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회복, 낙관해도 되나?] ‘V자형 회복’이라는 샴페인은 잊어라 : 월간조선

경기회복에 대한 강한 기대가 형성되고 있다. 더구나 그동안 일반적으로 예상하던 U자형의 완만한 경기회복이 아니라 V자형의 급격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널리 확산되고 있다. 이번에도 한국경제는 1997년 外換(외환)위기 이후처럼 급격한 경기회복에 성공할 수 있을까?

작년 4분기 한국경제는 前期(전기) 대비 -5.1% 성장률을 기록했다. 年率(연율)로 환산하면 -20%가 넘는 수준이다. 가히 패닉상태에까지 내몰렸다고 할 만하다. 그런데 올 1분기에는 전기 대비 성장률이 0.1%를 기록하더니, 2분기에는 2.3%를 기록했다. 중국이나 인도 등 일부 신흥개도국들을 제외하면 가장 좋은 성적표다.

그러나 올 상반기에 전기 대비 성장률이 플러스를 기록했지만 전년 同期(동기) 대비 성장률은 1분기 -4.2%, 2분기 -2.5%를 기록해 상반기 전체로는 -3.4%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경기가 급속하게 나빠졌던 작년 4분기에 비해서는 분기별 성장률이 플러스로 전환했지만, 아직도 2008년 상반기에 비해서는 경제규모가 축소되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은행은 올 7월의 경제전망에서 하반기 성장률은 전기 대비 0.3%, 전년 동기 대비 0.2%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 하반기에는 실질적인 플러스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는 예상이다. 또 한국은행은 올해 전체로는 -1.6% 성장, 2010년에는 연간 3.6%의 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예상이 적중한다면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한국경제는 전기 대비 기준으로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기준으로 3∼4분기 동안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고 이 위기를 탈출하는 형국이 될 것이다.

실제로 최근에 발표되는 경제지표들은 대부분 경기회복의 징후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일부 지표들은 급속한 경기회복의 가능성까지 보여주고 있다.

작년 4분기에 전기 대비 -4.6%까지 떨어졌던 민간소비 증가율은 올 1분기 0.4%를 기록했고, 2분기에는 3.3%까지 증가했다. 전기 대비 설비투자증가율은 작년 4분기 -14.2%, 올 1분기 -11.2%를 기록했으나, 2분기에는 8.4%까지 올라섰다.

통계청이 7월 말에 발표한 6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현재 경기를 보여주는 경기同行(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 대비 4개월 연속 상승했으며, 향후 경기 국면을 예고해 주는 경기先行(선행)지수 전년 동월비도 6개월 연속 상승했다.

통상적으로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6개월 이상 한 방향으로 움직이면 이를 하나의 국면으로 이해한다. 현재 이 변동치가 4개월째 플러스를 기록하고 있어 잠깐 동안의 반등이 아닌, 하나의 국면으로서 경기회복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선행지수가 6개월 이상 상승하고 있는 것은 향후 경기회복에 대한 강한 시그널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자산 가격 빠르게 회복

실물경제의 회복보다 자산 가격은 훨씬 더 빠른 속도로 회복하고 있다. 8월 초 현재 코스피지수는 연중최저(3월 2일, 1018.3) 대비 50% 이상 상승했다.

국민은행의 아파트 가격지수에 의하면 작년 말 대비 올 7월 말의 아파트 가격은 전국적으로는 0.3%가 하락했지만, 서울지역은 0.8% 상승했으며, 서울지역 중에서 강남지역은 1.9% 상승했다. 강남지역 중에서도 강동구(7.3%), 양천구(4.5%), 강남구(3.8%), 서초구(2.5%), 송파구(2.3%)가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경매정보업체인 디지털태인에 따르면 버블 세븐 지역 月(월)낙찰가 총액은 작년 11월에 304억원까지 떨어졌으나, 최근 들어 급격히 상승, 7월에는 작년 11월의 다섯 배인 1510억원까지 증가했다.

우리 기업들의 2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좋게 나오면서 주식가격이 급등하고, 저금리로 인해 시중의 부동자금이 부동산시장을 기웃거리고 있는 모습이다.

표면적인 모습으로만 판단하면 현재 한국경제는 경기회복국면에 접어들고 있다고 할 수 있으며, 향후 경기에 대해서도 비교적 낙관적인 전망을 가질 수 있다.

