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의 ‘12·12’ 항변… “거대 야당이 反국가 세력”
⊙ 법원, “계엄 선포의 요건 구비 여부나 당·부당 판단 권한 없어”
⊙ 위헌적인 ‘국회 활동 금지’ 포고 후 계엄군의 국회 점거는 무슨 목적?
⊙ 尹이 강조한 ▲짧은 시간 ▲적은 병력은 ‘무혐의’ 근거 안 돼
⊙ 판례상 계엄군 ‘무장 수준’도 ‘폭동’ 여부 판단 기준 될 수 없어
⊙ 신군부의 1980년 5·17 계엄과 윤석열의 12·3 계엄의 공통점
⊙ 법원, “계엄 선포의 요건 구비 여부나 당·부당 판단 권한 없어”
⊙ 위헌적인 ‘국회 활동 금지’ 포고 후 계엄군의 국회 점거는 무슨 목적?
⊙ 尹이 강조한 ▲짧은 시간 ▲적은 병력은 ‘무혐의’ 근거 안 돼
⊙ 판례상 계엄군 ‘무장 수준’도 ‘폭동’ 여부 판단 기준 될 수 없어
⊙ 신군부의 1980년 5·17 계엄과 윤석열의 12·3 계엄의 공통점
- 12월 11일 전라북도 전주시에서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열(尹錫悅) 대통령이 2024년 12월 3일 오후 11시를 기해 대한민국 전역에 비상계엄(非常戒嚴)을 선포했다.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해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겠다”는 게 비상계엄 선포 이유였다.
이재명(李在明) 대표가 이끄는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이라고 주장하고, 윤석열 탄핵을 추진했다. 난데없는 상황에 충격을 받은 국민 대다수도 이에 공감하며 정권 퇴진을 주장하고 있다.
현재 윤 대통령은 내란죄 피의자가 된 상태다. 대한민국의 국가 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이면서, 국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친위 쿠데타’를 시도했다는 혐의를 받고 정치적·사법적 위기에 봉착한 상태다. 법률적으로는 긴급체포도 가능하다는 게 각 수사기관의 입장이다. 현재 여론 추이, 정치권 동향을 고려하면 수사기관의 기소는 시간문제일 뿐이다.
국회 탄핵소추안이 12월 14일 통과됐다. 윤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에서 국회 탄핵소추 위원단(검사와 같은 역할)과 법리 논쟁을 해야 한다. 검찰이 ‘내란죄’ 등으로 기소한다면, 또 다른 법정 다툼을 벌여야 한다. 이럴 경우 공방전은 어떻게 전개될까. ▲헌법 ▲형법 ▲계엄법과 함께 사법부의 ‘내란’ 관련 판례를 분석해 윤 대통령 ‘탄핵심판’과 ‘형사재판’의 쟁점을 살펴보았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5개 야당은 12월 12일, 다시 발의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에서 “피소추자(윤석열)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하고 헌법이 부여한 계엄선포권을 남용하여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정부, 군대와 경찰을 동원, 무장 폭동(暴動)하는 내란죄(우두머리)를 저질렀다”고 주장한다.
‘내란’ 혐의 성립 여부가 핵심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당국이 내세운 윤석열 대통령의 중대 혐의도 바로 내란죄다. 박세현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 본부장(서울고검장)은 일찌감치 “한마디로 쉽게 설명하면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국헌문란을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켰다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검찰 등 수사 당국은 이밖에 직권남용 혐의 등을 운운하지만, 이 역시 ‘내란 우두머리’ 혐의와 비교할 경우 지엽말단(枝葉末端)과도 같다. 우리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비상 상황이 아니라면, 헌법상 ‘불소추특권’을 가진 윤 대통령을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는 말이다. 종합하면, 윤 대통령 탄핵심판과 형사재판의 최대 핵심 쟁점은 바로 내란죄 성립 여부라고 얘기할 수 있다.
尹의 ‘방어논리’ 요약된 ‘12·12 담화’
윤석열 대통령은 2024년 12월 12일,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란 제목의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이 담화문에는 윤 대통령이 차후 개시될 헌재의 탄핵심판, 법원의 형사재판에서 전개할 방어논리가 요약돼 있다.
같은 날, 더불어민주당 등 5개 야당의 국회의원 190명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다시 제출했다. 해당 소추안에는 윤 대통령의 이른바 12·3 계엄 선포가 내란이라고 주장하는 논거들이 들어 있다. 이를 바탕으로 윤 대통령의 내란 혐의와 관련한 쟁점을 살펴보자.
먼저, 비상계엄 선포 행위 그 자체의 정당성을 따질 필요가 있다. 야당은 12·3 계엄 선포는 ‘실체적 요건’을 위반했다고 주장한다. 헌법이 규정한 계엄 선포 사유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여론조사에서 드러난 ‘민심’도 이와 같다. 한국갤럽이 《국민일보》 의뢰로 2024년 12월 6~7일, 전국 성인남녀 101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 수준에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이하 동일)를 보면 그렇다. 해당 조사에서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헌법에 규정된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한 정당한 행위라는 주장에 얼마나 공감하느냐’란 질문에 ‘공감’을 표한 이는 전체의 16%에 불과했다. ‘비공감’이라고 답한 이는 81%에 달했다.
