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시모비스 공장 내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신한지주, 포스코, SK 텔레콤, LG 전자, 현대중공업…’
지난해 영업이익이나 순이익이 1조원을 돌파한 한국 기업은 이런 쟁쟁한 회사들을 포함해 모두 19곳이다. 이들을 일컬어 ‘1조원 클럽’이라 부른다. 지난해 6개 회사가 1조원 클럽에 신규 가입했다. 이 가운데 자동차부품 전문회사인 ‘현대모비스’가 있다.
일반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매출 9조3734억원, 영업이익 1조1866억원, 경상이익 1조2555억원, 당기순이익 1조900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10.4%, 43.9%가 늘었으며 경상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9.8%, 40.3% 증가하는 등 모두 창업 이래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세계 20대 자동차 부품회사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그동안 한국에서는 현대모비스를 알고 있는 사람들조차, ‘현대모비스=현대자동차 부품업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대모비스는 전체 매출에서 현대차와 기아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줄어, 이제 글로벌 자동차 부품회사로 변신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07년 8월부터 미 크라이슬러 그룹에 ‘컴플리트 섀시 모듈’을 공급하고 있다. 크라이슬러의 대표적인 사륜구동 차량인 랭글러의 하체를 현대모비스가 맡게 된 것.
‘2010년 글로벌 톱 10’ 진입이 목표라는 현대모비스는 중국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옌청(鹽城), 우시(無錫) 등 모두 4곳에 법인을 세웠다. 이들 법인은 중국 현지에서 에어백, 헤드램프, ABS 등 핵심부품을 생산, 중국에 진출한 현대차와 기아차는 물론 중국 로컬 자동차 메이커와 중국에 진출한 외국 자동차 메이커에 공급하고 있다.
현대모비스의 중국 법인 중 하나인 상하이모비스는 상하이 푸둥 공항에서 약 60㎞ 떨어진 송강구 가오신(高新) 과학기술원 개발구에 위치해 있다. 필자가 상하이모비스를 찾아간 날은 다행히 교통사정이 원활하여 푸둥 공항에서 공장까지 한 시간 남짓 걸렸다. 필자를 안내한 상하이모비스의 조선족 직원은 “푸둥 공항 고속도로가 막힐 경우 두 시간 넘게 걸릴 때도 있다”고 했다.
가오신 과학기술원 개발구는 한국으로 치면 대단위 공단인데, 곳곳에 공장이 꽉 들어차 있었다. 상하이모비스는 이 개발구 내 대지 약 7만5000㎡(약 2만5000평)에 시험센터와 공장(4300평), 현대기아차의 보수용 부품창고 등을 건설하여 운영하고 있다.
상하이모비스 건물은 공장과 시험센터가 1층부터 4층까지 들어서 있고, 5층에 법인 사무실이 위치해 있다. 천장이 매우 높아, 바깥에서는 10층짜리 건물로 보였다. 1층에는 이 회사의 주요 생산품인 운전석 모듈, 섀시 모듈, 에어백, ABS 제품 등이 전시돼 있다.
에어백 전문 생산
趙源將(조원장·55) 董事長(동사장: 전무, 현재는 인사발령이 나 모비스슬로박 및 모비스체코 담당)은 상하이모비스뿐만 아니라, 우시모비스, 장쑤모비스 등을 총괄하고 있다. 그는 1주일을 세 개로 쪼개 상하이, 우시, 옌청을 오가며 근무한다고 한다.
조원장 전무의 설명에 의하면 상하이모비스는 지난 2003년 설립된 베이징모비스에 이어 중국에서 두 번째 설립된 모비스 법인이다. 자본금 3200만 달러인 상하이모비스는 전체 직원이 177명인데, 한국에서 파견된 10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현지에서 채용한 중국인 직원이다.
이 회사의 주력 생산제품은 에어백이다. 지난해 상하이모비스는 현대와 기아차에 약 54만대분의 에어백(운전석과 승객석)을 공급했고, 중국 자동차 메이커인 남경기차에 4만대분의 에어백을 공급했다. 또 슬로바키아와 러시아에 위치한 기아차 공장에 9만대분의 에어백을 공급한 것을 합하면, 지난해 모두 67만대분의 에어백을 판매한 셈이다.
조원장 전무는 “올해는 운전석 에어백 90만개, 승객석 에어백 70만개를 생산할 계획이며, 2010년에는 각각 120만개, 100만개를 생산할 예정”이라고 했다. 다음은 조 전무와의 대화.
―전 세계 경제가 대단히 어려운데, 상하이모비스의 경영상황은 어떻습니까.
“미국發(발) 금융위기만 아니었으면, 2008년 매출액이 지난해보다 150% 늘었을 것입니다. 10~11월이 특히 어려웠는데, 11월 말부터는 중국 춘제(春節) 特需(특수) 덕분에 자동차 판매가 호전돼 2007년과 비슷한 실적을 냈습니다. 올해부터 상하이모비스는 현대기아차에 공급하는 물량을 줄이고, 다른 완성차 업체에 공급하는 물량을 늘릴 계획입니다.”