최근에 한국경제가 선방하자 외국 언론에서도 한국경제에 대한 찬사가 나오기 시작하고, 국내 주식시장에는 외국인투자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다.

세계적인 경제통신사인 블룸버그에는 한국경제가 V자형 회복을 할 수 있다는 칼럼이 나오고, 메릴린치·노무라 등의 해외증권사는 삼성전자의 주식가격이 사상 최대가인 90만원까지 오를 것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작년 하반기 글로벌 금융위기하에서 한국경제에 그토록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던 국제기구나 국제투자은행들이 갑자기 태도를 바꾸는 것을 보니 어안이 벙벙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V자형 회복을 확신하고 샴페인을 터뜨리기에는 아직 우리 경제의 앞날에 도사리고 있는 복병들이 수없이 많다.

재정지출 효과 제외하면 마이너스 성장

현재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비교적 높은 성장률을 보이는 것은 재정지출 확대와 減稅(감세)가 주된 요인이라는 점은 이미 알려진 비밀이다.

실제로 한국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투입한 재정규모의 GDP 대비 비중은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국은 금융위기가 발생한 다른 국가들과는 달리 내부적으로 금융위기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그들 국가에 비해 더 많은 정부예산을 경기부양에 쏟고 있다.

재정지출 확대효과를 제외하면 우리나라의 1분기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로 추산된다. 2분기에도 재정지출 확대 효과를 제외하면 경제성장률이 1%대로 떨어지고 자동차 감세효과를 제외하면 0%대로 떨어진다.

더욱이 올해 책정한 정부 本(본)예산의 65%를 상반기에 사용해서 하반기에는 더 이상 경기부양을 위해 사용할 실탄도 넉넉지 않은 실정이다. 올해 정부 본예산은 257조7000억원인데, 이 중에서 167조1000억원을 상반기에 사용했다. 원래 계획은 전체의 60%를 상반기에 지출하려고 했으나, 이보다 11조원이나 더 사용한 것이다. 이와 별도로 총 15조1000억원의 추가경정예산에서도 4조4000억원을 집행했다.

기업들도 정부시책에 발맞춰 올해 투자액의 60% 이상을 상반기에 집행한 경우가 많다. 물건은 납품하지도 않았는데, 건설공사는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돈부터 지급된 경우가 허다하다.

이렇게 풀린 돈이 시중에 퍼지면서 체감경기가 좋아지고 경제 관련 통계숫자들이 좋게 나타나는 데에 기여했다. 문제는 하반기에는 이런 현상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감세와 정부예산 집행이라는 단 藥(약)을 즐기는 동안 정부의 재정건전성은 크게 악화되고 있다. 2008년 말 30% 수준이던 GDP 대비 국가負債(부채)의 비중은 올해 말에는 35%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안정화 정책을 시행하지 않으면 이명박 정부가 끝나는 시기에는 이 비율이 4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40%라는 숫자에 대해서는 다양한 평가가 존재한다. OECD 국가와 단순 비교할 때 아직도 양호한 수준이라는 주장이 있는 반면, 우리나라의 경제상황이나 高齡化(고령화) 속도, 地政學的(지정학적) 요인들을 감안하면 매우 높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어떤 견해를 수용하든 국가부채의 증가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점은 누구나 인정하는 문제다. 더욱이 한국은 소규모 개방경제로, 외국자본의 유출입에 따라 심각한 타격을 받는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재정건전성은 한국경제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다.

정부도 향후에는 재정건전성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올 하반기에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기는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출구전략의 논의와 관계없이 내년도 예산은 올해보다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올 하반기부터는 정부가 주는 달콤한 사탕은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며, 정부의 재정집행이 주춤하는 상황에서 민간부문의 소비와 투자가 살아나야 경기회복이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美 경제, 급격한 회복 어려워

향후 우리나라의 경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요인은 수출이다. 한국의 국민총소득(GNI) 대비 수출입 비율은 2001년 76.6%에서 2007년에는 94.2%까지 상승했다. 국민경제에서 수출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한국은행의 2008년 분석에 의하면 2002∼07년 중 한국의 수출물량에 대한 요인별 기여율은 세계수입물량이 83.6%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수입물량의 기여율은 2002년 56.4%에서 2007년에는 90.7%로 점차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향후 한국 수출물량 증가율을 결정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인은 세계경기의 향방임을 보여주고 있다.

