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정권에서 회생불가 상태 된 휴민트 전력, 이번 계엄 사태로 사망선고”
⊙ 과거엔 김정일 의사, 김정남 애첩 포섭해 공작 성공하기도
⊙ 선후배 관계 끈끈… “노상원 전 사령관이 현직 문상호 사령관 부하처럼 부렸던 것도 같은 맥락”
⊙ “행여 책임질 일 생길까 아무도 안 움직인다… 새가슴만 남았다”
⊙ 장군 인사에 OB 입김… “내가 모신 분들 모두 ○○○ 국방장관과 동기”
⊙ ‘공작보안’ 장막 뒤 가려진 치부… 보유 수중침투정 ‘타고 가다 죽을 수준’
⊙ 과거엔 김정일 의사, 김정남 애첩 포섭해 공작 성공하기도
⊙ 선후배 관계 끈끈… “노상원 전 사령관이 현직 문상호 사령관 부하처럼 부렸던 것도 같은 맥락”
⊙ “행여 책임질 일 생길까 아무도 안 움직인다… 새가슴만 남았다”
⊙ 장군 인사에 OB 입김… “내가 모신 분들 모두 ○○○ 국방장관과 동기”
⊙ ‘공작보안’ 장막 뒤 가려진 치부… 보유 수중침투정 ‘타고 가다 죽을 수준’
간첩은 북한에서 내려오는 것만이 아니다. 우리도 올려 보낸다. 북한 고위층 일부는 우리가 포섭한 간첩이다. 이들은 대한민국에 충성 맹세도 했다. 이러한 공작(工作)업무를 하는 곳이 정보사령부(정보사)다. 간첩 잡는 방첩사령부가 수비수라면, 간첩을 보내는 정보사는 공격수다. 군(軍) 내 ‘가장 비밀스러운 조직’이라 불린다.
그런 정보사가 12·3 계엄에 동원됐다가 무너졌다. 전·현직 사령관을 위시해 주요 간부들이 줄줄이 ‘내란죄’ 혐의로 잡혀 들어갔다. 일부에서는 “‘정치 바람’에 오염된 국가정보원(국정원)보다 역량이 낫다는 평가를 받아온 정보사가 망가졌다”고 안타까워한다. 하지만 다수의 정보사 및 유관 기관 관계자들은 “정보사 전력(戰力)은 이미 회복불능 상태였다”고 했다.
그런지 꽤 됐다. 폐쇄주의적인 조직 특성 상 그간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여기에 조직 내부엔 각종 부조리와 부패도 만연한 상태였다. ‘조국과 민족을 위한다’는 미명(美名) 아래 가려진 허물이다.
임무와 편제 모두 기밀
국방부장관도 정보사의 구체적인 사정은 잘 모른다. 그만큼 철저히 차단된 부대라는 뜻이다. 정보사 출신 한 인사는 “김용현 장관 이전 국방장관들은 정보사의 사정을 알지도 못했고 알려 하지도 않았다”면서 “요원의 납북(拉北), 블랙(흑색 요원) 유출 등 사건이 터지면 그때그때 보고받았을 뿐”이라고 했다.
그야말로 ‘음지(陰地)의 부대’다. 구체적인 임무와 편제(編制)가 모두 기밀이다.
정보사는 1946년 미 군정청 국방총사령부 내 정보과로 시작해 1990년 국군정보사령부로 창설됐다. 1999년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편입되면서 정보사령부가 됐다. 여타 사령부와 다르게 소장이 사령관을 맡는다. 그럼에도 규모는 군단급이다.
사령부 아래 몇 개의 여단이 있다. 이 중 판교에 있는 여단이 주축(主軸)이다. 특수임무대인 HID와 UDU를 운영하며 휴민트(HUMINT·인간정보)를 통한 우회공작과 특수공작을 전담한다. 주로 영관급 간부로 구성돼 있다. 계엄에 동원된 정모(某), 김모 대령 모두 이곳 소속이다. 이들의 특기부호는 ‘820(팔이공)’이다. 820은 다시 휴민트를 중심으로 시긴트(SIGINT·신호정보)와 이민트(IMINT·영상정보)로 나뉜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공작 전문가’라고 했지만, 이는 틀린 정보다. 노 전 사령관은 부호 ‘150’인 일반정보(야전정보) 출신이다. 대북(對北) 활동이 아닌 전투병과(兵科) ‘보포기공통(보병·포병·기갑·공병·통신)’의 작전정보 및 세평 등 동향 수집을 주로 했다.
현재 정보사령관은 직무정지 중이다. 여단장은 육사 52기 정모 준장이 맡고 있다. 지난 12월 26일 취임했다. 구속 기소된 문상호 사령관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던 인사다. 정보사 한 관계자는 “이 시국에도 빈 사령관 자리에 어부지리(漁父之利)로 앉길 노리는 이들이 많다”면서 “그 아래 기수의 경우 반은 자포자기(自暴自棄), 반은 어디에 줄 설지 눈치게임 중”이라고 했다.
인사 불투명… “상납 횡행, 왕왕 ‘뜬금 인사’도”
정보사는 과거 상당 기간 자체 진급 제도를 가지고 있었다. 임무 특성과 보안을 고려한 조치였지만, 부정적 측면도 있었다. 불투명한 인사다. 정보사 한 관계자는 “그 풍토가 여전히 남아 있다”면서 “진급 경쟁이 센 만큼 절차상 부당한 방식과 시쳇말로 ‘뜬금없는’ 인사도 왕왕 목격된다고 한다”고 했다.
방첩사령부에는 ‘정보사방첩부대’라는, 정보사 감시를 전담하는 조직이 있다. 정보사와는 ‘창과 방패’ 관계다. 내부 인사도 모르는 정보사 사정을 꿰고 있다. 진급 비리, 성(性) 군기 문란, 방산 비리, 군사기밀 유출, 보안 사고 등 전반에 걸쳐서다. 이 부대 출신 A씨는 “진급 시기가 되면 문제 이력이 있거나 소문이 도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대상자를 선정해 별도 관찰했다”면서 “그런 대상자 수가 제법 됐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진급을 위한 상납(上納)도 만연했다. A씨는 “물론 다 그렇게 진급했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면서도 “상관에 골프·룸살롱 접대는 기본이고, 10여 년 전에는 ‘소령 진급에 5000만원, 중령 8000만원, 대령은 1억원’으로 단가도 정해져 있었다”고 했다.
