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보수, 국민의 신뢰 크게 잃어… 보수 궤멸”(니시오카 스토무 교수)
⊙ “알고리즘 중독이 일으킨 세계 최초의 반란”(NYT)
⊙ “부정선거 음모론 신봉 대통령이 탄탄한 나라를 어떻게 망가뜨릴 수 있는지, 국가와 국민이 어떻게 감당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역사적 실험장”(전상진 서강대 교수)
⊙ “알고리즘 중독이 일으킨 세계 최초의 반란”(NYT)
⊙ “부정선거 음모론 신봉 대통령이 탄탄한 나라를 어떻게 망가뜨릴 수 있는지, 국가와 국민이 어떻게 감당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역사적 실험장”(전상진 서강대 교수)
-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 이후 한국 정국을 보도한 《뉴욕타임스》 기사. 사진=NYT 캡처
2024년 12월 3일의 계엄 선포는 여야의 지도자를 체포, 구금하고, 국회와 선관위를 통제할 목적으로 군대를 동원했다는 점에서 유신(維新) 쿠데타와 유사한 전형적인 친위(親衛) 쿠데타 시도였다. 군복무를 한 적 없는 정치검사 출신의 대통령이 병정놀이 하듯이 계엄군을 운용하는 바람에 두 시간 만에 국회의 계엄 해제 결의로 진압되었다. 트럼프 제2기 집권을 앞두고 살얼음판이 깔린 호수 위를 조심조심 걸어야 하는 타이밍에 나폴레옹이 1805년 아우스터리츠 전투에서 호수의 얼음판을 걸으며 후퇴하는 러시아-오스트리아 연합군을 향해 포격, 몰살시키듯 한국의 정치·경제·외교·안보 등 전(全) 분야에 심대한 타격을 주는 자폭(自爆) 테러가 되었다.
이 친위 쿠데타 시도는 종북(從北) 반역 세력 척결을 명분으로 내걸었으나 실제 진행 과정을 보면 부정선거 음모론이란 망상과 사랑하는 부인을 지켜야겠다는 절박함과 민주당에 대한 울분이 겹친 발작적 자해(自害) 행위로 보인다. 앞선 세 번의 쿠데타(5·16, 유신, 12·12)가 불법이란 태생적 한계 속에서도 유능한 집권 세력을 만들어내 나름대로의 역사적 역할을 한 것과 달리 윤석열의 친위 쿠데타 미수는 무엇을 역사에 남길지 궁금하다.
軍警 수뇌부 쑥대밭
윤석열 대통령은 거사가 실패로 끝난 뒤 “그냥 경고용”이라고 했지만 민주당 측은 대통령의 “아니면 말고 식” 행태를 웃고 넘길 생각이 없었다. 그들은 계엄을 내란(內亂)으로 규정, 윤석열 세력을 일소하는 역공(逆攻)으로 나왔다. 멍청한 계엄군은 한 방의 총도 쏘지 않았고, 한 명의 요인도 체포하지 않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주도권을 쥔 반격으로 벌써 대통령은 직무 정지가 되고, 국방장관, 계엄사령관, 수방사령관, 방첩사령관, 특전사령관, 정보사령관, 경찰청장, 서울청장이 내란 혐의로 구속되었다. 민주당이 정권을 잡으면 윤석열과 헤어지지 못한 국민의힘을 위헌(違憲)정당으로 몰아 해산시켜려 할지 모른다. ‘박수부대’ 보수(保守) 세력은 무능한 윤석열로 인해 궤멸적 타격을 받게 되었다. 코미디가 지나쳐 비극으로 둔갑한 것이다.
나폴레옹 3세가 친위 쿠데타로 황제가 되는 과정을 지켜본 칼 마르크스가 한 말, “역사가 되풀이될 때는 처음엔 비극(悲劇)으로 두 번째는 소극(笑劇)으로 된다”는 말이 변태적으로 적중한 셈이다. 김성한(金聲翰) 선생이 필생의 역작 《7년 전쟁》의 다섯 권 앞장에 늘 써놓았던 글 “무능한 통치자는 만참(萬斬)으로도 모자라는 역사의 범죄자다”는 선조(宣祖)나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를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되었는데 윤석열을 위하여 준비해 둔 글 같기도 하다.
계엄 사태의 한 원인은 의료 대란이었다. 윤석열 정부의 무리한 의대 증원 2000명 밀어붙이기가 보수의 핵심인 의사들을 자극, 가족·친지 포함 약 100만의 의사 표가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힘을 외면, 참패를 안겨 여소야대 국회를 만든 것이 윤 대통령을 심리적으로 압박했다. 세계 최고의 한국 의료 시스템과 세계적 강군인 국군을 다 망가뜨린 윤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는 필수적 제도를 해친 ‘문명 파괴자’로 역사에 기록될지 모른다.
그래도 윤석열에 줄 서는 보수
그럼에도 보수의 모든 가치를 파괴한 윤석열 대통령을 편드는 보수가 있다. 이들은 역사의 패배자 편에 서고 있다. 성공한 세 번의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朴正熙)·전두환(全斗煥)·노태우(盧泰愚) 대통령이 획기적 문명(文明) 발전을 이뤘음에도 불법성의 족쇄에 채워져 과소평가받거나 무시당하고 있는 이유를 잘 살펴야 한다. 특히 김영삼(金泳三) 대통령이 5·18 소급입법으로 밀어붙인 전두환·노태우 세력 단죄가 실적이 많은 두 전직 대통령을 지금껏 어떤 모습으로 후세에 각인시켰는지를 보면 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아직도 영면(永眠)할 장소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 시도는 실패하여 업적을 남길 기회조차 없었기에 그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처참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하고 체포영장을 집행하려는 법원·공수처·경찰을 내란 세력으로 모는 것은 헌법재판소에 “나를 파면해 달라”고 호소하는 것과 같다.
대한민국 헌법은 제66조를 통하여 대통령의 의무로서 국가의 독립, 영토의 보전, 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수호 책무를 명시하고 있는 데에 그치지 않고 제69조 대통령 취임 선서를 통하여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라고 국민들에게 헌법 수호를 다짐하도록 다시 강제하였다. 헌법재판소의 지난 두 차례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이 헌법 수호 의지는 가장 중요하게 다뤄졌다.
2004년 헌법재판소는 노무현 당시 대통령 탄핵 결정문에 이런 문장을 남겼다.
〈대통령이 국민 앞에서 현행법의 정당성과 규범력을 문제 삼는 행위는 법치국가의 정신에 반하는 것이자, 헌법을 수호해야 할 의무를 위반한 것이다.〉
당시 노무현은 헌법 위반의 정도가 가볍다고 판단돼 파면을 면했으나 국민, 특히 여당 대표 등을 향하여 총부리를 겨누도록 명령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와 일반 법원의 판단은 엄중할 것이다. 헌재에서 파면, 형사법원에서 중형(重刑) 선고가 예상되는 윤석열 대통령 편들기는 한국의 보수를 역사적, 정치적 패배자 앞에 영원히 줄 세우는 악수(惡手)가 될 것이다.