헌법 제77조 1항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 한해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12월 3일 당시는 전시(戰時)가 아니었다. 외국 또는 반국가 단체가 기습 침공을 하거나 평시 체제로는 수습 불가한 천재지변(天災地變) 등의 사변(事變)이 발생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공공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의 경우에는 얘기가 달라진다. ‘국가비상사태’ 판단 기준, 선포 요건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대통령의 자의적인 ‘정치적 판단’에 따라 ‘국가비상사태’가 규정되고, 계엄이 선포되더라도 법률적으로는 문제 삼기 어렵다는 주장의 ‘논거’가 될 수 있다.
이런 까닭에 사법부는 전두환(全斗煥)·노태우(盧泰愚) 전 대통령의 ‘내란죄’ ‘내란 목적 살인죄’ 등에 관한 재판(96도3376)에서 대통령의 계엄 선포·확대 요건 구비와 선포의 당·부당에 대해서는 판단할 수 없다고 다음과 같이 판시한 바 있다.
〈대통령 비상계엄의 선포나 확대 행위는 고도의 정치적·군사적 성격을 지니고 있는 행위라 할 것이므로, 그것이 누구에게도 일견하여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는 것으로서 명백하게 인정될 수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라면 몰라도, 그러하지 아니한 이상 그 계엄 선포의 요건 구비 여부나 선포의 당·부당을 판단할 권한이 사법부에는 없다고 할 것이나…(후략)〉
“巨野 폭거로 국정마비·사회질서 교란”
계엄의 선포와 그 시행 및 해제 등에 필요한 사항을 명시한 계엄법은 “대통령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시 적과 교전(交戰) 상태에 있거나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攪亂)되어 행정 및 사법(司法) 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 군사상 필요에 따르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선포한다(제2조 2항)”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비상계엄은 ‘군사상 필요’가 아니라도, ‘행정 및 사법 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 ‘공공의 안녕질서 유지’를 위해 선포할 수도 있다.
윤 대통령도 해당 조문을 염두에 둔 듯한 주장을 했다. 그는 12·12 담화를 통해 자신이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밖에 없었던 사유를 다음과 같이 자세하게 열거했다.
〈(야당은)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마비시키기 위해 우리 정부 출범 이후부터 지금까지 수십 명의 정부 공직자 탄핵을 추진했습니다. 탄핵 남발로 국정을 마비시켜 온 것입니다. 지금 거대 야당은 국가안보와 사회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국가보안법 폐지도 시도하고 있습니다. 거대 야당은 오히려 북한 편을 들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정부를 흠집 내기만 했습니다. 자신들을 향한 수사 방해를 넘어, 마약 수사, 조폭 수사와 같은 민생사범 수사까지 가로막는 것입니다. 이처럼 지금 대한민국은 거대 야당의 의회 독재와 폭거로 국정이 마비되고 사회 질서가 교란되어, 행정과 사법의 정상적인 수행이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지금까지 살핀 것처럼 ‘계엄 선포권’은 헌법상 대통령 고유 권한이다. 계엄 선포의 요건 중 하나인 ‘국가비상사태’를 인식하고, 판단하는 주체는 대통령이다. 헌법 제77조 1항(대통령의 계엄 선포권)과 계엄법 제2조 2항(비상계엄 선포 요건)을 문리적으로 해석하면 그렇다. 이런 까닭에 사법부는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확대’ 등 국가긴급권(긴급명령권, 긴급재정경제명령권, 긴급재정경제처분권, 계엄선포권)의 정당성에 대한 판단을 ‘유보’한다고 판시해 왔다. 이를 고려하면, ‘비상계엄 선포’ 행위 그 자체가 내란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단,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지속된 더불어민주당의 국정 견제 혹은 국정 방해는 형식적으로 합법적인 범위에서 이뤄진 행위들이다. 시각에 따라 ‘폭거’ ‘의회 독재’란 정치적 비판은 가능할 수 있어도, 이에 대해 ‘국민 기본권’을 제약할 위험이 큰 ‘비상계엄’을 선포한 행위는 중대한 오판(誤判)이다. 또한 병력 동원이 필요하지 않은데도 “패악질을 일삼는 망국의 원흉”에 대한 ‘경고’ 목적으로 가장 강력한 ‘국가긴급권’인 계엄령을 발동한 것은 ‘경거망동(輕擧妄動)’이란 비판을 자초할 가능성이 크다.
국회는 ‘계엄사 통제’ 예외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12·3 계엄 선포의 의도에 대한 추단을 배제했을 때의 얘기다. 결국 핵심은 계엄 선포 행위의 ‘의도’다. 국헌(國憲)문란 목적이 있었느냐는 점이다.
형법 제87조는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 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키는 것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있다. 야당은 윤 대통령이 국헌문란의 목적으로 계엄을 선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형법 제91조는 “헌법 또는 법률에 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헌법 또는 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키는 것(1호)”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하여 전복 또는 그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2호)”을 ‘국헌문란’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법원은 “비상계엄의 선포나 확대가 국헌문란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행하여진 경우에는 그 자체가 범죄행위에 해당하는지의 여부에 관하여 심사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윤 대통령의 내란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그가 진정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계엄을 선포하고, 군(軍)을 동원해 ‘폭동’을 일으켰느냐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물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회에 군 병력이 진입·점거하고, 경찰이 국회 출입 통제를 한 점은 그럴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계엄 선포 자체는 정당하더라도 계엄군의 국회 진입은 부당하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헌법 제77조 3항은 “비상계엄이 선포된 때에는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관하여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 어디에도 ‘계엄군’의 국회 통제를 명시한 대목은 없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할 경우 그 당·부당을 판단하고, 해제 요구 등 견제를 할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이 국회이므로 계엄하에서도 그 활동이 제한되지 않는다.
