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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4·10 총선

프레임으로 보는 4·10 총선 결과 분석

‘의대 증원’으로 ‘한동훈 vs 이재명’ 대신 ‘윤석열 심판론’ 재점화

글 :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前 한국선거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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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당, 정권 심판론 우세한 상황에서 ‘경제 살리기’ 프레임 들고 나왔어야
⊙ ‘의대 증원’은 최악의 카드… R&D 예산 삭감은 충청권 참패로 이어져
⊙ ‘2년 주기 심판론’ 등장… 민주당은 총선 승리 2년 만에, 국힘은 대선 승리 2년 만에 심판 받아

金亨俊
1957년생. 한국외국어대 중국어과 졸업, 미국 아이오와대학 계량정치학 박사 /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한국선거학회장,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역임. 現 배재대 석좌교수, 한국정책과학연구원(KPSI) 원장 / 저서 《젠더 폴리시스》
  4·10 총선이 야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더불어민주당(161석)과 민주당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14석)이 175석을 차지하며 단독으로 과반 의석을 확보했다. ‘검찰 정권 타도’를 외친 조국혁신당도 12석의 의석을 확보했다. 여기에 개혁신당(3석), 새미래당(1석), 진보당(1석)까지 포함시키면 범(汎)야권은 192석의 의석을 차지하게 됐다. 국민의힘과 비례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는 108석(지역구 90석·비례대표 18석)을 얻는 데 그쳤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선거 막판 “야권의 200석 확보를 막아달라”고 했는데 겨우 이를 실현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선거 전날 “맡겨진 권력으로 국민들의 삶을 해친다면 권력의 일부라도 회수해야 한다. 레드카드는 이르겠지만, 최소한 옐로카드로 정신이 번쩍 들게는 해야 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이를 성취했다.
 
  집권 2년도 안 된 여당이 중간 평가 성격의 총선에서 ‘개헌 저지선 붕괴’라는 최악의 결과는 면했지만 이렇게 굴욕적인 참패를 당한 적은 없었다. 1996년 총선에서 집권당인 신한국당은 과반 확보에 실패했지만 제1당(139석)을 차지했다. 2000년 총선에서 여당인 새천년민주당(115석)은 제2당이 되었지만 야당인 한나라당과의 의석 차이는 18석에 불과했다. 2016년 총선에서도 새누리당(122석)은 제2당으로 패배했지만 민주당과의 차이는 단 한 석이었다.
 
 
  ‘한동훈의 시간’
 
  정치권에선 여당 참패의 근본 원인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오만과 불통의 리더십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여당이 왜 참패했는지는 보다 심층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이런 분석을 통해 향후 대통령과 여당이 무엇을 해야 할지 고찰해볼 수 있다. 〈아래 그림〉은 한국 총선에서 가장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 간의 관계를 모형화한 것이다.
 
   선거는 구도다. 이번 총선에서 구도는 여러 차례 출렁거렸다. 윤석열 정부 3년 차에 실시된 만큼 중간 평가의 성격이 강했다. 이렇다 보니 선거 초반에는 ‘윤석열 대(對) 이재명 구도’로 전개됐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도가 30%대 초반에 정체(停滯)되고 총선 패배의 위기 속에서 지난해 12월 26일 한동훈 비대위 체제가 출범했다. 이후 선거 구도가 ‘한동훈 대 이재명’으로 전환됐다. 한 위원장은 ‘사법 정의자’ 한동훈 대 각종 비리에 연루된 ‘형사 피의자’ 이재명, 더 나아가 ‘윤석열 정권 심판론’을 ‘586 운동권 심판론’ 구도로 바꾸었다. 이 구도는 2월 중순까지 위력을 발휘했다. 이 기간 국민의힘 지지도가 민주당보다 크게 앞섰다. 한국갤럽 2월 5주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도는 40%로 민주당(33%)을 압도했다.
 
