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보호무역으로 중국의 對美 수출을 줄이면 중국의 성장이 멈추고 중국 공산당 지배가 흔들리며, 중국이 보유한 1조2000억 달러의 美 國債, 準국채를 팔아 달러를 버리면 미국 경제 침체는 파국으로 간다.
金鎭炫
⊙ 1936년 경기도 안성 출생.
⊙ 서울 양정고·서울대 사회학과 졸업, 美 하버드大 니만펠로 과정 수료, 고려大 명예경제학 박사,
광운大 명예공학박사.
⊙ 동아일보 논설주간, 한국경제연구원 대표이사 부원장, 과학기술처 장관, 한국경제신문 회장,
문화일보 회장, 세계화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 서울시립대 총장 역임.
現 한국무역협회 연구자문위원장.
金鎭炫
⊙ 1936년 경기도 안성 출생.
⊙ 서울 양정고·서울대 사회학과 졸업, 美 하버드大 니만펠로 과정 수료, 고려大 명예경제학 박사,
광운大 명예공학박사.
⊙ 동아일보 논설주간, 한국경제연구원 대표이사 부원장, 과학기술처 장관, 한국경제신문 회장,
문화일보 회장, 세계화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 서울시립대 총장 역임.
現 한국무역협회 연구자문위원장.
- 지난 4월 2일 미국 뉴욕의 구직자들이 취업박람회에 입장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2008년의 결산과 2009년의 기록들은 몇 가지 역사적 관찰을 가능케 하고 있다.
첫째, 미국發(발) 금융·경제혼란은 자본주의 탄생 이후 최대의 위기이며 자유방임 월스트리트 자본주의의 終焉(종언)이다. 둘째, 세계 경제질서뿐 아니라 외교안보와 사회질서까지 변화시키는 일대 혼돈의 극치가 전개 중이다. 셋째, 이 과정에서 국력평가와 측정에 대한 통합적 접근을 통해 위기 극복력을 정확히 판단해야 한다. 넷째, 한국은 美·中(미·중) ‘G-2 체제’ 가능성에 대해 예의 주시하고 대비해야 한다.
요즘 눈만 뜨면 새 기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 글이 인쇄되어 나오는 순간에도 아래 나열한 기록들은 깨지고 있을 것이다.
▲아시아 개발은행 추산, 2008년 세계 금융시장에서 50조 달러 증발(세계 GNP 60조 달러)
▲미국 2008년 연간 소비지출, 1961년 3.1% 증가 이후 47년 만에 최저 증가율인 3.7%
▲미국 소매 매출액 1992년 통계작성 시작 이후 최초로 전년비 마이너스로(2008년 12월)
▲미국 실업률 8.1%로 1983년 통계작성 이후 최저(2009년 2월 고용통계), 2008년의 고용감소 258만명은 1945년 275만 감소 이후 최악
▲러시아 2009년 10년 만에 재정수지 적자로
▲브라질 8년 만에 무역수지 적자로(2009년 1월 통계)
▲뉴욕 주식시장 1997년 이후 최저가 6763달러로 2007년 10월 최고가 1만4164달러에 비해 반토막 이하로(2009년 3월 2일)
▲세계은행 2009 세계무역 전망 예측, 27년 만에 최초로 전년비 마이너스 2.1%(80년 만에 최대 규모 축소)
▲국제통화기금(IMF) 2009년 세계 실질경제성장률 예측 1945년 이후 최악으로 마이너스 0.5%(2009년 1월 28일), 한국 2009 전망, 3% 성장에서 마이너스 2.4%로 수정
▲미국 2008년 4분기 GDP 성장률 마이너스 3.8%, 26년 만에 최저(2009년 1월 30일 미 상무부)
▲한국 2009년 1월 수출 마이너스 32% 사상 최악(1980년 월별 수출입 동향 통계 작성 이후 최대 감소폭)
▲한국 2008년 경상수지 적자 64억1000만 달러, 1997년 82억9000만 달러 적자 이후 11년 만의 적자
▲한국 2008년 12월 광공업 생산지수 전년비 18.6% 마이너스(통계청이 통계작성 시작한 1970년 이후 최저)
▲2009년 1월 9일 영국 중앙은행 기준금리를 2%에서 1.5%로 인하, 1694년 개업 이래 415년 만에 최저금리(3월 5일 다시 0.5%로 더 인하)
▲2009년 1월 미국 연방준비은행(FRB) 1914년 창설 이후 95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 0%로 인하
▲2008년 일본 도요타 자동차 미국 GM을 누르고 세계 최대 자동차 판매회사로. 77년 만에 GM 세계 2위로 전락(2008년은 GM 설립 100년)
▲도요타 1950년 이래 최초로 종업원 3000명 구조조정 해고
▲2009년 1월 新車(신차)판매 미국 65만6976대(전월비 37.1% 마이너스), 중국 79만대(전월비 8% 마이너스)로 자동차 생산 역사상 최초로 중국이 세계 최대 신차 판매국으로 역전 등장
“시간만이 대답할 수 있을 것”
우리는 지금 우리가 몰랐던 사실이 얼마나 많았는지, 그리고 그간 우리가 모르고 있는 줄을 정말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매일같이 발견하고 있다. 잭 웰치라는 경영의 영웅에 의해 세계적 혁신경영의 모델로 지적됐던 GE(제너럴일렉트릭)의 株價(주가)가 17개월 만에 42.12달러에서 6.66달러로 84.2%나 폭락했다. 세계기준, 선진기준으로 호령하던 월스트리트의 경영효율이 얼마나 도덕적 부패였었는지를 깨닫고 있다.
한 전직 美(미) 법무부 고위관리는 “조지 부시 前(전) 미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이 행한 미국 최대은행 2개(시티와 뱅크 오브 아메리카)와 세계 최대 보험회사 AIG, 세계 최대의 주택금융회사(패니 메이와 프레디 맥)의 國有化(국유화) 조치 같은 짓을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대통령이 했더라면 미국 CIA가 베네수엘라 정권 전복을 위해 침공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본주의의 꽃이요 최고 신용기관이라는 명성을 얻고 있는 세계 최대 민간은행, 최대 민간 투자은행(IB)이자 전통을 자랑하는 영국의 로이드은행과 RBS(로열 뱅크 오브 스코틀랜드) 등이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고 국유화됐다.
최고 보수적 전통의 금융기관인 스위스은행마저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고 국유화되면서 400년간 지켜왔던 예금 비밀보장의 무장이 해제됐다. 한 시대, 한 세기가 아니라 문명의 한 역사가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李明博(이명박) 대통령이나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지금은 주식을 살 때”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이나 미국 FRB, 투자의 鬼才(귀재)라고 불리는 워런 버핏까지 모두 올 3월 들어서부터는 지금까지의 올해 후반기 침체 탈출 예측을 버리고 침체가 내년, 심지어 앞으로 5년은 더 이어질 것으로 수정하고 있다.
1930년 5월 미국의 大恐慌(대공항) 초반 당시 허버트 후버 대통령은 “우리는 최악을 지냈으며 일치된 노력의 지속으로 곧 회복될 것”이라고 선언했지만 정작 회복은 10년이 더 걸렸다. 하버드대학 교수이며 백악관 경제수석고문을 지낸 마크 펠트시타인은 “현재로서는 경제회복 시점을 예측하기 어렵다”면서 “시간만이 대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데니스 버만 같은 칼럼니스트는 “알아야 할 중요한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는 것이 별로 없어 보인다는 것”이라고 했다.
선진국들이 1조 달러가 넘는 공적자금과 국민세금을 1차적 금융위기 해소를 위해 쏟아 붓고 있다. 미국만도 AIG에는 4회, 시티은행에는 3회씩 쏟아 붓고 있지만 금융기관들의 위기를 초래한 원흉인 CDS(신용디폴트스와프)와 주택 등 불량자산 처리는 부진하고 위기의 깊이와 앞이 보이지 않는다.
그 사이 금융위기는 산업, 고용, 무역, 외환위기로 전 세계를 향해 계속 확산되고 있다. 지금 비관론을 말하기는 쉬우나 낙관론을 말하기는 어렵다.
극단의 비관론- 제2차 냉전시대 재현
극단의 비관론은 1929~40년 사이 대공황·보호무역주의, 금융경색, 실업증가, 파시즘, 나치즘 등장과 제2차 세계대전에 이르는 파국이 재현되는 것이다. 현재 영국과 미국 같은 국제금융 本家(본가)에서 제로 금리에 가까운 극단의 금융완화 정책을 쓰고, 심지어 가장 완강한 고전주의자였던 스위스마저 제로 금리의 금리인하 경쟁에 가세하고 있어 사실상 금융정책은 더 이상 경기진작이나 부양책으로서의 효력을 상실했다.
