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호사, “두 가지만 인정하면 불구속”… 남욱, “이재명이 한 것을 왜 내가 했다 해야 하나”
⊙ “변호사가 ‘(검찰이) 권순일 건도 수사할 수 없다’며 증언하지 말라는 식으로 말했다”(남욱)
⊙ “남욱 불구속, 지휘부 및 수사팀 내에서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아”(유○○ 제1기 대장동 수사팀 부팀장)
⊙ “변호사가 ‘(검찰이) 권순일 건도 수사할 수 없다’며 증언하지 말라는 식으로 말했다”(남욱)
⊙ “남욱 불구속, 지휘부 및 수사팀 내에서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아”(유○○ 제1기 대장동 수사팀 부팀장)
- 사진=뉴시스
‘자충수(自充手)’는 바둑 용어인데 본인의 행동이 결국 불리한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는 뜻이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위원회)가 제기한 의혹에 딱 어울리는 ‘용어’란 지적이다.
민주당 위원회는 지난 1월 27일 낸 입장문에서 과거 검찰의 회유로 대장동 사건의 핵심 인물인 남욱 변호사가 진술을 바꿨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남 변호사가 ‘검찰의 회유·겁박으로 이재명 대표에게 불리한 진술을 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그간 객관적 물증을 제시하지 못한 채 뒤바뀐 남씨와 유씨의 진술을 가지고 이재명 대표를 범죄자로 낙인찍고, 구속영장까지 청구했다. 지난 2021년 10월 ‘12년 동안 애를 써봤는데 씨알도 안 먹히더라’던 남씨의 말이 이 대표를 겨냥하는 방향으로 180도 뒤바뀐 이유가 구속을 무기로 한 회유·겁박 때문이었느냐. 답을 정해놓고 사실관계를 끼워 맞추는 건 수사가 아니라 ‘조작’이다. 재판이 진행됨에 따라 검찰발 조작 수사의 실체가 더욱 명백히 밝혀질 것이다.”
남욱 회유 의혹 주체는 文 정부 수사팀
기자의 취재를 종합하면 ‘불구속’을 내세워 남 변호사를 회유했다는 의혹을 받는 법조인은 문재인 정부 ‘대장동 1기 수사팀’ 부팀장이었던 유○○ 변호사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장이던 그는 사건 초기 수사를 총괄했다. 유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에서 서울중앙지검장까지 한 이정수 변호사(중앙N남부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의 측근으로 꼽혔다. 이정수 변호사는 박범계 당시 법무장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고교 후배다.
민주당 위원회가 제기한 의혹대로라면 문재인 정권 당시 승승장구하던 검사가 이재명 대표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라고 구속을 무기로 남 변호사를 겁박·회유한 것이 된다. 문재인 정권의 ‘대장동 1기 수사팀’은 ‘대장동 개발비리 축소 수사’ 의혹을 받고 있다. 대놓고 이재명 대표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수사를 했다는 것이다. 이런 ‘대장동 1기 수사팀’의 핵심이 남 변호사에게 이 대표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라고 회유했다는 게 민주당 위원회의 주장이다. 논리적·상식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은 의혹 제기다. 윤석열 검찰을 공격하고, 이재명 대표의 방탄을 위해 내놓은 민주당 위원회의 의혹 제기가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이다. 자충수란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사실 민주당의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의 존재는 이재명 대표의 방탄 성격이 강하다. 출범 시기와 이유만 봐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이 대표에게 불리한 의혹도 유리한 쪽으로 둔갑시켜 제기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이야기다.
2022년 8월 19일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는 이른바 ‘백현동 아파트 특혜 의혹’ 관련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발된 이재명 대표 측에 서면 질의서를 보냈다. 이 대표는 A4 용지 1장 분량도 채 안 되는 다섯 줄 미만 답변서를 보냈다고 한다. 이에 검찰은 이 대표에게 9월 1일 “6일 출석해 조사받으라”는 내용의 소환 통보를 했지만 불응했다. 이 대표 측은 “서면답변서 제출을 조율하던 중 검찰이 갑작스레 소환을 통보했다”며 “야당 탄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서면 답변서를 보냈기 때문에 소환 사유가 소멸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이달(9월 20일)에 이재명의 민주당은 검찰과 전면전을 선포하며 기존 3개 기구를 통합한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를 출범했다.
위원회를 출범한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검찰 소환 통보에 맞서 윤석열 대통령을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발하고 배우자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 추진을 당론으로 결정하는 등 ‘이재명 지키기’ 총력 대응에 나섰다.
다시 보는 대장동 사건의 발단
민주당이 만든 위원회가 어떻게 남욱 회유 의혹을 윤석열 정부 검찰로 떠넘기려 했는지 살펴보기 위해 그 전말을 취재했다.
대장동 의혹은 2021년 8월 30일 《경기경제신문》 박종명 기자가 쓴 한 편의 칼럼에서 시작됐다. 9월 3일 새벽 참여연대 공동집행위원장 등을 지낸 김경율 회계사(현 국민의힘 비대위원)는 소셜미디어의 글을 통해 “샹그릴라(이상향)는 세상에 있을까요”라며 “화천대유라는 민간 주주들이 투자액 1000배의 수익을 챙기는 구조가 이상향에서나 가능할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후 이재명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추진했던 ‘경기 성남 대장동 개발 사업’ 관련, 특혜 시비에 휘말린 민간 업체 자산관리회사 ‘화천대유’에 대한 의혹은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이 대표는 그해 9월 16일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대해 “대장동 공영 개발에 대한 수사를 공개 의뢰한다”고 밝혔다. 그는 “수사 결과에 따라 어떤 의혹도 발견되지 않는다면, 이 문제를 제기한 모든 주체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때 검찰은 대장동 개발 의혹 관련 본격 수사 착수를 준비 중이었다. 이 시기(2021년 8월 30일~9월 16일) 남욱 변호사는 한국(제주도)에 있었다. 남 변호사는 2005년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사법연수원(37기)을 수료했다. 법조계에 선후배가 많다. 검찰 내부에서 대장동 개발 관련 수사를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에서 맡게 될 것이란 이야기가 돌았다. 이 첩보를 남 변호사도 입수했다.
