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대 동기ㆍ후배’ 어윤대(KB금융지주), 이팔성(우리금융지주),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동지상고 후배’ 최원병(농협)과 이휴원(신한금융투자), ‘MB비서’ 노치용(KB투자증권),
대선 캠프 출신 임기영(대우증권), 인수위 자문위원 이형승(IBK투자증권) 금융권 접수
⊙ “회사의 발전 위해 든든한 빽이 와야 한다는 시각 팽배”
⊙ “같은 학교 출신이라고 싸잡아 비판할 수 없으나, 선임 과정에 석연치 않은 과정 있다면 문제”
‘동지상고 후배’ 최원병(농협)과 이휴원(신한금융투자), ‘MB비서’ 노치용(KB투자증권),
대선 캠프 출신 임기영(대우증권), 인수위 자문위원 이형승(IBK투자증권) 금융권 접수
⊙ “회사의 발전 위해 든든한 빽이 와야 한다는 시각 팽배”
⊙ “같은 학교 출신이라고 싸잡아 비판할 수 없으나, 선임 과정에 석연치 않은 과정 있다면 문제”
- 지난 7월 13일 취임식을 가진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이 기념촬영 후 박수를 치고 있다.
지난 7월 13일 오전 11시30분.
서울시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서는 어윤대(魚允大)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의 회장 취임식이 열렸다. 황영기(黃永基) 전(前) KB금융지주 회장이 물러난 지 꼭 10개월 만이다.
어윤대 회장은 “우리나라에는 규모 면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은행이 없다”며 “KB의 새로운 역사, 대한민국 금융의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하지만 어윤대 회장이 취임을 하기가 무섭게 국민은행 노조는 법원에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자격이 충분하지 않은 사람이 내락(內諾)에 의해 금융지주 회장이 됐다는 이유에서였다.
정치권에서는 그가 회장으로 선임되는 과정에서 청와대의 외압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은 “윤진식(尹鎭植)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회장 인사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다른 후보들을 사퇴시키고 어 회장을 앉혔다”고 주장했다.
박지원(朴智元) 민주당 원내대표는 좀 더 구체적인 주장을 폈다. 박 원내대표는 “어 회장이 회장 추천위원장인 서울시립대의 임석식(林石植) 교수를 찾아가 ‘청와대에서 결정했으니 나로 해달라’고 요구했고, 임 교수가 ‘다른 이사들에게도 전부 사인을 받아달라’고 하자 청와대가 이를 받아들였다”고 주장했다.
국내 최대의 금융회사 회장직을 놓고 말도 많고 탈도 많다.
KB금융지주는 2010년 3월 말 현재 자산 325조6000억원을 가진 국내 최대의 금융회사다. 국민은행 등 9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고, 직원이 2만7500여 명이다.
이헌재 모피아 사단에서 MB사단으로 금융권력 이동 中
어윤대 회장이 KB금융지주의 사령탑을 맡기까지 곡절이 많았다.
회장 후보추천위원회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야권에서 주장하는 ‘청와대 외압설’에 대해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그는 “그런 식으로 몰고 가면 한도 끝도 없다”고 했다.
그의 얘기다.
“어 회장이 대통령 측근이라는 점은 KB금융지주 직원들이 플러스로 보지 않나 싶습니다. 직원들 입장에서는 정치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와서 바람막이가 되어 준다고 보죠. 회장 후보추천위원회는 주주(株主)들과 고객, KB금융지주 직원들을 위해서 어느 사람이 가장 수장으로서 좋을는지를 독자적으로 투표합니다. 이번처럼 언론의 관심이 무척 커지니까 부담이 컸습니다. 그래서 모든 과정이 투명하게 끔 일일이 공개했습니다. 사기업의 CEO를 뽑을 때 이런 식으로 뽑는 곳이 어디 있습니까. 전무후무한 기록입니다. 정정당당하게 회장을 선출했습니다. 그런 식(청와대 외압설 같은 시각)으로 보면 한도 끝도 없죠.”