이제 남은 것은 재정확대와 무역정책뿐이다. 각국이 에너지, 환경, 사회보장 계획을 중심으로 한 대담한 재정확대 정책을 쓰고 있어 이 재정부양의 효과가 경기침체를 막는 효과를 내면 무역부문에서 국내산업 보호정책의 유혹이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현재 미국이 최대 은행인 시티그룹과 뱅크 오프 아메리카(BoA)와 세계 최대 보험회사인 AIG, 그리고 미국의 자존심인 GM과 크라이슬러 자동차회사, 미국 최대이자 최선의 개혁모델이었던 GE마저 추락하는 현실에서 과연 미국 정부가 지금까지 책정한 1조6000억 달러 구제금융 계획을 더 확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를 못하면 미국의 대표적인 금융과 산업의 주체가 파산되는 수밖에 없다. 국민의 양해를 구해 국민세금으로 구제를 하게 되면 이들 회사는 국유화의 길로 갈 수밖에 없다. 그 어느 경우든 정치 리더십이 ‘확고하게 이성적이고 설득적’이지 않은 국내산업 위축방지와 실업방지, 고용보호를 위한 보조와 보호주의, 민족주의, 포퓰리즘의 압력을 피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더구나 지금 21세기는 1930년대에 경제적으로는 보호주의, 정치적으로는 파시즘이 등장하던 때보다 더 포퓰리즘적일 수 있는 차별적인 이유가 있다. 첫째는 민주주의의 확산이고, 둘째는 인구구조의 변화 특히 고령화와 청년실업의 만성적 악화, 그리고 미래세대의 사회비용 부담 증가와 미래불안, 사회세대 간 갈등이 1930년대와는 비교할 수 없이 악화되어 있다.
1930~40년대의 민주주의는 서양 선진국에 한정되어 있었고 그 경우조차 엘리트 민주주의이지 대중 민주주의가 아니었다. 선진국에서 대중민주주의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1950~60년대에 걸쳐 5~6%의 高度(고도) 경제성장과 중산층이 확고해진 이후에 구현됐다.
그나마 흑인 해방은 미국에서도 1960년대 중반 존슨 대통령에 이르러 실현됐다. 유럽에서 외국인 노동자에게 투표권을 주기 시작한 것은 이보다 훨씬 더 뒤의 일이다. 뿐만 아니라 이미 그리스와 아이슬란드에서는 정권변동을 일으킨 청년폭동이 일어났고, 프랑스에선 이민 청년들의 도심지역 폭동을 경험했다.
노인 인구의 급증, 어린이 인구의 급감이라는 인구구조의 급변과 사회보장 비용의 지속 증가 그리고 IT, 정보화, 세계화로 인한 국내 일자리 감소는 선진국이나 중진국 모두 청소년 세대의 미래를 대단히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또 청소년 세대의 소외, 폐쇄, 절망감을 증폭시키고 있으며, 세대 간 갈등은 정치통합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미국 유럽 일본 한국뿐만 아니라 인구구조의 변화와 민주주의 요소가 강화되고 있는 신흥국 중국을 포함해 아시아, 인도양 대륙에서도 모두 볼 수 있는 공통된 현상이다.
지금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터키 등에서 보이는 ‘중산층에 의한 민주주의 전복’ 또는 일부 중동국가 그리고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등의 나라에서 보듯이 포퓰리즘에서 오는 혼란과 갈등은 21세기 민주주의 거버넌스(통치 또는 관리)에 대한 회의를 일으키고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중국 한국 일본의 경우도 그런 싹이 충분히 보인다.
새로운 야만의 시대 올 수도
2차 세계대전 때와 달라서 보호무역주의와 포퓰리즘 민족주의 강화로 인한 국제 경제질서의 파행이 일어나도 核(핵)보유 대국인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간의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다.
냉전이 3차 세계대전으로 악화되지 않은 이유가 핵무기의 특성, 즉 우리 편이나 적을 구분하지 않고 파괴하는 데서 오는 자기억제 때문이었듯이, 아무리 경제적 어려움과 고통이 크더라도 핵 大國(대국) 간 전쟁으로까지 가는 극단은 억제될 것이다. 대신 중국의 中華(중화)주의, 유럽의 국가주의, 미국의 예외주의는 세계적 경제위기 악화를 막지 못할 경우 중간 규모의 국가들끼리, 또는 그 이하 국가나 민족들 간의 충돌로 인한 분쟁을 방관 내지 조장할 가능성이 있다.
좀 더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이들 국가의 파시즘화에서 오는 분쟁을 막을 여력도 의지도 부족하거니와, 이들의 파괴적 경험을 매개로 한 대국 중심의 세계적 질서 재편을 기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강대국끼리의 보호무역주의와 일자리 보호를 위한 포퓰리즘은 전쟁으로 가는 최악은 회피하면서 터키, 폴란드, 한국, 중동의 핵심국가(이집트, 사우디, 이란 등), 인도, 파키스탄 정도의 국가끼리 전쟁 또는 準(준)전쟁 상태로 전개되는 것이 핵대국들에는 경제적으로 보나 국내 통합을 위해서도 불리하지 않다. 전쟁은 이들 강대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세계 금융, 경제, 정치 질서를 촉발시키는 요소로 활용하는 계기도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 계통 미디어들이 집요하게 한국 위기설을 주장하는 이유도 영국과 親(친)영국계통 국가보호 정책 우선을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영국과 이해관계가 상대적으로 적으면서 파산을 해도 지리적으로 멀어 국제적 파장이 적은 중간국가를 대상으로 희생양 찾기 게임을 하는 한 단면일 수 있는 것이다.
2차 세계대전 前後(전후)에 걸친 처칠의 극동정책을 되새겨 보면 영국 계통 미디어의 한국 위기설을 그냥 단순한 음모설로 치부하기 어려울 것이다. 미국-소련이 벌였던 1차 냉전시대가 아니라 사실상의 ‘제2차 냉전시대’,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러시아, 일본 5極(극)에 의한, 또는 미·중·EU 3극에 의한 제2차 냉전시대의 전개를 예상할 수 있다.
중요한 차이가 있다면 美·蘇(미·소), 美·中(미·중), 中·蘇(중·소) 등의 강대국 간 직접대결이 1차 냉전시대의 원인이었다면, 제2차 냉전시대에는 5극 또는 3극 사이에는 직접 熱戰(열전)을 피하면서 그 아래 중소 국가 간 또는 문화, 종교 간 분쟁이 열전으로 확대해 금융공황, 세기적 경제공황을 극복하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것이다.
미 군수장비 무역회사를 경영하는 전 국무성 고위관료는 최근 한 국제회의에서 이란, 북한의 핵무장에 대한 우려에 대해 이들 국가의 핵위협 제고는 이들 국가와 주변 국가들의 군사력 강화를 동시에 일으켜 자기 회사로서는 유리하다고 발언했다. 일본, 터키, 아랍에미리트(UAE), 이스라엘로부터의 무기구매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2010년 예산에서 신규 무기구입 예산을 대폭 삭감함에 따라 미국 군수산업자들은 非(비)강대국에 대한 군사장비, 무기 판매를 강화할 것이다.
핵무기를 가진 강대국끼리의 ‘신냉전의 타협’과 ‘中小(중소) 국가 간 지역 간의 열전의 확대’가 되더라도 지금 당장 대공황→세계대전으로 직행하지는 않을 것이다. 1930년대 대공황 이후 무역보복과 일국주의적 隣邦(인방) 궁핍화 정책으로 2차대전의 비극을 겪은 교훈이 있고, 20세기에 탄생한 UN(국제연합), IMF, 세계은행, IAEA(국제원자력기구), EU 등의 존재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국 간 ‘신냉전의 타협’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 것인지 또 ‘중소 국가 간 그리고 지역, 종교, 문화 간 열전’의 확대를 막는 방화벽을 과연 제대로 칠 수 있는지 하는 것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어쩌면 ‘새로운 야만의 시대’로 가는 길목일 수 있다.
온건한 비관론- 경제 세계화를 줄이든가…
지구촌이 열전과 폭동, 재앙으로 치닫는 극단적 비관까지는 아니더라도 온건한 비관론은 여러 가지를 상정할 수 있다. 헨리 키신저는 지난 1월 13일자 <뉴욕타임스> 칼럼 ‘새로운 세계질서를 위한 기회’에서 오늘의 금융, 경제위기가 “경제의 세계화, 세계화된 경제체제의 요구와 정치의 국가단위, 국가 주권적 관리 간의 갭 불균형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이 문제의식은 2008년 5월 30일자 ‘세계화와 불만’이란 그의 칼럼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키신저는 정치규제 시스템이 경제가 세계화된 만큼 확대 세계화되든가, 아니면 현존 정치구조를 통해 관리 가능한 만큼 경제가 지역단위로 축소될 때만 정치와 경제 간의 조화, 균형을 이룰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경제의 세계화만큼 정치의 세계화가 이루어진다면 오히려 이번 금융위기는 ‘세계정부’를 향해 가는 善循環(선순환)의 계기를 마련하는 셈이다. 이는 ‘세계정부’ ‘지구촌’으로 가는 낙관적인 시나리오의 한 요소다.