정보사 출신 한 관계자는 “공사(公私) 구분 없이 상급자 지시에 절대복종인 데는 이 같은 인사 체제가 크게 한몫했다”면서 “책임 계선의 지휘관과 참모들이 이러한 관행을 십분 활용했다”고 했다. 실제로 비상계엄에 가담한 인사들 또한 ‘진급’을 미끼로 부하 요원을 포섭했다고 전해진다. 비단 진급 시즌뿐만이 아니다. 이 관계자는 “직책을 이용한 상납 강요는 빈번한 일이었다”고 했다.
예컨대 이런 일도 있었다고 한다. 정보사 간부들은 ‘거점 현지 지도방문’이라는 걸 한다. 쉽게 말해 해외에 나가 있는 블랙 요원들이 임무를 잘 수행하는지 보고 오는 출장이다. 그는 “지도방문 시 간부들은 블랙들에게 활동비를 건네주며 리베이트 및 술 접대, 성(性) 상납을 요구하기도 했다”면서 “현지 호텔에 여자를 불렀다가 단속에 걸리면 안 되니, 그 시기에는 블랙들이 호텔에서, 간부들이 블랙의 숙소에서 맞바꿔 자기도 했다”고 했다. 또 다른 정보사 소식통도 “해외 거점마다 현지처를 두는 이들도 있다”고 했다.
“여단장 관리 공작 예산 500억원 안팎”
정보사의 예산 규모도 알려진 바 없다. 그 자체가 보안 사항이다. 다만, 한 해 여단장이 관리하는 공작 예산만 500억원 안팎이라고 한다.
정보사 예산의 조정·통제는 국정원이 한다. 매년 예산감사와 업무감사를 통해서다. 정보당국 한 관계자는 “특수활동비는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 수사, 이에 준하는 국정 수행 활동 등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인데, 사용 목적과 용도에 맞게 집행됐다면 크게 문제 삼지 않는다”면서 “이를 개인 유흥에 쓰더라도 공작 목적이었다고 기재하면 끝인 셈”이라고 했다. 지휘관 출신 한 인사는 “그래서 휴민트 예산을 두고 ‘룸살롱에서 쓸 수 있는 유일한 국가 예산’이라고 한다”고 했다. 정보사 다른 관계자는 “내부에서 현 수준의 국정원 조정·통제가 과하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라면서 “그러나 그 정도의 견제도 없다면 반은 도둑놈이 될 것”이라고 했다.
공적 자원의 사적(私的) 유용 문제도 지적됐다. 과거 지역 내 안가(安家) 관리를 맡았던 한 인사는 “안가 중에는 호텔도 있었는데, 주요 간부들이 개인적으로 사용하려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면서 “공작 목적으로 보유했던 최고급 승용차들 또한 그들에 의해 다른 용도로 쓰이곤 했다”고 했다.
정보사방첩부대 출신 A씨는 근무 시간 중 상습적으로 부동산을 돌아다녀 빈축을 산 간부 사례도 들려줬다. A씨는 “강원도 ○○부대장 시절 도내 여러 필지의 땅을 매입해 사적 이익을 도모한 그는 이후 여단장까지 역임했다”고 했다. 정보사 출신 다른 관계자는 “선배들의 부도덕함을 결코 답습하지 않겠다던 후배들이 이후 같은 지위에 올라 똑같은 비판을 받았다”면서 “지휘선상의 부조리가 세대를 거듭해 되풀이된 것”이라고 했다.
‘이상한 면죄부’
약 10년 전의 일이다. 정보사 한 여단에서 장교가 당직 근무 중이던 부사관에게 강제로 술을 먹인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A씨는 “부사관은 술을 전혀 마실 줄 몰랐는데, 억지로 마시다 고통스러워 바닥을 긁어 손톱에 피가 맺힐 정도였다”면서 “그런데 여단 내부에서는 ‘그럴 수도 있다’며 용인하는 분위기였다”고 했다. A씨에 따르면 당시 감찰실에서도 ‘할 말을 잃었다’고 했다고 한다. A씨는 “심각한 인권 침해였지만 공론화는커녕 조직 특성상 조용히 묻힐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언급한 대로 정보사 내부에도 감찰 부서가 있다. 정보사 출신 한 관계자는 “감찰 부서는 사령관이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기능이 달라진다”면서 “지휘관들이 대체로 감찰을 잘 ‘활용’한다”고 했다.
조직 내부에선 이따금씩 탈북민 성폭행 사건도 일어난다. 법정에 서는 경우도 있다. 정보사 조직원은 ‘사랑한 사이’라고 주장하고 탈북민은 ‘당했다’고 맞선다. A씨는 “탈북민 중에는 여성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면서 “탈북민 수가 2만 명으로 급증한 무렵 정보사 ○○처(處) 관계자는 ‘탈북민과 직원 간 성 사고 소지가 높아질 것’이라며 깊은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고 했다. ○○처는 정보사 내에서 참모 및 조정 기능을 하는 부서다.
A씨는 또 “정보사 및 유관 기관 관계자들이 한 명의 탈북 여성을 유희 목적으로 돌아가며 만난 일도 있었다”고 했다. 그는 “당시 방첩사 ○○실장이 반(反)인륜적인 이 사건 진상 파악을 위해 정보사에 갔더니, 관계자들은 ‘국가와 민족을 위한 일’이었다고 해명했다”면서 “결국 이때 가담한 이들 모두 별 탈 없이 임기를 마쳤으며, 여전히 군에 잔류(殘留) 중인 이도 있다”고 했다. ‘국가와 민족을 위한다’는 말이 방패처럼 쓰인 셈이다.
OB들의 입김
폐쇄적 조직 문화와 부패. 이는 ‘순혈주의’의 대표적인 병폐로 꼽힌다. 정보사 간부는 약 80%가 육사 출신이라 전해진다. 사령관·여단장도 대부분 육사 출신이 맡는다. 창설 이래 ‘일반’ 출신 사령관과 여단장을 합해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 정보사 출신 한 관계자는 “공작 사고가 나더라도 육사 출신은 잠시 좌천됐다가 무사히 진급하는 반면 일반 출신은 만기 전역 또는 즉시 전역 후 별정직 군무원으로 전환됐다”고 했다.
