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기업들, 인도네시아 정부로부터
9만3000㏊는 조림사업 승인 획득, 28만㏊는 허가 진행 중.
50만㏊ 가운데 30만㏊는 산업조림,
10만㏊는 탄소 배출권 조림,
10만㏊는 바이오에너지 조림사업 진행
⊙ 서울시 면적보다 넓은 造林地
⊙ “造林은 수익성 높은 친환경 사업”
⊙ 인도네시아에서는 나무들이 콩나물 자라듯 하루 1㎝씩 큰다
⊙ 목재·바이오에너지·탄소배출권 확보의 전초기지
9만3000㏊는 조림사업 승인 획득, 28만㏊는 허가 진행 중.
50만㏊ 가운데 30만㏊는 산업조림,
10만㏊는 탄소 배출권 조림,
10만㏊는 바이오에너지 조림사업 진행
⊙ 서울시 면적보다 넓은 造林地
⊙ “造林은 수익성 높은 친환경 사업”
⊙ 인도네시아에서는 나무들이 콩나물 자라듯 하루 1㎝씩 큰다
⊙ 목재·바이오에너지·탄소배출권 확보의 전초기지
- 코린도그룹이 인도네시아 중부 칼리만탄 빵갈란분에서 10여 년 동안 일군 숲의 바다.
〔편집자 注〕원자재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자원민족주의가 강화되고, 세계 각국은 치열한 자원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구 온난화 등 기후변화가 세계를 위협하면서 탄소 배출 시장 규모는 2020년 30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목재 생산, 탄소 배출권 확보와 바이오에너지 생산을 위해 山林(산림)은 반드시 확보해야 할 자원이 됐다. 산림자원의 寶庫(보고) 인도네시아에서는 지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녹색 ‘황금의 땅’을 들여다봤다.
아침나절 한바탕 소나기가 쏟아붓고 나더니 푹푹 쪄대기 시작했다. 냉동실에서 돌덩이처럼 꽝꽝 얼려서 가지고 나왔던 생수통이 흐물흐물해졌다. 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렸다. 눈은 땀이 흘러 들어가 따끔거렸다. 연방 손부채를 부치며 땀을 닦아냈다. 함께 취재를 온 한국정책방송의 백영석 촬영기자는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더워 죽겠다”는 말을 되풀이하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오늘은 비가 와서 별로 안 더운 건데…. 30도쯤 되겠는데요.”
통역을 맡은 김해령씨가 말했다. 김씨는 이곳에서 10여 년째 커피 판매사업을 하면서 방송 리포터나 통역 일을 해왔다. 비를 머금은 구름이 눈앞에 낮게 드리워 있는가 하면 저 멀리 청명한 하늘에서는 강렬한 햇볕이 내리쬐고 있었다.
한국 기업이 해외에 서울시 전체면적 6만500여㏊(605㎢)보다 넓은 6만6000여㏊ 면적에 造林(조림)을 했다는 곳을 찾아가는 길은 무덥고 습했다. 사륜구동 지프로 비포장도로를 달린 지 30여 분. 車窓(차창) 밖으로 시뻘건 林道(임도)와 푸른 하늘, 울창한 綠陰(녹음)이 끝없이 펼쳐졌다. 폭 4m 정도의 비포장도로 양 옆으로 둥치가 아름은 넘어 보이는 야자수(Palm)가 줄지어 서 있었다. 바람에 날려온 고사리류(類)의 잡초가 물고기 비늘같이 생긴 야자수 줄기 사이에 용케 뿌리를 내려 무성하게 자랐다.
가끔 지평선 끝까지 펼쳐진 야자수 숲길을 야자수 열매를 가득 실은 낡은 트럭이 굉음과 함께 시커먼 매연을 내뿜고 지나갔다. 그만그만한 야자수에 도로 표지판 하나 없어 사방을 분간할 수 없었다. 전에 이곳에 와본 적이 있다던 산림청 심양수 사무관도 “완전히 迷路(미로)네. 혼자 남겨지면 길 잃고 헤매기 십상이겠는데요”라며 혀를 내둘렀다.
현지인 운전기사는 里程標(이정표) 하나 없는 미로 같은 비포장도로를 시속 70㎞가 넘는 속도로 내달렸다. 요동치는 지프에서 천장과 의자에 머리와 엉덩이를 번갈아 찧어가며 한 시간 남짓을 더 달려 우리나라 기업인 코린도(KORINDO)그룹(회장 승은호) 한국 직원들이 거주하는 숙소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자 地熱(지열)이 덮쳐 숨이 막혔다. 온몸은 늘씬 두들겨 맞은 것처럼 뻐근하고 쑤셨다.
열대 숲 속의 한국인 숙소
이곳은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비행기로 한 시간 거리인 칼리만탄 섬 중부 빵갈란분. 일반인에게는 보르네오 섬으로 더 잘 알려진 이 섬은 북부의 4분의 1이 말레이시아領(령)으로 ‘보르네오’라 불리고, 나머지 4분의 3이 인도네시아령으로 ‘칼리만탄’이라 불린다. 칼리만탄 섬은 赤道(적도)가 섬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熱帶雨林(열대우림) 지역으로, 빵갈란분은 적도 아래 南緯(남위) 3도에 위치해 있다.
코린도그룹은 1969년 인도네시아 동부 칼리만탄 천연림 개발을 시작으로 1970년대 말 중부 칼리만탄 천연림 개발과 함께 합판·제지산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1985년 인도네시아 정부가 원목 수출을 전면 금지하고, 1990년 천연림의 보존과 지속 가능한 목재 생산을 위해 조림법을 제정함에 따라 1998년부터 빵갈란분에 조림을 추진, 2008년 말 현재 서울시 면적보다 넓은 6만6000여 ㏊에 이르는 ‘숲의 바다’를 일궈냈다. 최근에는 팜 오일과 중공업 사업으로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해 연간 매출 10억 달러에 30여 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기업으로 성장했다.
코린도 한국 직원들의 숙소에는 족구장을 포함한 넓은 운동장과 골프 연습장, 식당 등이 딸려 있었다. 불빛을 보고 달려든 온갖 풀벌레와 매미가 어지럽게 울어댔다. 화장실이 딸린 숙소에는 침대 3개와 TV, 냉장고, 에어컨 등의 시설이 갖춰져 있었다. 방에까지 풀벌레가 날아들었다. 10㎝ 가량 크기의 거미가 벽에 거미줄을 쳐놓고 먹잇감을 노리고 있었고, 그 옆에 20㎝ 가량의 도마뱀이 꼼짝 않고 벽에 붙어 있었다. 먹고 먹히는 냉혹한 먹이사슬이 방 안에 존재하고 있었다.
빵갈란분 공항에서 2시간여 떨어진 숲 속 奧地(오지)에서도 한국 방송을 볼 수 있었다. 인도네시아 케이블 방송 중 하나인 KTV에서 MBC와 SBS 뉴스를 실시간 방송하고, 드라마는 한 주 전 프로그램을 내보냈다.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SBS의 <바람의 화원>이 방영됐다. TV 시청 외엔 별다른 여가 거리가 없는 직원들은 주말이면 인근 저수지에서 낚시를 하곤 하는데 越尺(월척)짜리 붕어가 심심찮게 나온다고 했다. 회사는 숙소 인근에 6개 홀을 갖춘 골프장을 건설 중이었다. 워낙 외딴 곳이라 한국의 일반 기업보다 훨씬 많은 월급을 지급하고 있지만 직원들이 이곳 근무를 꺼리기 때문에 마련한 복지대책 중 하나라고 했다.
멧돼지 보쌈과 사슴 불고기
현재 이곳 조림사업부에 근무하고 있는 정규직 사원은 모두 250여 명. 그중 17명이 한국인이고, 나머지 230여 명은 인도네시아 사람들이다. 이곳에 있는 한국인들은 대부분 기혼 남성 직원과 그 가족들이다. 어둠 속에서 대여섯 살의 아이들이 넓은 운동장을 뛰노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파트 ‘숲’이 아닌 자연 속에서 맘 놓고 뛰노니 아토피 등 ‘새집 증후군’ 걱정은 없어 보였다. 30대 중반의 한 직원은 “한국에서 아이가 아토피를 심하게 앓았는데 이곳에 온 지 몇 달 안돼 다 나았다”고 말했다.
이호영(59) 전무 등 직원 10여 명과 함께한 저녁식사에는 김치찌개 등 한국 음식과 인근 숲에서 잡은 멧돼지 보쌈과 사슴 불고기가 식탁에 올랐다. 맥주와 직원들이 직접 담근 시큼털털한 막걸리가 飯酒(반주)로 곁들여졌다. 직원들은 고향의 맛이 그리웠던지 맥주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막걸리를 시원하게 넘겼다.
코린도 조림사업본부장인 이호영 전무는 서울대 林學科(임학과)를 졸업하고 1974년 입사했다. 입사와 동시에 인도네시아로 건너와 1978년 귀국할 때까지 동부 칼리만탄 지역의 천연림 개발에 참여했다. 그 뒤 남태평양 솔로몬에서 10여 년 동안 근무했다. 캄보디아, 베트남 등 동남아 열대지역을 수없이 돌아다니며 各國(각국)의 기후와 토양 등 나무의 생장 조건을 연구했다. 가족과 함께한 시간보다 원주민과 함께 숲 속을 헤매며 나무와 씨름한 시간이 더 많았다고 한다. 그가 한국에서 근무한 기간은 불과 5~6년. 그는 1996년 다시 인도네시아로 돌아와 코린도의 조림사업을 총지휘하고 있다.
