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5억9900tCO₂… 세계 10위 차지
⊙ 기후변화에 소극적인 기업, 소비자·사회단체·투자자로부터 외면받을 것
⊙ 온실가스 배출 많은 화학산업도 태양전지, 바이오 플라스틱 부문에서 전망 밝아
⊙ 대기업의 低減의무와 비용, 중소기업으로 전가될 가능성
⊙ 정부는 온실가스 저감의무를 할당할 때, 각 산업의 경쟁력을 고려한 배출량을 할당해야
金承道 한림대 환경생명공학과 교수
⊙ 1956년 서울 출생.
⊙ 서울대 해양학과 졸업. 일리노이대 환경공학 석사, 위스콘신매디슨대 환경공학 박사.
⊙ 미국 OakRidge National Laboratory 연구원, 한국환경기술개발원 책임연구원,
카이트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역임.
⊙ 現 한림대 기후변화연구센터장, UNFCCC 국가보고서 검토팀장, IPCC EFDB 편집위원,
POSCO 기후변화 전문교수.
⊙ 기후변화에 소극적인 기업, 소비자·사회단체·투자자로부터 외면받을 것
⊙ 온실가스 배출 많은 화학산업도 태양전지, 바이오 플라스틱 부문에서 전망 밝아
⊙ 대기업의 低減의무와 비용, 중소기업으로 전가될 가능성
⊙ 정부는 온실가스 저감의무를 할당할 때, 각 산업의 경쟁력을 고려한 배출량을 할당해야
金承道 한림대 환경생명공학과 교수
⊙ 1956년 서울 출생.
⊙ 서울대 해양학과 졸업. 일리노이대 환경공학 석사, 위스콘신매디슨대 환경공학 박사.
⊙ 미국 OakRidge National Laboratory 연구원, 한국환경기술개발원 책임연구원,
카이트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역임.
⊙ 現 한림대 기후변화연구센터장, UNFCCC 국가보고서 검토팀장, IPCC EFDB 편집위원,
POSCO 기후변화 전문교수.
- 알래스카 남부 추가치(Chugach) 산맥에서 20여개의 빙하가 바다로 흘러들어 장관을 이루는 알래스카 남부 프린스 윌리엄 사운드의 빙하. 그러나 이 빙하들은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급속히 줄어들어 대부분의 빙하는 해면부터 녹기 시작해 산 중턱까지 녹아내린 상태다.
최근 들어 전(全) 국민이 기후변화와 온실가스에 대해 알고 있을 정도로 지구온난화는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열대야(熱帶夜)가 급속히 늘어나고, 빙하가 녹아내리면서 지구온난화가 현실임을 실감하고 있다.
일반인들은 지구온난화가 단순히 온도가 높아진다는 것 이외에는 그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기후변화는 우리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기업체에 미치는 영향도 커 향후 우리 경제에 어떤 변화를 몰고올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위원회(IPCC)’ 4차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0년 동안 지구의 평균기온은 약 0.74℃ 상승했고, 해수면(海水面)은 17cm 상승했다. UN은 계속적으로 온도가 높아지면 25년 안에 1인당 마실 수 있는 물이 현재 수준보다 30% 줄어들고, 20년 안에 아시아 농경지의 30%가 사막화(沙漠化)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보고서는 21세기 말(末)까지 지구의 평균기온은 최대 6.4℃, 해수면은 59cm까지 상승한다고 예측하고 있고, 자연재해로 인한 사망자가 급증하고, 생물종(種)의 95%가 멸종한다고 내다보고 있다.
지구온난화 主犯, ‘직접 온실가스’ 6種
기후변화는 자연 생태계를 변화시키며, 인간의 자원(資源) 이용에도 영향을 준다. 기후변화는 지구 생태계의 안전망이자 생명 진화의 핵심 요소인 생물종의 다양성(多樣性)을 급격하게 감소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생물 다양성의 감소는 지구 생태계의 생산성 감소와 기후변화 등에 대한 취약성의 증가로 이어져 지구의 수용(受容) 용량을 급격하게 저하시킬 수 있다. 즉 금세기 말에는 인류의 생존이 크게 위협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경제적 손실도 엄청나다. IPCC의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나 기상이변으로 인한 피해가 1950년대에는 매년 30억 달러에 불과했으나, 1990년대에는 매년 400억 달러로 증가했다. 이 중 96억 달러는 사회기반시설 파괴로 인한 비용이다. 21세기에는 연간 피해액이 1000억 달러, 이 가운데 사회기반시설 파괴로 인한 피해는 매년 25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기후변화에 의한 경제적 피해가 급속히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방재청 집계에 따르면, 국내 기상재해 피해액(2005년 기준)이 1960년대는 연간 1000억원에 머물렀으나, 2000년대 들어서면서 연간 2조7000억원으로 20배 이상 늘어났다.