경제범죄형사부장 유○○
당시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장은 유○○(현 변호사)이었다. 남욱 변호사가 가깝게 지내는 연수원 동기 중, 유 부장과 가까운 최○○ 변호사가 있었다. 남 변호사는 최 변호사를 통해 유 부장과 1~2번 만난 사이였다고 한다.
그의 기억이다.
“최 변호사가 십몇 년 전부터 유 부장 이야기를 했습니다. 자기 학교 법대 후배 중에 잘나가는 검사가 있다고. 운동(골프)을 하러 간 자리에서 만난 적이 있습니다.”
― 유 부장도 조사받기 전부터 남욱 변호사를 알고 있었다는 이야기죠?
“알고 있었을 겁니다. 만나기도 했고, 제가 유 부장과 아주 가까운 최 변호사와 함께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했었거든요.”
남욱 변호사는 미국 출국 직전(2021년 9월 19일) 최 변호사에게 “유 부장이 대장동 사건을 맡을 수도 있으니, 잘 살펴봐 달라”는 취지로 부탁을 하고 가족이 있는 샌디에이고로 떠났다.
2021년 9월 29일 서울중앙지검은 남 변호사가 입수한 첩보대로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둘러싼 각종 고발 사건을 모두 경제범죄형사부로 배당했다. 당시 경제범죄형사부장이었던 유○○ 부장이 대장동 수사를 하는 시점에 남욱 변호사는 ‘대장동 키맨’이 됐다. 검찰은 남 변호사의 신병(身柄) 확보에 주력했다. 그해 10월 초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의혹 전담수사팀은 미국에 체류 중인 남욱 변호사에 대한 여권 무효화 조치를 외교부에 요청했다. 남 변호사 여권 무효화를 통해 귀국을 압박하고 신병 확보 후 수사를 이어가려는 조치였다. 모든 죄가 남 변호사에게 있는 듯한 분위기가 형성됐다. 억울해하던 남욱 변호사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앞서 언급한 최 변호사였다.
“들어와서 협조해라”
“욱아, 김○○ 변호사라고, 검찰 출신인데 여기가 유 부장이랑 가깝다. 전화 한 번 해봐. 그럼 상황을 알려줄 거야.”
최 변호사는 남 변호사에게 김 변호사의 번호를 알려줬다. 남 변호사는 이 시기를 2021년 10월 10일 전후로 기억했다.
검사 시절 김 변호사는 유 부장과 대검에서 함께 근무했다. 김 변호사가 대검찰청 수사정보1담당관이었을 때 유 부장은 대검찰청 검찰연구관이었다. 이정수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이었다. 법조계에 따르면 세 사람은 대검에서 함께 근무하면서 가깝게 지냈다고 한다.
남 변호사는 김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남 변호사의 주장에 따르면 당시 김 변호사는 그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지금 정영학 회계사(천화동인 5호 소유주)가 남욱씨에게 책임을 모두 떠넘기려고 하고 있다. 내가 유 부장을 통해 알아보니 유동규와 김만배, 최윤길(전 성남시의회 의장), 그리고 성남시 공무원 한 명 등 4명만 구속하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그러니 들어와서 협조해라. 당신이 들어와서 정리하는 게 맞다.”
5억원짜리 변호사 계약 맺고 귀국
남욱 변호사는 김 변호사를 선임했다. 수임료는 5억원이었다. 착수금 1억에, 귀국해 조사받을 시 체포 시한인 48시간 조사 후 석방 조건으로 2억원, 불구속을 조건으로 2억원.
남 변호사의 이야기다.
“미국에서 언론 보도를 보니 김만배씨와 정영학 회계사가 모든 죄를 나에게 떠넘기는 것 같았다. 어느 순간 내가 대장동 키맨이 돼 있더라. 최 변호사가 수사를 담당한 유 부장과 가까운 사이라는 것을 오래전부터 눈으로 직접 확인한 상태라, 최 변호사가 유 변호사와 친하다며 소개해준 김 변호사의 이야기를 믿을 수밖에 없었다. 김 변호사도 나와 말할 때마다 모두 유 부장과 이야기가 된 것이란 취지로 말했다. 그래서 귀국을 결심하게 된 것이다.”
남 변호사는 2021년 10월 18일 오전 장발에 편한 평상복 차림으로 귀국했다. 남 변호사는 곧장 검찰 관계자들과 함께 공항터미널 6번 출구를 통해 서울중앙지검 호송차를 타고 이동했다. 그를 태운 호송차는 인천공항을 출발한 지 약 1시간 만에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지하 주차장에 도착했다.
“이재명을 어떻게 수사하느냐”
조사가 시작됐다. 남욱 변호사가 말한 바로는 김 변호사가 조사 첫날 변호인 접견을 요청했다고 한다.
김 변호사는 남 변호사에게 “방금 내가 위층(유 경제범죄형사부장)에 다녀왔는데, 두 가지만 인정하면 풀어주겠다고 한다”고 했다.
