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꼴통 보수보다 586이 더 싫다”(좌파 교수)
⊙ “총선에서 586 물러나야 한다는 데 반대하는 세대 없을 것”(대기업 중견 간부)
⊙ “70년대생은 삼국지의 서서 같은 존재… 586에서 80년대생으로 정치권력이 이양되는 마중물 역할 할 뿐”
⊙ “한동훈, 안철수와는 또 다른 새로움… 스마트하고 참신하고 이성적이라고 느껴”(75년생 전업주부)
⊙ “똥팔육 세대는 아직도 자신들이 청년인 줄 알면서도, 환갑 지났다며 X 세대에게 철이 안 든 것들이라고 비하”(수출 자영업자)
⊙ “50대 엘리트가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국운(國運)이 바뀌는 계기가 될 것”(개인 사업자)
⊙ “총선에서 586 물러나야 한다는 데 반대하는 세대 없을 것”(대기업 중견 간부)
⊙ “70년대생은 삼국지의 서서 같은 존재… 586에서 80년대생으로 정치권력이 이양되는 마중물 역할 할 뿐”
⊙ “한동훈, 안철수와는 또 다른 새로움… 스마트하고 참신하고 이성적이라고 느껴”(75년생 전업주부)
⊙ “똥팔육 세대는 아직도 자신들이 청년인 줄 알면서도, 환갑 지났다며 X 세대에게 철이 안 든 것들이라고 비하”(수출 자영업자)
⊙ “50대 엘리트가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국운(國運)이 바뀌는 계기가 될 것”(개인 사업자)
- 2023년 12월 26일 공식 취임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비대위원장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조선DB
“한동훈을 반드시 탄핵해야 한다. 이런 건방진 놈이 어디 있나? 이 어린놈이 국회에 와서 (국회의원) 300명, 자기보다 인생 선배일 뿐만 아니라 한참 검찰 선배를 조롱하고 능멸하는 이런 놈을 그냥 놔둬야 하나?”
송영길(宋永吉) 전(前)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11월 6일에 공개석상에서 한동훈(韓東勳)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을 두고 말했다. 이 말은 적잖은 후폭풍을 가져왔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송 대표가 시정잡배들이나 할 법한 막말을 쏟아냈다”며 비판했다. 정의당 류호정 전 의원은 “꼰대 중에도 저 정도 욕설하시는 분은 흔치 않다. 인간이 좀 덜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86 세대 운동권 출신 인사들의 모임인 ‘민주화운동동지회’에서는 “당대표까지 했던 자의 발언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저급하고 저열하다. 특히 ‘어린놈’이라는 표현에서는 입을 다물지 못하겠다”고 밝혔다.
‘안하무인 586’
송영길 전 대표는 1963년생, 한동훈 위원장은 1973년생이다. 하지만 송 전 대표가 1994년에 사법시험을 통과(36회)했고, 한 위원장은 1995년(37회)에 사법시험에 합격해 같은 시기에 사법연수원에 있었다. 송영길 전 대표의 주장대로 ‘한참 검찰 선배’가 아니다. 그가 ‘어린놈’이라고 비판했던 지난해에 한 위원장은 50세였다. 송 전 대표가 2000년에 16대 국회의원(새천년민주당·인천 계양)에 당선됐을 때는 36세였다. 이후 내리 3선(選) 의원을 지낸 그는 한동훈 위원장의 나이에 인천 시장을 했다.
송영길 전 대표의 발언 이후 한동훈 위원장과 나이가 비슷한 1970년대 초·중반 사이에서는 얘기가 많았다. ‘586 세대 눈에는 쉰이 된 후배가 어린놈이냐’ ‘586 세력의 안하무인격 태도가 여실히 드러났다’ ‘20대에 운동권에 잠시 몸담았다는 이유로 예순이 넘도록 평생 우려먹는 부류가 할 소리는 아니다’ 등이었다. 송영길 대표의 발언이 있고 한 달 뒤인 지난해 12월 한동훈 당시 장관은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됐고 오는 4·10 총선에서 ‘586 청산’을 기치로 내걸었다.
1973년생 한동훈 위원장을 보는 1970년대생(이하 70년대생)들의 심정은 어떨까. 그가 늪에 빠진 국민의힘 구원투수로서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할까. 과거 한국 나이로 쉰에서 쉰다섯인 1970~1975년생 13명을 릴레이 인터뷰했다. 대기업 간부, 의사, 교수, 자영업자, 가정주부 등 정치권과는 상관없는 사람들로 정치적 성향은 우파 5명, 중도 5명, 좌파 3명이다.
“586 세대 역할 끝나… 한동훈 출현은 시대적 흐름”
70년대생들은 우파와 좌파 할 것 없이 한동훈 위원장(이하 정치인 직함 생략)의 등장이 반갑다고 얘기했다. 대기업 중견 간부의 얘기다.
“합리적 보수의 출현이다. 꼴통 보수도 아니고, 묻지 마 좌파도 아닌 색다른 느낌이다. 정치판에 있던 그 나물에 그 밥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을 가져올 수 있는 사람이 한동훈이다. 보수와 진보의 대립 구도에서 벗어나 둘을 적절히 합(合)할 수 있는 기대가 든다.”
― 한동훈은 운동권 정치 청산을 기치로 내걸었다.
“운동권 청산에 반대하는 사람이 있을까. 본인들 외에 20~80대 모두가 이에 동조하지 않을까. 1960년대생 중에서도 자성(自省)의 목소리가 있을 거다. 송영길이 신당을 만든다는데 그 자체로도 싫다. 구태를 반복하는 모습도 싫고, 언론에 이름이 나오는 것조차 싫다. 586들이 젊은 시절에 운동 한 번 한 것으로 수십 년씩 우려먹는 것에 신물이 난다. 정치 귀족으로서 그만하면 떵떵거리고 살았던 것 아닌가. 예전에는 민주화라는 효용가치가 있었지만, 지금은 사회에 이바지하는 것조차 없다.”
또 다른 대기업 임원은 “한동훈 출현은 시대적 흐름이다. 국민의힘에 인재가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이제는 실용적인 세대가 전면에 나설 때가 됐다”고 말했다.
“586 세대의 공(功)을 인정한다. 박정희(朴正熙)라는 강력한 리더를 앞세운 1970년대 과도한 성장, 이어진 군부 독재를 거치며 국민의 열망이 민주화로 옮아갔고, 그를 실현한 세대가 맞다. 베이비붐 세대로 인원수가 가장 많았고 가장 정열적인 20대 초반에 민주화를 온몸으로 느끼면서 정치권에 입성해 일익을 담당했다. 그들이 과도한 성장에서 온 부작용을 언급하며 분배를 주장하고, 민주화의 기치를 내세운 것을 비난하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말했던 것들은 보편적인 가치가 됐다.”
― 그들이 추구하는 것을 다 이뤘다는 소리인가.
“그렇다. 우리나라는 민주화에 성공한 나라이며, 누구보다 약자를 배려하는 사회다. 이제는 성장의 한계를 인지하고 인구 감소라는 사회 환경적 변화, 국제화 시대를 맞아 새로운 솔루션을 제시해야 할 시점이다. 586들이 이에 대한 대안이 없고 도돌이표 이데올로기 논쟁만 한다는 것이 드러났다. 실용적인 사고(思考)를 갖춘 새로운 세대가 등장해야 하고 그것이 한동훈으로 표출된 것뿐이다.”
― 586 세대의 한계인가.
“이미 끝났어야 할 그들의 시대가 좌파 정권의 득세, 그들만의 카르텔로 간신히 연명해온 것뿐이다. 자신의 상처와 희생을 밑천 삼아서 부귀영화를 누리던 시절은 끝났다. 586 세대는 그 과정에서 과도한 대접을 받았다. 그들이 물러난다고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다.”
“586은 ‘지긋지긋하게 안 바뀌는 세대’”
한동훈의 등판과 상관없이 586 세대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스스로 좌파라고 말하는 수도권 소재 대학 A 교수는 “꼴통 보수보다 586 세대가 더 싫다”고 말했다.
