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말 237개였던 쌍용차 대리점 221개로 축소
● SAIC측, 한국인 경영진 불신
● 렉스턴, 액티언, 카이런 등 SUV 전 차종 내수 50%씩 급감
● 하이브리드 차량 관련기술 유출 혐의로 검찰 수사 받아
沈正澤 자유기고가
⊙ 1960년 경북 경주 출생.
⊙ 단국대 행정학과 졸업.
⊙ 쌍용자동차, 삼성자동차 근무. 現 (주)피알에이투자 대표.
● SAIC측, 한국인 경영진 불신
● 렉스턴, 액티언, 카이런 등 SUV 전 차종 내수 50%씩 급감
● 하이브리드 차량 관련기술 유출 혐의로 검찰 수사 받아
沈正澤 자유기고가
⊙ 1960년 경북 경주 출생.
⊙ 단국대 행정학과 졸업.
⊙ 쌍용자동차, 삼성자동차 근무. 現 (주)피알에이투자 대표.
- 2006년 8월 17일 쌍용자동차 노조원 4000여명이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대규모 정리해고, 중국자본 철수 및 기술유출 중단을 요구하며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2004년 말 중국 상하이차(SAIC)에 매각된 지 1년 여가 지난 후부터 재매각설이 나돌았던 쌍용자동차(이하 ‘쌍용차’로 표기)가 또다시 매각 소문에 휩싸였다. 이번에는 그 대상이 러시아 기업이다. 쌍용차 내부에서는 대주주인 SAIC가 러시아의 세베르스탈(SEVERSTAL)에 매각을 의뢰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세베르스탈은 쌍용차의 러시아 현지 CKD(Complete Knock Down: 완성차의 완전 해체 수출 방식) 제조업체로서 렉스턴, 카이런, 액티온 등 쌍용차를 연간 2만대 정도 생산해 왔다.
익명의 소식통은 세베르스탈보다는 오히려 다른 러시아 업체인 타가즈(TAGAZ)로의 매각 가능성이 더 높다고 전망한다. 타가즈는 2006년 쌍용차의 무쏘 생산설비를 인수한 업체이며, 국내에 현지법인을 세워 자동차 엔지니어링 개발 분야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타가즈코리아는 약 200명의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데, 쌍용차 및 대우자동차 출신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타가즈는 러시아 현지에 현대차 CKD 공장도 운영 중인데, 현대차의 현지공장 설립 추진으로 현대차와의 관계는 소원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쌍용차는 완성차로 수출하는 유럽 거래선들에게 차량 가격을 최대 30%까지 할인해주고 있다고 한다. 내수 판매 부진으로 누적된 재고를 소진하기 위해서다. 쌍용차는 수년째 주력 차종인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 부문에서 신차를 내놓지 못함에 따라 러시아, 동유럽을 포함한 유럽 시장의 딜러망 체제가 무너지고 있다. 딜러들의 수익을 보전해주고 내수의 재고 소진을 위한 고육책으로 할인 판매가 이어지면서 수출량이 늘더라도 회사의 전체 수익성도 나빠지는 악순환에 빠진 것이다.
한편, 2009년 한국 시장에 본격 진출하는 도요타가 국내 기업과 제휴하는 방식으로 쌍용차 인수를 타진했다는 소문도 들린다. 이 소문은 렉서스 브랜드로 한국 시장에 진출해 있는 도요타가 본격적인 한국 상륙을 앞두고 反日(반일) 감정을 누그러뜨리고 SUV 생산 부문을 보강한다는 논리를 갖고 있다.
쌍용차 측은 매각설과 관련, “SAIC가 쌍용차 주식을 주당 1만원에 매수했는데, 지금은 2000원대 후반인데 어떻게 손해 보면서 팔 수 있겠느냐”고 말한다. 금융권에서는 “SAIC가 쌍용차 인수 후 투자 증대, 판매 확대 등 기업 가치를 높이기는커녕 기업 가치를 하락시켰기 때문에 주가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쌍용차는 2003년 내수 시장 점유율 12.5%를 기록한 이래 2004년 11.4%, 2005년 8.3%, 2006년 6%에 이어 지난해에는 5%대로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SUV의 판매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쌍용차는 2003년까지 국내 SUV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해 2003년엔 39.4%의 점유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속적인 판매 부진으로 지난해 점유율 20%대를 간신히 넘겼다.
내수 부진은 올해도 계속돼 지난 7월 말까지 2만5456대를 판매, 전년 동기(3만6959대) 대비 마이너스 31.1%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수출(CKD 제외)을 포함하면 총 5만3151대를 판매, 전년(7만5896대) 대비 마이너스 30%를 기록하고 있다.
판매 실적 지속적으로 하락
쌍용차는 SAIC가 인수한 2004년 매출 3조2978억원, 영업이익 310억원, 당기순이익 113억원, 이듬해인 2005년엔 매출 3조4036억원,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21억원, 당기순이익은 1033억원 순손실, 2006년은 매출액 2조9518억원, 영업이익은 272억원, 당기순이익은 195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2007년은 매출액 3조1193억원, 영업이익은 440억원, 당기순이익은 115억원을 기록하는 등 3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올 들어서는 또 다시 뒷걸음질이다.
지난 1분기 매출은 6770억원으로 지난해(8338억원)보다 18.7%나 떨어졌고 영업손실 275억원, 당기순손실 342억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4월부터 렉스턴, 액티언, 카이런 등 SUV 전 차종 내수 판매가 지난해에 비해 50% 안팎씩 급감했다. 경유 값 인상에 따른 디젤 SUV 판매 감소는 업계 전반의 문제이지만, 프리미엄급 승용차인 체어맨 외에 대체 차종이 없는 쌍용차로서는 치명적이다. 이런 상황 속에 지난해 말 237개였던 쌍용차 대리점(딜러)이 5개월 만에 221개로 축소되는 등 판매망마저 동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판매 부진 및 신차 부재의 영향은 쌍용차의 A/S업체들로까지 번지고 있다. 최근 수년 간의 신차 不在(부재), 판매 부진으로 A/S를 위한 입고 대수의 추이가 떨어져 A/S 부문의 수익성이 저하되면서 쌍용차 A/S 네트워크도 흔들리고 있다.
증권가의 모 애널리스트는 “쌍용차는 체어맨 한 개 차종으로는 현 상황을 버티기 힘들기 때문에 상하이차와 공동으로 진행 중인 중국 진출 문제나 상하이차 계열의 신차를 국내에 들여오는 방안 등이 해결될 때까지 위기가 계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 경영진 불신
투자 부진보다 더 심각한 점으로 SAIC의 인사 정책을 꼽는 전문가들이 있다. SAIC는 쌍용차 인수 후 쌍용차 한국인 경영진들에 대한 불신이 누적돼, 국내 상황을 잘 모르는 중국인 경영진들이 업무를 직접 관장하면서 경영상의 어려움이 불거졌다는 것이다. SAIC 측이 부정기적으로 자문을 구하는 국내 모 자동차업체의 고위급 임원 출신은 SAIC 측에게, “현 위기 상황을 타개하려면 한국 경영진을 믿고 경영을 맡기는 것이 유일한 길”이라고 충고했다고 한다.