현재 지구온난화의 주범(主犯)으로 알려진 온실가스는 대기 중으로 방출되는 복사열을 흡수해 지구 기온을 상승하게 하는, 소위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기체다. 온실가스는 온실효과에 직접적으로 간여하는 ‘직접 온실가스’(CO₂, CH₄, N₂O, HFCs, PFCs, SF?, CFCs, H₂O)와 다른 물질과 반응해 온실가스로 전환될 수 있는 ‘간접 온실가스’(NOx, CO, SO₂, NMVOC)로 구분할 수 있다.
기후변화협약 제3차 당사국총회는 8종의 직접 온실가스 중에서 이미 몬트리올의정서에 의해 규제를 받고 있는 CFCs(프레온가스), 자연계에서 순환하는 물(H₂O) 등 두 가지 물질을 제외한 이산화탄소(CO₂), 메탄(CH₄), 아산화질소(N₂O), 수화불화탄소(HFCs), 과불화탄소(PFCs), 육불화황(SF?)의 6종에 대해 저감 및 관리대상 온실가스로 규정했다.
세계 각국들, 경쟁적으로 減縮 목표 발표
지구온난화는 단일 국가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전 세계적인 차원에서 공동 노력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1992년 UN은 환경회의를 주관하고 기후변화협약(UNFCCC)을 채택해 1994년 3월 21일 공식 발효시켰다. 우리나라는 기후변화협약의 중요성을 인식, 1993년 12월 14일 47번째로 가입해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갖게 했다.
기후변화협약은 세계 각국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대기 중의 온실가스 농도(濃度)를 안정화시켜 지구의 환경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기후변화협약 자체는 온실가스 감축량과 감축시기 등을 뚜렷하게 명시하고 있지 않아 강제 이행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기후변화협약의 목표인 온실가스 감축을 달성하려면 실질적인 실천 방법을 명시할 필요가 있었다.
제3차 당사국총회는 구속력 있는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명문화한 ‘교토의정서’를 채택했다. 1995년 3월 베를린에서 열린 1차 당사국총회에서 2000년 이후의 온실가스 감축목표에 관한 의정서를 1997년 3차 당사국총회에서 채택하기로 했고, 이에 따라 ‘교토의정서’가 채택된 것이다.
기후변화협약이 지구온난화에 따른 지구의 기후변화를 막아보려는 전 세계적인 동참의지를 표명한 것이었다면, 교토의정서는 온실가스 감축의무 국가를 명시하고, 감축량과 감축방법을 제시하는 등 실제적으로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필요한 사항들을 담고 있었다.
교토의정서는 선진국의 경우, 온실가스의 평균 저감률을 1990년 기준 5.2%로 설정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교토의정서는 선진 38개국은 2012년까지 1990년 대비 할당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교토의정서의 세부지침인 ‘마라케시 합의문’이 2001년 7차 당사국총회에서 채택돼 온실가스 감축목표 방안 제시에 관한 법적 구속력이 한층 강화됐다. 교토의정서는 미국 등의 불참으로 발효되지 못하다가 러시아의 극적인 비준을 통해 2005년에 발효됐다. 교토의정서 발효 이후, 선진국들은 저감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자국 내 저감활동을 이행하는 한편, 외국의 저감실적을 구입(탄소배출권 거래)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12년 교토체제가 끝나면서 교토체제 이후(Post-2012)가 시작된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이행 과정은 국가경제와 산업성장을 둔화시킬 우려가 있으므로 각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다. 주요 국가들은 교토체제 이후를 대비해 과감한 감축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1990년 대비 20%를 감축하겠다고 했고, 선진국 및 선발 개도국 참여 시 최대 30%까지도 감축하겠다고 제시했다. 일본 정부는 기존 감축공약인 1990년 대비 2020년까지 8%로 저감한다는 목표에서 진일보해 1990년 대비 25%까지 감축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미국도 당초 하원을 통과한 안(案)보다 강화된, 2005년 대비 2020년까지 20% 수준으로 감축한다는 상원 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9월 인도네시아와 같은 개도국도 2020년까지 배출전망치(BAU) 대비 26%, 선진국의 지원을 받을 경우에는 41%까지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도 개도국 가운데 가장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개도국에 요구하는 수준인 BAU 대비 15~30% 감축안 중에서 우리나라는 가장 높은 저감 수준인 BAU 대비 30%를 중기 감축목표로 발표해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정치적 합의에 그친 ‘코펜하겐 합의’
지난해 12월 7일부터 18일까지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개최된 기후변화협약 제15차 당사국총회는 발리로드맵에 따른 Post-2012의 기후변화체제 협상 타결을 목적으로 한 회의였다. 코펜하겐 당사국총회의 주요 쟁점은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2℃ 이하로 제한 ▲2050년까지 장기감축목표 수립 ▲선진국의 2020년까지 중기감축목표 평가 ▲개도국의 중기감축목표 수립 ▲개도국의 재정 지원 등이었다.
