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萬夏 한국은행 도쿄사무소장
⊙ 1952년생.
⊙ 서울대 경영대학 졸업.
⊙ 한국은행 외자관리실장, 투자운용실장, 외화자금국장 역임.
⊙ 저서: <금융리스크관리> <신용위험측정>.
⊙ 1952년생.
⊙ 서울대 경영대학 졸업.
⊙ 한국은행 외자관리실장, 투자운용실장, 외화자금국장 역임.
⊙ 저서: <금융리스크관리> <신용위험측정>.
일본의 경제가 처해 있는 상황을 판단하려면 국제적인 흐름 속에서 파악해야 한다. 과거 국제적인 금융위기가 나타날 때마다 일본의 경기는 내리막으로 내달았다. 1970년대 두 번에 걸친 석유위기로 油價(유가)가 상승하자 일본 경제는 무역수지가 크게 악화되면서 타격을 받았다. 1985년 통상마찰을 해소하기 위해 이루어진 G5의 플라자 합의(G5 재무장관들이 뉴욕 플라자호텔에 모여 ‘미국의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 일본 엔화와 독일 마르크화의 평가절상을 유도하며, 이것이 순조롭지 못할 경우 정부의 협조 개입을 통해 목적을 달성한다’는 내용의 합의-편집자 注)는 낮은 金利(금리)와 강한 엔貨(화)라는 相衝(상충)되는 정책을 人爲的(인위적)으로 만들어냈다. 그 결과 일본에서는 1980년대 후반 부동산과 주식의 버블이 발생했고, 그 후 기나긴 버블붕괴의 과정을 걸었다.
1995년부터 미국이 ‘강한 달러가 곧 國益(국익)’이라는 슬로건 아래 高(고)금리를 유지하자 자금 흐름이 미국으로 쏠리면서 국제적인 流動性(유동성) 부족과 자금배분의 왜곡이 발생했다. 이 와중에 아시아와 러시아 위기, 1998년의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 사태까지 연결되는 일련의 금융위기가 일어나자 일본은 경기둔화를 겪었다.
2000년에 들어 미국의 닷컴 버블이 붕괴된 후 2002년부터 일본은 장기간의 경기 확장을 경험했지만, 이런 반짝 호황은 작년 하반기 美(미)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뒤이은 금융불안으로 막을 내렸다. 현재 일본은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경기후퇴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일본 경제가 이처럼 국제금융환경 변화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금융위기 때마다 强勢(강세)를 보이는 엔貨(화) 환율과 깊은 관련이 있다. 1970년대까지는 무역수지 등 경상수지가 통화 간 환율 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으나, 1980년대에 들어 자본거래 규모가 무역거래 규모를 능가하면서 국가 간의 금리 격차에 따른 자금흐름이 환율을 결정하는 상황으로 변했다.
1980년대 일본은 對外(대외)무역으로 축적된 자본으로 해외투자에 열을 쏟았다. 1990년 이후 버블 붕괴와 함께 디플레이션 타개를 위해 금리를 인하하면서 ‘제로금리’라는 低(저)금리 상황이 지속됐다. 이에 따라 엔 캐리 트레이드라는 이름으로 저금리의 엔화가 국제적인 자금흐름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켜왔다.
엔 캐리 트레이드는 두 가지 자금흐름으로 이루어진다. 해외투자가가 저금리의 엔화를 借入(차입)해 해외의 高(고)수익자산에 투자하는 흐름과, 일본 국내투자가가 보유하고 있는 자금을 해외자산에 투자하는 흐름이다. 금융환경이 악화되면 해외로 나간 엔화 자금이 다시 되돌아오면서 엔화 강세를 부추긴다.