쌍용차는 1996년부터 새 주인 찾기를 시도, 삼성과 다임러 벤츠 등 국내외 기업과의 접촉을 가졌다. 짧은 한국 자동차 산업사에 있어 쌍용차만큼 굴곡이 많은 회사도 없다. 쌍용차는 1974년 신진이 미국 SUV 전문 메이커인 AMC와 50 대 50으로 합작한 신진지프자동차공업(주)을 시발점으로 한다. 신진지프는 1981년 (주)거화로 상호를 변경하고 1986년 7월 대형 상용차 전문 메이커인 동아자동차에 합병되었으며, 두 달 뒤 쌍용그룹이 동아자동차를 인수했다. 이때 삼성그룹이 동아자동차 인수에 참여했으나 실패했다.
삼성은 1993년, 1996년 각각 쌍용그룹 金錫元(김석원) 회장 일가로부터 쌍용차 인수 제안을 받았으나 두 번 다 거절하고 1994년 신규 참여 방식으로 닛산과의 기술 제휴로 본격적인 자동차 사업에 참여, 1998년 SM5를 양산했다. 동아자동차는 1988년 쌍용자동차(주)로 상호가 변경되었으며, 쌍용그룹에 인수된 지 5년이 지난 1991년 메르세데스 벤츠와 자본 및 기술 제휴 방식을 통해 본격적으로 자동차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체어맨 양산 직후인 1997년 외환위기로 인해 쌍용그룹은 쌍용차의 부채 절반을 떠맡는 조건으로 쌍용차를 대우그룹에 매각했다. 당시 떠맡은 부채로 인해 쌍용은 50년 역사의 그룹이 해체의 길로 들어섰다. 잠깐 대우그룹에 편입되었던 쌍용차는 1999년 대우의 부도로 인해 2000년 은행관리체제하에 들어갔다.
쌍용차 채권단은 2003년 말 중국의 화학기업인 난징과 매각우선협상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나 SAIC의 갑작스런 참여로 무산됐다. 당시 崔東洙(최동수) 조흥은행장은 난징으로의 매각 실패 원인 제공을 한 SAIC로의 매각에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매각을 주도한 쌍용차 최고경영진은 李憲宰(이헌재) 재정경제부 장관 측근을 통해 이 장관을 설득했고, 이 장관이 최 행장을 두 번에 걸쳐 설득, SAIC에 매각된 것으로 알려진다.
실패한 매각, 성공한 인수
쌍용차 측은 당초에는 쌍용차사주조합, 협력업체들이 주축을 이루고 SAIC에는 우호적 투자자로 참여를 요청했으나 SAIC 총재가 직접 평택공장 및 연구시설 등을 둘러본 후 쌍용차 채권 주간은행인 조흥은행에 직접 인수를 제안했다. 쌍용차 경영진은 SAIC 총재와 막후 협상을 통해 쌍용차 매각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다.
이후 양측은 끊임없는 의견충돌을 벌여 2000년 말 매각 주도세력이었던 쌍용차 최고경영진을 축출했고, 경영 부진이 뒤따르자 SAIC는 전직 최고경영진을 형사고소까지 했다고 한다. 당시 SAIC 총재는 폴크스바겐과의 사업 제휴 관계에 있어서도 자신들의 우호 세력이었던 폴크스바겐 경영진들을 토사구팽시킨 전례가 있는 등 외국 기업과의 M&A 후 경영권을 장악하는 것이 전형적인 매뉴얼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당초 SAIC는 조흥은행 매각 주간 대리인인 삼일회계법인에 쌍용차 주식 가격을 1주당 8000원을 제안했으나 쌍용차의 조정으로 주당 1만원에 인수키로 결정했다. 2004년 10월 조흥은행이 주도하던 쌍용차 채권금융기관협의회는 보유 중이던 쌍용차의 지분 48.9%를 SAIC와 매각을 위한 본계약을 체결했다. SAIC의 총 인수 대금은 5억 달러 수준이었다. 쌍용차로서는 8년 만에 매각 작업이 완료됐다.
SAIC는 인수 본계약 기자회견을 통해 2007년까지 40만대 생산 체제를 구축한다는 비전을 제시했으나 아직까지 그 비전을 실현하지 못했다. 자동차 사업에 대한 특별한 노하우가 없는 SAIC가 실무적인 부문까지 직접 경영에 관여하면서 한국 측 경영진과 충돌을 빚었고, 신규 투자 부재, 쌍용차의 기술공여선이었던 벤츠 등 선진기술과의 추가적인 기술 접맥 소홀 등으로 쌍용차의 경쟁력은 매각 전보다 낮아져 경쟁업체들과의 격차가 더 벌어진 ‘실패한 매각’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SAIC 입장에서는 자동차 조립, 생산 같은 하드웨어적인 기술 외에도 연구소 중심의 신차 개발 노하우, A/S 및 부품, 딜러 관리 노하우 등 소프트웨어적인 기술도 상당수 배워간 성공한 인수라고 봐야 한다는 것이 쌍용차 관계자들의 평가다.
장하이타오(張海濤) 쌍용차 공동대표는 중국 기술력과 한국 기술력 간에는 차이가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상하이차의 경우 1955년 자동차 엔진 부품 및 정비공장으로 출발했지만 1983년과 1997년 각각 폴크스바겐 및 GM과의 합작 등을 거치며 기술력을 축적해 왔다”면서 “2004년에는 과거 BMW 계열이었던 영국 MG로버로부터 승용차 2개 모델에 대한 知的(지적)재산권을 인수, 기술력이 크게 향상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연구개발(R&D) 측면에서도 영국의 유럽기술연구센터, 상하이기술연구센터와 쌍용기술연구센터를 기반으로 글로벌 기술협의회를 설립,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기술 유출 여부 수사 중
SAIC가 쌍용차보다 기술적인 부문 등에서 월등히 앞서 있는 기업이라면 쌍용차를 인수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당시 중국의 난징이 쌍용차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음에도 불구하고 SAIC가 무리하게 쌍용차 인수에 나선 이유는 중국 정부가 독자기술을 갖지 않은 중국 자동차 업체들을 정부 육성대상 기업에서 배제하겠다는 정책과 연관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SAIC는 폴크스바겐 및 GM과 각각 지주회사 방식의 재무적인 투자자로서만 사업을 했지, 독자 기술로 인정받을 만한 사업 형태를 취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쌍용차의 매각을 주도했던 모 고위 임원 출신은 “쌍용차는 생산라인별 분사, A/S 부문 분사, R&D 부문의 인력조정 등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구조조정을 거쳐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구조조정은 SAIC 경영 체제 하에서 이루어져야 하는데, SAIC가 이러한 의지나 능력이 있는지 의심이 간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SAIC가 쌍용차를 인수한 당해 연도인 2004년 말 전체 인력이 7761명, 2005년 말 7799명, 2006년 말 7138명, 2007년 말 7185명을 유지하고 있어 인력 부문에 대한 구조조정은 사실상 이루어지지 않았다.