남욱 변호사와의 문답이다.
― 두 가지가 뭐였습니까.
“모두 제가 인정을 하면 배임(背任)의 공범(共犯)이 되는 사안이었습니다. 내가 하지도 않은 것을 왜 인정해야 하느냐고 했지요. 이재명 대표를 불러서 물어보라고 했습니다.”
― 뭐라던가요?
“‘지금 검찰이 이재명을 어떻게 수사하느냐’고 하더군요. 그래서 검찰에 권순일 건(권순일을 통한 이재명 재판 거래 의혹)을 이야기하겠다고 했더니, 그것도 수사 못 한다고 하더군요. 이재명도 못 부르고, 권순일 관련 수사도 못 한다고 하면 저한테 다 덮어씌우겠다는 거잖아요.”
남욱 변호사는 평소 김 변호사와 유 부장의 친분 관계로 보아, 김 변호사가 유 부장의 뜻을 전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남 변호사는 “화가 나서 김 변호사에게 목소리를 높였다”고 말했다.
권순일 전 대법관은 선관위원장 재임 기간에 대법 전원합의체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 선거법 사건’의 무죄 법리를 주도했는데, 대장동 사업자 김만배씨와의 ‘재판 거래 의혹’이 불거졌다. 당시는 이런 의혹이 제기되기 전이었다. 김 변호사는 남욱 변호사가 이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진술한다고 하니 만류한 것이다.
― 두 가지를 인정 안 했는데 48시간 조사를 마치고 석방됐습니다.
“당시 수사를 받을 때는 미국에서 들은 이야기대로 가겠구나(4명만 구속)란 느낌이 들었습니다. 두 가지를 인정하지 않았는데도 석방되니 더 그렇게 생각했죠.”
귀국해 곧장 수사를 받은 남욱 변호사는 10월 20일 오전 석방됐다. 10월 18일 오전 5시14분 인천공항에서 체포된 남 변호사의 체포 시한은 10월 20일 새벽까지였다. 이때까지 검찰은 남 변호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거나 석방을 해야 했다. 검찰이 48시간 조사를 끝낸 후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란 예상이 우세했지만 석방을 결정했다. 검찰은 “불구속 방침이라기보다 체포시한 내에 충분히 수사가 이뤄지지 않아서 일단 석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구속됐으니 1억 돌려주겠다”
검찰은 2021년 11월 1일 남욱 변호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중앙지법은 4일 남 변호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남욱 변호사는 소위 ‘멘붕’에 빠졌다. 실망과 배신감이 커서 화를 참지 못했다고 한다.
“구속이 결정되고 한 일주일은 잠을 못 잤습니다. 분해서요.”
유○○ 당시 경제범죄형사부장 등 대장동 전담수사팀은 남욱 변호사가 구속된 이날 서초동 한 고깃집에서 단체 회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는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때로 방역 지침을 어긴 회식이었다. 회식 후 유 변호사를 포함 수사팀원 7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수사가 지연되며 논란이 확산되자 검찰은 유 경제범죄형사부장을 수사팀에서 제외했다. 유 부장은 1월 21일 사표를 냈다.
남욱 변호사가 구속되고 김○○ 변호사는 두 번 정도 접견을 왔다. 남 변호사의 변호를 맡고 총 세 번의 접견을 온 셈이다.
― 뭐라던가요.
“잘 지내느냐고 물어보면서, (약속했던 것과 달리) 구속이 됐으니 1억원을 돌려주겠다고 하더군요.”
― 3억원을 받았는데 그중 1억원을 돌려주겠다?
“그렇죠. 불구속 약속을 못 지킨 거잖아요. 저는 괜찮다고 했는데, 돌려주더라고요.”
― 문재인 정권 검찰이 회유했다고 판단합니까.
“처음부터 저와 유동규에게 죄를 덮어씌우기 위해 거짓말로 미국에 있는 저를 들어오게 했는지, 아니면 원래 저는 불구속하려 했는데 수사 과정에서 바뀌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체포 후 풀려나고 조사를 받는데, ‘죄를 나한테 다 몰고 있다. 약속했던 것과 달리 내가 구속될 수도 있겠구나’란 느낌을 받은 것은 사실입니다. 대장동 1기 수사팀이 ‘이재명 대표는 수사 안 한다’고 선을 딱 그었다는 느낌이 와서 충격이었습니다. 이것이 제가 사실을 밝히게 된 계기입니다.”
진실을 밝힌 계기
일련의 과정은 남욱 변호사가 구속 후(2021년 11월) 문재인 정부 시절 대장동 수사팀에 제출한 불출석 사유서를 통해 간략히 공개됐다. 남 변호사는 구속 후 수사팀에 항의성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그는 사유서에 “수사팀이 불구속 수사를 약속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적었다.
남욱 변호사는 2022년 5월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 22부 심리로 열린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등에 대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자리에서도 “검찰이 변호사를 통해 ‘수사에 협조하면 구속하지 않겠다’고 했다”며 “처음에는 기소하겠다는 말도 없었다”고 했다. 남 변호사는 “애초 저에 대한 기소를 얘기하지도 않았다”며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 유동규, 최(최윤길 전 성남시의회 의장으로 추정) 플러스 공무원 1명 기소할 테니 협조해달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검찰로부터) 협조해달라고 두 차례나 전화가 와서 자진 귀국하게 됐다”고 했다. 2022년 11월 28일 같은 재판에서는 ‘불구속 선처’ 관련 남 변호사 진술이 담긴 검찰 진술 조서가 공개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윤석열 정부 검찰은 남욱 변호사가 주장한 불구속 회유 의혹에 대해 “사안의 중요성과 민감성을 알고 있다”며 “문제가 있는 부분은 확인하겠다”고 했다.