일본 엔화 실효환율 그래프를 보면 금융위기 기간에는 강세를 보이고, 그렇지 않은 시기에는 弱勢(약세)를 보이는 변화를 반복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일본의 경제 펀더멘털이 철저히 파괴됐던1990년대 버블 붕괴 기간에도 밖으로 나갔던 엔화가 되돌아오면서, 엔화 강세 현상이 벌어졌다. 2000년 이후에는 이런 엔 캐리 트레이드로 인해 엔 환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다가 이번 서브프라임과 세계 금융위기로 엔 강세로 反轉(반전)됐다.
엔화 환율의 변화에 따라 일본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실물경제와 금융경제 두 측면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먼저 엔화 환율의 변화가 일본의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보자.
환율 변동으로 수출입 가격과 수출입 수량이 변동되면서 무역수지의 赤字(적자)와 黑字(흑자)가 결정된다. 엔화가 강세가 되는 경우 일본수출업자의 외화표시 수출대금의 엔화 수취금액이 적어지고 해외수입업자의 엔화표시 수입대금의 자국통화 지급금액이 많아진다. 그리고 가격경쟁력이 저하되어 수출량이 감소하고 購買力(구매력)이 커져 수입량이 증가한다.
도요타, 영업이익 4분의 1로 감소
그동안 미국·유럽의 주택투자에 의한 경기상승, 중국·인도의 국제분업에 의한 생산증대, 중국·러시아·동유럽의 시장체제로의 진입, 자원가격 상승에 따른 자원국의 경기확대가 한데 어우러져 전 세계 경기가 活況(활황)을 보인 가운데 일본의 수출은 증대되어 왔다. 이와 함께 엔화 환율이 약세를 나타내면서 수출기업들이 채산성을 확보했고, 일본 경기는 장기간의 회복국면을 지속했다.
해외수출은 일본 경제 GDP성장률에 약 40%를 기여하고 있다. 국내 설비투자와 고용에 미치는 유발효과를 감안한다면 그 기여도는 더 커진다.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로 세계 경제의 동시불황과 엔화 강세, 해외 에너지·원자재 가격의 상승으로 일본의 무역수지가 악화되면서, 수출주도형 일본 경제가 타격을 받고 있다.
최근 보도된 도요타자동차의 경우를 보면 매출액은 前年(전년) 25조 엔에서 今年(금년) 23조 엔으로, 영업이익은 2조3000억 엔에서 6000억 엔으로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추산 영업이익의 감소분 1조7000억 엔에는 자동차 수요 감퇴로 인한 이익감소분 6000억 엔, 엔화 환율 강세로 인한 이익감소분 7000억 엔, 원자재 가격상승과 경비증가에 의한 이익감소분 4000억 엔이 포함된다.
해외 소득수지 흑자가 경상수지 흑자의 버팀목
다음으로 엔화 환율의 변화가 일본의 금융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보자. 일본의 純(순)국제투자(일본의 해외투자―외국의 일본투자) 규모는 2007년 末(말) 약 2조2000억 달러로 세계 1위다.
세계 최대의 債權國(채권국)인 일본의 명목GDP 대비 純(순)국제투자액 비율은 1995년에 15% 수준이었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2007년에는 50%를 상회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의 무역수지가 악화된 요즈음에도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이자소득 등 소득수지 흑자가 경상수지 흑자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엔화 환율이 기업의 경영성과에 미치는 경로를 보면, 엔화 약세로 수출경쟁력이 강화되면서 수출이 증가하여 기업의 영업이익을 키우는 한편, 그동안 벌어들여 쌓아놓은 외화표시 예금이나 채권에서 외환 評價益(평가익)이 발생해 경상이익을 대폭 확대시킨다.
환율의 조그만 변동에도 수천억 엔의 외환 평가손익이 오르내리는 기업들도 있다. 이 때문에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엔화 환율이 강세일 때는 일본기업의 주가가 하락하고, 약세에는 주가가 상승하기도 한다
1500조 엔에 이르는 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중 약 50%를 예금으로 운용하고 있는 개인투자자들은 그동안 ‘저축에서 투자로’란 슬로건 아래 투자신탁 등을 활용하여 해외투자를 확대하여 왔으나 작금의 세계적인 금융불안으로 주춤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은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로 야기된 전 세계의 금융부문 위기가 실물부문의 위기로 전이되는 과정에 있다. 금융위기에서 한발 벗어나 있는 일본 경제도 그동안 진행된 엔화 강세와 함께 에너지·원재료가격 상승과 해외 경제상황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기업의 수익악화와 가계의 소득감소로 직결돼 기업은 투자를 감축하고 가계는 소비를 억제하고 있다.