그는 조림에 대한 생각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이곳은 조림지가 아니라 ‘나무 농장’입니다. 나무 농장은 수익성 높은 친환경 사업입니다. 팜 오일(Palm Oil·야자유) 가격이 오르니까 사람들이 경쟁적으로 팜 오일 사업에 뛰어들지만 농산물은 時勢(시세) 변동이 심해요. 언제 폭락할지 모릅니다. 팜 오일은 수확을 안 하면 나무가 죽기 때문에 밑지더라도 수확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나무는 가격이 떨어지면 6개월이고, 1년이고 기다리면 됩니다. 나무는 가만히 둬도 자라요. 더 굵은 목재가 돼서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어 시세 흐름을 잘 타지 않습니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의 팜 오일 생산국이다. 인도네시아 내 팜 조림지는 2007년 현재 660만㏊다. 천연 팜 오일(CPO) 가격이 2007년 초 t당 400달러에서 2008년 6월 1100달러까지 치솟자 너도나도 팜 오일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코린도 역시 파푸아 섬 아시키 지역 등 2만㏊ 규모의 팜 오일 농장을 경영하며 점차 재배면적을 확대하고 있다.
“造林은 돈이 되는 친환경 사업”
이 전무는 조림사업이야말로 ‘돈이 되는’ 친환경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환경론자들이 아무리 산림의 중요성을 강조해도 사람들은 ‘돈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절대 투자하지 않습니다. 투자자들은 조림사업이 30~40년 걸리는 장기투자 사업이라고 생각해요. 단기수익을 바라는 사람은 조림사업에 투자하지 않죠. 하지만 열대 조림사업은 장기투자가 아니라 빠르면 4~5년 안에 수익을 올릴 수 있어요. 단기간에 수확을 해서 돈을 벌 수 있는 ‘나무 농장’이자 친환경 사업이죠.”
나무가 자라 목재 등으로 활용되려면 수십 년의 세월이 필요할 텐데 4~5년 안에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이 전무의 설명이다.
“이곳은 1년 내내 햇볕이 따사롭고 비가 많이 옵니다. 나무들의 生長速度(생장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요. 짧게는 4~5년, 길게는 12년이면 수확이 가능해요. 유칼립투스와 아카시아 망? 등은 심은 지 4~5년 만에 베어낼 수 있죠. 4~5년생 나무는 각목 등 건축자재나 마루 바닥재, 합판, 우드 펠릿(wood pellet·톱밥을 압축해 만든 목재연료)이나 숯, 펄프 등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아직 상용화는 안됐지만 앞으로는 바이오에탄올까지 생산할 수 있을 겁니다. 10~12년생 나무는 목재 중에서 가장 비싼 가격을 받을 수 있는 가구재를 생산할 수 있어요.”
단기간에 고수익을 낼 수 있다지만 植栽(식재)에서부터 잡초 제거, 伐木(벌목)까지 일일이 사람의 손을 거쳐야 하는 작업이라면 인도네시아의 저렴한 노동력을 감안하더라도 만만치 않은 사업이라 여겨졌다.
“초기에는 手作業(수작업)으로 했지만 이제는 거의 모든 작업이 기계화됐어요. 나무를 심기 위해 구덩이를 파는 일에서부터 벌목까지 다 기계로 작업을 합니다. 또 클론(clone) 임업으로 동일한 형질의 우수한 목재를 대량 생산할 수 있습니다. 기계화를 통한 대량 생산이 가능하기에 단순한 조림이 아니라 나무 농장이라고 하는 겁니다. 조림이 어떤 농작물보다 수익성이 높은 사업이란 사실을 안다면 투자자가 늘어날 겁니다. 조림에 대한 투자가 늘면 탄소 흡수는 물론, 우드 펠릿이나 바이오 에탄올 등 목재연료가 화석연료를 대신해 환경은 자연히 좋아질 겁니다.”
이 전무의 나무 예찬은 밤이 이슥하도록 끝날 줄 몰랐다. 벌써 3시간째, 이미 시계는 밤 1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하루에 1㎝씩 자라는 유칼립투스
무더위를 피해 이곳의 일과는 아침 일찍부터 시작됐다. 오전 6시30분 식사를 마친 직원들이 얼음물이 든 1ℓ짜리 페트병 한 통씩을 들고 각자 일터로 나갔다. 며칠째 우중충하게 흐렸던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게 개었다.
이호영 전무와 함께 지프에 올라 조림지로 향했다. 이곳 임도는 비포장도로지만 한국의 시골길보다는 훨씬 길이 평탄하고 좋은 편이었다.
“여기는 흙이 보배입니다. 磨沙土(마사토)인데 물 빠짐이 좋아 길이 미끄럽지 않아요. 이곳 조림지 임도의 총 길이가 2500㎞인데 마사토가 아니었다면 도로 보수 비용이 엄청날 겁니다. 수마트라 섬에 일본 조림지가 있는데 그곳 토양은 황토라서 비만 오면 길이 진창이 돼 차가 다닐 수가 없어요. 1년마다 드는 도로 보수 비용이 코린도 1년 조림 비용과 맞먹는 1000만 달러예요. 우리는 3년에 한 번씩 파손된 부분만 보수합니다.”
흙이 보배란 말보다 조림지 내 임도의 총 길이가 2500㎞라는 사실이 더 놀라웠다. 서울과 부산 간 경부고속도로 길이(416㎞)의 6배에 달한다는 얘기다.
조림지 초입 30㎝ 가량의 유칼립투스 苗木(묘목)들을 지나자 수고 4m 정도의 나무가 눈에 띄었다. 2007년에 심은 것이라고 했다. 수령 1년 여의 나무가 4m라니 하루에 1㎝씩 자란 셈이었다.
숲 속 깊숙이 들어갈수록 더 크고 굵은 유칼립투스와 아카시아 망? 등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었다. 가로, 세로 3m 간격으로 심은 지 4년여 된 유칼립투스는 直徑(직경) 20㎝, 높이 21m까지 자라 있었다. 나무는 식재 간격에 따라 높이와 직경에 차이가 생기는데, 간격을 좁게 하면 나무들은 햇빛을 좀 더 많이 받기 위해 경쟁적으로 높이 자라는 대신 굵기는 가늘어진다고 했다.
이 전무는 현지인 인부 4명에게 間伐(간벌)을 지시하고, 이유를 설명했다.
“나무도 사람처럼 키가 자라는 데 한계가 있어요. 유칼립투스는 심은 지 4년까지는 키가 자라는 樹高(수고) 성장을 하고, 5년부터는 수고 성장이 느려지면서 직경이 굵어지는 肥大(비대) 성장을 하게 되죠. 3~4년에 한 차례씩 間伐(간벌)을 해줘서 비대 성장을 돕는 겁니다.”
조림지의 敵은 ‘산불’이 아니라 ‘바람’
나무가 우지끈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나이테를 확인하기 위해 나무의 밑동을 봤지만 나이테를 구분할 수 없었다. 乾期(건기)와 雨期(우기)의 구분이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나이테는 선명하지 않지만 유칼립투스의 비중은 0.9로 우리나라 참나무(비중 0.8)보다 단단해 목재로서의 가치가 높다고 했다.
이 전무는 “한국은 산불이 나면 불씨가 수㎞까지 날아가 힘들게 키운 나무들을 다 태워버리지만 이곳은 불이 나도 나무가 불에 잘 타지 않는다”며 “나무 아래로만 불이 퍼져 잡초만 태운다”고 말했다.
그는 조림지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불이 아니라 바람이라고 했다.
“速成樹(속성수)의 경우 키만 쭉 자라고 뿌리가 깊지 못해 바람에 취약합니다. 특히 유칼립투스는 뿌리가 식재 당시 형태 그대로 자랍니다. 만약 뿌리가 옆으로 누워 있으면 그대로 옆으로 뻗어나가요. 다행히 이곳은 태풍이 비껴갑니다. 필리핀·캄보디아·베트남 등 다른 동남아 지역은 태풍이 수시로 지나가 조림에는 치명적이죠.”
문득 자카르타 시내 큰 나무에 꽃이 피어 있던 장면이 떠올랐다. 유칼립투스도 꽃이 피는지 궁금했다. 만약 꽃이 핀다면 그 넓은 조림지에서 養蜂(양봉)을 해서 거두는 수익은 그야말로 ‘대박’이 아니겠는가. 이 전무는 “유칼립투스도 꽃이 피는데, 한번 피면 6개월 동안 핀다”고 했다. 그런데 그 넓은 숲에 꽃이나 벌통이 보이지 않았다.
클론 조림
이 전무는 “조림 초기엔 양봉을 시도했지만 결국 실패했다”며 이유를 설명했다.