당시 문재인 정부 수사팀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과 김만배(화천대유 대주주)씨 등 민간 사업자를 구속 기소하고 성남시 윗선까지 수사를 확대하지는 않았다.
여기까지가 문재인 정부 대장동 1기 수사팀의 남욱 변호사 회유 의혹의 전말이다. 2022년 11월 28일 이후, 남욱 변호사 회유 의혹은 잊혀 갔다. 그랬던 게 2024년 1월 27일 민주당 위원회가 윤석열 검찰의 회유로 남 변호사의 진술이 바뀌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면서 다시 수면으로 떠오른 것이다.
기자는 의혹에 거론되는 법조인들의 입장을 들어봤다.
다음은 문재인 정부 당시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장으로 대장동 수사를 총괄한 것으로 알려진 유○○ 변호사와의 문답이다.
― 2021년 9~10월 사이 김○○ 변호사가 남욱 변호사에게 “정영학 회계사가 당신(남욱)에게 책임을 모두 떠넘기려고 하고 있으니 한국으로 들어와라. 유동규 성남도시개발공사 전 기획본부장과 김만배씨, 최윤길 전 성남시의회 의장, 성남시 공무원 1명 등 4명만 구속하는 것으로 유 변호사와 이야기가 끝났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는데, 김 변호사에게 이 같은 말을 한 사실이 있는지요.
“남욱의 자진 귀국하겠다는 의사를 ‘일방적으로’ 전달한 것은, 김 변호사가 아니라 다른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였고, 그 변호사와도 귀국일 및 비행편 정보를 공유한 것 이외에 어떠한 사전 협의도 없었습니다.”
“남욱 주장, 사실과 달라”
― 남욱 변호사는 김 변호사가 “2가지 혐의를 인정하면 석방되어 불구속으로 수사받는 것으로 당시 사건을 총괄한 유 변호사와 이야기가 끝났다고 말했다”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김○○ 변호사는 귀국 당일 선임되어 조사 및 변론에 참여하였고, 김 변호사와 질문 주신 사항과 같은 취지의 대화를 한 사실 자체가 없습니다. 최윤길 등 (4명만 구속) 얘기는 완전한 오보입니다. 당시 수사팀은 김만배, 남욱, 정민용의 구속을 위해 최선을 다하였습니다. 남욱의 불구속은 지휘부 및 수사팀 내에서 단 한 번도 언급되거나 고려되지 않았던 사항이었고, 수사팀 부팀장인 본인이 약속한 적도 없거니와 약속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습니다. 당시 수사팀장은 김태훈 4차장이었습니다.”
유 변호사는 “퇴직 후 2년 가까이 지나는 동안 묵묵히 침묵해왔지만, 지금까지도 전혀 사실과 다른 기사와 주장이 있어서 질문 주신 사항에 대해 반론했다”며 “사실과 다른 일방적 주장에 의해 본인은 물론 당시 수사팀의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는 점에 대해 심히 유감이다. 정확한 사실 확인을 부탁한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비슷한 취지의 질의에 대해 몸담은 법무법인 직원을 통해 “인터뷰가 불가하다”고 전해왔다. 이와 관련 남욱 변호사는 “진실은 언젠가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
유 변호사가 김만배 관련 로펌으로 간 이유
한편 유○○ 변호사의 경우 검사 옷을 벗으면서 법무법인 평산으로 갈 것으로 보도가 나왔다. 법무법인 평산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연수원 동기생인 강찬우 대표 변호사(전 수원지검 검사장)가 있는 곳이다. 문제는 강 변호사가 몸담은 평산이 김만배씨가 대주주인 화천대유와 자문계약을 맺은 것이다.
강 변호사는 “대검 대변인 시절 인연이 있던 김만배 기자의 요청으로 그가 대주주로 있는 화천대유와 자문계약을 맺게 됐다”고 밝혔다.
강 변호사는 이재명 대표 요청으로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변론을 맡기도 했다.