기업들은 국내외 제품 수요의 감소와 함께 자원가격의 상승과 円高(엔고)로 영업성과가 악화되면서 설비투자를 감축하고 있으며 많은 중소기업이 도산하고 있다. 일본의 주택건설도 부진한 상황이며 아파트가 팔리지 않아 재고가 증가하고 있다. 기업의 고용자 수도 줄고 있다.
임금이 정체되고 낮은 금리와 배당으로 가계의 소득환경이 악화되고 있으며, 주가하락에 따른 逆(역)자산효과로 가계소비가 감소하고 있다. 더구나 식료품을 위주로 한 소비재 가격이 상승하여 가계의 구매력이 하락하고 있다. 개인소비는 고용환경의 악화, 실질임금의 저하, 소비자물가의 상승 등에 따라 앞으로도 당분간 부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경제성장률 0~1% 전망
세계 경제는 향후 미국과 유럽의 금융위기의 수습 정도와 속도에 크게 좌우될 전망이다. 부동산 버블 붕괴에 따른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는 장기화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주요국의 금융정책당국이 서로 협력하면서 이번 사태에 신속히 대응하고 있어 예전보다는 위기가 다소 짧아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주요 연구기관은 2008년 성장률은 0% 정도, 2009년도는 0~1%대 중반으로 예상하고 있다. 2010년 봄부터 경제가 다시 회복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일본의 이번 경기하강은 골(谷)이 그다지 깊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에너지·원자재 가격이 하락하고 있으며 일본은 수출지역의 多邊化(다변화)로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고성장지역에 대한 수출비중을 키워왔기 때문이다. 아울러 일본은 엔화로 대금을 받는 수출을 꾸준히 늘려 환율변동의 영향을 완화시켜 왔다. 정부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많은 자금을 책정하고 있으며, 일본은행은 정책금리를 인하하여 경기진작을 도모하고 있다.
현재 기업부문의 설비투자, 채무누적과 고용상황은 예전의 버블붕괴 때만큼의 과잉상태는 아니다. 과거 경기후퇴 국면에 비해 재고수준이 낮아 과잉재고의 조정 때문에 경기후퇴 국면이 장기화되거나 심각해질 가능성이 낮다. 해외경제가 위축 국면에서 벗어나면 수익환경이 개선되면서 설비투자도 서서히 확대해갈 것이다. 에너지 및 식료품 가격의 오름세가 꺾이고, 기업수익의 회복으로 가계부문의 고용과 소득환경이 개선되면 개인소비도 점차 회복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기업들의 현저한 체질개선으로 은행의 부실채권이 감소된 상황이며, 현재의 금융환경은 미국과 유럽보다 시장 유동성 부족 문제에 덜 노출되어 있다. 다만, 금융·자본시장의 국제적 동요에 따른 단기금융 조달 환경의 악화와 주식가격의 대폭 하락 등으로 금융기관의 대출이 엄격해지고, 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냉각되어 있어 어려운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對日 무역수지 다소 개선될 듯
일본의 증권시장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영향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고 여겨졌지만, 해외투자자들의 급격한 채권과 주식매도로 교란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주가 하락이 주요 선진국 중 최고 수준에 이르는 상황을 바라보면서 “증권시장을 과도하게 해외투자자에게 내준 결과”라는 반성론이 제기되고 있다. 버블 붕괴 후 기업의 재무체질이 개선되었지만 주가하락 등 금융불안이 지속되고 있는 것은 장기적인 국내투자자 육성을 태만히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점은 우리나라 금융·자본시장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제금융시장에서 금융업무와 투자수법과 금융규제가 생산과 소비활동을 지원하는 본래의 역할로 되돌아가는 상황이 도래하면, 일본은 풍부한 자금력과 기술력과 정보력으로 세계 경제무대에서 다시 부상하게 될 것이다.
