孔柄淏
⊙ 1960년 경남 통영 출생.
⊙ 고려대 경제학과 졸업, 미국 라이스대학 경제학 박사.
⊙ 자유기업원 원장 역임.
⊙ 저서 : <10년 법칙> <부자의 생각, 빈자의 생각> <공병호의 자기경영 노트> 등.
⊙ 1960년 경남 통영 출생.
⊙ 고려대 경제학과 졸업, 미국 라이스대학 경제학 박사.
⊙ 자유기업원 원장 역임.
⊙ 저서 : <10년 법칙> <부자의 생각, 빈자의 생각> <공병호의 자기경영 노트> 등.
李明博(이명박) 정부의 경제팀을 두고 이런 저런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누가 지금 그 자리에 있더라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기는 하다. 그러나 어떤 상황에 처해 있든 간에 경제팀을 이끄는 사람들은 자신이 내린 결정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現(현) 경제팀은 시장으로부터, 그리고 보통 사람들로부터 그다지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경제팀 입장에선 “우리가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너무 몰라준다”고 불만스러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에 앞서 ‘왜, 이런 불신이 생길 수밖에 없었는가?’이에 대해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지금의 경제팀은 제대로 된 경제정책을 강력하게 실시할 동력을 이미 잃었다. 어떤 정책을 펼치더라도 ‘不信(불신)’이란 단어와 부닥치기 때문이다.
결정적인 사건은 잘못된 환율방어 정책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 이명박 경제팀의 첫 작품은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위기 속에서 수출확대와 경제성장률 提高(제고)를 위한 高(고)환율 정책이었다. 原油(원유)를 비롯한 原資材(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는 상황에서 고환율 정책은 수입물가를 끌어올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결과적으로 전문가들의 강한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한 고환율 정책의 결과, 外換(외환)보유고의 일부를 날렸다.
외환정책과 관련한 실수는 경제팀의 능력에 대한 불신을 낳았다. 게다가 마치 자신들이 시장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것처럼 강성 발언들을 쏟아낸 것도 경제팀에 대한 이미지를 나쁘게 만들었다.
이제까지 시장환율에 맞서 人爲的(인위적)인 환율정책을 통해 승리를 거둔 경우는 거의 없다. 1990년대 중반 이후 무리한 원화강세 정책은 1997년의 외환위기를 불러왔다. 2004년 정부는 수출경쟁력 약화를 방지하기 위해 외국환평형기금 10조원을 쏟아부었지만 실패했다.
경제팀은 절제된 말을 사용해야
고환율 정책 때문에 시장 참여자들은 경제팀의 일부 사람들에 대해 ‘시대에 뒤떨어진 판단을 내리는 고집불통들’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갖게 됐다. 일단 한번 만들어진 선입견은 좀처럼 없어지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보면 앞으로 경제팀이 가야 할 길이 멀고도 험하다.
아무리 자신들이 열심히 하더라도 ‘우리의 말과 행동이 상대방에게 어떻게 비치는가’하는 것은 무척 중요하다. 자기들만 열심히 일하는 것은 게으른 경우보다 낫겠지만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엉뚱한 방향으로 열심히 일하는 것은 그냥 게으른 것보다 더 나쁜 결과를 낳게 된다.
어떤 말을 할 때는 반드시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시장 참여자들의 협조를 구하는 듯한 겸손한 말투를 구사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정적이고 오만해 보이는 발언들은 결국 ‘올드 보이’라는 좋지 못한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官治(관치)시대를 주도했던 고위관료들의 오만함이 하나도 바뀌지 않았구나’라는 인상을 심어 주지 않도록 절제된 언어가 필요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현 경제팀에서 나오는 발언들은 경제주체들의 팔을 비트는 듯한, 강요하는 듯한, 고압적으로 명령하는 듯한 발언들이 언론을 통해 여과과정 없이 계속해서 터져 나오고 있다.
물론 언론의 속성상 독자들의 주목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부분을 크게 부각시켜 보도하는 경우가 있다. 경제팀으로서는 자신들의 발언이 지나치게 曲解(곡해)되어 전달되고 있다고 섭섭해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경제팀은 그런 부분까지 모두 계산해서 완곡하게 자신의 의사를 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테면 2008년 키코(KIKO)사태와 관련해 경제팀의 首長(수장)을 맡고 있는 각료는 “투기세력보다 더 나쁜 세력은 지식을 악용해 시장 참가자를 誤導(오도)하고 그걸 통해 돈을 버는 ‘S기꾼’이다”라고 비난했다. ‘S기꾼’이란 ‘사기꾼’이라는 얘기다. 당연히 은행들이 반발했다. 설령 마음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더라도 정중한 말로 은행들의 행위를 나무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각료는 때로는 정치적일 필요가 있다.
