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공사의 경우 미등록 전기 공사 업체가 공사를 수행하였는데도 이에 대한 통제 역시 이뤄지지 않았다.〉(감사원 보고서)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사람이 갑자기 “백악관은 제왕적 권력의 상징이다. 들어가지 않겠다. 펜타곤으로 가겠으니 국방부는 두 달 안으로 방을 빼라. 나의 숙소는 블레어 하우스로 할 테니 영빈관은 따로 지으라”라고 한다면 어떻게 될까?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사람이 갑자기 “백악관은 제왕적 권력의 상징이다. 들어가지 않겠다. 펜타곤으로 가겠으니 국방부는 두 달 안으로 방을 빼라. 나의 숙소는 블레어 하우스로 할 테니 영빈관은 따로 지으라”라고 한다면 어떻게 될까?
윤석열(尹錫悅) 대통령이 지금처럼 의료 대란을 수습하지 않고 퇴임할 경우 역사는 이 정권을 어떻게 평가할까.
청와대 대통령실의 졸속 이전(‘청와대 이전’으로 칭한다)에 따른 국가 지휘부 기능의 약화와 함께 가장 큰 실정(失政)으로 꼽히게 될 것이다. 의료 대란은 한국인이 누렸던 세계 최고의 의료 서비스를 앗아가고, 대통령실 이전에 따른 부작용은 경호사고나 전쟁지휘 능력의 약화, 또는 친북좌파(親北左派)에 의하여 세종시로의 천도(遷都)에 이용당할지 모른다. 민족사의 정통성을 놓고 총체적 권력투쟁을 벌이는 남북 관계에서 정통성의 중심인 서울을 수도로서 포기하는 쪽이 지게 되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결단으로 포장되었던 ‘청와대 이전’은 현재 다음과 같은 문제들을 파생시키고 있다.
● 대통령실이 세 군데로 쪼개졌다. 주인이 이름도 지어주지 않는 용산 대통령실, 한남동 관저, 그리고 수시로 사용하는 청와대의 행사장(영빈관 및 상춘재). 국군통수권자로선 거의 세계에서 유일하게 출퇴근하는 대통령이 됨으로써 경호 병력의 낭비는 물론이고 동선(動線) 노출로 늘 저격 사정권에 놓여 있다.
● 국방부는 독자적인 건물을 갖지 못하고 합참건물로 이사를 가 동거하고 있다. 전시(戰時) 지휘부인 대통령, 국방장관, 합참의장이 인접, 적의 공격에 취약하다. 합참은 남태령 수도방위사령부 쪽으로 옮긴다는데 예산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 외교부 장관 공관은 외국의 고위 외교관을 접대하는 특수한 기능을 가진 곳이었는데 대통령 부부가 살겠다고 밀고 들어가는 바람에 삼청동의 비서실장 공관으로 옮겼다가 최근 다시 궁정동의 옛 경호처장 관저로 이사를 갔다. 떠도는 신세다.
● 세종시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따라 대통령 제2집무실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 한동훈 국민의힘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은 총선 공약으로 여의도 국회를 세종시로 옮기고 세종시를 정치수도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차기 대통령 후보가 종북적 사상의 소유자라면 충청도 표를 노리는 것처럼 하면서 세종시의 제2집무실을 제1집무실로 이용, 상근하겠다고 공약, 당선되어 이를 실천하면 서울엔 일부 부처와 대법원만 남게 되어 수도로서의 기능을 잃게 된다. 남쪽으로 천도하여 망한 고구려, 백제의 전철(前轍)을 밟게 될지 모른다.
● 윤석열 대통령의 행태에서 두서(頭緖)가 없다는 느낌을 주는 것은 국격(國格)에도 기능에도 맞지 않는 대통령실 공간의 영향이 크다.
‘용산 졸속 이전이 부른 복마전’
아무런 법적 권한이 없는 대통령 당선인이 밀어붙였던 대통령실 이전의 무모성[또는 무도성(無道性)]은 아래와 같이 비유하면 이해하기가 쉬울 것이다.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사람이 갑자기 “백악관은 제왕적 권력의 상징이다. 들어가지 않겠다. 펜타곤으로 가겠으니 국방부는 두 달 안으로 방을 빼라. 나의 숙소는 블레어 하우스로 할 테니 영빈관은 따로 지으라”라고 한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취임도 하기 전에 쫓겨날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선 청와대 이전이 박수를 받으면서 진행되었다. 특히 언론의 견제가 전무했다.
그런데 지난 9월 20일 《동아일보》 사설 제목은 〈‘공사비 대납’ 강요까지… 용산 졸속 이전이 부른 복마전〉이었다.
〈감사원 감사에서 관저 인테리어 공사를 따낸 업체가 하필이면 김건희 여사가 대표였던 코바나컨텐츠의 전시 후원사 가운데 한 곳이고 이 업체가 하도급을 준 18개 업체 중 15개가 무자격 업체로 드러났다. 이 역시 수의계약이어서 의혹투성이다. 촉박한 일정에 맞춰 빠듯한 예비비로 공사를 추진하다 보면 여러 가지 비리가 생길 소지가 커진다. 수의계약에서는 더욱 그렇다.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 과정의 위법과 탈법 행위를 보다 철저히 조사해 밝힐 필요가 있다.〉
인테리어 공사를 따내고 다른 공사까지 총괄적으로 지휘한 ‘21그램’이란 특이한 이름을 가진 회사의 대표는 이번 국정감사 때 증인으로 채택되었으나 출석하지 않아 야당 의원들이 동행명령장을 받아 찾아 나서는 소동이 벌어졌다. 21그램은 영혼의 무게라고 한다. 무속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김건희 여사의 취향과 연결되어 여러 가지 상상을 낳게 한다. 감사원 보고서를 읽어보면 이런 영세한 회사가 최고의 보안이 요구되는 대통령 관저 공사를 할 실력이 되는지가 의문이고, 공사 감독도 부실하였는데, 대한민국 적대 세력이 그 틈을 이용하여 어딘가에 도청장치를 설치하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까지 하게 만든다.
권력자의 허영심 경고
나는 청와대 대통령실 이전과 그 후유증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글을 써온 소수(少數) 그룹 중 한 사람이고 이 때문에 윤석열 팬클럽 같은 인사들로부터 정부의 성공을 방해한다는 말도 들었는데 3년에 걸쳐 썼던 글을 돌아보니 오늘의 부작용을 상당히 정확하게 예견하였음을 알게 되었다.
2022년 3월 16일 나는 조갑제닷컴에 “윤석열 당선인은 일단 청와대로 들어가야! 대통령부(大統領府)의 이전은 작은 천도이다. 졸속으로, 허영심으로 결정할 일이 아니다”라고 썼다.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 시절 청와대를 버리고 광화문으로 대통령부를 옮기겠다고 약속한 데 이어 아예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고 임기를 시작하겠다고 했다.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5월 10일 시작되는 임기 전에 대통령부 건물을 짓든지 기존 건물을 찾아야 한다.
대통령 중심제하에서 대통령궁은 국가의 심장이자 정치의 중심으로서 역사성, 상징성, 편리성, 안전성을 다 충족시켜야 한다. 두 달 안으로 그런 장소를 고르고 시설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일단 청와대에 들어가서 차근차근 해야 한다. 지금은 전시(戰時)가 아니다. 대통령부가 황급하게 왔다 갔다 하는 모양새면 국민들이 불안해진다. 허영심에 사로잡혀 무리를 하면 실수를 한다. 국가의 상징적 존재에 대한 실수는 오래간다.〉
나는 대통령실이 민족사의 중심인 광화문 지역을 떠나는 위험성을 지적했다.
1. 옮길 장소는 약속한 대로 광화문이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민족사적 정통성은 광화문을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조선조 개국의 3대 건축물인 경복궁(景福宮), 종묘(宗廟), 사직단(社稷壇)이 이 지역에 있고 대한제국의 황궁(皇宮)인 덕수궁, 대한민국 시대의 서울시청, 정부종합청사, 국립현대미술관이 여기에 있다. 지금 거론되는 용산은 임진왜란 때 왜군 주둔, 일제(日帝) 때 조선군사령부, 그리고 주한미군 기지가 있었다는 외세(外勢)의 상징성이 너무 강하다.