일본은 앞으로 해외 생산공장의 국내에로의 回歸(회귀)와 함께 생산기술의 블랙박스화(핵심기술에 대해서는 아예 특허조차 내지 않음으로써 기술유출이나 모방을 방지하는 것-편집자 注), 로봇의 적극 활용, 환경산업 지원육성 등의 방식으로 기술강국의 이점을 살려나갈 것이다. 또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국내저축에서 해외투자로 유도하면서, 연·기금을 이용하여 國富(국부)펀드를 설립하는 등 금융입국을 견지해 나갈 것이다.
우리나라는 엔화 강세에 따른 수입 감소와 수출증가로 對日(대일)貿易 역조가 다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1995년부터 미국이 ‘강한 달러가 곧 國益(국익)’이라는 슬로건 아래 高(고)금리를 유지하자 자금 흐름이 미국으로 쏠리면서 국제적인 流動性(유동성) 부족과 자금배분의 왜곡이 발생했다. 이 와중에 아시아와 러시아 위기, 1998년의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 사태까지 연결되는 일련의 금융위기가 일어나자 일본은 경기둔화를 겪었다.
2000년에 들어 미국의 닷컴 버블이 붕괴된 후 2002년부터 일본은 장기간의 경기 확장을 경험했지만, 이런 반짝 호황은 작년 하반기 美(미)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뒤이은 금융불안으로 막을 내렸다. 현재 일본은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경기후퇴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일본 경제가 이처럼 국제금융환경 변화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금융위기 때마다 强勢(강세)를 보이는 엔貨(화) 환율과 깊은 관련이 있다. 1970년대까지는 무역수지 등 경상수지가 통화 간 환율 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으나, 1980년대에 들어 자본거래 규모가 무역거래 규모를 능가하면서 국가 간의 금리 격차에 따른 자금흐름이 환율을 결정하는 상황으로 변했다.
1980년대 일본은 對外(대외)무역으로 축적된 자본으로 해외투자에 열을 쏟았다. 1990년 이후 버블 붕괴와 함께 디플레이션 타개를 위해 금리를 인하하면서 ‘제로금리’라는 低(저)금리 상황이 지속됐다. 이에 따라 엔 캐리 트레이드라는 이름으로 저금리의 엔화가 국제적인 자금흐름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켜왔다.
엔 캐리 트레이드는 두 가지 자금흐름으로 이루어진다. 해외투자가가 저금리의 엔화를 借入(차입)해 해외의 高(고)수익자산에 투자하는 흐름과, 일본 국내투자가가 보유하고 있는 자금을 해외자산에 투자하는 흐름이다. 금융환경이 악화되면 해외로 나간 엔화 자금이 다시 되돌아오면서 엔화 강세를 부추긴다.
일본 엔화 실효환율 그래프를 보면 금융위기 기간에는 강세를 보이고, 그렇지 않은 시기에는 弱勢(약세)를 보이는 변화를 반복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일본의 경제 펀더멘털이 철저히 파괴됐던1990년대 버블 붕괴 기간에도 밖으로 나갔던 엔화가 되돌아오면서, 엔화 강세 현상이 벌어졌다. 2000년 이후에는 이런 엔 캐리 트레이드로 인해 엔 환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다가 이번 서브프라임과 세계 금융위기로 엔 강세로 反轉(반전)됐다.
엔화 환율의 변화에 따라 일본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실물경제와 금융경제 두 측면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먼저 엔화 환율의 변화가 일본의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보자.
