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 인권센터가 지난해 8월에 인권위에 진정한 박 대령 긴급구제조치 등 모두 기각
⊙ “국방부 장관의 이첩 보류 지시에 따른 해병대 사령관의 이첩 보류·중단 지시는 해외 출장 중인 장관의 귀국 시까지 이첩을 보류하라는 내용”
⊙ “구체적 지휘·감독권이 있는 국방부 장관·해병대 사령관이 사건 이첩 전에 이첩 보류 지시를 하였으면, 부당한 근거가 없는 한 군사경찰은 이에 따라야”
⊙ “소속 기관장의 승인 또는 국방부 장관의 허가를 거치지 않고 언론 인터뷰를 한 것은 법규 위반… 징계는 인권침해로 볼 수 없다”
⊙ “군사경찰은 상관 명령에 복종하여야 한다”(군사경찰직무법·군사법원법)
⊙ “국방부 장관의 이첩 보류 지시에 따른 해병대 사령관의 이첩 보류·중단 지시는 해외 출장 중인 장관의 귀국 시까지 이첩을 보류하라는 내용”
⊙ “구체적 지휘·감독권이 있는 국방부 장관·해병대 사령관이 사건 이첩 전에 이첩 보류 지시를 하였으면, 부당한 근거가 없는 한 군사경찰은 이에 따라야”
⊙ “소속 기관장의 승인 또는 국방부 장관의 허가를 거치지 않고 언론 인터뷰를 한 것은 법규 위반… 징계는 인권침해로 볼 수 없다”
⊙ “군사경찰은 상관 명령에 복종하여야 한다”(군사경찰직무법·군사법원법)
- 지난 5월 2일 ‘순직 해병 진상 규명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안(채 상병 특검법)’이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가결됐다. 사진=뉴시스
시민단체인 군 인권센터가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 사건’과 관련해 “박정훈 전 해병대수사단장(대령)을 징계하거나 상관 명예훼손죄로 입건, 수사하는 것은 직업 수행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 진정한 사건에 대해 인권위가 이를 기각한 것으로 밝혀졌다. 《월간조선》은 이 사건을 심의한 군 인권보호위원회 위원들이 이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제출된 군 인권센터의 진정을 기각해야 한다는, 즉 박정훈 대령의 행동은 부적절했다는 ‘기각 의견서’를 단독 입수했다. 이 사건을 조사한 군 인권보호위원회에서 기각 결정을 내린 다수 의견은 “조사 결과 국방부 장관의 외압에 관한 부분은 사실이라고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증거가 없고, 박정훈 대령에 대한 조치는 인권침해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기각한다”고 적시했다. 인권위 진정 기각 건은 박 대령의 인권 침해 여부를 다루고 있지만,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한 사실관계와 법적 쟁점도 포함하고 있다. 향후 채 상병 특검의 시사점을 포함하고 있어 《월간조선》은 이를 기사로 다뤘다.
“긴급구제조치 취해달라” 만장일치 기각
군 인권센터는 2023년 8월 14일 인권위에 박정훈 대령에 대한 긴급구제조치를 신청했다. 안건은 인권위 군 인권보호위원회(소위원회)에 배당됐다. 서울·부산·수원지검 검사를 거쳐 한국노총 부산지역본부 고문을 지낸 김용원(金龍元) 상임 인권위원 겸 군 인권보호관, 법무법인(유) 원 변호사 출신으로 민변 여성인권위원장을 지낸 원민경(元玟京) 인권위원, 서울·광주고검 검사와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지낸 한석훈(韓晳薰) 인권위원이 논의했다.
긴급구제조치 신청은 접수된 지 15일 만인 8월 29일에 기각됐다. 이에 관해 김용원 인권위원은 “해병대 전 수사단장에 대한 항명죄 수사 및 징계의 중지, 국방부 검찰단장 직무 배제 등 긴급구제조치를 취해달라는 신청을 기각하기로 의결했다. 군 인권센터가 제출한 진정서가 국가인권위원회법이 정하는 필요성의 요건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에 관해 전체 인권위원들(김용원, 원민경, 한석훈) 사이에 의견이 일치됐다”고 말했다. 다만 긴급구제 건과 별개로 소위원회는 ▲해병대 수사단이 경찰청에 이첩한 사건을 국방부 검찰단이 회수한 경위 ▲그 적절성 여부 ▲박정훈 대령에 대한 항명죄 수사 개시 경위 등 진정 사건에 대한 조사는 계속하기로 했다.
인권위원 셋의 의견 일치하지 않아
그로부터 5개월이 지난 1월 30일, 소위원회는 진정 사건의 조사를 모두 마치고 진정을 기각한 것으로 《월간조선》 취재 결과 확인됐다. 인권위 홍보협력과 관계자는 군 인권센터가 제출한 안건이 기각된 데 대해 “이를 두고 최근까지도 (위원들이) 서로 다른 의견을 내고 있어서 우리(홍보협력과)가 뭐라고 말씀드리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며 “군 인권보호위원회는 약간의 독립성이 있고, 다른 위원회처럼 (회의 내용이) 우리와 적극적으로 공유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인권위 홍보협력과가 말한 ‘서로 다른 의견’은 이렇다. 김용원 위원과 한석훈 위원은 “국방부 장관과 해병대 사령관의 해병대 수사단에 대한 지휘권은 적합한 것이어서 (박정훈 대령에 대한) 인권침해가 아니다”라고 봤다. 반면 원민경 위원은 “지휘권 행사가 적법하지 않아 인권침해에 해당한다”고 봤다. 김용원 위원과 한석훈 위원은 군 인권센터의 진정에 대해 ‘기각’ 의견, 원민경 위원은 ‘인용’ 의견을 냈다.