현직 선후배 간은 물론 전·현직 간 관계도 끈끈하다. 각종 OB모임이 촉매 역할을 한다. 그 과정에서 현직 후배가 민간인 신분인 선배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경우도 생기고, 민간인인 전직이 군의 이권 사업에 개입하기도 한다. 전역 후 현직 때 교류했던 가장업체(정상 사업체로 위장한 공작 목적의 회사)로부터 급여를 받는 이도 있다. 실제로 취재 과정에서 한 현직 간부는 “전역 후 연금에 더해 가장업체 두 군데서 각각 매년 5000만원씩 받기로 해서 노후(老後)는 걱정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장군 인사에 OB들의 입김이 작용하기도 한다. 얼마 전 장군으로 진급한 한 인사는 자신의 진급 배경에 대해 “내가 모신 분들이 모두 ○○○ 국방장관과 동기”라면서 “그들이 장관에게 (내 얘기를) 귀띔해 준 덕분”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결국 본인이 똑똑해서 장군 되는 게 아니라 자기가 모신 사람이 잘되면 본인도 잘된다”고 했다. 검찰 관계자는 “‘계엄 비선(秘線)’인 노상원 전 사령관이 민간인 신분임에도 현직 문상호 사령관을 부하처럼 부릴 수 있었던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했다.
“호랑이가 DJ 시절 고양이 됐다”
국정원 관계자에 따르면 한 전직 국정원장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정보사에 정보가 없어, 정보가.”
이쯤에서 좀 더 본질적인 문제를 짚어본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하다.”
한 현직 영관급 인사는 현재 정보사의 휴민트 전력(戰力)을 이렇게 자평했다. 그는 “북한 내부는 물론이고 주변부 및 제3국에 구축된 공작망(網)도 전무(全無)한 상황”이라면서 “우회·특수공작은커녕 수준 이하의 정보 수집 활동에 치우친 지 꽤 됐다”고 했다. ‘수준 이하’에 대한 부연으로 그는 “직원들이 기자들을 만나 정보를 얻고 보고서를 쓰거나, 첩보를 거래하는 방식”이라고 했다. 수년째 현상 유지 위주의 조직 관리가 이어진 결과다. 이 인사는 “내부에 조직망 구축 경험자 자체가 거의 없다”고 했다.
정보사 출신 한 원로(元老)는 “호랑이였던 정보사가 김대중(金大中) 정권 시절인 1999년 정보본부 예하로 편입되며 고양이가 됐다”면서 “이후 문재인 정권에서 망가져 회생불가 상태가 된 휴민트 전력이 이번 계엄 사태로 사망선고를 받았다”고 했다.
우크라이나전에 북한군이 투입된 중차대한 상황에서도 정보사는 손을 놓고 있다고 한다. 지휘관 출신 한 인사는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 내 300~400명에 달하는 북한군 1개 대대를 집단 탈북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지만, 현재 내부에는 그럴 만한 인원이 없다”면서 “행여 책임질 일 생길까 봐 아무도 안 움직인다. 새가슴만 남았다”고 했다. 정보 당국 한 관계자는 “역대 정부의 실책과 순혈주의의 폐단이 맞물려 조직이 곪을 대로 곪았다”고 했다. 정보사 방첩부대 출신 한 인사의 말이다.
“정보사의 정보능력이 과연 뛰어날까, 이게 늘 물음표였다. 검증이 안 되기 때문이다. 정보활동은 기본적으로 ‘기브앤드테이크’다. 실제로 정보사 측에서 덮어놓고 ‘다 지원해 주겠다’고 공수표를 날려서 망가진 공작망도 많다. 문제는 이때 상대가 필요로 하는 게 돈일 수도, 정보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고위급일수록 정보를 더 큰 가치로 여긴다. 정보의 맞교환. 그러니까 우리 정보도 어느 정도 북한으로 넘어가고 있다고 전제해야 한다.”
신원식, 해편 수준의 강도 높은 개혁 구상
신원식(申源湜) 전 국방부장관은 이런 정보사를 개혁하려 했다. 지난해 7월 블랙 요원 명단 유출 사건과 그다음 달 문상호 사령관과 전임 여단장의 맞소송전이 계기가 됐다. 신 전 장관은 지난해 8월 8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전반적인 정보사 혁신 등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했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신 전 장관은 해편(解編) 수준의 강도 높은 개혁을 구상 중이었다. 그러나 나흘 뒤인 8월 12일 윤 대통령이 갑작스레 외교안보 라인을 교체했고, 정보사 혁신 계획도 잠정 중단됐다.
개혁 시도는 이전에도 있었다. 역대 사령관 몇몇에 의해서다. 그러나 늘 난관에 부딪쳤다. 10년이 채 되지 않은 일이다. 정보사방첩부대 출신 한 인사는 “모 사령관의 일성(一聲)이 ‘정보병과의 철기시대를 거치지 않으면 진정한 정보를 했다고 할 수 없다’였다”면서 “그러면서 부임 후 내부 시스템을 싹 갈아엎겠다고 공언했다”고 했다.
“가장 먼저 내부 작전 전력 점검에 들어갔다. 야전 포병 출신 전력 전문가를 영입해 ○○○○처장으로 앉혔다. 처장은 전력 전반을 살펴보더니 ‘그동안 어떻게 버텼냐’며 한숨까지 쉬었다. 가령 특수전지원함[모선(母船)]과 특수침투정[자선(子船)]과 같은 수중침투용 선박의 경우 산소탱크 용량이 ‘타고 가다 죽을 수준’이라고 했다. ‘공작보안’이라는 이름 아래 이런 치부를 모두 가려 왔던 것이다. 처장은 ‘전면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려면 자신들의 과오를 인정해야 했기 때문이다.”
정보사 한 관계자는 이에 “애초에 사령관 한 명이 좌지우지할 수 있는 조직이 아니다”라고 했다.
‘정보가 작전을 움직인다’
세계 유일의 분단 국가. 북·중·러 3개 핵 보유국에 둘러싸인 나라. 한국에서는 ‘정보전’이 곧 생명이다. 적의 도발과 비대칭(非對稱) 위협을 사전에 탐지·대응하고, 통일을 대비한 전략적 우위 확보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미국에서는 ‘정보가 작전을 움직인다(Intelligence drives operations)’는 말도 쓴다.