“넓은 곳에 유칼립투스 한 그루를 심으면 1년 만에 꽃이 핍니다. 꽃이 피고, 수고 성장과 동시에 비대 성장을 하면서 가지도 옆으로 뻗지요. 그런데 조림지에서는 심은 지 4년이 지났는데도 꽃이 몇 송이 피지 않았습니다. 꽃이 필 여유가 없었던 거죠. 조림지에는 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습니다. 다른 나무와 경쟁하면서 햇빛을 좀 더 많이 받으려면 꽃이 피거나 비대 성장을 할 여유가 없는 겁니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곧게 위로만 쭉 자랍니다. 결국 양봉은 실패했어요.”
그의 말대로 유칼립투스는 대나무처럼 쭉쭉 길게 위로만 자라 있었다. 자랄 수 있는 頂點(정점)에 이르러서야 옆으로 가지를 뻗었다. 휨 없이 곧게 자란 유칼립투스는 목재로서 더욱 각광을 받는다고 했다.
이호영 전무가 秀型木(수형목)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수형목이란 주위의 나무들에 비해 특히 생장이 좋고, 줄기가 곧고 병충해에 강한 우량목을 말한다. 그는 수령 9년이 넘는 유칼립투스가 식재된 곳으로 안내했다. 하늘을 찌를 듯 솟은 나무들은 수고 30여m, 직경이 30㎝가 넘었다. 이 전무는 나무들 사이에서 제일 굵고 키가 큰 나무 한 그루를 가리켜 클론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수형목이라고 했다. 심은 지 9년6개월 된 이 나무는 직경이 45㎝, 수고가 37m에 이르렀다. 이른바 母樹(모수)인 이 나무의 잎이나 조직을 채취해 이를 배양해서 복제하는 것이 클론 임업이다.
조림지 내 養苗場(양묘장)에는 모수에서 채취한 조직을 배양해 싹을 틔운 묘목이 심어져 있었다. 이 전무가 가위로 줄기가 동그란 筍(순) 하나를 자르며 복제 과정을 설명했다.
“수형목에서 떼어낸 조직을 배양해 묘목을 만들고, 15~20㎝ 정도 자라면 순을 계속해서 잘라줍니다. 나무는 살아남기 위해 계속해서 순을 틔웁니다. 이 순 가운데 줄기가 동그랗게 생긴 순을 잘라 배양토에 옮겨 심어 대량 복제하는 거죠.”
현지인 직원들이 손가락 한마디 길이의 순에 뿌리가 빨리 내리도록 發根(발근)촉진제를 발라 배양토가 담긴 원통형 용기에 꺾꽂이 했다. 이 전무는 “복제한 나무들은 목질과 색깔, 樹形(수형)이 같기 때문에 우드 칩이나 우드 펠릿, 가구재나 마루 바닥재로 쓰기에 좋다”고 말했다.
양묘장 주위에는 2003년부터 2008년까지 방문객들이 심은 유칼립투스가 줄지어 서 있었다. 2004년부터 클론 조림을 실시한 나무들은 높이나 굵기가 일정한데 2003년 종자를 심은 나무들은 모양과 크기가 제각각이었다. 수형목의 종자를 심었더라도 암수 交雜(교잡) 과정에서 유전 형질이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코린도는 2009년 하반기 조림지 조성 초기에 식재했던 직경 35~40㎝, 높이 35~40m에 이르는 수령 10~12년된 나무들을 벌목하고, 그 자리에 클론 조림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조림지를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야트막한 산 정상에 있는 전망대에 올랐다. 그 끝을 가늠할 수 없는 드넓은 푸른 숲의 바다가 시야 가득 펼쳐졌다.
산림자원 보유국들이 自國(자국)의 산림 보호를 위해 벌채와 원목 수출을 금지하고, 목재 수출세를 부과함에 따라 국제 목재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고, 국내 목재 생산량은 감소하고 있어 국내 목재 수급에 심각한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목재·탄소배출권·바이오에너지 확보 위한 조림
한편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한 유엔기후변화협약에 따라 일본·캐나다 등 선진 38개국은 교토의정서를 채택, 2012년까지 지구 온난화의 主犯(주범)인 온실가스를 1990년 대비 평균 5.2% 의무적으로 감축하는 데 합의했다. 만약 온실가스 배출 한도를 넘기면 탄소 배출거래 시장에서 탄소배출권을 구입해야 한다. 다시 말해 석유화학·제철 기업 등 탄소 배출량이 많은 기업들은 탄소 배출량 자체를 줄이거나, 뉴질랜드처럼 조림지가 많아 탄소 배출량이 적은 국가의 조림업체로부터 탄소배출권을 사야 한다. 의무감축 대상국은 또 감축 의무가 없는 개발도상국에 자본과 기술을 투자해서 얻은 탄소배출권을 자국의 감축 목표에 포함시킬 수 있다. 여기서 목재 공급을 위한 산업적 해외조림은 제외된다.
온실가스 배출 세계 9위(5억9100만t)인 우리나라는 현재 의무감축 대상 국가는 아니지만 2013년엔 의무감축 대상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의무감축 대상국이 되면 탄소 배출량이 많은 기업들은 탄소 배출 低減(저감)을 위해 시설개량이나 탄소배출권 구입 등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의무감축 할당량이 1995년 대비 5%만 부과돼도 우리나라는 2013~15년까지 연간 8조원의 비용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 정부와 기업은 장기 안정적인 목재 수급, 바이오에너지와 탄소배출권 확보를 위해 인도네시아 등 해외조림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연중 고른 강우량과 고온다습한 인도네시아는 남한 국토 면적의 12배에 해당하는 약 1억2000만㏊가 산림이며, 이는 동아시아 열대림의 45%에 해당하는 면적이다. 우리나라는 산림자원의 寶庫(보고)인 인도네시아의 열대림을 개발하기 위해 1969년 한국남방개발이 최초로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이래 코린도·삼성물산·삼탄 등 수많은 기업들이 원목 개발, 목재·펄프·합판·천연고무·바이오에너지 생산 사업을 벌이고 있다.
2006년 8월에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50만㏊, 즉 서울시 전체 면적의 8배가 넘는 조림 대상지를 제공하고, 우리 정부는 조림투자에 대한 정책을 지원하기로 하는 조림투자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2008년 11월 말 현재 태영글로벌(5만5000㏊)·인니조아(2만8000㏊)·산림조합중앙회(1만㏊) 등이 9만3000㏊에 대해 최종 조림사업 승인을 획득했고, 28만㏊에 대해서는 허가가 진행 중이며, 나머지 면적에 대해서는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우리 정부는 50만㏊ 가운데 30만㏊는 산업조림, 10만㏊는 탄소배출권 조림, 10만㏊는 바이오에너지 조림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조림지에 대한 전략적 접근 필요
산림청이 인도네시아 조림사업 경제성을 분석한 결과, 50만㏊ 조림지에 대한 총 투자금액은 8341억원이고 총수입은 9983억원으로 순수익이 1642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산림청에 따르면 100% 클론 임업이 가능한 유칼립투스의 경우 국내보다 최대 10배 빨리 생장하는 등 인도네시아의 단위 면적당 목재 생산성은 브라질에 이어 세계 2위다.
인도네시아는 또 팜과 자트로파를 이용한 바이오디젤, 카사바를 이용한 바이오에탄올 등 바이오에너지에 대한 투자도 늘려가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2007년 바이오디젤 60만t, 바이오에탄올 10만t을 생산했다. 駐(주) 인도네시아 한국대사관 김용관 임무관은 “인도네시아 정부는 바이오에너지 사용을 의무적으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관련법 제정을 추진 중”이라며 “인도네시아 정부는 한국과 바이오에너지 개발 관련 MOU 체결을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뚜 오랑, 사뚜 포혼(Satu Orang, Satu Pohon)!”
인도네시아 식목일인 2008년 11월 28일 오전 10시 인도네시아 西(서)자바 보고르市(시) 찌비농 과학센터.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한 사람에 나무 한 그루씩!”이라고 외쳤다. 유도요노 대통령은 “한 사람이 나무 한 그루씩 심는다면 매년 2억3000만 그루의 나무를 심을 수 있다”며 12월 한 달을 식목의 달로 선포했다.
이날 행사에는 유도요노 대통령과 영부인, 까반 산림부장관, 하디 산림자원개발청장, 金浩榮(김호영) 주 인도네시아 대사와 코린도 李阮濟(이원제) 사장, 산림조합중앙회 인도네시아 법인 성인경 대표이사 등 1000여 명이 참석했다.
유도요노 대통령은 이날 바이오에너지의 원료인 냠쁠룽 나무를 심었다. 냠쁠룽을 기념 식수로 선택한 것은 인도네시아의 바이오에너지 자원 개발에 대한 의지를 담은 것이었다. 김호영 대사는 과실수인 두리안을 심었다. 김 대사는 이날 중국·일본 대사와 점심약속이 있었다. 교통혼잡이 극심한 인도네시아의 도로 여건상 행사 뒤 도저히 점심시간에 맞춰 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중국과 일본 대사는 이날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김 대사는 “인도네시아는 목재 등 산림자원과 석탄·니켈·주석·구리 등 광물자원이 풍부해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로서는 매우 중요한 나라입니다. 또 탄소배출권을 미리 확보하는 차원에서도 인도네시아는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나라입니다. 이 나라는 顔面(안면) 행정, 인간관계를 중시합니다. 가급적 현지 공무원과 접촉해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려고 노력합니다”라고 말했다. 김 대사는 아세안 사무총장이 그에게 한 충고를 전했다.
