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남아 있는 세계경제의 폭탄들
1. 상업은행 부실
2. 파산업종 확산
3. 파산지역 확산
4. 주택거품 붕괴의 전 세계적 확산
5. 중국경제 硬착륙
6. 전 세계 신흥 中産層의 몰락
7. 대형 年·基金 파산, 테러, 국제분쟁, 자연재해 등
8. 공황심리의 확산
⊙ 이번 위기는 위험 잠복해 있는 ‘떡시루형’
⊙ 내년 이후에나 경기회복 기대 가능
崔聖煥
⊙ 1956년 대구 출생.
⊙ 고려大 경제학과 졸업, 美 펜실베이니아大 경제학 석·박사.
⊙ 한국은행 조사부·워싱턴사무소 과장, 조선일보 경제전문기자 역임.
現 고려大 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 저서: <얼굴 없는 대통령> <직장인을 위한 생존경제학>.
1. 상업은행 부실
2. 파산업종 확산
3. 파산지역 확산
4. 주택거품 붕괴의 전 세계적 확산
5. 중국경제 硬착륙
6. 전 세계 신흥 中産層의 몰락
7. 대형 年·基金 파산, 테러, 국제분쟁, 자연재해 등
8. 공황심리의 확산
⊙ 이번 위기는 위험 잠복해 있는 ‘떡시루형’
⊙ 내년 이후에나 경기회복 기대 가능
崔聖煥
⊙ 1956년 대구 출생.
⊙ 고려大 경제학과 졸업, 美 펜실베이니아大 경제학 석·박사.
⊙ 한국은행 조사부·워싱턴사무소 과장, 조선일보 경제전문기자 역임.
現 고려大 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 저서: <얼굴 없는 대통령> <직장인을 위한 생존경제학>.
- 거리에 나와 일자리를 구하는 중국의 실업자들. 중국 경제의 軟착륙 여부는 세계경제 회복의 중요한 변수다.
全(전)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이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불안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한고비를 넘길 만하면 또 다른 폭탄이나 지뢰가 터지면서 그때마다 자빠지고 엎어지는 모양새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필자가 새로 만들어낸 용어가 ‘떡시루형’이다. 떡시루는 바닥이 넓으면서도 중간에 구멍이 여러 개 뚫려있다. 경제가 옆 걸음을 치는 와중에 큰 충격이 또다시 닥칠 가능성이 높고, 그때마다 뚫린 구멍에 빠지지 않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에서 요즘의 상황은 떡시루를 닮았다.
外換(외환)위기 직후 우리 경제의 회복 유형을 예측할 때 많이 나왔던 영어 알파벳이 V, U, L, W였다. 최근 들어 글로벌 금융위기가 예상보다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회복 유형에 대한 언급도 부쩍 늘어나고 있다.
V자형은 경제가 급락하는 만큼 빨리 급등한다는 것이고, U자형은 V자형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천천히 가라앉았다가 천천히 회복한다는 뜻이다. 반면 L자형은 일본형 장기침체를 말하는 것이고, W자형은 경제가 되살아나는 듯하다가 다시 급락하는 이른바 더블딥(double-dip) 현상을 의미한다. ‘떡시루형’은 W자가 여러 번 겹치면서 침체가 장기화되는 경우여서 건너가기가 매우 어려운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작년 하반기만 하더라도 미국의 금융시장이 단기간에 위기를 겪고 나면 곧 정상화될 것으로 예상했었다. 작년 하반기에 내놓은 미국의 경기전망을 보면 올해 하반기면 본격적인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했다. 그러나 점차 비관적으로 돌아서면서 최근 들어서는 2010년에 가야 미국 경제가 회복세로 들어서겠지만 그 강도와 속도는 매우 미약하거나, 최악의 경우 2011년에 가서야 회복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와 스티븐 로치 모건스탠리 아시아담당 회장 등 일부 비관론자들만이 경기회복의 지연을 내다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 평소 낙관적이었던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지난 3월 중순 “지난 6개월 사이에 미국 경제가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면서 “미국이 경제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도 빠른 시간 내에 미국 경제가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쪽으로 돌아서고 있다. 특히 FRB는 이달 초 12개 지역연방은행들의 경제활동 동향보고서에서 “미국 전역의 경제가 더 악화되고 있다”면서 “올 연말이나 내년 초까지 경기회복 조짐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비관적 전망 점점 늘어
이와 함께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와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도 비관적 시각이 지배적이다. 미국의 온라인 증권사 찰스슈왑이 3000억 달러 이상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는 1240명의 금융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3월 초)에서 응답자 전원이 이번 경기침체가 내년에 가야 끝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중 15%는 내년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지난 2월 중순경 경제전문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대다수 응답자들은 올해 3분기에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소폭의 증가세로 돌아서겠지만, 올해 안에 경제가 본격적으로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52명에 달하는 이들 경제전문가는 미국의 경기부양책에 대해 실망감을 표시하면서 1990년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과 같은 실수를 되풀이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보도했다.