국가인권위법 제12조 2항에 따르면, 소위원회는 3명 이상 5명 이하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또 같은 법 제13조 2항은 소위원회 회의는 구성위원 3명 이상의 출석과 3명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명시했다. 이 조항에 따라 총 3명으로 구성된 소위원회의 진정 사안이 의결되려면 ‘만장일치’ 의견이 나와야 한다. 지난해 긴급구제의 경우 만장일치 기각 의견이 나왔고, 이번 진정 안건은 기각 의견 2명, 인용 의견 1명으로 의결정족수가 부족해 기각됐다.
인권위가 진정 안건을 기각 결정하는 경우에는 사무처에서 2주일 이내에 기각 통지를 하게 된다. 군 인권센터가 이에 불복(不服)하면 행정심판을 거쳐 행정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행정심판법 제27조 1항에 따르면 ‘행정기관으로부터 행정처분 명령서를 받게 되면 행정심판 청구는 처분이 있음을 알게 된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함’이 원칙이다. 《월간조선》은 지난 5월 10일과 11일, 군 인권센터 측에 진정 안건 기각에 대한 입장과 행정심판이나 행정 소송 제기 여부 등을 묻고자 했으나, 군 인권센터 측은 “조선미디어 그룹과는 별도로 인터뷰하지 않는다”며 취재를 거절했다.
핵심 쟁점 세 가지
《월간조선》은 복수의 국가인권위 관계자의 설명과 이번 취재로 확인한 문건 등을 종합해 진정 안건 기각에 관한 사실관계를 검증했다.
핵심 쟁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국방부 장관과 해병대 사령관의 이첩 보류 지시나 해병대 사령관의 이첩 중단 지시가 위법, 부당한 것인지 여부다. 그 지시가 적법한 지휘권 행사이고 그 내용이 부당하지 않았다면, 상관의 지휘·명령에 불응한 박정훈 대령의 행위는 항명죄 수사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군사경찰이 민간경찰에 사건을 이첩함에 있어서 그 사건인계서의 피혐의자 중 ‘사단장은 빼라’는 취지의 국방부 장관의 부당한 외압이 있었는지 여부다.
셋째, 박정훈 대령에 대한 징계 처분이 부당했는지 여부다.
소위원회는 ‘이첩 보류 및 이첩 중단 지시’의 위법(違法)과 부당성 여부를 조사했다. 이를 위해서 인권위원들은 소속 부대장의 구체적인 지휘·감독이 적법한지 부당한지를 따졌다. ‘기각’ 의견서는 군사경찰직무법에 따라 “소속 부대장은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할 이유가 있었다”고 봤다.
“군사경찰,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해야”
군사경찰직무법(정식 명칭은 군사경찰의 직무 수행에 관한 법률) 제5조 1항 제3호에서 ‘군사경찰은 군사경찰부대가 설치돼 있는 부대의 장의 지휘·감독하에 군사법원법 제44조 제1호에 규정된 범죄(일반군사경찰 관할 범죄)의 정보 수집·예방·제지 및 수사의 직무를 수행한다’, 제2항에서 ‘국방부 장관은 군사경찰 직무의 최고 지휘자·감독자로서 군사경찰에 관한 정책을 총괄하기 위하여 국방부 소속으로 조사본부를 둔다’, 제3항에서 ‘각 군 참모총장은 각 군 군사경찰 직무의 지휘자·감독자로서 각 군 소속 부대의 군사경찰 직무를 총괄하기 위하여 군사경찰실이나 군사경찰단을 둔다’, 제4항에서 ‘군사경찰부대가 설치되어 있는 부대의 장은 소관 군사경찰 직무를 관장하고 소속 군사경찰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군사법원법 제2조 제4항 본문에서는 ‘국방부 장관은 제2항에 해당하는 죄(군인 사망 사건 등 민간법원이 재판권을 가지는 범죄)의 경우에도 국가안전보장, 군사기밀보호,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정이 있을 때에는 해당 사건을 군사법원에 기소할 수 있도록 결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기각 의견서는 “이는 개별 사건의 범죄 수사·조사에 관하여 국방부 장관도 구체적 지휘·감독권이 있음을 전제로 한 규정으로 보아야 한다”고 적시했다. 구체적 범죄 사건에 대한 수사·조사내용을 검토함이 없이 그 재판 관할 변경 여부를 결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군사법원법 제45조는 ‘군사법경찰관은 범죄수사에 관하여 직무상 상관의 명령에 복종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기각 의견서는 “군사경찰은 범죄의 정보 수집·예방·제지 및 수사·조사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군사경찰 직무의 최고 지휘·감독권자인 국방부 장관, 각 군 군사경찰 직무의 총괄 지휘·감독자인 참모총장, 군사경찰 직무의 직접적 지휘·감독자인 소속 부대의 장의 일반적·구체적 지휘·감독을 받고 있고, 그 지휘·감독권에 기한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적시했다.
박 대령의 오해?
한편, 군사경찰직무법 시행령 제7조에서 ‘군사경찰부대가 설치되어 있는 부대의 장은 수사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군사경찰이 군사경찰직무법 제5조 제1항 제3호에 따른 직무를 수행할 때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하여 기각 의견서는 “박 대령이 국방부 장관 및 소속 부대의 장인 해병대 사령관의 이첩 보류 지시 및 해병대 사령관의 이첩 중단 지시에 따르지 않은 근거가 무엇인지 명확지는 않지만, 아마 이 시행령 규정을 근거로 부대의 장을 비롯하여 그 상관인 국방부 장관이나 참모총장은 군사경찰의 범죄 수사에 관하여 일반적 지휘·감독권만 있고 구체적 사건에 대한 구체적 지휘·감독권은 없는 것으로 오해한 데서 기인한 것일 수 있다”고 적시했다. 박정훈 대령이 이 조항을 근거로 단독 행동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런 해석 역시 네 가지 이유로 부당하다고 기각 의견서는 말하고 있다.