1년6개월 동안 SAIC의 쌍용차 기술 유출 의혹을 내사해 온 검찰이 드디어 칼을 뽑았다. 이 사안은 국책사업인 하이브리드 자동차 기술의 유출 여부, 합법적 인수·합병(M&A)에 따른 기술 이전의 처벌 가능 여부 등 민감한 내용이 많아 수사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1월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쌍용차 관련 자료들이 중국으로 유출됐다”는 첩보를 입수한 검찰이 지난 7월 4일 쌍용차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본격 수사에 착수한 것은 사전 정지 작업이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국정원의 첩보는 SAIC 연구원인 중국인 장모씨 등이 하이브리드 자동차 개발 설계구상도와 쌍용차의 각종 자동차 설계도 등을 CD에 담아 중국으로 유출했다는 내용이었다. 초점은 하이브리드 자동차 관련 기술이다. 여기에 지난해 9월 상하이차와 쌍용차 간 전산망 공유 시스템이 구축됐다는 첩보도 입수돼 무제한적 기술유출 의혹까지 제기된 상태다.
기술유출 여부 못지않게 관심을 끄는 대목이 이에 대한 법적 판단이다. 이 사안은 국내 기업의 내부 인사가 해외로 기술을 빼돌리는 기술유출 사건과는 차원이 다르다. 합법적인 M&A를 통한 기술 이동을 처벌할 수 있느냐는 문제는 세계적으로도 선례를 찾기 어렵다. 더구나 지난해부터 시행된 ‘산업기술 유출 및 방지법’에는 해외 기업이 국내 기업을 M&A할 경우 기술 유출 부분에 대해 사전 심의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규정돼 있다.
쌍용차의 희망, 체어맨
현재 검찰은 상하이차가 쌍용차라는 기업이 아닌 주식을 인수한 만큼 기술 이전에 문제가 있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국가 핵심기술로 지정된 하이브리드 기술의 해외 이전은 문제가 있다는 논리 등을 놓고 법리 검토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이브리드 기술 개발은 쌍용차의 경영권이 SAIC에 넘어간 직후, 1991년 이후 쌍용차와 기술 제휴선이었던 벤츠가 쌍용차에 제안했던 프로젝트였다. 쌍용차는 현대차가 가솔린 엔진 개발의 국책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것에 대응하고 디젤 엔진 국책 프로젝트를 주도하기 위한 협상 카드로 하이브리드 카 개발 국책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다.
SAIC는 2005년 쌍용차 경영에 참여한 직후 SAIC와 쌍용차가 전산망 통합 작업을 쌍용차 경영진에 요구했다고 한다. SAIC는 자신들의 전산 표준망인 ‘세프’ 체제 구축을 요구했으나, 쌍용차 측은 오라클 체제로의 구축을 요구, 전산통합이 무산됐다. 이것이 SAIC가 쌍용차 핵심 경영진을 불신임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였다고 한다. 르노삼성차의 경우는 르노가 경영권을 인수(르노가 르노삼성차 지분 70.1% 보유)한 직후 전산망을 통합했지만 주요 설계도면은 르노의 프랑스 파리 본사 연구소에 소장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GM대우 역시 주요 설계도면은 GM 본사로 옮겨져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쌍용차의 간판 상품 중 하나인 체어맨의 브랜드 파워는 쌍용차의 브랜드 파워보다 앞선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특히 2004년 이전 쌍용차는 SUV 전문 메이커라는 브랜드 파워가 있었으나 2004년 이후 경영권이 중국 기업으로 넘어가면서 브랜드 가치가 급격히 하락한 가운데 체어맨의 위치는 더 중요해졌다.
2003년 현대차의 에쿠스, 다이너스티, 기아차의 오피러스가 있는 국내 대형 승용차 시장에서 체어맨은 27.8%의 시장 점유율을 보였고, 2004년에는 35.3%, 2005년에는 현대차 에쿠스(다이너스티 포함)를 제치고 37.6%의 시장 점유율로 시장 수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런데 메르세데스 벤츠와의 기술 제휴로 고급 이미지를 심어온 체어맨이 ‘벤츠 딜레마’에 빠졌다. 쌍용차는 최근 대형 세단 체어맨W를 출시하면서 벤츠의 5ℓ급 엔진과 7단 자동변속기를 채용, ‘벤츠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과 일부 자동차 동호회를 중심으로 ‘쌍용차가 단종된 구형 벤츠 기술을 들여왔다’는 소문이 돌면서 골치를 앓고 있다.
소문의 내용은 체어맨W에 장착된 엔진이 이미 단종된 구형 엔진이며 플랫폼(차의 기본 뼈대 및 장치)도 중형급인 구형 벤츠 E클래스를 개량한 것이란 지적이다. 쌍용차 측은, 체어맨W에 장착되는 5L가솔린 엔진은 현재도 벤츠 G클래스, R클래스 등에 사용 중이며 플랫폼 역시 쌍용차가 지난 4년간 독자 개발한 차세대 대형 세단 플랫폼이라고 주장한다. 체어맨W에 장착되는 벤츠의 7단 자동변속기도 현재로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이라고 말한다. 업계 관계자는 “쌍용차가 벤츠 마케팅으로 덕을 많이 본 게 사실이지만 지나치게 벤츠 이미지에 의존하려는 것에 대한 소비자들의 부정적 반응이나 핵심 기술의 국산화 문제 등이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2005년 말 蘇鎭琯(소진관) 사장, 崔亨基(최형기) 부사장 체제가 SAIC 측의 불신임으로 물러난 뒤 SAIC는 엔지니어 출신의 崔馨鐸(최형탁) 상무를 대표이사에 앉혔다. 쌍용차는 지난 3월 이사회에서 최형탁 사장을 공동대표이사로 재선임함으로써 장하이타오 대표이사, 란칭송(藍靑松) 공동대표이사 등 현행 3인 대표이사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게 됐다.
제한적인 사장의 권한
그런데 최 사장은 재무 부문의 업무를 장악하지 못하는 등 권한이 제한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채 발행 및 만기 도래 처리 등과 같은 사안에 대해 SAIC 측이 최 사장에게 정보를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때문에 차량 개발을 위한 투자비가 어떻게 조달되고 배분되는지에 대한 정보가 없다는 것이다.