세계경기의 향방을 가늠하는 가장 중요한 국가 중의 하나는 미국이다. 미국경제는 올 2분기에 전기 대비 성장률이 -1.0%를 기록하여 기대보다 높은 수준을 달성했다. 미국경제 성장률은 금융위기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작년 3분기에는 전기 대비 -2.7%, 4분기에는 -5.4%를 기록했고, 올 1분기에는 무려 -6.4%를 기록했다.

2분기의 -1.0% 성장률은 1분기보다 크게 개선된 것이며, 이에 따라 국제투자은행들은 미국경제의 하반기 성장률을 상향 조정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JP모간, 바클레이스캐피탈 등은 올 3분기에는 미국경제가 2.5∼3.0%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경제 회복의 가장 큰 걸림돌은 고용 부문이다. 미국의 실업률은 올 6월에 9.5%를 기록했다. 작년 6월의 실업률이 5.5%였음을 감안하면 1년 사이에 무려 4.0%p가 증가한 것이다.

실업률의 지속적인 상승은 소득 감소와 이에 따른 가계 부문 연체율의 증가, 민간 소비 감소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경기회복에 가장 큰 걸림돌로 인식되고 있다.

그런데 미국의 고용 부문에서도 경기회복의 단초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 노동부가 8월 7일에 발표한 바에 따르면 7월의 非(비)농업 부문 고용 감소는 24만7000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6월의 44만3000명보다 크게 줄어든 숫자다. 고용이 아직도 감소하고 있으나 감소폭이 줄어들고 있다.

中, 2분기 성장률 7.9%

환경정비작업을 하는 ‘희망근로 프로젝트’참여자들. 올 상반기 경제성적표가 좋게 나온 것은 공공사업이나 공공근로 등 정부재정지출 확대에 힘입은 바 크다.

시장에서는 올 7월의 실업률이 6월보다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6월보다 낮은 9.4%를 기록하여 15개월 만에 처음으로 하락했다. 이런 지표들은 모두 미국경제가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해석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제시한 긍정적인 지표들이 미국경제가 급속히 회복될 것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미국경제성장률의 마이너스 폭이 2분기에 급속히 줄어든 것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재정지출의 확대가 크게 기여했다. 2분기 정부지출은 10.9%가 증가하여 경제성장률 감소폭을 약 2.0%p 가량 감축했다.

미국경제의 약 70%를 차지하는 개인소비는 여전히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개인소비 증가율은 작년 하반기 -3.0%, 올 1분기에는 0.5%를 기록했으나, 2분기에는 -1.2%를 기록했다.

2007년 12년 경기침체가 시작된 이래 미국에서는 650만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7월의 실업률이 일시적으로 줄어들기는 했으나 이는 고용을 포기하거나 근로시간을 줄인 효과가 반영된 결과이며, 향후에도 일정기간 실업률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자리가 증가하는 추세로 변하지 않는 한 개인소비 증가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으며, 미국경제의 급속한 경기회복도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경제에 체감적으로 더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중국경제의 향방이다.

중국경제는 2008년 2분기까지 1~2분기 동안 전년동기 대비 분기별 성장률이 10%를 상회할 정도로 높은 성장률을 구가했다. 그러나 2008년 하반기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중국의 성장률은 3분기 9.0%로 떨어졌고, 4분기에는 6.8%, 올 1분기에는 6.1%로 추락했다.

중국정부는 이에 대응하여 금리를 인하하고 약 4조 위안(718조원)에 달하는 강력한 재정확대정책을 실시하여 경기를 부양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중국경제의 2분기 성장률은 7.9%를 달성했다.

세계적인 경기침체하에서 중국이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8%로 설정할 때만 해도 거의 불가능한 숫자로 보였다. 중국의 경제성장률 통계의 신뢰성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 올해 성장률 8%는 어렵지 않다는 시장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하반기 되면 환율 효과 사라질 것

현대경제연구원의 분석에 의하면 중국경제가 8% 성장하는 경우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1.0%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석유화학·자동차·家電(가전) 등의 분야에서 한국기업들이 2분기에 양호한 성적을 올린 것은 중국의 內需(내수)진작책에 기인한 바가 크다.