환율 변동으로 수출입 가격과 수출입 수량이 변동되면서 무역수지의 赤字(적자)와 黑字(흑자)가 결정된다. 엔화가 강세가 되는 경우 일본수출업자의 외화표시 수출대금의 엔화 수취금액이 적어지고 해외수입업자의 엔화표시 수입대금의 자국통화 지급금액이 많아진다. 그리고 가격경쟁력이 저하되어 수출량이 감소하고 購買力(구매력)이 커져 수입량이 증가한다.
도요타, 영업이익 4분의 1로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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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출용 자동차들이 줄지어 늘어선 도요타자동차 공장 근처의 자동차 야적장을 한 노동자가 걸어가고 있다. |
해외수출은 일본 경제 GDP성장률에 약 40%를 기여하고 있다. 국내 설비투자와 고용에 미치는 유발효과를 감안한다면 그 기여도는 더 커진다.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로 세계 경제의 동시불황과 엔화 강세, 해외 에너지·원자재 가격의 상승으로 일본의 무역수지가 악화되면서, 수출주도형 일본 경제가 타격을 받고 있다.
최근 보도된 도요타자동차의 경우를 보면 매출액은 前年(전년) 25조 엔에서 今年(금년) 23조 엔으로, 영업이익은 2조3000억 엔에서 6000억 엔으로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추산 영업이익의 감소분 1조7000억 엔에는 자동차 수요 감퇴로 인한 이익감소분 6000억 엔, 엔화 환율 강세로 인한 이익감소분 7000억 엔, 원자재 가격상승과 경비증가에 의한 이익감소분 4000억 엔이 포함된다.
해외 소득수지 흑자가 경상수지 흑자의 버팀목
다음으로 엔화 환율의 변화가 일본의 금융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보자. 일본의 純(순)국제투자(일본의 해외투자―외국의 일본투자) 규모는 2007년 末(말) 약 2조2000억 달러로 세계 1위다.
세계 최대의 債權國(채권국)인 일본의 명목GDP 대비 純(순)국제투자액 비율은 1995년에 15% 수준이었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2007년에는 50%를 상회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의 무역수지가 악화된 요즈음에도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이자소득 등 소득수지 흑자가 경상수지 흑자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엔화 환율이 기업의 경영성과에 미치는 경로를 보면, 엔화 약세로 수출경쟁력이 강화되면서 수출이 증가하여 기업의 영업이익을 키우는 한편, 그동안 벌어들여 쌓아놓은 외화표시 예금이나 채권에서 외환 評價益(평가익)이 발생해 경상이익을 대폭 확대시킨다.
환율의 조그만 변동에도 수천억 엔의 외환 평가손익이 오르내리는 기업들도 있다. 이 때문에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엔화 환율이 강세일 때는 일본기업의 주가가 하락하고, 약세에는 주가가 상승하기도 한다
1500조 엔에 이르는 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중 약 50%를 예금으로 운용하고 있는 개인투자자들은 그동안 ‘저축에서 투자로’란 슬로건 아래 투자신탁 등을 활용하여 해외투자를 확대하여 왔으나 작금의 세계적인 금융불안으로 주춤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은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로 야기된 전 세계의 금융부문 위기가 실물부문의 위기로 전이되는 과정에 있다. 금융위기에서 한발 벗어나 있는 일본 경제도 그동안 진행된 엔화 강세와 함께 에너지·원재료가격 상승과 해외 경제상황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기업의 수익악화와 가계의 소득감소로 직결돼 기업은 투자를 감축하고 가계는 소비를 억제하고 있다.
기업들은 국내외 제품 수요의 감소와 함께 자원가격의 상승과 円高(엔고)로 영업성과가 악화되면서 설비투자를 감축하고 있으며 많은 중소기업이 도산하고 있다. 일본의 주택건설도 부진한 상황이며 아파트가 팔리지 않아 재고가 증가하고 있다. 기업의 고용자 수도 줄고 있다.