여기에 더욱 치명적인 함정이 하나 더 추가된다. 윤석열 편들기는 지금 세계적 사기극으로 집중조명을 받고 있는 부정선거 음모론을 편드는 행위가 된다는 사실이다. 이런 윤석열 편들기는 ‘사실·정의(법치)·자유’를 3대 가치로 삼는 보수로선 자아(自我) 부정이고 역사의 심판을 영구적으로 부르는 일이다. 윤석열 계엄은 ‘거짓·불법·폭압’으로 보수의 3대 가치를 부정하였는데도 이번에 또 보수가 줄을 잘못 서면 천 년 동안 재기(再起)할 수 없을 것이다.
《뉴욕타임스》가 음모론을 세계에 알리다
연초(年初), 《뉴욕타임스》는 〈공포감과 음모론이 어떻게 한국의 정치 위기에 기름을 붓고 있는가〉란 제목의 기사에서 부정선거 음모론의 실상을 입체적으로 분석했다. 퓰리처 수상 경력이 있는 최상훈 서울 특파원이 쓴 기사다. 기사는 김권섭이란 72세 시위 참여자를 맨 먼저 소개한다. 대통령 관저 근처에 모인 이런 이들은 지난해 4월 총선이 조작되었으므로 야당의 다수 의석은 무효이고, 윤석열을 지키는 것은 사법·학교·언론에 뿌리내린 종북 세력으로부터 대통령을 지키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보통 한국인들은 이런 음모론을 우익 유튜브가 사이버 세상에 퍼뜨린 선동 정도로 취급하지만, 이 나라의 양극화된 진영 논리에 의하여 이런 음모론이 김씨와 같은 사람들을 거리로 쏟아져 나오게 하여 대통령의 직무 복귀를 요구하도록 만들고 있다고 했다. 《뉴욕타임스》 기사는 ‘태극기 부대’라고 불리는 윤석열 추종자들의 행태가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운동과 비슷하다고 했다. 경희대학교 정치학과 교수 안병진씨는 “윤석열은 한국판 MAGA 세력에 기대어 권력을 놓지 않으려 한다”고 했다. 《뉴욕타임스》는 윤석열 대통령과 우파 유튜버의 밀접한 관계도 소개했다.
취임식에 수십 명의 유튜버가 초청을 받았고, 윤석열 대통령도 그들 유튜버의 팬임을 숨기지 않는다. 《뉴욕타임스》는, 그가 관저 앞 지지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저는 실시간 생중계 유튜브를 통해 여러분께서 애쓰시는 모습을 보고 있습니다”라고 말한 것을 인용했다. “나라 안팎의 주권 침탈 세력과 반국가 세력의 준동으로 지금 대한민국이 위험합니다”라고 호소한 것도 소개했다. 윤 대통령의 대변인 역할을 하는 석동현 변호사가 우익 유튜버들에게 “이건 전쟁이고 당신들은 전사(戰士)다”고 말한 사실도 인용했다.
“알고리즘 중독에 의하여 유발된 세계 최초의 반란”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한국인들의 53%가 유튜브로부터 뉴스를 접한다는데 이 수치는 조사대상 46개국의 평균 30%보다 월등하게 높다(한국언론재단 2023년 조사). 이 신문은 이런 특수성이 한국을 분열시키는 데 작용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전 국회의원 홍성국씨는 윤석열과 추종자들이 쓰는 용어와 음모론은 우익 유튜브의 주장과 판박이라고 했다. 홍씨는 “윤석열의 계엄령 선포는 알고리즘 중독에 의하여 유발된 세계 최초의 반란일 것”이라고 했다.
최상훈 기자가 기사를 쓰기 위하여 인터뷰한 12명의 시위 참여자들은 다 확고한 음모론 신봉자들이었는데, 그들은 자신들의 유일하거나 주된 정보원은 우익 유튜브라고 답했다고 한다. 72세 김재성씨는 “나는 신문과 텔레비전은 보지 않는다. 그들은 완전 편파적”이라고 했다.
《뉴욕타임스》는 윤 대통령이 잇단 스캔들과 사고(事故)에 의하여 정치적으로 곤혹스럽게 되면서 더욱 공개적으로 극단적 우익과 손을 잡는 모습을 보였다고 했다. 그는 비우호적인 언론인들을 ‘가짜 뉴스’ 확산자로 몰아붙였으며 정적(政敵)들을 공산당식 전체주의 추종자라고 규정했다. 우익 유튜버를 공무원 훈련기관의 책임자로 임명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계엄령 선포를 하기 훨씬 이전부터 우익 유튜버들은 국내의 적들을 일소(一掃)하기 위하여 비상조치를 취하도록 요구했다.
그들은 중국에 대한 공포감을 확산시키기도 했는데, 중국이 한국의 국내 정치, 특히 선거에 깊게 관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자신의 계엄령 선포를 옹호하면서 중국인 간첩들에 대한 공포심을 자극하기도 했다. 윤석열과 우익 유튜버들은 한국의 개표(開票)는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하는 점에서 같다. 친윤 시위대는 “Stop the Steal”이란 구호판을 들고 다니기도 한다. 이는 트럼프가 2020년 대선에서 진 뒤 추종자들이 부정선거 때문이란 거짓 주장을 하기 위하여 만든 말이다.
최상훈 기자가 만난 52세의 신은주씨는 부정선거설을 믿는 사람인데 유튜브를 논리적 근거로 내세웠다. 검찰, 경찰 그리고 선관위는 부정선거 주장을 근거 없다고 무시한 지가 오래인데 《뉴욕타임스》는,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한 뒤 군인들을 선관위로 보내 부정선거 의혹을 수사하도록 했다고 전하면서 이렇게 썼다.
