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가지 탄핵 사유, 단 하나도 적법한 게 없다”(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
⊙ “尹 탄핵 청문회는 위법, 국회가 직권 남용하는 것”(배보윤 전 헌법재판소 공보관)
⊙ “일종의 정치 공세, 탄핵이 관철될 수 있다는 생각은 아닐 것”(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尹 탄핵 청문회는 위법, 국회가 직권 남용하는 것”(배보윤 전 헌법재판소 공보관)
⊙ “일종의 정치 공세, 탄핵이 관철될 수 있다는 생각은 아닐 것”(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강득구(오른쪽부터), 김준혁 더불어민주당 의원,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 등은 7월 3일 국회에서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 김은진 촛불행동 공동대표 등과 함께 ‘윤석열 탄핵 국민청원 100만 돌파 보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뉴시스
“언급할 가치도 없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를 추진하는 데 대해 허영(許營)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는 “법률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정치적 주장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강유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지난 7월 14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즉각 발의해달라는 국민 청원이 140만 명을 넘었다”며 “청문회에서 국민을 향해 무죄와 무혐의를 입증하면 된다”고 대통령실을 압박했다.
앞서 야당(민주당·조국혁신당)은 7월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전체회의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 청원에 대한 청문회’ 개최를 단독 의결했다. 김건희 여사와 그의 모친 등 39명을 증인으로, 7명을 참고인으로 채택했다. 민주당은 이날 청문회 실시 계획에 대해 ▲7월 19일 해병대원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 ▲7월 26일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연루 의혹 및 명품 가방 수수 의혹을 주제로 열겠다고 밝혔다. 윤종군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법사위의 청문회 개최와 증인 채택은 국민의 명령에 따른 것”이라며 “이번 청문회는 검찰이 부르지 않으니 국회가 대신 부른 것”이라고 청문회 취지를 밝혔다.
이번 청문회의 근거는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즉각 발의 요청에 관한 청원’이다. 청원 동의 기간은 6월 20일부터 7월 20일까지다. 7월 14일 오후 3시33분 기준, 이 청원 동의자 수는 141만4735명이다. 청원은 법사위에 회부된 상태다.
하지만 ‘대통령 탄핵’이라는 헌법상 중대사에 대해, 법리적 검토보다 여론을 앞세워 밀어붙일 수는 없다는 게 헌법학계 지적이다.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배보윤 전 헌법재판소 공보관은 지난 7월 1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번 논란에 대해 ‘법적 다툼보단 정치 공세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또 현재 상황만 놓고 볼 때, 법리상 윤 대통령 탄핵 가능성은 낮다고 관측했다.
국민 청원 속 5가지 탄핵 사유
먼저, 청원에 등장하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사유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민주당이 제시한 이번 청문회의 취지, 그리고 다루는 주제 역시 이 청원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청원의 내용엔 “윤석열 탄핵 5가지 대표 사유”라며 ▲해병대원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 ▲김건희 여사 뇌물수수, 주가 조작, 양평고속도로 노선 조작 의혹 ▲대북 강경 대응으로 인한 전쟁 위기 고조 ▲일본 징용공 문제 관련, 대법원 판결 부정 ▲일본 후쿠시마 처리수 해양 투기 방조 등이 적시돼 있다. 하나하나 따져보기로 한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게 ‘이 5가지 탄핵 사유가 법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를 물었다.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전부는 아니고, 일부는 해당 사항이 아닙니다. 헌법 제65조는 ‘(대통령의) 직무 집행과 관련하여 헌법이나 법률에 위배되었을 때’를 탄핵 요건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직무 집행이라는 얘기는 결국 대통령 직(職)에 오른 다음이지, 그 전을 뜻하는 건 아니거든요. 그건 헌법재판소 판례에서도 확인되는 것이고요. 그렇다면 도이치모터스 사건의 경우는 해당 사항이 아닙니다.”
― 명품 가방 수수 의혹의 경우는 어떤가요.
“그건 윤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니까 다른 관점에서 얘기해야겠죠. 그 사안은 ‘헌법이나 법률에 위배되었을 때’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 윤 대통령이 당사자가 아니라서 그렇군요.
“당사자도 아닐뿐더러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도 그것에 대해선 법적으로 제재 조항이 없거든요. 그건 국민권익위원회에서도 확인을 한 바 있습니다.”
앞서 권익위는 7월 9일 김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해 ‘대통령과 그 배우자 등의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 신고 사건 의결서’를 공개, 이 사건을 수사기관에 이첩하지 않고 종결하겠다고 밝혔다. 이 사건에 대해, 권익위는 사상 처음으로 의결서까지 공개했다. 권익위는 “청탁금지법은 기본적으로 공직자를 규율하는 법”이라며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 없는 경우, 공직자 배우자의 금품 수수에 대해서는 제한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결정은 청탁금지법상 제재 규정이 없는 공직자 배우자에 대해서는 헌법의 죄형법정주의에 따라 제재할 수 없으므로, 처벌을 전제로 한 수사 필요성이 없어 종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일한 쟁점, 수사 외압 의혹
― 그렇다면 위 5가지 탄핵 사유 가운데 법리적 다툼이 있을 법한 걸 꼽자면 몇 가지가 있을까요.
“채상병(해병대원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 사건 하나뿐입니다. 후쿠시마 원전(처리수 방류 방조)이나 대북 확성기 재개도 위헌, 위법이라고 볼 수가 없거든요.”