2. 좋은 건물을 새로 지어서 옮기는 것이 맞다. 백악관, 엘리제궁, 크렘린궁 등이 보여주듯이 대통령궁은 그 나라의 대표적 건물이어야 한다. 있는 건물에 대통령부가 들어가는 것은 긴급할 때 임시처방으로 하는 일이다. 지금이 그런 때인가?
3. 광화문을 꺼리는 이유로 경호상의 문제를 대는데 그렇다면 청와대에 그냥 있는 것이 낫다.
4. 대통령부를 옮기는 것은 작은 천도이다. 공론화 과정이 필요한 이유는 그 상징성이 크다는 점 때문이다. 대한민국만이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국가고 민족사의 정통국가라는 상징성이 졸속 이전으로 훼손되면 불길한 일이 생길지 모른다. 구청 옮기는 식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5. 윤석열 당선인이 국민들에게 보여주기 식으로 이 중대한 일을 결정한다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이다. 권력자의 허영은 비싸게 계산된다.
청와대 사정도 모르고 졸속 결정
2022년 3월 18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반대의견을 발표했다.
〈청와대 이전, 충분히 검토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는 아닙니다. 어떤 연유로 지금의 청와대를 단 하루도 이용하지 않는다는 것인지 납득이 되질 않습니다. 국정 운영 초기에 대통령님과 함께 광화문 이전을 검토했던 한 사람으로서 주제넘지만 조언을 드립니다.
우선 모든 조건이 완비된 청와대에서 업무를 시작하는 것이 순리입니다. 지금의 청와대는 물리적으로 예산 낭비할 일이 없고 대통령이 여민관 집무실을 사용하고 있어서 비서실장은 30초, 안보실장을 비롯한 수석급 이상 전원이 1분30초면 대통령 호출에 응대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청와대 이전을 위한 기구를 정식으로 구성하면 됩니다. 지금처럼 국가 안보 시스템의 핵심인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를 이전하는 데 따른 대책도 없이, 갑자기 광화문에서 용산으로 바꾸는 데 대한 의견 수렴도 없이, 심지어는 예산 편성도 없이(예비비는 쌈짓돈이 아닙니다) 그냥 밀어붙이는 것은 어느 모로 보나 이해할 수 없습니다.
용산을 포함하여 차제에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해 지방으로 이전하는 안까지 충분한 검토를 시키고 현 정부에서 검토했던 내용도 참고하고 정식으로 예산도 편성하여 국가 중대사에 걸맞은 집행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급히 결정해야 할 다른 이유가 없다면 ‘국민과 함께’ 민주적인 절차를 밟아나가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2022년 3월 20일 윤석열 당선인은 기자회견을 통하여 국방부 청사로 옮기겠다는 발표를 했는데 상황에 대한 오판(誤判)이 있었다. “현재 청와대는 본관과 비서동이 분리되어 있어 대통령과 참모의 소통이 원활하지 못했습니다”는 대목인데, 문재인 대통령은 비서들이 근무하는 여민관 내 집무실을 사용, 소통에 불편이 없었다.
당선인은 “용산 대통령실의 1층에 프레스센터를 배치해 수시로 언론과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고 약속했지만 허언(虛言)이 되었다. 그는 “일단 청와대 경내로 들어가면 제왕적 권력의 상징인 청와대를 벗어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라고 했지만 졸속 이전 자체가 그 어떤 제왕적 대통령도 하지 못한 방식이었음을 지적한 언론은 없었다.
홧김에 낸 의견 광고
나는 2022년 3월 20일 《문화일보》에 내 돈으로 의견 광고를 내고 비판했다.
〈“제왕적 권력의 상징인 청와대를 국민께 돌려드리겠다고 약속드렸습니다”는 말을 강조하셨는데 청와대는 대한민국 민주 발전의 사령탑이었습니다. 부분적으로 제왕적 요소는 없지 않았지만 지난 70여 년 한국 현대사 중심부를 이렇게 총체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사실에도 맞지 않고 일종의 선동입니다. 제왕적 권력의 상징은 주석궁이지 청와대가 아닙니다.
국민들이 청와대를 돌려달라고 시위를 한 적이 있습니까? 분단 현실에 비추어 청와대의 특수한 처지를 양해하고 참아왔지 않습니까?
광화문과 용산의 차이는 너무나 큽니다. 광화문은 조선조와 대한민국의 민족사적 정통성이 뿌리내린 곳이고 한반도 전체의 중심입니다. 대통령 집무실이 이곳을 떠나면 역사성을 잃게 됩니다. 외세와 병영의 이미지가 너무나 강한 용산은 민족사의 흐름에 맞지 않습니다.
국방부는 국방 용도로 지은 건물입니다. 이를 대통령 집무실로 쓰는 것은 변칙적 용도 변경으로서 국격에 맞지 않습니다. 시간에 쫓기며 한 추진 과정에서 군인들, 건축가, 교양인, 역사학자들의 의견이 반영된 흔적이 없습니다. 대통령 집무실 청사는 대한민국과 함께 운명을 같이해야 할 역사적 건물인데 어떻게 임시정부 청사 마련하듯 합니까?
무슨 이유를 대든 이렇게 무리를 한 이유는 윤 당선인이 후보 시절에 별생각 없이 한 말을 물리면 체면에 손상이 된다고 (생각하여) 밀어붙인 것 아닙니까? 이런 태도가 진짜 제왕적 권력의 행태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까?
국군통수권자가 되실 분이 국군장교단을 이렇게 무시해도 됩니까? “한 달 안으로 짐 싸서 나가라”는 식인데 입이 있어도 “역시 군대 안 갔다 온 대통령답다”는 말은 못 하게 되어 있는 그들로부터 가슴속 존경을 받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9·11 테러 때 펜타곤 안에 백악관이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생각해본 적이 있습니까? 국가 지휘자인 대통령과 국방 지휘자인 국방부 장관이 붙어 있을 때 김정은이 미사일, 장사정포, 핵무기로 때리면 동시에 무력화되는데 이런 위험성은 고려했습니까? 세계 어느 나라도 두 기능을 모아놓진 않습니다. 합참의장 출신 11명이 반대한 일입니다. 김정은이 좋아할 일을 왜 서둘러 합니까?
5년 뒤 어느 대통령 후보가 “윤석열 대통령 집무실도 제왕적 권력의 상징이고 국격에 맞지 않는다”면서 이전이나 신축 공약을 내지 않는다는 자신이 있습니까?
저는 기자 생활 52년째인 해방둥이로서 경험상 권력자가 허영과 오만에 빠지면 예외 없이 끝이 좋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언할 수 있습니다. 윤석열 당선인께서는 역사 앞에 겸손하셔서 선거유세 때 그토록 강조했던 공정과 상식을 실천한 대통령으로 기록되기를 기원합니다.〉
“누가 청와대를 돌려달라고 했나”

2022년 3월 20일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설계자인 건축가 유춘수(柳春洙) 선생이 건축가로선 거의 유일하게 반론 글을 발표했다.
〈저는 대한민국의 자존심의 얼굴이 되어야 할 대통령 청사를 저 볼품없고 상징성과 역사성과 기능성과 장소성 모두 최상이라고 할 수 없는 국방부 청사를 영구적으로 대체한다는 것은, 건축가의 한 사람으로 분명 승복하기 어렵습니다. 급히 서둘러 상황을 악화시킨다는 속담에 이만한 표현은 없습니다. ‘언 발에 오줌 누다’… 제발 동상의 후유증이 없길 빌고 빕니다!〉
지금 국방부 장관인 김용현씨는 윤석열 후보의 경호를 맡았었고 당시엔 대통령실 이전의 책임자였는데 2022년 3월 21일 TBS 라디오 〈신장식의 신장개업〉에 나와 당선인의 심경을 이렇게 전했다.