상하이모비스는 지난해 중국의 완성차 업체인 장사중태, 제일교차, 장성기차 등에서 모두 1억1320만 달러의 수주실적을 기록했다. 상하이모비스의 2006년, 2007년 他(타)회사의 OEM 수주실적을 합친 액수는 1억5600만 달러였다. 현재 장사중태와 약 5000만 달러 규모의 안전시스템 수주계약을 진행 중이고, 상하이 폴크스바겐과 일기 폴크스바겐에서 램프 수주를 위한 영업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중국 내 모비스 법인은 위안화 가치 폭등과 근로자들의 임금상승으로 二重苦(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에 대한 조 전무의 설명.
“2003년 중국에 처음 왔을 때 중국 근로자의 임금은 우리나라의 8분의 1 수준이었으나, 지금은 약 4분의 1~5분의 1 수준입니다. 매년 중국 정부가 약 10%씩 임금 인상을 지시해서 현재 중국 근로자의 임금은 약 2500위안(한화 50만원)입니다. 게다가 신노동법 때문에 앞으로 정규직이 늘어나면 임금과 복지비용 부담이 더 커질 것입니다. 우리는 중국인 종업원들을 한국 종업원만큼 생산성을 높이는 데 역점을 두고 있어요. 올해 주재원 5명을 본사로 돌려보냈습니다. 이들에게 쓰일 비용을 중국 종업원들에게 돌려주고, 중국 종업들에게 이들의 권한을 주는 거죠.”
기술연구센터의 비밀
―신노동법에 대한 우려가 높은데, 모비스에는 타격이 없나요.
“앞으로 고용비용이 다소 높아지겠지만, 지금까지 중국의 고용법규를 잘 지켜 왔기 때문에 별다른 어려움은 없을 겁니다. 중국 정부에서 신노동법이 시행되면서 우리나라의 노조 격인 工會(공회) 설립을 의무화하고 있어요. 하지만 공회는 단체행동권이 없어서 파업이 불가능해요. 중국 정부가 제시하는 가이드라인만 잘 지키면 한국보다 일하기 편합니다.”
金兵洙(김병수·51) 총경리(이사)와 함께 건물 1층에 있는 상하이모비스 기술연구센터를 둘러봤다. 기술연구센터에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고 육중한 시험장비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의 시험장비들은 처음에 시험조건만 인식시켜 놓으면, 스스로 시험을 마치고 데이터를 산출해 연구원의 컴퓨터에 전송해 주기 때문에 사람이 필요 없다고 한다.
김 총경리의 설명에 의하면 상하이모비스 기술연구센터는 중국 모비스 법인이 생산하는 각종 부품에 대한 시험을 하는 곳이다. 현대모비스는 약 50억원을 투자해 이곳에 123종의 장비를 갖추고 각종 부품의 재료시험, 환경시험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 기술연구센터의 시험을 거친 모든 부품은 중국 정부의 시험을 거친 것과 동일한 효력을 가진다. 이는 2008년 10월 중국국가인증위원회의 CNAS(China National Accreditation Service) 인증을 획득했기 때문. 김병수 총경리의 설명이다.
“CNAS는 약 1년 반 동안 기술능력, 운영체계, 시험관리 등의 분야에서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 획득할 수 있습니다. 중국 정부에서 해당 기관이 중국 국가기관과 동일하거나 우월한 시험설비와 기술능력을 보유한 업체라고 인정해야 인증서를 내줍니다. 국내 자동차 관련 업체로는 우리가 최초로 인증서를 받았는데, 중국 내 자동차 관련업체 가운데 인증서를 받은 업체가 20여 곳에 지나지 않습니다.”
―인증서를 받으면 어떤 이익이 있습니까.
“지금까지는 한국이나 중국 공인기관에 부품을 보내서 인증받았지만 지금은 우리 기술연구센터에서 자체 시험으로 공인을 받을 수 있으니 인증기간이 50% 이상, 인증절차에 소요되는 비용도 30% 이상 절감됩니다. 비용절감뿐만 아니라, 중국 현지업체나 중국에 진출한 외국업체들에 우리가 생산하는 부품의 수주활동을 더욱 활발하게 할 수 있죠.”
기술연구센터 한쪽에는 대형 냉장고 크기의 시험장비들이 늘어서 있었다. 이 장비는 대당 1억원이 넘는 것으로, 태양열에 장기간 노출됐을 때 부품이 변색되는지를 테스트하는 장비라고 한다. 그 옆에는 열충격 테스트 장비가 자동차부품 하나를 영하 40도에서 영상 80도로 오르내리며 열 충격 여파를 시험하고 있었다. 자동차는 극지방부터 적도에 걸쳐 사용되기 때문에, 모든 시험 가운데 열 충격 시험이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기술연구센터를 둘러본 후, 2층과 3층에 있는 에어백 공장으로 올라갔다. 에어백은 상하이모비스의 주력제품으로, 이 회사는 지난 2004년 1월부터 에어백을 생산하기 시작, 지난해에는 중국, 러시아, 슬로바키아에서 생산되는 16종류의 차량에 에어백을 공급했다. 생산규모는 운전석, 승객석 에어백 각각 75만개다.
