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時論] 韓日양국기업의 경쟁과 협력이 韓日경제통합 앞당긴다 : 월간조선

최근 일본에선 ‘한국을 배워라’는 구호가 한창이다. 이 구호는 올해 1월 25일자 <닛케이 비즈니스>(경제 잡지)의 특집에서 비롯됐다. ‘한국4강 약진의 비밀’이라는 제목의 이 특집은 16페이지에 걸쳐 삼성ㆍLGㆍ현대자동차ㆍ포스코의 강점을 설명하면서 위기를 기회로 인식하는 한국기업의 자세에 경제위기 탈출의 힌트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 후 <일본경제신문>은 ‘한국을 배워라’라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3월 4일자 ‘세계로 약진하는 한국기업을 배우자’는 사설에서 한국기업의 강점을 겸손하게 받아들이고 배우자고 제안했다. <일본경제신문>은 이어 ‘기업강점의 비밀’이라는 특집 시리즈의 하나로 ‘삼성을 따라잡아라’라는 연속 기사를 5회에 걸쳐 게재했다. 이 신문은 삼성과 현대자동차의 성공사례를 인용하며 일본기업이 가야 할 길을 제시했다.

일본에 부는 한국 배우기 열풍

4월에 들어서도 ‘한국을 배워라’는 구호는 계속됐다. 4월 13일자의 <이코노미스트>(경제 잡지)도 ‘최강 한국, 일본은 왜 계속해서 패배하는 것인가’라는 18페이지의 특집에서 일본 기업이 LCDㆍDRAMㆍ자동차 등 일찍이 우위를 자랑하던 분야에서 한국기업에 점유율을 빼앗기는 원인에 대해 분석했다.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 또한 4월 21일 ‘존재감을 높이는 중국ㆍ한국 기업’이라는 리포트를 발표했다. 5월 10일에 발행된 6월호는 ‘삼성에 지지 않는다! 일본기업의 신(新)성장전략’이라는 특집 기사를 보도하면서 저명(著名) 지식인들이 분석하는 한국기업의 강점과 일본기업에 대한 교훈을 비중 있게 실었다.

이런 현상은 보도뿐만 아니라, 방한(訪韓)하는 일본인사들의 방문 목적에서도 엿볼 수 있다. 3월에는 하라구치 총무대신이 한국의 전자정부 행정과 시스템을 구축한 삼성SDI를 방문했고, 5월에는 마에하라 국토교통대신이 인천공항을 둘러봤다. 경제산업성의 산업정책담당자들은 한국의 정부기관ㆍ연구기관ㆍ민간단체 등을 방문한 후 산업구조심의회 산업경쟁력부회에 분석자료를 제출했다. 이외에도 각종 단체와 기업의 방문자들이 한국을 배우기 위해 다녀갔다.

그렇다면 일본은 왜 이 시점에 한국을 배우자고 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올해 1월 양국 분위기의 차이에서도 알 수 있다. 작년 V자 회복을 이루며 G20정상회의 유치에 성공하고, UAE원전 수주에 성공한 한국은 참으로 밝은 새해를 맞이했다. 반면, 작년 마이너스 5%라는 충격적인 성장률을 기록하고, 일본항공 파탄ㆍ도요타의 리콜 문제 등으로 흔들린 일본의 1월은 어두운 분위기였다. 현재 일본이 한국에 뒤지고 있다는 사실은 각종 통계에서 확인되고 있다(표1 참고).

성장률의 차이는 잘 알려져 있지만, 일본은 작년 무역수지 면에서도 한국을 부러워했다. 표의 올해 1분기 기업실적은 5월 19일자의 <한국경제> 신문에 게재된 것을 인용한 것인데, 이것을 보아도 한일(韓日) 기업 간에는 큰 차이가 있다. 적자로 전락한 소니는 별도로 하고, 비교적 순조로운 도시바와 비교해도 삼성전자가 약 7배의 순이익을 냈다. 삼성전자의 순이익은 일본의 주요 전자ㆍ전기기업의 모든 이익 합계보다도 많다는 보도도 있었다. 또한 LG디스플레이의 경우, 매출액수가 도시바의 4분의 1인데도 이익은 도시바를 상회했다.

