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 입법독재에 이어 사법과 행정독재까지 나섰다”
⊙ “22대 국회 구조는 역대 최악… 20대 후반부터 실종된 의회민주주의 복원이 과제”
⊙ “다수결이 절대善 될 수 없고 민주주의 근본은 합의, 민주당이 원칙 깨”
⊙ “민주당 人事는 누가 일사불란하게 이재명 중심 입법독재를 실현할 수 있느냐가 기준”
⊙ “입법부가 사법부 압박한다는 것은 대한민국이 비정상·비상식의 길로 가고 있다는 것”
⊙ “이재명이 언급한 25만원 민생지원금 처분적 법률은 삼권분립 훼손하는 위헌적 행정독재”
⊙ “22대 국회 구조는 역대 최악… 20대 후반부터 실종된 의회민주주의 복원이 과제”
⊙ “다수결이 절대善 될 수 없고 민주주의 근본은 합의, 민주당이 원칙 깨”
⊙ “민주당 人事는 누가 일사불란하게 이재명 중심 입법독재를 실현할 수 있느냐가 기준”
⊙ “입법부가 사법부 압박한다는 것은 대한민국이 비정상·비상식의 길로 가고 있다는 것”
⊙ “이재명이 언급한 25만원 민생지원금 처분적 법률은 삼권분립 훼손하는 위헌적 행정독재”
- 사진=조준우
보수 여성 정치인의 대표적 인물인 나경원(羅卿瑗·61)이 국회로 돌아왔다. 21대 총선 낙선 후 지역구(서울 동작을)에 파묻혀 살았던 나경원 국민의힘 당선인은 22대 총선에서 류삼영 민주당 후보를 8%P 차이로 꺾고 화려하게 부활했다. 역대 보수 정당 여성 의원 중 최다선인 5선이 됐다.
더불어민주당은 나 당선인의 부활을 막기 위해 동작을에 수많은 예비 후보를 대입해 시뮬레이션했고, 이재명 대표는 선거운동 기간 동작을을 8번이나 방문했으며 이른바 ‘개딸’들은 나경원 낙선운동에 앞장섰다. 하지만 지역 민심을 깊이 파고든 그에게는 소용없었다. 보수 정당의 험지인 동작을 지역주민들 사이에서 “예전의 나경원이 아니다”라며 호의적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싸우자는 선전포고”
총선 한 달여 후인 5월 13일 나경원 당선인을 서울 동작구 사무실에서 만났다.
― 4년 만의 국회 복귀인데, 22대 국회에서 하고 싶은 일이 많을 것 같습니다. 당대표 또는 국회부의장 역할을 기대하는 사람들도 많고요.
“당선돼서 다시 일할 수 있다는 기쁨도 있었지만 앞으로 어떻게, 무엇을 해야 할지 한 달 동안 고민이 정말 많았어요. 의석 수가 이렇게 많이 차이 날 줄 몰랐고 지나치게 불균형적인 결과가 되어서 걱정이 앞서고 제가 어떤 역할을 하고 싶다는 생각 자체가 사치스럽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 2019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시절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의회민주주의가 무너졌다며 차기 국회에서는 의회민주주의를 복원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했습니다. 이번에 그 희망을 이룰 수 있을까요.
“민주당이 국회의장 후보 선출하는 걸 보니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할 말이 많아요.”
― 21대 때는 원외여서 이 정도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직접 체험하지 못했죠.
“다들 21대가 최악의 국회라고 하는데 22대는 더 최악의 모습이 됐습니다. 처음도 아니고 두 번째로 개헌 빼고는 모든 걸 야당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구성이 됐는데 야당이 과연 합의를 기본으로 하는 의회 정치에 관심이 있을까요. (민주당이) 원내대표와 국회의장 후보를 정리해서 사실상 추대하는 걸 보세요. 누가 일사불란하게 입법독재를 이끌어나갈 수 있을지 선택한 것이고, 합의정신이나 의회민주주의, 협치 같은 가치는 다 내다 버렸다고 봅니다. ‘개혁 국회의장’ 운운하며 국회의장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할 수 있는 정치적 중립성을 갖다 버린 거죠. 사실 국회의장이 탈당을 하긴 하지만 자신이 몸담았던 정당의 편을 드는 행태에 비판이 많았는데요, 이젠 중립적인 척마저 안 하겠다는 겁니다. 야당이 자기들 하고 싶은 대로 하겠다는 일종의 선전포고라고 볼 수 있어요.”
―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도 ‘개혁국회’를 만들겠다고 했죠. 원내대표단을 개혁기동대라고 표현하면서요.
“개혁이라는 말로 포장을 하지만 곧 원칙에서 벗어나겠다는 뜻이죠. 일방통행하는 국회를 만들겠다는 얘기입니다. 일방통행이 저지당하면 싸우겠다는 얘기고요.”
“원심력 커지는 상황 경계해야”
― 여당은 이런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까요.
“배수의 진을 치고 의회민주주의 정신을 복원해야지요.”
― 배수의 진이라고 하니, 2019년 이른바 ‘동물국회’와 ‘빠루’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시절 민주당 등 여권의 공수처법과 선거법 패스트트랙을 저지하기 위해 여야 의원들 간 물리적 충돌이 벌어졌던 사건이죠.
“어떻게든 의회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노력은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 충돌이랄 것이 뭐가 있었나요. 스크럼 짜 문 앞을 막고 드러누워 있던 게 전부인데 각종 도구 가져와서 문 부수고 한 사람들이 누굽니까. 민주당은 우리한테 책임을 뒤집어씌웠습니다. 야당 의원의 정치적 행동은 회의장에서 반대표 누르는 것 말고는 할 수 없는 건가요. 충분히 행동할 수 있는 겁니다. 내 모든 것을 내놓더라도 그런 가치를 추구할 수 있다는 거죠. 하지만 요즘은 나서는 사람은 거의 없고 뒤로 숨는 경우가 많아요.”
― 보수 정당에 그런 성향이 있긴 합니다. 개개인의 파워는 충분한데 나서지는 않고요. 그대로 가면 다수당의 입법 횡포에 계속 밀리지 않겠습니까. 국민의힘에 무기력함이 팽배해 있다는 시선도 많습니다.
“정권 재창출에 성공한 윤석열 정권 초기에는 모두 힘을 모아 정권의 성공을 이끌어가자고 했지만 지금은 달라요. 중심으로 뭉치는 힘이 아니라 원심력(遠心力·원운동을 하는 물체가 원의 중심에서 멀어지는 힘)이 커지는 지금 같은 상황을 경계해야 합니다. 각자 자신 위주로 활동을 하다 보니 중심에서 멀어지는 힘이 점점 커지고 그러다 보면 다들 중심과 아주 먼 곳으로 날아가는 거예요. 각자 활동하는 힘을 하나로 모아서 끌어내는 게 리더십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당, 정쟁 아니라 정책 위주로”
― 국민의힘은 소수 여당으로서 어떻게 해나가야 합니까.
“물론 싸움이 우선이어서는 안 되고요. 당선 후 한 달여 동안 앞으로 우리 당이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을 고민해봤습니다. 여야가 다툼이 없을 수는 없고, 다투더라도 최대한 합의를 이뤄나가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정쟁이 아니라 정책 위주로요. 저는 우리 대한민국의 최대 이슈는 인구와 기후, 미래성장동력 세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윤석열 정부에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외교부 기후환경대사직을 수행하면서 인구와 기후 분야 연구를 많이 했는데요, 이 이슈들은 결국 교육, 연금, 노동, 이민 등 우리가 직면한 다양한 사회문제와 촘촘히 연결돼 있습니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육비와 연금 문제도 매우 중요한데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시절 수많은 사례를 접했는데 아이를 안 낳는 가장 큰 이유는 남자는 경제력, 여자는 경제력과 경력 문제였어요. 결국 미래성장동력을 만들어 새로운 세대의 경제력을 확보하는 것이 인구 문제의 해법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방향으로 국가를 대폭 개조해야 할 시점이라 국회에서 여당은 어젠다 중심으로 입법 활동을 이끌어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나 당선인은 이 같은 이슈에 집중하기 위해 22대 국회에서는 환경노동위원회를 희망한다고 했다.