대개 공장 하면 어지러운 환경과 굴뚝을 연상하지만 상하이모비스 에어백 제조공장은 기계가 많은 사무실 같은 느낌이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공장 입구에 들어섰는데도 소음이 별로 없어 ‘여기가 공장인가 사무실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자동 컴퓨터 공정
공장 내부도 기술연구센터처럼 사람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 근로자들은 각 라인에 한 명씩 배치되어, 컴퓨터가 지시하는 부품을 컴퓨터가 지시하는 공정대로 조립하고 있었다. 각 라인의 근로자들은 컴퓨터가 ‘OK’ 사인을 내면 다음 라인으로 에어백 부품을 옮겼다. 컴퓨터가 모든 일을 다 해 주니 종업원들이 너무 수동적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 정도였다.
마지막 전기검사를 마친 에어백 제품은 하나씩 포장되어 상자에 담겼다. 김병수 총경리는 “상자와 제품에 각각 바코드가 붙어 있어, 어느 회사로 납품되어 어느 차량에 장착되는지 추적할 수 있다”고 했다. 덕분에 에어백의 재고관리와 품질관리 등이 손쉽게 이뤄진다고 한다.
짝퉁 제품으로 골머리 앓아
현대모비스가 중국에서 유명세를 타면서 온갖 문제에 부딪히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짝퉁 문제다. 중국이 짝퉁 천국이라지만, 에어백까지 짝퉁을 만들 수 있다는 걸 우리 국민들이 알고 있을까? 현대모비스는 짝퉁 에어백 때문에 현재 법적 소송을 준비 중이다.
지난 2008년 6월 베이징모비스로부터 ‘상하이모비스에서 만든 에어백이 차량사고 때 터지지 않았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상하이모비스 관계자들은 아연실색했다. 회사의 자존심과 이미지가 걸린 문제였다. 상하이모비스는 품질부 李燾熙(이도희) 부장을 사고가 난 베이징에 급파했다. 이 부장의 당시 회상이다.
“사고 현장에 가 보니, 사고는 이미 한 달 전에 났더군요. 사고 차량은 정비소에서 수리하고 있었고, 차량 내부는 말끔히 정리돼 있었어요. 그런데 정상적으로 작동이 안 됐다던 에어백이 터져 있는 겁니다. 운전석 에어백은 운전대 가운데 있는 혼(클랙슨)에서 나오는데, 이곳이 찢어져 있더군요. 그렇다면 에어백이 제대로 터졌다는 건데, 에어백 쿠션이 없더군요. 그래서 사고 차량 소유주와 정비소에 관계자, 차량제조업체에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어요. 그래도 막무가내로 에어백이 안 터졌다는 겁니다.”
―어떤 조치를 취했습니까.
“차량 사고지점 사방을 샅샅이 뒤졌더니 10m 떨어진 도랑에서 에어백 쿠션이 나오더군요. 제가 이걸 들이대며 ‘에어백이 터진 게 확실하다’고 하자, 피해자 측은 ‘경찰이 와서 확인했을 때 없었다’, ‘에어백이 그곳까지 날아간 이유가 뭐냐’고 오히려 따져 묻는 겁니다.”
―어떻게 그곳까지 날아간 건가요?
“날아간 게 아니라, 사고 차량 운전자가 도랑에 버린 것으로 추측됩니다. 사고 차량의 에어백 장착 혼 부분을 조사해 보니, 과거 사고가 나서 한 번 터졌던 흔적이 있더군요. 아마 정비소에서 차량정비를 하며, 기존에 터졌던 에어백을 집어넣고 단순 봉합만 했을 겁니다. 그래서 사고가 났을 때 에어백이 터지지 않자, 억지로 에어백을 꺼내 도랑에 버렸겠죠.
에어백이 터지면 혼에 있는 현대자동차 마크가 이지러지는데, 어느 정비소인지 현대차 마크까지 짝퉁으로 바꿨습니다. 전문가가 아니면 육안으로 확인할 수가 없어요. 차량 제조업체인 베이징현대 전문가들은 위조 부분을 인정했지만, 피해자와 중국 경찰이 이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이도희 부장은 당시 문제가 됐던 짝퉁 에어백과 정품 에어백을 가져와서 보여줬다. 에어백의 색깔, 현대차 마크 등을 봐서는 도저히 짝퉁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어리둥절해 하자 김병수 총경리와 이도희 부장은 “우리도 처음에는 알아보지 못했다”며 웃었다.