“586 세대가 스스로 갖고 있다고 주장하는 민중성은 일반인에게 대중화라는 이름으로 표현될 것이다. 그들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공정, 정의, 평등, 분배는 좋은 단어이고, 대중을 자극한다. 그들이 추구하는 바가 옳다고 생각하고 이에 동조한다. 문제는 이들의 입과 행동은 전혀 달랐다는 점이다.”
― 586 세대의 이중성을 말함인가.
“반미(反美)를 외치며 자기 자식은 미국으로 유학 보내고, 광우병 파동을 선동했는데 미국산(産) 소고기를 먹는다. 보수의 밀실 야합(野合)을 비판해놓고서 자기들은 룸살롱 드나들며 건전한 토론이라도 하는 양 포장한다. 말과 행동이 다른 모습에 좌절했다.”
― 그럼에도 민주당 후보에게 계속 투표했다.
“미워도 다시 한 번이랄까, 그래도 낡고 낡은 보수보다는 희망이 있겠지, 언젠가는 자기들의 말처럼 행동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조국 사태’를 겪으며 그들에게 남아 있던 희망은 사라졌다. 그들의 정체성은 민중성, 대중성, 민주화, 공정과 정의, 그 무엇도 아니다. 어린 시절에 치기에 어려 세력을 형성했던 전우(戰友)들끼리의 나눠 먹기, 카르텔 공고화일 뿐이다. 사실에 기반을 둔 논리적 사고, 이성(理性), 지성(知性)은 버린 지 오래다.”
보수 집안에서 자랐지만 2002년 대선(大選)에서 노무현(盧武鉉)을 찍었던 70년대생은 586에 대해 ‘지긋지긋하게 안 바뀌는 세대’라고 했다. 그의 얘기다.
“1998년에 졸업하고 취업 재수를 해서 여의도 증권회사에 들어갔다. 60년대생들이 ‘사수’였다. 업무만 배운 것이 아니라 정치 토론이 회사에서 있었다. 사실 토론이랄 것도 없었고 그들의 얘기를 들을 뿐이었다. 자기들은 중도 좌파라면서 ‘노무현이 대통령 되지 않으면 나라가 큰일 난다’고 했다. 당시에 여의도로 출퇴근했던 사람들은 이 분위기를 모두 기억하고 있을 정도로, 여의도 바닥은 그랬다.”
― 분위기에 휩쓸려 노무현을 찍었다는 거다?
“당시 노무현 안 찍는다고 말하면 간첩 취급 받았다(웃음). 지금 생각해보니 86 세대들에게 스포일(spoil·망치다)당한 거지. X 세대라는 70년대생은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다. 하지만 2002년도 월드컵 분위기가 겹쳐지면서 대의(大義) 앞에 개인은 목소리를 줄여야 한다는, 다수가 절대 선(善)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승진하느라 아등바등하고, 결혼해서 아이 낳고 살아보니 다 쓸데없는 일이더라. 86 세대들이 말했던 얘기는 내가 살아가는 세상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더라.”
― 30대가 되면서 바뀌었다는 건가.
“바뀌는 것이 당연하지 않나. 돈 벌고 가족 부양하느라 바빴고 정치 이념이며 대의며, 이데올로기보다 당장 오늘 내 삶이 더 중요했다. 그런데 TV 속의 그들은 달라진 것이 없더라. 여전히 민주화를 부르짖고, 역사 바로 세우기를 운운하고, 친일파 색출 놀음에 빠져 산다. 이 세상의 기득권은 자기들인데 마치 자기네가 피해자인 양 코스프레하면서, 자식 유학 보내고 코스트코 가서 소고기 사 먹는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생산적인 일을 안 하니까, 시간이 남아돌아서 아직도 저런 이념 타령하고 있나 싶다.”
“똥팔육은 우물 안 개구리”
원래 386(1990년대 기준으로 30대·80학번·60년대생)으로 불렸던 586 세대는 2000년을 전후해 정치권에 입성했다. 송영길 전 대표와 임종석(任鍾晳)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2000년에 나란히 제16대 국회의원이 됐고, 우상호(禹相虎)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같은 시기에 새천년민주당 부대변인, 이인영(李仁榮)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새천년민주당 청년위원장, 김민석(金民錫)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민회의 총재특보단, 오영식(吳泳食)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은 새천년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청년위원장을 지냈다. 그들의 이름이 여전히 언론에 오르내리는 것을 보면 최소 20여 년 동안 정치권에서, 또는 그 언저리에서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다는 소리다.
한동훈 위원장의 ‘세대교체론’은 일회적인 말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비대위원장 취임 후 75년생 김형동 의원(경북 안동·예천)을 비서실장에 앉혔다. 한 위원장은 지난 1월 31일 ‘반칙과 특권의 청산 위한 운동권 정치 세력의 역사적 평가’ 토론회에서 “586 운동권 정치인들은 ‘운동권 카르텔’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국회는 물론 정부와 청와대 요직을 장악하며 권력을 이어왔다. 지난날의 잘못을 반성하기는커녕, 오는 4·10 총선에서도 살아남아서 권력의 향유를 누리고자 혈안”이라고 비판했다.
인터뷰를 한 70년대생 중 일부는 586 세대를 ‘똥팔육’이라고 불렀다. MZ 세대로부터 비롯된 말인데, 매우 잘 어울려서 그렇게 부른다고 했다.
미국으로 물품을 수출하는 70년대생 자영업자의 얘기다.
“똥팔육 세대는 아직도 자신들이 청년인 줄 안다. 그러면서도 아이러니하게 자신들이 환갑이 지났다며 X 세대에게 철이 안 든 것들이라고 비하한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어른으로서의 미덕과 연륜을 갖추고 있으면서, 참신한 아이디어와 굳지 않는 머리를 지닌 세대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이것이 그들의 한계이고, 우물 안 개구리라는 방증이다.”
― 그들만의 세계에 갇혀 있다?
“물론이다. 자기들끼리 앞서거니 뒤서거니 자리를 물려주고, 물려받고, 똑같은 주제를 미묘하게 꼬아서 여기저기에 붙여 써먹는다. MZ 세대와 대화를 할 기회가 많은데 그들이 붙인 똥팔육 세대라는 것이 너무 맞는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부른다. 70년대생뿐 아니라 MZ 세대, 중도층도 그들의 위선에 학을 뗀다. 똥팔육은 X 세대는 영원히 자라지 않는 철없는 세대라고 욕하고, MZ 세대에 대해서는 경제적 어려움 없이 자라서 나약하기 짝이 없는 세대라고 깎아내린다. MZ 세대가 겪는 고용 불안, 소득 불안정에 대해 단 한 번도 겪어보지 않았으면서 말이다. 70년대생뿐만 아니라 2030 세대도, 극좌 세력을 제외하고는 586 청산론을 받아들일 것이다.”
“‘사돈이 땅 샀다고 배 아픈 세대’ 아니다”
최연소 검사장, 최연소 법무부 장관 타이틀을 가진 한동훈 위원장은 이번에 최연소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라는 ‘최연소’ 타이틀을 또 하나 얹었다. 국민의힘에서 비대위원장은 최소 환갑이 지나야만 앉을 수 있는 자리였다. 2010년 6·2 지방선거 패배로 지도부가 사퇴했을 때 비대위원장을 맡았던 김무성(金武星) 당시 원내대표는 만 60세였고, 다음 해 4·27 재보선 패배로 정의화(鄭義和) 당시 국회부의장이 맡았을 때 나이가 만 64세였다. 박근혜(朴槿惠) 비대위원장이 만 61세, 2016년에 비대위를 이끌던 김희옥(金熙玉) 위원장이 만 69세, 인명진(印名鎭) 비대위원장 만 71세, 2018년의 김병준(金秉準) 비대위원장이 만 65세, 2020년의 김종인(金鍾仁) 비대위원장이 만 81세, 주호영(朱豪英) 비대위원장과 정진석(鄭鎭碩) 비대위원장 모두 만 63세였다.