“‘일본은 자본만 투자했지 현지인들과 접촉하는 데 소홀했다’고 말하더군요. 동남아 개발도상국에서는 몸으로 주민들과 접촉하는 게 중요합니다. 人脈(인맥) 형성이 관건이죠.”
인도네시아에서는 현재 수많은 기업들이 산림자원의 가능성에 매료돼 목재와 고무나무, 팜 오일 및 바이오에너지 개발 등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철저한 사전준비 없이 뛰어들었다가 투자금만 날리고 돌아가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고 했다.
코린도 김영철 박사는 “인도네시아가 목재뿐만 아니라 바이오에너지 개발 등을 위한 조림사업을 벌이기에 천혜의 조건을 가진 것은 분명하지만 각종 진입장벽과 이 나라 문화에 대한 이해 없이 뛰어들었다간 낭패를 보기 십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북대 임학과를 졸업한 뒤 인도네시아 가자 마다 국립대에서 열대림 연구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진입장벽이 높다
김 박사는 진입장벽으로 우선 林地(임지) 확보의 어려움을 꼽았다. 뿌리 깊은 부정부패에 길든 정부 관료들과 관습법이 지배하는 조림 예정지 주민들을 이해하는 데는 상당기간 시행착오가 따른다는 것이다. 관료들에게는 층층이 뇌물을 줘야 하고, 정부 허가를 받았더라도 주민들과의 마찰이 생기면 적절한 피해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했다.
둘째, 조림사업과 관련한 기반시설이 열악해 경험이 없거나 자금이 부족할 경우 사업을 추진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셋째, 목재 시장이 기형적으로 구매자 독점의 펄프·합판 시장에 편중돼 있어 건축재나 가구재 등 용재 조림이 어렵고, 아직까지 인도네시아 정부가 원목 수출을 금지하고 있는 점을 꼽았다.
김 박사는 “이런 문제점을 개별 기업이 감당하면서 조림투자를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인도네시아 조림사업의 잠재력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우선 한국 정부가 산림과학원, 기업 등과 함께 인도네시아의 한 郡(군)이나 道(도)에 2만㏊의 시험 조림지를 조성합니다. 이 시험 조림지에서 수종 개발 등 연구개발 사업, 조림 작업반 육성을 위한 교육훈련 사업, 신규 투자자를 위한 컨설팅 사업 등을 벌여 신규 투자자가 자금과 핵심 인력만 가지고 오면 사업이 가능하도록 지원합니다. 시험 조림지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면서 조림지 규모를 점차 50만㏊까지 확대해 나가면 목가공 산업은 자연스럽게 육성될 것입니다. 조림에서부터 목가공 산업까지 연계된 종합 목가공 단지를 육성해 진입장벽을 넘는 것입니다. 조림이 발달한 브라질 등의 경우 이미 대규모 임지 확보가 거의 불가능하지만 인도네시아는 아직 대규모 임지 확보가 가능합니다. 이 잠재가치를 이해하고, 단계적·체계적으로 조림사업을 벌여나가면 약 10년 후에는 조림에서 목가공 산업까지 50만㏊ 이상의 종합단지가 이루어질 것입니다.”⊙
▣ [인터뷰] 하디 파사리부 인도네시아 산림부 산림자원개발청장
“목재사업 투자전망 밝아”
―인도네시아는 브라질과 함께 세계의 허파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산림부에 따르면 지난 1950~2000년까지 인도네시아 산림 6740만㏊가 감소하는 등 산림 황폐화가 심각합니다.
“우리나라의 산림 면적은 1억2000만㏊입니다. 이 중 경제발전을 위해 이용 중인 생산림은 6000만㏊이고, 나머지 6000만㏊는 보존림·보호림으로 구분해 훼손을 막고 있습니다. 산림 황폐화는 불법 盜伐(도벌)과 산림을 농지 등 타 용도로 轉用(전용)했기 때문에 발생했습니다. 우리 정부는 산림 황폐화를 막기 위해 도벌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한국·미국 등 외국 정부와 도벌목에 대한 수입을 금지하도록 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습니다. 국내 조림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외국의 투자를 유치하고 있습니다. 한국과 2006년 8월 50만㏊에 이르는 조림투자협력 MOU를 체결했습니다. 조림투자와 관련해 정부와 정부 간 MOU를 체결한 것은 한국이 유일합니다.”
―인도네시아가 한국과 조림투자협력 MOU를 체결해서 얻는 구체적 이익은 무엇입니까.
“우리나라는 2020년까지 2억㎥의 목재가 필요하지만 천연림만으로는 목재 수요를 충당할 수 없습니다. 조림을 위해 한국 기업의 투자가 필요합니다. 조림이 활성화되면 산림 보존뿐만 아니라 목가공산업 발전 등을 통해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습니다. 또 기후변화협약 등에 따라 탄소배출권 확보가 중요해진 만큼 한국과의 협력을 통해 목재 공급을 위한 산업조림 외에 탄소배출권 조림과 山地(산지)의 타 용도 전용 방지 등을 추진할 수 있습니다. 팜 오일이나 자트로파, 냠쁠룽 등 바이오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만큼 한국기업과 협력해 바이오에너지 개발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인도네시아의 산림자원 개발에는 일본 등 선진국들도 관심이 많은데 유일하게 한국과 정부 대 정부 간 MOU를 체결한 이유는.
“한국 정부와 기업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인도네시아 개발과 관련한 투자를 약속했고, 그 약속을 충실히 이행했습니다. 한국 정부의 지원하에 한국 기업은 인도네시아 경제발전에 이바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산림자원을 이용한 바이오에너지 개발과 생태관광 부문 등에서 지속적으로 협력하길 바랍니다. 조림과 임업 연구에 기여한 코린도에 감사합니다. 앞으로 코린도가 파푸아 지역에 확보하려고 하는 10만㏊의 산림에 대해 전적으로 지원할 계획입니다. 목재산업은 결코 사양산업이 아니고 목재 투자는 전망이 밝습니다. 한국 정부와 기업들의 지속적인 투자를 바랍니다.”
▣ [인터뷰] 河榮帝 산림청장
“印尼, 캄보디아, 몽골, 우루과이 등지에서 조림사업 진행 중”
원 자재 가격 상승과 지구 온난화에 따른 유엔기후변화협약 체결 등으로 최근 가장 바쁜 정부기관이 산림청이다. 산림청은 안정적인 목재와 바이오에너지, 탄소배출권 확보를 위해 2050년까지 100만㏊에 이르는 해외조림을 추진한다는 비전을 내놨다.
河榮帝(하영제) 산림청장은 “지속 가능한 경제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산림자원 확보가 열쇠”라며 “세계에서 인정받는 산림녹화 기술을 해외에 수출해 저탄소 녹색성장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해외 산림자원외교를 추진하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산림자원 확보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고, 기후변화협약에 대비해 탄소배출권 조림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현재 10%에 불과한 목재 자급률을 개선하고, 2013년 우리나라가 탄소 의무감축 대상국에 포함될 것에 대비해야 합니다. 2010년 탄소배출 시장 규모는 150조원, 2020년엔 3000조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산림은 기후변화협약에서 인정하는 유일한 탄소 흡수원이기 때문에 지속 가능한 경제발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해외산림자원외교를 펼쳐나가야 합니다.”
―해외 산림자원외교를 펼칠 기본 전략은 무엇입니까.
“1970년대 우리는 새마을운동을 벌이면서 6·25 전쟁 후 폐허가 된 국토에 세계에서 유례 없는 산림녹화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했습니다. 보릿고개를 겪으면서도 미래를 내다보고 조림 사업을 벌여 산업경제 발전의 터전을 일궜습니다. 세계적인 환경전문가 레스터 브라운은 그의 저서 <플랜 B>에서 ‘대한민국은 산림녹화에 있어서 세계의 모델이다. 우리는 세계를 다시 숲으로 덮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전 세계가 극찬하는 우리의 조림·沙防工事(사방공사)·병충해 방재·산불 방재 등 종합적인 산림녹화 기술을 국가 브랜드로 만들 계획입니다. 이를 토대로 가칭 ‘세계산림협력기구 사무국’과 같은 유엔기구를 마련해 우리의 산림녹화 기술을 세계에 전파할 생각입니다. 이를 위한 실무작업을 추진 중입니다.”
―해외 산림자원외교 활동의 현황과 성과에 대해 말씀해주시죠.
“쓰나미 피해를 입은 인도네시아 반다 아체 지역에 2006년 5월부터 2008년 10월까지 2년6개월에 걸쳐 총 180만 달러(한국국제협력단 사업비)와 우리 조림 기술을 투자해 550㏊ 규모의 맹그로브 숲 복원사업을 마쳤습니다. 또 2006년 인도네시아와 50만㏊ 조림투자협력 MOU를 체결해 현재 9만3000㏊에 대해 최종 조림사업 승인을 획득했습니다. 캄보디아와 지난 6월 산림협력 MOU를 체결했고, 앙코르와트 주변의 황폐화된 산림 복원에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캄보디아 훈센 총리는 각종 행정 편의를 제공할 테니 고무나무 조림이나 펄프재 생산을 위한 아카시아 망? 조림에 한국 기업이 투자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중국 네이멍구 쿠부치 사막에 黃砂(황사)방지 조림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몽골에 2016년까지 3000㏊에 이르는 그린벨트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중남미 국가와는 최초로 2008년 9월 우루과이와 산림협력 MOU를 체결해 중남미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했습니다. 이밖에 미얀마·베트남 등의 조림사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2017년까지 25만㏊에 이르는 해외 조림을 추진하고, 2050년까지 해외조림을 100만㏊까지 확대하겠다고 했는데 현재까지 얼마나 진행됐나요.
