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환의 경제포커스] 한국에도 부동산 폭락 사태 오나? : 월간조선

6·2지방선거가 여당의 참패(慘敗)로 끝났다. 전문가들은 ‘MB 정부의 독선적인 정국 운영’과 ‘장기화되고 있는 경기침체’를 참패의 주된 원인으로 들고 있다. ‘세종시’와 ‘4대강 살리기’ 등에서 보여준 “나를 따르라”는 불도저식의 국정 운영에 대한 반감이 예상보다 강했을 뿐 아니라 10%에 육박하는 청년실업(失業) 등 고용악화와 그에 따른 체감(體感)경기 부진이 야당에 대한 몰표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젊은 층이 대거 투표에 참여하면서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는 점이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얹어주고 있다.

MB 정부의 독선적인 정국 운영 여부는 사실 판단하기도 수량화하기도 어려운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일반 국민들의 체감경기는 경제지표(指標)의 흐름을 통해 어느 정도 살펴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성장률과 고용, 소비자물가만 놓고서도 최근 국민들의 심사가 어느 정도 불편한지를 가늠할 수 있다. 성장률은 2008년 2.2%에서 작년에는 0.2%로 내려앉았다. 최근 10여 년 동안의 연(年)평균 성장률 4%대에 크게 못 미치는 성장률이 2년 연속 이어진 것이다. 대공황 이후 최악이라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이기는 해도, 또한 주요선진국들이 -3~-4%대의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주목할 만한 성적이기는 해도, 당하는 국민들로서는 예전보다 살기가 어려워졌다고 생각할 것이다. 올 들어 1분기 성장률이 전년동기(前年同期)대비 8.1%로 급등했다지만, 이 또한 작년 1분기가 나빴던 데 따른 반등이어서 체감하려면 아직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체감경기 부진이 여당 참패의 원인

이처럼 성장률이 곤두박질치면서 2007 ~2008년 3.2%였던 실업률이 올 들어 1월에는 5.0%까지 치솟았다. 이후 계속 낮아져 4월에 3.8%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특히 청년(15~29세) 실업률은 지난 2월에 10.0%까지 높아졌었다. 일하고자 하는 청년 10명 중 1명꼴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청년들을 둔 부모들의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을 것이다. 선거 후 5월 실업률은 3.2%, 청년 실업률은 6.4%로 크게 호전(好轉)된 것으로 발표됐지만, 이는 차 떠나고 난 뒤에 손 흔드는 격이었다. 또한 발표되는 수치보다 체감고용상황이 훨씬 더 나쁘다는 점에 대다수 서민이 동의하고 있을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소비자물가가 전년동월(同月)대비 2% 중반대에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올 들어 일기불순 등으로 인해 채소와 과일 가격이 치솟으면서 신선식품지수가 전년동월대비 9.9% 급등한 것과 휘발유 등 석유류가 전년동월대비 14.0%나 급등하면서 체감물가를 끌어올린 점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특히 신선식품의 경우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만만치 않은데다 품목 수가 많아 주부들의 장바구니에 바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 석유류의 경우 매번 주유를 할 때마다 가격을 비교한다는 점에서 체감물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결국 소득과 고용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먹을거리 등 체감물가까지 오르면서 살기가 어려워진 서민들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여당에 등을 돌린 것은 아닐까?

여기다 한 가지 더 무시할 수 없는 요인으로 주택경기의 부진(不振)을 꼽아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주장이다.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빌려서 집을 샀는데, 집값이 오르기는커녕 내리고 있을 뿐 아니라 팔려고 내놓아도 팔리지 않는다면, 그 화살이 어디로 날아갈 것인가? 너나 할 것 없이 정부 탓으로 돌리면서 야당 표로 나타났을 것이다.

사실 그간 선거가 있는 해가 되면 주택시장이 들썩이는 게 통상적이었다. 정부의 주택관련 규제완화조치가 나오거나, 시중에 돈이 풀리면서 주택가격이 올라가고 그에 따라 주택매매시장도 활황을 보였다. 실제로 규제완화가 별로 없거나 시중에 돈이 풀리지 않아도 그럴 것이라는 기대감만으로도 어느 정도 시장이 형성되었었다.

하지만 올해는 부동산전문가들도 자신들의 예측이 틀렸다고 자인할 정도로 선거를 앞두고서도 주택시장이 조용했었다고 할 수 있다. 주택거래가 실종되다시피 하면서 사는 곳이 팔리지 않아 새로 지은 아파트에 입주를 못해 건설사와 분쟁이 일어나고 있을 정도로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지방의 경우 집값이 20~30% 이상 하락

주택시장의 동향은 거래와 가격에서 살펴볼 수 있다. 먼저 가격의 경우 국민은행이 발표하는 주택가격지수에 따르면 5월 전국주택가격은 1년 전에 비해 1.2% 오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실제 시장상황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보도나 전문가들의 주장에 따르면 지방의 경우 2007~2008년에 고점(高點)을 친 후 최근까지 많게는 20~30% 이상 떨어진 곳이 수두룩하다고 한다. 특히 지방의 경우 미분양 아파트가 늘어나면서 건설회사들이 기존 분양가격에서 20~40%씩 가격을 낮춰서 분양하고 있는데도 사러 오는 사람이 거의 없는 곳도 있다고 한다.