한동훈 위원장은 나이가 이들보다 훨씬 젊을 뿐 아니라 기존 정치인들과 결 또한 다르다. 강남 8학군 출신으로 서울대 법대 재학 시절에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최연소 타이틀로 이력을 빼곡히 메우는 정통 엘리트다. 대중에게 어필하는 깔끔한 외모를 갖췄다. 16세 된 아이를 키우는 전업 주부(1975년생)는 안철수가 정치권에 등장했을 때 그에게 열광했다.
“한동훈은 젊고, 참신하고, 스마트한 느낌이 든다. TV를 틀었을 때 끌끌 혀를 차게 만드는 기성의 정치인이 아니라, ‘저 사람은 무슨 얘기를 할까’ 궁금하다. 여태 봐왔던 사람들과 전혀 다른 새로움이다.”
― 과거 안철수를 좋아했다는데 비슷한 느낌인가.
“완전히 다르다. 안철수도 부산의 부잣집 아들, 서울 의대를 나와 성공한 기업인이었다. 하지만 안철수에게는 뭔가 시대정신이 없어 보였다. 아무래도 안철수의 나이가 586과 비슷해서인지 모르겠지만 ‘자기가 편하고자 시대적 흐름에는 외면한 듯한’ 모습이 있었다. 어쩌면 좌파 세력의 정치 공작이었을는지 모른다. ‘우리는 화염병 들고 민주화를 외쳤을 때 의대에서 편하게 공부한 사람’이라는 그런 이미지 말이다. 하지만 군인도 했고, 데모하던 사람도 정치했는데, 의사 출신이 못할 것은 뭐야 싶은 심정에 좋아했다. 한동훈은 느낌이 다르다. 똑같은 말을 하는데 매번 다르게 느껴지고, 논리적으로 보이고, 겸손해 보인다.”
― 좌파 세력은 한동훈이 ‘타워팰리스 사는 귀족이다’ ‘서민을 모른다’고 비판하는데.
“그런 비판이 먹힐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 586의 한계 같다. 한동훈이 부정 재산 축적으로 타워팰리스에 사는 건가. 솔직히 586도 한동훈만 한 능력이 있다면 더 큰 평수에, 더 좋은 아파트에 살고 싶은 것 아닌가. 우리 세대는 ‘사돈이 땅을 샀다고 배 아픈 세대’가 아니다.”
“70년대생은 ‘정상적인 세대’”
대기업 고위 임원인 C씨는 70년대생을 ‘정상적인 세대’라고 규정했다.
“한동훈이 등장해 정치권에 부채(負債)가 없는 인물이 등장한 것 이상으로 반가운 이유는 그가 아주 정상적인 사람이기 때문이다.”
― 정상의 정의가 무엇인가.
“삶이 굴곡지지 않았고 마음속에 평생의 적(敵)이 없고,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으며 꼬여 있지 않고 글로벌 감각을 갖춘 사람이다. 586들을 보면 하나같이 마음속에 울분이 있고 상처가 있다.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서 자란 사람, 마치 위인전에 나오는 전기도 안 들어오는 시골에 살면서 호롱불로 공부했다는 식(式)이랄까. 알코올 중독이나 집안에 돈 한 푼을 가져오지 않는 아버지는 왜 이리 많은지. 형제들은 주렁주렁 많아서 돌아가면서 공부를 하고, 어려운 형편으로 뛰어난 성적에도 상고(商高)에 가거나 검정고시를 봤다고 한다. 커서는 부조리한 사회에 맞서서 책 대신에 화염병을 들고 뛰쳐나가는, 이건 사실 비정상 아닌가.”
― 70년대생의 눈에는 그리 비치나.
“사람이 태어나면 기본적인 의식주를 누리고, 교육받을 권리는 있어야 하지 않나. 이런 얘기를 하면 또 ‘철딱서니 없는 것들’이라며 70년대생을 싸잡아 욕하겠지만, 그들이 이상한 세계를 살아온 것이지 70년대생이 정상적인 세상을 산 것이다. 이걸 착각하면 안 된다. 그들로서는 풍족한 세상에 태어나지 않은 것이 억울하겠지만 모든 세대 또한 그런 아픔을 겪었다.
586 중에는 사법시험을 10년 봤다는 사람도 있다. 송영길도 서른 넘어 패스한 것 아닌가. 그들이 어떻게 10년이나 공부를 했을까. 만약 시험에 붙지 않아도 나중에 회사에 취직하면 된다는 생각이 있지 않았겠나. 그때는 대학 졸업장만 가지면 기업에서 두 팔 벌려 환영하던 시기니까. 하지만 70년대생은 IMF의 여파로 취업의 문턱에서 고배를 마셔야 했고, 돈 한 푼 벌지 못하는 처지로 10년 동안 고시 공부에 매달릴 수도 없는 세대였다. MZ 세대는 더하다. 출산은 물론이며 결혼, 아니 연애도 못 하고,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세대 아닌가.”
― 586들이 자기만의 아픔을 내세웠다는 건가.
“그렇다. 자기들이 겪은 것만 아픔이고, 자기들이 경험한 것만 대단한 일인 양 착각한다. 70년대생의 눈에 비친 그들은 악에 받쳐 살며, 나와 적을 갈라 치기 하고, 세상을 향한 분노를 누군가에게 퍼부었던 비(非)정상적인 세대다. 적어도 70년대생은 그렇지 않다. 실용주의, 현실주의, 개인주의로 대변되는 이 세대는 나에게서 문제를 찾으려 하고, 집단적 사고에 묻히지 않으며, 타인을 무작정 시기 질투하지 않는다. 한동훈이 서울대 나온 금수저로, 타워팰리스 산다고 해도 70년대생들은 별 반응이 없다.”
“70년대생 중에 개딸도 분명히 존재”
한동훈 위원장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핫하다. 연합뉴스와 연합TV가 지난 2월 3~4일 여론조사 업체 ‘메트릭스’에 의뢰해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정례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 주자인 국민의힘 한동훈 위원장과 이재명(李在明) 민주당 대표가 양자대결을 한다고 가정할 때 후보 적합도는 36%로 같았다. MBN과 《매일경제》의 차기 대선 후보 선호도 조사 결과(2월 7일 발표)에서는 한동훈 42%, 이재명 36%로 나왔다. 한동훈 위원장이 정치인으로 활동한 지 두 달이 채 되지 않았지만, 세간은 그를 차기 대권 주자로, 영향력 있는 정치인으로 가정한 채 여론조사를 하고 있다. 한동훈이 586 세력을 청산하고 주류 정치인이 될 수 있을는지에 대해 70년대생들은 반반이었다.
스스로 좌파라고 하는 A 교수는 “586을 끌어내리기에 분명한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동훈은 엘리트론을 앞세운 정치인이다. 1970년대생 중 상당수가 그에게 시기 질투하는 감정을 드러내지는 않을 것 같다. 그보다는 ‘드디어 우리 세대에서 스타가 나오는 건가’라며 지지할 것 같다. 하지만 1970년대생에는 너무나 견고한 개딸(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자)도 있다. 이들은 운동권에 몸담은 적이 없으면서, 또 이재명이 딱히 운동권 정치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기들이 그 전통을 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마치 종교와 같다.”
― 개딸 얘기를 많이 하기는 하지만 그 정도인가.
“이재명이 대선에서 떨어졌을 때 길거리 한복판에 앉아서 대성통곡을 하던 세력이다. 그것이 이재명 개인을 향한 팬덤인지, 586의 연장선상인지 알 수가 없지만, 분명한 점은 그들이 70년대생에 분명히 존재한다는 점이다.”
‘92학번’은 운동권으로부터 가장 먼저 독립한 세대
1970년, 1971년, 1972년생을 제외하고 한동훈 위원장의 나이인 1973년생 이후는 운동권이라고 보기 어렵다. 정확하게 ‘92학번’은 운동권으로부터 가장 먼저 독립한 세대다. 91학번인 대기업 임원 D씨는 1991년과 1992년의 변화를 분명하게 기억한다. D씨의 얘기다.