코펜하겐 총회를 앞두고 마지막으로 열린 바르셀로나 협상회의에서 주요 쟁점에 대한 합의 도출에 실패하면서 코펜하겐 총회에 대한 전망은 그리 밝지 않았다. 선진국과 개도국 간 대립으로 난항을 겪으면서 최종적으로 코펜하겐 합의(Copenhagen Accord)라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합의문을 채택하는 데 그쳤다.
선진국과 개도국 간 민감한 주요 쟁점들을 미해결 과제로 남긴 ‘정치적 합의’ 수준으로, 차기 총회에서 타결을 위한 본격 협상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후변화는 단순히 지구 기후의 문제가 아니라 각국 경제성장 정책의 수정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각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할 뿐만 아니라 합의 도출도 어려운 것이다.
금번 총회를 통해 많은 국가가 기후변화 문제를 지구적 차원에서 접근하기보다 자국(自國)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극도의 이기주의적 양상을 띠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특히 온실가스 배출 1위국인 중국은 ‘경제성장이 우선’이라는 논리를 펴면서 온실가스 감축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과거 앨 고어 미국 부통령과 같은 강력한 구심점(求心點)이 없는 현 상황에서 협상이 차기 총회에서 원만하게 타결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다만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전 세계가 공감하고 있어 최초 제안된 것보다는 다소 완화된 형태의 Post-2012 기후변화체제가 극적으로 타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국, OECD 국가 중 온실가스 배출 증가세 가장 빨라
우리나라의 1990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2억9800tCO₂, 1995년 4억5300tCO₂, 2000년 5억3100tCO₂, 2005년 5억9400tCO₂로 꾸준히 늘고 있다. 2006년 기준 분야별 온실가스 배출 비중은 에너지분야 84.3%, 산업공정분야 10.6%, 농업·폐기물분야 5.1%로서 에너지와 산업공정분야가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의 9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실가스를 종류별로 보면, CO₂가 88.8%, CH₄ 4.2%, N₂O 2.6%, SF? 2.9%, HFCs 1.0%, PFCs 0.5%로 CO₂가 압도적으로 높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06년 기준, 5억9900tCO₂로서 세계 10위(비중 1.7%)를 차지하고 있다. 1850~2002년 사이의 온실가스 배출총량을 나타내는 누적배출량도 세계 23위,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세계 28위를 기록하고 있다. 즉 세계평균은 1인당 5.6tCO₂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9.3tCO₂다.
지난 20년간 온실가스 배출량은 꾸준히 증가해 1990년과 비교해 2007년 1.9배 증가했고, 2030년에는 3배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OECD 국가 중 가장 빠른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는 1990년 대비 2배 수준으로 배출량이 증가한 상태라 만약 교토체제에 의해 저감 의무를 부여받았다면 정치·경제·사회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불러올 수 있었다.
독일의 부퍼탈연구소(Wuppertal Institute)는 한국은 2008년 기준 GDP 세계 15위, OECD 국가인 점을 감안할 때 멕시코, 남아공(南阿共), 중국 등과 달리 강제 감축에 동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르웨이의 컨설팅사(社) 포인트카본(Point Carbon)은 2250명의 전문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 비(非)의무감축국(개도국) 중 한국이 의무감축국으로 편입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국가로 꼽았다.
코펜하겐 총회 결과를 놓고 보면, 우리나라는 당분간 의무감축국(선진국)으로 편입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는 중기 감축목표를 제시하는 바람에 당사국 의견을 존중한다는 협약의 원칙에 따라 우리나라가 제시한 자발적 감축안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 우려했던 것보다 저감에 대한 중압감은 해소됐으나, 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우리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감축목표가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가적 비전으로 선포하면서 변화의 물결을 선도하고 있다. 정부 각 부처별로 경쟁적으로 정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으나, 중복되고 산만해 정책·기술적 리더십이 아쉬운 상황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영향 예측하고 준비해야
농업을 제외한 제조업과 서비스 산업의 경우, 지금까지는 기후변화로 인해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았다. 지구온난화가 지속되고 현재 기후변화 관련 국제협약의 강도가 점점 강력해지는 추세로 볼 때,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점차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2009년 12월 29일, 우리나라는 ‘저탄소 녹색성장기본법’을 통과시켜, 기준량 이상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업체는 온실가스 저감목표를 수립·제시하고, 매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의무 보고하고, 제3자 검증을 받도록 했다.
‘녹색성장기본법’에서는 산업체를 포함한 온실가스 배출원에 대해 온실가스 배출허용 총량을 설정하고, 탄소배출권 거래를 도입해 효율적인 감축을 유도할 계획이다. 탄소배출권은 정해진 기간 안에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지 못한 각국 기업이 배출량에 여유가 있거나 숲을 조성한 사업체로부터 돈을 주고 권리를 사는 것을 말한다. 교토의정서에 따르면 의무당사국들은 1990년 배출량을 기준으로 2008년에서 2012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평균 5%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 감축에 성공한 나라들은 감량한 양만큼의 탄소배출권을 사고팔 수 있게 했다.