이른바 버블세븐 중에서도 분당과 평촌, 용인의 경우 전반적으로 내림세가 과도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성남시 분당구의 경우 국민은행 가격지수에 따를 경우에도 고점(2007년 2월)대비 12.6% 떨어진 상황이다. 용인시 수지구의 경우에는 고점(2007년 1월)대비 17.7%나 떨어졌다. 이들 지역에서는 고점대비 20~30% 이상 떨어진 곳도 나오고 있을 것이다. 수도권에서는 그나마 강남3구(강남구, 서초구, 송파구)가 버티고 있다고 하지만 이 지역 또한 위태위태한 모습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처럼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유럽 재정위기와 천안함 사태 등 국내외 여건이 악화되면서 거래마저 크게 줄어들고 있다. 국토해양부가 발표하는 아파트 거래량(실거래가 신고분)의 경우 올 들어 3~4월에는 월 4만5000건대로 늘어나면서 1년 전에 비해서는 월 1만 건 이상 증가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작년 초반에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관련통계가 발표된 2006년 1월 이후 최저수준(2009년 1월 1만8074건)을 기록했던 점을 고려하면 거래량이 크게 늘어났다고 볼 수는 없다.

더욱이 올해 들어 부동산중개업소들의 폐업(閉業) 또는 휴업(休業)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거래량이 어느 정도 줄어들고 있는지를 짚어볼 수 있다. 서울의 경우 2008년 8월 부동산중개업소가 2만6000여 곳이었지만 작년 말에는 2만4800여 곳으로 1000곳 이상 줄어들었고 올해 들어서는 이 같은 감소추세가 더 가속화되고 있다. 또한 경기지역의 경우 작년 말 2만5000여 곳에서 올해 들어서만 2000곳 이상이 휴·폐업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대전의 경우 2300여 곳에서 작년 한 해 동안 휴·폐업으로 사라진 중개업소가 600곳이 넘었다. 4개 중 1개가 문을 닫은 것이다. 거래량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통폐합하는 중개업소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분양가 상한제’ 때문에 물량 공급 급증

이처럼 가격 급락과 거래량 급감이 장기화되는 조짐을 보이면서 일부에서는 우리나라 집값이 일본처럼 장기침체로 빠져들기 시작했다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부동산 대폭락’이라는 제목을 달고 나오는 책이나 보고서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미국 등 주요선진국의 주택가격이 급락하는 가운데서도 선방했던 우리나라 주택시장이 뒤늦게 하락세로 돌아서는 것은 물론 하락기간도 장기화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올해 하반기까지 하향안정세를 보이다가 내년에 가면 좀 살아날 것이라는 낙관적인 목소리도 있다.

최근 우리나라 주택시장의 침체 이유는 간단하다. 공급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수요는 늘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먼저 공급측면을 살펴보자. 부동산정보회사 부동산114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총 30만2000여 가구로 작년의 28만1000여 가구보다 2만 가구 정도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수도권(서울, 인천, 경기)의 경우 작년보다 1만5000여 가구가 더 많은 17만1000여 가구가 입주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1만~2만 가구 늘어나는 게 뭐 그다지 크게 영향을 미칠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시장이 이미 약세(弱勢)로 돌아선 상황에서 추가적으로 늘어나는 물량의 영향은 보통 때보다 훨씬 더 크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올해 입주 물량이 이렇게 늘어나는 것은 분양가 상한제(上限制) 시행을 앞두고 2007년 11월 말까지 분양승인을 신청한 단지는 상한제 대상에서 제외해 주면서 건설사들이 너도나도 분양을 서둘렀기 때문이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2007년에 사업승인을 받은 전국의 아파트는 총 55만6000여 가구로 이 중 30만6000가구가 수도권에 집중됐다. 2004~2006년 사업승인건수 46만~47만 가구에 비해 8만~9만 가구가 늘어났을 뿐 아니라 수도권의 경우 2004~2006년 연평균 19만2000가구에 비해 10만 가구 이상이 늘어났다. 건설사들이 사업승인 물량을 대거 수도권에 집중시켰기 때문이다.

