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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인터뷰

원로 작가 복거일이 보는 4·10 총선 평가와 대한민국의 앞날

“중국 침투 대응하려면 애국 시민들이 윤 대통령 보호해야”

글 : 장원재  (주)戰後70년 ‘생생현대사TV’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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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열렬히 지지했던 사람들이 실망해서 아예 투표장에 나가지 않은 것이 윤 대통령이 반성해야 될 대목”
⊙ “현 정권에선 정치적 관점에서 살피는 참모가 보이지 않아”
⊙ “문재인 사법 처리하는 것을 기다려온 사람들이 실망해서 윤 대통령으로부터 등 돌려”
⊙ “민주당의 중력보다 몇 곱절, 몇십 곱절 큰 권력을 가진 세력이 은밀히 움직여서 이탈자 막았을 것”
⊙ “후대 역사가들이 ‘2024년 4월의 총선에서 궁극적 승자는 중국이었다’라고 평가하지 않도록…”

張源宰
1967년생. 고려대 국문과 학사, 런던대 로열헐러웨이 컬리지 박사(비교연극사) / 前 숭실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경기영어마을 사무총장,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 MBC 라디오 앵커, 現 배나TV·(주)戰後70년 ‘생생현대사TV’ 대표 / 저서 《북한요지경;배나TV 장원재입니다》 《끝나지 않는 축구 이야기》 《논어를 축구로 풀다》 《장원재의 배우열전》
사진=조선DB
  4·10 총선이 범(汎)야권의 압승으로 끝났다. 이번 총선은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 우리 현대사에 어떤 변곡점(變曲點)으로 기능할까? 국제적인 의미는 무엇일까? 미시적·거시적 맥락에서 총선 결과의 전후(前後)를 살피고 싶었다. 복거일 선생께 인터뷰를 청한 이유다.
 
  ― 먼저 이번 총선의 개관이랄까요, 총평(總評)을 부탁드립니다. 결정적으로 어디서 승패가 갈렸다고 보는지요.
 
  “임기 중의 총선은 늘 집권당에 대한 평가의 성격을 띠죠. 이번엔 윤석열 대통령의 치적에 대한 중간 평가의 성격이 두드러졌다고 보아야 하겠지요. 그 점을 파고든 야당의 전략이 성공했습니다.”
 
  대통령의 임기가 한참 남은 집권 중반기, 여당에 대한 지지가 이처럼 낮은 일은 우리 정치사에서 드문 현상이다. 윤 대통령의 어느 부분이 이렇게 낮은 평가를 초래한 것일까?
 
  “역시 경제가 문제입니다. 살기 어려워지면, 시민들은 집권 세력을 비판하게 마련이죠. 지금 우리 사회는 경기가 좋지 않으면서도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습니다.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라고 부를 만해요. 이런 상황이 시민들로선 견디기 어렵습니다.”
 
 
  “사람들의 기억은 짧다”
 
  ― 특히 주목해서 살핀 부분이 있는지요.
 
  “네. 건설 경기가 경기의 지표 노릇을 하는데, 요즈음 건설 회사들이 무척 어렵잖아요? 그런데 건축 재료의 단가는 빠르게 올랐습니다. 자기 집을 마련하지 못한 사람들은 마음이 어두워질 수밖에 없죠. 그러다 보니, 작황에 따라 출렁이는 농산물까지 선거의 쟁점으로 떠올랐어요. 대파와 사과가 선거 판세에 영향을 미칠 만큼 중요한 쟁점이 된 배경입니다. 눈에 보이는 대파와 사과가 아니라, 대파와 사과가 상징하는 물가 상승 문제에 시민들이 예민하게 반응했다는 얘기죠.”
 
