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연구] 외국의 정당 해산 사례로 본 국민의힘의 ‘운명’ : 월간조선

최근 정치권에서 ‘정당 해산’ 논쟁이 거세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며 입법과 제도 개편 움직임에 나섰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8월 5일, “통합진보당은 내란(內亂)예비음모와 내란선동만으로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국민의힘은 열 번, 백 번도 해산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국민의힘 정당 해산 추진과 관련해서 “이재명(李在明) 대통령이 하지 말라고 하면 심각하게 고려하겠다”며 ‘이 대통령 말고는 누가 말해도 설득이 안 된다’는 취지로 말했다.

정청래 대표는 당대표 선출 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과정에서 국회 본회의 의결만으로도 해산 절차를 개시할 수 있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7월 15일)하기도 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 정부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헌법재판소에 해당 정당의 해산을 청구할 수 있다. ‘정청래 개정안’이 법제화되면 기존 요건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국회 본회의 의결만으로 정부가 정당 해산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그럴 경우 다수당이 마음만 먹으면 정치적 반대 세력을 정당 해산 대상으로 삼고, 정부와 국회 다수당이 결탁해 소수파·비주류 세력을 제도권 정치에서 배제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국민의힘 해산’ 관련 작업은 이뿐이 아니다. 박찬대 의원은 자당 의원 114명과 함께 ‘내란 또는 외환의 죄로 형이 확정된 자가 소속한 정당, 해당 범죄 행위시 소속했던 정당’에 대해 국고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도록 하는 특별법안을 발의(7월 8일)했다. 박홍근 의원은 이보다 앞서 3월 14일, ‘내란 또는 외환 혐의로 대통령이 파면되거나 유죄가 확정되면 정부가 해당 정당 해산심판을 의무적으로 청구’하도록 하는 정당법 개정안을 냈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정부는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해 심판 진행 중 해당 정당의 정치활동을 막을 수 있다. 그 같은 피청구사유가 발생한 정당은 해산심판 청구 전이라도 공직 선거에 후보자 등록을 할 수 없다.

“국힘, 내란 수괴와 함께 사라질 수 있어”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8월 5일, “내란을 실행한 국민의힘은 열 번, 백 번도 해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뉴시스

이 같은 더불어민주당의 ‘국민의힘 해산’ 추진 시도의 배경에는 이재명 대통령이 있다. 그는 윤석열(尹錫悅)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저지른 2024년 12월 3일 이후 ‘국민의힘 해산’을 연이어 언급했다. 그는 같은 해 12월 7일, 국민의힘을 향해 “주요 역할을 아예 분담하고 책임진 추경호 원내대표와 이에 합세한 국민의힘 지도부는 내란죄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당이 조직적으로 국헌(國憲) 문란 행위에 가담했다면 정당 해산 사유인 위헌(違憲)정당이라는 게 판례”라고 경고했다. 13일에는 “윤 대통령을 보위하겠다고 버티다가는 내란 수괴와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며 “내란 종식 방해가 계속되면 국민께서 당의 존속을 허용하겠느냐”고 말했다.

사실상 유일한 견제 세력인 국민의힘을 정치권에서 완전히 배제할 수 있는 ‘힘’을 이재명 정권이 갖게 된 지금, 우리는 외국의 정당 해산 사례를 살필 필요가 있다.

헌정(憲政) 수호를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정당 해산’을 추진해 정치 안정을 꾀한 독일, 섣불리 ‘정당 해산’으로 정치적 반대파를 제거한 후과(後果)로 장기독재를 경험하는 튀르키예, 형식적인 사법 심사를 통해 정적(政敵)을 제거하고 독재 체제를 강화한 캄보디아의 사례를 보면 더불어민주당이 얘기하는 ‘국민의힘 해산론’의 배경을 미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더불어민주당의 유일 견제 세력인 국민의힘이 ‘위헌정당’ 심판을 받고 해산될 경우 우리가 맞이할 정치 지형 변화도 유추할 수 있다.