하지만 이유야 어찌 되었건, 어윤대 회장이 이번에 선출됨에 따라 국내 금융권에 이명박(李明博) 대통령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인사들이 대거 요직(要職)을 꿰찬 것은 사실이다. 과거 이헌재(李憲宰) 전 경제부총리와 직간접으로 관련이 있는 이른바 ‘금융 모피아’가 맡았던 자리를 시대가 변함에 따라, MB의 최측근들이 하나 둘씩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공석인 금융계 고위층에 매번 거론됐던 어윤대 회장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은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63학번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대학, 과 후배다. 나이는 이 대통령보다 네 살이 어리다. 고려대 총장을 역임한 그는 MB 정권이 시작되면서, 공직 출마가 점쳐졌다. 초대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물망에 올랐지만, 부인의 부동산 문제가 불거져 이 대통령이 마지막에 내정을 철회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후에도 그는 여러 차례 공석(空席)인 금융계에 ‘유력 후보’로 거론됐다. 지난 4월에는 이성태(李成太) 한국은행 총재 후임 물망에 오르내렸다. 최근까지 그의 직함은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이었다. 국가브랜드위원회는 대내외적 국가의 위상과 품격을 높이고, 국가브랜드 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2009년 1월에 설치된 이명박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어윤대 회장의 전공은 ‘국제경영학’이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한 국민은행의 직원은 “솔직히 평생을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친 사람이, 특히 국제경영학, 국제금융을 전공한 사람이 거대 금융회사를 경영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의문”이라고 했다.
고려대 출신의 한 고려대 교수는 “고려대 총장까지 한 사람이 또 무슨 천수를 누리려고 일개 민간회사 회장에 줄을 대서 가려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한 고려대 출신 인사는 “정운찬(鄭雲燦) 전 서울대 총장은 국무총리, 김우식(金雨植) 전 연세대 총장은 대통령 비서실장을 했는데 고려대 총장은 민간 금융회사의 회장이 됐다”며 “좋은 모양새는 아니다”고 했다.
그런데 이뿐이 아니다.
국내 4대 금융지주회사인 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금융지주 가운데 세 개 금융지주의 회장이 이 대통령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인물들이다.
요즘 금융권에서는 “금융 공기업은 물론이고, 민간(民間) 회사인 금융 사기업까지 정권 핵심부의 줄을 어떻게든 잡아야만 문 앞이라도 갈 수 있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이팔성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상근 특보 맡아
이팔성(李八成)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금융권의 대표적인 ‘MB맨’이다.
고려대 법대 출신인 이 회장도 이 대통령의 대학 후배다. 이 회장은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에 재직했던 2004년에 우리투자증권 사장직에서 물러났었다. 이듬해인 2005년,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의 제의로 금융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이사를 역임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2007년 대선 때에는 당시 이명박 후보 상근 특보를 지냈다.
이 관계자의 얘기다.
“이팔성 회장은 고대 동문회에서 이 대통령과 그냥 약간 아는 정도였습니다. 그러다 이명박 당시 시장의 제의를 받았다고 합니다. 당시 서울시립교향악단은 노조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명망 있는 좋은 자리가 아니었습니다. 한 달 업무 추진비가 200만원 정도에 불과하고 연봉도 낮은 곳이었습니다.”
―평생 은행에서만 지냈던 사람으로서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텐데요.
“이 회장 자신도 평생을 금융권에서만 있었지 음악을 잘 몰랐기 때문에 떨떠름했을 겁니다. 그래도 봉사하겠다는 생각에 제의를 수락하고 그 자리를 맡았습니다. 이 회장이 교향악단을 맡은 이후부터 경영이 눈에 띄게 좋아졌습니다. 이 회장이 맡기 전에는 서울시립교향악단 입장권 수입이 1억8000여만 원에 불과했지만, 이 회장이 들어온 다음 해에는 입장권 수입이 무려 28억원으로 늘어났습니다. 교향악단이 서울시 출연기관이다 보니 그 기간에 한 달에 한 번씩 이명박 시장에게 각종 업무보고를 했죠. 경영능력이 좋고 평판도 좋고 하니까 이 대통령이 좋게 봤을 겁니다.”