당시 유 변호사는 “향후 진로와 관련해 특정 로펌행이 언급되고 있으나 전혀 사실과 다르다. 그동안 함께했던 동료 선후배에게 누가 되는 행동은 생각해본 적도 없고 그럴 생각도 없다”고 밝혔으나, 결국 평산으로 갔다. 종합하면 대장동 수사 부팀장이, 대장동 의혹의 핵심인 김만배씨와 자문계약을 맺은 데다가 이재명 대표의 동기생이 대표 변호사로 있는 로펌으로 간 것이다. 평산에서 일하던 유 변호사는 2023년 12월 가까운 법조인들과 법무법인을 설립하고 그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런 과정에 대해 강찬우 변호사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법무법인 평산은 15명의 대표 변호사로 이뤄진 곳입니다. 한 대표가 유○○ 변호사를 영입하자고 제안했습니다. 15인 대표가 전원 합의를 해야 들어올 수 있는데, 제 입장에서는 괜한 오해가 생길까 싶어 우려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모두 찬성을 하니, 저도 반대하진 않았습니다. 그래서 유○○ 변호사가 평산에 합류하게 된 것입니다. 저는 검사 시절 유 변호사와는 전혀 모르던 사이였습니다. 유 변호사가 평산에 합류한 뒤에도 하는 프로젝트가 달라 얼굴도 못 봤습니다. 가끔 로펌 변호사들끼리 골프를 치거나 식사를 하는 자리가 있었는데, 유 변호사는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유 변호사가 ‘평산’을 떠난 이유에 대해서는 “평산에서 일한다는 보도로 인한 부담 때문도 아니고, 계약 만료 때문도 아니다”며 “아는 선배가 법무법인을 하나 같이 만들자고 해서 나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강 변호사는 “2018년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변론을 맡은 이후 단 한 번도 이재명 대표와 연락하지 않았다”며 “당시 변호한 것도 형 동생 하는 사이(강찬우 63년생, 이재명 64년생)니까 그냥 해준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위원회는 지난 1월 27일 낸 입장문에서 과거 검찰의 회유로 대장동 사건의 핵심 인물인 남욱 변호사가 진술을 바꿨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남 변호사가 ‘검찰의 회유·겁박으로 이재명 대표에게 불리한 진술을 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그간 객관적 물증을 제시하지 못한 채 뒤바뀐 남씨와 유씨의 진술을 가지고 이재명 대표를 범죄자로 낙인찍고, 구속영장까지 청구했다. 지난 2021년 10월 ‘12년 동안 애를 써봤는데 씨알도 안 먹히더라’던 남씨의 말이 이 대표를 겨냥하는 방향으로 180도 뒤바뀐 이유가 구속을 무기로 한 회유·겁박 때문이었느냐. 답을 정해놓고 사실관계를 끼워 맞추는 건 수사가 아니라 ‘조작’이다. 재판이 진행됨에 따라 검찰발 조작 수사의 실체가 더욱 명백히 밝혀질 것이다.”
남욱 회유 의혹 주체는 文 정부 수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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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는 지난 1월 27일 낸 입장문에서 과거 검찰의 회유로 대장동 사건의 핵심 인물인 남욱 변호사가 진술을 바꿨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사진=뉴시스 |
민주당 위원회가 제기한 의혹대로라면 문재인 정권 당시 승승장구하던 검사가 이재명 대표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라고 구속을 무기로 남 변호사를 겁박·회유한 것이 된다. 문재인 정권의 ‘대장동 1기 수사팀’은 ‘대장동 개발비리 축소 수사’ 의혹을 받고 있다. 대놓고 이재명 대표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수사를 했다는 것이다. 이런 ‘대장동 1기 수사팀’의 핵심이 남 변호사에게 이 대표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라고 회유했다는 게 민주당 위원회의 주장이다. 논리적·상식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은 의혹 제기다. 윤석열 검찰을 공격하고, 이재명 대표의 방탄을 위해 내놓은 민주당 위원회의 의혹 제기가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이다. 자충수란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사실 민주당의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의 존재는 이재명 대표의 방탄 성격이 강하다. 출범 시기와 이유만 봐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이 대표에게 불리한 의혹도 유리한 쪽으로 둔갑시켜 제기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이야기다.
2022년 8월 19일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는 이른바 ‘백현동 아파트 특혜 의혹’ 관련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발된 이재명 대표 측에 서면 질의서를 보냈다. 이 대표는 A4 용지 1장 분량도 채 안 되는 다섯 줄 미만 답변서를 보냈다고 한다. 이에 검찰은 이 대표에게 9월 1일 “6일 출석해 조사받으라”는 내용의 소환 통보를 했지만 불응했다. 이 대표 측은 “서면답변서 제출을 조율하던 중 검찰이 갑작스레 소환을 통보했다”며 “야당 탄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서면 답변서를 보냈기 때문에 소환 사유가 소멸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이달(9월 20일)에 이재명의 민주당은 검찰과 전면전을 선포하며 기존 3개 기구를 통합한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를 출범했다.
위원회를 출범한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검찰 소환 통보에 맞서 윤석열 대통령을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발하고 배우자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 추진을 당론으로 결정하는 등 ‘이재명 지키기’ 총력 대응에 나섰다.
다시 보는 대장동 사건의 발단
민주당이 만든 위원회가 어떻게 남욱 회유 의혹을 윤석열 정부 검찰로 떠넘기려 했는지 살펴보기 위해 그 전말을 취재했다.
대장동 의혹은 2021년 8월 30일 《경기경제신문》 박종명 기자가 쓴 한 편의 칼럼에서 시작됐다. 9월 3일 새벽 참여연대 공동집행위원장 등을 지낸 김경율 회계사(현 국민의힘 비대위원)는 소셜미디어의 글을 통해 “샹그릴라(이상향)는 세상에 있을까요”라며 “화천대유라는 민간 주주들이 투자액 1000배의 수익을 챙기는 구조가 이상향에서나 가능할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후 이재명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추진했던 ‘경기 성남 대장동 개발 사업’ 관련, 특혜 시비에 휘말린 민간 업체 자산관리회사 ‘화천대유’에 대한 의혹은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이 대표는 그해 9월 16일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대해 “대장동 공영 개발에 대한 수사를 공개 의뢰한다”고 밝혔다. 그는 “수사 결과에 따라 어떤 의혹도 발견되지 않는다면, 이 문제를 제기한 모든 주체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때 검찰은 대장동 개발 의혹 관련 본격 수사 착수를 준비 중이었다. 이 시기(2021년 8월 30일~9월 16일) 남욱 변호사는 한국(제주도)에 있었다. 남 변호사는 2005년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사법연수원(37기)을 수료했다. 법조계에 선후배가 많다. 검찰 내부에서 대장동 개발 관련 수사를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에서 맡게 될 것이란 이야기가 돌았다. 이 첩보를 남 변호사도 입수했다.