경제부처 간 팀워크 중요
상황이 혼란스러울수록 경제팀의 팀워크가 중요하다. 내부적으로는 특정 정책에 대해 논란을 벌이더라도 밖으로 발표할 때에는 일사불란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경제팀 구성원들이 이곳 저곳에서 衆口難防(중구난방)식으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것은 시장을 혼란케 할 뿐이다.
다양한 배경을 갖고, 저마다의 부처이익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조직의 長(장) 입장에서 다른 부처와 조화를 이루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여기서 리더의 능력이 빛을 발하게 된다.
외환위기 당시 구조조정을 이끌었던 李憲宰(이헌재) 前(전) 경제부총리는 “평상시 견제와 균형을 위해 마련된 조직들이 비상시에는 작동하지 못하고 걸림돌이 된다. 현재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으로 二元化(이원화)된 감독조직은 문제가 있기 때문에 법 개정을 기다릴 필요도 없이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을 한 사람이 맡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의 지적은 팀워크의 不在(부재)에 대한 일반인들의 우려와 맥을 같이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제부총리제 부활을 주장한다. 하지만 꼭 그런 자리를 만들지 않더라도 경제에 관해 실질적인 지휘권을 대통령으로부터 위임 받은 사람이 있다. 대통령 중심제下(하)에서 대통령이 특정인에 대한 신뢰를 표시하는 것은 곧 그가 담당 정책을 총괄하는 인물임을 대내외에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경제팀에게서는 일사불란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경제팀 구성원들이 돌출발언을 할 때면, 경제팀 내에서 정책조율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2008년 11월 19일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예전에 쓰던 낫과 망치를 준비하고 있는데, 특히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10여 년 전 외환위기 당시에 나왔던 다양한 위기극복 대처방안을 다시 살펴보고 있다”고 발언했다. 이 발언은 은행 구조조정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여져 큰 파문을 일으켰다. 이후 경제팀 내부에서도 설익은 발언이 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서 우려가 있었다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얼마 전 “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등 부처 간 경계 없이 모두가 하나돼 이 위기를 극복하자”고 말했다. 대통령이 직접 지적하고 나설 정도로 경제부처 간 불협화음이 심각하다는 얘기다.
과감한 정책 필요
경제팀은 시장 참여자들로부터 믿음과 신뢰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상황을 주도해 나가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심어 주어야 한다. 이제까지 경제팀은 막다른 상황에 내몰린 후에야 결정을 내리거나 대통령의 질책에 따라 움직이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는 대통령이 경제팀을 질책했다는 보도를 자주 접한다. 이런 보도는 대통령이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것일 수 있다. 또 미온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사람들에게 언론을 통해 공개적으로 경고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 매번 대통령이 짜증을 낼 지경에 이르기까지 일들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가’라고 생각하게 된다.
국민들이 보기에 현 경제팀 내에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온 몸을 던져 직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실상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문제는 현 경제팀이 국민들 눈에 그렇게 비치고 있다는 점이다.
마지못해서 정책을 행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을 완전히 제압하고 주도할 수 있는 과감함과 신속함으로 무장된 경제팀이 필요하다. 찔끔찔끔 내놓은 정책으로 아무런 효과를 낼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이것저것 눈치를 보기 시작하면 펼 수 있는 정책이 별로 없다. 未(미)분양 주택 문제나 부동산 거래 실종에 대한 정책만 해도 그렇다. 약간의 減稅(감세)에다 규제완화 정도로 치유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지금 경제팀에게 부족한 것은 ‘상상력의 부족’이 아닌가 싶다. 필요하다면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시장 참여자들이 깜짝 놀랄 정도의 조치도 취할 수 있어야 한다. 예컨대 건설업체들의 未分讓(미분양) 주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유세와 양도세를 限時的(한시적)으로 면제하는 식의 파격적인 정책을 실시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지 않은가.