계엄법을 봐도 그렇다. 해당 법률 제6조는 “전국을 계엄 지역으로 하는 경우와 대통령이 직접 지휘·감독을 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대통령의 지휘·감독을 받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제7조 1항은 “계엄사령관은 계엄 지역의 모든 행정사무와 사법사무를 관장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계엄법에 따르면 전국을 계엄 지역으로 하는 경우 대통령은 계엄사령관을 통해 행정사무와 사법사무를 관장할 수 있을 뿐이다.
“2시간짜리 내란이 어딨나?”
이와 관련, 윤석열 대통령은 질서 유지 목적으로 계엄군이 국회에 진입·점거했고, 자신은 국회 출입 통제 지시를 내린 일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헌문란 의도가 전혀 없었다는 입장인 셈이다.
법원은 형법상 국헌문란 중 ‘강압에 의한 헌법기관 권능행사 불가’에 대해 “그 기관을 제도적으로 영구히 폐지하는 경우만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고 사실상 상당 기간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을 포함한다(96도3376)”고 풀이한다.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은 12·12 담화를 통해 자신의 내란 혐의에 대해 부인했다. 계엄군의 국회 점거는 국헌문란을 목적으로 한 폭동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소규모이지만 병력을 국회에 투입한 이유도 거대 야당의 망국적 행태를 상징적으로 알리고, 계엄 선포 방송을 본 국회 관계자와 시민들이 대거 몰릴 것을 대비하여 질서 유지를 하기 위한 것이지, 국회를 해산시키거나 기능을 마비시키려는 것이 아님은 자명합니다. (중략) 그리고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저는 국회 관계자의 국회 출입을 막지 않도록 하였고… (중략) 도대체 2시간짜리 내란이라는 것이 있습니까? 질서 유지를 위해 소수의 병력을 잠시 투입한 것이 폭동이란 말입니까? 거대 야당이 거짓 선동으로 탄핵을 서두르는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단 하나입니다. 대통령의 탄핵을 통해 이를 회피하고 조기 대선을 치르려는 것입니다. 국가 시스템을 무너뜨려서라도, 자신의 범죄를 덮고 국정을 장악하려는 것입니다. 이야말로 국헌문란 행위 아닙니까? (중략) 대통령의 헌법적 결단이자 통치 행위가 어떻게 내란이 될 수 있습니까?〉
윤석열 대통령의 이 같은 항변은 사실과 다른 측면이 있다. 윤 대통령 말처럼 ‘질서 유지’ 명목의 출동이었다면, 계엄군은 국회 외곽 경비만 담당하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당시 계엄군은 유리창을 깨고 국회 본청에 진입해 여기저기를 휘젓고 다녔다.
계엄군의 국회 점거 ‘진의’가 핵심
계엄군의 국회 진입 목적과 관련해 계엄 당시 707특수임무단 등을 국회에 투입한 곽종근 특수전사령관은 ‘국헌문란’으로 해석될 수 있는 주장을 했다. 그는 12월 10일 국회에 출석해 “윤 대통령이 직접 비화폰(녹음·감청 불가)으로 전화를 걸어와 ‘의결 정족수가 아직 다 안 채워진 것 같다. 빨리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는 지시를 했다”고 증언했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 윤 대통령으로부터 “싹 다 잡아들여 정리하라”는 지시를 받았고,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에게 ‘체포 대상자’ 명단을 전해 들었다고 밝혔다. 홍 전 차장이 국회에 나와 증언한 바에 따르면 체포 대상 명단에는 우원식 국회의장,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이 있다. 현재 구속된 조지호 경찰청장도 “윤 대통령이 수차례 전화해 ‘국회의원을 체포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했다”고 주장했다.
헌법은 국회의 계엄해제 요구권(제77조 5항),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제44조 1항)을 명시하고 있다. 계엄법도 “계엄 시행 중 국회의원은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한다(제13조)”며 국회의원의 불체포 특권을 규정하고 있다. ‘계엄해제 요구’ 의결에 참여할 수 있는 국회의원은 범죄를 실행하는 중이거나 그 직후에 잡힌 경우가 아니라면, 계엄하에서도 체포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이 국회의장과 국회의원을 체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면, 이는 ‘국회의 권능 행사 불가’ 등을 목적으로 한 지시였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다. 이럴 경우 윤 대통령은 국헌문란을 목적으로 한 폭동, 즉 내란의 ‘우두머리’란 혐의를 받을 수 있지만, 앞선 증언들은 현재까지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다. 그들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서는 계엄 가담자들이 법적 부담을 회피하려고 국민적 불신·분노의 대상이 된 윤 대통령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각종 주장을 제기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국헌문란’ 목적 의심받는 이유
윤석열 대통령은 12·12 담화에서 “결국 병력이 투입된 시간은 한두 시간 정도에 불과하다. 도대체 2시간짜리 내란이 있느냐”라고 반문했다. 하지만 그가 강조한 ‘짧은 시간’은 내란죄가 아니란 주장의 근거가 될 수 없다. 내란죄는 그 행위의 결과와 무관하게 행위 개시 시점부터 ‘기수(旣遂·어떠한 행위가 일정한 범죄의 구성 요건으로 완전히 성립하는 일)’가 되기 때문이다. 병력도 마찬가지다. 중요한 점은 국헌문란 목적 여부다.
