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격동하는 세계 경제 비상구는 어디인가?

베이징(北京)에서 ‘인류의 축제’라 불리는 올림픽이 열렸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관심은 경기 결과만큼이나 올림픽을 개최한 中國(중국) 자체에 쏠려 있다. 올림픽을 둘러싸고 경기보다 경기 外的(외적) 요소에 더 많이 주목한 경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나치 독일이 급부상하던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이나, 일본의 화려한 재기를 알린 1964년 도쿄(東京) 올림픽이 그러했다. 1988년 서울 올림픽도 冷戰(냉전)종식의 조짐이 드러난 계기였다고 평가된다. 실제로 이들 올림픽이 끝나고 난 뒤에 모두 세계사적인 변동이 있었다.

이것이 우리가 베이징 올림픽의 화려한 무대만큼이나 올림픽 이후에 주목하게 되는 이유다. 더구나 한국은 베이징 올림픽을 통해 상징되는 중국의 再(재)부상이라는 도도한 변화의 至近(지근) 거리에 자리 잡고 있다.

2001년 7월 모스크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베이징이 2008년 올림픽 개최지로 결정됐다. 심야까지 도시마다 모여서 결과를 기다리던 중국인들은 밤새워 환호했다. 1993년에 2000년 올림픽을 유치하려 했으나 미국 등의 반대로 무산된 쓰라린 아픔을 가지고 있던 중국인들에게 그 기쁨은 더욱 각별했다.

올림픽 怪談

그러나 베이징 올림픽 유치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은 싸늘했다. 2001년 당시 1인당 소득 1000달러 수준에 불과하고, 많은 사회적 문제를 안고 있는 중국이 과연 성공적인 올림픽을 준비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이 유행했다. 중국계 미국인 변호사인 고든 창의 <중국의 몰락>(The Coming Collapse of China)이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것도 바로 2001년이다. 이 책에서는 중국이 5년 안에 심각한 체제 위기를 겪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예상은 빗나갔다.

한편으로는 그동안 올림픽을 개최했던 나라들이 올림픽 이후 심각한 경기 둔화를 경험했다는 사실이 거론됐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치른 한국은 11.3%였던 경제성장률이 1989년에 6.4%로 낮아졌다. 1964년 도쿄 올림픽을 개최한 일본도 경제성장률이 11.7%에서 1965년 5.8%로 둔화됐다.

최근 올림픽을 개최한 6개국 중 미국(애틀랜타)을 제외한 모든 나라가 올림픽 이후 경제 침체를 겪었다. 따라서 중국도 올림픽 준비 과정에서 투자가 과열되고, 그것이 꺾이면서 경기 침체와 자산 버블 붕괴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러한 비관적 전망은 올림픽이 개최되는 시점까지도 계속됐다. 도이체방크는 중국 경제가 2007년부터 명백한 과열에 진입했으며, 곧 경기 침체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세계적인 투자 은행인 리먼 브러더스나 크레디트스위스도 올해부터 중국의 성장률이 한 자리 수로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았다. 삼성경제연구소도 올림픽 이후 투자가 급감하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누적되어 최악의 경우 중국의 성장률이 2009년에는 7% 대로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은 1978년 개혁개방이 시작된 이후 근 30년 동안 평균 9.8%라는 고도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특히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집권한 2003년 이래 새로운 고도성장 주기에 진입해 5년 동안 두 자리 수 성장률을 이어오고 있다. 올림픽과 함께 그 좋은 시절이 끝날지도 모른다는 예측이다.

결국 문제는 올림픽이 중국이 기대하는 대로 새로운 번영의 시발점이 될 것이냐, 아니면 30년 고도성장 시대의 종말을 알리는 弔鐘(조종)이 될 것이냐이다.

1981년부터 ‘88 올림픽’을 기다리던 한국인도 경험했듯이, 언제 오나 싶던 2008년이 왔다. 베이징 올림픽도 개최됐다. 현실이 보여주는 것은 중국 경제는 올림픽과는 상관없이 돌아간다는 것이다. 2008년 이후 중국의 성장률이 다소 둔화될 조짐은 나타나지만 그건 올림픽과는 상관이 없다. 베이징 올림픽 폐막과 함께 올림픽과 중국 경제의 불안정을 연결시키는 논란도 사라진다.