최 사장은 “쌍용차는 국내 시장에서 경쟁사와 디자인 등에서는 차별화하면서 가격에서 최종 승부를 내야 한다”고 언급, 향후 쌍용차 판매 네트워크를 중국산 차의 국내 시장 투입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할 뜻임을 시사했다. 장하이타오(張海濤) 쌍용차 공동대표는 최근 “프레임 타입의 쌍용차 제품군에 온 로드형인 모노코크 타입의 SUV를 추가키로 하고 현재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쌍용차는 지금까지 SUV 전 차종에 프레임 방식을 고집해온 것이 시장 확대에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판단 아래 모노코크 방식의 SUV 신차 개발에 나선 것이다.
또 “2011년까지 기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세그먼트 신차 개발과 함께 신규 다목적 차량(MPV) 차종 추가, 중형 승용 세그먼트를 추가하는 한편 신규 엔진군 개발도 함께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쌍용차는 SUV, 상하이차는 승용차 개발에 각각 집중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이러한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연구 인력 시스템이 갖춰져야 하나 쌍용차 연구소의 핵심 인력들이 SAIC의 경영참여 이후 대거 이탈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SAIC의 쌍용차 인수 초기, 기존 쌍용차 경영진은 자체 연구 인력을 바탕으로 기존 벤츠 플랫폼을 활용, 영국 로위급의 중형 승용차 독자 모델을 개발하겠다고 SAIC측에 제안했다. 당시 쌍용차가 SAIC 측에 요구한 개발 로열티는 1억5000만 달러였는데, SAIC는 쌍용차의 제안을 거절하고 영국 MG로버로부터 승용차 2개 모델에 대한 지적 재산권을 인수했다.
쌍용차는 르노삼성차나 GM대우처럼 국내 타 외국자본의 자동차 메이커들과는 다른 측면이 있다. 닛산의 경영권을 확보하여 글로벌 기업 반열에 오른 르노나 전 세계에 60여 개 공장을 갖고 있는 대표적인 글로벌 기업인 GM이 각각 국내 자동차 회사의 경영권을 장악함으로써 얻게 된 시너지 효과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즉, 르노삼성차가 닛산이나 르노로부터 기술을 배워오고, GM대우는 GM으로부터 기술을 배워오는 입장이라면 SAIC는 쌍용차로부터 기술을 배워가는 입장이었다. 그렇다면 SAIC의 쌍용차 경영 방식은 이들과는 다르게 철저히 현지화(Localization)로 갔어야 한다. 그러나 쌍용차 인수 시 자신들에게 가장 우호적인 경영인들을 토사구팽시켰으며, 정보의 비공개 등으로 일관했다. 쌍용차 인수 시 SAIC 총재의 통역관으로 쌍용차 임원진에 참여하게 된 최옥자 상무도 조선족 출신이라는 이유로 주요 임원회의에 참석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의 중장기 발전 비전에 대해 쌍용차 고위 임원을 지낸 모씨는, “쌍용차가 생존하려면 선진 메이커들이 생산을 포기한 구형 플랫폼들을 들여와 이를 개발하는 방식으로 투자비를 최소화해 니치(Niche·틈새) 메이커로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언급했다. 중국 내수시장 및 이머징 마켓(신흥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베트남 등 개발도상국 시장을 공략하는 것만이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이다.
기술을 배워가야 하는 입장
쌍용차 경영진들은 장기적으로는 경유차가 친환경적이며, 연비 면에서 가솔린차보다 절대 우위에 있기 때문에 시장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SUV는 승용차와 달리 판매 마진이 높기 때문에 절대 판매 대수가 부진함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버티는 바탕이 된다고 주장한다.
쌍용차의 대표 차종 중의 하나인 카이런이 월 37대밖에 팔리지 않는 등 6월 내수 판매 실적이 1900여대에 머문 것과 관련, 쌍용차 측은 딜러별 가격 일원화 정책을 쓰는 바람에 일시적으로 부진하게 됐다고 주장한다. 7월 실적은 6월보다 회복됐지만 렉스턴과 뉴카이런, 액티언, 엑티언 스포츠는 각각 467대(전년 동기 대비 -33.3%), 765대(-50.4%), 471대(-50.8%), 1262대(-11.9%) 판매에 그쳤다.
쌍용차는 딜러제 보완 및 중국산 차 판매 가능성을 타진키 위해 SAIC 계열 판매전문회사인 ‘SAIC’가 최근 국내에 설립한 ‘상기안길판매’라는 자동차 판매 회사를 통해 서울 강남 청담동에 첫 직영점을 열었으나 아직은 시범 점포 수준에 머물러 있다.
쌍용차는 내년 쏘나타급인 로위(Rowee)750을 시작으로 2011년까지 준중형, 중대형 세단을 선보이는 등 완성차 기준으로 연간 30만대 판매가 가능한 풀라인 업 체제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AIC가 인수 시 밝힌 40만대 체제에서 많이 후퇴한 목표치다. 쌍용차는 이러한 중장기 경영전략의 달성을 위해 2011년까지 매년 매출액 8%를 신규 투자에 집행키로 했다. 이 중 70%는 신차 등 제품 개발을 위해 투자할 계획이다.
신차 개발로 승부수 띄워
또 글로벌 자재조달위원회를 통해 원가경쟁력 향상을 위한 방안과 영업망 강화 방안 등 SAIC와의 시너지 효과 극대화를 지속적으로 모색해나갈 방침이다. 최형탁 쌍용차 사장은 지난 5월 중국 베이징 모터쇼에서 “상하이차가 개발한 로위550의 플랫폼을 국내로 가져와 생산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중국산 차가 사상 처음 한국에서 생산되는 셈이다. 로위550은 배기량 1800㏄, 2000㏄ 엔진을 기본으로 하는 준중형 세단으로 상하이차가 영국 MG로버의 기술을 들여와 로위 모델을 개발했다.
최 사장은 “쌍용차는 로위550에 탑재되는 엔진 등 차량의 주요 플랫폼을 만드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며 “엔진과 트랜스미션은 투자비 문제 등을 감안할 때 수입하는 게 낫지만, 나머지 부품은 한국에서 만들고 일부 옵션도 한국화할 것”이라고 했다. 이는 로위를 중국에서 생산할 경우 중국산을 불신하는 국내 고객들이 구매를 꺼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천훙 SAIC 총재는 최근 나오고 있는 쌍용자동차 재매각설에 대해 “매각은 절대 없다”고 일축했다. 천 총재는 7월 23~24일 이틀간 쌍용차 노조와의 면담 자리에서 “그룹이 적극적으로 나서 쌍용차의 브랜드 이미지를 개선하고 판매를 활성화시킬 방침”이라며 “쌍용차의 브랜드 이미지를 바꾸고 판매를 늘리는 방안에 대해선 그룹 차원에서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투자에 대해서도 “계획된 투자에 대해서는 절대로 수정하지 않고 진행하겠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대주주인 SAIC가 쌍용차가 판매 부진으로 현금 부족 상황에 처할 경우 자금 지원에 나서겠다는 뜻도 밝혔다. 또 쌍용차가 추진하고 있는 가솔린 엔진 개발과 신차 개발을 위한 모든 투자비용도 SAIC에서 부담키로 했다.