이러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에 비추어 볼 때 국내 산업체는 현재처럼 눈치만 보는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자세를 갖고는 기업생존이 어려울 전망이다.
‘지는 산업’과 ‘뜨는 산업’
기후변화가 산업체에 미치는 영향은 첫째, 산업체 경쟁력(競爭力)에 미치는 영향, 둘째 산업체 평판(評判)에 미치는 영향으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기존 산업의 수익(收益) 구조가 크게 바뀌면서 산업체 경쟁력에 변화가 예상된다. 소위 ‘지는 산업’과 ‘뜨는 산업’이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온실가스 다(多)배출 산업은 위협을 받는 반면, 온실가스 감축, 고효율 공정, 신(新)재생에너지 등의 신산업은 부상할 것이다. 온실가스 관련 환경규제에서 출발해, 산업구조가 재편되고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는 형태로 전개될 것이다. 온실가스 관련 규제가 정착되면서 비용구조나 개발, 생산방식이 영향을 받을 것이다. 궁극적으로 산업의 경쟁요소, 방식, 구조가 새로운 단계로 진화해야 한다.
특히 온실가스를 대량으로 배출하면서 수익구조가 열악한 시멘트 산업 등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정부는 저감의무를 할당할 때, 배출량이라는 양적 측면만을 고려하지 말고 각 산업의 경쟁력을 고려한 ‘저감 잠재력’을 토대로 할당해야 한다.
이에 반해, 친환경 신소재 및 대체재 산업, 신재생에너지 및 청정연료 관련 산업, 에너지 효율 제고 및 관리 산업, 온실가스 저감기술 등의 분야가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기후변화와 관련된 컨설팅 등의 서비스업이 각광을 받고, 탄소배출권과 관련된 금융산업은 호기가 찾아왔다고 할 수 있다. 2009년의 탄소배출권 시장규모는 1200억 달러 수준이나 2020년에는 2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규제와 별개로 기후변화라는 현상 자체로 인해 산업 분야별로 희비(喜悲)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최근 유럽은 무더위로 매년 수십 명이 사망하고 있으나, 프랑스 와인 산업은 1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그레이트 빈티지(Great Vintage: 와인 품질이 뛰어난 해)가 2000년, 2003년, 2005년 등 세 차례나 나왔다.
겨울철 모피류나 난방 제품 매출이 감소한 반면, 에어컨 등 냉방기기 매출은 크게 늘어날 것이다. 보험산업은 손실 보상 급증으로 단기적으로 지급 유동성 문제에 직면할 수도 있다.
소비자·사회단체·투자자 등 이해 관계자들이 기후문제에 대해 인식을 새롭게 하면서 녹색소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게 되고, 산업체에 대한 평가가 새롭게 이뤄질 전망이다. 기후 문제에 소극적인 기업은 소비자, 사회단체, 투자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아 불매운동, 소송, 투자 비중 축소 등의 위협에 시달릴 수 있다.
세계는 ‘그린 레이스’ 중
온실가스 규제는 그동안의 환경규제와는 차원이 다르다. 어떻게 보면 규제라기보다는 ‘녹색문명(文明)의 시대’가 온 것이다. 녹색문명은 자연에너지와 녹색기술에 기반을 둔 ‘저탄소 문명’으로 정의할 수 있다. 환경을 훼손해 가며 성장한 1990년대 이전의 경제성장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어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개념이 새로 대두되고 있다.
최근 자원이용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는 ‘에코효율성’(Eco-efficiency)에 기반을 둔 녹색성장이 전 세계적인 추세로 부상하고 있다. 에코효율성에 기반을 둔 녹색성장이 향후에는 ‘에코 효과성’(Eco-effectiveness)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에코효율성은 환경오염 최소화에 기반을 두고 있으나, 에코효과성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전혀 없는 경제활동과 성장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개념이다. 즉 오염물질 발생이 전혀 없는 생산 공정과 기술 적용을 통한 성장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혁신적인 경제, 사회, 기술의 변화가 전제돼야 한다.
현재 저탄소 녹색성장은 세계적인 추세라는 것을 우리 기업체들이 인식해야 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기후변화에 대한 미국의 리더십에 새 장을 열어 그 과정에서 수백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겠다”면서 “청정에너지에 투자하는 어떤 기업은 워싱턴의 동지가 될 것이며, 기후변화에 대해 행동하는 어떤 국가는 미국이라는 동맹을 얻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만큼 ‘녹색전략’은 세계 지도자의 최고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세계는 그린 레이스(Green Race) 중이다. 세계 각국의 경제키워드는 ‘환경’과 ‘경제통합’이며, 각국이 녹색산업 주도권을 잡기 위한 다양한 제도 시행 등 본격적인 레이스에 진입하고 있다.