  또한 각종 여론조사 당대표 역할 평가에서 한동훈 위원장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보다 크게 앞섰다. 가령, 《서울경제》-한국갤럽 조사(2월 22~23일)에서 한 위원장 긍정 평가(52%)는 부정 평가(42%)를 압도했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는 부정(61%)이 긍정 평가(36%)보다 훨씬 높았다. 이런 추세는 올해 2월 중순까지 유지됐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이 의대 증원 이슈를 들고 나오면서 ‘윤석열 심판론’이 재점화되고 한동훈의 시간은 멈췄다. 정부는 2월 6일 의대 입학 정원을 2025학년도부터 2000명 증원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다음 날 윤석열 대통령은 ‘KBS 특별 대담’을 통해 “의대 정원 증원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못 박았다.
 
  이에 대해 전국 대학 병원 전공의들은 의대 증원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며 병원 현장을 떠나면서 의료 공백이 현실화됐다. 이후 상황은 의협을 주도로 한 파업과 대학교수의 사직으로 이어졌고, 이에 따라 전체 의료 체계에 대혼란이 왔다.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홍보위원장은 “14만 의사 의지를 모아 윤석열 정권 퇴진 운동에 나설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정치권과 연대(連帶)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2월 5주를 기점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은 급격히 하락했다. 여기에 국방부 장관 재직 시절 ‘해병대원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으로 공수처 수사를 받고 있던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출국금지 상황에서 주호주 대사로 임명해 출국시킨 것이 정권 심판론에 불을 붙였다.
 
 
  윤석열, 선거연합 해체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2022년 8월 ‘내부 총질러’라는 비난을 받으며 국민의힘 당대표 자리에서 밀려났다. 사진=연합뉴스
  통상 대통령 부정 평가가 60%에 육박하거나 긍정 평가보다 20%포인트 이상 높으면 정권 심판 구도가 선거를 지배하게 된다. 한국갤럽이 작년 11월 2주부터 올해 3월 4주까지 실시한 총 16차례 조사에서 부정 평가가 58% 이상 나온 것은 12번이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선거 막판에 윤석열 대통령이 민감한 이슈를 들고 나와 선거 구도를 ‘윤석열 대 이재명 구도’로 다시 바꾼 것이 최대의 패착이었다. 여기에 “3년은 길다”며 등장한 조국혁신당이 정권 심판론을 뜨겁게 달구었다.
 
  선거에서 연대하는 세력은 이기고 ‘나 홀로 세력’은 진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연달아 이기고 나서 선거연합을 해체했다.
 
  대선에서 함께 뛴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내부 총질을 한다”고 당 윤리위에서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으면서 대표직을 잃었다. 결국 그는 작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했다.
 
  나경원 전 의원은 지난해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 출마했으나 대통령실과 친윤계 압박 등에 떠밀려 중도 포기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임명 3개월 만에 나 전 의원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에서 해임했다. 친윤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초선 의원 48명은 나 전 의원의 전당대회 불출마를 촉구하는 연판장을 돌리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실은 지난 대선에서 공동정부를 만들자고 했던 안철수 의원을 ‘국정(國政)의 적(敵)’으로 몰았다.
 
  이 모든 행위는 대선 승리를 이끈 선거연합을 스스로 해체한 것과 같다. 이를 두고 박성민 정치 컨설턴트는 “자기가 앉은 의자 다리를 스스로 톱으로 자른 격”이라고 평가했다.
 
 
  중도-진보연합 형성
 
2023년 10월 11일 실시된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 패배는 중도-진보 연대의 성립을 알리는 신호탄이었지만,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이를 인식하지 못했다. 사진=조선DB
  이런 선거연합 해체는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을 찍은 2030 세대와 중도층의 이탈을 가져왔다. 또한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했던 정통 보수층도 이탈했다.
 
  한국갤럽의 선거 2주 전인 3월 4주(26~28일) 조사에서 20대와 30대의 윤 대통령 국정 운영 지지도는 각각 23%와 21%에 불과했다. 그런데 40대와 50대에서도 그 비율이 각각 21%와 30%였다. 2030 세대와 4050 세대가 선거연합을 이루는 상황이 초래됐다. 지난 2022년 3·9 대선 당시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 20대는 이재명 후보(47.8%)가 윤석열 후보(45.5%)보다 더 많이 득표한 반면, 30대에서는 윤 후보(48.1%)가 이 후보(46.3%)보다 앞섰던 것과는 큰 차이를 보였다.
 