근본적인 이유는 8월 1일 기자회견에서 후진타오 주석의 입에서 나왔다. 후진타오 주석은 “올림픽의 경제적 효과를 과대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언급하면서 베이징의 경제규모가 중국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경제적 효과 측면에서 볼 때는 ‘중국 올림픽’이 아니라 ‘베이징 올림픽’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수도인 베이징이 중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7년 GDP의 3.6%, 투자의 2.8%에 불과하다. 물론 베이징 올림픽을 위해 중국은 막대한 투자를 했다. 올림픽 관련 투자 규모가 230억 달러에서 40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다양한 추정이 있다.

그러나 중국은 2007년 기준으로 세계 4위의 경제규모를 가진 나라다. GDP 규모는 3조2510억 달러에 달한다. 올림픽 관련 투자는 다 합쳐도 한해 GDP의 1% 남짓에 불과하다. 그나마 올림픽 투자는 수년간에 걸쳐 분산된다. 그 대부분은 베이징의 지하철 건설이나 공항 건설 등 기왕에 필요한 인프라를 갖추는 데 사용됐다. 경기관련 시설의 건설이나 운영비용은 20억 달러 수준으로 알려졌다.

하늘에서 바라본 베이징올림픽 그린존. 주경기장인 니아오챠오(새 둥지란 뜻)와 올림픽수영센터를 비롯한 올림픽실내체육관이 보인다. 올림픽 이후 중국은 성장세가 7% 정도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중국 경제 동향

2008년 들어 중국 경제가 불안한 조짐을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7월 17일 발표된 중국의 상반기 경제동향에 따르면 경제성장률은 10.4%, 소비자물가 상승률 7.9%, 수출증가율 21.9%를 기록하고 있다. 2007년 경제성장률이 11.4%,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8%였던 것과 비교할 때 성장률은 둔화되고 물가상승률은 높아졌다. 수출증가율도 2007년 25.7%에 비해서는 낮아졌다.

특히 성장률을 분기별로 보면 2007년 2분기 12.6%를 기록한 이후, 2008년 2분기 10.1%까지 연속 4분기째 성장률이 떨어졌다. 2005년 4분기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물가 동향은 더욱 심상치 않다.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1997년 이후 10년째 -1.4%(1999년)~3.9%(2004년) 수준으로 안정되어 인플레이션 걱정을 하지 않던 나라다. 그러던 것이 2007년 하반기부터 물가가 폭등하여 2007년 말 4.8%를 기록했고, 1년 이상 월별로 6~8%대를 넘나들고 있다.

이 때문에 低(저)인플레 高(고)성장 경제이던 중국이 이제 고인플레 고성장 경제로 성격이 바뀌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인플레이션 걱정 없이 성장만 구가하던 경제가 이제 성장과 물가안정을 모두 걱정해야 하는 경제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정책 선택의 폭도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경제 상황의 악화는 8월의 베이징 올림픽과는 별 관계가 없다. 성장률 둔화는 2007년 하반기 이래의 油價(유가)상승과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 등으로 인한 전 세계적인 경기 둔화와 연결된다. 올 2월 중국 남부 지역의 폭설로 인한 생산차질이나 5월 쓰촨(四川) 지역의 지진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물론 둔화라고 해도 여전히 10%가 넘는 높은 성장률이다.

인플레이션 역시 올림픽으로 인한 과잉투자가 원인이라기보다는,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 급상승, 자연재해에 따른 농산물과 석탄가격 상승 등으로 인한 것으로 평가된다. 에너지와 농산물 가격 상승을 제외할 경우 물가상승률은 여전히 1% 대에 머무른다.

외국인 투자는 2008년 상반기에만 524억 달러(실행기준)를 기록함으로써 전년 동기 대비 45.8%나 늘어나는 급증세를 보였다. 여기에는 위안화의 평가절상을 기대한 투기적 자금도 포함되어 있다고 보인다.

외국인 투자 급증은 올림픽 이후의 중국경제에 대한 해외의 긍정적 평가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신용평가회사인 S&P는 올림픽 직전인 7월 31일 중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에서 A+로 한 단계 상향 조정했다.

자산버블의 붕괴

올림픽 직후에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 등에서의 자산 버블이 붕괴하여 중국 경제가 큰 위기와 불안정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그 우려는 현실화됐다. 다만 올림픽과 무관하게 2007년 말부터 이미 현실화됐다.