― 해병대원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은 윤 대통령 탄핵과 관련하여 헌법 제65조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나요.
“외압과 관련해서 불법이 있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면 그렇죠. 그런데 이 문제가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 사건에 대해 1차 경찰 수사에선 특별한 문제점이 없다고 얘기를 했었고, 이 사건과 관련하여 특검을 할지 말지는 모르겠지만 특검을 해서 새로운 사실이 발견이 된다고 하더라도 그게 대통령을 파면시킬 정도의 ‘중대한 사안’인지를 따지는 건 또 다른 문제거든요. 헌법재판소에서 확립된 판례에 따르면 ‘탄핵소추 대상을 파면시킬 정도’의, 즉 작은 불법으로는 안 되고 중대한 불법이 있어야만 탄핵을 인용할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 그래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당시 위법의 경중(輕重)을 따졌던 것이군요.
“그렇죠.”
헌법재판소는 2004년 5월 14일 ‘대통령 노무현 탄핵(2004헌나1)’ 사건을 판단하면서 대통령의 탄핵 사유를 명확하게 확립해놓았다. 헌법재판소는 이때 “헌법재판소법 제53조 제1항의 ‘탄핵심판청구가 이유 있는 때’란, 모든 법 위반의 경우가 아니라, 단지 공직자의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한’ 법 위반의 경우를 말한다”고 판시했다. 그 이유에 대해 “직무 행위로 인한 모든 사소한 법 위반을 이유로 파면을 해야 한다면, 이는 피청구인의 책임에 상응하는 헌법적 징벌의 요청, 즉 법익형량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설명했다.
“5가지 탄핵 사유, 적법한 게 하나도 없다”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에게 같은 질문을 했다. 한국공법학회 회장과 헌법재판연구소 이사장 등을 지내고 수많은 헌법 교과서를 낸 허 교수는 7월 6일 《법률신문》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탄핵은 본질적으로 보충적이고 최종적인 책임 추궁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 국회 국민 청원에 기재된 윤 대통령 탄핵 사유 5가지는 적법한가요.
“단 하나도 적법한 게 없습니다. 이 사유들은 모두 대통령의 정책적 판단에 따른, 고전적 이론에 따르면 이른바 ‘통치 행위’에 속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대통령의 통치 행위는 탄핵 사유가 되지 않습니다.”
― 해병대원 순직 사건 외압 의혹의 경우는 어떤가요.
“외압 의혹이죠. 그건 의혹에 불과하고, 의혹만으로 탄핵을 할 순 없는 겁니다. 헌법에도 분명히 (탄핵 사유에 대해) ‘대통령이 직무 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라고 하잖아요. 그러니까 위배한 때지, 위배 의혹이 있다고 해서 탄핵할 수 없어요. 그리고 헌법재판소는 그런 경우에 더 엄격히 해석해서 ‘중대한 위헌, 위법 행위’가 있어야 탄핵 요건이 된다고 판결해왔습니다. 그런 헌법 취지에 비추어 보나, 헌법재판소의 일관된 판시에 비추어 보나 그 5가지 사유는 어느 하나도 탄핵 사유가 되지 않습니다.”
― 국회에서 윤 대통령 탄핵소추가 의결돼 법리적 다툼이 시작된다고 가정하면, 헌법재판소가 인용할 가능성은 얼마나 됩니까.
“0%도 없습니다. 세간에서 아무리 헌법재판관 성향을 보수, 진보로 나눈다고 해도 법리적으로 불가능하니까요.”
야권에서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탄핵 근거로 드는 데 대해선 “법률에 따른 정당한 비판이 아니라, 정치적 주장에 불과하다”며 “언급할 가치가 없다”고 일축했다.
배보윤 전 헌법재판소 공보관에게도 같은 질문을 했다. 배 전 공보관은 “지금 국민 청원에 나온 탄핵 사유를 가정해서 말씀드릴 수가 없다”면서도 “국민 청원은 (국회에서) 탄핵발의를 할 때 법적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치적 책임 묻는 절차 아니다
청원 얘기로 돌아와서, 이 청원 서두에 기재된 취지는 윤 대통령의 위법 행위가 있었는지를 문제 삼는 게 아니라, 이른바 ‘실정(失政)’을 질타하는 내용이 주(主)를 이룬다. 그 취지를 있는 그대로 전하기 위해 원문을 옮겨왔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대한민국은 총체적인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대북 전단 살포 비호,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 등 남북 관계는 충돌 직전의 상황입니다. 채해병 특검, 김건희 특검 등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민주주의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윤석열은 대통령의 권력을 본인과 김건희의 범죄를 덮기 위한 방탄용으로 행사하고 있습니다.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로 민생경제가 파탄 나고 국민들은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데도 윤석열은 민생예산을 삭감하고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주고 있습니다. 윤석열이 내놓는 고령화 대책, 저출산 대책도 한심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미국과 일본을 추종하는 사대(事大) 매국 외교로 국익은 훼손되고 외교적 고립은 심화되고 있습니다. 경제, 안보, 외교, 민생, 민주 등 대한민국의 모든 분야가 총파산하고 있습니다. 이미 윤석열의 탄핵 사유는 차고 넘칩니다. 총선에서 민심의 준엄한 심판을 받은 윤석열은 국정기조를 전환할 의지가 없습니다. 대한민국을 위기로 몰아가고 반성할 줄 모르는 윤석열을 더 두고 볼 수 없습니다. 심판은 끝났습니다. 22대 국회는 윤석열 탄핵소추안을 즉각 발의해야 합니다.〉
이처럼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비판을 주된 탄핵 사유로 들고 있다. 그러나 앞에서 본 바와 같이,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당시 헌법재판소는 ‘불성실한 직책 수행과 경솔한 국정 운영으로 인한 정국의 혼란 및 경제 파탄이 탄핵 심판 절차의 판단 대상이 되는지 여부’에 대해 ‘소극(해당사항 없음)’이라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배보윤 전 헌법재판소 공보관은 “정치, 경제적 실정(失政)의 경우, 탄핵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당시 판례가 명확하게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헌법, 법률상 중대한 위반이 당시 헌재가 제시한 탄핵 심사 기준”이라고 했다.