첫째, 군사경찰직무법 시행령은 군사경찰직무법의 시행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 것이고, 하위 시행 법규는 상위법의 취지에 맞게 해석해야 하는데, 군사경찰직무법 시행령을 해석하면서 상위법인 군사경찰직무법에서 규정한 지휘·감독권을 축소 해석할 수는 없다.
둘째, 군사경찰직무법 시행령 제7조의 규정 내용도 ‘수사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직무를 수행할 때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소속 부대의 장 등이 수사에 관한 지휘·감독권을 행사하더라도 직무 수행의 독립성을 침해하여 수사의 공정성을 해쳐서는 안 된다는 내용일 뿐이다. 즉 지휘·감독권을 공정하게 행사하라는 것일 뿐 소속 부대 장 등의 수사지휘·감독권을 부정한 것은 아니며, 군사경찰에게 소속 부대장 등의 수사지휘에 대한 이의제기권을 인정한 것도 아니라는 말이다.
셋째, 법률전문가인 군 검사의 경우에는 국방부 장관은 군 검사에 대하여 일반적 지휘·감독권만 있고, 사건에 대한 구체적 지휘·감독권은 각 군 참모총장과 국방부검찰단장에 대해서만 행사할 수 있도록 법률에 명문 규정(군사법원법 제38조)을 두고 있다. 또 각 군 참모총장은 소속 군 검사에 대하여 일반적 지휘·감독권만 있고, 구체적 지휘·감독권은 소속 검찰단장에 대해서만 행사할 수 있도록 법률에 명문 규정(군사법원법 제38조)을 두고 있다. 이러한 명문 규정도 없이 군사경찰을 법률전문가인 군 검사보다 더욱 강하게 수사의 독립성이 보장되는 것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첩 보류 지시
넷째, 군 검사의 경우에는 민간의 검사(검찰청법 제7조)와 마찬가지로 소속 상급자의 지휘·감독에 따라야 하되 구체적 지휘·감독에 대하여 이견이 있을 때에는 이의제기권을 인정하고 있지만(군사법원법 제40조 제1항, 제2항), 군사경찰의 경우에는 이러한 이의제기권조차 인정되지 않는다. 그런데 상급자인 소속 부대장인 해병대 사령관의 구체적 지휘·감독도 할 수 없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법률전문가인 군 검사보다 더욱 독립성을 보장하게 되는 결과가 되어 합당한 해석으로 보기 어렵다.
기각 의견서는 “국방부 장관의 이첩 보류 지시에 따른 해병대 사령관의 이첩 보류 지시나 이첩 중단 지시는 군사경찰이 조사하여 인정한 사실관계를 변경하라거나 조사자료를 빼라는 지시가 아니라 해외 출장 중인 장관의 귀국 시까지 이첩을 보류하라는 내용이었다”고 밝혔다.
군사경찰의 조사에 의하면, 이 사건과 관련 지휘관들인 사단장·여단장·대대장·중대장 등에 어떤 주의 의무 위반이 있고, 그 주의 의무 위반과 사망 간에 상당인과 관계가 있는지, 과실(過失)의 공동정범이 성립하는 피혐의자 범위 등에 관한 판단은 법률 판단 문제로서 정확한 법리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수사 관할권이 없는 군사경찰로서는 조사한 사실관계만 적시하여 경찰에 사건 이첩을 할 수도 있지만, 이 사건의 경우처럼 피혐의자를 적시하여 사건을 이첩할 경우에는 무고한 피혐의자가 남발되지 않도록 정확한 법리 검토를 하는 일은 피혐의자의 인권 보장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기각 의견서는 특히 ‘군 검사 또는 군사법경찰관은 법원이 재판권을 가지는 범죄에 대한 고소·고발·진정·신고 등을 접수하거나 해당 범죄가 발생했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을 발견하는 등 범죄를 인지한 경우 군사법원법 제228조 제3항에 따라 지체 없이 대검찰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또는 경찰청에 사건을 이첩해야 한다’(대통령령 제7조 제1항)고 규정하고 있다.
기각 의견서는 여기에서의 ‘지체 없이’란 ‘범죄 인지에 관하여 상급자의 지휘·감독 등 내부 절차를 마친 다음 지체 없이’의 의미로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돼 있다. 따라서 구체적 지휘·감독권이 있는 국방부 장관이나 해병대 사령관이 사건 이첩 전에 이첩 보류 지시를 했으면, 그것이 부당한 지휘·감독권 행사라는 근거가 없는 한 군사경찰은 이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국방부 장관의 사건 축소는 증거 부족”
이 사건의 진정 내용 중에는 ‘국방부 장관이 국방부 법무관리관 등을 통해 박 대령에게 경찰로의 사건 이첩 시 피혐의자와 범죄 혐의 사실을 제외하고 사실관계만 경찰에 송부하라고 지시하여 외압을 행사했다’는 내용이 있고, 박 대령은 언론 인터뷰에서 사건 인계 과정 중에 ‘사단장은 빼라’는 국방부 장관의 외압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방부 법무관리관은 “범죄 혐의가 불명확한 경우에는 사실관계만 적시하여 수사자료와 함께 이첩하거나 수사자료만 이첩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는 취지의 원론적 설명을 했다고 말하고 있다. 국방부 장관은 “법무관리관으로부터 위 설명을 듣고 박 대령에게 그 내용을 설명해주라고 지시했을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해병대 사령관은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해병대 사단장의 거취에 관해서는 ‘수사가 진행되는 것을 보고 절차에 의거 추진하라’고 들었을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박 대령과 법무관리관의 통화 내용을 옆에서 들었다는 해병대수사단의 중앙수사대장과 수사지도관의 진술은 이렇다.