나치 때문에 제기된 ‘방어적 민주주의’

‘위헌정당 심판’의 효시는 독일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은 바이마르 공화국 시절 히틀러의 나치당이 합법 정당의 지위를 이용해 민주주의 제도를 무너뜨리고 권력을 장악했던 역사적 경험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았다. 그 결과 1949년 제정된 독일 기본법(현행헌법)에 위헌정당 해산 조항을 넣었다. 기본법 제21조 2항은 “목적이나 당원의 행동이 자유롭고 민주적인 기본질서를 침해하거나 폐지하려 하거나, 독일연방공화국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정당은 위헌이다. 연방헌법재판소는 이러한 정당의 위헌성을 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민주주의가 자신을 스스로 방어할 수 있도록 하는 ‘방어적 민주주의’ 원리를 구현하기 위한 장치다.

이에 따라 독일(당시 서독) 연방헌법재판소는 지금까지 사회주의제국당(1952년)과 독일공산당(1956년) 등 2개 정당에 대해 해산 결정을 내렸다. 두 사건은 독일이 ‘방어적 민주주의’ 원칙을 실질적으로 적용한 대표 사례로 평가된다.

1949년 창당된 사회주의제국당의 지도부는 나치 전범(戰犯) 출신들로 구성됐다. 히틀러를 ‘위대한 지도자’라고 공개적으로 찬양하고, 제3제국(나치 정권 하의 독일) 부활과 반(反)유대주의를 노골적으로 주장했다. 또 독일 기본법을 부정하고, 민주적 기본질서를 폐지한 뒤 권위주의적 일당(一黨) 체제를 수립하려는 목표를 드러냈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기반을 둔 통일이 아닌 ‘국가사회주의’ 노선에 입각한 독일 재통일을 추구했으며, 국가사회주의적 경제관을 계승해 사유재산을 인정하되 국가가 경제 전반을 강력히 통제하는 경제 체제를 주장했다.

사회주의제국당과 공산당 해산한 독일

2017년 8월, 나치당 부총통이었던 루돌프 헤스 사망일에 맞춰 독일의 신나치주의자들이 시위를 벌였다. 독일(서독)은 나치당과 같은 위헌정당의 출현을 막기 위해 ‘정당해산심판’ 제도를 도입해 사회주의제국당(극우)과 공산당(극좌)을 해산했다. 사진=뉴시스

서독 연방정부는 이를 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직접적 위협으로 보고 1951년 연방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했다. 연방헌법재판소는 1952년 10월 23일, 사회주의제국당의 강령과 활동이 헌법질서를 폐지하려는 명백한 의도를 갖고 있으며, 나치 정권의 범죄를 미화하고 나치 독재 체제의 부활을 기도하는 등 독일연방공화국의 존립에 위협이 되는 행위를 했다고 판단하고 ▲정당 해산 ▲재산 몰수 ▲후속 정치활동 금지 등을 결정했다. 이는 나치 잔재 청산과 신생 서독 민주주의의 정체성 확립에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1956년에는 독일공산당이 해산됐다. 독일공산당은 겉으로는 노동자 계급의 권익 보호와 사회주의 실현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서독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내용을 강령에 담고 있었다. 이들은 서독의 의회민주주의와 다당제(多黨制)를 ‘부르주아 독재’라고 규정하고 폐지를 주장하면서 노동자 계급이 지배하는 사회주의 국가 수립을 목표로 내세웠다. 또 자유민주주의 기반의 통일이 아니라 사회주의 통일을 지향했다. 경제정책에서는 주요 산업과 생산수단의 국유화, 계획경제 도입, 사유재산권 제한 등을 핵심으로 내세웠다.

이들의 노선은 실제 활동에서도 드러났다. 독일공산당은 서독 전역에서 조직적인 선전 선동 활동을 벌였고, 노동조합과 청년·학생 단체를 장악해 사회주의 혁명사상을 퍼뜨렸다. 또 동독 및 소련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이들의 정치 외교 노선을 서독 사회에 확산시키려 했다. 동독 정부 정책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소련의 전략과 보조를 맞추는 행위를 지속했다. 서독 정부는 독일공산당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전복하고 사회주의 독재 체제를 수립하려는 목적을 가진 ‘동독(東獨)의 전위(前衛) 조직’이라고 규정하고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했다. 연방헌법재판소는 1956년 독일공산당을 위헌정당으로 선언하고 해산을 명령했다.

