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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뒷이야기

22대 개원 앞두고 갈 곳 잃은 여당 보좌진

선거 당선 후 기존 보좌진에게 “앞으로 출근하지 마”

글 : 이경훈  월간조선 기자  libert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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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보좌진 20명이 말하는 22대 개원 앞둔 국회 의원회관
⊙ 재선 성공했으나 알 수 없는 이유로 보좌진 전원 해고되기도
⊙ 일부 비례 의원, 黨 실세 의견 반영해 보좌진 채용
⊙ 선거법 위반 조사받는 의원, 보좌진에 ‘감시용 변호사’도 붙여
⊙ 국회 떠난 보좌진, 행정부나 지자체, 대관(로비) 분야로 진출
국회도서관에서 바라본 국회의사당(오른쪽)과 의원회관. 사진=뉴시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총선, 지난 4월 10일)에서 여당은 108석(국민의힘 90석, 국민의미래 18석)을 얻어 21대 국회(미래통합당 84석, 미래한국당 19석)보다 5석이 늘었다.
 
  22대 국회 개원(지난 5월 30일)을 전후해 국회 의원회관을 찾았다. 국회의사당 오른편에 위치한 의원회관에는 국회의원과 의원 보좌진의 사무공간인 ‘의원실’이 있다. 9시 방향으로 건물 가운데가 뚫려 있는 ‘ㄷ’자형 건물인 의원회관에는 의원실 300개(3~10층, 지역구 254석, 비례대표 46석)가 3~10층에 배치돼 있다. 저층이나 건물 안쪽 방은 초선이나 선수(選數)가 낮은 의원이, 고층이나 시야가 개방된 건물 바깥쪽 방은 선수가 높은 의원이 주로 들어간다.
 
  의원회관은 어수선했다. 복도에는 각종 사무기기와 난, 책 등이 놓여 있었다. 낙선하거나 불출마한 의원은 짐을 빼고 있었고 22대에 또 당선된 의원 중 자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 이들은 이사하기 위해 분주했다. 의원들은 대체로 고층, 그중에서도 국회도서관 방향으로 창이 나 있는 곳을 선호한다. 이번에 새로 입주하는 의원실은 각종 사무기기를 새로 들이고 도배를 하고 있었다.
 
  21대 국회에서 활동한 A의원실을 찾았다. A 전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낙선했다. 일부 보좌진은 사무실에서 짐 정리를 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선임비서관(5급 상당) B씨를 만났다.
 
  B씨에게 ‘(22대에서 일할) 방을 구했느냐’고 물었다. B씨는 “아직 못 구했다”며 불평했다. 오랜 유학 경험과 외국어 능력을 갖춘 B씨는 A 전 의원이 해외로 나갈 때면 수행과 통역까지 도맡았다. B씨는 이렇게 말했다.
 
 
  이직 추천해준다고 해놓곤 다른 사람 추천
 
선거사무원들이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2대 총선에 당선된 의원실(C·D)에 지원했다. A 전 의원에게 이를 알리고는 ‘C·D의원에게 연락 한 번 해주시면 감사드리겠다’고 했다. A 전 의원은 ‘추천해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알고 보니 다른 사람을 추천했다. 지난 3년 동안 열심히 일했는데, 배신감을 느낀다.”
 
  C의원실 관계자는 “B씨를 뽑고 싶었으나 A 전 의원이 다른 사람을 추천하는 바람에 A 전 의원이 추천한 사람과 B씨를 모두 뽑지 않았다”고 했다. D의원실도 B씨 대신 A 전 의원이 추천한 인물을 채용했다.
 

  A 전 의원은 22대 총선 기간 중 보좌진 4명을 해고했다. 대신 ‘자원봉사’ 명목으로 지역구 주민을 대상으로 선거운동을 시켰다. 선거가 끝난 후에는 이들을 국회 보좌진으로 등록시켜 한 달 치 보좌진 월급을 줬다. 선거비용을 아끼고자 ‘사후 채용’이라는 편법을 쓴 것이다. 자원봉사자에게 선거운동을 대가로 임금을 지급하는 것은 불법이다.
 