중소기업, 二重苦에 시달릴 가능성
이러한 변화의 물결에 우리 기업체들이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될 것은 자명하다. 기후변화는 산업의 기존 경쟁구도를 크게 변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기존 산업도 신사업 분야를 개척하는 것에 따라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온실가스에 취약한 화학산업도 태양전지 및 연료전지 관련 소재산업, 바이오 플라스틱 등에서 각광을 받을 수 있다. 자동차 연료 시장은 그동안 정유사가 독점해 왔으나 바이오 디젤과 에탄올이라는 새로운 대체재(代替材)가 등장하면서 앞으로 경쟁구도가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 기후변화에 취약한 산업분야라 할지라도 자포자기하지 말고 창의적인 발상의 전환을 하는 게 필요하다.
특히 중소기업은 정부의 지원을 기대하고 손 놓고 있는 경우가 대다수다. 중소기업에 저감의무가 할당될 가능성이 낮아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대기업의 저감의무와 비용이 중소기업으로 전가될 가능성은 크다. 중소기업은 이로 인해 이중고(二重苦)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은 유사업종끼리 체계적인 조직과 대응력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며, 공동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나아가 대기업과 상생(相生)의 길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가 비전으로 선포해 개도국으로서는 보기 드물게 전 세계를 선도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출발은 좋았으나 현장에서 과연 그 비전과 목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는 숙제로 남아 있다.
정부는 화려한 하향식 계획보다 실질적으로 산업체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방향이 무엇인가를 산업체로부터 경청해 상향식 정책을 발굴해야 한다. 각 부처별로 경쟁적으로 정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으나, 경우에 따라서는 중복되어 있고 산만하여 집중력을 높일 수 있는 정책적·기술적 리더십이 아쉬운 상황이다.
‘저탄소 녹색성장’에 철저히 대비하고 있는 선진국의 기업들과 당당히 맞서기 위해서는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는 도전정신과 투지가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
일반인들은 지구온난화가 단순히 온도가 높아진다는 것 이외에는 그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기후변화는 우리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기업체에 미치는 영향도 커 향후 우리 경제에 어떤 변화를 몰고올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위원회(IPCC)’ 4차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0년 동안 지구의 평균기온은 약 0.74℃ 상승했고, 해수면(海水面)은 17cm 상승했다. UN은 계속적으로 온도가 높아지면 25년 안에 1인당 마실 수 있는 물이 현재 수준보다 30% 줄어들고, 20년 안에 아시아 농경지의 30%가 사막화(沙漠化)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보고서는 21세기 말(末)까지 지구의 평균기온은 최대 6.4℃, 해수면은 59cm까지 상승한다고 예측하고 있고, 자연재해로 인한 사망자가 급증하고, 생물종(種)의 95%가 멸종한다고 내다보고 있다.
지구온난화 主犯, ‘직접 온실가스’ 6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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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 위에 세워진 덴마크 풍력 발전단지. 기후변화로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하는 기업은 생존에 위협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
기후변화로 인한 경제적 손실도 엄청나다. IPCC의 보고서
우리나라도 기후변화에 의한 경제적 피해가 급속히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방재청 집계에 따르면, 국내 기상재해 피해액(2005년 기준)이 1960년대는 연간 1000억원에 머물렀으나, 2000년대 들어서면서 연간 2조7000억원으로 20배 이상 늘어났다.
현재 지구온난화의 주범(主犯)으로 알려진 온실가스는 대기 중으로 방출되는 복사열을 흡수해 지구 기온을 상승하게 하는, 소위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기체다. 온실가스는 온실효과에 직접적으로 간여하는 ‘직접 온실가스’(CO₂, CH₄, N₂O, HFCs, PFCs, SF?, CFCs, H₂O)와 다른 물질과 반응해 온실가스로 전환될 수 있는 ‘간접 온실가스’(NOx, CO, SO₂, NMVOC)로 구분할 수 있다.
기후변화협약 제3차 당사국총회는 8종의 직접 온실가스 중에서 이미 몬트리올의정서에 의해 규제를 받고 있는 CFCs(프레온가스), 자연계에서 순환하는 물(H₂O) 등 두 가지 물질을 제외한 이산화탄소(CO₂), 메탄(CH₄), 아산화질소(N₂O), 수화불화탄소(HFCs), 과불화탄소(PFCs), 육불화황(SF?)의 6종에 대해 저감 및 관리대상 온실가스로 규정했다.
세계 각국들, 경쟁적으로 減縮 목표 발표
지구온난화는 단일 국가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전 세계적인 차원에서 공동 노력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1992년 UN은 환경회의를 주관하고 기후변화협약(UNFCCC)을 채택해 1994년 3월 21일 공식 발효시켰다. 우리나라는 기후변화협약의 중요성을 인식, 1993년 12월 14일 47번째로 가입해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갖게 했다.
기후변화협약은 세계 각국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대기 중의 온실가스 농도(濃度)를 안정화시켜 지구의 환경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기후변화협약 자체는 온실가스 감축량과 감축시기 등을 뚜렷하게 명시하고 있지 않아 강제 이행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기후변화협약의 목표인 온실가스 감축을 달성하려면 실질적인 실천 방법을 명시할 필요가 있었다.