소리 없는 아우성. 현장에서 뛰는 정보사 요원들에게 정보의 전장(戰場)은 이 역설적 표현이 상시 어울리는 곳이다. 정전(停戰) 수십주년을 맞아도 이들은 매일이 전쟁이다. 전·후방도 없다. 블랙 출신 B씨는 “아무리 뛰어난 해킹 기술과 첨단 무기가 있어도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휴민트가 필요하다”면서 “가령 핵무기 보유 여부를 파악하더라도, 사용 여부는 마음을 얻어야 알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각오도 해야 한다”면서 “적지(敵地)에서 해당국 정보기관에 적발되면 자결을 기도하거나, 체포된 후 고문받거나, 생환하더라도 한국 법정에서 지난한 조사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했다.
블랙 요원들은 해외에서 신분을 가장해 일한다. ‘○○주식회사 ××지사장’ 같은 식이다. 사무실을 얻고, 명함에 부합하는 업무도 실제로 한다. 이를 ‘가장업체’라 부른다. 그 과정에서 대북 교역상 등 각계각층의 인물을 사업 대상자(공작원)로 삼는다. 대상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 오랜 시간 공을 들인다. ‘마음을 샀다’ 싶으면 우리 쪽 요구 사항을 전달한다. 요구 사항에는 사령부의 지령도 포함된다. 이때 대상자에 대한 철저한 검증은 필수다. 역용공작(逆用工作·적국의 정보 요원을 포섭해 이중간첩으로 활용하는 공작)에 당할 우려가 있어서다.
포섭한 공작원이 단속에 걸릴 경우 자신이 빠져나가기 위해 ‘윗선’을 제보해 블랙의 신분이 탄로 나기도 한다. 그 때문에 납북당했던 요원도 있다. 대표적인 공작 사고로 꼽힌다. 이때 해당 블랙과 관련된 사업망은 일거 폐쇄하는 게 원칙이다. 그러나 당시 정보사는 ‘성과가 좋다’는 이유로 그 사업망을 다른 블랙에게 그대로 인계했다. 공작관 출신 한 인사는 “과거 해외 주재 한 무관보좌관(백색)은 현지 체류 블랙들을 모두 한 장소에 집합시켜 공지사항과 그달 활동비를 지불해 준 일도 있었다. 백색은 주재국의 공개적 감시 대상”이라면서 “정보사의 보안의식 수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들”이라고 했다.
北 군조직·시설·장비 공작에 특장
1990년대 초반에는 정보사 중령이 평양에 가장업체를 세워 임원으로 가 있었던 적도 있다. 약 1년 동안 머물며 공작활동을 했다. 전무후무(前無後無)한 일이었다. ‘전설의 공작관’으로 통하지만, 일각에선 그의 실책(失策)도 지적한다. 여단장 진급 후 국내 각지에 흩어져 있던 정보사 요원들을 판교로 통합시켰다는 점에서다. 정보사 출신 한 인사는 “운용의 묘(妙)를 위한 것이었다지만, 점조직으로 움직여야 할 정보조직을 한데 모아놔 노출 위험을 증가시켰다”고 했다.
정보사의 공작 분야는 다양하다. 군단 서열, 핵무기, 김씨 일가, 땅굴 추적 등이다. 북한에 대한 직접 응징·보복 임무도 가능하다. 국정원과의 차이점이다. 다만, 국내 정치 상황 등으로 응징·보복은 쉽지 않다는 전언이다. 2010~20년 사이 몇 차례 보복을 준비했으나 중단된 일이 있었다고 한다. 그중에는 북한 수뇌부 제거작전도 있었다.
성공한 공작 사례는 잘 알려지지 않는 법이다. 흔적을 남겨선 안 되기 때문이다. 복수의 소식통들은 “그간 정보사 공작이 국익(國益)에 기여한 바가 크다는 건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국정원 대북공작국 출신 한 관계자는 “국정원이 저인망(底引網)식 공작을 펼친다면, 정보사는 군과 무기 체계 분야에 특화돼 있었다”면서 “가령 군 조직·시설·장비 동향과 북중러 간 군사 교류와 관련한 공작은 정보사를 따라가기 힘들었다”고 했다.
실제로 정보사 요원들은 금창리·풍계리 시료 채취로 핵개발 동향을 탐지했고, 전방 군관 포섭으로 핵심 전투서열도 추적했다. 군 간부 포섭은 물론 김정일 혁명동지의 손자이자 정찰총국장의 아들까지 에이전트로 삼기도 했다.
국군 포로 송환에도 정보사 역할이 주효했으며, 류경식당 여종업원 집단 탈북도 주도했다.
김정남 애첩 공작
이런 비화(話)도 있다. 2008년 우리 정보 당국은 김정일이 뇌졸중(腦卒中)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리고 그의 통치가 5년을 넘기기 힘들다고 결론 내렸다. 그해 8월 북한에서 프랑스로 전송되는 뇌 사진 입수를 통해서다. 이때 정보사 요원들의 물밑 작업이 크게 기여했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한 소식통은 “김정일이 치료받았던 병원의 의사가 정보사의 에이전트(공작원)였다”면서 “그 에이전트가 김정일 소변까지 채취해 줬다”고 했다. 포섭은 돈으로 했다고 한다. 공작원은 채용·비채용으로 나뉘는데, 채용된 공작원에겐 정기 지급, 비채용 공작원에게는 건당, 거래식으로 지급한다. 구분은 서약서 작성 여부다. 채용된 공작원은 대한민국에 충성 서약을 해야 한다.
김정일 장남 김정남을 통한 ‘크로스체크’도 했다. 당시 마카오에 김정남의 한국인 애첩(愛妾)이 있었다. 그 첩도 정보사에서 관리했다고 한다. 소식통에 따르면 그 첩을 통해 김정남의 노트북과 머리카락을 입수할 수 있었다. 이후 정보사에서 운영하던 해킹 조직인 ‘○○’이 노트북에 멀웨어를 심어 정보를 탈취할 수 있었다.
김정남의 머리카락은 유전자 정보를 감식해 아버지 김정일의 병력(病歷)을 추적하는 데 썼다. 이 소식통은 “세상에 알려진 단편적인 사실 이면에는 이처럼 수많은 이들의 희생이 서려 있다”고 했다. 한편 첩을 포섭하기 위해서 정보사에서는 첩이 지고 있던 빚 5000만원을 갚아줬다고 한다. 해당 공작에 대한 평은 갈린다. 그 예산을 더 중대한 사안에 썼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원점에서 특단의 대책 강구해야”
정보사 한 관계자는 “이렇듯 목숨 바쳐 일한 요원들을 위해서도 조직의 병폐는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조직의 부조리에 순응해 온 기득권 세력들은 변화를 원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한번쯤은 치부를 모두 드러내놓고 환골탈태(換骨奪胎)하는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정보사 관계자는 “정보사는 전략사령부 등과 함께 평시(平時)에도 북핵·미사일 자산을 무력화(無力化)할 수 있는 단독전력”이라면서 “일반적 개선이나 개혁 수준으로는 재건(再建)은 어렵다. 원점(原點)에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에서 ‘휴민트사령부’를 독립시켜 장관 직속으로 둬야 한다는 말도 나왔다. 찬반은 갈린다. “전문성·독립성·보안성 강화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주장과 “결국 영상·신호와 융합해 주는 통합 본부기관이 필요하기에 독립성 유지가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다.