경제범죄형사부장 유○○
당시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장은 유○○(현 변호사)이었다. 남욱 변호사가 가깝게 지내는 연수원 동기 중, 유 부장과 가까운 최○○ 변호사가 있었다. 남 변호사는 최 변호사를 통해 유 부장과 1~2번 만난 사이였다고 한다.
그의 기억이다.
“최 변호사가 십몇 년 전부터 유 부장 이야기를 했습니다. 자기 학교 법대 후배 중에 잘나가는 검사가 있다고. 운동(골프)을 하러 간 자리에서 만난 적이 있습니다.”
― 유 부장도 조사받기 전부터 남욱 변호사를 알고 있었다는 이야기죠?
“알고 있었을 겁니다. 만나기도 했고, 제가 유 부장과 아주 가까운 최 변호사와 함께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했었거든요.”
남욱 변호사는 미국 출국 직전(2021년 9월 19일) 최 변호사에게 “유 부장이 대장동 사건을 맡을 수도 있으니, 잘 살펴봐 달라”는 취지로 부탁을 하고 가족이 있는 샌디에이고로 떠났다.
2021년 9월 29일 서울중앙지검은 남 변호사가 입수한 첩보대로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둘러싼 각종 고발 사건을 모두 경제범죄형사부로 배당했다. 당시 경제범죄형사부장이었던 유○○ 부장이 대장동 수사를 하는 시점에 남욱 변호사는 ‘대장동 키맨’이 됐다. 검찰은 남 변호사의 신병(身柄) 확보에 주력했다. 그해 10월 초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의혹 전담수사팀은 미국에 체류 중인 남욱 변호사에 대한 여권 무효화 조치를 외교부에 요청했다. 남 변호사 여권 무효화를 통해 귀국을 압박하고 신병 확보 후 수사를 이어가려는 조치였다. 모든 죄가 남 변호사에게 있는 듯한 분위기가 형성됐다. 억울해하던 남욱 변호사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앞서 언급한 최 변호사였다.
“들어와서 협조해라”
“욱아, 김○○ 변호사라고, 검찰 출신인데 여기가 유 부장이랑 가깝다. 전화 한 번 해봐. 그럼 상황을 알려줄 거야.”
최 변호사는 남 변호사에게 김 변호사의 번호를 알려줬다. 남 변호사는 이 시기를 2021년 10월 10일 전후로 기억했다.
검사 시절 김 변호사는 유 부장과 대검에서 함께 근무했다. 김 변호사가 대검찰청 수사정보1담당관이었을 때 유 부장은 대검찰청 검찰연구관이었다. 이정수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이었다. 법조계에 따르면 세 사람은 대검에서 함께 근무하면서 가깝게 지냈다고 한다.
남 변호사는 김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남 변호사의 주장에 따르면 당시 김 변호사는 그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지금 정영학 회계사(천화동인 5호 소유주)가 남욱씨에게 책임을 모두 떠넘기려고 하고 있다. 내가 유 부장을 통해 알아보니 유동규와 김만배, 최윤길(전 성남시의회 의장), 그리고 성남시 공무원 한 명 등 4명만 구속하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그러니 들어와서 협조해라. 당신이 들어와서 정리하는 게 맞다.”
5억원짜리 변호사 계약 맺고 귀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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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욱 변호사는 문재인 검찰과 소통하는 변호사의 ‘불구속’ 이야기를 듣고 귀국을 결심했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귀국 당시 남 변호사의 모습. 사진=뉴시스 |
남 변호사의 이야기다.
“미국에서 언론 보도를 보니 김만배씨와 정영학 회계사가 모든 죄를 나에게 떠넘기는 것 같았다. 어느 순간 내가 대장동 키맨이 돼 있더라. 최 변호사가 수사를 담당한 유 부장과 가까운 사이라는 것을 오래전부터 눈으로 직접 확인한 상태라, 최 변호사가 유 변호사와 친하다며 소개해준 김 변호사의 이야기를 믿을 수밖에 없었다. 김 변호사도 나와 말할 때마다 모두 유 부장과 이야기가 된 것이란 취지로 말했다. 그래서 귀국을 결심하게 된 것이다.”
남 변호사는 2021년 10월 18일 오전 장발에 편한 평상복 차림으로 귀국했다. 남 변호사는 곧장 검찰 관계자들과 함께 공항터미널 6번 출구를 통해 서울중앙지검 호송차를 타고 이동했다. 그를 태운 호송차는 인천공항을 출발한 지 약 1시간 만에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지하 주차장에 도착했다.
“이재명을 어떻게 수사하느냐”
조사가 시작됐다. 남욱 변호사가 말한 바로는 김 변호사가 조사 첫날 변호인 접견을 요청했다고 한다.
김 변호사는 남 변호사에게 “방금 내가 위층(유 경제범죄형사부장)에 다녀왔는데, 두 가지만 인정하면 풀어주겠다고 한다”고 했다.
남욱 변호사와의 문답이다.
― 두 가지가 뭐였습니까.
“모두 제가 인정을 하면 배임(背任)의 공범(共犯)이 되는 사안이었습니다. 내가 하지도 않은 것을 왜 인정해야 하느냐고 했지요. 이재명 대표를 불러서 물어보라고 했습니다.”
― 뭐라던가요?
“‘지금 검찰이 이재명을 어떻게 수사하느냐’고 하더군요. 그래서 검찰에 권순일 건(권순일을 통한 이재명 재판 거래 의혹)을 이야기하겠다고 했더니, 그것도 수사 못 한다고 하더군요. 이재명도 못 부르고, 권순일 관련 수사도 못 한다고 하면 저한테 다 덮어씌우겠다는 거잖아요.”