2005년 말 1200 수준이던 상하이 주가지수(A주)는 2년 동안 하늘 높은 줄 모르는 랠리를 계속하여 2007년 10월 6000을 넘어섰다. 그러나 작년 11월 이후 급전직하하여 올 6월에는 2600 수준까지 떨어져 반토막이 났다. 올림픽 개최 당일까지도 3000선을 회복하지 못했다.

2007년 말부터 주가가 폭락한 데는 세계 경제의 불안정에 따른 글로벌 주가하락 추세 외에도 중국의 고유한 비유통주 개혁과 관련한 수급의 불안이 작용했다. 과거에 국유주로서 유통되지 않았던 주식 물량이 2005년 이래 주식개혁을 통해 2007년 말부터 본격 유통되면서 주가가 폭락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올림픽 이후의 경제에 대한 불안 심리와 무관한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주가가 폭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즉, 주가하락에 따른 금융기관의 부실화, 소비위축, 기업의 수익성 악화, 사회불안 등 실물경제에 대한 파장은 아직까지 나타나고 있지 않다.

주가하락으로 막대한 富(부)가 허공으로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소매 판매액 증가율은 2007년 16.8%에서 2008년 상반기 21.4%로 높아졌다. 비록 물가상승으로 인한 착시현상이 있긴 하지만, 민간 소비지출 규모가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주요 상업은행의 부실채권 비율도 2007년 말 6.7%에서 2008년 3월 6.3%로 개선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기업이윤도 2008년 5월까지 2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즉, 자산버블은 올림픽 이후가 아니라 이전에 이미 붕괴했다. 그러나 이 붕괴는 올림픽 이후의 경제 상황에 대한 예측과는 관계없는 요인에 의해 이루어졌다. 그리고 그것이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예상과 달리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상징 톈안먼(天安門) 광장. 여러 괴담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올림픽 이후에도 지속적인 경제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중국경제의 성장 전망 낙관

지하철로 출근 중인 베이징 시민들. 예전에는 주요 교통수단이 대부분 자전거였지만, 지금은 전철과 버스가 이를 대체했다.

원래 베이징 올림픽은 경제적으로는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없는 이슈다. 이렇다 할 근거도 없이 올림픽을 둘러싼 괴담 수준의 논란 속에서 중국 경제를 평가하는 것은 오히려 중국 경제의 진짜 모습을 보는 데 방해가 된다.

물론 향후 1~2년간 중국의 성장추세가 둔화될 가능성은 크다. 올림픽이 끝나서가 아니라, 미국발 금융위기 가능성으로 인한 세계 경제의 불안정, 국제 에너지·원자재 가격 상승, 위안화 절상 누적 등 불확실성과 악재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5년간 중국이 10% 이상 성장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도 비정상적으로 높은 투자 열기나 30%대를 넘나든 높은 수출 증가율에 힘입은 바 크다. 이것이 마냥 지속될 수는 없다. 산이 있으면 골이 있게 마련이다. 1999년 이래 8년 동안 계속된 중국 경제의 성장 가속 국면은 잠시 한숨을 돌릴 것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사실 이 기간은 전 세계적으로도 비교적 높은 성장이 지속된 시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경기순환에 따른 일시적 부침에도 불구하고 중국경제의 장기적 성장 전망은 매우 밝다. 아직까지 중국을 대체할 만한 제조업 생산기지가 등장하지 않고 있고, 중국 내에 개발될 수 있는 성장의 원천이 적지 않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낙후된 서비스 산업의 발전이나 도시화에 따른 수요 증가 등이 그것이다.

2006년 중국의 서비스 산업은 고용의 32.2%만을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한국의 경우 1980년에 그 비율이 43.5%에 달했다. 또 2006년 43.9%에 불과한 도시인구 비율이 2020년까지 60% 수준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도시인구가 매년 1300만 명씩 늘어나게 된다. 이들은 새로운 소비 주체가 될 뿐 아니라, 막대한 인프라 투자를 유발한다.

이 때문에 세계적인 전망기관들은 중국이 2020년까지 7% 이상의 고도성장을 지속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장기 전망 기관인 글로벌 인사이트(Global Insight)는 중국이 2020년까지 경제성장 7%, 공업생산 10%, 소비수요 14% 이상의 증가율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한다.