 
  국회의원, 보좌진 최다 9명 둬
 
제22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배달된 등원 축하 화환과 난이 의원회관 1층 우편물 보관소를 메우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회의원은 의정 활동을 돕는 보좌진을 최다 9명까지 둘 수 있다. 가장 직급이 높은 보좌관(4급 상당 공무원, 2명)부터 선임비서관(5급, 2명), 비서관(6~9급, 각 급 1명, 총 4명) 순인데 별정직 공무원 신분이다. 인턴(월급 약 206만원)도 한 명 고용할 수 있다. 보좌진 임면권은 의원에게 있지만 급여는 국회사무처가 지급한다.
 
  월 급여는 실수령을 기준으로 ▲4급 보좌관 약 550만원 ▲5급 선임비서관 약 450만원 ▲6급 비서관 340만원 ▲7급 비서관 300만원 ▲8급 비서관 255만원 ▲9급 비서관 235만원이다. 같은 직급이라도 정근수당, 가족수당 등에 따라 차이가 있다.
 
  국회가 새로 시작되는 4년마다 의원회관에선 구직난이 벌어진다. 양당제에 가까운 한국 정치 특성상 정당 의석수 변화가 크면 보좌진 일자리에도 그만큼 변동이 생긴다. 보수·진보 진영을 넘나들며 보좌진으로 활동하는 사례는 적기 때문이다. 야당이 약체(여대야소)가 되거나 지방선거 성적까지 좋지 않으면 야당 출신 보좌진이 갈 곳은 더욱 줄어든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이 그랬다. 국민의힘 보좌진은 여당인 덕분에 여소야대인 상황에서도 행정부나 공기업, 공공기관으로 가고 있다.
 
  총선을 치를 캠프가 꾸려지면, 보좌진이나 선거 실무진은 ‘선거 이후’를 생각하며 일을 돕는다. 선거 실무진은 통상 ▲선거 사무 총괄 ▲회계 ▲기획(일정, 전략) ▲정책(공약) ▲메시지(보도자료 등) ▲수행 ▲조직 관리 ▲홍보(SNS 관리 등) 등의 업무를 맡는 이를 말한다.
 
  선거 실무진은 후보자가 당선되면 진급(승진)이나 국회로 들어가 일을 계속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보좌진 채용 말고도 다른 대가를 기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당선인은 선거 때 가졌던 마음과 당선 후 갖는 생각이 다를 수 있다. 화장실에 들어갈 때와 나올 때의 마음가짐이 다르듯.
 
 
  보좌진 사비로 선거운동한 뒤 뒤늦게 일부만 변제
 
이사를 앞두고 분주한 의원회관의 모습. 사진=뉴시스
  지역구 초선 E의원. 경쟁 후보보다 늦게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전·현직 보좌진 여러 명을 선거 캠프에 합류시켰다. 21대 비례대표 의원실(22대 불출마)에서 일하던 보좌진 F씨도 선거를 도왔다. 선거 기간 야근을 하느라 택시비로만 80만원을 썼다. 선거에 필요한 용품뿐 아니라 E의원이 당선된 후 지역 유력 인사에게 E의원이 전달할 선물도 사비로 샀다. 하지만 보좌진으로 채용되진 않았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한 동료 보좌진이 불이익을 무릅쓰고 E의원에게 “사비는 보전해줘야 하지 않느냐”고 문제 제기를 했다. E의원은 그때야 뒤늦게 금액 일부를 돌려줬다. E의원은 선거운동 실무진 5명 중 한 명만 보좌진으로 채용했다. 한 보좌진은 “일부라도 돌려받았으니 다행”이라며 “아예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선거 캠프에서 짧게는 보름, 길게는 두 달가량 선거운동을 도운 이들을 보좌진으로 한 명도 채용하지 않은 의원도 있다. 초선 의원 중 몇몇은 선거 캠프 때 꾸렸던 인력과는 다르게 보좌진을 구성하기도 한다.
 
  이를 두고 보좌진 사이에서는 ‘너무하다’는 의견이 다수다. 국회 경력 20년 차 보좌관 H씨는 “일을 도운 사람 입장에선 섭섭할 수도 있지만 당선인은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다”며 “애초 캠프에서 선거를 도왔다는 이유로 ‘당선 후에 국회도 함께 가자’고 명시적으로 밝히는 경우는 잘 없다”고 했다.
 