다음날, 우시(無錫)에 위치한 우시모비스로 향했다. 우시는 상하이에서 130km 떨어진 도시로, 인구 510만명, 면적은 서울시의 약 8배다. 근처에는 우리나라 충청북도 크기의 太湖(태호)가 위치해 있다. 태호는 중국 내 10대 관광지 가운데 하나다. 우시는 중국 9위의 경제규모(2005년 1인당 GDP 8000달러)라고 한다.
우시모비스
우시모비스가 위치한 우시 新區(신구)는 1992년 중국 국무원으로부터 국가 하이테크 산업개발구로 승인받은, 중국 내 세 번째 규모의 공단이다. 현재 이곳에는 전 세계 약 1300여 개 제조업체가 입주해 있다. 현재 글로벌 500대 기업 가운데 소니, 마쓰시타, 보시, 도요타, 샤프, 지멘스 등 80여 개 회사가 이곳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우시 정부와 신구 관리위원회는 신구 한편에 한국 공업단지(1차, 2차)를 마련해 주었다. 우리 기업들은 현대모비스를 비롯, 하이닉스반도체, LS그룹 등 자동차 부품, IC, LCD 업종이 이곳에 입주해 있다.
우시모비스에 도착하자 10만8000㎡(약 3만6000평)에 이르는 넓은 공장부지가 눈에 들어왔다. 이곳에는 제동공장, 조향공장, 프레스공장이 있고, 공장 뒤에는 약 4만8000㎡의 부지가 여분으로 남아 있었다.
총경리실에 들어가자, 李相駿(이상준·49) 총경리가 책상 앞에서 헤드셋을 쓴 채 서울 본사와 화상회의를 하고 있었다. 동행한 이승우 홍보과장은 “전 세계 현대모비스 직원들은 자신의 컴퓨터 앞에서 화상전화를 통해 수시로 회의를 한다”고 말했다. 우시모비스는 납입 자본금 3500만 달러에 종업원은 391명이며, 이 가운데 한국 직원은 총경리 포함 12명이다. 이곳도 매년 한국 직원 2~3명씩을 본사로 돌려보내 현지화를 진행하고 있다. 2008년 중국 내외에 있는 현대기아차에 ABS, 브레이크, 컬럼 등을 공급해 1억10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이상준 총경리와 함께 우시모비스 공장을 함께 둘러봤다. 사무실 아래는 각종 브레이크와 ABS를 만드는 제동공장이 있다. 제동공장에 들어서니, 10m 가까이 되는 높은 천장이 눈에 띄었다. 이상준 총경리는 “여름이 너무 더워서 천장을 높게 만들어야 시원하게 일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상하이모비스의 주력 제품이 에어백이라면 우시모비스의 주력은 브레이크 시스템인 ABS다. 우시모비스는 현대모비스의 간판 부품인 MEB(Mobis Electronic Brake)를 생산해 逆(역)으로 한국에 수출하고 있었다. 공장설비 전문가인 이 총경리는 천안공장에서 근무하던 중, 우시에서 MEB 생산을 책임지라는 임무를 받고 지난 2007년 12월 이곳에 부임했다고 한다.
중량은 독일, 일본 제품의 5분의 1
―MEB라는 제품은 일반인들에게 생소합니다.
“브레이크 시스템인 ABS는 잘 아시죠? 이 제품은 원래 독일 보시社(사)에서 처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ABS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보시에 라이선스 비용을 내야 합니다. 저희 회사는 지난 수년간 보시의 ABS를 능가하는 브레이크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고, 그 결과 탄생한 제품이 MEB입니다. 보시와 다른, 독자기술을 사용했다 해서 모비스를 이름에 넣었죠. 독일과 일본 제품들보다 품질이 낫다고 자부합니다.”
MEB 제품은 승용차용과 상용차(트럭, 버스 등)용 등 두 종류다. 현대모비스가 2년간 총 100억원을 투입해 개발한 상용 MEB는 기존 독일과 일본 제품 중량의 5분의 1 수준인 2.2㎏이다. 중량은 5분의 1로 줄였지만 제동거리와 가격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우시모비스는 지난 2008년 2월부터 MEB를 양산해 베이징현대자동차와 한국 전주에 있는 현대트럭 공장에 납품하고 있다. 당초 현대모비스 내에서는 ‘중국에서 최첨단 제품인 MEB를 제대로 생산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높았다고 한다. 이상준 총경리의 이야기다.
“중국 근로자의 수준으로 최첨단 제품인 MEB를 제대로 만들 수 있을지 다들 불안해 했습니다. 처음 이곳에 와 보니 중국 근로자들의 수준이 상당히 높고, 회사에 대한 열정도 매우 강하더군요.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회사가 조금만 도와주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됐습니다.”
우시모비스 金宗万(김종만) 부장의 얘기다.