이처럼 독일은 1950년대 사회주의제국당과 독일공산당을 해산해 극우·극좌 세력을 제도권에서 퇴출했다. 그 과정에서 마르크스주의 혁명 노선(자본주의 체제를 근본적으로 폐지하고 사회주의·공산주의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노동자 계급이 정치권력을 장악해야 한다는 전략)을 포기한 사회민주당(사민당)과 기독교민주연합(기민당)의 양당(兩黨) 구도가 확립됐다. 그 결과 정당 간 경쟁이 ‘체제 수호 대 체제 전복’이 아니라 경제·복지·외교 등 현실 문제로 좁혀지고, 예측 가능하고 안정적인 정치 환경이 조성됐다.

세속주의 수호 위한 복지당 해산

튀르키예(터키) 헌법재판소는 1960년대 이후 수차례 정당 해산 결정을 내렸다. 그중에서도 1998년의 복지당 해산은 튀르키예 정치사에서 상징적인 사건으로 꼽힌다. 튀르키예 헌법이 규정한 세속주의 원칙과 국가 통합 수호를 위해 법원이 직접 정치질서를 조정한 대표 사례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1990년대 중반 지방선거와 총선에서 승리해 집권한 튀르키예복지당의 지도부는 튀르키예 헌법의 핵심이자 국가정체성인 ‘세속주의’를 부정하고 ‘이슬람주의’를 표방했다. 세속주의란 종교가 국가권력과 사회제도를 지배하지 못하도록 법과 제도로 강하게 차단하는 것을 말한다. 튀르키예의 세속주의는 오스만 튀르크 붕괴 이후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케말 파샤)가 공화국 건국을 추진하면서 정립한 근대화의 핵심 요소다. 이슬람주의는 세속주의와는 반대로 정치·사회·법·문화 전반을 이슬람의 가치와 율법(샤리아)에 따라 운영하려는 사상·운동이다.

튀르키예복지당의 지도부는 이슬람 율법에 기반을 둔 국가체제를 지향하는 발언과, 금지됐던 여성의 히잡 착용 자유화(1990년대까지 공공 장소에서 히잡 착용이 금지됐으나 현재는 자유화), 이슬람 금융 확대, 종교 교육 강화 등의 이슬람주의 정책을 주장했다. 2003년부터 현재까지 총리와 대통령으로 재임하면서 장기집권 중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도 복지당 출신이다. 에르도안은 1994년 이스탄불 민선 도지사로 선출됐지만, 1997년 대중 연설 도중 ‘종교색이 강한 시를 암송해 세속주의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공직이 박탈되고 수감된 전력이 있다. 이후 그는 적극적으로 이슬람주의를 표방하지 않는 ‘정의개발당’을 만들어 2002년 총선에서 승리해 집권했다.

튀르키예복지당의 이슬람주의에 반발한 튀르키예 군부(軍部)는 국가안보회의(과거 군의 정치 개입 통로)를 통해 ‘세속주의 수호’를 위한 조치를 정부에 요구하며 필요시 정부 해산도 가능하다는 취지로 압박했다. 군부의 압박 이후 언론과 사법부, 야당이 총공세를 벌였다. 튀르키예 검찰총장은 헌법재판소에 복지당에 대한 위헌정당심판을 청구했다. 이에 복지당 정권의 네크메틴 에르바칸 총리는 1997년 6월 사임했지만, 헌법재판소는 1998년 1월 복지당을 위헌정당으로 규정하고 해산을 명령했다.

에르도안의 23년 집권 배경

튀르키예복지당 해산 후 이어진 정치적 불안정을 틈타 2002년 집권에 성공한 에르도안 대통령은 23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권좌에 앉아 있다. 사진=뉴시스

튀르키예의 복지당 해산은 헌법이 규정한 세속주의 원칙을 법적으로 재확인하며 종교의 정치 개입을 차단한 결정이었다. 이로써 종교 갈등이 정치로 번지는 것을 억제하고 국가 통합 기반이 강화되고, 종교색 강한 이슬람주의 세력이 제도권에서 일시적으로 배제됐다.

하지만 그에 따른 후폭풍은 거셌다. 집권당이던 복지당이 해산된 뒤 구성된 연립정권은 불안정했고, 이로 인해 사회 불만이 고조됐다. 그 결과 정치적 안정을 바라는 여론이 크게 늘었다. 이 틈을 타고 종교·정치 결합 세력이 결집했다. 이는 2002년 총선에서 정의개발당의 집권과 이후 장기 독재 체제를 낳는 원인이 됐다.