이 회장은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인 2008년 3월, 증권거래소 이사장에 공모했지만 탈락했다. 당시 추천위원회의 멤버 중 상당수가 노무현(盧武鉉) 정부 때 임명된 인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얼마 뒤, 우리금융지주 회장직이 곧장 공석이 됐고 그는 회장으로 선임됐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당시 공모로 회장 선출이 진행돼서 금융권에 이름 있는 사람들이 여러 명 거론됐지만 막상 ‘이팔성’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공모에 참여한 사람이 없었다”며 “당연히 이 회장이 된다는 여론이 있었다”고 말했다.
MB 동기동창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
하나금융지주의 김승유(金勝猷)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과 고려대 경영학과 61학번 동기다. 이 대통령이 직장에 다니면서 고려대 진학을 준비한 관계로, 김 회장(1943년생)이 이 대통령보다 두 살 어리다.
김 회장은 천신일(千信一) 세중나모여행 회장과 함께 고대 61학번 모임인 ‘61회’의 주요 구성원이다. 김 회장은 천 회장과 함께 이 대통령이 마음을 털어놓는 최측근 고대 인맥으로 꼽혀 왔다.
이 대통령은 1965년 현대건설, 김 회장은 같은 해에 과거 한일은행에 각각 입사해 월급쟁이에서부터 최고경영자(CEO) 자리까지 오른 공통점이 있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대학 동기인 김 회장에게 이목이 많이 집중됐다. 이런 친분 때문에, MB정부 초기 초대 금융위원장에 김승유 회장이 유력하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김 회장은 대통령과 동기라는 사실이 거론되는 것 자체를 달가워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가 하나금융지주에 임명된 것이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 12월이니 그럴 수도 있다. 그가 임기가 끝난 이후에도 하나금융지주의 회장을 맡을는지, 아니면 다른 금융 공직(公職)으로 이동할는지 두고 볼 일이다.
최원병(崔圓炳) 농협중앙회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동지상고 후배다. 최 회장은 지난 2007년 12월 말, 농협의 신임 회장으로 취임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고 난 뒤, 일주일이 지난 뒤였다.
농협은 당시 정대근(鄭大根) 회장이 이른바 ‘박연차(朴淵次) 게이트’에 연루돼 구속되자, 새로운 수장을 선출해야 했다. 최원병 회장은 20년 동안 지역조합장으로 지냈던 점, 카리스마 있는 업무 추진력 등으로 인해 후보가 됐지만, 사실 유력하지는 않았다.
그는 1차 투표에서는 호남 출신인 김병원 후보(現 나주 남평농협 조합장)에게 밀렸다. 하지만 최종 결선 투표에서 뒤집기에 성공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이 유력해지자, 최 회장이 같은 ‘동지상고’ 출신이라는 점에서 투표권을 가진 농협 조합장들에게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 농협 안팎의 얘기다.
농협 관계자는 “조합장들이 정권에 가까운 사람을 회장 자리에 앉히는 것이 보호막이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물론 최 회장은 이에 대해 부정을 한다.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나에게 동지상고 출신이라 많은 것을 요구한다. 나는 취임 이후에 이 대통령과 사적인 만남을 가진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했다.
MB 비서 노치용씨, KB투자증권 대표로
지난 5월에 KB투자증권 대표이사로 취임한 노치용(魯治龍) 사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비서였다. 그는 이 대통령이 현대건설 대표로 재직했을 때, 1978년부터 6년 동안 비서생활을 했다. 누구보다 이 대통령을 잘 안다고 소문이 나 있다. 고(故) 정주영(鄭周永) 현대그룹 창업주가 국민당을 창당했을 때에는 ‘국민당 부대변인’을 역임하기도 했다. 이후 이명박 정권 출범 후 산업은행 계열사인 산은캐피탈 사장을 거쳐 이번에 두 번째 금융권 CEO가 된 것이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노치용씨가 KB투자증권 사장에 내정됐다는 얘기가 나왔을 때 ‘또 무슨 작품 만드는 것이 아니냐’라는 말이 나왔다”며 “노치용씨가 현대증권에 근무한 적은 있지만 금융계의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정권의 눈 밖에 나지 않으려고 이 대통령의 최측근인 그를 앉혔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돌았다”고 말했다.
이휴원(李休源) 신한금융투자 대표이사 사장도 이 대통령의 동지상고 후배다.