“대통령 당선인께서 회의석상에서 하신 말씀이십니다. 청와대, 나도 들어가서 편안하게 하고 싶다, 거기 들어가면 얼마나 좋으냐. 눈치 안 보고 내 마음대로 누가 뭐라 하는 사람 없고 나도 그러고 싶다. 그러나 그게 아니다. 정말 국민을 위하고 국가를 위한다면 그게 아니고 내가 불편하더라도 나와야 된다. 왜 그러냐. 내가 편하면 그게 바로 국민의 감시가 없어지고 국민의 눈에 띄지 않으면 거기서부터 불통이 나오는 것이고, 거기서부터 부정부패가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국민들께서 내가 근무하는 모습을 보실 수 있도록 아예 해달라 해서 용산으로 가셔서 공원을 앞에 만들고 거기서 대통령 집무실을, 그 국민들께서 마음대로 들어오셔가지고 쳐다보게 만들고 그게 결국은 대통령이 함부로 못 하게 하는 견제 행위라는 겁니다.”
그는 현재 역대 대통령들 가운데 기자회견 횟수가 가장 적다는 신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2022년 3월 23일 《동아일보》 송평인 논설위원은 칼럼에서 “누가 청와대를 돌려달라고 했나”라고 비판했다. 그는 “미사일 시대인 지금 산들에 둘러싸인 청와대야말로 분단국가 대통령이 입지할 최적의 장소… 대통령들의 불운은 청와대가 흉지여서가 아니라 자신들이 잘못해서다”라고 했다.
대통령 당선인이 ‘졸속 용산 결정’에 괜히 국민을 들먹인다며, 국민 다수 여론은 용산 이전 반대니 문재인 대통령의 협조 거부를 몽니로 여기지 말고 심사숙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요지였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서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는 말을 반복적으로 듣는 게 불편하다. 국민은 대통령에게 제왕적 통치에서 벗어나라고 했지, 청와대를 돌려달라고 한 적이 없다. 그가 국민을 들먹이며 스스로 안 들어가겠다고 한 것이지 국민이 요구한 것이 아니다”라며 “청와대가 공원이 되지 않아도 그 일대는 충분히 좋다. 경복궁 담벼락을 따라 청와대 정문 앞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길은 서울 최고의 산책길 중 하나다. 성곽길을 따라 청와대 뒤편 북악산으로 오르는 길도 잘 조성돼 있어 굳이 경복궁역에서 출발해 청와대를 (관)통해 올라갈 필요도 없다”고 했다.
“승효상·유홍준씨 등 문재인의 친구들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청와대 흉지(兇地)론을 들먹였다. 청와대 옛 본관이 있던 수궁 터는 예부터 길지(吉地)로 꼽힌다. 그래서 일본의 조선총독이 그곳에 관저를 지었다. 대통령 개인과 달리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발전했다. 길지여서 그랬을 것이다.”
‘상머슴’으로 뽑히자마자, ‘새 집’ 요구
2022년 3월 25일 최보식 기자(전 《조선일보》 선임기자)도 비판에 가세했다.
〈당선 직후 이를 ‘국정 제1과제’로 만든 것은 윤 당선인의 중대한 실책이었다. 새 정권을 준비하고 국민들에게 희망을 줘야 할 가장 중요한 시기에 모든 이슈들이 여기에 파묻혔다. 용산 이전 찬반에 대해 온갖 주장과 풍수설, 음모론, 이념적 갈등이 난무하는 가운데 여론조사 결과까지 나와 기름을 붓고 있다.〉
그는 “이런 상황은 윤 당선인의 ‘오기’가 자초한 것”이라면서 “대체 본인이 일할 집무실이 무엇이 그리 급한가. ‘상머슴’으로 뽑히자마자, ‘새 집’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머슴이 그래도 되는가. 이미 주인이 정해놓은 그 ‘집’에 들어가면 될 일이다”고 했다. 그는 “청와대 자리는 국민의 땅이 아니었던 적이 없다. 돌려주고 말고 할 곳이 아니다. 국민들이 언제 청와대를 돌려달라고 한 적이 있나. 그러니 국민들에게 돌려주기 위해 청와대를 이전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당선인처럼 ‘나는 폐쇄적이고 제왕적 대통령제를 상징하는 그 공간에 들어가기 싫으니 다른 곳에 집무실을 마련하겠다’고 하면, 다음 대통령은 ‘나는 윤석열 대통령이 옮겨온 용산 집무실은 싫고 세종시에 집무실을 마련하겠다’고 나올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윤 당선인은 ‘혁명’을 한 게 아니다. 0.7%포인트 표차로 당선된 5년짜리 대통령에게 국민적 합의 없이 대통령 집무실을 옮길 권한이 주어지지 않았다.〉
최보식 기자는 이렇게 끝냈다.
〈윤 당선인은 청와대로 들어가라. 누구 말대로 ‘귀신’ 나오는 곳 아니다. 이런 집무실 타령으로 임기도 시작하기 전에 국민 분열을 초래하면 안 된다. 그리고 5년 금방 지나간다.〉
그런 식으로 의료 개혁 한다고 하다가
2021년 11월에 이미 윤석열 당선을 예언했던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2022년 3월엔 〈한국 대통령 당선인이 인기 없는 개인적 사업으로 출발했다〉는 제목으로 용산 집무실 이전 계획을 비판했다. 이 잡지는 “대통령이 그곳에 위치하게 되면 미사일 한 방에 군사, 정치 지도부가 사라질 위험이 있다”면서 선거운동 기간엔 코로나19 피해 대책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하더니 정치적 자산을 개인적 사업을 강행하는 데 허비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역대 최저 지지율로 출발한 윤석열 당선인은 국민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려고 한 그의 시도가 국민들을 더 멀리 밀어내는 결과를 빚을 것 같다고 예언했다.
그 무렵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조선일보》 칼럼에서 “‘내가 결정했으니 그대로 가자’는 식으론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취임 첫날 새로운 공간에서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고 싶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렇게까지 하면서 굳이 차별화하려고 할 필요가 있을까. 정권 교체가 바로 차별화를 상징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발표에 더욱 주목했던 것은 어쩌면 이것이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 스타일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누가 봐도 부작용이 불가피해보이는 용산으로의 조기 이전 결정에 대해 주변에서 말리거나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은 없었을까. 소통을 강조하는 당선인이지만 지금으로서는 국민과의 소통에 앞서 주변과의 소통이 더 중요해보인다. 대선에서 승리한 것이 끝이 아니라 이제부터가 진짜 정치의 시작이다.〉
강 교수의 우려는 시간이 지나니 현실이 되었다. 윤 대통령은 청와대 이전 식으로 이른바 의료 개혁을 밀어붙였다가 의료 대란을 일으켰다. 참모들이나 언론이 청와대 이전을 말렸다면 의료 대란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청와대 이전은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을 잠식하고 들어갔다. 한국 갤럽이 2022년 3월 넷째 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청와대 집무실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53%, ‘용산으로 집무실을 이전하는 것이 좋다’ 36%로 나타났다. 10%는 의견을 유보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앞으로 5년 동안 대통령으로서의 직무를 잘 수행할 것으로 보는지, 잘 못 수행할 것으로 보는지에 대해서는 55%가 ‘잘할 것’, 40%가 ‘잘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으며 이외는 의견을 유보했다. 전임 대통령들의 당선 2주 이내 즈음 직무수행 긍정 전망은 80% 내외였다. 2007년 12월 이명박 당선인은 84%, 2012년 12월 박근혜 당선인은 78%,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은 87%였다.
자식에게도 이렇게는 하지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은 청와대 이전이 가장 큰 원인이 되어 낮은 지지율로 출발했고, 2022년 여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몰아내는 과정에서 젊은 층과 중도층이 이탈, 20%대를 찍었고, 총선 직전 잠시 올랐다가 의료 대란으로 총선에서 참패한 직후 다시 20%대로 떨어져 오늘과 같은 위기를 불렀다. 이 3대 실책의 공통점은 정보 판단의 오류와 무모한 밀어붙이기인데 쉽게 말하면 자기 객관화를 하지 못하였다는 이야기다.