〈군 장교들은 선관위의 컴퓨터를 압수하고 고위 선거 관련자들을 체포하여 손을 묶고 눈을 가린 채 군사기지의 지하 벙커로 데려가 선거 부정에 대하여 신문할 계획이었으나 사람들과 컴퓨터가 외부로 반출되기 전에 계엄령은 끝났다. 저명한 보수적 언론인 조갑제씨는 “대통령이 저질 유튜브를 보다가 황당한 부정선거 음모론에 정신을 빼앗겼음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한국 보수의 붕괴, 反日은 계속된다”
〈대통령 탄핵안 가결, 한국 보수의 붕괴, ‘반일(反日)’은 계속된다〉
일본 보수 월간지 《정론(正論)》 1월호에 실린 기사의 제목이다. 필자는 일본인 납치자 구출 활동과 북한 인권 운동의 지도자로 두 나라에서 다 유명한 대표적인 지한파(知韓派) 니시오카 스토무 교수(도덕과학연구소)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주도한 한·미·일 동맹 복원 정책에 박수를 보냈던 사람이다. 그는 이번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사태를 ‘망상적(妄想的) 코미디’라고 평했다.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의 이유로 든 국회에 의한 정부 관료 탄핵소추와 예산안 삭감은 윤 정권에 대한 악의(惡意)를 느끼게 하고 지나치다는 비판은 있지만 헌법이 국회에 부여한 권한의 범위 안에서 행해진 것이다. 국회의 의석수는 직전 선거의 민의(民意)를 반영하는 것으로 대통령도 이를 따를 의무가 있다. “나는 최대한 신속하게 반국가 세력을 궤멸시키고 국가를 정상화시키겠다”는 이야기는 망상에 가깝다. 계엄령 선포 후 군대에 명령한 내용을 보면 홀린 것이 아닌가 의심스럽다.〉
니시오카 씨가 가장 경악한 것은 포고령에서 “파업 중인 전공의들이 48시간 내에 돌아오지 않으면 처단한다”는 내용이었다고 했다. 의대 증원 2000명 정책의 무리를 비판한 그는 이 포고령은 파업이 아니라 이직(移職)한 전공의들을 파업했다고 오인, 처단하겠다고 위협한 것인데, 이는 “나는 옳은 일을 하고 있는데 야당과 의사들이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방해를 하고 있으므로 계엄을 선포, 군대의 힘으로 내가 말하는 것을 듣도록 하겠다는 망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니시오카 씨는 윤석열 대통령이 부정선거 음모론에 넘어간 것도 비판한다. “선거에서 지지 않을 수 없는 행동을 해놓고 부정선거 때문이라고 일부 유튜버가 주장하니 이를 믿고 계엄령 선포로 치달았다”는 것이다. 그는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비판했듯이 선관위 컴퓨터는 외부와 단절되어 있어 해킹 공격은 불가능하다는 기초 지식조차 없는 인물이라고 했다. 니시오카 씨는 “‘독선(獨善)과 망상’이 윤석열의 파멸을 불렀다”면서 “한국 보수가 동반 몰락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그가 독선적이고 무능력하고 망상을 믿고 있는, 즉 대통령의 그릇이 아니기 때문에 일어난 코미디였다. 그 결과 한국의 보수파는 국민의 신뢰를 크게 잃었다. 그리하여 장기간 정권을 잡지 못하게 될 것이다. 보수의 궤멸이라고 해도 좋다. 윤석열을 대통령 후보로 내세우면서부터 보수의 붕괴는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니시오카 씨는 윤석열을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보수를 비판한다.
〈윤석열은 보수가 기대한 것과는 달리 문재인을 구속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국민의힘과 보수 언론, 전광훈 목사 등 재야(在野) 보수 세력의 대부분은 윤석열 지지의 입장을 물리지 않았다. 시시비비(是是非非)의 입장에서 의대(醫大) 증원의 독선적 정책을 비판하였어야 하는데 조갑제씨 등 일부 순수한 보수 지도자를 제외하곤, 윤씨에 대한 일방적 지지를 이어갔다. 다만 하나 희망적인 것은 한국 현대사가 만들어낸 풍요하고 자유로운 사회가 북한에 침투하여 지금은 북한 주민 대다수가 한국에 의한 통일을 내심 희망하기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한국은 북한과의 체제 경쟁에서 이겼다. 그 논리적 귀결은 한국에 의한 자유통일인데, 이를 맡아야 할 자유보수 세력이 윤 대통령과 함께 붕괴의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사이코 드라마
최근 공개된 김용현 전 국방장관 공소장의 선관위 습격 관련 내용을 읽어 내려가면 정신병동을 배경으로 하는 한 편의 연극을 보는 것 같다. 드라마에 긴장감도 없고 계엄의 비장함도 없다. 음모론에 미친 대통령이 연출하고 아부꾼 국방장관이 감독 하고 영혼 없는 정보사령관과 방첩사령관이 괴기한 배역을 맡은 사이코 드라마다. 대명천지(大明天地)의 21세기에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니! 이재명과 민주당, 그리고 전공의들에 대한 미움과 김건희에 대한 애틋한 보호 심리에서 충동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은 동의할 순 없지만, 이해는 된다. 그러나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총본부이고, 그래서 지난 국회의원 선거에서 졌으며 계엄군을 투입, 서버를 탈취하여 포렌식 분석을 통해 증거를 잡아내면(혹은 조작하면) 계엄도 정당화되고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것이란 망상은 정말 이해불가이다. 김용현 전 장관 공소장에 나타난 문맥을 따라가 본다.
〈국정 상황에 대한 대통령과 피고인 등의 인식: 제21대 국회의원 선거(2020.4.15 실시) 당시 제기된 부정선거 의혹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 결정과 선거 무효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원의 판결이 있었고, 해킹이 부정선거로 이어졌다는 것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선거관리위원회 보안시스템의 취약성은 지적되었다. 이들(註-대통령과 김용현 장관 등)은 거대 야당의 의회 독재로 인하여 국정이 마비되고 경제 위기가 가중되고 있으며, 야당을 국가 안보와 사회 안전을 위협하는 반국가 세력으로 인식하는 한편, 선거관리위원회 보안 시스템의 취약성이 선거 결과에 부정한 영향을 미쳤다는 의심을 하고 있었다.〉
지난해 4월 총선은 원래 수개표인 시스템을 더 완벽하게 하기 위하여 음모론자들의 억지까지 수용하여 계수기를 거친 표를 손으로 검표하는 단계를 하나 더 추가하였다. 약 2800만 표를 계산했는데 계수기가 한 표의 오차도 없었음이 재확인되었다.
선관위 보안 시스템에 대한 국정원의 점검은 선관위가 보안 기능을 해제한 뒤 해킹이 가능하도록 한 상태에서 시험적으로 이뤄졌다. 국정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기대를 만족시키려 했는지 선관위의 보안 문제를 과장하여 언론에 발표하였다. 선관위의 집계 시스템은 전국의 개표소에서 확인된 투개표 상황을 모으는 것으로서 조작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조작되더라도 개표소 현장의 자료가 남아 있으므로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럼에도 윤석열 대통령은 선관위 컴퓨터 시스템 취약성이 곧바로 부정선거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곡해, 계엄군 투입을 결정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대통령은 지난 12월 12일 대국민담화에서 “민주주의의 핵심인 선거를 관리하는 전산 시스템이 이렇게 엉터리인데 어떻게 국민들이 선거 결과를 신뢰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선동했다. 한국은행 총재가 외신 기자들을 모아놓고 “한국 금융 제도의 통계는 믿을 수 없다”고 선언하는 것과 같다.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국제 신인도(信認度)가 경제 신인도의 바탕이 된다는 점에서 범죄적 자해(自害)나 마찬가지다.