그러나 현재의 주권국가 단위의 정부가 관리 가능할 만큼의 지역으로 경제영역을 축소한다면, 또는 그러한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세계적으로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아니겠지만, 비관적인 비전일 수밖에 없다. 특히 한국, 일본, 중국같이 에너지, 식량 등 생명자원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나라의 경우 이는 절대적으로 비관적인 시나리오에 속한다.
한국, 일본의 경우 석유와 천연가스는 95% 이상을, 밀 콩 옥수수 등 식량은 80% 이상(쌀 제외)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은 이들 작물의 수입 의존도가 30~40% 수준이다(증가 추세로 보면 곧 50%를 넘는다).
세계 2등, 3등을 차지하는 대형 경제체제가 생명자원의 절반 이상을 동북아 이외 지역에서의 수입에 의존하는데 지역 정치단위로 경제지역을 축소하자는 것은 이 지역에는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키신저가 제기한 현 정치체제가 관리가능 지역으로의 경제영역을 축소하는 비전으로 간다면 북아메리카, 남아메리카, 유럽은 보다 살기 편한 지역이 될 것이고, 동북아, 인도양 연안국, 아프리카는 가장 살기 어려운 지역이 될 것이다. 또 이들 지역은 지역협력도 가장 더디고 역사적인 難題(난제)로 인해 지역통합 전망도 그다지 밝지 않다.
또 하나의 온건한 비관론은 책임 있고 열린 자유경제체제에 대한 새로운 이념, 제도, 정책의 정착 없는 경기회복이다. ‘새 브레튼 우즈 체제’, IMF·세계은행 구조개편, 세계무역 자유화(WTO체제 강화 정비), 새로운 세계적 금융감독, 협조체제, 금융의 공익성과 상업성의 엄격한 구분관리 체제가 무르익고 제도화되기 전에 경기회복에 자만하는 경우다.
1999년 IMF 경제위기 1년 반 뒤, 아직도 餘震(여진)이 계속 중이었는데도 노벨평화상이라는 私欲(사욕)에 집착해 ‘IMF 구제금융 졸업’을 선언한 金大中(김대중) 대통령 같은 포퓰리스트 정치인들, 기업인들은 앞으로도 얼마든지 있다.
이번 세계적, 지구촌적 금융 경제위기는 버클리 정책대학원 교수인 로버트 라이시가 <슈퍼 자본주의>에서 지적한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합리적 균형과 공영의 모색 없이는 극복이 안 된다. 이런 제도적 정비 없이 천문학적인 재정지출(재정적자)과 제로 금리라는 초극단의 금융완화에 의한 경기부양책이 불황, 공황을 진정시킨 듯이 보이면 그것은 더 큰 불행과 재앙의 씨앗이 될 수 있다. U자형 회복이 아니라 W자형 깊은 수렁의 반복이 된다.
또 다른 비관론
1930년대 대공황의 교훈에 의해 지금 금융기관 상대의 구제금융을 위한 공적자금 주입만 1조 달러에 이르고 있다. 이미 시티그룹과 BoA가 각각 450억 달러, AIG가 1800억 달러, 패니 메이 등 주택금융회사가 4000억 달러로, 미국만 7650억 달러의 국민세금을 400개가 넘는 민간 금융기관에 퍼부을 예정이다.
유럽은 영국의 RBS은행에 255억 파운드와 로이드은행 등에 370억 파운드, 프랑스가 BNP 파리바은행 등에 210억 유로, 독일이 코메르츠은행 등에 182억 유로, 스위스가 UBS은행에 60억 스위스 프랑 등을 투입해 유럽 합계 약 1700억 달러에 이른다. 일본은 12조 엔의 공적자금이 구제금융에 쓰이고 있다. 각 나라마다 자동차, 제철, 항공 등 주요 제조업과 실업대책에 대한 재정지원으로 재정적자는 급격히 늘고 있다.
미국의 재정적자는 GDP의 12% 선에 이르고, 유럽은 이미 EU 재정규율협정에 의한 GDP 3%의 허용기준을 넘는 적자예상 국가가 7개국에 이른다. 아이슬란드 11%, 스페인 6.2%, 프랑스 5.4%, 포르투갈 4.6%, 이탈리아·그리스·슬로베니아가 3%를 넘길 것으로 EU위원회는 전망했다. 천문학적 금융, 자산 거품에서 발생한 선진국發(발) 금융경제 위기는 천문학적 재정, 금융 구제자금 투입 때문에 2010년쯤 일시적으로 반짝 회복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런 회복이 나타나기 전에 버냉키 미 FRB 의장마저 분노할 수밖에 없었던 월스트리트 자본주의와 세계기준의 근본적 재점검과 새 제도가 같이 나와야 한다.
세계 최대 보험회사인 AIG의 헤지펀드식 운용, 그리고 불과 1년5개월 전(2007년 10월 9일)에 56.41달러 하던 시티은행의 주가가 2009년 3월 5일 현재 1달러로, 42.64달러 하던 GM의 주가가 1.86달러로 추락하고, 2008년 한 해 손실이 993억 달러로 지난 22년 간의 누적이익 합계 991억 달러보다 많은 결과를 낳는 세계 기업사상 최대 손실을 낸 AIG 경영 같은 구조와 제도의 청산 없이는 역사 이래 처음 맞는 지구촌적 경제위기는 극복되지 않는다.
무책임에 단기이익 추구와 보너스와 스톡옵션에 눈 먼 경영, 그것을 평가하는 애널리스트와 평가기관들, 감사하는 회계기관들, 감독하는 금융·증권 관계 정부기관, 각종 제도를 불구로 만든 법률 제정자인 의회와 정부와 정치인들에 대한 책임규명이 이루어지지 않고, 총체적인 새 거버넌스가 제도화되지 않으면 경기회복과 동시에 천문학적 인플레 시대의 전개와 또 다른 버블의 확대 재생산으로 그치고 말 것이다.
적어도 4월 2일 런던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와 7월 8일 이탈리아 마타레나 섬에서 열릴 G-8, 그리고 9월 유엔총회와 10월 IMF 총회까지 일련의 국제회의에서 세계적 금융거래의 규제, 감독과 과잉차입 의존의 거대 시스테믹 리스크(연쇄 파탄 리스크)의 예방조치 방향과 제도화 방안이 나오지 않은 상태로 ‘구제금융 버블’에만 의존하는 경기회복은 또 다른 비관론의 출발점이다. 그것은 지속될 수 없는 경기이고, 더 큰 버블과 파국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상대적 낙관론
지금은 조심스러운 낙관론조차 실체적으로는 없다. 아직은 낙관의 논리적 근거를 금융, 실물, 고용, 정치 그 어느 곳에서도 발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있다면 상대적 낙관론뿐이다. 그렇지 않으면 점술가적 낙관론이 있을 뿐이다.
▲금융 중심의 경제산업 구조, 즉 미국 영국 아이슬란드 아일랜드 스위스 싱가포르 홍콩 두바이보다는 제조업 중심의 독일 일본 한국 중국 인도가 세계적 금융위기에 덜 영향 받는다.
▲무역의존도 특히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중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홍콩 대만 네덜란드나 관광수입 의존도가 높은 프랑스 스위스 그리스 스페인보다 이들 의존도가 낮은 인도네시아 브라질 인도나 후진국들이 내수중심의 경기대책을 쓸 여유가 많다.
▲외환과 자본, 주식 개방도가 높은 선진국과 한국 홍콩 싱가포르 두바이 아르헨티나 EU보다 낮은 일본 중국 브라질 베트남 인도 미얀마와 후진국들이 상대적으로 정책선택의 폭이 더 넓다.
▲재정적자가 상대적으로 작은 한국 중국 독일 싱가포르가 재정적자가 큰 미국 남아메리카제국 오스트레일리아 아이슬란드 스페인보다 경기 자극책을 쓸 여지가 많다.
▲에너지·식량 등 생명자원의 자급여력이 골고루 갖춘 나라일수록, 즉 미국 EU 러시아 브라질 아르헨티나 인도네시아 베트남 오스트레일리아 등은 자급여력이 절대로 모자라는 중국 인도 일본 한국 대만 싱가포르 이집트보다 경제위기 극복에 유리하다. 에너지와 식량 중 어느 한쪽만 갖고 있는 중동과 중앙아시아 산유국은 상대적으로 경제위기 극복에 불리하다.
▲과학기술력이 높은 미국 일본 러시아 유럽 선진국과 이들 나라를 따라잡기가 빠른 한국 중국 인도 이스라엘 싱가포르가 새 산업의 돌파구 찾기에 유리하고, 과학기술력이 뒤진 후진국들은 정체될 가능성이 높다.