신한은행은 지난 2007년 12월 20일,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선출된 다음 날이었다. 이날의 인사에서 6명의 부행장이 임기 만료로 퇴진했다. 살아남은 사람은 이휴원 대표가 유일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말이 많았다.
신한 측은 “대외적인 커뮤니케이션 역량과 폭넓은 네트워크, 리스크 관리 역량 등을 고려해 이 대표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아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시 이 대통령을 염두에 둔 인사라는 말이 많았다”고 말했다.
대선 당시 우리금융지주는 이팔성 회장, KB금융지주는 황영기 회장, 하나금융지주는 김승유 회장 등 이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CEO들이 많았던 반면, 신한금융지주 쪽에는 이렇다 할 네트워크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신한 측에서 조금이라도 연관이 있는 사람을 선임했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한 측이 이휴원 대표의 선임 배경으로 강조했던 ‘커뮤니케이션 역량과 네트워크’가 청와대 등과의 소통을 뜻한다는 얘기가 있었다”고 했다. 이 밖에 임기영(任基永) 대우증권 사장은 이 대통령의 대선 캠프 출신이고, 이형승(李炯昇) IBK투자증권 사장은 이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인수위 기획조정분과에서 자문위원을 역임한 바 있다는 ‘MB 금융맨’들이다.
“국민은행을 국책은행인 줄 착각”
언제부터 금융권이 이렇게 MB맨들로 채워지기 시작한 것일까. 사실 금융권은 전통적 의미의 권력기관보다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았다. 검찰총장이나 국세청장, 국가정보원장 등은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지만 은행장이나 증권회사 사장 등은 크게 다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러는 사이 확 달라진 것이다.
TK 출신 고위 금융인은 “예전에는 검찰과 법원, 경찰, 국정원 등 권력기관에만 사람들의 관심이 있었고 금융권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대구, 경북 사람들을 보면 고시를 봐서 공직에 나가려고 했지, 금융권에 문을 두드린 사람은 없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고 분석했다.
국내 금융권이 이렇게 대통령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인물들로 채워지는 데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다. 가령 KB금융지주는 외국인 지분이 가장 많은 100% 민간 회사다. 정부는 주식을 단 한 주도 가지고 있지 않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KB금융지주 등에 대해 여전히 국책은행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엄밀히 따져서 정부가 사금융권의 수장을 측근인사로 채우는 등의 인사를 공개적으로 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의 KB금융지주는 국민은행과 주택은행, 대동은행 등을 합쳐 세운 통합 국민은행 등을 거느린 금융지주회사다. 옛 국민은행은 1963년 정부가 자본금을 출자해 서민금융전담 국책은행으로 세워졌다. 1995년 1월 완전민영화가 됐고 1998년 장기신용은행과 합병했다. 국민은행과 합병된 주택은행 역시 1967년 주택자금의 조성과 주택의 효율적 공급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오랜 기간 정부가 통제해 온 공기업이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민간인 사찰로 조사를 받고 있는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사람들은 “국민은행이 국책은행인 줄 알았다”고 말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실제 그들이 공기업으로 잘못 알았을 리는 없다. 하지만 통합 국민은행은 2003년 말, 정부가 남은 지분을 모두 처분해 완전한 민영 회사가 됐다. 경영권에는 특별히 관심 없이 투자가 목적인 외국인들이 대주주이기 때문에, 특별한 주인이 없는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는 특이한 구조이기는 하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이런 역사 때문에 아직도 많은 국민이 국민은행이 실제 국책은행인 줄 알고 있고, 또 정치권에서도 그렇게 인식하는 경향이 강한 것 같다”며 씁쓸해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주인이 없는 회사에는 당연히 정치권이나 권력의 개입이 들어오게 되고, 그러다 보니 회장 선출권한을 가진 사외이사들이 알아서 권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사외이사가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KB금융지주 특성이 이에 한몫한다는 분석도 있다. 한 금융권 인사는 “KB금융지주는 특별한 주인도 없고 오랫동안 주도적으로 이끌어 온 상징적인 인물도 없는 구조에서 사외이사들이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곳”이라며 “그 사외이사들이 권력에 의해 선출되고, 알아서 권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금융기관의 장들이 동지상고, 고려대학을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MB맨이라는 비판을 받을 이유는 없다. 하지만 이번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의 선임 등의 예와 같이 여러 의혹이 불거지는 것을 근거 없는 이야기라고 치부하기엔 석연치 않은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고 꼬집었다.⊙
서울시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서는 어윤대(魚允大)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의 회장 취임식이 열렸다. 황영기(黃永基) 전(前) KB금융지주 회장이 물러난 지 꼭 10개월 만이다.