또 미국의 대표적인 경제조사기관인 컨퍼런스 보드가 71명의 CEO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올해 안으로 경제가 회복될 것으로 내다본 CEO는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 40%의 CEO들은 이번 경기침체가 2010년까지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유럽 경제도 올해 하반기 회복되리라던 당초 전망과는 달리 내년이 돼야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게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수정 전망이다.
물론 앨런 블라인더 프린스턴대 교수와 윌리엄 풀 전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처럼 시장의 自淨(자정) 능력과 경기부양 효과에 따라 미국 경제가 올 하반기에는 회복세로 접어들 것이라는 주장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비관적인 전망이 대세를 이루면서 경기회복이 예상보다 빠를 수도 있다는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필자도 비관적인 전망 쪽이다. 필자가 비관적인 이유는 아직도 터져 나올 폭탄이 많다고 보기 때문이다. 앞으로 예상되거나 예상치 못하는 구멍들이 적지 않을 경우 떡시루의 크기는 점점 더 커지게 되고 떡시루의 깊이는 점점 더 깊어질 것이다. 그에 따라 경기회복 또한 점점 더 뒤로 늦춰지게 될 것이다.
특히 떡시루의 깊이와 크기는 니얼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가 언급한 것처럼 ‘대공황(Great Depression)’ 수준은 아니지만 그에 버금가는 ‘대침체(Great Recession)’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라고 보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예상되는 폭탄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첫 번째로는 상업은행 부실을 들 수 있다. 이 폭탄은 이미 터지고 있는 것이기도 하지만, 잠재적인 폭발력이 강하다. 미국의 시티그룹과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 영국의 HSBC처럼 이미 부실이 불거져 나온 대형은행들 외에도 상당수 대형은행들의 부실이 표면화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작년 하반기에 닥친 경제위기가 리먼브러더스, 메릴린치와 같은 투자은행 부실의 폭발이었다면 이번에는 상업은행 부실이 폭발하는 것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대형은행들의 부실에 이어 중소형 은행들도 대거 파산하는 사태가 발생하는 경우다. 주택대출 관련 부실에 이어 카드 및 자동차 관련 대출 부실 등 부실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은행 파산을 보면 1980년대 초중반에 발생한 ‘저축대부조합 위기(S&L Crisis)’가 최고조에 달했던 1989년에는 무려 534개의 은행이 파산했다. 이후 1992년까지 매년 100~300여 개의 은행이 파산했고, 1995년에 가서야 한자릿수(8개) 파산을 기록했다. 이후 2002년(11개)을 제외하면 2007년(3개)까지 한자릿수 파산을 보였지만 작년에는 30개로 파산은행이 늘어났고 올 들어서는 지난 2월 말까지 16개의 은행이 파산했다.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앞으로 은행 파산이 수백 개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두 번째 폭탄은 破産(파산) 업종의 확산이다. 아직까지는 은행 위주로 부실과 파산이 진행되고 있고 보험업(AIG)과 자동차업(GM 등) 정도이지만 전 업종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자동차 빅3는 이미 파산지경으로 내몰리고 있다. 대표적인 우량기업이었던 GE(제너럴일렉트릭)도 금융부문의 부실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과잉생산능력 조정이 일어나는 과정에서 자동차, 전기·전자, 석유화학, 조선 등 제조업은 물론 해운과 유통, 엔터테인먼트, 레저 등 서비스업도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일본의 소니와 파나소닉, 네덜란드의 필립스 등은 이미 작년에 대규모 손실로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파산지역의 확산과 주택거품의 붕괴