임금이 정체되고 낮은 금리와 배당으로 가계의 소득환경이 악화되고 있으며, 주가하락에 따른 逆(역)자산효과로 가계소비가 감소하고 있다. 더구나 식료품을 위주로 한 소비재 가격이 상승하여 가계의 구매력이 하락하고 있다. 개인소비는 고용환경의 악화, 실질임금의 저하, 소비자물가의 상승 등에 따라 앞으로도 당분간 부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경제성장률 0~1% 전망
세계 경제는 향후 미국과 유럽의 금융위기의 수습 정도와 속도에 크게 좌우될 전망이다. 부동산 버블 붕괴에 따른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는 장기화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주요국의 금융정책당국이 서로 협력하면서 이번 사태에 신속히 대응하고 있어 예전보다는 위기가 다소 짧아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주요 연구기관은 2008년 성장률은 0% 정도, 2009년도는 0~1%대 중반으로 예상하고 있다. 2010년 봄부터 경제가 다시 회복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일본의 이번 경기하강은 골(谷)이 그다지 깊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에너지·원자재 가격이 하락하고 있으며 일본은 수출지역의 多邊化(다변화)로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고성장지역에 대한 수출비중을 키워왔기 때문이다. 아울러 일본은 엔화로 대금을 받는 수출을 꾸준히 늘려 환율변동의 영향을 완화시켜 왔다. 정부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많은 자금을 책정하고 있으며, 일본은행은 정책금리를 인하하여 경기진작을 도모하고 있다.
현재 기업부문의 설비투자, 채무누적과 고용상황은 예전의 버블붕괴 때만큼의 과잉상태는 아니다. 과거 경기후퇴 국면에 비해 재고수준이 낮아 과잉재고의 조정 때문에 경기후퇴 국면이 장기화되거나 심각해질 가능성이 낮다. 해외경제가 위축 국면에서 벗어나면 수익환경이 개선되면서 설비투자도 서서히 확대해갈 것이다. 에너지 및 식료품 가격의 오름세가 꺾이고, 기업수익의 회복으로 가계부문의 고용과 소득환경이 개선되면 개인소비도 점차 회복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기업들의 현저한 체질개선으로 은행의 부실채권이 감소된 상황이며, 현재의 금융환경은 미국과 유럽보다 시장 유동성 부족 문제에 덜 노출되어 있다. 다만, 금융·자본시장의 국제적 동요에 따른 단기금융 조달 환경의 악화와 주식가격의 대폭 하락 등으로 금융기관의 대출이 엄격해지고, 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냉각되어 있어 어려운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對日 무역수지 다소 개선될 듯
일본의 증권시장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영향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고 여겨졌지만, 해외투자자들의 급격한 채권과 주식매도로 교란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주가 하락이 주요 선진국 중 최고 수준에 이르는 상황을 바라보면서 “증권시장을 과도하게 해외투자자에게 내준 결과”라는 반성론이 제기되고 있다. 버블 붕괴 후 기업의 재무체질이 개선되었지만 주가하락 등 금융불안이 지속되고 있는 것은 장기적인 국내투자자 육성을 태만히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점은 우리나라 금융·자본시장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제금융시장에서 금융업무와 투자수법과 금융규제가 생산과 소비활동을 지원하는 본래의 역할로 되돌아가는 상황이 도래하면, 일본은 풍부한 자금력과 기술력과 정보력으로 세계 경제무대에서 다시 부상하게 될 것이다.
일본은 앞으로 해외 생산공장의 국내에로의 回歸(회귀)와 함께 생산기술의 블랙박스화(핵심기술에 대해서는 아예 특허조차 내지 않음으로써 기술유출이나 모방을 방지하는 것-편집자 注), 로봇의 적극 활용, 환경산업 지원육성 등의 방식으로 기술강국의 이점을 살려나갈 것이다. 또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국내저축에서 해외투자로 유도하면서, 연·기금을 이용하여 國富(국부)펀드를 설립하는 등 금융입국을 견지해 나갈 것이다.
우리나라는 엔화 강세에 따른 수입 감소와 수출증가로 對日(대일)貿易 역조가 다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