盧의 측근, 朴의 비선
반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2016헌나1)의 경우, 헌법재판소는 2017년 3월 10일 재판관 8인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탄핵이 인용됐다. 요지는 ‘비선(秘線)의 국정 개입’이다. 이는 소위 ‘국정농단’으로 일컬어진다. 국민 청원과 이를 근거로 한 민주당의 탄핵 공세도, 김 여사를 향해 ‘자격 없는 자에 의한 대통령 직무 개입’ 프레임을 씌우는 맥락으로 이어진다.
강유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7월 14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기승전(起承轉) 김건희 여사”라며 “모든 의혹의 중심에 김건희 여사가 있고 모든 부조리의 끝에도 김건희 여사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논란, 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 명품 백 수수 의혹, 여론 조작 댓글팀 운영 의혹, 임성근 전 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에 이르기까지 김건희 여사 연루 의혹은 결국 국정농단”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국정농단 의혹을 파헤치라는 국민의 뜻을 받들겠다”고 밝혔다.
국민 청원의 내용을 살펴보면, 윤 대통령 탄핵 사유 가운데 “윤석열·김건희 일가의 부정비리, 국정농단”이라고 적힌 항목엔 “김건희의 명품 뇌물 수수 사건, 새로운 증거들이 드러나고 있는 주가 조작 사건 등 윤석열·김건희 일가의 부정비리 혐의는 끝이 없다”고 적혀 있다.
앞서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당시에도 ‘대통령 측근의 권력형 부정부패와 관련하여 대통령의 법 위반이 인정되는지 여부’가 판단 대상에 들어갔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이에 대해서도 ‘소극(해당사항 없음)’이라고 판시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과 노 전 대통령의 ‘측근’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다른 판단을 내린 이유, 그리고 영부인이 여기에 해당되는지를 장영수 교수에게 물었다. 장 교수의 답변이다.
“(노 전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의) 핵심은, 측근의 비리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책임질 일은 아니다, 그건 본인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거죠. 말하자면, 우리가 얘기하는 자기 책임의 원칙. 자기 행동에 대해서 자기가 책임을 지는 거지, 남의 행동에 대해서 책임지는 건 아니라는 거죠. 그래서 연좌제도 헌법으로 금지하고 있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비서실장과 같은 법적 지위에 있는 사람의 비리가 있었거나 특별한 지시가 없었다면 그 당사자의 책임이 됩니다. 하지만 비선은 애초에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은 사람이 (대통령 직무와 관련해) 활동하게끔 대통령이 해줬다는 점에서 문제가 되는 거죠. 그러니까 측근 비리와는 성격이 다릅니다.”
김 여사의 국정농단?
― 김 여사에 대해 국정 개입 의혹에 대한 지적이 나옵니다.
“김 여사는 비선이라고 볼 수 없죠. 대통령 부인의 영향력(행사에 대한 비판)으로 얘기를 한다면 역대 대통령의 부인 가운데 크고 작은 영향력에 대한 논란이 없었던 사람이 누가 있습니까. 그건 솔직하게 김영삼 전 대통령이든, 김대중 전 대통령이든, 노무현 전 대통령 다 마찬가지입니다. 바로 직전 문재인 대통령의 영부인, 김정숙 여사도 마찬가지고요. 그런데 그런 부분은 다 제쳐놓고 김건희 여사만 가지고 이 문제를 얘기하는 건 맞지 않습니다. 다만 명백한 불법이 있었다면 그건 따져야죠. 그런데 지금 명품 가방 수수 의혹의 경우에도 명백한 불법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 사실관계가 보다 명확해지면 어떻습니까.
“명품 가방 수수 자체는 사실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를 김 여사 자신이 받으려고 했다기보다, 대통령이 전달받고 (대통령이 자기 지위를 이용해서) 그에 따르는 반대급부를 부여했다고 연결이 돼야 (대통령의 직무상 위법에 해당) 하겠죠. 그렇기 때문에 도의적인 문제가 제기될 수 있고, 윤 대통령도 이에 대해 책임져야 하지 않겠냐는 얘기가 나올 수 있지만 법적 책임은 묻기 어려운 겁니다.”
― 다른 얘기가 되는 거죠.
“그렇죠. 정치적 책임과 법적 책임은 다른 것이지 않습니까.”
여론의 힘
아직 탄핵 얘기를 꺼내기엔 법적 근거가 충분치 않은 상태임에도 야권에서 탄핵 분위기를 조성하는 건 여론의 힘이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7월 9일부터 7월 11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자체 조사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 결과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대해 ‘잘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25%다. 반면 ‘잘못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68%다. 조사는 통신 3사가 제공한 가상번호를 이용해 무선전화면접 100%로 이뤄졌으며 응답률은 11.2%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참고하면 된다.