“2008년 11월 말 현재 인도네시아·솔로몬·베트남·필리핀·파라과이·호주·뉴질랜드·중국 등 8개 국가에 코린도·삼성물산 등 13개 업체가 진출해 16만5382㏊의 면적에 조림을 했습니다. 해외조림을 확대하기 위해 2008년 88억원이었던 정책지원 예산을 2009년에는 188억원으로 113% 확대할 계획입니다.”
―한정된 산림자원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합니다. 우리 정부와 기업이 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은 무엇인가요.
“투자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열대림 등 산림 전문가를 양성해야 합니다. 또 산림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클론 임업, 조림과 育林(육림) 기술 개발 등이 선행돼야 합니다. 투자 대상국에 대한 지속적인 정보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투자환경 개선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아침나절 한바탕 소나기가 쏟아붓고 나더니 푹푹 쪄대기 시작했다. 냉동실에서 돌덩이처럼 꽝꽝 얼려서 가지고 나왔던 생수통이 흐물흐물해졌다. 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렸다. 눈은 땀이 흘러 들어가 따끔거렸다. 연방 손부채를 부치며 땀을 닦아냈다. 함께 취재를 온 한국정책방송의 백영석 촬영기자는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더워 죽겠다”는 말을 되풀이하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오늘은 비가 와서 별로 안 더운 건데…. 30도쯤 되겠는데요.”
통역을 맡은 김해령씨가 말했다. 김씨는 이곳에서 10여 년째 커피 판매사업을 하면서 방송 리포터나 통역 일을 해왔다. 비를 머금은 구름이 눈앞에 낮게 드리워 있는가 하면 저 멀리 청명한 하늘에서는 강렬한 햇볕이 내리쬐고 있었다.
한국 기업이 해외에 서울시 전체면적 6만500여㏊(605㎢)보다 넓은 6만6000여㏊ 면적에 造林(조림)을 했다는 곳을 찾아가는 길은 무덥고 습했다. 사륜구동 지프로 비포장도로를 달린 지 30여 분. 車窓(차창) 밖으로 시뻘건 林道(임도)와 푸른 하늘, 울창한 綠陰(녹음)이 끝없이 펼쳐졌다. 폭 4m 정도의 비포장도로 양 옆으로 둥치가 아름은 넘어 보이는 야자수(Palm)가 줄지어 서 있었다. 바람에 날려온 고사리류(類)의 잡초가 물고기 비늘같이 생긴 야자수 줄기 사이에 용케 뿌리를 내려 무성하게 자랐다.
가끔 지평선 끝까지 펼쳐진 야자수 숲길을 야자수 열매를 가득 실은 낡은 트럭이 굉음과 함께 시커먼 매연을 내뿜고 지나갔다. 그만그만한 야자수에 도로 표지판 하나 없어 사방을 분간할 수 없었다. 전에 이곳에 와본 적이 있다던 산림청 심양수 사무관도 “완전히 迷路(미로)네. 혼자 남겨지면 길 잃고 헤매기 십상이겠는데요”라며 혀를 내둘렀다.
현지인 운전기사는 里程標(이정표) 하나 없는 미로 같은 비포장도로를 시속 70㎞가 넘는 속도로 내달렸다. 요동치는 지프에서 천장과 의자에 머리와 엉덩이를 번갈아 찧어가며 한 시간 남짓을 더 달려 우리나라 기업인 코린도(KORINDO)그룹(회장 승은호) 한국 직원들이 거주하는 숙소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자 地熱(지열)이 덮쳐 숨이 막혔다. 온몸은 늘씬 두들겨 맞은 것처럼 뻐근하고 쑤셨다.
열대 숲 속의 한국인 숙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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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린도 조림지 내의 林道. |
코린도그룹은 1969년 인도네시아 동부 칼리만탄 천연림 개발을 시작으로 1970년대 말 중부 칼리만탄 천연림 개발과 함께 합판·제지산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1985년 인도네시아 정부가 원목 수출을 전면 금지하고, 1990년 천연림의 보존과 지속 가능한 목재 생산을 위해 조림법을 제정함에 따라 1998년부터 빵갈란분에 조림을 추진, 2008년 말 현재 서울시 면적보다 넓은 6만6000여 ㏊에 이르는 ‘숲의 바다’를 일궈냈다. 최근에는 팜 오일과 중공업 사업으로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해 연간 매출 10억 달러에 30여 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기업으로 성장했다.
코린도 한국 직원들의 숙소에는 족구장을 포함한 넓은 운동장과 골프 연습장, 식당 등이 딸려 있었다. 불빛을 보고 달려든 온갖 풀벌레와 매미가 어지럽게 울어댔다. 화장실이 딸린 숙소에는 침대 3개와 TV, 냉장고, 에어컨 등의 시설이 갖춰져 있었다. 방에까지 풀벌레가 날아들었다. 10㎝ 가량 크기의 거미가 벽에 거미줄을 쳐놓고 먹잇감을 노리고 있었고, 그 옆에 20㎝ 가량의 도마뱀이 꼼짝 않고 벽에 붙어 있었다. 먹고 먹히는 냉혹한 먹이사슬이 방 안에 존재하고 있었다.
빵갈란분 공항에서 2시간여 떨어진 숲 속 奧地(오지)에서도 한국 방송을 볼 수 있었다. 인도네시아 케이블 방송 중 하나인 KTV에서 MBC와 SBS 뉴스를 실시간 방송하고, 드라마는 한 주 전 프로그램을 내보냈다.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SBS의 <바람의 화원>이 방영됐다. TV 시청 외엔 별다른 여가 거리가 없는 직원들은 주말이면 인근 저수지에서 낚시를 하곤 하는데 越尺(월척)짜리 붕어가 심심찮게 나온다고 했다. 회사는 숙소 인근에 6개 홀을 갖춘 골프장을 건설 중이었다. 워낙 외딴 곳이라 한국의 일반 기업보다 훨씬 많은 월급을 지급하고 있지만 직원들이 이곳 근무를 꺼리기 때문에 마련한 복지대책 중 하나라고 했다.
멧돼지 보쌈과 사슴 불고기
현재 이곳 조림사업부에 근무하고 있는 정규직 사원은 모두 250여 명. 그중 17명이 한국인이고, 나머지 230여 명은 인도네시아 사람들이다. 이곳에 있는 한국인들은 대부분 기혼 남성 직원과 그 가족들이다. 어둠 속에서 대여섯 살의 아이들이 넓은 운동장을 뛰노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파트 ‘숲’이 아닌 자연 속에서 맘 놓고 뛰노니 아토피 등 ‘새집 증후군’ 걱정은 없어 보였다. 30대 중반의 한 직원은 “한국에서 아이가 아토피를 심하게 앓았는데 이곳에 온 지 몇 달 안돼 다 나았다”고 말했다.
이호영(59) 전무 등 직원 10여 명과 함께한 저녁식사에는 김치찌개 등 한국 음식과 인근 숲에서 잡은 멧돼지 보쌈과 사슴 불고기가 식탁에 올랐다. 맥주와 직원들이 직접 담근 시큼털털한 막걸리가 飯酒(반주)로 곁들여졌다. 직원들은 고향의 맛이 그리웠던지 맥주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막걸리를 시원하게 넘겼다.
코린도 조림사업본부장인 이호영 전무는 서울대 林學科(임학과)를 졸업하고 1974년 입사했다. 입사와 동시에 인도네시아로 건너와 1978년 귀국할 때까지 동부 칼리만탄 지역의 천연림 개발에 참여했다. 그 뒤 남태평양 솔로몬에서 10여 년 동안 근무했다. 캄보디아, 베트남 등 동남아 열대지역을 수없이 돌아다니며 各國(각국)의 기후와 토양 등 나무의 생장 조건을 연구했다. 가족과 함께한 시간보다 원주민과 함께 숲 속을 헤매며 나무와 씨름한 시간이 더 많았다고 한다. 그가 한국에서 근무한 기간은 불과 5~6년. 그는 1996년 다시 인도네시아로 돌아와 코린도의 조림사업을 총지휘하고 있다.
그는 조림에 대한 생각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이곳은 조림지가 아니라 ‘나무 농장’입니다. 나무 농장은 수익성 높은 친환경 사업입니다. 팜 오일(Palm Oil·야자유) 가격이 오르니까 사람들이 경쟁적으로 팜 오일 사업에 뛰어들지만 농산물은 時勢(시세) 변동이 심해요. 언제 폭락할지 모릅니다. 팜 오일은 수확을 안 하면 나무가 죽기 때문에 밑지더라도 수확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나무는 가격이 떨어지면 6개월이고, 1년이고 기다리면 됩니다. 나무는 가만히 둬도 자라요. 더 굵은 목재가 돼서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어 시세 흐름을 잘 타지 않습니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의 팜 오일 생산국이다. 인도네시아 내 팜 조림지는 2007년 현재 660만㏊다. 천연 팜 오일(CPO) 가격이 2007년 초 t당 400달러에서 2008년 6월 1100달러까지 치솟자 너도나도 팜 오일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코린도 역시 파푸아 섬 아시키 지역 등 2만㏊ 규모의 팜 오일 농장을 경영하며 점차 재배면적을 확대하고 있다.