“ABS는 현대모비스 천안공장에서 생산합니다. 우시에서 처음 MEB를 만들기 시작할 때는 천안공장 한국 근로자들의 80~90% 정도 생산성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몇 개월 내에 한국 직원 수준을 따라잡더군요. 당초 중국에서 MEB를 믿을 수 있겠냐고 의심하던 회사 관계자들도 이제 품질에 대해서는 전혀 의심하지 않아요.”
공장은 컴퓨터 시스템에 의해 돌아가고 있었다. 우시모비스 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는 1.4년이라고 한다. 대우도 좋고, 작업환경도 좋은데 왜 그렇게 빨리 회사를 그만둘까? 돌아오는 답은 이랬다.
“모비스에서 일하면 직원들 수준이 몇 단계 업그레이드됩니다. 다른 외국계 회사에서 높은 임금을 주고 이들을 스카우트해 가기 때문에 이직이 잦은 것이죠.”⊙
지난해 영업이익이나 순이익이 1조원을 돌파한 한국 기업은 이런 쟁쟁한 회사들을 포함해 모두 19곳이다. 이들을 일컬어 ‘1조원 클럽’이라 부른다. 지난해 6개 회사가 1조원 클럽에 신규 가입했다. 이 가운데 자동차부품 전문회사인 ‘현대모비스’가 있다.
일반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매출 9조3734억원, 영업이익 1조1866억원, 경상이익 1조2555억원, 당기순이익 1조900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10.4%, 43.9%가 늘었으며 경상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9.8%, 40.3% 증가하는 등 모두 창업 이래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세계 20대 자동차 부품회사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그동안 한국에서는 현대모비스를 알고 있는 사람들조차, ‘현대모비스=현대자동차 부품업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대모비스는 전체 매출에서 현대차와 기아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줄어, 이제 글로벌 자동차 부품회사로 변신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07년 8월부터 미 크라이슬러 그룹에 ‘컴플리트 섀시 모듈’을 공급하고 있다. 크라이슬러의 대표적인 사륜구동 차량인 랭글러의 하체를 현대모비스가 맡게 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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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하이모비스 1층 전시실에 있는 운전석 섀시 모듈. 크라이슬러의 랭글러에 납품된다. |
현대모비스의 중국 법인 중 하나인 상하이모비스는 상하이 푸둥 공항에서 약 60㎞ 떨어진 송강구 가오신(高新) 과학기술원 개발구에 위치해 있다. 필자가 상하이모비스를 찾아간 날은 다행히 교통사정이 원활하여 푸둥 공항에서 공장까지 한 시간 남짓 걸렸다. 필자를 안내한 상하이모비스의 조선족 직원은 “푸둥 공항 고속도로가 막힐 경우 두 시간 넘게 걸릴 때도 있다”고 했다.
가오신 과학기술원 개발구는 한국으로 치면 대단위 공단인데, 곳곳에 공장이 꽉 들어차 있었다. 상하이모비스는 이 개발구 내 대지 약 7만5000㎡(약 2만5000평)에 시험센터와 공장(4300평), 현대기아차의 보수용 부품창고 등을 건설하여 운영하고 있다.
상하이모비스 건물은 공장과 시험센터가 1층부터 4층까지 들어서 있고, 5층에 법인 사무실이 위치해 있다. 천장이 매우 높아, 바깥에서는 10층짜리 건물로 보였다. 1층에는 이 회사의 주요 생산품인 운전석 모듈, 섀시 모듈, 에어백, ABS 제품 등이 전시돼 있다.
에어백 전문 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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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원장 전무. |
조원장 전무의 설명에 의하면 상하이모비스는 지난 2003년 설립된 베이징모비스에 이어 중국에서 두 번째 설립된 모비스 법인이다. 자본금 3200만 달러인 상하이모비스는 전체 직원이 177명인데, 한국에서 파견된 10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현지에서 채용한 중국인 직원이다.
이 회사의 주력 생산제품은 에어백이다. 지난해 상하이모비스는 현대와 기아차에 약 54만대분의 에어백(운전석과 승객석)을 공급했고, 중국 자동차 메이커인 남경기차에 4만대분의 에어백을 공급했다. 또 슬로바키아와 러시아에 위치한 기아차 공장에 9만대분의 에어백을 공급한 것을 합하면, 지난해 모두 67만대분의 에어백을 판매한 셈이다.
조원장 전무는 “올해는 운전석 에어백 90만개, 승객석 에어백 70만개를 생산할 계획이며, 2010년에는 각각 120만개, 100만개를 생산할 예정”이라고 했다. 다음은 조 전무와의 대화.
―전 세계 경제가 대단히 어려운데, 상하이모비스의 경영상황은 어떻습니까.
“미국發(발) 금융위기만 아니었으면, 2008년 매출액이 지난해보다 150% 늘었을 것입니다. 10~11월이 특히 어려웠는데, 11월 말부터는 중국 춘제(春節) 特需(특수) 덕분에 자동차 판매가 호전돼 2007년과 비슷한 실적을 냈습니다. 올해부터 상하이모비스는 현대기아차에 공급하는 물량을 줄이고, 다른 완성차 업체에 공급하는 물량을 늘릴 계획입니다.”