남욱 변호사는 평소 김 변호사와 유 부장의 친분 관계로 보아, 김 변호사가 유 부장의 뜻을 전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남 변호사는 “화가 나서 김 변호사에게 목소리를 높였다”고 말했다.
권순일 전 대법관은 선관위원장 재임 기간에 대법 전원합의체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 선거법 사건’의 무죄 법리를 주도했는데, 대장동 사업자 김만배씨와의 ‘재판 거래 의혹’이 불거졌다. 당시는 이런 의혹이 제기되기 전이었다. 김 변호사는 남욱 변호사가 이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진술한다고 하니 만류한 것이다.
― 두 가지를 인정 안 했는데 48시간 조사를 마치고 석방됐습니다.
“당시 수사를 받을 때는 미국에서 들은 이야기대로 가겠구나(4명만 구속)란 느낌이 들었습니다. 두 가지를 인정하지 않았는데도 석방되니 더 그렇게 생각했죠.”
귀국해 곧장 수사를 받은 남욱 변호사는 10월 20일 오전 석방됐다. 10월 18일 오전 5시14분 인천공항에서 체포된 남 변호사의 체포 시한은 10월 20일 새벽까지였다. 이때까지 검찰은 남 변호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거나 석방을 해야 했다. 검찰이 48시간 조사를 끝낸 후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란 예상이 우세했지만 석방을 결정했다. 검찰은 “불구속 방침이라기보다 체포시한 내에 충분히 수사가 이뤄지지 않아서 일단 석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구속됐으니 1억 돌려주겠다”
검찰은 2021년 11월 1일 남욱 변호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중앙지법은 4일 남 변호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남욱 변호사는 소위 ‘멘붕’에 빠졌다. 실망과 배신감이 커서 화를 참지 못했다고 한다.
“구속이 결정되고 한 일주일은 잠을 못 잤습니다. 분해서요.”
유○○ 당시 경제범죄형사부장 등 대장동 전담수사팀은 남욱 변호사가 구속된 이날 서초동 한 고깃집에서 단체 회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는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때로 방역 지침을 어긴 회식이었다. 회식 후 유 변호사를 포함 수사팀원 7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수사가 지연되며 논란이 확산되자 검찰은 유 경제범죄형사부장을 수사팀에서 제외했다. 유 부장은 1월 21일 사표를 냈다.
남욱 변호사가 구속되고 김○○ 변호사는 두 번 정도 접견을 왔다. 남 변호사의 변호를 맡고 총 세 번의 접견을 온 셈이다.
― 뭐라던가요.
“잘 지내느냐고 물어보면서, (약속했던 것과 달리) 구속이 됐으니 1억원을 돌려주겠다고 하더군요.”
― 3억원을 받았는데 그중 1억원을 돌려주겠다?
“그렇죠. 불구속 약속을 못 지킨 거잖아요. 저는 괜찮다고 했는데, 돌려주더라고요.”
― 문재인 정권 검찰이 회유했다고 판단합니까.
“처음부터 저와 유동규에게 죄를 덮어씌우기 위해 거짓말로 미국에 있는 저를 들어오게 했는지, 아니면 원래 저는 불구속하려 했는데 수사 과정에서 바뀌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체포 후 풀려나고 조사를 받는데, ‘죄를 나한테 다 몰고 있다. 약속했던 것과 달리 내가 구속될 수도 있겠구나’란 느낌을 받은 것은 사실입니다. 대장동 1기 수사팀이 ‘이재명 대표는 수사 안 한다’고 선을 딱 그었다는 느낌이 와서 충격이었습니다. 이것이 제가 사실을 밝히게 된 계기입니다.”
진실을 밝힌 계기
일련의 과정은 남욱 변호사가 구속 후(2021년 11월) 문재인 정부 시절 대장동 수사팀에 제출한 불출석 사유서를 통해 간략히 공개됐다. 남 변호사는 구속 후 수사팀에 항의성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그는 사유서에 “수사팀이 불구속 수사를 약속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적었다.
남욱 변호사는 2022년 5월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 22부 심리로 열린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등에 대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자리에서도 “검찰이 변호사를 통해 ‘수사에 협조하면 구속하지 않겠다’고 했다”며 “처음에는 기소하겠다는 말도 없었다”고 했다. 남 변호사는 “애초 저에 대한 기소를 얘기하지도 않았다”며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 유동규, 최(최윤길 전 성남시의회 의장으로 추정) 플러스 공무원 1명 기소할 테니 협조해달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검찰로부터) 협조해달라고 두 차례나 전화가 와서 자진 귀국하게 됐다”고 했다. 2022년 11월 28일 같은 재판에서는 ‘불구속 선처’ 관련 남 변호사 진술이 담긴 검찰 진술 조서가 공개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윤석열 정부 검찰은 남욱 변호사가 주장한 불구속 회유 의혹에 대해 “사안의 중요성과 민감성을 알고 있다”며 “문제가 있는 부분은 확인하겠다”고 했다.
당시 문재인 정부 수사팀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과 김만배(화천대유 대주주)씨 등 민간 사업자를 구속 기소하고 성남시 윗선까지 수사를 확대하지는 않았다.