▲정치적으로 안정된 리더십과 통치능력이 우수한 나라가 국민통합과 거버넌스 능력이 떨어진 나라보다 위기극복에 훨씬 유리할 것이다. 이 점에서 미국 중국 브라질이 새롭게 주목 받을 것이다. 미국이 유럽의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보다, 중국이 한국 일본 인도 미얀마보다, 일본이 한국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보다, 브라질이 멕시코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쿠바보다 정치적 리더십과 국민통합에 우월한 국가인데 이들 나라는 그만한 상대적인 격차로 위기극복에 유리할 것이라 전망할 수 있다.
각 나라는 상대적인 비교, 즉 금융업(제조업) 비중, 수출 관광 收入(수입) 의존비중(내수비중), 외환자본 거래 개방 비중, 재정적자 비중, 생명자원자급 비중, 과학기술력 비중, 정치리더십과 화합력의 위치를 정확히 비교 평가하고, 각각의 유리한 경쟁력과 불리한 조건을 종합적으로 정리하면 위기극복과 생존의 길이 보일 것이다.
이런 종합 비교로 보면 단기적으로는 브라질 중국 인도가, 장기적으로는 미국 독일 인도 브라질이 상대적으로 위기 극복력이 클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의 경우 재정 건전도, 과학기술과 제조업의 경쟁력 등에서는 극히 우수하나 무역의존도와 특히 생명자원의 자급력이 그 어느 선진국 중진국보다 취약하다. 정치리더십, 국민협동력, 국민들의 인내력, 절제력 등의 약화는 결정적으로 위기극복의 전망을 비관적으로 만드는 요인이다.
國力이란 무엇인가
여기서 우리는 國力(국력)이란 무엇인가를 이 지구촌적 위기에서 재음미하게 된다. 왜 한국은 2000억 달러가 넘는 외환보유고와 세계 12위의 경제력(GDP)과 10등 안에 드는 과학기술력과 세계 최고의 ‘학력’ 인플레를 갖고 있으면서 환율과 증권시장 불안, 그리고 끊임없는 위기설을 맞고 있는가.
왜 한국은 경제력이 30분의 1에 불과한 북한의 핵공갈 앞에 쩔쩔매고 있는가. 왜 미국은 AIG의 주식 시가총액이 삼성증권의 절반에 불과하고, 시티은행의 총액이 KB금융 주식보다 적고, GM의 그것은 현대차의 7분의 1 수준인데도 달러 값은 일본 엔과 중국 위안화에만 절하되고 유럽과 한국을 포함해 모든 나라에서 절상되고 있는가.
우리는 흔히 국력을 경제력과 군사력 중심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미 하버드대 교수이며 駐日(주일) 미국대사로 내정된 조지프 나이 박사는 1996년부터 硬性(경성)국력과 함께 軟性力(연성력·soft power)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인물이다. 그는 최근에는 경성력과 연성력 수단을 적절히 배합해 사용하는 스마트 파워(smart power)를 주장하고 있다.
여기서 연성력이란 교육, 과학기술 그리고 제도, 즉 가치를 반영하는 문화나 기준이다. 이들 연성력의 매력이 경성력 폭력의 사용을 줄이면서 국가의 외교 목적을 수행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심지어 중국도 국력을 계산할 때 경국력(경제력, 과학기술력, 국방력, 자원력)과 연국력(문교력, 정치력, 외교력)에다 협동력(국가통치력)을 따로 독립된 항목으로 두어 계산하고 있다.
한국의 국력 계산은 아직도 경국력에 머물고 있다. 미국, 중국은 국력 계산에서 연성력, 협동력을 포함하고 있는데 이런 것들이 외교안보를 보는 각도, 국가의 위치를 평가하는 기준, 세계를 다루는 안목에 근본적 차이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지난 2월 24일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열린 태평양포럼 모임에서 조지프 나이 교수는 “미국 一極(일극) 시대는 갔고 ‘미국 이외 국가들(The Rise of the Rest)’이 등장하고 있지만 미국이 붕괴하고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1등 국가 지배세력이 된다는 주장은 틀렸다”고 설파했다. 그의 설명을 요약하면 이런 것이다.
<1990년대 초부터 폴 케네디를 시작으로 미국의 붕괴론, 20세기 말부터 2020년 중국 세계지배론 등이 나오고 있지만 이는 단기적 현상과 장기추세를 구분 못해서 생기는 오류다. 미국은 유연한 노동시스템, 세계 최고의 교육력, 기술개발과 혁신능력에서 현재도 장래도 여전히 우월한 경쟁력이 있다. 베네수엘라가 미 제국의 몰락을 목소리 높여 말하지만 베네수엘라 화폐 값은 계속 떨어지고 달러 값은 더 상승하고 있지 않은가.
지금 전개되고 있는 현상은 힘(미국힘)의 이동이 아니라 힘의 분산일 따름이다. 중국이 수퍼 파워라면 탄소배출 최고의 국가라는 데서 ‘CO₂초대국’일 뿐이다.(중략) 일본의 연성력, 특히 현대문화는 전 세계 청소년들에게 큰 매력을 주고 있지만 일본 우익정치인, 총리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위안부 관련 발언 한마디로 문화 연성력을 스스로 깎아 내리고 있다.>
그는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연성력 우위를 굳게 믿고 있었고, 한국의 연성력을 기반으로 한 韓美(한미) 가치 동맹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제3세계에서 예를 찾을 수 없는 대한민국 근대화 혁명의 성공, 韓流(한류), 디아스포라의 성공(미·중·러·일 4대 강국에 퍼져 있는 한인), 세계 제2의 선교대국, 교육과학대국 등은 한국 연성력의 특징이다.
미국은 금융산업, 특히 월스트리트의 反(반)자본주의적 폭주, 反(반)윤리적 단기이익, 시장만능주의 경영의 파탄으로 세계경제위기의 主犯(주범)이 되었다. 또 미국이 독주하던 힘의 시대는 갔다. 그러나 생명자원, 과학기술 그리고 오바마의 등장이 가능한 정치 리더십과 국민통합력, 미국 이외 10대국의 군사력을 합친 것보다 더 큰 군사력 등 미국의 지도력, 세계 1등의 지위에는 변화가 없다.
종합국력을 키워야
이런 1등 미국도 중국과의 협력이 절대적이다. 첫째, 당면한 금융,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중국의 미국 국채구입 지속과 무역 및 경기부양책의 공조협력이 절실하다. 그래서 클린턴 신임 국무장관은 중국 방문에서 인권문제를 경제협력 다음으로 미루는 것을 공식화했다. 인권, 티베트, 대만 문제에 있어 미국의 현저한 영향력 축소를 예측케 하는 대목이다.
미국의 경제위기가 예상보다 길어지면 한반도 문제 처리에서도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쪽으로 갈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한국이 이번 세계 경제위기를 계기로 국력계산 방식을 재음미하고 미국과 중국 관계를 면밀히 주시하고 검토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오바마는 취임 2개월 만에 이미 러시아 시리아 이스라엘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정책을 바꾸고 있다. 미국 신임 NIA(국가정보국) 국장 데니스 블레어는 지난 2월 12일 의회 청문회에서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단기 안보사항은(핵, 테러리즘이 아니라) 경제침체”라고 단정하고 “경제회복이 늦어질수록 미국의 전략적 이익에 대한 손상이 더 커질 것”이라고 했다.
이미 미국 금융붕괴의 중국책임론 논쟁은 한차례 붙었다 꺼져 버렸다. 미국이 보호무역으로 중국의 對美(대미) 수출을 줄이면 중국의 성장이 멈추고 중국 공산당 지배가 흔들리고 중국이 보유한 1조2000억 달러의 미국채, 준국채를 팔아 달러를 버리면 미국 경제침체는 파국으로 간다.
그래서 클린턴 장관은 미국과 중국이 ‘같은 배’를 탔다고 했다. 요사이 미국과 중국을 가리켜 ‘CO₂공범자(common sinner)’라는 말을 한다. 그래서 공범자끼리의 세계 환경개선 협력을 강조한다. 이 역시 오바마 정부의 의제로 떠올랐다.
더 나아가 지난 1월 미·중 수교 30년을 맞아 베이징에서 열린 기념식에 참석한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前(전) 카터 대통령 안보보좌관은 “미·중 상호의존이 세계 정치경제 안정의 기초 관건이기 때문에 미·중 관계는 진정 포괄적, 지구촌적 파트너십이 되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 ‘G-2’ 대화(정기적, 비공식적, 솔직하고 개인적인)를 설정하라”고 촉구했다.
이렇게 되면 지금까지 G-8 정상회담 자리에서 옵서버에 불과했던 중국이 G-8을 넘어 G-2로 일거에 미국 외교의 제1우선 대상으로 격상되는 것이다. 미중 G-2 대화가 공식화되면 경제와 안보의 파트너십이 가속된다.
2009년의 경제위기는 대한민국에 첫째는 국력에 대한 자만과 비관을 넘는 종합측정평가 방식과 능력을 새로 키워야 함을 가르치고 있다. 둘째는 핵이나 테러보다 더 중요해진 미국 경제침체 극복노력 과정에서 전개될 미·중 간의 협력 또는 상호 의존관계의 재설정이 투사할 제3국에의 영향을 주목하게 한다.