“造林은 돈이 되는 친환경 사업”
이 전무는 조림사업이야말로 ‘돈이 되는’ 친환경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환경론자들이 아무리 산림의 중요성을 강조해도 사람들은 ‘돈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절대 투자하지 않습니다. 투자자들은 조림사업이 30~40년 걸리는 장기투자 사업이라고 생각해요. 단기수익을 바라는 사람은 조림사업에 투자하지 않죠. 하지만 열대 조림사업은 장기투자가 아니라 빠르면 4~5년 안에 수익을 올릴 수 있어요. 단기간에 수확을 해서 돈을 벌 수 있는 ‘나무 농장’이자 친환경 사업이죠.”
나무가 자라 목재 등으로 활용되려면 수십 년의 세월이 필요할 텐데 4~5년 안에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이 전무의 설명이다.
“이곳은 1년 내내 햇볕이 따사롭고 비가 많이 옵니다. 나무들의 生長速度(생장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요. 짧게는 4~5년, 길게는 12년이면 수확이 가능해요. 유칼립투스와 아카시아 망? 등은 심은 지 4~5년 만에 베어낼 수 있죠. 4~5년생 나무는 각목 등 건축자재나 마루 바닥재, 합판, 우드 펠릿(wood pellet·톱밥을 압축해 만든 목재연료)이나 숯, 펄프 등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아직 상용화는 안됐지만 앞으로는 바이오에탄올까지 생산할 수 있을 겁니다. 10~12년생 나무는 목재 중에서 가장 비싼 가격을 받을 수 있는 가구재를 생산할 수 있어요.”
단기간에 고수익을 낼 수 있다지만 植栽(식재)에서부터 잡초 제거, 伐木(벌목)까지 일일이 사람의 손을 거쳐야 하는 작업이라면 인도네시아의 저렴한 노동력을 감안하더라도 만만치 않은 사업이라 여겨졌다.
“초기에는 手作業(수작업)으로 했지만 이제는 거의 모든 작업이 기계화됐어요. 나무를 심기 위해 구덩이를 파는 일에서부터 벌목까지 다 기계로 작업을 합니다. 또 클론(clone) 임업으로 동일한 형질의 우수한 목재를 대량 생산할 수 있습니다. 기계화를 통한 대량 생산이 가능하기에 단순한 조림이 아니라 나무 농장이라고 하는 겁니다. 조림이 어떤 농작물보다 수익성이 높은 사업이란 사실을 안다면 투자자가 늘어날 겁니다. 조림에 대한 투자가 늘면 탄소 흡수는 물론, 우드 펠릿이나 바이오 에탄올 등 목재연료가 화석연료를 대신해 환경은 자연히 좋아질 겁니다.”
이 전무의 나무 예찬은 밤이 이슥하도록 끝날 줄 몰랐다. 벌써 3시간째, 이미 시계는 밤 1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하루에 1㎝씩 자라는 유칼립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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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에 1㎝씩 자라지만 참나무보다 단단한 유칼립투스. 대여섯 살 난 여자 아이들이 자신보다 어린 유칼립투스 숲 속을 뛰놀고 있다. |
이호영 전무와 함께 지프에 올라 조림지로 향했다. 이곳 임도는 비포장도로지만 한국의 시골길보다는 훨씬 길이 평탄하고 좋은 편이었다.
“여기는 흙이 보배입니다. 磨沙土(마사토)인데 물 빠짐이 좋아 길이 미끄럽지 않아요. 이곳 조림지 임도의 총 길이가 2500㎞인데 마사토가 아니었다면 도로 보수 비용이 엄청날 겁니다. 수마트라 섬에 일본 조림지가 있는데 그곳 토양은 황토라서 비만 오면 길이 진창이 돼 차가 다닐 수가 없어요. 1년마다 드는 도로 보수 비용이 코린도 1년 조림 비용과 맞먹는 1000만 달러예요. 우리는 3년에 한 번씩 파손된 부분만 보수합니다.”
흙이 보배란 말보다 조림지 내 임도의 총 길이가 2500㎞라는 사실이 더 놀라웠다. 서울과 부산 간 경부고속도로 길이(416㎞)의 6배에 달한다는 얘기다.
조림지 초입 30㎝ 가량의 유칼립투스 苗木(묘목)들을 지나자 수고 4m 정도의 나무가 눈에 띄었다. 2007년에 심은 것이라고 했다. 수령 1년 여의 나무가 4m라니 하루에 1㎝씩 자란 셈이었다.
숲 속 깊숙이 들어갈수록 더 크고 굵은 유칼립투스와 아카시아 망? 등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었다. 가로, 세로 3m 간격으로 심은 지 4년여 된 유칼립투스는 直徑(직경) 20㎝, 높이 21m까지 자라 있었다. 나무는 식재 간격에 따라 높이와 직경에 차이가 생기는데, 간격을 좁게 하면 나무들은 햇빛을 좀 더 많이 받기 위해 경쟁적으로 높이 자라는 대신 굵기는 가늘어진다고 했다.
이 전무는 현지인 인부 4명에게 間伐(간벌)을 지시하고, 이유를 설명했다.
“나무도 사람처럼 키가 자라는 데 한계가 있어요. 유칼립투스는 심은 지 4년까지는 키가 자라는 樹高(수고) 성장을 하고, 5년부터는 수고 성장이 느려지면서 직경이 굵어지는 肥大(비대) 성장을 하게 되죠. 3~4년에 한 차례씩 間伐(간벌)을 해줘서 비대 성장을 돕는 겁니다.”
조림지의 敵은 ‘산불’이 아니라 ‘바람’
나무가 우지끈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나이테를 확인하기 위해 나무의 밑동을 봤지만 나이테를 구분할 수 없었다. 乾期(건기)와 雨期(우기)의 구분이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나이테는 선명하지 않지만 유칼립투스의 비중은 0.9로 우리나라 참나무(비중 0.8)보다 단단해 목재로서의 가치가 높다고 했다.
이 전무는 “한국은 산불이 나면 불씨가 수㎞까지 날아가 힘들게 키운 나무들을 다 태워버리지만 이곳은 불이 나도 나무가 불에 잘 타지 않는다”며 “나무 아래로만 불이 퍼져 잡초만 태운다”고 말했다.
그는 조림지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불이 아니라 바람이라고 했다.
“速成樹(속성수)의 경우 키만 쭉 자라고 뿌리가 깊지 못해 바람에 취약합니다. 특히 유칼립투스는 뿌리가 식재 당시 형태 그대로 자랍니다. 만약 뿌리가 옆으로 누워 있으면 그대로 옆으로 뻗어나가요. 다행히 이곳은 태풍이 비껴갑니다. 필리핀·캄보디아·베트남 등 다른 동남아 지역은 태풍이 수시로 지나가 조림에는 치명적이죠.”
문득 자카르타 시내 큰 나무에 꽃이 피어 있던 장면이 떠올랐다. 유칼립투스도 꽃이 피는지 궁금했다. 만약 꽃이 핀다면 그 넓은 조림지에서 養蜂(양봉)을 해서 거두는 수익은 그야말로 ‘대박’이 아니겠는가. 이 전무는 “유칼립투스도 꽃이 피는데, 한번 피면 6개월 동안 핀다”고 했다. 그런데 그 넓은 숲에 꽃이나 벌통이 보이지 않았다.
클론 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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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호영 전무가 심은 지 9년여 만에 직경 45㎝, 수고 37m까지 자란 유칼립투스 수형목의 둘레를 재고 있다. |
“넓은 곳에 유칼립투스 한 그루를 심으면 1년 만에 꽃이 핍니다. 꽃이 피고, 수고 성장과 동시에 비대 성장을 하면서 가지도 옆으로 뻗지요. 그런데 조림지에서는 심은 지 4년이 지났는데도 꽃이 몇 송이 피지 않았습니다. 꽃이 필 여유가 없었던 거죠. 조림지에는 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습니다. 다른 나무와 경쟁하면서 햇빛을 좀 더 많이 받으려면 꽃이 피거나 비대 성장을 할 여유가 없는 겁니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곧게 위로만 쭉 자랍니다. 결국 양봉은 실패했어요.”
그의 말대로 유칼립투스는 대나무처럼 쭉쭉 길게 위로만 자라 있었다. 자랄 수 있는 頂點(정점)에 이르러서야 옆으로 가지를 뻗었다. 휨 없이 곧게 자란 유칼립투스는 목재로서 더욱 각광을 받는다고 했다.