이러한 장기성장의 결과는 놀라운 것이다. 중국은 2024년 무렵 미국과 대등한 경제규모에 도달하게 된다. 즉 현재 GDP 규모 세계 4위인 중국은 2008년에는 독일, 2010~2012년 사이에는 일본을 추월하여 미국 다음으로 큰 경제가 된다. 2024년에는 미국마저 추월한다.

5년 전인 2003년 골드만삭스는 유명한 ‘브릭스(BRICs) 보고서’에서 중국이 미국의 경제규모를 추월하는 시기를 2040년경으로 추정한 바 있다. 그런데 그동안 중국은 당시의 예측을 훨씬 뛰어넘어 두 자리 수 고도성장을 지속했다. 그 결과 그 시점도 앞당겨진 것이다.

이런 전망이 반드시 현실화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2024년이면 지금부터 16년 후다. 우리가 중국의 부상이 초래할 변화에 대해 지금 당장 깊이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되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

중국의 변화
工場에서 市場으로

중국의 양적 성장만큼이나 중요한 변화는 세계 경제에서 중국의 역할 변화이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workshop)에서 ‘세계의 시장’(market)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중국의 시장이 점점 중요해지니 우리 기업들도 중국의 시장에 주목해야 한다는 차원 이상의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개혁개방 이후 30년 동안 중국은 저렴한 제조업 경쟁력(토지, 노동력)을 다국적 자본과 결합시켜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했다. 이 과정에서 세계 경제에는 중요한 변화가 일어났다. 중국도 성장했지만, 중국의 성장으로 인해 세계 경제의 질서에도 큰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첫째, 동아시아에 중국을 허브로 하는 새로운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가 형성됐다. 한국, 일본, 대만 등 동아시아 각국은 이제 중국을 통해 세계시장과 연결되고 있다. 동아시아는 중국을 매개로 하나의 분업구조 속에 통합되고 있다.

둘째, 중국을 허브로 한 동아시아가 미국 등 선진국에 대한 수출을 늘림에 따라 동아시아로 달러가 집중되는 이른바 ‘세계적 불균형’(global imbalance) 현상이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막대한 국제수지 흑자를 통해 거대한 외환보유고를 축적했다.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2008년 6월 말 1조8033억 달러로 세계 1위다. 중국은 이를 바탕으로 2000억 달러 규모의 國富(국부)펀드를 조성(2007년)하는 등 세계 금융계의 큰손으로 부상하고 있다.

셋째, 중국의 거대한 산업 수요로 인해 국제 에너지·원자재 가격이 크게 높아졌다. 이는 다시 자원부국과 산업국들 사이에서 부를 재분배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중국 위협론을 유행시켰다. 즉, 공장으로서 중국은 다른 나라의 기업과 노동자들에게 일종의 경쟁 상대인 셈이다. 무엇보다 각국 노동자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나라다.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한 중국 기업들의 공격적인 M&A 또한 각국의 경계심을 자아냈다. 또 중국의 수요 급증으로 자원가격이 급등하는 바람에 많은 나라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장기성장과 소득증대에 비례하여 중국은 앞으로 전 세계에 거대한 시장을 제공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중국 위협론을 불식하고 세계에서 중국의 영향력과 위상을 높이는 중요한 변수가 된다.

글로벌 인사이트에 따르면 중국은 2013년부터 세계 수입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에서 미국을 추월하여 세계 최대의 시장으로 부상한다. 2020년을 넘어서면 세계 수입 시장의 20% 이상을 점유한다. 참고로, 2007년 세계에서 미국의 수입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14.8%였다.

이처럼 중국이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변모하게 되면 세계인이 중국에 대해 갖는 국가 이미지도 변하게 된다. 중국은 세계 시장에서 최대의 고객이고, 각국의 기업들에는 경제적 기회의 원천이며, 미국을 넘어서는 세계경제의 성장엔진이 된다. 중국에 대한 국제적 이미지가 긍정적으로 바뀌게 된다. 그 결과 중국 위협론이 완화되고 중국 기여론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또한 시장의 매력은 중국의 소프트 파워가 형성되는 강력한 경제적 기초를 제공한다. 화려한 올림픽 개막식보다 지속적인 경제적 이익이 세계인을 더 강력하게 유혹하는 것이다. 베이징 올림픽에 미국과 러시아를 포함해 90개국의 정상이 참석했다. 그들이 한가하게 화려한 개막식을 구경하러 간 것은 아니다.