세 번째는 파산지역의 확산이다.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글로벌化(화)를 타고 전 세계로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아이슬란드를 비롯해 라트비아·우크라이나·헝가리 등 東(동)유럽 국가들은 물론 아일랜드도 국가부도위기를 맞고 있다. 이들 동유럽 국가가 디폴트, 즉 債務(채무)불이행을 선언할 경우 동유럽에 대출이 많은 西(서)유럽 은행들도 대규모 부실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 이 경우 이미 瀕死(빈사)지경에 몰려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거나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영국의 HSBC,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는 물론 유럽대륙의 대형 은행들도 큰 위험에 빠지게 될 것이다.
게다가 동유럽發(발) 금융위기는 도미노 현상을 일으키면서 아직까지 전면에 등장하지 않고 있는 南美(남미)와 東南亞(동남아) 국가들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최근 들어 5~6%대의 높은 성장률을 보였던 아프리카 국가들도 경제 및 외채 등에서 규모는 작다고 하지만 위기대열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다. 原油(원유) 등 국제원자재의 하락안정세가 이어질 경우 원자재 수출비중이 높은 국가들의 파산위험성이 높아지게 될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덧붙일 것은 미국의 캘리포니아州(주)에서 보는 것과 같은 지방정부의 파산 가능성이다. 각국 정부가 공격적인 경기부양과 減稅(감세)를 하는 과정에서 稅收(세수) 부족으로 인해 지방정부들이 파산할 경우 적지 않은 파괴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 부분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네 번째 폭탄은 미국發(발) 주택거품의 붕괴가 유럽 등 전 세계로 확산되는 경우로, 이미 그 같은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주택가격(10대 도시 케이스-실러指數 기준)은 2006년 6월 高點(고점)대비 작년 12월까지 28.3%나 떨어졌다. 이번 금융위기의 震源地(진원지)라고 할 수 있는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장기주택담보대출)의 부실을 가져온 미국의 주택가격 하락이 아직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을 뿐 아니라, 앞으로도 10~20% 더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주택가격의 바닥을 보는 시기는 내년 상반기로 예상하고 있어서 그때까지 소비위축에 따른 경기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보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미국 주택가격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꿋꿋하게 버티던 유럽 주요국의 주택가격도 작년 말을 기준으로 거의 모두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있다. 독일이 지속적인 주택가격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고, 아일랜드와 덴마크의 주택가격이 작년 1분기, 영국과 스페인의 주택가격이 작년 2분기에 각각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프랑스의 주택가격 또한 작년 12월에 주요국 중에서는 마지막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 같은 주택가격의 동반 하락은 소비위축은 물론 주택관련 대출의 부실로 이어지면서 은행 등 금융기관의 부실과, 그에 이은 신용경색으로 실물경기 악화가 이어지는 미국형 악순환을 가져오게 될 것이다.