이호영 전무가 秀型木(수형목)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수형목이란 주위의 나무들에 비해 특히 생장이 좋고, 줄기가 곧고 병충해에 강한 우량목을 말한다. 그는 수령 9년이 넘는 유칼립투스가 식재된 곳으로 안내했다. 하늘을 찌를 듯 솟은 나무들은 수고 30여m, 직경이 30㎝가 넘었다. 이 전무는 나무들 사이에서 제일 굵고 키가 큰 나무 한 그루를 가리켜 클론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수형목이라고 했다. 심은 지 9년6개월 된 이 나무는 직경이 45㎝, 수고가 37m에 이르렀다. 이른바 母樹(모수)인 이 나무의 잎이나 조직을 채취해 이를 배양해서 복제하는 것이 클론 임업이다.
조림지 내 養苗場(양묘장)에는 모수에서 채취한 조직을 배양해 싹을 틔운 묘목이 심어져 있었다. 이 전무가 가위로 줄기가 동그란 筍(순) 하나를 자르며 복제 과정을 설명했다.
“수형목에서 떼어낸 조직을 배양해 묘목을 만들고, 15~20㎝ 정도 자라면 순을 계속해서 잘라줍니다. 나무는 살아남기 위해 계속해서 순을 틔웁니다. 이 순 가운데 줄기가 동그랗게 생긴 순을 잘라 배양토에 옮겨 심어 대량 복제하는 거죠.”
현지인 직원들이 손가락 한마디 길이의 순에 뿌리가 빨리 내리도록 發根(발근)촉진제를 발라 배양토가 담긴 원통형 용기에 꺾꽂이 했다. 이 전무는 “복제한 나무들은 목질과 색깔, 樹形(수형)이 같기 때문에 우드 칩이나 우드 펠릿, 가구재나 마루 바닥재로 쓰기에 좋다”고 말했다.
양묘장 주위에는 2003년부터 2008년까지 방문객들이 심은 유칼립투스가 줄지어 서 있었다. 2004년부터 클론 조림을 실시한 나무들은 높이나 굵기가 일정한데 2003년 종자를 심은 나무들은 모양과 크기가 제각각이었다. 수형목의 종자를 심었더라도 암수 交雜(교잡) 과정에서 유전 형질이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코린도는 2009년 하반기 조림지 조성 초기에 식재했던 직경 35~40㎝, 높이 35~40m에 이르는 수령 10~12년된 나무들을 벌목하고, 그 자리에 클론 조림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조림지를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야트막한 산 정상에 있는 전망대에 올랐다. 그 끝을 가늠할 수 없는 드넓은 푸른 숲의 바다가 시야 가득 펼쳐졌다.
산림자원 보유국들이 自國(자국)의 산림 보호를 위해 벌채와 원목 수출을 금지하고, 목재 수출세를 부과함에 따라 국제 목재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고, 국내 목재 생산량은 감소하고 있어 국내 목재 수급에 심각한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목재·탄소배출권·바이오에너지 확보 위한 조림
한편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한 유엔기후변화협약에 따라 일본·캐나다 등 선진 38개국은 교토의정서를 채택, 2012년까지 지구 온난화의 主犯(주범)인 온실가스를 1990년 대비 평균 5.2% 의무적으로 감축하는 데 합의했다. 만약 온실가스 배출 한도를 넘기면 탄소 배출거래 시장에서 탄소배출권을 구입해야 한다. 다시 말해 석유화학·제철 기업 등 탄소 배출량이 많은 기업들은 탄소 배출량 자체를 줄이거나, 뉴질랜드처럼 조림지가 많아 탄소 배출량이 적은 국가의 조림업체로부터 탄소배출권을 사야 한다. 의무감축 대상국은 또 감축 의무가 없는 개발도상국에 자본과 기술을 투자해서 얻은 탄소배출권을 자국의 감축 목표에 포함시킬 수 있다. 여기서 목재 공급을 위한 산업적 해외조림은 제외된다.
온실가스 배출 세계 9위(5억9100만t)인 우리나라는 현재 의무감축 대상 국가는 아니지만 2013년엔 의무감축 대상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의무감축 대상국이 되면 탄소 배출량이 많은 기업들은 탄소 배출 低減(저감)을 위해 시설개량이나 탄소배출권 구입 등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의무감축 할당량이 1995년 대비 5%만 부과돼도 우리나라는 2013~15년까지 연간 8조원의 비용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 정부와 기업은 장기 안정적인 목재 수급, 바이오에너지와 탄소배출권 확보를 위해 인도네시아 등 해외조림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연중 고른 강우량과 고온다습한 인도네시아는 남한 국토 면적의 12배에 해당하는 약 1억2000만㏊가 산림이며, 이는 동아시아 열대림의 45%에 해당하는 면적이다. 우리나라는 산림자원의 寶庫(보고)인 인도네시아의 열대림을 개발하기 위해 1969년 한국남방개발이 최초로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이래 코린도·삼성물산·삼탄 등 수많은 기업들이 원목 개발, 목재·펄프·합판·천연고무·바이오에너지 생산 사업을 벌이고 있다.
2006년 8월에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50만㏊, 즉 서울시 전체 면적의 8배가 넘는 조림 대상지를 제공하고, 우리 정부는 조림투자에 대한 정책을 지원하기로 하는 조림투자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2008년 11월 말 현재 태영글로벌(5만5000㏊)·인니조아(2만8000㏊)·산림조합중앙회(1만㏊) 등이 9만3000㏊에 대해 최종 조림사업 승인을 획득했고, 28만㏊에 대해서는 허가가 진행 중이며, 나머지 면적에 대해서는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우리 정부는 50만㏊ 가운데 30만㏊는 산업조림, 10만㏊는 탄소배출권 조림, 10만㏊는 바이오에너지 조림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조림지에 대한 전략적 접근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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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네시아 식목 행사에 참가한 김호영 주 인도네시아 한국대사(가운데)는 “인도네시아에서 사업하려면 인맥 형성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
인도네시아는 또 팜과 자트로파를 이용한 바이오디젤, 카사바를 이용한 바이오에탄올 등 바이오에너지에 대한 투자도 늘려가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2007년 바이오디젤 60만t, 바이오에탄올 10만t을 생산했다. 駐(주) 인도네시아 한국대사관 김용관 임무관은 “인도네시아 정부는 바이오에너지 사용을 의무적으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관련법 제정을 추진 중”이라며 “인도네시아 정부는 한국과 바이오에너지 개발 관련 MOU 체결을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뚜 오랑, 사뚜 포혼(Satu Orang, Satu Pohon)!”
인도네시아 식목일인 2008년 11월 28일 오전 10시 인도네시아 西(서)자바 보고르市(시) 찌비농 과학센터.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한 사람에 나무 한 그루씩!”이라고 외쳤다. 유도요노 대통령은 “한 사람이 나무 한 그루씩 심는다면 매년 2억3000만 그루의 나무를 심을 수 있다”며 12월 한 달을 식목의 달로 선포했다.
이날 행사에는 유도요노 대통령과 영부인, 까반 산림부장관, 하디 산림자원개발청장, 金浩榮(김호영) 주 인도네시아 대사와 코린도 李阮濟(이원제) 사장, 산림조합중앙회 인도네시아 법인 성인경 대표이사 등 1000여 명이 참석했다.
유도요노 대통령은 이날 바이오에너지의 원료인 냠쁠룽 나무를 심었다. 냠쁠룽을 기념 식수로 선택한 것은 인도네시아의 바이오에너지 자원 개발에 대한 의지를 담은 것이었다. 김호영 대사는 과실수인 두리안을 심었다. 김 대사는 이날 중국·일본 대사와 점심약속이 있었다. 교통혼잡이 극심한 인도네시아의 도로 여건상 행사 뒤 도저히 점심시간에 맞춰 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중국과 일본 대사는 이날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김 대사는 “인도네시아는 목재 등 산림자원과 석탄·니켈·주석·구리 등 광물자원이 풍부해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로서는 매우 중요한 나라입니다. 또 탄소배출권을 미리 확보하는 차원에서도 인도네시아는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나라입니다. 이 나라는 顔面(안면) 행정, 인간관계를 중시합니다. 가급적 현지 공무원과 접촉해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려고 노력합니다”라고 말했다. 김 대사는 아세안 사무총장이 그에게 한 충고를 전했다.
“‘일본은 자본만 투자했지 현지인들과 접촉하는 데 소홀했다’고 말하더군요. 동남아 개발도상국에서는 몸으로 주민들과 접촉하는 게 중요합니다. 人脈(인맥) 형성이 관건이죠.”
인도네시아에서는 현재 수많은 기업들이 산림자원의 가능성에 매료돼 목재와 고무나무, 팜 오일 및 바이오에너지 개발 등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철저한 사전준비 없이 뛰어들었다가 투자금만 날리고 돌아가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고 했다.
코린도 김영철 박사는 “인도네시아가 목재뿐만 아니라 바이오에너지 개발 등을 위한 조림사업을 벌이기에 천혜의 조건을 가진 것은 분명하지만 각종 진입장벽과 이 나라 문화에 대한 이해 없이 뛰어들었다간 낭패를 보기 십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북대 임학과를 졸업한 뒤 인도네시아 가자 마다 국립대에서 열대림 연구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진입장벽이 높다
김 박사는 진입장벽으로 우선 林地(임지) 확보의 어려움을 꼽았다. 뿌리 깊은 부정부패에 길든 정부 관료들과 관습법이 지배하는 조림 예정지 주민들을 이해하는 데는 상당기간 시행착오가 따른다는 것이다. 관료들에게는 층층이 뇌물을 줘야 하고, 정부 허가를 받았더라도 주민들과의 마찰이 생기면 적절한 피해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했다.