“1991년은 학교에 PD, NL 등 운동권 서클이 보존되면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새롭게 등장했고, 외부적으로 소련이 무너지던 때였다. 소련의 사회주의도 진정한 사회주의가 아니다는 얘기가 선배들 사이에서 나왔고, 소련 붕괴 사건을 계기로 새로운 길에 대한 모색이 연일 화두였다. 87학번 선배들을 본받아 운동권 끝물에 있던 사람들이 뿔뿔이 흩어진다고나 할까. 학생운동의 범위가 확대되고 이념이 다양해지던 시기였다. 반면에 명지대에서 강경대가 죽으면서 신촌이 들끓기도 했던 때였다. 한편에서는 국무총리 취임 전에 마지막 강의를 하기 위해 한국외대를 찾았던 정원식(鄭元植) 총리에게 학생들이 달려들어 밀가루를 퍼붓고, 달걀을 깨던 때였다. 이 일을 운동권이 주도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학생운동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생기기 시작했다. 매일 대학가가 뒤숭숭하던 때인 1992년에 문화 대통령으로 불리는 서태지와 아이들이 나왔다.”
― 91, 92학번들은 그 영향을 받았다는 건가.
“운동권이 기울어지고, 서태지로 대변되는 문화운동을 오롯이 스물, 스물한 살에 받아들인 세대다. 한동훈이 대학 생활을 했던 시기가 딱 이때인데, 당연히 운동권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고 본다. 탈(脫) 이념, 신(新) 자본주의와 자유주의, 문화 혁명이 일어났던 시기니까.”
― 운동권을 원래 좋아하기 어려운 세대라는 건가.
“운동권에 대한 선호도라기보다 접점이 확실히 낮은 세대다. 더구나 사회에 나와서 인구 분포상 너무나 많은 숫자인 60년대생들에 밀려서 30~40대를 그들에게 눌려 살아왔으니, 이제 더는 참기 어렵다는 말이 나올 법하다.”
또 다른 기업의 임원은 “한동훈의 등장으로 586의 일부는 퇴장할 것”이라고 봤다.
“60년대생에 눌리고 80년대생에 밀리는 끼인 세대”
92학번 한동훈은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수락하면서 “동료 시민과 공동체의 미래를 위한 빛나는 승리를 가져다줄 사람과 때를 기다리고 계십니까. 우리가 바로 그 사람들이고, 지금이 바로 그때입니다”라고 했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환상 속의 그대’ 가사를 차용한 연설이었다.
70년대생들의 입에서는 ‘586에 기(氣)가 눌려서’라는 말이 자주 나왔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유학하고 금융권에서 중견 간부로 일하는 E씨의 얘기다. 그는 ‘586 청산론’에 대해 그간에 억눌렸던 얘기를 쏟아냈다.
“정치권에서만 586 세력이 주름잡았던 것이 아니다. 국회의원, 청와대를 586 세대가 점령하는데 다른 업계라고 다를 리가 있나. 한 다리 건너면 그들과 알음알음으로 아는 사람들이 기업 내에서도 승승장구했다는 것은 너무 당연지사 아닌가. 지잡대(지방 소재의 잡다한 대학이라는 비하 표현) 나와 영어 한마디 못하는 상사를 여럿 모셨다. 회사에 어떻게 들어왔는지 의심스러운 실력을 갖춘 사람들 말이다.”
― 금융권이라 그렇겠지만 영어 문제만은 아닐 것 같은데.
“마인드도 그렇다. 586은 세력이 너무 크다. 자기들끼리만 알고 지내고, 자기들끼리만 소통해도 세상 사는 데 아무 불편함이 없는 사람들이다. 회사에 입사했지만, 끊임없이 자아발전을 해야 한다거나, 퇴근 후에 자기 계발을 하러 학원으로 향해야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알 턱이 없다. 70년대생들은 억울하다고 한다. 실력에 맞는 자리에 앉거나, 팀을 리드하거나, 그들이 30대에 누렸던 그 어떤 지위도 누리지 못하니까.”
연합뉴스는 지난해 11월 13일 “올해 100대 기업 임원은 7300명으로 70년대생이 절반을 넘는다”고 보도했다. 반면 1960년대 후반(1965~1969년) 임원 비율은 2020년 46.2%에서 36.1%로, 1960년대 초반생은 같은 기간 22.5%에서 8.1%로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70년대생 임원 몇몇에게 이 보도를 얘기하자, 다들 어이없다는 얘기들이었다. 10대 그룹 임원의 얘기다.
“70년대생이 절반을 넘는 것은 사실이겠지만, 60년대생들이 몇 년이나 임원을 했는지를 따져봐라. 정치권에서 20년 넘도록 승승장구하는 586 정치인들이 있는데 기업이 그렇지 않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15~20년 동안 임원 자리에 앉아서 꿀 빠는 586들이 매우 많다. 70년대생들은 임원을 달아도 5년은 할 수 있을까, 혹여나 7~8년 될 수 있을까 불안해한다.”
― 임원이 됐어도 60년대생들을 생각하면 상대적 박탈감을 겪겠다.
“당연하다. 60년대생에 밀려서 그들보다 늦게 임원을 달았는데, 80년대생들은 밑에서 치고 올라온다. 기업 입장에서 ‘젊다’는 기준은 70년대생이 아니라 80년대생을 뜻하는 말이다. 임원을 달았어도 50대 대기업의 CEO 대부분은 60년대생이다. 타이틀만 임원일 뿐 여전히 60년대생에 밀리고, 80년대생에 밀리는 끼인 세대일 뿐이다.”
― 한동훈이 등장하면서 좀 나아지지 않을까.
“우리 나이 때에 잘나가는 사람이 드디어 탄생했다는 느낌은 있다. 하지만 한동훈이 주류 정치인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70년대생들은 삼국지의 서서(徐庶) 같은 존재다. 결국 삼국지에서 지략가로 활동하는 것은 제갈공명이다. 서서의 존재는 제갈공명을 유비에게 추천한 인물이었듯이, 70년대생들은 586에서 80년대생으로 정치권력이 이양되는 과정의 마중물 역할을 할 뿐이다.”
“국운이 바뀌는 계기 될 것”
직장 생활을 하지 않고 자기 사업을 하는 70년대생도 같은 것을 느끼고 있었다.
“한동훈의 등판이 반가운 이유는 70년대생들이 갖고 있던 그간의 억눌림이 한몫을 할 것이다. 하지만 70년대생들은 누구나 60년대생처럼 20년 동안 권력을 누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개인적으로 한동훈이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
― 왜 그런가.
“한동훈은 자기 세력이 없다. 김경율 등 젊은 피를 수혈한다고 하지만 정치 경력이 전무(全無)한 사람이 겪어야 하는 숙명이다. 하지만 반대로 그렇기에 리스크, 카르텔이 없다. 똑 부러진 논리성을 기반으로 사람들을 매혹시키기에 한동훈만 한 카드가 없다고 본다. 한동훈이 50대 중반에 대통령이 되면 자기 세력이 없는 한계와 완전히 다른 얘기다. 우리나라와 같이 대통령의 권한이 막강한 국가에서 50대 엘리트가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국운(國運)이 바뀌는 계기가 될 것이다.”
― 70년대생들의 바람일까.
“한동훈이 다큐멘터리 영화인 〈건국전쟁〉을 관람한 것을 보면 영 뜻이 없다고 볼 수는 없지 않을까 싶다. 586 좌파들은 이승만 대통령을 ‘런승만(run 승만·나라의 수장이 도망갔다는 뜻)’이라고 헐뜯으며 자유대한민국을 부정한다. 명백한 사실을 자기들 입맛대로 왜곡했던 세대에 신물이 난 세대가 한동훈을 보면 깔끔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까 싶다. 기존의 우파와는 이미지가 180도 다르다는 강점이 있다. 진정한 우파라고도 볼 수 없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나뉜 경계를 통합할 수 있는 유일한 후보가 아닐까 싶다.”