정의개발당은 복지당 잔존 세력이 만든 덕의당(德義黨)의 개혁파가 만든 중도 실용주의 정당이다. 복지당과 마찬가지로 2001년 ‘세속주의 위반’으로 해산된 덕의당의 개혁파는 정의개발당을 만들었다. 이들은 강경 이슬람주의 노선을 고수한 덕의당 전통파와 달리 세속주의를 인정하고 종교 색채 완화 등을 표방했다.

정의개발당은 2002년 총선에서 단독 과반 의석을 차지해 집권했다. 이후 지금까지 튀르키예의 집권당은 에르도안의 정의개발당이다. 2002년 당시 에르도안은 ‘세속주의 위반’으로 인한 전과(前科) 탓에 국회의원 당선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총선 승리를 이끈 당대표였음에도 총리직은 압둘라 귈이 맡았다. 에르도안은 2003년 3월, 정치활동 금지가 해제된 뒤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가 당선된 다음 총리직을 승계해 2014년까지 집권했다. ‘대표·총리직 3연임 금지’를 명시한 정의개발당 당헌에 따라 에르도안은 그해 대통령 선거에 나가 당선됐다.

당시 튀르키예는 이원집정부제(二元執政府制)였다. 원래 대통령은 상징적 권한만 갖고 있었지만, 에르도안은 내각과 당 지도부를 배후에서 통제하며 실권을 행사했다. 총리는 에르도안의 ‘집행자’에 불과했다. 그러다 2017년 6월, 군부 일부 세력이 에르도안 정권을 전복하려다 실패한 ‘쿠데타 미수사건’ 이후 에르도안은 대통령중심제 개헌을 통해 ‘절대권력’을 쥐게 됐다.

튀르키예의 복지당 해산 사례는 정당을 해산하려면 법적으로 ‘구체적, 현실적 위험’이 입증돼야 한다는 방어적 민주주의의 엄격한 요건을 보여 준다. 해당 정당의 ‘민주적 기본질서 위협’ ‘체제 전복’ 의사와 실질적인 관련 활동 내역이 불분명한 상태에서 추진되는 ‘정적 제거용’ 정당 해산은 역풍을 자초할 가능성이 크다. 단순한 성향 차이나 정책에 대한 불만 탓에 정당을 해산할 경우, 기대할 수 있는 정치적 실익보다 손실이 더 클 수 있다는 얘기다. 정당 해산이 ‘정치보복’으로 인식되면 여론은 해산 대상 세력 쪽으로 결집해 오히려 해산을 추진한 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튀르키예복지당 해산이 세속주의와 이슬람주의의 대립을 해소하기는커녕 제도권 밖에서 오히려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은 것처럼, 무리한 정당 해산은 양극단의 목소리를 키우고 그 갈등으로 사회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 결국 단기적으로는 상대 정당이 일시적으로 제도권에서 사라지면서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 수 있겠지만, ‘구체적, 현실적 위험’이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된 정당 해산은 장기적으로 추진 세력에 더 불리한 상황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튀르키예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야당 해산으로 봉쇄된 정권 교체의 길

38년 동안 캄보디아를 통치하고 현재는 상원의장으로서 여전히 실권을 행사하는 훈 센. 훈 센 정권은 2017년 국가의회 123석 중 55석을 가진 ‘강력한 도전 세력’ 캄보디아구국당에 반역 혐의를 적용해 강제로 해산했다. 사진=뉴시스

캄보디아의 정당 해산 제도는 겉으로는 법률에 근거해 대법원이 해산 여부를 판단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집권당이 원하는 대로 법률을 개정하고 사법부가 정권 의중에 맞춰 결정을 내리는 방식이어서 형식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해산 사유도 ‘국가 전복 시도’나 ‘외세 개입’처럼 모호하고 광범위하게 적용 가능한 규정이어서, 실질적 심사나 증거 검증 기능이 거의 작동하지 않는다. 훈 센 총리가 1985년부터 장기집권하면서 캄보디아 사법부는 사실상 행정부와 집권당의 영향 아래 들어갔고, 대법원장은 집권당 인사와 가까운 인물이 맡으며 주요 정치사건에서 정부 입장과 다른 판결이 거의 없다. 유엔 특별보고관과 국제인권단체는 캄보디아 대법원을 “독립성이 없는 정치적 도구”라고 평가해 왔다.