상하이모비스는 지난해 중국의 완성차 업체인 장사중태, 제일교차, 장성기차 등에서 모두 1억1320만 달러의 수주실적을 기록했다. 상하이모비스의 2006년, 2007년 他(타)회사의 OEM 수주실적을 합친 액수는 1억5600만 달러였다. 현재 장사중태와 약 5000만 달러 규모의 안전시스템 수주계약을 진행 중이고, 상하이 폴크스바겐과 일기 폴크스바겐에서 램프 수주를 위한 영업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중국 내 모비스 법인은 위안화 가치 폭등과 근로자들의 임금상승으로 二重苦(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에 대한 조 전무의 설명.
“2003년 중국에 처음 왔을 때 중국 근로자의 임금은 우리나라의 8분의 1 수준이었으나, 지금은 약 4분의 1~5분의 1 수준입니다. 매년 중국 정부가 약 10%씩 임금 인상을 지시해서 현재 중국 근로자의 임금은 약 2500위안(한화 50만원)입니다. 게다가 신노동법 때문에 앞으로 정규직이 늘어나면 임금과 복지비용 부담이 더 커질 것입니다. 우리는 중국인 종업원들을 한국 종업원만큼 생산성을 높이는 데 역점을 두고 있어요. 올해 주재원 5명을 본사로 돌려보냈습니다. 이들에게 쓰일 비용을 중국 종업원들에게 돌려주고, 중국 종업들에게 이들의 권한을 주는 거죠.”
기술연구센터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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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수 이사. |
“앞으로 고용비용이 다소 높아지겠지만, 지금까지 중국의 고용법규를 잘 지켜 왔기 때문에 별다른 어려움은 없을 겁니다. 중국 정부에서 신노동법이 시행되면서 우리나라의 노조 격인 工會(공회) 설립을 의무화하고 있어요. 하지만 공회는 단체행동권이 없어서 파업이 불가능해요. 중국 정부가 제시하는 가이드라인만 잘 지키면 한국보다 일하기 편합니다.”
金兵洙(김병수·51) 총경리(이사)와 함께 건물 1층에 있는 상하이모비스 기술연구센터를 둘러봤다. 기술연구센터에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고 육중한 시험장비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의 시험장비들은 처음에 시험조건만 인식시켜 놓으면, 스스로 시험을 마치고 데이터를 산출해 연구원의 컴퓨터에 전송해 주기 때문에 사람이 필요 없다고 한다.
김 총경리의 설명에 의하면 상하이모비스 기술연구센터는 중국 모비스 법인이 생산하는 각종 부품에 대한 시험을 하는 곳이다. 현대모비스는 약 50억원을 투자해 이곳에 123종의 장비를 갖추고 각종 부품의 재료시험, 환경시험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 기술연구센터의 시험을 거친 모든 부품은 중국 정부의 시험을 거친 것과 동일한 효력을 가진다. 이는 2008년 10월 중국국가인증위원회의 CNAS(China National Accreditation Service) 인증을 획득했기 때문. 김병수 총경리의 설명이다.
“CNAS는 약 1년 반 동안 기술능력, 운영체계, 시험관리 등의 분야에서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 획득할 수 있습니다. 중국 정부에서 해당 기관이 중국 국가기관과 동일하거나 우월한 시험설비와 기술능력을 보유한 업체라고 인정해야 인증서를 내줍니다. 국내 자동차 관련 업체로는 우리가 최초로 인증서를 받았는데, 중국 내 자동차 관련업체 가운데 인증서를 받은 업체가 20여 곳에 지나지 않습니다.”
―인증서를 받으면 어떤 이익이 있습니까.
“지금까지는 한국이나 중국 공인기관에 부품을 보내서 인증받았지만 지금은 우리 기술연구센터에서 자체 시험으로 공인을 받을 수 있으니 인증기간이 50% 이상, 인증절차에 소요되는 비용도 30% 이상 절감됩니다. 비용절감뿐만 아니라, 중국 현지업체나 중국에 진출한 외국업체들에 우리가 생산하는 부품의 수주활동을 더욱 활발하게 할 수 있죠.”
기술연구센터 한쪽에는 대형 냉장고 크기의 시험장비들이 늘어서 있었다. 이 장비는 대당 1억원이 넘는 것으로, 태양열에 장기간 노출됐을 때 부품이 변색되는지를 테스트하는 장비라고 한다. 그 옆에는 열충격 테스트 장비가 자동차부품 하나를 영하 40도에서 영상 80도로 오르내리며 열 충격 여파를 시험하고 있었다. 자동차는 극지방부터 적도에 걸쳐 사용되기 때문에, 모든 시험 가운데 열 충격 시험이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기술연구센터를 둘러본 후, 2층과 3층에 있는 에어백 공장으로 올라갔다. 에어백은 상하이모비스의 주력제품으로, 이 회사는 지난 2004년 1월부터 에어백을 생산하기 시작, 지난해에는 중국, 러시아, 슬로바키아에서 생산되는 16종류의 차량에 에어백을 공급했다. 생산규모는 운전석, 승객석 에어백 각각 75만개다.