중국경제의 硬착륙과 新興 中産層의 몰락
다섯 번째 폭탄은 중국 경제의 軟(연)착륙 여부다.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중국 경제의 위상은 지난 3월 초 중국 정부가 새로운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보도에 뉴욕의 다우지수 등 전 세계 주요증시가 급등했다가 새로운 부양책이 나오지 않자 실망매물로 급락한 데서 잘 읽을 수 있다.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 3위의 경제대국인 중국의 올해 성장률이 중국 정부의 기대치(8%)는 아니더라도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치(6.7%) 정도만 된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일부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중국의 올해 성장률이 5% 안팎에 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경우 세계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은 상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추가적인 경기부양책이 없다면 7~8%대의 성장률을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여섯 번째 폭탄은 전 세계 新興 中産層(신흥 중산층)의 몰락 가능성이다.
2000년대 들어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등 신흥 시장국의 약진은 이들 나라에서 소비 여력이 높은 중산층을 量産(양산)해냈다. 이들 신흥 중산층이 휴대폰과 전자제품 등을 대거 사들이면서 우리나라와 같은 수출주도국들이 호황을 맞았다. 특히 우리나라의 수출 중 신흥 시장국 비중이 1990년에는 30%에 불과했지만 2000년에 50%대로 올라선 데 이어 2008년에는 70%에 육박하고 있다.
만약 동유럽과 남미는 물론 중국과 인도 등의 동남아, 中東(중동) 등 신흥 시장국들이 위기를 겪으면 우리나라 외환위기 때처럼 중산층이 대거 몰락하게 될 것이다. 그에 따라 최종소비재 수입도 급격하게 줄어들 될 것이다. 이 경우 우리나라처럼 최종소비재 수출이 많은 나라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중산층의 몰락은 이미 아이슬란드·그리스·라트비아 등에서 사회적 불안에 이어 정치적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의 미래학자 자크 아탈리가 최근에 내놓은 <위기 그리고 그 이후>에서 예측한 것처럼 경제적 불안은 사회적·정치적 불안으로 이어지고, 이는 경제를 더 어렵게 만들 것이다.
공황심리의 확산
일곱 번째 폭탄은 아직까지 별다른 조짐이 없지만 예상 가능한 범위에 드는 것들이다. 예를 들면 대형 年·基金(연·기금)의 부실 또는 파산, 9·11사태와 같은 대형 테러 또는 內戰(내전)이나 局地的(국지적)인 전쟁, 자원 또는 국경관련 분쟁 등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장기 가뭄 또는 홍수, 지진 등이 특정지역에 집중될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외에도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충격이 발생할 경우 그 규모의 크기에 상관없이 허약한 글로벌 경제와 금융이 크게 출렁일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폭탄은 공포 또는 恐慌(공황)심리의 확산이다. 이상에서 언급한 폭탄들이 터져 나올 경우 세계 경제는 더 추락할 것이다. 그에 따라 소비자와 투자자, 기업들은 더 움츠러들게 될 것이다.
특히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실업률이 8%대로 치솟는 등 해고 태풍이 예상되고 있다. 사람들에게 소득감소보다 더 두려운 것이 失業(실업) 공포가 아닌가.
미국 등 주요국 정부가 경기부양 및 구제금융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경기가 잘 살아나고 있지 않다. 뿐만 아니라 시중에 돈이 잘 돌지 않는 신용경색도 잘 해소되지 않고 있는 것이 이번 위기의 특징이다. 떡시루에 나있는 구멍을 통해 부은 물이 그냥 빠져나가는 모양새라고 할 수 있다. 이 경우 소비자와 투자자, 기업들의 공포심리가 더욱 더 커지면서 금융시장과 실물경기가 동반 추락하는 악순환에 빠져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全 세계 교역량 80년 만에 최대폭으로 감소할 것
이쯤에서 결론을 내려보자. 미국의 엔진이 꺼지면서 시작된 이번 글로벌 경기침체는 유럽과 일본이 가세하면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주요 선진국들의 경제가 동반침체하는 양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등 주요국 정부가 공격적으로 경기부양과 구제금융에 나서고 있지만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이번 위기의 진원지인 미국, 특히 미국의 주택시장이 앞으로도 더 하락할 것으로 보임에 따라 미국 경제의 회복은 2010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이라면 새로운 엔진 중국이 그런대로 돌아가고 있다는 점이지만, 덩치로 보나 파급효과로 보나 세계 경제를 짊어지고 가기에는 아직은 역부족이다. 여기다 앞으로 예상되는 폭탄(충격)도 대형은행은 물론 중소형 은행의 파산 가능성, 파산 업종 및 지역의 글로벌 확산, 주택거품의 글로벌 붕괴, 신흥 시장국의 신흥 중산층의 몰락 가능성, 공포심리의 확산 등 한두 가지가 아니다.