대표적 사례가 2017년 최대 야당이자 전국적 경쟁 세력이던 캄보디아구국당 해산이다. 구국당은 해산 직전까지 국가의회(하원)에서 훈 센의 집권 캄보디아인민당과 양강 구도를 이루던 사실상 유일한 전국 규모 야당이었다. 2013년 총선에서 전체 123석을 집권 인민당 68석(55%), 구국당 55석(45%)이 나눠 가지며 구국당은 훈 센 정권 출범 이후 가장 강력한 도전 세력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2017년 11월, 캄보디아 대법원은 ‘외세와 결탁한 국가 전복 시도’ 혐의를 이유로 구국당 해산을 결정했다. 당시 구국당 대표 켐 소카는 2013년 미국에서 한 강연에서 “국제적 지원과 전략적 조언을 받아 정권 교체를 준비해 왔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는데, 정부는 이를 ‘외세와 결탁한 정권 전복 계획’의 증거로 삼았다. 또한 켐 소카가 미국 민주주의재단 등과 협력하고 미국 정치인·외교관과 접촉한 사실을 들어 ‘정권 교체 전략 논의’라고 주장했지만, 이는 국제원조 프로그램 범주의 활동이라는 반론이 많았다. 켐 소카는 2017년 9월 반역 혐의로 체포돼 장기간 가택연금과 재판을 받았고, 2023년 3월 프놈펜 법원에서 징역 27년형과 정치활동 전면 금지를 선고받았다.

대법원의 구국당 해산 결정과 동시에 의석 55석은 전부 박탈돼 인민당과 그 위성정당에 재분배됐다. 구국당 해산 이후 훈 센 정권은 권력 기반을 제도적으로 더욱 공고히 했다. 선거법과 정당법이 집권당에 유리하게 개정되고, 정부 비판 인사·언론·시민단체에 대한 통제가 한층 강화돼 선거를 통한 권력 교체 가능성은 사실상 차단됐다. 구국당 해산 이후 치른 2018년 총선에서 인민당은 125석 전석을 차지해 완전한 일당독재 체제를 구축했다. 현재 캄보디아 국가의회 의석 분포는 캄보디아인민당 120석, 민족연합전선 5석이다.

구국당 해산 결정 당시 유엔 인권이사회와 특별보고관은 “해산 사유가 모호하고 과도하며, 국가안보 위협을 입증하지 못했다. 절차적 권리가 심각하게 침해됐다”고 비판했다. 유럽연합은 “정치적 다원주의를 파괴하고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했다. 미국 정부는 ‘민주주의 훼손’을 이유로 일부 지원을 중단했다.

논리 빈약한 민주당의 ‘국민의힘 해산론’

지금까지 살핀 외국의 정당 해산 사례는 독일의 ‘헌정질서 수호형’, 튀르키예의 ‘국가정체성 보호형’, 캄보디아의 ‘정적 제거형’ 등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이 법원에서 ‘내란’으로 확정되고, 이를 국민의힘이 조직적·지속적으로 옹호하거나 정당화한 사실이 입증된다면 ‘헌정질서 수호형’의 ‘방어적 민주주의’를 내세워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를 할 수도 있다. 반대로 이런 사실이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해산 절차를 추진한다면, 현 정권의 국민의힘 해산 시도는 캄보디아 사례처럼 정치보복이나 권력 독점 시도로 비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주장하는 국민의힘의 ‘위헌성’은 어떻게 입증될 수 있을까? 통합진보당(2014년 해산)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정당 해산이 가능하려면 ▲위헌적 목적 ▲이를 실현하기 위한 조직적·지속적 활동 ▲현재 구체적으로 헌정질서를 위협하는 현실적 위해(危害) 가능성의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우선 강령이나 공식 정책에서 자유민주주의 부정이나 헌정질서 전복을 지향하는 내용이 있어야 한다. 당 공식 의사결정기구(전당대회, 최고위원회의, 의원총회)에서 내란행위나 그 계획을 지지·정당화하는 결의나 지침을 채택해야 하며, 당대표·원내대표 등 지도부와 당 대변인 등의 명의로 이를 반복 표명해야 한다. 이와 관련한 인사 운영, 재정 지출 등의 ‘구체적 행위’도 수반돼야 한다. 그러나 국민의힘 강령에서 ‘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내용은 찾기 어렵다. 그와 관련한 구체적인 행위도 지금까지 드러난 게 없다. 통합진보당 사건에서는 강령과 비공개 문건, 지도부의 일관된 활동이 북한식 체제 변혁과 연계됐다고 판단됐지만, 국민의힘은 계엄 논란이나 일부 의원·당원들의 정부 옹호 행위가 있었더라도 이를 당 차원에서 공식적·체계적 계획으로 지속한 증거라고 인정하기 쉽지 않다.