만일 중국이 한편으로 고도성장을 지속하면서 세계의 시장으로 변모하고, 다른 한편으로 빈부격차 등 중국 내부의 사회적 문제들을 어느 정도 해결하면서, 더 나아가 지속 가능한 정치질서를 형성하는 데 성공한다면 중국의 소프트 파워는 완성된다. 즉, 남미, 아시아, 아프리카의 많은 개발도상국들에게 지금의 영미식 모델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발전모델을 제공하게 된다. 지금의 영미식 모델이 그러한 것처럼, 국가발전의 모델을 제시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소프트 파워다.

선진 한국과 거대 중국

부상하는 중국이 바로 우리 곁에 있다. 한국은 중국의 再(재)부상이라는 세계사적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나라다. 베이징 올림픽은 미래의 韓中(한중) 관계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촉구하는 계기이다.

미래 한중 관계를 변화시키는 근본적인 동력은 한국의 선진국화와 중국의 大國化(대국화)라는 양국의 국제적 위상 변화에서 나온다. 이제 선진국으로서의 한국이나 경제대국으로서의 중국은 모두 국제사회에서 그 위상에 상응하는 책임을 요구 받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책임은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보편적 가치에 의존한다.

지금까지 양국 정부는 다양한 협력 사업을 통해 경제협력을 촉진해 왔다. 이는 양국의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이다. 그 과정에서 이른바 윈-윈(win-win) 해법이 양국 간의 경제협력을 논의할 때마다 양국이 추구해야 할 가치로서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됐다.

물론 양자 경제 관계에 있어 윈-윈은 당연한 해법이다. 서로 듣기 좋은 말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관점을 달리해 보면 그 개념 속에는 경제적 상호 이익 말고는 어떤 원칙도 기준도 없다. 냉엄한 국제질서를 생각할 때, 결과적으로는 양국의 역관계에 상응하는 지점에서 이익의 균형이 만들어지기 마련이다.

이런 틀 속에서는 중국의 힘과 위상이 커짐에 따라, 우리가 발휘할 수 있는 협상력은 계속해서 떨어진다. 중국의 위상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 현실을 무시하고 한중 양자관계에서 이익 교환의 틀을 고집하는 것은 더 이상 우리에게 ‘유리’하지 않다.

한국이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은 이익(interest)과 이익이 만나는 장이 아니라, 보편적인 가치(value)와 기준(standard)을 논의하는 장이 되도록 한중 경제관계의 논의 틀을 바꾸는 일이다.

미래 한중 경제 관계를 이익이 아니라 가치로부터 풀어가야 한다고 할 때 문제는 그 가치의 내용이 무엇이 되느냐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성장의 ‘공정성’(fairness)을 강조하는 것이다. 공정 무역(fair trade)은 작금의 세계 경제 질서를 이끄는 원칙이기도 하다. 이제 한국은 선진국이자 산업 강국으로서 공정한 경쟁 및 무역질서를 옹호한다는 입장에서 중국과의 경제협력에 임해야 한다. 그 틀 속에서 중국의 개방적인 산업고도화를 유도하고, 공정한 가격경쟁이 이루어질 수 있는 위안화 환율 결정을 촉구하고, 우리 기업의 지적재산권을 보호 받아야 한다.

공정한 경제성장 유도가 핵심

중국의 산업 고도화는 필연적이다. 비록 지금 당장은 아니라도 조만간 한국과 중국의 주력산업은 서로 경쟁하고 충돌한다. 이때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중국의 산업 고도화 과정이 공정하고 개방적으로 이루어지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域內(역내) 과잉생산에 의한 공멸을 방지하고 중국의 산업 고도화 과정에 한국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해야 한다. 이는 한국의 산업과 기업이 중국에 의해 도태되지 않고 장기 공존할 수 있게 하는 핵심 고리다.

다른 한편 한국은 이 공정성이라는 가치를 통해 한국과 동일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다른 선진국들과 중국에 대해 공조할 수 있다. 이익이 아니라 가치가 중심이 되는 논의구조를 만듦으로써 점점 더 벅찬 상대인 중국에 대한 발언권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