  앞선 갤럽 조사에서 중도층의 경우, 윤 대통령 부정 평가(68%)가 긍정 평가(23%)를 압도했다. 지난 대선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 중도층에서 이재명 후보(50.9%)와 윤석열 후보(44.7%) 간에 큰 차이가 없었는데 집권 2년 만에 ‘중도-진보’ 연합이 뚜렷해졌다.
 
  4·10 총선을 앞두고 수도권 민심을 살펴볼 가늠자로 여겨지며 ‘윤석열 대 이재명’ 대결 구도로 치러진 지난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진교훈 후보(56.5%)가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39.4%)에게 17.1%포인트 차이로 압승한 것도 바로 ‘중도-진보 연합’이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여당의 ‘반(反)이재명 연대’는 약화·해체되고 있는 반면, 조국혁신당의 등장으로 ‘반윤석열 연대’는 강화되었다. 조국 전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을 레임덕, 더 나아가 데드덕을 만들겠다”며 “정치적으로 무력화(無力化)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혁신당)는 반윤석열 연대의 상징 언어가 됐다. 조국혁신당이 비례대표 선거에서 24.3%의 높은 득표를 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재명-조국 심판론’ 안 먹혀들어
 
  미국의 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는 프레임(frame)을 ‘특정한 언어와 연결되어 연상되는 사고의 체계’라고 정의했다. 그는 “전략적으로 짜인 틀을 제시해 대중의 사고(思考) 틀을 먼저 규정하는 쪽이 정치적으로 승리하며, 이 제시된 틀을 반박하려는 노력은 오히려 해당 프레임을 강화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고 주장한다.
 
  통상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특정 이슈를 토대로 자신에게 유리한 프레임을 만들어야 한다. 이번 선거에선 ‘정권 심판’과 ‘거대 야당 심판’이 충돌했다.
 
  한국갤럽의 지난 1년간 총선 결과 기대에 대한 조사를 보면 ‘현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정부 견제론이 ‘현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정부 지원론을 압도했다.
 
  한국갤럽 3월 통합 총선 기대는 정부 견제론 50%, 정부 지원론 39%였다. 스윙보터인 20대에선 그 비율이 49% 대 27%, 30대에선 55% 대 30%, 중도층에선 56% 대 30%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집권당이 야당 심판론과 이재명·조국 심판론을 내세우는 것은 전혀 실효성이 없었다. 집권당은 야당 심판론보다 ‘경제 살리기 프레임’을 들고 나왔어야 했다. 야당의 입법 독재와 발목 잡기로 경제가 추락하고 있기 때문에 집권당이 국회에서 과반을 차지하면 경제 살리기 입법을 조속히 통과시켜 민생과 기업을 살리고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을 국민에게 호소했어야 했다.
 
  선거에서 여당의 최대 프리미엄은 국민들의 관심과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는 정책 이슈를 선점하고 주도하는 것인데 이를 등한시한 채 야당 심판론에 치중하면서 경쟁력을 갖지 못했다.
 
 
  ‘의대 증원’은 최악의 카드
 
윤석열 대통령은 4월 1일 의대 증원 문제에 대한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지만, 불통 이미지만 심화시켰다. 사진=조선DB
  또한 윤석열 대통령이 제기한 의대 증원 이슈는 최악의 카드였다. 우선 ‘윤석열 심판론’ 부상(浮上)과 함께 여당에 불리한 선거 구도가 만들어졌다. 또한 민주당 공천 파동과 사기 대출, 각종 ‘망언’으로 논란을 빚은 민주당 후보들의 악재(惡材)들을 잠재우는 역효과를 가져왔다. 그 결과 윤석열 대통령의 일방적이고 독단적인 통치 스타일이 부각되면서 “심판해야겠다”는 욕구가 강화되었다.
 