예산 전용(轉用) 등 부패 방지를 위한 제언도 있었다. 정보 당국 한 관계자는 “지휘계층이 예산을 투명하게 운용하면 그 돈이 아래로 흐른다”서 “현장에서 뛰는 공작관들의 처우가 한층 개선될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9·11테러 이후 미국이 정보기관 개혁을 통해 국가정보국장(DNI)을 신설한 것처럼 정보기관 감독을 위한 독립 기구 설치도 검토해 봐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DNI는 미국 내 18개 정보기관을 총괄 감독하며, 예산 집행과 활동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각 기관 간 조율하는 역할도 한다. 만일 정보기관 내부에서 부정부패나 권력 남용이 발생하면 이를 의회와 대통령에 보고할 의무가 있다.
정보사 한 관계자는 “아무리 좋은 제도를 도입해도 결국은 운영하는 ‘사람’이 문제 아니겠나”라면서 “지금 정보사에는 그런 리더가 없다”고 탄식했다.⊙
그런 정보사가 12·3 계엄에 동원됐다가 무너졌다. 전·현직 사령관을 위시해 주요 간부들이 줄줄이 ‘내란죄’ 혐의로 잡혀 들어갔다. 일부에서는 “‘정치 바람’에 오염된 국가정보원(국정원)보다 역량이 낫다는 평가를 받아온 정보사가 망가졌다”고 안타까워한다. 하지만 다수의 정보사 및 유관 기관 관계자들은 “정보사 전력(戰力)은 이미 회복불능 상태였다”고 했다.
그런지 꽤 됐다. 폐쇄주의적인 조직 특성 상 그간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여기에 조직 내부엔 각종 부조리와 부패도 만연한 상태였다. ‘조국과 민족을 위한다’는 미명(美名) 아래 가려진 허물이다.
임무와 편제 모두 기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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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호 정보사령관이 작년 12월 10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의 긴급 현안질의에서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그야말로 ‘음지(陰地)의 부대’다. 구체적인 임무와 편제(編制)가 모두 기밀이다.
정보사는 1946년 미 군정청 국방총사령부 내 정보과로 시작해 1990년 국군정보사령부로 창설됐다. 1999년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편입되면서 정보사령부가 됐다. 여타 사령부와 다르게 소장이 사령관을 맡는다. 그럼에도 규모는 군단급이다.
사령부 아래 몇 개의 여단이 있다. 이 중 판교에 있는 여단이 주축(主軸)이다. 특수임무대인 HID와 UDU를 운영하며 휴민트(HUMINT·인간정보)를 통한 우회공작과 특수공작을 전담한다. 주로 영관급 간부로 구성돼 있다. 계엄에 동원된 정모(某), 김모 대령 모두 이곳 소속이다. 이들의 특기부호는 ‘820(팔이공)’이다. 820은 다시 휴민트를 중심으로 시긴트(SIGINT·신호정보)와 이민트(IMINT·영상정보)로 나뉜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공작 전문가’라고 했지만, 이는 틀린 정보다. 노 전 사령관은 부호 ‘150’인 일반정보(야전정보) 출신이다. 대북(對北) 활동이 아닌 전투병과(兵科) ‘보포기공통(보병·포병·기갑·공병·통신)’의 작전정보 및 세평 등 동향 수집을 주로 했다.
현재 정보사령관은 직무정지 중이다. 여단장은 육사 52기 정모 준장이 맡고 있다. 지난 12월 26일 취임했다. 구속 기소된 문상호 사령관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던 인사다. 정보사 한 관계자는 “이 시국에도 빈 사령관 자리에 어부지리(漁父之利)로 앉길 노리는 이들이 많다”면서 “그 아래 기수의 경우 반은 자포자기(自暴自棄), 반은 어디에 줄 설지 눈치게임 중”이라고 했다.
인사 불투명… “상납 횡행, 왕왕 ‘뜬금 인사’도”
정보사는 과거 상당 기간 자체 진급 제도를 가지고 있었다. 임무 특성과 보안을 고려한 조치였지만, 부정적 측면도 있었다. 불투명한 인사다. 정보사 한 관계자는 “그 풍토가 여전히 남아 있다”면서 “진급 경쟁이 센 만큼 절차상 부당한 방식과 시쳇말로 ‘뜬금없는’ 인사도 왕왕 목격된다고 한다”고 했다.
방첩사령부에는 ‘정보사방첩부대’라는, 정보사 감시를 전담하는 조직이 있다. 정보사와는 ‘창과 방패’ 관계다. 내부 인사도 모르는 정보사 사정을 꿰고 있다. 진급 비리, 성(性) 군기 문란, 방산 비리, 군사기밀 유출, 보안 사고 등 전반에 걸쳐서다. 이 부대 출신 A씨는 “진급 시기가 되면 문제 이력이 있거나 소문이 도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대상자를 선정해 별도 관찰했다”면서 “그런 대상자 수가 제법 됐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진급을 위한 상납(上納)도 만연했다. A씨는 “물론 다 그렇게 진급했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면서도 “상관에 골프·룸살롱 접대는 기본이고, 10여 년 전에는 ‘소령 진급에 5000만원, 중령 8000만원, 대령은 1억원’으로 단가도 정해져 있었다”고 했다.
정보사 출신 한 관계자는 “공사(公私) 구분 없이 상급자 지시에 절대복종인 데는 이 같은 인사 체제가 크게 한몫했다”면서 “책임 계선의 지휘관과 참모들이 이러한 관행을 십분 활용했다”고 했다. 실제로 비상계엄에 가담한 인사들 또한 ‘진급’을 미끼로 부하 요원을 포섭했다고 전해진다. 비단 진급 시즌뿐만이 아니다. 이 관계자는 “직책을 이용한 상납 강요는 빈번한 일이었다”고 했다.