쌍용차 노조에 따르면 지난 5월 쌍용차를 방문한 후마오위엔(胡茂元) SAIC 회장은 노조 간부들과 만나 “쌍용차가 신차 개발단계에서 자금조달에 어려움에 처하거나, 판매 부진에 따른 현금 부족 상황에 처할 경우 은행 담보 제공 등 자금조달을 상하이차에서 지원할 것”이라며 “쌍용차가 중국 시장에서 차를 팔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고 한다.
그는 또 “가솔린 엔진 개발을 위한 모든 투자 비용은 상하이차에서 부담할 것”이라며 “개발은 쌍용차에서 하지만 투자 비용은 상하이차에서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조 측은 “지난 2년간 SAIC의 투자 방치로 어려운 상황을 맞게 됐다”며 “이번 대주주의 투자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면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익명의 소식통은 세베르스탈보다는 오히려 다른 러시아 업체인 타가즈(TAGAZ)로의 매각 가능성이 더 높다고 전망한다. 타가즈는 2006년 쌍용차의 무쏘 생산설비를 인수한 업체이며, 국내에 현지법인을 세워 자동차 엔지니어링 개발 분야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타가즈코리아는 약 200명의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데, 쌍용차 및 대우자동차 출신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타가즈는 러시아 현지에 현대차 CKD 공장도 운영 중인데, 현대차의 현지공장 설립 추진으로 현대차와의 관계는 소원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쌍용차는 완성차로 수출하는 유럽 거래선들에게 차량 가격을 최대 30%까지 할인해주고 있다고 한다. 내수 판매 부진으로 누적된 재고를 소진하기 위해서다. 쌍용차는 수년째 주력 차종인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 부문에서 신차를 내놓지 못함에 따라 러시아, 동유럽을 포함한 유럽 시장의 딜러망 체제가 무너지고 있다. 딜러들의 수익을 보전해주고 내수의 재고 소진을 위한 고육책으로 할인 판매가 이어지면서 수출량이 늘더라도 회사의 전체 수익성도 나빠지는 악순환에 빠진 것이다.
한편, 2009년 한국 시장에 본격 진출하는 도요타가 국내 기업과 제휴하는 방식으로 쌍용차 인수를 타진했다는 소문도 들린다. 이 소문은 렉서스 브랜드로 한국 시장에 진출해 있는 도요타가 본격적인 한국 상륙을 앞두고 反日(반일) 감정을 누그러뜨리고 SUV 생산 부문을 보강한다는 논리를 갖고 있다.
쌍용차 측은 매각설과 관련, “SAIC가 쌍용차 주식을 주당 1만원에 매수했는데, 지금은 2000원대 후반인데 어떻게 손해 보면서 팔 수 있겠느냐”고 말한다. 금융권에서는 “SAIC가 쌍용차 인수 후 투자 증대, 판매 확대 등 기업 가치를 높이기는커녕 기업 가치를 하락시켰기 때문에 주가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쌍용차는 2003년 내수 시장 점유율 12.5%를 기록한 이래 2004년 11.4%, 2005년 8.3%, 2006년 6%에 이어 지난해에는 5%대로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SUV의 판매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쌍용차는 2003년까지 국내 SUV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해 2003년엔 39.4%의 점유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속적인 판매 부진으로 지난해 점유율 20%대를 간신히 넘겼다.
내수 부진은 올해도 계속돼 지난 7월 말까지 2만5456대를 판매, 전년 동기(3만6959대) 대비 마이너스 31.1%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수출(CKD 제외)을 포함하면 총 5만3151대를 판매, 전년(7만5896대) 대비 마이너스 30%를 기록하고 있다.
판매 실적 지속적으로 하락
쌍용차는 SAIC가 인수한 2004년 매출 3조2978억원, 영업이익 310억원, 당기순이익 113억원, 이듬해인 2005년엔 매출 3조4036억원,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21억원, 당기순이익은 1033억원 순손실, 2006년은 매출액 2조9518억원, 영업이익은 272억원, 당기순이익은 195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2007년은 매출액 3조1193억원, 영업이익은 440억원, 당기순이익은 115억원을 기록하는 등 3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올 들어서는 또 다시 뒷걸음질이다.
지난 1분기 매출은 6770억원으로 지난해(8338억원)보다 18.7%나 떨어졌고 영업손실 275억원, 당기순손실 342억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4월부터 렉스턴, 액티언, 카이런 등 SUV 전 차종 내수 판매가 지난해에 비해 50% 안팎씩 급감했다. 경유 값 인상에 따른 디젤 SUV 판매 감소는 업계 전반의 문제이지만, 프리미엄급 승용차인 체어맨 외에 대체 차종이 없는 쌍용차로서는 치명적이다. 이런 상황 속에 지난해 말 237개였던 쌍용차 대리점(딜러)이 5개월 만에 221개로 축소되는 등 판매망마저 동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판매 부진 및 신차 부재의 영향은 쌍용차의 A/S업체들로까지 번지고 있다. 최근 수년 간의 신차 不在(부재), 판매 부진으로 A/S를 위한 입고 대수의 추이가 떨어져 A/S 부문의 수익성이 저하되면서 쌍용차 A/S 네트워크도 흔들리고 있다.
증권가의 모 애널리스트는 “쌍용차는 체어맨 한 개 차종으로는 현 상황을 버티기 힘들기 때문에 상하이차와 공동으로 진행 중인 중국 진출 문제나 상하이차 계열의 신차를 국내에 들여오는 방안 등이 해결될 때까지 위기가 계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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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년 7월 27일 오전 서울 힐튼호텔에서 쌍용자동차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인 상하이자동차(SAIC) 후마오위안 총재(왼쪽)와 쌍용차 채권단 조흥은행 최동수 행장(오른쪽)이 매각협상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악수하고 있다. |
한국 경영진 불신
투자 부진보다 더 심각한 점으로 SAIC의 인사 정책을 꼽는 전문가들이 있다. SAIC는 쌍용차 인수 후 쌍용차 한국인 경영진들에 대한 불신이 누적돼, 국내 상황을 잘 모르는 중국인 경영진들이 업무를 직접 관장하면서 경영상의 어려움이 불거졌다는 것이다. SAIC 측이 부정기적으로 자문을 구하는 국내 모 자동차업체의 고위급 임원 출신은 SAIC 측에게, “현 위기 상황을 타개하려면 한국 경영진을 믿고 경영을 맡기는 것이 유일한 길”이라고 충고했다고 한다.
쌍용차는 1996년부터 새 주인 찾기를 시도, 삼성과 다임러 벤츠 등 국내외 기업과의 접촉을 가졌다. 짧은 한국 자동차 산업사에 있어 쌍용차만큼 굴곡이 많은 회사도 없다. 쌍용차는 1974년 신진이 미국 SUV 전문 메이커인 AMC와 50 대 50으로 합작한 신진지프자동차공업(주)을 시발점으로 한다. 신진지프는 1981년 (주)거화로 상호를 변경하고 1986년 7월 대형 상용차 전문 메이커인 동아자동차에 합병되었으며, 두 달 뒤 쌍용그룹이 동아자동차를 인수했다. 이때 삼성그룹이 동아자동차 인수에 참여했으나 실패했다.