성한용 《한겨레신문》 선임기자는 7월 7일 이 신문 연재 코너에 자신의 칼럼을 게재했다. 그는 “최고위직 정치인이자 선출직 공직자인 대통령의 탄핵은 위헌·위법 정도보다는 민심의 향배로 좌우된다고 생각한다”고 썼다.
이에 대해 허영 석좌교수는 “민심이 어떻게 대통령 탄핵을 할 수 있느냐”며 “탄핵이라는 건 어디까지나 법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심이 어떻게 법적인 문제인가. 정치적인 문제일 뿐”이라고 분명히 했다.
장영수 교수는 “지금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낮은 건 사실”이라며 “하지만 그게 곧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생각하거나, 대다수 국민이 (탄핵에) 동의할 거라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라고 했다. 실제로 앞서 말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요 정당 지지도에선 더불어민주당이 30%, 국민의힘이 35%를 기록했다.
그러나 여론이 어찌 됐든, 탄핵은 오롯이 법적 절차와 판단에 의해서만 이뤄져야 한다고 헌법학자들은 말한다.
탄핵 진정성
배보윤 전 헌법재판소 공보관은 이번 탄핵 논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대통령 탄핵은 절차가 있습니다. 국회의원 몇 사람이 발의를 하고, 법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소추 의결하게 되면,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심판하는 거죠. 이게 유일한 (대통령 탄핵) 절차입니다. 그런데 현재 국회에서 윤 대통령 탄핵을 발의한 바가 없어요. 발의를 해야 소추 사유를 알 수 있는데 절차를 거친 게 아무것도 없어요. 그런 상황에서 이 부분을 논의할 필요, 논의할 실익이 없습니다. 논의할 대상이 아닌 거죠.”
― 헌법재판소는 법리보다는 여론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보시나요.
“여론이 헌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부분도 있습니다. 사회 변화 등에 의해 상황이 변할 경우, 새로운 판단을 하기 위해 여론을 응용할 수 있죠. 그래야 법 규범력도 유지되니까요. 하지만 정치적인 면에서, 사람들의 쏠림과 같은 부분에 영향을 받아서 헌법재판소가 판단을 한다면 헌재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한다고 볼 수 없죠.”
국회 의석 지형상 탄핵소추가 의결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민주당이 탄핵 군불을 때는 데 대해 “일종의 정치 공세지, 탄핵이 관철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장영수 교수는 “지금 여당이 (탄핵에) 동의할 리가 없고, (야당이) 탄핵소추 발의는 할 수 있어도 의결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장 교수는 “검찰청 폐지 법안과 같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게 뻔한 법안을 계속 내는 건 (정권을) 흔들기 위한 의도지, 실제로 관철될 수 있다는 생각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대통령 탄핵 논란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尹 탄핵 청문회, 위법일까
야당이 추진하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청원에 대한 청문회’가 위법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허영 교수는 “청원법을 보면, 청원 대상이 되지 않는 사건 중에 ‘수사 중인 사건’이 있다”며 “따라서 그 청문회는 청원법과 헌법을 어긴 위법한 청문회”라고 지적했다. 배보윤 전 헌법재판소 공보관은 “대통령 탄핵소추를 위해 청문회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다”고 주장했다. 배 전 공보관의 얘기다.
“헌법은 물론이고 국회법에도 그런 근거는 없습니다. 대통령 탄핵에 대해선 국민 청원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이 청문회는 위법입니다. 국회가 직권남용을 하고 있는 거죠. 탄핵을 전제로 청문회를 열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지금 법사위원장은 위법한 행위를 하고 있는 겁니다. 근거가 없습니다.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을 거쳐 헌재에서 탄핵 심판이 돼야만 대통령이 물러나게 됩니다. 내란죄 유죄가 확정되는 경우 이외엔 다른 절차가 없어요.”
― 국민의힘이 이번 청문회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 청구와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습니다.
“그건 맞는 겁니다. (이번 청문회는) 대통령 권한 침해가 될 수 있습니다. 또 권한이 없으면서 청문회를 하게 되면 국정 혼란이고요. 대통령 권한 행사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삼권분립을 침해할 수 있는 거죠.”
반면, 장영수 교수는 이와 다른 견해를 밝혔다. 장 교수는 “국회의 모든 위원회는 중요한 자기 안건과 관련해서 청문회를 열 수 있다”며 “청문회에 관한 일반 규정이 있고, 그것이 국회법 제65조”라고 설명했다. 국회법 제65조에 따르면 “위원회는 중요한 안건의 심사와 국정감사 및 국정조사에 필요한 경우 증인·감정인·참고인으로부터 증언·진술을 청취하고 증거를 채택하기 위하여 위원회 의결로 청문회를 열 수 있다”고 돼 있다.
“청문회에 김건희, 최은순 여사 증인 채택은 위법”
장 교수는 “이에 따라서 이것(윤 대통령 탄핵 안건)이 법사위원회의 중요한 안건이고, 위원회의 의결로 청문회를 연다고 하면 그걸 불법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며 “청문회 자체에 대하여 (권한쟁의심판 청구 및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한다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관측했다.
― 위원회와 관련이 있다고 하는 건, 재량의 폭이 너무 넓지 않나요.