예컨대 이런 일도 있었다고 한다. 정보사 간부들은 ‘거점 현지 지도방문’이라는 걸 한다. 쉽게 말해 해외에 나가 있는 블랙 요원들이 임무를 잘 수행하는지 보고 오는 출장이다. 그는 “지도방문 시 간부들은 블랙들에게 활동비를 건네주며 리베이트 및 술 접대, 성(性) 상납을 요구하기도 했다”면서 “현지 호텔에 여자를 불렀다가 단속에 걸리면 안 되니, 그 시기에는 블랙들이 호텔에서, 간부들이 블랙의 숙소에서 맞바꿔 자기도 했다”고 했다. 또 다른 정보사 소식통도 “해외 거점마다 현지처를 두는 이들도 있다”고 했다.
“여단장 관리 공작 예산 500억원 안팎”
정보사의 예산 규모도 알려진 바 없다. 그 자체가 보안 사항이다. 다만, 한 해 여단장이 관리하는 공작 예산만 500억원 안팎이라고 한다.
정보사 예산의 조정·통제는 국정원이 한다. 매년 예산감사와 업무감사를 통해서다. 정보당국 한 관계자는 “특수활동비는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 수사, 이에 준하는 국정 수행 활동 등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인데, 사용 목적과 용도에 맞게 집행됐다면 크게 문제 삼지 않는다”면서 “이를 개인 유흥에 쓰더라도 공작 목적이었다고 기재하면 끝인 셈”이라고 했다. 지휘관 출신 한 인사는 “그래서 휴민트 예산을 두고 ‘룸살롱에서 쓸 수 있는 유일한 국가 예산’이라고 한다”고 했다. 정보사 다른 관계자는 “내부에서 현 수준의 국정원 조정·통제가 과하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라면서 “그러나 그 정도의 견제도 없다면 반은 도둑놈이 될 것”이라고 했다.
공적 자원의 사적(私的) 유용 문제도 지적됐다. 과거 지역 내 안가(安家) 관리를 맡았던 한 인사는 “안가 중에는 호텔도 있었는데, 주요 간부들이 개인적으로 사용하려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면서 “공작 목적으로 보유했던 최고급 승용차들 또한 그들에 의해 다른 용도로 쓰이곤 했다”고 했다.
정보사방첩부대 출신 A씨는 근무 시간 중 상습적으로 부동산을 돌아다녀 빈축을 산 간부 사례도 들려줬다. A씨는 “강원도 ○○부대장 시절 도내 여러 필지의 땅을 매입해 사적 이익을 도모한 그는 이후 여단장까지 역임했다”고 했다. 정보사 출신 다른 관계자는 “선배들의 부도덕함을 결코 답습하지 않겠다던 후배들이 이후 같은 지위에 올라 똑같은 비판을 받았다”면서 “지휘선상의 부조리가 세대를 거듭해 되풀이된 것”이라고 했다.
‘이상한 면죄부’
약 10년 전의 일이다. 정보사 한 여단에서 장교가 당직 근무 중이던 부사관에게 강제로 술을 먹인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A씨는 “부사관은 술을 전혀 마실 줄 몰랐는데, 억지로 마시다 고통스러워 바닥을 긁어 손톱에 피가 맺힐 정도였다”면서 “그런데 여단 내부에서는 ‘그럴 수도 있다’며 용인하는 분위기였다”고 했다. A씨에 따르면 당시 감찰실에서도 ‘할 말을 잃었다’고 했다고 한다. A씨는 “심각한 인권 침해였지만 공론화는커녕 조직 특성상 조용히 묻힐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언급한 대로 정보사 내부에도 감찰 부서가 있다. 정보사 출신 한 관계자는 “감찰 부서는 사령관이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기능이 달라진다”면서 “지휘관들이 대체로 감찰을 잘 ‘활용’한다”고 했다.
조직 내부에선 이따금씩 탈북민 성폭행 사건도 일어난다. 법정에 서는 경우도 있다. 정보사 조직원은 ‘사랑한 사이’라고 주장하고 탈북민은 ‘당했다’고 맞선다. A씨는 “탈북민 중에는 여성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면서 “탈북민 수가 2만 명으로 급증한 무렵 정보사 ○○처(處) 관계자는 ‘탈북민과 직원 간 성 사고 소지가 높아질 것’이라며 깊은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고 했다. ○○처는 정보사 내에서 참모 및 조정 기능을 하는 부서다.
A씨는 또 “정보사 및 유관 기관 관계자들이 한 명의 탈북 여성을 유희 목적으로 돌아가며 만난 일도 있었다”고 했다. 그는 “당시 방첩사 ○○실장이 반(反)인륜적인 이 사건 진상 파악을 위해 정보사에 갔더니, 관계자들은 ‘국가와 민족을 위한 일’이었다고 해명했다”면서 “결국 이때 가담한 이들 모두 별 탈 없이 임기를 마쳤으며, 여전히 군에 잔류(殘留) 중인 이도 있다”고 했다. ‘국가와 민족을 위한다’는 말이 방패처럼 쓰인 셈이다.
OB들의 입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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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으로 꼽히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2016년 10월 5일 오전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방부 국정감사에 출석한 모습. 사진=조선DB |
현직 선후배 간은 물론 전·현직 간 관계도 끈끈하다. 각종 OB모임이 촉매 역할을 한다. 그 과정에서 현직 후배가 민간인 신분인 선배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경우도 생기고, 민간인인 전직이 군의 이권 사업에 개입하기도 한다. 전역 후 현직 때 교류했던 가장업체(정상 사업체로 위장한 공작 목적의 회사)로부터 급여를 받는 이도 있다. 실제로 취재 과정에서 한 현직 간부는 “전역 후 연금에 더해 가장업체 두 군데서 각각 매년 5000만원씩 받기로 해서 노후(老後)는 걱정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장군 인사에 OB들의 입김이 작용하기도 한다. 얼마 전 장군으로 진급한 한 인사는 자신의 진급 배경에 대해 “내가 모신 분들이 모두 ○○○ 국방장관과 동기”라면서 “그들이 장관에게 (내 얘기를) 귀띔해 준 덕분”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결국 본인이 똑똑해서 장군 되는 게 아니라 자기가 모신 사람이 잘되면 본인도 잘된다”고 했다. 검찰 관계자는 “‘계엄 비선(秘線)’인 노상원 전 사령관이 민간인 신분임에도 현직 문상호 사령관을 부하처럼 부릴 수 있었던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했다.