어윤대 회장은 “우리나라에는 규모 면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은행이 없다”며 “KB의 새로운 역사, 대한민국 금융의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하지만 어윤대 회장이 취임을 하기가 무섭게 국민은행 노조는 법원에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자격이 충분하지 않은 사람이 내락(內諾)에 의해 금융지주 회장이 됐다는 이유에서였다.
정치권에서는 그가 회장으로 선임되는 과정에서 청와대의 외압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은 “윤진식(尹鎭植)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회장 인사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다른 후보들을 사퇴시키고 어 회장을 앉혔다”고 주장했다.
박지원(朴智元) 민주당 원내대표는 좀 더 구체적인 주장을 폈다. 박 원내대표는 “어 회장이 회장 추천위원장인 서울시립대의 임석식(林石植) 교수를 찾아가 ‘청와대에서 결정했으니 나로 해달라’고 요구했고, 임 교수가 ‘다른 이사들에게도 전부 사인을 받아달라’고 하자 청와대가 이를 받아들였다”고 주장했다.
국내 최대의 금융회사 회장직을 놓고 말도 많고 탈도 많다.
KB금융지주는 2010년 3월 말 현재 자산 325조6000억원을 가진 국내 최대의 금융회사다. 국민은행 등 9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고, 직원이 2만7500여 명이다.
이헌재 모피아 사단에서 MB사단으로 금융권력 이동 中
어윤대 회장이 KB금융지주의 사령탑을 맡기까지 곡절이 많았다.
회장 후보추천위원회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야권에서 주장하는 ‘청와대 외압설’에 대해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그는 “그런 식으로 몰고 가면 한도 끝도 없다”고 했다.
그의 얘기다.
“어 회장이 대통령 측근이라는 점은 KB금융지주 직원들이 플러스로 보지 않나 싶습니다. 직원들 입장에서는 정치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와서 바람막이가 되어 준다고 보죠. 회장 후보추천위원회는 주주(株主)들과 고객, KB금융지주 직원들을 위해서 어느 사람이 가장 수장으로서 좋을는지를 독자적으로 투표합니다. 이번처럼 언론의 관심이 무척 커지니까 부담이 컸습니다. 그래서 모든 과정이 투명하게 끔 일일이 공개했습니다. 사기업의 CEO를 뽑을 때 이런 식으로 뽑는 곳이 어디 있습니까. 전무후무한 기록입니다. 정정당당하게 회장을 선출했습니다. 그런 식(청와대 외압설 같은 시각)으로 보면 한도 끝도 없죠.”
하지만 이유야 어찌 되었건, 어윤대 회장이 이번에 선출됨에 따라 국내 금융권에 이명박(李明博) 대통령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인사들이 대거 요직(要職)을 꿰찬 것은 사실이다. 과거 이헌재(李憲宰) 전 경제부총리와 직간접으로 관련이 있는 이른바 ‘금융 모피아’가 맡았던 자리를 시대가 변함에 따라, MB의 최측근들이 하나 둘씩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공석인 금융계 고위층에 매번 거론됐던 어윤대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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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 시절인 지난 2007년 1월 고대 교우회 10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어윤대 회장과 포옹하고 있다. |
하지만 이후에도 그는 여러 차례 공석(空席)인 금융계에 ‘유력 후보’로 거론됐다. 지난 4월에는 이성태(李成太) 한국은행 총재 후임 물망에 오르내렸다. 최근까지 그의 직함은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이었다. 국가브랜드위원회는 대내외적 국가의 위상과 품격을 높이고, 국가브랜드 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2009년 1월에 설치된 이명박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어윤대 회장의 전공은 ‘국제경영학’이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한 국민은행의 직원은 “솔직히 평생을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친 사람이, 특히 국제경영학, 국제금융을 전공한 사람이 거대 금융회사를 경영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의문”이라고 했다.