그는 국민의힘이 힘을 얻기 위해서는 유능하고 책임감 있는 보수의 모습,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보수의 모습을 복원하고 지켜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당은 현 정부가 국정 운영을 지속적으로 올바로 할 수 있도록 정권을 재창출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우리 당이 정권을 잡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고요. 지금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정신은 상당히 훼손됐고 공정과 같은 중요한 가치들이 많이 무너졌어요.”
― 정권이 바뀌었는데도 그렇습니까. 예를 들자면요.
“법을 어기고 2심까지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이 당을 만들어서 선거에 출마하고 정치를 하겠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 당에서 당선된 분들의 면면을 보면 정치를 하기는커녕 자숙해야 할 인물들이에요. 의회를 의회로 생각하지 않고 본인의 사적 이익 도구로, 혹은 개인 방탄의 수단으로 삼는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이러니 우리 국회에 공정과 상식, 정의가 존재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자숙해야 할 인물들, 의회를 방탄 수단으로 삼아”
―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국회를 방탄 수단으로 이용하는 데 대한 비판이 많았는데 이런 현상이 줄어들기는커녕 더 늘어났죠.
“더 큰 문제는 의회, 그러니까 입법부만 장악하고 이용하는 게 아니라 그걸 기반으로 사법부와 행정부까지 장악하려고 드는 겁니다. 기소돼 수사를 받거나 유죄판결받은 사람들이 본인들을 정당화하기 위해 검찰독재를 주장하고 ‘사법이 민주적이지 않다’고 주장하며 사법부까지 흔들고 있습니다. 사법부에서 정당한 판결을 받아야 할 사람들이 사법부를 말도 안 되게 비판하고 있어요.”
판사 출신인 나 당선인은 “대체 사법이 민주적이지 않다는 게 무슨 말이냐”라며 분개했다. 사법은 법치(法治)를 제대로 실현하는 게 중요한데 야당이 민주라는 가치를 끼워 넣어 사법부의 본질을 훼손하고 있다는 것이다.
“입법부가 사법부를 압박한다는 것은 대한민국이 비정상·비상식의 길로 가고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정치는 늘 과하면 반작용이 돌아와요. 위기가 깊어지면 국민이 또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주신다고 생각합니다.”
― 민주당은 단일대오로 총선에 임했는데 보수는 분열했기 때문에 총선에서 졌다는 비판도 많습니다.
“우리 보수 정당 스스로가 하나로 뭉치지 못했고, 또 보수 지지자들을 하나로 뭉치게 하지 못했습니다. 예를 들어 의대 증원 문제도 정부와 여당이 하나의 목소리를 내지 못했잖아요. 이러다 보수가 궤멸되는 것 아니냐라는 우려도 많이 듣고 있죠.”
― 어떻게 해야 할까요. 보수의 가치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나요.
“가치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보수의 덕목이 무너지고 있는 현실을 똑바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원래 보수의 덕목은 유능함, 책임질 줄 아는 태도, 도덕성, 자신 있게 나아갈 수 있는 용기 등인데요, 지금 이런 덕목들이 무너지고 있어요. 또 유능한 분은 많은데 이런 분들을 모으는 힘, 리더십이 부족합니다.”
“낙선운동? 이제 안 통해”
5선 고지에 오른 나 당선인은 초선 비례대표(17대)를 제외하면 서울 지역구에서만 4번 당선됐다. 18대 중구, 19대 동작을, 20대 동작을 등 모두 보수 정당의 험지다. 보수 정당에서 서울 4선은 쉽게 찾기 힘든 기록이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나 당선인의 당선을 막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던 만큼 더 주목받았다. 나 당선인은 과거 원내대표 시절 대여투쟁을 앞장서 이끌면서 강경 성향으로 각인됐고, 과거 외교통상위원장 시절 주사파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과 강하게 대립하는 등 야권에서 미운털이 단단히 박힌 정치인이다.
이재명 대표가 동작을을 8번 방문했고, 박지원·김부겸 등 중진급 정치인도 동작을을 방문해 지지 유세를 펼쳤다. 조국혁신당의 조국 대표도 동작을을 두 차례 방문했다.
― 야권에서 나경원 낙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더군요. 4년 전에도 야당 지지 세력이 사무소 앞 시위와 온라인 공격 등 거센 낙선운동을 벌였고 결국 낙선했죠.
“이번에도 (낙선운동이) 별반 다르지 않았어요. 아침저녁으로 사무실 앞에서 시위를 하고, 지하철역 등 곳곳에서, 제 선거운동 장소에서 저를 비난하는 피켓을 들고 있기도 하고요.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세력도 계속 있었죠. 하지만 저도 4년 전에 당해봤으니 이제 철저하게 대응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예상되는 공격에 대한 준비를 했고요. 또 아무리 낙선운동을 해도 내가 주민들을 진심으로 대하고 위한다면 통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지역구 골목골목 여러 번 안 가본 곳이 없고, 지역 현안 모르는 게 없고, 주민과 상인들도 여러 번 만나면서 친해졌고요. 지역 내 대학교가 많아서 캠퍼스도 여러 번 방문하여 MZ 세대와 어울렸습니다.”
―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패배했지만 본인은 새로운 이미지로 다시 일어섰습니다. 국민의힘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도 ‘이번엔 나경원이 정말 열심히 했다’ ‘지역주민 중 나경원을 만나지 않은 사람이 없다’ ‘초심으로 돌아간 것 같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서울에서, 그것도 험지에서 8%P 차이로 이겼다는 결과가 노력에 대한 결과라 생각합니다.”
딸도 선거운동 나서
― 동작을은 국민의힘에서 험지로 분류되는 곳이죠.
“대학이 많아 젊은 인구가 많고 1인 가구도 40%에 가까울 정도로 많습니다. 또 재건축·재개발이 늘어나 집값이 오르면서 우리 당에 호의적이지 않은 4050 세대도 더 늘어났어요. 그래서 세대와 지역 특성을 깊이 연구해 세분화하여 맞춤형 공약을 만드는 데 집중했습니다. 중앙당에서 내려보내는 공약 대신 하나하나 다 제가 만든 공약으로 알렸어요. 제가 특히 20대 여성에게 인기가 없는 편인데(웃음) 대학생 토론회, 청년모임도 많이 하고 그들의 말을 들으려 애썼습니다.”
― 인스타라이브와 릴스, 쇼츠 등 소셜미디어(SNS) 선거운동도 적극적으로 했습니다.
“주로 낮에 선거운동을 하니까 직접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의 범위에 한계가 있잖아요. 사실 낮에 만나는 분들은 대부분 제게 좋은 얘길 해 주시는데 직접 만나지 못하는 분들의 반응이 궁금했습니다. 하루종일 직장이나 학교에 있는 유권자는 만나기 힘들잖아요. 그래서 매일 시간을 정해 인스타라이브를 켜고 댓글 등으로 소통을 했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한편 이번 선거에서 지역주민들은 나 당선인의 딸 유나씨의 모습도 자주 볼 수 있었다고 했다. 기자가 본 나 당선인은 가족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사람이다. 그는 늘 자신이 정치를 하는 이유에 대해 “우리 아이들에게, 또 미래 후손들에게 살기 좋은 나라를 물려주고 싶다”고 했다. 그만큼 가족에 대한 애정이 깊었고, 아이들이 어릴 때 일이 바빠서 살뜰히 챙겨주지 못한 점을 늘 미안해했다.