“법사위가 법적인 문제에 대한 주관 위원회인 건 맞죠. 탄핵과 관련한 것을 법사위보다 다른 위원회에서 맡아야 한다고 말하기는 어렵죠.”
장 교수는 “다만 청문회에 김건희 여사, 그리고 모친 최은순 여사를 증인으로 채택하겠다는 건 위법”이라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한 설명이다.
“청문회법을 보면, 증언이나 감정 등에 관해서는 ‘국회에서의 증언 감정 등에 관한 법률’이라는 게 따로 있고, 그걸 적용하도록 돼 있거든요. 그런데 거기에서 다시금 형사소송법 제148조, 149조를 (청문회법상) 증언 거부에 대해서 적용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148조는 ‘본인이나 친족 관계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증언 거부’를 명시하고 있어요. 그러면 김건희 여사나 그의 어머니도 증언 거부권자가 돼요. 윤 대통령 탄핵에 관한 청문회인데 윤 대통령과 친족 관계에 있으니까요. 그런데 증언 거부를 할 수 있는 사람에게 강제로 증언을 시킨다면 불법이죠.”⊙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를 추진하는 데 대해 허영(許營)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는 “법률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정치적 주장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강유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지난 7월 14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즉각 발의해달라는 국민 청원이 140만 명을 넘었다”며 “청문회에서 국민을 향해 무죄와 무혐의를 입증하면 된다”고 대통령실을 압박했다.
앞서 야당(민주당·조국혁신당)은 7월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전체회의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 청원에 대한 청문회’ 개최를 단독 의결했다. 김건희 여사와 그의 모친 등 39명을 증인으로, 7명을 참고인으로 채택했다. 민주당은 이날 청문회 실시 계획에 대해 ▲7월 19일 해병대원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 ▲7월 26일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연루 의혹 및 명품 가방 수수 의혹을 주제로 열겠다고 밝혔다. 윤종군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법사위의 청문회 개최와 증인 채택은 국민의 명령에 따른 것”이라며 “이번 청문회는 검찰이 부르지 않으니 국회가 대신 부른 것”이라고 청문회 취지를 밝혔다.
이번 청문회의 근거는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즉각 발의 요청에 관한 청원’이다. 청원 동의 기간은 6월 20일부터 7월 20일까지다. 7월 14일 오후 3시33분 기준, 이 청원 동의자 수는 141만4735명이다. 청원은 법사위에 회부된 상태다.
하지만 ‘대통령 탄핵’이라는 헌법상 중대사에 대해, 법리적 검토보다 여론을 앞세워 밀어붙일 수는 없다는 게 헌법학계 지적이다.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배보윤 전 헌법재판소 공보관은 지난 7월 1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번 논란에 대해 ‘법적 다툼보단 정치 공세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또 현재 상황만 놓고 볼 때, 법리상 윤 대통령 탄핵 가능성은 낮다고 관측했다.
국민 청원 속 5가지 탄핵 사유
![]() |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진=조선DB |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게 ‘이 5가지 탄핵 사유가 법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를 물었다.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전부는 아니고, 일부는 해당 사항이 아닙니다. 헌법 제65조는 ‘(대통령의) 직무 집행과 관련하여 헌법이나 법률에 위배되었을 때’를 탄핵 요건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직무 집행이라는 얘기는 결국 대통령 직(職)에 오른 다음이지, 그 전을 뜻하는 건 아니거든요. 그건 헌법재판소 판례에서도 확인되는 것이고요. 그렇다면 도이치모터스 사건의 경우는 해당 사항이 아닙니다.”
― 명품 가방 수수 의혹의 경우는 어떤가요.
“그건 윤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니까 다른 관점에서 얘기해야겠죠. 그 사안은 ‘헌법이나 법률에 위배되었을 때’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 윤 대통령이 당사자가 아니라서 그렇군요.
“당사자도 아닐뿐더러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도 그것에 대해선 법적으로 제재 조항이 없거든요. 그건 국민권익위원회에서도 확인을 한 바 있습니다.”
앞서 권익위는 7월 9일 김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해 ‘대통령과 그 배우자 등의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 신고 사건 의결서’를 공개, 이 사건을 수사기관에 이첩하지 않고 종결하겠다고 밝혔다. 이 사건에 대해, 권익위는 사상 처음으로 의결서까지 공개했다. 권익위는 “청탁금지법은 기본적으로 공직자를 규율하는 법”이라며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 없는 경우, 공직자 배우자의 금품 수수에 대해서는 제한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결정은 청탁금지법상 제재 규정이 없는 공직자 배우자에 대해서는 헌법의 죄형법정주의에 따라 제재할 수 없으므로, 처벌을 전제로 한 수사 필요성이 없어 종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일한 쟁점, 수사 외압 의혹
![]() |
2004년 3월 12일 국회 본회의에서 박관용 의장이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소추를 선언하자 열린우리당이 책을 던지며 항의해 경호단이 이를 막고 있다. 사진=조선DB |
“채상병(해병대원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 사건 하나뿐입니다. 후쿠시마 원전(처리수 방류 방조)이나 대북 확성기 재개도 위헌, 위법이라고 볼 수가 없거든요.”
― 해병대원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은 윤 대통령 탄핵과 관련하여 헌법 제65조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나요.