삼성은 1993년, 1996년 각각 쌍용그룹 金錫元(김석원) 회장 일가로부터 쌍용차 인수 제안을 받았으나 두 번 다 거절하고 1994년 신규 참여 방식으로 닛산과의 기술 제휴로 본격적인 자동차 사업에 참여, 1998년 SM5를 양산했다. 동아자동차는 1988년 쌍용자동차(주)로 상호가 변경되었으며, 쌍용그룹에 인수된 지 5년이 지난 1991년 메르세데스 벤츠와 자본 및 기술 제휴 방식을 통해 본격적으로 자동차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체어맨 양산 직후인 1997년 외환위기로 인해 쌍용그룹은 쌍용차의 부채 절반을 떠맡는 조건으로 쌍용차를 대우그룹에 매각했다. 당시 떠맡은 부채로 인해 쌍용은 50년 역사의 그룹이 해체의 길로 들어섰다. 잠깐 대우그룹에 편입되었던 쌍용차는 1999년 대우의 부도로 인해 2000년 은행관리체제하에 들어갔다.
쌍용차 채권단은 2003년 말 중국의 화학기업인 난징과 매각우선협상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나 SAIC의 갑작스런 참여로 무산됐다. 당시 崔東洙(최동수) 조흥은행장은 난징으로의 매각 실패 원인 제공을 한 SAIC로의 매각에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매각을 주도한 쌍용차 최고경영진은 李憲宰(이헌재) 재정경제부 장관 측근을 통해 이 장관을 설득했고, 이 장관이 최 행장을 두 번에 걸쳐 설득, SAIC에 매각된 것으로 알려진다.
실패한 매각, 성공한 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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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쌍용자동차가 서울 신라호텔에서 새 자동차 ‘체어맨 W’를 발표하고 있다. 쌍용차는 2004년 말 중국 상하이차(SAIC)에 매각된 지 1년여 만에 재매각설이 나돌고 있다. |
이후 양측은 끊임없는 의견충돌을 벌여 2000년 말 매각 주도세력이었던 쌍용차 최고경영진을 축출했고, 경영 부진이 뒤따르자 SAIC는 전직 최고경영진을 형사고소까지 했다고 한다. 당시 SAIC 총재는 폴크스바겐과의 사업 제휴 관계에 있어서도 자신들의 우호 세력이었던 폴크스바겐 경영진들을 토사구팽시킨 전례가 있는 등 외국 기업과의 M&A 후 경영권을 장악하는 것이 전형적인 매뉴얼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당초 SAIC는 조흥은행 매각 주간 대리인인 삼일회계법인에 쌍용차 주식 가격을 1주당 8000원을 제안했으나 쌍용차의 조정으로 주당 1만원에 인수키로 결정했다. 2004년 10월 조흥은행이 주도하던 쌍용차 채권금융기관협의회는 보유 중이던 쌍용차의 지분 48.9%를 SAIC와 매각을 위한 본계약을 체결했다. SAIC의 총 인수 대금은 5억 달러 수준이었다. 쌍용차로서는 8년 만에 매각 작업이 완료됐다.
SAIC는 인수 본계약 기자회견을 통해 2007년까지 40만대 생산 체제를 구축한다는 비전을 제시했으나 아직까지 그 비전을 실현하지 못했다. 자동차 사업에 대한 특별한 노하우가 없는 SAIC가 실무적인 부문까지 직접 경영에 관여하면서 한국 측 경영진과 충돌을 빚었고, 신규 투자 부재, 쌍용차의 기술공여선이었던 벤츠 등 선진기술과의 추가적인 기술 접맥 소홀 등으로 쌍용차의 경쟁력은 매각 전보다 낮아져 경쟁업체들과의 격차가 더 벌어진 ‘실패한 매각’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SAIC 입장에서는 자동차 조립, 생산 같은 하드웨어적인 기술 외에도 연구소 중심의 신차 개발 노하우, A/S 및 부품, 딜러 관리 노하우 등 소프트웨어적인 기술도 상당수 배워간 성공한 인수라고 봐야 한다는 것이 쌍용차 관계자들의 평가다.
장하이타오(張海濤) 쌍용차 공동대표는 중국 기술력과 한국 기술력 간에는 차이가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상하이차의 경우 1955년 자동차 엔진 부품 및 정비공장으로 출발했지만 1983년과 1997년 각각 폴크스바겐 및 GM과의 합작 등을 거치며 기술력을 축적해 왔다”면서 “2004년에는 과거 BMW 계열이었던 영국 MG로버로부터 승용차 2개 모델에 대한 知的(지적)재산권을 인수, 기술력이 크게 향상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연구개발(R&D) 측면에서도 영국의 유럽기술연구센터, 상하이기술연구센터와 쌍용기술연구센터를 기반으로 글로벌 기술협의회를 설립,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기술 유출 여부 수사 중
SAIC가 쌍용차보다 기술적인 부문 등에서 월등히 앞서 있는 기업이라면 쌍용차를 인수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당시 중국의 난징이 쌍용차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음에도 불구하고 SAIC가 무리하게 쌍용차 인수에 나선 이유는 중국 정부가 독자기술을 갖지 않은 중국 자동차 업체들을 정부 육성대상 기업에서 배제하겠다는 정책과 연관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SAIC는 폴크스바겐 및 GM과 각각 지주회사 방식의 재무적인 투자자로서만 사업을 했지, 독자 기술로 인정받을 만한 사업 형태를 취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쌍용차의 매각을 주도했던 모 고위 임원 출신은 “쌍용차는 생산라인별 분사, A/S 부문 분사, R&D 부문의 인력조정 등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구조조정을 거쳐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구조조정은 SAIC 경영 체제 하에서 이루어져야 하는데, SAIC가 이러한 의지나 능력이 있는지 의심이 간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SAIC가 쌍용차를 인수한 당해 연도인 2004년 말 전체 인력이 7761명, 2005년 말 7799명, 2006년 말 7138명, 2007년 말 7185명을 유지하고 있어 인력 부문에 대한 구조조정은 사실상 이루어지지 않았다.