― 딸이 선거운동에 함께하는 모습이 자주 보였습니다.
“예전 선거에서도 가끔 모습을 보였는데 장애가 있는 딸을 선거에 이용한다며 비난하는 사람들도 많았고 저도 도와달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막판 여론조사에서 제가 지는 결과가 몇 번 나오니까 딸이 걱정됐는지 자기도 선거운동에 나가겠다고 하더라고요. 아들은 현수막 문구를 같이 고민하면서 만들었고요. 가족에게는 늘 감사한 마음입니다.”
― 선거운동을 하며 아쉬운 점은 없었습니까.
“선거 때마다 보수 정당이 조직력과 화력 면에서 상대방보다 약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당원 교육을 체계적으로 더 많이 해야 돼요. 당원 확대 운동도 꾸준히 해야 하고, 선거운동 방식과 행동 방식도 교육해야 합니다. 민주당이 당원 교육 면에서는 앞서나간다고 생각해요.”
“연판장 사건,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될 일”
21대 총선 낙선 이후 나 당선인에게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그동안의 심정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 윤석열 정부 초기에 장관 물망에 오르다가 장관급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임명받았습니다. 이후 대통령실과 의견 차이로 사퇴하게 됐고, 작년 3월 전당대회에 출마하려 했지만 초선 의원들의 불출마 요구 연판장이 돌기도 했습니다. 심적인 타격이 컸을 것 같은데, 어느 정도 극복했나요.
“극복이라는 표현이 맞을지는 모르겠는데요, 정당 정치 역사상 그런 일이 있었던 적도 없었고 있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정치는 자연스러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민심에 순응하며 흘러가듯 정치를 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어요. 억지로 끌고 나가다 보니 결국 부작용이 있었고 그런 부작용도 이번 총선 패배의 한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 국민의힘 총선 패배의 주요 원인이 무엇이라고 봅니까.
“이제 와서 원인을 하나하나 따질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모든 구성원이 다 자기 탓임을 인정하고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합니다. 대통령이 잘못했다, 한동훈 위원장이 잘못했다, 당 잘못이니 후보 잘못이니 따지는 것은 옳지도 않고 누가 더 잘못했는지 밝혀진들 뭐가 달라집니까. 다시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해요. 모두 남탓하지 말고 다 같이 잘못했다고 생각하고 바꿔나가자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 현재 국민의힘은 21대보다 주목받는 중진 당선인이 많아진 것으로 보입니다. 당선인들을 포함해 당권에 도전할 후보군도 두꺼워졌고요. 꼭 당대표에 도전하지 않더라도 본인 포함 중진들이 무기력증에 빠진 당을 살려내는 데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오래 정치를 해온 사람들이니 야당과 대화의 물꼬를 트는 데 역할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다선 중진이라고 해서 자기 정치에만 몰입하지 말고 당내에서 사람들을 아우르고 의견을 모으는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언젠가부터 보수 정당 내에서 그런 역할을 하는 분들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이재명을 ‘여의도 대통령’이라 한 이유
나 당선인은 야당 유력 정치인들에게는 껄끄러운 존재다. 그는 당선 후 언론 인터뷰에서 이재명 대표를 향해 “여의도 대통령”이라고 비판했고,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와는 대학 동기(서울법대 82학번)이며 2019년 조 대표가 법무부 장관에 임명될 때 야당 원내대표로 첨예하게 대립했다.
― 이제 원내에서 이재명 대표, 조국 대표 등 대립해왔던 인물들과 함께 의정 활동을 해야 합니다. 서로 도와 협치할 가능성이 있나요.
“협치는 물론 해야겠지만 그들은 어차피 달라지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 이재명 대표를 향해 ‘여의도 대통령’이라고 했는데요.
“여의도, 즉 입법부를 장악한 1인자라는 이유만으로 그렇게 말한 건 아닙니다. 입법부 장악을 기반으로 사법부와 행정부까지 압박하면서 영향력을 미치려 한다는 뜻에서 쓴 말이죠. 이 대표는 단순한 제1당의 1인자가 아니에요. 이재명 대표는 1인독재를 하겠다고 공천권을 행사해서 ‘친명횡재 비명횡사’라는 말까지 나오지 않았습니까. 원내대표는 친명 후보가 단독 출마해 그냥 당선됐고요. 국회의장도 입법독재의 완성을 위해 이재명 1인 정당에 대한 선명성이 가장 강한 사람을 사실상 추대했습니다.”
― 민주당은 상임위원장 중 제2당 몫이었던 법사위원장과 여당 몫인 운영위원장도 차지하겠다고 합니다. 지금 분위기로는 법사위원장도 친이재명계가 맡을 것으로 보이고요.
“끔찍하고 황당한 일입니다. 무서울 정도예요.”
― 그 ‘여의도 대통령’에 소수 여당이 대응할 방법은 뭘까요. 민주당의 입법독재를 막을 방법이 있습니까.
“일단 민주당이 멋대로 빨리빨리 법안을 넘기는 걸 막기 위해 국회법 해석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법안을 쓸데없이 오랫동안 붙잡아두지 못하도록 하는 ‘패스트트랙’(국회법 85조 신속처리안건) 얘기입니다. 민주당은 이 조항을 이상하게 해석하고 있어요.”
국회법 제82조 2항은 안건의 신속 처리에 관한 조항으로, 어떤 법안에 대해 국회 재적 의원 5분의 3 또는 해당 소위원회 재적 위원 5분의 3이 찬성하면 이 안건은 상임위 심의(180일),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90일), 본회의 부의(60일)를 거쳐 본회의에 자동 상정된다. 괄호 안 기간은 최장 기간으로 이 기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여야 간 토론하고 숙려 기간 가지라는 뜻”

― 여야가 합의해서 만든 국회선진화법에 있는 조항 아닌가요.
“법 조항에서 명시한 180일, 90일, 60일이라는 숫자는 그동안 여야 간 충분히 토론과 숙려(熟慮) 기간을 가지라는 뜻입니다. 180일 안에만 하면 된다고 해서 다수당이 자기들 맘대로 하루 만에 다음 단계로 넘겨도 된다는 얘기가 아니에요. 세 단계 합쳐서 최장 330일까지는 여야가 최대한 합의하라는 겁니다. 그런데 민주당은 패스트트랙이라는 명분하에 신나게 빨리빨리 넘겨버린 거죠.
저는 외교통상위원장(19대) 시절 우리 당이 북한인권법을 단독으로 패스트트랙에 태울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끝까지 여야 합의를 하고 통과시켰습니다. 민주당이 계속 이런 식으로 국회법을 해석한다면 위헌 소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그 건은 헌법재판소로 갔다가 헌법 합치 결정이 나왔던 건 아닙니까.
“단 한 표 차이로 합치 결론이 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해석을 받아보고 싶을 정도입니다.”
― (헌재에서) 다수결로 결정된 거네요.