“외압과 관련해서 불법이 있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면 그렇죠. 그런데 이 문제가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 사건에 대해 1차 경찰 수사에선 특별한 문제점이 없다고 얘기를 했었고, 이 사건과 관련하여 특검을 할지 말지는 모르겠지만 특검을 해서 새로운 사실이 발견이 된다고 하더라도 그게 대통령을 파면시킬 정도의 ‘중대한 사안’인지를 따지는 건 또 다른 문제거든요. 헌법재판소에서 확립된 판례에 따르면 ‘탄핵소추 대상을 파면시킬 정도’의, 즉 작은 불법으로는 안 되고 중대한 불법이 있어야만 탄핵을 인용할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 그래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당시 위법의 경중(輕重)을 따졌던 것이군요.
“그렇죠.”
헌법재판소는 2004년 5월 14일 ‘대통령 노무현 탄핵(2004헌나1)’ 사건을 판단하면서 대통령의 탄핵 사유를 명확하게 확립해놓았다. 헌법재판소는 이때 “헌법재판소법 제53조 제1항의 ‘탄핵심판청구가 이유 있는 때’란, 모든 법 위반의 경우가 아니라, 단지 공직자의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한’ 법 위반의 경우를 말한다”고 판시했다. 그 이유에 대해 “직무 행위로 인한 모든 사소한 법 위반을 이유로 파면을 해야 한다면, 이는 피청구인의 책임에 상응하는 헌법적 징벌의 요청, 즉 법익형량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설명했다.
“5가지 탄핵 사유, 적법한 게 하나도 없다”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에게 같은 질문을 했다. 한국공법학회 회장과 헌법재판연구소 이사장 등을 지내고 수많은 헌법 교과서를 낸 허 교수는 7월 6일 《법률신문》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탄핵은 본질적으로 보충적이고 최종적인 책임 추궁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 국회 국민 청원에 기재된 윤 대통령 탄핵 사유 5가지는 적법한가요.
“단 하나도 적법한 게 없습니다. 이 사유들은 모두 대통령의 정책적 판단에 따른, 고전적 이론에 따르면 이른바 ‘통치 행위’에 속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대통령의 통치 행위는 탄핵 사유가 되지 않습니다.”
― 해병대원 순직 사건 외압 의혹의 경우는 어떤가요.
“외압 의혹이죠. 그건 의혹에 불과하고, 의혹만으로 탄핵을 할 순 없는 겁니다. 헌법에도 분명히 (탄핵 사유에 대해) ‘대통령이 직무 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라고 하잖아요. 그러니까 위배한 때지, 위배 의혹이 있다고 해서 탄핵할 수 없어요. 그리고 헌법재판소는 그런 경우에 더 엄격히 해석해서 ‘중대한 위헌, 위법 행위’가 있어야 탄핵 요건이 된다고 판결해왔습니다. 그런 헌법 취지에 비추어 보나, 헌법재판소의 일관된 판시에 비추어 보나 그 5가지 사유는 어느 하나도 탄핵 사유가 되지 않습니다.”
― 국회에서 윤 대통령 탄핵소추가 의결돼 법리적 다툼이 시작된다고 가정하면, 헌법재판소가 인용할 가능성은 얼마나 됩니까.
“0%도 없습니다. 세간에서 아무리 헌법재판관 성향을 보수, 진보로 나눈다고 해도 법리적으로 불가능하니까요.”
야권에서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탄핵 근거로 드는 데 대해선 “법률에 따른 정당한 비판이 아니라, 정치적 주장에 불과하다”며 “언급할 가치가 없다”고 일축했다.
배보윤 전 헌법재판소 공보관에게도 같은 질문을 했다. 배 전 공보관은 “지금 국민 청원에 나온 탄핵 사유를 가정해서 말씀드릴 수가 없다”면서도 “국민 청원은 (국회에서) 탄핵발의를 할 때 법적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치적 책임 묻는 절차 아니다
청원 얘기로 돌아와서, 이 청원 서두에 기재된 취지는 윤 대통령의 위법 행위가 있었는지를 문제 삼는 게 아니라, 이른바 ‘실정(失政)’을 질타하는 내용이 주(主)를 이룬다. 그 취지를 있는 그대로 전하기 위해 원문을 옮겨왔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대한민국은 총체적인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대북 전단 살포 비호,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 등 남북 관계는 충돌 직전의 상황입니다. 채해병 특검, 김건희 특검 등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민주주의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윤석열은 대통령의 권력을 본인과 김건희의 범죄를 덮기 위한 방탄용으로 행사하고 있습니다.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로 민생경제가 파탄 나고 국민들은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데도 윤석열은 민생예산을 삭감하고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주고 있습니다. 윤석열이 내놓는 고령화 대책, 저출산 대책도 한심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미국과 일본을 추종하는 사대(事大) 매국 외교로 국익은 훼손되고 외교적 고립은 심화되고 있습니다. 경제, 안보, 외교, 민생, 민주 등 대한민국의 모든 분야가 총파산하고 있습니다. 이미 윤석열의 탄핵 사유는 차고 넘칩니다. 총선에서 민심의 준엄한 심판을 받은 윤석열은 국정기조를 전환할 의지가 없습니다. 대한민국을 위기로 몰아가고 반성할 줄 모르는 윤석열을 더 두고 볼 수 없습니다. 심판은 끝났습니다. 22대 국회는 윤석열 탄핵소추안을 즉각 발의해야 합니다.〉
이처럼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비판을 주된 탄핵 사유로 들고 있다. 그러나 앞에서 본 바와 같이,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당시 헌법재판소는 ‘불성실한 직책 수행과 경솔한 국정 운영으로 인한 정국의 혼란 및 경제 파탄이 탄핵 심판 절차의 판단 대상이 되는지 여부’에 대해 ‘소극(해당사항 없음)’이라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배보윤 전 헌법재판소 공보관은 “정치, 경제적 실정(失政)의 경우, 탄핵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당시 판례가 명확하게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헌법, 법률상 중대한 위반이 당시 헌재가 제시한 탄핵 심사 기준”이라고 했다.