고려대 출신의 한 고려대 교수는 “고려대 총장까지 한 사람이 또 무슨 천수를 누리려고 일개 민간회사 회장에 줄을 대서 가려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한 고려대 출신 인사는 “정운찬(鄭雲燦) 전 서울대 총장은 국무총리, 김우식(金雨植) 전 연세대 총장은 대통령 비서실장을 했는데 고려대 총장은 민간 금융회사의 회장이 됐다”며 “좋은 모양새는 아니다”고 했다.
그런데 이뿐이 아니다.
국내 4대 금융지주회사인 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금융지주 가운데 세 개 금융지주의 회장이 이 대통령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인물들이다.
요즘 금융권에서는 “금융 공기업은 물론이고, 민간(民間) 회사인 금융 사기업까지 정권 핵심부의 줄을 어떻게든 잡아야만 문 앞이라도 갈 수 있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이팔성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상근 특보 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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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5월 청와대에서 열린 금융인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이 대통령과 악수하는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 |
고려대 법대 출신인 이 회장도 이 대통령의 대학 후배다. 이 회장은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에 재직했던 2004년에 우리투자증권 사장직에서 물러났었다. 이듬해인 2005년,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의 제의로 금융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이사를 역임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2007년 대선 때에는 당시 이명박 후보 상근 특보를 지냈다.
이 관계자의 얘기다.
“이팔성 회장은 고대 동문회에서 이 대통령과 그냥 약간 아는 정도였습니다. 그러다 이명박 당시 시장의 제의를 받았다고 합니다. 당시 서울시립교향악단은 노조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명망 있는 좋은 자리가 아니었습니다. 한 달 업무 추진비가 200만원 정도에 불과하고 연봉도 낮은 곳이었습니다.”
―평생 은행에서만 지냈던 사람으로서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텐데요.
“이 회장 자신도 평생을 금융권에서만 있었지 음악을 잘 몰랐기 때문에 떨떠름했을 겁니다. 그래도 봉사하겠다는 생각에 제의를 수락하고 그 자리를 맡았습니다. 이 회장이 교향악단을 맡은 이후부터 경영이 눈에 띄게 좋아졌습니다. 이 회장이 맡기 전에는 서울시립교향악단 입장권 수입이 1억8000여만 원에 불과했지만, 이 회장이 들어온 다음 해에는 입장권 수입이 무려 28억원으로 늘어났습니다. 교향악단이 서울시 출연기관이다 보니 그 기간에 한 달에 한 번씩 이명박 시장에게 각종 업무보고를 했죠. 경영능력이 좋고 평판도 좋고 하니까 이 대통령이 좋게 봤을 겁니다.”
이 회장은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인 2008년 3월, 증권거래소 이사장에 공모했지만 탈락했다. 당시 추천위원회의 멤버 중 상당수가 노무현(盧武鉉) 정부 때 임명된 인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얼마 뒤, 우리금융지주 회장직이 곧장 공석이 됐고 그는 회장으로 선임됐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당시 공모로 회장 선출이 진행돼서 금융권에 이름 있는 사람들이 여러 명 거론됐지만 막상 ‘이팔성’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공모에 참여한 사람이 없었다”며 “당연히 이 회장이 된다는 여론이 있었다”고 말했다.
MB 동기동창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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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2008년 4월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을 수행한 자리에서 악수하는 장면. |
김 회장은 천신일(千信一) 세중나모여행 회장과 함께 고대 61학번 모임인 ‘61회’의 주요 구성원이다. 김 회장은 천 회장과 함께 이 대통령이 마음을 털어놓는 최측근 고대 인맥으로 꼽혀 왔다.
이 대통령은 1965년 현대건설, 김 회장은 같은 해에 과거 한일은행에 각각 입사해 월급쟁이에서부터 최고경영자(CEO) 자리까지 오른 공통점이 있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대학 동기인 김 회장에게 이목이 많이 집중됐다. 이런 친분 때문에, MB정부 초기 초대 금융위원장에 김승유 회장이 유력하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김 회장은 대통령과 동기라는 사실이 거론되는 것 자체를 달가워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가 하나금융지주에 임명된 것이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 12월이니 그럴 수도 있다. 그가 임기가 끝난 이후에도 하나금융지주의 회장을 맡을는지, 아니면 다른 금융 공직(公職)으로 이동할는지 두고 볼 일이다.