“그런데 민주주의, 특히 의회민주주의는 다수결이 절대선(善)이 아니고 가장 중요한 원칙이 아닙니다. 다수결이 최선이라면 모든 건 1석이라도 많은 정당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건데 그게 아니잖아요. 합의의 정치가 기본입니다. 합의를 위해선 충분한 토론이 필요하고요. 그런데 민주당은 이런 원칙은 아랑곳하지 않고 이미 법안들을 통과시키고 싶은 순서대로 쭉 줄 세워놓고 자기들 일정에 맞춰 통과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다수당이라고 해서 4년 동안 그렇게 할 수 있다면 국회의원을 300명이나 왜 뽑나요.”
― 소수파가 할 수 있는 일은 토론과 합의죠.
“제가 초선, 재선일 때만 해도 법안소위에서는 표결을 한 적이 없어요. 한 명이라도 반대를 하면 통과시키지 않고 중재안을 담고 요구사항을 다 넣지는 못해도 최소한 문장이나 자구(字句)를 고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민주당이 다수당이 된 후로는 걸핏하면 표결이에요. 다수의 횡포입니다. 민주당과 우리 당이 의석수는 차이가 많이 나지만 전국 총 득표율 차이는 한 자릿수에 불과합니다. 바로 이게 민심 아닙니까. 합의를 해서 잘 해나가라는 게 민심이잖아요. 우리 당은 민심을 잘 듣고 엮어내는 일에 앞장서야지요.”
보수 정당 역사상 두 번째 5선 여성의원
― 5선이 됐는데요, 보수 정당 역사상 5선을 기록한 여성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두 명뿐입니다. 5선 의원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요.
“제가 의회에 들어온 지(편집자주- 17대 비례대표) 딱 20년째입니다. 그런데 의회민주주의는 발전은커녕 더 무너지고 있어요. 5선 의원이 되면서 이를 다시 바로 세우는 게 가장 하고 싶은 일입니다.”
― 20대 원내대표 시절부터 의회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있다고 강조했죠.
“무너진 시초가 2019년 선거법과 공수처법 패스트트랙 사건, 일명 동물국회 사건이었습니다. 우리 야당(당시 자유한국당)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200석에 가까운 민주당과 범여권이 다수결로 밀어붙이면서 마음대로 통과시킨 사건이고, 이후 우리 국회는 마치 다수결이 원칙인 것처럼 흘러갔습니다. 솔직히 민주당도 처음에는 국회법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었어요. 패스트트랙은 최장 330일이 걸리고, 그 시간 안에서 여야가 합의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죠. 근데 계속 선거법이 꼬이고 어려워지고 소수당의 압박도 심해지고 하니까 그냥 해석을 멋대로, 그러니까 패스트트랙은 시간 상관없이 넘기는 것이라고 해석해버린 겁니다.”
― 의회민주주의 복원이 목표라 했는데, 이번 국회의장은 중립성에서 벗어나겠다고 공공연히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엄청나게 심각한 문제입니다. 국회의장은 입법과 관련된 모든 권력을 갖기 때문에 탈당하고 중립성을 보장하도록 한 것이고요. 어차피 의장은 자신이 속해 있던 당의 편을 조금이라도 들든지, 아니면 그쪽 입장을 조금이라도 더 이해할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이렇게 대놓고 중립성을 무시할 수가 있습니까. 지금까지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심지어 정치인들도 국회의장의 중요성을 경시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러다 정말 큰일 납니다.”
“20대 국회 때 의장 포기는 큰 실수”
― 큰일이라뇨.
“20대 국회 개원 때 우리 당이 큰 실수를 했고 그 실수가 지금 같은 심각한 상황을 만들어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20대 총선 결과 민주당이 123석, 우리 당이 122석으로 단 1석 차이로 우리 당이 제2당이 된 것으로 나타났는데, 그때 공천 문제로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하고 당선되면 돌아오겠다던 당선인이 유승민 등 최소 4명이 계셨어요. 우리가 사실상 제1당이니까 무소속의 입당 절차를 서둘러서 제1당 몫인 국회의장을 차지했어야 했습니다. 저는 계속 그렇게 주장했고요. 그런데 관례상 1당이 국회의장, 2당이 법사위원장을 맡다 보니 당 지도부는 의장보다 법사위원장을 갖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해 국회의장을 빠르게 포기해버린 겁니다.”
― 지도부의 그런 판단이 지금의 결과를 가져왔다는 겁니까.
“그럼요. 아무리 법사위원장이 중요해도 국회의장은 입법부 모든 권력의 중심입니다. 국회의 인사권도 모두 갖고 있고요. 패스트트랙 사태 때 국회 내부 인사들이 어땠는지 아세요? 모두가 민주당에 유리한 해석만 했습니다. 국회가 정상적으로만 돌아갔더라도 우리가 그렇게 민주당에 무너지지는 않았을 겁니다. 둘 중 선택한다면 당연히 의장입니다. 결국 민주당은 지금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 운영위원장 다 가져가겠다는 거잖아요. 합의는 사라지고 다수결만 중요한 지금의 국회는 그때 우리가 의회 주도권을 스스로 포기하면서 무너지기 시작한 겁니다.”
― 왜 지도부는 국회의장직을 포기했을까요.
“제가 당시 지도부한테 듣기로는 청와대가 ‘모 의원을 국회의장 시켜줬는데도 청와대 말을 듣지 않더라’는 불만을 토로했다는 겁니다. 자신들이 바라던 역할을 의장이 못 하니 법사위원장이 더 중요하다며 법사위원장을 가져오라고 했다는 거예요.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정말 황당한 판단이고, 결국 그런 일들이 쌓여 탄핵까지 이르게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나경원 당선인은 이재명 대표의 독주를 막지 못하면 국회뿐만 아니라 국가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입법·사법·행정 독재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총선 직후 “집행권은 정부에 있고 국회는 입법과 감시 견제의 기능만 갖고 있는 점이 답답하다”며 입법권을 적극 활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나 당선인은 이 대표를 향해 “입법독재에 이어 사법과 행정독재까지 나섰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 입법부는 사실상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죠.
“지금 민주당은 입법부 장악으로 입법독재에 나선 데 이어 사법독재와 행정독재까지 나서고 있어요.”
― 행정독재란 뭘 의미합니까.
“이재명 대표가 총선 직후 25만원 민생지원금을 언급하면서 처분적 법률을 활용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처분적 법률이란 1989년 헌법재판소 결정문에서 정의된 개념으로 ‘행정집행이나 사법재판을 매개로 하지 아니하고 직접 국민에게 권리나 의무를 발생하게 하는 법률’ ‘자동집행력을 갖는 법률’을 의미한다. 다만 입법부가 행정처분을 할 수 있게 된다는 면에서 삼권분립 원칙 위반, 즉 위헌 소지가 있는 것으로 법조계는 해석하고 있다.
― 처분적 법률은 법조인이 아닌 일반인들에겐 다소 생소한 용어입니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민생지원금 25만원을 정부 예산으로 주려면 추경 편성을 해야 하고 그러면 정부와 우리 당이 어떻게든 막으려 하겠죠. 이게 번거로워지니까 그냥 25만원을 꽂아주는 법을 만들겠다는 겁니다. 그게 처분적 법률의 개념이에요. 행정부가 해야 할 일까지 자기들이 하겠다는 겁니다. 이재명 대표가 여의도 대통령이라는 게 틀린 말이 아니잖아요.”
― 사법독재는요.
“지금 사법부는 ‘김명수 체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은 문재인 정권의 비호하에 사법행정 민주화를 강화하겠다고 나섰죠. 정권이 바뀌면서 이제 겨우 사법부가 정상화되려고 하는데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다시 사법부 압박에 나서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재판받는 피고인들이 재판하는 사법부를 압박하겠다고 나서는 게 말이 됩니까.”