1년6개월 동안 SAIC의 쌍용차 기술 유출 의혹을 내사해 온 검찰이 드디어 칼을 뽑았다. 이 사안은 국책사업인 하이브리드 자동차 기술의 유출 여부, 합법적 인수·합병(M&A)에 따른 기술 이전의 처벌 가능 여부 등 민감한 내용이 많아 수사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1월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쌍용차 관련 자료들이 중국으로 유출됐다”는 첩보를 입수한 검찰이 지난 7월 4일 쌍용차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본격 수사에 착수한 것은 사전 정지 작업이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국정원의 첩보는 SAIC 연구원인 중국인 장모씨 등이 하이브리드 자동차 개발 설계구상도와 쌍용차의 각종 자동차 설계도 등을 CD에 담아 중국으로 유출했다는 내용이었다. 초점은 하이브리드 자동차 관련 기술이다. 여기에 지난해 9월 상하이차와 쌍용차 간 전산망 공유 시스템이 구축됐다는 첩보도 입수돼 무제한적 기술유출 의혹까지 제기된 상태다.
기술유출 여부 못지않게 관심을 끄는 대목이 이에 대한 법적 판단이다. 이 사안은 국내 기업의 내부 인사가 해외로 기술을 빼돌리는 기술유출 사건과는 차원이 다르다. 합법적인 M&A를 통한 기술 이동을 처벌할 수 있느냐는 문제는 세계적으로도 선례를 찾기 어렵다. 더구나 지난해부터 시행된 ‘산업기술 유출 및 방지법’에는 해외 기업이 국내 기업을 M&A할 경우 기술 유출 부분에 대해 사전 심의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규정돼 있다.
쌍용차의 희망, 체어맨
현재 검찰은 상하이차가 쌍용차라는 기업이 아닌 주식을 인수한 만큼 기술 이전에 문제가 있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국가 핵심기술로 지정된 하이브리드 기술의 해외 이전은 문제가 있다는 논리 등을 놓고 법리 검토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이브리드 기술 개발은 쌍용차의 경영권이 SAIC에 넘어간 직후, 1991년 이후 쌍용차와 기술 제휴선이었던 벤츠가 쌍용차에 제안했던 프로젝트였다. 쌍용차는 현대차가 가솔린 엔진 개발의 국책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것에 대응하고 디젤 엔진 국책 프로젝트를 주도하기 위한 협상 카드로 하이브리드 카 개발 국책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다.
SAIC는 2005년 쌍용차 경영에 참여한 직후 SAIC와 쌍용차가 전산망 통합 작업을 쌍용차 경영진에 요구했다고 한다. SAIC는 자신들의 전산 표준망인 ‘세프’ 체제 구축을 요구했으나, 쌍용차 측은 오라클 체제로의 구축을 요구, 전산통합이 무산됐다. 이것이 SAIC가 쌍용차 핵심 경영진을 불신임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였다고 한다. 르노삼성차의 경우는 르노가 경영권을 인수(르노가 르노삼성차 지분 70.1% 보유)한 직후 전산망을 통합했지만 주요 설계도면은 르노의 프랑스 파리 본사 연구소에 소장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GM대우 역시 주요 설계도면은 GM 본사로 옮겨져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쌍용차의 간판 상품 중 하나인 체어맨의 브랜드 파워는 쌍용차의 브랜드 파워보다 앞선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특히 2004년 이전 쌍용차는 SUV 전문 메이커라는 브랜드 파워가 있었으나 2004년 이후 경영권이 중국 기업으로 넘어가면서 브랜드 가치가 급격히 하락한 가운데 체어맨의 위치는 더 중요해졌다.
2003년 현대차의 에쿠스, 다이너스티, 기아차의 오피러스가 있는 국내 대형 승용차 시장에서 체어맨은 27.8%의 시장 점유율을 보였고, 2004년에는 35.3%, 2005년에는 현대차 에쿠스(다이너스티 포함)를 제치고 37.6%의 시장 점유율로 시장 수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런데 메르세데스 벤츠와의 기술 제휴로 고급 이미지를 심어온 체어맨이 ‘벤츠 딜레마’에 빠졌다. 쌍용차는 최근 대형 세단 체어맨W를 출시하면서 벤츠의 5ℓ급 엔진과 7단 자동변속기를 채용, ‘벤츠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과 일부 자동차 동호회를 중심으로 ‘쌍용차가 단종된 구형 벤츠 기술을 들여왔다’는 소문이 돌면서 골치를 앓고 있다.
소문의 내용은 체어맨W에 장착된 엔진이 이미 단종된 구형 엔진이며 플랫폼(차의 기본 뼈대 및 장치)도 중형급인 구형 벤츠 E클래스를 개량한 것이란 지적이다. 쌍용차 측은, 체어맨W에 장착되는 5L가솔린 엔진은 현재도 벤츠 G클래스, R클래스 등에 사용 중이며 플랫폼 역시 쌍용차가 지난 4년간 독자 개발한 차세대 대형 세단 플랫폼이라고 주장한다. 체어맨W에 장착되는 벤츠의 7단 자동변속기도 현재로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이라고 말한다. 업계 관계자는 “쌍용차가 벤츠 마케팅으로 덕을 많이 본 게 사실이지만 지나치게 벤츠 이미지에 의존하려는 것에 대한 소비자들의 부정적 반응이나 핵심 기술의 국산화 문제 등이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2005년 말 蘇鎭琯(소진관) 사장, 崔亨基(최형기) 부사장 체제가 SAIC 측의 불신임으로 물러난 뒤 SAIC는 엔지니어 출신의 崔馨鐸(최형탁) 상무를 대표이사에 앉혔다. 쌍용차는 지난 3월 이사회에서 최형탁 사장을 공동대표이사로 재선임함으로써 장하이타오 대표이사, 란칭송(藍靑松) 공동대표이사 등 현행 3인 대표이사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게 됐다.
제한적인 사장의 권한
그런데 최 사장은 재무 부문의 업무를 장악하지 못하는 등 권한이 제한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채 발행 및 만기 도래 처리 등과 같은 사안에 대해 SAIC 측이 최 사장에게 정보를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때문에 차량 개발을 위한 투자비가 어떻게 조달되고 배분되는지에 대한 정보가 없다는 것이다.
최 사장은 “쌍용차는 국내 시장에서 경쟁사와 디자인 등에서는 차별화하면서 가격에서 최종 승부를 내야 한다”고 언급, 향후 쌍용차 판매 네트워크를 중국산 차의 국내 시장 투입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할 뜻임을 시사했다. 장하이타오(張海濤) 쌍용차 공동대표는 최근 “프레임 타입의 쌍용차 제품군에 온 로드형인 모노코크 타입의 SUV를 추가키로 하고 현재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쌍용차는 지금까지 SUV 전 차종에 프레임 방식을 고집해온 것이 시장 확대에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판단 아래 모노코크 방식의 SUV 신차 개발에 나선 것이다.