  ― 하지만 경제가 어려워진 것은, 따지고 보면 전임 문재인 대통령의 책임이 크잖습니까? 특히 정부 부채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서, 경제 정책을 제대로 펴기가 어려워진 것이 문제의 본질이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그렇죠. 하지만 그런 얘기의 시효는 짧습니다. 사람들의 기억이 짧거든요. 길어야 일 년? 그 뒤로는 ‘언제 적 얘기를 하느냐?’는 반론이 나오죠. 따라서 윤 대통령으로선 집권 초기에 상황을 시민들에게 자세히 설명했어야 합니다.”
 

  ― 뭐라고 했어야 합니까.
 
  “솔직하게 사정을 털어놓고 양해를 구했어야 합니다. ‘전임 대통령 시절에 잘못된 경제 정책을 펴서, 물가가 올랐다. 특히 집값이 가파르게 올랐다. 아울러, 전임 정권이 시장경제의 원리에 어긋나는 정책을 펴서 우리 경제의 생산성이 크게 낮아졌다. 그래서 살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나는 이러이러한 정책들을 펴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 다만, 경제 정책이 실제로 효과를 보려면, 시간이 걸린다. 경제 정책은 대체로 긴 시간이 지나야 효과가 나온다. 따라서 저의 임기 중반이 되면, 경기가 살아나고 물가는 잡힐 것 같다’ 이렇게 설명하고 희망적 전망을 제시해야 시민들이 상황을 이해하고 기다려줄 것 아니겠습니까?”
 
 
  “소통 채널 스스로 닫아버려”
 
  그렇다면 이번 총선의 패배는 결국 윤석열 대통령의 소통 부재가 문제였다는 뜻일까? 노(老)작가의 어투는 단호했다.
 
  “그런 셈이죠. 유권자들과의 소통은 선거에 있어 중요한 전략이잖아요? 여기에 이번 선거에서 여당이 맞닥뜨렸던 근본적 장애가 있습니다. 대중 매체들이 거의 다 야당을 드러내놓고 일방적으로 지지했습니다. 심지어 유튜브에서도 야당 지지 매체들이 훨씬 우세해요. 그러니, 모든 일에서 야당의 선전 선동이 위력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이런 선전 선동에 묻혀서, 대통령이나 여당이 내는 메시지는 시민들에게 거의 전달되지 않았죠.”
 
  ― 그렇다면 그런 편향, 말하자면 ‘기울어진 운동장’은 대통령도 바로잡기 어려운 것 아닙니까.
 
  “어렵지만 길이 있습니다. 대통령에겐 다른 사람이 지니지 못한 강력한 소통 채널이 있어요. 바로 ‘대통령실 출입기자들’이죠. 대통령이 한 얘기는 곧바로 모든 매체가 크게 다룹니다. 윤 대통령도 처음엔 그 채널을 잘 이용했어요. 출근길에 기자들과 문답을 했잖아요? 그러다가 어떤 방송 기자가 무례한 행동을 하면서 갑자기 중단되었죠. 그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습니다. 대통령이 지닌 단 하나의 효과적 소통 채널을 스스로 닫아버린 것이니까요.”
 
  ― 그런 출근길 문답을 날마다 하는 것은 무리에 가깝잖습니까? 체력에서도 무리고, ‘악마의 편집’ 논란도 있고 말입니다.
 
  “물론 무리죠. 무리하지 않으려면,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그리고 한 달에 한 번 정도 정례 기자회견을 했어야죠. 지방에 내려가면, 지방지하고 대담하고, 그 정도는 얼마든지 가능했으리라고 봅니다. 그렇게 했으면, 현 정권이 맞은 어려움을 국민들이 지금보다 훨씬 더 잘 이해했을 겁니다. 적어도 권위주의적이라는 비난을 받지는 않았겠죠. 그래서 아쉽습니다.”
 