나 당선인은 4년 만에 복귀하는 국회에서 해야 할 일이 많다며 의욕에 넘치는 모습이었다. 또 인터뷰 전후로 지역구 사무실을 찾는 손님들을 친절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면서 과거 강경파 이미지에서 벗어난, 20여 년간 풍파를 맞으며 잘 다듬어진 중진 정치인의 면모를 느낄 수 있었다.
나 당선인은 총선 후 각계로부터 축하와 기대감을 받는 동시에 여러 소문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당대표 선거에 나설 것이라는 소문,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거에서 이철규 의원과 나-이 연대를 결성했다는 소문, 전당대회 출마 여부가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 출마 여부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소문 등이 있었지만 그 무엇도 정확한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7~8월에 열릴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 출마 여부와 국회부의장 도전 여부에 대해서는 끝까지 말을 아꼈다.
“지금 저 개인의 자리를 생각할 시점은 아니고, 일단 국회에 등원해서 제가 해야 할 일을 철저하게 파악하고 어디에 어떤 방법으로 기여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려 합니다.”⊙
더불어민주당은 나 당선인의 부활을 막기 위해 동작을에 수많은 예비 후보를 대입해 시뮬레이션했고, 이재명 대표는 선거운동 기간 동작을을 8번이나 방문했으며 이른바 ‘개딸’들은 나경원 낙선운동에 앞장섰다. 하지만 지역 민심을 깊이 파고든 그에게는 소용없었다. 보수 정당의 험지인 동작을 지역주민들 사이에서 “예전의 나경원이 아니다”라며 호의적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싸우자는 선전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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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총선 다음 날인 4월 11일 국민의힘 나경원 당선인이 동작구 선거사무소에서 가족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 4년 만의 국회 복귀인데, 22대 국회에서 하고 싶은 일이 많을 것 같습니다. 당대표 또는 국회부의장 역할을 기대하는 사람들도 많고요.
“당선돼서 다시 일할 수 있다는 기쁨도 있었지만 앞으로 어떻게, 무엇을 해야 할지 한 달 동안 고민이 정말 많았어요. 의석 수가 이렇게 많이 차이 날 줄 몰랐고 지나치게 불균형적인 결과가 되어서 걱정이 앞서고 제가 어떤 역할을 하고 싶다는 생각 자체가 사치스럽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 2019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시절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의회민주주의가 무너졌다며 차기 국회에서는 의회민주주의를 복원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했습니다. 이번에 그 희망을 이룰 수 있을까요.
“민주당이 국회의장 후보 선출하는 걸 보니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할 말이 많아요.”
― 21대 때는 원외여서 이 정도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직접 체험하지 못했죠.
“다들 21대가 최악의 국회라고 하는데 22대는 더 최악의 모습이 됐습니다. 처음도 아니고 두 번째로 개헌 빼고는 모든 걸 야당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구성이 됐는데 야당이 과연 합의를 기본으로 하는 의회 정치에 관심이 있을까요. (민주당이) 원내대표와 국회의장 후보를 정리해서 사실상 추대하는 걸 보세요. 누가 일사불란하게 입법독재를 이끌어나갈 수 있을지 선택한 것이고, 합의정신이나 의회민주주의, 협치 같은 가치는 다 내다 버렸다고 봅니다. ‘개혁 국회의장’ 운운하며 국회의장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할 수 있는 정치적 중립성을 갖다 버린 거죠. 사실 국회의장이 탈당을 하긴 하지만 자신이 몸담았던 정당의 편을 드는 행태에 비판이 많았는데요, 이젠 중립적인 척마저 안 하겠다는 겁니다. 야당이 자기들 하고 싶은 대로 하겠다는 일종의 선전포고라고 볼 수 있어요.”
―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도 ‘개혁국회’를 만들겠다고 했죠. 원내대표단을 개혁기동대라고 표현하면서요.
“개혁이라는 말로 포장을 하지만 곧 원칙에서 벗어나겠다는 뜻이죠. 일방통행하는 국회를 만들겠다는 얘기입니다. 일방통행이 저지당하면 싸우겠다는 얘기고요.”
“원심력 커지는 상황 경계해야”
― 여당은 이런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까요.
“배수의 진을 치고 의회민주주의 정신을 복원해야지요.”
― 배수의 진이라고 하니, 2019년 이른바 ‘동물국회’와 ‘빠루’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시절 민주당 등 여권의 공수처법과 선거법 패스트트랙을 저지하기 위해 여야 의원들 간 물리적 충돌이 벌어졌던 사건이죠.
“어떻게든 의회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노력은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 충돌이랄 것이 뭐가 있었나요. 스크럼 짜 문 앞을 막고 드러누워 있던 게 전부인데 각종 도구 가져와서 문 부수고 한 사람들이 누굽니까. 민주당은 우리한테 책임을 뒤집어씌웠습니다. 야당 의원의 정치적 행동은 회의장에서 반대표 누르는 것 말고는 할 수 없는 건가요. 충분히 행동할 수 있는 겁니다. 내 모든 것을 내놓더라도 그런 가치를 추구할 수 있다는 거죠. 하지만 요즘은 나서는 사람은 거의 없고 뒤로 숨는 경우가 많아요.”
― 보수 정당에 그런 성향이 있긴 합니다. 개개인의 파워는 충분한데 나서지는 않고요. 그대로 가면 다수당의 입법 횡포에 계속 밀리지 않겠습니까. 국민의힘에 무기력함이 팽배해 있다는 시선도 많습니다.
“정권 재창출에 성공한 윤석열 정권 초기에는 모두 힘을 모아 정권의 성공을 이끌어가자고 했지만 지금은 달라요. 중심으로 뭉치는 힘이 아니라 원심력(遠心力·원운동을 하는 물체가 원의 중심에서 멀어지는 힘)이 커지는 지금 같은 상황을 경계해야 합니다. 각자 자신 위주로 활동을 하다 보니 중심에서 멀어지는 힘이 점점 커지고 그러다 보면 다들 중심과 아주 먼 곳으로 날아가는 거예요. 각자 활동하는 힘을 하나로 모아서 끌어내는 게 리더십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당, 정쟁 아니라 정책 위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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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당선인은 22대 총선 결과 5선 의원이 됐다. 지난 4월 15일 국민의힘 4선 이상 중진 모임에 참석한 나 당선인(왼쪽에서 두 번째). 사진=조선DB |
“물론 싸움이 우선이어서는 안 되고요. 당선 후 한 달여 동안 앞으로 우리 당이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을 고민해봤습니다. 여야가 다툼이 없을 수는 없고, 다투더라도 최대한 합의를 이뤄나가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정쟁이 아니라 정책 위주로요. 저는 우리 대한민국의 최대 이슈는 인구와 기후, 미래성장동력 세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윤석열 정부에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외교부 기후환경대사직을 수행하면서 인구와 기후 분야 연구를 많이 했는데요, 이 이슈들은 결국 교육, 연금, 노동, 이민 등 우리가 직면한 다양한 사회문제와 촘촘히 연결돼 있습니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육비와 연금 문제도 매우 중요한데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시절 수많은 사례를 접했는데 아이를 안 낳는 가장 큰 이유는 남자는 경제력, 여자는 경제력과 경력 문제였어요. 결국 미래성장동력을 만들어 새로운 세대의 경제력을 확보하는 것이 인구 문제의 해법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방향으로 국가를 대폭 개조해야 할 시점이라 국회에서 여당은 어젠다 중심으로 입법 활동을 이끌어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나 당선인은 이 같은 이슈에 집중하기 위해 22대 국회에서는 환경노동위원회를 희망한다고 했다.