대개 공장 하면 어지러운 환경과 굴뚝을 연상하지만 상하이모비스 에어백 제조공장은 기계가 많은 사무실 같은 느낌이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공장 입구에 들어섰는데도 소음이 별로 없어 ‘여기가 공장인가 사무실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자동 컴퓨터 공정
공장 내부도 기술연구센터처럼 사람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 근로자들은 각 라인에 한 명씩 배치되어, 컴퓨터가 지시하는 부품을 컴퓨터가 지시하는 공정대로 조립하고 있었다. 각 라인의 근로자들은 컴퓨터가 ‘OK’ 사인을 내면 다음 라인으로 에어백 부품을 옮겼다. 컴퓨터가 모든 일을 다 해 주니 종업원들이 너무 수동적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 정도였다.
마지막 전기검사를 마친 에어백 제품은 하나씩 포장되어 상자에 담겼다. 김병수 총경리는 “상자와 제품에 각각 바코드가 붙어 있어, 어느 회사로 납품되어 어느 차량에 장착되는지 추적할 수 있다”고 했다. 덕분에 에어백의 재고관리와 품질관리 등이 손쉽게 이뤄진다고 한다.
짝퉁 제품으로 골머리 앓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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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하이모비스의 에어백 공장은 마치 사무실을 연상케 한다. |
지난 2008년 6월 베이징모비스로부터 ‘상하이모비스에서 만든 에어백이 차량사고 때 터지지 않았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상하이모비스 관계자들은 아연실색했다. 회사의 자존심과 이미지가 걸린 문제였다. 상하이모비스는 품질부 李燾熙(이도희) 부장을 사고가 난 베이징에 급파했다. 이 부장의 당시 회상이다.
“사고 현장에 가 보니, 사고는 이미 한 달 전에 났더군요. 사고 차량은 정비소에서 수리하고 있었고, 차량 내부는 말끔히 정리돼 있었어요. 그런데 정상적으로 작동이 안 됐다던 에어백이 터져 있는 겁니다. 운전석 에어백은 운전대 가운데 있는 혼(클랙슨)에서 나오는데, 이곳이 찢어져 있더군요. 그렇다면 에어백이 제대로 터졌다는 건데, 에어백 쿠션이 없더군요. 그래서 사고 차량 소유주와 정비소에 관계자, 차량제조업체에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어요. 그래도 막무가내로 에어백이 안 터졌다는 겁니다.”
―어떤 조치를 취했습니까.
“차량 사고지점 사방을 샅샅이 뒤졌더니 10m 떨어진 도랑에서 에어백 쿠션이 나오더군요. 제가 이걸 들이대며 ‘에어백이 터진 게 확실하다’고 하자, 피해자 측은 ‘경찰이 와서 확인했을 때 없었다’, ‘에어백이 그곳까지 날아간 이유가 뭐냐’고 오히려 따져 묻는 겁니다.”
―어떻게 그곳까지 날아간 건가요?
“날아간 게 아니라, 사고 차량 운전자가 도랑에 버린 것으로 추측됩니다. 사고 차량의 에어백 장착 혼 부분을 조사해 보니, 과거 사고가 나서 한 번 터졌던 흔적이 있더군요. 아마 정비소에서 차량정비를 하며, 기존에 터졌던 에어백을 집어넣고 단순 봉합만 했을 겁니다. 그래서 사고가 났을 때 에어백이 터지지 않자, 억지로 에어백을 꺼내 도랑에 버렸겠죠.
에어백이 터지면 혼에 있는 현대자동차 마크가 이지러지는데, 어느 정비소인지 현대차 마크까지 짝퉁으로 바꿨습니다. 전문가가 아니면 육안으로 확인할 수가 없어요. 차량 제조업체인 베이징현대 전문가들은 위조 부분을 인정했지만, 피해자와 중국 경찰이 이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이도희 부장은 당시 문제가 됐던 짝퉁 에어백과 정품 에어백을 가져와서 보여줬다. 에어백의 색깔, 현대차 마크 등을 봐서는 도저히 짝퉁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어리둥절해 하자 김병수 총경리와 이도희 부장은 “우리도 처음에는 알아보지 못했다”며 웃었다.
다음날, 우시(無錫)에 위치한 우시모비스로 향했다. 우시는 상하이에서 130km 떨어진 도시로, 인구 510만명, 면적은 서울시의 약 8배다. 근처에는 우리나라 충청북도 크기의 太湖(태호)가 위치해 있다. 태호는 중국 내 10대 관광지 가운데 하나다. 우시는 중국 9위의 경제규모(2005년 1인당 GDP 8000달러)라고 한다.