강남 8학군 출신으로 명문대를 나왔으며, 현재도 강남에 거주하는 전업주부(1975년생) A씨는 연휴에 친정 엄마, 10대 아들과 함께 〈건국전쟁〉을 봤다. A씨는 “20~30대가 영화를 본다면 이번 총선 결과가 달라지지 않을까”라고 했다. 롯데시네마의 작은 상영관에서 영화를 봤는데, 60대 이상이 자리를 메웠단다. 영화가 끝나자 관객들은 기립 박수를 쳤다.
“〈건국전쟁〉이 총선에 살짝 영향 끼칠 듯”
“박정희에 대해서는 많이 알았지만 이승만에 대해서는 몰랐다. ‘미국에 붙어서 정권을 오래 유지하려 했다가 부정선거를 한 것이 들통나서 불명예스럽게 퇴진했다’ ‘6·25 때 다리를 끊었다’는 정도뿐이었다. 우리 세대는 6·25 이후 이승복이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한 것을 끝으로 근현대사를 학교에서 배우지 않은 세대다.”
― 영화를 보고 든 생각은.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승만이 나라를 지키지 않았으면 김일성이 우리나라를 먹었겠구나’였다. 다리는 끊은 이유도 알 것 같고, 이승만에 대해서 알지 못한 것이 훨씬 많았다. 우리는 김구를 마치 이순신 장군처럼 배워왔는데, 김구가 집권했다면 우리나라가 사회주의로 갔을 거라는 생각도 처음 해봤다. 이미 민주화를 이룩한 세상에서 초·중·고를 다녔기 때문에 자유민주주의의 소중함을 몰랐다.”
― 만약 586이 이 영화를 본다면 어떨 것 같나.
“다큐멘터리 영화인데 날조됐다고 할 것 같다. 그게 586 운동권들이 가장 잘하는 일이니까. 영화감독이 역사적 사실을 보수에 유리하게 바꿔서 교묘하게 날조하고, 선거에 이용하려고 한다고 말할 것 같다. 사실을 사실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 같다. 그런데 솔직히 주변 사람들에게 영화를 보라고 추천할 것 같다.”
― 왜 그런가.
“봐야 하는 영화니까. 한 번쯤은 이 땅에,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은 봐야 하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70년대생들이 민주당의 골수 지지층이고, ‘개딸’이 가장 많은 세대라고 하는데 솔직히 역사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탓도 있다. 영화 한 편으로 그들이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내가 그랬듯이, 적어도 중도 성향을 가진 40~50대의 생각은 좀 바뀌지 않을까 싶다. 한동훈도 영화를 봤다고 하는데 총선에 살짝 영향을 미칠 것 같다.”⊙
송영길(宋永吉) 전(前)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11월 6일에 공개석상에서 한동훈(韓東勳)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을 두고 말했다. 이 말은 적잖은 후폭풍을 가져왔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송 대표가 시정잡배들이나 할 법한 막말을 쏟아냈다”며 비판했다. 정의당 류호정 전 의원은 “꼰대 중에도 저 정도 욕설하시는 분은 흔치 않다. 인간이 좀 덜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86 세대 운동권 출신 인사들의 모임인 ‘민주화운동동지회’에서는 “당대표까지 했던 자의 발언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저급하고 저열하다. 특히 ‘어린놈’이라는 표현에서는 입을 다물지 못하겠다”고 밝혔다.
‘안하무인 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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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4월 24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는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그의 ‘어린놈 한동훈’ 발언은 70년대생의 속을 들끓게 했다. 사진=조선DB |
송영길 전 대표의 발언 이후 한동훈 위원장과 나이가 비슷한 1970년대 초·중반 사이에서는 얘기가 많았다. ‘586 세대 눈에는 쉰이 된 후배가 어린놈이냐’ ‘586 세력의 안하무인격 태도가 여실히 드러났다’ ‘20대에 운동권에 잠시 몸담았다는 이유로 예순이 넘도록 평생 우려먹는 부류가 할 소리는 아니다’ 등이었다. 송영길 대표의 발언이 있고 한 달 뒤인 지난해 12월 한동훈 당시 장관은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됐고 오는 4·10 총선에서 ‘586 청산’을 기치로 내걸었다.
1973년생 한동훈 위원장을 보는 1970년대생(이하 70년대생)들의 심정은 어떨까. 그가 늪에 빠진 국민의힘 구원투수로서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할까. 과거 한국 나이로 쉰에서 쉰다섯인 1970~1975년생 13명을 릴레이 인터뷰했다. 대기업 간부, 의사, 교수, 자영업자, 가정주부 등 정치권과는 상관없는 사람들로 정치적 성향은 우파 5명, 중도 5명, 좌파 3명이다.
“586 세대 역할 끝나… 한동훈 출현은 시대적 흐름”
70년대생들은 우파와 좌파 할 것 없이 한동훈 위원장(이하 정치인 직함 생략)의 등장이 반갑다고 얘기했다. 대기업 중견 간부의 얘기다.
“합리적 보수의 출현이다. 꼴통 보수도 아니고, 묻지 마 좌파도 아닌 색다른 느낌이다. 정치판에 있던 그 나물에 그 밥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을 가져올 수 있는 사람이 한동훈이다. 보수와 진보의 대립 구도에서 벗어나 둘을 적절히 합(合)할 수 있는 기대가 든다.”
― 한동훈은 운동권 정치 청산을 기치로 내걸었다.
“운동권 청산에 반대하는 사람이 있을까. 본인들 외에 20~80대 모두가 이에 동조하지 않을까. 1960년대생 중에서도 자성(自省)의 목소리가 있을 거다. 송영길이 신당을 만든다는데 그 자체로도 싫다. 구태를 반복하는 모습도 싫고, 언론에 이름이 나오는 것조차 싫다. 586들이 젊은 시절에 운동 한 번 한 것으로 수십 년씩 우려먹는 것에 신물이 난다. 정치 귀족으로서 그만하면 떵떵거리고 살았던 것 아닌가. 예전에는 민주화라는 효용가치가 있었지만, 지금은 사회에 이바지하는 것조차 없다.”
또 다른 대기업 임원은 “한동훈 출현은 시대적 흐름이다. 국민의힘에 인재가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이제는 실용적인 세대가 전면에 나설 때가 됐다”고 말했다.
“586 세대의 공(功)을 인정한다. 박정희(朴正熙)라는 강력한 리더를 앞세운 1970년대 과도한 성장, 이어진 군부 독재를 거치며 국민의 열망이 민주화로 옮아갔고, 그를 실현한 세대가 맞다. 베이비붐 세대로 인원수가 가장 많았고 가장 정열적인 20대 초반에 민주화를 온몸으로 느끼면서 정치권에 입성해 일익을 담당했다. 그들이 과도한 성장에서 온 부작용을 언급하며 분배를 주장하고, 민주화의 기치를 내세운 것을 비난하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말했던 것들은 보편적인 가치가 됐다.”
― 그들이 추구하는 것을 다 이뤘다는 소리인가.
“그렇다. 우리나라는 민주화에 성공한 나라이며, 누구보다 약자를 배려하는 사회다. 이제는 성장의 한계를 인지하고 인구 감소라는 사회 환경적 변화, 국제화 시대를 맞아 새로운 솔루션을 제시해야 할 시점이다. 586들이 이에 대한 대안이 없고 도돌이표 이데올로기 논쟁만 한다는 것이 드러났다. 실용적인 사고(思考)를 갖춘 새로운 세대가 등장해야 하고 그것이 한동훈으로 표출된 것뿐이다.”
― 586 세대의 한계인가.
“이미 끝났어야 할 그들의 시대가 좌파 정권의 득세, 그들만의 카르텔로 간신히 연명해온 것뿐이다. 자신의 상처와 희생을 밑천 삼아서 부귀영화를 누리던 시절은 끝났다. 586 세대는 그 과정에서 과도한 대접을 받았다. 그들이 물러난다고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다.”
“586은 ‘지긋지긋하게 안 바뀌는 세대’”
한동훈의 등판과 상관없이 586 세대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스스로 좌파라고 말하는 수도권 소재 대학 A 교수는 “꼴통 보수보다 586 세대가 더 싫다”고 말했다.