그는 국민의힘이 힘을 얻기 위해서는 유능하고 책임감 있는 보수의 모습,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보수의 모습을 복원하고 지켜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당은 현 정부가 국정 운영을 지속적으로 올바로 할 수 있도록 정권을 재창출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우리 당이 정권을 잡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고요. 지금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정신은 상당히 훼손됐고 공정과 같은 중요한 가치들이 많이 무너졌어요.”
― 정권이 바뀌었는데도 그렇습니까. 예를 들자면요.
“법을 어기고 2심까지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이 당을 만들어서 선거에 출마하고 정치를 하겠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 당에서 당선된 분들의 면면을 보면 정치를 하기는커녕 자숙해야 할 인물들이에요. 의회를 의회로 생각하지 않고 본인의 사적 이익 도구로, 혹은 개인 방탄의 수단으로 삼는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이러니 우리 국회에 공정과 상식, 정의가 존재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자숙해야 할 인물들, 의회를 방탄 수단으로 삼아”
―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국회를 방탄 수단으로 이용하는 데 대한 비판이 많았는데 이런 현상이 줄어들기는커녕 더 늘어났죠.
“더 큰 문제는 의회, 그러니까 입법부만 장악하고 이용하는 게 아니라 그걸 기반으로 사법부와 행정부까지 장악하려고 드는 겁니다. 기소돼 수사를 받거나 유죄판결받은 사람들이 본인들을 정당화하기 위해 검찰독재를 주장하고 ‘사법이 민주적이지 않다’고 주장하며 사법부까지 흔들고 있습니다. 사법부에서 정당한 판결을 받아야 할 사람들이 사법부를 말도 안 되게 비판하고 있어요.”
판사 출신인 나 당선인은 “대체 사법이 민주적이지 않다는 게 무슨 말이냐”라며 분개했다. 사법은 법치(法治)를 제대로 실현하는 게 중요한데 야당이 민주라는 가치를 끼워 넣어 사법부의 본질을 훼손하고 있다는 것이다.
“입법부가 사법부를 압박한다는 것은 대한민국이 비정상·비상식의 길로 가고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정치는 늘 과하면 반작용이 돌아와요. 위기가 깊어지면 국민이 또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주신다고 생각합니다.”
― 민주당은 단일대오로 총선에 임했는데 보수는 분열했기 때문에 총선에서 졌다는 비판도 많습니다.
“우리 보수 정당 스스로가 하나로 뭉치지 못했고, 또 보수 지지자들을 하나로 뭉치게 하지 못했습니다. 예를 들어 의대 증원 문제도 정부와 여당이 하나의 목소리를 내지 못했잖아요. 이러다 보수가 궤멸되는 것 아니냐라는 우려도 많이 듣고 있죠.”
― 어떻게 해야 할까요. 보수의 가치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나요.
“가치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보수의 덕목이 무너지고 있는 현실을 똑바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원래 보수의 덕목은 유능함, 책임질 줄 아는 태도, 도덕성, 자신 있게 나아갈 수 있는 용기 등인데요, 지금 이런 덕목들이 무너지고 있어요. 또 유능한 분은 많은데 이런 분들을 모으는 힘, 리더십이 부족합니다.”
“낙선운동? 이제 안 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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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당선인은 2014년부터 매주 동작구민들을 만나 어려움을 나누고 해결안을 찾는 ‘나경원의 진심데이트’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나경원 페이스북 |
이재명 대표가 동작을을 8번 방문했고, 박지원·김부겸 등 중진급 정치인도 동작을을 방문해 지지 유세를 펼쳤다. 조국혁신당의 조국 대표도 동작을을 두 차례 방문했다.
― 야권에서 나경원 낙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더군요. 4년 전에도 야당 지지 세력이 사무소 앞 시위와 온라인 공격 등 거센 낙선운동을 벌였고 결국 낙선했죠.
“이번에도 (낙선운동이) 별반 다르지 않았어요. 아침저녁으로 사무실 앞에서 시위를 하고, 지하철역 등 곳곳에서, 제 선거운동 장소에서 저를 비난하는 피켓을 들고 있기도 하고요.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세력도 계속 있었죠. 하지만 저도 4년 전에 당해봤으니 이제 철저하게 대응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예상되는 공격에 대한 준비를 했고요. 또 아무리 낙선운동을 해도 내가 주민들을 진심으로 대하고 위한다면 통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지역구 골목골목 여러 번 안 가본 곳이 없고, 지역 현안 모르는 게 없고, 주민과 상인들도 여러 번 만나면서 친해졌고요. 지역 내 대학교가 많아서 캠퍼스도 여러 번 방문하여 MZ 세대와 어울렸습니다.”
―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패배했지만 본인은 새로운 이미지로 다시 일어섰습니다. 국민의힘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도 ‘이번엔 나경원이 정말 열심히 했다’ ‘지역주민 중 나경원을 만나지 않은 사람이 없다’ ‘초심으로 돌아간 것 같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서울에서, 그것도 험지에서 8%P 차이로 이겼다는 결과가 노력에 대한 결과라 생각합니다.”
딸도 선거운동 나서
― 동작을은 국민의힘에서 험지로 분류되는 곳이죠.
“대학이 많아 젊은 인구가 많고 1인 가구도 40%에 가까울 정도로 많습니다. 또 재건축·재개발이 늘어나 집값이 오르면서 우리 당에 호의적이지 않은 4050 세대도 더 늘어났어요. 그래서 세대와 지역 특성을 깊이 연구해 세분화하여 맞춤형 공약을 만드는 데 집중했습니다. 중앙당에서 내려보내는 공약 대신 하나하나 다 제가 만든 공약으로 알렸어요. 제가 특히 20대 여성에게 인기가 없는 편인데(웃음) 대학생 토론회, 청년모임도 많이 하고 그들의 말을 들으려 애썼습니다.”
― 인스타라이브와 릴스, 쇼츠 등 소셜미디어(SNS) 선거운동도 적극적으로 했습니다.
“주로 낮에 선거운동을 하니까 직접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의 범위에 한계가 있잖아요. 사실 낮에 만나는 분들은 대부분 제게 좋은 얘길 해 주시는데 직접 만나지 못하는 분들의 반응이 궁금했습니다. 하루종일 직장이나 학교에 있는 유권자는 만나기 힘들잖아요. 그래서 매일 시간을 정해 인스타라이브를 켜고 댓글 등으로 소통을 했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한편 이번 선거에서 지역주민들은 나 당선인의 딸 유나씨의 모습도 자주 볼 수 있었다고 했다. 기자가 본 나 당선인은 가족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사람이다. 그는 늘 자신이 정치를 하는 이유에 대해 “우리 아이들에게, 또 미래 후손들에게 살기 좋은 나라를 물려주고 싶다”고 했다. 그만큼 가족에 대한 애정이 깊었고, 아이들이 어릴 때 일이 바빠서 살뜰히 챙겨주지 못한 점을 늘 미안해했다.
― 딸이 선거운동에 함께하는 모습이 자주 보였습니다.
“예전 선거에서도 가끔 모습을 보였는데 장애가 있는 딸을 선거에 이용한다며 비난하는 사람들도 많았고 저도 도와달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막판 여론조사에서 제가 지는 결과가 몇 번 나오니까 딸이 걱정됐는지 자기도 선거운동에 나가겠다고 하더라고요. 아들은 현수막 문구를 같이 고민하면서 만들었고요. 가족에게는 늘 감사한 마음입니다.”
― 선거운동을 하며 아쉬운 점은 없었습니까.