선관위 습격해 증거만 확보하면 박수받을 것이라고 착각
〈피고인은 2024년 11월 30일 오후 6시경 국방부 장관 공관에서 라○○(註-국군방첩사령관)으로부터 인사 관련 보고를 받으면서 ‘조만간 계엄을 하는 것으로 대통령이 결정하실 거다. 더 이상 이 난국을 두고 볼 수 없다. 국회를 계엄군이 통제하고, 계엄사가 선관위와 여론조사 E 등의 부정선거와 여론 조작의 증거를 밝혀내면 국민들도 찬성할 것이다’ ‘나라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헌법상 가지고 있는 비상조치권, 계엄 같은 이런 거를 이제는 할 수밖에 없다’ ‘조만간 계엄을 할 수도 있다’ ‘계엄령을 발령해서 국회를 확보하고, 선관위의 전산자료를 확보해서 부정선거의 증거를 찾고 해야 한다’ ‘이것은 대통령이 헌법상 가지고 있는 비상대권의 일환이고,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하시는 일이니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하는 등 라○○에게 조만간 비상계엄이 선포될 수 있음을 알려주었다. 이후 피고인은 라○○과 함께 국방부 장관 공관 인근에 있는 대통령 관저로 이동하여 밤 11시까지 대화를 나누었는데, 피고인은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할 것임을 확신하게 되었다.〉
선관위를 점거, 부정선거 자료를 확보하면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얻을 수 있다는 망상 때문에 계엄군은 국회보다 먼저 선관위 접수에 나섰음을 확인시켜 준다. 대통령의 망상에 장관도, 사령관들도 일절 제동을 걸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부정선거 의혹을 수사할 합동수사본부 제2수사단 설치 시도: 피고인과 아○○(註-전 정보사령관)등은 선거관리위원회의 부정선거 의혹을 수사하기 위한 합동수사본부 제2수사단을 설치할 목적으로 피고인(김용현)은 2024년 12월 3일 밤 10시45분경 국방부 인사기획관 라○○를 전투통제실로 호출한 후 ‘준장 터○○를 합동수사본부 예하 제2수사단장으로, 준장 커○○을 합동수사본부 예하 제2 수사부단장으로, 대령 코○○(국방부 조사본부 차장)을 수사1부장, 대령 서○○(정보사령부)를 수사2부장, 대령 어○○(정보사령부)을 수사3부장으로, 위 서○○를 ○○여단 여단장 대리로 2024.12.3. 22:00부로 각 임명하고, 수사 1부에 군사경찰 23명을 수사관으로, 수사2, 3부에 정보사 소속 정보요원 각 20명을 수사관으로 임명한다’는 취지의 ‘국방부 일반명령’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건네면서 ‘이대로 인사명령을 내라’고 지시하였고. (중략) 결국 인사명령은 발령되지 않았으며, 합동수사본부 제2수사단은 설치되지 못하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선관위 시스템 점검을 하려 했다고 말했지만, 선관위를 범죄 집단으로 상정(想定)하고 대규모 수사 조직을 갖추고 북파공작원을 운용하는 정예부대의 수사 인력을 투입할 계획이었음을 알 수 있다.
“서버 자체를 떼어와라”
〈정보사령부의 선거관리위원회 주요 직원 체포 시도: 사○○(註-정보사령관)는 2024.12.3. 22:30경 비상계엄이 선포되자 합동수사본부 제2수사단으로 편성될 부대원들 약 30명(특수임무수행요원 5명 포함)을 ○○여단에 있는 대회의실에 모이게 한 후 ‘우리는 장관님의 지시에 따라 상부의 명령을 받았다. 이미 비상계엄이 선포되었으므로 의심을 갖지 말고 주어진 임무를 철저히 준비하고 수행하라’고 말하면서 정보사령부 소속 서○○와 어○○에게 세부 임무를 부대원들에게 설명해 주라고 지시하였다. (중략) 그에 따라 어○○은 알루미늄 야구방망이 3~4개, 케이블타이, 안대, 복면, 밧줄 등을 준비해 놓고 소속 부대원들에게 체포할 대상인 선관위 직원 30여 명의 명단을 불러주면서 ‘해당 인원은 선거를 조작한 범죄자이므로 정당한 공무를 집행하는 것이다. (중략) 포승줄로 묶고 얼굴에 복면을 씌운 후 수도방위사령부 ○○벙커로 이송하라’고 지시하였다.〉
북파공작원 부대까지 동원하여 선관위 직원들을 부정선거 조작 범인으로 규정, 야구방망이 등으로 위협하여 포승줄로 묶고 복면을 씌워 끌고 가 그것도 군 시설에 감금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이다.
〈국군방첩사령부의 선거관리위원회 서버 반출 등 시도: 라○○(방첩사령관)은 2024.12.3. 23:27경 비상계엄 선포 후 국군방첩사령부 1처장 겨○○에게 ‘과천과 관악에 있는 선거관리위원회 청사, 수원에 있는 선거관리위원회 연수원, 그리고 여론조사 E 등 4곳의 전산실을 확보하라. 건물은 경찰이 확보할 것이고, 우리가 전산실을 통제하고 있으면 국정원, 수사기관 등 민간전문분석팀이 올 건데, 안 되면 우리가 서버를 카피할 수도 있다’고 명령하였다. 이후 라○○은 국회의원들이 국회의사당 본회의장에 모여 비상계엄 해제요구안을 의결할 상황이 임박하자 겨○○에게 다시 전화하여 ‘전산센터를 통제하고 서버를 카피해라. 서버 카피가 어려우면 서버 자체를 떼어 와라’라고 명령하였다. (중략) 선관위 등 4곳으로 출동한 국군방첩사령부 부대원들은 2024.12.4. 02:34경 복귀명령을 받고 복귀하였다.〉
선관위 불법 난입, 불법 체포, 불법 탈취는 음모론에 지배당한 윤석열의 영혼이 군대 조직을 얼마나 희화화(戱畵化)시켰는지를 잘 보여준다.
음모론은 전염병
1월 11일 자 《중앙일보》는 〈음모론에 빠진 지도자, 어떻게 나라 어지럽히나… 거대한 실험장 된 한국〉이란 제목의 전상진 서강대 교수의 글을 올렸다. 전 교수는 먼저 “화나고 부끄럽지만 인정하자. 2024년 12월 3일 이후 대한민국은 거대한 실험장이 되었다. 부정선거 음모론을 신봉하는 대통령이 탄탄한 나라를 어떻게 망가뜨릴 수 있는지, 그 결과를 국민과 국가가 어떻게 감당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역사적, 세계적 실험장이 되어버렸다”고 했다.
그는 음모론의 영향력을 제어하는 방안을 향한 첫 스텝은 허황한 목표를 설정하지 않는 것이라 했다. 음모론, 루머, 가짜 뉴스는 절대 없앨 수 없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과 팬데믹의 유행 이후 중요성과 영향력이 급격히 커진 음모론의 특성을, 일군(一群)의 음모론 연구자들은 “새로운 음모주의(New Conspiracism)”라고 부른다고 한다. ‘정보 출처의 신뢰성과 증거의 객관성과 주장의 논리성’을 중시하는 것이 옛 음모주의라면, 새로운 음모주의는 ‘소문이나 근원적 불신에 입각한 극단주의적 선동’을 전면에 내세운다는 것이다. 과거의 음모론은 흥미 차원의 추리가 주였는데, 요사이 음모론은 정치 선동을 목적으로 함으로써 정교성이 없다는 것이다.
전상진 교수는 “민주주의를 갉아먹거나 파괴하는 음모론은 현재 대한민국이 직면한 큰 도전”이라고 했다. 음모론 대책은 ① 음모론 공급자의 소통 채널(SNS 계정)을 폐쇄함으로써 예방할 수 있다. ② 법적인 처벌을 통해 사후적으로 음모론 공급을 제한할 수 있다. ③ 학교 교육을 통해 잠재적 소비자의 음모론 내성을 키울 수 있다. ④ 음모론에 ‘중독’된 사람들을 치료하는 방법도 있다. 전상진 교수는 이 글의 마지막 문장을 이렇게 썼다.