“직접적 과실이 있는 사람으로 한정하라는 것은 위험한 발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봐도 외압처럼 보이지 않겠냐?”(당시 박정훈 대령)
“그런 것은 아니다. 사건 서류에서 죄명·혐의자·혐의내용 같은 것 다 빼고 일반 서류처럼 넘기면 되지 않겠냐?”(법무관리관)
따라서 박 대령의 주장 내용(‘사단장은 빼라’는 국방부 장관의 사건 축소 외압이 있었다는 주장)과 다르고, 그 답변 내용도 법무관리관 의견의 일환으로 행한 발언으로 볼 수 있어, 그것만으로 부당한 외압의 증거로 보기에 부족하다는 것이 진정 기각 이유다.
《월간조선》이 기각 의견서와 별도로 취재한 바에 따르면, 군검찰은 경북경찰청이 해병대 수사단으로부터 이첩받은 사건 기록을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에 입력하기 전에 회수해갔다. 경북경찰청에 따르면, 사건 기록은 8월 2일 오전 10시30분 경북경찰청에 도착했고, 군검찰은 당일 저녁 7시20분에 경북경찰청으로부터 기록을 회수했다.
경북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이 이첩받은 사건을 KICS에 입력해야 정식으로 사건 접수가 되고 접수 번호가 부여된다. 경북경찰청 관계자는 “군에서 내부적으로 보완해야 할 사안이 있다고 해 (회수 요청에) 협조했다. 이는 상식적으로 봤을 때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령이 허가 없이 인터뷰한 것은 違法”
진정인은 박정훈 대령에 대한 징계 처분이 부당하다고 주장했으나, 기각 의견을 낸 위원들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제16조는 ‘군인이 국방 및 군사에 관한 사항을 군 외부에 발표하거나, 군을 대표하여 또는 군인의 신분으로 대외활동을 하고자 할 때에는 국방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국방홍보훈령 제20조, 제15조 제1항에 의하면 ‘각급 기관의 장은 소속된 자가 평론, 시사해설, 논문, 세미나 및 대담 등을 국방전문미디어가 아닌 외부 매체로 발표하고자 할 경우’에는 자체 보안성 검토 후 소속 기관장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특히 ‘대외적으로 민감한 사안의 경우에는 국방부 관련 부서장의 사전 검토를 받아야 하고’라고 규정하고 있다. 군사경찰범죄수사규칙 제12조는 ‘국방부직할부대, 각 군 참모총장 직속의 직할 부대 또는 기관으로 구성된 군사경찰부대·수사부서의 장은 방송사, 신문 등 언론매체에 수사에 관한 사실을 발표할 때에는 형법 제126조(피의사실공표)에 해당하는지의 여부 등을 신중히 고려하여 공보책임자로 지정된 자가 발표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기각 의견서는 “박 대령이 군인의 신분으로 대외적으로 민감한 군 수사·조사 관련 사안에 대하여 국방부 관련 부서장의 사전검토 및 자체 보안성 검토를 거치지 않음은 물론, 소속 기관장의 승인 또는 국방부 장관의 허가를 거치지 않고 이 사건 언론 인터뷰를 한 것은 위 법규를 위반한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국방부가 위와 같은 박 대령의 위법 행위에 대하여 징계한 것을 인권 침해로 볼 수 없다”고 적시했다.
《월간조선》 취재에 따르면 ‘채 상병 사건’의 핵심은 첫째, ‘군사 경찰은 군인사망사건의 원인이 되는 범죄에 관해서 내사권은 있지만, 수사권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군사경찰이 사망사건을 내사하고 그 사건 결과를 민간경찰에 이첩할 때에 피혐의자 범위를 정하더라도 이는 내사 기관으로서의 의견에 불과하고, 그것이 수사권이 있는 민간경찰을 구속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따라서 채 상병 사망 원인의 규명이나 피의자 범위를 정하는 것은 현재 군사경찰로부터 사건기록 전체를 이첩받아 수사 중인 민간경찰과 검찰이 할 일이라는 것이다.
둘째, 이번 사건에서 국방부 장관의 사건 이첩 보류 지시는 내사사건의 구체적 지휘감독권자로서 ‘적법한 권한 범위 안의 지휘’라는 것이다. 그 이유는 사건 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국방부 장관이 바로 다음 날 법리 검토를 하고자 구체적 지휘감독권자인 해병대 사령관을 통해서 사건 이첩 보류 지시를 한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 사건 기록의 회수도 타당한 근거가 있다는 것이다. 사건 이첩이 구체적 지휘감독권 있는 상관의 보류 지시를 위반하여 위법하게 이루어진 것이고, 민간경찰이 이첩한 사건의 접수절차를 완료하기 전에 사건 기록을 회수한 것이기 때문이다.
박 대령, 인권침해 당했나
한편 진정 안건 인용을 주장한 원민경 위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박정훈 대령의 인권침해 여부와 관련해 인권위에 제출된 모든 자료를 수일에 걸쳐서 여러 번 살펴봤다”고 말했다. 이어 “폐쇄적인 군의 특수성을 감안해 사망, 성범죄 등 중대 비위행위에 대한 수사에 있어 은폐 의혹이 발생하지 않도록, 수사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2021년 개정된 군사법원법의 개정 취지와 관련 법령을 검토해 이를 진정 인용 의견서에 상세하게 담았다”고 밝혔다.