  10년 차 선임비서관 I씨는 “초선 의원의 경우 주로 금전적인 도움(후원)을 준 사람과 관계되거나 선거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한 이들을 국회로 데려간다”면서도 “선거운동을 할 때는 마치 보좌진으로 채용할 것처럼 은연중에 흘리지만 채용되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
 
  15년 차 보좌진 J씨는 “선거운동 기간에 고용하는 선거사무원에게는 합법적으로 비용을 지불하기에 당선인 입장에선 ‘내가 할 건 다 했다’는 입장”이라며 “‘어차피 일할 사람은 많으니 골라 뽑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이어 “보좌진은 불합리한 대우를 당해도 평판이 나빠질까 공개적으로 문제 제기를 못 한다. 국회로 못 가면 지방자치단체로 가거나 대관으로 간다”고 했다.
 
  영남 지역 다선 모 의원은 “채용에 앞서 능력을 검증해보겠다”며 여러 지원자에게 돌아가며 열흘가량 일을 시켰다. 이 의원은 “채용 여부와 관계없이 일한 대가는 지불하겠다”고 밝혔지만 채용되지 못한 이들은 돈을 받지 못했다. 지원자 입장에선 돈 몇 푼 받는 것보다 국회에서 일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다.
 
 
  재선 성공했으나 보좌진 전원 해고
 
  영남 지역에서 재선한 L의원은 선거에서 이기고는 캠프에서 일한 기존 보좌진을 모두 해고했다.
 
  L의원실에서 다른 의원실로 자리를 옮긴 한 보좌진은 지난 4년 동안 L의원과 함께했다. 그는 “총선에서 졌으면 몰라도 큰 격차로 이겼다”며 “(보좌진 일괄 해고에 대한 사유를) 굳이 물어보진 않았다. 좋게 헤어진 건 아니다”고 했다. L의원은 주변에 ‘분위기 쇄신’을 위해 보좌진을 교체했다고 밝혔다.
 
  특이한 사례로, 여당 공천을 받았음에도 대통령실 출신 M의원은 선거 캠프 실무진 구성에 어려움을 겪었다. 상당수가 경쟁 후보였던 무소속 N 전 의원이 당선되리라 예상했기 때문이다. 이에 M후보 캠프에는 선거운동 할 사람이 없다는 말까지 나왔다. 충남 지역 다선 의원실에 근무하는 한 인턴은 M후보 캠프에서 선거를 함께 치르자고 제의받았지만, N 전 의원이 당선될 것 같아 “안 가겠다”고 했다.
 
  의원 보좌진이 구직난을 겪는 또 다른 이유에는 ‘당내 경선’이 있다. 영남 지역, 그중 경북은 공천이 곧 당선을 의미한다. 현역 의원이 공천을 받는 데 유리하지만 ‘도전자’가 당내 경선에서 현역 의원을 제치는 일도 있다. 이렇게 되면 기존 현역 의원의 보좌진은 지위가 불안정해진다. 공천받은 같은 당 후보에게 가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공천을 따낸 후보도 선거 실무자를 구성해놓았기에 다른 사람이 비집고 들어갈 자리가 나지 않는다.
 
  현역을 꺾고 공천받아 당선되고는 ‘자신이 꾸린’ 실무진을 보좌진으로 채용한다. 국회 의석수가 한정돼 있으니 기존 보좌진으로선 ‘새로운 경쟁자’가 나타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자기가 모시던 의원이 공천을 받지 못하면 보좌진은 다른 선거 캠프를 수소문해 각자도생한다.
 
  영남 지역 여당 예비 후보를 도왔던 보좌진 출신 P씨는 돕던 후보가 당내 경선에서 탈락하자 곧장 서울로 올라왔다. 경선이 한창 진행 중인 수도권 지역 다른 예비 후보를 지원했다. 이 예비 후보가 공천을 받고 당선되자 P씨는 그 의원실 보좌진으로 채용됐다.
 
 
  공직선거법과 ‘6개월’
 