뿐만 아니라, 은행들의 자본확충 문제, 건설사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관련 부실 문제, 조선업 등의 과잉투자 문제, 미분양 주택 문제에 대한 담보대출 초과 문제 등과 같은 과제들에 대해 정부가 상황을 확실히 주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럼 점에서 “위기국면에서는 상황을 압도할 정도의 단호하고 충분한 정책이 나와야 한다. 필요하다면 극약처방도 서슴지 말아야 한다”는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의 충고는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타이밍’을 놓치면 호미로 막을 수 있는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게 된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상황에 대한 정확한 판단, 업무에 대한 우선순위 부여, 절제된 언어의 사용, 일을 추진할 수 있는 실력 있는 팀의 구축, 정교한 문제해결 방법의 동원, 경제팀의 굳건한 팀워크, 충분한 對(대)국민 커뮤니케이션.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런 요소들을 두루 갖춘 드림팀이다.⊙
그동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現(현) 경제팀은 시장으로부터, 그리고 보통 사람들로부터 그다지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경제팀 입장에선 “우리가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너무 몰라준다”고 불만스러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에 앞서 ‘왜, 이런 불신이 생길 수밖에 없었는가?’이에 대해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지금의 경제팀은 제대로 된 경제정책을 강력하게 실시할 동력을 이미 잃었다. 어떤 정책을 펼치더라도 ‘不信(불신)’이란 단어와 부닥치기 때문이다.
결정적인 사건은 잘못된 환율방어 정책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 이명박 경제팀의 첫 작품은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위기 속에서 수출확대와 경제성장률 提高(제고)를 위한 高(고)환율 정책이었다. 原油(원유)를 비롯한 原資材(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는 상황에서 고환율 정책은 수입물가를 끌어올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결과적으로 전문가들의 강한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한 고환율 정책의 결과, 外換(외환)보유고의 일부를 날렸다.
외환정책과 관련한 실수는 경제팀의 능력에 대한 불신을 낳았다. 게다가 마치 자신들이 시장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것처럼 강성 발언들을 쏟아낸 것도 경제팀에 대한 이미지를 나쁘게 만들었다.
이제까지 시장환율에 맞서 人爲的(인위적)인 환율정책을 통해 승리를 거둔 경우는 거의 없다. 1990년대 중반 이후 무리한 원화강세 정책은 1997년의 외환위기를 불러왔다. 2004년 정부는 수출경쟁력 약화를 방지하기 위해 외국환평형기금 10조원을 쏟아부었지만 실패했다.
경제팀은 절제된 말을 사용해야
고환율 정책 때문에 시장 참여자들은 경제팀의 일부 사람들에 대해 ‘시대에 뒤떨어진 판단을 내리는 고집불통들’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갖게 됐다. 일단 한번 만들어진 선입견은 좀처럼 없어지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보면 앞으로 경제팀이 가야 할 길이 멀고도 험하다.
아무리 자신들이 열심히 하더라도 ‘우리의 말과 행동이 상대방에게 어떻게 비치는가’하는 것은 무척 중요하다. 자기들만 열심히 일하는 것은 게으른 경우보다 낫겠지만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엉뚱한 방향으로 열심히 일하는 것은 그냥 게으른 것보다 더 나쁜 결과를 낳게 된다.
어떤 말을 할 때는 반드시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시장 참여자들의 협조를 구하는 듯한 겸손한 말투를 구사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정적이고 오만해 보이는 발언들은 결국 ‘올드 보이’라는 좋지 못한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官治(관치)시대를 주도했던 고위관료들의 오만함이 하나도 바뀌지 않았구나’라는 인상을 심어 주지 않도록 절제된 언어가 필요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현 경제팀에서 나오는 발언들은 경제주체들의 팔을 비트는 듯한, 강요하는 듯한, 고압적으로 명령하는 듯한 발언들이 언론을 통해 여과과정 없이 계속해서 터져 나오고 있다.
물론 언론의 속성상 독자들의 주목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부분을 크게 부각시켜 보도하는 경우가 있다. 경제팀으로서는 자신들의 발언이 지나치게 曲解(곡해)되어 전달되고 있다고 섭섭해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경제팀은 그런 부분까지 모두 계산해서 완곡하게 자신의 의사를 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테면 2008년 키코(KIKO)사태와 관련해 경제팀의 首長(수장)을 맡고 있는 각료는 “투기세력보다 더 나쁜 세력은 지식을 악용해 시장 참가자를 誤導(오도)하고 그걸 통해 돈을 버는 ‘S기꾼’이다”라고 비난했다. ‘S기꾼’이란 ‘사기꾼’이라는 얘기다. 당연히 은행들이 반발했다. 설령 마음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더라도 정중한 말로 은행들의 행위를 나무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각료는 때로는 정치적일 필요가 있다.
경제부처 간 팀워크 중요
상황이 혼란스러울수록 경제팀의 팀워크가 중요하다. 내부적으로는 특정 정책에 대해 논란을 벌이더라도 밖으로 발표할 때에는 일사불란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경제팀 구성원들이 이곳 저곳에서 衆口難防(중구난방)식으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것은 시장을 혼란케 할 뿐이다.