‘해산론’ 무력화한 한동훈의 행보

2024년 12월 3~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반대하고 국회에서 계엄 해제 결의를 주도한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오른쪽 두 번째)의 행보는 국민의힘에 정당 해산 요건인 ‘위헌적 목적’과 ‘위헌적 목적 실현을 위한 조직적·지속적 활동’이 없었다는 점을 방증한다. 사진=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 의원 다수의 계엄 해제 표결 불참 ▲‘계엄령 옹호성’ 발언 및 윤석열 탄핵 반대 등을 근거로 국민의힘을 ‘내란방조당’이라 규정하지만, 이런 사안들은 관련자들의 개별적인 정치적 판단의 결과일 뿐 당 차원의 조직적 활동으로 보기는 어렵다. 법원이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판단하더라도, 국민의힘이 이에 동조하기 위해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조직적인 행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했다고 볼 만한 증거나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설령 일부 인사의 언행이 문제가 있다고 해도, 그들의 단발성 발언이나 산발적 행위만으로는 위헌정당 해산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 헌재가 통진당 해산 결정 당시 ‘비례성 원칙’에 따라 “정당 해산보다 덜 침해적인 수단이 존재한다면 해산을 선택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한 데 따르면 일부 인사들의 계엄 당시 미심쩍은 행보 또는 문제성 언행은 정당 해산이 아니라 국회 차원의 의원 제명이나 수사기관의 수사·사법처리 등으로 대응하면 된다.

여기에 ‘한동훈’이란 장애물도 있다.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이 ‘내란’이라고 주장하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해제에 앞장섰다. 국회의원이 아님에도 본회의장에 직접 들어가 계엄 해제 결의를 주도했다. 자당 의원들에게 수차례 표결 참여를 촉구했다. 이를 고려하면, 정당 해산의 요건인 ‘위헌적 목적’을 입증하는 일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법적, 대외적으로 당을 대표하고 당무를 통할하는 당대표가 계엄령 선포 이후 즉각적으로 그 ‘위헌·위법성’을 지적하고 계엄 해제를 주도한 사실은 위헌 목적 실현을 위한 조직적·지속적 활동이 없었다는 점을 방증한다고 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촉구와 독려에 따라 국민의힘 소속 의원 18명이 계엄 해제 표결에 참여한 점 역시 마찬가지다.

실익 없는 국민의힘 해산

이런 사정을 고려하면, 이재명 정부나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서 국민의힘 해산 추진은 법적·정치적 리스크에 비해 실익이 크지 않다. 정당 해산은 요건이 까다롭고 절차가 복잡하며, 인용(認容) 가능성도 작다. 지금까지 살핀 ‘국민의힘 해산론’의 논거로 볼 때, 헌재가 민주당이 바라는 결론을 내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 물론 이는 정치적 변수를 배제하고 법리만 따졌을 때의 판단이다.

만약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가 기각된다면, 국민의힘은 보수층과 ‘정당 해산’을 정치 탄압으로 인식하는 중도층의 결집을 유도해 ‘기사회생’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 까닭에 오히려 현재처럼 국민의힘이 ‘윤석열 어게인’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지리멸렬한 상태를 지속하게 하는 편이 여당에게는 정치적으로 더 유리할 수 있다. 정치적 구심점을 잃은, 민심과 괴리돼 표류하는 상대를 제도권 안에 두고 스스로 소모하게 하는 편이 장기적으로 더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