“586 세대가 스스로 갖고 있다고 주장하는 민중성은 일반인에게 대중화라는 이름으로 표현될 것이다. 그들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공정, 정의, 평등, 분배는 좋은 단어이고, 대중을 자극한다. 그들이 추구하는 바가 옳다고 생각하고 이에 동조한다. 문제는 이들의 입과 행동은 전혀 달랐다는 점이다.”
― 586 세대의 이중성을 말함인가.
“반미(反美)를 외치며 자기 자식은 미국으로 유학 보내고, 광우병 파동을 선동했는데 미국산(産) 소고기를 먹는다. 보수의 밀실 야합(野合)을 비판해놓고서 자기들은 룸살롱 드나들며 건전한 토론이라도 하는 양 포장한다. 말과 행동이 다른 모습에 좌절했다.”
― 그럼에도 민주당 후보에게 계속 투표했다.
“미워도 다시 한 번이랄까, 그래도 낡고 낡은 보수보다는 희망이 있겠지, 언젠가는 자기들의 말처럼 행동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조국 사태’를 겪으며 그들에게 남아 있던 희망은 사라졌다. 그들의 정체성은 민중성, 대중성, 민주화, 공정과 정의, 그 무엇도 아니다. 어린 시절에 치기에 어려 세력을 형성했던 전우(戰友)들끼리의 나눠 먹기, 카르텔 공고화일 뿐이다. 사실에 기반을 둔 논리적 사고, 이성(理性), 지성(知性)은 버린 지 오래다.”
보수 집안에서 자랐지만 2002년 대선(大選)에서 노무현(盧武鉉)을 찍었던 70년대생은 586에 대해 ‘지긋지긋하게 안 바뀌는 세대’라고 했다. 그의 얘기다.
“1998년에 졸업하고 취업 재수를 해서 여의도 증권회사에 들어갔다. 60년대생들이 ‘사수’였다. 업무만 배운 것이 아니라 정치 토론이 회사에서 있었다. 사실 토론이랄 것도 없었고 그들의 얘기를 들을 뿐이었다. 자기들은 중도 좌파라면서 ‘노무현이 대통령 되지 않으면 나라가 큰일 난다’고 했다. 당시에 여의도로 출퇴근했던 사람들은 이 분위기를 모두 기억하고 있을 정도로, 여의도 바닥은 그랬다.”
― 분위기에 휩쓸려 노무현을 찍었다는 거다?
“당시 노무현 안 찍는다고 말하면 간첩 취급 받았다(웃음). 지금 생각해보니 86 세대들에게 스포일(spoil·망치다)당한 거지. X 세대라는 70년대생은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다. 하지만 2002년도 월드컵 분위기가 겹쳐지면서 대의(大義) 앞에 개인은 목소리를 줄여야 한다는, 다수가 절대 선(善)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승진하느라 아등바등하고, 결혼해서 아이 낳고 살아보니 다 쓸데없는 일이더라. 86 세대들이 말했던 얘기는 내가 살아가는 세상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더라.”
― 30대가 되면서 바뀌었다는 건가.
“바뀌는 것이 당연하지 않나. 돈 벌고 가족 부양하느라 바빴고 정치 이념이며 대의며, 이데올로기보다 당장 오늘 내 삶이 더 중요했다. 그런데 TV 속의 그들은 달라진 것이 없더라. 여전히 민주화를 부르짖고, 역사 바로 세우기를 운운하고, 친일파 색출 놀음에 빠져 산다. 이 세상의 기득권은 자기들인데 마치 자기네가 피해자인 양 코스프레하면서, 자식 유학 보내고 코스트코 가서 소고기 사 먹는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생산적인 일을 안 하니까, 시간이 남아돌아서 아직도 저런 이념 타령하고 있나 싶다.”
“똥팔육은 우물 안 개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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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6 세대의 대표 정치인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왼쪽),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 |
한동훈 위원장의 ‘세대교체론’은 일회적인 말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비대위원장 취임 후 75년생 김형동 의원(경북 안동·예천)을 비서실장에 앉혔다. 한 위원장은 지난 1월 31일 ‘반칙과 특권의 청산 위한 운동권 정치 세력의 역사적 평가’ 토론회에서 “586 운동권 정치인들은 ‘운동권 카르텔’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국회는 물론 정부와 청와대 요직을 장악하며 권력을 이어왔다. 지난날의 잘못을 반성하기는커녕, 오는 4·10 총선에서도 살아남아서 권력의 향유를 누리고자 혈안”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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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6 세대의 대표 정치인들. 민주당 이인영 의원(왼쪽), 김민석 의원. |
미국으로 물품을 수출하는 70년대생 자영업자의 얘기다.
“똥팔육 세대는 아직도 자신들이 청년인 줄 안다. 그러면서도 아이러니하게 자신들이 환갑이 지났다며 X 세대에게 철이 안 든 것들이라고 비하한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어른으로서의 미덕과 연륜을 갖추고 있으면서, 참신한 아이디어와 굳지 않는 머리를 지닌 세대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이것이 그들의 한계이고, 우물 안 개구리라는 방증이다.”
― 그들만의 세계에 갇혀 있다?
“물론이다. 자기들끼리 앞서거니 뒤서거니 자리를 물려주고, 물려받고, 똑같은 주제를 미묘하게 꼬아서 여기저기에 붙여 써먹는다. MZ 세대와 대화를 할 기회가 많은데 그들이 붙인 똥팔육 세대라는 것이 너무 맞는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부른다. 70년대생뿐 아니라 MZ 세대, 중도층도 그들의 위선에 학을 뗀다. 똥팔육은 X 세대는 영원히 자라지 않는 철없는 세대라고 욕하고, MZ 세대에 대해서는 경제적 어려움 없이 자라서 나약하기 짝이 없는 세대라고 깎아내린다. MZ 세대가 겪는 고용 불안, 소득 불안정에 대해 단 한 번도 겪어보지 않았으면서 말이다. 70년대생뿐만 아니라 2030 세대도, 극좌 세력을 제외하고는 586 청산론을 받아들일 것이다.”
“‘사돈이 땅 샀다고 배 아픈 세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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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위원장이 2024년 2월 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조선DB |
한동훈 위원장은 나이가 이들보다 훨씬 젊을 뿐 아니라 기존 정치인들과 결 또한 다르다. 강남 8학군 출신으로 서울대 법대 재학 시절에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최연소 타이틀로 이력을 빼곡히 메우는 정통 엘리트다. 대중에게 어필하는 깔끔한 외모를 갖췄다. 16세 된 아이를 키우는 전업 주부(1975년생)는 안철수가 정치권에 등장했을 때 그에게 열광했다.
“한동훈은 젊고, 참신하고, 스마트한 느낌이 든다. TV를 틀었을 때 끌끌 혀를 차게 만드는 기성의 정치인이 아니라, ‘저 사람은 무슨 얘기를 할까’ 궁금하다. 여태 봐왔던 사람들과 전혀 다른 새로움이다.”
― 과거 안철수를 좋아했다는데 비슷한 느낌인가.
“완전히 다르다. 안철수도 부산의 부잣집 아들, 서울 의대를 나와 성공한 기업인이었다. 하지만 안철수에게는 뭔가 시대정신이 없어 보였다. 아무래도 안철수의 나이가 586과 비슷해서인지 모르겠지만 ‘자기가 편하고자 시대적 흐름에는 외면한 듯한’ 모습이 있었다. 어쩌면 좌파 세력의 정치 공작이었을는지 모른다. ‘우리는 화염병 들고 민주화를 외쳤을 때 의대에서 편하게 공부한 사람’이라는 그런 이미지 말이다. 하지만 군인도 했고, 데모하던 사람도 정치했는데, 의사 출신이 못할 것은 뭐야 싶은 심정에 좋아했다. 한동훈은 느낌이 다르다. 똑같은 말을 하는데 매번 다르게 느껴지고, 논리적으로 보이고, 겸손해 보인다.”
― 좌파 세력은 한동훈이 ‘타워팰리스 사는 귀족이다’ ‘서민을 모른다’고 비판하는데.