법원은 “국헌문란의 목적이 있었는지 여부는 피고인들이 이를 자백하지 않는 이상 외부적으로 드러난 피고인들의 행위와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등 사물의 성질상 그와 관련성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종합하여 판단한다(2014도10978)”고 판시한 바 있다. 이를 고려해 계엄 선포 이후 진행된 일련의 과정을 보면, ‘국헌문란’의 의도가 없었다고 단정하기는 쉽지 않다.
윤 대통령은 12월 3일 오후 10시23분,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10시57분, 서울경찰청장 지휘를 받는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을 통제했다. 11시27분에는 계엄사령관에 임명된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명의의 ‘계엄사령부 포고령 1호’가 발표됐다. 해당 포고령에는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 활동을 금한다(1항)”는 내용이 담겼다. 다음 날 0시07분, 국회 경내로 계엄군이 진입했다. 오전 0시38분, 이들은 국회 본청 창문을 깨고 들어가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진입을 막던 국회 보좌진과 대치했다.
‘국회 활동 금지’를 명령한 ‘포고령’, 포고령 발표 뒤 이뤄진 계엄군의 ‘국회 진입·점거’ 등을 감안하면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국회 무력화’ 등 ‘국헌문란’의 의도가 있었다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계엄군 국회 점거’의 폭동성 여부도 중요
윤석열 대통령은 ‘12·12 담화’에서 “질서 유지를 위해 소수의 병력을 잠시 투입한 것이 폭동이란 말이냐”고 따졌지만, ‘적은 병력’ 역시 내란 혐의를 벗는 데 유효한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이와 관련, 법원은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을 시해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내란 목적 살인·내란미수죄’ 재판(80도306)에서 “폭동은 다수인이 결합하여 폭행, 협박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서 다수인의 결합은 어느 정도 조직화될 필요는 있으나, 그 수효를 특정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계엄군의 국회 진입·점거를 ‘폭동’으로 볼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윤 대통령은 당시 국방부 장관을 통해 계엄군에게 “실(實)무장을 하지 마라”고 지시했다고 밝히면서 국회 진입·점거는 ‘폭동’이 아니란 취지로 주장했다. 하지만 계엄군의 실탄 보유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무장(武裝)’ 수준은 ‘폭동’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
법원은 “일체 유형력의 행사나 외포심(畏怖心·무엇을 두려워하는 마음)을 생기게 하는 해악(害惡)의 고지를 의미하는 최광의의 폭행·협박”이 있을 경우에는 내란죄의 구성 요건인 ‘폭동’에 해당한다고 판단한다. 다음은 이와 같은 기준에 따라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내란죄’ ‘내란 목적 살인죄’ 등에 관한 판결문(96도3376)에서 이번 ‘12·3 계엄’ 당시 계엄군의 ‘국회 점거’와 유사한 대목을 발췌한 것이다.
〈1980. 5. 17. 저녁부터 5. 18. 새벽까지 비상국무회의가 열리는 중앙청 내·외부에 수경사 헌병단 소속 장교와 사병 등 무장한 계엄군을 배치하는 등 위력을 과시하여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무위원들을 강압, 외포케 하고 (중략) 1980. 5. 18. 01:45경부터 33사단 소속의 무장한 계엄군과 장갑차·전차 등을 동원하여 국회의사당을 점거하고 국회의원들의 국회 출입을 저지하는 등 위력을 과시하여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인 국회의원을 강압, 외포케 하고…(후략)〉
형법상 내란죄가 성립되려면 국헌문란 목적의 폭동이 한 지방의 평온을 해(害)할 정도의 위력이 있어야 한다. 이와 관련, 법원은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폭행·협박 행위를 하면 기수가 되고, 그 목적의 달성 여부는 이와 무관하다”고 판시(80도306)했다.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할 정도가 되지 않을 경우에는 ‘내란 미수’가 된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계엄군의 국회 점거에 국헌문란 의도가 있었고, 계엄작전에 참여한 군경 지휘부 증언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에 내란죄의 기·미수에 대한 판단이 또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내란죄, 내란 목적 살인죄 판결문(96도3376)에는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다. 당시 법원이 국헌문란 목적을 가진 자의 비상계엄 전국 확대는 전국의 ‘평온’을 해하는 행위라고 판단한 이유가 적시된 대목이다. 이는 윤 대통령이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를 수용했다고 해도, 애초에 국헌문란 의도를 가졌다면 죄목은 ‘내란미수죄’ ‘내란죄’가 성립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1980. 5. 17. 당시 시행되고 있던 계엄법 등 관계 법령에 의하면, ‘비상계엄의 전국 확대’는 필연적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제약하게 되므로, 비상계엄의 전국 확대 그 사실 자체만으로도 국민에게 기본권이 제약될 수 있다는 위협을 주는 측면이 있고… 비상계엄의 전국 확대 조치의 그와 같은 강압적 효과가 법령과 제도 때문에 일어나는 당연한 결과라고 하더라도, 이러한 법령이나 제도가 가지고 있는 위협적인 효과가 국헌문란의 목적을 가진 자에 의하여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는 경우에는 비상계엄의 전국 확대 조치가 내란죄의 구성 요건인 폭동의 내용으로서의 협박 행위가 되므로 이는 내란죄의 폭동에 해당하고, 또한 그 당시 그와 같은 비상계엄의 전국 확대는 우리나라 전국의 평온을 해하는 정도에 이르렀음을 인정할 수 있다.〉⊙
이재명(李在明) 대표가 이끄는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이라고 주장하고, 윤석열 탄핵을 추진했다. 난데없는 상황에 충격을 받은 국민 대다수도 이에 공감하며 정권 퇴진을 주장하고 있다.