여기까지가 문재인 정부 대장동 1기 수사팀의 남욱 변호사 회유 의혹의 전말이다. 2022년 11월 28일 이후, 남욱 변호사 회유 의혹은 잊혀 갔다. 그랬던 게 2024년 1월 27일 민주당 위원회가 윤석열 검찰의 회유로 남 변호사의 진술이 바뀌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면서 다시 수면으로 떠오른 것이다.
기자는 의혹에 거론되는 법조인들의 입장을 들어봤다.
다음은 문재인 정부 당시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장으로 대장동 수사를 총괄한 것으로 알려진 유○○ 변호사와의 문답이다.
― 2021년 9~10월 사이 김○○ 변호사가 남욱 변호사에게 “정영학 회계사가 당신(남욱)에게 책임을 모두 떠넘기려고 하고 있으니 한국으로 들어와라. 유동규 성남도시개발공사 전 기획본부장과 김만배씨, 최윤길 전 성남시의회 의장, 성남시 공무원 1명 등 4명만 구속하는 것으로 유 변호사와 이야기가 끝났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는데, 김 변호사에게 이 같은 말을 한 사실이 있는지요.
“남욱의 자진 귀국하겠다는 의사를 ‘일방적으로’ 전달한 것은, 김 변호사가 아니라 다른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였고, 그 변호사와도 귀국일 및 비행편 정보를 공유한 것 이외에 어떠한 사전 협의도 없었습니다.”
“남욱 주장, 사실과 달라”
― 남욱 변호사는 김 변호사가 “2가지 혐의를 인정하면 석방되어 불구속으로 수사받는 것으로 당시 사건을 총괄한 유 변호사와 이야기가 끝났다고 말했다”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김○○ 변호사는 귀국 당일 선임되어 조사 및 변론에 참여하였고, 김 변호사와 질문 주신 사항과 같은 취지의 대화를 한 사실 자체가 없습니다. 최윤길 등 (4명만 구속) 얘기는 완전한 오보입니다. 당시 수사팀은 김만배, 남욱, 정민용의 구속을 위해 최선을 다하였습니다. 남욱의 불구속은 지휘부 및 수사팀 내에서 단 한 번도 언급되거나 고려되지 않았던 사항이었고, 수사팀 부팀장인 본인이 약속한 적도 없거니와 약속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습니다. 당시 수사팀장은 김태훈 4차장이었습니다.”
유 변호사는 “퇴직 후 2년 가까이 지나는 동안 묵묵히 침묵해왔지만, 지금까지도 전혀 사실과 다른 기사와 주장이 있어서 질문 주신 사항에 대해 반론했다”며 “사실과 다른 일방적 주장에 의해 본인은 물론 당시 수사팀의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는 점에 대해 심히 유감이다. 정확한 사실 확인을 부탁한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비슷한 취지의 질의에 대해 몸담은 법무법인 직원을 통해 “인터뷰가 불가하다”고 전해왔다. 이와 관련 남욱 변호사는 “진실은 언젠가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
유 변호사가 김만배 관련 로펌으로 간 이유
한편 유○○ 변호사의 경우 검사 옷을 벗으면서 법무법인 평산으로 갈 것으로 보도가 나왔다. 법무법인 평산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연수원 동기생인 강찬우 대표 변호사(전 수원지검 검사장)가 있는 곳이다. 문제는 강 변호사가 몸담은 평산이 김만배씨가 대주주인 화천대유와 자문계약을 맺은 것이다.
강 변호사는 “대검 대변인 시절 인연이 있던 김만배 기자의 요청으로 그가 대주주로 있는 화천대유와 자문계약을 맺게 됐다”고 밝혔다.
강 변호사는 이재명 대표 요청으로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변론을 맡기도 했다.
당시 유 변호사는 “향후 진로와 관련해 특정 로펌행이 언급되고 있으나 전혀 사실과 다르다. 그동안 함께했던 동료 선후배에게 누가 되는 행동은 생각해본 적도 없고 그럴 생각도 없다”고 밝혔으나, 결국 평산으로 갔다. 종합하면 대장동 수사 부팀장이, 대장동 의혹의 핵심인 김만배씨와 자문계약을 맺은 데다가 이재명 대표의 동기생이 대표 변호사로 있는 로펌으로 간 것이다. 평산에서 일하던 유 변호사는 2023년 12월 가까운 법조인들과 법무법인을 설립하고 그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런 과정에 대해 강찬우 변호사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법무법인 평산은 15명의 대표 변호사로 이뤄진 곳입니다. 한 대표가 유○○ 변호사를 영입하자고 제안했습니다. 15인 대표가 전원 합의를 해야 들어올 수 있는데, 제 입장에서는 괜한 오해가 생길까 싶어 우려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모두 찬성을 하니, 저도 반대하진 않았습니다. 그래서 유○○ 변호사가 평산에 합류하게 된 것입니다. 저는 검사 시절 유 변호사와는 전혀 모르던 사이였습니다. 유 변호사가 평산에 합류한 뒤에도 하는 프로젝트가 달라 얼굴도 못 봤습니다. 가끔 로펌 변호사들끼리 골프를 치거나 식사를 하는 자리가 있었는데, 유 변호사는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유 변호사가 ‘평산’을 떠난 이유에 대해서는 “평산에서 일한다는 보도로 인한 부담 때문도 아니고, 계약 만료 때문도 아니다”며 “아는 선배가 법무법인을 하나 같이 만들자고 해서 나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강 변호사는 “2018년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변론을 맡은 이후 단 한 번도 이재명 대표와 연락하지 않았다”며 “당시 변호한 것도 형 동생 하는 사이(강찬우 63년생, 이재명 64년생)니까 그냥 해준 것”이라고 했다.⊙