 
  “핵심 지지층이 실망해서 떠나면…”
 
  이번 총선의 의문 사항은 여럿이다. 그 가운데 하나가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윤 대통령을 지지했던 유권자들이 갑자기 사라져 버린 듯한 현상이다. 여성가족부 폐지 논란과 관련해 20대 남성들이 등을 돌린 건 인과관계가 분명하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지역 기반인 충청도에서조차 거의 전패한 이유는 뭘까? 대전은 의석을 하나도 건지지 못했고, 심지어는 본향인 충남 공주까지도 더불어민주당에 내주었다. 그 많던 지지자는 어디로 간 것일까?
 
  “이번 선거에서 가장 아픈 부분이 바로 그것입니다. 윤 대통령을 가장 열렬히 지지했던 사람들이 실망해서 아예 투표장에 나가지 않은 것. 그것이 윤 대통령이 정직하게 반성해야 될 대목입니다. 핵심 지지층이 실망해서 떠나면, 진영(陣營) 한가운데에 빈 곳이 생기게 되어 진영 전체가 구조적으로 약화(弱化)됩니다.”
 
  또한 복 선생은 핵심 지지층이 실망한 원인 중 하나로 부정선거에 대한 견해 차이를 들었다.
 
  “지난 대통령 선거 때, 윤석열 후보를 지지한 사람들의 대부분은 부정선거의 가능성을 걱정했습니다. 부정선거는 어떤 경우든 민주주의의 근간을 파괴합니다. 그래서 어떤 경우든 막아야죠. 윤석열 후보도 그 점을 인식했습니다. 그래서 유세 중에 ‘선거 부정을 저지르는 자들은 이 땅에 영원히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요지의 선언까지 했습니다. 기억나세요?”
 
  ― 예. 생생합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당선 뒤 그 일을 외면했습니다. 부정선거의 가능성을 없애야 한다는 의견조차 듣지 않았죠. 그래도 사람들은 이해하려 애썼습니다. 그 말을 하면 저쪽에서 ‘그러면 부정선거가 있었다는 얘기냐? 선거 다시 하자’고 나올 수도 있겠다고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아주 사소한 선관위의 행정편의적 실수도 용납하지 말고, 선거 과정을 투명하게 운영해 혹시 모를 부정선거의 가능성을 차단하자는 주장도 외면했습니다. 기다렸지만 답이 없었어요.”
 
  ― 왜 그랬을까요.
 
  “아마도 가장 큰 이유는 ‘음모론자’라는 멍에일 겁니다. 바로 여기서 문제가 생긴 거예요. 선거 부정의 가능성을 차단하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이런 기류를 모르겠어요? 모멸감에 몸을 떨었을 것 아닙니까? ‘좋다. 나는 값싼 음모론에 빠진 어리석은 인간이다. 그래 똑똑하고 잘난 너희끼리 잘해봐라.’ 이 쓰디쓴 독백을 윤 대통령은 몰랐을 것입니다. 자신의 태도가 배은(背恩)과 모욕으로 비칠 가능성을 인식하지 못한 듯합니다. 비극이죠.”
 
 
  “고령층 투표율 예상보다 낮았다”
 
  ― 윤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사라진 이유는 그것뿐인가요? 다른 이유도 있다고 보십니까.
 
  “영부인에 대한 의구심도 다소간 작용했을 겁니다. 온갖 음해(陰害)를 받아온 분에 대해서 쓴소리 하기는 정말로 내키지 않지만, 어쩔 수 없네요.”
 
  ― 영부인과 관련해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영부인 스스로 밝혔잖아요, ‘우리가 실은 좌파’라고. ‘보수는 우리를 찍어줬으니 살짝…’이라고 말하는 대목에서 상심하고 떠난 지지자들이 한둘이겠어요? 그런 고백을 그것도 좌파 유튜버들에게 한 겁니다. 속아서. 그 영상에선 영부인이 ‘북한과의 협상에 나서겠다’고도 이야기합니다. 저는 이 말을 듣고 가슴이 서늘해졌어요. 좌파 유튜버에게 속아서 할 얘기 안 할 얘기 다 털어놓는 분이 북한과의 협상에 나선다?”
 