자동차는 도요타의 순이익이 크게 보이지만, 이익률을 보면 현대자동차가 도요타의 8배에 이른다고 <한국경제>는 보도했다. 철강업계에서는 매출액이 신일본제철의 절반을 약간 웃도는 정도인 포스코의 순이익은 신일본제철보다 3배 이상 많았다고 한다. 교통시설을 보면, 공항과 항만도 한국이 일본을 크게 앞서가고 있다. 그러나 일본인들에게 한국의 약진을 강렬하게 인식하게 만든 것은 역시 밴쿠버동계올림픽이었다. 금ㆍ은ㆍ동 총 14개의 메달을 딴 한국에 비해 일본은 금을 따지 못한 데다 은ㆍ동 총 5개에 그쳤다.

한일기업의 차이점

이처럼 한국기업은 순항하고 있는데 일본기업은 왜 그러지 못한 것일까. 최근 경제계에서 자주 듣게 되는 질문 중의 하나다. 작년에는 많은 경제 관계자가 한국기업은 원화 약세 때문에 유리해진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분명히 시각이 바뀌었다.

‘한국을 배워라’고 하는 많은 특집 기사는 한국기업의 적극성ㆍ신속성ㆍ과감성이 리먼브러더스 쇼크 이후 세계 경제의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큰 효과를 냈다고 강조한다. 한국기업이 올린 성과는 원화약세와 같은 행운의 결과가 아니라, 실력의 결과이며 일본기업은 이런 점에서 한국기업 강점의 비결을 배워야 한다고 하는 것이다.

여기서 일본기업과 한국기업의 차이라고 자주 지적되는 점을 표로 정리해 보았다. 물론 기업에 따라 각기 특징이 있어, 이러한 정리방법은 지나치게 단순화된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필자는 지금까지 많은 양국기업을 관찰해 왔는데, 분명히 몇 가지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현재의 문제점을 명확히 하기 위해 단순화해서 비교해 보면 다음과 같다(표2 참고).

이 비교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양국 기업 간에는 상당히 큰 차이가 있음을 알 수가 있다. 우선 기업문화가 다르다는 점이다. 특히 중요한 차이는 한국기업은 신속한 의사결정을 하고, 세계적인 불황 속에서도 과감한 투자를 해 온 것에 비해, 일본기업은 의사결정이 느리고 신중한 대응을 고집해 왔다. 실제로 필자의 경험을 통해 보더라도 많은 한국 경제인들은 일본기업의 의사결정 지체에 불만을 토로한다. 또한 한국기업 사원들은 스트레스도 많이 받지만, 성과가 있는 사원에게는 그에 따른 보수도 크다.

한국, 해외 시장 적극 진출

비즈니스 행태에서도 차이가 있다. 일본은 한국보다 국내 시장이 크기 때문에 일본기업은 국내 시장을 소중히 한다. 그 결과 외국에서의 무리한 주문은 거절하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한국기업은 해외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했다. 다소 무리한 주문일지라도 어떻게든 대응하려고 하고, 현지의 수요를 철저히 분석하고 그 나라에 맞는 제품을 만들어냈다. 이슬람교의 성전인 코란이 내장된 TV라든가, 모기를 죽이는 에어컨 등의 상품은 한국기업의 자세를 잘 보여주는 예이다.

상품에 관한 철학의 차이도 중요하다. 일본 제품은 고품질ㆍ다기능을 어필해 왔다. 이것은 수준 높은 일본기업 기술의 상징이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한국 제품은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면 더 이상 고품질ㆍ다기능으로 하는 것보다 저가(低價)로 승부했다. 물건을 잘 만들면 잘 팔린다고 믿는 일본기업이 많지만, 한국기업은 가격과 현지 수요를 중시했다. 이 차이는 신흥국이나 많은 개도국에서 매출액의 차이로 나타났다.