결국 지금으로서는 떡시루의 크기와 깊이가 점점 더 커지고 깊어질 가능성이 높을 뿐 아니라, 구멍의 수도 쉽사리 헤아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은행이 지난 3월 초에 내놓은 개발도상국 관련 보고서에서 올해 전 세계 성장률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떨어지고, 전 세계 교역량은 80년 만에 최대폭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언급한 것도 이 같은 불확실성에 무게를 더해 주고 있다.⊙
이에 따라 필자가 새로 만들어낸 용어가 ‘떡시루형’이다. 떡시루는 바닥이 넓으면서도 중간에 구멍이 여러 개 뚫려있다. 경제가 옆 걸음을 치는 와중에 큰 충격이 또다시 닥칠 가능성이 높고, 그때마다 뚫린 구멍에 빠지지 않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에서 요즘의 상황은 떡시루를 닮았다.
外換(외환)위기 직후 우리 경제의 회복 유형을 예측할 때 많이 나왔던 영어 알파벳이 V, U, L, W였다. 최근 들어 글로벌 금융위기가 예상보다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회복 유형에 대한 언급도 부쩍 늘어나고 있다.
V자형은 경제가 급락하는 만큼 빨리 급등한다는 것이고, U자형은 V자형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천천히 가라앉았다가 천천히 회복한다는 뜻이다. 반면 L자형은 일본형 장기침체를 말하는 것이고, W자형은 경제가 되살아나는 듯하다가 다시 급락하는 이른바 더블딥(double-dip) 현상을 의미한다. ‘떡시루형’은 W자가 여러 번 겹치면서 침체가 장기화되는 경우여서 건너가기가 매우 어려운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작년 하반기만 하더라도 미국의 금융시장이 단기간에 위기를 겪고 나면 곧 정상화될 것으로 예상했었다. 작년 하반기에 내놓은 미국의 경기전망을 보면 올해 하반기면 본격적인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했다. 그러나 점차 비관적으로 돌아서면서 최근 들어서는 2010년에 가야 미국 경제가 회복세로 들어서겠지만 그 강도와 속도는 매우 미약하거나, 최악의 경우 2011년에 가서야 회복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와 스티븐 로치 모건스탠리 아시아담당 회장 등 일부 비관론자들만이 경기회복의 지연을 내다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 평소 낙관적이었던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지난 3월 중순 “지난 6개월 사이에 미국 경제가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면서 “미국이 경제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도 빠른 시간 내에 미국 경제가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쪽으로 돌아서고 있다. 특히 FRB는 이달 초 12개 지역연방은행들의 경제활동 동향보고서에서 “미국 전역의 경제가 더 악화되고 있다”면서 “올 연말이나 내년 초까지 경기회복 조짐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비관적 전망 점점 늘어
이와 함께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와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도 비관적 시각이 지배적이다. 미국의 온라인 증권사 찰스슈왑이 3000억 달러 이상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는 1240명의 금융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3월 초)에서 응답자 전원이 이번 경기침체가 내년에 가야 끝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중 15%는 내년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지난 2월 중순경 경제전문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대다수 응답자들은 올해 3분기에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소폭의 증가세로 돌아서겠지만, 올해 안에 경제가 본격적으로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52명에 달하는 이들 경제전문가는 미국의 경기부양책에 대해 실망감을 표시하면서 1990년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과 같은 실수를 되풀이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보도했다.