현재 윤 대통령은 내란죄 피의자가 된 상태다. 대한민국의 국가 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이면서, 국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친위 쿠데타’를 시도했다는 혐의를 받고 정치적·사법적 위기에 봉착한 상태다. 법률적으로는 긴급체포도 가능하다는 게 각 수사기관의 입장이다. 현재 여론 추이, 정치권 동향을 고려하면 수사기관의 기소는 시간문제일 뿐이다.
국회 탄핵소추안이 12월 14일 통과됐다. 윤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에서 국회 탄핵소추 위원단(검사와 같은 역할)과 법리 논쟁을 해야 한다. 검찰이 ‘내란죄’ 등으로 기소한다면, 또 다른 법정 다툼을 벌여야 한다. 이럴 경우 공방전은 어떻게 전개될까. ▲헌법 ▲형법 ▲계엄법과 함께 사법부의 ‘내란’ 관련 판례를 분석해 윤 대통령 ‘탄핵심판’과 ‘형사재판’의 쟁점을 살펴보았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5개 야당은 12월 12일, 다시 발의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에서 “피소추자(윤석열)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하고 헌법이 부여한 계엄선포권을 남용하여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정부, 군대와 경찰을 동원, 무장 폭동(暴動)하는 내란죄(우두머리)를 저질렀다”고 주장한다.
‘내란’ 혐의 성립 여부가 핵심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당국이 내세운 윤석열 대통령의 중대 혐의도 바로 내란죄다. 박세현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 본부장(서울고검장)은 일찌감치 “한마디로 쉽게 설명하면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국헌문란을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켰다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검찰 등 수사 당국은 이밖에 직권남용 혐의 등을 운운하지만, 이 역시 ‘내란 우두머리’ 혐의와 비교할 경우 지엽말단(枝葉末端)과도 같다. 우리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비상 상황이 아니라면, 헌법상 ‘불소추특권’을 가진 윤 대통령을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는 말이다. 종합하면, 윤 대통령 탄핵심판과 형사재판의 최대 핵심 쟁점은 바로 내란죄 성립 여부라고 얘기할 수 있다.
尹의 ‘방어논리’ 요약된 ‘12·12 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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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내란죄’ 등의 재판 당시 법원은 ‘신군부가 무장한 계엄군을 국무회의장 주변에 배치해 위력을 과시한 행위’를 ‘국헌문란’ 목적의 폭동이라고 규정했다. 사진=조선DB |
같은 날, 더불어민주당 등 5개 야당의 국회의원 190명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다시 제출했다. 해당 소추안에는 윤 대통령의 이른바 12·3 계엄 선포가 내란이라고 주장하는 논거들이 들어 있다. 이를 바탕으로 윤 대통령의 내란 혐의와 관련한 쟁점을 살펴보자.
먼저, 비상계엄 선포 행위 그 자체의 정당성을 따질 필요가 있다. 야당은 12·3 계엄 선포는 ‘실체적 요건’을 위반했다고 주장한다. 헌법이 규정한 계엄 선포 사유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여론조사에서 드러난 ‘민심’도 이와 같다. 한국갤럽이 《국민일보》 의뢰로 2024년 12월 6~7일, 전국 성인남녀 101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 수준에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이하 동일)를 보면 그렇다. 해당 조사에서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헌법에 규정된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한 정당한 행위라는 주장에 얼마나 공감하느냐’란 질문에 ‘공감’을 표한 이는 전체의 16%에 불과했다. ‘비공감’이라고 답한 이는 81%에 달했다.
헌법 제77조 1항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 한해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12월 3일 당시는 전시(戰時)가 아니었다. 외국 또는 반국가 단체가 기습 침공을 하거나 평시 체제로는 수습 불가한 천재지변(天災地變) 등의 사변(事變)이 발생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공공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의 경우에는 얘기가 달라진다. ‘국가비상사태’ 판단 기준, 선포 요건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대통령의 자의적인 ‘정치적 판단’에 따라 ‘국가비상사태’가 규정되고, 계엄이 선포되더라도 법률적으로는 문제 삼기 어렵다는 주장의 ‘논거’가 될 수 있다.