우시모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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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시 新區의 하이테크 산업개발구에 있는 우시모비스. |
우시 정부와 신구 관리위원회는 신구 한편에 한국 공업단지(1차, 2차)를 마련해 주었다. 우리 기업들은 현대모비스를 비롯, 하이닉스반도체, LS그룹 등 자동차 부품, IC, LCD 업종이 이곳에 입주해 있다.
우시모비스에 도착하자 10만8000㎡(약 3만6000평)에 이르는 넓은 공장부지가 눈에 들어왔다. 이곳에는 제동공장, 조향공장, 프레스공장이 있고, 공장 뒤에는 약 4만8000㎡의 부지가 여분으로 남아 있었다.
총경리실에 들어가자, 李相駿(이상준·49) 총경리가 책상 앞에서 헤드셋을 쓴 채 서울 본사와 화상회의를 하고 있었다. 동행한 이승우 홍보과장은 “전 세계 현대모비스 직원들은 자신의 컴퓨터 앞에서 화상전화를 통해 수시로 회의를 한다”고 말했다. 우시모비스는 납입 자본금 3500만 달러에 종업원은 391명이며, 이 가운데 한국 직원은 총경리 포함 12명이다. 이곳도 매년 한국 직원 2~3명씩을 본사로 돌려보내 현지화를 진행하고 있다. 2008년 중국 내외에 있는 현대기아차에 ABS, 브레이크, 컬럼 등을 공급해 1억10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이상준 총경리와 함께 우시모비스 공장을 함께 둘러봤다. 사무실 아래는 각종 브레이크와 ABS를 만드는 제동공장이 있다. 제동공장에 들어서니, 10m 가까이 되는 높은 천장이 눈에 띄었다. 이상준 총경리는 “여름이 너무 더워서 천장을 높게 만들어야 시원하게 일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상하이모비스의 주력 제품이 에어백이라면 우시모비스의 주력은 브레이크 시스템인 ABS다. 우시모비스는 현대모비스의 간판 부품인 MEB(Mobis Electronic Brake)를 생산해 逆(역)으로 한국에 수출하고 있었다. 공장설비 전문가인 이 총경리는 천안공장에서 근무하던 중, 우시에서 MEB 생산을 책임지라는 임무를 받고 지난 2007년 12월 이곳에 부임했다고 한다.
중량은 독일, 일본 제품의 5분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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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준 총경리. |
“브레이크 시스템인 ABS는 잘 아시죠? 이 제품은 원래 독일 보시社(사)에서 처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ABS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보시에 라이선스 비용을 내야 합니다. 저희 회사는 지난 수년간 보시의 ABS를 능가하는 브레이크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고, 그 결과 탄생한 제품이 MEB입니다. 보시와 다른, 독자기술을 사용했다 해서 모비스를 이름에 넣었죠. 독일과 일본 제품들보다 품질이 낫다고 자부합니다.”
MEB 제품은 승용차용과 상용차(트럭, 버스 등)용 등 두 종류다. 현대모비스가 2년간 총 100억원을 투입해 개발한 상용 MEB는 기존 독일과 일본 제품 중량의 5분의 1 수준인 2.2㎏이다. 중량은 5분의 1로 줄였지만 제동거리와 가격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우시모비스는 지난 2008년 2월부터 MEB를 양산해 베이징현대자동차와 한국 전주에 있는 현대트럭 공장에 납품하고 있다. 당초 현대모비스 내에서는 ‘중국에서 최첨단 제품인 MEB를 제대로 생산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높았다고 한다. 이상준 총경리의 이야기다.
“중국 근로자의 수준으로 최첨단 제품인 MEB를 제대로 만들 수 있을지 다들 불안해 했습니다. 처음 이곳에 와 보니 중국 근로자들의 수준이 상당히 높고, 회사에 대한 열정도 매우 강하더군요.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회사가 조금만 도와주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됐습니다.”
우시모비스 金宗万(김종만) 부장의 얘기다.
“ABS는 현대모비스 천안공장에서 생산합니다. 우시에서 처음 MEB를 만들기 시작할 때는 천안공장 한국 근로자들의 80~90% 정도 생산성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몇 개월 내에 한국 직원 수준을 따라잡더군요. 당초 중국에서 MEB를 믿을 수 있겠냐고 의심하던 회사 관계자들도 이제 품질에 대해서는 전혀 의심하지 않아요.”
공장은 컴퓨터 시스템에 의해 돌아가고 있었다. 우시모비스 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는 1.4년이라고 한다. 대우도 좋고, 작업환경도 좋은데 왜 그렇게 빨리 회사를 그만둘까? 돌아오는 답은 이랬다.
“모비스에서 일하면 직원들 수준이 몇 단계 업그레이드됩니다. 다른 외국계 회사에서 높은 임금을 주고 이들을 스카우트해 가기 때문에 이직이 잦은 것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