또 미국의 대표적인 경제조사기관인 컨퍼런스 보드가 71명의 CEO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올해 안으로 경제가 회복될 것으로 내다본 CEO는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 40%의 CEO들은 이번 경기침체가 2010년까지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유럽 경제도 올해 하반기 회복되리라던 당초 전망과는 달리 내년이 돼야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게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수정 전망이다.
물론 앨런 블라인더 프린스턴대 교수와 윌리엄 풀 전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처럼 시장의 自淨(자정) 능력과 경기부양 효과에 따라 미국 경제가 올 하반기에는 회복세로 접어들 것이라는 주장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비관적인 전망이 대세를 이루면서 경기회복이 예상보다 빠를 수도 있다는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필자도 비관적인 전망 쪽이다. 필자가 비관적인 이유는 아직도 터져 나올 폭탄이 많다고 보기 때문이다. 앞으로 예상되거나 예상치 못하는 구멍들이 적지 않을 경우 떡시루의 크기는 점점 더 커지게 되고 떡시루의 깊이는 점점 더 깊어질 것이다. 그에 따라 경기회복 또한 점점 더 뒤로 늦춰지게 될 것이다.
특히 떡시루의 깊이와 크기는 니얼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가 언급한 것처럼 ‘대공황(Great Depression)’ 수준은 아니지만 그에 버금가는 ‘대침체(Great Recession)’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라고 보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예상되는 폭탄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첫 번째로는 상업은행 부실을 들 수 있다. 이 폭탄은 이미 터지고 있는 것이기도 하지만, 잠재적인 폭발력이 강하다. 미국의 시티그룹과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 영국의 HSBC처럼 이미 부실이 불거져 나온 대형은행들 외에도 상당수 대형은행들의 부실이 표면화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작년 하반기에 닥친 경제위기가 리먼브러더스, 메릴린치와 같은 투자은행 부실의 폭발이었다면 이번에는 상업은행 부실이 폭발하는 것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대형은행들의 부실에 이어 중소형 은행들도 대거 파산하는 사태가 발생하는 경우다. 주택대출 관련 부실에 이어 카드 및 자동차 관련 대출 부실 등 부실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은행 파산을 보면 1980년대 초중반에 발생한 ‘저축대부조합 위기(S&L Crisis)’가 최고조에 달했던 1989년에는 무려 534개의 은행이 파산했다. 이후 1992년까지 매년 100~300여 개의 은행이 파산했고, 1995년에 가서야 한자릿수(8개) 파산을 기록했다. 이후 2002년(11개)을 제외하면 2007년(3개)까지 한자릿수 파산을 보였지만 작년에는 30개로 파산은행이 늘어났고 올 들어서는 지난 2월 말까지 16개의 은행이 파산했다.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앞으로 은행 파산이 수백 개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두 번째 폭탄은 破産(파산) 업종의 확산이다. 아직까지는 은행 위주로 부실과 파산이 진행되고 있고 보험업(AIG)과 자동차업(GM 등) 정도이지만 전 업종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자동차 빅3는 이미 파산지경으로 내몰리고 있다. 대표적인 우량기업이었던 GE(제너럴일렉트릭)도 금융부문의 부실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과잉생산능력 조정이 일어나는 과정에서 자동차, 전기·전자, 석유화학, 조선 등 제조업은 물론 해운과 유통, 엔터테인먼트, 레저 등 서비스업도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일본의 소니와 파나소닉, 네덜란드의 필립스 등은 이미 작년에 대규모 손실로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파산지역의 확산과 주택거품의 붕괴
세 번째는 파산지역의 확산이다.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글로벌化(화)를 타고 전 세계로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아이슬란드를 비롯해 라트비아·우크라이나·헝가리 등 東(동)유럽 국가들은 물론 아일랜드도 국가부도위기를 맞고 있다. 이들 동유럽 국가가 디폴트, 즉 債務(채무)불이행을 선언할 경우 동유럽에 대출이 많은 西(서)유럽 은행들도 대규모 부실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 이 경우 이미 瀕死(빈사)지경에 몰려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거나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영국의 HSBC,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는 물론 유럽대륙의 대형 은행들도 큰 위험에 빠지게 될 것이다.