이런 까닭에 사법부는 전두환(全斗煥)·노태우(盧泰愚) 전 대통령의 ‘내란죄’ ‘내란 목적 살인죄’ 등에 관한 재판(96도3376)에서 대통령의 계엄 선포·확대 요건 구비와 선포의 당·부당에 대해서는 판단할 수 없다고 다음과 같이 판시한 바 있다.
〈대통령 비상계엄의 선포나 확대 행위는 고도의 정치적·군사적 성격을 지니고 있는 행위라 할 것이므로, 그것이 누구에게도 일견하여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는 것으로서 명백하게 인정될 수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라면 몰라도, 그러하지 아니한 이상 그 계엄 선포의 요건 구비 여부나 선포의 당·부당을 판단할 권한이 사법부에는 없다고 할 것이나…(후략)〉
“巨野 폭거로 국정마비·사회질서 교란”
계엄의 선포와 그 시행 및 해제 등에 필요한 사항을 명시한 계엄법은 “대통령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시 적과 교전(交戰) 상태에 있거나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攪亂)되어 행정 및 사법(司法) 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 군사상 필요에 따르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선포한다(제2조 2항)”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비상계엄은 ‘군사상 필요’가 아니라도, ‘행정 및 사법 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 ‘공공의 안녕질서 유지’를 위해 선포할 수도 있다.
윤 대통령도 해당 조문을 염두에 둔 듯한 주장을 했다. 그는 12·12 담화를 통해 자신이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밖에 없었던 사유를 다음과 같이 자세하게 열거했다.
〈(야당은)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마비시키기 위해 우리 정부 출범 이후부터 지금까지 수십 명의 정부 공직자 탄핵을 추진했습니다. 탄핵 남발로 국정을 마비시켜 온 것입니다. 지금 거대 야당은 국가안보와 사회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국가보안법 폐지도 시도하고 있습니다. 거대 야당은 오히려 북한 편을 들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정부를 흠집 내기만 했습니다. 자신들을 향한 수사 방해를 넘어, 마약 수사, 조폭 수사와 같은 민생사범 수사까지 가로막는 것입니다. 이처럼 지금 대한민국은 거대 야당의 의회 독재와 폭거로 국정이 마비되고 사회 질서가 교란되어, 행정과 사법의 정상적인 수행이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지금까지 살핀 것처럼 ‘계엄 선포권’은 헌법상 대통령 고유 권한이다. 계엄 선포의 요건 중 하나인 ‘국가비상사태’를 인식하고, 판단하는 주체는 대통령이다. 헌법 제77조 1항(대통령의 계엄 선포권)과 계엄법 제2조 2항(비상계엄 선포 요건)을 문리적으로 해석하면 그렇다. 이런 까닭에 사법부는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확대’ 등 국가긴급권(긴급명령권, 긴급재정경제명령권, 긴급재정경제처분권, 계엄선포권)의 정당성에 대한 판단을 ‘유보’한다고 판시해 왔다. 이를 고려하면, ‘비상계엄 선포’ 행위 그 자체가 내란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단,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지속된 더불어민주당의 국정 견제 혹은 국정 방해는 형식적으로 합법적인 범위에서 이뤄진 행위들이다. 시각에 따라 ‘폭거’ ‘의회 독재’란 정치적 비판은 가능할 수 있어도, 이에 대해 ‘국민 기본권’을 제약할 위험이 큰 ‘비상계엄’을 선포한 행위는 중대한 오판(誤判)이다. 또한 병력 동원이 필요하지 않은데도 “패악질을 일삼는 망국의 원흉”에 대한 ‘경고’ 목적으로 가장 강력한 ‘국가긴급권’인 계엄령을 발동한 것은 ‘경거망동(輕擧妄動)’이란 비판을 자초할 가능성이 크다.
국회는 ‘계엄사 통제’ 예외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12·3 계엄 선포의 의도에 대한 추단을 배제했을 때의 얘기다. 결국 핵심은 계엄 선포 행위의 ‘의도’다. 국헌(國憲)문란 목적이 있었느냐는 점이다.
형법 제87조는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 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키는 것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있다. 야당은 윤 대통령이 국헌문란의 목적으로 계엄을 선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형법 제91조는 “헌법 또는 법률에 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헌법 또는 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키는 것(1호)”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하여 전복 또는 그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2호)”을 ‘국헌문란’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법원은 “비상계엄의 선포나 확대가 국헌문란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행하여진 경우에는 그 자체가 범죄행위에 해당하는지의 여부에 관하여 심사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윤 대통령의 내란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그가 진정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계엄을 선포하고, 군(軍)을 동원해 ‘폭동’을 일으켰느냐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물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회에 군 병력이 진입·점거하고, 경찰이 국회 출입 통제를 한 점은 그럴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계엄 선포 자체는 정당하더라도 계엄군의 국회 진입은 부당하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헌법 제77조 3항은 “비상계엄이 선포된 때에는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관하여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 어디에도 ‘계엄군’의 국회 통제를 명시한 대목은 없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할 경우 그 당·부당을 판단하고, 해제 요구 등 견제를 할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이 국회이므로 계엄하에서도 그 활동이 제한되지 않는다.