〈2025년 1월 2일 지금 필요한 음모론 대책은 뭘까? 부정선거 음모론에 심취하여 비상계엄을 실행했고 지금은 지지자를 선동하며 관저에서 농성하는 내란 피의자의 ‘격리와 처벌 그리고 치료’가 필요하다.〉
같은 날 《동아일보》도 젊은이들까지 유튜브를 통하여 음모론에 감염되어 윤석열 지지 집회에 나오는 현상을 추적했다. 이 신문은 “윤석열 대통령이 극우 성향 유튜브 채널을 즐겨 시청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런 채널의 주요 시청자가 일부 극단적인 지지층이나 고령층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다양한 연령대에 걸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유명 채널들의 경우 고령층보다 MZ 세대라 할 수 있는 20, 30대와 40대가 더 많이 시청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음모론자 치료법
최훈석 성균관대 심리학과 교수는 “음모론은 대부분 메시지의 문제인데 메시지를 해결할 수 없다면, 메신저 수준에서라도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부정선거 음모론의 가장 큰 메신저는 윤석열이다. 앞의 전상진 교수처럼 그를 격리, 처벌, 치료하는 것이 가장 좋은 대책이란 암시다.
음모론자들을 정공법으로 설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전제하고 무언(無言)의 불이익을 주어 자신의 어리석음을 자각(自覺)하도록 하는 게 현명한 방법이다. 그런 점에서 음모론을 믿지 않으면서도 그들 음모론자 눈치를 보고 애써 변호하는 자들이 가장 문제다. 특히 교수, 언론인, 변호사, 장성 등 지식인 중에 그런 이들이 많다.
음모론은 국가, 사회, 친구, 가족을 해치는 전염병이다. 육체적 전염병은 신속한 대응으로 치료할 수 있지만 음모론은 정신을 거의 영구적으로 망가뜨리니 훨씬 악성이다. 전염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자체보다도 이를 전파(傳播)하는 매개체를 중점적으로 제어해야 할 시점이다.
조용해진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을 다시 공론장으로 불러낸 윤석열 대통령은 이들을 자신의 방패로 삼아 앞으로도 이용하려 들 것이다. 그는 파면되고 구속되더라도 순교자 행세하면서 음모론 컬트 그룹 교주(敎主) 역할을 하게 될지 모른다.⊙
이 친위 쿠데타 시도는 종북(從北) 반역 세력 척결을 명분으로 내걸었으나 실제 진행 과정을 보면 부정선거 음모론이란 망상과 사랑하는 부인을 지켜야겠다는 절박함과 민주당에 대한 울분이 겹친 발작적 자해(自害) 행위로 보인다. 앞선 세 번의 쿠데타(5·16, 유신, 12·12)가 불법이란 태생적 한계 속에서도 유능한 집권 세력을 만들어내 나름대로의 역사적 역할을 한 것과 달리 윤석열의 친위 쿠데타 미수는 무엇을 역사에 남길지 궁금하다.
軍警 수뇌부 쑥대밭
윤석열 대통령은 거사가 실패로 끝난 뒤 “그냥 경고용”이라고 했지만 민주당 측은 대통령의 “아니면 말고 식” 행태를 웃고 넘길 생각이 없었다. 그들은 계엄을 내란(內亂)으로 규정, 윤석열 세력을 일소하는 역공(逆攻)으로 나왔다. 멍청한 계엄군은 한 방의 총도 쏘지 않았고, 한 명의 요인도 체포하지 않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주도권을 쥔 반격으로 벌써 대통령은 직무 정지가 되고, 국방장관, 계엄사령관, 수방사령관, 방첩사령관, 특전사령관, 정보사령관, 경찰청장, 서울청장이 내란 혐의로 구속되었다. 민주당이 정권을 잡으면 윤석열과 헤어지지 못한 국민의힘을 위헌(違憲)정당으로 몰아 해산시켜려 할지 모른다. ‘박수부대’ 보수(保守) 세력은 무능한 윤석열로 인해 궤멸적 타격을 받게 되었다. 코미디가 지나쳐 비극으로 둔갑한 것이다.
나폴레옹 3세가 친위 쿠데타로 황제가 되는 과정을 지켜본 칼 마르크스가 한 말, “역사가 되풀이될 때는 처음엔 비극(悲劇)으로 두 번째는 소극(笑劇)으로 된다”는 말이 변태적으로 적중한 셈이다. 김성한(金聲翰) 선생이 필생의 역작 《7년 전쟁》의 다섯 권 앞장에 늘 써놓았던 글 “무능한 통치자는 만참(萬斬)으로도 모자라는 역사의 범죄자다”는 선조(宣祖)나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를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되었는데 윤석열을 위하여 준비해 둔 글 같기도 하다.
계엄 사태의 한 원인은 의료 대란이었다. 윤석열 정부의 무리한 의대 증원 2000명 밀어붙이기가 보수의 핵심인 의사들을 자극, 가족·친지 포함 약 100만의 의사 표가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힘을 외면, 참패를 안겨 여소야대 국회를 만든 것이 윤 대통령을 심리적으로 압박했다. 세계 최고의 한국 의료 시스템과 세계적 강군인 국군을 다 망가뜨린 윤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는 필수적 제도를 해친 ‘문명 파괴자’로 역사에 기록될지 모른다.
그래도 윤석열에 줄 서는 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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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는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보수 시민들이 연일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
대한민국 헌법은 제66조를 통하여 대통령의 의무로서 국가의 독립, 영토의 보전, 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수호 책무를 명시하고 있는 데에 그치지 않고 제69조 대통령 취임 선서를 통하여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라고 국민들에게 헌법 수호를 다짐하도록 다시 강제하였다. 헌법재판소의 지난 두 차례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이 헌법 수호 의지는 가장 중요하게 다뤄졌다.
2004년 헌법재판소는 노무현 당시 대통령 탄핵 결정문에 이런 문장을 남겼다.
〈대통령이 국민 앞에서 현행법의 정당성과 규범력을 문제 삼는 행위는 법치국가의 정신에 반하는 것이자, 헌법을 수호해야 할 의무를 위반한 것이다.〉
당시 노무현은 헌법 위반의 정도가 가볍다고 판단돼 파면을 면했으나 국민, 특히 여당 대표 등을 향하여 총부리를 겨누도록 명령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와 일반 법원의 판단은 엄중할 것이다. 헌재에서 파면, 형사법원에서 중형(重刑) 선고가 예상되는 윤석열 대통령 편들기는 한국의 보수를 역사적, 정치적 패배자 앞에 영원히 줄 세우는 악수(惡手)가 될 것이다.