다양한 배경을 갖고, 저마다의 부처이익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조직의 長(장) 입장에서 다른 부처와 조화를 이루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여기서 리더의 능력이 빛을 발하게 된다.
외환위기 당시 구조조정을 이끌었던 李憲宰(이헌재) 前(전) 경제부총리는 “평상시 견제와 균형을 위해 마련된 조직들이 비상시에는 작동하지 못하고 걸림돌이 된다. 현재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으로 二元化(이원화)된 감독조직은 문제가 있기 때문에 법 개정을 기다릴 필요도 없이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을 한 사람이 맡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의 지적은 팀워크의 不在(부재)에 대한 일반인들의 우려와 맥을 같이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제부총리제 부활을 주장한다. 하지만 꼭 그런 자리를 만들지 않더라도 경제에 관해 실질적인 지휘권을 대통령으로부터 위임 받은 사람이 있다. 대통령 중심제下(하)에서 대통령이 특정인에 대한 신뢰를 표시하는 것은 곧 그가 담당 정책을 총괄하는 인물임을 대내외에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경제팀에게서는 일사불란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경제팀 구성원들이 돌출발언을 할 때면, 경제팀 내에서 정책조율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2008년 11월 19일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예전에 쓰던 낫과 망치를 준비하고 있는데, 특히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10여 년 전 외환위기 당시에 나왔던 다양한 위기극복 대처방안을 다시 살펴보고 있다”고 발언했다. 이 발언은 은행 구조조정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여져 큰 파문을 일으켰다. 이후 경제팀 내부에서도 설익은 발언이 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서 우려가 있었다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얼마 전 “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등 부처 간 경계 없이 모두가 하나돼 이 위기를 극복하자”고 말했다. 대통령이 직접 지적하고 나설 정도로 경제부처 간 불협화음이 심각하다는 얘기다.
과감한 정책 필요
경제팀은 시장 참여자들로부터 믿음과 신뢰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상황을 주도해 나가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심어 주어야 한다. 이제까지 경제팀은 막다른 상황에 내몰린 후에야 결정을 내리거나 대통령의 질책에 따라 움직이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는 대통령이 경제팀을 질책했다는 보도를 자주 접한다. 이런 보도는 대통령이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것일 수 있다. 또 미온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사람들에게 언론을 통해 공개적으로 경고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 매번 대통령이 짜증을 낼 지경에 이르기까지 일들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가’라고 생각하게 된다.
국민들이 보기에 현 경제팀 내에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온 몸을 던져 직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실상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문제는 현 경제팀이 국민들 눈에 그렇게 비치고 있다는 점이다.
마지못해서 정책을 행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을 완전히 제압하고 주도할 수 있는 과감함과 신속함으로 무장된 경제팀이 필요하다. 찔끔찔끔 내놓은 정책으로 아무런 효과를 낼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이것저것 눈치를 보기 시작하면 펼 수 있는 정책이 별로 없다. 未(미)분양 주택 문제나 부동산 거래 실종에 대한 정책만 해도 그렇다. 약간의 減稅(감세)에다 규제완화 정도로 치유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지금 경제팀에게 부족한 것은 ‘상상력의 부족’이 아닌가 싶다. 필요하다면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시장 참여자들이 깜짝 놀랄 정도의 조치도 취할 수 있어야 한다. 예컨대 건설업체들의 未分讓(미분양) 주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유세와 양도세를 限時的(한시적)으로 면제하는 식의 파격적인 정책을 실시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지 않은가.
뿐만 아니라, 은행들의 자본확충 문제, 건설사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관련 부실 문제, 조선업 등의 과잉투자 문제, 미분양 주택 문제에 대한 담보대출 초과 문제 등과 같은 과제들에 대해 정부가 상황을 확실히 주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럼 점에서 “위기국면에서는 상황을 압도할 정도의 단호하고 충분한 정책이 나와야 한다. 필요하다면 극약처방도 서슴지 말아야 한다”는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의 충고는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타이밍’을 놓치면 호미로 막을 수 있는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게 된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상황에 대한 정확한 판단, 업무에 대한 우선순위 부여, 절제된 언어의 사용, 일을 추진할 수 있는 실력 있는 팀의 구축, 정교한 문제해결 방법의 동원, 경제팀의 굳건한 팀워크, 충분한 對(대)국민 커뮤니케이션.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런 요소들을 두루 갖춘 드림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