  ― 영부인의 얘기로 인해 투표장에 안 나온 분들도 상당했을 거라는 말씀이신가요.
 
  “대다수는 투표했겠죠. 그래도 이번 선거에서 고령층의 투표율이 예상보다 낮았잖아요? 어쨌든, 이 일엔 다른 측면도 있어요. 영부인이 남북협상에 나설 만큼 활동 공간이 커지면, 대통령실 안에서 참모들의 활동 공간이 줄어듭니다.
 
  그동안 대통령실에선 비서실장의 역할이 다른 정권들에서보다 작았어요. 그것이 어쩔 수 없이 이번 총선에 영향을 미쳤다고 봅니다.”
 
  ― 보다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어느 나라나 대통령실이나 수상실엔 모든 일들을 정치적 관점에서 살피는 참모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의 판단은 큰 무게를 지닙니다. 그런데 현 정권에선 그런 역할을 하는 참모가 보이지 않았어요. 영부인의 활동 공간이 넓어지면서, 그런 참모가 옆으로 밀려났겠죠. 아마도 그래서 총선을 앞두고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한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의사들의 자존심 건드려”
 
  의대 증원 문제는 선거 얼마 전에 ‘느닷없이’ 튀어나와 판세를 뒤흔들었다. 그 문제가 그만큼 시급을 요하는 국가 현안이었는지, 충분한 숙고 끝에 나온 정책인지 필자 역시 의문을 가지고 있다.
 
  “의사들은 고도의 전문가 집단이고 소득도 높아서 우(右) 성향 유권자가 많습니다. 의사들의 적의(敵意)를 사면, 줄잡아 몇십만 표가 날아가는데도 그 일을 강행한 거예요. 방금 모멸감 이야기를 드렸는데, 이번에 전문직 종사자인 의사들의 직업적 자존심을 건드렸습니다. 집권 초기엔 과학자들에게 모멸감을 줬죠. 그전에도 ‘초등학교 5세 입학’이나 ‘킬러문항 배제’처럼, 보기보다 복잡한 논점들을 쾌도난마식으로 다루었어요. 혼란을 싫어하는 시민들에게 미칠 정치적 영향을 고려하는 절차가 생략된 겁니다.”
 
  ―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도 같은 맥락입니까.
 
  “맞아요. 사우디와 경쟁하는데, 우리가 이길 길이 있어요? 요행으로 우리가 이기면, 우리 기업들이 중동(中東)에서 무슨 어려움을 겪을지 생각해본 것 같지도 않아요.”
 
  필자는 ‘부산 엑스포’ 1차 투표 대패(大敗)를 미리 알았다. 특별한 정보가 있어서가 아니었다. 직업 외교관으로 일하다 간발의 차로 테러 사고를 피한 후 뜻한 바가 있어 우동집 사장으로 변신한 신상목 대표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글을 읽고서다. ‘일본은 판세가 기울어져서 자신들의 표가 대세에 전혀 지장을 주지 않는다는 확신이 들 경우, 예비 승자국에 미리 양해를 구한 후 자신들의 표를 외교적으로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일본이 부산 엑스포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것은 그래서 승패가 이미 크게 갈렸다는 증거일지 모른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이처럼 겉으로 드러나는 숱한 신호들이 있는데도 끝까지 ‘역전승의 가능성’을 믿었던 듯하다. 이것이 대통령의 의중을 살피느라 어쩌면 ‘보고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인 것은 혹시 아닐까?
 
 
  “윤석열–문재인 간 양해 있었나?”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초기 행했던 도어 스테핑을 중단하면서 ‘불통’ 이미지를 강화했다. 사진=연합뉴스
  ― 이제는 사정이 좀 달라질까요.
 