이러한 여러 요소를 비교하면, 한국기업의 적극성과 유연성이, 변화가 심한 시대에는 더 적합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세계각지에서 시장개척을 하는 관점에서 보면, 한국기업이 이런 점에서 일본기업을 크게 앞서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삼성전자와 소니가 충남 아산 탕정단지에 공동으로 설립한 S-LCD사(社)는 2009년 6월 공식 가동에 들어갔다. 1조8000억원이 투입된 이 회사는 제7, 8세대 LCD를 생산한다.

반론 제기하는 한국 언론

일본에서의 ‘한국을 배워라’라는 캠페인에 대해 한국 언론들은 어떻게 반응하고 있을까. 3월 4일 <일본경제신문> 사설에 대해, <조선일보>와 <서울경제신문> 등이 사설을 실었다. <조선일보>는 ‘한국이 자만해서는 안 된다’며 경각심을 호소했다. 일본은 한국의 추격에 경계심을 갖고 분발하자는 것이지, 한국이 일본을 앞질렀다고 본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270억 달러의 대일(對日) 무역적자를 언급하며 아직 일본에 배워야 할 것이 많다고 했다. <서울경제신문>도 “일본은 높은 기술력을 비롯해 많은 강점을 가지고 있으므로 언제든지 반격이 가능하다”면서 “한국기업도 최근의 성공에 안주하면 상황이 역전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필자가 만난 많은 한국의 경제인이나 연구자들은 모든 면에서 아직은 일본기업들이 앞서가고 있고, 한국기업들이 배워야 할 점 또한 많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생각해 보면 일본기업은 처음에는 전 세계에 상품을 팔기 위해 여러 나라를 돌아다녔다. 일찍이 일본의 기업전사들은 구미(歐美) 각국에서 ‘이코노믹 애니멀(경제동물)’이라고 비판을 받으면서도 샘플을 가득히 넣은 가방을 들고 전 세계를 누볐다. 따라서 양국기업에는 많은 차이점이 있지만 근본적인 면에서는 공통점도 있다. 최근의 한국기업 우위도 이런 점에서 지속될 수 있었는지 모른다. 어떻든 양국기업의 경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일본기업과 한국기업은 경쟁만 하는 것이 아니다. 일본기업과 한국기업 간의 협력은 폭넓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양국기업 간에 폭넓은 협력 관계가 있다는 사실은 그리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최근의 협력 사례를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신일본제철과 포스코의 ‘전략적 제휴관계’가 있다. 양사(兩社)의 협력은 포스코 설립단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최근의 협력은 세계 최대 철강기업인 ‘아르셀로 미탈’에 대항하는 공통된 목표에 의해 강화되고 있다. 양사의 협력은 상호 주식지분 획득, 베트남 냉연강판 공장의 공동 설립, 환원철 등에 관한 공동 사업, 원료생산 회사에 대한 공동 보조 등 폭넓은 분야에 이르고 있다.

韓日기업의 相生 사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있는 포스코와 신일본제철은 경제협력 차원에서 한일 문화교류에도 힘쓰고 있다.

양국 기업은 합작을 통한 공동생산도 추진 중이다. 이 분야에서는 옛날부터 많은 사례가 있었다. 최근의 사례를 들자면 삼성전자와 소니가 함께 설립한 S-LCD사(社)다. 제7, 제8세대 LCD를 생산하는 이 공장은 소니에 없어서는 안 되는 LCD공급자가 됐다. 추가 투자도 계속 이루어지고 있다.

그 외 신일본석유와 GS칼텍스는 최근 탄소재료 생산 공장을 설립했고, 한국의 DPI홀딩스(옛 대한페인트)와 니혼페인트가 자동차용 도료의 합작 공장을 가동시킨 바 있다. 일본의 유라스 에너지와 포스코건설이 태기산에 풍력발전소를 건설한 것도 눈길을 끈다.