여기에 더욱 치명적인 함정이 하나 더 추가된다. 윤석열 편들기는 지금 세계적 사기극으로 집중조명을 받고 있는 부정선거 음모론을 편드는 행위가 된다는 사실이다. 이런 윤석열 편들기는 ‘사실·정의(법치)·자유’를 3대 가치로 삼는 보수로선 자아(自我) 부정이고 역사의 심판을 영구적으로 부르는 일이다. 윤석열 계엄은 ‘거짓·불법·폭압’으로 보수의 3대 가치를 부정하였는데도 이번에 또 보수가 줄을 잘못 서면 천 년 동안 재기(再起)할 수 없을 것이다.
《뉴욕타임스》가 음모론을 세계에 알리다
연초(年初), 《뉴욕타임스》는 〈공포감과 음모론이 어떻게 한국의 정치 위기에 기름을 붓고 있는가〉란 제목의 기사에서 부정선거 음모론의 실상을 입체적으로 분석했다. 퓰리처 수상 경력이 있는 최상훈 서울 특파원이 쓴 기사다. 기사는 김권섭이란 72세 시위 참여자를 맨 먼저 소개한다. 대통령 관저 근처에 모인 이런 이들은 지난해 4월 총선이 조작되었으므로 야당의 다수 의석은 무효이고, 윤석열을 지키는 것은 사법·학교·언론에 뿌리내린 종북 세력으로부터 대통령을 지키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보통 한국인들은 이런 음모론을 우익 유튜브가 사이버 세상에 퍼뜨린 선동 정도로 취급하지만, 이 나라의 양극화된 진영 논리에 의하여 이런 음모론이 김씨와 같은 사람들을 거리로 쏟아져 나오게 하여 대통령의 직무 복귀를 요구하도록 만들고 있다고 했다. 《뉴욕타임스》 기사는 ‘태극기 부대’라고 불리는 윤석열 추종자들의 행태가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운동과 비슷하다고 했다. 경희대학교 정치학과 교수 안병진씨는 “윤석열은 한국판 MAGA 세력에 기대어 권력을 놓지 않으려 한다”고 했다. 《뉴욕타임스》는 윤석열 대통령과 우파 유튜버의 밀접한 관계도 소개했다.
취임식에 수십 명의 유튜버가 초청을 받았고, 윤석열 대통령도 그들 유튜버의 팬임을 숨기지 않는다. 《뉴욕타임스》는, 그가 관저 앞 지지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저는 실시간 생중계 유튜브를 통해 여러분께서 애쓰시는 모습을 보고 있습니다”라고 말한 것을 인용했다. “나라 안팎의 주권 침탈 세력과 반국가 세력의 준동으로 지금 대한민국이 위험합니다”라고 호소한 것도 소개했다. 윤 대통령의 대변인 역할을 하는 석동현 변호사가 우익 유튜버들에게 “이건 전쟁이고 당신들은 전사(戰士)다”고 말한 사실도 인용했다.
“알고리즘 중독에 의하여 유발된 세계 최초의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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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지지 시위에는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Stop the Steel’이라는 구호도 등장했다. 사진=조선DB |
최상훈 기자가 기사를 쓰기 위하여 인터뷰한 12명의 시위 참여자들은 다 확고한 음모론 신봉자들이었는데, 그들은 자신들의 유일하거나 주된 정보원은 우익 유튜브라고 답했다고 한다. 72세 김재성씨는 “나는 신문과 텔레비전은 보지 않는다. 그들은 완전 편파적”이라고 했다.
《뉴욕타임스》는 윤 대통령이 잇단 스캔들과 사고(事故)에 의하여 정치적으로 곤혹스럽게 되면서 더욱 공개적으로 극단적 우익과 손을 잡는 모습을 보였다고 했다. 그는 비우호적인 언론인들을 ‘가짜 뉴스’ 확산자로 몰아붙였으며 정적(政敵)들을 공산당식 전체주의 추종자라고 규정했다. 우익 유튜버를 공무원 훈련기관의 책임자로 임명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계엄령 선포를 하기 훨씬 이전부터 우익 유튜버들은 국내의 적들을 일소(一掃)하기 위하여 비상조치를 취하도록 요구했다.
그들은 중국에 대한 공포감을 확산시키기도 했는데, 중국이 한국의 국내 정치, 특히 선거에 깊게 관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자신의 계엄령 선포를 옹호하면서 중국인 간첩들에 대한 공포심을 자극하기도 했다. 윤석열과 우익 유튜버들은 한국의 개표(開票)는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하는 점에서 같다. 친윤 시위대는 “Stop the Steal”이란 구호판을 들고 다니기도 한다. 이는 트럼프가 2020년 대선에서 진 뒤 추종자들이 부정선거 때문이란 거짓 주장을 하기 위하여 만든 말이다.
최상훈 기자가 만난 52세의 신은주씨는 부정선거설을 믿는 사람인데 유튜브를 논리적 근거로 내세웠다. 검찰, 경찰 그리고 선관위는 부정선거 주장을 근거 없다고 무시한 지가 오래인데 《뉴욕타임스》는,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한 뒤 군인들을 선관위로 보내 부정선거 의혹을 수사하도록 했다고 전하면서 이렇게 썼다.
〈군 장교들은 선관위의 컴퓨터를 압수하고 고위 선거 관련자들을 체포하여 손을 묶고 눈을 가린 채 군사기지의 지하 벙커로 데려가 선거 부정에 대하여 신문할 계획이었으나 사람들과 컴퓨터가 외부로 반출되기 전에 계엄령은 끝났다. 저명한 보수적 언론인 조갑제씨는 “대통령이 저질 유튜브를 보다가 황당한 부정선거 음모론에 정신을 빼앗겼음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한국 보수의 붕괴, 反日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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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시오카 스토무 교수. |
일본 보수 월간지 《정론(正論)》 1월호에 실린 기사의 제목이다. 필자는 일본인 납치자 구출 활동과 북한 인권 운동의 지도자로 두 나라에서 다 유명한 대표적인 지한파(知韓派) 니시오카 스토무 교수(도덕과학연구소)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주도한 한·미·일 동맹 복원 정책에 박수를 보냈던 사람이다. 그는 이번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사태를 ‘망상적(妄想的) 코미디’라고 평했다.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의 이유로 든 국회에 의한 정부 관료 탄핵소추와 예산안 삭감은 윤 정권에 대한 악의(惡意)를 느끼게 하고 지나치다는 비판은 있지만 헌법이 국회에 부여한 권한의 범위 안에서 행해진 것이다. 국회의 의석수는 직전 선거의 민의(民意)를 반영하는 것으로 대통령도 이를 따를 의무가 있다. “나는 최대한 신속하게 반국가 세력을 궤멸시키고 국가를 정상화시키겠다”는 이야기는 망상에 가깝다. 계엄령 선포 후 군대에 명령한 내용을 보면 홀린 것이 아닌가 의심스럽다.〉
니시오카 씨가 가장 경악한 것은 포고령에서 “파업 중인 전공의들이 48시간 내에 돌아오지 않으면 처단한다”는 내용이었다고 했다. 의대 증원 2000명 정책의 무리를 비판한 그는 이 포고령은 파업이 아니라 이직(移職)한 전공의들을 파업했다고 오인, 처단하겠다고 위협한 것인데, 이는 “나는 옳은 일을 하고 있는데 야당과 의사들이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방해를 하고 있으므로 계엄을 선포, 군대의 힘으로 내가 말하는 것을 듣도록 하겠다는 망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니시오카 씨는 윤석열 대통령이 부정선거 음모론에 넘어간 것도 비판한다. “선거에서 지지 않을 수 없는 행동을 해놓고 부정선거 때문이라고 일부 유튜버가 주장하니 이를 믿고 계엄령 선포로 치달았다”는 것이다. 그는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비판했듯이 선관위 컴퓨터는 외부와 단절되어 있어 해킹 공격은 불가능하다는 기초 지식조차 없는 인물이라고 했다. 니시오카 씨는 “‘독선(獨善)과 망상’이 윤석열의 파멸을 불렀다”면서 “한국 보수가 동반 몰락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그가 독선적이고 무능력하고 망상을 믿고 있는, 즉 대통령의 그릇이 아니기 때문에 일어난 코미디였다. 그 결과 한국의 보수파는 국민의 신뢰를 크게 잃었다. 그리하여 장기간 정권을 잡지 못하게 될 것이다. 보수의 궤멸이라고 해도 좋다. 윤석열을 대통령 후보로 내세우면서부터 보수의 붕괴는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니시오카 씨는 윤석열을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보수를 비판한다.