“호랑이가 DJ 시절 고양이 됐다”
국정원 관계자에 따르면 한 전직 국정원장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정보사에 정보가 없어, 정보가.”
이쯤에서 좀 더 본질적인 문제를 짚어본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하다.”
한 현직 영관급 인사는 현재 정보사의 휴민트 전력(戰力)을 이렇게 자평했다. 그는 “북한 내부는 물론이고 주변부 및 제3국에 구축된 공작망(網)도 전무(全無)한 상황”이라면서 “우회·특수공작은커녕 수준 이하의 정보 수집 활동에 치우친 지 꽤 됐다”고 했다. ‘수준 이하’에 대한 부연으로 그는 “직원들이 기자들을 만나 정보를 얻고 보고서를 쓰거나, 첩보를 거래하는 방식”이라고 했다. 수년째 현상 유지 위주의 조직 관리가 이어진 결과다. 이 인사는 “내부에 조직망 구축 경험자 자체가 거의 없다”고 했다.
정보사 출신 한 원로(元老)는 “호랑이였던 정보사가 김대중(金大中) 정권 시절인 1999년 정보본부 예하로 편입되며 고양이가 됐다”면서 “이후 문재인 정권에서 망가져 회생불가 상태가 된 휴민트 전력이 이번 계엄 사태로 사망선고를 받았다”고 했다.
우크라이나전에 북한군이 투입된 중차대한 상황에서도 정보사는 손을 놓고 있다고 한다. 지휘관 출신 한 인사는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 내 300~400명에 달하는 북한군 1개 대대를 집단 탈북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지만, 현재 내부에는 그럴 만한 인원이 없다”면서 “행여 책임질 일 생길까 봐 아무도 안 움직인다. 새가슴만 남았다”고 했다. 정보 당국 한 관계자는 “역대 정부의 실책과 순혈주의의 폐단이 맞물려 조직이 곪을 대로 곪았다”고 했다. 정보사 방첩부대 출신 한 인사의 말이다.
“정보사의 정보능력이 과연 뛰어날까, 이게 늘 물음표였다. 검증이 안 되기 때문이다. 정보활동은 기본적으로 ‘기브앤드테이크’다. 실제로 정보사 측에서 덮어놓고 ‘다 지원해 주겠다’고 공수표를 날려서 망가진 공작망도 많다. 문제는 이때 상대가 필요로 하는 게 돈일 수도, 정보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고위급일수록 정보를 더 큰 가치로 여긴다. 정보의 맞교환. 그러니까 우리 정보도 어느 정도 북한으로 넘어가고 있다고 전제해야 한다.”
신원식, 해편 수준의 강도 높은 개혁 구상
신원식(申源湜) 전 국방부장관은 이런 정보사를 개혁하려 했다. 지난해 7월 블랙 요원 명단 유출 사건과 그다음 달 문상호 사령관과 전임 여단장의 맞소송전이 계기가 됐다. 신 전 장관은 지난해 8월 8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전반적인 정보사 혁신 등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했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신 전 장관은 해편(解編) 수준의 강도 높은 개혁을 구상 중이었다. 그러나 나흘 뒤인 8월 12일 윤 대통령이 갑작스레 외교안보 라인을 교체했고, 정보사 혁신 계획도 잠정 중단됐다.
개혁 시도는 이전에도 있었다. 역대 사령관 몇몇에 의해서다. 그러나 늘 난관에 부딪쳤다. 10년이 채 되지 않은 일이다. 정보사방첩부대 출신 한 인사는 “모 사령관의 일성(一聲)이 ‘정보병과의 철기시대를 거치지 않으면 진정한 정보를 했다고 할 수 없다’였다”면서 “그러면서 부임 후 내부 시스템을 싹 갈아엎겠다고 공언했다”고 했다.
“가장 먼저 내부 작전 전력 점검에 들어갔다. 야전 포병 출신 전력 전문가를 영입해 ○○○○처장으로 앉혔다. 처장은 전력 전반을 살펴보더니 ‘그동안 어떻게 버텼냐’며 한숨까지 쉬었다. 가령 특수전지원함[모선(母船)]과 특수침투정[자선(子船)]과 같은 수중침투용 선박의 경우 산소탱크 용량이 ‘타고 가다 죽을 수준’이라고 했다. ‘공작보안’이라는 이름 아래 이런 치부를 모두 가려 왔던 것이다. 처장은 ‘전면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려면 자신들의 과오를 인정해야 했기 때문이다.”
정보사 한 관계자는 이에 “애초에 사령관 한 명이 좌지우지할 수 있는 조직이 아니다”라고 했다.
‘정보가 작전을 움직인다’
세계 유일의 분단 국가. 북·중·러 3개 핵 보유국에 둘러싸인 나라. 한국에서는 ‘정보전’이 곧 생명이다. 적의 도발과 비대칭(非對稱) 위협을 사전에 탐지·대응하고, 통일을 대비한 전략적 우위 확보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미국에서는 ‘정보가 작전을 움직인다(Intelligence drives operations)’는 말도 쓴다.
소리 없는 아우성. 현장에서 뛰는 정보사 요원들에게 정보의 전장(戰場)은 이 역설적 표현이 상시 어울리는 곳이다. 정전(停戰) 수십주년을 맞아도 이들은 매일이 전쟁이다. 전·후방도 없다. 블랙 출신 B씨는 “아무리 뛰어난 해킹 기술과 첨단 무기가 있어도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휴민트가 필요하다”면서 “가령 핵무기 보유 여부를 파악하더라도, 사용 여부는 마음을 얻어야 알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각오도 해야 한다”면서 “적지(敵地)에서 해당국 정보기관에 적발되면 자결을 기도하거나, 체포된 후 고문받거나, 생환하더라도 한국 법정에서 지난한 조사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했다.
블랙 요원들은 해외에서 신분을 가장해 일한다. ‘○○주식회사 ××지사장’ 같은 식이다. 사무실을 얻고, 명함에 부합하는 업무도 실제로 한다. 이를 ‘가장업체’라 부른다. 그 과정에서 대북 교역상 등 각계각층의 인물을 사업 대상자(공작원)로 삼는다. 대상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 오랜 시간 공을 들인다. ‘마음을 샀다’ 싶으면 우리 쪽 요구 사항을 전달한다. 요구 사항에는 사령부의 지령도 포함된다. 이때 대상자에 대한 철저한 검증은 필수다. 역용공작(逆用工作·적국의 정보 요원을 포섭해 이중간첩으로 활용하는 공작)에 당할 우려가 있어서다.