오바마 1기 정권에서는 미·일 중심의 아시아 질서패턴에서 금방 이탈하기 어려울 것이다. 또 중국과의 파트너십이 부진하면 G-2는 불가능해진다. 그러나 중국이 미국의 금융경제 위기 탈출에 결정적 호흡을 맞추면 중기적으로는 아시아 태평양 질서재편이 일어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북한 핵문제나 남북통일과 평화교섭에 있어 한국은 미국 중국과의 ‘국력’ 차이만큼의 대접과 고통을 감내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느 때보다 ‘종합국력’을 키워야 하고 미·중 관계를 예의주시하며 대처해 가야 할 민족적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첫째, 미국發(발) 금융·경제혼란은 자본주의 탄생 이후 최대의 위기이며 자유방임 월스트리트 자본주의의 終焉(종언)이다. 둘째, 세계 경제질서뿐 아니라 외교안보와 사회질서까지 변화시키는 일대 혼돈의 극치가 전개 중이다. 셋째, 이 과정에서 국력평가와 측정에 대한 통합적 접근을 통해 위기 극복력을 정확히 판단해야 한다. 넷째, 한국은 美·中(미·중) ‘G-2 체제’ 가능성에 대해 예의 주시하고 대비해야 한다.
요즘 눈만 뜨면 새 기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 글이 인쇄되어 나오는 순간에도 아래 나열한 기록들은 깨지고 있을 것이다.
▲아시아 개발은행 추산, 2008년 세계 금융시장에서 50조 달러 증발(세계 GNP 60조 달러)
▲미국 2008년 연간 소비지출, 1961년 3.1% 증가 이후 47년 만에 최저 증가율인 3.7%
▲미국 소매 매출액 1992년 통계작성 시작 이후 최초로 전년비 마이너스로(2008년 12월)
▲미국 실업률 8.1%로 1983년 통계작성 이후 최저(2009년 2월 고용통계), 2008년의 고용감소 258만명은 1945년 275만 감소 이후 최악
▲러시아 2009년 10년 만에 재정수지 적자로
▲브라질 8년 만에 무역수지 적자로(2009년 1월 통계)
▲뉴욕 주식시장 1997년 이후 최저가 6763달러로 2007년 10월 최고가 1만4164달러에 비해 반토막 이하로(2009년 3월 2일)
▲세계은행 2009 세계무역 전망 예측, 27년 만에 최초로 전년비 마이너스 2.1%(80년 만에 최대 규모 축소)
▲국제통화기금(IMF) 2009년 세계 실질경제성장률 예측 1945년 이후 최악으로 마이너스 0.5%(2009년 1월 28일), 한국 2009 전망, 3% 성장에서 마이너스 2.4%로 수정
▲미국 2008년 4분기 GDP 성장률 마이너스 3.8%, 26년 만에 최저(2009년 1월 30일 미 상무부)
▲한국 2009년 1월 수출 마이너스 32% 사상 최악(1980년 월별 수출입 동향 통계 작성 이후 최대 감소폭)
▲한국 2008년 경상수지 적자 64억1000만 달러, 1997년 82억9000만 달러 적자 이후 11년 만의 적자
▲한국 2008년 12월 광공업 생산지수 전년비 18.6% 마이너스(통계청이 통계작성 시작한 1970년 이후 최저)
▲2009년 1월 9일 영국 중앙은행 기준금리를 2%에서 1.5%로 인하, 1694년 개업 이래 415년 만에 최저금리(3월 5일 다시 0.5%로 더 인하)
▲2009년 1월 미국 연방준비은행(FRB) 1914년 창설 이후 95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 0%로 인하
▲2008년 일본 도요타 자동차 미국 GM을 누르고 세계 최대 자동차 판매회사로. 77년 만에 GM 세계 2위로 전락(2008년은 GM 설립 100년)
▲도요타 1950년 이래 최초로 종업원 3000명 구조조정 해고
▲2009년 1월 新車(신차)판매 미국 65만6976대(전월비 37.1% 마이너스), 중국 79만대(전월비 8% 마이너스)로 자동차 생산 역사상 최초로 중국이 세계 최대 신차 판매국으로 역전 등장
“시간만이 대답할 수 있을 것”
우리는 지금 우리가 몰랐던 사실이 얼마나 많았는지, 그리고 그간 우리가 모르고 있는 줄을 정말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매일같이 발견하고 있다. 잭 웰치라는 경영의 영웅에 의해 세계적 혁신경영의 모델로 지적됐던 GE(제너럴일렉트릭)의 株價(주가)가 17개월 만에 42.12달러에서 6.66달러로 84.2%나 폭락했다. 세계기준, 선진기준으로 호령하던 월스트리트의 경영효율이 얼마나 도덕적 부패였었는지를 깨닫고 있다.
한 전직 美(미) 법무부 고위관리는 “조지 부시 前(전) 미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이 행한 미국 최대은행 2개(시티와 뱅크 오브 아메리카)와 세계 최대 보험회사 AIG, 세계 최대의 주택금융회사(패니 메이와 프레디 맥)의 國有化(국유화) 조치 같은 짓을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대통령이 했더라면 미국 CIA가 베네수엘라 정권 전복을 위해 침공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본주의의 꽃이요 최고 신용기관이라는 명성을 얻고 있는 세계 최대 민간은행, 최대 민간 투자은행(IB)이자 전통을 자랑하는 영국의 로이드은행과 RBS(로열 뱅크 오브 스코틀랜드) 등이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고 국유화됐다.
최고 보수적 전통의 금융기관인 스위스은행마저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고 국유화되면서 400년간 지켜왔던 예금 비밀보장의 무장이 해제됐다. 한 시대, 한 세기가 아니라 문명의 한 역사가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李明博(이명박) 대통령이나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지금은 주식을 살 때”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이나 미국 FRB, 투자의 鬼才(귀재)라고 불리는 워런 버핏까지 모두 올 3월 들어서부터는 지금까지의 올해 후반기 침체 탈출 예측을 버리고 침체가 내년, 심지어 앞으로 5년은 더 이어질 것으로 수정하고 있다.
1930년 5월 미국의 大恐慌(대공항) 초반 당시 허버트 후버 대통령은 “우리는 최악을 지냈으며 일치된 노력의 지속으로 곧 회복될 것”이라고 선언했지만 정작 회복은 10년이 더 걸렸다. 하버드대학 교수이며 백악관 경제수석고문을 지낸 마크 펠트시타인은 “현재로서는 경제회복 시점을 예측하기 어렵다”면서 “시간만이 대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데니스 버만 같은 칼럼니스트는 “알아야 할 중요한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는 것이 별로 없어 보인다는 것”이라고 했다.
선진국들이 1조 달러가 넘는 공적자금과 국민세금을 1차적 금융위기 해소를 위해 쏟아 붓고 있다. 미국만도 AIG에는 4회, 시티은행에는 3회씩 쏟아 붓고 있지만 금융기관들의 위기를 초래한 원흉인 CDS(신용디폴트스와프)와 주택 등 불량자산 처리는 부진하고 위기의 깊이와 앞이 보이지 않는다.
그 사이 금융위기는 산업, 고용, 무역, 외환위기로 전 세계를 향해 계속 확산되고 있다. 지금 비관론을 말하기는 쉬우나 낙관론을 말하기는 어렵다.
극단의 비관론- 제2차 냉전시대 재현
극단의 비관론은 1929~40년 사이 대공황·보호무역주의, 금융경색, 실업증가, 파시즘, 나치즘 등장과 제2차 세계대전에 이르는 파국이 재현되는 것이다. 현재 영국과 미국 같은 국제금융 本家(본가)에서 제로 금리에 가까운 극단의 금융완화 정책을 쓰고, 심지어 가장 완강한 고전주의자였던 스위스마저 제로 금리의 금리인하 경쟁에 가세하고 있어 사실상 금융정책은 더 이상 경기진작이나 부양책으로서의 효력을 상실했다.
이제 남은 것은 재정확대와 무역정책뿐이다. 각국이 에너지, 환경, 사회보장 계획을 중심으로 한 대담한 재정확대 정책을 쓰고 있어 이 재정부양의 효과가 경기침체를 막는 효과를 내면 무역부문에서 국내산업 보호정책의 유혹이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현재 미국이 최대 은행인 시티그룹과 뱅크 오프 아메리카(BoA)와 세계 최대 보험회사인 AIG, 그리고 미국의 자존심인 GM과 크라이슬러 자동차회사, 미국 최대이자 최선의 개혁모델이었던 GE마저 추락하는 현실에서 과연 미국 정부가 지금까지 책정한 1조6000억 달러 구제금융 계획을 더 확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를 못하면 미국의 대표적인 금융과 산업의 주체가 파산되는 수밖에 없다. 국민의 양해를 구해 국민세금으로 구제를 하게 되면 이들 회사는 국유화의 길로 갈 수밖에 없다. 그 어느 경우든 정치 리더십이 ‘확고하게 이성적이고 설득적’이지 않은 국내산업 위축방지와 실업방지, 고용보호를 위한 보조와 보호주의, 민족주의, 포퓰리즘의 압력을 피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더구나 지금 21세기는 1930년대에 경제적으로는 보호주의, 정치적으로는 파시즘이 등장하던 때보다 더 포퓰리즘적일 수 있는 차별적인 이유가 있다. 첫째는 민주주의의 확산이고, 둘째는 인구구조의 변화 특히 고령화와 청년실업의 만성적 악화, 그리고 미래세대의 사회비용 부담 증가와 미래불안, 사회세대 간 갈등이 1930년대와는 비교할 수 없이 악화되어 있다.