2022년 4월 윤석열 대통령은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하면서 용산 대통령실 이름을 ‘People’s House’로 짓고 싶다고 했다. People’s House는 제정(帝政) 러시아에서 만들어진 개념이고 이게 서유럽에 퍼졌는데 거의가 좌익 운동, 노동자 운동, 공산주의자 운동과 연관되는 개념이다. 대통령실 이름을 공모하더니 발표도 하지 않고 흐지부지, 지금껏 이름 없는 존재가 되었다. 아기가 태어난 지 3년이 되어도 부모가 이름을 지어주지 않고 “아가야”라고만 부르고 있으니 그도 속으론 아기의 장래를 비관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2022년 4월 박찬주 예비역 대장은 윤석열 당선인에게 띄운 공개장을 발표했다.
이런 식으로 군대를 다루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다는 내용이었다. 군에 대한 군통수권자의 예의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아무리 부모라 해도 자식이 살고 있는 집을 예고도 없이 나가라고 한다면 그것이 자식에 대한 부모의 예의일까요”라고 묻기도 했다.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문제는 지금 계획과는 반대의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먼저 수방사를 남태령 지역 내에서 재배치해야 합니다. 근무와 생활에 불편함이 없도록 재배치한 후 그곳에 합참 신청사를 구축하여 합참의 기능을 완비해야 합니다. 그런 다음 국방부를 현재의 합참 위치로 이전하고 국방부와 합참의 안정적인 임무수행 태세가 검증된 후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옮겨야 합니다.〉
그는 군통수권자이기 때문에 군을 마음대로 다루어도 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한 강군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 무렵 용산 대통령실을 다녀온 언론사의 한 간부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도무지 국격(國格)에 맞지 않는 건물이란 생각이 확 들었습니다. 구청 건물 수준이라고 할까요.”
윤석열 대통령의 청와대 이전 논리는 공간이 의식을 결정한다는 것이었다. 이를 적용하면 이런 볼품없는 공간에서 일하면 대통령이 구청장처럼 행동하게 된다는 게 된다.
이태원 사고의 원인과 용산 이전
2022년 6월 10일 윤석열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비공개 오찬 회동을 했다. 한 참석자는 《조선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건희 여사가 개방된 청와대를 뒤늦게 둘러본 뒤 ‘미리 봤으면 우리도 청와대에 그대로 있자고 했을 것 같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한다”라고 했다. 김건희 여사는 5월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KBS1 TV 〈열린음악회〉를 관람한 뒤 청와대 내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 등을 둘러봤다는 것이다.
김 여사는 “여기가 이렇게 좋은 줄 몰랐다. 알았다면, 만약 여기 와서 잠시라도 살았다면 청와대를 나가기 굉장히 어려웠겠다”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에 윤 대통령은 “속으로 ‘아, 안 보여주길 잘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이런 요지의 말을 했다고 전했다.
“저는 과거에 관저 식당에서 식사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청와대가 얼마나 좋은지 알았다. 여기에 한 번 들어오면 못 나간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처음부터 청와대에 안 들어가고 바로 집무실 이전을 추진했다.”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 골목에서 150명 이상이 압사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그해 12월 5일 열린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한 김진표 당시 국회의장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상민 장관이 정치적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하는 게 옳다”고 했다고 한다. 그랬더니 윤 대통령은 “이태원 참사에 관해 지금 강한 의심이 가는 게 있어 아무래도 결정을 못 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 의장이 그게 무엇인지 물었더니 대통령의 설명은 의외였다고 최근 발간한 회고록을 통해 공개하였다.
설명의 요지는, “이 사고가 특정 세력에 의하여 유도되고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럴 경우 이 장관을 물러나게 하면 그것은 억울한 일이다”였다고 한다. 김 의장은 “나는 속으로 깜짝 놀랐다. 극우 유튜버의 방송에서 나오는 음모론적인 말이 대통령의 입에서 술술 나온다는 것을 믿기 힘들었다. 그런 방송은 보지 말라고 말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지만 꾹 참았다”고 썼다. 대통령실은 이 주장에 대하여 왜곡된 것이라며 “대통령은 당시 언론에서 제기된 다양한 의혹을 전부 조사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고 해명했다.
법원은 지난 9월, 2022년 10·29 이태원 사고에 있어 ‘국가 기관의 책임’을 묻는 첫 판결에서 용산경찰서 관계자들에게 실형을 선고하며 ▲경비 대책을 수립하지 않았고 ▲정보 기능을 핼러윈 현장에서 배제했으며 ▲범죄 단속에만 치중한 치안 대책을 수립했다고 짚었다. 다만 재판부는 참사 당일 이태원에서 정보·경비 기능이 부재(不在)했던 배경으로 “사고 당일 관할 내 대규모 집회·시위가 예정돼 있어 용산구의 치안을 책임지는 용산경찰서로서는 집회·시위 대비와 핼러윈 데이의 질서 유지를 모두 담당하게 됨으로써 경찰력을 실효적으로 운용하는 데 어느 정도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대통령실이 용산으로 이전하고 용산서가 집회·시위 대응에 집중하는 연쇄 효과로 핼러윈 데이 안전 유지에 구멍이 생긴 측면도 있다고 본 것이다.
대통령 관저 공사는 부실·부정투성이!
2023년 1월 5일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 업무보고를 받은 것에 대해 “윤 대통령은 최근 한 달간 영빈관 12번, 상춘재 2번 등 청와대를 모두 14번이나 사용했다. 한 달에 14번이나 찾을 거면 왜 청와대를 나온 것이냐”고 비판했다. 한민수 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진행한 현안 브리핑에서 “용산 대통령실에는 부처 업무보고를 받을 공간조차 없다는 말이냐. 준비 없이 졸속으로 대통령실이 이전된 결과”라며 이렇게 말했다.
한 대변인은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하고 청와대를 전면 개방해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더니 한 달의 절반 가까이를 대통령이 사용한 것”이라며 “무책임한 대통령 때문에 집무실 이전은 아무런 효용을 거두지 못하고 안보 공백과 국민 불편만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모든 시스템을 갖춘 청와대를 버린 대가는 막대한 혈세 투입으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국민 소통이라는 취지도 대통령의 불통 행보로 퇴색된 지 오래”라고 했다.
2024년 9월 감사원은 집무실 및 관저 이전 공사와 관련한 감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동아일보》가 사설로 ‘복마전’이라고 표현할 만큼 총체적인 비리가 드러나 고발, 징계 조치 등이 이뤄졌다. 하지만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가 가장 중요한 보안 시설이란 점에서 문제를 깊게 따진 언론이나 정당은 없었다. 감사원이 대통령 비서실에 통보한 〈대통령 관저 보수 공사 관리 감독 업무 부당처리〉 공문엔 이런 대목이 있다.
〈공사 감독자가 공사 총괄 담당인 대통령실 김 모 비서관에게 업무 부담으로 공사 현장 방문을 자주 할 수 없는 사정을 토로하였으나 “현실적으로 인원을 더 투입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전문성을 가진 직원은 당신뿐이니 업무를 잘 해보라”는 취지로만 답변하며 업무 조정에 대한 노력을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관저 보수 공사 업무를 총괄하는 책임자로서 담당 직원이 공사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거나 직접 공사 현장을 방문하여 점검하는 등 다른 관리 감독 방안을 마련하지 않았다. 공사를 수행한 총 26개 업체 중 19개 미등록 (무면허) 업체가 공사를 진행하는 등 관련 법령을 위반한 시공에 대한 통제는 이뤄지지 않았다.〉
신설 대통령 관저엔 과연 도청 장치가 설치되지 않았을까?
감사원의 통보서는 “김 비서관이, 공사를 신속히 추진한다는 데에만 중점을 두고 법령상 절차와 다르게 추진된 관저 보수 공사 과정에서 발생한 여러 문제점을 면밀히 관리하지 않고 실무자에게 맡겨두는 등 총괄 책임자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고, 이에 관저와 같은 주요 국가 시설 공사에 자격이 없는 업체가 참여하거나 사후 책임 소재 확인 등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발생하게 되었다”고 했다.