제3차 당사국총회는 구속력 있는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명문화한 ‘교토의정서’를 채택했다. 1995년 3월 베를린에서 열린 1차 당사국총회에서 2000년 이후의 온실가스 감축목표에 관한 의정서를 1997년 3차 당사국총회에서 채택하기로 했고, 이에 따라 ‘교토의정서’가 채택된 것이다.
기후변화협약이 지구온난화에 따른 지구의 기후변화를 막아보려는 전 세계적인 동참의지를 표명한 것이었다면, 교토의정서는 온실가스 감축의무 국가를 명시하고, 감축량과 감축방법을 제시하는 등 실제적으로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필요한 사항들을 담고 있었다.
교토의정서는 선진국의 경우, 온실가스의 평균 저감률을 1990년 기준 5.2%로 설정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교토의정서는 선진 38개국은 2012년까지 1990년 대비 할당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교토의정서의 세부지침인 ‘마라케시 합의문’이 2001년 7차 당사국총회에서 채택돼 온실가스 감축목표 방안 제시에 관한 법적 구속력이 한층 강화됐다. 교토의정서는 미국 등의 불참으로 발효되지 못하다가 러시아의 극적인 비준을 통해 2005년에 발효됐다. 교토의정서 발효 이후, 선진국들은 저감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자국 내 저감활동을 이행하는 한편, 외국의 저감실적을 구입(탄소배출권 거래)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12년 교토체제가 끝나면서 교토체제 이후(Post-2012)가 시작된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이행 과정은 국가경제와 산업성장을 둔화시킬 우려가 있으므로 각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다. 주요 국가들은 교토체제 이후를 대비해 과감한 감축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1990년 대비 20%를 감축하겠다고 했고, 선진국 및 선발 개도국 참여 시 최대 30%까지도 감축하겠다고 제시했다. 일본 정부는 기존 감축공약인 1990년 대비 2020년까지 8%로 저감한다는 목표에서 진일보해 1990년 대비 25%까지 감축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미국도 당초 하원을 통과한 안(案)보다 강화된, 2005년 대비 2020년까지 20% 수준으로 감축한다는 상원 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9월 인도네시아와 같은 개도국도 2020년까지 배출전망치(BAU) 대비 26%, 선진국의 지원을 받을 경우에는 41%까지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도 개도국 가운데 가장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개도국에 요구하는 수준인 BAU 대비 15~30% 감축안 중에서 우리나라는 가장 높은 저감 수준인 BAU 대비 30%를 중기 감축목표로 발표해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정치적 합의에 그친 ‘코펜하겐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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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12월 5일, 제15차 UN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가 열리고 있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시위대들이 전세계 대표들이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한 합의를 이룰 것을 촉구하며, 거대한 지구 모양을 본뜬 풍선을 머리 위로 옮기고 있다. |
코펜하겐 총회를 앞두고 마지막으로 열린 바르셀로나 협상회의에서 주요 쟁점에 대한 합의 도출에 실패하면서 코펜하겐 총회에 대한 전망은 그리 밝지 않았다. 선진국과 개도국 간 대립으로 난항을 겪으면서 최종적으로 코펜하겐 합의(Copenhagen Accord)라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합의문을 채택하는 데 그쳤다.
선진국과 개도국 간 민감한 주요 쟁점들을 미해결 과제로 남긴 ‘정치적 합의’ 수준으로, 차기 총회에서 타결을 위한 본격 협상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후변화는 단순히 지구 기후의 문제가 아니라 각국 경제성장 정책의 수정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각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할 뿐만 아니라 합의 도출도 어려운 것이다.
금번 총회를 통해 많은 국가가 기후변화 문제를 지구적 차원에서 접근하기보다 자국(自國)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극도의 이기주의적 양상을 띠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특히 온실가스 배출 1위국인 중국은 ‘경제성장이 우선’이라는 논리를 펴면서 온실가스 감축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과거 앨 고어 미국 부통령과 같은 강력한 구심점(求心點)이 없는 현 상황에서 협상이 차기 총회에서 원만하게 타결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다만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전 세계가 공감하고 있어 최초 제안된 것보다는 다소 완화된 형태의 Post-2012 기후변화체제가 극적으로 타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국, OECD 국가 중 온실가스 배출 증가세 가장 빨라
우리나라의 1990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2억9800tCO₂, 1995년 4억5300tCO₂, 2000년 5억3100tCO₂, 2005년 5억9400tCO₂로 꾸준히 늘고 있다. 2006년 기준 분야별 온실가스 배출 비중은 에너지분야 84.3%, 산업공정분야 10.6%, 농업·폐기물분야 5.1%로서 에너지와 산업공정분야가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의 9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실가스를 종류별로 보면, CO₂가 88.8%, CH₄ 4.2%, N₂O 2.6%, SF? 2.9%, HFCs 1.0%, PFCs 0.5%로 CO₂가 압도적으로 높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06년 기준, 5억9900tCO₂로서 세계 10위(비중 1.7%)를 차지하고 있다. 1850~2002년 사이의 온실가스 배출총량을 나타내는 누적배출량도 세계 23위,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세계 28위를 기록하고 있다. 즉 세계평균은 1인당 5.6tCO₂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9.3tCO₂다.