원 위원은 또 “채 상병 사망 원인을 규명하는 것이 앞으로 벌어질 수 있는 또 다른 불행을 막는 것”이라며 “군 인권은 국가 안보와도 직결된다고 할 수 있는데, 군인권보호위 다른 위원들이 인권 관련 사안을 인권적 측면 외에 정치적으로 해석하려고 하는 것 같아 너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김용원 위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 사건은 채 상병의 인권 침해를 다루는 것이 아닌 박 대령에 대한 군과 수사당국의 처분이 인권 침해에 해당하는지 다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 대령에 대한 항명죄 기소, 보직해임, 견책 징계는 관계 당국의 적법한 권한 범위 내에서 이뤄진 일이라 그의 인권을 침해한 가혹행위로 볼 수 없다. 법리적으로 문제될 사항이 전혀 없는 것”이라며 “공무원에 대한 검찰의 공소제기, 행정당국의 보직해임 및 징계 등을 두고 일일이 인권 침해 여부를 논해야 한다고 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김용원 위원은 “박 대령에 대한 당국의 처분을 인권 침해라고 본다면 그건 인권의 범위를 무한으로 확장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도 지적했다.
한석훈 위원은 오히려 “인권 침해 여부 판단은 잘못하면 누구에게든 새로운 인권 침해를 야기할 수 있으므로 신중하고 정확해야 한다. 이 사건은 기각 이유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법리 판단 문제가 주된 쟁점이기 때문에, 정확한 법리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 법리가 명백한데 근거 없이 정치적 해석으로 폄하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긴급구제조치 취해달라” 만장일치 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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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훈(오른쪽) 군 인권센터 소장이 지난해 8월 14일 서울 마포구 군 인권센터에서 열린 ‘전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의 인권침해 피해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 긴급구제 신청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
긴급구제조치 신청은 접수된 지 15일 만인 8월 29일에 기각됐다. 이에 관해 김용원 인권위원은 “해병대 전 수사단장에 대한 항명죄 수사 및 징계의 중지, 국방부 검찰단장 직무 배제 등 긴급구제조치를 취해달라는 신청을 기각하기로 의결했다. 군 인권센터가 제출한 진정서가 국가인권위원회법이 정하는 필요성의 요건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에 관해 전체 인권위원들(김용원, 원민경, 한석훈) 사이에 의견이 일치됐다”고 말했다. 다만 긴급구제 건과 별개로 소위원회는 ▲해병대 수사단이 경찰청에 이첩한 사건을 국방부 검찰단이 회수한 경위 ▲그 적절성 여부 ▲박정훈 대령에 대한 항명죄 수사 개시 경위 등 진정 사건에 대한 조사는 계속하기로 했다.
인권위원 셋의 의견 일치하지 않아
그로부터 5개월이 지난 1월 30일, 소위원회는 진정 사건의 조사를 모두 마치고 진정을 기각한 것으로 《월간조선》 취재 결과 확인됐다. 인권위 홍보협력과 관계자는 군 인권센터가 제출한 안건이 기각된 데 대해 “이를 두고 최근까지도 (위원들이) 서로 다른 의견을 내고 있어서 우리(홍보협력과)가 뭐라고 말씀드리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며 “군 인권보호위원회는 약간의 독립성이 있고, 다른 위원회처럼 (회의 내용이) 우리와 적극적으로 공유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인권위 홍보협력과가 말한 ‘서로 다른 의견’은 이렇다. 김용원 위원과 한석훈 위원은 “국방부 장관과 해병대 사령관의 해병대 수사단에 대한 지휘권은 적합한 것이어서 (박정훈 대령에 대한) 인권침해가 아니다”라고 봤다. 반면 원민경 위원은 “지휘권 행사가 적법하지 않아 인권침해에 해당한다”고 봤다. 김용원 위원과 한석훈 위원은 군 인권센터의 진정에 대해 ‘기각’ 의견, 원민경 위원은 ‘인용’ 의견을 냈다.
국가인권위법 제12조 2항에 따르면, 소위원회는 3명 이상 5명 이하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또 같은 법 제13조 2항은 소위원회 회의는 구성위원 3명 이상의 출석과 3명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명시했다. 이 조항에 따라 총 3명으로 구성된 소위원회의 진정 사안이 의결되려면 ‘만장일치’ 의견이 나와야 한다. 지난해 긴급구제의 경우 만장일치 기각 의견이 나왔고, 이번 진정 안건은 기각 의견 2명, 인용 의견 1명으로 의결정족수가 부족해 기각됐다.
인권위가 진정 안건을 기각 결정하는 경우에는 사무처에서 2주일 이내에 기각 통지를 하게 된다. 군 인권센터가 이에 불복(不服)하면 행정심판을 거쳐 행정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행정심판법 제27조 1항에 따르면 ‘행정기관으로부터 행정처분 명령서를 받게 되면 행정심판 청구는 처분이 있음을 알게 된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함’이 원칙이다. 《월간조선》은 지난 5월 10일과 11일, 군 인권센터 측에 진정 안건 기각에 대한 입장과 행정심판이나 행정 소송 제기 여부 등을 묻고자 했으나, 군 인권센터 측은 “조선미디어 그룹과는 별도로 인터뷰하지 않는다”며 취재를 거절했다.
핵심 쟁점 세 가지
《월간조선》은 복수의 국가인권위 관계자의 설명과 이번 취재로 확인한 문건 등을 종합해 진정 안건 기각에 관한 사실관계를 검증했다.
핵심 쟁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국방부 장관과 해병대 사령관의 이첩 보류 지시나 해병대 사령관의 이첩 중단 지시가 위법, 부당한 것인지 여부다. 그 지시가 적법한 지휘권 행사이고 그 내용이 부당하지 않았다면, 상관의 지휘·명령에 불응한 박정훈 대령의 행위는 항명죄 수사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군사경찰이 민간경찰에 사건을 이첩함에 있어서 그 사건인계서의 피혐의자 중 ‘사단장은 빼라’는 취지의 국방부 장관의 부당한 외압이 있었는지 여부다.
셋째, 박정훈 대령에 대한 징계 처분이 부당했는지 여부다.