줄이면 청와대 대통령실 졸속 이전으로 관저 공사에 무허가 회사들이 무더기로 참여, 부실 및 불법 공사가 전면적으로 이뤄졌는데 보안에서 문제가 발견되더라도 책임 소재를 가리기 어렵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이에 대하여 김 당시 비서관은 “사업의 속도감을 고려하고 주(主) 시공 업체를 신뢰함으로 인해 섭외된 협력 업체에 적정 자격이 있는지를 꼼꼼히 확인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주 시공 업체는 김건희 여사와 친분이 있다는 ‘21그램’을 가리킨다.
이 통보서엔 아주 예민한 지적이 있다.
〈통신 공사의 경우 미등록 전기 공사 업체가 공사를 수행하였는데도 이에 대한 통제 역시 이뤄지지 않았다.〉
청와대 이전을 찬성했던 사람들 중 일부서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청와대로 들어가기 싫어한 이유가 청와대에 북한이 깔아놓은 도청망이 있을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란 이야기를 퍼트리기도 했었다. 그렇다면 감사원이 확인한, 전면적 부실 공사를 한 대통령 관저는 안전할까, 이게 정말 궁금하다.⊙
청와대 대통령실의 졸속 이전(‘청와대 이전’으로 칭한다)에 따른 국가 지휘부 기능의 약화와 함께 가장 큰 실정(失政)으로 꼽히게 될 것이다. 의료 대란은 한국인이 누렸던 세계 최고의 의료 서비스를 앗아가고, 대통령실 이전에 따른 부작용은 경호사고나 전쟁지휘 능력의 약화, 또는 친북좌파(親北左派)에 의하여 세종시로의 천도(遷都)에 이용당할지 모른다. 민족사의 정통성을 놓고 총체적 권력투쟁을 벌이는 남북 관계에서 정통성의 중심인 서울을 수도로서 포기하는 쪽이 지게 되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결단으로 포장되었던 ‘청와대 이전’은 현재 다음과 같은 문제들을 파생시키고 있다.
● 대통령실이 세 군데로 쪼개졌다. 주인이 이름도 지어주지 않는 용산 대통령실, 한남동 관저, 그리고 수시로 사용하는 청와대의 행사장(영빈관 및 상춘재). 국군통수권자로선 거의 세계에서 유일하게 출퇴근하는 대통령이 됨으로써 경호 병력의 낭비는 물론이고 동선(動線) 노출로 늘 저격 사정권에 놓여 있다.
● 국방부는 독자적인 건물을 갖지 못하고 합참건물로 이사를 가 동거하고 있다. 전시(戰時) 지휘부인 대통령, 국방장관, 합참의장이 인접, 적의 공격에 취약하다. 합참은 남태령 수도방위사령부 쪽으로 옮긴다는데 예산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 외교부 장관 공관은 외국의 고위 외교관을 접대하는 특수한 기능을 가진 곳이었는데 대통령 부부가 살겠다고 밀고 들어가는 바람에 삼청동의 비서실장 공관으로 옮겼다가 최근 다시 궁정동의 옛 경호처장 관저로 이사를 갔다. 떠도는 신세다.
● 세종시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따라 대통령 제2집무실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 한동훈 국민의힘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은 총선 공약으로 여의도 국회를 세종시로 옮기고 세종시를 정치수도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차기 대통령 후보가 종북적 사상의 소유자라면 충청도 표를 노리는 것처럼 하면서 세종시의 제2집무실을 제1집무실로 이용, 상근하겠다고 공약, 당선되어 이를 실천하면 서울엔 일부 부처와 대법원만 남게 되어 수도로서의 기능을 잃게 된다. 남쪽으로 천도하여 망한 고구려, 백제의 전철(前轍)을 밟게 될지 모른다.
● 윤석열 대통령의 행태에서 두서(頭緖)가 없다는 느낌을 주는 것은 국격(國格)에도 기능에도 맞지 않는 대통령실 공간의 영향이 크다.
‘용산 졸속 이전이 부른 복마전’
아무런 법적 권한이 없는 대통령 당선인이 밀어붙였던 대통령실 이전의 무모성[또는 무도성(無道性)]은 아래와 같이 비유하면 이해하기가 쉬울 것이다.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사람이 갑자기 “백악관은 제왕적 권력의 상징이다. 들어가지 않겠다. 펜타곤으로 가겠으니 국방부는 두 달 안으로 방을 빼라. 나의 숙소는 블레어 하우스로 할 테니 영빈관은 따로 지으라”라고 한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취임도 하기 전에 쫓겨날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선 청와대 이전이 박수를 받으면서 진행되었다. 특히 언론의 견제가 전무했다.
그런데 지난 9월 20일 《동아일보》 사설 제목은 〈‘공사비 대납’ 강요까지… 용산 졸속 이전이 부른 복마전〉이었다.
〈감사원 감사에서 관저 인테리어 공사를 따낸 업체가 하필이면 김건희 여사가 대표였던 코바나컨텐츠의 전시 후원사 가운데 한 곳이고 이 업체가 하도급을 준 18개 업체 중 15개가 무자격 업체로 드러났다. 이 역시 수의계약이어서 의혹투성이다. 촉박한 일정에 맞춰 빠듯한 예비비로 공사를 추진하다 보면 여러 가지 비리가 생길 소지가 커진다. 수의계약에서는 더욱 그렇다.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 과정의 위법과 탈법 행위를 보다 철저히 조사해 밝힐 필요가 있다.〉
인테리어 공사를 따내고 다른 공사까지 총괄적으로 지휘한 ‘21그램’이란 특이한 이름을 가진 회사의 대표는 이번 국정감사 때 증인으로 채택되었으나 출석하지 않아 야당 의원들이 동행명령장을 받아 찾아 나서는 소동이 벌어졌다. 21그램은 영혼의 무게라고 한다. 무속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김건희 여사의 취향과 연결되어 여러 가지 상상을 낳게 한다. 감사원 보고서를 읽어보면 이런 영세한 회사가 최고의 보안이 요구되는 대통령 관저 공사를 할 실력이 되는지가 의문이고, 공사 감독도 부실하였는데, 대한민국 적대 세력이 그 틈을 이용하여 어딘가에 도청장치를 설치하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까지 하게 만든다.
권력자의 허영심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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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5월 청와대 개방 후 한동안 관람객들이 몰려들었다. 사진=조선DB |
2022년 3월 16일 나는 조갑제닷컴에 “윤석열 당선인은 일단 청와대로 들어가야! 대통령부(大統領府)의 이전은 작은 천도이다. 졸속으로, 허영심으로 결정할 일이 아니다”라고 썼다.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 시절 청와대를 버리고 광화문으로 대통령부를 옮기겠다고 약속한 데 이어 아예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고 임기를 시작하겠다고 했다.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5월 10일 시작되는 임기 전에 대통령부 건물을 짓든지 기존 건물을 찾아야 한다.
대통령 중심제하에서 대통령궁은 국가의 심장이자 정치의 중심으로서 역사성, 상징성, 편리성, 안전성을 다 충족시켜야 한다. 두 달 안으로 그런 장소를 고르고 시설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일단 청와대에 들어가서 차근차근 해야 한다. 지금은 전시(戰時)가 아니다. 대통령부가 황급하게 왔다 갔다 하는 모양새면 국민들이 불안해진다. 허영심에 사로잡혀 무리를 하면 실수를 한다. 국가의 상징적 존재에 대한 실수는 오래간다.〉
나는 대통령실이 민족사의 중심인 광화문 지역을 떠나는 위험성을 지적했다.
1. 옮길 장소는 약속한 대로 광화문이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민족사적 정통성은 광화문을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조선조 개국의 3대 건축물인 경복궁(景福宮), 종묘(宗廟), 사직단(社稷壇)이 이 지역에 있고 대한제국의 황궁(皇宮)인 덕수궁, 대한민국 시대의 서울시청, 정부종합청사, 국립현대미술관이 여기에 있다. 지금 거론되는 용산은 임진왜란 때 왜군 주둔, 일제(日帝) 때 조선군사령부, 그리고 주한미군 기지가 있었다는 외세(外勢)의 상징성이 너무 강하다.