盧의 측근, 朴의 비선
![]() |
2017년 3월 10일 오전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 발표문을 읽고 있다. 이 소장 대행이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는 주문(主文·결론)을 선고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21분이었다. 사진=조선DB |
강유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7월 14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기승전(起承轉) 김건희 여사”라며 “모든 의혹의 중심에 김건희 여사가 있고 모든 부조리의 끝에도 김건희 여사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논란, 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 명품 백 수수 의혹, 여론 조작 댓글팀 운영 의혹, 임성근 전 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에 이르기까지 김건희 여사 연루 의혹은 결국 국정농단”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국정농단 의혹을 파헤치라는 국민의 뜻을 받들겠다”고 밝혔다.
국민 청원의 내용을 살펴보면, 윤 대통령 탄핵 사유 가운데 “윤석열·김건희 일가의 부정비리, 국정농단”이라고 적힌 항목엔 “김건희의 명품 뇌물 수수 사건, 새로운 증거들이 드러나고 있는 주가 조작 사건 등 윤석열·김건희 일가의 부정비리 혐의는 끝이 없다”고 적혀 있다.
앞서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당시에도 ‘대통령 측근의 권력형 부정부패와 관련하여 대통령의 법 위반이 인정되는지 여부’가 판단 대상에 들어갔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이에 대해서도 ‘소극(해당사항 없음)’이라고 판시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과 노 전 대통령의 ‘측근’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다른 판단을 내린 이유, 그리고 영부인이 여기에 해당되는지를 장영수 교수에게 물었다. 장 교수의 답변이다.
“(노 전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의) 핵심은, 측근의 비리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책임질 일은 아니다, 그건 본인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거죠. 말하자면, 우리가 얘기하는 자기 책임의 원칙. 자기 행동에 대해서 자기가 책임을 지는 거지, 남의 행동에 대해서 책임지는 건 아니라는 거죠. 그래서 연좌제도 헌법으로 금지하고 있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비서실장과 같은 법적 지위에 있는 사람의 비리가 있었거나 특별한 지시가 없었다면 그 당사자의 책임이 됩니다. 하지만 비선은 애초에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은 사람이 (대통령 직무와 관련해) 활동하게끔 대통령이 해줬다는 점에서 문제가 되는 거죠. 그러니까 측근 비리와는 성격이 다릅니다.”
김 여사의 국정농단?
― 김 여사에 대해 국정 개입 의혹에 대한 지적이 나옵니다.
“김 여사는 비선이라고 볼 수 없죠. 대통령 부인의 영향력(행사에 대한 비판)으로 얘기를 한다면 역대 대통령의 부인 가운데 크고 작은 영향력에 대한 논란이 없었던 사람이 누가 있습니까. 그건 솔직하게 김영삼 전 대통령이든, 김대중 전 대통령이든, 노무현 전 대통령 다 마찬가지입니다. 바로 직전 문재인 대통령의 영부인, 김정숙 여사도 마찬가지고요. 그런데 그런 부분은 다 제쳐놓고 김건희 여사만 가지고 이 문제를 얘기하는 건 맞지 않습니다. 다만 명백한 불법이 있었다면 그건 따져야죠. 그런데 지금 명품 가방 수수 의혹의 경우에도 명백한 불법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 사실관계가 보다 명확해지면 어떻습니까.
“명품 가방 수수 자체는 사실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를 김 여사 자신이 받으려고 했다기보다, 대통령이 전달받고 (대통령이 자기 지위를 이용해서) 그에 따르는 반대급부를 부여했다고 연결이 돼야 (대통령의 직무상 위법에 해당) 하겠죠. 그렇기 때문에 도의적인 문제가 제기될 수 있고, 윤 대통령도 이에 대해 책임져야 하지 않겠냐는 얘기가 나올 수 있지만 법적 책임은 묻기 어려운 겁니다.”
― 다른 얘기가 되는 거죠.
“그렇죠. 정치적 책임과 법적 책임은 다른 것이지 않습니까.”
여론의 힘
![]() |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 사진=연합뉴스 |
성한용 《한겨레신문》 선임기자는 7월 7일 이 신문 연재 코너에 자신의 칼럼을 게재했다. 그는 “최고위직 정치인이자 선출직 공직자인 대통령의 탄핵은 위헌·위법 정도보다는 민심의 향배로 좌우된다고 생각한다”고 썼다.
이에 대해 허영 석좌교수는 “민심이 어떻게 대통령 탄핵을 할 수 있느냐”며 “탄핵이라는 건 어디까지나 법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심이 어떻게 법적인 문제인가. 정치적인 문제일 뿐”이라고 분명히 했다.
장영수 교수는 “지금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낮은 건 사실”이라며 “하지만 그게 곧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생각하거나, 대다수 국민이 (탄핵에) 동의할 거라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라고 했다. 실제로 앞서 말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요 정당 지지도에선 더불어민주당이 30%, 국민의힘이 35%를 기록했다.