최원병(崔圓炳) 농협중앙회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동지상고 후배다. 최 회장은 지난 2007년 12월 말, 농협의 신임 회장으로 취임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고 난 뒤, 일주일이 지난 뒤였다.
농협은 당시 정대근(鄭大根) 회장이 이른바 ‘박연차(朴淵次) 게이트’에 연루돼 구속되자, 새로운 수장을 선출해야 했다. 최원병 회장은 20년 동안 지역조합장으로 지냈던 점, 카리스마 있는 업무 추진력 등으로 인해 후보가 됐지만, 사실 유력하지는 않았다.
그는 1차 투표에서는 호남 출신인 김병원 후보(現 나주 남평농협 조합장)에게 밀렸다. 하지만 최종 결선 투표에서 뒤집기에 성공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이 유력해지자, 최 회장이 같은 ‘동지상고’ 출신이라는 점에서 투표권을 가진 농협 조합장들에게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 농협 안팎의 얘기다.
농협 관계자는 “조합장들이 정권에 가까운 사람을 회장 자리에 앉히는 것이 보호막이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물론 최 회장은 이에 대해 부정을 한다.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나에게 동지상고 출신이라 많은 것을 요구한다. 나는 취임 이후에 이 대통령과 사적인 만남을 가진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했다.
MB 비서 노치용씨, KB투자증권 대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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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6월 청와대에서 열린 농협법 개정 공포안 서명식에 참석해 이 대통령과 악수하는 최원병 농협중앙회장. |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노치용씨가 KB투자증권 사장에 내정됐다는 얘기가 나왔을 때 ‘또 무슨 작품 만드는 것이 아니냐’라는 말이 나왔다”며 “노치용씨가 현대증권에 근무한 적은 있지만 금융계의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정권의 눈 밖에 나지 않으려고 이 대통령의 최측근인 그를 앉혔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돌았다”고 말했다.
이휴원(李休源) 신한금융투자 대표이사 사장도 이 대통령의 동지상고 후배다.
신한은행은 지난 2007년 12월 20일,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선출된 다음 날이었다. 이날의 인사에서 6명의 부행장이 임기 만료로 퇴진했다. 살아남은 사람은 이휴원 대표가 유일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말이 많았다.
신한 측은 “대외적인 커뮤니케이션 역량과 폭넓은 네트워크, 리스크 관리 역량 등을 고려해 이 대표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아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시 이 대통령을 염두에 둔 인사라는 말이 많았다”고 말했다.
대선 당시 우리금융지주는 이팔성 회장, KB금융지주는 황영기 회장, 하나금융지주는 김승유 회장 등 이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CEO들이 많았던 반면, 신한금융지주 쪽에는 이렇다 할 네트워크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신한 측에서 조금이라도 연관이 있는 사람을 선임했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한 측이 이휴원 대표의 선임 배경으로 강조했던 ‘커뮤니케이션 역량과 네트워크’가 청와대 등과의 소통을 뜻한다는 얘기가 있었다”고 했다. 이 밖에 임기영(任基永) 대우증권 사장은 이 대통령의 대선 캠프 출신이고, 이형승(李炯昇) IBK투자증권 사장은 이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인수위 기획조정분과에서 자문위원을 역임한 바 있다는 ‘MB 금융맨’들이다.
“국민은행을 국책은행인 줄 착각”
언제부터 금융권이 이렇게 MB맨들로 채워지기 시작한 것일까. 사실 금융권은 전통적 의미의 권력기관보다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았다. 검찰총장이나 국세청장, 국가정보원장 등은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지만 은행장이나 증권회사 사장 등은 크게 다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러는 사이 확 달라진 것이다.
TK 출신 고위 금융인은 “예전에는 검찰과 법원, 경찰, 국정원 등 권력기관에만 사람들의 관심이 있었고 금융권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대구, 경북 사람들을 보면 고시를 봐서 공직에 나가려고 했지, 금융권에 문을 두드린 사람은 없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고 분석했다.
