

그런데 1996년 관할 송파구청과 본격적인 건축 허가 절차 작업에 들어가자 공군 측이 초고층 빌딩은 비행기 이착륙에 장애가 될 수 있다며 층고를 36층(164.5m)으로 제한했다. 기술적으로나 공학적으로 비행기 안전 운항에 문제가 없다고 확신한 롯데는 1998년 일단 허가가 난 36층 규모에 맞춰 토목 공사를 시작했다. 애초 계획대로 2000년에 오픈하려면 일단 공사를 진행하고 초고층 빌딩으로 변경 허가가 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하지만 그 기간이 너무 길어 결과적으로 15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김명수 전무는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돼 2000년 뉴밀레니엄 시대에 완공했다면 서울이나 한국의 브랜드 가치는 엄청나게 상승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당시 세계 최고층 빌딩은 타이베이의 101빌딩(508m)이었다. 롯데가 2000년 완공할 예정이었던 초고층 빌딩은 이보다 47m가 높았다.

서울공항의 비행기 이착륙 문제는 지난해 3월 해결됐다. 그리고 법에 따라 교통, 환경과 건축심의를 거쳐 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그런데도 우여곡절은 계속됐다. 이번에는 심의 과정에서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이 문제 역시 롯데가 교통혼잡을 해소할 분담금을 내고 녹지 공간을 기존보다 늘리는 조건을 수용함으로써 해결이 됐다.

지난 15년 동안 설계 디자인 3번 변경

이광영 롯데 MD부문 이사.

공사가 지연된 지난 15년 동안 펜스 안 현장 사무소에서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우선 설계 디자인이 세 번이나 바뀌었다. 에펠탑 모양의 첫 번째나 첨성대를 모 델로 완성한 두 번째 디자인도 세계적인 설계 회사의 작품이었지만 더 좋은 건물을 짓기 위한 시도가 계속됐다.

최종 확정된 세 번째 디자인은 초고층 설계 전문 회사인 미국의 KPF사(社) 작품으로 청자와 한복 등에서 보이는 부드러운 곡선미를 형상화했다. 고층으로 올라갈수록 좁아지는 원뿔 모양이며 끝 부분에서 두 개로 갈라지는데, 밤에는 갈라진 틈 사이로 빛을 쏘아 장관을 연출하게 된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지난 10여 년 동안 전 세계 복합 쇼핑몰을 돌며 시장조사와 분석만 한 이도 있다. 롯데물산의 MD(머천다이저ㆍ상품기획) 부문장을 맡고 있는 이광영(李光榮) 이사다. 그는 “더 좋은 MD를 위해 세계 복합단지에 대한 공부와 시장조사를 철저히 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초고층 빌딩을 중심으로 다양한 공간이 어우러지는 쇼핑몰은 한국에서 처음으로 조성되는 것이라 초기에는 관련 지식이 많지 않았어요. 어디를 벤치마킹해야 할지도 몰랐죠. 그래서 이 분야에서 앞서가고 있는 미국과 유럽은 물론 중국, 일본,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 지역까지 안 가본 곳이 없습니다. 같은 곳을 두세 번 간 적도 있어요. 그러다 보니 시장이 보이고, 트렌드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이제는 저희 팀원 모두가 쇼핑몰 MD 분야에 관한 한 세계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 전문가가 됐습니다.”

쇼핑 시장 백화점에서 복합단지로 이동 중

세계 복합 쇼핑몰 중 두 번째로 규모가 큰 중국의 사우스 차이나 몰.

이광영 이사에 따르면 세계 쇼핑 시장은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로 백화점에서 복합 공간으로 빠르게 대체되고 있다. 미국은 1960년대와 1970년대에 이미 백화점 시대가 막을 내렸고, 일본은 최근 10년 사이에 백화점 100개가 사라졌다. 대신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대규모 쇼핑몰 이온몰과 라라포트가 생겨 성업 중이다.

롯폰기힐즈나 미드타운처럼 주거 공간까지 함께하는 복합 쇼핑몰도 있다. 연면적이 22만여 평에 이르는 롯폰기힐즈의 경우 2003년 개장한 이후 하루에 10만~15만명이 방문하는 도쿄의 명소가 됐다. 이 이사는 “롯폰기힐즈는 2003년에 불어닥친 사스 공포 때문에 성공한 케이스”라고 했다. 아시아 지역에 중증 급성 호흡기 질환인 사스가 창궐하자 사람들이 외출을 삼간 채 실내에서 모든 걸 즐길 수 있는 롯폰기힐즈로 몰려들었다는 것이다.

단지 안에 개척 시대의 전차를 깔아 사랑받고 있는 미국 LA의 그로브 쇼핑몰.