게다가 동유럽發(발) 금융위기는 도미노 현상을 일으키면서 아직까지 전면에 등장하지 않고 있는 南美(남미)와 東南亞(동남아) 국가들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최근 들어 5~6%대의 높은 성장률을 보였던 아프리카 국가들도 경제 및 외채 등에서 규모는 작다고 하지만 위기대열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다. 原油(원유) 등 국제원자재의 하락안정세가 이어질 경우 원자재 수출비중이 높은 국가들의 파산위험성이 높아지게 될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덧붙일 것은 미국의 캘리포니아州(주)에서 보는 것과 같은 지방정부의 파산 가능성이다. 각국 정부가 공격적인 경기부양과 減稅(감세)를 하는 과정에서 稅收(세수) 부족으로 인해 지방정부들이 파산할 경우 적지 않은 파괴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 부분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네 번째 폭탄은 미국發(발) 주택거품의 붕괴가 유럽 등 전 세계로 확산되는 경우로, 이미 그 같은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주택가격(10대 도시 케이스-실러指數 기준)은 2006년 6월 高點(고점)대비 작년 12월까지 28.3%나 떨어졌다. 이번 금융위기의 震源地(진원지)라고 할 수 있는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장기주택담보대출)의 부실을 가져온 미국의 주택가격 하락이 아직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을 뿐 아니라, 앞으로도 10~20% 더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주택가격의 바닥을 보는 시기는 내년 상반기로 예상하고 있어서 그때까지 소비위축에 따른 경기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보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미국 주택가격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꿋꿋하게 버티던 유럽 주요국의 주택가격도 작년 말을 기준으로 거의 모두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있다. 독일이 지속적인 주택가격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고, 아일랜드와 덴마크의 주택가격이 작년 1분기, 영국과 스페인의 주택가격이 작년 2분기에 각각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프랑스의 주택가격 또한 작년 12월에 주요국 중에서는 마지막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 같은 주택가격의 동반 하락은 소비위축은 물론 주택관련 대출의 부실로 이어지면서 은행 등 금융기관의 부실과, 그에 이은 신용경색으로 실물경기 악화가 이어지는 미국형 악순환을 가져오게 될 것이다.
중국경제의 硬착륙과 新興 中産層의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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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런던의 주택가에 내걸린 매물 안내판들. 미국에서 시작된 주택거품의 붕괴가 유럽으로 확산되고 있다. |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중국 경제의 위상은 지난 3월 초 중국 정부가 새로운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보도에 뉴욕의 다우지수 등 전 세계 주요증시가 급등했다가 새로운 부양책이 나오지 않자 실망매물로 급락한 데서 잘 읽을 수 있다.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 3위의 경제대국인 중국의 올해 성장률이 중국 정부의 기대치(8%)는 아니더라도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치(6.7%) 정도만 된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일부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중국의 올해 성장률이 5% 안팎에 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경우 세계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은 상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추가적인 경기부양책이 없다면 7~8%대의 성장률을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여섯 번째 폭탄은 전 세계 新興 中産層(신흥 중산층)의 몰락 가능성이다.
2000년대 들어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등 신흥 시장국의 약진은 이들 나라에서 소비 여력이 높은 중산층을 量産(양산)해냈다. 이들 신흥 중산층이 휴대폰과 전자제품 등을 대거 사들이면서 우리나라와 같은 수출주도국들이 호황을 맞았다. 특히 우리나라의 수출 중 신흥 시장국 비중이 1990년에는 30%에 불과했지만 2000년에 50%대로 올라선 데 이어 2008년에는 70%에 육박하고 있다.