“선거 때마다 보수 정당이 조직력과 화력 면에서 상대방보다 약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당원 교육을 체계적으로 더 많이 해야 돼요. 당원 확대 운동도 꾸준히 해야 하고, 선거운동 방식과 행동 방식도 교육해야 합니다. 민주당이 당원 교육 면에서는 앞서나간다고 생각해요.”
“연판장 사건,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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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에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및 기후환경대사를 지낸 나경원 당선인은 우리 사회의 최대 과제가 인구, 기후, 미래성장동력이라고 설명했다. 사진=뉴시스 |
― 윤석열 정부 초기에 장관 물망에 오르다가 장관급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임명받았습니다. 이후 대통령실과 의견 차이로 사퇴하게 됐고, 작년 3월 전당대회에 출마하려 했지만 초선 의원들의 불출마 요구 연판장이 돌기도 했습니다. 심적인 타격이 컸을 것 같은데, 어느 정도 극복했나요.
“극복이라는 표현이 맞을지는 모르겠는데요, 정당 정치 역사상 그런 일이 있었던 적도 없었고 있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정치는 자연스러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민심에 순응하며 흘러가듯 정치를 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어요. 억지로 끌고 나가다 보니 결국 부작용이 있었고 그런 부작용도 이번 총선 패배의 한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 국민의힘 총선 패배의 주요 원인이 무엇이라고 봅니까.
“이제 와서 원인을 하나하나 따질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모든 구성원이 다 자기 탓임을 인정하고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합니다. 대통령이 잘못했다, 한동훈 위원장이 잘못했다, 당 잘못이니 후보 잘못이니 따지는 것은 옳지도 않고 누가 더 잘못했는지 밝혀진들 뭐가 달라집니까. 다시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해요. 모두 남탓하지 말고 다 같이 잘못했다고 생각하고 바꿔나가자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 현재 국민의힘은 21대보다 주목받는 중진 당선인이 많아진 것으로 보입니다. 당선인들을 포함해 당권에 도전할 후보군도 두꺼워졌고요. 꼭 당대표에 도전하지 않더라도 본인 포함 중진들이 무기력증에 빠진 당을 살려내는 데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오래 정치를 해온 사람들이니 야당과 대화의 물꼬를 트는 데 역할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다선 중진이라고 해서 자기 정치에만 몰입하지 말고 당내에서 사람들을 아우르고 의견을 모으는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언젠가부터 보수 정당 내에서 그런 역할을 하는 분들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이재명을 ‘여의도 대통령’이라 한 이유
나 당선인은 야당 유력 정치인들에게는 껄끄러운 존재다. 그는 당선 후 언론 인터뷰에서 이재명 대표를 향해 “여의도 대통령”이라고 비판했고,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와는 대학 동기(서울법대 82학번)이며 2019년 조 대표가 법무부 장관에 임명될 때 야당 원내대표로 첨예하게 대립했다.
― 이제 원내에서 이재명 대표, 조국 대표 등 대립해왔던 인물들과 함께 의정 활동을 해야 합니다. 서로 도와 협치할 가능성이 있나요.
“협치는 물론 해야겠지만 그들은 어차피 달라지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 이재명 대표를 향해 ‘여의도 대통령’이라고 했는데요.
“여의도, 즉 입법부를 장악한 1인자라는 이유만으로 그렇게 말한 건 아닙니다. 입법부 장악을 기반으로 사법부와 행정부까지 압박하면서 영향력을 미치려 한다는 뜻에서 쓴 말이죠. 이 대표는 단순한 제1당의 1인자가 아니에요. 이재명 대표는 1인독재를 하겠다고 공천권을 행사해서 ‘친명횡재 비명횡사’라는 말까지 나오지 않았습니까. 원내대표는 친명 후보가 단독 출마해 그냥 당선됐고요. 국회의장도 입법독재의 완성을 위해 이재명 1인 정당에 대한 선명성이 가장 강한 사람을 사실상 추대했습니다.”
― 민주당은 상임위원장 중 제2당 몫이었던 법사위원장과 여당 몫인 운영위원장도 차지하겠다고 합니다. 지금 분위기로는 법사위원장도 친이재명계가 맡을 것으로 보이고요.
“끔찍하고 황당한 일입니다. 무서울 정도예요.”
― 그 ‘여의도 대통령’에 소수 여당이 대응할 방법은 뭘까요. 민주당의 입법독재를 막을 방법이 있습니까.
“일단 민주당이 멋대로 빨리빨리 법안을 넘기는 걸 막기 위해 국회법 해석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법안을 쓸데없이 오랫동안 붙잡아두지 못하도록 하는 ‘패스트트랙’(국회법 85조 신속처리안건) 얘기입니다. 민주당은 이 조항을 이상하게 해석하고 있어요.”
국회법 제82조 2항은 안건의 신속 처리에 관한 조항으로, 어떤 법안에 대해 국회 재적 의원 5분의 3 또는 해당 소위원회 재적 위원 5분의 3이 찬성하면 이 안건은 상임위 심의(180일),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90일), 본회의 부의(60일)를 거쳐 본회의에 자동 상정된다. 괄호 안 기간은 최장 기간으로 이 기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여야 간 토론하고 숙려 기간 가지라는 뜻”

― 여야가 합의해서 만든 국회선진화법에 있는 조항 아닌가요.
“법 조항에서 명시한 180일, 90일, 60일이라는 숫자는 그동안 여야 간 충분히 토론과 숙려(熟慮) 기간을 가지라는 뜻입니다. 180일 안에만 하면 된다고 해서 다수당이 자기들 맘대로 하루 만에 다음 단계로 넘겨도 된다는 얘기가 아니에요. 세 단계 합쳐서 최장 330일까지는 여야가 최대한 합의하라는 겁니다. 그런데 민주당은 패스트트랙이라는 명분하에 신나게 빨리빨리 넘겨버린 거죠.
저는 외교통상위원장(19대) 시절 우리 당이 북한인권법을 단독으로 패스트트랙에 태울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끝까지 여야 합의를 하고 통과시켰습니다. 민주당이 계속 이런 식으로 국회법을 해석한다면 위헌 소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그 건은 헌법재판소로 갔다가 헌법 합치 결정이 나왔던 건 아닙니까.
“단 한 표 차이로 합치 결론이 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해석을 받아보고 싶을 정도입니다.”
― (헌재에서) 다수결로 결정된 거네요.
“그런데 민주주의, 특히 의회민주주의는 다수결이 절대선(善)이 아니고 가장 중요한 원칙이 아닙니다. 다수결이 최선이라면 모든 건 1석이라도 많은 정당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건데 그게 아니잖아요. 합의의 정치가 기본입니다. 합의를 위해선 충분한 토론이 필요하고요. 그런데 민주당은 이런 원칙은 아랑곳하지 않고 이미 법안들을 통과시키고 싶은 순서대로 쭉 줄 세워놓고 자기들 일정에 맞춰 통과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다수당이라고 해서 4년 동안 그렇게 할 수 있다면 국회의원을 300명이나 왜 뽑나요.”
― 소수파가 할 수 있는 일은 토론과 합의죠.
“제가 초선, 재선일 때만 해도 법안소위에서는 표결을 한 적이 없어요. 한 명이라도 반대를 하면 통과시키지 않고 중재안을 담고 요구사항을 다 넣지는 못해도 최소한 문장이나 자구(字句)를 고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민주당이 다수당이 된 후로는 걸핏하면 표결이에요. 다수의 횡포입니다. 민주당과 우리 당이 의석수는 차이가 많이 나지만 전국 총 득표율 차이는 한 자릿수에 불과합니다. 바로 이게 민심 아닙니까. 합의를 해서 잘 해나가라는 게 민심이잖아요. 우리 당은 민심을 잘 듣고 엮어내는 일에 앞장서야지요.”