국내 금융권이 이렇게 대통령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인물들로 채워지는 데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다. 가령 KB금융지주는 외국인 지분이 가장 많은 100% 민간 회사다. 정부는 주식을 단 한 주도 가지고 있지 않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KB금융지주 등에 대해 여전히 국책은행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엄밀히 따져서 정부가 사금융권의 수장을 측근인사로 채우는 등의 인사를 공개적으로 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의 KB금융지주는 국민은행과 주택은행, 대동은행 등을 합쳐 세운 통합 국민은행 등을 거느린 금융지주회사다. 옛 국민은행은 1963년 정부가 자본금을 출자해 서민금융전담 국책은행으로 세워졌다. 1995년 1월 완전민영화가 됐고 1998년 장기신용은행과 합병했다. 국민은행과 합병된 주택은행 역시 1967년 주택자금의 조성과 주택의 효율적 공급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오랜 기간 정부가 통제해 온 공기업이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민간인 사찰로 조사를 받고 있는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사람들은 “국민은행이 국책은행인 줄 알았다”고 말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실제 그들이 공기업으로 잘못 알았을 리는 없다. 하지만 통합 국민은행은 2003년 말, 정부가 남은 지분을 모두 처분해 완전한 민영 회사가 됐다. 경영권에는 특별히 관심 없이 투자가 목적인 외국인들이 대주주이기 때문에, 특별한 주인이 없는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는 특이한 구조이기는 하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이런 역사 때문에 아직도 많은 국민이 국민은행이 실제 국책은행인 줄 알고 있고, 또 정치권에서도 그렇게 인식하는 경향이 강한 것 같다”며 씁쓸해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주인이 없는 회사에는 당연히 정치권이나 권력의 개입이 들어오게 되고, 그러다 보니 회장 선출권한을 가진 사외이사들이 알아서 권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사외이사가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KB금융지주 특성이 이에 한몫한다는 분석도 있다. 한 금융권 인사는 “KB금융지주는 특별한 주인도 없고 오랫동안 주도적으로 이끌어 온 상징적인 인물도 없는 구조에서 사외이사들이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곳”이라며 “그 사외이사들이 권력에 의해 선출되고, 알아서 권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금융기관의 장들이 동지상고, 고려대학을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MB맨이라는 비판을 받을 이유는 없다. 하지만 이번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의 선임 등의 예와 같이 여러 의혹이 불거지는 것을 근거 없는 이야기라고 치부하기엔 석연치 않은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고 꼬집었다.⊙
| ▣ KB금융지주 회장 어떤 자리이기에 KB금융지주 회장은 대체 어떤 자리이기에 이렇게 말도 많고 탈도 많을까. KB금융지주 회장의 연봉은 10억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금융권 관계자에 따르면 여기에 업무 추진비와 성과급까지 더하면, 1년에 받는 돈이 약 30억원으로 늘어난다. KB금융지주 회장의 임기가 3년인 점을 고려하면, 임명과 동시에 100억원의 돈이 보장되는 셈이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장의 경우, 연봉은 기본급 1억5000만원 정도다. KB금융지주 회장은 국내 최대의 은행인 국민은행장과 자회사 대표를 추천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지주사 회장은 자회사의 실질적인 인사권자다. KB금융지주 회장이 국민은행장을 추천하면 계열사 대표이사의 후보추천위원회가 이를 승인한다. 대표이사의 후보추천위원회는 회장, 사장과 사외이사 2명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사실상 회장이 임명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금융지주 회장은 국민은행의 경영 및 인사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KB투자증권, KB생명 등 9개 기타 계열사 사장의 임명권도 KB금융지주 회장이 행사한다. 대내외적으로 막대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다. 국민은행의 한 고위 관계자는 “나쁜 짓을 안 하고 자리만 잘 지키면 이처럼 막대한 돈을 챙길 수 있는 자리는 드물 것”이라며 “삼성이나 현대 등 제조업체 CEO들은 피 튀기면서 경쟁해야 하지만, 이 자리는 자기관리만 잘하면 상대적으로 편안하게 갈 수 있는 자리”라고 말했다. 그는 이 때문에 정권과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보면 최고의 자리라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