“그런 비판이 먹힐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 586의 한계 같다. 한동훈이 부정 재산 축적으로 타워팰리스에 사는 건가. 솔직히 586도 한동훈만 한 능력이 있다면 더 큰 평수에, 더 좋은 아파트에 살고 싶은 것 아닌가. 우리 세대는 ‘사돈이 땅을 샀다고 배 아픈 세대’가 아니다.”
“70년대생은 ‘정상적인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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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위원장이 지난해 6월 2일에 법무부 장관 자격으로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제16기 저스티스 서포터스 발대식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한동훈이 등장해 정치권에 부채(負債)가 없는 인물이 등장한 것 이상으로 반가운 이유는 그가 아주 정상적인 사람이기 때문이다.”
― 정상의 정의가 무엇인가.
“삶이 굴곡지지 않았고 마음속에 평생의 적(敵)이 없고,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으며 꼬여 있지 않고 글로벌 감각을 갖춘 사람이다. 586들을 보면 하나같이 마음속에 울분이 있고 상처가 있다.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서 자란 사람, 마치 위인전에 나오는 전기도 안 들어오는 시골에 살면서 호롱불로 공부했다는 식(式)이랄까. 알코올 중독이나 집안에 돈 한 푼을 가져오지 않는 아버지는 왜 이리 많은지. 형제들은 주렁주렁 많아서 돌아가면서 공부를 하고, 어려운 형편으로 뛰어난 성적에도 상고(商高)에 가거나 검정고시를 봤다고 한다. 커서는 부조리한 사회에 맞서서 책 대신에 화염병을 들고 뛰쳐나가는, 이건 사실 비정상 아닌가.”
― 70년대생의 눈에는 그리 비치나.
“사람이 태어나면 기본적인 의식주를 누리고, 교육받을 권리는 있어야 하지 않나. 이런 얘기를 하면 또 ‘철딱서니 없는 것들’이라며 70년대생을 싸잡아 욕하겠지만, 그들이 이상한 세계를 살아온 것이지 70년대생이 정상적인 세상을 산 것이다. 이걸 착각하면 안 된다. 그들로서는 풍족한 세상에 태어나지 않은 것이 억울하겠지만 모든 세대 또한 그런 아픔을 겪었다.
586 중에는 사법시험을 10년 봤다는 사람도 있다. 송영길도 서른 넘어 패스한 것 아닌가. 그들이 어떻게 10년이나 공부를 했을까. 만약 시험에 붙지 않아도 나중에 회사에 취직하면 된다는 생각이 있지 않았겠나. 그때는 대학 졸업장만 가지면 기업에서 두 팔 벌려 환영하던 시기니까. 하지만 70년대생은 IMF의 여파로 취업의 문턱에서 고배를 마셔야 했고, 돈 한 푼 벌지 못하는 처지로 10년 동안 고시 공부에 매달릴 수도 없는 세대였다. MZ 세대는 더하다. 출산은 물론이며 결혼, 아니 연애도 못 하고,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세대 아닌가.”
― 586들이 자기만의 아픔을 내세웠다는 건가.
“그렇다. 자기들이 겪은 것만 아픔이고, 자기들이 경험한 것만 대단한 일인 양 착각한다. 70년대생의 눈에 비친 그들은 악에 받쳐 살며, 나와 적을 갈라 치기 하고, 세상을 향한 분노를 누군가에게 퍼부었던 비(非)정상적인 세대다. 적어도 70년대생은 그렇지 않다. 실용주의, 현실주의, 개인주의로 대변되는 이 세대는 나에게서 문제를 찾으려 하고, 집단적 사고에 묻히지 않으며, 타인을 무작정 시기 질투하지 않는다. 한동훈이 서울대 나온 금수저로, 타워팰리스 산다고 해도 70년대생들은 별 반응이 없다.”
“70년대생 중에 개딸도 분명히 존재”
한동훈 위원장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핫하다. 연합뉴스와 연합TV가 지난 2월 3~4일 여론조사 업체 ‘메트릭스’에 의뢰해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정례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 주자인 국민의힘 한동훈 위원장과 이재명(李在明) 민주당 대표가 양자대결을 한다고 가정할 때 후보 적합도는 36%로 같았다. MBN과 《매일경제》의 차기 대선 후보 선호도 조사 결과(2월 7일 발표)에서는 한동훈 42%, 이재명 36%로 나왔다. 한동훈 위원장이 정치인으로 활동한 지 두 달이 채 되지 않았지만, 세간은 그를 차기 대권 주자로, 영향력 있는 정치인으로 가정한 채 여론조사를 하고 있다. 한동훈이 586 세력을 청산하고 주류 정치인이 될 수 있을는지에 대해 70년대생들은 반반이었다.
스스로 좌파라고 하는 A 교수는 “586을 끌어내리기에 분명한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동훈은 엘리트론을 앞세운 정치인이다. 1970년대생 중 상당수가 그에게 시기 질투하는 감정을 드러내지는 않을 것 같다. 그보다는 ‘드디어 우리 세대에서 스타가 나오는 건가’라며 지지할 것 같다. 하지만 1970년대생에는 너무나 견고한 개딸(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자)도 있다. 이들은 운동권에 몸담은 적이 없으면서, 또 이재명이 딱히 운동권 정치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기들이 그 전통을 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마치 종교와 같다.”
― 개딸 얘기를 많이 하기는 하지만 그 정도인가.
“이재명이 대선에서 떨어졌을 때 길거리 한복판에 앉아서 대성통곡을 하던 세력이다. 그것이 이재명 개인을 향한 팬덤인지, 586의 연장선상인지 알 수가 없지만, 분명한 점은 그들이 70년대생에 분명히 존재한다는 점이다.”
‘92학번’은 운동권으로부터 가장 먼저 독립한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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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위원장이 2월 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비대위원들의 발언을 메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1991년은 학교에 PD, NL 등 운동권 서클이 보존되면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새롭게 등장했고, 외부적으로 소련이 무너지던 때였다. 소련의 사회주의도 진정한 사회주의가 아니다는 얘기가 선배들 사이에서 나왔고, 소련 붕괴 사건을 계기로 새로운 길에 대한 모색이 연일 화두였다. 87학번 선배들을 본받아 운동권 끝물에 있던 사람들이 뿔뿔이 흩어진다고나 할까. 학생운동의 범위가 확대되고 이념이 다양해지던 시기였다. 반면에 명지대에서 강경대가 죽으면서 신촌이 들끓기도 했던 때였다. 한편에서는 국무총리 취임 전에 마지막 강의를 하기 위해 한국외대를 찾았던 정원식(鄭元植) 총리에게 학생들이 달려들어 밀가루를 퍼붓고, 달걀을 깨던 때였다. 이 일을 운동권이 주도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학생운동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생기기 시작했다. 매일 대학가가 뒤숭숭하던 때인 1992년에 문화 대통령으로 불리는 서태지와 아이들이 나왔다.”
― 91, 92학번들은 그 영향을 받았다는 건가.
“운동권이 기울어지고, 서태지로 대변되는 문화운동을 오롯이 스물, 스물한 살에 받아들인 세대다. 한동훈이 대학 생활을 했던 시기가 딱 이때인데, 당연히 운동권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고 본다. 탈(脫) 이념, 신(新) 자본주의와 자유주의, 문화 혁명이 일어났던 시기니까.”
― 운동권을 원래 좋아하기 어려운 세대라는 건가.
“운동권에 대한 선호도라기보다 접점이 확실히 낮은 세대다. 더구나 사회에 나와서 인구 분포상 너무나 많은 숫자인 60년대생들에 밀려서 30~40대를 그들에게 눌려 살아왔으니, 이제 더는 참기 어렵다는 말이 나올 법하다.”
또 다른 기업의 임원은 “한동훈의 등장으로 586의 일부는 퇴장할 것”이라고 봤다.
“60년대생에 눌리고 80년대생에 밀리는 끼인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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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첫 앨범을 낸 ‘서태지와 아이들’은 70년대생들을 열광시켰다. |
70년대생들의 입에서는 ‘586에 기(氣)가 눌려서’라는 말이 자주 나왔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유학하고 금융권에서 중견 간부로 일하는 E씨의 얘기다. 그는 ‘586 청산론’에 대해 그간에 억눌렸던 얘기를 쏟아냈다.