2. 좋은 건물을 새로 지어서 옮기는 것이 맞다. 백악관, 엘리제궁, 크렘린궁 등이 보여주듯이 대통령궁은 그 나라의 대표적 건물이어야 한다. 있는 건물에 대통령부가 들어가는 것은 긴급할 때 임시처방으로 하는 일이다. 지금이 그런 때인가?
3. 광화문을 꺼리는 이유로 경호상의 문제를 대는데 그렇다면 청와대에 그냥 있는 것이 낫다.
4. 대통령부를 옮기는 것은 작은 천도이다. 공론화 과정이 필요한 이유는 그 상징성이 크다는 점 때문이다. 대한민국만이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국가고 민족사의 정통국가라는 상징성이 졸속 이전으로 훼손되면 불길한 일이 생길지 모른다. 구청 옮기는 식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5. 윤석열 당선인이 국민들에게 보여주기 식으로 이 중대한 일을 결정한다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이다. 권력자의 허영은 비싸게 계산된다.
청와대 사정도 모르고 졸속 결정
2022년 3월 18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반대의견을 발표했다.
〈청와대 이전, 충분히 검토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는 아닙니다. 어떤 연유로 지금의 청와대를 단 하루도 이용하지 않는다는 것인지 납득이 되질 않습니다. 국정 운영 초기에 대통령님과 함께 광화문 이전을 검토했던 한 사람으로서 주제넘지만 조언을 드립니다.
우선 모든 조건이 완비된 청와대에서 업무를 시작하는 것이 순리입니다. 지금의 청와대는 물리적으로 예산 낭비할 일이 없고 대통령이 여민관 집무실을 사용하고 있어서 비서실장은 30초, 안보실장을 비롯한 수석급 이상 전원이 1분30초면 대통령 호출에 응대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청와대 이전을 위한 기구를 정식으로 구성하면 됩니다. 지금처럼 국가 안보 시스템의 핵심인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를 이전하는 데 따른 대책도 없이, 갑자기 광화문에서 용산으로 바꾸는 데 대한 의견 수렴도 없이, 심지어는 예산 편성도 없이(예비비는 쌈짓돈이 아닙니다) 그냥 밀어붙이는 것은 어느 모로 보나 이해할 수 없습니다.
용산을 포함하여 차제에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해 지방으로 이전하는 안까지 충분한 검토를 시키고 현 정부에서 검토했던 내용도 참고하고 정식으로 예산도 편성하여 국가 중대사에 걸맞은 집행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급히 결정해야 할 다른 이유가 없다면 ‘국민과 함께’ 민주적인 절차를 밟아나가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2022년 3월 20일 윤석열 당선인은 기자회견을 통하여 국방부 청사로 옮기겠다는 발표를 했는데 상황에 대한 오판(誤判)이 있었다. “현재 청와대는 본관과 비서동이 분리되어 있어 대통령과 참모의 소통이 원활하지 못했습니다”는 대목인데, 문재인 대통령은 비서들이 근무하는 여민관 내 집무실을 사용, 소통에 불편이 없었다.
당선인은 “용산 대통령실의 1층에 프레스센터를 배치해 수시로 언론과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고 약속했지만 허언(虛言)이 되었다. 그는 “일단 청와대 경내로 들어가면 제왕적 권력의 상징인 청와대를 벗어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라고 했지만 졸속 이전 자체가 그 어떤 제왕적 대통령도 하지 못한 방식이었음을 지적한 언론은 없었다.
홧김에 낸 의견 광고
나는 2022년 3월 20일 《문화일보》에 내 돈으로 의견 광고를 내고 비판했다.
〈“제왕적 권력의 상징인 청와대를 국민께 돌려드리겠다고 약속드렸습니다”는 말을 강조하셨는데 청와대는 대한민국 민주 발전의 사령탑이었습니다. 부분적으로 제왕적 요소는 없지 않았지만 지난 70여 년 한국 현대사 중심부를 이렇게 총체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사실에도 맞지 않고 일종의 선동입니다. 제왕적 권력의 상징은 주석궁이지 청와대가 아닙니다.
국민들이 청와대를 돌려달라고 시위를 한 적이 있습니까? 분단 현실에 비추어 청와대의 특수한 처지를 양해하고 참아왔지 않습니까?
광화문과 용산의 차이는 너무나 큽니다. 광화문은 조선조와 대한민국의 민족사적 정통성이 뿌리내린 곳이고 한반도 전체의 중심입니다. 대통령 집무실이 이곳을 떠나면 역사성을 잃게 됩니다. 외세와 병영의 이미지가 너무나 강한 용산은 민족사의 흐름에 맞지 않습니다.
국방부는 국방 용도로 지은 건물입니다. 이를 대통령 집무실로 쓰는 것은 변칙적 용도 변경으로서 국격에 맞지 않습니다. 시간에 쫓기며 한 추진 과정에서 군인들, 건축가, 교양인, 역사학자들의 의견이 반영된 흔적이 없습니다. 대통령 집무실 청사는 대한민국과 함께 운명을 같이해야 할 역사적 건물인데 어떻게 임시정부 청사 마련하듯 합니까?
무슨 이유를 대든 이렇게 무리를 한 이유는 윤 당선인이 후보 시절에 별생각 없이 한 말을 물리면 체면에 손상이 된다고 (생각하여) 밀어붙인 것 아닙니까? 이런 태도가 진짜 제왕적 권력의 행태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까?
국군통수권자가 되실 분이 국군장교단을 이렇게 무시해도 됩니까? “한 달 안으로 짐 싸서 나가라”는 식인데 입이 있어도 “역시 군대 안 갔다 온 대통령답다”는 말은 못 하게 되어 있는 그들로부터 가슴속 존경을 받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9·11 테러 때 펜타곤 안에 백악관이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생각해본 적이 있습니까? 국가 지휘자인 대통령과 국방 지휘자인 국방부 장관이 붙어 있을 때 김정은이 미사일, 장사정포, 핵무기로 때리면 동시에 무력화되는데 이런 위험성은 고려했습니까? 세계 어느 나라도 두 기능을 모아놓진 않습니다. 합참의장 출신 11명이 반대한 일입니다. 김정은이 좋아할 일을 왜 서둘러 합니까?
5년 뒤 어느 대통령 후보가 “윤석열 대통령 집무실도 제왕적 권력의 상징이고 국격에 맞지 않는다”면서 이전이나 신축 공약을 내지 않는다는 자신이 있습니까?
저는 기자 생활 52년째인 해방둥이로서 경험상 권력자가 허영과 오만에 빠지면 예외 없이 끝이 좋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언할 수 있습니다. 윤석열 당선인께서는 역사 앞에 겸손하셔서 선거유세 때 그토록 강조했던 공정과 상식을 실천한 대통령으로 기록되기를 기원합니다.〉
“누가 청와대를 돌려달라고 했나”

2022년 3월 20일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설계자인 건축가 유춘수(柳春洙) 선생이 건축가로선 거의 유일하게 반론 글을 발표했다.
〈저는 대한민국의 자존심의 얼굴이 되어야 할 대통령 청사를 저 볼품없고 상징성과 역사성과 기능성과 장소성 모두 최상이라고 할 수 없는 국방부 청사를 영구적으로 대체한다는 것은, 건축가의 한 사람으로 분명 승복하기 어렵습니다. 급히 서둘러 상황을 악화시킨다는 속담에 이만한 표현은 없습니다. ‘언 발에 오줌 누다’… 제발 동상의 후유증이 없길 빌고 빕니다!〉
지금 국방부 장관인 김용현씨는 윤석열 후보의 경호를 맡았었고 당시엔 대통령실 이전의 책임자였는데 2022년 3월 21일 TBS 라디오 〈신장식의 신장개업〉에 나와 당선인의 심경을 이렇게 전했다.
