趙武濟 在美 언론인
- 누리엘 루비니 교수.
1930년대 세계 경제 대공황 이후 최대 규모의 글로벌 경제위기 국면에 진입한 2008년 하반기에 인터넷을 통해 유명세를 탄 사람이 둘 있다. 미네르바와 누리엘 루비니가 그들이다.
두 사람이 유명세를 탄 이유는 같았다. 경제위기의 원인과 진행방향을 거의 정확하게 분석하고 예측했기 때문이다. 이들의 주장은 인터넷을 통해 삽시간에 확산됐다. 하지만 두 사람의 등장 모습과 사용한 매체, 실체는 판이하게 달랐다.
루비니는 터키에서 이란계 유대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다. 이스라엘 예루살렘에 있는 헤브루대학을 거쳐 하버드대학에서 국제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가 세계경제 몰락 시나리오를 처음 주장한 것은 2005년 <포천>誌(지)를 통해서였다. 당시는 아직 거품경제의 거품이 꺼지기 전이어서 그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는 이듬해 IMF 총회에서 같은 주장을 펴면서 주목을 받았다. 이와 함께 그는 극단적인 비관론자라는 비판과 함께 ‘카산드라’라는 별명도 얻었다.
루비니가 모든 언론과 지식인들 사이에 주목을 받게 된 것은 2008년 위기가 본격화되면서였다. 그는 이제 ‘미스터 둠(Doom·悲運)’으로 별명이 바뀌었다. 경제분석가들로 이뤄진 전문가 팀을 갖고 있는 루비니는 웹사이트와 이메일로 매일 매주 전 세계 경제를 분석하고 예측하는 글을 쏟아내고 있다.
루비니의 글은 항상 깔끔했다. 그는 처음부터 자신의 모든 것을 공개했고 당당하게 주장했다. 그는 누구도 비난하지 않았다. 그의 주장이 맞아들었다고 해서 추종자 그룹이 생기지 않았고, 그의 주장에 대해 미국 정부가 신경을 쓰지도 않았다.
반면에 1월 8일 경찰에 체포된 미네르바는 전문대를 졸업한 30대 초반의 백수라고 한다. 그는 ‘匿名(익명)’을 사용해 ‘익명’의 바다인 다음 ‘아고라’ 경제토론 게시판을 통해 등장했다. 그는 자신의 정체를 위장하기 위해 거짓말까지 사용했다. 그의 문장은 정제되지 않았다.
수십만 명이 미네르바가 글을 올리면 ‘클릭’했고, 반응이 댓글로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그 분석력과 예측의 적확성에 언론이 동요하며 따라갔다. 사회가 흔들렸고, 내로라하는 학자들과 정치인, 정부까지 입장을 밝히기에 이르렀다.
루비니와 달리 인터넷과 책을 읽으며 독학을 통해서 골방에서 토론과정 없이 혼자서 글을 쏟아낸 미네르바는 도처에서 오류를 범했다. 결국 그는 검찰에 의해 가면이 벗겨져 처벌을 기다리는 신세가 됐다.
한국에서 루비니가 나올 수 있을까
루비니 교수를 한국적인 상황에서 비교한다면 부탄이나 네팔에서 한국에 유학을 와서 서울대 대학원에서 국제경제학을 전공해 박사학위를 받은 뒤, 인천대 경제학 교수에 임용되면서 영주권을 받고 개인경제연구소를 만들어 <매일경제> 등 주요 매체나 각종 국내외 학술대회를 통해 한국의 경제위기를 경고해 온 학자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대나 연세대, 고려대 등 한국 유수의 대학들은 제3세계 국가에서 유학생을 얼마나 받아들일까? 그들이 한국 대학의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으면 한국 내 유명 대학에서 교수자리를 얻을 수 있을까? 그들이 한국의 교수가 되었을 때, 한국 사회에 얼마나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을까?
한국에는 왜 루비니처럼 당당하게 陽地(양지)에서 활동하는 경제학자는 없고, ‘전문대를 나온 30대 초반 백수’가 음지에 숨어서 ‘미네르바’라는 가명으로 ‘한국의 루비니’가 되어야 했을까? 또 한국의 언론은 왜 검증작업이 없이 미네르바 현상을 보도해서 그 영향력을 증폭시켰을까?