1930~40년대의 민주주의는 서양 선진국에 한정되어 있었고 그 경우조차 엘리트 민주주의이지 대중 민주주의가 아니었다. 선진국에서 대중민주주의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1950~60년대에 걸쳐 5~6%의 高度(고도) 경제성장과 중산층이 확고해진 이후에 구현됐다.
그나마 흑인 해방은 미국에서도 1960년대 중반 존슨 대통령에 이르러 실현됐다. 유럽에서 외국인 노동자에게 투표권을 주기 시작한 것은 이보다 훨씬 더 뒤의 일이다. 뿐만 아니라 이미 그리스와 아이슬란드에서는 정권변동을 일으킨 청년폭동이 일어났고, 프랑스에선 이민 청년들의 도심지역 폭동을 경험했다.
노인 인구의 급증, 어린이 인구의 급감이라는 인구구조의 급변과 사회보장 비용의 지속 증가 그리고 IT, 정보화, 세계화로 인한 국내 일자리 감소는 선진국이나 중진국 모두 청소년 세대의 미래를 대단히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또 청소년 세대의 소외, 폐쇄, 절망감을 증폭시키고 있으며, 세대 간 갈등은 정치통합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미국 유럽 일본 한국뿐만 아니라 인구구조의 변화와 민주주의 요소가 강화되고 있는 신흥국 중국을 포함해 아시아, 인도양 대륙에서도 모두 볼 수 있는 공통된 현상이다.
지금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터키 등에서 보이는 ‘중산층에 의한 민주주의 전복’ 또는 일부 중동국가 그리고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등의 나라에서 보듯이 포퓰리즘에서 오는 혼란과 갈등은 21세기 민주주의 거버넌스(통치 또는 관리)에 대한 회의를 일으키고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중국 한국 일본의 경우도 그런 싹이 충분히 보인다.
새로운 야만의 시대 올 수도
2차 세계대전 때와 달라서 보호무역주의와 포퓰리즘 민족주의 강화로 인한 국제 경제질서의 파행이 일어나도 核(핵)보유 대국인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간의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다.
냉전이 3차 세계대전으로 악화되지 않은 이유가 핵무기의 특성, 즉 우리 편이나 적을 구분하지 않고 파괴하는 데서 오는 자기억제 때문이었듯이, 아무리 경제적 어려움과 고통이 크더라도 핵 大國(대국) 간 전쟁으로까지 가는 극단은 억제될 것이다. 대신 중국의 中華(중화)주의, 유럽의 국가주의, 미국의 예외주의는 세계적 경제위기 악화를 막지 못할 경우 중간 규모의 국가들끼리, 또는 그 이하 국가나 민족들 간의 충돌로 인한 분쟁을 방관 내지 조장할 가능성이 있다.
좀 더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이들 국가의 파시즘화에서 오는 분쟁을 막을 여력도 의지도 부족하거니와, 이들의 파괴적 경험을 매개로 한 대국 중심의 세계적 질서 재편을 기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강대국끼리의 보호무역주의와 일자리 보호를 위한 포퓰리즘은 전쟁으로 가는 최악은 회피하면서 터키, 폴란드, 한국, 중동의 핵심국가(이집트, 사우디, 이란 등), 인도, 파키스탄 정도의 국가끼리 전쟁 또는 準(준)전쟁 상태로 전개되는 것이 핵대국들에는 경제적으로 보나 국내 통합을 위해서도 불리하지 않다. 전쟁은 이들 강대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세계 금융, 경제, 정치 질서를 촉발시키는 요소로 활용하는 계기도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 계통 미디어들이 집요하게 한국 위기설을 주장하는 이유도 영국과 親(친)영국계통 국가보호 정책 우선을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영국과 이해관계가 상대적으로 적으면서 파산을 해도 지리적으로 멀어 국제적 파장이 적은 중간국가를 대상으로 희생양 찾기 게임을 하는 한 단면일 수 있는 것이다.
2차 세계대전 前後(전후)에 걸친 처칠의 극동정책을 되새겨 보면 영국 계통 미디어의 한국 위기설을 그냥 단순한 음모설로 치부하기 어려울 것이다. 미국-소련이 벌였던 1차 냉전시대가 아니라 사실상의 ‘제2차 냉전시대’,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러시아, 일본 5極(극)에 의한, 또는 미·중·EU 3극에 의한 제2차 냉전시대의 전개를 예상할 수 있다.
중요한 차이가 있다면 美·蘇(미·소), 美·中(미·중), 中·蘇(중·소) 등의 강대국 간 직접대결이 1차 냉전시대의 원인이었다면, 제2차 냉전시대에는 5극 또는 3극 사이에는 직접 熱戰(열전)을 피하면서 그 아래 중소 국가 간 또는 문화, 종교 간 분쟁이 열전으로 확대해 금융공황, 세기적 경제공황을 극복하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것이다.
미 군수장비 무역회사를 경영하는 전 국무성 고위관료는 최근 한 국제회의에서 이란, 북한의 핵무장에 대한 우려에 대해 이들 국가의 핵위협 제고는 이들 국가와 주변 국가들의 군사력 강화를 동시에 일으켜 자기 회사로서는 유리하다고 발언했다. 일본, 터키, 아랍에미리트(UAE), 이스라엘로부터의 무기구매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2010년 예산에서 신규 무기구입 예산을 대폭 삭감함에 따라 미국 군수산업자들은 非(비)강대국에 대한 군사장비, 무기 판매를 강화할 것이다.
핵무기를 가진 강대국끼리의 ‘신냉전의 타협’과 ‘中小(중소) 국가 간 지역 간의 열전의 확대’가 되더라도 지금 당장 대공황→세계대전으로 직행하지는 않을 것이다. 1930년대 대공황 이후 무역보복과 일국주의적 隣邦(인방) 궁핍화 정책으로 2차대전의 비극을 겪은 교훈이 있고, 20세기에 탄생한 UN(국제연합), IMF, 세계은행, IAEA(국제원자력기구), EU 등의 존재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국 간 ‘신냉전의 타협’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 것인지 또 ‘중소 국가 간 그리고 지역, 종교, 문화 간 열전’의 확대를 막는 방화벽을 과연 제대로 칠 수 있는지 하는 것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어쩌면 ‘새로운 야만의 시대’로 가는 길목일 수 있다.
온건한 비관론- 경제 세계화를 줄이든가…
지구촌이 열전과 폭동, 재앙으로 치닫는 극단적 비관까지는 아니더라도 온건한 비관론은 여러 가지를 상정할 수 있다. 헨리 키신저는 지난 1월 13일자 <뉴욕타임스> 칼럼 ‘새로운 세계질서를 위한 기회’에서 오늘의 금융, 경제위기가 “경제의 세계화, 세계화된 경제체제의 요구와 정치의 국가단위, 국가 주권적 관리 간의 갭 불균형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이 문제의식은 2008년 5월 30일자 ‘세계화와 불만’이란 그의 칼럼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키신저는 정치규제 시스템이 경제가 세계화된 만큼 확대 세계화되든가, 아니면 현존 정치구조를 통해 관리 가능한 만큼 경제가 지역단위로 축소될 때만 정치와 경제 간의 조화, 균형을 이룰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경제의 세계화만큼 정치의 세계화가 이루어진다면 오히려 이번 금융위기는 ‘세계정부’를 향해 가는 善循環(선순환)의 계기를 마련하는 셈이다. 이는 ‘세계정부’ ‘지구촌’으로 가는 낙관적인 시나리오의 한 요소다.
그러나 현재의 주권국가 단위의 정부가 관리 가능할 만큼의 지역으로 경제영역을 축소한다면, 또는 그러한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세계적으로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아니겠지만, 비관적인 비전일 수밖에 없다. 특히 한국, 일본, 중국같이 에너지, 식량 등 생명자원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나라의 경우 이는 절대적으로 비관적인 시나리오에 속한다.
한국, 일본의 경우 석유와 천연가스는 95% 이상을, 밀 콩 옥수수 등 식량은 80% 이상(쌀 제외)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은 이들 작물의 수입 의존도가 30~40% 수준이다(증가 추세로 보면 곧 50%를 넘는다).