  한국갤럽의 2월 2주 조사(2월 13~15일)에서 의대 증원과 관련 ‘긍정적인 점이 더 많다’ 76%, ‘부정적인 점이 더 많다’ 16%로 조사됐다. 그러나 한 달 후인 3월 2주(12~14일) 조사에서는 ‘정부안대로 2000명 정원 확대 추진해야 한다’ 47%, ‘규모·시기를 조정한 중재안을 마련해야 한다’ 41%, ‘정원 확대하지 말아야 한다’ 6%였다. 더구나 ‘이번 일로 아플 때 진료받지 못할까 봐 걱정된다’ 69%, ‘내가 아플 때 진료받지 못할 가능성 있다’ 57%로 나타났다.
 
  정부는 이때 출구(出口) 전략을 채택했어야 했다. 의료 파업이 장기화되자 윤석열 대통령은 4월 1일 무려 51분간의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의대 증원의 필요성과 경과 과정을 상세히 설명했지만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했다. 4월 4일 윤 대통령과 전공의 대표의 만남도 이루어졌지만 성과는 없었다. 여하튼 윤 대통령 담화는 악재였다.
 
  선거 이슈와 관련 정부의 최대 실패 중 하나는 R&D 예산 삭감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6월 28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나눠 먹기식, 갈라 먹기식 R&D·연구개발은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통상 선거를 앞두고는 예산 확대를 통해 표를 얻어야 하는데 정부는 과학계의 이권(利權) 카르텔을 지적하면서 R&D 예산을 4조6000억원가량(14.7%) 삭감했다. 대규모 R&D 예산을 삭감하면서 과학기술계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지난 2월 16일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전 카이스트 학위 수여식 축사 도중 한 졸업생이 R&D 예산 삭감에 항의하다 대통령 경호원들에 의해 퇴장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야당은 “입틀막(입을 틀어막는) 대통령이 되기로 작정했냐”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런 황당한 조치들은 한동훈 위원장의 ‘국회 세종시 이전’ 공약에도 불구하고 과학 도시 대전과 충청 지역에서 전방위적 공분과 거센 저항을 가져왔다.
 
  결과적으로 이번 총선에서 충청 28개 선거구에서 국민의힘은 겨우 7석을 얻는 완패를 당했다.
 
 
  국힘, 잡음 없지만 ‘무감동 공천’
 
  총선에서 혁신의 1차 바로미터는 공천이다. 중요한 건 유권자가 공천을 얼마나 개혁적이고 공정하다고 인식하느냐이다. 통상 공정하고 개혁적인 공천을 하는 정당은 혁신 이미지를 선점(先占)한다.
 
  2012년 총선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은 현역 의원 25% 컷오프를 골자로 하는 개혁 공천을 단행했고, 경제민주화와 맞춤형 복지와 같은 진보 어젠다를 포용하면서 중도로 외연을 확장했다.
 
  이번 총선에서는 여당 공천이 혁신까지는 아니더라도 잡음이 거의 없었다. 그에 비해 민주당 공천은 ‘비명(非明) 횡사, 친명(親明) 횡재’로 상징되는 사천(私薦) 논란에 휩싸였다.
 
  공천 과정에서 내부 파열음의 크기는 여당보다 민주당이 컸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의힘이 민주당보다 공천을 잘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서울경제》-한국갤럽 조사(2월 22~23일)에 따르면, 27%만이 민주당의 공천이 ‘공정하다’고 평가했고, 53%가 ‘공정하지 않다’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의 경우 ‘공정하다’와 ‘공정하지 않다’의 응답이 40%로 동률을 기록했다. 서울 지역의 경우, 민주당은 불공정(62%)이 공정(24%)을 압도한 반면, 국민의힘은 공정(47%)이 불공정(39%)보다 앞섰다.
 
  그러나 국민의힘 공천은 ‘무감동 공천’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청년·전문가 등 새 인물 수혈(輸血)은 없고 ‘현역 불패(不敗), 돌려 막기’라는 비판을 받았다.
 
  종합하면, ‘윤석열 대 이재명’의 불리한 선거 구도로의 전환, 대선 때 형성된 선거연합의 해체로 2030 세대와 중도층 이탈, 부적절한 프레임과 민심 이반 이슈 제기, 무감동 공천과 인재 영입 실패가 국민의힘 참패의 가장 큰 요인이 되었다.
 