그러나 여론이 어찌 됐든, 탄핵은 오롯이 법적 절차와 판단에 의해서만 이뤄져야 한다고 헌법학자들은 말한다.
탄핵 진정성
![]() |
배보윤 전 헌법재판소 공보관. 사진=조선DB |
“대통령 탄핵은 절차가 있습니다. 국회의원 몇 사람이 발의를 하고, 법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소추 의결하게 되면,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심판하는 거죠. 이게 유일한 (대통령 탄핵) 절차입니다. 그런데 현재 국회에서 윤 대통령 탄핵을 발의한 바가 없어요. 발의를 해야 소추 사유를 알 수 있는데 절차를 거친 게 아무것도 없어요. 그런 상황에서 이 부분을 논의할 필요, 논의할 실익이 없습니다. 논의할 대상이 아닌 거죠.”
― 헌법재판소는 법리보다는 여론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보시나요.
“여론이 헌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부분도 있습니다. 사회 변화 등에 의해 상황이 변할 경우, 새로운 판단을 하기 위해 여론을 응용할 수 있죠. 그래야 법 규범력도 유지되니까요. 하지만 정치적인 면에서, 사람들의 쏠림과 같은 부분에 영향을 받아서 헌법재판소가 판단을 한다면 헌재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한다고 볼 수 없죠.”
국회 의석 지형상 탄핵소추가 의결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민주당이 탄핵 군불을 때는 데 대해 “일종의 정치 공세지, 탄핵이 관철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장영수 교수는 “지금 여당이 (탄핵에) 동의할 리가 없고, (야당이) 탄핵소추 발의는 할 수 있어도 의결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장 교수는 “검찰청 폐지 법안과 같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게 뻔한 법안을 계속 내는 건 (정권을) 흔들기 위한 의도지, 실제로 관철될 수 있다는 생각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대통령 탄핵 논란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尹 탄핵 청문회, 위법일까
야당이 추진하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청원에 대한 청문회’가 위법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허영 교수는 “청원법을 보면, 청원 대상이 되지 않는 사건 중에 ‘수사 중인 사건’이 있다”며 “따라서 그 청문회는 청원법과 헌법을 어긴 위법한 청문회”라고 지적했다. 배보윤 전 헌법재판소 공보관은 “대통령 탄핵소추를 위해 청문회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다”고 주장했다. 배 전 공보관의 얘기다.
“헌법은 물론이고 국회법에도 그런 근거는 없습니다. 대통령 탄핵에 대해선 국민 청원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이 청문회는 위법입니다. 국회가 직권남용을 하고 있는 거죠. 탄핵을 전제로 청문회를 열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지금 법사위원장은 위법한 행위를 하고 있는 겁니다. 근거가 없습니다.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을 거쳐 헌재에서 탄핵 심판이 돼야만 대통령이 물러나게 됩니다. 내란죄 유죄가 확정되는 경우 이외엔 다른 절차가 없어요.”
― 국민의힘이 이번 청문회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 청구와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습니다.
“그건 맞는 겁니다. (이번 청문회는) 대통령 권한 침해가 될 수 있습니다. 또 권한이 없으면서 청문회를 하게 되면 국정 혼란이고요. 대통령 권한 행사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삼권분립을 침해할 수 있는 거죠.”
반면, 장영수 교수는 이와 다른 견해를 밝혔다. 장 교수는 “국회의 모든 위원회는 중요한 자기 안건과 관련해서 청문회를 열 수 있다”며 “청문회에 관한 일반 규정이 있고, 그것이 국회법 제65조”라고 설명했다. 국회법 제65조에 따르면 “위원회는 중요한 안건의 심사와 국정감사 및 국정조사에 필요한 경우 증인·감정인·참고인으로부터 증언·진술을 청취하고 증거를 채택하기 위하여 위원회 의결로 청문회를 열 수 있다”고 돼 있다.
“청문회에 김건희, 최은순 여사 증인 채택은 위법”
장 교수는 “이에 따라서 이것(윤 대통령 탄핵 안건)이 법사위원회의 중요한 안건이고, 위원회의 의결로 청문회를 연다고 하면 그걸 불법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며 “청문회 자체에 대하여 (권한쟁의심판 청구 및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한다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관측했다.
― 위원회와 관련이 있다고 하는 건, 재량의 폭이 너무 넓지 않나요.
“법사위가 법적인 문제에 대한 주관 위원회인 건 맞죠. 탄핵과 관련한 것을 법사위보다 다른 위원회에서 맡아야 한다고 말하기는 어렵죠.”
장 교수는 “다만 청문회에 김건희 여사, 그리고 모친 최은순 여사를 증인으로 채택하겠다는 건 위법”이라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한 설명이다.
“청문회법을 보면, 증언이나 감정 등에 관해서는 ‘국회에서의 증언 감정 등에 관한 법률’이라는 게 따로 있고, 그걸 적용하도록 돼 있거든요. 그런데 거기에서 다시금 형사소송법 제148조, 149조를 (청문회법상) 증언 거부에 대해서 적용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148조는 ‘본인이나 친족 관계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증언 거부’를 명시하고 있어요. 그러면 김건희 여사나 그의 어머니도 증언 거부권자가 돼요. 윤 대통령 탄핵에 관한 청문회인데 윤 대통령과 친족 관계에 있으니까요. 그런데 증언 거부를 할 수 있는 사람에게 강제로 증언을 시킨다면 불법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