2019년 국회 보좌직원 면직예고제 도입을 위한 정책토론회 당시 모습. 면직예고제가 도입돼 의원에게 면직 통보를 받은 보좌진도 한 달 동안은 임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덕분에 생계 안정에 도움이 됐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새롭게 국회 보좌진으로 일하게 된 이들은 전문성과 국회 경험이 부족하다. 국회의원에게 1년 중 가장 중요한 시기는 매년 9~10월에 치르는 국정감사인데 의정 활동 경험이 적은 ‘신인 보좌진’은 대체로 국정감사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국정감사를 마치고는 국회를 떠나는 일도 잦다. 이들에겐 이 6개월이 고비인 셈이다. 반면 ‘6개월’ 뒤에는 일할 의원실을 찾지 못했던 기존 보좌진에게 기회가 돌아간다. 초선 의원들이 ‘맛’을 한 번 보고는 유경험자를 찾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이 ‘6개월’을 두고 ‘공직선거법’을 이야기한다. 공직선거법 공소시효가 6개월이기 때문이다. 선거 과정에서 발생한 불법적이거나 탈법으로 여길 만한 사건이나 사고를 가장 가까운 데서 목격한 이들에게 입을 다물게 하기 위한 기간이라는 것이다. 6개월이 지나면 처벌받지 않게 되므로 이 기간 동안은 침묵을 강요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당선 직후 6개월을 잘 넘겨야 한다. 경찰도 공소시효 때문에 수사에 속도를 내기 때문이다. 지난 6월 7일 경찰은 더불어민주당 이상식(경기 용인갑) 의원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언론에 따르면 이 의원 외에도 30~40명이 수사 대상에 올라가 있다고 한다.
 
  영남 지역 재선 O의원도 현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쟁점은 O의원이 선거운동 기간 중 자원봉사자들에게 불법적인 금전을 제공했는지 여부다. 자원봉사자에게 금품을 줘선 안 된다.
 
  현재 O의원은 자원봉사자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이다. 취재를 종합하면 선거 당시 사무장을 맡았던 이와 의원실 보좌진 간에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아 시작된 일로 보인다. 굳이 무리하지 않아도 됐는데 뭔가 성과를 내고 싶었던 지역사무소 실무진이 욕심을 부렸다. 보좌진과 선거사무장은 서로 자기 잘못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 사안으로 인해 선거운동에 참여했던 이들이 경찰 조사를 받았다. 선거사무장이나 보좌진이 O의원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면 O의원은 의원직을 박탈당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O의원은 보좌진과 선거 실무진이 경찰 조사를 받을 때 변호사까지 선임해줬다. 이를 두고 경찰 조사를 받은 한 보좌진은 “사실상 감시용 변호사”라고 말했다.
 
 
  의원실을 옮기는 사례들
 
  선거운동에 참여해 당선에 기여했지만, 자신의 우선순위가 밀린다고 생각하면 방을 옮기기도 한다. 영남 지역 초선 W의원의 선거를 도운 보좌진 Y씨. Y씨는 22대 총선에 불출마한 Z 전 의원실 소속이었다. W의원이 같은 당 Z 전 의원의 지역구에 공천받자 Z 전 의원실에서 W의원의 선거를 도왔다. 다만 지역구에 내려가 선거운동을 하는 대신 국회(서울) 의원회관에서 일을 봤다. 선거가 끝났는데도 W의원은 Y씨에게 22대 국회에서 채용할지 말지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지난 4월 10일 선거가 끝나고 한 달가량 시간이 흘렀는데도 말이 나오지 않자 Y씨는 다른 곳으로 방을 옮겼다. Y씨는 “지역구가 아닌 서울에서 일을 해 경쟁(력)에서 밀린다고 생각했다. 새 국회가 개원하기 전에 자리를 잡지 못하면 안 될 것 같아 방을 옮겼다”고 말했다.
 
  경력이 좀 쌓인 보좌진은 국회 개원을 맞아 자신의 급수를 높여 다른 방으로 이동하기도 한다. 같은 방에서 진급하는 사례도 있지만 일부 의원실은 ‘본전’ 생각이 나 ‘내부 승진’을 시키지 않고 외부에서 새로 인력을 충원한다. 6급 자리가 비어 있는 상태에서 7급 비서관이 일을 아무리 잘해도 애초에 7급으로 뽑아놓았으니 그 직급으로 계속 쓰겠다는 발상이다.
 
  반대로 직급을 낮춰 이동하는 일도 있다. 4급 보좌관이 5급 선임비서관으로 방을 옮기기도 한다. 4급과 5급은 급여 차이가 그리 큰 편이 아니라 보좌관으로 갈 의원실이 없으면 선임비서관으로 옮기기도 한다. 반면 5급과 6급 간에는 급여 차이가 꽤 있기에 5급 보좌진이 6급으로 내려가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고 한다.
 