포섭한 공작원이 단속에 걸릴 경우 자신이 빠져나가기 위해 ‘윗선’을 제보해 블랙의 신분이 탄로 나기도 한다. 그 때문에 납북당했던 요원도 있다. 대표적인 공작 사고로 꼽힌다. 이때 해당 블랙과 관련된 사업망은 일거 폐쇄하는 게 원칙이다. 그러나 당시 정보사는 ‘성과가 좋다’는 이유로 그 사업망을 다른 블랙에게 그대로 인계했다. 공작관 출신 한 인사는 “과거 해외 주재 한 무관보좌관(백색)은 현지 체류 블랙들을 모두 한 장소에 집합시켜 공지사항과 그달 활동비를 지불해 준 일도 있었다. 백색은 주재국의 공개적 감시 대상”이라면서 “정보사의 보안의식 수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들”이라고 했다.
北 군조직·시설·장비 공작에 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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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사는 지난 2016년 4월 류경식당 여종업원 집단 탈북을 주도하기도 했다. 사진은 중국 저장성 닝보의 류경식당. 사진=조선DB |
정보사의 공작 분야는 다양하다. 군단 서열, 핵무기, 김씨 일가, 땅굴 추적 등이다. 북한에 대한 직접 응징·보복 임무도 가능하다. 국정원과의 차이점이다. 다만, 국내 정치 상황 등으로 응징·보복은 쉽지 않다는 전언이다. 2010~20년 사이 몇 차례 보복을 준비했으나 중단된 일이 있었다고 한다. 그중에는 북한 수뇌부 제거작전도 있었다.
성공한 공작 사례는 잘 알려지지 않는 법이다. 흔적을 남겨선 안 되기 때문이다. 복수의 소식통들은 “그간 정보사 공작이 국익(國益)에 기여한 바가 크다는 건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국정원 대북공작국 출신 한 관계자는 “국정원이 저인망(底引網)식 공작을 펼친다면, 정보사는 군과 무기 체계 분야에 특화돼 있었다”면서 “가령 군 조직·시설·장비 동향과 북중러 간 군사 교류와 관련한 공작은 정보사를 따라가기 힘들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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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사는 다양한 공작 활동을 펼쳐왔다. 북한 금창리, 풍계리 핵시료 채취를 통해 핵개발 사실을 알리기도 했다. 사진은 핵실험장이 있는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만탑산의 하천. 사진=뉴시스 |
국군 포로 송환에도 정보사 역할이 주효했으며, 류경식당 여종업원 집단 탈북도 주도했다.
김정남 애첩 공작
이런 비화(話)도 있다. 2008년 우리 정보 당국은 김정일이 뇌졸중(腦卒中)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리고 그의 통치가 5년을 넘기기 힘들다고 결론 내렸다. 그해 8월 북한에서 프랑스로 전송되는 뇌 사진 입수를 통해서다. 이때 정보사 요원들의 물밑 작업이 크게 기여했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한 소식통은 “김정일이 치료받았던 병원의 의사가 정보사의 에이전트(공작원)였다”면서 “그 에이전트가 김정일 소변까지 채취해 줬다”고 했다. 포섭은 돈으로 했다고 한다. 공작원은 채용·비채용으로 나뉘는데, 채용된 공작원에겐 정기 지급, 비채용 공작원에게는 건당, 거래식으로 지급한다. 구분은 서약서 작성 여부다. 채용된 공작원은 대한민국에 충성 서약을 해야 한다.
김정일 장남 김정남을 통한 ‘크로스체크’도 했다. 당시 마카오에 김정남의 한국인 애첩(愛妾)이 있었다. 그 첩도 정보사에서 관리했다고 한다. 소식통에 따르면 그 첩을 통해 김정남의 노트북과 머리카락을 입수할 수 있었다. 이후 정보사에서 운영하던 해킹 조직인 ‘○○’이 노트북에 멀웨어를 심어 정보를 탈취할 수 있었다.
김정남의 머리카락은 유전자 정보를 감식해 아버지 김정일의 병력(病歷)을 추적하는 데 썼다. 이 소식통은 “세상에 알려진 단편적인 사실 이면에는 이처럼 수많은 이들의 희생이 서려 있다”고 했다. 한편 첩을 포섭하기 위해서 정보사에서는 첩이 지고 있던 빚 5000만원을 갚아줬다고 한다. 해당 공작에 대한 평은 갈린다. 그 예산을 더 중대한 사안에 썼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원점에서 특단의 대책 강구해야”
정보사 한 관계자는 “이렇듯 목숨 바쳐 일한 요원들을 위해서도 조직의 병폐는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조직의 부조리에 순응해 온 기득권 세력들은 변화를 원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한번쯤은 치부를 모두 드러내놓고 환골탈태(換骨奪胎)하는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정보사 관계자는 “정보사는 전략사령부 등과 함께 평시(平時)에도 북핵·미사일 자산을 무력화(無力化)할 수 있는 단독전력”이라면서 “일반적 개선이나 개혁 수준으로는 재건(再建)은 어렵다. 원점(原點)에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에서 ‘휴민트사령부’를 독립시켜 장관 직속으로 둬야 한다는 말도 나왔다. 찬반은 갈린다. “전문성·독립성·보안성 강화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주장과 “결국 영상·신호와 융합해 주는 통합 본부기관이 필요하기에 독립성 유지가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다.
예산 전용(轉用) 등 부패 방지를 위한 제언도 있었다. 정보 당국 한 관계자는 “지휘계층이 예산을 투명하게 운용하면 그 돈이 아래로 흐른다”서 “현장에서 뛰는 공작관들의 처우가 한층 개선될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9·11테러 이후 미국이 정보기관 개혁을 통해 국가정보국장(DNI)을 신설한 것처럼 정보기관 감독을 위한 독립 기구 설치도 검토해 봐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DNI는 미국 내 18개 정보기관을 총괄 감독하며, 예산 집행과 활동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각 기관 간 조율하는 역할도 한다. 만일 정보기관 내부에서 부정부패나 권력 남용이 발생하면 이를 의회와 대통령에 보고할 의무가 있다.
정보사 한 관계자는 “아무리 좋은 제도를 도입해도 결국은 운영하는 ‘사람’이 문제 아니겠나”라면서 “지금 정보사에는 그런 리더가 없다”고 탄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