“대통령 당선인께서 회의석상에서 하신 말씀이십니다. 청와대, 나도 들어가서 편안하게 하고 싶다, 거기 들어가면 얼마나 좋으냐. 눈치 안 보고 내 마음대로 누가 뭐라 하는 사람 없고 나도 그러고 싶다. 그러나 그게 아니다. 정말 국민을 위하고 국가를 위한다면 그게 아니고 내가 불편하더라도 나와야 된다. 왜 그러냐. 내가 편하면 그게 바로 국민의 감시가 없어지고 국민의 눈에 띄지 않으면 거기서부터 불통이 나오는 것이고, 거기서부터 부정부패가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국민들께서 내가 근무하는 모습을 보실 수 있도록 아예 해달라 해서 용산으로 가셔서 공원을 앞에 만들고 거기서 대통령 집무실을, 그 국민들께서 마음대로 들어오셔가지고 쳐다보게 만들고 그게 결국은 대통령이 함부로 못 하게 하는 견제 행위라는 겁니다.”
그는 현재 역대 대통령들 가운데 기자회견 횟수가 가장 적다는 신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2022년 3월 23일 《동아일보》 송평인 논설위원은 칼럼에서 “누가 청와대를 돌려달라고 했나”라고 비판했다. 그는 “미사일 시대인 지금 산들에 둘러싸인 청와대야말로 분단국가 대통령이 입지할 최적의 장소… 대통령들의 불운은 청와대가 흉지여서가 아니라 자신들이 잘못해서다”라고 했다.
대통령 당선인이 ‘졸속 용산 결정’에 괜히 국민을 들먹인다며, 국민 다수 여론은 용산 이전 반대니 문재인 대통령의 협조 거부를 몽니로 여기지 말고 심사숙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요지였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서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는 말을 반복적으로 듣는 게 불편하다. 국민은 대통령에게 제왕적 통치에서 벗어나라고 했지, 청와대를 돌려달라고 한 적이 없다. 그가 국민을 들먹이며 스스로 안 들어가겠다고 한 것이지 국민이 요구한 것이 아니다”라며 “청와대가 공원이 되지 않아도 그 일대는 충분히 좋다. 경복궁 담벼락을 따라 청와대 정문 앞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길은 서울 최고의 산책길 중 하나다. 성곽길을 따라 청와대 뒤편 북악산으로 오르는 길도 잘 조성돼 있어 굳이 경복궁역에서 출발해 청와대를 (관)통해 올라갈 필요도 없다”고 했다.
“승효상·유홍준씨 등 문재인의 친구들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청와대 흉지(兇地)론을 들먹였다. 청와대 옛 본관이 있던 수궁 터는 예부터 길지(吉地)로 꼽힌다. 그래서 일본의 조선총독이 그곳에 관저를 지었다. 대통령 개인과 달리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발전했다. 길지여서 그랬을 것이다.”
‘상머슴’으로 뽑히자마자, ‘새 집’ 요구
2022년 3월 25일 최보식 기자(전 《조선일보》 선임기자)도 비판에 가세했다.
〈당선 직후 이를 ‘국정 제1과제’로 만든 것은 윤 당선인의 중대한 실책이었다. 새 정권을 준비하고 국민들에게 희망을 줘야 할 가장 중요한 시기에 모든 이슈들이 여기에 파묻혔다. 용산 이전 찬반에 대해 온갖 주장과 풍수설, 음모론, 이념적 갈등이 난무하는 가운데 여론조사 결과까지 나와 기름을 붓고 있다.〉
그는 “이런 상황은 윤 당선인의 ‘오기’가 자초한 것”이라면서 “대체 본인이 일할 집무실이 무엇이 그리 급한가. ‘상머슴’으로 뽑히자마자, ‘새 집’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머슴이 그래도 되는가. 이미 주인이 정해놓은 그 ‘집’에 들어가면 될 일이다”고 했다. 그는 “청와대 자리는 국민의 땅이 아니었던 적이 없다. 돌려주고 말고 할 곳이 아니다. 국민들이 언제 청와대를 돌려달라고 한 적이 있나. 그러니 국민들에게 돌려주기 위해 청와대를 이전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당선인처럼 ‘나는 폐쇄적이고 제왕적 대통령제를 상징하는 그 공간에 들어가기 싫으니 다른 곳에 집무실을 마련하겠다’고 하면, 다음 대통령은 ‘나는 윤석열 대통령이 옮겨온 용산 집무실은 싫고 세종시에 집무실을 마련하겠다’고 나올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윤 당선인은 ‘혁명’을 한 게 아니다. 0.7%포인트 표차로 당선된 5년짜리 대통령에게 국민적 합의 없이 대통령 집무실을 옮길 권한이 주어지지 않았다.〉
최보식 기자는 이렇게 끝냈다.
〈윤 당선인은 청와대로 들어가라. 누구 말대로 ‘귀신’ 나오는 곳 아니다. 이런 집무실 타령으로 임기도 시작하기 전에 국민 분열을 초래하면 안 된다. 그리고 5년 금방 지나간다.〉
그런 식으로 의료 개혁 한다고 하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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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택 서울대 교수. 사진=조선DB |
그 무렵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조선일보》 칼럼에서 “‘내가 결정했으니 그대로 가자’는 식으론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취임 첫날 새로운 공간에서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고 싶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렇게까지 하면서 굳이 차별화하려고 할 필요가 있을까. 정권 교체가 바로 차별화를 상징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발표에 더욱 주목했던 것은 어쩌면 이것이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 스타일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누가 봐도 부작용이 불가피해보이는 용산으로의 조기 이전 결정에 대해 주변에서 말리거나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은 없었을까. 소통을 강조하는 당선인이지만 지금으로서는 국민과의 소통에 앞서 주변과의 소통이 더 중요해보인다. 대선에서 승리한 것이 끝이 아니라 이제부터가 진짜 정치의 시작이다.〉
강 교수의 우려는 시간이 지나니 현실이 되었다. 윤 대통령은 청와대 이전 식으로 이른바 의료 개혁을 밀어붙였다가 의료 대란을 일으켰다. 참모들이나 언론이 청와대 이전을 말렸다면 의료 대란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청와대 이전은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을 잠식하고 들어갔다. 한국 갤럽이 2022년 3월 넷째 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청와대 집무실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53%, ‘용산으로 집무실을 이전하는 것이 좋다’ 36%로 나타났다. 10%는 의견을 유보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앞으로 5년 동안 대통령으로서의 직무를 잘 수행할 것으로 보는지, 잘 못 수행할 것으로 보는지에 대해서는 55%가 ‘잘할 것’, 40%가 ‘잘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으며 이외는 의견을 유보했다. 전임 대통령들의 당선 2주 이내 즈음 직무수행 긍정 전망은 80% 내외였다. 2007년 12월 이명박 당선인은 84%, 2012년 12월 박근혜 당선인은 78%,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은 87%였다.
자식에게도 이렇게는 하지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은 청와대 이전이 가장 큰 원인이 되어 낮은 지지율로 출발했고, 2022년 여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몰아내는 과정에서 젊은 층과 중도층이 이탈, 20%대를 찍었고, 총선 직전 잠시 올랐다가 의료 대란으로 총선에서 참패한 직후 다시 20%대로 떨어져 오늘과 같은 위기를 불렀다. 이 3대 실책의 공통점은 정보 판단의 오류와 무모한 밀어붙이기인데 쉽게 말하면 자기 객관화를 하지 못하였다는 이야기다.
2022년 4월 윤석열 대통령은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하면서 용산 대통령실 이름을 ‘People’s House’로 짓고 싶다고 했다. People’s House는 제정(帝政) 러시아에서 만들어진 개념이고 이게 서유럽에 퍼졌는데 거의가 좌익 운동, 노동자 운동, 공산주의자 운동과 연관되는 개념이다. 대통령실 이름을 공모하더니 발표도 하지 않고 흐지부지, 지금껏 이름 없는 존재가 되었다. 아기가 태어난 지 3년이 되어도 부모가 이름을 지어주지 않고 “아가야”라고만 부르고 있으니 그도 속으론 아기의 장래를 비관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2022년 4월 박찬주 예비역 대장은 윤석열 당선인에게 띄운 공개장을 발표했다.