결국 2007년에 사업승인을 받아 2008년 초까지 분양한 아파트들이 2~3년간의 건설기간을 거쳐 올해 본격적으로 입주에 들어가면서 이른바 ‘입주폭탄’을 맞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올해 상반기(14만6000여 가구)보다 하반기(15만6000여 가구)에 더 집중되어 있어서 하반기에도 아파트 가격 하락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연말에도 입주가 계속되면서 내년 초반까지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江南不敗’의 神話 무너지나

보금자리 주택 등 공공주택 공급도 집값하락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 시민들이 보금자리 주택 사전예약 상담을 하고 있다.

여기다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 정부의 보금자리 주택 공급이다. 작년에 14만6000가구를 공급한 데 이어 올해는 18만 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다. 이 중 14만 가구가 수도권에 예정돼 있다. 뿐만 아니라 2018년까지 총 150만 가구의 보금자리 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다.

11만 가구가 넘는 미분양 아파트 등 민간 건설회사들의 공급 물량이 남아도는 상황에서 정부의 공급 물량이 좋은 위치에 낮은 가격으로 쏟아진다면 그야말로 악재 중의 악재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정부의 보금자리 주택 등 공공(公共)주택 물량이 최근 들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앞으로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공공주택 물량이 2000년대 들어 연간 12만~14만 가구에서 작년 16만8000가구로 늘어난 데 이어 올해 이후에는 연간 18만~20만 가구씩으로 늘어날 예정이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로서는 ‘서민주택의 안정적 공급’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꾸준히 해야 할 일이지만 단기적으로 아파트 시장에는 찬물을 끼얹는 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아파트를 사려던 사람도 주춤할 수밖에 없다. 공급은 늘어나고 수요는 더 위축되면서 당분간 아파트 시장이 약세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뜻이다. 수요 위축은 크게 세 가지 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심리 위축, 두 번째는 개인들의 과도한 부채와 금리 인상 가능성, 세 번째는 주택관련 규제의 완화 여부이다.

먼저 시장은 심리라지만 공급과 수요 중에서도 수요가 더 심리적 영향을 크게 받는다. 무엇보다 아파트 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적어도 내년 초반까지는 계속될 것이다. 특히 비싼 민간아파트를 구입하거나 분양받기보다는 분양가가 싼 보금자리 주택을 분양받으려는 대기수요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앞에서 언급한 대로 버블세븐지역의 아파트 값도 하락세로 돌아서고 있고 일부지역의 경우 20% 가까이 떨어지고 있지만 아직도 거품이 남아 있다는 인식은 매수(買收)심리를 더 위축시킬 것이다.‘강남불패(江南不敗)’의 신화(神話)가 무너지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는 것도 이 같은 매수 심리 위축에 크게 일조를 하고 있을 것이다.

금리 인상시 집값 추가 하락할 것

개인들이 과도한 부채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금리(金利)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말 현재 가계신용(가계대출+판매신용)은 734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69.0%로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 1997년 말 외환위기 직전의 40% 안팎은 물론 신용위기를 겪었던 2002년의 60.9%보다도 크게 높은 상황이다. 최근 수년간 소득증가율보다 대출증가율이 크게 높았기 때문이다.

2007~2008년에만 해도 연 7%대였던 가계대출금리(잔액기준 가중평균금리)가 최근에는 5.4%까지 낮아져 있어서 이자부담이 높지는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빌린 절대금액이 워낙 큰 데다 앞으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이자부담이 커지는 일만 남았다고 할 수 있다.

최근 그리스 발(發) 유럽 재정위기가 포르투갈, 스페인을 거쳐 헝가리 등 동유럽으로까지 확산되고 있어서 한국은행의 금리인상이 당초 예상보다 뒤로 늦춰지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빠르면 올해 4분기에는 금리를 올리기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경우 소득과 고용 부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자 부담까지 늘어나면서 집을 사기보다는 팔려는 쪽이 많아져 집값을 더 떨어뜨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세 번째 주택시장에서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요인인 주택관련 규제의 향방이다.

정부는 작년 중반 이후 주택시장이 상승흐름을 이어가자 수도권 전역에 대해 LTV(Loan to Value·주택담보인정비율)와 DTI(Debt to Income·총부채상환비율)를 강화해 은행권과 비은행권에까지 확대·시행하고 있다.

세제(稅制) 측면에서는 지난 2월 양도세 한시(限時) 감면 혜택이 종료된 데 이어 올 연말까지는 다(多)주택자 양도세 감면 및 미분양주택 취·등록세 감면도 종료될 예정이다.

분양가 상한제의 폐지 또는 일부 완화가 국회에 상정돼 있지만 처리시기는 계속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4월 23일 정부가 미분양 및 거래활성화 대책을 내놓았지만 지방 미분양에만 일부 효과가 있을 뿐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후 윤증현(尹增鉉) 기획재정부 장관 등 정부 고위인사들은 더 이상의 주택관련 규제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무엇보다 LTV·DTI와 같은 대출관련 금융규제가 풀릴 경우 낮은 금리에다 과도한 유동성(流動性)이 주택시장으로 흘러들면서 투기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우려 때문일 것이다. 이 같은 정부의 규제완화 불가 입장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본다면 침체된 주택수요는 물론 주택공급 또한 호전의 계기를 마련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인구구조 변화하겠지만, 아직은 주택공급 필요

부동산 거래 실종으로 부동산 중개업소들이 문을 닫고 있다.