소위원회는 ‘이첩 보류 및 이첩 중단 지시’의 위법(違法)과 부당성 여부를 조사했다. 이를 위해서 인권위원들은 소속 부대장의 구체적인 지휘·감독이 적법한지 부당한지를 따졌다. ‘기각’ 의견서는 군사경찰직무법에 따라 “소속 부대장은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할 이유가 있었다”고 봤다.
“군사경찰,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해야”
군사경찰직무법(정식 명칭은 군사경찰의 직무 수행에 관한 법률) 제5조 1항 제3호에서 ‘군사경찰은 군사경찰부대가 설치돼 있는 부대의 장의 지휘·감독하에 군사법원법 제44조 제1호에 규정된 범죄(일반군사경찰 관할 범죄)의 정보 수집·예방·제지 및 수사의 직무를 수행한다’, 제2항에서 ‘국방부 장관은 군사경찰 직무의 최고 지휘자·감독자로서 군사경찰에 관한 정책을 총괄하기 위하여 국방부 소속으로 조사본부를 둔다’, 제3항에서 ‘각 군 참모총장은 각 군 군사경찰 직무의 지휘자·감독자로서 각 군 소속 부대의 군사경찰 직무를 총괄하기 위하여 군사경찰실이나 군사경찰단을 둔다’, 제4항에서 ‘군사경찰부대가 설치되어 있는 부대의 장은 소관 군사경찰 직무를 관장하고 소속 군사경찰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군사법원법 제2조 제4항 본문에서는 ‘국방부 장관은 제2항에 해당하는 죄(군인 사망 사건 등 민간법원이 재판권을 가지는 범죄)의 경우에도 국가안전보장, 군사기밀보호,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정이 있을 때에는 해당 사건을 군사법원에 기소할 수 있도록 결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기각 의견서는 “이는 개별 사건의 범죄 수사·조사에 관하여 국방부 장관도 구체적 지휘·감독권이 있음을 전제로 한 규정으로 보아야 한다”고 적시했다. 구체적 범죄 사건에 대한 수사·조사내용을 검토함이 없이 그 재판 관할 변경 여부를 결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군사법원법 제45조는 ‘군사법경찰관은 범죄수사에 관하여 직무상 상관의 명령에 복종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기각 의견서는 “군사경찰은 범죄의 정보 수집·예방·제지 및 수사·조사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군사경찰 직무의 최고 지휘·감독권자인 국방부 장관, 각 군 군사경찰 직무의 총괄 지휘·감독자인 참모총장, 군사경찰 직무의 직접적 지휘·감독자인 소속 부대의 장의 일반적·구체적 지휘·감독을 받고 있고, 그 지휘·감독권에 기한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적시했다.
박 대령의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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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 사진=뉴시스 |
그러나 이런 해석 역시 네 가지 이유로 부당하다고 기각 의견서는 말하고 있다.
첫째, 군사경찰직무법 시행령은 군사경찰직무법의 시행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 것이고, 하위 시행 법규는 상위법의 취지에 맞게 해석해야 하는데, 군사경찰직무법 시행령을 해석하면서 상위법인 군사경찰직무법에서 규정한 지휘·감독권을 축소 해석할 수는 없다.
둘째, 군사경찰직무법 시행령 제7조의 규정 내용도 ‘수사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직무를 수행할 때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소속 부대의 장 등이 수사에 관한 지휘·감독권을 행사하더라도 직무 수행의 독립성을 침해하여 수사의 공정성을 해쳐서는 안 된다는 내용일 뿐이다. 즉 지휘·감독권을 공정하게 행사하라는 것일 뿐 소속 부대 장 등의 수사지휘·감독권을 부정한 것은 아니며, 군사경찰에게 소속 부대장 등의 수사지휘에 대한 이의제기권을 인정한 것도 아니라는 말이다.
셋째, 법률전문가인 군 검사의 경우에는 국방부 장관은 군 검사에 대하여 일반적 지휘·감독권만 있고, 사건에 대한 구체적 지휘·감독권은 각 군 참모총장과 국방부검찰단장에 대해서만 행사할 수 있도록 법률에 명문 규정(군사법원법 제38조)을 두고 있다. 또 각 군 참모총장은 소속 군 검사에 대하여 일반적 지휘·감독권만 있고, 구체적 지휘·감독권은 소속 검찰단장에 대해서만 행사할 수 있도록 법률에 명문 규정(군사법원법 제38조)을 두고 있다. 이러한 명문 규정도 없이 군사경찰을 법률전문가인 군 검사보다 더욱 강하게 수사의 독립성이 보장되는 것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해병대 채모 상병(추서 계급)이 2023년 7월 19일 경북 예천의 수해 현장에서 실종자 수색을 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가 14시간 만에 내성천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을 말한다. 당시 해병대는 경북 예천 내성천 경진교와 삼강교 사이 22.9km 구간에 119명을 투입해 실종자 수색 작전을 하고 있었으며, 채 상병은 7월 18일부터 실종자 수색 현장에 투입됐다. 사건 이후 박정훈 대령이 수사단장을 맡은 해병대 수사단이 조사를 진행했고, 박 대령은 그해 7월 30일 채 상병이 소속된 임성근 해병대 제1사단장 등 관계자 8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는 내용의 조사 결과를 보고했다.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은 해병대 수사단 보고를 받고 나서 경찰 이첩을 보류하라는 명령을 내렸는데, 수사단은 이 지시를 따르지 않고 사건을 경북경찰청으로 이첩했다. 이후 국방부 검찰단은 수사 서류를 경찰로부터 회수했고, 해병대 사령부는 8월 8일 박 대령을 보직 해임했다. 또 박 대령을 항명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이 과정에서 박 대령은 “국방부 수뇌부가 사단장, 여단장 등 지휘부의 혐의를 제외하고자 수사 결과 조정을 압박했다”며 수사 외압 의혹을 제기했다. 국방부는 8월 21일 해병대 1사단장 등을 제외하고 현장 지휘관 2명에게만 범죄 혐의를 적시해 경찰에 이첩했고, 박 대령 측은 8월 23일 국방부 관계자들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했다. 이어 군 검찰은 10월 6일 박 대령을 군형법상 항명 및 상관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에 따라 박 대령은 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
이첩 보류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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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의원들이 5월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순직 해병 진상 규명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안(채 상병 특검법)’을 단독 처리한 더불어민주당을 규탄했다. 사진=뉴시스 |
기각 의견서는 “국방부 장관의 이첩 보류 지시에 따른 해병대 사령관의 이첩 보류 지시나 이첩 중단 지시는 군사경찰이 조사하여 인정한 사실관계를 변경하라거나 조사자료를 빼라는 지시가 아니라 해외 출장 중인 장관의 귀국 시까지 이첩을 보류하라는 내용이었다”고 밝혔다.