〈윤석열은 보수가 기대한 것과는 달리 문재인을 구속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국민의힘과 보수 언론, 전광훈 목사 등 재야(在野) 보수 세력의 대부분은 윤석열 지지의 입장을 물리지 않았다. 시시비비(是是非非)의 입장에서 의대(醫大) 증원의 독선적 정책을 비판하였어야 하는데 조갑제씨 등 일부 순수한 보수 지도자를 제외하곤, 윤씨에 대한 일방적 지지를 이어갔다. 다만 하나 희망적인 것은 한국 현대사가 만들어낸 풍요하고 자유로운 사회가 북한에 침투하여 지금은 북한 주민 대다수가 한국에 의한 통일을 내심 희망하기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한국은 북한과의 체제 경쟁에서 이겼다. 그 논리적 귀결은 한국에 의한 자유통일인데, 이를 맡아야 할 자유보수 세력이 윤 대통령과 함께 붕괴의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사이코 드라마
최근 공개된 김용현 전 국방장관 공소장의 선관위 습격 관련 내용을 읽어 내려가면 정신병동을 배경으로 하는 한 편의 연극을 보는 것 같다. 드라마에 긴장감도 없고 계엄의 비장함도 없다. 음모론에 미친 대통령이 연출하고 아부꾼 국방장관이 감독 하고 영혼 없는 정보사령관과 방첩사령관이 괴기한 배역을 맡은 사이코 드라마다. 대명천지(大明天地)의 21세기에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니! 이재명과 민주당, 그리고 전공의들에 대한 미움과 김건희에 대한 애틋한 보호 심리에서 충동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은 동의할 순 없지만, 이해는 된다. 그러나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총본부이고, 그래서 지난 국회의원 선거에서 졌으며 계엄군을 투입, 서버를 탈취하여 포렌식 분석을 통해 증거를 잡아내면(혹은 조작하면) 계엄도 정당화되고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것이란 망상은 정말 이해불가이다. 김용현 전 장관 공소장에 나타난 문맥을 따라가 본다.
〈국정 상황에 대한 대통령과 피고인 등의 인식: 제21대 국회의원 선거(2020.4.15 실시) 당시 제기된 부정선거 의혹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 결정과 선거 무효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원의 판결이 있었고, 해킹이 부정선거로 이어졌다는 것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선거관리위원회 보안시스템의 취약성은 지적되었다. 이들(註-대통령과 김용현 장관 등)은 거대 야당의 의회 독재로 인하여 국정이 마비되고 경제 위기가 가중되고 있으며, 야당을 국가 안보와 사회 안전을 위협하는 반국가 세력으로 인식하는 한편, 선거관리위원회 보안 시스템의 취약성이 선거 결과에 부정한 영향을 미쳤다는 의심을 하고 있었다.〉
지난해 4월 총선은 원래 수개표인 시스템을 더 완벽하게 하기 위하여 음모론자들의 억지까지 수용하여 계수기를 거친 표를 손으로 검표하는 단계를 하나 더 추가하였다. 약 2800만 표를 계산했는데 계수기가 한 표의 오차도 없었음이 재확인되었다.
선관위 보안 시스템에 대한 국정원의 점검은 선관위가 보안 기능을 해제한 뒤 해킹이 가능하도록 한 상태에서 시험적으로 이뤄졌다. 국정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기대를 만족시키려 했는지 선관위의 보안 문제를 과장하여 언론에 발표하였다. 선관위의 집계 시스템은 전국의 개표소에서 확인된 투개표 상황을 모으는 것으로서 조작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조작되더라도 개표소 현장의 자료가 남아 있으므로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럼에도 윤석열 대통령은 선관위 컴퓨터 시스템 취약성이 곧바로 부정선거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곡해, 계엄군 투입을 결정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대통령은 지난 12월 12일 대국민담화에서 “민주주의의 핵심인 선거를 관리하는 전산 시스템이 이렇게 엉터리인데 어떻게 국민들이 선거 결과를 신뢰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선동했다. 한국은행 총재가 외신 기자들을 모아놓고 “한국 금융 제도의 통계는 믿을 수 없다”고 선언하는 것과 같다.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국제 신인도(信認度)가 경제 신인도의 바탕이 된다는 점에서 범죄적 자해(自害)나 마찬가지다.
선관위 습격해 증거만 확보하면 박수받을 것이라고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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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계엄 당시 선관위에도 계엄군이 투입됐다. 사진=조선DB |
선관위를 점거, 부정선거 자료를 확보하면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얻을 수 있다는 망상 때문에 계엄군은 국회보다 먼저 선관위 접수에 나섰음을 확인시켜 준다. 대통령의 망상에 장관도, 사령관들도 일절 제동을 걸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부정선거 의혹을 수사할 합동수사본부 제2수사단 설치 시도: 피고인과 아○○(註-전 정보사령관)등은 선거관리위원회의 부정선거 의혹을 수사하기 위한 합동수사본부 제2수사단을 설치할 목적으로 피고인(김용현)은 2024년 12월 3일 밤 10시45분경 국방부 인사기획관 라○○를 전투통제실로 호출한 후 ‘준장 터○○를 합동수사본부 예하 제2수사단장으로, 준장 커○○을 합동수사본부 예하 제2 수사부단장으로, 대령 코○○(국방부 조사본부 차장)을 수사1부장, 대령 서○○(정보사령부)를 수사2부장, 대령 어○○(정보사령부)을 수사3부장으로, 위 서○○를 ○○여단 여단장 대리로 2024.12.3. 22:00부로 각 임명하고, 수사 1부에 군사경찰 23명을 수사관으로, 수사2, 3부에 정보사 소속 정보요원 각 20명을 수사관으로 임명한다’는 취지의 ‘국방부 일반명령’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건네면서 ‘이대로 인사명령을 내라’고 지시하였고. (중략) 결국 인사명령은 발령되지 않았으며, 합동수사본부 제2수사단은 설치되지 못하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선관위 시스템 점검을 하려 했다고 말했지만, 선관위를 범죄 집단으로 상정(想定)하고 대규모 수사 조직을 갖추고 북파공작원을 운용하는 정예부대의 수사 인력을 투입할 계획이었음을 알 수 있다.