한국과 미국의 이러한 차이는 ‘개방성’ ‘다양성’과 관련이 있다고 본다. 미네르바의 주장을 그저 ‘많은 주장 가운데 설득력 있는 하나’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가장 설득력 있는 주장’ 즉 ‘1등 주장’으로 받아들여 ‘쏠림 현상’을 주체하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일상의 강요된 동질감’이 주는 폐쇄사회적 성격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폐쇄된 사회’는 ‘개방된 사회’를 절대 이길 수 없다. 한국은 더 활짝 외부에 ‘개방’되어야 하고 ‘다양성’에 대해 더 ‘관대해져야’ 한다. ⊙
두 사람이 유명세를 탄 이유는 같았다. 경제위기의 원인과 진행방향을 거의 정확하게 분석하고 예측했기 때문이다. 이들의 주장은 인터넷을 통해 삽시간에 확산됐다. 하지만 두 사람의 등장 모습과 사용한 매체, 실체는 판이하게 달랐다.
루비니는 터키에서 이란계 유대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다. 이스라엘 예루살렘에 있는 헤브루대학을 거쳐 하버드대학에서 국제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가 세계경제 몰락 시나리오를 처음 주장한 것은 2005년 <포천>誌(지)를 통해서였다. 당시는 아직 거품경제의 거품이 꺼지기 전이어서 그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는 이듬해 IMF 총회에서 같은 주장을 펴면서 주목을 받았다. 이와 함께 그는 극단적인 비관론자라는 비판과 함께 ‘카산드라’라는 별명도 얻었다.
루비니가 모든 언론과 지식인들 사이에 주목을 받게 된 것은 2008년 위기가 본격화되면서였다. 그는 이제 ‘미스터 둠(Doom·悲運)’으로 별명이 바뀌었다. 경제분석가들로 이뤄진 전문가 팀을 갖고 있는 루비니는 웹사이트와 이메일로 매일 매주 전 세계 경제를 분석하고 예측하는 글을 쏟아내고 있다.
루비니의 글은 항상 깔끔했다. 그는 처음부터 자신의 모든 것을 공개했고 당당하게 주장했다. 그는 누구도 비난하지 않았다. 그의 주장이 맞아들었다고 해서 추종자 그룹이 생기지 않았고, 그의 주장에 대해 미국 정부가 신경을 쓰지도 않았다.
반면에 1월 8일 경찰에 체포된 미네르바는 전문대를 졸업한 30대 초반의 백수라고 한다. 그는 ‘匿名(익명)’을 사용해 ‘익명’의 바다인 다음 ‘아고라’ 경제토론 게시판을 통해 등장했다. 그는 자신의 정체를 위장하기 위해 거짓말까지 사용했다. 그의 문장은 정제되지 않았다.
수십만 명이 미네르바가 글을 올리면 ‘클릭’했고, 반응이 댓글로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그 분석력과 예측의 적확성에 언론이 동요하며 따라갔다. 사회가 흔들렸고, 내로라하는 학자들과 정치인, 정부까지 입장을 밝히기에 이르렀다.
루비니와 달리 인터넷과 책을 읽으며 독학을 통해서 골방에서 토론과정 없이 혼자서 글을 쏟아낸 미네르바는 도처에서 오류를 범했다. 결국 그는 검찰에 의해 가면이 벗겨져 처벌을 기다리는 신세가 됐다.
한국에서 루비니가 나올 수 있을까
루비니 교수를 한국적인 상황에서 비교한다면 부탄이나 네팔에서 한국에 유학을 와서 서울대 대학원에서 국제경제학을 전공해 박사학위를 받은 뒤, 인천대 경제학 교수에 임용되면서 영주권을 받고 개인경제연구소를 만들어 <매일경제> 등 주요 매체나 각종 국내외 학술대회를 통해 한국의 경제위기를 경고해 온 학자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대나 연세대, 고려대 등 한국 유수의 대학들은 제3세계 국가에서 유학생을 얼마나 받아들일까? 그들이 한국 대학의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으면 한국 내 유명 대학에서 교수자리를 얻을 수 있을까? 그들이 한국의 교수가 되었을 때, 한국 사회에 얼마나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을까?
한국에는 왜 루비니처럼 당당하게 陽地(양지)에서 활동하는 경제학자는 없고, ‘전문대를 나온 30대 초반 백수’가 음지에 숨어서 ‘미네르바’라는 가명으로 ‘한국의 루비니’가 되어야 했을까? 또 한국의 언론은 왜 검증작업이 없이 미네르바 현상을 보도해서 그 영향력을 증폭시켰을까?
한국과 미국의 이러한 차이는 ‘개방성’ ‘다양성’과 관련이 있다고 본다. 미네르바의 주장을 그저 ‘많은 주장 가운데 설득력 있는 하나’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가장 설득력 있는 주장’ 즉 ‘1등 주장’으로 받아들여 ‘쏠림 현상’을 주체하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일상의 강요된 동질감’이 주는 폐쇄사회적 성격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폐쇄된 사회’는 ‘개방된 사회’를 절대 이길 수 없다. 한국은 더 활짝 외부에 ‘개방’되어야 하고 ‘다양성’에 대해 더 ‘관대해져야’ 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