“정치권에서만 586 세력이 주름잡았던 것이 아니다. 국회의원, 청와대를 586 세대가 점령하는데 다른 업계라고 다를 리가 있나. 한 다리 건너면 그들과 알음알음으로 아는 사람들이 기업 내에서도 승승장구했다는 것은 너무 당연지사 아닌가. 지잡대(지방 소재의 잡다한 대학이라는 비하 표현) 나와 영어 한마디 못하는 상사를 여럿 모셨다. 회사에 어떻게 들어왔는지 의심스러운 실력을 갖춘 사람들 말이다.”
― 금융권이라 그렇겠지만 영어 문제만은 아닐 것 같은데.
“마인드도 그렇다. 586은 세력이 너무 크다. 자기들끼리만 알고 지내고, 자기들끼리만 소통해도 세상 사는 데 아무 불편함이 없는 사람들이다. 회사에 입사했지만, 끊임없이 자아발전을 해야 한다거나, 퇴근 후에 자기 계발을 하러 학원으로 향해야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알 턱이 없다. 70년대생들은 억울하다고 한다. 실력에 맞는 자리에 앉거나, 팀을 리드하거나, 그들이 30대에 누렸던 그 어떤 지위도 누리지 못하니까.”
연합뉴스는 지난해 11월 13일 “올해 100대 기업 임원은 7300명으로 70년대생이 절반을 넘는다”고 보도했다. 반면 1960년대 후반(1965~1969년) 임원 비율은 2020년 46.2%에서 36.1%로, 1960년대 초반생은 같은 기간 22.5%에서 8.1%로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70년대생 임원 몇몇에게 이 보도를 얘기하자, 다들 어이없다는 얘기들이었다. 10대 그룹 임원의 얘기다.
“70년대생이 절반을 넘는 것은 사실이겠지만, 60년대생들이 몇 년이나 임원을 했는지를 따져봐라. 정치권에서 20년 넘도록 승승장구하는 586 정치인들이 있는데 기업이 그렇지 않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15~20년 동안 임원 자리에 앉아서 꿀 빠는 586들이 매우 많다. 70년대생들은 임원을 달아도 5년은 할 수 있을까, 혹여나 7~8년 될 수 있을까 불안해한다.”
― 임원이 됐어도 60년대생들을 생각하면 상대적 박탈감을 겪겠다.
“당연하다. 60년대생에 밀려서 그들보다 늦게 임원을 달았는데, 80년대생들은 밑에서 치고 올라온다. 기업 입장에서 ‘젊다’는 기준은 70년대생이 아니라 80년대생을 뜻하는 말이다. 임원을 달았어도 50대 대기업의 CEO 대부분은 60년대생이다. 타이틀만 임원일 뿐 여전히 60년대생에 밀리고, 80년대생에 밀리는 끼인 세대일 뿐이다.”
― 한동훈이 등장하면서 좀 나아지지 않을까.
“우리 나이 때에 잘나가는 사람이 드디어 탄생했다는 느낌은 있다. 하지만 한동훈이 주류 정치인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70년대생들은 삼국지의 서서(徐庶) 같은 존재다. 결국 삼국지에서 지략가로 활동하는 것은 제갈공명이다. 서서의 존재는 제갈공명을 유비에게 추천한 인물이었듯이, 70년대생들은 586에서 80년대생으로 정치권력이 이양되는 과정의 마중물 역할을 할 뿐이다.”
“국운이 바뀌는 계기 될 것”
직장 생활을 하지 않고 자기 사업을 하는 70년대생도 같은 것을 느끼고 있었다.
“한동훈의 등판이 반가운 이유는 70년대생들이 갖고 있던 그간의 억눌림이 한몫을 할 것이다. 하지만 70년대생들은 누구나 60년대생처럼 20년 동안 권력을 누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개인적으로 한동훈이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
― 왜 그런가.
“한동훈은 자기 세력이 없다. 김경율 등 젊은 피를 수혈한다고 하지만 정치 경력이 전무(全無)한 사람이 겪어야 하는 숙명이다. 하지만 반대로 그렇기에 리스크, 카르텔이 없다. 똑 부러진 논리성을 기반으로 사람들을 매혹시키기에 한동훈만 한 카드가 없다고 본다. 한동훈이 50대 중반에 대통령이 되면 자기 세력이 없는 한계와 완전히 다른 얘기다. 우리나라와 같이 대통령의 권한이 막강한 국가에서 50대 엘리트가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국운(國運)이 바뀌는 계기가 될 것이다.”
― 70년대생들의 바람일까.
“한동훈이 다큐멘터리 영화인 〈건국전쟁〉을 관람한 것을 보면 영 뜻이 없다고 볼 수는 없지 않을까 싶다. 586 좌파들은 이승만 대통령을 ‘런승만(run 승만·나라의 수장이 도망갔다는 뜻)’이라고 헐뜯으며 자유대한민국을 부정한다. 명백한 사실을 자기들 입맛대로 왜곡했던 세대에 신물이 난 세대가 한동훈을 보면 깔끔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까 싶다. 기존의 우파와는 이미지가 180도 다르다는 강점이 있다. 진정한 우파라고도 볼 수 없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나뉜 경계를 통합할 수 있는 유일한 후보가 아닐까 싶다.”
강남 8학군 출신으로 명문대를 나왔으며, 현재도 강남에 거주하는 전업주부(1975년생) A씨는 연휴에 친정 엄마, 10대 아들과 함께 〈건국전쟁〉을 봤다. A씨는 “20~30대가 영화를 본다면 이번 총선 결과가 달라지지 않을까”라고 했다. 롯데시네마의 작은 상영관에서 영화를 봤는데, 60대 이상이 자리를 메웠단다. 영화가 끝나자 관객들은 기립 박수를 쳤다.
“〈건국전쟁〉이 총선에 살짝 영향 끼칠 듯”
“박정희에 대해서는 많이 알았지만 이승만에 대해서는 몰랐다. ‘미국에 붙어서 정권을 오래 유지하려 했다가 부정선거를 한 것이 들통나서 불명예스럽게 퇴진했다’ ‘6·25 때 다리를 끊었다’는 정도뿐이었다. 우리 세대는 6·25 이후 이승복이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한 것을 끝으로 근현대사를 학교에서 배우지 않은 세대다.”
― 영화를 보고 든 생각은.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승만이 나라를 지키지 않았으면 김일성이 우리나라를 먹었겠구나’였다. 다리는 끊은 이유도 알 것 같고, 이승만에 대해서 알지 못한 것이 훨씬 많았다. 우리는 김구를 마치 이순신 장군처럼 배워왔는데, 김구가 집권했다면 우리나라가 사회주의로 갔을 거라는 생각도 처음 해봤다. 이미 민주화를 이룩한 세상에서 초·중·고를 다녔기 때문에 자유민주주의의 소중함을 몰랐다.”
― 만약 586이 이 영화를 본다면 어떨 것 같나.
“다큐멘터리 영화인데 날조됐다고 할 것 같다. 그게 586 운동권들이 가장 잘하는 일이니까. 영화감독이 역사적 사실을 보수에 유리하게 바꿔서 교묘하게 날조하고, 선거에 이용하려고 한다고 말할 것 같다. 사실을 사실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 같다. 그런데 솔직히 주변 사람들에게 영화를 보라고 추천할 것 같다.”
― 왜 그런가.
“봐야 하는 영화니까. 한 번쯤은 이 땅에,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은 봐야 하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70년대생들이 민주당의 골수 지지층이고, ‘개딸’이 가장 많은 세대라고 하는데 솔직히 역사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탓도 있다. 영화 한 편으로 그들이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내가 그랬듯이, 적어도 중도 성향을 가진 40~50대의 생각은 좀 바뀌지 않을까 싶다. 한동훈도 영화를 봤다고 하는데 총선에 살짝 영향을 미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