또 “2011년까지 기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세그먼트 신차 개발과 함께 신규 다목적 차량(MPV) 차종 추가, 중형 승용 세그먼트를 추가하는 한편 신규 엔진군 개발도 함께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쌍용차는 SUV, 상하이차는 승용차 개발에 각각 집중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이러한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연구 인력 시스템이 갖춰져야 하나 쌍용차 연구소의 핵심 인력들이 SAIC의 경영참여 이후 대거 이탈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SAIC의 쌍용차 인수 초기, 기존 쌍용차 경영진은 자체 연구 인력을 바탕으로 기존 벤츠 플랫폼을 활용, 영국 로위급의 중형 승용차 독자 모델을 개발하겠다고 SAIC측에 제안했다. 당시 쌍용차가 SAIC 측에 요구한 개발 로열티는 1억5000만 달러였는데, SAIC는 쌍용차의 제안을 거절하고 영국 MG로버로부터 승용차 2개 모델에 대한 지적 재산권을 인수했다.
쌍용차는 르노삼성차나 GM대우처럼 국내 타 외국자본의 자동차 메이커들과는 다른 측면이 있다. 닛산의 경영권을 확보하여 글로벌 기업 반열에 오른 르노나 전 세계에 60여 개 공장을 갖고 있는 대표적인 글로벌 기업인 GM이 각각 국내 자동차 회사의 경영권을 장악함으로써 얻게 된 시너지 효과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즉, 르노삼성차가 닛산이나 르노로부터 기술을 배워오고, GM대우는 GM으로부터 기술을 배워오는 입장이라면 SAIC는 쌍용차로부터 기술을 배워가는 입장이었다. 그렇다면 SAIC의 쌍용차 경영 방식은 이들과는 다르게 철저히 현지화(Localization)로 갔어야 한다. 그러나 쌍용차 인수 시 자신들에게 가장 우호적인 경영인들을 토사구팽시켰으며, 정보의 비공개 등으로 일관했다. 쌍용차 인수 시 SAIC 총재의 통역관으로 쌍용차 임원진에 참여하게 된 최옥자 상무도 조선족 출신이라는 이유로 주요 임원회의에 참석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의 중장기 발전 비전에 대해 쌍용차 고위 임원을 지낸 모씨는, “쌍용차가 생존하려면 선진 메이커들이 생산을 포기한 구형 플랫폼들을 들여와 이를 개발하는 방식으로 투자비를 최소화해 니치(Niche·틈새) 메이커로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언급했다. 중국 내수시장 및 이머징 마켓(신흥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베트남 등 개발도상국 시장을 공략하는 것만이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이다.
기술을 배워가야 하는 입장
쌍용차 경영진들은 장기적으로는 경유차가 친환경적이며, 연비 면에서 가솔린차보다 절대 우위에 있기 때문에 시장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SUV는 승용차와 달리 판매 마진이 높기 때문에 절대 판매 대수가 부진함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버티는 바탕이 된다고 주장한다.
쌍용차의 대표 차종 중의 하나인 카이런이 월 37대밖에 팔리지 않는 등 6월 내수 판매 실적이 1900여대에 머문 것과 관련, 쌍용차 측은 딜러별 가격 일원화 정책을 쓰는 바람에 일시적으로 부진하게 됐다고 주장한다. 7월 실적은 6월보다 회복됐지만 렉스턴과 뉴카이런, 액티언, 엑티언 스포츠는 각각 467대(전년 동기 대비 -33.3%), 765대(-50.4%), 471대(-50.8%), 1262대(-11.9%) 판매에 그쳤다.
쌍용차는 딜러제 보완 및 중국산 차 판매 가능성을 타진키 위해 SAIC 계열 판매전문회사인 ‘SAIC’가 최근 국내에 설립한 ‘상기안길판매’라는 자동차 판매 회사를 통해 서울 강남 청담동에 첫 직영점을 열었으나 아직은 시범 점포 수준에 머물러 있다.
쌍용차는 내년 쏘나타급인 로위(Rowee)750을 시작으로 2011년까지 준중형, 중대형 세단을 선보이는 등 완성차 기준으로 연간 30만대 판매가 가능한 풀라인 업 체제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AIC가 인수 시 밝힌 40만대 체제에서 많이 후퇴한 목표치다. 쌍용차는 이러한 중장기 경영전략의 달성을 위해 2011년까지 매년 매출액 8%를 신규 투자에 집행키로 했다. 이 중 70%는 신차 등 제품 개발을 위해 투자할 계획이다.
신차 개발로 승부수 띄워
또 글로벌 자재조달위원회를 통해 원가경쟁력 향상을 위한 방안과 영업망 강화 방안 등 SAIC와의 시너지 효과 극대화를 지속적으로 모색해나갈 방침이다. 최형탁 쌍용차 사장은 지난 5월 중국 베이징 모터쇼에서 “상하이차가 개발한 로위550의 플랫폼을 국내로 가져와 생산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중국산 차가 사상 처음 한국에서 생산되는 셈이다. 로위550은 배기량 1800㏄, 2000㏄ 엔진을 기본으로 하는 준중형 세단으로 상하이차가 영국 MG로버의 기술을 들여와 로위 모델을 개발했다.
최 사장은 “쌍용차는 로위550에 탑재되는 엔진 등 차량의 주요 플랫폼을 만드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며 “엔진과 트랜스미션은 투자비 문제 등을 감안할 때 수입하는 게 낫지만, 나머지 부품은 한국에서 만들고 일부 옵션도 한국화할 것”이라고 했다. 이는 로위를 중국에서 생산할 경우 중국산을 불신하는 국내 고객들이 구매를 꺼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천훙 SAIC 총재는 최근 나오고 있는 쌍용자동차 재매각설에 대해 “매각은 절대 없다”고 일축했다. 천 총재는 7월 23~24일 이틀간 쌍용차 노조와의 면담 자리에서 “그룹이 적극적으로 나서 쌍용차의 브랜드 이미지를 개선하고 판매를 활성화시킬 방침”이라며 “쌍용차의 브랜드 이미지를 바꾸고 판매를 늘리는 방안에 대해선 그룹 차원에서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투자에 대해서도 “계획된 투자에 대해서는 절대로 수정하지 않고 진행하겠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대주주인 SAIC가 쌍용차가 판매 부진으로 현금 부족 상황에 처할 경우 자금 지원에 나서겠다는 뜻도 밝혔다. 또 쌍용차가 추진하고 있는 가솔린 엔진 개발과 신차 개발을 위한 모든 투자비용도 SAIC에서 부담키로 했다.
쌍용차 노조에 따르면 지난 5월 쌍용차를 방문한 후마오위엔(胡茂元) SAIC 회장은 노조 간부들과 만나 “쌍용차가 신차 개발단계에서 자금조달에 어려움에 처하거나, 판매 부진에 따른 현금 부족 상황에 처할 경우 은행 담보 제공 등 자금조달을 상하이차에서 지원할 것”이라며 “쌍용차가 중국 시장에서 차를 팔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고 한다.
그는 또 “가솔린 엔진 개발을 위한 모든 투자 비용은 상하이차에서 부담할 것”이라며 “개발은 쌍용차에서 하지만 투자 비용은 상하이차에서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조 측은 “지난 2년간 SAIC의 투자 방치로 어려운 상황을 맞게 됐다”며 “이번 대주주의 투자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면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