문제는 중국이 언제까지 저금리와 재정지출확대를 계속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이미 중국경제에서 경기부양책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의 통화량(M2) 증가율은 2008년에는 17.8%였으나, 올 1분기에는 28.5%로 상승했으며, 금융기관 대출액 증가율은 2008년 18.8%였으나 올 1분기에는 34.4%로 상승했다. 또 부동산가격의 상승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대응정책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나 중국경제가 회복된다 해도 V자형 회복세를 보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경기침체는 두 가지 방법으로 극복될 수 있다. 하나는 경기침체기에 부실한 기업들이 퇴출되고 경쟁력 있는 기업이 더욱 강해지는 강력한 구조조정이 일어나, 이를 통해 경제가 회복되는 경우다.

다른 하나는 경기침체기에 정부가 재정지출을 확대하고 금리를 인하하여 시중에 거품을 유발함으로써 경기가 회복되는 경우다.

현재 미국이나 중국의 경우 모두 後者(후자)의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 방법은 단기적으로는 경제성장률을 좋게 만드는 데 유효하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경기가 회복세를 보일 경우 정부로서는 인플레이션이나 또 다른 버블 형성을 막기 위해 재정지출을 축소하고 金利(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되면 경제가 다시 어려움에 봉착하게 된다. 1990년대 일본경제의 장기불황이 좋은 예다. 미국도 2000년대 초반 경기침체에 대응하여 초저금리로 대응하다 결국 버블생성, 금리상승, 버블붕괴와 경기침체를 맞았다.

지금처럼 경제가 정부 재정이라는 링거를 맞으면서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 계속될 경우, 언젠가 이 링거를 뽑았을 때 어떤 모습이 될지에 대해서는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한국경제가 비교적 빠른 회복을 보이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는 환율효과다. 원-달러 환율은 2008년 8월 1043.8원에서 올 2분기에는 1287.3원을 기록해 원화 가치가 23.3%나 하락했다.

이에 반해 주요 수출품목에서 경쟁국이라 할 수 있는 일본의 엔-달러 환율은 동일한 기간 중 달러당 109.29엔에서 93.7엔으로 상승하여 엔화가치가 11.0% 상승했다.

이와 같은 원화가치 하락은 기업의 수익성을 개선하고 해외시장에서 한국상품의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그러나 하반기에는 더 이상 이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구조적으로 볼 때 불황형 黑字(흑자)가 지속되어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한국경제의 위기대처 능력에 대한 외국인의 평가가 개선되면서 외국자본의 유입세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하반기에는 원화가 강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그동안 우리가 누리던 환율효과는 거품이 꺼지듯 서서히 사라질 것이다.

또 다른 버블 발생 가능성

이밖에 국내적으로도 경기상승을 제약하는 요인들이 많다. 경기가 완만하게나마 회복됨에 따라 시장금리가 서서히 상승할 것이며, 이는 家計(가계) 부채에 대한 元利金(원리금) 상환 압력을 가중시킬 것이다. 경기가 회복되어도 고용이 쉽게 회복되지 않는 현상을 고려하면 하반기에도 고용상황이 개선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원리금 상환압력 증대와 일자리 창출 지연은 가계의 소비여력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여 내수증대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다.

금융기관들이 리스크 관리를 강화함에 따라 그동안 정부의 보증에 연명하던 많은 중소기업이 한계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며, 이는 부실 중소기업 증가와 실업자 증가로 연결될 것이다.

금융위기 극복과정에서 풀린 자금들은 인플레이션 야기 가능성과 또 다른 버블발생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조만간 정부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재정지출 확대와 超(초)저금리가 가져오는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해 소극적 의미의 出口(출구)전략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환율의 꿀맛을 상실하면서 차례로 재정지출과 低(저)금리가 주는 꿀맛을 더 이상 맛보기가 어려울 것이다.

지금은 돈의 힘으로 겨우 경기가 최악으로 내몰리는 것을 막은 상황이다. 그러나 최악의 상황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V자형의 강력한 경기회복이 뒤따른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지금은 국내적으로는 재정지출과 금리인하라는 묘약으로, 국제적으로는 환율과 중국의 내수경기 확대책에 힘입어 경기회복의 불씨를 겨우 피워놓은 상황이다.

조그만 불씨가 커다란 장작불로 활활 타오를 수 있도록 근본적인 구조조정과 시스템 개혁을 지속해야 한다. 노동시장 개혁, 공공부문 효율화, 기업규제 완화, 그리고 복지제도 재설계 등 지금 당장이라도 시작해야 할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V자형 회복이라는 샴페인은 잊어버리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