계엄법을 봐도 그렇다. 해당 법률 제6조는 “전국을 계엄 지역으로 하는 경우와 대통령이 직접 지휘·감독을 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대통령의 지휘·감독을 받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제7조 1항은 “계엄사령관은 계엄 지역의 모든 행정사무와 사법사무를 관장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계엄법에 따르면 전국을 계엄 지역으로 하는 경우 대통령은 계엄사령관을 통해 행정사무와 사법사무를 관장할 수 있을 뿐이다.
“2시간짜리 내란이 어딨나?”
이와 관련, 윤석열 대통령은 질서 유지 목적으로 계엄군이 국회에 진입·점거했고, 자신은 국회 출입 통제 지시를 내린 일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헌문란 의도가 전혀 없었다는 입장인 셈이다.
법원은 형법상 국헌문란 중 ‘강압에 의한 헌법기관 권능행사 불가’에 대해 “그 기관을 제도적으로 영구히 폐지하는 경우만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고 사실상 상당 기간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을 포함한다(96도3376)”고 풀이한다.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은 12·12 담화를 통해 자신의 내란 혐의에 대해 부인했다. 계엄군의 국회 점거는 국헌문란을 목적으로 한 폭동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소규모이지만 병력을 국회에 투입한 이유도 거대 야당의 망국적 행태를 상징적으로 알리고, 계엄 선포 방송을 본 국회 관계자와 시민들이 대거 몰릴 것을 대비하여 질서 유지를 하기 위한 것이지, 국회를 해산시키거나 기능을 마비시키려는 것이 아님은 자명합니다. (중략) 그리고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저는 국회 관계자의 국회 출입을 막지 않도록 하였고… (중략) 도대체 2시간짜리 내란이라는 것이 있습니까? 질서 유지를 위해 소수의 병력을 잠시 투입한 것이 폭동이란 말입니까? 거대 야당이 거짓 선동으로 탄핵을 서두르는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단 하나입니다. 대통령의 탄핵을 통해 이를 회피하고 조기 대선을 치르려는 것입니다. 국가 시스템을 무너뜨려서라도, 자신의 범죄를 덮고 국정을 장악하려는 것입니다. 이야말로 국헌문란 행위 아닙니까? (중략) 대통령의 헌법적 결단이자 통치 행위가 어떻게 내란이 될 수 있습니까?〉
윤석열 대통령의 이 같은 항변은 사실과 다른 측면이 있다. 윤 대통령 말처럼 ‘질서 유지’ 명목의 출동이었다면, 계엄군은 국회 외곽 경비만 담당하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당시 계엄군은 유리창을 깨고 국회 본청에 진입해 여기저기를 휘젓고 다녔다.
계엄군의 국회 점거 ‘진의’가 핵심
계엄군의 국회 진입 목적과 관련해 계엄 당시 707특수임무단 등을 국회에 투입한 곽종근 특수전사령관은 ‘국헌문란’으로 해석될 수 있는 주장을 했다. 그는 12월 10일 국회에 출석해 “윤 대통령이 직접 비화폰(녹음·감청 불가)으로 전화를 걸어와 ‘의결 정족수가 아직 다 안 채워진 것 같다. 빨리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는 지시를 했다”고 증언했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 윤 대통령으로부터 “싹 다 잡아들여 정리하라”는 지시를 받았고,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에게 ‘체포 대상자’ 명단을 전해 들었다고 밝혔다. 홍 전 차장이 국회에 나와 증언한 바에 따르면 체포 대상 명단에는 우원식 국회의장,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이 있다. 현재 구속된 조지호 경찰청장도 “윤 대통령이 수차례 전화해 ‘국회의원을 체포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했다”고 주장했다.
헌법은 국회의 계엄해제 요구권(제77조 5항),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제44조 1항)을 명시하고 있다. 계엄법도 “계엄 시행 중 국회의원은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한다(제13조)”며 국회의원의 불체포 특권을 규정하고 있다. ‘계엄해제 요구’ 의결에 참여할 수 있는 국회의원은 범죄를 실행하는 중이거나 그 직후에 잡힌 경우가 아니라면, 계엄하에서도 체포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이 국회의장과 국회의원을 체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면, 이는 ‘국회의 권능 행사 불가’ 등을 목적으로 한 지시였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다. 이럴 경우 윤 대통령은 국헌문란을 목적으로 한 폭동, 즉 내란의 ‘우두머리’란 혐의를 받을 수 있지만, 앞선 증언들은 현재까지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다. 그들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서는 계엄 가담자들이 법적 부담을 회피하려고 국민적 불신·분노의 대상이 된 윤 대통령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각종 주장을 제기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국헌문란’ 목적 의심받는 이유
윤석열 대통령은 12·12 담화에서 “결국 병력이 투입된 시간은 한두 시간 정도에 불과하다. 도대체 2시간짜리 내란이 있느냐”라고 반문했다. 하지만 그가 강조한 ‘짧은 시간’은 내란죄가 아니란 주장의 근거가 될 수 없다. 내란죄는 그 행위의 결과와 무관하게 행위 개시 시점부터 ‘기수(旣遂·어떠한 행위가 일정한 범죄의 구성 요건으로 완전히 성립하는 일)’가 되기 때문이다. 병력도 마찬가지다. 중요한 점은 국헌문란 목적 여부다.