지난 20년간 온실가스 배출량은 꾸준히 증가해 1990년과 비교해 2007년 1.9배 증가했고, 2030년에는 3배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OECD 국가 중 가장 빠른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는 1990년 대비 2배 수준으로 배출량이 증가한 상태라 만약 교토체제에 의해 저감 의무를 부여받았다면 정치·경제·사회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불러올 수 있었다.
독일의 부퍼탈연구소(Wuppertal Institute)는 한국은 2008년 기준 GDP 세계 15위, OECD 국가인 점을 감안할 때 멕시코, 남아공(南阿共), 중국 등과 달리 강제 감축에 동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르웨이의 컨설팅사(社) 포인트카본(Point Carbon)은 2250명의 전문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 비(非)의무감축국(개도국) 중 한국이 의무감축국으로 편입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국가로 꼽았다.
코펜하겐 총회 결과를 놓고 보면, 우리나라는 당분간 의무감축국(선진국)으로 편입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는 중기 감축목표를 제시하는 바람에 당사국 의견을 존중한다는 협약의 원칙에 따라 우리나라가 제시한 자발적 감축안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 우려했던 것보다 저감에 대한 중압감은 해소됐으나, 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우리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감축목표가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가적 비전으로 선포하면서 변화의 물결을 선도하고 있다. 정부 각 부처별로 경쟁적으로 정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으나, 중복되고 산만해 정책·기술적 리더십이 아쉬운 상황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영향 예측하고 준비해야
농업을 제외한 제조업과 서비스 산업의 경우, 지금까지는 기후변화로 인해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았다. 지구온난화가 지속되고 현재 기후변화 관련 국제협약의 강도가 점점 강력해지는 추세로 볼 때,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점차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2009년 12월 29일, 우리나라는 ‘저탄소 녹색성장기본법’을 통과시켜, 기준량 이상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업체는 온실가스 저감목표를 수립·제시하고, 매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의무 보고하고, 제3자 검증을 받도록 했다.
‘녹색성장기본법’에서는 산업체를 포함한 온실가스 배출원에 대해 온실가스 배출허용 총량을 설정하고, 탄소배출권 거래를 도입해 효율적인 감축을 유도할 계획이다. 탄소배출권은 정해진 기간 안에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지 못한 각국 기업이 배출량에 여유가 있거나 숲을 조성한 사업체로부터 돈을 주고 권리를 사는 것을 말한다. 교토의정서에 따르면 의무당사국들은 1990년 배출량을 기준으로 2008년에서 2012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평균 5%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 감축에 성공한 나라들은 감량한 양만큼의 탄소배출권을 사고팔 수 있게 했다.
이러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에 비추어 볼 때 국내 산업체는 현재처럼 눈치만 보는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자세를 갖고는 기업생존이 어려울 전망이다.
‘지는 산업’과 ‘뜨는 산업’
기후변화가 산업체에 미치는 영향은 첫째, 산업체 경쟁력(競爭力)에 미치는 영향, 둘째 산업체 평판(評判)에 미치는 영향으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기존 산업의 수익(收益) 구조가 크게 바뀌면서 산업체 경쟁력에 변화가 예상된다. 소위 ‘지는 산업’과 ‘뜨는 산업’이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온실가스 다(多)배출 산업은 위협을 받는 반면, 온실가스 감축, 고효율 공정, 신(新)재생에너지 등의 신산업은 부상할 것이다. 온실가스 관련 환경규제에서 출발해, 산업구조가 재편되고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는 형태로 전개될 것이다. 온실가스 관련 규제가 정착되면서 비용구조나 개발, 생산방식이 영향을 받을 것이다. 궁극적으로 산업의 경쟁요소, 방식, 구조가 새로운 단계로 진화해야 한다.
특히 온실가스를 대량으로 배출하면서 수익구조가 열악한 시멘트 산업 등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정부는 저감의무를 할당할 때, 배출량이라는 양적 측면만을 고려하지 말고 각 산업의 경쟁력을 고려한 ‘저감 잠재력’을 토대로 할당해야 한다.
이에 반해, 친환경 신소재 및 대체재 산업, 신재생에너지 및 청정연료 관련 산업, 에너지 효율 제고 및 관리 산업, 온실가스 저감기술 등의 분야가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기후변화와 관련된 컨설팅 등의 서비스업이 각광을 받고, 탄소배출권과 관련된 금융산업은 호기가 찾아왔다고 할 수 있다. 2009년의 탄소배출권 시장규모는 1200억 달러 수준이나 2020년에는 2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규제와 별개로 기후변화라는 현상 자체로 인해 산업 분야별로 희비(喜悲)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최근 유럽은 무더위로 매년 수십 명이 사망하고 있으나, 프랑스 와인 산업은 1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그레이트 빈티지(Great Vintage: 와인 품질이 뛰어난 해)가 2000년, 2003년, 2005년 등 세 차례나 나왔다.