둘째, 조림사업과 관련한 기반시설이 열악해 경험이 없거나 자금이 부족할 경우 사업을 추진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셋째, 목재 시장이 기형적으로 구매자 독점의 펄프·합판 시장에 편중돼 있어 건축재나 가구재 등 용재 조림이 어렵고, 아직까지 인도네시아 정부가 원목 수출을 금지하고 있는 점을 꼽았다.
김 박사는 “이런 문제점을 개별 기업이 감당하면서 조림투자를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인도네시아 조림사업의 잠재력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우선 한국 정부가 산림과학원, 기업 등과 함께 인도네시아의 한 郡(군)이나 道(도)에 2만㏊의 시험 조림지를 조성합니다. 이 시험 조림지에서 수종 개발 등 연구개발 사업, 조림 작업반 육성을 위한 교육훈련 사업, 신규 투자자를 위한 컨설팅 사업 등을 벌여 신규 투자자가 자금과 핵심 인력만 가지고 오면 사업이 가능하도록 지원합니다. 시험 조림지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면서 조림지 규모를 점차 50만㏊까지 확대해 나가면 목가공 산업은 자연스럽게 육성될 것입니다. 조림에서부터 목가공 산업까지 연계된 종합 목가공 단지를 육성해 진입장벽을 넘는 것입니다. 조림이 발달한 브라질 등의 경우 이미 대규모 임지 확보가 거의 불가능하지만 인도네시아는 아직 대규모 임지 확보가 가능합니다. 이 잠재가치를 이해하고, 단계적·체계적으로 조림사업을 벌여나가면 약 10년 후에는 조림에서 목가공 산업까지 50만㏊ 이상의 종합단지가 이루어질 것입니다.”⊙
▣ [인터뷰] 하디 파사리부 인도네시아 산림부 산림자원개발청장
“목재사업 투자전망 밝아”
―인도네시아는 브라질과 함께 세계의 허파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산림부에 따르면 지난 1950~2000년까지 인도네시아 산림 6740만㏊가 감소하는 등 산림 황폐화가 심각합니다. “우리나라의 산림 면적은 1억2000만㏊입니다. 이 중 경제발전을 위해 이용 중인 생산림은 6000만㏊이고, 나머지 6000만㏊는 보존림·보호림으로 구분해 훼손을 막고 있습니다. 산림 황폐화는 불법 盜伐(도벌)과 산림을 농지 등 타 용도로 轉用(전용)했기 때문에 발생했습니다. 우리 정부는 산림 황폐화를 막기 위해 도벌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한국·미국 등 외국 정부와 도벌목에 대한 수입을 금지하도록 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습니다. 국내 조림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외국의 투자를 유치하고 있습니다. 한국과 2006년 8월 50만㏊에 이르는 조림투자협력 MOU를 체결했습니다. 조림투자와 관련해 정부와 정부 간 MOU를 체결한 것은 한국이 유일합니다.”
―인도네시아가 한국과 조림투자협력 MOU를 체결해서 얻는 구체적 이익은 무엇입니까.
“우리나라는 2020년까지 2억㎥의 목재가 필요하지만 천연림만으로는 목재 수요를 충당할 수 없습니다. 조림을 위해 한국 기업의 투자가 필요합니다. 조림이 활성화되면 산림 보존뿐만 아니라 목가공산업 발전 등을 통해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습니다. 또 기후변화협약 등에 따라 탄소배출권 확보가 중요해진 만큼 한국과의 협력을 통해 목재 공급을 위한 산업조림 외에 탄소배출권 조림과 山地(산지)의 타 용도 전용 방지 등을 추진할 수 있습니다. 팜 오일이나 자트로파, 냠쁠룽 등 바이오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만큼 한국기업과 협력해 바이오에너지 개발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인도네시아의 산림자원 개발에는 일본 등 선진국들도 관심이 많은데 유일하게 한국과 정부 대 정부 간 MOU를 체결한 이유는.
“한국 정부와 기업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인도네시아 개발과 관련한 투자를 약속했고, 그 약속을 충실히 이행했습니다. 한국 정부의 지원하에 한국 기업은 인도네시아 경제발전에 이바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산림자원을 이용한 바이오에너지 개발과 생태관광 부문 등에서 지속적으로 협력하길 바랍니다. 조림과 임업 연구에 기여한 코린도에 감사합니다. 앞으로 코린도가 파푸아 지역에 확보하려고 하는 10만㏊의 산림에 대해 전적으로 지원할 계획입니다. 목재산업은 결코 사양산업이 아니고 목재 투자는 전망이 밝습니다. 한국 정부와 기업들의 지속적인 투자를 바랍니다.”
▣ [인터뷰] 河榮帝 산림청장
“印尼, 캄보디아, 몽골, 우루과이 등지에서 조림사업 진행 중”
원 자재 가격 상승과 지구 온난화에 따른 유엔기후변화협약 체결 등으로 최근 가장 바쁜 정부기관이 산림청이다. 산림청은 안정적인 목재와 바이오에너지, 탄소배출권 확보를 위해 2050년까지 100만㏊에 이르는 해외조림을 추진한다는 비전을 내놨다.河榮帝(하영제) 산림청장은 “지속 가능한 경제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산림자원 확보가 열쇠”라며 “세계에서 인정받는 산림녹화 기술을 해외에 수출해 저탄소 녹색성장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해외 산림자원외교를 추진하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산림자원 확보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고, 기후변화협약에 대비해 탄소배출권 조림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현재 10%에 불과한 목재 자급률을 개선하고, 2013년 우리나라가 탄소 의무감축 대상국에 포함될 것에 대비해야 합니다. 2010년 탄소배출 시장 규모는 150조원, 2020년엔 3000조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산림은 기후변화협약에서 인정하는 유일한 탄소 흡수원이기 때문에 지속 가능한 경제발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해외산림자원외교를 펼쳐나가야 합니다.”
―해외 산림자원외교를 펼칠 기본 전략은 무엇입니까.
“1970년대 우리는 새마을운동을 벌이면서 6·25 전쟁 후 폐허가 된 국토에 세계에서 유례 없는 산림녹화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했습니다. 보릿고개를 겪으면서도 미래를 내다보고 조림 사업을 벌여 산업경제 발전의 터전을 일궜습니다. 세계적인 환경전문가 레스터 브라운은 그의 저서 <플랜 B>에서 ‘대한민국은 산림녹화에 있어서 세계의 모델이다. 우리는 세계를 다시 숲으로 덮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전 세계가 극찬하는 우리의 조림·沙防工事(사방공사)·병충해 방재·산불 방재 등 종합적인 산림녹화 기술을 국가 브랜드로 만들 계획입니다. 이를 토대로 가칭 ‘세계산림협력기구 사무국’과 같은 유엔기구를 마련해 우리의 산림녹화 기술을 세계에 전파할 생각입니다. 이를 위한 실무작업을 추진 중입니다.”
―해외 산림자원외교 활동의 현황과 성과에 대해 말씀해주시죠.
“쓰나미 피해를 입은 인도네시아 반다 아체 지역에 2006년 5월부터 2008년 10월까지 2년6개월에 걸쳐 총 180만 달러(한국국제협력단 사업비)와 우리 조림 기술을 투자해 550㏊ 규모의 맹그로브 숲 복원사업을 마쳤습니다. 또 2006년 인도네시아와 50만㏊ 조림투자협력 MOU를 체결해 현재 9만3000㏊에 대해 최종 조림사업 승인을 획득했습니다. 캄보디아와 지난 6월 산림협력 MOU를 체결했고, 앙코르와트 주변의 황폐화된 산림 복원에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캄보디아 훈센 총리는 각종 행정 편의를 제공할 테니 고무나무 조림이나 펄프재 생산을 위한 아카시아 망? 조림에 한국 기업이 투자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중국 네이멍구 쿠부치 사막에 黃砂(황사)방지 조림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몽골에 2016년까지 3000㏊에 이르는 그린벨트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중남미 국가와는 최초로 2008년 9월 우루과이와 산림협력 MOU를 체결해 중남미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했습니다. 이밖에 미얀마·베트남 등의 조림사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2017년까지 25만㏊에 이르는 해외 조림을 추진하고, 2050년까지 해외조림을 100만㏊까지 확대하겠다고 했는데 현재까지 얼마나 진행됐나요.
“2008년 11월 말 현재 인도네시아·솔로몬·베트남·필리핀·파라과이·호주·뉴질랜드·중국 등 8개 국가에 코린도·삼성물산 등 13개 업체가 진출해 16만5382㏊의 면적에 조림을 했습니다. 해외조림을 확대하기 위해 2008년 88억원이었던 정책지원 예산을 2009년에는 188억원으로 113% 확대할 계획입니다.”
―한정된 산림자원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합니다. 우리 정부와 기업이 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은 무엇인가요.
“투자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열대림 등 산림 전문가를 양성해야 합니다. 또 산림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클론 임업, 조림과 育林(육림) 기술 개발 등이 선행돼야 합니다. 투자 대상국에 대한 지속적인 정보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투자환경 개선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