세계 2등, 3등을 차지하는 대형 경제체제가 생명자원의 절반 이상을 동북아 이외 지역에서의 수입에 의존하는데 지역 정치단위로 경제지역을 축소하자는 것은 이 지역에는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키신저가 제기한 현 정치체제가 관리가능 지역으로의 경제영역을 축소하는 비전으로 간다면 북아메리카, 남아메리카, 유럽은 보다 살기 편한 지역이 될 것이고, 동북아, 인도양 연안국, 아프리카는 가장 살기 어려운 지역이 될 것이다. 또 이들 지역은 지역협력도 가장 더디고 역사적인 難題(난제)로 인해 지역통합 전망도 그다지 밝지 않다.
또 하나의 온건한 비관론은 책임 있고 열린 자유경제체제에 대한 새로운 이념, 제도, 정책의 정착 없는 경기회복이다. ‘새 브레튼 우즈 체제’, IMF·세계은행 구조개편, 세계무역 자유화(WTO체제 강화 정비), 새로운 세계적 금융감독, 협조체제, 금융의 공익성과 상업성의 엄격한 구분관리 체제가 무르익고 제도화되기 전에 경기회복에 자만하는 경우다.
1999년 IMF 경제위기 1년 반 뒤, 아직도 餘震(여진)이 계속 중이었는데도 노벨평화상이라는 私欲(사욕)에 집착해 ‘IMF 구제금융 졸업’을 선언한 金大中(김대중) 대통령 같은 포퓰리스트 정치인들, 기업인들은 앞으로도 얼마든지 있다.
이번 세계적, 지구촌적 금융 경제위기는 버클리 정책대학원 교수인 로버트 라이시가 <슈퍼 자본주의>에서 지적한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합리적 균형과 공영의 모색 없이는 극복이 안 된다. 이런 제도적 정비 없이 천문학적인 재정지출(재정적자)과 제로 금리라는 초극단의 금융완화에 의한 경기부양책이 불황, 공황을 진정시킨 듯이 보이면 그것은 더 큰 불행과 재앙의 씨앗이 될 수 있다. U자형 회복이 아니라 W자형 깊은 수렁의 반복이 된다.
또 다른 비관론
1930년대 대공황의 교훈에 의해 지금 금융기관 상대의 구제금융을 위한 공적자금 주입만 1조 달러에 이르고 있다. 이미 시티그룹과 BoA가 각각 450억 달러, AIG가 1800억 달러, 패니 메이 등 주택금융회사가 4000억 달러로, 미국만 7650억 달러의 국민세금을 400개가 넘는 민간 금융기관에 퍼부을 예정이다.
유럽은 영국의 RBS은행에 255억 파운드와 로이드은행 등에 370억 파운드, 프랑스가 BNP 파리바은행 등에 210억 유로, 독일이 코메르츠은행 등에 182억 유로, 스위스가 UBS은행에 60억 스위스 프랑 등을 투입해 유럽 합계 약 1700억 달러에 이른다. 일본은 12조 엔의 공적자금이 구제금융에 쓰이고 있다. 각 나라마다 자동차, 제철, 항공 등 주요 제조업과 실업대책에 대한 재정지원으로 재정적자는 급격히 늘고 있다.
미국의 재정적자는 GDP의 12% 선에 이르고, 유럽은 이미 EU 재정규율협정에 의한 GDP 3%의 허용기준을 넘는 적자예상 국가가 7개국에 이른다. 아이슬란드 11%, 스페인 6.2%, 프랑스 5.4%, 포르투갈 4.6%, 이탈리아·그리스·슬로베니아가 3%를 넘길 것으로 EU위원회는 전망했다. 천문학적 금융, 자산 거품에서 발생한 선진국發(발) 금융경제 위기는 천문학적 재정, 금융 구제자금 투입 때문에 2010년쯤 일시적으로 반짝 회복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런 회복이 나타나기 전에 버냉키 미 FRB 의장마저 분노할 수밖에 없었던 월스트리트 자본주의와 세계기준의 근본적 재점검과 새 제도가 같이 나와야 한다.
세계 최대 보험회사인 AIG의 헤지펀드식 운용, 그리고 불과 1년5개월 전(2007년 10월 9일)에 56.41달러 하던 시티은행의 주가가 2009년 3월 5일 현재 1달러로, 42.64달러 하던 GM의 주가가 1.86달러로 추락하고, 2008년 한 해 손실이 993억 달러로 지난 22년 간의 누적이익 합계 991억 달러보다 많은 결과를 낳는 세계 기업사상 최대 손실을 낸 AIG 경영 같은 구조와 제도의 청산 없이는 역사 이래 처음 맞는 지구촌적 경제위기는 극복되지 않는다.
무책임에 단기이익 추구와 보너스와 스톡옵션에 눈 먼 경영, 그것을 평가하는 애널리스트와 평가기관들, 감사하는 회계기관들, 감독하는 금융·증권 관계 정부기관, 각종 제도를 불구로 만든 법률 제정자인 의회와 정부와 정치인들에 대한 책임규명이 이루어지지 않고, 총체적인 새 거버넌스가 제도화되지 않으면 경기회복과 동시에 천문학적 인플레 시대의 전개와 또 다른 버블의 확대 재생산으로 그치고 말 것이다.
적어도 4월 2일 런던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와 7월 8일 이탈리아 마타레나 섬에서 열릴 G-8, 그리고 9월 유엔총회와 10월 IMF 총회까지 일련의 국제회의에서 세계적 금융거래의 규제, 감독과 과잉차입 의존의 거대 시스테믹 리스크(연쇄 파탄 리스크)의 예방조치 방향과 제도화 방안이 나오지 않은 상태로 ‘구제금융 버블’에만 의존하는 경기회복은 또 다른 비관론의 출발점이다. 그것은 지속될 수 없는 경기이고, 더 큰 버블과 파국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상대적 낙관론
지금은 조심스러운 낙관론조차 실체적으로는 없다. 아직은 낙관의 논리적 근거를 금융, 실물, 고용, 정치 그 어느 곳에서도 발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있다면 상대적 낙관론뿐이다. 그렇지 않으면 점술가적 낙관론이 있을 뿐이다.
▲금융 중심의 경제산업 구조, 즉 미국 영국 아이슬란드 아일랜드 스위스 싱가포르 홍콩 두바이보다는 제조업 중심의 독일 일본 한국 중국 인도가 세계적 금융위기에 덜 영향 받는다.
▲무역의존도 특히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중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홍콩 대만 네덜란드나 관광수입 의존도가 높은 프랑스 스위스 그리스 스페인보다 이들 의존도가 낮은 인도네시아 브라질 인도나 후진국들이 내수중심의 경기대책을 쓸 여유가 많다.
▲외환과 자본, 주식 개방도가 높은 선진국과 한국 홍콩 싱가포르 두바이 아르헨티나 EU보다 낮은 일본 중국 브라질 베트남 인도 미얀마와 후진국들이 상대적으로 정책선택의 폭이 더 넓다.
▲재정적자가 상대적으로 작은 한국 중국 독일 싱가포르가 재정적자가 큰 미국 남아메리카제국 오스트레일리아 아이슬란드 스페인보다 경기 자극책을 쓸 여지가 많다.
▲에너지·식량 등 생명자원의 자급여력이 골고루 갖춘 나라일수록, 즉 미국 EU 러시아 브라질 아르헨티나 인도네시아 베트남 오스트레일리아 등은 자급여력이 절대로 모자라는 중국 인도 일본 한국 대만 싱가포르 이집트보다 경제위기 극복에 유리하다. 에너지와 식량 중 어느 한쪽만 갖고 있는 중동과 중앙아시아 산유국은 상대적으로 경제위기 극복에 불리하다.
▲과학기술력이 높은 미국 일본 러시아 유럽 선진국과 이들 나라를 따라잡기가 빠른 한국 중국 인도 이스라엘 싱가포르가 새 산업의 돌파구 찾기에 유리하고, 과학기술력이 뒤진 후진국들은 정체될 가능성이 높다.
▲정치적으로 안정된 리더십과 통치능력이 우수한 나라가 국민통합과 거버넌스 능력이 떨어진 나라보다 위기극복에 훨씬 유리할 것이다. 이 점에서 미국 중국 브라질이 새롭게 주목 받을 것이다. 미국이 유럽의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보다, 중국이 한국 일본 인도 미얀마보다, 일본이 한국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보다, 브라질이 멕시코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쿠바보다 정치적 리더십과 국민통합에 우월한 국가인데 이들 나라는 그만한 상대적인 격차로 위기극복에 유리할 것이라 전망할 수 있다.
각 나라는 상대적인 비교, 즉 금융업(제조업) 비중, 수출 관광 收入(수입) 의존비중(내수비중), 외환자본 거래 개방 비중, 재정적자 비중, 생명자원자급 비중, 과학기술력 비중, 정치리더십과 화합력의 위치를 정확히 비교 평가하고, 각각의 유리한 경쟁력과 불리한 조건을 종합적으로 정리하면 위기극복과 생존의 길이 보일 것이다.