끝으로 언급해야 할 부분이 인구구조의 급격한 변화이다. 인구구조의 변화는 공급과 수요 측면에서 동시에 고려해야 할 부분이지만 수요 측의 변화를 공급 측에서 따라가야 한다는 점에서 수요 측 요인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먼저 주택수요가 가장 왕성한 연령대인 40~50대 인구 비중이 우리나라는 2016년에 정점(頂點)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40~50대 인구의 정점이 미국은 2006년, 일본은 1993년으로 이때를 전후해 주택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기 시작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몇 년의 여유가 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자녀가 1~2명에 불과하므로 결혼 후 부모의 도움으로 30대 중반부터 내 집 마련이 본격화되고 있는 반면, 은퇴연령은 50대 초ㆍ중반으로 앞당겨지고 있다. 이에 따라 35~54세 인구를 실질적인 주택수요층으로 본다면, 이 연령대는 2011년에 1657만명으로 정점에 달하고 총 인구대비 비중(33.9%)은 올해가 최고치를 기록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주택시장이 중ㆍ장기적 하락안정세로 접어드는 시기가 2016년보다 앞당겨질 수도 있다고 주장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일부에서는 우리나라 인구가 곧 줄어든다는데 주택을 너무 많이 짓는 게 아닌가 하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2018년부터로 예상되고 있고, 가구 수는 일본의 경우에 비춰볼 때 그보다 10년 뒤인 2028년으로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주택을 짓기는 지어야 하지만, 가구 수는 물론 가구 구성원 수의 변화를 잘 따라가야 할 것이다.

2008년 현재 1인 가구의 비중은 20.1%, 2인 가구의 비중은 22.7%로 1~2인 가구의 비중이 42.8%에 달하고 있다. 통계청은 1인, 2인 가구 비중이 2020년에 각각 21.6%, 25.5%로 늘어나면서 1~2인 가구 비중이 48.1%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1~2인 가구의 비중이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이에 대한 가정과 근거, 문화적 배경 등에 대한 보다 다양한 고려가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주요선진국들의 1~2인 가구 추이를 고려해 볼 때 우리나라의 1~2인 가구 비중이 예상보다 빠르게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중ㆍ소형 아파트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늘어나게 될 것이다.

결국 인구 및 가구 구조의 변화를 볼 경우 우리나라 주택시장이 중ㆍ장기적 안정하락세로 돌아설 시기에 진입하고 있다. 그러나 가구 수는 2020년대 후반까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본다면, 아직은 주택공급이 매년 적절하게 이뤄질 필요가 있다. 이때 적절한 주택공급은 주택건설의 절대물량에 더해 주택규모와 공급지역의 선택이 향후 주택시장의 방향타가 될 것이라는 말이다.

반등하더라도 급등은 없을 것

이상에서의 다양한 접근을 한마디로 결론 내기는 어렵지만 필자의 예상은 다음과 같다. 우리나라 주택시장은 올해 말 또는 내년 초까지 약세가 지속되다가 내년 초반 이후 반등세(反騰勢)로 돌아서기 시작할 것이다. 그러나 예전처럼 한 해에 10~20%씩 집값이 급등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반면 지역별·평형별 격차는 확대될 것이다. 예를 들어 현재 미분양이 넘쳐나는 지방의 경우 반등하더라도 그 폭은 미미한 수준에 그치겠지만, 서울 강남과 개발 및 한강변이라는 호재(好材)를 가진 용산 등 일부 선호지역의 반등 폭은 상대적으로 클 것이다. 또한 1~2인 가구의 지속적인 증가로 교통이 편리한 곳(예를 들면 2호선 역세권)의 중ㆍ소형 아파트는 계속 강세를 유지할 것이다.

한편 인구 구성을 감안하면 2015년을 전후해서는 우리나라 주택시장이 중ㆍ장기적 약세로 돌아설 것이다. 이후 확률이 낮기는 하지만 일본식의 주택시장 장기불황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본과 같은 경우를 피하기 위해서는 인구의 이동과 고령화 및 가구 변화 등에 대한 보다 정확한 분석과 예측이 필요하다. 아울러 그 같은 분석과 예측을 바탕으로 수도권과 비수도권, 인구가 밀집된 도시지역과 그렇지 못한 지역, 고용이 늘어나는 지역과 고용이 줄어드는 지역, 지역별 인구 및 가구 구조 등을 고려한 중ㆍ장기적 주택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