  일부 당선인은 국회 개원 전까지 보좌진을 ‘무급’으로 시험한다. 비례대표 V 전 의원(21대)은 당선인 신분으로 향후 채용을 약속한 뒤, 다른 의원실 소속 보좌진에게 자신을 수행하게 했다.
 
  불출마나 낙선한 의원실에서는 임기 말 한두 달 전부터 보좌진의 구직 활동을 허용하는 관례가 있다. 보좌진은 월급을 그대로 받으며 앞으로 같이 일하게 될 당선인을 돕는다. V 전 의원은 이를 악용해 열흘마다 보좌진을 바꿔가며 시험했다.
 
  21대 국회 개원 전 한 달 동안 V 전 의원은 ‘미채용 보좌진’을 여러 번 교체했다. 심지어 21대 내내 잦은 보좌진 교체로 악명이 높았다. 어느 보좌진은 과도한 업무에 지쳐 직급은 유지한 채 다른 의원실로 자리를 옮기기도 했다. V 전 의원은 해당 의원실에 “왜 그 직원을 뽑았냐”며 항의했다고 한다. 오죽하면 ‘수평 이동’을 택했을까. 보통 승진을 계기로 의원실을 옮기기 때문이다.
 
 
  비례 의원의 보좌진 채용 방식
 
  경선이나 선거를 치르지 않는 비례대표 의원은 첫 보좌진을 어떻게 꾸릴까. ▲(국회 유경험자 또는 해당 분야 전문가) 공개 채용 ▲주변 추천이나 외부 지인 채용 ▲낙선 의원 보좌진 흡수 채용 ▲당 핵심 실세의 채용 권유 수용 ▲정치적 후원자 지인 또는 이해관계 단체 관계자 채용 등이 있다.
 
  이번 국민의힘 비례대표 당선자 중 일부는 당 핵심 실세의 채용 지시를 바탕으로 보좌진을 채용한 사례도 있다. 일부 비례대표 의원은 실세 의원에게서 ‘보좌진 채용에 앞서 허락을 받으라’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고 한다.
 
  비례대표 Q의원은 노조 출신이다. 당초 영남 지역에 출마하려고 했으나 지역구 공천을 받지 못했다. Q의원은 국민의미래 공관위에 심사 서류를 제출했지만 접수 자체를 거부당했다. 과거 폭력 전과와 공금 횡령 등이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Q의원은 면접도 보지 않고 비례대표 당선권에 배치됐다.
 
  취재를 종합하면 Q의원은 주변 추천을 받아 보좌진을 구성했다. 보좌관 1명과 선임비서관 1명은 노조 출신이었고, 또 다른 보좌관은 노조 출신 R의원의 전 선임비서관이었다. 회계, 수행(운전) 담당 보좌진도 각각 노조 출신 S 전 의원의 보좌진이었다.
 

  21대 국회에서 소상공인 배려 차원으로 비례대표에 당선된 T 전 의원. 그는 보좌진 채용과 관련해 “(정치적) 도움을 받아 의원이 됐기에 당 핵심 의원들의 보좌진 채용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며 “(2021년 기준, 9명 중) 자신이 뽑은 사람은 한 명밖에 없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회에는 300개의 구멍가게가 있고 저마다 질서가 다르다’고 말한다. 한 기업가 출신 의원은 국회가 제공하는 용품 대신 사비를 써 자기 취향에 맞게 의원실을 꾸몄다. 군 출신 비례대표 의원실에선 군대에서 볼 수 있는, 초록색 바탕에 금색이나 흰색으로 이름을 각인한 명패가 보좌진을 소개하고 있다. 보고 체계도 군대식이어서 군대 행정반을 연상시켰다. 어떤 방은 코로나19가 한창인데도 ‘소통’을 내세워 책상 사이사이에 세워두는 칸막이를 모두 없앴다.
 
  수도권의 한 다선 의원은 업무유지비가 너무 많이 나온다는 이유로 정수기를 없애고는 보좌진에게 각자 물을 사 먹으라고도 했다. 이 의원은 시의원 공천을 빌미로 금품을 받아 구속기소됐다.
 
  국회 경력 15년 차인 황모씨는 “21대 국회에선 국민의힘이 야당이었지만 지금은 여당이라 보좌진 구직난이 심하지 않다”고 말했다. 여당 보좌진 중 상당수가 대통령실이나 정부 기관, 지자체로 진출했기 때문이다.
 