보수 정당 역사상 두 번째 5선 여성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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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민주당이 주도하는 공수처법과 선거법 패스트트랙 지정 거부에 앞장서고 있다. 사진=조선DB |
“제가 의회에 들어온 지(편집자주- 17대 비례대표) 딱 20년째입니다. 그런데 의회민주주의는 발전은커녕 더 무너지고 있어요. 5선 의원이 되면서 이를 다시 바로 세우는 게 가장 하고 싶은 일입니다.”
― 20대 원내대표 시절부터 의회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있다고 강조했죠.
“무너진 시초가 2019년 선거법과 공수처법 패스트트랙 사건, 일명 동물국회 사건이었습니다. 우리 야당(당시 자유한국당)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200석에 가까운 민주당과 범여권이 다수결로 밀어붙이면서 마음대로 통과시킨 사건이고, 이후 우리 국회는 마치 다수결이 원칙인 것처럼 흘러갔습니다. 솔직히 민주당도 처음에는 국회법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었어요. 패스트트랙은 최장 330일이 걸리고, 그 시간 안에서 여야가 합의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죠. 근데 계속 선거법이 꼬이고 어려워지고 소수당의 압박도 심해지고 하니까 그냥 해석을 멋대로, 그러니까 패스트트랙은 시간 상관없이 넘기는 것이라고 해석해버린 겁니다.”
― 의회민주주의 복원이 목표라 했는데, 이번 국회의장은 중립성에서 벗어나겠다고 공공연히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엄청나게 심각한 문제입니다. 국회의장은 입법과 관련된 모든 권력을 갖기 때문에 탈당하고 중립성을 보장하도록 한 것이고요. 어차피 의장은 자신이 속해 있던 당의 편을 조금이라도 들든지, 아니면 그쪽 입장을 조금이라도 더 이해할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이렇게 대놓고 중립성을 무시할 수가 있습니까. 지금까지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심지어 정치인들도 국회의장의 중요성을 경시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러다 정말 큰일 납니다.”
“20대 국회 때 의장 포기는 큰 실수”
― 큰일이라뇨.
“20대 국회 개원 때 우리 당이 큰 실수를 했고 그 실수가 지금 같은 심각한 상황을 만들어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20대 총선 결과 민주당이 123석, 우리 당이 122석으로 단 1석 차이로 우리 당이 제2당이 된 것으로 나타났는데, 그때 공천 문제로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하고 당선되면 돌아오겠다던 당선인이 유승민 등 최소 4명이 계셨어요. 우리가 사실상 제1당이니까 무소속의 입당 절차를 서둘러서 제1당 몫인 국회의장을 차지했어야 했습니다. 저는 계속 그렇게 주장했고요. 그런데 관례상 1당이 국회의장, 2당이 법사위원장을 맡다 보니 당 지도부는 의장보다 법사위원장을 갖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해 국회의장을 빠르게 포기해버린 겁니다.”
― 지도부의 그런 판단이 지금의 결과를 가져왔다는 겁니까.
“그럼요. 아무리 법사위원장이 중요해도 국회의장은 입법부 모든 권력의 중심입니다. 국회의 인사권도 모두 갖고 있고요. 패스트트랙 사태 때 국회 내부 인사들이 어땠는지 아세요? 모두가 민주당에 유리한 해석만 했습니다. 국회가 정상적으로만 돌아갔더라도 우리가 그렇게 민주당에 무너지지는 않았을 겁니다. 둘 중 선택한다면 당연히 의장입니다. 결국 민주당은 지금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 운영위원장 다 가져가겠다는 거잖아요. 합의는 사라지고 다수결만 중요한 지금의 국회는 그때 우리가 의회 주도권을 스스로 포기하면서 무너지기 시작한 겁니다.”
― 왜 지도부는 국회의장직을 포기했을까요.
“제가 당시 지도부한테 듣기로는 청와대가 ‘모 의원을 국회의장 시켜줬는데도 청와대 말을 듣지 않더라’는 불만을 토로했다는 겁니다. 자신들이 바라던 역할을 의장이 못 하니 법사위원장이 더 중요하다며 법사위원장을 가져오라고 했다는 거예요.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정말 황당한 판단이고, 결국 그런 일들이 쌓여 탄핵까지 이르게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나경원 당선인은 이재명 대표의 독주를 막지 못하면 국회뿐만 아니라 국가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입법·사법·행정 독재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총선 직후 “집행권은 정부에 있고 국회는 입법과 감시 견제의 기능만 갖고 있는 점이 답답하다”며 입법권을 적극 활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나 당선인은 이 대표를 향해 “입법독재에 이어 사법과 행정독재까지 나섰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 입법부는 사실상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죠.
“지금 민주당은 입법부 장악으로 입법독재에 나선 데 이어 사법독재와 행정독재까지 나서고 있어요.”
― 행정독재란 뭘 의미합니까.
“이재명 대표가 총선 직후 25만원 민생지원금을 언급하면서 처분적 법률을 활용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처분적 법률이란 1989년 헌법재판소 결정문에서 정의된 개념으로 ‘행정집행이나 사법재판을 매개로 하지 아니하고 직접 국민에게 권리나 의무를 발생하게 하는 법률’ ‘자동집행력을 갖는 법률’을 의미한다. 다만 입법부가 행정처분을 할 수 있게 된다는 면에서 삼권분립 원칙 위반, 즉 위헌 소지가 있는 것으로 법조계는 해석하고 있다.
― 처분적 법률은 법조인이 아닌 일반인들에겐 다소 생소한 용어입니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민생지원금 25만원을 정부 예산으로 주려면 추경 편성을 해야 하고 그러면 정부와 우리 당이 어떻게든 막으려 하겠죠. 이게 번거로워지니까 그냥 25만원을 꽂아주는 법을 만들겠다는 겁니다. 그게 처분적 법률의 개념이에요. 행정부가 해야 할 일까지 자기들이 하겠다는 겁니다. 이재명 대표가 여의도 대통령이라는 게 틀린 말이 아니잖아요.”
― 사법독재는요.
“지금 사법부는 ‘김명수 체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은 문재인 정권의 비호하에 사법행정 민주화를 강화하겠다고 나섰죠. 정권이 바뀌면서 이제 겨우 사법부가 정상화되려고 하는데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다시 사법부 압박에 나서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재판받는 피고인들이 재판하는 사법부를 압박하겠다고 나서는 게 말이 됩니까.”
나 당선인은 4년 만에 복귀하는 국회에서 해야 할 일이 많다며 의욕에 넘치는 모습이었다. 또 인터뷰 전후로 지역구 사무실을 찾는 손님들을 친절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면서 과거 강경파 이미지에서 벗어난, 20여 년간 풍파를 맞으며 잘 다듬어진 중진 정치인의 면모를 느낄 수 있었다.
나 당선인은 총선 후 각계로부터 축하와 기대감을 받는 동시에 여러 소문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당대표 선거에 나설 것이라는 소문,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거에서 이철규 의원과 나-이 연대를 결성했다는 소문, 전당대회 출마 여부가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 출마 여부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소문 등이 있었지만 그 무엇도 정확한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7~8월에 열릴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 출마 여부와 국회부의장 도전 여부에 대해서는 끝까지 말을 아꼈다.
“지금 저 개인의 자리를 생각할 시점은 아니고, 일단 국회에 등원해서 제가 해야 할 일을 철저하게 파악하고 어디에 어떤 방법으로 기여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