겨울철 모피류나 난방 제품 매출이 감소한 반면, 에어컨 등 냉방기기 매출은 크게 늘어날 것이다. 보험산업은 손실 보상 급증으로 단기적으로 지급 유동성 문제에 직면할 수도 있다.
소비자·사회단체·투자자 등 이해 관계자들이 기후문제에 대해 인식을 새롭게 하면서 녹색소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게 되고, 산업체에 대한 평가가 새롭게 이뤄질 전망이다. 기후 문제에 소극적인 기업은 소비자, 사회단체, 투자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아 불매운동, 소송, 투자 비중 축소 등의 위협에 시달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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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하이오 주립대 로니 톰슨 박사 등으로 구성된 연구진은 아프리카 최고봉인 킬리만자로의 정상(해발 5893mㆍ탄자니아)을 촬영한 과거 지상ㆍ위성사진들을 분석한 결과, 이곳의 눈이 앞으로 20년 내에 완전히 녹아 사라질 것이라는 결론을 얻었다고 2009년 11월 3일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위 위성사진은 2001년 6월(왼쪽)과 2009년7월에 촬영된 것으로 8년 새 만년설이 현저히 줄어든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
세계는 ‘그린 레이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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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석유화학 울산공장 전경. 한화그룹은 2007년 5월 아산화질소 감축 프로젝트로 탄소배출권 유엔 승인을 받았다. |
최근 자원이용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는 ‘에코효율성’(Eco-efficiency)에 기반을 둔 녹색성장이 전 세계적인 추세로 부상하고 있다. 에코효율성에 기반을 둔 녹색성장이 향후에는 ‘에코 효과성’(Eco-effectiveness)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에코효율성은 환경오염 최소화에 기반을 두고 있으나, 에코효과성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전혀 없는 경제활동과 성장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개념이다. 즉 오염물질 발생이 전혀 없는 생산 공정과 기술 적용을 통한 성장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혁신적인 경제, 사회, 기술의 변화가 전제돼야 한다.
현재 저탄소 녹색성장은 세계적인 추세라는 것을 우리 기업체들이 인식해야 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기후변화에 대한 미국의 리더십에 새 장을 열어 그 과정에서 수백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겠다”면서 “청정에너지에 투자하는 어떤 기업은 워싱턴의 동지가 될 것이며, 기후변화에 대해 행동하는 어떤 국가는 미국이라는 동맹을 얻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만큼 ‘녹색전략’은 세계 지도자의 최고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세계는 그린 레이스(Green Race) 중이다. 세계 각국의 경제키워드는 ‘환경’과 ‘경제통합’이며, 각국이 녹색산업 주도권을 잡기 위한 다양한 제도 시행 등 본격적인 레이스에 진입하고 있다.
중소기업, 二重苦에 시달릴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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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5월 강원 영월군 서면의 시멘트 공장에 부연료 또는 부재료로 사용하는 폐타이어가 가득 쌓여 있는 모습. 온실가스 관련 규제가 정착되면서 온실가스를 대량으로 배출하면서 수익구조가 열악한 시멘트 산업 등은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
예를 들어 온실가스에 취약한 화학산업도 태양전지 및 연료전지 관련 소재산업, 바이오 플라스틱 등에서 각광을 받을 수 있다. 자동차 연료 시장은 그동안 정유사가 독점해 왔으나 바이오 디젤과 에탄올이라는 새로운 대체재(代替材)가 등장하면서 앞으로 경쟁구도가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 기후변화에 취약한 산업분야라 할지라도 자포자기하지 말고 창의적인 발상의 전환을 하는 게 필요하다.
특히 중소기업은 정부의 지원을 기대하고 손 놓고 있는 경우가 대다수다. 중소기업에 저감의무가 할당될 가능성이 낮아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대기업의 저감의무와 비용이 중소기업으로 전가될 가능성은 크다. 중소기업은 이로 인해 이중고(二重苦)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은 유사업종끼리 체계적인 조직과 대응력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며, 공동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나아가 대기업과 상생(相生)의 길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가 비전으로 선포해 개도국으로서는 보기 드물게 전 세계를 선도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출발은 좋았으나 현장에서 과연 그 비전과 목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는 숙제로 남아 있다.
정부는 화려한 하향식 계획보다 실질적으로 산업체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방향이 무엇인가를 산업체로부터 경청해 상향식 정책을 발굴해야 한다. 각 부처별로 경쟁적으로 정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으나, 경우에 따라서는 중복되어 있고 산만하여 집중력을 높일 수 있는 정책적·기술적 리더십이 아쉬운 상황이다.
‘저탄소 녹색성장’에 철저히 대비하고 있는 선진국의 기업들과 당당히 맞서기 위해서는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는 도전정신과 투지가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