  “글쎄요. 레이건 대통령 시절에 낸시 여사가 대통령의 일정을 관리했어요. 그런데 매사를 점성술사에게 물어보고 결정했다죠? 미국 대통령 일정이 점성술사에 의해 결정이 되니, 일이 제대로 되겠어요? 그래서 비서실장이 낸시 여사에게 점성술사를 내보내라고 요구했다고 합니다. 다음 날 백악관에서 나간 것은 비서실장이었어요.”
 
  필자도 그 기사를 기억한다. 재미있는 얘기지만, 웃음은 나오지 않는다. 현 정권도 출발은 산뜻했다. 윤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요리를 대접하겠다고 약속했고, ‘도어 스테핑’도 열심히 했다. 그런데 어쩌다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됐는가? 불통 이미지는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왜 시작된 것일까?
 
  “당선자 시절에 윤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당선 인사를 드리러 청와대를 찾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 두 분 사이에 무슨 양해가 이루어졌던 것 같아요.”
 
  ― 그렇게 추측합니까?
 
  “네. 저는 그렇게 봅니다. 문 전 대통령의 행위 가운데 가장 이해하기 힘든 것이 친구인 송철호씨를 울산시장에 당선시키기 위해 청와대 참모들을 통해 공작을 꾸민 일입니다. 이것은 문 전 대통령의 인품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범죄였어요. 증거들이 워낙 확실해서 청와대 참모들이 모두 재판을 받고 감옥에 가는데, 정작 지시한 것이 분명한 문 전 대통령은 수사도 제대로 받은 적이 없잖아요? 그러니 사람들이 윤 대통령을 의심하게 되었죠. 윤 대통령은 더더구나 그런 의심을 받으면 안 됩니다.”
 
  ― 왜 그렇습니까.
 
  “윤 대통령은 검찰 출신입니다. ‘하늘이 무너져도 정의가 시행되도록 하라!’ 그것이 법률가들에겐 최고의 신조잖아요? 일단 그런 의심을 받으면, 도덕적 권위가 무너져서 아랫사람들에게 법을 제대로 집행하라고 독려할 수가 없어요.”
 
  ― 그런 사정이 이재명 대표가 관련된 여러 사건의 소추(訴追)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말씀인가요.
 
  “중대한 범죄를 범한 것이 확실한 전임 대통령을 개인적 의리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소추로부터 보호해주는 것은 중대한 범죄죠. 대통령이 이런 범죄를 저지른다면 법관들이 이런 상황을 어떻게 여기겠어요?”
 
  ― 우리 사회는 대통령들이 너무 많이 재판받고 감옥에 갔습니다. 그래서 그런 불행한 전통을 끊어야 한다는 생각이 널리 퍼졌습니다. 윤 대통령도 그런 생각을 한 것 아닐까요.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정당한 절차가 아니죠. 재판받아 유죄 판결이 나오면, 그때 사면(赦免)하면 되잖아요? 그러면 개인적 의리도 지키고, 법도 지킬 수 있는 건데, 법적 절차를 밟지 않았기 때문에 문 전 대통령으로부터 ‘칠십 평생에 이렇게 못하는 정부는 처음 본 것 같다’는 얘기를 듣는 거죠. 그런데 여기엔 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습니다.”
 
  ― 뭡니까.
 
  “현실적으로 표심(票心)에 영향을 끼쳤다는 점이죠. 윤 대통령이 문 전 대통령을 사법 처리하는 것을 기다려온 사람들이 실망해서 윤 대통령으로부터 등을 돌렸다는 사실입니다. 이 분들이 그저 문 전 대통령에게 앙갚음을 하고 싶어서 문 전 대통령의 기소를 바란 것은 아닙니다.”
 
 
  “문재인 범죄 혐의 하나도 수사 안 받아”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자 신분이던 2022년 3월 28일 청와대로 문재인 당시 대통령을 예방했다. 사진=연합뉴스
  ― 문제의 핵심은 뭡니까.
 