  이번 총선 참패로 윤석열 대통령의 후반기 국정 운영은 최악의 위기를 맞게 됐다. 그동안 추진해온 노동·교육·연금·의료·규제 개혁은 좌초할 수밖에 없게 됐다. 야당의 협조 없이는 국회에서 법안, 개혁 정책, 예산 등 아무것도 할 수가 없게 됐다.
 
 
  윤석열의 인식 체계
 
  윤석열 대통령은 이런 사면초가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윤 대통령은 선거 다음 날 “총선에서 나타난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국정을 쇄신하고 경제와 민생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총리·수석급 이상 참모들도 사의(辭意)를 표명했다.
 
  윤 대통령이 진정 국정을 쇄신하려면 개각이나 대통령실 개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인식의 대전환이다.
 

  윤 대통령이 집권 2년 동안 보여준 국정 운영의 행태를 통해 인식 체계를 분석해보면 몇 가지 특징적인 면이 추론된다.
 
  첫째, 성공에 대한 확신이다. 윤 대통령은 정치 입문 9개월 만에 정권을 차지했기 때문에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최종 승리할 수 있다는 신념이 강한 것 같다. 이 과정에서 본인은 항상 옳고 모든 것을 자신의 판단대로 처리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렇다 보니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소통하면서 지혜를 얻지 못하는 것 같다.
 
  둘째, 정치에 대한 불신(不信)이다. 어떤 경우엔 정치를 무시하는 경향도 있다. 정치로 풀어야 할 것을 정치로 풀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윤 대통령은 집권 2년 동안 야당 대표와 한 번도 단독 회동을 하지 않았다. 이유는 대통령이 범죄 혐의자와 만나면 수사와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 같다. 그러나 정치와 수사는 다른 것이다. 대통령은 언제든지 야당 대표와 만나 대화하고 국정을 논의할 수 있어야 협치(協治)가 가능하다.
 
  셋째, 방향만 옳으면 방식은 다소 서툴러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윤 대통령 국정 운영 방향 자체에 동감하는 국민은 많다. 한미동맹 강화와 한일 관계 개선, 노동·교육·의료 개혁은 국가의 미래를 위해 가야 할 길이다. 그러나 방향과 방식이 조화를 이뤄내야 기대하는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넷째, 전임 대통령들이 못 했던 것을 자신은 할 수 있다는 자부심이 강한 것 같다. 의대 증원 문제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대통령의 독특한 인식 체계는 많은 장점과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바로 오만과 불통의 리더십이다.
 
 
  ‘2년 주기 심판론’ 등장
 
  위기가 기회라는 말이 있다. 이제 윤 대통령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을 가야 한다.
 
  무엇보다 수직적 당·정 관계에서 벗어나 집권당에 자율성과 독립성을 부여하고, 과거와 같이 노골적으로 여당에 개입하려는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더불어 지난 대선 때 형성된 선거연합을 복원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또한 대통령에게 쓴소리 할 수 있는 강단이 있고 정무적 판단이 뛰어난 인사들을 중용해야 한다. 정기적인 언론 간담회를 통해 국민들과의 소통도 늘려야 한다. 성공한 대통령으로 인정받는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처럼 집무 시간의 상당한 부분을 야당 인사들과 만나야 한다.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은 ‘총선 패배에 대통령실과 공동 책임이 있다고 보느냐’는 기자 질문에 “제 책임”이라며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한 것이고, 그 책임은 오롯이 저에게 있다”고 했다. 한 위원장은 반성과 성찰을 통해 도약의 발판을 만들어야 한다.
 
  민주당의 압승으로 이재명 대표는 당내 위상은 물론 명실상부한 유력 대선 주자의 입지를 한층 굳혔다. 그러나 과거와 같이 입법 폭주와 방탄(防彈) 국회에 몰입하면 깨어 있는 국민으로부터 외면당할 수 있다.
 
  야당은 지난 2020년 총선에서 180석의 압승을 거두었지만 2년 만에 정권을 빼앗겼다. 국민의힘은 2022년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에서 승리했지만 2년 만에 총선에서 참패를 당했다. 단언컨대, 여야는 이번 총선을 통해 한국 정치엔 이제 ‘2년 주기 심판론’이 존재한다는 것을 깊이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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