“서버 자체를 떼어와라”
〈정보사령부의 선거관리위원회 주요 직원 체포 시도: 사○○(註-정보사령관)는 2024.12.3. 22:30경 비상계엄이 선포되자 합동수사본부 제2수사단으로 편성될 부대원들 약 30명(특수임무수행요원 5명 포함)을 ○○여단에 있는 대회의실에 모이게 한 후 ‘우리는 장관님의 지시에 따라 상부의 명령을 받았다. 이미 비상계엄이 선포되었으므로 의심을 갖지 말고 주어진 임무를 철저히 준비하고 수행하라’고 말하면서 정보사령부 소속 서○○와 어○○에게 세부 임무를 부대원들에게 설명해 주라고 지시하였다. (중략) 그에 따라 어○○은 알루미늄 야구방망이 3~4개, 케이블타이, 안대, 복면, 밧줄 등을 준비해 놓고 소속 부대원들에게 체포할 대상인 선관위 직원 30여 명의 명단을 불러주면서 ‘해당 인원은 선거를 조작한 범죄자이므로 정당한 공무를 집행하는 것이다. (중략) 포승줄로 묶고 얼굴에 복면을 씌운 후 수도방위사령부 ○○벙커로 이송하라’고 지시하였다.〉
북파공작원 부대까지 동원하여 선관위 직원들을 부정선거 조작 범인으로 규정, 야구방망이 등으로 위협하여 포승줄로 묶고 복면을 씌워 끌고 가 그것도 군 시설에 감금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이다.
〈국군방첩사령부의 선거관리위원회 서버 반출 등 시도: 라○○(방첩사령관)은 2024.12.3. 23:27경 비상계엄 선포 후 국군방첩사령부 1처장 겨○○에게 ‘과천과 관악에 있는 선거관리위원회 청사, 수원에 있는 선거관리위원회 연수원, 그리고 여론조사 E 등 4곳의 전산실을 확보하라. 건물은 경찰이 확보할 것이고, 우리가 전산실을 통제하고 있으면 국정원, 수사기관 등 민간전문분석팀이 올 건데, 안 되면 우리가 서버를 카피할 수도 있다’고 명령하였다. 이후 라○○은 국회의원들이 국회의사당 본회의장에 모여 비상계엄 해제요구안을 의결할 상황이 임박하자 겨○○에게 다시 전화하여 ‘전산센터를 통제하고 서버를 카피해라. 서버 카피가 어려우면 서버 자체를 떼어 와라’라고 명령하였다. (중략) 선관위 등 4곳으로 출동한 국군방첩사령부 부대원들은 2024.12.4. 02:34경 복귀명령을 받고 복귀하였다.〉
선관위 불법 난입, 불법 체포, 불법 탈취는 음모론에 지배당한 윤석열의 영혼이 군대 조직을 얼마나 희화화(戱畵化)시켰는지를 잘 보여준다.
음모론은 전염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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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로 보낸 화환들. 2030 명의의 화환이 눈에 띈다. 사진=조선DB |
그는 음모론의 영향력을 제어하는 방안을 향한 첫 스텝은 허황한 목표를 설정하지 않는 것이라 했다. 음모론, 루머, 가짜 뉴스는 절대 없앨 수 없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과 팬데믹의 유행 이후 중요성과 영향력이 급격히 커진 음모론의 특성을, 일군(一群)의 음모론 연구자들은 “새로운 음모주의(New Conspiracism)”라고 부른다고 한다. ‘정보 출처의 신뢰성과 증거의 객관성과 주장의 논리성’을 중시하는 것이 옛 음모주의라면, 새로운 음모주의는 ‘소문이나 근원적 불신에 입각한 극단주의적 선동’을 전면에 내세운다는 것이다. 과거의 음모론은 흥미 차원의 추리가 주였는데, 요사이 음모론은 정치 선동을 목적으로 함으로써 정교성이 없다는 것이다.
전상진 교수는 “민주주의를 갉아먹거나 파괴하는 음모론은 현재 대한민국이 직면한 큰 도전”이라고 했다. 음모론 대책은 ① 음모론 공급자의 소통 채널(SNS 계정)을 폐쇄함으로써 예방할 수 있다. ② 법적인 처벌을 통해 사후적으로 음모론 공급을 제한할 수 있다. ③ 학교 교육을 통해 잠재적 소비자의 음모론 내성을 키울 수 있다. ④ 음모론에 ‘중독’된 사람들을 치료하는 방법도 있다. 전상진 교수는 이 글의 마지막 문장을 이렇게 썼다.
〈2025년 1월 2일 지금 필요한 음모론 대책은 뭘까? 부정선거 음모론에 심취하여 비상계엄을 실행했고 지금은 지지자를 선동하며 관저에서 농성하는 내란 피의자의 ‘격리와 처벌 그리고 치료’가 필요하다.〉
같은 날 《동아일보》도 젊은이들까지 유튜브를 통하여 음모론에 감염되어 윤석열 지지 집회에 나오는 현상을 추적했다. 이 신문은 “윤석열 대통령이 극우 성향 유튜브 채널을 즐겨 시청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런 채널의 주요 시청자가 일부 극단적인 지지층이나 고령층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다양한 연령대에 걸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유명 채널들의 경우 고령층보다 MZ 세대라 할 수 있는 20, 30대와 40대가 더 많이 시청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음모론자 치료법
최훈석 성균관대 심리학과 교수는 “음모론은 대부분 메시지의 문제인데 메시지를 해결할 수 없다면, 메신저 수준에서라도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부정선거 음모론의 가장 큰 메신저는 윤석열이다. 앞의 전상진 교수처럼 그를 격리, 처벌, 치료하는 것이 가장 좋은 대책이란 암시다.
음모론자들을 정공법으로 설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전제하고 무언(無言)의 불이익을 주어 자신의 어리석음을 자각(自覺)하도록 하는 게 현명한 방법이다. 그런 점에서 음모론을 믿지 않으면서도 그들 음모론자 눈치를 보고 애써 변호하는 자들이 가장 문제다. 특히 교수, 언론인, 변호사, 장성 등 지식인 중에 그런 이들이 많다.
음모론은 국가, 사회, 친구, 가족을 해치는 전염병이다. 육체적 전염병은 신속한 대응으로 치료할 수 있지만 음모론은 정신을 거의 영구적으로 망가뜨리니 훨씬 악성이다. 전염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자체보다도 이를 전파(傳播)하는 매개체를 중점적으로 제어해야 할 시점이다.
조용해진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을 다시 공론장으로 불러낸 윤석열 대통령은 이들을 자신의 방패로 삼아 앞으로도 이용하려 들 것이다. 그는 파면되고 구속되더라도 순교자 행세하면서 음모론 컬트 그룹 교주(敎主) 역할을 하게 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