  “문 전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우리 원자력 발전 사업을 체계적으로 파괴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의 핵무기 개발 능력을 없애려는 뜻이라고 볼 수밖에 없어요. 이 과정에서 아랫사람들이 불법을 저지르도록 강요했습니다. 이런 불법적 행동에 대한 정당한 응징을 윤 대통령은 왜 머뭇거리고 있는 겁니까? 이 밖에도, 우리 공무원이 북한군에 의해 사살되고 시체가 소각되는 것을 막을 생각도 하지 않은 일, 북한에서 귀순한 사람들을 북한으로 강제 송환시킨 인류에 대한 범죄, 가치 있는 자료가 담긴 외부저장장치를 국민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북한 지도자에게 넘긴 일… 이런 범죄들이 하나도 수사받지 않았잖습니까?”
 
  이 대목에서 노작가의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몇 년째 암으로 투병 중인 사상가의 조용한 분노가 느껴졌다.
 
  “나라를 해치고 민족을 해치고 인류에 대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그가 대통령이었다는 사실 때문에 법의 심판을 받지 않는다면, 자유주의 대한민국을 지킬 길이 없다는 생각에서 그분들은 문 전 대통령이 법의 심판을 받기를 기다린 것입니다.”
 
  ― 현재의 정치적 상황에선 문 전 대통령이 법정에 설 가능성은 작은 것 같습니다.
 
  “아마 이재명 대표 생각도 같을 겁니다. 이런 사정에 나름 교훈을 얻어 다음 대통령 선거까지 버티려 할 겁니다.”
 
 
  민주당이 쪼개지지 않은 이유
 
  ― 지금까지는 여당이 패배한 원인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이제 야당을 살펴보겠습니다. 야당이 승리한 요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야당은 이재명 대표가 이끈 ‘친명계’가 당권을 장악한 뒤 문재인 대통령이 이끌었던 ‘비명계’를 숙청했습니다. ‘비명횡사(非明橫死)’라는 말까지 생겨날 정도였죠. 당연히, 비명계는 반발했고 더불어민주당은 둘로 쪼개질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비명계의 중심인물들이 공천에서 탈락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의 조치를 따르겠다고 선언하고 당 안에 머물렀습니다. 그러자 비명계 모두가 이런 결정을 따랐습니다. 이처럼 당이 쪼개지지 않은 것이 선거에서의 승리의 바탕이 되었습니다. 동화에나 나옴직한 이야기입니다.”
 
  국민은 영화 같은 일들이 정치나 스포츠에서 실제로 일어나기를 바란다. 거의 일어날 가능성이 없기에, 현실에서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상황이 눈앞에 펼쳐지면 그 자체로 열광한다. 이번 더불어민주당 공천엔 지지자를 열광하게 만드는 요소가 있었다.
 
  “여기서 물음이 나옵니다. ‘무슨 일이,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무슨 비밀스러운 일이, 일어난 것일까?’라는.”
 
  ― 실은 저도 그 점이 궁금했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겁니까.
 
  “우주론(宇宙論)에 비슷한 현상이 있습니다. 아마도 이번 일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민주당 분열을 막아준 거대한 ‘암흑물질’
 
  ― 자세하게 말해주십시오.
 
  “밤에 하늘을 살피면, 은하(galaxy)들이 회전하는 것이 보입니다. 그런데 은하의 회전 속도는 너무 빨라요. 그럼에도 망원경으로 확인할 수 있을 만큼 은하는 형태를 유지합니다. 이 미스터리를 설명하기 위해 천문학자들은 암흑물질(dark matter)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관측할 수 있는 물질은 5%가량 되고,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암흑물질이 95%가량 된다는 얘기입니다. 눈에 보이는 물질의 19배나 되는 암흑물질이 있어서, 은하들이 빨리 회전해도 흩어지지 않도록 거대한 중력으로 붙잡아준다는 것이죠.”
 