이러한 합작 생산은 한국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중국 시장을 무대로 양국기업이 합작생산사업을 실시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자동차용 하프 샤프트, 키 스위치류, 피스톤 링 등 차량 부품을 생산하는 한일 합작회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 기업은 제３국이 발주한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수주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최근 한국전력과 두산중공업의 컨소시엄이 따낸 UAE 원전건설 사업에, 금액은 적지만 일본 도시바와 그 자회사인 미국 웨스팅 하우스사가 중요한 부품 공급자로 참가했다.

2년 전 얘기지만, 미쓰이물산과 한국기업이 중동 등 제３국에서의 프로젝트를 주문받았는데 금액이 약 1조 엔에 달했다. 미쓰이물산이 중동지역에서 주문받은 플랜트 사업 중 건설 부문을 한국기업이 담당한 것이다. 미쓰비시상사(商社)와 현대로템이 인도의 방갈로르에서 지하철사업을 공동으로 수주한 적도 있다. 이 밖에 소지쓰그룹이 현대로템의 철도차량 1000량을 미국에서 팔고 있고, 태국에서의 현대자동차 판매에도 협력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 기업은 해외 자원개발에도 보조를 맞추고 있다. 작년 7월 미쓰비시상사와 한국가스공사가 MOU를 체결해 블라디보스토크에서의 LNG사업을 비롯, 캐나다ㆍ호주ㆍ베네수엘라 등에서 천연가스 개발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또 브라질에서는 철광석의 안정적 조달을 위해 이토추상사ㆍ신일본제철ㆍ포스코ㆍJFE스틸 등이 컨소시엄을 형성해 철광석 채굴 회사인 나미자사(社) 주식의 40%를 취득하는 데 합의했다. 신일본석유와 SK에너지도 상호 지분 보유를 통해 공동사업을 모색하고 있다.

한국기업의 일본 진출은 현재 미미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한국기업이 기술력이 탄탄한 일본 중소기업을 인수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삼성물산이 2008년 스테인리스 재료 압연 주요 메이커인 아케미치메탈사를 인수한 것이 신호탄이다. 일본에는 우수한 기술을 가진 중소기업이 많다. 그 가운데는 기술은 있으나 상업화를 하지 못하는 기업도 있고, 후계자난에 직면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도 있다. 후카가와 유키코 와세다대학 교수는 최근 <조선일보> 기고를 통해 “지금 한국에 ‘역사적 일본 기회’가 다가오고 있다”며 “한국기업이 일본에서 활용되지 않고 있는 아이디어나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경쟁과 협력이 경제통합 진행시켜

지금까지 소개한 사례 외에도 양국 기업은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즈호은행과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은 한국의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에, JFE는 동국제강과 현대하이스코에 출자하고 있다. 또한 도레이는 고려대에 첨단재료 연구센터를 설립했고, 일본의 기후차체공업은 지금까지 1000개 이상의 한국기업으로부터 약 2만명의 단기 연수자를 받아들여 도요타 생산방식을 전수하고 있다. 또 금형생산 기업인 오가키정공의 우에다 사장은 서울산업대 명예교수로서 한국 학생의 기술지도를 맡고 있는 등 오랜 세월에 걸쳐 한국과의 경제교류에 힘쓰고 있다.

양국기업은 여러 형태로 상대국에 진출하고 있다. 그중 주목할 만한 사례 두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최근 도레이가 2020년까지 2000억 엔(2조3000억원)을 한국에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투자 금액도 크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탄소섬유의 생산공장을 한국에 세우는 점이다. 탄소섬유는 철강보다 가벼운 첨단소재이며 고가(高價)이지만 장래성이 많은 소재다. 현재 항공기나 골프채 등에 사용되고 있는데 향후 자동차에도 사용될 예정이다. 도레이는 탄소섬유 분야에서 세계 최대 시장점유율을 자랑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소재를 한국에서 생산하기로 한 것은 양국의 경제협력 차원에서 의미가 크다.