군사경찰의 조사에 의하면, 이 사건과 관련 지휘관들인 사단장·여단장·대대장·중대장 등에 어떤 주의 의무 위반이 있고, 그 주의 의무 위반과 사망 간에 상당인과 관계가 있는지, 과실(過失)의 공동정범이 성립하는 피혐의자 범위 등에 관한 판단은 법률 판단 문제로서 정확한 법리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수사 관할권이 없는 군사경찰로서는 조사한 사실관계만 적시하여 경찰에 사건 이첩을 할 수도 있지만, 이 사건의 경우처럼 피혐의자를 적시하여 사건을 이첩할 경우에는 무고한 피혐의자가 남발되지 않도록 정확한 법리 검토를 하는 일은 피혐의자의 인권 보장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기각 의견서는 특히 ‘군 검사 또는 군사법경찰관은 법원이 재판권을 가지는 범죄에 대한 고소·고발·진정·신고 등을 접수하거나 해당 범죄가 발생했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을 발견하는 등 범죄를 인지한 경우 군사법원법 제228조 제3항에 따라 지체 없이 대검찰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또는 경찰청에 사건을 이첩해야 한다’(대통령령 제7조 제1항)고 규정하고 있다.
기각 의견서는 여기에서의 ‘지체 없이’란 ‘범죄 인지에 관하여 상급자의 지휘·감독 등 내부 절차를 마친 다음 지체 없이’의 의미로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돼 있다. 따라서 구체적 지휘·감독권이 있는 국방부 장관이나 해병대 사령관이 사건 이첩 전에 이첩 보류 지시를 했으면, 그것이 부당한 지휘·감독권 행사라는 근거가 없는 한 군사경찰은 이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채 상병 특검법이란? 국회는 2024년 5월 2일 본회의를 열고 ‘순직 해병 진상 규명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안(채 상병 특검법)’을 재석 168인 전원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채 상병 특검법은 2023년 9월 7일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범야권은 10월 본회의에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했고, 그로부터 180일이 지나면서 2024년 4월 3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 바 있다. 채 상병 특검법은 2023년 7월 해병대 채 상병이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사망한 사건에 대한 초동수사·경찰 이첩 과정에서 대통령실·국방부가 개입한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특검을 도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수사 대상은 대통령실·국방부·해병대 사령부 등이다. ▲지휘부의 안전 무시가 있었는지 ▲대통령실, 국방부가 이 사건 진상을 은폐했는지가 특검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대통령실은 채 상병 특검법 반대 의견을 지속적으로 밝혀왔다. 하지만 특검 수용에 대한 국민 여론은 높은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0번째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경우 정치적 부담이 크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
“국방부 장관의 사건 축소는 증거 부족”
이 사건의 진정 내용 중에는 ‘국방부 장관이 국방부 법무관리관 등을 통해 박 대령에게 경찰로의 사건 이첩 시 피혐의자와 범죄 혐의 사실을 제외하고 사실관계만 경찰에 송부하라고 지시하여 외압을 행사했다’는 내용이 있고, 박 대령은 언론 인터뷰에서 사건 인계 과정 중에 ‘사단장은 빼라’는 국방부 장관의 외압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방부 법무관리관은 “범죄 혐의가 불명확한 경우에는 사실관계만 적시하여 수사자료와 함께 이첩하거나 수사자료만 이첩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는 취지의 원론적 설명을 했다고 말하고 있다. 국방부 장관은 “법무관리관으로부터 위 설명을 듣고 박 대령에게 그 내용을 설명해주라고 지시했을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해병대 사령관은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해병대 사단장의 거취에 관해서는 ‘수사가 진행되는 것을 보고 절차에 의거 추진하라’고 들었을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박 대령과 법무관리관의 통화 내용을 옆에서 들었다는 해병대수사단의 중앙수사대장과 수사지도관의 진술은 이렇다.
“직접적 과실이 있는 사람으로 한정하라는 것은 위험한 발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봐도 외압처럼 보이지 않겠냐?”(당시 박정훈 대령)
“그런 것은 아니다. 사건 서류에서 죄명·혐의자·혐의내용 같은 것 다 빼고 일반 서류처럼 넘기면 되지 않겠냐?”(법무관리관)
따라서 박 대령의 주장 내용(‘사단장은 빼라’는 국방부 장관의 사건 축소 외압이 있었다는 주장)과 다르고, 그 답변 내용도 법무관리관 의견의 일환으로 행한 발언으로 볼 수 있어, 그것만으로 부당한 외압의 증거로 보기에 부족하다는 것이 진정 기각 이유다.
《월간조선》이 기각 의견서와 별도로 취재한 바에 따르면, 군검찰은 경북경찰청이 해병대 수사단으로부터 이첩받은 사건 기록을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에 입력하기 전에 회수해갔다. 경북경찰청에 따르면, 사건 기록은 8월 2일 오전 10시30분 경북경찰청에 도착했고, 군검찰은 당일 저녁 7시20분에 경북경찰청으로부터 기록을 회수했다.