  ― 그러니까 더불어민주당이 분열하지 않도록 꽉 붙잡아준 거대한 ‘암흑물질’이 있었다는 말씀이신가요? 숙청당한 문재인계 정치인들이 그 엄청난 중력을 가진 ‘암흑물질’에 붙잡혀 반항하지 못하고 그대로 남았다는 얘기인가요?
 
  “우주론의 ‘암흑물질’에 비유하면, 더불어민주당의 미스터리가 일단 설명이 되잖아요? 우리 눈엔 보이지 않지만, 더불어민주당의 중력보다 몇 곱절, 몇십 곱절 큰 권력을 가진 세력이 은밀히 움직여 이탈자가 하나도 안 생기도록 했다, 이런 얘기죠. 선거 때 원수는 평생 원수라는 말이 있는데, 미래의 정치적 이익이든 무엇이든, 현실의 불이익을 충분히 보상할 무언가가 있었다는 말입니다. 어떠세요, 이해가 좀 되세요?”
 

  ― 일단 현재까지는 그 미스터리를 설명하는 유일한 과학적 이론 같습니다. 그렇다면 그 ‘암흑물질’의 정체는 무엇인가요.
 
  “더불어민주당 사람들만이 알겠죠. 그래도 짐작할 단서들이 더러 있어요. 모두 잘 아는 것처럼, 근년에 온 세계에 걸쳐 중국의 영향력이 부쩍 커졌죠. 그리고 많은 나라에서 좌파 정치인들과 지식인들이 중국의 영향 아래 움직이고 있습니다. 강대국이 다른 강대국이나 주변국의 정치에 개입해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하는 것은 사실 어제오늘의 현상이 아니죠. 제1차 세계대전, 제2차 세계대전, 그리고 전후(戰後)에도 예를 들어 소련이 얼마나 미국의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했습니까? 미국이나 영국의 고위 공직자 중에서도 나중에 간첩으로 판명난 사람이 하나 둘이 아니었잖습니까? 동독이 서독에 대해 벌인 공작도 어마어마했고요.”
 
  ― 그렇다면 우리나라도 중국의 ‘의도’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말씀이십니까.
 
  “중국에는, 한국의 상황이 자신들의 국익(國益)과 직결되는 사활적(死活的)인 문제니까요. 상식적으로, 어떻게든 당연히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하지 않겠습니까? 이 문제에 대해 정통한 전문가들은 이런 위험이 일반 시민들이 상상하는 수준을 훌쩍 넘는다고 경고합니다. 이번 우리 총선거를 며칠 앞둔 4월 4일에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의 MTAC(Microsoft Threat Analysis Center)는 중국의 개입을 경고하는 성명을 발표했어요. ‘올해에 세계적으로 주요 선거들이, 특히 인도, 남한 그리고 미국에서 실시되는 바, 우리는 중국이 최소한도 자신의 이익을 늘리기 위해서 인공지능생성물(AI-generated content)을 생산하고 확산시킬 것으로 예상한다. 그런 생성물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아직 낮지만, 밈(meme), 비디오 및 오디오를 증강시키려는 중국의 늘어나는 실험들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앞으로 보다 효과적일 것이다.’”
 
 
  이재명, 갑자기 윤석열 對中 정책 비판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023년 6월 8일 중국대사관저를 방문,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와 만찬 회동을 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복거일 작가는 경제학적 관점에서도 이 현상을 분석했다. 이런 식으로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다른 수단을 통해 국익을 추구하는 것보다 덜 드러나는 방식으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고, 인터넷의 발달로 저비용이라는 점이 핵심이라고 했다.
 
  “시사적(示唆的)인 것은 이재명 대표가 윤 대통령의 중국 정책을 갑자기 비난한 것입니다. ‘왜 중국에 집적대나? 그냥 셰셰(謝謝) 하면 된다’라고 했어요. 문재인 대통령의 굴욕적 대중(對中) 정책이 여러 문제를 불렀고 우리 국민의 80%가 중국에 대해 경계심을 가진 터에, 이런 발언이 득표에 도움이 될 리 없는데도 이 대표는 굳이 이 말을 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그리고 중국 매체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크게 보도했지요. 그런데 중국과 관련해선 또 하나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 어떤 점입니까?
 