 
  국회를 떠난 보좌진
 
  국회 경력 3년 차인 박모씨는 국회에서 자리를 구하지 못해 서울의 한 구청으로 자리를 옮겼다. 일부는 국회 경험을 바탕으로 지방의회로 이동하기도 한다. 박씨는 ‘정책지원관’이라는 직책으로 시의원의 시정 활동을 돕고 있다. 하는 일은 국회 보좌진과 유사하다. 급여는 국회보다 적지만 업무 강도가 상대적으로 낮고 여가도 보장된다. 정책지원관 중 상당수가 국회 보좌진 출신이다.
 
  보좌진 중 일부는 기업으로 가 ‘대관(對官)’ 업무를 맡기도 한다. 국회 인맥을 바탕으로 일종의 로비 활동을 한다. 기업에 불리한 입법 활동을 사전에 파악하고 이슈에 미리 대응한다. 규모가 큰 기업으로서 대관의 가장 큰 일은 회사 대표나 임원진이 국정감사나 청문회 등에 불려 나가 ‘공개 망신’당하는 걸 사전에 막는 것이다.
 
  통상 국회 경력 3년 차 이상이면 지원할 수 있다. 급여 수준은 보좌진으로 일했던 연봉에 1.3~2배 수준이다. 5급 선임비서관으로 일했던 30대 박모씨는 현재 대형 IT 기업에서 대관 업무를 맡는 데 1억원 이상을 받는다고 한다. 그는 “돈을 많이 받는 대신 ‘을’의 위치가 된다”며 “보좌진이 실무를 주도하기에 이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밝혔다.
 
  보좌진과 식사할 때면 ‘큰일’이 없는 한 밥값은 대관이 계산한다. 이에 보좌진은 커피 정도는 사려고 노력한다. 받아먹기만 하는 보좌진은 대관들 사이에서도 기피 대상이다. 대관을 상대로 고압적인 태도, 이른바 ‘갑질’이 심한 보좌진은 기업에서도 대관으로 영입하길 꺼린다.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오랫동안 보좌관으로 활동한 유모씨는 평소 대관에게 불친절한 것으로 소문났다. 21대 국회가 개원한 뒤 갈 곳이 없던 유씨는 인터넷 은행 기업의 대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과거 유씨의 행적 때문에 동료 대관과 보좌진 상당수가 그를 기피했는데 이 때문에 유씨를 고용한 기업에서도 골치가 아팠다고 한다. 결국 1년 만에 대관 일을 그만뒀다. 이후 그는 자신이 모셨던 전직 의원이 장관에 지명되자 인사청문회 등 실무를 맡았다. 이 소식이 퍼지자 국회 보좌진 사이에선 유씨에 대한 안 좋은 소문과 함께 장관 후보자에 대한 부정적인 내용도 흘러나왔다. 이 소식을 접한 기자들이 취재에 나섰고 결국 장관 후보자의 의원 시절 정치자금 사용이 논란이 돼 장관에서 낙마했다. 해당 의원실에 근무해 당시 사정을 잘 아는 한 인사는 “의원이 잘못한 건 사실 없다. 여러모로 운이 안 좋았던 셈”이라고 말했다.
 
  국회 홈페이지에서 국회의원을 검색하면 해당 의원실에 속한 보좌진을 확인할 수 있다. 어떤 곳은 보좌진 9명의 이름이 모두 올라가 있고 일부는 공석인 곳도 있다. 이름을 채우지 못한 방은 구직 중인 보좌진에게 궁금증과 기대감을 모두 준다. 일부는 수소문하며 왜 보좌진을 채용하지 않고 있느냐고 묻기도 한다. 대체로 이런 경우에는 해당 의원실이 이미 채용자를 내정한 경우가 많다.
 
 
  국회 구인 게시판에 올라온 구직 공고
 
  새로운 방을 찾지 못한 보좌진은 매일 국회 홈페이지에 접속해 ‘의원실 채용(구인)’ 게시판을 확인한다. 지난 5월 27일에는 구인이 아닌 구직 게시글이 올라왔다. 녹색정의당 강은미 의원실 명의로 최모 보좌관이 자기 구직 글을 올린 것이다.
 
  최 보좌관은 “국회 농해수위 의원실에서 일하고 싶다”며 자기 경력을 소개하고 연락처를 적었다. 그러면서 “국회 사무처에 제안드립니다. 국회의원 보좌진(경력직) 구직 게시판을 개설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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