만약 동유럽과 남미는 물론 중국과 인도 등의 동남아, 中東(중동) 등 신흥 시장국들이 위기를 겪으면 우리나라 외환위기 때처럼 중산층이 대거 몰락하게 될 것이다. 그에 따라 최종소비재 수입도 급격하게 줄어들 될 것이다. 이 경우 우리나라처럼 최종소비재 수출이 많은 나라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중산층의 몰락은 이미 아이슬란드·그리스·라트비아 등에서 사회적 불안에 이어 정치적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의 미래학자 자크 아탈리가 최근에 내놓은 <위기 그리고 그 이후>에서 예측한 것처럼 경제적 불안은 사회적·정치적 불안으로 이어지고, 이는 경제를 더 어렵게 만들 것이다.
공황심리의 확산
일곱 번째 폭탄은 아직까지 별다른 조짐이 없지만 예상 가능한 범위에 드는 것들이다. 예를 들면 대형 年·基金(연·기금)의 부실 또는 파산, 9·11사태와 같은 대형 테러 또는 內戰(내전)이나 局地的(국지적)인 전쟁, 자원 또는 국경관련 분쟁 등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장기 가뭄 또는 홍수, 지진 등이 특정지역에 집중될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외에도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충격이 발생할 경우 그 규모의 크기에 상관없이 허약한 글로벌 경제와 금융이 크게 출렁일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폭탄은 공포 또는 恐慌(공황)심리의 확산이다. 이상에서 언급한 폭탄들이 터져 나올 경우 세계 경제는 더 추락할 것이다. 그에 따라 소비자와 투자자, 기업들은 더 움츠러들게 될 것이다.
특히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실업률이 8%대로 치솟는 등 해고 태풍이 예상되고 있다. 사람들에게 소득감소보다 더 두려운 것이 失業(실업) 공포가 아닌가.
미국 등 주요국 정부가 경기부양 및 구제금융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경기가 잘 살아나고 있지 않다. 뿐만 아니라 시중에 돈이 잘 돌지 않는 신용경색도 잘 해소되지 않고 있는 것이 이번 위기의 특징이다. 떡시루에 나있는 구멍을 통해 부은 물이 그냥 빠져나가는 모양새라고 할 수 있다. 이 경우 소비자와 투자자, 기업들의 공포심리가 더욱 더 커지면서 금융시장과 실물경기가 동반 추락하는 악순환에 빠져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全 세계 교역량 80년 만에 최대폭으로 감소할 것
이쯤에서 결론을 내려보자. 미국의 엔진이 꺼지면서 시작된 이번 글로벌 경기침체는 유럽과 일본이 가세하면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주요 선진국들의 경제가 동반침체하는 양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등 주요국 정부가 공격적으로 경기부양과 구제금융에 나서고 있지만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이번 위기의 진원지인 미국, 특히 미국의 주택시장이 앞으로도 더 하락할 것으로 보임에 따라 미국 경제의 회복은 2010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이라면 새로운 엔진 중국이 그런대로 돌아가고 있다는 점이지만, 덩치로 보나 파급효과로 보나 세계 경제를 짊어지고 가기에는 아직은 역부족이다. 여기다 앞으로 예상되는 폭탄(충격)도 대형은행은 물론 중소형 은행의 파산 가능성, 파산 업종 및 지역의 글로벌 확산, 주택거품의 글로벌 붕괴, 신흥 시장국의 신흥 중산층의 몰락 가능성, 공포심리의 확산 등 한두 가지가 아니다.
결국 지금으로서는 떡시루의 크기와 깊이가 점점 더 커지고 깊어질 가능성이 높을 뿐 아니라, 구멍의 수도 쉽사리 헤아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은행이 지난 3월 초에 내놓은 개발도상국 관련 보고서에서 올해 전 세계 성장률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떨어지고, 전 세계 교역량은 80년 만에 최대폭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언급한 것도 이 같은 불확실성에 무게를 더해 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