  “인공지능 시대엔 누구도 거짓 정보를 즉시 가려내고 의도적 배포자를 단시일 내에 찾아내는 일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해요. 특히 화웨이 같은 중국산 장비를 우리 국가기관이 단 하나라도 쓸 경우가 문제입니다. 화웨이 장비들은 모두 ‘뒷문(backdoor)’이라 불리는 정보 탈취 장치가 들어 있다고 보아야 해요. 영국과 미국의 방첩기구 수장들이 공개적으로 위험을 경고하면서 시민들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려 애쓰는 상황이거든요. 우리 사회는 중국의 정보 탈취 시도에 특히 취약합니다.”
 
  ― 중국의 침투가 전방위적이고 지속적이라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합니까.
 
  “중국의 침투에 대응하려면 입법이 필요한데, 더불어민주당이 장악한 국회에서 중국의 침투에 대응하는 법안을 통과시킬까요? 후대의 역사가들이 ‘2024년 4월의 총선에서 궁극적 승자는 중국이었다’라고 평가하지 않도록 거대 야당이 국익을 보호해야 합니다.”
 
 
  “윤 대통령이 외롭지 않도록”
 
  ― 말씀 듣고 보니, 참으로 걱정스럽습니다. 마지막으로 당부하실 말씀이 있다면요.
 
  “윤석열 대통령은 대담하게 중국에 대해 자주적이고 합리적인 정책을 폈어요. 윤 대통령의 뛰어난 면이 유감없이 발휘된 것이죠. 예상과 달리, 중국도 별다른 반발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때 저는 얼핏 대담한 외교 활동을 펼치던 이승만(李承晩) 대통령의 면모를 윤 대통령에게서 보았습니다.
 
  그래서 말씀드립니다. 우리 애국 시민들이 윤 대통령을 보호해야 합니다. 앞으로 무척 외로울 터인데, 윤 대통령이 너무 외롭지 않도록 해야 해요. 현실적으로, 그것이 우리가 중국의 침투와 위협에 대해 잘 대응하는 길입니다. 중국 사람들에게 ‘셰셰’ 하면, 더 내놓으라고 나올 것 아니겠어요? 중국에 ‘셰셰’ 한 필리핀이 지금 수모를 당하는 모습을 보세요.”
 
  노작가의 마지막 당부는 역시 나라 걱정이었다. 필자도 비장한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여 동의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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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달기 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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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갈이    (2024-05-13) 찬성 : 0   반대 : 0
다 쓸데 없는 이야기다. 핵심은 선거가 부정하게 치러 졌다는 게 가장 큰 핵심인데, 핵심은 외면하고 말도 안되는 여론 운운하는 게, 그야말로 책상다리 긁는 소리로 밖에 안들린다. 월간조선은 주필이 조갑제 아닌가? 조갑제가 부정선거 부정론자인데, 월간조선이 바른 진단을 하겠냐고? 국힘당의 후보 중 52명이, 본투표에 승리하고도 사전투표 뒤집기로 낙선했다는 것은, 어느모로 봐도 말이 안되는 결과인 것이다. 이런 현상을 보고도 귀를 막고 입을 닫는, 소위 보수 정론 신문들, 정말 한심하고 나는 조선일보도 구독 취소 신청해 버렸다. 불의에 입을 닫는 언론? 그건 존재할 가치도 없다.
  유부열    (2024-04-28) 찬성 : 1   반대 : 1
복거일의 예리한 논리에 절대공감이다. 저들은 은밀하게 공작하고 있는데 자유우파들은 지금 무슨 생각으로 흩어지고만 있을까?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뺄셈의 정치는 망하는 지름길이다. 덧셈의 정치로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지키고 중흥하는데 매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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