이런 식으로 군대를 다루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다는 내용이었다. 군에 대한 군통수권자의 예의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아무리 부모라 해도 자식이 살고 있는 집을 예고도 없이 나가라고 한다면 그것이 자식에 대한 부모의 예의일까요”라고 묻기도 했다.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문제는 지금 계획과는 반대의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먼저 수방사를 남태령 지역 내에서 재배치해야 합니다. 근무와 생활에 불편함이 없도록 재배치한 후 그곳에 합참 신청사를 구축하여 합참의 기능을 완비해야 합니다. 그런 다음 국방부를 현재의 합참 위치로 이전하고 국방부와 합참의 안정적인 임무수행 태세가 검증된 후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옮겨야 합니다.〉
그는 군통수권자이기 때문에 군을 마음대로 다루어도 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한 강군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 무렵 용산 대통령실을 다녀온 언론사의 한 간부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도무지 국격(國格)에 맞지 않는 건물이란 생각이 확 들었습니다. 구청 건물 수준이라고 할까요.”
윤석열 대통령의 청와대 이전 논리는 공간이 의식을 결정한다는 것이었다. 이를 적용하면 이런 볼품없는 공간에서 일하면 대통령이 구청장처럼 행동하게 된다는 게 된다.
이태원 사고의 원인과 용산 이전
2022년 6월 10일 윤석열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비공개 오찬 회동을 했다. 한 참석자는 《조선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건희 여사가 개방된 청와대를 뒤늦게 둘러본 뒤 ‘미리 봤으면 우리도 청와대에 그대로 있자고 했을 것 같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한다”라고 했다. 김건희 여사는 5월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KBS1 TV 〈열린음악회〉를 관람한 뒤 청와대 내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 등을 둘러봤다는 것이다.
김 여사는 “여기가 이렇게 좋은 줄 몰랐다. 알았다면, 만약 여기 와서 잠시라도 살았다면 청와대를 나가기 굉장히 어려웠겠다”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에 윤 대통령은 “속으로 ‘아, 안 보여주길 잘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이런 요지의 말을 했다고 전했다.
“저는 과거에 관저 식당에서 식사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청와대가 얼마나 좋은지 알았다. 여기에 한 번 들어오면 못 나간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처음부터 청와대에 안 들어가고 바로 집무실 이전을 추진했다.”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 골목에서 150명 이상이 압사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그해 12월 5일 열린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한 김진표 당시 국회의장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상민 장관이 정치적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하는 게 옳다”고 했다고 한다. 그랬더니 윤 대통령은 “이태원 참사에 관해 지금 강한 의심이 가는 게 있어 아무래도 결정을 못 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 의장이 그게 무엇인지 물었더니 대통령의 설명은 의외였다고 최근 발간한 회고록을 통해 공개하였다.
설명의 요지는, “이 사고가 특정 세력에 의하여 유도되고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럴 경우 이 장관을 물러나게 하면 그것은 억울한 일이다”였다고 한다. 김 의장은 “나는 속으로 깜짝 놀랐다. 극우 유튜버의 방송에서 나오는 음모론적인 말이 대통령의 입에서 술술 나온다는 것을 믿기 힘들었다. 그런 방송은 보지 말라고 말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지만 꾹 참았다”고 썼다. 대통령실은 이 주장에 대하여 왜곡된 것이라며 “대통령은 당시 언론에서 제기된 다양한 의혹을 전부 조사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고 해명했다.
법원은 지난 9월, 2022년 10·29 이태원 사고에 있어 ‘국가 기관의 책임’을 묻는 첫 판결에서 용산경찰서 관계자들에게 실형을 선고하며 ▲경비 대책을 수립하지 않았고 ▲정보 기능을 핼러윈 현장에서 배제했으며 ▲범죄 단속에만 치중한 치안 대책을 수립했다고 짚었다. 다만 재판부는 참사 당일 이태원에서 정보·경비 기능이 부재(不在)했던 배경으로 “사고 당일 관할 내 대규모 집회·시위가 예정돼 있어 용산구의 치안을 책임지는 용산경찰서로서는 집회·시위 대비와 핼러윈 데이의 질서 유지를 모두 담당하게 됨으로써 경찰력을 실효적으로 운용하는 데 어느 정도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대통령실이 용산으로 이전하고 용산서가 집회·시위 대응에 집중하는 연쇄 효과로 핼러윈 데이 안전 유지에 구멍이 생긴 측면도 있다고 본 것이다.
대통령 관저 공사는 부실·부정투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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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실을 옮긴 후에도 청와대 영빈관과 상춘재를 자주 이용했다. 사진은 2023년 5월 12일 상춘재에서 국회의장단과의 만찬 모습이다. 사진=대통령실 |
한 대변인은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하고 청와대를 전면 개방해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더니 한 달의 절반 가까이를 대통령이 사용한 것”이라며 “무책임한 대통령 때문에 집무실 이전은 아무런 효용을 거두지 못하고 안보 공백과 국민 불편만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모든 시스템을 갖춘 청와대를 버린 대가는 막대한 혈세 투입으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국민 소통이라는 취지도 대통령의 불통 행보로 퇴색된 지 오래”라고 했다.
2024년 9월 감사원은 집무실 및 관저 이전 공사와 관련한 감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동아일보》가 사설로 ‘복마전’이라고 표현할 만큼 총체적인 비리가 드러나 고발, 징계 조치 등이 이뤄졌다. 하지만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가 가장 중요한 보안 시설이란 점에서 문제를 깊게 따진 언론이나 정당은 없었다. 감사원이 대통령 비서실에 통보한 〈대통령 관저 보수 공사 관리 감독 업무 부당처리〉 공문엔 이런 대목이 있다.
〈공사 감독자가 공사 총괄 담당인 대통령실 김 모 비서관에게 업무 부담으로 공사 현장 방문을 자주 할 수 없는 사정을 토로하였으나 “현실적으로 인원을 더 투입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전문성을 가진 직원은 당신뿐이니 업무를 잘 해보라”는 취지로만 답변하며 업무 조정에 대한 노력을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관저 보수 공사 업무를 총괄하는 책임자로서 담당 직원이 공사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거나 직접 공사 현장을 방문하여 점검하는 등 다른 관리 감독 방안을 마련하지 않았다. 공사를 수행한 총 26개 업체 중 19개 미등록 (무면허) 업체가 공사를 진행하는 등 관련 법령을 위반한 시공에 대한 통제는 이뤄지지 않았다.〉
신설 대통령 관저엔 과연 도청 장치가 설치되지 않았을까?
감사원의 통보서는 “김 비서관이, 공사를 신속히 추진한다는 데에만 중점을 두고 법령상 절차와 다르게 추진된 관저 보수 공사 과정에서 발생한 여러 문제점을 면밀히 관리하지 않고 실무자에게 맡겨두는 등 총괄 책임자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고, 이에 관저와 같은 주요 국가 시설 공사에 자격이 없는 업체가 참여하거나 사후 책임 소재 확인 등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발생하게 되었다”고 했다.
줄이면 청와대 대통령실 졸속 이전으로 관저 공사에 무허가 회사들이 무더기로 참여, 부실 및 불법 공사가 전면적으로 이뤄졌는데 보안에서 문제가 발견되더라도 책임 소재를 가리기 어렵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이에 대하여 김 당시 비서관은 “사업의 속도감을 고려하고 주(主) 시공 업체를 신뢰함으로 인해 섭외된 협력 업체에 적정 자격이 있는지를 꼼꼼히 확인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주 시공 업체는 김건희 여사와 친분이 있다는 ‘21그램’을 가리킨다.
이 통보서엔 아주 예민한 지적이 있다.
〈통신 공사의 경우 미등록 전기 공사 업체가 공사를 수행하였는데도 이에 대한 통제 역시 이뤄지지 않았다.〉
청와대 이전을 찬성했던 사람들 중 일부서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청와대로 들어가기 싫어한 이유가 청와대에 북한이 깔아놓은 도청망이 있을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란 이야기를 퍼트리기도 했었다. 그렇다면 감사원이 확인한, 전면적 부실 공사를 한 대통령 관저는 안전할까, 이게 정말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