또 하나는 LG전자가 일본에서 박막형 TV 등의 판매를 재개한다는 소식이다(5월 9일자 일본경제신문). LG전자는 휴대폰이나 세탁기ㆍ박막형 모니터를 일본에서 판매하고 있는데, 특히 휴대폰은 이미 총 300만 대를 판매했다. LG전자는 일찍이 일본에서 박막형 TV를 판매한 적이 있지만, 일본기업의 벽을 넘지 못해 2008년에 철수했다. 휴대폰의 성공으로 LG전자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일정한 지명도를 얻었다고 판단하고, 가전제품 중에서도 브랜드력이 필요한 TV 분야에 재진입하기로 결정했다’고 <일본경제신문>이 보도했다. LG전자가 TV에서 성공하면 지금까지 어렵다고 여겨져 온 한국기업의 일본 소비재시장 진출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두 기업의 상대국에 대한 진출은 한일 양국이 실제로는 경제통합을 지향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근거로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기업 간 경제통합을 양국정부가 북돋워야

양국 간 민간기업 차원의 경제통합이 진행되는 시점에서 양국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양국 기업이 국경을 의식하지 않고 자유롭게 경쟁하며 협력해 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양국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먼저 상품관세를 가능한 한 없애야 한다. 그 다음에 제품 안전기준 등의 규제를 될 수 있는 한 낮춰야 한다. 상대국 시험기관에 의한 적합성시험 결과를 존중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양국은 현재 수준 높은 투자협정을 체결한 상태이고, 문제가 될 만한 투자규제는 없다. 그러나 국내규제가 투자의 장애가 될 수는 있다. 기업이 갖는 문제점을 논의할 장소를 민관합동으로 마련해야 할 것이다. 현재 Seoul Japan Club(SJC)이 매년 건의사항을 한국정부에 제출하고, 투자환경 개선을 요구하고 있으며 높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러한 메커니즘을 쌍방향으로 마련해야 한다.

경제정책, 지적재산권 보호 등 경제규범에 관한 조화도 중요한 과제다. 양국 모두 제도 정비는 상당히 진행된 상황이어서 집행 면에서 협력을 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동아시아 경제통합의 모델을 만드는 데 큰 의미를 갖는다.

노동시장도 상호 협력해야 한다. 현재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인원이 연간 500만명에 달한다. 상대국의 언어를 이해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한국의 대학진학률은 80%를 넘고 우수한 인재가 많다. 일본은 엔지니어를 중심으로 한 고급인재를 필요로 한다. 양국의 젊은이들이 상대 국가에서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줘야 한다.

이처럼 양국 정부가 해결해야 할 사안을 FTA형태로 조약화할 필요도 있다. 한일FTA는 양국 경제협력의 기초가 될 것이다. 현재 한일FTA는 관세(關稅)에 대한 이견(異見)으로 별다른 진전이 없다.

한국기업과 일본기업의 ‘고유명사’끼리 협조하는 시대 이미 도래

그러나 앞에서 살펴봤듯이 양국 기업은 이미 상호협력체제로 세계 시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작년 4월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개최된 부품ㆍ소재상품 전시회에 많은 일본기업인이 참가해 자사(自社)에 필요한 한국 부품 메이커를 찾는 등 상당한 성과를 올렸다. 이 행사에 참가한 한 일본 기업인은 필자에게 “한국산(産) 부품의 품질에 상당히 놀랐다. 가격 경쟁력도 있어 곧바로 수입할 생각”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한국기업과 일본기업은 경쟁과 협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경쟁과 협력은 모순(矛盾)되는 것이 아니다. 경쟁과 협력은 양국 간 경제통합을 촉진시킬 것이다. 경제통합이 진행되면 한국기업, 일본기업이라는 국적의 구별 자체에 의미가 없어진다. 기업과 기업의 ‘고유명사’끼리 협조하는 시대가 이미 도래했다.

필자는 서울에 3년 가까이 살면서 양국 국민이 서로 다르면서도 같은 점이 상당히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한국과 일본은 서로의 장점을 살려간다면 향후 동아시아 경제통합에 모범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