경북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이 이첩받은 사건을 KICS에 입력해야 정식으로 사건 접수가 되고 접수 번호가 부여된다. 경북경찰청 관계자는 “군에서 내부적으로 보완해야 할 사안이 있다고 해 (회수 요청에) 협조했다. 이는 상식적으로 봤을 때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령이 허가 없이 인터뷰한 것은 違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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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조선》이 입수한 채 상병 사건에 대한 인권위의 기각 의견서. |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제16조는 ‘군인이 국방 및 군사에 관한 사항을 군 외부에 발표하거나, 군을 대표하여 또는 군인의 신분으로 대외활동을 하고자 할 때에는 국방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국방홍보훈령 제20조, 제15조 제1항에 의하면 ‘각급 기관의 장은 소속된 자가 평론, 시사해설, 논문, 세미나 및 대담 등을 국방전문미디어가 아닌 외부 매체로 발표하고자 할 경우’에는 자체 보안성 검토 후 소속 기관장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특히 ‘대외적으로 민감한 사안의 경우에는 국방부 관련 부서장의 사전 검토를 받아야 하고’라고 규정하고 있다. 군사경찰범죄수사규칙 제12조는 ‘국방부직할부대, 각 군 참모총장 직속의 직할 부대 또는 기관으로 구성된 군사경찰부대·수사부서의 장은 방송사, 신문 등 언론매체에 수사에 관한 사실을 발표할 때에는 형법 제126조(피의사실공표)에 해당하는지의 여부 등을 신중히 고려하여 공보책임자로 지정된 자가 발표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기각 의견서는 “박 대령이 군인의 신분으로 대외적으로 민감한 군 수사·조사 관련 사안에 대하여 국방부 관련 부서장의 사전검토 및 자체 보안성 검토를 거치지 않음은 물론, 소속 기관장의 승인 또는 국방부 장관의 허가를 거치지 않고 이 사건 언론 인터뷰를 한 것은 위 법규를 위반한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국방부가 위와 같은 박 대령의 위법 행위에 대하여 징계한 것을 인권 침해로 볼 수 없다”고 적시했다.
《월간조선》 취재에 따르면 ‘채 상병 사건’의 핵심은 첫째, ‘군사 경찰은 군인사망사건의 원인이 되는 범죄에 관해서 내사권은 있지만, 수사권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군사경찰이 사망사건을 내사하고 그 사건 결과를 민간경찰에 이첩할 때에 피혐의자 범위를 정하더라도 이는 내사 기관으로서의 의견에 불과하고, 그것이 수사권이 있는 민간경찰을 구속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따라서 채 상병 사망 원인의 규명이나 피의자 범위를 정하는 것은 현재 군사경찰로부터 사건기록 전체를 이첩받아 수사 중인 민간경찰과 검찰이 할 일이라는 것이다.
둘째, 이번 사건에서 국방부 장관의 사건 이첩 보류 지시는 내사사건의 구체적 지휘감독권자로서 ‘적법한 권한 범위 안의 지휘’라는 것이다. 그 이유는 사건 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국방부 장관이 바로 다음 날 법리 검토를 하고자 구체적 지휘감독권자인 해병대 사령관을 통해서 사건 이첩 보류 지시를 한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 사건 기록의 회수도 타당한 근거가 있다는 것이다. 사건 이첩이 구체적 지휘감독권 있는 상관의 보류 지시를 위반하여 위법하게 이루어진 것이고, 민간경찰이 이첩한 사건의 접수절차를 완료하기 전에 사건 기록을 회수한 것이기 때문이다.
박 대령, 인권침해 당했나
한편 진정 안건 인용을 주장한 원민경 위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박정훈 대령의 인권침해 여부와 관련해 인권위에 제출된 모든 자료를 수일에 걸쳐서 여러 번 살펴봤다”고 말했다. 이어 “폐쇄적인 군의 특수성을 감안해 사망, 성범죄 등 중대 비위행위에 대한 수사에 있어 은폐 의혹이 발생하지 않도록, 수사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2021년 개정된 군사법원법의 개정 취지와 관련 법령을 검토해 이를 진정 인용 의견서에 상세하게 담았다”고 밝혔다.
원 위원은 또 “채 상병 사망 원인을 규명하는 것이 앞으로 벌어질 수 있는 또 다른 불행을 막는 것”이라며 “군 인권은 국가 안보와도 직결된다고 할 수 있는데, 군인권보호위 다른 위원들이 인권 관련 사안을 인권적 측면 외에 정치적으로 해석하려고 하는 것 같아 너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김용원 위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 사건은 채 상병의 인권 침해를 다루는 것이 아닌 박 대령에 대한 군과 수사당국의 처분이 인권 침해에 해당하는지 다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 대령에 대한 항명죄 기소, 보직해임, 견책 징계는 관계 당국의 적법한 권한 범위 내에서 이뤄진 일이라 그의 인권을 침해한 가혹행위로 볼 수 없다. 법리적으로 문제될 사항이 전혀 없는 것”이라며 “공무원에 대한 검찰의 공소제기, 행정당국의 보직해임 및 징계 등을 두고 일일이 인권 침해 여부를 논해야 한다고 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김용원 위원은 “박 대령에 대한 당국의 처분을 인권 침해라고 본다면 그건 인권의 범위를 무한으로 확장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도 지적했다.
한석훈 위원은 오히려 “인권 침해 여부 판단은 잘못하면 누구에게든 새로운 인권 침해를 야기할 수 있으므로 신중하고 정확해야 한다. 이 사건은 기각 이유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법리 판단 문제가 주된 쟁점이기 때문에, 정확한 법리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 법리가 명백한데 근거 없이 정치적 해석으로 폄하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