이런 종합 비교로 보면 단기적으로는 브라질 중국 인도가, 장기적으로는 미국 독일 인도 브라질이 상대적으로 위기 극복력이 클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의 경우 재정 건전도, 과학기술과 제조업의 경쟁력 등에서는 극히 우수하나 무역의존도와 특히 생명자원의 자급력이 그 어느 선진국 중진국보다 취약하다. 정치리더십, 국민협동력, 국민들의 인내력, 절제력 등의 약화는 결정적으로 위기극복의 전망을 비관적으로 만드는 요인이다.
國力이란 무엇인가
여기서 우리는 國力(국력)이란 무엇인가를 이 지구촌적 위기에서 재음미하게 된다. 왜 한국은 2000억 달러가 넘는 외환보유고와 세계 12위의 경제력(GDP)과 10등 안에 드는 과학기술력과 세계 최고의 ‘학력’ 인플레를 갖고 있으면서 환율과 증권시장 불안, 그리고 끊임없는 위기설을 맞고 있는가.
왜 한국은 경제력이 30분의 1에 불과한 북한의 핵공갈 앞에 쩔쩔매고 있는가. 왜 미국은 AIG의 주식 시가총액이 삼성증권의 절반에 불과하고, 시티은행의 총액이 KB금융 주식보다 적고, GM의 그것은 현대차의 7분의 1 수준인데도 달러 값은 일본 엔과 중국 위안화에만 절하되고 유럽과 한국을 포함해 모든 나라에서 절상되고 있는가.
우리는 흔히 국력을 경제력과 군사력 중심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미 하버드대 교수이며 駐日(주일) 미국대사로 내정된 조지프 나이 박사는 1996년부터 硬性(경성)국력과 함께 軟性力(연성력·soft power)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인물이다. 그는 최근에는 경성력과 연성력 수단을 적절히 배합해 사용하는 스마트 파워(smart power)를 주장하고 있다.
여기서 연성력이란 교육, 과학기술 그리고 제도, 즉 가치를 반영하는 문화나 기준이다. 이들 연성력의 매력이 경성력 폭력의 사용을 줄이면서 국가의 외교 목적을 수행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심지어 중국도 국력을 계산할 때 경국력(경제력, 과학기술력, 국방력, 자원력)과 연국력(문교력, 정치력, 외교력)에다 협동력(국가통치력)을 따로 독립된 항목으로 두어 계산하고 있다.
한국의 국력 계산은 아직도 경국력에 머물고 있다. 미국, 중국은 국력 계산에서 연성력, 협동력을 포함하고 있는데 이런 것들이 외교안보를 보는 각도, 국가의 위치를 평가하는 기준, 세계를 다루는 안목에 근본적 차이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지난 2월 24일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열린 태평양포럼 모임에서 조지프 나이 교수는 “미국 一極(일극) 시대는 갔고 ‘미국 이외 국가들(The Rise of the Rest)’이 등장하고 있지만 미국이 붕괴하고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1등 국가 지배세력이 된다는 주장은 틀렸다”고 설파했다. 그의 설명을 요약하면 이런 것이다.
<1990년대 초부터 폴 케네디를 시작으로 미국의 붕괴론, 20세기 말부터 2020년 중국 세계지배론 등이 나오고 있지만 이는 단기적 현상과 장기추세를 구분 못해서 생기는 오류다. 미국은 유연한 노동시스템, 세계 최고의 교육력, 기술개발과 혁신능력에서 현재도 장래도 여전히 우월한 경쟁력이 있다. 베네수엘라가 미 제국의 몰락을 목소리 높여 말하지만 베네수엘라 화폐 값은 계속 떨어지고 달러 값은 더 상승하고 있지 않은가.
지금 전개되고 있는 현상은 힘(미국힘)의 이동이 아니라 힘의 분산일 따름이다. 중국이 수퍼 파워라면 탄소배출 최고의 국가라는 데서 ‘CO₂초대국’일 뿐이다.(중략) 일본의 연성력, 특히 현대문화는 전 세계 청소년들에게 큰 매력을 주고 있지만 일본 우익정치인, 총리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위안부 관련 발언 한마디로 문화 연성력을 스스로 깎아 내리고 있다.>
그는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연성력 우위를 굳게 믿고 있었고, 한국의 연성력을 기반으로 한 韓美(한미) 가치 동맹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제3세계에서 예를 찾을 수 없는 대한민국 근대화 혁명의 성공, 韓流(한류), 디아스포라의 성공(미·중·러·일 4대 강국에 퍼져 있는 한인), 세계 제2의 선교대국, 교육과학대국 등은 한국 연성력의 특징이다.
미국은 금융산업, 특히 월스트리트의 反(반)자본주의적 폭주, 反(반)윤리적 단기이익, 시장만능주의 경영의 파탄으로 세계경제위기의 主犯(주범)이 되었다. 또 미국이 독주하던 힘의 시대는 갔다. 그러나 생명자원, 과학기술 그리고 오바마의 등장이 가능한 정치 리더십과 국민통합력, 미국 이외 10대국의 군사력을 합친 것보다 더 큰 군사력 등 미국의 지도력, 세계 1등의 지위에는 변화가 없다.
종합국력을 키워야
이런 1등 미국도 중국과의 협력이 절대적이다. 첫째, 당면한 금융,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중국의 미국 국채구입 지속과 무역 및 경기부양책의 공조협력이 절실하다. 그래서 클린턴 신임 국무장관은 중국 방문에서 인권문제를 경제협력 다음으로 미루는 것을 공식화했다. 인권, 티베트, 대만 문제에 있어 미국의 현저한 영향력 축소를 예측케 하는 대목이다.
미국의 경제위기가 예상보다 길어지면 한반도 문제 처리에서도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쪽으로 갈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한국이 이번 세계 경제위기를 계기로 국력계산 방식을 재음미하고 미국과 중국 관계를 면밀히 주시하고 검토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오바마는 취임 2개월 만에 이미 러시아 시리아 이스라엘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정책을 바꾸고 있다. 미국 신임 NIA(국가정보국) 국장 데니스 블레어는 지난 2월 12일 의회 청문회에서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단기 안보사항은(핵, 테러리즘이 아니라) 경제침체”라고 단정하고 “경제회복이 늦어질수록 미국의 전략적 이익에 대한 손상이 더 커질 것”이라고 했다.
이미 미국 금융붕괴의 중국책임론 논쟁은 한차례 붙었다 꺼져 버렸다. 미국이 보호무역으로 중국의 對美(대미) 수출을 줄이면 중국의 성장이 멈추고 중국 공산당 지배가 흔들리고 중국이 보유한 1조2000억 달러의 미국채, 준국채를 팔아 달러를 버리면 미국 경제침체는 파국으로 간다.
그래서 클린턴 장관은 미국과 중국이 ‘같은 배’를 탔다고 했다. 요사이 미국과 중국을 가리켜 ‘CO₂공범자(common sinner)’라는 말을 한다. 그래서 공범자끼리의 세계 환경개선 협력을 강조한다. 이 역시 오바마 정부의 의제로 떠올랐다.
더 나아가 지난 1월 미·중 수교 30년을 맞아 베이징에서 열린 기념식에 참석한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前(전) 카터 대통령 안보보좌관은 “미·중 상호의존이 세계 정치경제 안정의 기초 관건이기 때문에 미·중 관계는 진정 포괄적, 지구촌적 파트너십이 되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 ‘G-2’ 대화(정기적, 비공식적, 솔직하고 개인적인)를 설정하라”고 촉구했다.
이렇게 되면 지금까지 G-8 정상회담 자리에서 옵서버에 불과했던 중국이 G-8을 넘어 G-2로 일거에 미국 외교의 제1우선 대상으로 격상되는 것이다. 미중 G-2 대화가 공식화되면 경제와 안보의 파트너십이 가속된다.
2009년의 경제위기는 대한민국에 첫째는 국력에 대한 자만과 비관을 넘는 종합측정평가 방식과 능력을 새로 키워야 함을 가르치고 있다. 둘째는 핵이나 테러보다 더 중요해진 미국 경제침체 극복노력 과정에서 전개될 미·중 간의 협력 또는 상호 의존관계의 재설정이 투사할 제3국에의 영향을 주목하게 한다.
오바마 1기 정권에서는 미·일 중심의 아시아 질서패턴에서 금방 이탈하기 어려울 것이다. 또 중국과의 파트너십이 부진하면 G-2는 불가능해진다. 그러나 중국이 미국의 금융경제 위기 탈출에 결정적 호흡을 맞추면 중기적으로는 아시아 태평양 질서재편이 일어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북한 핵문제나 남북통일과 평화교섭에 있어 한국은 미국 중국과의 ‘국력’ 차이만큼의 대접과 고통을 감내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느 때보다 ‘종합국력’을 키워야 하고 미·중 관계를 예의주시하며 대처해 가야 할 민족적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