복합 쇼핑몰 문화는 중국, 홍콩, 싱가포르는 물론 필리핀과 말레이시아에도 정착돼 있는 상황이다. 이 이사는 “복합 쇼핑몰 개념으로만 보면 한국이 늦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 이사는 인상적이었던 쇼핑몰로 영국 런던에 있는 웨스트필드와 미국 LA에 있는 그로브 쇼핑몰, 중국 광저우 둥관시(市)에 있는 사우스차이나몰 등을 꼽았다. 이들 쇼핑몰은 과감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성공을 거둔 곳이라고 한다.

웨스트필드는 전통을 고수하는 보수적인 런던 거리에 초현대식 복합 쇼핑몰을 지어 젊은 세대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그로브 쇼핑몰은 단지 안에 레일을 깔고 전차를 운영하는 등 미국 개척 시대 분위기를 연출해 색다른 즐거움을 주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몰은 7개 존을 세계 주요 도시의 건물 양식으로 지어 쇼핑을 하고 나면 여러 국가를 여행한 느낌이 난다. 이 이사는 “롯데 복합단지는 이들 세계적인 쇼핑몰과는 차별화된 공간, 한 번 들어오면 하루종일 나가고 싶지 않은 체류형 공간으로 꾸며질 것”이라고 말했다.

완공 후 연 1억명 방문 예상

보수적인 런던 거리에 초현대식 건물로 등장, 영국의 젊은이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복합 쇼핑몰 웨스트필드.

롯데월드 복합단지는 123층 초고층 빌딩을 중심으로 7개의 저층동에 쇼핑, 문화, 비즈니스 등의 다양한 시설이 들어서 기존의 롯데월드와 함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국내 최고의 쇼핑ㆍ관광ㆍ비즈니스 벨트로 조성될 전망이다. 단지 내에는 애플의 앱스토어처럼 최첨단 IT기술이 반짝이는 젊은이들의 거리와 과거 속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추억의 거리도 조성된다. 롯데물산 측은 “위락ㆍ쇼핑 등 테마파크 중심의 기존 롯데월드와 쇼핑ㆍ업무ㆍ문화 중심의 제2롯데월드를 통하여 주ㆍ야간 구분 없이 방문객의 니즈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체류형 관광명소로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한 해 동안 기존 롯데월드 단지를 찾은 방문객은 총 4800만명이었다. 이 중 외국인 방문객은 220만명이었다. 롯데 측은 이를 기준으로 “제2롯데월드가 완공되면 전체적으로 연간 1억명의 방문객이 찾는 세계 최대 관광명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세계에서 수도권에만 인구 2000만명이 집중돼 있는 곳은 많지 않다”는 말로 어느 정도의 자신감도 내보였다.

한편 제2롯데월드 건설에는 최첨단 건축 공법과 친환경 인테리어 기술이 총동원될 예정이다. 에너지 최적화를 위해 7개의 저층동 옥상에는 녹색정원이 조성되고 태양열 집열판과 풍력 발전기를 설치한다. 또한 건물 내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捕執)해 채소를 키우는 식물농장을 만들어 신선한 야채와 과일을 생산해 고객에게 서비스한다는 계획이다.

일본의 대기업이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이온몰과 라라포트.

63빌딩 건설에 참여한 후 롯데물산으로 자리를 옮긴 김명수 전무는 “제2롯데월드가 완공되고 나면 한국 건설ㆍ건축 기술이 획기적으로 진일보하여 이 분야의 국가경쟁력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63빌딩 건설 당시 한국에는 기존에 없던 최첨단 건축 공법들이 속속 도입됐습니다. 덕분에 한국 건설 수준이 세계화될 수 있었죠. 고층 빌딩 외벽에 많이 사용하는 유리를 예로 들면, 63빌딩 이전에는 빌딩 철골 구조에 새시를 한 후 유리를 끼워 넣는 방식이었지만 63빌딩에서는 공장에서 미리 새시에 유리를 끼워 한 유닛으로 만든 다음 현장에서는 단순히 조립만 하는 방식으로 첨단화됐죠.”

제2롯데월드 단지 조성에 들어가는 총 예상 사업비는 2조5000억원. 이 자금은 제2롯데월드 각 투자사들의 내부 조달을 원칙으로 하며, 외국 투자 유치도 병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롯데그룹은 롯데월드 외에 백화점, 할인점, 수퍼, 편의점, 극장, 호텔, 면세점, 여행사 등을 거느리고 있는 국내 제1의 유통ㆍ관광 전문 기업이다. 롯데그룹 측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쌓아온 유통 노하우와 서비스 정신을 제2롯데월드에 쏟아부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