법원은 “국헌문란의 목적이 있었는지 여부는 피고인들이 이를 자백하지 않는 이상 외부적으로 드러난 피고인들의 행위와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등 사물의 성질상 그와 관련성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종합하여 판단한다(2014도10978)”고 판시한 바 있다. 이를 고려해 계엄 선포 이후 진행된 일련의 과정을 보면, ‘국헌문란’의 의도가 없었다고 단정하기는 쉽지 않다.
윤 대통령은 12월 3일 오후 10시23분,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10시57분, 서울경찰청장 지휘를 받는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을 통제했다. 11시27분에는 계엄사령관에 임명된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명의의 ‘계엄사령부 포고령 1호’가 발표됐다. 해당 포고령에는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 활동을 금한다(1항)”는 내용이 담겼다. 다음 날 0시07분, 국회 경내로 계엄군이 진입했다. 오전 0시38분, 이들은 국회 본청 창문을 깨고 들어가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진입을 막던 국회 보좌진과 대치했다.
‘국회 활동 금지’를 명령한 ‘포고령’, 포고령 발표 뒤 이뤄진 계엄군의 ‘국회 진입·점거’ 등을 감안하면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국회 무력화’ 등 ‘국헌문란’의 의도가 있었다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계엄군 국회 점거’의 폭동성 여부도 중요
윤석열 대통령은 ‘12·12 담화’에서 “질서 유지를 위해 소수의 병력을 잠시 투입한 것이 폭동이란 말이냐”고 따졌지만, ‘적은 병력’ 역시 내란 혐의를 벗는 데 유효한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이와 관련, 법원은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을 시해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내란 목적 살인·내란미수죄’ 재판(80도306)에서 “폭동은 다수인이 결합하여 폭행, 협박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서 다수인의 결합은 어느 정도 조직화될 필요는 있으나, 그 수효를 특정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계엄군의 국회 진입·점거를 ‘폭동’으로 볼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윤 대통령은 당시 국방부 장관을 통해 계엄군에게 “실(實)무장을 하지 마라”고 지시했다고 밝히면서 국회 진입·점거는 ‘폭동’이 아니란 취지로 주장했다. 하지만 계엄군의 실탄 보유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무장(武裝)’ 수준은 ‘폭동’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
법원은 “일체 유형력의 행사나 외포심(畏怖心·무엇을 두려워하는 마음)을 생기게 하는 해악(害惡)의 고지를 의미하는 최광의의 폭행·협박”이 있을 경우에는 내란죄의 구성 요건인 ‘폭동’에 해당한다고 판단한다. 다음은 이와 같은 기준에 따라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내란죄’ ‘내란 목적 살인죄’ 등에 관한 판결문(96도3376)에서 이번 ‘12·3 계엄’ 당시 계엄군의 ‘국회 점거’와 유사한 대목을 발췌한 것이다.
〈1980. 5. 17. 저녁부터 5. 18. 새벽까지 비상국무회의가 열리는 중앙청 내·외부에 수경사 헌병단 소속 장교와 사병 등 무장한 계엄군을 배치하는 등 위력을 과시하여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무위원들을 강압, 외포케 하고 (중략) 1980. 5. 18. 01:45경부터 33사단 소속의 무장한 계엄군과 장갑차·전차 등을 동원하여 국회의사당을 점거하고 국회의원들의 국회 출입을 저지하는 등 위력을 과시하여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인 국회의원을 강압, 외포케 하고…(후략)〉
형법상 내란죄가 성립되려면 국헌문란 목적의 폭동이 한 지방의 평온을 해(害)할 정도의 위력이 있어야 한다. 이와 관련, 법원은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폭행·협박 행위를 하면 기수가 되고, 그 목적의 달성 여부는 이와 무관하다”고 판시(80도306)했다.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할 정도가 되지 않을 경우에는 ‘내란 미수’가 된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계엄군의 국회 점거에 국헌문란 의도가 있었고, 계엄작전에 참여한 군경 지휘부 증언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에 내란죄의 기·미수에 대한 판단이 또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내란죄, 내란 목적 살인죄 판결문(96도3376)에는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다. 당시 법원이 국헌문란 목적을 가진 자의 비상계엄 전국 확대는 전국의 ‘평온’을 해하는 행위라고 판단한 이유가 적시된 대목이다. 이는 윤 대통령이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를 수용했다고 해도, 애초에 국헌문란 의도를 가졌다면 죄목은 ‘내란미수죄’ ‘내란죄’가 성립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1980. 5. 17. 당시 시행되고 있던 계엄법 등 관계 법령에 의하면, ‘비상계엄의 전국 확대’는 필연적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제약하게 되므로, 비상계엄의 전국 확대 그 사실 자체만으로도 국민에게 기본권이 제약될 수 있다는 위협을 주는 측면이 있고… 비상계엄의 전국 확대 조치의 그와 같은 강압적 효과가 법령과 제도 때문에 일어나는 당연한 결과라고 하더라도, 이러한 법령이나 제도가 가지고 있는 위협적인 효과가 국헌문란의 목적을 가진 자에 의하여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는 경우에는 비상계엄의 전국 확대 조치가 내란죄의 구성 요건인 폭동의 내용으로서의 협박 행위가 되므로 이는 내란죄의 폭동에 해당하고, 또한 그 당시 그와 같은 비상계엄의 전국 확대는 우리나라 전국의 평온을 해하는 정도에 이르렀음을 인정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